반응형

☞ 증정받기는 했으나 딱히 리뷰 요청을 받고 쓰는 서평은 아닙니다. 

아니메 60년사를 덕력 만렙의 시점으로 바라본 바이블

ⓒ 만보 · 스튜디오 본프리

년 8월 즈음에 지인이신 캅셀(CAPSULE 블로그)님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안부 인사를 가장한 한 가지 부탁이었는데요. 무려, 만보(Habest Days)님과 함께 진행 중이신 애니메이션 입문 서적에서 소개할 작품 리스트의 선정에 제 의견을 물어보시는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좁은 소견을 적어 보냈으나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도 들리지 않더군요. 그렇게 저도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그 때의 일은 완전히 잊어버린체 지내다가 무려 1년 2개월 만에 캅셀님으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어졌던 책이 마침내 출간을 앞두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작품 리스트에 뭔가 의견을 드렸다는 기억이 스물스물...

이렇게 잊고 지내던 만보님의 신간 <애니 보기의 정석>이 2015년 12월 8일 마침내 발간되었습니다. 캅셀님께서 제게 추천사를 써달라고까지 하셔서 염치불구하고 몇 자 적었는데. 특히 이 바닥에서 나름의 포스를 갖추신 분들의 추천사와 함께 제 글이 실린 기분이란 뭐랄까...

이 책 애니 보기의 정석 표지에서도 언급되는 덕력에 있어서 사실 저는 추천사를 쓰신 분들이나 저자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많이 모자란 블로거입니다. 만화영화 블로거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 블로그의 글들은 제가 이제까지 쌓아온 덕력의 흔적이 아닌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조사하고 정리한 발자취입니다. 저 자신이 한국의 아니메 1세대(그냥 무늬만)로서 오랫동안 만화영화를 보아왔고, 실제로 제 친구들 중에는 제법 깊은 덕력을 가진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저만의 기준(?)에 의해 일반인의 시점을 유지하면서 마니아적인 취미를 즐겨왔었지요.


그래서랄까,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덕력 테스트에서 제 덕력은 상급에 못미치는 중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보님의 말마따나 오덕인과 취미인의 경계에 선 셈인데요. 이런 이유로 제가 이 책의 출간 초기 추천했던 작품 리스트나, 이제부터 이야기할 이 책에 대한 감상평은 모두 이 취미인과 오덕인의 경계에서의 관점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의 구성은 일단 독특합니다. 표지부터 뭔가 수험서나 참고서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기획 자체가 만렙 덕력의 고수가 오덕후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족집게 강의를 컨셉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덕력 레벨 테스트도 그러한 기획의도의 하나이겠죠. 참고서 컨셉 외에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컨셉은 모바일 세대를 타겟으로 삼은 태블릿 스타일의 페이지 디자인입니다. 마치 태블릿 PC에서 일본 아니메 입문을 위한 전자책을 보는 듯한 컨셉이 애니 보기 정석의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eBook으로 출간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형식적인 특색보다 이 책을 더 특색있게 보이게 하는 것은 책의 내용 입니다. 특히, 선별된 작품 리스트가 그러한데요. 우리가 흔히들 명작 아니메로 많이 알고 있는 작품 외에도 상당히 레어한 작품들이 언급되고 있으며,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스테디 셀러가 등장하지만 최신 아니메들도 그에 못지 않은 비중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보통 아니메 관련 책이 나온다면 소개하는 작품들은 명작 아니메나 스테디 셀러,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 일반적인데, 이 책은 한정된 페이지 속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독자들을 압도합니다. 이는 저자의 아니메 감상폭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각 작품에 대한 저자의 소개는 한마디로 DVD나 블루레이 타이틀의 작품 소개를 연상시킵니다. 즉, 평론가가 한 작품에 대한 소개를 팬들에게 들려주는 형태라고 할까요. 이런 점에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작품조차 좀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묘미가 있습니다. 반면, 처음 아니메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난해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니 보기의 정석은 아니메의 세계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 포커싱이 맞춰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선정에 대한 시각도 독특합니다. 예를 들어 건담 하면 다들 떠올릴만한 79년작 <기동전사 건담>이나 85년작 <기동전사 제타 건담>, 2002년작 <기동전사 건담 SEED>와 같은 작품들이 아닌, <기동전사 건담 포켓 속의 전쟁>이나 <턴 에이 건담>을 소개한 점은 그 시리즈만으로도 책 몇 권을 쓸 수 있는 방대한 건담 월드에서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작품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작품들을 언급함으로써 이 책만의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래서랄까 애니 보기의 정석은 아니메 좀 본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리스트가 가득합니다. 올드 팬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신기한 신작들이, 신규 팬들에게는 듣도 보도 못했던 과거의 명작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죠. (초창기 선정된 작품 리스트에는 레어한 작품들이 더 많았었던 것 같은데 그나마 많이 완화된 것 같네요)

책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의 스틸을 QR 코드를 통해 동영상 소개로 대체한 것은 독자들을 감안한 저자와 출판사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작품의 스틸을 책에 넣었더라면 지면의 증가와 제작비 상승 등 여러 제작 상의 난항이 있었겠죠. 텍스트 만으로도 500페이지가 넘는 책에 부여되는 부담을 모바일 세대의 취향에 맞는 방법으로 풀어낸 부분은 나쁜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의 세대보다 지금의 세대는 분명 일본 문화나 아니메에 개방적입니다. 10대의 경우 저희 때보다 훨씬 많은 아니메들을 감상하고, 그 문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살고 있지요. 아마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꽤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거의 모든 아니메를 망라해온 저자의 노하우가 책에 스며들어 작품을 고르는 혜안을 키우는데 이만한 책은 없을 것 같군요. 책을 정독하겠다는 자세보다는 틈틈히 골라서 챙겨보는 것이 이 책을 대하는 더 올바른 자세일 것 같습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은 교과서보다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책이니까요.

☞ 취미지만 취미이니까 재미있게 by 만보
☞ 오덕후라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 애니 보기의 정석(만보) by 캅셀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만보 · 스튜디오 본프리에게 있습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 - 8점
만보 지음/스튜디오본프리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s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건담 센티넬 이후 AK가 출간하는 또 한번의 대작 설정집

봄 출시 예정이던 '마스터 아카이브 모빌슈트 MSZ-006 Z 건담'이 감감 무소식이라 다소 실망하던 차, AK에서 '건담 센티넬' 이후 약 3년 만에 대작 설정집을 출시했습니다. 전격 하비 매거진 편집부가 만든 '기동전사 건담 MS 대전집 2013'(이하 MS 대전집 2013)이 바로 그것.

아니메, 코믹스, 소설, 게임 등 건담의 거의 전 컨텐츠를 망라하는 MS 대전집은 'MS 대전집 98' 이후로 출시할 때마다 기존의 내용에 신작 또는 미처 기재하지 않았던 시리즈의 MS를 추가하는 형태로 계속 몸집을 불려왔습니다. 이번 MS 대전집 2013은 270여 페이지로 이루어졌던 MS 대전집 98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이 늘어난 560여 페이지의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하는데요. 분량만으로는 이제까지 AK가 출시한 설정집 중 가장 대작이라할 만 합니다. 일본에서는 컬러 설정만 별개로 편집한 일반판과, 컬러 설정과 선화 설정이 모두 포함된 완전판의 두가지 버전으로 출시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완전판만 출시되었군요. 분량이나 컨텐츠의 질을 봤을 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이전에 출시했던 설정집에 편집을 수정하고 일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다보니 제작비가 아무래도 신간보다는 저렴한가 봅니다.

모빌슈트를 색인별로 모두 나열했다는 점에서 MS 대전집 2013은 일종의 바이블과 같은 설정집입니다. 설정 일러스트 등은 많이 보아왔던 익숙한 것들로 되어 있어서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거의 모든 MS를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의를 가지고 있지요. 98년부터 시작되어 2003년, 2006년, 2009년 등 3년 마다 계속 버전업 되는 것도 사전이나 바이블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MS 대전집 2013은 일본에서는 2012년 말에 출시되었습니다. 

직전에 출시된 'MS 대전집 2009'와 비교하면 퍼스트 건담의 설정자료들이 보강되어 전면과 후면 일러스트가 추가되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띕니다. 이번에도 크로스 본 건담은 여전히 추가되지 않았기에, 바이블이라 하지만 여전히 완벽한 버전은 아닌 셈입니다. 대신 건담 에이지와 같은 신작이 추가되어 MS 대전집 2009에 비하면 약 100여 종의 MS가 더 보강되었습니다.



MS 대전집 2013의 커버는 카토키 하지메가 그린 건담 유니콘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과거 4번의 MS 대전집이 2006년 판의 Z 건담을 제외하고 모두 퍼스트 건담이었음을 생각할 때 건담 유니콘의 현재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단면이랄까요. MS 대전집 2013의 완전판은 이렇게 유니콘이지만, 일반판의 커버 일러스트는 여전히 퍼스트 건담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주세기의 MS들이 MS 대전집 2013의 첫번째 챕터를 장식합니다. 퍼스트→제타유니콘 순서로 그려져 있는데, 유니콘이 직계 시리즈로 자리를 굳혀가는 모양새네요. 더블 제타가 제외된 부분은 좀 안타깝습니다.



전작들에 비해서 일러스트는 더 작아지고, 후면 일러스트까지 추가되면서 페이지 구성이 오밀조밀해진 느낌입니다.



아니메가 아닌 코믹스에 등장하는 즈다. 깔끔한 일러스트 덕에 이전보다 세련되어지고 기존 MS와는 다른 느낌의 이질감도 이 일러스트에서는 많이 완화된 느낌입니다.




Advance of Z 시리즈는 과거 명 디자인의 MS들이 즐비했던 제타 건담 시리즈의 MS들을 베이스로 한 것들이다보니 매력적인 MS가 상당수 눈에 띕니다.



그 압도적인 포스로 인해 여전히 매력적인 자태를 과시하는 센티넬 건담의 페이지.



유지 우시다의 코믹스에 등장하는 D 건담 시리즈도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등, 마니악한 시리즈의 MS들도 꼬박꼬박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카와라 쿠니오 옹이 디자인한 MSV들. 최근의 MS와는 다른 구수한(?) 맛이 느껴지네요.



여러가지 논란과 아쉬움이 있기는 합니다만, 건담 UC는 이제 어엿한 우주세기의 한축으로 자리를 꿰찬 것 같습니다. 첨에는 그저 그랬는데 자꾸 보니 유니콘 건담의 디자인도 나름 매력이 있는 듯.



건담 UC 이후 애니화를 바라는 팬들이 점점 더 늘어간다고 전해지는 소설 '섬광의 하사웨이'의 주역 기체 크시 건담. 기존의 건담과는 다른 파격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비우주세기 MS의 첫시작은 G 건담 시리즈가 장식하고 있습니다.



신구 건담세대를 나누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던 건담 시드. 여전히 시드 아니메의 설정 일러스트는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 흠.



반면 아스트레이 시리즈는 건담이라는 타이틀을 띄고 봐도 여러가지로 매력적인 디자인인 것 같구요. 




신건담 시리즈라는 정체성에 맞게 기존의 올드 건담과는 다른 참신한 디자인적 시도가 돋보였던 더블오 건담의 MS들. 개인적으로도 엑시아 건담은 Favorite MS Top 10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이번 MS 대전집 2013에 새로이 추가된 건담 에이지 섹션은 거의 마지막에 등장하구요. 



게임 및 기타 콘텐츠를 포함하여 에이지 시리즈의 MS도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합니다. 대략 80개가 조금 못되는 MS가 에이지 시리즈에서 소개되고 있네요.



건프라 빌더즈 비기닝 G에 등장하는 독특한 MS들. 특히나 베앗가이는 프라모델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제품입니다.



건담무쌍 시리즈는 단 4대만 소개되고 있지만 나름 강렬한 포스를 보여주는군요.




선화 설정집은 이제까지 컬러 페이지에서 다룬 MS들의 선화 일러스트를 보여줍니다. 프론트/리어 뷰외에도 깨알같이 세부 설정 일러스트를 추가하여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기대되는 대작 시리즈 '건담 오리진'의 설정 일러스트.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단편 코믹스 '건담 에꼴 드 시엘'에 등장하는 루 시뉴 건담. 기존 시리즈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습니다.



MS 대전집 2013은 이제까지 국내에 출시된 건담 설정집 중에서는 가장 정통파에 가까운 설정집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거의 전 건담 시리즈의 MS를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남다른데요. 600 페이지에 근접하는 무거운 서적보다는 웹 페이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더 활용가치가 높은 요즘 세태이지만, 소장이라는 가치 측면에서 봤을 때 여러모로 남다른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나, 이런 취미 서적이 많지 않은 국내 실정을 감안할 때 MS 건담 대전집은 일본보다는 오히려 한국에서 그 가치가 높지 않나 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RISE / ⓒ SOTSU · SURISE · MBS / ⓒ KADOKAWA Corporation ASCII Media Works / ⓒ AK Communications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MS 대전집 2013

저자
전격 하비 매거진 편집부 지음
출판사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06-18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총 1200체 이상의 방대한 모빌슈트 설정을 상세한 데이터와 함...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기동전사 건담 MS 대전집 2013 - 10점
전격 하비 매거진 편집부 엮음,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s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퍼스트 건담에 초점을 맞춘 세련된 건담 Only 무크지

프트 뱅크 계열의 출판사(?)인 SB Creative Corp의 GA Graphic 편집부에서 만든 '마스터 아카이브 모빌슈트 RX-78 건담(이하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의 두번째 편으로, 최초의 건담인 RX-78 건담만을 다루고 있는 설정집입니다.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는 RGM-79부터 Z 건담, GP01 제피랜더스까지 4권이 현재 발매된 상태인데, AK에서 연이어 마스터 아카이브 Z 건담도 발매할 예정이라하니 기대가 큽니다.

하나의 모빌슈트 라인업에 대한 집중 해설서라는 점에서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후타바샤가 발행한 모빌슈트 전집과도 비교할만 합니다. 건담 뿐만 아니라 자쿠와 구프 등 지온의 모빌슈트도 다루는 모빌슈트 전집에 비해 아직 연방 모빌슈트만 다루고 있는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가 다소 아쉽긴 합니다만, 내부의 프레임과 구조를 포함해 기존의 설정 일러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100% 새로운 설정 자료로 대치한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가 모빌슈트 전집에 비해 좀 더 가치가 있어 보이긴 합니다.

☞ 모빌슈트 전집1 RGM-79 짐 BOOK, 후타바샤의 모빌슈트 전집 1번 타자 (보러가기)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MSV의 설정을 토대로 RX-78 계열의 바리에이션 타입을 일목요연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유의 마니아적인 시각으로 인해 마치 실제하는 병기에 대한 해설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개는 AK가 이제까지 번역한 건담 관련 무크지 중에서는 발군입니다. '건담 센티넬' 같은 마스터피스는 아니더라도 2009년 한국에도 번역출간되었던 각켄사의 '기동전사 건담 일년전쟁사'와 같은 전문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공교롭게도 건담 일년전쟁사와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모두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높은 건담 전문가 자쿠러(zakurer.egloos.com)님이 번역을 하셨습니다.

아니메의 장면들이나 아니메 기획 당시 그려졌던 설정 일러스트를 사용하지 않은 이 설정집은 건담이 마치 실제 존재하는 병기인 듯한 느낌을 주게 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이 마니아들의 눈을 사로잡는 이유는 아무래도 깔끔한 편집과 정교한 메카닉 일러스트에 있는데, 메카닉 일러스트를 담당한 쿄시 타키가와(滝川虚至)는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코믹스 '기동전사 Z 건담 Define'의 메카닉 디자인으로 근래 이름을 알리고 있지요. 인터넷을 통해서도 몇 번 접해본 적이 있는 그의 메카닉은 컴퓨터를 사용하여 오차가 거의 없는 메카닉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어, 근래의 디자인 취향과 잘 맞는 편입니다.

메카닉 일러스트 개인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의 설정 일러스트들은 거의 대부분 반다이가 프라모델 기획을 위해 작업했던 설계를 토대로 그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다보니 여타의 건담 설정집과 다르게 이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는 프라모델 제품라인업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할까요. 실제로 코어파이터의 변형 구조나 합체 기믹, 관절 구동부, 외부 장갑의 디테일 등은 아니메 쪽보다는 프라모델 시리즈의 내부 프레임과 기믹 등에서 그 유사점을 더 찾을 수 있습니다. 



멋진 CG 일러스트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표지에서부터 기대감이 커지는 느낌... 이라고 한다면 좀 지나치게 주관적인 판단일까요.



속지는 새로운 일러스트로 인해 이 무크지가 기존의 무크지와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RG 퍼스트 건담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구요.



마치, 일년전쟁 당시의 V 작전 프로파일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속표지.



목차는 일관적인 느낌을 줍니다. RX-78-1부터 RX-78NT-1에 이르기까지 현재 MSV와 각종 설정 자료 등을 통해 언급된 RX-78의 라인업이 모두 이 한권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우측 페이지에 건담이 들고 있는 빔 세이버가 미노프스키 입자 간섭에 의해 흐릿하게 보이는 부분과 이를 묘사한 주석은 집필진의 건담 지식이 보통 이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설정 일러스트를 제외한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의 일러스트는 모두 이렇게 CG로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감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프라모델 작례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도 주는군요. 다분히 의도된 효과일지도.



일반 번역가가 했다면 다소 불만스러웠을지도 모를 번역은 건담에 해박한 전문가가 맡으면서 말끔히 해소되었다 하겠습니다.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아니메의 관점이 아닌 병기라는 관점에서 건담에 접근하고 있기에 텍스트는 상당히 메마르고 딱딱한 군사 매뉴얼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닌 이상 집중해서 읽기에는 상당히 어렵고 난해한 편입니다.



편집이 번잡하던 기존의 설정집들과 달리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은 삽입되는 일러스트와 텍스트의 조화가 깔끔한 편집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많은 컬러 스크린 샷이나 설정 일러스트가 난무하는 설정집과 달리 상당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이는 AK에서 출시한 그동안의 설정집들 중에서는 단연 발군입니다. 심플하고 세련된 편집 디자인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는 딱인 것 같군요. 게다가 설정 일러스트들이 이 책을 위해 직접 작업되어 있다보니 그 가치도 더 높은 듯 합니다. 같은 급의 설정집에 비해 비싼 가격도 아마 그 때문이겠죠.



프라모델 설정과 연관이 있어서 그런지 AK가 작년 이맘 때 출시했던 '카토키 하지메 Design&Products Approved Gundam'에서도 볼 수 있었던 데칼만 전문으로 설명하는 페이지도 있습니다. 단, 카토키의 설정집이 프라모델에 사용할 데칼을 다루었다면, 마스터 아카이브의 데칼들은 실제 군용 병기에 사용되는 것처럼 상정한 것이서 다소 느낌은 다릅니다.



마스터 아카이브 건담의 백미 중 하나는 정교한 내부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묘사한 설정 일러스트라 하겠는데, 그런 점에 이 페이지는 그 장점을 한 장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조 해설 챕터에서는 외장 장갑, 구동부, 헤드 센서 등 기체 각부에 대해 상당히 전문적인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집필진이 어느 정도의 공학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추측이 드네요.




특히, 다른 설정집보다 코어 파이터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 있는 부분은 이 책이 갖고 있는 뚜렷한 특색 중 하나로, CG와 내부 메카닉 일러스트가 세밀한 묘사와 함께 수반되는 코어파이터 해설은 건담 해설 이상으로 인상적입니다. 단,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설정집에서 G 파츠에 대한 부분은 비교적 간단한 설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코어파이터 챕터 다음으로는 2nd lot으로 분류되는 RX-78-4부터 NT-I ALEX에 이르는 건담 해설이 후반부를 책임집니다.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체들이지만, 이 설정집에서 다루어지는 비중은 앞선 1st lot의 주요 건담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으며, 일러스트도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삽입되어 있습니다. RX 시리즈의 후기 기종에 대한 정보를 원하시던 건담팬들에게는 기다리던 순간이 되겠네요.



마지막으로는 화이트 베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만, 이제까지의 챕터에 비해 화이트 베이스 챕터는 다소 내용이 부족한 편인지라 살짝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냥 보너스 챕터 정도의 느낌이네요.


마스터 아카이브 시리즈는 건담 설정집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퀄리티와 컨텐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몇번이고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컨텐츠의 재해석 내지는 재조합이라는 점에서 냉정하게 보면 별다를 내용은 없습니다만, 고급스러운 신 일러스트와 깔끔한 편집 디자인만으로도 건담 팬들에게는 단연 소장 가치를 갖고 있는 설정집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올 봄에는 마스터 아카이브 Z 건담도 출간된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매우 큽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RISE / ⓒ SB Creative Corp / ⓒ AK Communications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마스터 아카이브 모빌슈트 RX 78 건담

저자
GA Graphic 편집부 지음
출판사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01-01 출간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책소개
이 책은, 지구연방군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일년전쟁 최강의 모...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마스터 아카이브 모빌슈트 RX 78 건담 - 10점
GA Graphic 편집부 엮음, 장민성 옮김/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오퍼레이션 미토스, 리리나를 제거하라.

AK를 통해 3개월 만에 출간된 '신기동전기 건담 W 프로즌 티어드롭, 속죄의 윤무' 편의 하권. 속죄의 윤무편은 이 두 권으로 마무리가 되고 후속은 연쇄의 진혹곡편이 시작됩니다. 전편에 이어 아사기 사쿠라의 깔끔한 일러스트와 스미사와 카츠유키, 카토키 하지메로 이어지는 원 시리즈 핵심멤버들의 가세로 건담 W의 정통후속편으로서 구색을 갖추고 있는 라이트 노벨이기도 하지요.

☞ 신기동전기 건담 W 프로즌 티어드롭, 속죄의 윤무 상편 리뷰 (바로가기)

2권의 전개도 1권과 비슷하게 현재와 과거의 시점이 서로 교차하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독자들에게 W의 세계관을 복기시키고자 하는 듯한 의도가 있는 것 같네요. 문체나 이야기 구성은 전형적인 라이트노벨의 수준입니다만, 파더 맥스웰이나 듀오 멕스웰, W 교수가 되어버린 콰토르 등 등장인물들이 다소 혼선을 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오히려 새롭게 W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어렵게 다가올 것 같네요.

수 십년 만에 깨어난 히이로 유이가 '오퍼레이션 미토스'라는 작전에 의해 과거 동료들의 후계자들과 힘을 합쳐 리리나 피스크래프트의 제거 명령을 수행하게 되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전형적인 전개(이미 여러 아니메 등에서 보았음직한 소재)와 새로운 건담 후계기들의 등장은 센세이셔널하지는 않지만 팬들에게는 충분한 흥미거리를 선사할 듯 합니다. 특히, 카토키 하지메가 선보이는 새로운 건담 라인업의 호응도에 따라서는 유니콘과 같이 영상화도 가능하리라 보구요.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프로즌 티어드롭 입니다.



아사기 사쿠라의 일러스트도 깔끔하긴 합니다만, 역시 카토키 하지메의 건담 일러스트가 삽입되면서 커버 일러스트의 무게감이 살아나는 듯 싶네요.



단, 캐릭터는 요즘 추세인 로리타 취향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제는 W 팬들도 거의 30대에 접어든 만큼 좀 더 성인취향으로 그려져도 좋을 법 한데 말이죠.



인물 삽화만 있었던 상편과 달리 하편에서는 모빌슈트 일러스트도 등장합니다. 단, 신형 모빌슈트가 아닌 과거의 모빌슈트들인 듯. 참고로 이번 프로즌 티어드롭에서 화성 연방정부가 생산하는 MS는 화성인의 모빌슈트라는 의미에서 마즈 슈츠(Mars Suits)로 명명된다고 하는군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1 Katsuyuki SUMIZAWA / ⓒ SOTSU · SUNRISE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W 프로즌 티어드롭 2 - 6점
스미사와 카츠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아사기 사쿠라 그림/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가볍지만 제법 잘 정리된 UFO 사건파일

'해 UFO'는 2010년 3월에 발행된 AK 트리비아 북 제19권으로, 도해(図解)라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UFO 사건들을 그림으로 풀어쓴 일종의 사건파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신기원사에서 'F-Files' 시리즈 제14권으로 2008년 4월에 발행된 사쿠라이 신타로의 책을 AK에서 번역 출간했는데요. 트리비아(Trivia; 잡학)라는 뜻에 제법 걸맞는 주제라 하겠습니다. AK 트리비아 시리즈는 밀리터리 병기부터 판타지 신화, 마술, SF에 이르는 제법 다채로운 주제들을 부담없이 다루고 있는 시리즈로, 심심풀이로 읽기에 상당히 안성맞춤입니다. 물론,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거의 대부분이 남성취향적이고 마니아적이지만 말이죠.

총 101개로 구성된 UFO 사건파일은 상당히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건 개요를 설명하는 첫 페이지와 사건의 내용을 한 페이지의 그림으로 도식화한 2페이지의 구성은 상당히 컴팩트한 편입니다. 트리비아 답게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성의없이 정리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상당히 꼼꼼하고 깔금하지만 그렇기에 트리비아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는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말 그대로 역사상의 UFO 사건을 잘 정리한 책이지만, 이를 통해 UFO의 진실에 접근할만한 논리와 가설을 제시하는 책은 아닌 셈이죠.

