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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1992), 美少女戦士セーラームーン / Sailor Moon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원작: 타케우치 나오코(武内直子)
◈ 감독: 사토 쥰이치(佐藤順一)
◈ 시리즈 구성/각본: 토미타 스케히로(富田祐弘) / 야나가와 시게루(柳川茂), 스미사와 카쯔유키(隅沢克之) 외
◈ 스토리보드/연출: 사토 쥰이치, 이쿠하라 쿠니히코(幾原邦彦), 이가라시 타쿠야(五十嵐卓哉), 코사카 하루네(小坂春女)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다노 카츠코(只野和子)
◈ 작화감독: 타다노 카츠코, 안도 마사히로(安藤正浩), 이토 이쿠코(伊藤郁子), 카가와 히사시(香川久) 외
◈ 미술디자인/미술감독: 무쿠오 다카무라(椋尾篁) / 쿠보타 타다오(窪田忠雄)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有澤孝紀) / DALI, 高松美砂絵(사쿠라 사쿠라), 하시모토 우시오(橋本潮), 애플 파이(アップルパイ)
◈ 기획: 이즈마 이리야(東伊里弥), 오오타 켄지(太田賢司)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2.03.07 ~ 1993.02.27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4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츠키노 우사기는 15살의 덜렁거리는 울보 여중생. 언제나처럼 지각으로 급하게 등교하던 우사기는 동네 꼬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한 고양이를 구해주게 된다. 우사기가 고양이의 머리에 붙은 밴드를 띄어내자, 초승달 모양의 문양이 드러나면서 고양이의 분위기가 돌변한다. 뭔가 묘한 분위기를 느끼던 우사기는 지각 때문에 학교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한편, 다크 킹덤의 여왕 퀸 베릴은 염원하는 환상의 은수정을 찾아올 것을 명하면서, 그 사이 인간들의 에너지를 모아오라는 임무를 부하들에게 내린다. 다크 킹덤의 사천왕 중 한 명인 제다이트가 퀸 베릴의 명을 받들어, 그의 수하인 몰가로 하여금 우사기의 친구 나루의 엄마로 변장하여 보석가게의 세일로 여성고객들을 유인하게 된다. 보석을 통해 인간들의 에너지를 빼앗으려 하는 것이다.

한편, 시험을 망쳐 울상이 된 우사기 앞에 아침의 그 고양이가 나타난다. 놀랍게도 우사기에게 말을 거는 고양이. 자신을 루나라고 소개한 고양이는 우사기에게 초승달 모양의 양각이 새겨진 펜던트를 선물하면서 그녀가 세일러 전사임을 밝히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공주를 찾아야 함을 역설하지만, 펜던트에 쏙 빠진 우사기는 루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조급해진 루나는 우사기에게 '문 프리즘 파워 메이크 업'를 외치라 해보고 우사기의 외침과 함께 그녀는 사랑과 정의의 세일러 전사로 변신하게 되는데...


<소개>

타케우치 나오코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TV 아니메. 코믹스는 강담사의 만화잡지 '나카요시'를 통해 1992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원래는 나오코의 91년 단편 '세일러V 첫등장! - [채널 44] 판도라의 야망'이 강담사의 또 다른 만화잡지 '룬룬'에 소개된 뒤 연재를 허가받게 된 것이 그 시작. 이후 세일러 V는 '코드네임은 세일러 V'라는 제목으로 룬룬을 통해 별개로 연재를 시작하며(아시다시피 세일러 V는 세일러 문의 멤버 세일러 비너스와 동일인이다.), 최초에 공개된 단편은 이 코믹스의 3화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코믹스가 92년 2월에 연재를 하고, TV 아니메가 92년 3월부터 방영을 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TV 아니메 기획은 코믹스가 연재를 시작하기 이전, 혹은 동시기에 기획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7월 '세일러 문 20주년 기념 토크 이벤트' 당시 강담사 담당 편집자의 말에 빌리면, 당시 나오코가 그렸던 세일러 V 단편이 도에이의 관심을 끌면서 아니메 제작이 결정이 되었다고 하니 세일러 문은 아니메와 코믹스가 동시에 제작된 일종의 미디어 믹스였던 셈이다. 반년 간의 짧은 제작기간을 거쳐 코믹스는 92년 2월, TV 시리즈는 동년 3월에 TV 전파를 타기 시작하였으며, 아직 인기가 검증되지 않았던 세일러 문에 대한 도에이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되었음은 두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검증되지 않았던 작품이었기에 세일러 문은 원래 1기 정도의 분량만 방송 전파를 탈 계획이었다고 한다. 초반의 반응도 그닥 좋지는 않아서 관련 완구상품의 판매부진으로 스폰서인 반다이의 압력도 거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세일러 문의 변신도구인 문스틱의 완구 매출이 급증하면서 세일러 문은 초반의 부진을 만회하고 고공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시리즈 평균 시청률은 11.6%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의 코믹스 단행본 발행부수는 약 1,200만부, 방영을 시작한 92년부터 5기가 종료되는 97년까지 캐릭터 상품 매출액은 약 1,000억엔에 이르는 그야말로 메가톤 급 대작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1] 참조) 흔히들 90년대 일본 아니메의 부흥을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이 일궈냈다고들 하지만, 그 시작은 세일러 문이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임밸류가 부족했던 이 마법소녀물이 이토록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번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녀만화이면서도 소년층을 아우르는 장르의 크로스오버에서 첫번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원작자인 나오코가 밝혔듯이 세일러 문은 도에이 동화 코미디 시리즈인 '미소녀 가면 포와트린(1990)'에서 영감을 얻고 여기에 전대물의 설정들을 적극 활용한 것이 그 기원이다. 결국 세일러문은 전대물/특촬물에 대한 여성적 관점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대물이라는 소년 취향의 장르가 여성적 시각으로 그려지면서 세일러 문은 보다 포괄적인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는 저변을 만든 것이다. 이는 변신소녀를 남성적 관점에서 그렸던 나가이 고의 '큐티 하니(1973)'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순정물을 지향하는 세일러 문의 분위기는 특촬물의 폭력적인 부분을 상쇄시키는 세일러 문의 또다른 대중적 코드다. 큐티 하니의 팬더 크로와 마찬가지로 세일러 문의 적 다크 킹덤은 특촬물의 괴물들을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전자가 원작자의 성향과 맞물려 마니악한 성향을 띄었던 반면, 후자는 턱시도 가면, 제다이트 등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특촬물에 여성적 취향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마법소녀 특유의 변신씬과 특촬물/전대물에서 익숙한 세일러 전사들의 대사나 포즈는 상당히 좋은 궁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클리셰들은 세일러 문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리소스가 적게 투입되면서 일부 에피소드가 성의 없게 그려지는 등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여성과 아동 취향의 작품을 주로 다루어 온 사토 쥰이치가 시리즈 디렉터로 나서서 특별한 무리없이 1기를 마무리 지었으며, 그의 제자격인 이쿠라하 쿠니히코와 이가라시 타쿠야는 본작의 연출파트를 거쳐 차기 시리즈의 감독으로 활약하게 된다. 특히 세일러 문은 고바야시 시치로와 함께 아니메 미술의 양대 거장으로 일컫는 무쿠오 다카무라의 마지막 유작이기도 하다. 당시 암투병 중이었던 다카무라 감독을 대신해 무쿠오 스튜디오 출신의 쿠보타 타다오가 미술 감독을 맡았으며, 본작에서 다카무라 감독은 미술 디자인으로 이름을 올린다. 이후 세일러 문 시리즈의 미술은 무쿠오 스튜디오가 맡아 스승의 유지를 이어가게 되며, '빛과 그림자와 질감의 시인'이라는 칭호를 듣던 아니메의 거장은 결국 92년 6월, 세일러 전사들이 브라운관을 수놓는 와중 세상을 뜨고 만다.

한국의 경우는 97년 4월 KBS 2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예상대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 다만 강한 일본색과 당시 한국의 기준에서는 선정적이라 여겨지는 장면에 대해 까다로운 심의가 가해졌으며, 이로 인해 상당 장면이 통편집되거나 덧칠이 되는 등, 영상매체로서의 가치는 많이 훼손되어 버린다. 심의상 진통을 겪던 시리즈는 방영을 시작한지 약 5개월만인 9월에 방영중단이 결정되는데, 이로 인해 PC 통신을 중심으로 방송재개 서명운동이 일어나는 등, 팬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이러한 팬들의 요청을 폭력/선정성이 난무하는 저질만화에 물든 청소년들로 치부하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고, 사회적 문제가 될 뻔했던 세일러 문 사태는 방송심의위원회와 KBS의 합의로 3개월만에 다시 방영이 결정되며 일단락 된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R (1993)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
◈ 시리즈 구성/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 야나가와 시게루, 스미사와 카쯔유키 외
◈ 스토리보드/연출: 이쿠하라 쿠니히코, 이가라시 타쿠야, 시바타 히로키(芝田浩樹)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다노 카츠코
◈ 작화감독: 하세가와 신야(長谷川眞也), 타메가이 카츠미(爲我井克美), 모토하시 히데유키(本橋秀之) 외
◈ 미술디자인/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쿠보타 타다오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 / DALI, 이시다 요우코(石田よう子)
◈ 기획: 이즈마 이리야, 오오타 켄지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3.03.06 ~ 1994.03.12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4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4쿨 방영을 목표로 제작되었던 세일러 문은 소년 만화의 장점과 소녀 만화의 장점, 여기에 뛰어난 캐릭터 성과 완구판매의 호조를 등에 업고 사회적인 현상으로까지 발발한다. 애초에 아동물을 지향하고 있었으나 1기가 종료될 즈음에는 기성 아니메 팬들까지 흡수하며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에 도에이는 다급히 시리즈의 연장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아니메와 병행하여 연재되던 코믹스가 체 후속 에피소드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초반부의 13회 분은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제작이 되는데, 이것이 소위 말하는 '마계수' 편에 해당된다

코믹스의 2부격인 '블랙 문'편은 미래의 네오도쿄에서 온 수수께끼의 소녀 치비우사와 새로운 적 블랙문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새로운 세일러 전사로 외행성 전사인 세일러 플루토가 등장하기도 한다. 93년 12월에는 시리즈 최초의 극장판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R'이 개봉되었으며, 94년 일본 방화중 배급수익 7위를 기록(일본 위키피디아 참조)하며 세일러 전사들의 흥행파워가 극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동시 상영으로 '메이크 업! 세일러 전사'라는 단편 아니메가 있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S (1994)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
◈ 시리즈 구성/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 야나가와 시게루, 에노키도 요우지(榎戸洋司) 외
◈ 스토리보드/연출: 이쿠하라 쿠니히코, 사토 쥰이치, 이가라시 타쿠야, 시바타 히로키 외
◈ 캐릭터 디자인: 이토 이쿠코
◈ 작화감독: 하세가와 신야, 쿠로다 카즈야(黒田和也), 토미나가 마리(とみながまり) 외
◈ 미술디자인/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쿠보타 타다오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 / 사쿠라코 클럽 사쿠라구미(桜っ子クラブさくら組), 미츠이시 코토노(三石琴乃) 외
◈ 기획: 이즈마 이리야, 오오타 켄지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4.03.19 ~ 1995.02.25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38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원작의 '데쓰 버스터즈' 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일러 플루토 외에 외행성 세일러 전사인 세일러 우라누스, 세일러 넵튠이 등장하여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있다. 특히, 세일러 넵튠과 세일러 우라누스는 동인작품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여성간의 동성애, 즉 백합 커플로서 크게 유명세를 떨치게 되는데, 당시 TV 시리즈 아니메에서는 무척 드문 시도로서, 그 중에서도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텐오 하루카(세일러 우라누스)의 경우는 소녀 팬들에게 큰 지지를 얻게 된다. 세일러 새턴도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등장하여 많은 팬들을 양산하기도.

S 시리즈는 기존의 세일러 내행성 전사들과, 세일러 외행성 전사들의 갈등과 대립구도를 활용하여 전작들에 비해 복잡해진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었고, 다양한 세일러 전사들의 등장으로 캐릭터적으로도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 되었다. 1994년 12월 4일에는 극장판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가 개봉하게 된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Super S (1995)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
◈ 시리즈 구성/각본: 에노키도 요우지 / 야마구치 료타(山口亮太), 요시무라 켄지(吉村元希) 외
◈ 스토리보드/연출: 이쿠하라 쿠니히코, 사토 쥰이치, 이가라시 타쿠야 외
◈ 캐릭터 디자인: 이토 이쿠코
◈ 작화감독: 하세가와 신야, 토미나가 마리 외
◈ 미술디자인/미술설정: 타지키 켄(田尻健) / 무쿠오 타카무라, 쿠보타 타다오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 / 사쿠라코 클럽 사쿠라구미, 후지타니 미와코(藤谷美和子)
◈ 기획/제작: 이즈마 이리야, 오오타 켄지, ???(有迫俊彦)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5.03.04 ~ 1996.03.02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39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원작의 '데드 문'편에 해당하는 이야기. S 시리즈에 등장했던 우라누스, 넵튠, 새턴, 플루토 등 외행성 전사들이 모두 등장하지 않고, 치비우사가 다시 등장하여 극을 이끌고 있다. 단, 세일러 스타즈에 시작에 해당하는 167화에는 다시 외행성 전사들이 등장해 172화까지 극을 이끌어가게 되며, S 시리즈의 빌런이었던 데드 문의 여왕 네헤레니아가 부활하는 등, 데드 문 편의 실질적인 아니메 완결은 세일러 스타즈에서야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1995년 12월 23일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Super S, 세일러 9 전사 집결! 블랙 드림 홀의 기적'이 개봉된다. 감독은 R 시리즈부터 연출 파트로 참여했으며, S 시리즈의 극장판을 감독한 시바타 히로키. 동시 상영작으로는 '스페셜 프레젠트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SuperS 외전, 아미의 첫사랑'이 상영되었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Sailor Stars (1996)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이가라시 타쿠야
◈ 시리즈 구성/각본: 야마구치 료타 / 고도 카즈히코(神戸一彦), 마에카와 아츠시(前川淳) 외
◈ 스토리보드/연출: 이가라시 타쿠야, 사토 쥰이치, 시바타 히로키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메가이 카츠미
◈ 작화감독: 타메가이 카츠미, 시모가사 미호(下笠美穂) 외
◈ 미술설정·디자인/미술감수: 타지리 켄 / 무쿠오 타카무라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 / 하나자와 카에(花沢加絵), 미즈키 아리사(観月ありさ), 문립스(ムーンリップス)
◈ 기획/제작: 야다 코우이치(矢田晃一), 오오다 켄지, 有迫俊彦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6.03.09 ~ 1997.02.08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34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데드 문편의 완결과 함께 원작의 마지막 에피소드 '쉐도우 갤럭티카' 편을 다루고 있다. 쉐도우 갤럭티카 편에 해당하는 173화부터는 기존의 세일러 내행성 전사들과 외행성 전사들 외에 세일러 스타 라이츠라 불리는 새로운 세일러 전사들이 등장하는데, 평상시에는 남성이었다가 변신 후에는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저연령층 작품으로서는 무척 파격적인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일러 전사들과 대치하는 빌런 역시 세일러 전사들이라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 시리즈의 모든 세일러 전사들이 등장하고, 적까지 세일러 전사라는 점에서 세일러 전사들을 위한 완벽한 피날레라 할 수 있지만, 5년 동안 계속되어온 이 시리즈도 초반의 참신함은 많이 잃어버린 뒤였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Crystal (2014)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사카이 무네히사(境宗久)
◈ 시리즈 구성/각본: 코바야시 유지(小林雄次)
◈ 스토리보드/연출: 사카이 무네히사 외
◈ 캐릭터 디자인: 사코우 유키에(佐光幸恵)
◈ 작화감독: 코마츠 코즈에(小松こずえ), 타나카 미호(たなかみほ) 외
◈ 미술감독: 쿠라하시 타카시(倉橋隆), 호사카 유미(保坂有美)
◈ 음악/노래: 타카나시 야스하루(高梨康治) / 모모이로 클로버 Z(ももいろクローバーZ)
◈ 제작사: 도에이 동화, 강담사
◈ 저작권: ⓒ 武内直子・PNP・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2014.07.05 ~ (방영중)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Web Anime(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세일러 문 시리즈는 97년 세일러 스타즈의 종방과 함께 한동안 영상매체에서 그 모습을 감춘다. 그러다가 6년 후인 2003년에는 (특촬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답게) 특촬물로 파격 등장했었는데, 여자아이들을 시청 대상으로 한 시험적인 특촬물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마니아들에게도 나름 어필 하면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세일러 문의 팬덤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편은 그로부터 무려 10여년이 지난 2012년에서야 언급되었으니, 2012년 7월 니코파레에서 개최된 세일러 문 TV 아니메 20주년 기념 이벤트에서 신작 아니메로 2013년 여름에 공개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 바로 그것. 제작 상의 난항이 있었는지 몰라도 이 기획은 몇 번의 연기를 거쳐 실제 방영은 1년이 지난 2014년 7월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신작 세일러문 크리스탈은 TV 방영이 아닌 니코니코 동화와 반다이 채널을 통합 웹 아니메(또는 Original Net Anime;ONA) 형태로 방영되었으며, 월드와이드 방영방침 덕분에 한국에서도 니코니코 홈페이지를 통해 한글 자막과 함께 감상이 가능하다.

세일러 문 크리스탈은 기존 시리즈의 시퀄이 아닌 리부트를 표방하고 있으며, 원작의 다크 킹덤 편이자 첫번째 TV 아니메 시리즈의 이야기를 다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코믹스의 이야기를 기본 구조로 삼고 있으며, 캐릭터에 있어서도 기존과 달리 원작의 순정만화풍 스타일을 살려낸 것이 본 시리즈의 특징. 단,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으며, 디자인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나, 작화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레전드의 리부트치고는 다소 격이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격주 방영으로 현재 2화까지 방영된 상태이며, 세일러 문 크리스탈이 코믹스의 이야기를 다 다룰 수 있을지는 첫 시리즈의 흥행여부에 달린 듯 하다. 허나, 달라진 캐릭터 디자인과 CG로 구성된 변신씬만으로 오리지널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아성을 넘기에는 아직은 버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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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3 아이즈 (1991), 삼지안 / サザンアイズ / 3X3 Eyes


ⓒ 高田裕三/講談社


<정보>

◈ 원작: 타카다 유조(高田裕三)
◈ 감독: 니시오 다이스케(西尾大介)
◈ 각본: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아라이 코이치(新井浩一)
◈ 미술감독: 사누키 토시카츠(佐貫利勝), 타니구치 준이치(谷口淳一)
◈ 음악: 와다 카오루(和田薫)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AVAC / 반다이 비주얼, 강담사, 킹 레코드
◈ 저작권: ⓒ 高田裕三/講談社 ・ バンダイビジュアル ・ キングレコード
◈ 일자: 1991.?.?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4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줄거리>

가족을 돌보지 않고 삼지안 운가라의 전설을 쫓아 세계를 방랑하는 후지이 교수의 아들 후지이 야크모. 가족을 소홀히 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혼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던 야크모는 어느날 길에서 우연치 않게 외국인 소녀를 스쿠터로 치일 뻔 하는 사고를 겪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 소녀는 야크모를 찾아서 티벳에서부터 일본까지 온 파이라는 인물로, 후지이 교수의 유골과 그가 남긴 편지를 야크모에게 건낸다. 


편지에는 파이가 후지이 교수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삼지안 운가라족의 생존자라는 것, 그리고 그녀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삼지안은 인간과는 다른 요괴 종족으로 신비한 힘을 쓸 수 있는 종족이다. 인간이 되기를 원하는 파이를 위해 후지이 교수는 야크모에게 파이를 도와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는데...


<소개>

타카다 유조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4부작 OVA 아니메. 원작은 코단샤(강담사)의 월간지 '영 매거진 증간해적판'에서 1987년 12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1989년부터는 본지인 주간 영매거진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총 40권의 단행본으로 연재를 마감하였는데, 아시아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국적인 세계관과 설정, 그리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로 90년대 아니메의 판타지 부흥에 일조한 작품이기도 하다.

3X3 아이즈는 세 개의 눈을 가진 전설의 종족인 삼지안 운가라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인 파이와, 얼떨결에 그녀의 모험에 휘말려 인간이 아닌 불사의 몸이 되어버린 야크모가 파이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떠나는 긴 여정이 이야기의 주된 줄거리이다. 여행 중에 등장하는 수많은 요물들과 맞서는 파이와 야크모의 싸움은 상당히 처절하고 강렬한 묘사가 인상적이며, 고어적인 묘사와 상반되는 천진한 소녀 파이의 매력과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던지는 야크모의 멜로 라인이 작품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인도, 티벳 등 아시아 권에서도 다소 생소한 지역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적 설정은 3X3 아이즈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신선한 시도다. 타카다 유조 특유의 정교한 설정 능력이 더해져 3X3 아이즈의 세계관은 일본의 코믹스 중에서도 꽤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오컬트적인 설정과 일본의 전통 설화 등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던 '공작왕'과 비교할만하다. 다만, 초반부의 매력적인 스토리 텔링과 설정은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액션에 치중하면서 그 힘을 잃고 만다. 좋은 평을 들었던 초중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이야기들은 팬들에게도 많은 질타를 받았으며, 작가 자신도 이를 순순히 인정하고 있는 듯 하다. (다만, 이러한 아쉬움은 비슷한 장르의 공작왕이나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래곤 볼에서조차도 어느정도 보여졌던 문제이기도 하다.)

아니메는 반다이 비주얼과 도에이 등이 주축이 되어 OVA 4부작으로 제작되었다. 코믹스의 1부격인 성마편을 다룬 OVA는 '드래곤 볼'의 TV 시리즈와 극장 아니메를 연출해온 니시오 다이스케가 감독으로 낙점되었다. 3X3 아이즈는 다소 어둡고 칙칙한 컬러로 원작의 오컬트 적인 느낌을 재현하려고 했는데, 이는 니시오 감독의 이전 연출작인 '크라잉 프리맨' OVA와 다소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선택이 오히려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는 못한 듯 싶으며 같은 측면에서 캐릭터도 원작의 매력을 잘 살리지는 못했는데,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아라이 코이치 역시 크라잉 프리맨 OVA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3X3 아이즈 성마전설 (1995), サザンアイズ 聖魔伝説


ⓒ 高田裕三/講談社 ・ バンダイビジュアル ・ キングレコード


<정보>

◈ 감독: 타케노우치 카즈히사(竹之内和久)
◈ 각본: 타카다 유조, 타케노우치 카즈히사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쿠마가이 테츠야(熊谷哲矢)
◈ 미술감독: 히로시 카토(加藤浩)
◈ 음악: 와다 카오루
◈ 제작사: TAVAC, 스튜디오 쥬니오
◈ 저작권: ⓒ 高田裕三/講談社 ・ バンダイビジュアル ・ キングレコード
◈ 일자: 1995.07.25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3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코믹스의 2편 격인 성마전설 편을 원작으로 한 OVA. 제작은 도에이 동화가 아닌 도에이 동화의 하청 작업을 주로 했던 스튜디오 쥬니오(여러가지 제작 실패를 겪으며 현재는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이 아닌 저작권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에서 맡았다. 기억을 잃고 평범한 여고생으로 살아가는 파이와 그녀를 찾아 정처없는 여행을 떠난 야크모의 재회와 모험을 그리고 있다. '말예의 장', '열쇠의 장', '귀환의 장' 총 3부로 제작되었으며, 코믹스 중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3×3 EYES, Wikipedia Japan
[2] 3×3_EYES(1991), allcinema.net
[3] 3×3_EYES ~聖魔伝説~(1995), allcinema.net
[4] 3×3 EYES, 엔하위키 미러
[5] 3×3 아이즈, 베스트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高田裕三/講談社 ・ バンダイビジュアル ・ キングレコード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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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1991), Beauty and the Beast


ⓒ Walt Disney

<스탭>

◈ 원작: 쟌 마리 르 프랭스 드 보몽(Jeanne Marie Le Prince de Beaumont)의 '미녀와 야수(La Belle et la Bête)'
◈ 감독: 게리 트러스데일(Gary Trousdale), 커크 와이스(Kirk Wise)
◈ 각본/스토리: 린다 울버튼(Linda Woolverton) / 로져 알러스(Roger Allers), 브렌드 채프먼(Brenda Chapman) 외
◈ 음악/작사: 알란 멘켄(Alan Menken) / 하워드 애쉬먼(Howard Ashman)
◈ 기획: 하워드 애쉬먼
◈ 프로듀서: 돈 한(Don Hahn)
◈ 제작 프로듀서: 존 레스터(John Lasseter), 사라 맥아더(Sarah McArthur)
◈ 편집: 존 카노찬(John Carnochan)
◈ 프로덕션 디자인: 브라이언 맥엔티(Brian McEntee)
◈ 미술 스탭: 켈리 아스베리(Kelly Asbury) 외
◈ 애니메이터 스탭: 글렌 키엔(Glen Keane) 외
◈ 제작/배급: 월트 디즈니 피쳐 애니메이션 / 월트 디즈니 픽쳐스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1991.11.22 (북미) / 1991.11.13 (월드 와이드)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캐스팅>

◈ 벨: 페이지 오하라(Paige O'Hara)
◈ 야수: 로비 벤슨(Robby Benson)
◈ 가스통: 리차드 화이트(Richard White)
◈ 루미에: 제리 오바치(Jerry Orbach)
◈ 콕스워스: 데이빗 오그던 스타이어스(David Ogden Stiers)
◈ 폿트 부인: 안젤라 란스베리(Angela Lansbury)


<줄거리>

거지로 변신한 마녀의 구걸을 거절했던 이기적인 왕자가 마녀의 저주를 받아 흉측한 괴물로 변하고 만다. 마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자 뿐만 아니라 그의 하인들과 성까지 모두에게 저주를 걸었으니,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1살이 되기 전까지 누군가의 진정한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인간의 모습이었을 때도 이기적이고 못된 심성으로 사랑을 할 수 없던 왕자는 이제 외모까지 흉측한 괴물로 변해 과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날, 근처 작은 마을에서 괴짜 발명가 아버지를 모시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소녀 벨은 같은 마을의 청년 가스통의 끈질긴 구혼을 받고 있었다. 마을 최고의 인기남이지만, 거만하고 배려심 없는 가스통에게 관심이 없는 벨. 꿈많고 낭만적인 그녀의 시선은 작은 마을이 아닌 미지의 어느 곳을 향하고 있다. 어느 날 길을 떠났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고 타고 갔던 말만 돌아오자, 벨은 아버지를 찾아서 용감하게 길을 나선다. 말의 안내로 저주받은 성까지 다다른 벨, 벨의 아버지는 그 성에 갇혀 있었는데, 놀랍게도 말을 하는 무서운 야수가 그녀의 아버지를 강금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벨은 용감하게도 자기가 대신 야수의 죄수가 되겠다는 말을 꺼내는데...


<소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를 시작으로 해서 디즈니가 만들어온 만화영화 중 30번째 극장 만화영화이자 '인어공주(1989)'로 새로운 부흥기에 접어든 디즈니의 두번째 빅히트작. 직전년도에 '코디와 생쥐구조대(1990, The Rescuers Down Under)'가 제작되긴 했으나 흥행성적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세번째 작품이지만, 실질적으로 인어공주의 바통을 이어간 두번째 주자는 이 작품 미녀와 야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미녀와 야수의 기획 역시 인어공주와 동일하게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만들어졌던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백설공주의 후속작 중 하나로 미녀와 야수를 기획했던 창립자 월트 디즈니는 실제 스토리 작업까지 진행시키지만, 최종 제작까지는 이르지 못했었다. 세월이 지나 198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디즈니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는가(1988)'에 참여했던 리챠드 윌리암스를 영입하여 미녀와 야수의 프로젝트를 부활시켰으나 연출자가 교체되는 등, 프로젝트의 진행은 그다지 순탄치 못했던 듯 싶다.

1989년 인어공주가 성공을 거두자, 디즈니 스튜디오의 수장 제프리 카첸버그는 인어공주의 두 감독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를 이 작품의 감독으로 다시금 기용하고자 했지만, 인어공주에 온 힘을 쏟아부었던 그들은 이 제안을 거절하고 만다. 결국 미녀와 야수의 연출은 당시 신예였던 게리 트러스데일과 커크 와이스에게까지 넘어가게 되는데, 두 신예 연출자의 기용이 후일 신화로 거듭날 이 작품의 발목을 잡을 정도의 선택이 아니었음은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디즈니의 인프라는 그러한 것들을 보충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다.

미녀와 야수에서 특이한 점은 각본가의 영입이다. 일반적으로 만화영화는 스토리보드가 영화의 각본을 대신하는데, 미녀와 야수는 이런 전례를 깨뜨리고 각본을 먼저 쓴 다음,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보드가 만들어지게 된다.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에서는 인어공주와 같은 뮤지컬 드라마로 제작할 것이 결정되는데, 이로 인해 하워드 애쉬먼과 알란 멘켄이 다시금 의기투합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미녀와 야수가 인어공주의 성공방식을 이어가는 작품임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당시 AIDS에 걸려 있던 하워드는 미녀와 야수의 개봉을 미쳐 보지도 못한 체 91년 3월에 세상을 뜨고 만다. 미녀와 야수는 하워드와 알란 콤비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셈이다.

전작인 코디와 생쥐구조대에서 사용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CAPS(Computer Animation Production System) 기법은 이 작품에서도 당당하게 한축을 담당한다. 인어공주를 마지막으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도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아직 3D가 등장하기 전에 디즈니가 선보인 이 CG 기법은 뛰어난 선명도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게 되는데, 특히 벨과 야수의 무도회 장면은 2D임에도 불구하고 다중 레이어와 다중 시점 등을 사용하여 3D에 가까운 비주얼을 구현해 내 영상적으로도 이전 디즈니의 작품보다 진일보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게 된다. 단, 이 CAPS에 픽사의 기술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은 이후 북미 애니메이션 판도의 변화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기존의 동화적 스토리에 현실적인 터치를 가미하고 주변 캐릭터들을 활용하여 코믹한 상황을 연출시키며, 감동과 코미디를 오가는 맛갈스런 이야기의 향연은 인어공주를 거쳐 미녀와 야수에서도 변함이 없다. 전작의 인기 캐릭터(아니 가재) 세바스찬에 버금가는 루미에와 콕스워스 콤비부터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올드 미드팬들에게 익숙한 안젤라 란스베리가 분한 포트 부인의 포근함, 원작에 없는 캐릭터이지만 매력적인 악역으로 작품의 한쪽을 빛나게 한 가스통 등 캐릭터들의 아우라는 인어공주에 이어 이번 미녀와 야수에서도 발군이다. 인어공주보다 더 다양해진 캐릭터들의 군상은 미녀와 야수를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야수와 미녀의 사랑이라는 이야기 주제 또한 인어공주에 비해 보다 더 성인층, 특히 여성층이 공감할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사납지만 우스꽝스럽고 서툰 야수의 매력이 화면 내내 영리하고 아름다운 벨과 잘 어우러지며 멋진 화학작용을 보여주는 부분은 미녀와 야수의 코미디적인 요소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단단한 버팀목이다. 클라이막스에서 극적으로 인간 남자로 부활하는 야수의 모습 역시 극의 대미와 판타지를 완성하는 상투적이지만 감동적이고 적절한 클리셰이기도 하다. 이후 제작되는 디즈니의 르네상스 시기의 어떤 작품보다도 멜로 드라마로서의 완벽한 공식을 갖춘 작품이 바로 이 미녀와 야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미녀와 야수는 박스오피스로 무려 4억불을 상회하는 수입을 거둬들이는데, 이는 인어공주의 두 배를 뛰어넘는 성과였다. 흥행뿐만 아니라 비평에서도 찬사가 끊이지 않았으며, 만화영화로서는 사상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아쉽게도 작품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양들의 침묵'이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그 저력을 보여주었으며, 만화영화로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이 놀라운 사건은 이 픽사의 'UP(2009)'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 전까지 무려 18년 동안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게 된다. '라이온 킹 3D' 버전의 성공과 함께 미녀와 야수도 3D로 다시 제작되어 2012년 1월 북미에서 재개봉되어 큰 호평을 얻게 된다.



