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의 불여일견'이라는 고언처럼 글자로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그림으로서 전달하는 시각적 접근방식이 보다 이해하기 쉽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들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과학이나 역사와 같은 학문들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만화를 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글쓴이의 어린 시절에도 이렇게 만화를 통해 과학과 역사 등을 접하여 흥미를 키웠던 적이 있었다.
시대가 흘러갔지만 그러한 접근방식은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유효하다.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이는 유효한 접근방식인데, 특히나 방대한 역사를 갖고 있는 분야의 지식을 쉽게 그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화라는 수단은 정말이지 유용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120년에 이르는 방대한 영화의 역사를 만화책 한권으로 풀어낸 황희연,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는 그런 면에서 그 시도가 의미있는 책이다.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 자체로도 영화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대중의 영화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서 영화의 역사를 한번쯤 되짚어 보는 것은 무척이나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무려 120년 동안 축척된 방대한 역사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의 영화를 있게 한 기라성 같은 감독들과 배우들,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세계 영화의 상업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온 뒷 이야기, SFX 등 특수촬영 기법의 발전사 등 영화는 각 분야별로도 엄청난 규모의 이야기들을 쌓아왔다. 정석으로 영화사를 보려한다면 왠만한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터. 영화사 개론이야 이미 많은 좋은 책들이 시중에 나와있지만, 그마저도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는 다소 어렵고 지루한 것 역시 사실이기도 하다.
그 장대한 역사를 만화책 한권으로 정리한다는 것은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알기 쉽게 그림으로 그릴 수록 그것에 담길 많은 이야기를 정리하고 추상화하는 작업은 독자들이 읽기 쉬운 것에 정 반비례로 고난한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들의 노력과 결과는 박수를 칠만큼 훌륭한 편에 속한다. 특히, 시대별 대표 영화인들을 라이벌 구도로 잡아서 이야기를 풀어간 것은 본서의 백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비록 많은 것들을 다루지 못하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화사의 흐름을 비교적 명확하고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것도 불과 몇시간 만에.
다만, 남무성 작가의 전작 'Jazz it Up'이나 'Paint it Rock'에 비교하면 이 책이 비교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많은 독자들의 이야기는 아쉽지만 사실인 듯 싶다. 차라리 단행본이 아닌 시리즈로 엮어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만큼 영화사의 이야기에는 음악사와 버금가는 다채로운 이야기와 인물들이 있는데, 이를 한권의 책으로 그려내면서 글쓴이나 그림을 그린 이나 모두 책을 완성하기 위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은 듯 싶다. 특히, 현대 영화사로 넘어가는 마지막 챕터는 그전까지 깔끔하고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본서의 말미를 그다지 훌륭하게 마무리하지는 못한 듯 하여 못내 아쉽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1960년때까지를 1부로, 블록버스터와 SF가 태동하는 1970년대부터를 2부로 하여 2권 정도로만 만들었어도 보다 더 멋진 책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히치콕이나 웰스, 큐브릭과 코폴라 등 과거의 명장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도 보고 싶고, 그들과 시대를 같이 했던 또다른 명장들과 명배우들의 이야기도 같이 읽고 싶으며, 최근의 거장들의 행적도 좀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뇌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그만큼 이 책이 펼쳐내는 영화사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저자들이 이 책을 시작으로 영화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이야기도 그려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영화사와 인물들 똑같은 형식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라는 것은 비단 글쓴이 뿐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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