하지만 잘 정독해 두면 제법 체계적인 UFO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인 것도 사실입니다. 소위 잡학다식한 이야기꾼의 소재로서 이만큼 잘 정돈된 파일도 보기 힘들 것 같군요. 우리가 한 번 쯤은 궁금증을 가졌을 법한 UFO에 대한 이야기를 고맙게도 저자는 이 책 안에 상당히 잘 분류하고 정리해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지식의 깊이보다는 이 책에 UFO 사건과 관련된 사진이 한 장도 안실려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가벼이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책에 각 사건과 관련된 사진을 싣기 위한 시간적, 경제적 투자가 다소 부담스러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사건과 관련된 실증 자료가 실리지 않다보니 그만큼 책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아마존에서 본 일본 원서와는 다른 번역판 표지. 표지는 번역판 쪽이 더 낳아 보입니다.


트리비아의 정의를 친절하게 설명해준 커버.


책은 총 101개의 사건파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건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사건 내용을 그림으로 도식화한 2페이지로 구성된 사건 파일은 101개 내내 일관되게 그 포맷을 유지합니다. 페이지도 정확히 2페이지를 준수하구요. 다소 편집증적인 구성.


챕터 말미에는 번외의 이야기가 실립니다. 저자의 친구가 겪은 UFO 관련 에피소드도 실려 있군요.


색인도 갖추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과 자료도 빠짐없이 나열하고 있는 등, 가벼운 책이지만 기본적인 부분을 확실하게 지켜주고 있는 모습.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hintaro Sakurai / ⓒ (주)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도해 UFO

저자
사쿠라이 신타로 지음
출판사
AK TRVIA BOOK | 2013-03-25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도해 UFO』는 총 4장으로 구성하여, UFO 사건부터 UFO...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반응형
반응형

라이벌 구도로 다룬 흥미로운 영화사, 그 끝이 아쉽다.


'문의 불여일견'이라는 고언처럼 글자로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그림으로서 전달하는 시각적 접근방식이 보다 이해하기 쉽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들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과학이나 역사와 같은 학문들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만화를 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글쓴이의 어린 시절에도 이렇게 만화를 통해 과학과 역사 등을 접하여 흥미를 키웠던 적이 있었다.

시대가 흘러갔지만 그러한 접근방식은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유효하다.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이는 유효한 접근방식인데, 특히나 방대한 역사를 갖고 있는 분야의 지식을 쉽게 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화라는 수단은 정말이지 유용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120년에 이르는 방대한 영화의 역사를 만화책 한권으로 풀어낸 황희연,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는 그런 면에서 그 시도가 의미있는 책이다.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 자체로도 영화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대중의 영화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서 영화의 역사를 한번쯤 되짚어 보는 것은 무척이나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무려 120년 동안 축척된 방대한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영화를 있게 한 기라성 같은 감독들과 배우들,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세계 영화의 상업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온 뒷 이야기, SFX 등 특수촬영 기법의 발전사 등 영화는 각 분야별로도 엄청난 규모의 이야기들을 쌓아왔다. 정석으로 영화사를 보려한다면 왠만한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터. 영화사 개론이야 이미 많은 좋은 책들이 시중에 나와있지만, 그마저도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는 다소 어렵고 지루한 것 역시 사실이기도 하다.

그 장대한 역사를 만화책 한권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알기 쉽게 그림으로 그릴 수록 그것에 담길 많은 이야기를 정리하고 추상화하는 작업은 독자들이 읽기 쉬운 것에 정 반비례로 고난한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들의 노력과 결과는 박수를 칠만큼 훌륭한 편에 속한다. 특히, 시대별 대표 영화인들을 라이벌 구도로 잡아서 이야기를 풀어간 것은 본서의 백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비록 많은 것들을 다루지 못하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화사의 흐름을 비교적 명확하고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것도 불과 몇시간 만에.



다만, 남무성 작가의 전작 'Jazz it Up'이나 'Paint it Rock'에 비교하면 이 책이 비교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많은 독자들의 이야기는 아쉽지만 사실인 듯 싶다. 차라리 단행본이 아닌 시리즈로 엮어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만큼 영화사의 이야기에는 음악사와 버금가는 다채로운 이야기와 인물들이 있는데, 이를 한권의 책으로 그려내면서 글쓴이나 그림을 그린 이나 모두 책을 완성하기 위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은 듯 싶다. 특히, 현대 영화사로 넘어가는 마지막 챕터는 그전까지 깔끔하고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본서의 말미를 그다지 훌륭하게 마무리하지는 못한 듯 하여 못내 아쉽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1960년때까지를 1부로, 블록버스터와 SF가 태동하는 1970년대부터를 2부로 하여 2권 정도로만 만들었어도 보다 더 멋진 책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히치콕이나 웰스, 큐브릭과 코폴라 등 과거의 명장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도 보고 싶고, 그들과 시대를 같이 했던 또다른 명장들과 명배우들의 이야기도 같이 읽고 싶으며, 최근의 거장들의 행적도 좀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뇌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그만큼 이 책이 펼쳐내는 영화사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저자들이 이 책을 시작으로 영화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이야기도 그려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영화사와 인물들 똑같은 형식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라는 것은 비단 글쓴이 뿐만은 아니리라.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 6점
남무성 그림.각색, 황희연 글/오픈하우스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저자
남무성 지음
출판사
오픈하우스 | 2013-02-26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영화의 역사를 만화로 만나다!『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 라이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s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카토키와 함께 하는 건담UC 모빌슈트 뒷 이야기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3년 2월에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UC 카토키 하지메 메카니컬 아카이브스(이하 UC 아카이브스)'는 카도카와 코믹스 에서 2010년 8월에 발간된 동명의 무크지를 번역한 건담 UC MS 설정집입니다. 2010년에 시작된 건담 UC OVA와 보조를 맞추어 발간되었던 비교적 신간이라 할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무크지의 크기를 예상했다가 문고판의 크기로 발간된 이 책을 보고 다소 의외(약간의 실망을 포함)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문고판을 무색케 하는 알찬 내용과 풀 컬러라는 하이 스펙으로 무장하고 있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문고판으로 출간되다보니 UC 아카이브스는 일반 무크지보다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입니다. 물론, 같은 문고판 크기의 설정집들과 비교하면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마치 HG 크기에 MG의 디테일을 가진 RG 등급 건프라처럼 작은 크기에 훌륭한 내용과 적정한 가격을 겸비한 것이 UC 아카이브스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물론, 크기로 인해 몇몇 페이지에서는 지나치게 폰트도 작고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그런 부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볼만한 설정집이 아닌가 싶네요.

건담 UC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메카닉의 설정이 제법 꼼꼼하게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애니메이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설 연재 당시 의뢰를 받아 작업해온 것들임을 생각하면 놀라울 뿐입니다. 소설의 설정이라는 것 때문인지 디테일이 기존 MS를 상회하는 것도 인상적이지요. 물론, 후에 아니메로 제작되면서 이 디테일의 거의 대부분이 아니메로 완벽하게 이식되기는 합니다만, 어찌보면 아니메를 상정하지 않고 디자인에 들어갔기에 상당히 세심한 디테일이 가해진 MS들을 만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담 UC에서 보여준 카토키의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참신함보다는 기존 MS를 연상시키는 익숙함 위에 극강의 디테일을 더한, 메카니컬 스타일링에 가까운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덕분에 이것을 디자인한 카토키보다는 이것을 실제 영상화하고 프라모델로 상품화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터들과 반다이의 프라모델 설계자들이 놀라워 보이더군요. 소설을 위한 디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UC 아카이브스에서 등장하는 MS들은 하나같이 상품화만 된다면 올드 팬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디자인들로 가득합니다. OVA가 출시될 때마다 잠깐 잠깐 등장하는 MS들조차도 꼬박꼬박 프라모델로 출시되는 상황을 보면 이 MS들 모두 애초에 상품화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듯.

이렇게 독창성에서 다소 아쉬울지는 몰라도 카토키의 MS들은 건담 팬들, 특히 올드 팬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카토키는 오카와라 선생을 비롯하여 건담 시리즈를 거쳐간 수많은 명 메카닉 디자이너를 통틀어서 가장 건담 MS에 해박한 디자이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존의 MS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되는데요. 독창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이러한 특색으로 인해 UC 아카이브스에서 보여지는 카토키의 MS들은 하나같이 예전 오리지널 디자인을 일신하는 멋진 스타일링으로 매력적인 아우라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76 페이지 동안 독자들은 이런 매력적인 MS들의 디자인 웨이브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푸른색 톤을 띄고 있는 컬러링. 차분하면서도 튀지 않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목차부분도 검은색 폰트로만 표시되어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데, 뭐랄까 여러모로 상당히 신경을 쓴 설정집 같다는 인상이 드는군요.



책의 소개 부분에는 건담 UC의 메카닉 디자인이 시작된 경위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범위에 대해 디자이너 겸 저자라 할 수 있는 카토키의 간단한 코멘트가 등장합니다. 



UC 아카이브스의 최초 등장시점과 함께 본서의 전개 순서를 설명한 우측의 코멘트. UC 아카이브스는 대체적으로 소설의 전개와 발맞춰 그 시점에 등장하는 MS들을 우선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몇몇 예외는 있지만 말이죠. 좌측 페이지를 보면 다음 페이지부터 소개될 MS 및 메카닉 디자인을 두개씩 짝지워서 간략하게 보여주는 다이제스트 페이지가 먼저 등장합니다. 이 부분의 경우는 번역하지 않고 원본 그대로 보여주고 있군요.



1화에 등장하면서 유니콘 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크샤트리아 코너. 이렇게 컬러 일러스트로 전면부와 후면부를 보여준 뒤 간략한 MS의 개요와 스펙 데이터를 나열하는 것으로 하나의 MS 코너가 시작됩니다.



유니콘의 경우는 유니콘 모드와 디스트로이 모드를 별도의 코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설정 페이지도 모두 올컬러 페이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설정집도 카토키 하지메의 것이라면 이렇게 고급스럽다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 설정집 Ver. Ka라도 되는 것 같군요. :)



제 취향의 디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고급스러움과 스타일리쉬한 설정 디자인은 확실히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소설 전개 순서로 MS를 소개하고 있기에 중간중간 이렇게 소설의 커버와 간략한 내용설명이 등장하여 챕터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저 단순한 MS 설정집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내용에 대한 숙지도 가능한 구성이지요.



특히, 팔라우 공략과 같은 스토리 상 주요했던 전투에서의 양세력간 전력 배치도와 같은 부분은 꽤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건담 팬들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라고 하겠죠.



MSV를 위한 최고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UC에서는 일년전쟁부터 그리프스 전쟁을 지나 네오지온 항쟁에 이르기까지 등장한 많은 MS들이 아주 잠깐 동안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찰나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런 MS들 역시 모두 이 UC 아카이브스에서 카토키 버전으로 새로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권말에는 빠지지 않고 카토키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원작자인 후쿠이 하루토시와의 대담. UC라는 소설의 제작비화와 건담 유니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네요.



빠지지 않는 프라모델 이야기. MG 유니콘 건담과 MG 시난주 제작에 대한 뒷 이야기가 역시 카토키와 반다이의 키시야마의 대담을 통해 간략하면서도 제법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끝에는 보기드문 색인 페이지까지... 건담 설정집이지만, 이 책의 아웃라인은 다른 분야의 무크지나 디자인 잡지를 연상시키는 정형화된 고급스러움이 언듯언듯 눈에 띕니다.



UC 아카이브스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알찬 내용으로 가득찬 설정집입니다. 소장가치를 생각한다면 좀 더 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가격적인 고려를 한다면 이런 작은 문고 크기의 고급스러운 컨텐츠를 가진 경제적인 설정집이라는 가치도 부족하다고만은 할 수 없겠죠. 부담없이 건담 UC의 멋진 설정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는 꽤 매력적인 설정집이라는 점은 확실한 듯 싶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Hajime KATOKI / SOTSU·SUNRISE / AK Communications (한국어판) 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UC 카토키 하지메 메카니컬 아카이브스 - 8점
카토키 하지메 지음,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건담 W로부터 수십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또다른 건담 W

AK 커뮤니케이션즈에 의해 2013년 1월부터 한국어판으로 발행을 시작한 '신기동전기 건담 W 프로즌 티어드롭, 속죄의 윤무 상편(이하 프로즈 티어드롭)'은 카도카와의 건담 전문지 건담 에이스를 통해 2010년 8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라이트 노벨입니다. 속죄의 윤무 2편과 연쇄의 진혼곡 2편, 비탄의 야상공 2편을 거쳐 일본에서는 2013년 1월 26일 적요의 광시곡 상권이 발행된 상태죠. 요즘 들어 건담 W의 컨텐츠가 여러모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데, 어쩌면 이 프로즌 티어드롭도 영상화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소설을 집필한 스미사와 카츠유키는 원작이기도 한 TV 시리즈 '신기동전기 건담 W'의 시리즈 구성과 각본을 맡은 인물로, 이미 일전에 소개드린 소설판 '엔드레스 왈츠'를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오랜 세월이 흘러서도 건담 W 세계관을 아끼고 발전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군요. 본 소설의 일러스트와 삽화는 엔드레스 왈츠 판의 일러스트를 맡기도 했던 아사기 사쿠라가 맡고 있습니다. 아사기는 건담 W의 라디오 버전인 '블라인드 타겟'의 코믹스도 그렸다고 전해지는군요. 여러모로 건담 W에 애착을 갖고 있는 크링에이터들의 작품이다보니 건담 W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컨텐츠가 아닐까 합니다.


이야기는 원 시리즈로부터 수십년 후의 이야기입니다. 듀오나 창과 같은 원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모두 초로의 인물들로 등장하고 있으며, 히이로 유이와 리리나는 동면 상태로 수십년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게 되는 설정입니다. 듀오 대신 그의 아들인 듀우 맥스웰이 히이로와 콤비를 이루며, 원 시리즈의 젝스 마키스와 동명이인인 젝스 마키스가 등장하는 등, 잘 모른 체로 접한다면 후속 등장인물들의 같은 이름에 다소 혼란이 올 수도 있습니다. 수십년 후인 현재와, 원작의 시간대였던 AC(애프터 콜로니) 이전의 과거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요. 여러가지 사정으로 내용을 못본 체 글을 쓰는지라 보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 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일단 이번 속죄의 윤무 상편은 과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깔끔한 일러스트는 마치 신 TV 시리즈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여러모로 건담 W라는 컨텐츠가 건담 에이스에서 그저 그런 대접을 받고 있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는군요. 커버 일러스트의 건담 W 일러스트는 카토키 하지메의 작품입니다.



냉동 캡슐 위에 앉아 있는 히이로를 그린 속 표지 일러스트.



히이로가 잠들어 있는 냉동 캡슐도 디자인되어 있네요.



무언의 전주곡 편과 속죄의 윤무 편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프로즌 티어드롭은 제목만으로도 일단 과거의 이야기가 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일러스트의 듀오는 원 시리즈의 주인공 듀오가 아닌, 그의 아들 듀오 맥스웰입니다.



권말에는 2권의 광고도 등장합니다. 인터넷을 보니 프로즌 티어드롭과 관련해 인물 일러스트는 꽤 여러장이 그려진 듯 싶네요.


프로즌 티어드롭은 벌써 총 7권이 발매되어 있다는 것으로도 이미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건담 W 사이드 스토리보다는 정통 후속편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이트 노벨이 어느 정도 반응을 얻는다면 영상화가 가능할 법도 한 컨텐츠이구요. 건담 W 팬들이라면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작품인 듯 싶습니다. 무엇보다 깔끔한 일러스트가 매력적인 책이기도 하구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W 프로즌 티어드롭 1 - 6점
스미사와 카츠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아사기 사쿠라 그림/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카토키 하지메가 디자인하는 건프라 디자인의 모든 것

내 건담 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뚝심의 출판사 AK 커뮤니케이션즈가 또 한 번 건담 팬들이 환호할만한 신간을 들고 우리를 찾아 왔습니다. 아니메를 넘어 건프라 전반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디자이너 카토키 하지메의 건프라 설정 디자인을 정리한 '카토키 하지메, 디자인&프로덕츠 어프루브드(Approved) 건담(이하 어프루브드 건담)'이 바로 그것. 이 책은 이미 2001년에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행된 '카토키 하지메 디자인&프로덕츠'의 후속편으로서, 2003년까지 카토키가 담당했던 HGUC, MG, 건담 Fix Figuration(이하 GFF) 제품 라인업의 디자인 일러스트와 작례, 그리고 카토키 하지메를 비롯한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뒷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건담 팬들과 건프라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기대되는 서적이기도 합니다.

건담 센티넬을 통해 혜성처럼 건담 월드에 입성한 카토키 하지메는 이후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나 '기동전사 V 건담' 등에서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건담 메카닉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리파인(refine)하거나 건프라 제품을 위한 설정 및 디자인에서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며 이후 건프라 산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HGUC 전 제품과 초창기 MG 라인업, 건담 완구 브랜드인 GFF, 그리고 스스로의 이름을 건 MG Ver.Ka에 이르기까지 건프라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그의 창조적인 발상은 데뷔작인 건담 센티넬이 거의 최대치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거의 입신의 경지에 이른 건프라 디자인 능력만큼은 독보적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역량의 일부분을 바로 이 책, 어프루브드 건담에서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책은 2003년에 발간된 책을 무려 10년만에 AK에서 재발간한 것으로, 근래의 건프라 라인업이 대거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HGUC 덴드로비움이나 MG Ex-s 건담, MG 퍼스트 Ver.Ka와 같은 건프라 역사에서 길이 남을 명키트들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저 그런 건프라 무크지와는 차별성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건담 센티넬 만큼의 레전드급 무크지는 아닙니다만, 광장히 유니크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국내에 출시된 건담 관련 서적 중에서는 손꼽히는 소장가치를 지닌 서적이 아닌가 싶네요.



표지는 카토키 최고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Ex-S 건담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한 Ex-S 건담은 MG 제품을 베이스로 하여 코바야시 마코토가 작례한 것으로서, Ex-S 건담의 특징을 십분 살린 멋진 작례라 하겠습니다.



센티넬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제쿠 즈바이의 작례. 아직까지 MG나 HGUC 라인업에는 없는 제품을 스크래치 빌드로 구현해는 작례입니다. 센티넬의 팬들로서는 제품화가 몹시도 기다려지는 녀석이기도 하죠.



HGUC 희대의 제품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HGUC 덴드로비움의 자태. 설정의 거대한 덩치로 인해 HGUC 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스케일과 가격을 자랑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아니메에서의 오리지널 디자인도 카토키가 해냈지만, HGUC로 출시되면서 카토키의 세심한 설계가 반영되어 아직까지도 많은 건프라 팬들에게 명 키트로 기억되는 제품이지요.



책에 등장하는 MG S건담과 Ex-S 건담의 변형 작례는 센티넬의 그것과 거의 동일한 컷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의 우측 흑백 서적이 건담 센티넬, 좌측이 어프루브드 건담.




MG의 새로운 라인업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Ver.Ka 라인업의 첫 신호탄 퍼스트 건담 Ver.Ka. 본 서적에서는 오리지널, 프로토타입, G3의 세가지 작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Ver.Ka 라인업은 퍼스트 건담부터 얼마전 뉴건담에 이르기까지 매번 압도적인 퀄리티의 라인업으로서 팬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지요.



이번 무크지에서는 그 분량이 다소 아쉬운 개발자 대담. 최초는 PS2용 게임인 '해후의 후주'에 등장하는 모빌슈트 디자인에 대해 카토키를 위시한 업계 관계자들의 대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본 서적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카토키 디자인 웤스. 프라모델 제품화를 위한 그의 설계 디자인과 스케치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의 작업 모두가 다 소개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분량과 정보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부의 메커니즘을 놀라우리만치 세심하게 디자인한 그의 작업들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한 프라모델 디자이너가 아닌 실제 군수무기 개발자를 연상시킬 정도의 치밀함에 전율하게 되지요. 디자인의 창조성으로만 보자면 다소 처질지도 모르지만 이런 디자인 능력과 감각은 범인의 경지라 할 수 없을 만큼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카토키와 업계 관계자의 대담이 실린 또다른 페이지. HGUC 개발의 시작부터 방향성을 정하게 된 계기, HGUC 덴드로비움에 이르는 HGUC와 MG 개발의 뒷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HGUC, MG와는 또다른 완구 브랜드인 GFF에서도 카토키의 입김은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완구 브랜드로서 접근에 실패했던 건담이 카토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완구 브랜드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볼 때 참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 옛날에 GFF같은 건담 완구가 등장했다면 건담은 재방송을 하지 않고도 본방에서 사회적인 현상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건프라라는 희대의 제품 라인업도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건프라의 발전으로 GFF 같은 완구 브랜드가 성공한 것을 상기한다면 재미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GFF 브랜드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센티넬 라인업. 비록 반다이와의 소원한 관계(?)로 인해 홀대 받는 센티넬이지만, 그래도 카토키가 있어서 몇 몇 브랜드들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제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초보 모델러들이 좋아할만한 색상표도 등장하여 깨알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 MS에 따른 데칼 페이지도 있네요. 유난히 데칼이 많은 Ver.Ka 라인업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구성입니다. :)



GFF 시리즈 대담. 대담 코너는 본 리뷰에 소개된 세 개가 전부입니다. 디자인 웤스가 주 메뉴인 본 서적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이해도 되지만, 심도 있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없어서 약간이 아쉬움도 드는군요.



GFF를 위한 카토키의 설정 디자인도 빠지지 않고 등장해줍니다. 


어프루브드 건담은 건담 월드에서 카토키의 실질적인 활약상(?)을 체감할 수 있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서적입니다. 한국의 건프라 팬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무크지인 셈인데요. AK는 이후에도 카토키 관련 서적을 또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기대가 크다 하겠습니다. 압도적인 디테일을 자랑하는 카토키의 설정 일러스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상당히 소장할만 친구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NAGOYA Broadcasting Network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카토키 하지메 디자인 & 프로덕츠 어프로브드 건담 - 10점
카토키 하지메 지음,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건담 W의 진정한 완결을 라이트노벨로 접하다.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2년 9월 30일에 발행을 시작한 '신기동전기 건담 W Endless Waltz(이하 엔드레스 왈츠)'는 '신기동전기 건담 W(1995)'와 '신기동전기 건담 W Endless Waltz(1997)'의 각본가로 활동한 스미사와 카츠유키의 동명의 라이트노벨을 한국어로 번역한 작품입니다. 스미사와의 라이트노벨은 1997년 4월에 강담사(코단샤)를 통해 신서버전으로 발행된 것이 처음입니다만, 이번 AK의 번역판은 2007년에 각천(카도카와)서점에서 수정된 문고버전을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스미사와는 2010년부터 건담 W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신기동전기 건담 W Teardrop'을 건담 에이스를 통해 연재 중이지요.

실제 아니메의 각본을 맡았던 스미사와이기에 본작의 내용전개는 아니메와 거의 유사합니다. 물론, 지면 상의 여유가 있는 라이트노벨의 여건으로 인해서 OVA/극장판에서 다루어지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뒷이야기가 추가되었다는 것이 엔드레스 왈츠의 특징이랄까요. 여기에 아니메에서는 부족했던 인물의 심리묘사와 상황묘사가 추가되면서 책은 OVA/극장판에 비해 좀 더 내용이 밀도가 있습니다. 거대한 사건을 풀어가기에 다소 러닝타임이 부족하다 싶었던 아니메의 단점이 어느 정도 커버되지 않았나 싶네요.

엔드레스 왈츠의 삽화 일러스트는 아사기 사쿠라가 맡았습니다. 아사기 사쿠라는 '소년 음양사'나 '세인트 비스트'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죠. 이번 엔드레스 왈츠에서도 특유의 순정만화 스타일의 필체를 살려 건담 W의 주인공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무라세 슈코가 그린 원 캐릭터의 느낌도 비교적 잘 살려낸 듯 하네요.

감독이 중도에 교체되면서 그다지 좋은 전개를 보이지 못했던 TV 시리즈와 달리 엔드레스 왈츠는 일관되고 깔끔한 전개가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다소 전개가 성급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호흡이 빠른 덕에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구요. 이 작품의 각본을 쓴 작가가 직접 집필한 소설이다보니 과거를 회상하는 몇 몇 에피소드가 제외되면 엔드레스 왈츠는 OVA/극장판 아니메와 거의 100%의 싱크로를 보여줍니다. 대사의 워딩은 거의 동일한 것 같네요.



표지는 깔끔한 컬러 일러스트로 꾸며져 있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라이트노벨보다는 코믹스같은 느낌을 주는군요.



X18999 콜로니에 잠입했다가 마리메이어 군에 가담한 우페이와 트로와 조우하여 결전을 벌이게 되는 히이로와 듀오의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가 속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설정 일러스트와 함께 제공되는 등장인물 소개 및 모빌슈트 소개.



아니메에는 없는 프롤로그를 통해 간략하게 건담 W의 세계관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사기의 일러스트는 건담 W의 캐릭터들과는 궁합이 잘맞는 느낌.