미녀와 야수, 마법의 크리스마스 (1997), Beauty and the Beast, Enchanted Christmas


ⓒ Walt Disney

<스탭>

◈ 감독: 앤디 나이트(Andy Knight)
◈ 저작권: ⓒ Walt Disney
◈ 제작/배급: 디즈니툰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홈 비디오
◈ 일자: 1997.11.11
◈ 장르: 드라마, 로맨스,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OVA / 전연령가 (G)


<소개>

벨과 야수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맞이하여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비디오 애니메이션. 극장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왕자가 다시 야수로 등장하는 등, 극장판의 뒷 이야기라기보다는 스핀 오프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미녀와 야수, 벨의 마법세상 (1998), Beauty and the Beast, Belle's Magical World


ⓒ Walt Disney

<스탭>

◈ 감독: 쿨렌 블레인(Cullen Blaine), 다니엘 데 라 베가(Daniel de la Vega) 외
◈ 저작권: ⓒ Walt Disney
◈ 제작/배급: 디즈니툰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홈 비디오
◈ 일자: 1998.02.17
◈ 장르: 드라마, 로맨스,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OVA / 전연령가 (G)


<소개>

옴니버스 형식의 비디오 애니메이션. '완전한 세상', '피피의 어리석은 행동', '폿트 부인의 파티', '부러진 날개'의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 사이트>

[1] Beauty and the Beast (1991 film), Wikipedia
[2] Beauty and the Beast (1991), IMDB
[3] 미녀와 야수, 엔하위키 미러
[4] Beauty and the Beast: The Enchanted Christmas, Wikipedia
[5] Beauty and the Beast: Belle's Magical World,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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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투구아 돗지 단페이 (1991), 炎の闘球児 ドッジ弾平 / Honō no Tōkyūji Dodge Danpei

ⓒ Koshita Tetsuro / Shogakukan / TX


<스탭>

◈ 원작: 코시타 테츠히로(こしたてつひろ)
◈ 총감독: 사사가와 히로시(笹川ひろし)
◈ 시리즈 구성: 야마다 타카시(山田隆司)
◈ 스토리보드/연출: 이와사키 요시아키(岩崎良明), 이시야마 타카아키(石山タカ明), 아베 노리유키(阿部記之) 외
◈ 캐릭터 디자인: 하시모토 카즈미(はしもとかつみ)
◈ 작화감독: 하시모토 토요코(橋本とよ子), 후지타 마리코(藤田まり子), 하시모토 카즈미
◈ 미술감독: 나카무라 ?(中村靖)
◈ 음악: 카츠마타 류이치(勝又隆一)
◈ 제작: 애니메이션 21, TV 도쿄, 도큐 에이전시, 소학관 프로덕션
◈ 저작권: ⓒ こしたてつひろ · 小学館 · TX
◈ 일자: 1991.10.14~1992.09.21
◈ 장르: 스포츠, 드라마, 코미디
◈ 구분/등급: TVA(47화) / 전연령가(G)


<시놉시스>

전설적인 피구선수 이치게키 단쥬로(한국명 나태풍)의 아들인 천방지축 개구장이 이치게키 단페이(한국명 나통키). 공강소학교(한국명 태동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첫날부터 사고를 치면서 유명인이 된 단페이는 우연치 않게 공강 피구팀의 주전 히우라 타카시(한국명 권총탄)와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결국 피구로 승부하게 되는 두 사람.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단페이의 실력은 예상 이상이었지만, 결국 경험부족으로 타카시에게 패하게 된다. 강한 승부근성을 지닌 단페이는 패배에 굴욕을 느끼고, 타카시를 이기기 위해 피구 지옥훈련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소개>

월간 코로코로 코믹에 89년부터 95년까지 연재된, 코시타 테츠히로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1991년에 제작된 TV 시리즈 아니메. 이 작품으로 인해 피구라는 비인기 종목이 당시 일본 초등학교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그 인기는 이듬해인 1992년 한국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 최초 VHS 비디오로 출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같은 해 SBS에서 방영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코믹스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TV 아니메로 제작되었는데, 중,후반부의 에피소드는 코믹스의 연재 속도와 같아지면서 별도의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그려지게 된다.

피구왕 통키는 열혈 스포츠물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피구라는 다소 소프트한 스포츠 종목을 미식축구 이상의 터프한 스포츠로 변형시켜 파워 넘치는 전개를 이끌어 내었으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필살기를 보여주는 설정으로 아이들에게 크게 어필하게 된다. 단페이(통키)의 불꽃슛 뿐만 아니라 라이벌인 타이가(타이거)의 번개슛이나 미도우 아라시(남대풍)의 스핀 드라이브 슛(회전 회오리 슛), 리쿠오 토우마(태백산)의 프레스슛(파워슛)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필살기가 등장하여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단페이의 라이벌 중 하나인 토우마의 경우는 도저히 초등학생으로 생각할 수 없는 외모와 힘을 자랑하고 있어 시리즈 중 가장 강렬한 매력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깊게 인상을 남기게 된다.

단페이가 초필살기인 불꽃슛을 연마하고 성공시키는 과정을 시리즈 종반에 이르러서야 이루어내는 드라마틱한 대미를 보여주면서 불꽃슛이 라스트를 극적으로 장식하는 부분은 인삭정이다. 이로 인해 시리즈가 종영된 이후에도 아이들 사이에서 불꽃슛 열풍이 계속되었으며 이 피구 열풍은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이어지기까지 했는데, 그 때문에 당시 한국의 대학교 M.T나 야유회에서 어른들이 피구를 즐기면서 불꽃슛(?) 등을 던지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별한 모션없이 공중에서 떠서 '불꽃슛!'이라고 외치는 불꽃슛에 비해 특징적인 모션이 있는 파워슛이나 회오리슛 등이 실제로는 좀 더 사랑받았다나 모라나.(경험담이 아니라...)

오프닝 곡인 토쿠가미 토모코의 '불꽃의 Go Fight'는 번안되어 강변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가수 강성연의 목소리로 한국에서도 대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한 게임도 크게 히트하여 당시 오락실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피구왕 통키의 인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실사영화로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원작자와의 상의를 거치지 않은 저예산의 B급 실사영화로 제작되면서 90년대에서도 여전히 진전이 없는 한국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 1992 SEGAⓒ 1992 SEGA
세가(Sega)에서 92년도에 발매된 게임. 당시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영음사 / 대경 DVD (페니웨이님 포스트 참고)
국내에서 무판권 B급 실사영화로 제작된 불꽃슛 통키의 VHS 커버.

☞ 실사영화 불꽃슛 통키 리뷰 보러가기: 괴작열전 불꽃슛 통키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炎の闘球児_ドッジ弾平, Wikipedia Japan
[2] 炎の闘球児ドッジ弾平(1991), allcinema.net
[3] 피구왕 통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こしたてつひろ · 小学館 · T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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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스란 전기 I, II (1991, 1992), アルスラーン戦記 / The Heroic Legend of Arslan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정보>

◈ 원작: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
◈ 감독: 하마츠 마모루(浜津守)
◈ 각본: 미야시타 토모야(宮下知也), 타카다 카오리(高田かおり) - 1편 / 스기하라 메구미(杉原めぐみ) - 2편
◈ 스토리보드: 하마츠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黄瀬和哉) - 1편 / 나카타 마사오(中田雅夫) - 2편
◈ 미술감독: 이케다 유우지(池田祐二) - 1편 / 키노시타 카즈히로(木下和宏) - 2편
◈ 음악/노래: 츠루 노리히로(都留教博) / 유사 미모리(遊佐未森) - 1편, 타니무라 유미(谷村有美) - 2편
◈ 제작: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마츠오 슈우고(松尾修吾), 다카하시 유타카(高橋豊)
◈ 제작사: 애니메이터 필름(1편), 아우벳쿠(2편) / 무빅,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도큐 에이전시, IMAGICA, 카도카와 서점
◈ 저작권: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 일자: 1991.08.17 - 1편 / 1992.07.18 - 2편
◈ 장르: 드라마,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파르스력 320년, 대륙 공로의 중심에 위치한 강대한 파르스 왕국에 이웃 국가인 루시타니아 왕국이 침공을 개시했다. 파르스의 왕인 안드라고라스 3세는 친히 대군을 이끌고 루시타니아군이 진을 친 아트로파테네 계곡으로 나서게 되는데, 역전의 용사들이 가세한 강대한 파르스 군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 하다. 하지만 파르스의 황태자로 이번 전쟁에 참여하게 된 아루스란은 아트로파테네 전역에 깔린 자욱한 안개를 보고 불안감을 느낀다. 루시타니아 군의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아루스란과 파르스군에서도 10명 밖에 없는 마르즈반의 칭호를 얻고 있는 젊은 장군 다륜은 안드라고라스 3세에게 잠시 후퇴할 것을 청하지만, 후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안드라고라스 3세는 다륜의 간언을 물리치고 대군을 움직여 루시타니아 군에게로 돌진한다.


그러나 우려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안개 속에서 방심한 파르스의 기병들은 루시타니아 군이 설치한 기름 함정에 빠져 불길에 휩싸이고, 설상가상으로 파르스의 마르즈반 중 한 명인 카란이 파르스 군을 배신하면서 파르스의 대군은 혼란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루시타니아군에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륜은 전세가 기울었음을 판단하고 아루스란에게로 향하고 아루스란과 다륜은 단신으로 전장을 빠져나오게 된다. 파르스 군은 전멸하고 안드라고라스 3세마저 루시타니아 군을 이끄는 정체불명의 은가면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파르스 왕국, 아루스란은 다륜과 함께 다륜의 친구이자 전 궁정 서기관이었던 나르사스의 은신처로 향하게 되는데...


<소개>

'은하영웅전설'의 작가 다나카 요시키의 장편 대하 소설(물론 정통소설이라기 보다는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극장판 아니메. 원작은 은하영웅전설의 집필이 완료되어가던 1986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간되기 시작하여 2008년에 이르는 현재까지도 완결이 되지 않고 있다. 다나카 요시키의 작품 중 완간된 작품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며, 1990년까지 발간된 7권까지를 1부, 그리고 8권 이후부터를 2부로 나누고 있다. 2008년에 13권이 발행된 이후로는 아직까지 후속작에 대한 소식은 없으며, 한국에서는 1999년 정식 번역된 서울문화사 판 문고가 있는데 아쉽게도 2부는 한국에 발간되지 못했다. 서울문화사 판은 현재 절판된 상태다. (코믹스도 한국에 발간되었으나 역시 절판)


가상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주무대가 되는 파르스 왕국은 국가의 명칭이나 설정 등으로 미루어볼 때 중세 페르시아 제국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중간중간 마법, 사왕과 같은 상상적인 설정이 등장하기는 하나 판타지라기보다는 정통 전쟁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작품. 나라를 빼앗기고 유랑길에 오른 왕태자 아루스란이 다륜과 나르사스, 파랑기스와 같은 충신들과 힘을 모아 나라를 되찾는 영웅 서사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은하영웅전설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모두 젊은 영웅들이라는 점에서 은영전의 라인하라트와 그 휘하의 젊은 장군들을 연상시키게 한다.


원작소설의 1부가 완료된 시점에서 카도카와 서점은 극장용 아니메의 기획을 추진하게 된다. 극장 아니메는 총 2부작으로 기획되어 1부가 비슷한 시기에 기획중이었던 '사일런트 뫼비우스' 극장 아니메 1부와 함께 동시상영으로 극장에 걸리게 된다. 80년대 대작 극장 영화와 아니메를 연이어 쏟아내던 카도카와의 모습에 비춰보면 소심한 모습이었는데, 이는 직전년도에 무려 50억엔을 쏟아부은 초대작 극장영화 '하늘과 땅과'의 개봉, 그리고 수년전부터 시작되어온 카도카와 형제 간의 불화에 따른 그룹 내 내흥 등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닌가 싶다. 1993년 카도카와 하루키가 사장에서 해임된 후, 카도카와의 아니메 사업은 이전보다 축소되어 직접 제작이 아닌 제작 컨소시엄의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아루스란 전기와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그런 면에서 카도카와 아니메의 과도기에 있었던 작품인 셈이다.


ⓒ 田中芳樹·角川書店·MOVIC·Sony Music Entertainment (좌) / ⓒ Studio TRON·角川書店 (우)



비록 위세가 약해진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지만 카미무라 사치코와 키세 카즈치카로 이어지는 극장판 1부의 작화 라인업은 극장용 아니메에 어울리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시티헌터' 시리즈, '비너스 전기(1989)' 등에서 활약한 카미무라는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맡았던 아마노 요시타카의 캐릭터의 연장선상에서 아니메 캐릭터로의 전환을 멋지게 해내었으며(특히, 파랑기스는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을 100% 살려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 '패트레이버' 극장판 시리즈의 작화감독으로 사실적인 극화풍의 작화가 인상적인 키세 카즈치카의 해석력이 더해져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었다면 그야말로 놀라운 비주얼로 탄생할 수도 있었으나 90년대 들어 많은 힘을 잃은 일본 극장 아니메의 현실에 비춰보면 이는 무리일지도.


대작 극장 아니메로 탄생하지 못하면서 전쟁 드라마에 어울리는 스케일을 그려내지 못하는 제약이 있었지만, 깔끔한 작화와 멋스러운 화면 구성 등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의 작품이다. 다만, 초반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극적인 재미가 높지 않고, 여기에 1시간 분량의 반쪽짜리 아니메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다루지 못함은 아쉬운 점, 안타깝게도 1년여 뒤에 개봉된 2부 극장판은 작화진이 교체되면서 전반적으로 1부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며, 1, 2부 극장판을 다 합쳐도 이야기는 프롤로그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소설의 맛을 잘 살려내지는 못한 셈이다. 2부의 엔딩 테마인 타니무라 마미의 '설레임을 Believe'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극장 아니메보다 더 유명세를 타게 된다.



아루스란 전기 III, IV, V, VI (1993, 1995)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정보>

◈ 감독: 아미노 테츠로(アミノ テツロー) - 3,4편 / 하마츠 마모루 - 5,6편
◈ 각본: 스기하라 메구미
◈ 캐릭터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작화감독: 오치 신지(越智信次) - 3,4편 / 나카무라 사토루(中村悟) - 5편 / 시노 마사노리(筱雅律) - 6편
◈ 미술감독: 카나무라 카츠요시(金村勝義) - 3편 / 니시쿠라 치카라(西倉力) - 4편 / 쿠시다 타쯔야(串田達也) - 5편 / 네자키 치에코(根崎知恵子) - 6편
◈ 음악/노래: 츠루 노리히로(都留教博) / 스즈키 쇼코(鈴木祥子)
◈ 제작사: 애니메이터 필름 / 무빅,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카도카와 서점
◈ 저작권: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 일자: 1993.?.? - 3,4편 / 1995.?.? - 5,6편
◈ 장르: 드라마,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4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극장판에서 미쳐 못다한 이야기는 이듬해 OVA로 그려지게 된다. 원작 4권 한혈공로에 해당하는 내용이 OVA 3부와 4부로 만들어지고, 2년 후인 1995년 5권인 정마고영 편이 OVA 5부와 6부로 만들어진다. 각 편마다 작화 스탭진이 다른데, 3부와 4부보다는 5부와 6부의 작화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높다. 1부의 유려함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5부와 6부의 퀄리티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원작의 1부도 체 완결짖지 못한 체 OVA는 6부작을 끝으로 제작이 중단된다.


<참고 사이트>

[1] アルスラーン戦記, Wikipedia Japan
[2] アルスラーン戦記(1991), allcinema.net
[3] 아루스란 전기, 엔하위키 미러
[4] 아루스란 전기,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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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뫼비우스(1991), サイレントメビウス / Silent Mobius


ⓒ Studio TRON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아사미야 키아(麻宮騎亜)
◈ 총감독/스토리보드: 키쿠치 미치타카(菊池通隆, 아사미야 키아의 애니메이터 필명)
◈ 감독: 토미자와 카즈오(富沢和雄) - 1편, 이데 야스노리(井出安軌) - 2편
◈ 각본: 키쿠치 미치타카, 시게우마 케이(重馬敬)
◈ 캐릭터 디자인: 키쿠치 미치타카
◈ 디자인 웍스: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모리키 야스히로(森木靖泰),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외
◈ 작화감독(1편): 아오키 테츠로(青木哲朗), 아베 쿠니히로(阿部邦博), 야나기사와 마사히데(柳沢まさひで) 외
◈ 작화감독(2편): 니시이 마사노리(西井正典), 마츠바라 히데노리(松原秀典), 키타지마 노부유키(北島信幸)
◈ 미술감독: 히라키 노리히로(平城徳浩)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동경소년 - 1편, SAICO - 2편
◈ 제작: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빅터, 파이오니아 LDC, AIC
◈ 저작권: ⓒ Studio TRON · 角川書店
◈ 일자: 1991.08.17, 1992.07.18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줄거리>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환경파괴로 산성비가 쏟아지는 미래의 도쿄. 2000년 무렵부터 현시대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속칭 3rd AT(Attraction)이라 불리는 이 사건들은 인간계가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 네메시스에서 온 이형의 존재들인 요마(루시퍼 호크)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들로, 정부는 이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특수조직 AMP(Attacked Mystification Police)를 신설하게 된다, 때는 2023년.


2024년, 하와이에서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카츠미 리큐르가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도쿄로 돌아온다. 사실 그녀는 네메시스와 인간계를 연결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진 대마법사 기겔프 리큐르와 무녀 후유카 리큐르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아버지의 강력한 마력을 이어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다가오는 루시퍼 호크와의 일전을 위해서 카츠미는 AMP에게 꼭 필요한 인재였는데...


<소개>

카도카와 서점의 만화잡지인 '월간 코믹콘'에서 1988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아사미야 키아의 대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2부작 극장용 아니메. 원작은 월간 코믹콘에서 연재를 하던 도중 93년부터 후지미 서점의 만화잡지 '코믹 드래곤'으로 자리를 옮겨 연재를 마무리했다. 총 12권으로 연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프리퀄에 해당하는 '뫼비우스 클라인'과 캐릭터 개개인의 사이드 스토리를 다룬 '사일런트 뫼비우스 테일즈'가 만들어 졌으며,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사일런트 뫼비우스 네오스가 2005년에 연재될 예정이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인 듯.


판타지 계열의 만화를 주로 연재했던 월간 코믹콘의 작품이어서인지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미래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퇴마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관이나 배경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런너'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거대한 광고 스크린을 내장한 비행선들이 도시를 부유하고 산성비가 쏟아지며 공중비행이 가능한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SF 세계에 등장하는 요마와 마법과 과학력을 동원하여 그들에 상대하는 AMP의 여전사들이라는 매치업은 당시로서는 꽤 신선한 크로스오버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컷 하나하나에 상당한 정성을 들이는 아사미야 키아의 필력이 더해지면서 연재초기부터 코믹스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초창기 그의 스타일은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나 '버블검 크라이시스'의 소노다 케이치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는데,(실제 앞선 둘의 작품들도 사이버펑크적인 세계관에 미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들 셋은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90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성수전설 다크엔젤'을 동시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아사미야의 스타일은 독자적인 색체를 갖추고, 이후 기다랗고 평면적인 그만의 독특한 페이스 스타일을 만들어내게 된다. 애초에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아사미야가 처음에는 다른 이들의 캐릭터를 그리다가 코믹스 작가로 전향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듯.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던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마침내 그 인기를 인정받아 카도카와의 수장 카도카와 하루키에 의해 극장용 아니메로 전격 제작되기에 이른다. 이미 키쿠치 미치타카라는 필명(실제는 본명)으로 아니메에서 활약하던 아사미야는 이 작품에서 원작자겸 총감독, 그리고 스토리보드와 각본의 1인 4역으로 맹활약하게 되는데, 비록 애니메이터 출신이기는 하나 연출경험이 전무했던 그를 보조하기 위해 토미자와 카즈오와 이데 카데노리가 각각 1부와 2부의 감독으로 그를 보조하게 된다.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애니메이터 출신의 만화가에게 쏟은 카도카와의 정성으로 볼 때 카도카와는 아사미야를 차세대 아니메 감독으로 키울 요량이었는지도 모른다. 단, 이 작품을 끝으로 아니메 연출가로서 아사미야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직까지는 없다.


원작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1, 2부에 담은 구성은 나름대로 준수하다. 세계관의 설정도 준수하고 요마와 싸우는 여섯명의 (제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들이라는 설정도 80년대 유행하던 미소녀+메카닉의 변주로 아니메 팬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만한 소재. 아사미야 본인이 작품에 참여했기에 캐릭터의 아니메 이식도 거의 완벽한 수준에 가깝다. 작화 수준도 현재의 CG 아니메와 비교하면 떨어지겠지만 여전히 준수한 편. 다만, 액션물로서의 스토리보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며 시나리오 구성도 무난하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다소 없는 것이 본작의 아쉬운 점으로,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1부와 2부로 극장 아니메가 나뉘어지면서 각 편마다 기승전결을 부여하는 형태로 가면서 좀 더 큰 스케일과 밀도있는 이야기 전개를 이끌어낼 수 없었던 듯 싶다.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사이버펑크라는 기존의 장르 위에 퇴마라는 장르를 이식한 작품으로 이후의 아니메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80년대를 주름잡던 미소녀와 메카닉의 조합, 그리고 리얼로봇이라는 메인 테마를 잃어버린 아니메는 사일런트 뫼비우스와 같은 크로스오버에 서서히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며, 카도카와의 또다른 히트작 '로도스 전기(1990)' 등과 함께 90년대 판타지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된다.




사일런트 뫼비우스(1998)


ⓒ Studio TRON · 角川書店


<정보>

◈ 감독: 토노카즈 히데키(殿勝秀樹)
◈ 시리즈 구성: 카와사키 히로유키(川崎ヒロユキ), 토노카즈 히데키
◈ 스토리보드/연출: 이시야마 타카아키(石山タカ明), 오오바 히데아키(大庭秀昭), 토노카즈 히데키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나카 세이키(田中誠輝)
◈ 컨셉 디자인: 모리키 야스히로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谷口守泰), 이토 요시아키(伊藤良明), 후쿠시마 요시하루(福島喜晴) 외
◈ 미술감독: 이와세 에이지(岩瀬栄治)
◈ 음악/노래: Jimmie Haskell, Suzuki Katayama, 스도우 켄이치(須藤賢一), 후루카와 타카시(古川貴司) / 이시즈카 사오리(石塚早織), Karen Mok, 오쿠도이 미카(奥土居美可), Jason Scheff
◈ 프로듀서: 이와타 마키코(岩田牧子), 요코야마 신이지로(横山真二郎) 외
◈ 제작사: TV 도쿄, 소츄 에이전시, 라딕스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Studio TRON · 角川書店
◈ 일자: 1998.07.07~1998.09.29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TVA(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1992년 이후로 잠잠하던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6년이 지난 1998년에 이르러서야 TV 시리즈로 안방극장을 찾아오게 된다. 원작 자체가 샤워씬과 같은 서비스컷이 난무하는 작품이라 TV 시리즈로의 이식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12년에 걸친 긴 연재로 인해 2000년에 이르러서야 완결을 보게되는 원작의 느린 전개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싶다. 또한, 93년에 연재되던 만화잡지가 교체되는 등의 이유도 어느 정도 원인이 되지는 않았나 생각해볼 수도 있다.

TV 시리즈에는 원작자인 아사미야가 참여하지 않은체 루팡 3세 TV 스페셜 단편 등을 연출한 토노카즈 히데키가 감독을 맡고 '무책임 함장 테일러(1993)', '용자경찰 제이데커(1994)', '기동신세기 건담 X(1996)' 등을 써온 카와사키 히로유키가 시리즈 구성을 맡았다. 캐릭터 디자인은 후일 '미나미가, 한그릇 더(2008)'의 타나카 세이키가 맡았는데, 아사미야의 캐릭터를 그다지 잘 살리지는 못한 듯 싶다. 아사미야의 특징이 사라지면서 캐릭터에서는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극장판의 뒷 이야기가 아닌 극장판과 동일한 시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우선 어머니의 위독하다는 말에 동경으로 귀국하는 극장판의 카츠미가 아니라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귀국하는 카츠미로 설정이 바뀌어져 있으며, 사이토 유키는 극장판과 달리 이미 AMP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극장판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코믹스의 뒷 이야기들이 영상화된 것은 사일런트 뫼비우스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전체적인 아니메의 분위기는 원작과는 다소 상이한 느낌으로 그려져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참고 사이트>

[1] サイレントメビウス, Wikipedia Japan
[2] サイレントメビウス(1991), allcinema.net
[2] サイレントメビウス(1998), allcinema.net
[3] 사일런트 뫼비우스, 엔하위키 미러
[4] Silent Möbius (movie),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tudio TRON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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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 (1991), おもひでぽろぽろ / Only Yesterday / Memories of Teardrops


ⓒ 岡本螢 ・ 刀根夕子 ・ GNH


<정보>

◈ 원작: 오카모토 호타루(岡本螢), 토네 유코(刀根夕子)
◈ 감독/각본: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 장면설계/스토리보드: 모모세 요시유키(百瀬義行)
◈ 캐릭터 디자인: 콘도 요시후미(近藤喜文)
◈ 작화감독: 콘도 요시후미, 콘도 카쯔야(近藤勝也), 사토 요시하루(佐藤好春)
◈ 미술감독: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음악/노래: 호시 카츠(星勝) / 미야코 하루미(都はるみ)
◈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
◈ 제작 프로듀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 저작권: ⓒ 岡本螢 ・ 刀根夕子 ・ GNH
◈ 일자: 1991.07.20
◈ 장르: 드라마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줄거리>

동경 토박이로 자란 27살의 처녀 오카지마 타에코. 어렷을 적부터 방학 때 시골로 내려가는 학우들을 동경해오던 그녀는 회사에 열흘간의 여름 휴가를 내고 시골로 내려갈 계획을 세웠다. 큰 언니가 결혼하면서 시골에서 살게 되자 그녀에게도 찾아갈 시골이 생긴 것이다. 모처럼만의 귀향에 들뜬 타에코는 이것저것 시골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었던 자신의 옛 추억 속으로 빠져 드는데...


<소개>

오카지마 호타루()와 토네 유코(그림)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극장 아니메. 미야자키 하야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브리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으로, '반딧불의 묘(1988)'에 이은 그의 두번째 지브리표 아니메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던 그가, 지브리에 들어온 이후로는 연출보다는 미야자키의 작품에서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지브리의 안살림에 주력하면서 작품 활동이 눈에 띄게 더디어진 점은 어떤 면에서 아쉽다고 하겠다. (1987년에 '柳川堀割物語'라는 실사 다큐멘터리영화를 연출하는 등, 80년대 중후반부의 그의 행적은 확실히 아니메에서 한발 멀어진 느낌이었다.)

도에이 동화부터 A 프로덕션, 즈이요 영상, 닛폰 애니메이션, 텔레콤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의 과거 행적과 대표 연출작들에서 볼 수 있는 다카하타 이사오의 가장 큰 특징은 섬세한 일상의 묘사와 서정적인 전원 드라마에 있다. 동료이자 후배로서 그와 오랜 세월 같이 일해온 미야자키가 거대한 스케일과 흥미진진한 어드벤쳐, 그리고 디테일한 표현력이 발군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소소함과 전원적인 리얼리즘으로 인해 타카하타의 작품에는 항상 인간적이고 따뜻함이 넘쳐 흐른다. 타카하타의 이런 성향들은 미야자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어 그의 작품에서도 타카하타의 취향을 심심치 않게 엿볼 수 있으며, 심지어 이것이 지브리 아니메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브리의 아니메는 그런 면에서 타카하타의 토양 위에 서있는 미야자키의 성과 같다.

3년만에 만들어진 추억은 방울방울에는 반딧불의 묘에서도 활약한 콘도 요시후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그의 뒤를 받치고 있다. 미야자키와는 달리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타카하타에게 콘도는 어찌보면 손과 같은 존재였을지도. 장면설계와 레이아웃은 역시 반딧불의 묘에서 활약한 모모세 요시유키가 맡았다. 모모세 역시 타카하타의 이후 작품에서도 계속 활약한다는 점에서 콘도와 모모세 둘은 타카하타의 수족과도 같은 스탭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웃의 토토로(1988)'를 통해 지브리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오가 카즈오가 미술을 맡아 그의 특기인 녹색의 풍경을 화면 위에 펼쳐 보인다.


전작인 반딧불의 묘가 비극적인 전쟁 드라마였던 것에 비해 '추억은 방울방울'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소한 일상의 드라마를 다루고 있다. 1980년대와 1960년대의 일상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데, 60년대 일본의 풍경을 빛바랜 느낌으로 묘사하고, 작품의 현재 시점에 해당하는 80년대를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현재와 과거를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이 작품만의 개성적인 특색이다. 섬세한 일상의 묘사는 여기서도 여전한데, 파인애플을 칼로 깎는 다든지 베니바나를 수확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당대의 작업환경이 수작업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실로 놀라운 수준. 현실적인 묘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첫 고백을 받은 타에코가 구름 위를 걷는다거나 순정만화의 소녀처럼 눈이 반짝거리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만화영화의 장점을 살린 부분도 엿볼 수 있다.

디즈니적인 아니메를 지향하던 지브리의 작품답게 프리스코어링(선녹음 후작화) 방식으로 진행된 점도 특기할만 하다. 특히, 주인공인 타에코와 토시오의 경우는 성우를 맡은 이마이 미키와 야나기바 토시로의 실제 모습을 연상하여 캐릭터를 디자인한 것이 특이한 점.([1] 참조) 그래서인지 만화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웃거나 입을 움직일 때 생기는 볼의 주름을 묘사하는 등, 상당히 세세한 곳에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진다.

10일간의 휴가를 내어 동경하는 시골로 향하는 타에코가 여정 중에 떠올리는 그녀의 12살 기억은 평범함 속에 소소함과 재미가 넘쳐 흐른다. 만화영화이긴 하지만, 구성방식은 실사영화에 가까운 전개이며 어떤 면에서는 서정적인 수필을 연상시키게 한다. 특히 자신의 어렷을 적 추억을 떠올리는 27살의 처녀의 이야기는 굳이 만화영화의 팬이 아니더라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전원적인 농촌생활과 어린 시절의 추억 등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향수라는 테마를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있으며, 잔잔한 드라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면서 타카하타 감독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おもひでぽろぽろ, Wikipedia Japan
[2] おもひでぽろぽろ(1991), allcinema.net
[3] 추억은 방울방울, 베스트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岡本螢 ・ 刀根夕子 ・ GNH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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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음.
◈ 감독: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 1~7화 /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 - 8~13화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이마니시 타카시(大熊朝秀의 필명으로 참여),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스토리보드/연출: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信一郎), 아카네 카즈키(赤根和樹), 카세 미츠코, 이마니시 타카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 작화감독: 오사카 히로시(逢坂浩司), 칸노 히로키(菅野宏紀), 카와모토 토시히로
◈ 메카닉 스타일링/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요시다 토오루(吉田徹)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雄) / 마츠바라 미키(松原みき), MIO, Jacob Wheeler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5.22~1992.09.24 (OVA) / 1992.08.29 (극장판)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3화),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1년 전쟁이 종결된지 3년, 지구연방군은 1년 전쟁 당시 큰 전과를 올린 건담의 후속 개발 프로젝트인 건담 개발 계획 GP(Gundam Project)를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애너하임 사에서 개발된 두 기의 모빌슈트인 GP01(범용 모빌슈트)와 GP02(핵병기 탑재 모빌슈트)가 지상 테스트를 위해 지구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송되던 도중, 지온군의 잔당조직인 델라즈 플리트에 의해 GP02가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주범은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이자 1년 전쟁 당시 '솔로몬의 악몽'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아나벨 가토 소령. 가토는 GP01을 타고 그를 쫓던 건담 테스트 파일럿 코우 우라키 소위와 연방군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GP02와 함께 우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사건이야말로 델라즈 플리트의 'Stardust(별 부스러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니, 바야흐로 지온과 지구연방 간의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 열리려 하고 있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0080(1989)'를 통해 토미노가 없는 건담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된 반다이는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로 인해 로봇 아니메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라이즈에게 차기 건담 프로젝트를 다시금 의뢰하기에 이른다. 타카라는 용자 시리즈로, 토미는 엘드란 시리즈로 선라이즈에게 기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반다이까지 가세했으니 어찌보면 90년 초는 완구, 프라모델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일종의 선라이즈표 재기전이었던 셈이다. 이 현실적인 로봇 전쟁(?)에 건담이 참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다고 하겠다. (물론, 각 작품의 기획시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작품의 순서 배열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선라이즈와 반다이는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라는 원년 3인방을 모두 불러모은 대작  극장판 '기동전사 F91(1991)'을 기획하게 되는데, 애초에 TV 시리즈로 런칭할 이 작품을 극장판으로 우선 간을 본 뒤 반응에 따라 TV 시리즈로 제작하겠다는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전략이 결국 건담 F91의 패착이 된 것은 이미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1991)'에서 전술한 바 있다. 허나, 반다이는 이러한 조심스런 전략에 한가지 우회 전술을 더 추가하게 된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 (바로가기)

건담 F91은 토미노와 야스히코, 오카와라까지 가세한 명실상부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정통 후속 시리즈이긴 했지만, 기존의 우주세기와 거의 연관이 없는 30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리즈를 일신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는데, 이미 다른 작품보다 월등히 팬들과 많은 것을 공유해온 건담에게 이런 식의 분위기 쇄신은 자칫 기존 팬들에게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스스로 더이상 예전의 건담과 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다이는 건담 F91은 토미노와 스탭들의 뜻대로 하되, 기존 팬들을 위해 우주세기의 이야기를 활용한 또다른 건담 시리즈를 기획하는 대안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이다.