상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히이로와 우페이의 맞대결. 모빌슈트전 묘사는 밀리터리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어 오히려 아니메보다 그 묘사가 나은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엔드레스 왈츠는 건담 W아니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도, 아니메를 본지가 너무 오래된 건담 W팬들에게도 모두 괜찮은 작품입니다. 가볍고 부답없게 즐길 수 있는데다가 삽화 일러스트도 제법 괜찮고 내용도 깔끔하게 잘 정리되고 마무리된 라이트노벨이 아닌가 싶군요. 라이트노벨이라는 한계를 잘 지킨 모범적인 답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tsuyuki SUMISAWA 1997,2007 / SOTSU · SUNRISE / AK Communications(한국어판) 2012에게 있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W Endless Waltz - 上 - 6점
스미사와 카츠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기존의 모빌슈트 설정집에 비해 독자적인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무크지

빌슈트 전집 1권인 'RGM-79 짐 BOOK'(이하 짐)은 AK에서 출시된 건담의 상식 시리즈를 출시했던 후타바샤(쌍엽사)의 2010년판 건담 무크지입니다. 모빌슈트 전집 시리즈는 짐북 이후로, '수륙양용 모빌슈트 BOOK', 'MS-06 자쿠 BOOK', 'MS-07/09 구프&돔 BOOK', 'RX-78 건담&V작전 BOOK' 까지 총 5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어 있는데요. 비교적 최신간이고 1권인 짐북부터 AK가 발간을 했으니 앞으로도 이 시리즈는 계속적으로 AK를 통해 한국어판으로 만나볼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기대가 되는군요.(AK 측에서 제공을 안해주셨다면 제가 직접 구매해서 리뷰할 생각도 있었다는...^.^;)

무크지의 특성상 짐북은 동 출판사의 건담의 상식 시리즈보다 고급스럽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상승했지만 소장가치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보다 높을 수 밖에 없구요. 게다가, 텍스트 외에 건담 관련 설정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러스트 및 설정자료에 있어서 건담의 상식 시리즈보다 새로운 컨텐츠가 더 많다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어차피 많은 서적에서 다룰만큼 다룬 건담 설정자료는 그만큼 오리지널 일러스트와 설정자료가 식상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는데요. 이번 짐북은 독자적인 설정 일러스트의 추가로 그런 식상함을 상쇄한 동시에 이 책만의 소장가치를 높여주었다는 생각입니다. 단순한 건담 설정자료의 재구성을 넘어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한 셈이지요. 이 무크지의 첫번째 특징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짐북은 AK에서 출간되었던 건담의 상식 시리즈의 구분보다 좀 더 세분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건담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연방군측 양산형 모빌슈트 짐(GM) 계열의 모빌슈트만을 다룬 짐 '전문' 북인 것입니다. 이는 이 무크지가 다른 건담 백과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AK가 2010년 말에 번역출간했던 타카라지마 사의 '자쿠 대사전, All about Zaku'가 자쿠 계열 모빌슈트만을 다루었던 점에서 짐북은 자쿠 대사전과 비슷한 구성입니다. 다만, 파일럿 이야기 등을 언급하며 그 구성면에서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와 다소 비슷한 형식을 취했던 자쿠 대사전과 달리 이 짐북은 오로지 모빌슈트에 관한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이 짐북의 두번째 특징이지요.

☞ 자쿠대사전 All about ZAKU 리뷰 (보러가기)

이런 전문성(?) 혹은 한 이슈에 대한 집중적인 접근 때문이랄까, 짐북은 이제까지 AK가 출간했던 일련의 건담 설정집 중에서는 하이엔드(High End)에 속하는 무크지라고 생각됩니다.(물론, 건담 센티넬과 같은 레전더리는 논외이구요.) 편집과 구성도 난잡하지 않고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들구요. 사심이 들어간 평을 쓸 정도로 제 맘에는 쏙 드는군요. 


커버는 건프라의 커버 일러스트로 유명한 모리시타 나오치카의 일러스트로 시작됩니다. 일단 표지부터 일반 백과시리즈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군요.




무크지의 띠지를 원 커버의 짐 일러스트와 연결되도록 다리 일러스트를 그려넣어 일체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어판과 동일한 부분이죠.



모리시타 나오치카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목차 페이지(우)와 짐의 계보를 트리형태로 표시한 설정집 본문(좌). 



첫장은 짐 탄생의 배경에 대한 개괄론적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여느 건담 설정집과 유사한 구성이구요. 



짐의 개괄적 설명이 끝난 다음부터는 짐 계열별 기체 해설이 시작됩니다. 짐, 짐 스나이퍼, 짐 캐논 등으로 대표되는 짐계, 짐 커맨드, 짐 한랭지사양, 짐 스나이퍼 II 등을 다루는 후기생산형계, 육전형 짐을 소개하는 육전형 짐계, 짐 커스텀부터 짐 II, 짐 III로 이어지는 후기 짐계, 역습의 샤아, 건담 UC, F91에 등장하는 짐계열 MS를 다루는 제간계, 마지막으로 F91의 소형화된 짐계열 MS를 이야기 하는 소형화계 챕터로 나뉩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가장 아쉬운 것은 기동전사 Z 건담에 등장하는 에우고 측 양산형 MS 네모의 부재인데요. 설정상 짐 과는 다른 지온계열의 MS를 베이스로 했던 네모(역으로 외장은 연방계열의 디자인을 적용)는 이로 인해 짐 계열에도, 지온계열에도 끼지 못하는 애매한 신세가 된 듯 합니다. 




이 책의 첫번째 포인트로 언급했던 오리지널 일러스트. 일러스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습니다. 오리지널 일러스트보다는 병기적인 디테일이 고려되고 관절부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고 있어 반다이의 프라모델을 위한 설정 자료나 카토키 등 다른 디자이너들의 후기 일러스트 등을 참고로 한 듯 싶군요. 관절부나 장갑 접합부 등은 반다이의 프라모델에 적용된 디자인과 동일합니다.



이례적으로 짐계열 MS의 무기만을 다룬 챕터도 있습니다. CG 일러스트로 그려넣어 단순히 오리지널 설정자료를 가져다 쓴 것에 비해 성의가 보입니다. 다만 다루는 무기는 1년 전쟁부터 그리프스 전쟁 발발 전까지의 짐계열 무기에 한정되어 있네요.



병기 도색 챕터도 이 무크지의 유니크한 부분. 다만, 오리지널 짐계열에 한정된 두페이지 짜리 보너스 챕터라서 다소 컨텐츠는 빈약합니다.



모빌슈트 전집의 모체이기도 한 후타바샤의 계간지 '그레이트 메카닉' 시리즈에 등장하는 '야마자키 중사의 프라바보 외길 인생 코너'. 반다이의 MG 짐 2.0을 베이스로 작례 및 커멘트가 들어간 4 페이지 짜리 보너스 챕터인데요. 작례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짐 2.0의 퀄리티가 워낙 좋다보니 나름 볼만한 챕터이기도 합니다.



제간 계열 MS를 다루는 챕터 중간부터는 흑백으로 페이지가 변경됩니다. 위의 사진은 F 91에 등장하는 헤비건 시리즈으로 역시 독자적인 일러스트로 그려졌습니다.



흑백 설정자료도 빠지지 않고 등장. 적은 페이지에 제법 많은 양이 들어가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짐 계열 MS의 성능일람표는 건담 메카닉 마니아들에게는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짐북은 이제까지 한국에 출시된 일련의 건담 설정집 중에서는 가장 구성이 세련되고 깔끔하며, 전문성이 돋보이는 무크지 중 하나입니다. 만약, 이것저것 많은 AK의 건담 설정집 중 어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짐북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군요. 마스터피스까지는 안되더라도 소장가치는 충분한 편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Futabasha 2010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모빌슈트 전집 RGM-79 짐BOOK - 8점
카와이 히로유키 외 지음/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부끄러운 역사도 기록하고 되새길 때 비로소 훌륭한 지침이 된다.


문 중에서 무엇이 으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학입시에 편중된 한국의 교육세테를 감안하면 국어, 영어, 수학인걸까요. 하이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과학과 수학을 최고의 학문으로 여겨야 할까요.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경제학과 경영학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할까요. 아니면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본질적인 탐구를 위해서 철학을 맨 앞머리에 두어야 할까요.

학문에 서열을 두는 것은 사실 어리석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으뜸으로 삼았으면 하는 학문이 무엇이냐고 제게 물으신다면 저는 주저없이 역사학을 꼽고 싶습니다.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 한 나라의 흥망성쇄, 한 조직의 성공신화 혹은 실패담, 한 인간이 걸어온 삶의 발자취, 하나의 학문 또는 예술이 이룩해온 것들 ... 이 모두를 기록하는 역사는 모든 분야에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기록입니다. 이 기록을 통해 인류는 수많은 노하우를 축적하여 지금의 문명을 이룩할 수가 있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혹은 역사를 잊어버렸다면 인류의 문명은 분명히 지금보다 수세기는 후퇴되어 있었을 겁니다. 

'한국 슈퍼로봇 열전'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짧은 지식으로 무려 역사학의 의의를 주절거린 것은, 바로 한국 만화영화에는 한국 만화영화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미있는 시도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1998년 만화영화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한국 만화영화 40년사'는 한국 근대사 만큼 많은 굴곡을 짊어져야 했던 한국 만화영화의 역사를 최초로 다룬 방송으로, 한국 만화영화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 다큐멘터리 방송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시도와 결과물이 다른 학문이나 다른 대중예술 장르와 비교하여 수적으로 너무 열세라는 것입니다. 소위 '흑역사'로 치부되어진 한국 만화영화의 이야기를 용기있게 꺼내는 이들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 포스팅에서 다룰 페니웨이 저, lennono 일러스트의 한국 슈퍼로봇 열전은 그래서 그 가치가 더더욱 빛이 납니다. 남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한국 만화영화사라는 점에서 이 책은 그 발간 자체만으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흑역사로 치부하는 한국 만화영화사는 군사독재와 냉전시대라는 어두운 한국의 근대사와 그 발자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시대와, 열악한 대중문화관을 갖고 있던 시대 속에서 고군분투한 그 시절 애니메이터들의 애환도 같이 그 속에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 책은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객관적인 시점이 이 책의 두번째 의의이기도 합니다.


저자인 페니웨이님은 이 객관적인 이야기를 위해서 만화영화 책으로서는 보기 드문 치밀한 사전조사와 자료 수집을 선행했습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자세를 지켰다는 점에서 이는 높이 평가할만한 일입니다. 그 결과 이 책은 과거의 한국 만화영화사에 등장했던 수많은 슈퍼로봇들을 열거하고 이 추억을 아름답게 부풀리기만 하는 자의식 가득한 책과는 태생부터 다릅니다. 한국 로봇만화영화에서 저질러졌던 표절과 도용의 증거, 그리고 이 작품이 보여주었던 독창적인 부분을 저자는 작품마다 최대한 자세하게 짚어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 작품이 생겨난 시기의 사회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한 분야의 역사 이야기로서는 최고의 구성입니다. 

또한, 부연적인 설명을 위해 각 페이지마다 삽입되는 자세한 주석, 그 시절의 신문광고용 포스터, 대본 이미지, 표절했던 일본 아니메 포스터와 같은 자세한 사진들의 게재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의 사실성을 뒷받침하는 멋진 장치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우리들에게 만화영화에 대한 역사서도 이렇게 쓰면 다른 분야의 역사서 못지 않음을 한국 슈퍼로봇 열전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치밀한 조사와 출처가 분명한 인용, 그리고 사진들은 이 책의 세번째 의의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만화영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국 만화영화를 다룰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글을 쓰기 위한 각종 자료들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고 중도에 중단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이 치밀한 자료수집과 조사가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네요.)


lennono님의 일러스트는 이 책에 발견할 수 있는 또다른 매력거리입니다. 비록 표절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의 슈퍼로봇들이지만, lennono님의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들은 한국 슈퍼로봇 열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심볼입니다. 과거의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현재 우리가 나아가는 길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자는 이 책의 취지에 맡게 과거의 디자인 표절 혹은 도용의 흔적을 그대로 재현하되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록 표절 논란에 휘말린 로봇들이지만 이 일러스트를 보고 있자니 잠시 추억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랄까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 끝에 그려진 이 한장의 일러스트는 마치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현실에 쓰라린 마음을 달래는 휴게소와도 같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저는 과거 한국 로봇만화영화를 만들어온 애니메이터들에게 동정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당시의 한국은 요즘과 비교하자면 민주화 항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또는 중동의 군사독재 국가들과 별 다를바 없었던 때였습니다. 군인이 대통령이 되고 헌법을 뜯어고쳐가면서 장기집권을 시도했으며, 두번째 군사정권의 대통령은 부정축재와 시민학살이라는 파렴치한 만행을 저질렀던 인물입니다. 게다가 1970~80년대는 지금처럼 세계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고 인터넷으로 가까워진 시대가 아닙니다. 미국의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되기 위해서는 몇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고, 일본의 대중문화는 완벽하게 수입이 금지된 체 일부 방송사가 한국판으로 둔갑시켜 아무런 언급도 없이 버젓이 공중파 방송에 올려놓던 시절입니다. 당연히 대중문화에 대한 수준은 낮았고,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었으며,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이 사회전반에 걸쳐 전무했었구요.

정부의 통제와 감시 속에서 체계적인 능력없이 무작정 뛰어든 한국 만화영화계에 있어서 표절과 도용은 어찌보면 필연적인 수순이었을 겁니다. 일본의 경우 비록 2차 대전으로 패망했다고 하지만,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2차 대전 중 이미 세계 열강의 끝자리에 위치하던 나라였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군사독재 정권도 아니었으며, 부흥 후 만화영화를 중요한 프로젝트로 주도하는 등 만화영화에 대한 자세도 틀렸지요. 하지만, 한국은 조선제국의 몰락 이후 일본에 합병되어 사회, 정치, 문화 시스템이 모두 일본에 의해 통제되었고, 해방 후 6.25 전쟁으로 모든 사회 시스템이 파괴되면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던 나라였습니다. 망했던 선진국의 부흥이 아닌, 아무것도 안가진 후진국의 부흥은 분명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안타깝게도 선진국의 제품과 문화를 받아들여 이를 모방과 도용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던 것입니다.


만화영화 역시 0에서 시작했습니다. 0에서 시작한 한국의 슈퍼로봇, 게다가 슈퍼로봇 자체가 일본 만화영화가 유일하게 만들어낸(게다가 그 일본조차도 체 10년이 안된) 개념이었고, 때마침 일본의 대중문화는 한국에서 수입이 철저히 금지되었으며, 여기에 인터넷이 아닌 편지와 전보가 일상이던 당시를 감안한다면, 저 표절과 도용은 파렴치한 상술, 도덕적 해이보다는 저작권에 대한 무지, 디자인 능력의 전무, 인력과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이 더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비록 책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기형적인 완구 스폰서 시스템이 80년대 한국 로봇 만화영화의 제작 시스템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도를 넘은 표절작과 졸작들의 범람으로 한국 만화영화가 스스로 공멸을 불러왔지만, 현재의 결과적인 관점만으로 당시의 역사를 모조리 평가절하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자세는 아닐 겁니다. 우리의 잘못에 대해 우리는 지나치게 차갑고 냉정한 것은 아닐까요. 이는 마치 죄많은 부모를 냉정하게 외면하는 자식들의 모습처럼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70년대에서부터 21세기까지 한국사회가 너무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시스템이 바뀌면서 벌어진 엄청난 세대간 인식과 가치관의 차이는 우리 만화영화사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 슈퍼로봇 열전은 그 의의가 남다릅니다. 부디 이를 기점으로 한국 만화영화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평가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과거 이현세 화백 원작의 '아마게돈'이 극장 만화영화로 만들어 졌으나 흥행에 참패했을 때, 제작진들은 그 실패가 후대에도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과정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하나의 백서로 제작했다고 합니다(<올드보이>가 탄생하기까지, <올드보이 BOOK>, 씨네21). 실패를 되돌아보고 이를 기록하여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을 줄이는 작업, 즉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부디 이 책의 가치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독창적인 로봇 만화영화, 혹은 SF 만화영화가 만들어져 대중들에게 정당한 인정을 받는 날이 오기를 그려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페니웨이 · 한스미디어에게 있습니다.



한국 슈퍼 로봇 열전 (초판 한정: 대형 브로마이드 + SD캐릭터 스티커 증정) - 10점
페니웨이 지음, lennono 그림/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기동전사 건담부터 역습의 샤아까지 4개 시리즈에서 추려낸 150가지의 명대사들.

2012년 4월 15일부터 발매를 시작한 '영원한 건담 어록'은 각종 건담 관련 서적들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한국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AK 커뮤니케이션즈의 번역판 중에서도 나름 독특한 색채를 보여주는 서적입니다. 출판사이지만 대게 코믹스나 무크지, 설정집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AK의 라인업에서 텍스트 중심의 구성을 갖춘 서적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AK도 소설 쪽에서 꾸준히 많은 책들을 출간하는 건 사실이지만 건담 관련 서적으로서는 개성적이라 하겠습니다.

영원한 건담 어록은 일본의 렉카(レッカ, 견인차? 견인차 동호회에서 만든 회사...는 물론 아니구요)사에서 2007년 1월에 발행한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한 책입니다. 시기상으로는 살짝 지난 책인데요. 같은 해 11월에 출간된 렉카 사의 '영원의 건담 시리즈 vol.04, 기동전사 건담 어록'과는 조금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기동전사 건담 어록이 오로지 퍼스트 건담의 명대사만을 수록했다면, 영원한 건담 어록은 퍼스트 건담부터, 제타 건담, 더블 제타 건담, 역습의 샤아에 이르는 4개 작품의 명대사를 수록한 책입니다. 역시 건담 컨텐츠는 여러 각도로 재구성이 가능한 컨텐츠랄까요. 우려먹기라는 말이 나올만도 합니다만, 그래도 사주시는 일본 팬(이라 쓰고 오덕이라 읽는...)들이 워낙 많으니 뭐... 

아마도 한국어판으로는 이번 영원한 건담어록만 출간되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건담에 숱한 명대사가 많다는 것에는 100% 동감합니다만, 이 영원한 건담 어록에 실린 150개의 대사 중에는 일부 공감되지 않는 대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퍼스트 건담 46화(TV 시리즈 43화에 극장판 3편 포함), 제타 건담 50화, 더블제타 건담 47화, 역습의 샤아 1화까지 포함하여 144화에 해당하는 분량 중에서 150개의 대사를 추렸으니 1화당 1개씩은 뽑아낸 셈이죠. 이렇게 계산하면 좀 많이 추려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여러 스탭들이 대사를 추려내다보니 각자가 느낀 감성이 달라 그런 측면에서 대사가 다소 많아진 점도 있을 듯 싶습니다. 물론, 상업적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구요. (앞서 언급한 기동전사 건담 어록에는 100개의 대사를 싫었다더군요. 편당 2개의 대사라... 이것도 너무 많아 보이는군요?)


영원한 건담어록은 150개의 대사를 추려내어 10명의 필자가 그에 대한 감상을 짧은 수필 형식으로 써내려간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필자 대부분은 프리라이터(자유기고가) 출신들인데요. 모두가 애니메이션 관련 직종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아니메라는 굴레를 벗어나서 하나의 영상매체라는 관점에서 감상을 전개할 수 있기에 좀 더 보편적인 느낌을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다만, 자유기고가들의 필력이 개인적으로는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이랄까요.

 

 

총 4장으로 구성된 영원한 건담어록은 약 350페이지의 분량 중 거의 절반인 150페이지 정도를 퍼스트 건담의 대사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퍼스트 건담에 대한 팬들의 지지가 크다보니 다른 작품들에 비해 추려진 대사가 많은 것으로 보이군요.

 

 

건담이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결을 상징하는 작품임을 의미하는 아무로의 대사. 젊은이들이 어른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을 통렬히 비판하는 토미노식 대사는 이후 더블제타 건담까지 계속됩니다.

 

 

무척이나 어른스러운 샤아의 대사. 20대 청녀의 입에서 나온 대사치고는 무척이나 건방지기까지...

 

 

이제는 조금 구식으로 느껴지는 브라이트의 대사. 나약한 신세대에 대한 비판적인 어른의 시각도 이렇게 작품에서 왕왕 보여집니다. 구세대의 부조리함을 비웃고, 신세대의 어리광을 나무라는 토미노식 화법이랄까요.

 

 

 여기저기서 줄기차게 인용되고 패러디 되어온 란바 랄의 명대사도 당연하게 실려 있습니다.

 

 

약 70여개의 퍼스트 건담 대사 중에는 반가운 대사들도 무척이나 많았지만,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대사도 등장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대사가 돋보이는 부분은 주인공이 아닌 단역이나 엑스트라들에게서도 의미가 있는 대사가 등장한다는 것이죠. 주인공인 아무로 레이의 대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건 이해가 가는데 라이벌인 샤아의 대사가 3개 밖에 꼽히지 않은 것은 의외군요.(물론, 퍼스트 건담에서 샤아는 한동안 작품에서 등장하지 못하는 적이 있기는 합다만) 단, 제타 건담에서는 샤아의 활약에 눈에 띄게 많으니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퍼스트 건담보다 제타 건담에 더 공감가는 대사가 많은 편입니다. 너무 어렸을 때 본 건담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대사보다는 모빌슈트에 더 관심이 갔었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본 제타 건담의 경우는 만화영화의 수준을 넘어서는 어른스러운 대사들이 좀 더 마음에 와닿았던 듯 싶네요. 카미유를 질책하는 에마의 따끔한 대사.

 

 

굉장히 어른스러운 벨토치카의 대사. 저 적극적인 발랄함이 당시에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라 느꼈졌었는데요. 실제로 제 경우에는 저런 적극적이 여성과는 코드가 잘 안맞는 듯. 

 

 

제타 건담에서는 무엇보다도 크와트로(샤아)의 대사 중에서 인상적인 대사가 많습니다. 제타 건담에서의 샤아는 흔히들 토미노 감독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전체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대사들이 자주 등장하곤 했지요.

 

 

비운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더블 제타 역시 앞선 시리즈들 못지 않게 인상적인 대사들이 등장합니다. 다만, 시리즈의 인기가 높지 않다보니 전반적으로 공감대 형성에는 실패했지요. 제타 건담의 포 무라사메와 비슷한 역할이었던 비운의 히로인 엘피 플의 대사. 

 

 

더블 제타의 히어로 쥬도 아시타의 결의에 찬 대사. 사실, 근래에 들어서는 저런 대사가 일본 아니메에 너무 자주 등장하면서 오히려 옛날 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도 같습니다.

 

 

앙케이트를 통해 뽑은 인기대사 베스트 3을 소개하는 페이지. 인기도를 위주로 뽑아 본 편에는 실리지 않은 대사도 눈에 띕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기대사 리스트를 TOP100 정도로 소개하는 챕터가 별도로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네요.

 

 

다음에는 명사들이 좋아하는 건담의 대사도 소개됩니다. 이 부분도 너무 짧아서 아쉬운 감이 있네요. 일부 대사를 줄이고 이런 코너를 좀 더 확장했다면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곁들여 봅니다.

 

 

역습의 샤아편은 기성세대를 질타하는 신세대라는 이제까지 건담의 기조와는 다소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인공인 아무로와 샤아가 모두 어느 정도 성장하여 기성세대에 속하게 된 나이(물론, 그렇다고 하기에는 실제로 극중 나이가 너무 어립니다만)가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이전 시리즈의 신세대적이고 진보적인 대사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색체를 띄는 대사들이 왕왕 등장합니다. 지구로 낙하하는 액시즈를 막기 위한 브라이트의 비장한 대사도 그런 편이죠.

 

 

영원한 건담 어록은 이야기보다는 설정 위주로 소비되었던 이제까지의 건담 컨텐츠와는 달리 건담의 본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컨텐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그를 위해 추려진 대사의 양이 너무 많고, 필자들의 견해가 그리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인기 대사를 추려낸 코너를 확장해서 신설하는 등 챕터의 다양화를 추구했다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도 있구요. 명장면집으로 대사와 그 상황 전체를 스크린 샷과 함께 좀 더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면 좀 더 공감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어쨋건 간에 이런 류의 컨텐츠가 그리 많지 않다보니 분명 이 책만의 개성적인 매력은 갖고 있는 셈입니다. 영원한 건담 어록은 단순히 모빌슈트의 일러스트나 설정 말고도 대사 자체도 건담 월드의 멋진 컨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책이라 하겠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RECCA SHA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영원한 건담 어록 - 6점
타니타 슌타로 지음, 이혁진 옮김/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설정자료를 주축으로 하여 접근한 건담의 상식 네번째 번역판

2011년 연말에 발행된 AK의 네번째 건담의 상식 시리즈 '일년전쟁 모빌슈트 대사전(이하 MS 대사전)'은 일본 쌍엽사(후타바샤)에서 출간한 동명의 미니대백과의 한글판입니다. 일본에서는 2009년 출시되어 모빌슈트 대전이라는 부제로 발간된 책이기도 하지요. 

일전에 소개해드린 건담의 상식,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가 연방군편과 지온군편으로 나뉘어 퍼스트 건담부터 V 건담(혹은 턴에이 건담)에 이르는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모든 건담 시리즈의 모빌슈트를 망라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일년전쟁이라는 배경 하에서 등장한 연방군과 지온군의 모빌슈트를 망라한 대백과입니다. 같은 설정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소재의 중복이라는 피할 수 없는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만, 건담의 자료를 어떤 관점에서 정리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는 나름 선택의 폭을 부여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후타바샤는 이 외에도 일년전쟁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건담 대백과를 더 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려먹기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은 모양새네요.



말 그대로 이번 MS 대사전은 일년전쟁이라는 작품의 배경 하에서 등장한 모빌슈트만을 이야기하는 서적으로, '기동전사 건담(1979)'과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 '기동전사 건담 제 08 MS 소대(1996)', '기동전사 건담 MS IGLOO(2006)', 마지막으로 해당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된 MSV의 모빌슈트가 총 망라되어 있습니다. 목차 전에 오카와라 쿠니오가 그렸던 퍼스트 건담의 러프 디자인이 살짝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네요.


이 책의 한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이 모빌슈트들의 성능 게이지를 기재하여 직관적인 모빌슈트 성능 비교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출판사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갔기에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애초에 모빌슈트의 성능을 정량적으로 설정한 공식적인 자료가 없었기에 흥미로운 데이터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친절하게도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커멘트를 하고 넘어가는 부분은 만화영화 대백과라는 책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역시 디테일에 강한 일본다운 색체가 느껴지는 부분.


본 서적은 앞서 한글판으로 출판된 건담의 상식 시리즈와 달리 흑백 페이지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컬러판 설정 일러스트와 스틸샷이 주가 되었던 앞선 서적과는 달리 흑백 설정자료들이 대거 삽입되었기에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만큼 건담의 여러 설정자료를 맛보기로나마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이전 시리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어김없이 명장면 시리즈도 등장하고 있구요.


조종석 설정자료는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SF/로봇 마니아들의 로망이기도 합니다.


서비스로 지온군과 연방군의 에이스 파일럿 소개 페이지도 등장합니다. MS 대사전 답게 에이스 파일럿의 기체들이 나오는군요. 짤막짤막하게 소개되는지라 거의 쉬어가는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일년전쟁 챕터 이후에는 0080 포켓 속의 전쟁에 등장하는 모빌슈트들이 소개됩니다. 퍼스트 건담의 MS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빌슈트인지라 설정자료들이 더더욱 반갑네요.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이 0080 포켓 속의 전쟁 챕터와 08 MS 소대 챕터의 모빌슈트 설정자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가 진화된 만큼 확실히 설정자료의 디테일도 업그레이드 된 느낌입니다. 포켓 속의 전쟁 편은 이즈부치 유타카를 주축으로 메카닉 디자인이 그려졌었죠.


08 소대 편에도 매력적인 모빌슈트들의 설정자료를 접할 수가 있습니다.


MS IGLOO는 CG 애니메이션으로, 통상적인 설정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챕터 중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연방군 에이스 파일럿 목록도 후반에 등장합니다. 안타깝게도 등장한 오타, 좌측 중앙의 짐 라이트아머의 파일럿은 세이라 마스 소위가 아니라 게리 로져스 대위인 듯.


MSV는 성격상 설정자료나 성능 비교 게이지가 없습니다.

사실 네 번의 건담의 상식 시리즈를 거치면서 중복된 부분이 있어서 가치는 이전보다 덜한 느낌입니다만, 이전의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흑백 설정자료나 좀 더 직관적인 스펙 비교 등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 책입니다. 이후에 등장하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는 또 어떤 곳에 주안점을 두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기대되는군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SUNRISE / ⓒ FUTABASHA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건담의 상식 - 6점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 김문광 옮김/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전설의 건담 무크지, 무려 23년만에 한국어판으로 정발되다.

1987년 일본의 월간 모형잡지 모델 그래픽스의 9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건담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건담 센티넬의 집대성인 무크지 '건담 센티넬, 리얼 건담의 전쟁(이하 센티넬)'이 23년만에 한국어판으로 한국서점가에 등장했습니다. 아마 그동안 한국어판으로 등장했던 건담 관련 서적 중에서는 손가락 안에 꼽을 레전드급 서적이 아닌가 합니다. 건담의 오랜 팬들이라면 많이들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센티넬은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과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사이의 비어있는 기간 동안 프라모델 라인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반다이가 모델 그래픽스에게 외주를 주었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태생 자체가 그제까지의 건담과는 다른 셈이지요.

하지만 센티넬이 한창 기획에 들어가고 있던 중간에 역습의 샤아의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빨리 진척되면서 반다이의 프라모델 라인은 모두 역습의 샤아 쪽으로 집중하게 되고, 애초에 더블 제타와 역습의 샤아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 했던 센티넬의 프라모델 기획은 잠시 뒤로 미루어지게 됩니다. 역습의 샤아 편 프라모델 런칭이 끝나자 반다이는 다시 센티넬의 상품화를 타진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S 건담을 비롯하여 몇 종의 MS가 상품화에 성공하게 됩니다. 다만, 이 즈음 센티넬의 프로젝트 팀은 센티넬의 프라모델 상품화에 있어서 자신들의 권리를 반다이에게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사항이 당시 서면이 아닌 구두로만 오고 갔었다는 것이고, 이후 반다이 내부 인사이동으로 인해 이러한 구두 약속은 반다이 내에서 지켜지지 않게 됩니다. 즉, 제대로 된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죠. 그로 인해 이후 반다이는 센티넬의 판권이 소츠 에이전시와 선라이즈의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센티넬의 후속 상품화는 난항을 겪게 됩니다. 말할 것도 없이 모델 그래픽스와 반다이의 사이는 소원하게 되었고, 이 와중에 센티넬의 핵심 멤버라 할 수 있는 메카닉 디자이너 카토키 하지메가 모델 그래픽스를 떠나 반다이에 합류하여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에 참여하는 등 상황이 변하게 되었죠. 이로 인해 센티넬의 상품화는 한동안 요원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자쿠러님의 포스트를 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 <건담 센티넬> 관련 상품화가 미진한(?) 이유 (보러가기)


하여간에 이렇게 판권 문제가 얽혀 있었던 전설의 무크지가 한국에 발매되었다는 것은 건담팬들로서는 몹시나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이 아니랄 수 없겠습니다. 그 옛날 거금을 들여가면서 읽지도 못하는 원서로 구입하여 읽어온 아저씨 팬들에게도, 시드 혹은 더블오 시리즈에 익숙해져 있는 신세대 건담 팬들에게도 센티넬은 여러가지 면에서 가치있는 서적이 아닐까 싶군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마도 국내에 발간된 건담 관련 서적 중에서는 단연코 레전드 급 서적이라 하겠습니다.

센티넬은 모델 그래픽스에서 연재하던 당시, 원작자인 타카하시 마사야의 소설과, 카토키 하지메의 메카닉 디자인과 SF 설정, 여기에 관련 프라모델 작례가 합쳐진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게 됩니다. 여기에 제타 건담과 더블제타 건담에서 메카닉 디자인 스탭으로 활약한 아키타카 미카의 모빌슈트 걸까지 등장하는 등, 건프라 팬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컨텐츠가 포함되어 있던 코너였었죠. 여기에 신규 설정과 디자인 등이 추가되어 320 페이지의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무크지로 탄생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더블제타 건담과 역습의 샤아 사이에 시작된 기획이지만, 센티넬의 시대배경은 우주세기 0088년으로, 제타 건담의 시대배경인 그리프스 전쟁 말기입니다. 그리프스 전쟁 당시 MS 전투기술을 연구하는 지구연방군 소속의 지구연방군 교도단 중 티탄즈의 사상에 동조한 장교들을 주축으로 한 일부 집단이 반란을 일으켜 뉴 디사이즈라는 조직을 만들고 친 에우고로 돌아선 연방 정부에 반기를 들게 되지요. 센티넬은 이 시기의 뉴 디사이즈와 연방군의 진압부대인 알파 임무부대의 국지전을 주요 에피소드로 삼고 있습니다. 제타 건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트를 한 번 참고해보시구요.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2006) (보러가기)

무크지의 첫장을 펴면 다소 고풍스런 프라모델 합성 사진(당시로서는 상당한 테크닉을 요했던 사진으로 SFX스러운 느낌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음)과 함께 센티넬의 이야기가 14장 64페이지 동안 펼쳐지게 됩니다. 소설로서는 짧은 분량이지만 이러한 무크지에서는 제법 많은 분량의 이야기인데요. 센티넬의 소설 완전판은 이 89년판 무크지와 별도로 1990년에 소설로 발간되기도 합니다. 본 무크지의 스토리를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작고 흐린 폰트로 인해 가독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어지간한 센티넬의 팬이 아니고서야 읽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듯 하군요. 아 참, 당시 서적으로서는 독특하게도 좌철방식의 서양식 편집방식을 따르고 있는 센티넬입니다.


66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센티넬의 목차가 등장하게 됩니다. 7페이지에 걸친 센티넬의 개요에 이어 캐릭터 챕터에서는 등장인물이 아닌 센티넬에 등장하는 모빌슈트와 메카닉의 설정자료가 소개됩니다. 모델 챕터는 캐릭터 챕터에 바로 이어 프라모델 작례 사진과 작례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으로, 이 두 챕터가 센티넬의 메인 컨텐츠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할애되는 페이지 수도 가장 많지요. 그래픽스 챕터에는 본 무크지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일러스트와 커멘트가 실려 있습니다. 캐릭터 챕터와 모델 챕터의 분량이 워낙 많다보니 후반부인 237페이지부터 등장하게 됩니다.

텍스트 챕터에는 당신도 만들 수 있는 완벽 키트 공략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제목과는 달리 초심자들이 한번에 해내기에는 다소 어려운 프라모델 기법들이지만요. 마지막은 기타 챕터로 센티넬의 개요나 용어 정리, 작례 해설, 편집진 인터뷰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목차는 페이지 번호 순이라기보다는 컨텐츠 내용별로 정리되어 있으며, 일부는 다른 챕터 중간 중간 보너스 챕터처럼 끼워져 있는 구성이라 하겠습니다.


애초 센티넬의 주역 기체인 S 건담은 이오타 건담이라는 명칭으로 카토키 하지메에 의해 탄생하게 됩니다. 다만, 카토키의 디자인 이후, 이오타 건담은 후지타 카즈미에 의해 최종적으로 클린업 되고, 나중에는 S 건담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변경되지요. 후지타 카즈미는 아시다시피 약관의 나이에 제타 건담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하여 제타 건담의 클린업 디자인 및 등장 MS의 상당수 클린업 디자인을 맡았던 인물인데요. 카토키(1963년생)의 리파인 디자인에 후지타(1964년생)의 클린업 등, S 건담은 당시 약관의 천재 메카닉 디자이너들이 창조해 낸 획기적인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건담은 이오타 건담으로, 카토키의 러프 디자인입니다.


초기 명칭인 이오타 건담은 릭 디아스를 의미하는 감마(γ) 건담부터 델타(δ) 건담인 백식, 제타(ζ) 건담에 이르는 일련의 그리스 로마자 표기 명칭의 라인 상에 위치함을 의미합니다. 이 그리스 로마자 표기는 건담 월드에서 MS 개발사로 설정된 아나하임의 개발코드를 의미하고 있는데요. 9번째를 의미하는 이오타는 8번째 건담인 세타(θ) 건담, 즉 더블 제타에 이어 아나하임 사에서 개발된 건담이라는 설정이 부여되지요. 13을 의미하는 뉴(ν) 건담은 아나하임의 11번째 건담입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이 아나하임의 건담을 개발 코드 명칭별로 분류한 표이구요.


카토키의 S 건담은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벽한 설정과 메커니즘이 부여됩니다. 물론, 당시에도 일본의 메카닉 디자인은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디자인하는 세심함과 꼼꼼함이 특징이기는 했으나 프레임을 일일이 다 분해하여 하나하나 부품까지 메커니즘을 구현해낸 위의 설정 자료는 당시 건담팬들과 메카닉 마니아들에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생각됩니다.  


또한 건담 계열 중 가장 난해한 변형 구조를 가진 S 건담의 변형 메커니즘을 구현한 설정자료는 지금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포스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지금의 카토키 디자인 스타일은 그리 좋아라 하지 않습니다만, 이 때의 카토키 디자인은 상당한 공감과 함께 좀 과장해서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하겠습니다.


MS 설정자료에 이어 공개되는 작례 사진들. 1:144의 EX-S 건담의 작례는 1:144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이 무척 큰 느낌인데요. 전반적으로 20여년전의 작례들이라 지금의 작례에 비해서는 디테일이 떨어지긴 합니다만, 작금의 MG나 HG 같은 훌륭한 베이스가 없었던 당시 풀 스크래치 빌드로 보여준 저 디테일은 분명 놀라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커버를 장식한 1:20 스케일의 S 건담 상반신 모델은 지금의 수준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레전드급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군요.


에반게리온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의 러프 디자인을 베이스로 태어난 제쿠아인 츠바이의 작례도 인상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안노는 건담 시리즈의 열혈팬으로 역습의 샤아에서는 메카닉 디자인으로 참여하기도 하지요.


센티넬 시리즈에서 최초로 소개되었던 더블제타 건담의 강화형 FAZZ(Full Armor ZZ Gundam)의 작례는 2001년에 발매되어 센티넬 시리즈의 첫 MG화를 알렸던 MG FAZZ 보다도 훨씬 나은 프로포션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244 페이지에는 단편 만화도 등장합니다. 카토키 하지메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보아 카토키 하지메 본인이 직접 그린 만화인 듯 하군요,


이제까지의 하드코어 SF 스타일과는 그 분위기를 달리하는 모빌슈트 걸들도 빠지지 않고 이 무크지에 모습을 내밀고 있습니다. 미소녀와 SF라는 당시 아니메 마니아들의 양대 코드를 실로 절묘하게 매칭시킨 창조물이라 하겠는데요. 이러한 개념들은 근래의 작품에까지 이어져오게 됩니다. 모두 아키타카 미카의 일러스트들.


S 건담의 강화형 계획 중 하나인 S 건담 딥 스트라이커의 압도적인 위용. 대빔 방어용 병기인 I 필드를 비롯, 전합급 메가입자포, 다량의 부스터 등 일반 MS를 능가하는 전투력을 가진 머신이라 하겠는데요. 이는 후일 카토키가 디자이너로 참가하게 되는 건담 0083 시리즈에서 건담 3호기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덴드로비움에 영향을 준 기체라 하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S 건담의 가변형태인 G 크루저의 부품 전개도입니다. 모듈별로 분리되는 이 놀라운 전개도는 내부 메커니즘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한 디자이너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데요. 오히려 근래 카토키 디자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일부 페이지의 가독성 문제나 눈에 띄는 몇몇 오타들이 오점이긴 합니다만, 이번 센티넬 한국어판은 분명 이제까지의 한국어판 건담 서적과는 다른 레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분량에 가격도 이제까지의 건담류 서적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녀석(물론, 320 페이지라는 분량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편도 아니지만)입니다만, 그 오랜 세월 동안 숙성되어온 깊이와 풍미는 소장용으로서 더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당신이 건담 팬이라면, 그리고 특히나 예전의 건담 시리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거나 갖을 예정이라면, 이 센티넬 무크지는 분명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리라 생각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 大日本絵画 / 한국어판 ⓒ AK 커뮤니케이션즈 에게 있습니다.

건담 센티넬 - 8점
아사노 마사히코 엮음/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가격대비 멋진 내용을 선보이는 AK의 세번째 건담 대백과 시리즈

AK 커뮤니케이션즈(이하 AK)에서 2011년 8월 중순에 발간한 건담의 상식 시리즈 세번째인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 지온군편'(이하 지온군편)은 지난번 '건담의 상식,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 지구연방군편' 리뷰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일본의 출판사인 후타바샤(쌍엽사, 双葉社)에서 출간한 건담의 상식 시리즈의 번역판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가 10편 이상 출간되어 있는데요. 그 얘기인즉슨, 앞으로 AK의 번역판도 계속 출간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겠지요.

☞ 건담의 상식,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 지구연방군편 - 돌아온 AK의 건담 대백과 (바로가기)


이번 편은 지난 번에 출간된 지구연방군편에 대응하는 지온군편의 설정집으로, 지온군의 모빌슈트(이하 MS)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 지온군편이 지구연방군편보다 먼저 발간되었었는데요. 지구연방군편의 경우에는 건담 계열의 순수 지구연방군 MS 외에도 제타 건담 시절부터 지온군의 기술이 접목된 자쿠 계열의 MS가 등장하는 등, 다소 일관성이 없는 듯한 모양새였으나, 이번 지온군편은 모노아이로 대표되는 디자인적 동질성을 가진 지온계 MS들이 대거 등장하는 관계로 좀 더 일목요연한 느낌입니다. 지온군편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이나 '기동전사 V 건담(1993)'에 등장하는 세력으로 지온의 이미지를 계승한 크로스본 뱅가드나 잔스칼 제국의 MS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요.(반면, 지구연방군편에는 F-91이나 V 건담 등의 기체가 소개) 이들 MS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수는 지구연방군편과 대등합니다. 


보시다시피 같은 형식의 형제격 출판물인지라 편집 디자인은 동일합니다. 뒤쪽에 포개져 있는 것이 지구연방군편, 앞쪽의 것이 지온군편입니다.


역시 이번에도 모리시타 나오치카의 일러스트가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건담과 함께 건담월드를 양분하는 모빌슈트이자 양산형 메카의 방향을 제시한 전설의 메카 자쿠입니다. 지구연방군편과 마찬가지로 MS에 대한 개요, 해당 MS의 계보, 등장 MS의 간단한 소개, 해당 MS가 활약한 장면설명, 해당 MS에 탑승한 유명 파일럿 등, 다양한 내용들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자쿠의 뒤를 이어서는 구프가 그 바톤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자쿠의 파생 기체로, 사실 지휘관용 커스텀기에 그쳤던 구프지만, 당당히 한 챕터로 나뉘어질 정도로 후계기종도 많고 인기도 많았던 기체입니다. 저도 어렷을 적 무척 좋아했던 친구구요.

 

구프 다음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돔 계열의 기체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1년 전쟁 기체 중 가장 매력적인 놈이라고 혼자서 정해놓은 기체이기도 한데요. 아니메나 MSV에 등장한 기체 외에도 게임 소프트에 등장했던 기체들도 소개되고 있네요. 페이지를 보시면 형식 명 위에 범용형/전용기형/고기동형/국지전형/특수·기타형의 범례가 표시되어 있고, 해당 MS의 용도에 해당하는 부분이 하이라이트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인다운 꼼꼼한 표시기법인 듯.

 

 

비운의 MS 겔구그가 네번째를 장식하고 있군요. 이 MS는 자쿠, 구프, 돔과 달리 팬들로부터 호불호가 좀 갈리는 MS입니다만, 일년 전쟁의 후반부를 장식했던 명 MS답게 다양한 배리에이션이 등장해주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리겔그J형의 소개 페이지는 후타바샤 편집진이 고해상도 이미지를 못구해서인지 저해상도 이미지를 사용되어 삽입 그림이 그리 품질이 좋지 못합니다. 두 페이지 정도가 이미지 품질이 좋지 못하더군요. 이 책의 옥에 티이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지온군편 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판 건담 설정집에서도 리겔그J형은 저랬었던 것 같은 데자뷰가...

 

 

다음으로는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수륙양용 모빌슈트 챕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자브로에 침투한 붉은 혜성의 즈코크가 연방군의 양산형 MS GM의 복부를 꿰뚫는 장면을 멋진 각도로 재현해낸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네요.

 


그 뒤를 이어서는 시험제작기나 원 오프 타입의 커스텀기들을 소개하는 챕터와 모빌 아머 챕터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MS IGLOO(2004)'에 등장하여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주다라든지, 퍼스트 건담에서 멋진 매력을 보여준 걍,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에서 건담보다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준 캠프와 같은 독창적인 MS들이 소개되고 있네요. 모빌아머 챕터는 별도의 일러스트가 없이 스틸샷 편집으로 구성되어 다소 아쉽습니다.


지온군의 MS 소개가 끝나면 2장으로 장이 바뀌어 액시즈/네오지온의 MS가 소개됩니다. 여기서부터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의 MS들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다소 그 수가 적었던 액시즈의 MS에 비해 네오지온의 MS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이 시기의 지온제 MS들은 연방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 면에서 크로스오버된 느낌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결과 드벤울프나 바우와 같은 매력적인 MS들이 나오게 되지요. 개인적으로 이 시기의 지온제 MS들을 좋아라하는 편입니다.

마지막 챕터는 제2차 네오지온 항쟁과 라플라스 전쟁에 등장한 MS들이 소개됩니다. 아니메로 치면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7)'와 '기동전사 건담 UC(2010)'의 MS들이 등장하는 부분인데요. 다소 의아한 부분은 사자비나 시난주, 크샤트리아와 같이 이 마지막 챕터에 속했어야 할 기체들이 앞선 액시즈/네오지온 챕터에서 소개되고 있는 점입니다. 반면 기라도가 야크트 도가, 알파 아질과 같은 제2차 네오지온 항쟁의 MS들은 제대로 이 챕터에서 소개되고 있네요. 더불어 지면 부족에서인지 소설 '벨토치카 칠드런'에 등장했던 사자비의 배리에이션기인 나이팅게일이 등장하지 않은 점도 다소 아쉬운 점. 반면 지구연방군편에는 나이팅게일에 대응하는 하이뉴 건담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구연방군편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건담의 상식 시리즈는 건담 설정집의 결정판 같은 책은 아닙니다. 누락된 MS도 제법 있고, 아무래도 한정된 지면에 많은 MS들을 소개하다보니 건담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7,500원이라는 가격(인터넷 서점에서는 더 저렴)을 감안하면 분명 파워풀한 건담 설정집이기도 합니다. 캐주얼한 건담 팬들에게는 가치있는 컬렉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본 포스트의 사진은 모토로라 ATRIX MB860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 속 도서의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SUNRISE / ⓒ FUTABASHA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건담의 상식 - 8점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라이온북스의 이벤트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 그는 누구인가?'를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바로가기)

보통사람들의 피부에 좀 더 와닿을 보통사람의 자기계발서

ⓒ 라이온 북스

러분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번듯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집 걱정 교육 걱정없이 휴가철마다 해외여행을 갖다오는 그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그런 중소 기업에서 그저 그런 연봉을 받고, 결혼할 때가 되어 은행 대출로 전세집을 마련하여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고 그런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는가.

변변치 못한 가정사정과 변변치 못한 학력으로 직장마저 만족스럽지 못한 곳을 다니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 적령기가 다가왔어도 쉽사리 결혼할 엄두도 못내고 속만 끓이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내면서 막상 대학은 졸업했지만 취업의 문이 너무도 좁아 매번 그 문턱에서 미끄러지면서 불안감과 야속함으로 세상을 원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이 모든 것들은 오로지 태어난 배경과 사회적 지위, 소위 말해서 부모를 잘 만나야만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이 천지개벽해야 나아질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소위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이다.

IMF를 전후로 십수년간 무수한 자기계발서들이 자신과 현실을 바꾸려 하는 많은 이들에게 읽혀 왔다. 아마 우리도 모두 그러한 책들을 적어도 한 두권은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의 삶은 바뀌지 않은 것일까.우리는 자신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올바른 방법을 사용한 것이 맞는 것일까.

정철상 교수의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는 이제까지 등장한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해온 이론과 방법론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는 자기계발서 모두가 갖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결국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물론, 공력이 높은 저자의 경우는 좀 더 깊이 있거나 독창적인 것들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것이 저자의 지식과 경험에 의해 살아 있는 지침으로써 독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 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정철상 교수의 이야기는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만 한데, 그것은 바로 이 책이 자서전의 성격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직접 체득한 삶의 진리, 이것은 이론적인 가이드라인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준다. 물론, 다른 자기계발서에도 이렇게 스스로가 직접 체득하거나 타인의 생생한 성공담이 실려 있기는 하다. 여기서 한가지 더 주목해야할 포인트는, 이 책이 대단한 성공과 커리어를 구축한 명사의 성공 스토리나 인생 철학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저자는 중산층보다 좀 더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다른 이들이 말하는 소위 대단한 스펙을 갖지 못했으며, 취업에도 번번이 실패한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가 부족한 이었다고 회고하는 저자는 이제 타인의 진로를 코치하고 컨설팅하는 커리어 전문가가 되어 있다. 거기에 셀 수 없이 많은 강의도 하는 제법 성공한 전문가이다. 대단한 성공담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라. 오히려 그로 인해 그가 걸어온 길과 그의 성공방식은 우리들에게 좀 더 피부로 가까이 와닿고 있다. 유명한 인물이 아니라 그저 남 부럽지 않을 정도로만 살고 싶은 우리네 소시민들에게는 오히려 대단한 석학이나 대단한 기업가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보다 이 쪽이 더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도 언급했듯이 '그저 살만큼' 이라는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요즘의 세상은 꽤 빠듯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인한 사회 불안, 이전에 비해 더 커진 빈부의 격차, 그리고 소득 불균형 등이 야기하고 있는 사회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바람에 비해 획득하는 양은 항상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회의 진리임을 생각할 때 무조건 더러운 세상 탓만으로는 돌릴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잘 살고 싶으면 목표를 크게 잡아야 한다. 비록 그만큼 살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큰 목표를 향해 매진했기에 낮은 목표를 잡았을 때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수가 있다. 이것은 윌리엄 클라크의 명언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렇다. 소년 뿐만 아니라 인간은 희망과 야망이라는 긍정적인 목표를 갖고 그것을 보면서 살아야 한다. 꼭 대단치 않아도 좋다. 다만 그 분야에서만큼은 최고를 목표로 하라.