건담 F91은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로 토미노의 작품을 주로 제작해온 선라이즈의 주력 스튜디오인 제2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담 0083은 극장판이나 TV 시리즈가 아닌, 이미 건담 0080에서 재미를 보았던 OVA로 제작할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스튜디오는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 그리고 '시티헌터 시리즈' 등을 제작한 선라이즈의 제3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이루어지게 된다. 감독에는 이 건담 0083이 첫 감독 데뷔작인 카세 미츠코와 이마니시 타카시. 보기 드문 여성 연출가인 카세 미츠코는 0083이 첫 데뷔 감독작이었지만, '투장 다이모스(1978)' 부터 선라이즈의 수많은 아니메, 특히 로봇물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연출스탭이었고, 이마니시 타카시는 '장갑기병 보톰즈 시리즈'에서 활약하면서 리얼로봇 아니메에 대한 이해력이 넓고, 각본과 프로듀서까지 가능한 만능 연출스탭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선라이즈의 신예들이 대거 건담 0083의 메인 스탭으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감히 신예라 칭하기 어려운 일류 애니메이터들로 가득한데, 먼저 연출 스탭에는 '카우보이 비밥(1998)'으로 후일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쉬한 연출가로 각광받게 되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아카네 카즈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우보이 비밥과 '울프스 레인(2003)'으로 초특급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와 '기동전사 V 건담(1993)'과 '기동무투전 G 건담(1994)', '현란무답제 더 마즈데이브레이크(2004)' 등 선라이즈와 본즈의 대표작에서 활약하게 되는 故 오사카 히로시가 놀라운 필력을 선보이며,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또한, 90년대 중후반부 선라이즈의 메카 작화를 책임지는 사노 히로토시와 요시다 토오루가 건담 0083을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한 메카 묘사를 연출하면서 건담 0083의 놀라운 작화 퀄리티를 책임지게 된다. 캐릭터와 메카닉 작화에서 이들 신예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은 0083의 흥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건담 0083을 시작으로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오카와라 쿠니오의 공백을 메울 메카닉 디자인에는 무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이자 발키리 머신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카와모리 쇼지를 깜짝 영입하여 건담 1, 2호기의 디자인을 맡기고, '건담 센티넬'을 통해 신예 디자이너로 각광받기 시작한 카토키 하지메를 불러들여 카와모리가 디자인한 건담 1, 2호기의 리파인과 다른 MS의 디자인을 맡기게 한다. 단,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건담이라는 이미지를 베이스로 건담 1, 2호기를 디자인한 카와모리는 스스로 이것이 자신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니기에 메카닉 디자인이 아닌 메카닉 스타일링으로 스탭 표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일화에서 카와모리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이 때문이지는 몰라도 건담 0083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메카닉 디자이너는 카와모리보다는 신예 카토키였으며, 이후의 건담 시리즈부터 카토키의 영향력은 눈에 띌 정도로 강해져 단순히 메카닉 디자인을 넘어 프라모델 상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준비된 괴물 신인들의 가세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기는 했지만, 건담 0083의 성공동력은 그보다는 기존 건담 팬들을 만족시키는 설정과 이야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선 1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로 삼은 점은 확실히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결말부에서 티탄즈의 결성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티탄즈의 주역인 자미토프 하이만과 바스크 오움을 등장시킨 부분은 우주세기 건담 팬들의 입맛에 그야말로 딱 맞는 부분.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 아나벨 가토와 시마 가라하우와 같은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연방측보다 델라즈 플리트 측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포진함으로써 건담 0083의 구도는 왠지 모르게 델라즈 플리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가토와 멘탈과 실력 모두에서 가토에게 뒤진 코우의 대립구도도 그런데, 본래 라이벌 악역에 비해 모자라던 주인공이 차츰 성장하여 라이벌을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가는 기존의 아니메 포맷과 달리 본작에서의 코우는 성장 속도가 둔하고, 품고 있는 가치관 역시 모호하여 오히려 가토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되어버린 부분은 아쉽다.

또한, 민간인 소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건담에 우연치 않게 탑승하게 되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의 구도에서 벗어나 이미 군인인 주인공 코우 우라키 소위를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나 이미 성장한 성인들이 주역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은 건담 0083을 보다 성인취향의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즉, 이 작품은 이제 막 건담을 시청하려고 하는 소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미 건담을 어렷을 적부터 보아오고 이제는 2~30대로 성장한 오리지널 팬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인 셈이다. 여러모로 본작의 방향성은 이렇듯 신규 건담팬보다는 기존 건담팬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을 배제함으로써 보다 더 현실적인 밀리터리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뉴타입이라는 테마가 건담의 화두인 동시에 구태의연한 테마가 되어버렸음을 생각할 때 뉴타입의 거세는 괜찮은 선택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가토와 코우 사이에서 번민하던 중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히로인 니나 퍼플톤의 경우는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팬들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극적인 면에서 크게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1화만 하더라도 일면식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던 가토와 니나가 극 후반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초반부터 계획했던 설정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델라즈 플리트의 인물들이 돋보이는데다가 후반부에는 연방의 부패한 모습마저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는 미묘하게 델라즈 프리트 측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테러리즘이나 자폭공격 등이 미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 등장하는 메카들이 시간 순으로 바로 다음 작품이 되는 '기동전사 Z 건담(1985)'에 비해 너무 고성능의 기체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문제.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모빌 아머 노이에 질이나 GP-03 덴드로비움은 확실히 당시의 스펙을 뛰어넘는 기체들로서, 이러한 부분은 에필로그를 통해 GP 계획 자체가 이 시점에서 말소된다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모순점을 상쇄하려 했지만, 애초에 이러한 스펙과 디테일의 기체를 등장시킨 의도가 프라모델 판매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의도적이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실제로 상품화된 프라모델에 있었는데, 당시 건담 F91과 작품이 병행되면서 반다이가 건담 F91에 집중했던 탓인지 건담 0083의 초판 키트들은 기대 이하의 프로포션과 디테일로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건담 0083의 인기가 건담 F91에 비해 더 높았고, 설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고성능의 기체들로 디자인했음을 생각할 때 이는 반다이의 실투가 아닌가 싶다. 건담 0083은 10여년이 지난 2001년에 다시 재판되면서 과거의 악명을 씻어내게 되었고, 특히 HGUC 덴드로비움은 역대 건프라 1/144 스케일 중에서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압도적인 위용과 인기를 현재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높아진 인기로 인해 시리즈 제작 도중 극장판의 제작이 결정된다. 극장판 '지온의 잔광'은 OVA 전 13화의 내용을 편집하여 최종화인 13화가 출시되기 전 극장에 공개되었는데, 이로 인해 후반부에는 극장판의 스케일에 맞춰 작화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다. 건담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만든 건담이, 토미노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담이 마침내 극장판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건담 0080과 건담 0083의 잇다른 성공, 그리고 건담 F91의 실패는 분명히 건담 월드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례였지만, 기이하게도 반다이만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듯 싶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토미노 요시유키를 다시 한 번 더 몰아부치게 된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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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무적 라이징오 (1991), 絶対無敵 ライジンオー / Matchless Raijin-Oh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 시리즈 구성: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 스토리보드/연출: 사토 타쿠야(佐藤卓哉), 콘도 노부히로(近藤信宏), 타니구치 고로(谷口悟朗) 외
◈ 캐릭터 디자인: 타케우치 아키라(武内啓)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山田高裕)
◈ 작화감독: 타케우치 아키라, 니시무라 노부요시(西村誠芳), 사쿠마 신이치(佐久間信一)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타나카 고헤이(田中公平) / SILK
◈ 프로듀서: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쿠라바야시 신스케(倉林伸介), 후지나미 토시히코(藤波俊彦)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読売広告社),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1.04.03~1992.03.25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양승학원 5학년 3반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학교생활에 한창이다. 그러나 바로 그 날, 5차원의 쟈크 제국이 지구권에 등장하여 지구를 향한 공격을 개시한다. 아크 구슬을 이용하여 지구를 괴멸 시키려는 쟈크 제국, 이 때 정체불명의 거대로봇이 쟈크 제국의 앞을 가로 막아선다. 라이징오라 불리는 거대 로봇은 태고적부터 지구를 지키는 전사라 자신을 칭하며 쟈크 제국과 맞서지만, 불의의 공격을 받아 지구로 불시착하게 되고, 라이징오가 불시착한 곳은 공교롭게도 양승학원 5학년 3반. 진과 동급생 아이들은 라이징오의 추락과 함께 미지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미지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라이징오와 라이징오에 탑승한 정체불명의 생명체 엘드란을 만난다. 지구를 지켜온 전사라 자신을 소개한 엘드란은 부상을 입은 자신을 대신하여 자신의 임무와 자신의 힘을 5학년 3반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엘드란과 정체불명의 공간이 사라지자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 아이들에게는 각각 영문 모를 메달이 주어지게 되는데...


<소개>

완구업체 타카라의 용자 시리즈 제 1 편 '용자 엑스카이저(1990)'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하며, 완구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자 타카라의 경쟁업체인 토미(타카라는 후일 토미에 합병된다.) 역시 이를 방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조이드' 브랜드로 한 때 큰 성공을 거둔 토미였지만 1990년 기점에서 일단 조이드의 상품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 상태(조이드는 이후 1999년에서야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게 된다), 토미로서는 타카라의 용자 브랜드에 대항할 새로운 완구 브랜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리하여 토미는 용자 시리즈와 대적할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고 이를 위한 TV 애니메이션을 선라이즈에게 의뢰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엘드란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절대무적 라이징오(1991)'의 시작이 된다. 일설에는 토미의 사장인 토미야마 칸타로가 자신의 아들이 '토미의 장난감은 싫고 커서 반다이에 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한 것에 충격을 받은 것([2], [8]에서 인용)이 라이징오가 탄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아들의 이 말은 토미의 완구에 대한 당시 어린 소비자의 시각을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토미야마 사장의 판단은 시기적절했다.


다만, 선라이즈는 이 시기 용자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를 엑스카이저에 이어 제작하고 있었기에 라이징오에는 용자 시리즈와는 다른 별도의 스탭진들이 투입된다. 메카닉 디자인에는 용자 시리즈의 오카와라 쿠니오가 아닌,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1986)', '초음전사 보그맨(1988)' 등에서 활약한 야마다 타카히로가 맡아 무난한 메카닉으로 합격점을 받아내었고,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동전사 Z 건담(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부터 용자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연출 스탭으로 활약해온 베테랑 카와세 토시후미가 감독을 맡아 안정적인 연출로 엘드란 시리즈를 이끌어가게 된다. 여기에 후일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플라네테스(2003)',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2006)' 등으로 선라이즈의 차세대를 이끌어 갈 다니구치 고로가 본 작품에서 연출 스탭으로 활약하는 등, 선라이즈의 세대 교체를 위한 가교로서도 라이징오와 엘드란 시리즈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 여기에 건담 시리즈를 동시에 기획하고 제작할 정도로 선라이즈는 로봇 아니메에 있어서 당시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보다도 폭넓은 인재 풀을 갖고 있던 셈이다. 


라이징오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주시청층인 초등학생 아이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한 설정에 있다. 이 때까지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어온 로봇 아니메는 대게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청소년 기본법상 24세 이하까지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기본 공식으로, 용자 시리즈에 이르러서도 10대 초반의 유소년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또는 조연급으로 등장해도 직접 로봇을 조종하는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라이징오는 주 시청자와 동일한 연령대의 주인공들이 직접 로봇을 조종할 뿐만 아니라, 학교가 로봇의 격납고로, 학급 전체가 전략상황실로 변하여 모든 학생들이 전투요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제까지의 로봇물과 비슷한 컨셉을 지닌 라이징오가 히트할 수 있었던 가장 차별점은 바로 이 설정에 있다.


라이징오의 성공은 토미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라이벌 프로그램으로 라이징오보다 2개월 먼저 방영을 시작한 파이버드의 평균 시청률을 두 배 넘게 뛰어넘으며 용자 시리즈와의 첫대결에서 압승을 이끌어 내었으고, 조이드에서 쌓아온 동물 메카를 활용한 완구 판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이다. 라이징오의 성공은 결국 엘드란 시리즈를 탄생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라이징오에서 어린 유소년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는 컨셉은 이후의 시리즈를 대표하는 설정으로 자리매김한다. 



원기폭발 간바루가 (1992), 元気爆発 ガンバルガー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시리즈 구성: 카네마키 켄이치(金巻兼一)
◈ 스토리보드/연출: 모토나가 케이타로(元永慶太郎),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타니구치 고로 외
◈ 캐릭터 디자인: 콘도 타카미츠(近藤高光)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 작화감독: 콘도 타카미츠, 니시무라 노부요시 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長谷川智樹) / Yoshiko
◈ 프로듀서: 우치다 켄지, 후지나미 토시히코, 이케다 ?(池田朋之)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2.04.01~1993.02.24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47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라이징오의 대성공은 토미로 하여금 엘드란 시리즈와 완구 브랜드를 계속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라이징오의 스탭진이 거의 대부분 본작에 다시 참가하여 라이징오의 종방과 함께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은 엘드란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은 바로 '원기폭발 간바루가(1992)'. 라이징오에서 이어져 온 유소년들이 직접 로봇을 조종하는 설정을 이어받았지만, 학급 전체가 크루(Crew)였던 라이징오와는 달리, 3명의 소년이 3인 전대로 활약하며 놀이터와 동네 사거리, 아파트 등에서 메카가 출격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여기에 마법과 같은 요소가 담긴 것도 재미. 저주가 걸린 3인의 주인공 소년들이 정체가 들키면 개로 변하게 되며, 이 때문에 정체를 들키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이 작품만의 독특한 설정이다. 전작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등 여러가지 변화를 주었으며, 라이징오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간바루가의 평균시청률은 경쟁작인 용자 시리즈를 압도하면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다만, 간바루가의 문제는 완구 비즈니스에 있었다. 라이징오의 성공에 고무된(?) 토미의 개발팀이 간바루가의 디자인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결과, 당시로서는 상당한 고가(16,800엔)의 제품이 나와버린 것이다. 여기에 변신합체 기믹이 복잡하고, 합체 후에는 필요없는 부속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도 변신합체 로봇으로서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려 버리는 요소였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간바루가의 시청률을 완구 판매에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비즈니스적으로 실패한 작품이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변신합체 완구에 능숙하지 못했던 토미의 이 실수는 이후 엘드란 시리즈가 단명하게 되는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는다.


열혈최강 고자우라 (1993), 熱血最強 ゴウザウラー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각본: 카와세 토시후미, 시모 후미히코(志茂文彦), 치바 카즈히코(千葉克彦) 외
◈ 스토리보드/연출: 코우 유우(紅優), 히다카 마사미츠, 타니구치 고로 외
◈ 캐릭터 디자인: 카와모리 요시노리(兼森義則)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시 / 城前龍治 - 메인 메카닉
◈ 작화감독: 니시무라 노부요시, 사쿠마 신이치 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 / Seraphim - 오프닝, 하야시바라 메구미(林原めぐみ) - 엔딩
◈ 프로듀서: 우치다 켄이치, 후지나미 토시히코, 이와타 케이스케(岩田圭介)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3.03.03~1994.02.23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간바루가의 패착이 완구의 완성도에 있음을 깨달은 토미는 세번째 시리즈에서는 보다 완성도 높은 완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사의 총력을 동원한다. 그리하여 조이드 시리즈에서 이어져온 공룡이라는 컨셉을 메카닉에 이식하고, 라이징오에서 큰 호평을 얻은 전체 학급이 승무원으로 활약한다는 컨셉을 다시금 부활시켰으며, 간바루가에서 이어져 온 드라마성을 보다 짙게 하여 새로운 세번째 시리즈를 내놓으니 이것이 바로 불가피하게 엘드란 시리즈의 최종장이 되어버린 '열혈최강 고자우라(1993)'이다.

고자우라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라이징오와는 달리 좀 더 현실적인 학급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이다. 전형적이고 비현실적인 학급과 학생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단순한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라이징오와는 달리 고자우라에서는 학급 내에서의 반목과 갈등 등이 부가되며 드라마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작품의 드라마적 완성도를 높여주기는 했지만 역으로 주시청자인 아이들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결국 시청률은 엘드란 시리즈 중 가장 낮은 7~8%의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역대 용자 시리즈의 시청률이 평균 4%대인 걸 감안하면 이는 결코 낮은 시청률로는 볼 수 없다.

다만, 고자우라 역시 아니메보다는 완구 회사의 비즈니스가 발목을 잡고 만다. 완성도 높은 완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출시 시기를 늦춰가면서까지 분투했지만, 출시된 완구의 완성도는 기대 이하였으며, 합체 후 너무 많은 부속품이 불필요하게 남는 고질적인 문제 역시 해결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본작이 방영을 시작하고서 무려 9개월이 지나서야 완구가 출시되었으니 완구 판매는 이미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 토미의 이 초보적인 실수는 결국 엘드란 시리즈를 고자우라에서 멈추게 하는 패착이 된다. 후속작으로 '완전승리 다이테이오'가 기획되고 있었지만, 토미의 비즈니스 실패로 인해 다이테이오는 결국 제작되지 못하고 잡지나 코믹스로만 남게 된다. 엘드란 시리즈의 조기 퇴장과 함께 용자 시리즈로 새로운 전성기를 기대했던 로봇 아니메의 앞길에는 다시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려 하고 있었다 .


<참고 사이트>

[1] エルドラン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絶対無敵ライジンオー, Wikipedia Japan
[3] 元気爆発ガンバルガー, Wikipedia Japan
[4] 熱血最強ゴウザウラー, Wikipedia Japan
[5] 絶対無敵ライジンオー(1991), allcinema.net
[6] 元気爆発ガンバルガー(1992), allcinema.net
[7] 熱血最強ゴウザウラー(1993), allcinema.net
[8] 엘드란 시리즈, 엔하위키 미러
[9] 절대무적 라이징오, 엔하위키 미러
[10] 원기폭발 간바루가, 엔하위키 미러
[11] 열혈최강 고자우라, 엔아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テレビ東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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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F91 (199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 Mobile Suit Gundam F 91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원작/감독: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각본: 이토 츠네히사(伊東恒久),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北原健雄), 무라세 슈코우(村瀬修功),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카도쿠라 사토시(門倉聡) / 모리구치 히로코(森口博子)
◈ 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나카가와 히로노리(中川宏徳)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반다이, 쇼치쿠, 소츠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3.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줄거리>

제2차 네오지온 항쟁으로부터 30년이 흐른 우주세기 0123년, 지온의 잔당마저 와해되면서 우주는 한동안 전란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동안의 평화로 인해 지구연방은 다시 나태와 부정부패로 얼룩지게 되고, 이러한 지구연방에 반기를 들고 고결한 귀족이 우주를 다스려야 한다는 코스모 귀족주의를 내건 로나 가문의 당주 마이처 로나와 신흥기업 붓흐 콘체른, 그리고 이들의 지원을 받은 사병조직 크로스 본 뱅가드가 주축이 되어 코스모 바빌로니아 제국이 세워지게 된다.

우주세기 0123년 3월, 마이처 로나의 사위이자 크로스 본 뱅가드의 사령관인 카롯조 로나의 양아들 도렐 로나 대위가 이끄는 모빌 슈트 부대가 스페이스 콜로니 프론티어 IV를 급습한다. 갑작스런 크로스 본 뱅가드의 습격에 연방의 수비부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이곳에 살고 있던 평범한 소년 시북 아노와 그의 친구들 역시 전화에 휘말리게 된다. 차례로 파괴되는 연방의 MS들 속에 시북은 엉겁결에 연방이 개발하고 있던 신형 MS 건담 F91에 탑승하게 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에서 전술했다시피, 나고야 TV의 토요일 밤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 표 로봇 애니는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한동안 사라졌다가 엑스카이저에 이르러서야 극적인 부활을 이루게 된다. 이는 반다이의 건프라에 의해 뒷전으로 밀렸던 전통의 완구 회사 타카라의 회심의 역습이기도 했으니,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반다이 역시 마냥 이것을 바라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리얼 로봇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건담이라는 브랜드는 팬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도 같았으며 이것은 반다이에게도 비즈니스적으로 마찬가지의 상황, 결국 용자 시리즈가 촉발시킨 로봇 아니메의 부활은 반다이에게로 하여금 건담 시리즈를 리부트는 시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건담 시리즈의 세번째 극장용 아니메인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 이후로 한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건담 TV 시리즈를 다시금 기획한다는 것은 반다이로서도 조심스러운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건담 시리즈는 이전과 달리 치밀한 사전 기획과 미디어 믹스가 전개되는데, 우선 건담 F91의 세계관을 팬들에게 좀 더 잘 이해시키고 관련 건프라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겸하기 위한 의도로, '기동전사 건담 F90'의 세계관을 1990년 여름부터 코믹스로 공개하게 된다. 건담 F90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건담 시리즈의 핵심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의 크기가 대폭 축소되어 20m를 넘어섰던 전고가 15m 크기로 축소된 것이라 하겠다. 좀더 작고 세밀한 프라모델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반다이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1/100 크기의 건프라가 1/144 크기와 별 차이가 없어지자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의 디테일과 기믹 구현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고, F90, F91 시리즈에서는 1/144 브랜드가 사라지는 결과도 가져오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건담 F90 외에도 건담 F91은 한가지 안전장치를 더 두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을 바로 TV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용 아니메로 초반부의 이야기를 선공개한 후, 반응을 보고 뒷 이야기를 TV 시리즈를 기획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획 방향은 지금에 와서 보면 명백한 자신감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아예 낯설은 작품이라면 모를까, 건담 시리즈는  이미 아니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아니메다. 이것을 굳이 극장용 아니메로 만들고 추이를 본다는 의미는 건담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반다이 스스로도 확신을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는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이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 반다이는 역습의 샤아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갖고 있던 토미노 요시유키를 감독으로 기용하고, 마찬가지로 '비너스 전기(1989)' 이후 아니메 업계를 떠나 코믹스에만 전념하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다시 불러들여 캐릭터 디자인을 맡겼으며, 메카닉 디자인 역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이후 등장한 나가노 마모루, 코바야시 마코토, 후지타 카즈미, 이즈부치 유타카 등이 아닌 오리지널 시리즈의 디자이너인 오카와라 쿠니오를 복귀시키는 등 건담 시리즈의 리부트를 위한 최정예 멤버들을 소집하게 된다. 다만, 작화에 있어서는 야스히코가 캐릭터 디자인만을 맡으면서 신진들이 투입되었고, 이 때 참여한 무라세 슈코우는 건담 F91을 시작으로 '기동전사 V 건담 (1993)', '신기동전기 건담 W(1995)' 등 후기 건담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야기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는 연관이 거의 없는 30년 후의 이야기이다. 토미노 스스로도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로 압축되었던 과거의 건담 이야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시작할 동기부여가 되었을 터. 그만큼 건담 시리즈로 받아온 토미노의 스트레스는 큰 것이었는데, 이 때문인지 지온이나 뉴타입 등 과거 건담의 단골 설정들이 대거 삭제되고 새로운 설정들로 대체되며, 주인공 역시 히스테릭하고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던 이전의 주인공과는 달리 시북 아노라는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한 성격의 인물이 맡게 된다. 극장 아니메의 이야기가 비록 프롤로그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많은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던 토미노의 이야기와 달리 어느 정도 해피 엔딩 형태로 마무리되는데, '무적초인 점보트3(1977)'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토미노의 작품 패턴이 '새드 엔딩-해피 엔딩'을 반복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역습의 샤아 이후 만들어진 건담 F91의 엔딩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다음의 작품이 지극히 암울하게 되리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실제로 V 건담을 상기해보면 이 가정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윤곽이나 몇몇 설정이 기존의 건담 시리즈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건담 설계자인 주인공 시북 아노, 서로가 사랑하는 두 남녀 주인공이 적대한 두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 가면을 쓴 주인공의 라이벌 격 악역 등, F91은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시리즈에서 별달리 나아간 점이 없다. 극장용 아니메가 건담 F91 세계관의 프롤로그적 성격을 띈 이야기이다 보니 기승전결의 한계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설정마저 기존 건담과 그리 달라진 것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지루한 양상을 띄고 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구겨 넣으면서 스토리 흐름이 무너진 것도 또 하나의 악재다.

한가지 더 짚고 가야할 것은,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심오한 인간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있어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토미노이지만, 그에게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진 드라마틱한 장면 구성이나 섬세한 연출력, 린 타로 혹은 데자키 오사무가 보여준 현란한 영상기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 TV 시리즈 등으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된 기존의 건담 시리즈라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새롭게 시작된 건담 시리즈에서, 그것도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 아니메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보여주기에는 제아무리 토미노라도 역부족은 아니었을까.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기획과 참신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토미노의 연출 미스는 결과적으로 야심차게 시작된 건담 F91의 주요 실패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극장용 아니메 답게 작화의 퀄리티는 뛰어난 수준이며, 오랜만에 야스히코의 캐릭터(물론 그가 직접 그리지는 않았지만)를 건담 시리즈에서 볼 수 있다는 의의도 있다.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상대측 모빌슈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모노아이 타입의 마스크를 버리고, 독일군 방독면 형태의 마스크를 채용한 것도 나름 신선한 시도. 이 시도는 F91이 실패하면서 2년 뒤 V 건담에서 다시 한 번 사용되지만, V 건담마저 실패하면서 모노아이 디자인의 유무가 건담 시리즈의 성패에 있어서 하나의 징크스처럼 작용하게 된다. 다만, 건담 F91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91년부터 건담 시리즈는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펴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 F91과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선라이즈의 또다른 건담 시리즈 때문이었다.

ⓒ SOTSU · SUNRISE · 講談社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F91 (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F91,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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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 / The Brave Fighter of Sun Fighbird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 시리즈 구성/각본: 히라노 야스시(平野靖) / 히라노 야스시,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 외
◈ 스토리보드/연출: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외
◈ 캐릭터 디자인: 우에다 히토시(植田均)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우에다 히토시,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司),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외
◈ 치프 애니메이터: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미술감독: 오카다 아리아키(岡田有章)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渡辺俊幸) / 카모시타 야스코(鴨下泰子), 사토 유키오(佐藤幸世)
◈ 기획/제작: 이마이 마코토(今井慎), 혼나 요이치(本名洋一), 요시이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도큐 에이전시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1.02.02~1992.02.01
◈ 장르: SF,로봇,액션,용자물
◈ 구분/등급: TVA(48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으로 세계평화와 지구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노 과학자 아마노 히로시. 손주들인 켄타와 하루카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라이벌인 쟝고 박사가 지구를 위협할 것이라는 망상에 전투기와 각종 장비들을 만들고 안드로이드까지 손을 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제대로 동작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이런 위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구실적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아마노 박사의 진짜 이유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속세 미납 때문이라나 뭐라나. 

안드로이드의 완성에 막바지 작업을 하던 아마노 박사는 연구실패로 그만 불을 내고 만다. 가까스로 불을 껐지만 소방대가 출동하고 평소부터 아마노 박사의 상속문제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사츠다 형사까지 들이닥치면서 곤경에 처한 아마노 일가. 바로 이 때 하늘로부터 천둥과 함께 정체불명의 에너지원이 소방대와 연구소를 덮친다. 에너지 생명체라 불리는 이들은 드라이어스라 불리는 사악한 에너지 생명체를 쫓아 지구로 온 이들로, 근처에 있던 소방차와 경찰차, 아마노 박사가 만든 전투기와 탈 것,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융합을 시도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의 뜻하지 않은 성공은 선라이즈로 하여금 새로운 장르를 구축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걸출한 로봇 아니메 제작사이기도 한 선라이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후속 시리즈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용자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본격적인 용자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게 된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이다. 엑스카이저의 종영과 동시에 시작된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의 핵심 스텝진이 거의 그대로 기용되고 있는데, 이는 여러면에서 전작의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엑스카이저로부터 수년 후의 지구라는 설정으로 기획되었으며 외계에서 온 형태를 갖지 않은 에너지 생명체가 각종 탈것과 결합하여 용자로 재탄생한다는 등, 많은 점에서 엑스카이저의 설정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엑스카이저의 연관관계가 작중에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고 그저 설정으로만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가의 이유로 전작과의 관계설정이 기획도중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엑스카이저의 용자들이 우주경찰 소속이었던 것과 달리 파이버드의 용자들은 우주경비대 소속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본작의 주인공이기도 한 용자 카토리 유우타로의 경우는 엑스카이저를 동경하여 우주경비대에 들어왔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기획단계에서는 엑스카이저의 출현도 고려되었다는데 실제 시리즈에서는 이것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와는 다른 몇가지 새로운 시도가 추가되는데, 우선 주인공 용자인 카토리 유우타로가 거대한 로봇용자가 아닌 사람 크기의 안드로이드라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위기 시에는 사이보그의 모습으로 변하여 파이버드의 가슴에 하나의 부품으로 결합되는 모습은 분명 시리즈에 영감을 준 트랜스포머에서도, 탑승형 로봇이 주를 이루는 로봇 아니메에서도 보기 힘든 이질적인 모습이다. 평상시에는 다소 어눌하고 우습긴 하지만 멀쩡하게 생긴 훤칠한 남자 주인공이 용자로 변신한다는 점은 이 시리즈를 남자 어린이 뿐만 아니라 여자 어린이들에게도 어필하게 만드는 포인트이다. 하토리는 용자 시리즈에서는 후일 '용자지령 다그온(1996)'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일한 청년 주인공이었으며, '용자왕 가오가이가(1997)'의 시시오 가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유일한 비인간형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후일 가이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준 캐릭터이기도 한 셈이다.

여성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의 등장, 좀 더 세심해진 용자들의 개성부여 등 여러 면에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를 업그레이드한 용자 시리즈로서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게 된다. 오바리 마사미가 참여한 메카 액션 역시 당시로서는 수준급.  평균 시청률은 역대 용자시리즈 중 '용자경찰 제이데커(1994)'에 이은 두 번째일 정도로 성공한 편이지만, 슈퍼전대 시리즈와 같은 방영 당시의 막강한 경쟁작들의 출현으로 인해 완구 매출에서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게 된다. 특히, 타카라의 경쟁사 토미가 기획하고 역시 선라이즈가 제작한 또다른 변신로봇물 '절대무적 라이징오(1991)'의 등장은 형제격이라 할 수 있는 용자 시리즈에게 있어서 아니메와 완구 시장, 두 분야에서의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엑스카이저를 건너뛰고 파이버드가 96년에 KBS를 통해 방영된다. 한국에서의 방영제목은 '지구용사 선가드'로, 일본 못지 않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90년대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마징가 Z 세대에 못지 않은 추억의 로봇물로 각인된다. 이로 인해 이 시기부터 한국에서는 슈퍼로봇 아니메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용자물이 되어버린 것도 파이버드 덕분이라면 덕분일까. 더빙과 한국 성우의 연기들도 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 Wikipedia Japan
[2]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1991), allcinema.net
[3]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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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 섬의 전기 (1990), ロードス島戦記 / Recorde of Lodoss War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미즈노 료(水野良), 야스다 히토시(安田均)
◈ 총감독: 나가오카 아키노리(永丘昭典)
◈ 시리즈 구성/각본: 와타나베 마미(渡辺麻実)
◈ 스토리보드/연출: 야마다 카즈히사(山田勝久)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캐릭터 디자인/서브 캐릭터: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미노와 유타카(箕輪豊)
◈ 총 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男) / Sherry(加藤いづみ)
◈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이케다 노리아키(池田憲章)
◈ 제작총지휘: 카도카와 츠쿠히토(角川歴彦)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 일자: 1990.06.30 ~ 1991.11.2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1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마신 전쟁으로 인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섬 로도스. 과거 마신전쟁 6 영웅 중의 한 명인 마모 왕 베르도가 마모를 통일하고 로도스 정복 전쟁을 일으키면서, 세상은 다시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에 파묻히게 된다. 성기사였던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성기사가 되고자 하는 소년 판은, 우연하게 만난 신비한 엘프 소녀 디드리트와 마법사 슬레인, 드워프 전사 김, 사제 에토, 도적 우드척 등과 함께 로도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전쟁의 원흉이라고 생각되는 회색의 마녀 카라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소개>

TRPG의 원조라 할 수 있는 'D&D(Dungeons & Dragon)'의 설정을 기반으로 일본식 TRPG를 만들기 위해 결성된 크리에이터 집단 그룹 SNE의 첫번째 TRPG 세계관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그룹 SNE의 멤버인 미즈노 료가 구상한 이 세계관은 85년 PC 잡지에 연재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소설은 총 7권으로 93년에 연재가 완료되며 2005년까지 누계 발행부수 1,000만부를 넘긴 판타지 라이트 노벨계의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로 군림하고 있다.

정통 RPG 세계관을 적절하게 일본식 테이스트로 변주해 낸 미즈노 료의 로도스 섬의 전기는 단순한 히트를 넘어서 후대의 일본산 RPG와 일본식 중세 판타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반지의 제왕'을 쓴 J.R.R 톨킨이나 D&D가 보여주었던 복잡한 판타지 세계관을 단순화하고 일본식으로 정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엘프와 같은 크리쳐들에 대한 전형적인 외모 역시 제시하게 된다.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판타지 아니메의 엘프나 다크 엘프들의 모습이 이 로도스 섬의 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후대에 미친 영향은 크다 하겠다.

88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단행본으로 발간되던 로도스 섬의 전기는 90년에 이르러서 매드하우스를 통해 OVA 아니메로 등장하게 된다. 다만, 단행본의 연재 도중에 OVA가 출시되면서 실제 소설의 이야기와 OVA의 이야기 사이에는 꽤 많은 내용상의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미즈노 료가 OVA 시나리오에 관여하였기에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지만, 13화라는  길이의 제약상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OVA에 등장하지 못한 점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OVA 1화와 2화를 묶어 극장용 아니메로 공개되기도 했다.

소설이 보여준 스토리의 백미를 100% 살려내지 못한 OVA 히트의 일등공신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맹활약한 유키 노부테루이다. 80년대부터 범상치 않은 필력으로 업계에서 조금씩 주목을 받던 그는 '파이브스타 스토리(1989)'를 시점으로 서서히 캐릭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 로도스 섬의 전기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다만, 실제 캐릭터 원안이자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메카닉 디자이너로 더 유명한 이즈부치 유타카가 담당했다는 것이 의외. 토끼 귀처럼 기다린 엘프의 귀를 가진 디드릿트나 수많은 로도스의 캐릭터들은 유키가 아닌 이즈부치가 창조해낸 것이며, 유키는 이즈부치의 원안을 바탕으로 아니메에 어울리는 미형 캐릭터로 새로이 스타일링 한 것이다. 이즈부치의 삽화는 별도의 일러스트 집으로 발매되기도 했는데, 메카닉 디자이너 출신이다보니 캐릭터는 메카닉만큼 디테일하지는 못한 편이다.

소설의 내용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OVA로서의 이야기 구성은 그런대로 준수하다. 디드릿트, 카슈, 베르도, 아슈람 등 몇몇 등장인물들은 원작 소설과 견줄 만큼 매력적이며, 특히 용병왕 카슈나 흑기사 아슈람은 유키의 필력과 어우러지며 주인공 판을 능가하는 매력과 아우라를 보여준다. 하이엘프인 디드릿트의 경우는 아니메의 엘프 캐릭터의 대명사로 현재까지도 그 자리를 어떤 캐릭터에도 내주지 않고 있는데, 사실상 로도스 전기 이후 엘프 캐릭터로서 성공한 예는 디드릿트 외에는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 다크 엘프인 필로테스의 경우도 디드릿트 만큼은 아니었으나 특유의 뇌쇄적인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OVA의 오리지널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연재 중이던 원작 소설에까지 등장하게 된다. 반면 주인공 판의 경우 평범한 시골청년에서 로도스를 구하는 성기사로서 성장하는 입지전적인 캐릭터이지만 OVA에서는 이야기가 축약되면서 그의 성장 과정이 대거 삭제, 소설보다는 그 매력이 많이 반감되고 만다.

몽환적인 로도스의 세계를 잘 표현해낸 Sherry의 'Adesso e Fortuna ~ 불꽃과 영원'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는 오프닝 테마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의 일본산 판타지 아니메들이 가볍고 캐주얼한 내용으로 대게 흘러가게 되지만, 로도스 섬의 전기는 일본적인 재해석에도 불구하고 판타지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중후한 매력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판타지 아니메 중에서도 인상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원작 소설이 '마계마인전'이라는 희한한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후 한국 판타지 소설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OVA는 비디오로 출시된 뒤 나중에는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된다. 



로도스 섬의 전기 - 영웅기사전 (1998)


ⓒ 水野良 · Group SNE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テレビ東京


<정보>

◈ 감독: 타카모토 요시히로(高本宣弘)
◈ 시리즈 구성/각본: 하세가와 카츠미(長谷川勝己) / 쿠보타 마사시(久保田雅史) 외
◈ 스토리보드/연출: 마츠이 히토유키(まついひとゆき)
◈ 캐릭터 원안/캐릭터 디자인: 나츠모토 마사토(夏元雅人) / 소에다 카즈히로(そえたかずひろ)
◈ 미술감독: 코야마 토시히사(小山俊久)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사카모토 마야(坂本真綾)
◈ 프로듀서: 이와타 마키코(岩田牧子)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01~1998.09.3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2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로도스 섬의 전기를 원작으로 TV 시리즈 아니메. 미즈노 료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영웅기사전은 카도카와 코믹스 에이스에서 발간된  나츠모토 마사토의 6권짜리 코믹스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OVA에서는 미처 등장하지 못했던 원작 소설 후반부의 주인공 스파크와 니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이지만, 판과 디드리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3권 '화룡산의 마룡'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으며 원작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는 작품이 되었다.

다만, 기대 이하의 작화 퀄리티와 평이한 연출로 인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몹시 낮은 편. 로도스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칸노 요코-사카마토 마야 콤비의 오프닝 '기적의 바다'는 낮은 완성도의 본편과는 달리 인상적이다.


어서오세요, 로도스에 (1998)



<정보>

◈ 감독: 치기라 코이치(千明考一)
◈ 각색: 하세가와 카츠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우사미 코이치(宇佐美 皓一) / 코바야시 아케미(小林明美)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25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레이 햐쿠야시키의 4컷 만화를 베이스로 만든 단편 아니메. 로도스 섬의 전기 영웅기사전 방영 중간 단편으로 방영되었으며, 극장에서도 상영된다.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내용은 원작과는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 SD 캐릭터 답게 코믹한 전개의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ロードス島戦記, Wikipedia Japan
[2]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Wikipedia Japan
[3] ロードス島戦記 (1990), allcinema.net
[4]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1998), allcinema.net
[5] ようこそロードス島へ!(1998), allcinema.net
[6] 로도스 섬의 전기,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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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1990), 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 / Nadia, The Secret Blue Water


ⓒ NHK, SOGO VISION, TOHO


<정보>

◈ 원안: 쥴 베른의 "해저 2만리"
◈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 감독: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 각본: 오오카와 히사오(大川久男), 유메노 카오루(梅野かおる)
◈ 스토리보드/연출: 마스오 쇼이치(増尾昭一), 마사유키(摩砂雪), 요네타니 요시토모(米たにヨシトモ), 모리 타케시(もりたけし), 쿠부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외
◈ 설정: 마에다 마히로
◈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작화감독: 스즈키 슌지(鈴木俊二), 쿠기미야 히로시(釘宮洋), 카와나 쿠미코(川名久美子) 외
◈ 메카닉 작화감독: 마스오 쇼이치
◈ 미술감독: 사사키 히로시(佐々木洋), 키쿠치 마사노리(菊地正典),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鷺巣詩郎) / 모리카와 미호(森川美穂)
◈ 제작: 쿠보타 히로시(久保田弘), 마루야마 켄이치(丸山健一), 요시다 켄이치로(吉田圭一郎)
◈ 제작: 토호, KORAD / 그룹타크, GAINAX, 세영동화 / NHK
◈ 저작권: ⓒ NHK, SOGO VISION, TOHO
◈ 일자: 1990.04.13 ~ 1991.04.12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3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발명을 좋아하는 소년 쟝은 만국박람회에서 열리는 비행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파리에 오게 된다. 파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까무잡잡한 피부의 소녀 나디아, 알 수 없는 호기심에 나디아를 뒤따르던 쟝은 그녀와 그녀의 신비스러운 목걸이를 뒤쫓는 괴한들을 발견하게 되고, 엉겁결에 자신이 만든 비행기에 나디아를 태운체 도주를 시작하게 된다. 바다에 불시착한 비행기에서 표류하던 둘은 미국 군함에 의해 구조되지만, 군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다 괴물의 습격을 받아 침몰하게 되고 쟝과 나디아는 바다 괴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바다 괴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네모 선장의 신비한 잠수함 노틸러스 호 였는데... 노틸러스 호에 승선하게 된 나디아와 쟝의 앞에는 앞으로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나디아를 뒤쫓던 정체불명의 일당들의 목적과 그녀가 가진 목걸이의 비밀은 무엇일까.



<소개>

<만화영화 연대기: 천공의 성 라퓨타(1986)>에서 잠시 언급했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소년과 소녀가 수수께끼의 펜던트를 차지하려는 음모에 휘말려 잠수함을 타고 세계를 여행한다'라는 컨셉의 기획안을 TV 시리즈 아니메로 NHK 방송에 제출했던 적이 있었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미래소년 코난(1978)'이 NHK의 전파를 타고 방송 된 이후와 '천공의 성 라퓨타(1986)'가 제작이 결정되기 전, 그러니까 코난의 종영된 78년 10월 31일 이후부터 85년(라퓨타가 86년 8월에 극장에서 개봉되었음을 감안하면 라퓨타의 기획이 시작된 시점은 '바람계곡 나우시카(1984)' 이후의 85년 쯤으로 볼 수 있다.) 사이에 이 기획안이 제출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정황상 그 시점은 85년 보다는 78년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코난이 종영된 시점이 미야자키가 NHK 측에 TV 시리즈 기획안을 내기가 좀 더 수월했던 때가 아닐까 추정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미야자키의 기획안은 NHK에게 거절되었고, 이것을 미야자키가 수년이 흐른 뒤 라퓨타의 스토리로 재활용하게 됨은 이전에 이야기 했던 바다. 하지만, 원 기획안은 NHK의 어딘가에 방치된체 십수년의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 만화영화 연대기: 천공의 성 라퓨타 (바로가기)

NHK가 잊혀졌던 이 기획안을 어떤 이유로 다시 꺼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추론해볼 수 있는 것은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조금씩 그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봐야할 듯 싶다. 그러나, 이미 지브리로 이적해버린 하야오를 다시 불러들이기도 애매했을 터. 결국 NHK는 토호 그룹과 함께 이 기획을 실행에 옮기게 되고 애니메이션 제작은 그룹 타크에게 의뢰하게 된다. 바로 이 작품이 현재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안노 히데아키의 대표작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인 것이다.

다만,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은 아시다시피 그룹 타크가 아닌 가이낙스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충격님이 2009년에 작성한 포스팅을 참고하길 바란다. 핵심 스탭에 그룹 타크의 인원이 전무한 것으로 보아 타크가 토호에게 제작원청을 받은(혹은 따낸) 후 이를 가이낙스에게 하청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공동하청에 의한 제작이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타크의 스탭이 나디아의 주요 애니메이션 스탭목록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이런 형태로 프로젝트를 따내고 실제 업무를 전량 외주업체에 용역을 주는 형태는 비단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결국 가장 하위에 위치한 하청업체에게 돌아가는 보수는 그리 많지 않게 되는 것 또한 자명한 일이기도 하다.

☞ 신비한 나디아 특집 - 횡행하는 루머와 실상 (보러가기

또한, 하청업체로는 한국의 세영동화가 참여하게 되는데, 제작 초기만 해도 하청업체로서 주로 동화 파트를 전담하던 세영동화는 이후 벌어진 나디아의 제작파행(?)으로 인해 자신들의 역량 이상의 업무를 떠안으며 후일 나디아의 오점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섬 에피소드'의 최대 원인제공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위에 링크를 건 충격님의 포스팅에도 언급이 되어 있으나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당시 가이낙스는 극장판 아니메와 OVA 시리즈 하나만을 연출한 풋내기 제작회사로 총 40여화에 달하는 장편 TV 시리즈를 연출한 경험이 전무한 제작사였다.

이러한 이유로 초창기 리소스를 낭비하며 높은 퀄리티로 만화영화를 그려가던 가이낙스는 이미 초중반 에피소드 제작 이후 시간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감독인 안노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간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통칭 무인도 에피소드를 히구치 신지와 세영동화에게 넘기고 스스로는 핵심 스텝을 이끌고 후반부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결국, 무리한 스케줄과 부족한 인원 및 자원을 떠안은 히구치 신지와 세영동화는 섬 에피소드를 기대 이하의 퀄리티로 만들어내게 되고, 이는 나디아의 가장 큰 오점으로 팬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만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일본 위키에는 안노를 총감독, 히구치 신지를 감독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디아와 세영동화에 얽힌 또다른 제작비화도 있다. 니코니코 동화 홈페이지의 오카다 토시오 브로마가 채널(岡田斗司夫ブロマガチャンネル)에 실린 나디아 관련 제작비화와 해당 동영상의 일부를 번역한 코로로 님의 포스트를 링크한다. (2013.10.23 추가)

☞ 岡田斗司夫ゼミ「誰も知らないガイナックス」(보러가기)
☞ 오카다 토시오가 본 나디아 제작비화 (보러가기)

이렇게 제작일정 상 난관에 봉착했던 나디아를 살린 것은 NHK도, 가이낙스도 아닌 이라크였다. 90년 당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 덕분에 NHK는 한동안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집방송으로 이라크-쿠웨이트 전을 다루게 된다. 결국 39화, 약 3쿨의 길이를 갖고 있는 나디아가 방영에 1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이러한 원인 때문이었는데, 그 덕분에 제작시간을 벌게 된 가이낙스는 가까스로 자신들의 첫 시리즈를 비교적 성공리에 마무리 짖게 된다.


공영방송으로서 보수적 색체로 정평이 난 NHK와, (젊은 오타쿠들의 집합체로서) 보수적인 노선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가이낙스의 만남은 애초부터 많은 트러블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보인다. 특히 당시 30대의 젊은 나이로 반골정신이 극에 달했던(결혼하고 나이가 먹은 요즘은 무척 얌전해졌지만) 안노는 주인공 나디아를 검은 피부의 인도계 소녀로 그리도록 지시하는데, 이는 일본인 또는 백인 위주의 캐릭터들이 으례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당시 아니메의 관례를 과감하게 비튼 일종의 안노식 도발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가이낙스만의 오타쿠적 감성이 나디아 곳곳에 심어져 은근한 노출씬과 목욕씬으로 NHK 관계자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가이낙스의 반골정신과 NHK의 보수적 색체의 첨예한 대립, 거기에 어설픈 스케줄 관리로 인한 제작난항과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 퀄리티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나디아가 종영없이 끝까지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나디아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아시다시피 해저 2만리를 기본적인 원안으로 삼고 있는 나디아는, 천공의 성 라퓨타와 같은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장쾌한 어드벤쳐물이었지만, 여기에 가이낙스 특유의 오타쿠적 감성과 다채로운 패러디가 곳곳에 숨어들어 마니아들에게도 여러가지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랑디스 일당이 타임 보칸 시리즈의 도론보 3인조를 패러디 했다는 점, 나디아의 아버지인 네모 선장의 경우는 쥴 베른의 네모 선장을 모티브로 했으나 캐릭터 디자인은 마크로스의 함장 브루노 J 글로벌이 모델이라는 점, 잠수함 연출이나 소품 디자인, 초반의 스토리 흐름에서 오자와 사토루의 코믹스 '서브마린 707(1963)'을 오마쥬했다는 점 등, 여러 포인트에서 아니메 마니아들이 아니면 모를 만한 패러디와 오마쥬가 다수 등장하고 있음이 그 예이기도. (특히, 오자와 사토루는 나디아에서 설정과 연출을 맡았던 마에다 마히로가 감독을 맡았던 풀 3D 해양 아니메 '청의 6호(1998)'의 원작자로도 알려져 있다.)

ⓒ NHK, SOGO VISION, TOHO


단순한 어드벤쳐에 그치지 않은 압도적인 스케일의 전투씬은 왠만한 SF 아니메를 능가하는 디테일과 박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반부에 펼쳐지는 악당 가고일의 공중전함의 견인광선에 사로잡혀 바다에서 끌어올려진 노틸러스 호의 사투와 최후는 당대 TV 시리즈 아니메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스케일과 디테일,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시청자들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가고일과의 전투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노틸러스 호와 노틸러스 승무원들이 신조함 뉴 노틸러스호로 나디아 앞에 극적으로 등장하는 장면 또한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이러한 연출력은 누가 뭐래도 안노가 가진 비범함과 남다름이다. 전통적인 어드벤쳐 물과 오타쿠적인 SF 액션물을 이 정도 수준으로 버부려 낼 수 있는 연출가는 현재의 일본 아니메에서 그리 흔치 않다. 가이낙스 스탭들의 저력 또한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특히 카나다 요시노리의 화풍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이들의 다이나믹한 연출기법은 나디아에서도 여전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하겠다.


종영된지 약 두 달 뒤인 91년 6월 29일에는 극장판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다만, 안노 히데아키가 본 극장판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각본이나 스토리보드 등이 모두 가이낙스의 스탭진이 아닌 토호나 그룹 타크의 스탭 혹은 다른 하청제작사에게 맡겨지게 되었고 그 결과물은 TV 시리즈와는 분위기에서조차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TV 시리즈 이후 수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퀄리티 적인 측면에서든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든 나디아의 명성(?)에는 크게 어울리지 못하는 졸작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나디아가 종영된 뒤 이듬해인 92년 MBC를 통해서 방영되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다만, 엔하위키의 나디아 관련 글([3] 참조)을 살펴보면 PC 통신을 중심으로 꾸준한 재방영 요청과 같은 일련의 에피소드들로 인해 95년 다시 방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90년대 당시의 이러한 시청자 재방영 요청, 특히 그것이 만화영화였다는 사실은 굉장히 이례적인 것으로서 당시 한국의 아니메 1세대, 1.5세대들에 해당하는 이들의 힘으로 인해 나디아가 한국에서 재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96년에는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되었으며, 투니버스 방영판이 한국에서 방영된 나디아 중에서는 가장 양호한 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이낙스의 재정상황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하청의 하청으로 제작한 나디아였기에 가이낙스에게 돌아간 것은 오로지 제작비 뿐, 판권을 통한 부가 수입은 가이낙스와는 별개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이낙스를 부채의 늪에서 구해낸 것은 그들의 주력사업이었던 아니메가 아닌 번외로 시작한 컴퓨터 게임이었다. 아카이 타카미(赤井孝美)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1991)'로 인해 가이낙스는 오랜 동안의 고난에서 벗어나 비로소 그들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기 위한 초석을 세우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 Wikipedia Japan
[2] 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1990~1991), allcinema.net
[3]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HK, SOGO VISION, TOH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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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엑스카이저 (1990), 勇者エクスカイザー / Brave Exkaiser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 시리즈 구성/각본: 히라노 야스시(平野靖士) / 히라노 야스시,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와타나베 마미(渡辺麻実), 마루오 케이코(まるおけいこ) 외
◈ 스토리보드/연출: 후쿠다 미츠오(福田己津央) - 연출책임,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외
◈ 캐릭터 디자인: 히라오카 마스유키(平岡正幸)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히라오카 마스유키,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외
◈ 메카 작화감독: 타카야 히로토시(高谷浩利)
◈ 미술감독: 오카다 아리아사(岡田有章)
◈ 음악/노래: 타나카 코헤이(田中公平) / 미우라 히데미(三浦秀美) - 오프닝,엔딩
◈ 기획/제작: 이마이 마코토(今井慎), 혼나 요이치(本名洋一), 요시이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TV, 도큐에이전시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0.02.03~1991.01.26
◈ 장르: SF,로봇,액션,용자물
◈ 구분/등급: TVA(48화) / 초등학생 관람가(PG)


<줄거리>

300년 동안 286개의 행성을 약탈한 우주해적 가이스터는 다음 타겟인 지구로 향한다. 에너지 생명체로서 공룡의 모형과 융합한 가이스터는 지구상의 모든 보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홛동을 개시하고, 행성 카이저스타의 에너지 생명체로서 우주경찰 조직 카이저스 역시 가이스터의 음모를 분쇄하고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지구로 오게 된다. 카이저스의 리더인 엑스카이저는 한 중고 스포츠카의 몸을 빌어 활동을 개시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그 차는 호시카와 코우타 가족의 자동차. 엑스카이저와 코우타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지게 되는데...


<소개>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80년대를 주름잡던 소위 리얼로봇 장르는 TV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나고야 TV의 토요일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표 리얼로봇이 끝을 맺은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드라고나가 종영을 하자 곧이어 방송된 프로는 과거 도쿄무비신사에서 프랑스의 DIC와 합작했던 '우주전설 율리시즈 31(1981)'였다. 81년에 제작되었지만 방송단가 문제로 일본 내에서는 방송국을 잡지못했던 율리시즈 31이 리얼로봇의 시간대를 쓰게 된 것이다. 2개월 만에 율리시즈가 종영한 뒤에는 '개전 사무라이 트루퍼(1988)'가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사무라이 갑옷 모양의 갑주를 쓰고 싸우는 5명의 소년이라는 시놉시는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쿠루마타 마사미 원작의 '성투사성시(1986, 세인트 세이야)'의 아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류지만 나름의 인기를 얻어 팬덤을 형성했던 사무라이 트루퍼가 종영한 뒤에는 나가이 고 원작의 '수신 라이거(1989)'가 그 바통을 이어 받는다. 바이오 아머라는 소재를 다룬, 특촬물적인 요소가 포함된 작품이었는데, 이 일련의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얼로봇 이후 로봇 아니메는 TV에서는 사실상 그 흐름이 끊긴 체 잠시동안의 동면에 들어갔던 셈이다.

한편, 자신의 완구 브랜드 다이아크론과 미크로맨 시리즈의 판권을 미국의 하스브로에 팔았던 완구회사 타카라는 하스브로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건너온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완구 브랜드로서 건프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공하게 되는데(미국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글로벌적인 면에서는 건프라를 능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80년대 로봇 만화영화를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반부는 건담으로 대표되는 리얼로봇 시리즈가 주도했고, 후반부부터는 트랜스포머라는 변신로봇 시리즈가 주도권을 잡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80년대 말부터는 트랜스포머의 인기도 하향세를 걷게 되는데, 이러한 당시의 상황은 당시 로봇 장르를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완구회사 타카라 모두에게 해결해야할 일종의 숙제가 되었다. 리얼로봇을 대신할 새로운 시리즈가, 트랜스포머를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가 양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결국 양사의 필요성에 의해 리얼로봇을 대체할 새로운 신시리즈가 기획되니 이것이 바로 '용자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다. 용자 시리즈는 리얼로봇 시리즈를 소비하던 고연령대의 팬층이 아닌 저연령대를 겨냥하여 보다 단순명료한 스토리와 과거 슈퍼로봇물에서 보여준 정형화된 공식을 도입하였고, 변신과 합체라는 슈퍼로봇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좀 더 화려하고 세심한 설계를 도입하게 된다. 이것은 이미 오랜 노하우를 통해 변신합체라는 컨셉을 성공적으로 완구로 재현할 수 있게 된 완구 제작사의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기에 트랜스포머에서 보여준 생명과 지능을 가진 살아있는 로봇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되 일본인에게 보다 적합한 로컬라이징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는 과거 특촬물이나 전대물에서 볼 수 있었던 설정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획 속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자, 나고야 TV의 토요일 5시 반 시간대를 다시 로봇물의 시간대로 바꾸게 된 작품이 바로 '용자 엑스카이저(1990)'인 것이다.


선라이즈는 리얼로봇 장르로 유명한 제작사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1976)'부터 '최강로보 다이오쟈(1981)'에 이르기까지 저연령대의 슈퍼로봇물의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는 로봇 아니메 제작사였다. 한마디로 토미노 요시유키와 타카하시 료스케로 대표되는 드라마를 중시하는 비대중적인 작품 외에도 시청자와 스폰서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제작사라는 것인데, 이는 같은 트랜스포머 스타일의 '머신로보, 크로노의 대역습(1986)'을 만들었으나 특유의 마니악함으로 인해 완구 스폰서에는 별다른 재미를 안겨주지 못했던 아시 프로덕션이 갖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마신영웅전 와타루(1988)', '마동왕 그랑조트(1989)'로 고연령대의 로봇물에서 저연령대의 로봇물로의 페이스 전환에 성공한 선라이즈는 이러한 분위기를 엑스카이저에도 그대로 이어간다. 

생명을 가진 로봇과 인간 소년의 교감이라는 측면에서 엑스카이저는 '마징가 Z(1972)'부터 이어져온 사람이 탑승하는 로봇이라는 슈퍼로봇의 개념에 반하는 작품이다. 이는 일본의 최초 로봇인 '철인 28호(1963)' 시리즈와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으로, 트랜스포머에서 이어져온 생명을 가진 로봇이 보다 인간 주인공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아니메적인 형태로 변주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트랜스포머의 변신 컨셉을 도입하여 차량 혹은 비행기 등의 탈 것이 로봇으로 변신한 뒤, 다시 이들이 합체를 통해 최종 인간형 로봇으로 등장하며 중후반부에는 또다른 메카와의 합체로 더더욱 진화한 형태로 변신하는 등, 슈퍼로봇 아니메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변신 합체 컨셉의 노하우를 발전 계승함으로써 엑스카이저는 트랜스포머에서 영감을 받은 변신 메카닉이 등장할 뿐 과거 슈퍼로봇물의 거의 모든 노하우와 함께 인간과 로봇의 교감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더해진, 기존의 슈퍼로봇과는 다른 용자 시리즈만의 독자적인 특색을 갖게 된다.

엑스카이저의 성공은 선라이즈와 타카라에게 새로운 시리즈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로 인해 이때까지만 해도 엑스카이저라는 단발성 시리즈에 불과하던 이 작품은 후일 용자 시리즈 불리는 총 8개의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그 스타트를 끊게 된다. 용자 시리즈는 '용자왕 가오가이거(1997)'에 이르기까지 선라이즈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로봇 시리즈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게 되며, 타카라의 경쟁사 토미로 하여금 '엘드란 시리즈'를 시작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다만, 그 엘드란 시리즈도 선라이즈가 제작했기에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는 많은 컨셉을 서로 공유하는 형제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후일 타카라와 토미는 '타카라토미'로 합병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勇者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勇者エクスカイザー, Wikipedia Japan
[3] 勇者エクスカイザー(1990), allcinema.net
[4] Brave Exkaiser (TV), ANN
[5] 용자 엑스카이저,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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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연대기 연도별 목차>

1. 1960년대 이전
2. 1970년대
3. 1980년대
4. 1990년대
5. 2000년대
 
 Animation Chronicles (1980s)

화영화 연대기 '1980s' 카테고리의 완료에 따라 이제까지 소개했던 1980년대의 만화영화들을 아래와 같이 목록으로 정리했습니다. 추가했어야 하는데 추가를 못한 작품이 몇몇 눈에 띄는군요. 이런 작품들은 나중에 포스팅 하고 이 목록에도 반영할 생각입니다. 올 여름 경에는 끝났어야할 포스팅인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즈음에 부랴부랴 작업하게 되는군요.
 
원래는 일본 만화영화를 정리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블로그였는데, 블로그가 진행되다보니 욕심이 좀 생기면서 미국 만화영화들도 몇몇이 추가되었습니다. 히맨 시리즈나 형사 가제트, 우주보안관 쟝고 같은 80년대 추억의 만화영화 포스팅은 어려웠지만 나름 의미있었던 포스팅 같네요. 원체 이 시기가 일본 만화영화의 전성기였는지라 소개할 아니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카테고리를 마무리하는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80여개의 아니메를 소개했는데, 여전히 소개하지 못한 작품들도 많네요. 

한국 만화영화를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물론 80년대 초중반에 등장한 수많은 표절 만화영화들은 우리의 감추고 싶은 과거이기도 합니다만, 우주소년 원더키디와 같은 작품은 꼭 소개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여 일단 보류했네요. 이 외에 아기공룡 둘리 등 몇몇 작품들은 나중에라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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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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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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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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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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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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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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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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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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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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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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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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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드라마,로봇,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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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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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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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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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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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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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드라마,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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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04.0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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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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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로봇,모험,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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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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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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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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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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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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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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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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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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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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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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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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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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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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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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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세계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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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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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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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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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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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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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09.09
미국
 SF,모험,액션,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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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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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드라마,리얼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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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11.24
미국
 SF,모험,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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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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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판타지,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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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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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모험,액션,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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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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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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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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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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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08.08
미,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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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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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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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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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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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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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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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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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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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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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09.14
미국
 SF,모험,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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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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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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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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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모험,코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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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04.16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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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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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OVA
PG-13
1989.06.17
일본
 액션,모험,코믹
MOV
R
1988.07.01
일본
 액션,판타지,호러
OVA
R
1989.07.15
일본
 SF,드라마,리얼로봇,
 범죄물
MOV
PG-13
1989.07.29
일본
 드라마,판타지
MOV
G
1989.09.25
일본
 SF,액션,히어로
OVA
PG-13
1989.09.28
일본
 SF,드라마,리얼로봇,
 액션
OVA
R
1989.10.07
일본
 SF,로봇,액션
OVA
PG-13
1989.10.11
일본
 SF,드라마,리얼로봇,
 범죄물
TVA
PG-13
1989.10.15
일본
 액션,모험,코믹
TVA
R
1989.11.14
미국
 드라마,로맨스,뮤지컬,
 세계명작,판타지
MOV
G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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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 Chronicles > Arch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화영화 연대기 (1970년대)  (13) 201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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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1989), Little Mermaid 


ⓒ WALT DISNEY


<정보>

◈ 원작: 한스 크리스챤 안델센의 '인어공주'
◈ 감독/각본: 론 클레멘츠(Ron Clements), 존 머스커(John Musker)
◈ 캐릭터 디자인/애니메이션 감독: 글렌 킨(Glen Keane) / 던칸 마저리뱅크스(Duncan Marjoribanks), 글렌 킨
◈ 아트디렉터: 마이클 A. 페라자 쥬니어(Michael A. Peraza Jr.)
◈ 음악: 알란 멘켄(Alan Menken), 하워드 애쉬먼(Howard Ashman) - 작사
◈ 기획/제작: 하워드 애쉬먼, 존 머스커
◈ 제작사/배급사: 월트 디즈니, 실버 스크린 파트너스 IV / 월트 디즈니, 부에나 비스타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1989.11.14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G)


<캐스트>

◈ 인어공주 아리엘(Ariel): 조디 벤슨(Jodi Benson)
◈ 에릭 왕자(Eric): 크리스토퍼 다니엘 반스(Christopher Daniel Barnes)
◈ 세바스챤(Sebastian): 사무엘 E. 롸이트(Samuel E. Wright)
◈ 스커틀(Scuttle): 버디 해켓(Buddy Hacjett)
◈ 플라운더(Flounder): 제이슨 마린(Jason Marin)
◈ 우슬라(Ursula): 팻 케롤(Pat Carroll)
◈ 트리톤 왕(Triton): 케네스 마스(Kenneth Mars)


<시놉시스>

깊은 바다 속 왕국의 인어공주 에리얼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16살의 소녀로, 바다 속 세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 세상을 동경하고 있다. 에리얼의 아버지이자 바다왕국의 왕 트라이톤은 지상의 인간들과 바다 속 인어들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에리얼의 마음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어느날 밤, 친구 플라운더와 신하 세바스챤을 데리고 수면으로 나온 에리얼은 인간 왕국의 왕자 에릭을 멀리서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때마침 불어닥친 폭풍에 에릭 왕자의 배는 좌초되고,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에릭을 에리얼이 구해내게 된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왕자에게 노래를 부르는 에리얼, 그녀의 목소리에 에릭은 정신을 되찾고, 에리얼은 황급히 자리를 뜨고 만다. 에릭은 비록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구해준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잊지 못하게 된다.