저자는 목표를 향한 열정과 노력만큼이나 현재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이해하라고 강조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알아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 답이 나올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자각한 다음, 스스로가 관심을 가질만한 일을 찾아 스스로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매진하는 것, 단순하면서도 힘든 이 과정은 꼭 대단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가만히 앉아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영리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뛰고 또 뛰는 수 밖에 없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의 내가 생각이 났다. 선배들과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우리 제품을 만들고 우리가 직접 이끌어 가는 회사를 만들겠다던 야심차지만 부족했던 그날의 다짐은 폐업이라는 쓰디쓴 실패라는 결과로 돌아왔지만, 많은 교훈을 내게 주었고 그로 인해 많은 내적 성장을 할 수는 기회를 주었다. 다소 비관론자였던 나는 그 실패로 인해 오히려 낙관론자가 되었고, 그만큼 더 치밀해졌다. 아직 더 많은 실패가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실수를 나는 하겠지만 그날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좌절한다고 해도 다시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얻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자의 책은 대단한 성공을 위한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나은 자신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라. 또한, 당신이 삶의 추진력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면 다시금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 찾아 보라. 이 책으로 인해 나는 그 사이 조금 느슨해진 나를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덧붙임)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드러커 교수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나도 수년전에 탐독했던 책이다. 다 까먹고 살았는데, 이 책으로 인해 다시금 생각났다. 이 책을 끝내면 다시금 드러커 교수의 책을 집어들어야 겠다. 두번째는 좀 더 피부에 와닿을 듯 하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라이온북스에게 있습니다.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 8점
정철상 지음/라이온북스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극장판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프롤로그가 삽입된 3부작 이야기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1년 7월 30일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하이스트리머'는 건담의 창조자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를 극장에 내놓기 전, 도쿠마 서점의 아니메 잡지 '아니메쥬'를 통해 연재하고 있던 이야기를 모아서 발간된 3부작 소설을 번역한 작품입니다. 이 3부작이 극장용 아니메 역습의 샤아의 베이스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아니메쥬에서 하이스트리머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이 소설은 87년 12월 단행본으로 발간될 때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라는 타이틀로 발간되었고, 2002년에 발간된 도쿠머 듀얼 문고판 때에는 다시 '기동전사 건담 하이스트리머'로 발간되었다가 다시 2009년의 복각판에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라는 타이틀로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AK에서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하이스트리머는 그런 면에서 두 타이틀을 모두 수용한 셈이죠. AK의 번역판은 2009년의 복각판을 베이스로 했습니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바로가기)


본 소설은 88년 2월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간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과는 다른 내용으로, 극장용 아니메의 스토리와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인해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의 연계성이 좀 더 강했던 벨토치카 칠드런에 비해 하이스트리머는 제타 건담과의 연계가 미약한 편이지요. 3부작으로 구성된 소설 중 1권의 이야기는 극장 아니메보다 이전의 시점을 다룬 일종의 프롤로그 성격의 이야기인데요. 샤아의 네오 지온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 샤아를 쫓아 스위트워터 콜로니를 수색하는 아므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커닝엄이나 아료나, 그리고 제다와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기에 처음 소설을 접할 때는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지 자못 궁금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등장하는 모빌슈트의 경우도 제간이나 리가지와 같은 익숙한 극장 아니메의 모빌슈트가 아니라 제다라든지 가블과 같은 생소한 모빌슈트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다만 극장 아니메의 시점과 일치하게 되는 2권부터는 이러한 새로운 캐릭터나 새로운 MS가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되어 프롤로그 격인 1편과 본편인 2, 3편과의 연관성은 느슨한 느낌입니다. 특히, 커닝엄이나 아료나와 같은 여성들과 연애에 가까운 감정을 교류하던 아므로가 2권부터는 첸과 서로 호감을 갖는 사이로 발전을 하는데, 이런 부분은 확실히 이전의 시리즈에서 보아온 아므로의 캐릭터와는 다른, 여성을 다루는데 있어서 꽤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지요.

프롤로그이긴 하되 그리프스 전쟁 이후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의 심경변화나 여러가지 것들이 다루어지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하야토 코바야시나 카미유 비단, 쥬도 아시타 등에 대해 짤막하게라도 언급하고 있어 토미노 감독이 이전 작품들과의 연계에 있어서 아주 무관심하지는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2권의 퀘스 파라야의 등장부터 시작되는 극장 아니메에 해당하는 부분의 이야기는 거의 모양새가 유사합니다. 혹시나 싶어 극장판을 재생시키고 소설을 읽어보았는데요. 어떤 부분은 대사도 거의 같을 정도로 유사하기까지 하더군요. 물론, 원작과는 다소 다른 전개도 많이 눈에 띄며, 알파 아지루 같은 초대형 모빌 아머는 소설에서는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알파 아지루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킬 목적으로 아니메에 투입된 것으로 판단되는 군요. 특히, '라라아는 나의 어머니가 될 여자였다'라는 등의 망언으로 인해, 극장판에서 크게 비난을 받았던 건담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의 경우는 극장 아니메에 비해 그 마지막이 좀 더 미화된 느낌이지 않나 합니다. 

삽화 일러스트로 등장한 모빌슈트나 캐릭터 등은 원작과는 크게 다릅니다. 특히, 모빌슈트의 경우는 기존의 모빌슈트를 참고하지 않고 삽화가인 호시노 유키노부의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그려졌는데요. MS의 스타일이나 디테일은 아니메에 비해 많이 뒤지는 것이 솔직한 느낌입니다. 다만, 주역 모빌슈트인 뉴건담의 경우는 꽤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으며, AK에서 발간한 '건담 웨폰즈 역습의 샤아편 II'에서 이 호시노 유키노부의 독특한 뉴건담 작례를 보다 상세히 만날 수 있습니다.

텍스트로 접한 마지막 샤아와 아므로의 이야기는 제 경우 극장 아니메보다 좀 더 몰입감이 좋았다 생각됩니다. 비주얼을 걷어냈지만 여전히 아므로와 샤아의 마지막은 인상적이었고, 오히려 소설이기에 모빌슈트에 집중하지 않게 되어 보다 더 SF 소설에 가까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고 할까요. 800페이지가 채 안되는 분량인지라 읽기에는 부담이 없는, 그야말로 라이트 노벨다운 느낌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심도 있고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토미노 감독 본업이 소설가가 아닌데다가 스스로 후기에 밝혔듯이 건담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당시 어마어마 했었기에 이런 바람은 무리라 할 수 있겠네요.

건담 웨폰즈에 소개된 하이스트리머 버전의 뉴 건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 하이 스트리머 - 상 - 8점
토미노 요시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호시노 유키노부 그림/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상상이 아닌 실제로 벌어질 수일 후부터 수십억년 후의 이야기

의 이야기에 앞서 질문으로 서두를 시작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어떤 종류의 책을 주로 읽고 있는가. 소설인가 아니면 시집, 또는 수필인가, 경제서나 인문서, 아니면 과학서적인가, 그것도 아니면 잡지나 만화책인가. 만약, 소설이라면 연애소설인가, 추리소설인가, 아니면 대하소설인가. 인문서라면 문학개론인가 철학서인가 아니면 역사서인가.

글쓴이의 경우, 7~8년전부터 독서 취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 사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부끄럽게도 일년에 열권이 체 안되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실 우습기는 하다. 하여간에 -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해주는 책에 더 손이 가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요근래에 와서는 마케팅 개론 같은 경제서나 가벼이 읽을 수 있는 다소 라이트한 인문학 서적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 이 블로그의 Book Cafe 카테고리를 보면 리뷰한 책은 얼마 없지만 대충 주인장의 독서 취향을 아실 수 있으리라 - 마음을 움직이고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수필이나 소설들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책들이라 주로 일컬어지지만, 이렇게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책 역시 독자들에게 지적인 감동을 선사하지 않나 생각된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감동... 이라면 좀 우스운 표현일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이야기할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은 독자들에게 높은 지적 감동을 선사하는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한국어판 책의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무언가 비슷한 데자뷰가 느껴진다. 바로 책이 발간되었던 2007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었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2007)'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이다. 영화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대부분의 인간이 사라져버린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좀비가 되어버린 인간들과 주인공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 영화가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이 사라져 버려 그 기능이 정지된 체 수년이 지난 도시의 풍경을 실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는데, 바로 이 영화 속 도시의 모습이 이 책, 인간없는 세상에서는 더욱 세밀하고 자세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장면과의 절묘한 오버래핑은 책에 대한 흥미와 몰입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하겠다.

책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한다. 우선 어느날 갑자기 온 인류가 지상에서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을 경우, 인간이 남긴 수많은 유산들과 도시가 과연 어떤 식으로 변해가고 사라져가는지를 통해 인류가 남긴 모든 것들의 덧없음을 이야기 하게 된다. 또 하나는 바로 환경주의적인 접근으로, 우리 인류가 무심코 버리고 있는 많은 것들과 별 생각없이 행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종국에는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인류가 만들어낸 합성재질 플라스틱은 강력한 자연의 정화능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동안 지구 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방사능은 그것을 관리할 인류가 사라진 뒤, 지구의 새로운 재앙으로 등장하여 남아있는 많은 생명들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주의적론적인 저자의 접근은 어떤 면에서는 다소 과감한 부분도 있다. 인류가 좀 줄어들어야 지구가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 그것인데, 저자는 이를 '자발적 인류멸종 운동'이라는 독특한 문구로 정의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많은 나라들의 출산장려정책과는 반대되는, 저자의 생각은 확실히 인간보다는 자연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 싶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현재의 지구는 수십억의 인류가 살아가기에는 포화상태에 직면했는지도 모른다. 우주로의 진출 등 SF 소설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현실화 될 때 쯤에야 지구는 숨을 쉴 수 있을까. 어쩌면 현재의 고령화 사회가 십수년 쯤 이어지면 자연스레 인류는 예전에 비해 감소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책의 내용과 함께 글쓴이를 감동시킨 것은 바로 저명한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명성에 어울리는 필력과 치밀한 사전조사라 하겠다. 단 하나의 내용도 단순한 추측과 상상으로 얼버무리지 않고, 정확한 사실과 근거를 스스로 조사하고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저자의 문체는 간결하고 논리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태의 글쓰기와 태도를 본받고 싶어하기에 읽는 내내 상당한 감명을 받기도 했다. 특히 블로거나 기존의 언론인들의 경우, 정확한 사실 근거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체 추측만을 갖고 글을 쓰고 이를 사실인냥 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는데, 이는 분명 지양해야할 자세라 여겨진다. 

책에서는 한국의 비무장지대도 잠시 등장한다. 인간이 사라진지 반세기가 넘게 지난 이곳 비무장지대는 말 그대로 저자가 언급한 인간이 사라진 세상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만약, 통일이 된다면 이곳은 또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이 없어진 세상의 모습을 이 책에서 보았다면, 이제 우리는 인간이 없어야 제대로 숨쉴 수 있는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lan Weisman / ⓒ 랜덤하우스 코리아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인간 없는 세상 - 10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저렴한 가격, 작은 크기에 빼곡히 들어선 우주세기 뒷 이야기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1년 6월 14일 발간한 '건담의 상식,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 [지구연방군편]'(이하 모빌슈트 대백과)은 지난 5월에 발간된 '건담의 상식, 일년전쟁 캐릭터 대전집'에 이은 건담의 상식 대백과 2탄으로, AK가 발간한 건담 관련 설정집으로는 다섯번째에 해당하는 서적입니다. 저 옛날 로봇대백과 이후로 이렇게 꾸준하게 아니메 로봇 설정집을 출간하는 출판사가 있었던가요. 이 시도만으로도 국내의 많은 건덕과 오덕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모빌슈트 대백과는 후타바샤(쌍엽사, 双葉社)에서 출간한 서적을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한국어판으로 출간한 서적으로, 다른 건담 관련 설정집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종이질이나 편집 디자인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꽤 방대하고 빼곡한데요. 220여페이지의 분량에 많은 이미지가 삽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텍스트 정보량은 많은 편으로 판단됩니다.  아차, 뒷 페이지의 챕터 소개에는 '우주세기 0087~0088년의 구세대기'가 중복 인쇄되었군요.


AK에서 이전에 출간한 코믹스와 비교해보면 책의 사이즈가 꽤 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휴대도 편하고 가벼이 즐길 수 있는 모습인데요. 약속 시간까지 기다리기 지루할 때 이 책을 길에서 꺼내 읽는다면 당신은 건덕임을 인증하신 겁니다. 커버로 책을 감싸고 보신다면 소심한 건덕...일까나요. : )


모빌슈트 대백과인만큼 내용은 모빌슈트의 개론과 각 모빌슈트의 성능 및 해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본문 일러스트는 프라모델 박스 아트로 유명한 모리시타 나오치카씨가 맡아서 어김없이 멋진 일러스트들을 선보이고 있네요. 언급되는 모빌슈트들은 지온공국의 MS를 제외한 연방의 MS들로, TV 시리즈에 등장한 MS 외에 MSV에 등장한 MS까지 거의 대부분의 MS들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목 그대로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MS들만이 소개되며, 각 MS 소개마다 페이지 상단의 머리말에 등장하는 작품의 명칭이 기재되어 있구요. 퍼스트 건담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는 정통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부터 0080, 0083, 08소대와 같은 사이드 스토리, F91과 같은 신작 외에 MS IGLOO나 건담 센티넬, 섬광의 하사웨이의 MS들도 일부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펙과 기체 해설에 그치지 않고 챕터별 MS의 전장에서의 활약을 간략히 소개한 섹션과, 해당 MS의 대표적인 파일럿에 대한 간단한 프로파일이 언급되는 섹션 등 미니북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각 MS 챕터당 4페이지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가 언급되지는 않고 있구요.


챕터는 크게 RX-78 퍼스트 건담으로부터 시작된 RX-78 계열 건담, RX-75 건탱크 및 RX-77 건캐논 계열 MS, RGM-79 GM 계열 MS, 제타와 더블제타 건담 시대에 해당하는 2세대 건담, 그리고 같은 시대에 해당하는 2세대 MS, 가변모빌 슈트와 역습의 샤아와 최신작 건담 UC에 해당하는 MS, RGM-89 제간 계열 MS와 건담 F-91 이후의 소형 모빌슈트로 나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연방군 MS에 대한 이야기만 다루다보니 모든 MS들이 소개되지 않았는데요. 이는 후속판으로 지온 계열 MS 대백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GM의 바이저로 비치는 자쿠의 모습이 인상적인 일러스트. 역시 모리시타 씨의 작품.


챕터 사이에 보너스 챕터로 들어간 우주세기 연표. 말 그대로 간략하게 소개되었습니다. 이 모빌슈트 대백과에는 각 챕터 시작부분에 MS 개론이나 개괄적인 배경해설들이 등장하는데요. 간단한 내용이긴 하지만 건담의 세계와 MS의 역사를 어느 정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최신간이라 그런지 뒷부분에 가면 유니콘 건담과 UC의 MS들도 일부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리젤은 언급되어 있는 반면 델타 플러스는 빠져있고, 스타크 제간이 있는 반면 제간 에코즈 타입이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책이 쓰여질 당시에 아직 건담 UC 에피소드 2편은 출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이 되는군요.


제간 일러스트. 본 책의 본문 일러스트 중 가장 역동적이고 인상적인 일러스트가 아닌가 합니다.


가장 마지막에는 F-91과 V 건담까지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만 V 건담은 단 4페이지만이 할애되어 있군요.

소장가치가 높은 컬렉션은 아니지만, 모빌슈트 대백과는 부담없는 가격으로 건담의 마니악한 설정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책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한글판 설정집을 거의 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렴한 가격이니 우주세기 건담의 팬이시라면 한번쯤은 봐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본 포스트의 사진은 모토로라 ATRIX MB860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 속 도서의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SUNRISE / ⓒ FUTABASHA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건담의 상식 - 8점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기본 지침과 실전 노하우가 골고루 실린 A to Z 가이드라인

워 블로그. 블로그를 시작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려보았을 그 매력적인 타이틀.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스스로를 인터넷 상에서 존경받는 존재, 인기있는 인물로 만들어 주며 생각지도 못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말 그대로 부와 명예를 가져다 주는 타이틀이다. 물론, 인터넷 문화의 변화와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블로고스피어가 눈에 띄게 약화되면서 파워 블로그는 예전과 같은 부와 명예의 상징이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파워 블로그는 매력적인 목표이고, 그만큼 쉽게 얻어지는 타이틀도 아니다.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멋진 아이템과 타이틀을 가진 만렙을 달성하는 것과 같은 성취감을 주는 파워 블로그는 과연 어떻게 해서 되는 것일까?

그동안 많은 파워 블로거들이 스스로의 노하우를 적극 공개하면서 사실 파워 블로거가 되기 위한 노하우들은 이미 인터넷 상에 여러가지 형태로 공개가 된 상태이다. 또한, 블로그가 한참 활성화되던 몇 년 전에서부터 블로그를 만들기 위한 지침서나 관련 서적들이 출판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이미 약세로 돌아선 블로그 생태계와, 인터넷 상에 공개된 파워 블로거 만의 노하우를 볼 때 파워 블로그를 만드는 노하우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이슈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작금의 대세는 소셜 미디어, 마이크로 블로그가 아닌가.

이 책 '100만 방문자와 소통하는 파워블로그 만들기'는 비슷한 주제로 등장한 다른 블로그 관련 서적에 비해 실전과 이론이 조화를 이룬 책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블로그의 기원과 역사를 이야기하며 심도있는 블로그의 이론과 의의를 이야기하는 책보다는 보다 더 실전서에 가깝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위한 이들에게 어떻게 블로그를 만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블로그를 어떤 형태로 운영해가야 하는지, 좋은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지, 자신의 블로그를 알리기 위해서는 뭘 해야하는지를 좁은 지면 안에 효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반대로, 이제까지 나온 수많은 블로그 지침서, 실전 블로그 매뉴얼과 달리 이 책은 보다 심도 깊은 책이다. 이 역시 무슨 의미이냐 하면, 단순히 블로그를 개설하고, 스킨을 꾸미고, 메뉴를 만들고, 위젯을 달고, 광고창을 설치하는 블로그 매뉴얼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라 목표와 주제를 담은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블로그를 꾸려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다른 국내 블로그 지침서와 의의를 달리하는 이 책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물론, 책의 정체성은 가이드라인에 가깝다. 블로그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적합하지 않은 책이며,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다른 블로그 지침서와 별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국내 블로그 지침서들이 블로그를 통한 마케팅과 돈벌기라는 경제적인 이슈에 주로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 책은 진정한 파워 블로그, 즉 수익이나 방문자보다는 보다 더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는 블로그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파워 블로그를 만들기 위한 실전 노하우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반갑기도 하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 블로그가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수익형 블로그의 난립으로 인해 현재 블로그 생태계는 지나친 쏠림 현상을 겪고 있으며 동시에 균형잡히지 못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는 돈이 된다, 인기가 싶으면 너도나도 모두 한곳에 집중하는 개발도상국 시절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한 구시대적 행태의 폐해이기도 하다.

이 책 100만 방문자와 소통하는 파워블로그 만들기가 의미있는 또다른 이유는, 현재 인터넷 상에서 꽤 인지도가 높은 다섯명의 파워 블로거들의 실전 노하우와 블로그 철학이 작품에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작품의 전체적인 형세는 개론보다는 실전 가이드라인에 가깝지만, 군데군데 자신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철학이나 자세가 녹아져 있어 천편일률적이고 무미건조한 여타의 실전 가이드라인에 비해 의외로 놓치지 말아야할 구절들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 또한 예를 위해 든 수많은 양질의 파워블로그들을 통해 책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실전 노하우를 그곳에 가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책의 출간에 다섯 명의 파워블로거들 뿐만 아니라 한국 블로그 산업협회나 한국 블로그 미디어의 메카 TNM과 같은 단체가 힘을 실어준 것도 이 책의 공신력을 높여주는 또다른 숨겨진 힘이다. 수많은 IT 서적을 출간해온 한빛 미디어의 편집은 이 가이드라인에 최적이라 생각될 정도로 깔끔하다. 생각지도 않았던 공개강의 DVD가 담겨져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여기에서는 이 책에서 미처 언급되지 않은 블로그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이야기를 세명의 파워 블로거의 명강(?)으로 접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의 내용보다 먼저 접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외국의 파워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한국의 블로그 서비스를 받는 블로그 중 파워블로그가 되기 위한 가이드라인의 범주 내에서 이 내용은 사족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외국의 파워 블로그 사례와 그들의 운영방식이 별도의 챕터로 들어가 있었다면 이 보다 더 두꺼운 분량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책을 구입했을 것 같다. 물론, 글쓴이 만의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많은 블로그 사례를 드는 과정에서 송구하게도 본인의 블로그를 언급해주신 저자 중 한 분인 페니웨이님께도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사실 여전히 미약한 블로그 인지라 저 책에 들어간 '별바다의 서고' 블로그의 이미지와 관련 커멘트를 보는 순간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물론, 그런 이유(별바다의 서고가 책에 언급되었다는 이유)로 이 책을 과대평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가치가 떨어졌으면 모를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100만 방문자와 소통하는 파워블로그 만들기 - 8점
윤상진 외 지음/한빛미디어

반응형
반응형

<목차>


 블랙 코스튬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캐릭터들


랙은 심플하면서도 동시에 복잡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칠흑과 같이 한없는 어두움과 세련되고 고상한 고귀함을 동시에 표출하지요. 검은 가죽의상처럼 젊고 파격적이며, 뇌쇄적이고 퇴폐한 느낌을 풍기다가도 검은색 슈트처럼 중후하고 귀족적인 풍취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른 색들도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연출하긴 합니다만, 검은색이 보여주는 양면성은 다른 색보다 확연하게 양갈래로 나누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사악하고 어두운 절대악을 상징하기도 합니다만, 절대적인 강함으로 정의의 편에 서는 흑기사와 같은 다크 히어로로서의 컬러로도 잘 어울립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색이라 할까요.

이리하여 검은색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과 코믹스, 만화영화에 이르기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캐릭터들의 퍼스널 컬러로서 사랑받아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엘로스 역시 무척 좋아하는 컬러이기도 한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 블랙이라는 색상을 멋지게 소화해내었던 가상의 인물들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고자 합니다. 소설, 영화, 만화영화, 드라마, 코믹스, 게임에 걸쳐 기억나는 캐릭터들 중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꼽아보았으며, 소개 순서는 캐릭터의 창작연도 순이 되겠습니다.


Character 1. 쾌걸 조로 (1919~2005) from 쾌걸 조로

1919년 존스톤 멕클레이의 소설에 등장한 조로는 검은 코스튬의 캐릭터들 중에서는 첫 번째로 엘로스에게 검은색에 대한 동경을 심어준 인물로 기억됩니다. 스페인어로 '여우'라는 뜻의 조로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캘리포니아의 귀족 돈 디에고 델라베가(혹은 돈 디에고 베가)가 부패한 관리들로부터 평민들을 구하는 의적으로 분하여 활약한다는 이야기를 다룬 활극인데요. 평상시에는 겁쟁이에 어리숙한 귀족 도련님으로 행세하는 디에고가, 위급한 상황에서는 검은 망토와 검은 복면, 그리고 검은 긴 챙모자를 눌러쓰고 현란한 펜싱기술로 관리들과 병사들을 골탕 먹이는 멋진 의적으로 분하는 모습은 후일 미국의 슈퍼 히어로와도 일치하는 점이 있지요.

능숙한 마상술, 멋진 호를 그리며 상대를 제압하는 채찍, 그리고 날카롭고 재빠른 검술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조로는 특히 순식간에 상대에게 Z자의 검상을 남기는 것으로도 인상적인데요. 수십편의 영화와 TV 드라마, 여기에 애니메이션으로도 등장하는 등, DC나 마블의 히어로들보다 더 먼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미국식 히어로라 하겠습니다. 민중의 편에서 부패한 권력자들을 응징하는 모습에서는 유럽의 의적 로빈 훗이나 한국의 고전 의적 홍길동과도 비교된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의적 중에서는 가장 세련되고 패셔너블한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렷을적 계몽사(?)의 세계명작전집 등을 통해 처음 조로를 만난 이래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조로 중 한명은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미남 배우 알랭 드롱이 주연한 1975년작 '조로(1975)'가 아닌가 싶습니다. 1960~70년대의 대표적인 미남배우인 알랭 드롱이 연기한 조로는 후일 국내 공중파 방송에서도 몇 번씩이나 명절특선 영화나 토요 명화 등으로 방영되었던 작품으로,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스파게티 웨스턴(마카로니 웨스턴)의 조류를 타고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요. 특히, 라스트에서 선보인 조로의 촛불 자르기 신공(다섯개의 초가 일렬로 꽂혀진 촛대를 조로 십자로 베어버리자 양쪽의 네 개의 초는 수평으로 베어지고 가운데 초만 가운데로 갈라지는 황당무게한 조로의 기술)은 어린 나이에는 몹시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지금 보면 어이가 없긴 합니다만)

98년에는 당대의 인기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을 맡은 '마스크 오브 조로(1998)'로 다시 한 번 조로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조로보다는 케서린 제타 존스의 눈부신 미모에 더 마음이 가버기도 했었죠. 반데라스의 조로는 좀 더 코믹하고 서민적인(?) 캐릭터로 묘사됩니다만, 현란한 몸놀림과 검은 망토는 여전히 멋스럽다 하겠습니다.