한편, 딸의 행동을 눈치 챈 트라이톤 왕은 격노하게 되고, 에리얼은 에릭을 향한 마음으로 크게 낙담하고 만다. 이 때, 한쌍의 뱀장어가 에리얼에게 접근한다. 플롯섬과 젯섬이라 불리는 이 장어들은 그녀에게 지상의 왕자와 함께 하고 싶다면 마녀 어슐라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하게 되는데...


<소개>

1966년 디즈니의 창립자인 월트 디즈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시 공교롭게도 추락의 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회사의 정신적인 지주를 잃었으니 제 아무리 디즈니 왕국이라도 흔들렸을 수 있겠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1975)' 이래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1977)', 리챠드 도너의 '슈퍼맨(1978)', 그리고 스필버그의 'E.T(1982)'로 이어지는 일련의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의 등장은 영화계나 만화영화계나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디즈니는 그러한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뒤쳐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야 했으나 디즈니는 이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셈이다.

70년대 들어 큰 히트작을 내지 못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암흑기는 80년대 들어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새로운 시대에 맞춰 디즈니도 SF 영화 '트론(1982)'과 같은 디즈니 답지 않은(?) 실사영화(디즈니는 50년대부터 실사영화를 만들어 왔으며, 6~70년대 들어서는 그 비중이 더더욱 커지게 된다. 단, 주목할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듯. 트론의 경우 천7백만 달러의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3천3백만 달러의 괜찮은 흥행성적을 거둬들였지만, 82년 최대의 히트작인 E.T라는 거대한 벽을 넘을 수는 없었으니 안타까운 비운의 작품인 셈이다.)를 들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디즈니의 원동력인 애니메이션의 불빛이 사그러든 상태에서 시도한 실사영화로의 도전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되는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에 충실히 하지 못한 당연한 귀결이기도 했다.(이후로도 디즈니의 실사영화는 대체적으로 범작에 그치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는 2003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계속된다.)

80년대 초반까지 만화영화보다는 실사영화에 치중하던 디즈니는 85년도부터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만화영화로의 회귀가 그것이었는데, 1984년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 그리고 제프리 카첸버그 모션 픽쳐스 그룹 책임자의 부임부터 시작된 이 디즈니의 부활 프로젝트는 비록 '블랙 칼드론(1985)'에서 천문학적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도 넘치 못하는 참패를 거두긴 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만화영화의 투자를 계속하였고, 그로부터 4년 뒤 디즈니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드는 작품을 만들어 내게 되니, 이것이 바로 디즈니 부흥의 신호탄을 알린 동시에 디즈니 제2의 황금기를 열어준 기념비적인 작품 '인어공주(1989)'인 것이다.

ⓒ WALT DISNEY



한스 크리스챤 안델센의 대표적인 동화를 각색한 인어공주는 분명 이전까지 디즈니가 선보였던 일련의 세계명작동화 스타일의 만화영화와 같은 성격을 가진, 말하자면 고전적인 테마를 공유하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인어공주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1937)' 이후 기획되었던 후속 프로젝트 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제작이 중단되었던 작품이었다. 60년대 이후로 디즈니 내에서도 거의 흔적이 사라진 이 세계명작동화 스타일은 오히려 90년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좋은 소재였던 셈이었다.  

다만, 고전적인 소재를 다시 부활시키는데 있어서 디즈니는 새로운 몇가지 시도를 행하게 되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컴퓨터 그래픽의 도입이었다. 레이아웃을 컴퓨터로 그린 뒤, 이를 셀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채색하는 작업은 지금의 Full CG와는 다른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된 방식이었으나 셀 애니메이션이 가진 서정성과 감성을 유지하면서 CG의 부드러움과 선명함을 더하면서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새로운 영상적 완성도를 이룩하게 되었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바다를 누비는 인어들과 바다생물들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으며, 생동감이 넘치는 영상미로 관객들을 사로잡게 된다.

다른 하나의 시도는 뮤지컬의 접목이었다. 이미 디즈니의 전작 '올리버와 친구들(1988)'에서 선보인 바 있는 이 뮤지컬 드라마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또다른 서정성과 감동을 부여하게 되었으니, 아름다운 색체와 미려한 움직임에 더해진 뮤지컬적 시퀀스는 때로는 한편의 로맨틱한 드라마를, 때로는 한편의 코미디를 극적으로 스크린 위에 표현하게 된다. 이를 위해 뮤지컬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던 알란 멘켄을 데려온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고의 선택 중 하나로, 멘켄 자신도 디즈니와의 작업을 통해 오스카 8회 수상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서로가 상부상조하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전적인 소재의 현대적인 각색도 이야기의 흥미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해낸다. 비극적인 이야기였던 원작의 시놉시스를 밝고 희망찬 이야기로 각색한 것은 확실히 전연령가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보인다. 여기에 바닷가재 세바스챤과 같은 개그 캐릭터를 창조하여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지도 모를 이야기를 중간중간 튀어오르게 만든 것은 분명 인어공주의 최고의 선택 중 하나가 아닐까. 세바스챤은 단순한 감초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인어공주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Kiss the Girl'에서 사실상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캐릭터로 맹활약하게 된다.

또한, 달라진 시대만큼 달라진 여성상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와 같이 수동적이고 고전적인 여성주인공에서 지상을 동경하여 스스로 사랑을 찾아 모험을 행하는 에리얼의 모습은 분명 고전적인 동화의 여주인공과는 사뭇 다른 현대적인 여성상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는 보수적인 가치를 대변하던 과거의 디즈니와도 역시 상반되는 부분으로, '미녀의 야수(1991)'의 벨, '알라딘(1992)'의 쟈스민, '뮬란(1998)'의 뮬란 등으로 재생산되면서 디즈니의 또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게 된다.

인어공주는 디즈니 만화영화 사상 역대 최고인 4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작품이었다. 이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었던 85년 블랙 칼드론의 2천 5백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액수로, 지난 이십년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에서 그리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디즈니의 자존심을 건 승부사이자 회심의 일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어공주는 디즈니의 침체기를 한방에 날리는 멋진 카운터 펀치가 되었다. CG와 뮤지컬, 코미디와 신세대 여성상이 어우러진 이 한편의 드라마틱한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의 침체기를 벗어나 이후 픽사의 '토이 스토리(1995)'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전까지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명작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인어공주2, 바다로의 귀환 (2000),Little Mermaid II, Return to the Sea


ⓒ WALT DISNEY


<정보>

◈ 감독: 짐 캐머러드(Jim Kammerud),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
◈ 각본: 엘리자베스 앤더슨(Elizabeth Anderson) 外
◈ 음악: 대니 트룹(Danny Troob)
◈ 제작: 레슬리 휴(Leslie Hough), 데이빗 러브그렌(David Lovegren)
◈ 제작사/배급사: 월트 디즈니 / 부에나 비스타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2000.09.19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비디오 / 전연령가(G)


<소개>

에리얼과 에릭의 딸 멜로디를 주인공으로 한 인어공주의 시퀄. 지상을 동경한 에리얼과 달리 딸인 멜로디는 바다를 동경하게 된다나 뭐라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아닌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은 아니다.


인어공주, 아리엘의 시작 (2008),Little Mermaid, Ariel's Beginning


ⓒ WALT DISNEY


<정보>

◈ 감독: 페기 홈스(Peggy Holmes)
◈ 각본: 로버트 리스(Robert Reece) 外
◈ 음악: 제임스 둘리(James Dooley)
◈ 제작: 켄드라 홀랜드(Kendra Halland)
◈ 제작사/배급사: 월트 디즈니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2008.08.26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비디오 / 전연령가(G)


<소개>

두번째 후속편은 당연스럽게도 프리퀄이 되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시점보다 이전 시점의 이야기로 트라이튼 왕이 인간들을 싫어하게 된 이유와 에리얼의 첫 모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시 극장용이 아닌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참고 사이트>

[1] The Little Mermaid (1989 film), Wikipedia
[2] Walt Disney Pictures, Wikipedia
[3]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Wikipedia
[4] The Little Mermaid, Disney Wiki
[5] 인어공주, 네이버 영화
[6] 인어공주, 엔하위키 미러
[7] 디즈니 애니의 20세기, 그리고 21세기,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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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마녀의 택급편 (1989), 魔女の宅急便 / Kiki's Delivery Service


ⓒ 角野栄子 • 二馬力 • 徳間書店


<정보>

◈ 원작: 카도노 에이코(角野栄子)
◈ 감독/각본/프로듀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 콘티: 미야자키 하야오, 콘도 요시후미(近藤喜文)
◈ 캐릭터 디자인: 콘도 카츠야(近藤勝也)
◈ 작화감독: 오오츠카 신지(大塚伸治), 콘도 카츠야, 콘도 요시후미
◈ 미술감독/배경: 오오노 코지(大野広司) /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음악감독: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久石譲) / 아라이 유미(荒井由実)
◈ 연출보조: 카타부치 스나오(片渕須直)
◈ 기획/제작: 야마시타 타츠미(山下辰巳) 外 / 토쿠마 야스요시(徳間康快)
◈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 저작권: ⓒ 角野栄子 • 二馬力 • 徳間書店
◈ 일자: 1989.07.29
◈ 장르: 드라마,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G)


<시놉시스>

한적한 어느 시골마을, 한 소녀가 풀밭 위에 누워 라디오를 듣고 있다. 뉴스를 듣던 소녀는 날씨 예보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간다. 보름달이 뜨는 오늘 출발하겠다는 소녀. 엄마는 소녀를 말리려 하지만 소녀는 이미 마음을 결정한 뒤다. 소녀의 이름은 키키, 마녀인 엄마와 평범한 인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키키는 오래된 마녀의 관습에 따라 13살이 되는 해에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마녀수행을 떠나려 하고 있다. 마녀가 인간의 삶 속에서 사는 것이 익숙한 시대, 하지만 마녀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세상은 산업화의 시대를 걷고 있는 중이다. 점점 예전의 것을 잃어가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서 꼬마 마녀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그녀의 말하는 고양이 친구 지지와 함께 빗자루에 몸을 싣고 하늘로 향하는데...


<소개>

카도노 에이코의 6권 짜리 소설 중 1권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된 극장용 만화영화.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히트작으로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1978)'이 세운 극장용 아니메의 일본내 흥행기록을 11년만에 경신한 작품이다. 이제까지의 작품들이 모두 비평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극장개봉시 시원치 않은 성적을 기록했었기에 본 작품은 어떤 면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에 대한 평가를 새로이 하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와 같은 작품이 된 것이다. 오늘날 미야자키 하야오를 보면 당연시 하게 되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명감독이라는 이미지 역시 본 작품부터 시작되기에 이른다. (이전까지 하야오가 연출했던 극장용 아니메는 모두 주옥같은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흥행에서는 모두 실패를 거두었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2)' 이후 오리지널 작품으로만 승부해오던 미야자키가 연출한 첫번째 지브리표 소설 원작 작품이다. (지브리의 첫번째 소설 원작 작품은 타카하타 이사오의 '반딧불의 묘(1988)'이다.) 그로 인해 이전까지의 미야자키 작품에 담겨져 있던 환경주의적 메시지는 본 작품에서 등장하지 않지만, 마녀라는 환상적인 소재와 19세기 유럽을 연상시키는 배경요소는 분명 미야자키의 작품세계와도 접점이 닿아 있다. 이는 후일 미야자키가 연출하게 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과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마술이라는 판타지스러운 소재, 유럽적인 배경, 비환경주의적 메시지의 채택, 타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미야자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둘은 확실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또하나 키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또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애초에 이 작품이 미야자키의 연출작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카도노의 작품을 아니메화할 것을 결정한 후 지브리는 후계자 양성차원에서 연출은 새로운 인물에게 맡기고 미야자키는 프로듀서를 맡아 후방을 지원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인물은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도큐무비신사 산하의 해외합작 애니메이션 제작용 하청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도 예전에 몸을 담았던 곳) 시절부터 미야자키나 타카하타 이사오 등과 작업을 해왔던 30살의 신예 가타부치 스나오. 하지만, 제작이 진행되면서 각본과 콘티 등에 미야자키의 손길이 가해지면서 작품의 스케일이 애초 기획단계보다 커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스폰서들이 네임밸류가 있는 감독을 원하면서 결국 가타부치는 감독에서 연출보조로 물러나게 된다.

가타부치의 연출보조 격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감독으로 내정되었다가 도쿠마 서점의 의사에 의해 조기 강판당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가타부치는 후일 스튜디오4℃를 거쳐 매드하우스로 자리를 옮겨, '블랙 라군(2006~2010)' 시리즈로 아니메 팬들에게 그 이름을 알리게 되는데,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버림받은 뒤 매드하우스에서 연출가로 대성하는 점 역시 호소다 마모루의 궤적과 같음을 알 수 있다. 키키가 제작되던 시점부터 이미 지브리의 구조는 미야자키나 타카하타 이외의 연출가가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였는지도 모른다.

키키에는 한가지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일본판 원제인 마녀 택급편에서 택급편이라는 명칭이 당시 일본의 운수회사인 야마토 운수의 등록상표였던 점. 이는 원작자인 카도노가 택급편이 등록상표인줄 모르고 제목에 사용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으나 이 실수로 인해 본 작품은 야마토 운수가 결국 스폰서로 참가하게 되며, 나중에는 야마토 운수가 역으로 작품을 자사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본 작품의 히트 이후 야마토 운수는 자사의 CF에 키키의 컷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여기에 야마토 운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고양이가 우연치 않게 이야기에 등장하는 등, 본 작품은 카도노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묘하게 야마토 운수와 여러 면에서 얽혀 있는 부분이 있다. 
 
거대한 스케일과 화끈한 모험은 없었지만, 아기자기하고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점은 흥행에 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직전 작품인 '이웃의 토토로(1988)'와 다를바 없었지만, 오리지널 작품이었던 토토로에 비해 키키는 유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어느 정도의 네임밸류를 확보하고 있었고, 여기에 야마토 운수와 니혼 TV와 같은 거대 스폰서의 참여로 홍보면에서도 전작에 비할 바 없이 큰 물량이 투입되었다. 이는 결국 많은 이들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막상 극장에서 접한 미야자키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하게 된다. 이는 제대로 된 홍보전략이 있었다면 앞선 작품들 역시 키키 못지 않은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추측을 가능케하는 대목으로, 실제 미야자키의 작품들이 지금도 지속적인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또한, 본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프로듀서로 참가하게 되는 스즈키 토시오의 등장이다. 미야자키가 스튜디오 지브리에 참가하게 되는 데 있어서 일익을 담당한 스즈키는 1989년 도쿠마 서점에서 스튜디오 지브리로 자리를 옮긴 후 키키의 프로듀서로서 지브리 아니메에 처음 참여하게 되는데, 니혼 TV 제휴와 같은 적절한 전략으로 작품의 흥행에 있어서 크나큰 역할을 해내기에 이른다. 키키를 시작으로 '미야자키-스즈키'라는 극장 아니메 시장의 미다스의 듀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참고 사이트>

[1] 魔女の宅急便_(スタジオジブリ作品), Wikipedia Japan
[2] 魔女の宅急便 (1989), allcinema.net
[3] Kiki's Delivery Service (movie), ANN
[4] 마녀배달부 키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角野栄子 • 二馬力 • 徳間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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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1989), トップをねらえ!Aim for the Top! GunBuster


ⓒ BANDAI VISUAL · JVC Entertainment · GAINAX


<정보>

◈ 원작/기획: 오카다 토시오(岡田斗司夫)
◈ 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 각본: 안노 히데아키, 오카다 토시오
◈ 콘티·설정: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美樹本晴彦)
◈ 메카닉 디자인/로봇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宮武一貴) /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쿠보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모리야마 유지(森山雄治)
◈ 미술감독: 키쿠치 마사노리(菊地正典), 사사키 히로시(佐々木洋)
◈ 음악/노래: 다나카 고헤이(田中公平) /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
◈ 제작총지휘: 무라하마 쇼지(村濱章司)
◈ 제작사: 가이낙스, 반다이, 빅터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BANDAI VISUAL · JVC Entertainment · GAINAX
◈ 일자: 1989.10.07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2015년, 우주로 진출한 인류는 돌연 우주괴수의 습격을 받는다. 이 습격으로 우주군의 제독이자 전함 룩시온의 함장이었던 타카야 제독 이하 수많은 승무원들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우주군 제독이었던 아빠 타카야 제독을 동경하던 소녀 노리코는 아빠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우주 파일럿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룩시온의 비극으로부터 6년 뒤 우주괴수에 대항하기 위해 지구는 RX 계획을 발동하고, 노리코는 파일럿의 등용문인 오키나와 여자 우주고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우주 파일럿으로의 길은 생각보다 고되고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개>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를 통한 가이낙스의 야심찬 시도는 커다란 실패로 귀결되었으나, 문제는 단순히 작품의 실패에 그치지 않았다. 반다이를 통해 거둬들인 거액의 투자비가 가이낙스의 부채로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애초에 왕립우주군을 위해 한시적으로 조직된 프로젝트 집단이었던 가이낙스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체를 뒤로 미루고 수익을 벌어들일 방법을 모색해야할 상황에 처한다. 왕립우주군을 통해 보여주려했던 정통 SF 드라마가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했음을 통감한 가이낙스는 아니메의 수요가 여전히 오타쿠를 중심으로 한 특정계층에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로 인해 그들 오타쿠의 근원이기도 했던 '우주전함 야마토(1974)'와 함께, '기동전사 건담(1979)'을 보고 자란 그들 세대가 처음으로 스탭으로 참여했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컨셉을 다시금 활용하기로 마음먹게 되니, 이것이 바로 가이낙스의 본격적인 태동을 알린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1989, 이하 건버스터)'인 것이다.

☞ 만화영화 연대기: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보러가기)

건버스터는 마크로스를 시작으로 80년대 OVA시장을 주름 잡고 있던 미소녀와 메카닉이라는 키워드를 작품의 테마로 삼아, 여기에 우주전함 야마토의 장중한 SF 드라마를 얹은 전형적인 오타쿠용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80년대 당시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던 이들 오타쿠들이 모여 오타쿠라는 편견을 벗어나기 위해 야심차게 만든 첫작품이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오타쿠들의 입맛에 맛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는 당시 아니메를 보는 시청층의 저변이 한정적이라는 문제도 있었지만, 과거 5~60년대를 풍미하던 도에이의 극장용 만화영화들이 70년대를 기점으로 쇠퇴한 후, 지나치게 일본적인 스타일(특히, 로봇물)에 아니메가 한정되면서 보편적인 감성을 잃어버린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아니메의 한계를 벗어나려 했던 가이낙스였으나 그들의 첫 시도인 왕립우주군 또한 보편적인 감성보다는 마니악한 측면이 강했고, 이로 인해 커다란 실패의 아픔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은 가이낙스의 초대 멤버로 왕립우주군에서 첫 작화감독을 맡았던 신예 안노 히데아키가 맡아 이례적으로 감독으로 데뷔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30세로, 나우시카와 마크로스 등 불과 몇 작품에서의 작화스탭 경력이 전부였는데, 당시 안노와 동년배 중 감독으로 데뷔한 인물은 마크로스 극장판에서 25살의 나이에 공동감독으로 데뷔한 카와모리 쇼지 정도가 유명해졌을 뿐이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데뷔한 카와모리에 비해 안노는 다소 주목을 덜 받으며 등장했지만, 건버스터에서 보여준 그의 연출가로서의 재능은 후일 카와모리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소녀와 메카닉, 그리고 SF 드라마라는 키워드를 접목한 건버스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미 그런 작품은 당대에 넘치고 찰만큼 유행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안노는 이 기본 구도 위에 몇가지 색다른 시도를 첨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건버스터는 이전까지의 마크로스 아류작을 뛰어넘는 스타일과 매력을 겸비하게 된다. 우선, 특촬물에 근원을 둔 히어로와 괴수라는 대결구도는 리얼로봇으로 인해 경직되어버린 당대 로봇 아니메의 구도를 일신하는 새로운 참신함을 부여하게 된다. 울트라맨이라는 히어로가 아닌 버스터 머신이라는 로봇이 그 자리를 대체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버스터의 액션은 틀촬물의 히어로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스타일과 멋이 넘쳤다. 재미있는 것은 로봇의 내부 메커니즘은 리얼로봇의 그것에 근거한 하이테크놀로지적인 모습이었지만, 실제 로봇이 움직이고 싸우는 모습은 특촬물과 슈퍼로봇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모양새였던 것이다.

안노만의 감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건버스터의 초반부는 SF 액션물이 아닌 학원물을 연상시키는데 이 부분은 야마모토 스미카 원작의 '에이스를 노려라(1972)'의 구조를 그대로 패러디한 것으로, 주인공인 타카야 노리코는 에이스를 노려라의 주인공인 오카 히로미를, 학교의 히로인 아마노 카즈미는 류자키 레이카를, 코치 오오타 코이치로는 무나가타 진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렇게 소녀들의 경쟁을 다룬 학원물에서 본격적인 우주의 모험으로 넘어가는 전개를 취하면서 건버스터는 기존의 SF 액션물과는 다른 다양한 맛을 지닌 작품으로 탄생한다. 안노의 패러디(내지 오마쥬)는 단순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곳곳에 드러나게 되는데, 오오타 코치의 바둑판에 부착된 전자계기판이나 우주전함 엑셀리온의 기관부 등 많은 부분에서 우주전함 야마토의 오마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등장인물의 방에서 볼 수 있는 미야자키 아니메의 포스터나 만화잡지 등에서는 감독과 스탭들의 오타쿠적 취향마저도 느껴진다.

여기에 한가지 더, 건버스터는 정통 SF 이론을 접목하여 극의 또다른 흥미를 유발하게 되는데, 바로 광속과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간다는 우라시마 효과의 도입이 그것이다. 아광속의 속도로 날아간 주인공들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 그녀들이 겪은 시간은 불과 수개월이지만 지상에서는 이미 십수년이 흐른 뒤라는 이 설정은 단순한 극적 재미 이상의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초반부만 하더라도 다소 가벼웠던 극의 분위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무거워지는데, 이렇게 몇가지 과학적, 철학적 소재를 극에 적절하게 도입하고 활용하는 안노의 재능은 후일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 이르러 만개하여 작품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과 해석, 추측과 가십을 낳는 매개로 발전하게 된다.

ⓒ BANDAI VISUAL · JVC Entertainment · GAINAX

전형적인 SF 아니메의 특장점과 정통 SF적인 요소를 성공적으로 결합시켰지만 부정적인 요소 또한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불필요한 성적 표현과 노출이다. 버스터 머신에 탑승하는 여성 파일럿들의 복장이 에어로빅 유니폼인 것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듯. 여기에 이미 과거에 안노가 DAICON III 오프닝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였던 바스트 모핑(여성의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을 묘사한 씬을 일컫는 용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든지, 필요 이상으로 목욕씬과 속옷 씬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80년대 OVA의 대표적인 상술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불필요하게 많아 극의 흐름을 끊는다. 이는 이 작품이 그럴듯한 테마와 중후한 설정으로 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상업적인 노선을 걷는 작품임을 증명하는 사례로, 이후 에반게리온을 위시한 여러 가이낙스 작품에서도 이러한 노선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을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메카닉 디자인을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맡고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이 마크로스의 적자임을 증명하는 뚜렷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장귀병 MD 가이스트(1986)', '대마수격투기 강의 귀(1987)' 등에서 특촬물적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메카닉을 선보인 오하타 코이치나, '프로젝트 A코(1986)'를 통해 미소녀와 SF를 그전과는 다른 형태로 접목시켰던 모리야마 유지, 스튜디오 비보 출신으로 당시에는 미완의 대기였던 쿠보오카 토시유키, 후일 특촬물 감독으로 성장하게 되는 가이낙스의 멤버 히구치 신지 등의 진용도 믿음직스럽다.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간 제작비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제작비의 압박 때문이었는지 최종화에서는 채색이 되지 않은 콘티가 그대로 작품의 컷으로 사용되는 씬이 등장한다. 이는 에반게리온을 포함한 후대 가이낙스의 작품에 종종 엿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가이낙스의 재무상황은 더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가이낙스는 아니메 제작 외에 제작 하청과 컴퓨터 게임 등 닥치는 대로 수익사업에 매진하게 되니 이 때까지만 해도 가이낙스의 앞길은 어두운 터널 속이었다.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2004), トップをねらえ2!


ⓒ GAINAX · TOP2 委員会


<정보>

◈ 원안/감독: 츠루마키 카즈야(鶴巻和哉)
◈ 감수: 안노 히데아키
◈ 각본: 에노키도 요지(榎戸洋司)
◈ 콘티: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지, 히라마츠 타다시(平松禎史) 外
◈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버스터머신 디자인/퓨처 비주얼: 이즈나요시쯔네(いづなよしつね) / OKAMA
◈ 메카닉 디자인: 이시가키 쥰야(石垣純哉), 코야마시게토(コヤマシゲト) 外
◈ 작화감독: 사다모토 요시유키, 시바타 유카(柴田由香), 스시오(すしお), 니시고리 아츠시(錦織敦史) 外
◈ 3D 감독/CG 모델링: 나스 신지(那須信司) / Viewworks
◈ 미술감독: 가토 히로시(加藤浩)
◈ 음악/노래: 다나카 고헤이 / ROUND TABLE, ACKO
◈ 기획/제작: TOP2 제작위원회
◈ 제작사: 가이낙스, 반다이 비주얼, JVC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GAINAX · TOP2 委員会
◈ 일자: 2004.11.?? ~ 2006.0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가이낙스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제작된 건버스터의 후속편. 건버스터를 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부채에 허덕이며, 어두운 내일 밖에 보이지 않았던 가이낙스가 이제는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제작 스튜디오가 되어 당당히 20주년 창립작품을 내놓는 모습은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바로 그 기념작이 그들의 최초 히트작인 건버스터라는 사실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20년이 흘러 아니메의 트렌드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로봇 아니메나 미소녀와 SF를 접목하던 트렌드는 모두 과거의 일이 되었으며, 가이낙스 스스로가 아니메의 흐름을 바꾸었던 에반게리온 이후의 아니메 부흥기를 지나 업계가 다시금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할 무렵, 그리고 가이낙스 자신도 에반게리온 이후 로봇 아니메에서 손을 뗀 채 말랑말랑한 연애, 메이드물에 주력하고 있을 당시, 가이낙스의 새로운 도전이 이 20주년 기념작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2004, 이하 다이버스터)'에서 그 전조를 알렸다면 다소 과장된 표현일까.

후속편이라 하지만, 시대배경은 건버스터에서 무려 1만 5천년 후의 이야기이다. 사실 이조차도 작품의 초반부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시대 배경도, 캐릭터도 완전히 상이한 모습과 전개인지라 후속편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색할 정도. 캐릭터 디자인은 가이낙스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또 한명의 인물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맡았는데, 사다모토 특유의 슬림한 소녀적 취향에, 가이낙스의 만화영화적 표현이 접목되어 비주얼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그것은 레트로풍의 슈퍼로봇스러운 매력을 진하게 풍기는 버스터 머신들도 마찬가지. 슈퍼로봇스러운 모습을 간직했지만 그 내부 메커니즘에서는 리얼로봇과 정교한 변신합체로봇의 컨셉을 간직했던 건버스터와 달리 다이버스터는 과거 비현실적인 변신합체 컨셉을 보여준 겟타로보와 같은 뉘앙스가 느껴진다. 건버스터라는 타이틀을 떼고 보면 오히려 이러한 다이버스터의 모양새는 근 몇년간의 가이낙스적 취향에 근접해 있다 하겠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다이버스터는 건버스터의 후속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특히, 라스트에서 건버스터의 히로인인 노리코를 맞이하는 라르크와 지구의 모습은 과거 건버스터에서 인류를 구하고 1만5천년 후의 시간으로 튕겨나가버린 히로인 노리코와 카즈미의 엔딩을 그들의 관점이 아닌 그들을 맞이하는 지구인의 관점으로 바라본 모양새다. 이러한 결말은 상당히 극적인 재미를 작품에 부여하는데, 이로 인해 다이버스터는 종장에 이르러 건버스터의 후속임을 완벽하게 관객에게 각인시키게 된다. (애초에 다이버스터의 각본은 엔딩부터 거꾸로 써졌다는 후문이 있다)

ⓒ GAINAX · TOP2 委員会

레트로풍의 슈퍼로봇적 컨셉과 더불어 본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또하나의 비주얼적 매력은 속칭 '카나다버스'라 불리는 다이나믹한 화면처리 기법에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일본 아니메업계의 전설적인 작화가 카나다 요시노리가 창안한 이 기법은 같은 액션장면도 보다 더 역동적으로 묘사할 수 있어 이를 통해 다이버스터의 액션을 거대한 스케일과 함께 실로 과장과 함축이라는 만화영화의 특성이 십분발휘된 영상미를 관객에게 선사하게 된다.

다만, 주제의식이나 여러면에서는 원작에 비해 신선도나 깊이는 부족하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역동적인 화면은 과거의 슈퍼로봇을 가이낙스적인 것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모자람이 없었지만, 20주년 기념 스페셜 작품답게 다소 이야기에는 무리함이 따른다고나 할까. 이는 과거와 달리 지나치게 소년, 소녀들 위주로 진행되는 드라마 구조의 한계이며, 동시에 작금의 아니메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이버스터의 여러가지 시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카나다버스에 입각한 감각적인 영상미와 뜨거운 열혈과 근성, 그리고 통쾌하면서도 극적인 이야기 구조는 그로부터 3년 뒤 가이낙스의 또다른 작품에 이르러 진정한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참고 사이트>

[1] トップをねらえ!, Wikipedia Japan
[2] トップをねらえ2!, Wikipedia Japan
[3] トップをねらえ! (1988), allcinema.net
[4] トップをねらえ!2 (2004~2005), allcinema.net
[5] 톱을 노려라!, 위키피디아
[6] 톱을 노려라!,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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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 (1989),
機動戦士 ガンダム 0080 ポケットの中の戦争 / Gundam 0080 War in the Pocket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구성/각본: 유우키 쿄스케(結城恭介) /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
◈ 콘티: 타카야마 후미히코, 사토 쥰이치(佐藤順一)
◈ 연출: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요코야마 히로유키(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美樹本晴彦)
◈ 디자인 웍스: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협력: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外
◈ 작화감독: 쿠부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外
◈ 메카 작화감독: 이와타키 사토시(岩瀧智)
◈ 미술감독: 이케다 ?(池田繁)
◈ 음악/노래: 카시부치 테츠로(かしぶち哲郎) / 시이나 메구미(椎名恵)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9.03.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전쟁
◈ 구분/등급: OVA(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지구연방군과 지온공국의 일년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 지구연방군이 북극에서 신형 건담을 개발하고 있다는 첩보가 지온공국에 입수된다. 지온공국 돌격기동군 소속 특수부대인 사이클롭스 부대가 개발된 신형 건담의 파괴작전을 위해 투입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신형건담을 실은 셔틀은 우주로 날아오르고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지온군은 이후 첩보를 수집하여 신형 건담이 사이드 6의 리보 콜로니에 있음을 포착, 사이클롭스 부대에게 신형 건담의 탈취/파괴 작전인 루비콘 작전의 실행을 지시한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목적일 뿐, 루비콘 작전에는 모종의 음모가 내재되어 있었다.

한편, 루비콘 작전을 위해 리보 콜로니에 투입된 사이클롭스 부대의 신병 버나드 와이즈먼(애칭 버니)은 콜로니에 사는 초등학생 소년 알프레드 이즈루하(애칭 알)와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다. 자신의 자쿠를 알에게 들킨 버니는 자신의 정체와 자쿠에 대해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알에게 지온군 계급장을 건네 준다. 어느덧 버니와 알은 친형제처럼 가까워지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를 통해 토미노가 창조해 낸 건담 월드는 사실상의 종언을 고했다. 시리즈를 이끌던 영원한 주인공이자 라이벌인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퇴장만큼 확실한 피날레는 없었지만, 스토리의 종결과는 별개로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건프라와 관련 상품들로서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추진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만약, 건담을 통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스폰서 반다이에게 건담을 대체할 회심의 브랜드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수많은 리얼로봇 아니메의 프라모델들은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건프라 만큼의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고, 더 이상의 트렌드를 만들어내지 못한체 건담 시리즈보다 먼저 소멸되어버린 뒤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의 연이은 실패를 통해 리얼로봇의 시대가 저물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반다이와 선라이즈로서는 후속 건담 시리즈를 TV로 기획하는 것에는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로 인해 당시 대안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던 OVA로의 기획이 자연스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건담 시리즈가 OVA로 제작되는 것도 상당히 화제거리였지만, 당시 팬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건담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 신시리즈에서 아예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토미노 감독이 빠진 최초의 건담 시리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이다.
 
새로운 시리즈답게 스탭들 역시 기존의 멤버들에서 새로운 멤버들로 일신하게 된다. 그것은 이 신 건담 시리즈가 OVA라는 저예산 작품으로 제작되는 상황이 한몫을 했을지 모르겠는데, 먼저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연출파트를 맡았던 타카야마 후미히코가 감독으로 낙점받게 된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제작한 탑 크래프트 출신으로, 당시 프리랜서였던 타카야마 감독은 외부와의 접촉을 지나치게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으로 업계에서도 기인으로 취급받고 있었는데, 마크로스에서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한 반다이와 선라이즈의 의견일치로 인해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토미노가 빠진 건담호의 선장으로 오르게 된다. 로봇물에 대한 짙은 회의를 품고 있던 그였지만 건담 시리즈 이후로 '초시공세기 오거스 02(1993)',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001)', '라제폰(2002)' 등 완성도 높은 로봇물을 계속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토미노 감독과 같은 길을 걸었다고도 할 수 있다.

가이낙스의 설립멤버로 마크로스 TV 시리즈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를 통해 감독과 각본가로 데뷔한 야마가 히로유키의 참여도 인상적이다. 또한, 마크로스의 정체성을 설립한 캐릭터 디자이너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참여는 본작이 이전의 건담 시리즈와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중대한 포인트이기도 했다.(개인적으로 하루히코의 캐릭터는 건담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는데, 그와는 별개로 하루히코는 이후 많은 건담 소설과 코믹스 등에서 일러스트를 맡으며 꾸준히 건담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들 주요 스탭들이 마크로스라는 공통 키워드로 묶여 있는 점은 흥미롭다. 건담의 영향을 받고 자라난 신세대들이 만든 마크로스, 그 마크로스의 스탭진들이 건담을 만든다는 것은 당시 아니메 업계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메카닉 디자인은 더블제타 건담 이후로 건담의 대표적 메카닉 디자이너로 자리를 굳힌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았다. 이전작까지만해도 자신의 스타일보다는 건담의 원 디자인 철학을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즈부치는 본작에서는 좀 더 자신의 스타일을 담아낸 MS들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독일 밀리터리 마니아인 이즈부치의 취향을 그대로 담아낸 MS 캠퍼는 여타의 MS와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로, 오히려 그가 디자인을 맡았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시리즈의 레이버와의 유사점이 더 많은 기체이기도 하다.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모빌슈트와 뉴타입이라는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의 테마에서 벗어나 있다. 신형건담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콜로니에 잠입한 지온의 신병 버니는 우연치 않게 콜로니의 초등학생 알과 만나 친분을 쌓으며 첩보활동을 계속한다. 알은 버니가 지온군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아직 어린 소년인지라 그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기에 건담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참가한 크리스티나가 우연치 않게 알을 통해 버니를 알게 된다. 알은 둘의 신분을 서로에게 얘기하지 않고서 이 좋은 만남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크리스티나와 버니는 서로의 신분을 모른채 조금씩 호감을 품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로 가까워지는 안타까운 구도는 결국 마지막 파국을 향한 일종의 복선이라 하겠다.

전쟁 속에 피어나는 이 묘한 상황은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보다는 오히려 마크로스 시리즈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주인공인 이들 셋의 관계도 관계이지만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모빌슈트 간의 전쟁묘사나 뉴타입과 같은 거창한 주제 대신 좀 더 드라마적인 흐름을 타고 있으며, 등장인물 역시 이제까지 우리가 건담 시리즈에서 알아온 인물들이 모두 배제된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이는 정통 건담 시리즈의 세계관 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사이드 스토리였던 것이다. 건담 0080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상당히 노련하면서도 만화영화의 수준을 넘어선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모빌슈트나 뉴타입이 사실상 극의 중심축에서 멀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상당한 임팩트와 여운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토미노 감독이 빠졌음에도, 리얼로봇의 파워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얻은 이 호응은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건담 시리즈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이로 인해 표류하던 건담 호는 다시금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또한번의 출항을 시작하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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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전기 (1989), ヴイナス戦記 / Venus Wars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


<정보>

◈ 원작/감독/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 각본: 야스히코 요시카즈, 사사모토 유이치(笹本祐一)
◈ 작화감독: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 작화감독 보조: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나카 모리푸미(仲盛文)
◈ 메카닉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 요코야마 코우(横山宏)
◈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小林七郎)
◈ 음악: 히사이시 조(久石譲)
◈ 프로듀서: 쿠라타 유키오(倉田幸雄)
◈ 제작사: 반다이 비주얼, 쇼치쿠, 각켄
◈ 저작권: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
◈ 일자: 1989.03.11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때는 21세기, 거대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소행성이 금성에 충돌한다. 거대한 운석의 충돌로 뜨겁던 금성의 대기는 시원해지고, 소행성을 이루고 있던 거대한 얼음이 녹아 금성에 거대한 바다를 형성하게 된다. 지축은 기울고 자전속도가 변화하면서 금성은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변하게 된다. 금성으로의 이주가 시작된지 어언 반세기, 비너스(금성)는 거대한 두 세력인 이슈탈과 아프로디아로 갈라져 전쟁과 반목을 거듭하게 된다.   

아프로디아 출신의 히로키 세노오(애칭 히로)는 이민 4세 소년으로, 오토바이 경기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히로가 참가한 오토바이 경기가 한창 진행되던 도중, 이슈탈의 전면공격이 시작되면서 도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금성력 72년 3월 7일, 이슈탈의 정예 101 기갑부대의 기습으로 아프로디아의 수도 이오가 하루만에 점렴되고 만 것이다. 이슈탈의 침공으로 목적없던 히로의 삶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소개>

각켄(학연, 학습연구사의 줄임말)사의 소년만화잡지 '월간 코믹 NORA'를 통해 연재되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대작 극장 아니메. 원작자인 야스히코 본인이 직접 감독과 각본,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하여 작품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크러셔 죠(1983)', '거신 고그(1984)', '아리온(1986)'부터 이 비너스 전기에 이르기까지 야스히코는 감독을 맡는 작품마다 원작부터 각본, 작화, 연출에 이르는 다방면에 역량을 발휘하는데, 이는 당시 그의 라이벌이라 일컬어지던 미야자키 하야오를 어느 정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야스히코 스스로도 미야자키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소외하고 있으며, 건담의 두 창조자인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모두 미야자키에게 경외심과 라이벌 의식, 그리고 일종의 트라우마를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작화면에서는 단연 80년대 극장 아니메들 중 탑 클래스에 위치하는 작품으로, 아리온에 참가하기도 했던 카미무라 사치코가 작화감독을 맡아 야스히코의 캐릭터들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카미무라는 '시티헌터' 시리즈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적이 있으며, 계속된 야스히코의 영향 때문인지 극장 아니메 '시티헌터 베이시티 워즈 / 백만달러의 음모(1990)'에서는 야스히코의 필체가 느껴지는 캐릭터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리온부터 애니메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카와모토 토시히로가 본 작품에서는 작화감독보조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카미무라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이지만 야스히코 휘하에서 일해온 덕분인지 '기동전사 건담 0083(1991)'이나 '카우보이 비밥(1998)' 등 카와모토의 초창기 대표작들은 알게 모르게 야스히코가 그려온 캐릭터들과의 동질감이 느껴진다.

원작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메카닉 디자인이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이후로 유명세를 탄 고바야시 마코토도 참여하고 있지만, 마쉬넨 크리거(Ma.K) 브랜드로 프라모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이기도 한 모델러 겸 메카닉 디자이너 요코야마 코우의 참여로 인해 극장판의 메카닉들은 밀리터리적인 감성과 SF적인 스타일이 혼재한 독특한 느낌의 메카닉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후일 선라이즈를 대표하는 메카닉 작화감독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성장하는 사노 히로토시의 메카닉 작화가 뒤를 받침하여 작화의 수준만 놓고 보면 근래의 CG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세밀함과 정밀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일본 아니메의 대표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와, 미야자키의 파트너와도 같은 히사이시 조 음악감독의 참여는 대작 극장 아니메에 어울리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히사이시 조는 아리온에 이어 두번째로 야스히코와 호흡을 맞추었다.

SF를 표방하고 있지만, 비너스 전기는 전쟁 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금성의 패권을 둘러싼 전쟁과 그 소용돌이에 휩싸인 주인공과 사람들의 이야기. 어떤 면에서 이러한 부분은 야스히코의 출세작인 '기동전사 건담(1979)'과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 뿐, 우연치 않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나 적대 세력간의 권모술수와 헤게모니 싸움이 그려지고 있는 부분 등은 확실히 건담의 영향 아래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듯. 다만, 원작의 흐름은 다소 건조하고 드라마틱함이 부족하여 마치 다큐멘터리 전쟁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실제 코믹스를 보면 입신의 경지에 이른 작화에 비해 이야기는 다소 흡입력이 떨어지는 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부분은 극장 아니메의 흥행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아니메 팬들만을 위하는 듯한 비너스 전기의 마니악한 스토리는 당시의 극장 아니메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의 아니메 시장은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일본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투자 감소라는 악재를 맞이하고 있었고, 건담 이후 10년 가까이 지속된 하드 SF 장르 역시 그 생명력을 잃어가던 시기였던 것이다. 대외적인 여건도 좋지 않았지만, 스토리텔러로서 야스히코의 능력이 그가 가진 절세의 작화력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거대한 세계관을 구성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작을 맡은 작품들은 밋밋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이 야스히코의 작품과 미야자키의 작품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했다. (다만, 신들은 공평했기에 스토리텔러로서 야스히코를 능가한 미야자키는 결코 작화에서는 야스히코를 능가할 수 없었다. 야스히코의 캐릭터/작화와 미야자키의 스토리/장면구성이 힙을 합칠 기회가 있었다면 어떤 놀라운 작품이 나올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부분이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극장 아니메는 흥행에 참패했다. 야스히코는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고 아니메 업계를 떠나게 되고, 연재 중이던 코믹스마저 완결을 보지 못한 체 지금에 이르르고 있다. 아니메의 전성기를 이끌던 대가의 퇴장은 80년대 후반에 시작된 아니메의 침체기와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우연을 보여준다.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



<참고 사이트>

[1] ヴイナス戦記, Wikipedia Japan
[2] Venus Wars,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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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스타 스토리 (1989), ファイブスター物語 / Five Star Stories


ⓒ 永野護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나가노 마모루(永野護)
◈ 감독: 야마사키 카즈오(やまざきかずお)
◈ 각본: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메카닉 작감/메카닉 디자인 협력: 모토이기 히로아키(本猪木浩明) /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아사카와 토모유키(朝川朋之) / 나가야마 요코(長山洋子)
◈ 기획/제작: 타미야 타케시(田宮武) /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선라이즈
◈ 저작권: ⓒ 永野護 · 角川書店
◈ 일자: 1989.03.11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그리고 노오스, 4개의 태양계로 구성된 조커 태양성단에는 현재 수많은 국가들이 난립해 있다. 행성 델타베룬을 지배하는 연합국인 A.K.D(Amateras Kingdom Demesnes),  행성 쥬노의 왕정국가 콜러스, 캘러미티를 지배하는 필모어 제국, 보오스 행성의 연합국가 하스하 연합공화국 등등... 동시에 그곳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인간형 거대 전투병기 모터 헤드와 조종사인 헤드라이너,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인 파티마들이 싸움을 펼치는 무대이기도 하다. 파티마, 그것은 인공생명체로서 모터 헤드와 헤드라이너 사이에서 모터 헤드를 보다 더 쉽게 컨트롤하기 위해 태어난 여성형 컴퓨터 안드로이드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몸 속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모습 역시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성단 최고의 천재 과학자인 크롬 발란셰는 이 때까지 모두 44명의 파티마를 창조해낸 전설적인 파티마 마이트로, 그가 최후에 만들어 낸 세 명의 파티마는 후일 조커 성단의 미래를 좌우할 가공할 힘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아트로포스, 라키시스, 클로소로 알려진 이들 세자매는 운명의 3여신이라 불리웠으며, 이중 둘째인 라키시스는 조커 성단의 창조주이자 A.K.D의 지배자인 아마테라스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것은 조커 성단 전체에 있어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자 4개의 태양계 전체를 전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 슬픈 운명의 서막이기도 했다.

때는 성단력 2988년, 역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장판 프롤로그 해설 일부 참조)


<소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연재했던 코믹스 '파이브 스타 스토리(Five Star Stories, 이하 FSS)'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1986년 4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코믹스는 25년이 흐른 2011년 현재 단행본으로 12권까지 발간된 채 여전히 그 완결을 알 수 없는 초장기 연재 작품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나마 1, 2년 단위로 발간되던 단행본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3년의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2006년 12권이 발간된 이후로는 5년째 연재가 멈춰선 상태로, 이는 워낙 괴팍하고 개성이 강한 원작자도 원작자이지만,(비디오 게임에 빠져 연재가 더디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수만년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국가, 거기에 수많은 등장인물과 파티마들, 그리고 인간형 병기 모터헤드들에 대해 일일이 세세한 설정과 디테일이 부여되고 있기에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괴이한 성격의 작가 덕택에 설정이 안드로메다급으로 복잡해진 부분이 있기는 하다)

나가노 마모루가 워커홀릭이라면 모를까, 대개는 이렇게 거대한 설정을 부여한 뒤에는 작가 스스로 그 무게에 짓눌려 연재가 더디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가노는 FSS 연재 중에 종종 다른 작품들에도 손을 대었으나 대부분은 완결을 보지 못한 채 중단하게 된다.) FFS의 경우는 엄청나게 더딘 연재속도 덕에 몇 년 전의 설정이나 인물들을 나가노 본인도 잊어버린 채 작품을 연재한 뒤 이를 보충하는 별개의 설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권당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수는 대하 역사소설이나 김용의 무협소설에 비견될 만큼 많으며, 독자도 독자지만 창조해내는 작가조차 헛갈릴 정도로 많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수많은 인물들에게 일일이 설정을 부여한 작가의 디테일은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패션감각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나가노에 의해 창조된 다채로운 코스튬들은 미학적으로도 다른 만화가들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하나의 컷에 들어가는 노력 또한 다른 만화에 비해 수 배가 넘는다. 

FSS는 가상의 세계인 조커 성단을 배경으로 하여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노오스의 4개 태양계에 위치한 수많은 나라들과 각 나라들의 다채로운 등장인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모터헤드 조종사인 헤드라이너와 그들의 파트너인 여성형 안드로이드 파티마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로 작품의 주요 테마이기도 한 파티마의 경우는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 없는 외모를 갖고 있지만 영원히 늙지 않고 주인인 기사의 파트너로 봉사한다는 점에서 은연중에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로 인해 벌어지는 그녀들의 갈등과 번민을 작품 속에 그리고 있기에 단순히 흥미 위주로 그치지는 않았다.) 작품의 주인공 중 한명인 아마테라스의 경우에는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으로 본 작품에서도 역시 조커 성단의 창조주로 등장하고 있는데, 아마테라스가 원래 여신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FSS의 아마테라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로 착각할 미모로 그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이 캐릭터들이 상당히 길고 슬림한 모델과 같은 체형으로 그려지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나가노의 여성스러운 미학관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나 파티마들의 속옷까지 디자인하고 계셨으니 뭐...)

애니메이터로서 활약하던 시절, 선라이즈의 작품에서 보여준 나가노의 메카닉적 재능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메카닉 디자이너 겸 설정 디자이너로 작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중전기 엘가임(1984)'과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캐릭터는 엘가임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엘가임의 인간형 병기 헤비메탈(HM)은 FSS의 모터헤드(MH)와 거의 같은 컨셉을 보여주는데, HM과 MH로 양 작품의 인간형 병기의 명칭이 대칭되는 것도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으로 추측된다. 실제 나가노는 엘가임의 펜타고나 월드와 FSS의 조커 성단을 같은 세계관에 묶어서 이야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로 인해 FSS보다 나중의 시대로서 펜타고나 월드가 등장하며, 이 시기에는 파티마의 제조방법과 같은 구시대의 기술이 많이 사라졌다는 설정이 부여된다. 다만, 더딘 연재 속도로 이러한 계획이 언제쯤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며, 그나마 연재 중 잦은 설정 추가와 번복으로 원작자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FSS의 세계관이니만큼 앞으로의 방향은 미지수라 하겠다.

엘가임 뿐만이 아니라 엘가임 이후 그가 참여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그가 제출한 메카닉들도 후일 상당수가 FSS에 쓰이게 된다.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그가 그려낸 메카닉들은 너무도 세밀한 디테일을 갖고 있어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로서의 상품화가 용이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타 건담에서 중도 강판 당하는 사건을 겪기도 하는데, 그로 인해 나가노가 제출했던 상당수의 MS 디자인들은 FSS의 모터헤드에 적용되었고, 이 모터헤드들은 후일 상품화가 불가능할 것 같던 프라모델로 등장하여 놀라운 디테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이야기적 완성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캐릭터와 코스튬, 메카닉 등 작품 전반에 걸쳐 나가노가 보여준 치밀한 디테일과 설정은 범인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 하겠다.

카도카와의 만화잡지 뉴타입 부록 FSS 극장판 100% 콜렉션. ⓒ 角川書店

극장 아니메는 FSS의 단행본 1권에서 2권까지의 이야기인 '운명의 3여신 파트1, 라키시스'를 기본으로 66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중편 아니메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시끌별 녀석들 3 Remember My Love(1985)', '시끌별 녀석들 4 Rum the Forever(1986)' 등을 통해 연출파트로 자리를 옮긴 야마자키 카즈오가 맡았다. 유키 노부테루가 맡은 캐릭터는 나가노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장 아니메라는 성격에 맞게 변주한 최고의 선택으로, 유키 특유의 미적감각이 더해지면서 다소 괴기스러운 나가노의 캐릭터들은 보다 더 매력적인 생명력을 부여받기에 이른다.

카도카와 극장 아니메답게 하이 퀄리티의 영상미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특히 라스트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성단 최강의 모터헤드 나이트 오브 골드의 등장씬은 본작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는 씬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방대한 설정과 수습이 불가능한 원작의 성격상 극장 아니메는 애초부터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고 초반부의 이야기만을 갖고 작품을 구성하게 되는데, 그 결과 원작의 스토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점에서는 비약이 심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아무래도 서장에 불과한 초반부의 스토리가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 역시 가지고 있었다.



<참고 사이트>

[1] ファイブスター物語, Wikipedia Japan
[2] ファイブスター物語 (ストーリーズ) (1989), allcinema.net
[3] 파이브 스타 스토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野護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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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아이 고쿠 (1989), Midnight Eye ゴクウ


ⓒ 寺沢武一 · A-GIRL


<정보>

◈ 원작: 테라사와 부이치(寺沢武一)
◈ 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川尻善昭)
◈ 각본: 테라사와 부이치-1부, 나카니시 류조(中西隆三)-1,2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1부, 하마사키 히로츠구(浜崎博嗣)-1,2부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오카무라 텐사이(岡村天斎)-1부,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2부
◈ 미술감독/배경: 야마카와 아키라(山川晃)-1부, 오제키 리쿠오(小関睦夫)-2부 /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음악/노래: 타케가와 유키히데(タケカワ ユキヒデ), KAZZ TOYAMA / 카츠라기 유키(葛城ユキ)
◈ 제작: 도에이 비디오-1,2부, 스코라/테라사와 프로덕션-2부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寺沢武一 · MADHOUSE
◈ 일자: 1989.01.27, 1989.12.22
◈ 장르: SF, 성인, 액션
◈ 구분/등급: OVA (2화)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시놉시스>

서기 2014년의 도쿄시티. 두번의 대지진을 겪은 도쿄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하이테크놀로지의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전직경찰 출신인 후린지 고쿠는 이 도시의 뒷세계에서는 제법 유명한 사립탐정. 하지만, 근래 들어 고쿠의 경찰시절 동료들이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부분 자살로 잠정 결론이 나지만 고쿠는 이를 믿지 않고 나름의 수사를 계속하려 한다. 고쿠는 예전 동료인 여형사 야부키 요코를 찾아 동료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물어보고 그들이 모두 하쿠류 겐지라는 무기 상인과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함께 하쿠류 겐지 소유의 빌딩으로 향하던 고쿠와 요코는 감시를 서고 있던 두명의 형사가 투신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이제 겐지 수사팀에는 요코만이 유일한 생존자, 동료들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고쿠는 겐지의 빌딩에 직접 잠입을 시도하는데...


<소개>

'우주해적 코브라'를 집필한 만화가 테라사와 부이치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OVA. 코믹스는 1987년부터 '코믹버거(現 코믹버즈)'를 통해 연재되었으며, 단행본으로는 단 4권만 발간되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신의 눈'이라 불리는 초소형 컴퓨터를 왼쪽에 눈에 장착한 사립탐정 고쿠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액션물인데, 테라사와의 출세작 코브라와 비교하여 전반적으로 비슷한 취향의 작품이지만 묘사나 표현이 이전보다 더 성인취향에 맞게 조정되었으며, 전반적으로 시리어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 하겠다. 주인공의 이름이 고쿠(한국어로는 오공)인 것은 그가 사용하는 무기가 여의봉처럼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애초에 손오공을 모티브로 해서인지 헤어스타일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원숭이의 머리모양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테라사와 본인이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였기 때문일까. 테즈카의 직계제자인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코브라에 이어 고쿠는 테즈카의 또다른 제자 린 타로의 제자이기도 한 카와지리 요시아키와 매드하우스가 제작을 맡는다. 서양 SF적인 뉘앙스를 가진 코브라를 일본적인 아니메라마 스타일로 재해석했던 데자키 오사무와 달리, 카와지리는 테라사와의 서구적인 센스를 가져와 자신의 B급 컬트 액션 스타일과 접목시킨다. 이미 '요수도시(1987)'와 '마계도시(1988)' 등을 통해 보여주었던 카와지리 만의 독특한 감각이 개인적으로는 데자키-테라사와의 조합보다는 더 나은 듯한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쿠는 그렇게 걸출한 작품은 아니다. 다만, OVA로서 그리고 B급 하드보일드 액션물로서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 寺沢武一 · A-GIRL

본작의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와지리 외에도 하마사키 히로츠구가 참여하는데, 타츠노코 출신으로 87년에 매드하우스로 자리를 옮긴 그는 마계도시 원화로 카와지리와 인연을 쌓은 뒤 바로 고쿠에서부터 카와지리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올라서게 되며, 카와지리의 차기작 '사이버시티 OEDO 808(1990)', '철완 BIRDY(1996)', '뱀파이어 헌터 D(2001)' 등에서도 활약하게 된다. 캐릭터 디자인보다는 메카닉 디자인 쪽의 스탭들이 더 놀라운데, 우선 1부의 메카닉 디자인과 작화를 책임진 오카무라 텐사이는 후일 '울프스 레인(2003)', '흑의 계약자(2007, 2009)' 등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탑 클래스 연출가로 성장하게 되며, 2부에서 메카닉을 맡게 되는 사노 히로토시는 '기동전사 건담 0083(1991)', '기동무투전 G건담(1994)',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라제폰(2002)' 등에서 멋진 그림을 선보이는 일류 작화가로 대성하게 된다. 이외에도 모리모토 코지나 오가 카즈오와 같은 초특급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하여 기대 이상의 탄탄한 작화력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원작의 느낌에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하려 했는지 앞선 두 작품에서 보여졌던 카와지리 감독만의 하드고어한 느낌은 다소 완화된 느낌으로, 완성도나 재미는 평균 이상의 작품이다. 특히, 눈에 장착된 초소형 컴퓨터로 모든 자료를 수집, 검색, 판독한다든지, 컴퓨터로 동작하나는 전세계의 모든 전자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CPU와 운영체제,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장착되는 요즘의 세상을 어느 정도 예측했다는 점에서 설정은 다소 황당하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코브라가 스타워즈적인 느낌이었다면, 본 작품은 007에 가까운 모양새라고 할 수 있을 듯.


<참고 사이트>

[1] ゴクウ, Wikipedia Japan
[2] MIDNIGHT EYE ゴクウ(1989), allcinema.net
[3] MIDNIGHT EYE ゴクウ II(1989), allcinema.net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寺沢武一 · MADHOU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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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외전,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별의 대해 (1988),
銀河英雄伝説外伝, わが征くは星の大海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원작: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
◈ 감독/연출: 이시구로 노보루(石黒昇) / 사카이 아키오(さかいあきお)
◈ 각본: 슈도 타케시(首藤剛志)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오쿠다 마츠리(奥田万つ里)
◈ 메카닉 디자인: 카토 나오유키(加藤直之), 스튜디오 누에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제작/프로듀서: 야마시타 타츠미(山下辰巳), 타카 히데노리(多賀英典) / 타하라 마사토시(田原正利) 外
◈ 제작사: 키티 필름, 도쿠마 서점, 도쿠마 커뮤니케이션즈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88.02.06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서기 2801년, 태양계 제3행성인 지구로부터 알데바란계 제2행성 테오리아로 무대를 옮겨 은하연방을 설립한 인류는 그해를 우주력 1년으로 삼아 우주로의 영토 확장을 개시한다. 아공간 도약항법과 중력제어라는 기술을 손에 넣은 인류는 끝없이 우주로 진출하였고 때는 바야흐로 인류 최고의 번성시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이백여년 동안 번성을 거듭하던 인류는 어느 순간 극심한 피로와 권태에 빠지게 된다. 과학기술은 정체되고 개발은 중지되었으며, 인류의 생활은 퇴폐와 향락에 찌들게 된다. 그리고 오랜 세월 인류의 정치이념이던 민주 공화주의가 타락할 즈음, 한 사나이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니 그가 바로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었다.

뛰어난 군인으로 혁혁한 무훈을 세우며 국민들의 인기를 얻게 된 그는 약관 28세의 나이에 정계로 진출, 정치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선보이며 국민들의 영웅으로 급부상한다. 거침없이 정상을 향하던 그는 결국 우주력 310년 은하제국을 설립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니 이것이 바로 은하제국의 시작이자 제국력 1년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루돌프가 보여준 달콤한 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강력한 독재정권을 수립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열악 유전자 배재법'이라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법을 수립, 사회적 약자들과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배재시키기 시작한다. 마침내 골덴바움 왕조의 공포정치가 막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골덴바움 왕조의 피도 눈물도 없는 탄압이 계속되던 제국력 164년, 알타이 성계에 유배되었던 공화주의자들은 알레 하이네센의 인도 하에 드라이아이스로 만든 우주선을 타고 제국의 감시를 벗어나 길고 긴 여정에 오른다. 반세기에 걸친 기나긴 여정 끝에 이들이 당도한 곳은 제국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바라아트 항성계. 제국력 218년, 우주력 527년 마침내 은하제국의 철권통치에 반대하는 이들의 새로운 민주 공화국이 우주에 탄생하니 이것이 바로 자유행성동맹이다.

그로부터 수세기 뒤인 우주력 8세기말, 제국력 5세기말,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던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니 은하제국 몰락귀족 가문 출신으로 전쟁의 천재라 불리는 라인하르트 폰 뮤젤과 자유행성동맹의 젊은 장교로 후일 (전쟁의) 마술사로 불리게 되는 지략가 얀 웬리라는 두 젊은이들의 등장이 그것이었다. 이들의 등장과 함께 은하계의 역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소개>

타나카 요시키의 SF 소설로서 일본 SF 문학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 중 하나인 장편소설 '은하영웅전설(1981, 이하 은영전)'을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원작소설은 라이트노벨이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기반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지만 장중한 서사와 대하소설을 방불케 하는 스케일은 라이트노벨의 범주를 넘어서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만 총 1500만부라는 누적 판매고를 올렸으며, 흡사 역사소설을 연상시키는 듯한 장중한 문체, 가상의 인물들의 모략과 권모술수, 삼국지를 연상시키는 천재 전략가들의 지략과 전술은 놀라운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텍스트의 묘사만으로도 살아 숨쉬는 매력을 선보인 금발의 천재 전략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과 불패의 마술사라 불리는 희대의 전략가 얀 웬리, 제국의 쌍벽 볼프강 미터마이어와 오스카 폰 로이엔탈, 장미기사단의 바람둥이 연대장 발터 폰 센코프와 격추왕 올리비에 포플란 등 다양한 캐릭터들은 영상 미디어를 능가하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 시점에서야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고는 하지만, 출간 초기만 하더라도 은영전의 인기는 미미한 편이었으며, 은영전보다 앞서 도쿠마 서점에서 발간되었던 타나카 요시키의 단편작 '백야의 조종(1981)'이 부진한 판매실적을 거두었기에 애초에 은영전 시리즈는 3부작에서 그칠 운명이었다. 허나 3편인 사복편에 이르러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은영전은 이후로 초고속 인기행진을 거듭하게 되며, 소설 외에도 코믹스, 연극, 컴퓨터 게임, 보드게임, 파칭코 등으로 미디어 믹스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중 미치하라 카츠미(道原かつみ)의 코믹스는 1986년 외전 황금의 날개 편이 단편으로 등장한 이후 1990년부터 본편이 연재되었으나 2000년 11권을 끝으로 더이상 연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미치하라가 그려낸 순정만화 풍의 작화 스타일은 장중한 대하소설 스타일의 본작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양새였으나, 라인하르트나 키르하아이스, 로이엔탈 같은 제국의 청년장교들을 순정만화 풍의 캐릭터로 재해석한 것은 오히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미치하라 카츠미는 외전편에서 삽화 일러스트를 맡기도 했으며, 2011년 하반기에 국내에서 출간 예정인 은영전 완전판에는 이 미치하라의 일러스트가 삽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치하라의 일러스트가 삽입되는 것으로 보아 완전판은 2000~2002년에 일본에서 발간된 도쿠마 듀얼문고 판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성공한 SF 소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은영전은 SF 소설로서는 SF적인 요소가 몹시 부족한 작품이기도 하다. 대규모의 함대전을 제외한 인류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은 20세기의 것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으며, 전투에서조차 최첨단 무기없이 전투용 도끼를 들고 유혈이 낭자한 전투를 벌이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라는 배경을 가져왔으되 SF적인 요소는 많이 빈약한 셈이다.(혹자가 말했듯이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장대한 역사소설의 형식을 빌려 후대의 역사가들이 이를 재조명하는 형태의 해설을 취하고 있지만, 그 역사적 사건들이 일부 주요 인물들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 것도 역시 작품의 한계로 볼 수 있다. 특히, 민주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자유행성동맹의 경우는 정치적인 부패가 극심했음을 감안해도 언론이나 지식인, 대중들의 역할이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미한데, 이렇게 사회 전체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치적 사회적 수준이 낮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라는 점에서 몇세기 후의 세상이라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다. 