Character 2. 배트맨 (1939~계속) from 배트맨

ⓒ DC Comics

퍼맨과 함께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를 대표하는 히어로인 배트맨은,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초인적인 힘을 갖지 않은 인간적인 히어로입니다. DC의 간판 슈퍼맨과 함께 가장 많이 실사영화화된 인물이기도 하지요. 북미에서 제작된 영화로만 치자면 10편으로 9편의 슈퍼맨보다 많습니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슈퍼맨 신작이 있으나, 배트맨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새로운 속편이 등장할 예정에 있지요. 여기에 10편의 비디오 영화, 여섯번의 TV 시리즈, 이십여편의 애니메이션까지 실로 미국의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크나이트'라는 별명처럼 배트맨은 검은색에 잘 어울리는 히어로입니다. 어렷을 적 불우한 기억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갖고 있는 배트맨은 선과 혼란이 공존하는 캐릭터입니다. 백만장자라는 밝음 속에 숨겨진 외롭고 고독한 삶, 히어로라는 영광 뒤에 숨겨진 악당들을 향한 병적인 증오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블랙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배트맨의 양면적인 캐릭터는 1966년 TV 시리즈의 등장으로 인해 그 매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로빈과 짝을 맞춰 우스꽝스런 코스튬을 입고 경박한 톤으로 대사를 읊는 TV 시리즈의 배트맨은 분명 배트맨의 퍼스널 컬러인 블랙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 TV 시리즈에서 배트맨의 코스튬은 전체적으로 밝은 회색계열의 색상에 검은색 마스크와 장갑, 부츠로 마무리되어 검은색의 묘미를 살리지 못합니다. 물론, 이는 원작 코믹스에 바탕을 둔 디자인이긴 했으나, TV 시리즈로 옮겨지면서 순화된 캐릭터의 성격에 덩달아 밝은 회색의 코스튬까지 더해지면서 블랙이라는 컬러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낳았지요.

하지만, 이런 배트맨은 89년 팀 버튼의 '배트맨(1989)'으로 인해 새롭게 조명받게 됩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기괴한 고담시를 배경으로 어둠 속에서 악당들을 응징하는 배트맨은 원작과는 다소 성격의 차이는 있어도 어둠과 잘 어울리는 안티히어로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팀 버튼식 블랙의 묘미가 빛나는 순간이었죠. '가위손(1990)'이나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 '스위니토드(2007)' 등 팀 버튼의 영화에서 블랙은 어두움과 그로테스크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는 후속편인 '배트맨 리턴즈(1992)'에서 더더욱 확연히 드러나게 되지요. 마치 마녀의 시커먼 망토와 같은 괴기스러운 검은색은 원작과는 또다른 맛을 선사해 줍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새롭게 그려진 '배트맨 비긴즈(2005)'와 '다크나이트(2008)'에서 배트맨은 더더욱 강렬한 블랙의 느낌을 선사합니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놀란의 블랙은 다크나이트라는 부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트맨을 창조해내게 되는 것이죠. 비록 강렬한 악역 조커의 등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밀리긴 했지만, 다크나이트는 어둠과 빛 사이에서 방황하는 어두운 히어로의 면모를 실로 완벽에 가깝게 스크린에 묘사합니다. 2012년 다시 한 번 우리곁으로 돌아올 다크나이트의 발걸음은 그래서 더더욱 기대됩니다.


Character 3. 일지매 (1975~2009) from 일지매

국의 대표적인 토종 히어로(?)라 부를 수 있는 일지매는 홍길동과는 달리 정확한 기원이 전해지지 않은체 구전되어온 인물입니다. 조선 순조 당시 무인인 조수삼의 '추재집'에 짤막하게 언급되어 있기에 실존인물의 가능성도 있는데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검은 옷과 검은 두건을 한 일지매는 1975년 故 고우영 화백이 일간 스포츠에 연재했던 만화 '일지매(1975)'를 통해 구체적인 모습과 이야기를 갖추게 됩니다. 고우영 화백의 작품을 통해 탄력을 받은 일지매는 70년대 말엽 최초로 실사영화화 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현재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호 감독(화가 고흐 아니구요.)의 '날으는 소년 일지매(197x)'가 되겠습니다.
 
날으는 소년 일지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동용으로 만들어진 한국판 무술영화입니다. 당시에는 무명의 성룡이 국내에서 무술영화에 출연하는 등, 홍콩 무술영화에 영향을 받아 한국산 무술영화들도 제법 제작되던 시대였는데요. 이러한 시대의 조류에 발맞춰 만들어진 일지매는 비록 완성도에서는 아동용이라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한국 고유의 세계관과 고유의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러 의의를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일지매는 한 때 대한민국 최고의 괴작 연출가 중 한명이라 할 수 있는 남기남 감독(대표작 '영구와 땡칠이(1989)')에 의해 '슈퍼맨 일지매(1990)'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구요.(주인공이 무려 최수종) MBC에서는 최정주의 소설 일지매를 원작으로 한 8부작 드라마 '일지매(1993)'가 장동건, 염정아 주연으로 방영된 사례도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일지매는 계속적으로 영상화되면서 그 명맥을 이어온 셈이죠. 그러다가 2008년 SBS에서 이용석 연출/이준기 주연의 '일지매(2008)'를 방영하면서 일지매는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올라서게 됩니다. 특히, SBS의 일지매는 민중의 편에서서 탐욕스러운 권력자와 대적하는 일지매의 활약을 상당히 통쾌하게 표현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하였죠. 당시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일지매는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게 됩니다. 주조연의 감칠 맛나는 연기도 일품이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이듬해에 MBC에서 제작된 황인뢰, 김수영 연출/정일우 주연의 '돌아온 일지매(2009)'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현대 시대에 일지매를 새롭게 조명했던 고우영 화백의 원작을 기본으로 한 작품으로, 원점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동시에 책녀를 통한 독특한 나레이션 기법과 흥미로운 연출기법 등으로 다소 거친 연출을 보여주었던 SBS의 일지매에 비해 보다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은데요. 다만, 시기를 잘 탔고, 캐릭터의 묘미가 잘 살아났던 SBS의 일지매에 비해서는 대중적 호응이 미치지 못하기도 하였죠.

인기를 끈 일지매는 2009년  SBS와 초록뱀 미디어 등의 주도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기세라면 한번쯤 메이저 실사영화로 한번쯤 제작해도 어떨까 하는 기대도 드는군요.


Character 4. 다쓰 베이더 (1977~1983) from 스타워즈

ⓒ LUCASFILM Ltd.

쓰 베이더(Darth Vader)는 검은색이 상징하는 이미지 중 하나인 악, 그리고 어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캐릭터 중 한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흡장치를 통해 내뱉는 귀에 거슬리는 거친 숨소리, 왠만한 장정들을 압도하는 위압적인 체구, 얼굴을 모두 가리는 그로테스크한 검은 헬멧과 검은 갑옷으로 몸을 감싼 그는 제다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다이 중 한 명이며, 뛰어난 파일럿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름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타투인 혹성에서 노예로 살던 도중 그 가능성을 알아본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에 의해 제다이로 키워지게 되지요.

포스에 질서를 가져올 인물로, 동시에 위험한 미래를 가진 인물로 평가받던 그는 콰이곤의 사후에는 콰이곤의 제자였던 오비완에 의해 제다이로 길러집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던 아나킨은 세속의 가치관을 모두 부질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고고한 제다이의 도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했고, 파드메를 향한 사랑과 강렬한 소유욕, 그리고 어머니를 잃고 나서의 상실감과 증오를 이겨내지 못하고 시쓰(Sith)의 군주인 팰퍼틴의 꾀임에 넘어가 어둠의 제다이인 시쓰의 군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오비완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 빈사의 상태에 빠졌던 그는 팰퍼틴에 의해 생명유지 장치를 부착한 검은 갑옷을 입은 다쓰 베이더로 거듭납니다. 이후 그는 공화국의 잔족세력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제국의 병사에게까지 공포스러운 존재로 태어나게 되지요. 누구든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표정을 알 수 없는 검은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그가 다가온다면 긴장에 떨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그는 실수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부하들을 포스의 힘으로 질식사 시켜버리기도 합니다. 그가 포스로 상대방의 숨통을 죄일 때 손가락으로 마치 목줄을 잡는 듯한 시늉(포스 그립이라는 기술로도 불립니다)을 취하는데, 이 포즈는 그야말로 다쓰 베이더의 어둡고 강렬한 힘을 대표하는 포즈이기도 하지요.

특히, 에피소드 5편인 '제국의 역습(1980)'편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와의 결투 끝에 그를 궁지에 몬 그가 루크에게 자신이 바로 아버지임을 밝히는 장면은 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자주 패러디되기도 하였죠.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본연의 선함을 되찾고 팰퍼틴 황제를 쓰러뜨리며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그는 이제까지의 영화사상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검은 코스튬의 악인 중 한명일 것입니다.


Character 5. 메텔 (1978~2004) from 은하철도 999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아하면서도 우아한 검은색의 긴 코트와 검은 색 샤프카(러시아식 털모자)를 쓴 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여인은 누가 뭐래도 아니메 역사상 가장 눈부신 여인 중 하나일 겁니다. 70년대 TV에서 그녀를 접한 남자아이들에게 있어서 그녀의 존재는 한마디로 여신과 같았지요. 이후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아니메에 등장하여 소년들의 이상형이 되었지만, 그녀만큼 눈부시고 그녀만큼 포근하며 동시에 그녀만큼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여인은 찾아보기 힘들 듯 싶습니다.

주인공 테츠로(철이)의 엄마를 기본으로 하여 복제된 메텔(그러나, 후일 발표된 '메텔 레전드(2000)' 등을 통해서 이러한 설정을 작가인 마츠모토 레이지 스스로 뒤엎어버립니다. 어쨋든간에)은 그 출생상의 특징으로 인해 주인공인 테츠로 뿐만 아니라 은하철도 999를 시청하는 모든 소년들에게 있어서 미래의 연인인 동시에 동경하는 누나이자 이상적인 엄마의 느낌을 주었다 하겠습니다. 엘로스도 이 메텔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어렷을 적 잠시 연상의 여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군요.

메텔이 입고 있는 검은 옷은 그녀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준다며 라메텔 혹성으로 데려가 기계인간이 되게 한 수많은 아이들을 위한 상복의 의미라고 전해지고 있으며, 그 검은색 코트에 가려진 그녀의 진짜 정체는 그녀의 미모에 홀려 그녀를 원했더 수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할 정도로 무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악한 진실을 검은색 코트 속에 감춘 체 길고 긴 시간의 여행자를 자처하는 그녀는 깊은 슬픔을 간직한 체 결코 드러내지 않는 고결한 여인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그녀의 검은색은 그래서 고귀하고 슬픈, 그리고 우울한 느낌을 줍니다.

천년여왕이었던 프로메슘(유키노 야요이)의 딸이며, 동시에 우주를 방랑하는 해적 퀸 에메랄다스의 쌍동이 여동생인 그녀는 극장판 '은하철도 999(1979)'에서 테츠로에게 '소년시절의 마음에만 남아있는 청춘의 환영'이라는 잊을 수 없는 명대사를 남깁니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를 동경하면서 스크린 앞에 모여있던 수많은 소년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듯 합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눈부신 그녀는 이제는 그저 어쩌다 기억나는 인상적인 만화영화의 히로인 정도로 남아 있으니 말입니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소년시절의 연인, 청춘의 환상 메텔 (보러가기)


Character 6. 뱀파이어 헌터 D (1983~계속) from 뱀파이어 헌터 D

Illustrated by 天野喜孝 ⓒ 菊地秀行 · 朝日新聞出版

파이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 뱀파이어. 인간과 괴물, 선과 악의 경계에 서게 되는 기구한 운명의 이 창백한 미남자는 인간들의 증오와 멸시를 받으면서도 인간들을 해하는 뱀파이어들을 사냥하는 끝없는 고뇌의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공포소설의 대가 키쿠치 히데유키가 창안해 낸 소설 속의 혼혈 뱀파이어가 사람들에게 그 이름을 깊게 각인시키게 된 것은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맡았던 일본의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의 공이 크다고 하겠는데요. 그의 손끝에서 펼쳐진 몽환적이면서도 고귀함과 세련됨, 그리고 괴기함을 겸비한 헌터 D의 일러스트는 그때까지 타츠노코 프로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의 그림체와는 전혀 다른, 만화의 범주를 탈피한 시각적 센세이션이었다 하겠습니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애니메이터(아마노는 10대의 나이에 타츠노코에 입사해, 창립자 삼형제 중 막내인 쿠리 잇페이의 제자로 만화를 배움)의 손 끝에서 미대생들을 능가하는 환상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그림이 나오다니! 당시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를 접한 엘로스는 그 특이한 매력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뱀파이어를 상징하는 어둡디 어두운 검은색은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를 통해 귀족적인 고귀함과 뱀파이어의 어두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검은색으로 다시 채색되었고, 그런 D의 모습은 비극적인 출생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검은 옷의 미남자가 실상은 뱀파이어의 피가 섞인 어둡고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D는 키쿠치 히데유키의 소설, 그리고 아마노의 삽화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뒤, 아시도 토요오의 85년작 OVA를 통해 아니메 팬들에게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비록, 여러가지 제작일정상의 난항으로 인해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떤 아마노가 본 작품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기존의 일러스트와는 분위기가 너무도 다른 D로 그려져 개인적으로는 몹시 아쉬운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요. 후일 키쿠치 히데유키의 단짝 친구이자 하드고어 아니메의 대가인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북미시장을 목표로 만든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2000)'에서는 카와지리스러운 캐릭터 스타일을 유지한 체 아마노가 그린 D를 적절히 재해석하면서 멋진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OVA의 D는 멋진 캐릭터이긴 했으나 디테일이 떨어지는 관계로 고급스럽고 귀족적인 하프 뱀파이어라는 느낌이 약해진 반면, 새로운 극장판의 D는 원작의 삽화에서 보여준 귀족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그려내면서도, 원작의 스타일이 아닌 카와지리 작품다운 스타일로 재해석함으로써 보다 더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각되는군요. 다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면서 카와지리 특유의 작품색이 옅어져 결과적으로는 싱거운 작품이 되었다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더더욱 멋진 D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 과묵한 성격 탓인지 아니메에서 그를 만나기는 좀처럼 힘들군요.

☞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2000), 돌아온 전설의 뱀파이어 헌터 (보러가기)


Character 7. 드리즈트 도우덴 (1988~계속) from 아이스윈드데일 3부작

Illustrated by Todd Lockwood ⓒ WIZARDS OF THE COAST

가튼 렐름은 TSR사에서 출시한 TRPG 게임인 AD&D 세계관 중 하나입니다. 게임이 큰 인기를 얻게 되자, 게임 디자이너들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 스스로가 이 매력적인 세계관에 스스로 이야기를 추가하거나 영웅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하는데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 포가튼 렐름은 거대하고 구체적이며 온갖 영웅들과 악당들, 신과 악마, 그리고 모험과 음모, 낭만이 존재하는 신비롭고 방대한 세상으로 자리 잡아가게 됩니다. 수많은 영웅들과 악당들이 모험 속에 스스로의 무용담과 전설을 쌓아나가고 있는 이 곳에서도 드리즈트 두어덴은 특히나 눈에 띄는 명성과 실력을 갖고 있는 다크 엘프 레인져입니다.

흑요석과 같은 검은 피부, 검은 피부와 멋진 대조를 이루는 눈부신 은발머리, 이 멋진 무채색의 대비 속에서 또렷하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보라색 안광... 드리즈트의 이 강렬한 외모는 포가튼 렐름의 영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을 정도로 인상적인데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이 세계에서 가장 악랄하고 비열한 종족 중의 하나인 다크 엘프 드로우라는 사실입니다. 사악한 종족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운명의 굴레를 벗고 어두운 지하세계(포가튼 렐름에서 드로우들은 언더다크라는 지하세계가 삶의 터전이죠.)를 벗어나 지상으로 향한 이 용감한 다크 엘프는 지상인들의 편견과 오해, 멸시와 증오 속에서도 그의 영원한 파트너인 검은 표범 구엔하이버와 함께 친구들과 안식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신분과 태생의 한계를 극복하고 운명과 싸우는 어둠의 히어로는 항상 사람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선사하게 마련이죠.

두 자루의 시미터를 현란하고 멋지게 사용하는 쌍검술의 달인이자 노련한 레인져인 그는 포가튼 렐름을 배경으로 한 R.A.Salvatore의 베스트셀러 '아이스윈드데일 3부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선사했고, 이후 '다크 엘프 3부작', '드로우의 유산 3부작', '어둠으로의 길 3부작' 등을 통해 꾸준히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먼저 소개한 헌터 D가 아마노 요시타카의 환상적인 일러스트에 의해 시각적인 매력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드리즈트 역시 소설 삽화가로 활약한 토드 락우드에 의해 인상적인 모습을 부여받았다고 하겠는데요. 살바토레가 묘사한 드리즈트의 매력을 멋지게 화폭에 담아낸 락우드의 일러스트는 금방이라도 두 자루의 시미터를 들고 악당들을 응징하는 다크 엘프의 영웅처럼 생생하다 하겠습니다.

현재 드리즈트는 계속적으로 소설과 코믹스 등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바이오웨어의 전설적인 RPG 게임 '발더스게이트'나 PS용 게임인 '데몬스톤'에서도 깜짝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D&D 마니아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 멋진 다크 엘프를 실사영화를 통해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요. 북미에서는 인기 높은 캐릭터이니 만큼 이러한 바람이 그저 헛된 망상이 아니길 마음 속으로 빌어보려 합니다.

☞ 아이스윈드데일 3부작 - 드리즈트 도어덴의 장대한 모험의 시작 (보러가기)


Character 8. 흑태자 칼 스타이너 (1995~1998) from 창세기전 I, II

ⓒ SOFTMAX Co, Ltd.

산 RPG 게임의 신기원을 열었던 소프트맥스사의 '창세기전'은 스케일 큰 서사적인 스토리라인, 만화가인 김진이 직접 일러스트한 유려한 캐릭터 디자인, 흥미진진한 게임시스템(물론, 그 흥미진진한 만큼 수많은 버그로 인해 호평에 버금가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등으로, 걸음마 수준이던 90년대 말 국산 패키지 게임시장에 신선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됩니다. 치명적인 버그를 포함하고 있던 1편을 보완하고 아직 완결되지 못한 이후의 스토리까지 모두 포함하여 다시 태어난 '창세기전 II'는 버그로 점철되었던 전작의 오명을 어느 정도 만회하면서 흥행에 성공하게 되지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버그들이 존재했지만.)

사실, 이 정도의 치명적인 버그가 있는 게임이라면 멋진 그래픽과 게임성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세기전이 지금까지도 국내 게이머들의 입에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와 강렬한 카리스마와 매력을 발휘한 주인공 흑태자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 영국왕 에드워드 3세의 장남인 흑태자 에드워드를 모델로 했다고 전해지는 흑태자 칼 스타이너는 항상 검은 갑옷과 검은 투구를 쓰고 변방의 게이시르 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대전쟁의 선봉에 서는데요. 뛰어난 무인이자 천재적인 전략가로, 사선진형이라는 신개념의 전법을 통해 적은 수의 병력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넓은 평원의 전투에서 막강한 실버애로우 연합의 대군을 궤멸시키면서 안타리아 대륙의 패자로 우뚝 서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하고 흑태자는 게임 플레이어의 플레잉 캐릭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흑태자에 의해 조국이 멸망당한 펜드레건의 왕녀 이올린과 라시드 왕자, 비프로스트 공국의 레인져 G.S로 흑태자의 게이시르 제국과 맞서는 것이 플레이어들의 미션인 것이죠. 세상을 위협하는 악마에 맞서싸운다는 전형적인 RPG 공식을 벗어난 이 멋진 스토리는 게임과 함께 게임 속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물론, 결국 플레이어는 흑태자를 플레이하게 되긴 하지요.)

세상을 지키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꿈을 버리는 흑태자의 기구한 운명과 슬픈 결말은 게임 타이틀의 수준을 넘어서는 드라마틱함을 보여줍니다. 흑태자가 사라진 후에도 창세기전 시리즈는 이 비극적인 운명과 드라마를 잘 활용하여 게임에 머물기에는 아까운 멋진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되는데요. 현재 온라인 게임으로 다시 팬들에게 돌아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 하니 그 멋진 드라마의 부활을 다시 한 번 기다려볼까 합니다.


Character 9. V (1982~2005) from 브이 포 벤데타

ⓒ WARNER BROS

은 코스튬의 히어로가 보통 선과 악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인물이라면, 브이(V)는 가장 적격인 인물이면서 동시에 그들 중 가장 특이한 히어로 중 하나일 겁니다. 영국의 유명작가 알렌 무어와 만화가 데이비드 로이드의 일러스트에 의해 탄생된 브이는 검은색 복장과 검은색 망토, 챙긴 검은 색 모자를 쓴 전형적인 다크 히어로인데요. 특히, 그는 로마 카톨릭 혁명단체의 일원으로 저 유명한 화약음모사건을 통해 영국의 국왕 제임스1세를 암살하려 했던 전설적인 테러리스트인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즉, 그에게는 선과 악의 경계라는 다크 히어로 특유의 본질 이외에, 영웅과 테러리스트라는 양면적인 정체성을 가진 인물인 것입니다.

시점에 따라 그는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는 영웅이기도 하며, 사회 혼란을 획책하는 위험한 테러리스트로도 보여집니다. 인체실험의 대상으로 상상도 못할 지옥의 나날을 살아온 그의 과거와,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예술적 취향, 세련된 검은색의 코스튬과 우스꽝스런 가이 포크스의 가면까지... 브이는 언제나 상반되고 모순 덩어리이며, 이중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도 그는 침착함과 광기의 모습을 오가며 광적이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휴고 위빙 특유의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와 연기는 양면적인 브이의 모습을 실로 스크린에 멋지게 묘사하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처음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러갈 때만 하더라도 그저 그런 액션영화로 잘못 알고 있던 엘로스는, 처음에는 지루한 전개에 실망을 느끼다가 중반 이후 스크린에 급격하게 빨려들게 되었는데요. 전혀 정보를 모른 체 접한 영화 중 무척 인상적인 영화 중 하나였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인상적인 브이의 모습만큼이나 나탈리 포트만의 호연도 인상적입니다. 극중 삭발투혼까지 발휘한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고 있음을 예견하고 있는데요. 정말로 이번 오스카에서 그녀는 '블랙스완(2010)'을 통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의 성공적인 변신의 마침표를 찍게 되지요.

독특한 기행만큼이나 브이의 마지막 역시 장렬하면서도 강렬합니다. 광기와 신념, 정의와 복수라는 경계 속에 선 그는 어쩌면 진정한 다크 히어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부 끝. 2부에서 계속)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 3.0의 진화를 주도하다.

 

ⓒ PRENTICE HALL / ⓒ HANBIT Media (for Korea Edition)

2004년 개설된 페이스북 이래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와 소셜 서비스(Social Service)는 이제 우리 생활전반을 변화시킬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디지털 혁명의 기치 아래 PC, 인터넷, 휴대폰과 무선통신이 시대의 새롭게 역사를 써내려 왔지만, 이제까지의 파급효과는 디지털 세대에 한정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컴퓨팅 환경에 익숙하지 못했던 기성세대와 인터넷의 힘을 우습게 보았던 아날로그적 가치관 속에 디지털 혁명은 한 때 추진력을 잃고 밑바닥까지 추락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시스템의 변화를 두려워한 보수적인 가치관과 신시대를 향한 미숙한 발걸음에 의한 공동의 결과이긴 했지만, 0과 1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다소 낙관적이고 안이한 디지털적 생각이 스스로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한때 무너졌던 디지털의 신화는 이제 검색엔진과 광고 시스템을 기반으로 온세상을 지배하려는 구글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통해 기존의 컴퓨팅 환경을 뒤바꿔버린 애플 등에 의해 다시금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디지털 혁명이 그저 무늬만 그럴듯한, 마치 모 경제학자가 언급한 세탁기가 우리 시대에 가져다 준 변화보다 미미한 변화를 가져온 것에 불과했다면, 이제부터 시작될 디지털 혁명은 그동안 미미했던 평가를 뒤엎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혁명의 최전선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웹 2.0, 그리고 휴대용 컴퓨팅 환경과 같은 최첨단 디지털 총아들을 능가하는 새로운 개념의 시스템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소셜 네트워크이다.

이제까지의 디지털 시대는 데이터에 의해 좌우되었다. 데이터를 가진 자들이 승자였고, 승자만이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많은 사용자들은 오로지 승자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의 일부분을 갖기 위해 앞 다투어 인터넷의 바다에서 허우적댔다. 데이터의 독점은 개방형 환경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구글(Google)로 대표되는 강력한 검색엔진의 등장과 함께 사용자에게 더 많이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맞이하였다. 여기에 프로슈머의 기치 아래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자 인터넷은 단번에 일부 데이터 독점권자들의 독재 시스템이 아닌 민주주의의 시스템으로 전이되었다. 데이터를 가진 독점자들에게 몰리던 인터넷의 단방향적 흐름은 이제 사용자들이 집중한 곳으로 흐르는 다방향적 흐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디지털 시대에 부족한 것은 데이터가 실시간성과 상호작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같은 데이터라 할지라도 사용자의 쓰임새와 반응에 따라 데이터는 다른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 게다가 데이터 역시 시시각각 새로운 상황정보를 취합하여 또다른 형태로 변화하거나 성장할 여지가 있다. 데이터의 흐름만을 바꿔서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Facebook)이라 불리는 소셜 네트워크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 시대는 변화를 넘어 진화를 시작했다.