은하제국의 경우도 뛰어난 인재들에 의한 엘리트주의나 선민주의를 연상시키는 등, 어찌보면 이 작품은 극적인 전개를 위해 현실적인 설정을 일부 무시했거나 반영할 여력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얀 웬리와 라인하르트를 위시한 주요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매력적인 함대전과 전술은 멋진 묘사와 흡입력있는 전개로 이러한 작품의 맹점을 보상하고 남을 정도의 재미와 흥미를 보여주었다. 결국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들의 대서사극이라는 점에서 은영전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보여준 이 작품은 87년 11월 마지막 10권이 출간된지 약 3개월 만에 극장용 아니메로 첫 영상화를 선보이게 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미 작품이 완결되기 전에 아니메 제작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작을 맡은 도쿠마 서점은 이미 스튜디오 지브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었지만, 본작의 아니메화는 지브리가 아닌 키티 필름이 맡게 된다. 감독은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1984)', '메가존 23 파트1(1985)' 등 장대한 SF 어드벤쳐 작품을 연출해온 이시구로 노보루가 맡았으며, 각본은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나 '마법의 프린세스 밍키모모(1982)' 등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온 슈도 타케시가 집필하여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슈도 타케시의 아이디어에 의해 함대전에 사용된 모리스 라벨의 발레곡 볼레로는 대규모 전쟁인 우주함대전과 기이한 앙상블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후에도 다수의 클래식 곡이 후속편의 BGM으로 쓰여 중후한 작품의 이미지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극장판의 내용은 86년 발행된 은영전 외전 1권 별들의 정복자 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제4차 티아매트 회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 전투에서의 공적으로 라인하르트는 뮤젤이라는 성을 버리고 로엔그람이라는 성을 하사받게 된다.


은하영웅전설 (1988), 銀河英雄伝説 / Legend of the Galactic Heroes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총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연출: 이시구로 노보루, 사카이 아키오, 키요즈미 노리후미(清積紀文), 토미자와 카즈오(冨沢和雄) 外
◈ 시리즈 구성: 카와나카 시마오(河中志摩夫)
◈ 각본: 슈도 타케시, 야나가와 시게루(柳川茂),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外
◈ 캐릭터 원안/디자인: 오쿠다 마츠리, 카와지리 요시아키(川尻善昭), 카와모리 요시노리(兼森義則) / 모토키 히사히루(本木久洋)
◈ 총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清水恵蔵)
◈ 메카닉 디자인/총 메카작화감독: 카토 나오유키 / 키요즈미 노리후미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
◈ 음악/노래: 카자토 신스케(風戸慎介) / 먼데이 미치루-1,2기, LISA-3기, 콘노 히토미(こんのひとみ)-4기
◈ 제작/프로듀서: 야마시타 타츠미, 타카 히데노리 / 타하라 마사토시
◈ 제작사: 키티 필름, 도쿠마 서점, 도쿠마 커뮤니케이션즈, TV 도쿄, 아트랜드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88.12 ~ 1997.03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110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88년 2월에 개봉한 극장 아니메는 사실 이 본편을 위한 일종의 프로토 타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극장 아니메가 개봉된지 10개월 뒤인 88년 12월 마침내 은영전의 본편의 내용을 영상으로 담아낸 '은하영웅전설(1988)' OVA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OVA임에도 불구하고 편수는 무려 110편으로 8쿨의 길이에 해당하는 실로 방대한 러닝타임을 자랑하고 있다. 방대한 러닝타임만큼이나 이례적인 판매방식도 눈에 띄었는데, OVA 제1기의 경우, 제1기를 전편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1회가 담긴 VHS 비디오를 1주일마다 배달해주는 방식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1] 참조) OVA를 마치 TV 아니메처럼 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셈이다. 1기가 VHS로 모두 릴리즈된 이후에는 심야방송을 통해 TV 전파를 타게 된다.

엄청난 성우진도 화제거리였다. 특히,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본작에서 대부분을 1인 1역으로 진행하면서 은영전에 출연하는 성우는 통상의 성우진을 가볍게 능가하는 규모로 커졌으며, 이로 인해 거물급 성우들이 대거 참여하여 항간에는 '은하성우전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다만, 은영전에서 여자 캐릭터의 비중은 안네로제와 프레데리커, 힐더와 제시카 에드워즈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전체적으로는 남자 성우의 비중의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적으로 OVA는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일부 설정의 변화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원작의 모든 에피소드가 잘 반영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마치 대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중후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OVA라는 매체의 한계상 TV 시리즈에 비해 투입되는 예산이 부족했던 이유 등으로, 상당수의 씬을 하청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작품의 작화수준은 평균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후일 신작화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출시된 DVD와 블루레이는 기존의 작품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작화수준이 나아졌다고 전해지고 있다.([7] 참조)


은하영웅전설외전, 황금의 날개 (1992)


<정보>

◈ 감독: 시미즈 케이조
◈ 각본: 코이데 카즈미(小出一巳)
◈ 스토리보드: 타키자와 토시후미(滝沢敏文)
◈ 캐릭터 원안/디자인, 작화감독: 미치하라 카츠미 / 이케다 유우지(池田裕治)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타카하시 히데키(高橋英樹)
◈ 미술감독: 이시가키 츠토무(石垣努)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長谷川智樹) / 마츠다 히로유키(松田博幸)
◈ 제작: 야마시타 타츠미, 이지치 케이(伊地智啓)
◈ 제작사: 키티 필름, 도쿠마 서점, 도쿠마 커뮤니케이션즈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92.12.12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은영전의 두번째 극장판. OVA 2기가 종료되고 3기가 시작하기 전의 시점에 개봉되었다. OVA로 출시되었다가 다시 극장에 걸린 케이스로, 미치하라 카츠미가 86년에 연재했던 단편만화 황금의 날개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이로 인해 미치하라 카츠미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작화가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OVA와는 위화감이 생겼고, 성우 역시도 기존의 OVA와는 전혀 다른 성우들을 기용하여 전반적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유년시절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제5차 이젤론 공방전이 주요 사건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이외에도 라인하르트의 모친의 죽음이나 누나인 안네로제의 입궁과 같은 라인하르트의 유년기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에피소드들이 이야기 되고 있다. 이 황금의 날개편은 후일 도쿠마 듀얼문고판에서 외전 1권으로, 다른 단편들과 묶여서 발간된다.


은하영웅전설외전, 새로운 싸움의 서곡 (1993)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감독: 시미즈 케이조
◈ 각본: 카와나카 시마오
◈ 캐릭터 원안/디자인, 작화감독: 오쿠다 마츠리 外 / 이케다 유우지
◈ 메카닉 작화감독: 타카하시 히데키
◈ 미술감독: 타니무라 신이치(谷村心一)
◈ 제작: 야마시타 타츠미, 이나미 무네타카(稲見宗孝)
◈ 제작사: 키티 필름, 도쿠마 서점, 도쿠마 커뮤니케이션즈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93.12.18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소설에서 최초의 함대전이자 라인하르트와 얀 웬리가 처음으로 서로를 인식하게 되는 아스타테 성역 회전을 그린 극장 아니메. 이미 OVA 1기에서 다루어진 내용이지만, 극장 아니메를 위해 다시 리메이크 되었다. 앞선 두 편의 극장판이 모두 60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반쪽 자리 극장 아니메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면 본작은 90분이라는 제대로 된 러닝타임을 갖고 본격적인 의도로 제작된 극장 아니메라 할 수 있다.


은하영웅전설외전 1기 (1998)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백은의 계곡 (1998, 4화)
    연출: 니시야마 아키히코(西山明樹彦) 外 
    레이아웃·콘티: 시미즈 케이조 外 
    작화감독: 치노 쿄코(茅野京子) 外 
    메카 작화감독: 니시무라 사토시(西村 聡)
◈ 아침의 꿈, 밤의 노래 (1998, 4화)
    연출: 오카지마 쿠니토시(岡嶋国敏) 外 
    콘티: 토노카츠 히데키(殿勝秀樹) 外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谷口守泰)
◈ 오명 (1998, 4화)
    연출·작화감독: 이마이즈미 켄이치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外
◈ 천억의 별, 천억의 빛 (1998, 12화)
    레이아웃·콘티: 시미즈 케이조 外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外
    작화감독: 치노 쿄코, 이마이즈미 켄이치 外
◈ 각본: 카와나카 시마오
◈ 제작사: 키티 필름, 매직버스, 샤프트, 아트랜드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98.02 ~ 1988.?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24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110화의 OVA가 종결된 뒤에는 외전의 스토리를 아니메로 제작한 외전 OVA가 곧이어 등장하게 된다. 외전 역시 52화라는 장대한 러닝타임을 갖고 있으며, 편의상 1기와 2기로 나뉘어 지게 된다. 1기는 '백은의 계곡', '아침의 밤, 꿈의 노래', '오명', '천억의 별, 천억의 빛'의 4장 24화로 구성되어 있다. OVA 1기는 모두 은하제국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네 개의 장이 시간 순으로 배열되어 있지는 않다.


은하영웅전설외전 2기 (1999)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나선미궁 (1999, 14화)
    연출: 우에노 후미히로(上野史博) 外
    콘티·총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外
◈ 폭도 (2000, 4화)
    연출: 이마이즈미 켄이치(今泉賢一) 外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外
    총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 결투자 (2000, 4화)
    연출: 우에노 후미히로 外
    콘티: 타이츄 세이키(大宙征基)
    총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 탈환자 (2000, 4화)
    연출: 이마이즈미 켄이치 外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外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이마이즈미 켄이치
◈ 제3차 티아매트 회전 (2000, 2화)
    연출: 오카지마 쿠니토시 外
    콘티: 우에노 후미히로 外
    총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 각본: 카와나카 시마오
◈ 제작사: 키티필름, 매직버스, 아트랜드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99.12 ~ 2000.7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2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외전 2기는 '나선미궁', '폭도', '결투자', '탈환자', '제3차 티아매트 회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선미궁만 얀 웬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나머지 장은 모두 라인하르트의 이야기이다. 전반적으로 OVA 외전은 라인하르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율리안의 이젤론 일기'를 비롯한 자유행성동맹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니메로 제작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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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스킨 패닉 매독스-01 (1988),
メタル スキン パニック MADOX-01 / Metal Skin Panic MADOX-01


ⓒ アートミック · 創映新社 · ポニーキャニオン


<정보>

◈ 원안/감독: 아라마키 신지(荒牧伸志)
◈ 기술고문: 니시모리 아키요시(西森明良)
◈ 캐릭터 디자인: 타무라 히데키(田村英樹)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야마네 키미토시(山根公利)
◈ 작화감독: 고다 히로아키(合田浩章)
◈ 미술감독: 난고 요이치(南郷洋一)
◈ 음악: 야지마 켄(矢島賢)
◈ 기획: 스즈키 토시미치(鈴木敏充)
◈ 제작사: 아트믹, AIC, 창영신사, 포니캐년
◈ 저작권: ⓒ アートミック · 創映新社 · ポニーキャニオン
◈ 일자: 1988.12.16
◈ 장르: SF, 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시가전 및 대 테러전을 상정하여 개발된 자위대의 인간형 기동병기 마독스-01. 각국의 군사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벌인 데몬스트레이션에서 최신형 전차 3대를 상대로 압도적인 전투력을 선보여 관계자들을 놀래키게 된다. 더군다나 마독스를 조종한 이는 이 병기의 소프트웨어 개발담당이기도 한 여성 개발자 카스모토 에리코. 하지만 데모전투에서 마독스에게 굴욕을 당한 전차 시뮬레이션 담당자 킬고어 중위는 마독스에게 필요 이상의 적개심을 품게 된다.

한편, 데몬스트레이션이 끝나고 마독스를 이송중이던 자위대 트럭이 앞서 달리던 승용차의 운전부주의로 그만 고가도로에서 큰 사고를 내고 만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마독스가 실린 컨테이너가 그만 고가 도로 아래에 주차되어 있던 카센터 트럭에 떨어지고 만다. 카센터 직원인 오노세는 난생 처음보는 이 컨테이너를 같은 카센터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메카닉 마니아 코지에게 알리고, 뭔가 재미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직감한 코지는 마독스의 컨테이너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게 되는데...


<소개>

아라마키 신지의 첫번째 감독 데뷔작. 아라마키 메카닉의 특징 중 하나인 파워드 슈츠(Powered Suits) 혹은 웨어러블 아머(Wearable Armor)를 소재로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보여준 단편 OVA이다. 제작은 변함없이 스즈키 토시미치와 그가 설립한 스튜디오 아트믹이 맡았으며, 아라마키와 같은 아트믹 출신으로,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메카닉 디자인으로 후일 유명세를 떨치는 야마네 키미토시가 가세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카나메 프로덕션 출신으로 카나다 요시노리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타무라 히데키가 맡고 있다.

오프닝부터 펼쳐지는 놀라운 디테일의 메카닉 연출씬은 도저히 8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기 힘든 디테일을 자랑하고 있다. 실제 병기를 연상시키는 파워드 슈츠의 멋진 디자인과 함께 쇼크업소버, 모터 팬, 조종레버, 보행기구와 같은 각부의 세밀한 묘사는 지금 봐도 놀랍기 그지 없는데, 수작업 셀 애니메이션으로 이 정도의 디테일을 표현해낸 인트로 씬 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어느 정도 입증되지 않나 싶다. 하드한 메카닉 디테일은 아라마키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으로, 메카닉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이야기는 세심한 메카닉 디테일에 비하여 단순한 편이다. 자위대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인간형 병기인 마독스가 우연한 사고로 대학생 코지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유학을 떠나는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앞둔 코지는 실수로 마독스에 탑승한 뒤 빠져나오지 못한 체 무작정 마독스를 타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게 된다. 여기에 마독스를 되찾기 위한 자위대와 미군의 추적이 그를 압박하고, 마독스에게 당한 패배를 앙갚음 하려는 전쟁광 킬고어 중위와의 긴장감 넘치는 시가전이 벌어지게 된다. 40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 속에서 이야기는 그럭저럭 준수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메카닉 디테일에 치중한 작품이다보니 드라마적 매력은 약하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별다른 특색을 찾아보기 힘들며, 마독스의 멋진 메카닉 연출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강조하여 이야기 할만한 부분도 없다.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아라마키 작품의 공통된 특색이기도. 메카닉과 미소녀라는 OVA의 인기 코드가 대입되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히로인의 역할이 약하고, 타무라 히데키의 캐릭터가 너무 특징이 도드라져 결과적으로 둘의 조합에서도 그다지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라스트에서 벌어지는 NSR 빌딩 내에서 킬고어와의 사투는 마치 3개월 전에 먼저 개봉되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존 맥티어난 감독,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 1(1988)'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アートミック · 創映新社 · ポニーキャニオ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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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황계획 제오라이머 (1988), 冥王計画ゼオライマー / Hades Project Zeorymer



<정보>

◈ 원작: 치미모리오(ちみもりを. 타카야 요시키의 또다른 필명)
◈ 감독: 히라노 토시키(平野俊弘)
◈ 각본: 아이카와 쇼(会川昇)
◈ 캐릭터 디자인: 키쿠치 미치타카(菊池通隆. 아사미야 키아의 가명)
◈ 메카닉 디자인: 모리키 야스히로(森木靖泰)
◈ 미술감독: 난고 요이치(南郷洋一) - 1,2편 / 쿠시다 타츠야(串田達也) - 3,4편
◈ 음악/노래: 카와무라 에이지(川村栄二) / 야마가타 유키오(山形ユキオ)
◈ 기획/제작: 미우라 토오루(三浦亨)
◈ 제작사: AIC, 아트믹, 도시바 EMI
◈ 저작권: ⓒ ちみもりを · AIC
◈ 일자: 1988.11.26 ~ 1990.02.21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4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철갑룡, 혹은 하우 드라곤이라고 불리는 결사단체는 세계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품고 팔괘중이라는 거대 로봇군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중 한대가 누군가에 의해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탈취당한 로봇은 팔괘중의 로봇 중 가장 강력하다 전해지는 하늘의 제오라이머. 천재과학자 키하라 마사키가 빼앗은 제오라이머는 철갑룡의 중심부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힌 뒤 일본으로 사라지고, 철갑룡은 조직을 복구하기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을 필요로 하게 된다. 15년 후, 마침내 지상으로 돌아온 철갑룡은 황제 유라테이를 중심으로 지구 정복에 앞서 배신자 키하라 마사키가 숨긴 제오라이머의 탈환을 명령한다.

일본의 어딘가에 비밀리에 감춰진 제오라이머를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이제 지구상에 오로지 두명 뿐이다. 아키츠 마사토라는 평범한 14세의 소년과 정체불명의 소녀 히무로 미쿠. 하지만, 이 제오라이머에는 스스로가 명계의 왕이 되기 위한 명황계획이라는 비밀 프로젝트가 숨겨져 있었고, 이 계획을 위해 평범한 소년이었던 아키츠 마사토는 영문도 모른 채 의문의 남자들에게 납치되고 마는데...


<소개>

타카야 요시키의 코믹스 표지. ⓒ ちみもりを · 久保書店

'강식장갑 가이버(1985)'의 원작자인 타카야 요시키가 치미모리오라는 필명으로 1983년부터 1984년까지 연재한 동명의 코믹스를 바탕으로 한 4부작 OVA. 원작 코믹스는 성인만화적 설정과 묘사가 포함된 작품으로 가이버 연재를 시작하면서 단행본으로 1권까지 발간된 후 잠정 종료 되었다. 그로부터 무려 20년이 흐른 뒤인 2004년부터 다시 연재를 재개하여 2007년이 되어서야 완결되었는데, 단 3권의 작품을 연재하는데 무려 23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니 가이버와 함께 과연 타카야 요시키의 작품이라고 부를만(?) 하다.

84년 연재가 일단락 된 뒤 4년 뒤에서야 OVA로 만들어졌는데 감독은 히라노 토시키(본명: 히라노 토시히로)로, 제오라이머는 '싸워라, 익저 1(1985)', '파사대성 단가이오(1987)', '대마수격투 강의 귀(1987)' 등 그의 일련의 필모그라피와 같은 선상에 놓인 작품으로서 미소녀와 로봇을 테마로 한 일련의 작품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역시 만화가 출신의 아사미야 키아. 애니메이터 필명(이자 본명)인 키쿠치 미치타카로 참여한 그는 한동안 그 정체를 숨기고 있었기에 키쿠치 미치타카와 아사미야 키아가 한동안 동일인물이냐 아니냐는 가십거리를 낳기도 했다. 원작자와 캐릭터 디자이너 모두 필명으로 참여한 작품인 셈이다. 메카닉 디자인으로 참여한 모리키 야스히로는 본 작품 직전 출시된 히라노 토시히로의 또다른 OVA '흡혈희 미유(1988)'에서 크리처 디자인을 맡았으며, 익저 1의 속편인 '모험! 익저 3(1990)'에서도 디자인을 담당하게 된다. 모리키는 '기동전함 나데시코(1996)', '제너레이터 가울(1998)', '초중신 그라비온(2002)', '기신포후 데몬베인(2006)', '기신대전 기간틱 포뮬러(2007)' 등 근래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의 인연 때문인지 키아 아사미야가 원작/총감독/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사일러트 뫼비우스(1991)'에서도 디자인을 맡게 된다.

팔괘를 형상화한 8대의 로봇과 각각의 로봇을 조종하는 개성있는 캐릭터, 그리고 영문도 모른체 최강의 로봇에 탑승하는 소년과 그를 보조하는 정체불명의 미소녀 등, 여느 로봇물에서 익히 보아옴직한 설정을 사용하고 있는지라 사실 임팩트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모리키 야스히로의 독특한 감각이 살아있는 제오라이머, 그리고 다른 팔괘중의 로봇들과의 격돌은 역시 슈퍼로봇 특유의 박진감이 넘치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의 매력은 키하라 마사키라 불리는 인물의 숨겨진 명왕계획, 그리고 그 전모가 밝혀지면서 나타나는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 등이라 하겠는데, 4화로 제작된 본 OVA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유기적이고 짜임새 있게 그려진 편은 아니다. 그로 인해 결말 역시 상당히 허무한 편. 한마디로 폼은 폼대로 잡았으나 풀어놓은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급하게 마무리 지은 모양새이다.

원작의 성적 묘사가 많이 순화되기는 했지만, 1편의 베드씬 등 오타쿠들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 컷은 존재하고 있다. 물론,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 여러모로 좋은 소재와 꽤 큰 스케일을 가진 작품이었으나, 4화에 이 모든 것을 풀어내기에는 결과적으로 역부족이었고, 각본의 완성도도 아쉬운 작품이라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冥王計画ゼオライマー, Wikipedia Japan
[2] 명황계획 제오라이머, 엔하위키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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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도시 (1988), 魔界都市 <新宿> / Demon City Shinjuku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刊 · JAP Home Video


<정보>

◈ 원작: 키쿠치 히데유키(菊地秀行)
◈ 감독/캐릭터 디자인: 카와지리 요시아키(川尻善昭)
◈ 각본: 오카무라 카오리(岡村香織)
◈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思田尚之)
◈ 미술감독: 이케다 유우지(池田祐二)
◈ 음악: 시노다 모도카즈(篠田元一)
◈ 기획/제작: 쿠리 코스케(久里耕介) / 쿠라타 켄지(倉田研次)
◈ 제작사: 매드하우스, 재팬 홈비디오
◈ 저작권: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刊 · JAP Home Video
◈ 일자: 1988.10.25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어둠을 가르며 두 남자가 검을 맞댄 채 생사를 건 결투를 벌이고 있다. 한때 동문이기도 했던 레비라와 겐이치로. 레비라가 어둠의 힘을 손에 넣어 신주쿠를 마계의 도시로 만들려 하자 겐이치로가 이를 저지하려 맞선 것이다. 호각의 싸움을 벌이던 중 레비라가 마계의 힘을 사용하자 거대한 균열과 함께 신주쿠가 둘로 갈라진다. 겐이치로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레비라의 가슴을 꿰뚫지만 순식간에 원래대로 복구되는 레비라의 몸. 마계의 힘을 받아들인 레비라는 결국 겐이치로를 살해하고, 레비라를 관통한 겐이치로의 목검은 푸른 빛을 뿜은 체 갈라진 신주쿠의 깊은 균열 틈으로 모습을 감추고 만다. 

마계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10년여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레비라의 힘으로 신주쿠는 엄청난 타격을 입지만 주변지역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고, 이 신비한 지진은 사람들로부터 '데빌퀘이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소개>

1982년에 쓰여진 키쿠치 히데유키의 데뷔작이기도 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작품의 타이틀인 '마계도시 신주쿠'는 키쿠치 히데유키의 작품 대부분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단어로, 마계도시 신주쿠 외에도 그의 소설 '마계도시 블루스(1986)', '마계의사 메피스토(1988)', '마계도시 느와르(19??)', '마궁바빌론(19??)' 등 키쿠치 소설의 대부분에 등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키쿠치의 마계도시 사랑(?)으로 인해 일부 동료에게선 '마계도시 선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1] 참조)

그의 또다른 작품 '어둠 가드'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의 '요수도시(1987)'가 대성공을 거둔 뒤 제작된 작품으로, 키쿠치 원작의 아니메 중에서는 세번째로 제작된 작품이며 동시에 키쿠치와 카와지리의 두번째 콤비작이기도 하다. 제작 스튜디오도 매드하우스로 동일하며, 전체적으로 펼쳐지는 블루톤과 블랙의 조화 역시 요수도시와 비슷한 느낌. 요수도시보다 먼저 쓰여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만화영화로서는 요수도시의 후속처럼 느껴진다 하겠다. 요사스러운 느낌은 요수도시에 비해 많이 감쇄되었으며, 동시 에로티시즘의 표현도 거의 상쇄되어 있다.(이 부분은 너무 아쉽...에헴) 요수도시보다 좀 더 넓은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기획되었던 듯 싶다.

아니메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캐릭터 디자인이라 하겠는데,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만들어 낸 캐릭터를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온다 나오유키가 재해석하면서 요수도시에 비해 보다 더 미형의 캐릭터들로 그려졌다 하겠다. 온다 나오유키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나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7)',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등의 작품에서 작화 스탭으로 활약한 인물인데,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그 재능은 같은 비보 출신의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그늘에 가려져 그저 키타즈메의 아류 저도로 인식되고 있던 참이었다. 개성은 다소 부족했지만 그래도 온다의 그림체는 상당한 미형에 샤프한 라인을 보여주었는데, 그러한 부분이 마계도시의 괴기적인 캐릭터와 만나 상당히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특히 히로인인 사야카는 요염함이 숨겨진 청순함으로, 평면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

멋진 광원 효과와 감각적인 장면구성은 요수도시에 이어 이번에도 유효하다. 목검에 기를 실어 상대방을 베어버리는 주인공 카츠야의 모습은 흡사 카와지리의 93년작 '수병위인풍첩(1983)'의 쥬베이를 연상시킨다. 괴력의 거대한 거미 인간과, 뱀의 형상을 한 여인, 거기에 환술을 쓰는 캐릭터까지 마도사 리베라의 수하들로 등장하는 이들 셋은 왠지 카와지리의 2000년작 '뱀파이어 헌터 D 블러드러스트(2000)'의 삼인중과 닮아 있다.(물론, 시간 상으로 봤을 때는 뱀파이어 헌터 D가 마계도시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마찬가지로 최후의 적이자 마도사인 리베라는 '뱀파이어 헌터 D(1985)'의 뱀파이어 귀족 리 백작을 떠올리게 하는 등, 여러 면에서 카와지리의 다른 작품 캐릭터들과 오버래핑되는 느낌을 준다 하겠다. 이는 이들 작품이 키쿠치의 작품이기에 서로가 비슷한 컨셉을 공유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괴력의 마인, 요사스러운 마녀, 환술을 사용하는 요괴 등 키쿠치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대게 비슷한 특색으로 구분지어져 있다.)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이야기 구조는 느슨하고 긴장감도 떨어진다. 같은 80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스와 호러틱한 분위기를 잘 살렸던 요수도시에 비해 확실히 싱거운 느낌을 준다고 할까. 카츠야와 사야카가 마계도시로 들어가게 되는 도입부도 그렇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으며, 마계도시에서 펼쳐지는 둘의 모험도 어딘지 모르게 싱겁다. 밀도가 느슨한데다가 액션도 심심한 편이라서 전체적으로 요수도시처럼 큰 임팩트를 주는 작품은 아닐 수도 있다.

작품에서는 수수께끼의 인물 메피스토가 나와 주인공 일행을 도와준다. 정체불명의 이 남자는 사실 키쿠치의 또다른 소설 마계의사 메피스토의 주인공 메피스토를 모델로 한 인물. 다만 소설의 캐릭터와 OVA의 캐릭터는 실제 설정상으로는 차이가 존재하는 듯 하다. 다소 밋밋한 구성과 재미에도 불구하고 만화영화적 완성도는 뛰어나며 퀄리티 역시 요수도시에 밀리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5회 일본 아니메 대상 오리지널 비디오 소프트 최우수 작품상 수상.


<참고 사이트>

[1] 魔界都市 <新宿>, Wikipedia Japan
[2] 魔界都市 <新宿> (1988), allcinema.net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刊 · JAP Home Video
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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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프리맨 (1988~1994), クライング フリーマン / Crying Freeman


ⓒ 小池一夫 · 池上遼一 / 小學館 · 東映 ビデオ


<정보>

◈ 원작: 코이케 카즈오(小池一夫) - 글, 이케가미 료이치(池上遼一) - 그림
◈ 감독: 니시오 다이스케(西尾大介) - 1편 / 니시자와 노부타카(西沢信孝) - 2편 / 마츠우라 죠헤이(松浦錠平) - 3편 / 야마우치 시게야스(山内重保) - 4~6편,
◈ 각본: 시미즈 히가시(清水東) - 1편 / 오노 류노스케(小野竜之助) - 2~6편
◈ 작화감독: 아라이 코이치(新井浩一) - 1,2편 / 우루시하라 사토시(うるし原智志) - 3,4편 / 야마시타 타카아키(山下高明) - 5,6편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 1~5편 / 토쿠시게 켄(德重 賢) - 6편
◈ 음악: 요시노 히로아키(義野裕明)
◈ 기획: 요시다 토오루(吉田徹) - 1편 / 타카하시 나오코(高橋尙子) 外 - 2~6편
◈ 제작사: 도에이 비디오
◈ 저작권: ⓒ 小池一夫 · 池上遼一 / 小學館 · 東映 ビデオ
◈ 일자: 1988.09.XX ~ 1994.01.XX
◈ 장르: 갱스터, 느와르, 성인, 액션
◈ 구분/등급: OVA (6화) / 미성년자 관람불가(NC-17)


<시놉시스>

가족을 모두 여의고 혼자서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있는 히노 에무. 화가인 그녀는 홍콩에서 풍경화를 그리던 도중, 우연치 않게 살인 청부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살인자는 조각같은 외모의 동양계 미남자였는데, 특이하게도 사람을 죽인 뒤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남자가 다가서자 에무는 얼떨결에 손수건을 내민다. 눈물을 닦은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요'라고 밝힌 뒤 그녀의 앞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요가 목격자인 그녀에게 이름을 밝히고 사라졌다는 것은 언젠가 돌아와 그녀를 제거하겠다는 의미였다. 일본에 돌아와서도 그를 잊지 못한체 그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에무는 우연치 않게 길가에서 그를 연상시키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소개>

ⓒ 小池一夫 · 池上遼一 / 小學館 · 東映 ビデオ

일본의 성인극화 만화계의 대부 코이케 카즈오와 이케가미 료이치의 걸작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OVA. 폭력과 섹스 등 성인코드를 작품에 접목시켜 만화를 넘어 영화와 드라마에까지 영향력을 미쳐온 코이케 카즈오의 글과 간판가게에서부터 그림을 그려 입신의 경지에 오른 입지전적인 작화가 이케가미 료이치 필력이 탄생시킨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이다. 식당 종업원 출신의 코이케 카즈오는 '고르고 13'으로 유명한 사이토 프로덕션에서부터 만화업계에 뛰어들어 70년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그가 설립한 학원 '코이케 카즈오 극화촌숙(小池一夫 劇画村塾)'을 통해 '메존일각', '란마1/2'의 타카하시 쿠미코, '북두의 권'의 작가 하라 테츠오, '바키'의 이타가키 케이스케, '각오의 스스메'의 야마구치 타카유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창조한 작가겸 게임 디자이너 호리이 유우지 등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케가미 료이치는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간판 등을 그리면서 익혀온 자신의 기술을 갈고 닦아 인체 대생 교본을 방불시키는 뛰어난 작화를 선보인 불세출의 작화가로, 한 때 80년대 한국 성인만화에 큰 획을 그은 구호 성인만화의 상당수가 바로 이 이케가미 료이치의 작품이기도 하다.
 
눈물을 흘리는 살인자라는 컨셉은 지금 보아도 신선하고 매력적인 설정이다. 정체불명의 결사조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암살자로 세뇌당한 비운의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돌아갈 수 없는 자유로웠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서 무의식적인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는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여기에 이케가미 료이치가 그려낸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원작의 인기에 한몫을 하였다. 조각같은 완벽남인 주인공 프리맨 역시 이케가미 료이치의 필력이 아니었다면 그 정도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며, 본드걸처럼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매혹적인 미녀들 역시 이케가미의 신들린 붓끝을 통해 살아있는 여인들마냥 관능미와 청순미를 뿜어내었다. 대충 몇번 붓터치를 한 것 뿐인데도 완벽한 비율과 모습으로 탄생되는 그의 필력은 말 그대로 신필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엘로스가 한참 그림을 그리던 당시, 엘로스에게 크게 영향을 끼친 작화가가 셋이 있는데, 이케가미 료이치 옹도 그중 한명이다)

ⓒ 小池一夫 · 池上遼一 / 小學館 · 東映 ビデオ

성인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로 큰 인기를 얻은 프리맨은 전통의 제작사 도에이를 통해 OVA 아니메로 탄생하게 된다. 문제는 기존의 아니메 스타일과는 너무도 다른 극화풍의 캐릭터를 어떻게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구현해내느냐 였는데, 도에이부터 매드하우스와 Production I.G 등 많은 제작사의 아니메를 그려온 아라이 코이치가 작화를 맡은 1, 2화는 원작의 느낌을 당시로서는 훌륭하게 살려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프리맨이 초반부에 백진회의 보스 후자사키를 암살하는 시퀀스라든지 프리맨과 황덕원이 백진회의 사무실을 습격하는 씬 등은 슬로우 모션을 적절히 섞은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스타일리쉬한 영상미를 보여주었다. 1편과 2편은 6부작의 프리맨 중 작화와 스토리의 균형이 가장 잘 잡힌 에피소드라 하겠다. 