사용자의 감성과 감정이 이입된 소셜 네트워크는 이제까지의 데이터 중심의 인터넷 네트워크와는 다르다. 사용자의 생각과 감정이 다른 사용자들의 그것과 상호작용하며 데이터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데이터와 새로운 사실들을 만들어 낸다. 이 새로운 네트워킹 트렌드에 의해 이제 디지털 시대는 진정한 혁명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웹 2.0과 함께 시작된 개방형 컴퓨팅 환경,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휴대용 컴퓨팅 환경, 모든 것이 네트워크를 통해 행해지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모두 이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 보다 더 진화된 모습으로 발전이 가능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환경과 마케팅 전략도 변화의 시점에 와있다.

페이스북 시대
국내도서>컴퓨터/인터넷
저자 : 클라라 샤이(Clara Shih) / 전성민역
출판 : 한빛미디어 2010.11.29
상세보기

클라라 샤이의 '페이스북 시대(Facebook Era)'는 바로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이 마케팅 전반에 가져온 변화의 물결, 그리고 그 사례를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책 표지에 씌여져 있는 14편의 사례분석에서 보듯이 페이스북을 통한 마케팅 전략은 이미 구체화되어 실용 단계에 들어서 있다. 이를 위한 어플리케이션과 시스템도 다방면으로 구현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페이스북의 시대에 돌입했는지도 모른다.

다소 도발적인 타이틀인 페이스북 시대는 고대, 근대, 현대와 같이 이 소셜 네트워크가 가져온 변혁이 굉장히 거대함을 강조하는 작가의 언어적 제스쳐이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을 업계 전문가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는 검색을 구글링(Googling)이라는 단어로 부르기도 한다. 검색이 구글로 대표되듯,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으로 대표될 정도로 막강한 파급력을 지닌 것이다.

페이스북 시대의 마케팅은 이제까지의 마케팅 방식과는 다른 상호작용성과 실시간성, 거기에 진실함이라는 감성적 요소까지 포함된다. 고객 서비스 페이지의 FAQ처럼 일반화된 기계적 답변이나 고객 서비스 센터의 복잡한 통화과정은 이제 회사 이미지 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마이너스가 되었으면 되었지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 고객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해서 최적인 답변을 제시간에 줄 수 있는 신뢰도 높은 고객 서비스를 원한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고객 서비스는 분명 기존의 시스템보다 더 높은 성취도를 보일 수 있으며, 또 이미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감성적 요소의 필요성은 마치 필립 코틀러 교수가 정의한 마케팅 3.0의 영성 마케팅(Spiritual Marketing)의 개념을 일부 포함하고 있는 듯도 하다. 코틀러 교수가 이야기한 영적 감동을 주는 마케팅 3.0이 올바른 마케팅의 길이라면, 분명 소셜 네트워크가 가져온 마케팅의 흐름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는 아닐까.

A/S 측면에서만 소셜 네트워크가 매력적인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에 있어서도 소셜 네트워크의 마케팅은 보다 세분화된 타겟시장으로의 접근이 가능한 하이퍼타겟팅(Hypertargeting)을 가능하게 한다. 이전까지의 마케팅 방식에서는 이렇게 전문화된 타겟시장의 소비자에게로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DSLR 마니아들을 위한 최신형 DSLR 카메라 광고를 위해서는 DSLR 카페나 사진 전문 블로거 등을 활용한 광고를 해야 하는데, 이들 모두 카페나 블로그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필요로 했으며, 그나마도 산재되어 있는 각종 카페와 수많은 블로그에 대한 마케팅 관리라는 어려움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로 접속된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작성한 프로필에 맞춘 타켓 마케팅이 가능하다. 이것은 5억명이라는 사용자를 확보하며 그 어떤 포털 서비스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사용자를 거느리는 페이스 북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규모와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 거대한 사람들의 집합체를 무시한다면, 미래의 비즈니스는 분명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마케팅의 최종 단계에서만 소셜 네트워크가 파워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낮아진 고객과의 장벽, 그리고 고객과의 보다 더 적극적인 피드백이 가능해진 이 시스템에서 우리는 초창기 고객의 니즈를 보다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그리고 이러한 니즈가 얼마만큼의 공감을 얻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일부러 고객 홈페이지에 들려 글을 남기는 충성도 높은(혹은 무지 열받은) 일부 고객들의 트래픽에 비할 바가 아니다. 회사와 직접 이야기하기를 꺼려하는 소극적인 고객부터, 기업 모르게 여기저기서 기업의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 질나쁜(?) 고객까지 소셜 네트워크는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기업은 이전보다 더 그들과의 접촉에 용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취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은 새로운 제품의 기획과 개발에 초반부터 보다 더 구체화된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 내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고객의 충성도를 더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인재채용, 조직원 관리, 제품개발, 마케팅, A/S에 이르기까지 소셜 네트워크의 힘은 이제까지 산재되어 있던 웹 서비스와 그룹웨어, 그리고 각종 기업용 비즈니스 툴의 영역을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소셜 네트워크에서 이러한 힘들이 응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셜 네트워크 기반에서 동작하는 전용 API의 개발을 필요로 한다. 이미 저자의 회사인 히어세이랩스 이하 수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API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API의 개발은 새로운 트렌드를 찾고자 하는 한국의 중소 IT 기업에 있어서도 눈여겨 봐야할 분야가 아닌가 싶다.

다소 긴 분량의 내용이지만, 기업의 창의적 마케팅 종사자부터 소셜 네트워크와 관련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까지 읽고 공부할 수 있는 내용과 사례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마케팅 실전 전략 메뉴얼에 가깝다. 소셜 네트워크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기회의 바다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책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이제 사람에게 마케팅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사람사이의 관계가 부각된 디지털 시대에서는 사람 사이에서 마케팅을 해야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PRENTICE HALL / ⓒ HANBIT Media (for Korea Edition)에게 있습니다.


페이스북 시대 - 8점
클라라 샤이 지음, 전성민 옮김, 유병준 감수/한빛미디어

반응형
반응형

마켓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정의하다.


ⓒ 2010 Philip Kotler, Hermawan Kartajaya, Iwan Setiawan / ⓒ 2010 Time Books (한국어판)

'수기 광고에서 막 임신을 한 신혼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광고에서 아기를 낳고, 광고에서 애기의 100일 잔치를 한다. 이 행복한 순간에 정수기의 헤드카피가 오버래핑된다. 다음 편 광고에서는 하천을 살리는 정수기 회사의 노력이 전파를 타고 방송된다. 하천은 살아나고 역시 드라마틱한 연출과 함께 정수기의 헤드카피가 오버래핑된다.'

가장 좋은 제품으로 승부하던 마케팅의 시대가 지나자 기업들은 고객들의 감성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길을 끌 디자인과 그들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들의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1세기가 시작되었다. 시대는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맞이하여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일부만의 전유물이었던 고급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다수에게 공유되었고, 더 많은 정보를 통해 더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광고보다는 개개인이 형성한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로 제품을 선택하고 서비스를 평가했다. 그렇다면 마케팅은 어떠한가, 과연 마케팅은 이러한 시대 속에서 불변의 법칙과 이론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서두에서 언급한 정수기 광고는 이제 마케팅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 중 한 예이다. 하천의 오염을 복구하는 작업에 기업이 앞장서는 광고를 통해 우리는 기업이 행하는 사회적 활동, 그리고 기업의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제품과 디자인, 그리고 서비스를 넘어서 기업의 문화와 기업의 철학, 그리고 기업이 자신들의 기업이익을 어떤 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는지에 대한 도덕적인 척도까지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아무리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하는 정치가일지라도 그의 사생활이 비리와 연루되었다면 곧바로 지지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이제 기업 또한 자신의 도덕적 잣대와 사회적 활동을 고객들에게 시험받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원제는 마케팅 3.0)은 바로 이러한 시대의 변화, 고객의 달라진 관점 하에서 앞으로 기업이 행해야할 마케팅의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故 피터 드러커 교수, GE의 전회장 잭 웰치,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회장 빌 게이츠와 함께 세계 4대 경제 구루(Guru)라 불리는 코틀러 교수답게 책의 내용은 뜬구름 잡기에 그치지 않고 학술적이면서도 글쓴이 같은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의 마켓 3.0의 개념 설명에서는 사실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지성에 호소하던 마켓 1.0의 시대에서 감성에 호소하는 마켓 2.0의 시대를 지나 영성(Spirit), 즉 영혼에 호소하라는 마켓 3.0의 개념은 얼핏 들어서는 마케팅과의 매치가 잘 되지 않는다. 영혼에 호소하라니... 과연 무슨 뜻이란 말인가. 하지만, 서두에서 이야기한 정수기 광고를 통해 영성에 호소한다는 개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그러한 선행, 그리고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기업의 이미지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기업의 선호도와 비즈니스에까지 직결된다는 영성 마케팅은 분명 사람들의 달라진 모습을 볼 때 정확한 예측이 아닌가 싶다.

마켓 3.0 (양장)(사인본)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상세보기

당장, 가슴에 와닿는 예시는 근래 한국의 TV 연예프로들의 모습이다. KBS의 예능프로 남자의 자격에서 선보이는 합창단 에피소드나, MBC 무한도전에서 등장한 프로레슬링 에피소드 등, 이들의 진솔한 감동 스토리가 프로그램의 호감도를 상승시키고 시청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개는 과거 단순히 웃기고 즐겁기만 하던 예능 방송에서 솔직하고 가식없는 리얼 방송을 지나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가져다 주는 예능으로 변모하고 있다. 마켓 역시 현재 이러한 성장의 과정에 있는 것이라면 적당한 비유가 될까?

비록 기업들이 이전부터 많은 사회적 활동이나 공익광고들을 해오긴 했지만, 광고와는 달리 실제 기업활동에 있어서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일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켓 3.0을 이해하지 못한 피상적인 액션일 뿐이다. 진정한 마켓 3.0은 고객 뿐만 아니라 고용인들, 그리고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솔하고 진지한 모습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돈 얼마 기부하고 가끔 봉사활동 참여한다고 기업의 이미지가 상승하고 그것이 매출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사례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완전한 마켓 3.0으로 이행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일부 시장은 마켓 1.0에서 머무르고 있으며,  마켓 2.0의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양새에 일부에서는 마켓 3.0이 다른 시장과 혼재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아직 시장은 과도기이다. 하지만, 제품과 디자인, 서비스 이상을 보려하는 고객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마켓 3.0으로의 진화를 예견할 수 있다.

대가의 저서이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쉬운 문장과 이해하기 쉬운 구성, 게다가 이론을 도표로까지 도식화하여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다. 노쇄한 경제대가의 저서라기보다는 마치 이제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는 젊은 경제학자의 저서인냥 싱싱한 느낌이다. 게다가 과거의 사례보다 가장 최근의 사례들, 즉 미국의 금융위기 사례, 애플과 아이폰의 등장, 구글 등의 사례가 다루어져 낡은 경제서보다 더 일반인에게 친숙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마켓 3.0, 마케팅의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의 미래를 정의한 책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Philip Kotler, Hermawan Kartajaya, Iwan Setiawan / ⓒ 2010 Time Books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제6회 알라딘 우수리뷰대회 도서별 1위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마켓 3.0 - 10점
필립 코틀러 지음, 안진환 옮김/타임비즈

반응형
반응형

ⓒ 2010 Timebooks, Inc. for Korean Edition / ⓒ 2009 Ken Auletta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이들은 그것이 몰고올 혁명적인 변화를 예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실제로 그것은 IT의 폭발적인 성장과 전세계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불씨를 지폈고, 세상은 그로부터 몇 년 뒤인 21세기를 맞이하여 아날로그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는 디지털 시대의 개막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은 수많은 호사가들의 예언처럼 바로 변하지는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닷컴의 붕괴는 인터넷이 가져올 장미빛 전망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무참하게 짖밟아버렸던 것이다. 야후를 제외한 많은 닷컴들, 실리콘 밸리의 IT 벤처들은 거품이 꺼진 IT의 현실 속에서 다시 허우적 거리기 시작했고, IT는 MS와 인텔, 시스코와 오라클 같은 몇몇 거대 IT 기업을 제외하고는 다시 그 힘과 희망을 잃어버린 듯 보였다. 넷스케이프는 MS 익스플로어의 시장지배력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익사이트나 라이코스 등 많은 검색엔진 역시 수익모델의 부재 속에 IT의 바다 속에 좌초하고 말았다.
 
미국의 컨설팅 그룹인 미래연구소(Institute of the Future)의 컨설턴트였던 파울 사포(Paul Saffo)는 95년도 PBS 인터뷰에서 '거시적 근시(macromyopia)'라는 용어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예측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희망과 기대 그리고 두려움으로 인해 그 기술에 대해 단기적인 과대평가가 생겨나지만, 현실은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에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게 되고 그것은 다시 그 기술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과소평가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그 기술의 장기적인 영향은 현재에 그 기술이 보여준 단기적인 영향을 상회하는 엄청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포씨의 예언(?)처럼, 21세기초 무너졌던 인터넷과 웹에 대한 단기적인 과대평과, 그리고 그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의 과소평가는 이제 잘못된 판단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인터넷과 웹을 통하여 소통하고 교류하며 서로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컨텐츠와 지식을 생산하고 미디어를 통제하려 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웹은 이제 컴퓨터라는 하드웨어를 통해 접속하는 가상 공간의 수준이 아니다. 웹이라는 세상과 사람들을 연결시켜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컴퓨터가, 스마트 폰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의 중심에는 구글이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글쓴이는 구글의 잠재력과 구글의 가치에 대해 무지했었다. (물론, 글쓴이가 무슨 대단한 IT 전문가나 저널리스트는 아니지만) IT 업계에 몸담고 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특히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입장에서 구글은 나와는 관계없는 세상, 관계없는 비즈니스 영역의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주로 쓰던 야후, 익사이트 같은 검색엔진을 거쳐 엠파스를 거쳐 네이버에 이르는 국내 검색엔진에 길들여져 있던 내게, 구글이라는 존재는 그저 수많은 검색엔진의 한 종류였을 뿐이다. 특히, 아무런 배너 광고조차 달지 않은 너무도 심플한 구글의 첫 페이지는 이 책에서 몇번씩 등장하는 구글의 슬로건 '사악하게 행동하지 말자'라는 문구에 걸맞는 너무도 순진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내게 있어서도, 그리고 다른 IT 업계의 엔지니어에 있어서도 더이상 다른 영역의 존재가 아니다.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구글은 모바일과 임베디드 영역으로 뛰어들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과 크롬 OS를 통해 MS를 위협하며 운영체제와 네트워킹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유튜브의 인수를 통해 기존 미디어 업계와의 협업을 넘어 그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전자책 시장으로 향하면서 전통적인 출판업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모든 곳에서 구글의 약진이 시작되고 있으며, 구글의 정복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IT 엔지니어들에게, 아니 많은 비즈니스 종사자들에게 구글은 그저 검색엔진 업체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구글은 경쟁자며, 협력자, 그리고 최대의 고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수많은 구글 관련 저서 중에서 단연코 돋보이고 빛나는 책이다. 그것은 저자가 구글의 성공 신화와 그들의 성공 요인을 예리하고 완벽하게 간파했기 때문이 아니다. 저자는 구글 속에 들어가 구글과 함께 생활하고 구글이 바라보는 것을 보았으되 구글의 관점이 아닌 관찰자 시점에서 구글과 변화되는 세상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것이 단순히 객관적인 시점에 그치지 않고, 더 폭넓은 변화의 흐름이라는 테마 속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이 책은 여타의 저서들에 비해 시점이 넓고 스케일이 커보인다, 마치 IT 대하소설처럼.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내게 있어서는 전율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그들을 다른 영역의 존재라 여기며 과소평가했던 내 자신이 우스웠고, 한 때 벤처기업을 일으키려 했다가 실패라는 쓴 잔을 맛보았던 내 모습이 그들의 성공신화와 비견되어 쓴웃음이 났으며, 그들을 포함하여 그들과 같은 이들이 가져올 변화가 대다수의 산업 영역,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하니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듯 느껴졌다.
 
물론, 이 변화는 책에서 얘기하듯이 긍정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기존 미디어 업계, 출판업계 등과의 충돌과 갈등,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한 산업계의 지각변동과 기존 매체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해당 업계와 그 밑에 일하고 있는 많은 종사자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자동차가 등장하자 마차가 사라지고, 전화가 등장하여 편지가 몰락하고, TV가 등장하여 라디오가 몰락했듯이 이제 웹으로의 대이동은 기존의 TV, 신문, 책과 같은 미디어들의 몰락을 예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몰락의 전조 앞에서 불평하고 맞서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발빠른 생존전략에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가진 것에 대한 미련이 앞서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이제는 휩쓸려 사장될 운명인 것이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과 웹,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의 시대를 과소평가했던 이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일런지도 모른다.
 
과연, 한국과 한국의 기업들은 구글이, 구글과 같은 이(페이스북은 이미 어떤 면에서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들이 가져오는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 준비가 되어 있을까? 단순히 웹 사이트를 열고, 모바일 앱을 만들며, 디지털 미디어들 만들면 끝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엔지니어들이 좌절하는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엔지니어들만으로 변화를 일구어 낸(물론, 따져보면 비즈니스맨들과 마케팅 전문가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긴 하지만, 구글에서 엔지니어의 비중은 그 어떤 기업보다도 막강하다.) 구글의 신화가, 아니 그보다 못하다 할지라도 그런 형태의 성공과 성장이 과연 가능할까?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여전히 하드웨어적 스펙에 의지하여 대응하려 하는 폰 제조업체(물론, 그들이 단순한 제조사 수준에 그치고 싶기에 그런지는 모르겠으나)나, 수많은 개발자를 중소기업에서 빼내와 대거 채용함으로써 머리수만으로 메우려고 하는 한시적 대응 속에서 과연 한국의 IT는 살아날 수 있을까. 여전히, 과거의 잔영 속에 안주하며 컨텐츠를 독점하려 하는 국내 미디어, 언론들은 과연 구글의 강력한 파장을 얼마나 피해 숨어있을 수 있을까.
 
엘빈 토플러가 예견했던 프로슈머의 시대는 이제 구글의 여는 변화의 세상에 이르러 만개하고, 구글에 의해 조직화되고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제 정보와 지식은 몇몇 기업과 힘있는 이들의 것이 아니다. 구글이 생긴 순간, 정보와 지식의 창고는 이제 대중들에게 열려 인터넷의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열려진 문을 부여 잡고 다시 잠그려는 일에만 집착한다면, 패배하고 사라질 것이다. '정보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절대 원칙은 이제 '사람이 모이는 곳에 정보가 생기고 쌓인다.'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곳을 향하여 구글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진정한 시대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Timebooks, Inc. for Korean Edition  / ⓒ 2009 Ken Auletta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제6회 알라딘 우수리뷰대회 도서별 1위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구글드 Googled - 10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타임비즈

반응형
반응형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자유시장경제와 세계화를 되짚어 보다.

ⓒ Ha-Joon Chang / ⓒ Bookie (Korean Translation)

의 이야기에 앞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엘로스는 얼마전까지만해도 보수적 관점을 가진 한국시민이었다. 부모님도 그러했고 전반적으로 유복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엘로스가 진보적 관점을 가지기에는 좀 어려운 여건이 있었다. 대학시절 학생 운동도 그저 모두가 참여하니까 몇 번 얼굴을 내밀었을 뿐 등록금 인상투쟁 외에는 크게 와닿는 부분이 없는 것도 있었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중도성향에, 환경적인 영향으로 인해 보수에 가까운 가치관을 지닌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시민이었던 셈이다.

이런 엘로스의 가치관이 크게 바뀌기 시작한 것은 작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엘로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의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원제: The Conscience of  a Liberal)'을 읽기 시작하던 중이었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나뉘어진 미국의 보수와 진보의 역사 속에서 경제는 어떤 형태로 변화되었고 중산층의 부흥과 몰락, 미국사회의 커다란 빈부격차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를 놀라운 식견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깊이 있는 필력으로 써내려간 크루그먼 교수의 견해는 단 한권만으로 엘로스가 가지고 있던 허름한 가치관을 모두 허물고 새롭게 구축할 정도의 깊은 인상을 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정도로 엘로스의 경제적, 정치적 식견이나 견해가 깊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2002년부터 약 3년간 벤처기업 창업멤버로서 실패의 쓴잔을 맛보면서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는 한국의 경제 시스템에 깊은 회의를 갖게 된 엘로스로서는 너무도 강렬하고 공감가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는 그런 면에서 크루그먼 교수가 주장하는 일련의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의 허점과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작은 정부, 감세정책, 공공기관의 민영화 같은 정책들의 이면에 놓인 여러가지 맹점들을 동일한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장교수는 진보주의자라는 정치적 관점보다는 경제학자로서의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며, 저명한 학자라기보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려깊은 선생님의 눈높이로 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이런 면에서 크루그먼 교수의 저서에 비해 같은 가치관과 견해를 지닌 저서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부담없이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서두에 장교수 본인이 직접 언급했듯이 난해한 경제학 용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이론적인 배경을 공고히 하는 전문가적 입장이 아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화법으로 어려운 경제학의 화두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페이지에 펼쳐낸 장교수의 이야기들은 입문서적이라는 작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 예리하고 날카롭게 자유시장경제의 맹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위해 인용하고 있는 수많은 역사적, 경제적 사례는 과연 이 정도 두께의 책에서 어떻게 다 인용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이다. 저명한 학자이면서도 장교수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라하면 좀 과장된 칭찬일까. 거기에 비록 자유시장경제의 맹점을 이야기하고 있으되 무조건적으로 그것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 이것은 잘못을 비난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하는 보다 긍정적인 시선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가 지향하는 또다른 이념인 세계화에 대한 장교수의 부정적 견해는 이채롭다. 게다가 책을 읽은 시점이 한국에서 G20이 열리던 전후이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코엑스에서 손을 맞잡고 이야기하는 세계정상들과 대기업가들의 모습이 세계화를 반대한 G20 반대시위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세계화라는 명목하에 선진국들의 편의대로 재편되는 경제 시스템과 정책들이 오히려 그들의 발목을 죄고 있는 작금의 전세계적 금융위기(물론, 한풀 꺾이긴 했지만)는, 우리가 한 번쯤 이 시스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할 문제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장하준(Ha-Joon Chang) / 김희정,안세민역
출판 : 부키 2010.11.04
상세보기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과 같은 자유시장 경제 시스템을 적극 추진하는 한국에 있어서도 장교수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지표는 나아졌지만, 실업률과 물가는 여전히 높은 한국의 현실은 바로 장교수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자유시장 경제의 맹점에 의한 현상들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 시스템의 유지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고 존속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 한국 경제 시스템에도 깊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IT 분야에 종사하는 개인적인 입장에서 인터넷이 세탁기보다 세상에 미친 영향이 더 적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비록 정보혁명이 인간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모든 나라가 비슷한 수준의 경제 수준을 갖추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아직도 제조업이 더 절실한 국가가 많다는 현실은 우리가 미쳐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아니, 당면한 한국의 현실을 봐도 그렇다. 젊은 세대들이 스마트폰이 가져온 새로운 혁명에 경탄하고 있을 때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극빈층이 존재하고 있으며, 디지털 방송의 탄생을 앞두고 HD를 이야기할 때 여전히 아날로그 브라운관 TV로 뉴스와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웃들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불과 몇년 전 최진실씨의 사망을 통해 한국에 인터넷 실명제와 같은 인터넷 규제책이 나오면서 한국 사회가 떠들석했던 적이 있었다. 정부는 더이상 인터넷에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불미스러운 일들을 막기 위해 이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의도가 꽤 많이 가미된) 주장을 했고, 네티즌들과 지식인들, 그리고 (역시 정치적 목적이 더 큰) 야당 정치인들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근대적인 처사라며 이를 규탄했던 적이 있다. 인터넷의 규제를 외치던 이들은 경제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시장의 논리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반대 논리를 펴고 있으며, 인터넷의 자유를 외치는 이들의 대부분은 또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들은 이 책에서 과연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 

규제와 자율은 양립이 아니라 상호보완하는 개념은 아닐까. 시장에게 무조건 자유를 주는 것이 옳지 않다면, 인터넷의 자율 역시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시장을 정부 뜻대로 컨트롤 하는 것이 기업의지를 위축시키는 것(그렇지만, 실제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도 엄연히 규제들은 존재하고 있다. 즉, 장교수의 말대로 완전한 의미의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이라면, 현재 우리들이 가장 큰 혁명이라 생각하는 인터넷(물론 장교수는 이것이 착각이라 책에서 언급했지만) 역시 규제에 의해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보수적인 역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성립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세계화와 자유시장이라는 성공하고 선택된 이들을 위한 시스템은 이제 적어도 수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Ha-Joon Chang / ⓒ Bookie (Korean Translation)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위드블로그 캠페인 베스트 리뷰에 선정된 글입니다. 
    어쩌다보니까 반디&View 어워드 2010년 11월4주 수상작에도 선정된 글입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10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반응형
반응형

☞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자쿠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를 다룬 오랜만의 로봇대백과(?)

프라 작례집부터 건담 소설과 코믹스에 이르기까지 국내 건프라/건담 마니아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유일의 오아시스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이번에는 정말 반가운 서적을 하나 출판했습니다. 이름하여 '자쿠 대사전 All about Zaku'.

왜 이 서적이 반가운고 하니 저 옛날 다이나믹 콩콩 대백과 시절의 무판권 로봇 아니메 설정집으로부터 무려 이십수년이 지난 지금, 아니메에 등장한 메카(로봇)에 대한 설정자료집을 서적으로 출간했다는 사실 때문인 것입니다. 그것도 그 옛날과 같은 무판권이 아닌 당당히 판권을 사서 제대로 번역한 책자로 나와줬으니 이 감동은 건담 팬들에게는 특별할 것 같군요. 특히, 로봇 대백과를 알고 있는 올드팬들에게는 더더욱 말입니다.

이번 자쿠대사전은 타카라지마사(寶島社)에서 출시된 'ザク大事典 All about ZAKU'를 번역한 서적으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중에서도 건담의 라이벌로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시리즈의 양대 MS인 자쿠에 대한 이야기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건담이 등장하지 않는 건담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AK 사장님이 건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건담이 등장하지 않은 컨텐츠를 내놓으셨다나 뭐라나... (이거 웃기시려고 자쿠대사전 출시한 걸지도...)

 
표지의 모습입니다. 일러스트는 텐진 히데타카씨의 작품으로, 마크로스 시리즈 프라모델 박스아트로도 유명한 분이죠. 그 외에도 MG 2.0 샤아전용 자쿠 II 라든지, MG 2.0 죠니 라이덴 전용 자쿠 II 고기동형 등의 건프라 박스아트도 그의 작품입니다. 앞선 박스아트들과는 비교하면 표지의 스타일은 약간 느낌이 다르군요.
 
 
 도입부에는 자쿠가 아니메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세가지 파트로 나누어서 통계치를 보여줍니다. '자쿠가 당한 기술 Best 10', '자쿠의 용맹한 모습 15연발', '지는 순간 20연발' 등 다양한 자쿠의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특히, 이 자쿠의 여러가지 모습은 퍼스트 건담 한 작품 뿐만 아니라 기동전사 건담 전 시리즈를 통틀어 낸 장면들로 실로 편집진의 오덕 정신(?)을 느낄 수 있다고 하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퍼스트 건담의 자쿠 II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하겠습니다.
 
 
캬, 다음 페이지에는 한술 더떠서 건담 전 시리즈의 연표를 자쿠를 초점으로 재조명한 자쿠 흥망성쇠 연표네요. 뭐 놀랍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편집진의 오덕정신에 순간 등골이 오싹... 그나저나 이 연표는 꽤 쓸만합니다. 자쿠의 역사와 시리즈 전체의 역사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어 국내 건담 팬들과 건덕들에겐 좋은 자료가 될 듯.
 
 
자쿠대사전은 총 5장의 챕터와 다수의 특집 페이지, 그리고 특별부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에는 퍼스트 건담 시대인 0079년부터 08소대(0079년), 포켓 속의 전쟁(0080년), 그리고 스타더스트 메모리(0083년)에 이르는 시대(MS IGLOO도 포함)에 등장한 MS-06 자쿠 II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자쿠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2장에는 그리프스 전쟁(제타 건담)과 제1차 네오지온 항쟁(더블제타 건담), 제2차 네오지온 항쟁(역습의 샤아)에 이르는 시기에 등장한 자쿠의 후계기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지구요. 3장에는 기동전사 건담 시드와 턴에이 건담 등에 등장한 자쿠들이, 4장에는 자쿠의 일부 파츠가 사용된 여타의 모빌슈트들에 대한 이야기, 5장에는 자쿠의 뒤를 이은 주력 양산기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1장의 자쿠 계보. 다양한 자쿠들이 한 장에 빼곡이 들어찬 뿌듯함이 느껴지는데요. 특이하게도 몇몇 자쿠들은 설정자료가 아닌 스틸 샷으로 등장하는군요. MS-06C나 J는 그렇다쳐도 MS-06K는 설정 일러스트가 있는데 말입니다. 이 밖에 설정 일러스트가 없는 계보들은 모두 MSV에 등장하는 자쿠들로 아쉽게도 이번 대사전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책 자체가 아니메에 등장한 자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설정 일러스트만 존재하는 MSV 자쿠들은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 같군요.
 
 
자쿠 중 가장 유명한 자쿠인 붉은 혜성 샤아 아즈너블의 자쿠 II MS-06S입니다. 메카닉에 관계된 해설 외에도 파일럿과 연계하여 다양한 에피소드와 명장면들을 싣고 있어 딱딱한 느낌의 설정집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자쿠 대사전이다보니 다른 MS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자쿠와 비슷한 외형에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던 란 바랄의 구프라든지, 시리즈 중반부와 후반부에 들어 자쿠의 위치를 대신하는 돔과 겔구그는 약간의 페이지를 할애하여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자쿠대사전 All about ZAKU
국내도서>만화
저자 : [우리들이 좋아하는 건담] 편집부
출판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0.10.15
상세보기

뿐만 아니라 같은 양산형이었던 연방군의 MS GM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습니다. 다방면에서 자쿠를 조명하는군요.

 
2장의 자쿠계보. 사실 제타와 더블제타에서 자쿠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수많은 MS들에 밀려 빛을 못보게 됩니다. 그나마 더블 제타의 경우에는 평범한 양산기를 넘어서는 강력한 성능의 커스텀기로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제타에서는 마라사이에 밀렸을 뿐만 아니라 MS 자체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모습이었죠. 그래도 보시는 것처럼 참 다양한 자쿠들이 등장하여 건담 시리즈의 한축이라는 것을 여전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비운의 자쿠 후계기인 하이잭. 가장 많이 활약하게 되는 초반부에도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체 갈발티 베타와 마라사이 등에게 양산기의 주도권을 넘겨주죠. 마라사이도 자쿠의 후계기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대사전에서는 언급이 안되는군요. 개인적으로 제타 건담 최고의 양산기는 릭 디아스로 꼽고 있습니다만.
 
 
더블제타의 자쿠 III. 자쿠 시리즈를 계승한 정통 자쿠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하이잭에 비해 훨씬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장비를 내장(스커트의 빔 캐논은 당시로서는 꽤 신선한 컨셉)하는 등,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후반부에는 도벤 울프와 같은 기체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되지요. 하지만 개량형으로 재등장하면서 파일럿인 마슈마와 함께 후반부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아니메에 등장하는 자쿠계열 MS 파일럿 중 유명인사들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등자합니다.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부터 MS IGLOO의 화이트 오거 앨머 스넬, 08소대의 노리스 팩커드, 시드 시리즈의 이자크 쥴 등 유명 파일럿들이 기술/전략/출세/인망/전공 분야의 수치와 함께 소개됩니다. 재미있게도 이 카탈로그 다음으로는 자쿠에 탔던 조연 파일럿들이 대거 소개되는 챕터가 등장한다는.
 
 
3장에는 건담 시드 시리즈의 쟈프트 주력 양산기 자쿠 워리어를 중심으로 한 비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자쿠 계열기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제작 도중 메카닉 디자인이 급격히 퍼스트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 오카와라 쿠니오로 변경되면서 부득이 하게 시드 시리즈의 MS는 대체적으로 좀 성의가 없는 느낌인데요. 이로 인해 F-91이나 V건담에서 선보인 탈 자쿠의 디자인이 다시 자쿠로 원위치하지 않았나 합니다.(물론, 자쿠의 이미지를 이어가려는 상업적인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자쿠와는 좀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었던 시드의 양산기 진과 달리 시드 데스티니의 양산기는 이름부터 자쿠 워리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우주세기의 자쿠를 그대로 오마쥬하게 됩니다.
 
 
호오, 턴에이 건담의 보르자논도 당당히 자쿠대사전에 이름을. 하긴 이름만 제외하고는 자쿠 그 자체지요.
 
 
양산기로서 자쿠와 경쟁했던 즈다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
 

6장에는 자쿠의 자리를 대치한 각 건담 시리즈별 대표 양산기에 대한 소개가 다루어집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더블오 시리즈의 티에렌도 나오는 군요. 개인적으로 티에렌은 비우주세기 시리즈의 양산기 중 가장 멋진 놈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전체적으로 자쿠 대사전은 다양한 자쿠 시리즈를 탑승했던 파일럿과 출연했던 작품의 명장면과 매치하여 지루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설정집입니다. 전체적으로 편집 디자인이 좀 난잡하여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확실히 AK가 번역출간한 이제까지의 하비재팬 서적들의 편집디자인에 비해 이쪽은 레벨이 떨어져 보인다는...)이지만, 흥미로운 내용들 때문에 그것이 상쇄되는 느낌이군요. 특히, 마지막 섹션에 기록되어 있는 자쿠 등장 및 격파씬 일람은 모든 건담 시리즈의 에피소드별 등장한 자쿠의 종류와 출현 수, 격파 수, 그리고 간단한 코멘트와 자쿠를 공격한 방법 등을 모두 정리한 그야말로 오덕정신의 집합체라고 할 만한 자료입니다. 서두의 자쿠 연표와 함께 자쿠 마니아들의 내공을 증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지도.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AKARAJIMASHA / ⓒ SOTSU·SUNRISE / ⓒ SOTSU·SUNRISE·MBS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자쿠대사전 - 8점
우리들이 좋아하는 건담 편집부 엮음/에이케이(AK)

반응형
반응형

 19세기 유럽의 사실적인 묘사와 미스터리한 탐정들과의 멋진 만남

ⓒ 2007 Guillermo Schavelzon & Asociados, Agencia Literaira / ⓒ 2010 Daekyo Publishing for Korean Translation


렷을 적 탐정을 향한 동경은 아이들(특히 소년들)의 단골 꿈 중의 하나였다. 코난 도일의 전설적인 명탐정 셔얼록 홈즈부터 모리스 르블랑의 신출귀몰한 괴도 아르센 뤼팡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유머스러운 땅딸보 탐정 에르큘 포와로, G.K.체스터튼의 온화하고 합리적인 브라운 신부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미스터리를 향한 그들의 모험 이야기는 언제나 아이들을 지적 만족감과 스릴넘치는 모험의 세계로 인도하곤 했다. 어린 시절 이들의 멋진 이야기에 매혹된 아이들 중 탐정을 꿈꾸지 않은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늘 이야기할 파블로 데 산체스의 또 하나의 미스터리 이야기 '파리의 수수께끼'는 바로 이러한 동경과 선망의 대상인 탐정의 이야기가 아닌, 그날의 우리들처럼 탐정을 동경하던 한 젊은 청년의 입장에서 바라본 미스터리 모험 이야기이다.

탐정의 관점이 아닌, 조수(여기서는 아들라테레라 부른다)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 이야기는 얼핏 보았을 때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라 하겠다. 탐정의 수사과정을 바라보는 그의 조수라는 점에서는 얼핏 코난 도일의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지만 실제로 주인공은 조수인 아르헨티나 출신의 구두가게 청년 시그문도 살바토리오인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중반부의 전개까지는 주인공 살바토리오가 탐정의 수사활동에 큰 도움을 미치는 비중있는 조역 정도가 아닐까 느껴진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우리의 예상이 거의 틀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결말은 드라마틱하게 흘러간다. 소설 속의 명탐정은 모두 이야기를 빛나게 하기 위한 조연에 불과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이야기는 결말로 향하고, 살바트리오의 이야기도 예상치 못한 형태로 마무리 된다. 평범한 주인공이 그토록 바라던 탐정의 세계에 몸을 담게 되는 이야기는 이전까지의 미스테리와는 또 다른 맛을 독자에게 선사하게 된다. (사실, 이 결말은 서두에 살바트리오의 독백부분에서 어느 정도 암시되어 있기는 하다.)

살바트리오의 출신과 직업은 이 작품에서 나름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다. 애초에 미스터리라는 고도의 지적 모험에 평범한 구두수선공의 아들이라는 주인공의 정체성 그다지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주인공이 동경하던 탐정 크라이그의 조수 수련생 모집에 응시하는 서두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이 모험에 어울리는 인물로 성장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된다. 평범하고 소박한 청년에서 예리하고 날카로운 탐정의 아들라테레로의 성장을 말이다. 이러한 전개는 확실히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모습이며, 동시에 참신한 매력을 부여한다. 언제나 완성된 존재인 탐정, 또는 탐정에 준하는 누군가가 완벽한 미스테리와 심오한 수수께끼에 직면하여 특유의 직감과 천재적인 사고력, 그리고 날카로운 관찰력과 천운으로 인해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테리의 세계에서 성장 가능성을 내포한 주인공의 등장은 많은 기대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가져다 준다. 즉, 서툰 주인공의 행보가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파리의 수수께끼파블로 데 산티스(Pablo De Santis)
상세보기

그러나, 실상 이야기는 살바트리오의 활약상보다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십이탐정들과 그에 얽힌 미스테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즉, 실제 이야기가 상에서는 살바트리오가 주인공이지만 사건을 풀어가고 해결하는 주체는 결국 십이탐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만큼 살바트리오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보다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약간 뒤쳐진 위치에서 움직이게 된다. 물론, 살바트리오의 독자적인 움직임과 시각이 이야기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서는 결국 십이탐정들에게로 관심이 쏠린다고나 할까. 특히, 작가가 창조해낸 이들 십이탐정의 설정은 상당히 매력적인 것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에 이르는 여러 나라의 명탐정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의 모습은 그들의 열렬한 팬이었던 살바트리오의 설레임만큼이나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한 매력을 선사해주고 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벌어진 미스테리 연쇄 살인이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하고 말이다.

명탐정들의 모임 속에는 연쇄 살인사건만큼이나 어둡고 묘한 긴장감과 적의가 내재하고 있다. 사실 초반부의 크라이그 탐정의 이야기부터 사건의 전조를 알리는 다르봉 탐정의 죽음과 사건을 뒤쫓는 아르자키 탐정들의 과거사, 서로에게 적의를 가진 로슨과 카스텔베티아 탐정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작품은 주 사건인 연쇄 살인사건 외에도 탐정들의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갈등을 풀어놓고 있다. 꽤 산만할 법한 이 이야기가 중심을 잃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은 이야기가 연쇄살인 사건보다는 십이탐정과 그들 아들라테레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지만 연쇄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과정이 주요 테마가 아닌, 십이탐정과 아들라테레의 갈등과 숨겨진 이야기가 테마가 되고 있다.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탐정들의 과거와 현재에 얽힌 이야기라는 다소 드라마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은 흥미진진하고 궁금중을 유발한다. 이 점에서는 작가의 필력을 칭송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살인 사건보다도 주변 인물들 간의 얽혀진 과거와 관계가 살바트리오의 행보 중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추리소설로는 색다른 형식과 매력을 보여준다.

에펠탑이 건축 중이던 19세기말엽의 프랑스와 만국박람회와 같은 당대의 이슈들을 완벽하게 묘사한 필력 역시 놀랍다. 미스테리이면서도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장면구성과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19세기 말의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 준다. 역자가 마치 백화점과 같은 구성이다고 표현한 이러한 작품에서 과연 사건의 추리라는 추리소설 본연의 테마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사건의 해결은 클라이막스에 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마지막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해 낸다. 

물론, 사건의 복잡함은 다른 추리소설에 비하면 난해하지 않고 평이한 편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부분을 상쇄할만큼의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보여준다. 조금은 색다른 느낌의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파리의 수수께끼는 기대 이상의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7 Guillermo Schavelzon & Asociados, Agencia Literaira / ⓒ 2010 Daekyo Publishing for Korean Translation 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위드블로그 캠페인 우수 리뷰에 선정된 글입니다. 

 
파리의 수수께끼 - 8점
파블로 데 산티스 지음, 조일아 옮김/대교출판

반응형
반응형

ⓒ BBC Worldwide Limited / ⓒ Thinking Tree Publishing Co., Ltd. for Korean Edition

장의 미술작품은 사람을 압도하는 예술적 감동을 안겨주는 것부터 이해할 수 없을만큼의 난해함으로 작품세계로의 범접 자체를 거부하는 작품(물론, 실제로는 보는 사람들이 거부하는 것일테지만)까지 다양하다. 물론 대게의 예술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에 정서적 감동을 주고 마음의 양식을 주는 것이지만, 언젠가부터 이들 예술작품은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교육을 받고 교양을 갖춘 상류층이나 예술을 아는 사람들에게만 그 기회가 열려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예술작품들은 소위 있는 사람들이나 가방 끈이 긴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물론, 일부 그림들은 왕이나 귀족의 요청으로 인해 그려지고 그들의 개인 소유가 된 적도 있다.) 그것은 작가의 예술적 욕구로 인해 창조되고, 작품을 보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있었던 것이다. 예술을 멀리하기 시작한 것은 작가나 일부 소유욕이 강한 수집가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시대가 서서히 변화하면서 생겨난 결과였다.

값비싼 가치를 지닌 작품을 세상의 해로운 것들로부터 보존하기 위해서 예술 작품은 지속적으로 엄중한 관리와 감시를 받아야만 했고, 작품을 보기 위해서 비싼 대관료(물론, 일반인에게 저렴하게 공개되는 적도 있었지만)를 지불하게 되면서부터 서서히 대중과의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누구와도 스스럼 없이 지내던 평범한 한 소녀가 만인이 사랑하는 스타가 되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자 예전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관람의 장벽이 점점 높아지자, 작품이 지닌 가치만큼 작품을 보고자 하는 이들 역시 그에 걸맞는 수준 혹은 사회적 지위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 어느덧 순수 예술은 일반인들과 멀어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는 대중예술이라는 상대적으로 관람장벽이 낮은 대안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모니카 봄 두첸의 '세계명화 비밀'은 이렇게 사람들에게서 조금씩 거리를 두면서 멀어져버린 순수 예술 작품 중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은 대부분 없으리라 여겨지는 8점의 걸작에 대한 숨겨진 뒷 이야기를 통해 오랫동안 잊고 지내왔던 명작 예술들과 일반인들의 거리를 좁히려 한 책이다.

그녀의 책을 여는 순간, 우리는 책을 펼친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또는 미술 전람회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받는다. 저자는 마치 예술품을 보러온 일반인들에게 예술품에 대한 가이드를 해주는 큐레이터처럼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딱딱한 예술적 가치와 작품의 해설에 치중하기 보다 그녀는 작품을 창조해낸 예술가들의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예술가들이 살았던 시대, 그 속에서 이 걸작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이 경험했던 것들, 그리고 작품을 창조하는 중간과정과 만들어 지고 난 후 쏟아진 주변의 감탄 혹은 혹평. 어느 새 이야기는 작품 하나의 해설이 아닌, 작가가 살았던 시대와 그 시대의 다른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8점의 명작을 주제로 이야기가 이루어지지만, 그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동시대의 작품이나 그들이 창조했던 또다른 걸작들, 단순한 스케치나 소묘부터 그들이 영향을 준 후대작가의 그림까지, 전람회는 8점 밖에 전시되지 않았을거라 생각했던 독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로 가득한 풍성한 전람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의 지식과 경험에 근거하여 작품에 대한 해설이 이루어지지만, 수많은 예술가들과 비평가들의 이야기 역시 인용되면서 작가의 이야기에 탄탄한 근거가 되어준다. 지금에 와서는 걸작이라는 칭송을 받는 이 작품들이 만들어지던 당시에는 노골적인 비난과 멸시의 대상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고호나 피카소, 잭슨 폴록과 같은 괴짜 화가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서는 구체적이고 생생하여 흥미롭기까지 하다.

예술가의 생활과, 작품이 제작되기까지의 비화, 그리고 예술사의 흐름을 모두 아우르면서도 장단의 조절에 성공한 그녀의 필력은 예술작품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쉽고 또한 그 깊이가 훼손되지 않고 있다. 예술에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도 무난한 수준이었으니... 단지 여덟 작품에 대한 이야기 만으로 더 이상의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후속작들은 그녀의 저서와는 별개의 것들이다.

전시회나 순수예술이 자신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 생각했던 일반인들에게 예술의 참맛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해주는 멋진 시식회와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근래에 갈수록 높아지는 책 값을 고려할 때 엄청난 수의 예술작품의 컬러사진이 첨부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하다는 것 또한 예술로의 장벽을 낮춰주는 것 같은 모양새이다.

모니카 봄 두첸의 세계명화 비밀은 국내에서는 2002년에 초판되어 2006년 2월에 개정판이 발간되었다.

※ 이 포스트는 제4회 YES24 블로그 축제 티스토리 상에 어줍잖게 선정된 글입니다.


 

세계명화 비밀 - 10점
모니카 봄 두첸 지음, 김현우 옮김/생각의나무
반응형
반응형

공중그네 한국어판 표지

© 은행나무 (한국어판) / © Okuda Hideo for Japanes

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는 한마디로 유쾌합니다. 엽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정신과 의사 이라부 이치로와 간호사 마유미의 모습이 틀에 박힌 관습에 얽매인 현대인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유쾌하고,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마음이 병들게 된 등장인물들의 가식적인 모습이 의사 이라부와 마유미에 의해 낱낱이 벗겨지는 모습이 유쾌하며, 그랬던 그들이 마침내 이라부에 의해(아니, 정말 그가 치료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해결되는 모습이 유쾌합니다. 으례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유쾌함은 소설에 흡입력을 부여하여 독자들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게 만드는 매력을 부여합니다.

이 책은 활자 크기, 책의 두께와 같은 겉모습에서도 가벼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주게 합니다. 그러나, 그 가벼움과 유쾌함, 그리고 이라부 박사의 엽기스러운 이면 속에 현대인의 고뇌와 그것을 해결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인 인간다움, 즉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잘 전달하고 있기에 한바탕 웃음 뒤에 살며시 스며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또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이라부 박사의 정신과에는 다섯명의 환자들이 컨설팅을 받으러 옵니다. 야쿠자 중간보스, 서커스의 일류 공중그네 플라이어, 병원장을 장인으로 모시고 있는 정신과 의사, 프로팀의 주전 3루수, 통속소설을 쓰는 인기 여류작가. 그들은 나름대로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 즉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인물들입니다. (야쿠자 보스나 공중그네 플라이어 둘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각자의 분야에서는 성공한 인물들이죠.) 그런 그들, 즉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그들이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못한 체 오로지 자신의 길만 바라보며 세상에서 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이 작던 크던 느끼고 있는 일상의 스트레스와 접점이 닿아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갖게 합니다.

첫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야쿠자 보스 세이지는 날카로운 것을 보면 질겁을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반대파의 중간보스의 '틱'이라는 정신병 증상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타인의 이해를 통해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는 인간적인 형태의 귀결을 보여줍니다. 그 말고도 매번 실수하는 공중그네 묘기가 자신을 제대로 서포트 하지 못하는 캐처(Catcher) 때문이라며 불안감에 떠는 일류 공중 그네 연기자 고헤이나, 병원장의 사위로 들어가 앞날을 보장받은 전도유망한 의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류사회의 중압감에 시달리며, 매번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정신과 의사 다쓰로, 신인 3루수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악송구를 거듭하는 주전 3루수 신이치, 통속 연애소설을 쓰는 인기작가지만, 지금 구상하는 이야기가 자신이 이전에 썼던 소설 속의 내용이 아닐까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여류작가 아키코 등 그들 모두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고쳐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그 엽기적인 모습과 행동을 통해 독자들에게는 웃음을, 환자들에게는 문제해결을 위한 단서를 제시하는 감초역할을 해내게 됩니다. 사실, 이러한 이라부의 설정, 즉 척 보기에는 대책없고 무능한 인간이지만, 타인이 갖고 있지 못한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설정은 종종 일본의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항상 여자를 밝히고 엽기적인 행동을 일삼지만 실력만은 일류이며, 위기 때는 항상 날카로운 판단력을 보여주는 츠카사 호조의 인기만화 '시티헌터'의 주인공 사에바 료나,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는 말썽장이 고등학생이지만 경찰들도 해결못하는 난해한 사건 앞에서는 신기의 추리력과 행동력을 보여주는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의 긴다이치 하지메(한국판 명칭: 김전일), 밝힘증에 관음증까지 가진 대책없는 노인네지만 실제로는 절륜한 무공의 소유자인 무천도사(물론, 뒤로 가면서 그냥 엑스타로 전락해 버리지만.), 씻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싫어하는 식탐주의자로 악보를 보지 못하는 엽기 음대생이지만 절대음감을 소유한 천재 음악소녀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 메구미 등, 일본 만화에서도 이라부 박사와 같은 이들은 자주 만나볼 수가 있죠. (일본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이런 설정의 인물들이 왕왕 보이는 듯 한데, 아마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취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회인들, 혹은 자신의 분야에서 일류가 된 소위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도 대책없고 무례하고 한심한 듯한 이라부 박사가 그들이 당연하듯이 여기고 있던 관습과 고정관념을 부수면서 그들은 자신이 속해있던 세상을, 사회를 그리고 그 속에 같이 사는 타인들을 이제까지 그들이 갖고 있던 시선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사실 그것은 그들이 전에 갖고 있던 것이지만, 각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어느샌가 살며시 잊어버렸거나 스스로 버렸던 마음인 것이죠. 그러나, 사회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이라부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이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고, 자신들의 병마저 치유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라부의 만화적인 모습 때문이었을까요. 공중그네는 2009년에는 만화영화로 제작되어 만화영화의 황금시간대인 노이타미나 시간대에 방영이 됩니다. 엽기적인 이라부 박사의 모습은 만화에서는 정말 만화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곰돌이 인형과 금발의 미소년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보여진다고 하는데요. 실사 배경과 인물을 만화영화와 겹쳐 사용하면서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간호사인지 의심스러운 육감적인 마유미의 모습이 실사인물(모델 스기모토 유미 분) 형태로 등장하는 것만큼은 확실히 소설에 비해서는 크게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물론 남자들에게만.

공중그네 아니메 스틸1
공중그네 아니메 스틸2

© 空中ブランコ製作委員会(출처: 베스트 아니메)


공중그네 - 8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