멋진 퀄리티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프리맨은 이후 3편과 4편에 이르러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 우선 캐릭터 디자인이 원작과는 너무도 상이하여 몰입을 방해하는데다가, 마치 작화감독 없이 수정되지 않은 원화가 그대로 채색에 들어간 것인냥 거친 펜음영이 그대로 셀에 보여지는, 비주얼적으로는 완벽한 실패작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3편과 4편의 작화감독을 18금 일러스트의 대명사 우루시하라 사토시가 맡았다는 것인데, 실제 3편과 4편의 캐릭터들을 자세히 보면 언뜻언뜻 사토시의 터치가 느껴진다 하겠다. 다만 기대 이하의 퀄리티는 스탭진들의 실력문제라기 보다는 제작상에 발생한 모종의 이유로 인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안타까운 것은 3편과 4편의 에피소드는 프리맨 에피소드 중에서도 상당히 스케일이 크고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라는 점.

ⓒ 小池一夫 · 池上遼一 / 小學館 · 東映 ビデオ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제작된 프리맨의 5편과 6편은 비주얼 면에서는 앞선 시리즈를 능가하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도에이 동화의 후반 로봇물에서 연출과 콘티를 맡았으며, '성투서 성시' 극장판이나 '드래곤 볼' 극장판 등 도에이 계열의 작품에서 활약해온 야마우치 시게야스가 바톤을 넘겨받았는데, 원작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식하면서도 기존보다 훨씬 높아진 퀄리티로 인해 극화만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하겠다. 다만 에피소드 자체의 흡입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쉬운데, 3, 4편이 1, 2편이나 5, 6편의 수준에 근접했다면 OVA 6부작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독특한 경로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이 아니메가 알려지게 되었는데, 과거 비디오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공익광고를 통해 유해한 영상물의 본보기로 프리맨이 제시되기도 했다. 덕분에 프리맨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암적인 존재로 많은 이들에게 인식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엄연한 성인만화를 어린이들이 봐서는 안되는 유해만화로 지정한 당시의 개념 자체가 아직은 만화를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는 사회적, 문화적 인식의 부족을 보여준 사례로 보아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일본을 넘어 해외에서도 나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1990년에 홍콩에서 두번이나 실사영화로 제작되긴 했으나 완성도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아니메 원작 홍콩영화가 그러하듯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단 1995년에는 헐리웃에서 미일 합작 액션영화로 제작되는데, 영화자체는 B급 액션영화 수준에 그쳤으나 비교적 원작의 이야기를 잘 살리고 있으며, 특히 프리맨 역의 마크 다카스코스는 조각같은 얼굴과 근육질의 몸매로 원작의 프리맨과 놀라운 싱크로를 보여주었다.



<참고 사이트>

[1] クライング フリーマン, Wikipedia Japan
[2] Crying Freeman, Wikipedia
[3] 크라잉 프리맨, 엔하위키
[4] 한국판 DVD 북클릿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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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 (1988), アキラ / AKIRA


ⓒ マツシュル―ム · アキラ 製作委員會


<정보>

◈ 원작/감독/캐릭터 디자인: 오토모 가츠히로(大友克洋)
◈ 조감독: 타케우치 요시오(竹内啓雄), 사토 히로아키(佐藤博暉)
◈ 각본: 오토모 가츠히로, 하시모토 이죠(橋本以蔵)
◈ 작화감독/작화감독보: 나카무라 타카시(なかむらたかし) / 모리모토 코지(森本晃司)
◈ 미술감독: 미즈타니 토시하루(水谷利春)
◈ 원화: 오키우라 히로유키(沖浦啓之), 우메츠 야스오미(梅津泰臣), 우루시하라 사토시(うるし原智志), 이노우에 토시유키(井上俊之), 카나다 요시노리(金田伊功), 코사카 키타로(高坂希太郎), 키타쿠보 히로유키(北久保弘之), 후쿠시마 아츠코(福島敦子)
◈ 작곡/지휘/음악감독: 야마시로 쇼지(山城祥)
◈ 프로듀서: 스즈키 료헤이(鈴木良平), 가토 쥰조(加藤俊三)
◈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아키라 제작위원회
◈ 저작권: ⓒ マツシュル―ム · アキラ 製作委員會
◈ 일자: 1988.07.16
◈ 장르: SF, 드라마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1988년 7월 16일, 도쿄를 폐허로 만든 신형폭탄의 폭발과 함께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하였다. 31년의 세월이 흐른 2019년, 도쿄는 네오도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흥에 성공하지만 그 이면에는 타락과 부패, 그리고 현 정부를 비판하는 반정부 시위로 시끄러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10대 소년 폭주족의 리더인 카네다와 그의 소꿉친구인 테츠오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른 폭주족들과의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거리를 어지럽히며 난투극을 벌이다 경찰의 출동과 함께 테츠오들이 도망치던 어느날 밤, 정체불명의 남자가 부상을 입은체 한 소년과 필사의 도주를 감행하고 있었다. 경찰들의 포위망에 갇혀버린 둘, 남자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자 품 속에서 소년이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다. 놀랍게도 노인의 얼굴을 갖고 있는 소년. 남자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소년이 비명을 지르자 주변 빌딩의 유리창과 간판이 모두 부서지고 건물마저 무너지는 이상현상이 발생한다. 아수라장 속에서 사라진 소년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주중이던 테츠오, 그리고 카네다와 우연치 않게 마주치게 되는데...


<소개>

ⓒ マツシュル―ム · アキラ 製作委員會

1982년 12월부터 '주간 영 매거진'에 연재되던 오토모 가츠히로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순 제작비만 10억엔이 소요되었으며, 약 15만장의 셀화가 사용되어 초당 20프레임에 이르는 풀 애니메이션 대작 아니메로 거듭난 작품이다. '철완 아톰(1963)', '기동전사 건담(1979)', '공각기동대(1995)',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 등과 함께 일본 SF 아니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며, '왕립 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와 더불어 80년대 수작업 셀 아니메의 결정체와도 같은 작품이다. 기존 아니메를 넘어서는 리소스가 투입된 왕립 우주군의 제작비가 홍보비와 마케팅비 포함 8억엔이었음을 감안할 때 아키라의 제작비(총 제작비는 20억엔으로 전해짐)는 당대 아니메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 즉 초대형 아니메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는 규모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블록버스터용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정통 하드 SF물이었다.

초당 20프레임 정도가 들어가는 풀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선녹음 후작화 방식의 프리스코어링 제작방식은 60년대부터 일본 아니메에 정착된 리미티드 기법이 아닌 전통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기법이다. 완벽주의자인 오토모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결국 이 두 요인이 천문학적인 제작비의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기본적인 제작 방식 외에도 CG의 도입, 각종 실험적인 연출기법의 적용 등 아키라는 영상미학에 있어서도 그 때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일본 아니메의 정점에 올라서 있는 작품이다. 아니메에서 이토록 완벽하고 치밀한 장면구성을 추구하는 이는 오토모 가츠히로와 더불어 미야자키 하야오와 오시이 마모루, 이제는 고인이 된 콘 사토시 정도가 그 이름을 나란히 하지 않나 싶으며,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 치밀한 묘사는 감탄을 넘어 위화감마저 줄 정도로, 오시이 마모루와 함께 영상적으로 가장 난해한 작품을 만드는 연출가 중 한명이라 하겠다.

83년 '환마대전(1983)'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아니메 제작현장에 몸을 담았던 오토모는 옴니버스 작품 '미궁물어(1987)'의 세번째 에피소드를 통해 아니메 연출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환마대전 당시 감독이었던 린 타로가 아니메에서 최초로 시도한 프리 프로덕션 시스템, 즉 제작위원회 시스템을 경험한 오토모는 아키라에서도 이 제작위원회 방식을 적용하였으며, 환마대전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팀 '아르고스' 출신의 나카무라 타카시, 모리모토 코지, 카나다 요시노리, 우메츠 야스오미 등이 참여하는 등 여러 면에서 린 타로와 그가 만들어낸 시스템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린 타로는 리미티드 아니메 기법에 있어서 일본 최고의 연출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라는 점. 오토모는 리미티드 아니메의 대가로부터 배운 아니메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아니메 중에서도 손에 꼽는 풀 프레임 아니메를 만들어낸 것이다.

동남아의 민속악기 세션이 인상적인 독특한 인트로는 이국적이면서도 이질적인데, 싸이버펑크적인 배경과 이국적인 음악, 그리고 압도적인 비주얼 등은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와 교집합을 갖고 있다. 또한 주인공인 카네다와 친구이자 적이 되는 테츠오, 그리고 본 작품의 주요 인물인 통칭 28호 아키라는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철인 28호(1963)'에 등장하는 주인공 카네다 쇼타로와 철인(일본어로 테츠진인 철인의 발음은 테츠오와 대비된다), 그리고 철인의 별칭인 28호와 묘하게 일치되는 느낌을 주고 있다.([2] 참조)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의 분위기는 압도적이고 치밀한 비주얼과 이질적인 음악이 맞물려 다소 불편하다는 것인데, 싸이버펑크적인 주제의식과 어우러져 상당히 마니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원작 코믹스는 오토모를 명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히트작이긴 하지만, 그 방대한 내용이 124분 안에 모두 압축되지 못했다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원작과의 비교를 떠나 하나의 극장 아니메로 보았을 때 스토리는 크게 모나지 않고 알맞은 기승전결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본작의 타이틀롤이자 키워드이며, 가장 강한 능력자인 아키라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대거 삭제되었다는 점에서 본 작품은 역시 프롤로그적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원작의 많은 부분을 이야기 하지는 못한 셈이다.

ⓒ マツシュル―ム · アキラ 製作委員會

흥행수익은 약 7억5천만엔으로, 상당히 하드한 SF 임을 감안했을 때 준수한 성적을 거둔 작품이었다. 문제는 20억엔이라는 천문학적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라는 것으로, 결국 제작비의 반도 거둬들이지 못한 참패작이 되어버린 셈. 하지만, 일본에서는 거의 망작에 가까운 작품으로 전락해 버린 이 작품은 외국에서 개봉되며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이윽고 일본 만화영화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며 전세계 만화영화 팬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는 약 7년 뒤 일본에서 저주에 가까운 흥행참패를 기록한 후, 외국에 개봉되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SF 걸작 중 하나로 올라서는 오시이의 공각기동대와 같은 전개이기도 하다. 아키라는 이후 비디오와 LD, DVD 등으로 발매되어 꾸준한 인기를 끌며 명실상부 아니메 마니아들의 필수 콜렉션으로도 자리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개봉된 최초의 일본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다만, 당시에는 아직 일본문화의 수입이 금지되어있던 관계로, 홍콩영화로 속여서 개봉했다가 1주일만에 극장에서 내려온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갖고 있기도 하다. 관련 에피소드는 Kaonic 님의 포스트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바로가기)


<참고 사이트>

[1] AKIRA, Wikipedia Japan
[2] AKIRA, 위키피디아
[3] AKIRA (1988), allcinema.net
[4] AKIRA, 엔하위키
[5] <아키라> DVD로 만나는 전설의 재패니메이션 by 한청남, 씨네 21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マツシュル―ム · アキラ 製作委員會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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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왕 귀환제 (1988), 孔雀王 鬼還祭 / Spirit Warrior


ⓒ 荻野真 · 集英社 · AIC (?)


<정보>

◈ 원작: 오기노 마코토(荻野真)
◈ 감독: 아키야마 카즈히토(秋山勝仁)
◈ 각본: 아이카와 쇼(会川昇)
◈ 캐릭터 디자인: 오치 히로유키(越智博之)
◈ 크리쳐 디자인: 와타나베 쥰이치(わたなべぢゅんいち)
◈ 작화감독: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 미술감독: 난고 요이치(南郷洋一)
◈ 음악/노래: YAS-KAZ / SPLASH
◈ 기획/프로듀서: 아베 타카히사(阿部高久), 요시다 나오타카(吉田尚剛), 마루야마 히사토시(丸山寿敏) / 노무라 카즈후미(野村和史)
◈ 제작사: AIC
◈ 저작권: ⓒ 荻野真 · 集英社 · AIC (?)
◈ 일자: 1988.04.29
◈ 장르: 호러,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흥복사의 지하 보관실에 모셔져있던 8부상 중 가장 걸작으로 평가받는 아슈라상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물샐 틈도 없는 최첨단 경비 시스템이 설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쪽같이 사라진 아슈라상. 일반 사람이 아닌 마물의 짓이라 생각한 주지는 공작명왕의 현신으로 불리는 밀교의 퇴마사 공작왕을 부른다. 

사건을 조사하려는 찰나 요기를 느낀 공작, 요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금강저를 던지자 벽속에서 시키귀신이 뛰쳐나온다. 순식간에 거대한 몸집으로 변하는 시키 귀신. 시키 귀신의 공격을 피하면서 귀신의 눈에 금강저를 꽂은 공작이 곧바로 밀교의 인법을 읊기 시작한다.

'임,병,투,자,개,진,열,재,전!'  .


<소개>

오기노 마코토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OVA. 퇴마와 오컬트라는 소재를 코믹스와 아니메에 널리 퍼뜨린 장본인격인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그 가치와 완성도는 비슷한 류의 작품들을 능가하는 아우라를 갖고 있다. 1985년부터 89년까지 슈에이샤(집영사)의 '주간 영 점프'를 통해 연재되었으며, 단행본으로 17권까지 발행되었다. 이후 1990년부터 92년까지는 '공작왕 퇴마성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어 총 11권의 단행본이 발매되었으며, 2006년부터 다시 '공작왕 곡신기'라는 제목으로 2010년까지 연재되는 등([1] 참조), 최근까지도 연재될 정도로 시리즈는 장기화되었었지만,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첫 시리즈에 비해 퇴마성전과 곡신기의 평가는 좋지 않은 편이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밀교의 주술과 퇴마술, 여기에 오컬트적인 요소와 호러장르를 접목시킨 스타일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으며, 80년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성인용 코믹스의 전개에 발맞춰 마니악한 소재의 선정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상당했다. 소재의 신선함도 신선함이지만, 각종 오컬트적인 소재와 종교적 소재를 갖고 상당히 설득력있게 구성한 설정 역시 본 작품의 인기의 견인차가 되었다 하겠다. 불교와 도교, 인도와 중국의 신화적 요소에 일본의 전승설화와 민속신앙, 여기에 기독교적 세계관까지 크로스오버시킨 본작의 세계관은 실로 감탄스러울 정도로, 어떤 것이든 자신들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재해석하고 재가공하는 일본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공작왕 실사영화 일본버전의 포스터.

아니메는 OVA 시장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AIC에 의해 제작되었다. 다소 하드고어하고 괴기스러운 원작의 스타일에 비해 아니메는 예상보다 훨씬 순화된 수위로 묘사되고 있다. 각본은 같은 시기에 유사한 호러 스타일의 작품들을 많이 써온 아이카와 쇼가 맡았으며, 일본 헤이안 시대의 실존인물로 알려진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를 모델로 하여 쓰여진 오리지널 스토리이다. '아미테이지' 시리즈와 '솔비앙카(1999)'의 감독을 맡는 오치 히로유키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고, 오오모리 히데토시가 작화를 맡는 등, 코가와 토모노리가 이끄는 작화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인물들이 작화를 도맡고 있다. 다만, 애초에 그다지 많은 리소스가 투입된 작품은 아니었는지 비슷한 시기에 이들이 그려냈던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힘이 빠져있는 느낌. 전반적으로 볼 때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 작품으로, 원작의 아우라나 스탭진의 네임밸류에 비하면 그리 임팩트가 있는 작품은 아니라 하겠다.

OVA 출시 후 불과 반년이 안되서는 실사영화로도 등장한다. 후지 TV와 홍콩의 영화 제작사인 골든 하베스트가 합작하고 베테랑 액션배우 원표가 공작왕을 연기했으며, 당대 청춘스타로 떠오르던 글로리아 입이 아슈라를 맡아 화제를 불러 모았다. 다만, 일본판 공작왕의 경우는 주연을 맡은 원표와 글로리아 입이 조연으로 등장하고 홍콩판에서 조연으로 등장했던 일본 배우 미카미 히로시와 히다카 노리코가 공작과 아슈라를 맡아 연기한다. 90년에 '공작왕 아슈라 전설'로 속편이 제작되며 주요스탭과 캐스팅은 1편과 거의 동일하나 일본판 공작왕은 아베 히로시가 맡게 된다.


공작왕 2 환영성 (1989), 孔雀王2 幻影城


ⓒ 荻野真 · 集英社 · 創映新士 · ボニ―キャニオン

<정보>

◈ 감독: 이타노 이치로(板野一郎)
◈ 각본: 아이카와 쇼
◈ 작화감독: 후지카와 후도시(藤川太)
◈ 미술: 카네무라 카즈요시(金村勝義)
◈ 음악: YAS-KAZ
◈ 기획/프로듀서: 아베 타카히사, 요시다 나오타카, 마루야마 히사토시 / 노무라 카즈후미
◈ 제작사: 스튜디오 88, AIC
◈ 저작권: ⓒ 荻野真 · 集英社 · 創映新士 · ボニ―キャニオン
◈ 일자: 1989.07.01
◈ 장르: 호러,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이타노 써커스'로 유명한 일본 최고의 액션 작화가 중 한명인 이타노 이치로의 연출작. '메가존 23 파트 2 (1985)' 이후 그의 네번째 감독작으로, 전반적으로 하드고어에 가까운 그의 연출취향이 원작과는 괜찮은 궁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되었다. 오리지널 에피소드가 아닌 원작의 에피소드를 각색하여 사용하였으며, 왕인환(오니마루) 외에 또 한명의 사이드킥 황해봉(코우 카이호)도 등장하여 흥미를 더한다.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었던 1편과 달리 액션에서만큼은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기대 이하의 작화 퀄리티로 인해 그러한 부분이 그다지 잘 살아나지는 못했다. 오치 히로유키나 오오모리 히데토시가 그렸던 극화풍의 1편 캐릭터에 비해 눈 크고 코 작은 전형적인 아니메 스타일의 캐릭터로 돌아선 부분도 퇴마 호러물이라는 본작의 성격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다.

1편의 음양사 세이메이에 이어 2편은 전국시대의 유명한 무장인 오다 노부나가를 소재로 하였다. 과거의 전설적인 인물을 부활시키려는 무리들이 있고, 부활한 전설의 인물들은 대개 인간을 초월한 능력자들로 세계의 멸망이나 정복을 꿈꾸는 인물들이다라는 시놉시스는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미이라'와 같은 헐리웃 어드벤쳐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라 하겠다.


공작왕 앵화풍양 (1991), 孔雀王3 櫻花豊穣


荻野真 · 集英社 · AIC (?)

<정보>

◈ 감독: 아키야마 카즈히토
◈ 각본: 나츠키 레오(夏木玲生)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키시다 타카히로(岸田隆宏)
◈ 미술감독: 난고 요이치
◈ 제작사: AIC
◈ 저작권: ⓒ
◈ 일자: 1991.9.21
◈ 장르: 호러,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 / 미성년자 관람불가(NC-17)


<소개>

공작왕의 세번째 OVA는 1편의 감독 아키야마 카즈히토가 다시 맡았다. 작화나 미술은 2편에 비해 안정된 수준으로 돌아섰지만, 스토리와 더불어 좋은 퀄리티라기보다는 그냥 무난한 수준의 비주얼이라 하겠다. 전편들에 비해 조금 더 노골적인 정사장면이 묘사되는 등, 수위는 다소 높아졌으나 호러물로서의 느낌은 그다지 나아진 점이 없어 보인다. 원작의 에피소드를 각색하였으나 각색이 좋지 못했던 관계로 스토리텔링 역시 몰입도가 높지 않다.


진 공작왕 (1994), 真・孔雀王


ⓒ 荻野真 · 集英社 · MADHOUSE (?)


<정보>

◈ 감독: 린 타로(りんたろう)
◈ 각본: 우라하다 타츠히코(浦畑達彦), 이나바 카즈히로(稲葉一広)
◈ 캐릭터 디자인: 아베 히사시(阿部恒), 코이케 타카시(小池健)
◈ 작화감독: 아베 히사시
◈ 미술감독: 히라키 노리히로(平城徳浩)
◈ 음악: 혼다 토시유키(本多俊之)
◈ 기획/제작총지휘: 이시자키 쿠니히코(石崎邦彦), 아오키 마사미(青木雅美) /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荻野真 · 集英社 · MADHOUSE (?)
◈ 일자: 1994.06.17
◈ 장르: 호러,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2화) / 미성년자 관람불가(NC-17)


<소개>

공작왕의 네번째 아니메 프로젝트는 AIC의 손을 떠나 전통의 명가 매드하우스와 거장 린타로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로 인해 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퀄리티와 완성도로 태어난 작품이 되었다. 아무래도 눈길을 끄는 것은 극장 아니메의 수준에 버금가는 작화와 미술이라 하겠는데, '폭렬헌터(1995)', '펫숍 오브 호러즈(1999)', '쵸빗츠(2002)'와 같은 TV 시리즈 부터 '뱀파이어 헌터 D 블러드러스트(2000)', '하이랜더: 원수를 찾아서(2007)' 등 내노라하는 작품들에서 활약한 매드하우스의 A급 작화가 아베 히사시가 참여하여 뛰어난 퀄리티로 재탄생되었다. 각본에는 역시 매드하우스 소속으로 '마스터 키튼(1988)', '몬스터(2004)', '딸기100%(2005)', '건슬링거 걸 IL TEATRINO(2008)', '라이브 온 CARDLIVER조(2009)'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한 우라하다 타츠히코가 참여하고, '버블검 크라이시스 8편(1991)', '사일런트 뫼비우스(1991,1992)'에서 미술을 담당한 히라키 노리히로가 미술을 맡는 등, 전반적으로 평범한 OVA의 수준을 넘어서는 스탭진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는 공작의 누나로, 공작의 수호신인 공작명왕과 함께 최강의 마신으로 손꼽히는 천사왕의 현신 토모코가 등장하는 공작왕 최후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린타로 감독만의 독자적인 재해석이 들어갔다. 원작의 하드고어함과 강렬한 액션보다는 이야기에 중점을 둔 작품으로 거듭났으며, 여기에 용배라 불리는 아티팩트를 손에 넣기 위한 나치잔당, 밀법승과 중국의 선도까지 가세하여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특히, 용배를 찾는 나치 잔당의 모습은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을 연상시키며, 도입부에서 용배를 탈취하는 나치의 수하는 인디아나 존스 1편인 '레이더스 오브 더 로스트 아크(1981)'에서 로널드 레이시가 분한 나치 장교 토트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작품이었지만 영상미나 드라마 등 공작왕의 라스트를 장식하는데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급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1] 孔雀王, Wikipedia Japan
[2] 孔雀王 鬼還祭 (1988), allcinema.net
[3] 孔雀王2 幻影城 (1989), allcinema.net
[4] 孔雀王3 櫻花豊穣 (1991), allcinema.net
[5] 真・孔雀王 (1994), allcinema.net
[6] 공작왕,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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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경찰 패트레이버 Early Days (1988),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 Patlabor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원작: 헤드기어, 유키 마사미(ゆうきまさみ)
◈ 감독: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 6화까지 / 요시나가 나오유키(吉永尚之) - 7화
◈ 각본: 이토 카즈노리(伊藤和典)
◈ 콘티/연출: 오시이 마모루 / 나카무라 류타로(中村隆太郎), 사와이 코지(澤井幸次), 이타노 이치로(板野一郎)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高田明美)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黄瀬和哉), 와다 타쿠야(和田卓也), 다카하시 나오토(高橋直人)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川井憲次) / 카사하라 히로코(笠原弘子)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8.04.25 ~ 1989.06.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하이퍼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수많은 분야에 진출한 범용 인간형 기계 레이버(Labor). 하지만 그것은 레이버 범죄라 불리는 새로운 사회적 위협을 만들어 내었다. 계속되는 레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시청은 산하에 특수차량 2과를 창설하게 된다. 통칭 특차 2과로 불리는 패트레이버 중대, 패트레이버의 탄생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창설된 특차 2과는 경시청 내부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단 세 대의 고물 레이버만이 지급된 형식상의 조직으로, 경시청 내부에서도 따돌림을 받는 허울뿐인 조직이기도 했다.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3개월 째, 마침내 최신형 레이버 3대가 특차 2과에 지급되기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이 패트레이버의 운용을 위한 풋내기 요원들이 특차 2과에 배속되는데... (줄거리 서두는 OVA 프롤로그의 대사를 그대로 인용)


<소개>

'기동전사 건담(1979)'을 시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리얼로봇이 87년 사실상의 종언을 고한 직후 등장한, 어찌보면 이제까지의 거대로봇 아니메 중 가장 현실적인 진짜 리얼로봇물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 오시이 마모루를 위시한 창작집단 헤드기어의 첫 작품이자 헤드기어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며, 동시에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던 오시이 마모루를 기사회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로봇물이면서도 프라모델이나 완구 업체를 스폰서로 삼지 않고 미디어 믹스적인 비즈니스 전개를 취하여 로봇물 중 거의 유일하게 스폰서의 입김에 놀아나지(?) 않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이다.

보통 TV 시리즈로 등장하여 인기를 끌면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이후 후속편이나 스핀오프 형태의 이야기가 OVA로 제작되는 것이 거의 관행이던 당시의 아니메 제작 시스템과는 달리, OVA로 등장하여 인기를 얻은 후,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TV 시리즈가 제작되는 보편적인 방식을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역시 특이하다 할 수 있다. 여러 면에서 패트레이버가 당대의 로봇물과는 다른 출발점과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82년, 회사원에서 전업 만화가로 전향한 유키 마사미가 친한 친구들과 설정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와중 '바이돌'이라는 기획에서 인간형 로봇 레이버가 등장하게 된 것이 패트레이버의 시작이다.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가는 과정에서 몇년 뒤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유명해지는 이즈부치 유타카가 가세하고, '시끌별 녀석들(1981)'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토 카즈노리가 합류하면서 초기의 아이디어는 점차 애니메이션을 위한 기획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여기에 보다 애니메이션에 알맞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시끌별 녀석들과 '마법천사 크리미 마미(1983)', 그리고 '변덕쟁이 오렌지로드(1987)'를 거쳐 80년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 중 한명으로 성장한 타카다 아케미가 참가하게 된다. 여기에 오시이 마모루까지 가세하면서 창작집단 '헤드기어'가 최초로 결성된다.

오시이 마모루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이 기획에 동참하게 된다. 당시 그는 '달로스(1983)'와 '시끌별 녀석들 2 뷰티풀 드리머(1984)', '천사의 알(1985)'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황으로, 일감이 거의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 패트레이버는 오시이에게 있어서 기사회생의 기회이자 터닝포인트 였던 셈이다. 다만 기획이 어느 정도 잡힌 후에 참여한 본 작품에 오시이가 100% 만족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지며, 그중 주역 메카인 98식 잉그램의 경우에는, 슈퍼로봇에서 이어져온 인간형 로봇의 컨셉이라는 점에서 몹시나 언짢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디자이너인 이즈부치를 '메카 음치'라고 깔아내릴 정도.) 사실적인 로봇을 그리는 작품에서 인간형 로봇은 비현실적이다라는 것을 오시이는 주장한 셈인데, 결국 본 작품에는 잉그램과 같은 인간형 레이버 외에 상당수의 레이버가 오시이의 뜻에 따라 산업기계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오프닝의 서두에서 펼쳐지는 잉그램의 놀라운 액션장면을 보고 본 작품에 빠져든 로봇 마니아들도 많았는데, 사실 오프닝의 컷은 거의 떡밥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본편의 전개는 로봇들의 강렬한 메카 액션과는 거리가 먼 시트콤 수준의 코미디와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이제까지 등장한 로봇 아니메 중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의 인물 설정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에 작품의 주무대이자 주인공들이 소속된 특차 2과는 개성이 강한 개그 캐릭터들로 넘실거린다. 다만, 빵 터지는 강한 개그보다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시트콤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오시이표 개그의 특징이기도 하다. 개그에서조차 느린 호흡을 자랑하는 오시이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리얼로봇이라는 범주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패트레이버는 여타의 리얼로봇에 비해 태생이나 성격이 다른 별개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다. 거대한 세력과 세력간의 전쟁을 테마로 삼았던 여타의 로봇 아니메와는 달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부터 테러 사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범죄를 해결하는 범죄수사물에 가까우며, 주인공들 또한 천재 파일럿이나 고뇌하는 주인공이 아닌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경찰 공무원들이라는 점이 기존의 로봇물과는 다르다 하겠다. 시대 배경, 장소, 생활방식 등 모든 면에서 작품이 만들어졌던 80년대를 연상시키는데, 그저 6~8미터의 인간형 로봇이 등장한다는 것만이 다를 뿐 이러한 익숙한 배경과 평범한 이야기 전개는 패트레이버를 다른 로봇 아니메와는 다른 성격의 리얼로봇물로 그려주고 있다.

로봇의 활약이 거의 없는 독특한 형식의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애초에 6부작으로 기획했던 OVA는 이후 1편이 더 연장되었으며 연출은 오시이 마모루가 아닌 시끌별 녀석들에서 콘티와 연출을 맡았던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맡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키사하라 히로코의 주제가 '미래파 Lover'는 일본 아이돌 여가수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싫어하던 당시의 엘로스에게 마크로스의 노래들과 더불어 그 편견을 날려준 곡으로, 톡톡 튀는 멜로디와 상큼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다. OVA 2기와 구분하기 위해 나중에 출시되는 영상 소프트에는 'Early Days'라는 부제가 붙는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he Movie (1989)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이토 타케히코(伊東岳彦)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프로듀서: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鵜之沢伸), 마키 타로(真木太郎)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1989.07.1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레이버의 폭주를 다룬 패트레이버의 첫 극장판 아니메. 키세 카즈치카의 현실적인 극화체풍의 작화는 극장판에 와서 더더욱 두드러졌는데, 그로 인해 타카타 아케미의 터치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후일 두번째 극장판과 세번째 극장판으로 이어지는 보다 심각한 패트레이버를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한 에피소드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참신한 설정이었는데, 무엇보다 80년대 후반은 PC의 보급률이 전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시대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앞서간 소재라 할 수 있겠다. 

극장판의 레벨에 맞게 이즈부치 유타카 외에 다수의 디자이너가 참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겸 메카닉 디자이너인 거물 카와모리 쇼지의 가세라든지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으로 데뷔하여 여러 건담 시리즈에서 활약하게 되는 사야마 요시노리나 이토 타케히코 등으로 인해 한차원 더 높아진 메카닉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극장판에 어울리는 뛰어난 수준의 작화 역시 볼거리로, 이후로 계속되는 압도적 퀄리티의 오시이표 극장판 아니메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V (1989)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이토 카즈노리, 오시이 마모루, 요코테 미치코(横手美智子), 키무라 ?(木村直人)
◈ 콘티/연출: 타키자와 토시후미(滝沢敏文),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元永慶太郎), 아오키 야스나오(青木康直)
◈ 작화감독: 니시무라 노부요시(西村誠芳), 타카미 아키오(高見明男)
◈ 미술감독: 시부야 유키히로(渋谷幸弘)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카사하라 히로코
◈ 프로듀서: 호리코시 토오루(堀越徹), 이시카와 세이지(石川清司)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9.10.11~1990.09.2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TVA(4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극장판을 거치면서 인기를 입증한 패트레이버의 첫번째 TV 시리즈. 흥미로는 것은 본 작품의 제작을 선라이즈가 맡았다는 사실인데, 리얼로봇 아니메를 최초로 제작한 아니메 제작사와 리얼로봇의 개념을 다른 형태로 정립한 작품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 조우는 몹시도 흥미롭다 하겠다. 오시이 마모루가 각본 스탭으로 한발 물러나고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OVA 7편에 이어 감독을 맡으면서 전반적으로 오시이 색체는 옅어졌으며, 선라이즈의 가세로 분위기도 일신하게 된다. 다만, 이토 카즈노리나 오시이가 여전히 각본을 맡고 있어 패트레이버만의 정체성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특차2과의 일상에 대한 묘사나 현실적인 에피소드 등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TV 시리즈에서는 이즈부치 유타카의 최고의 디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검은색 레이버 그리폰이 최초로 등장하고 있다. 미려하고 세련된 유선형의 검은색의 바디와 인상적인 빨간색 바이저는 산업용 기계로봇이 주로 등장하는 현실적인 패트레이버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52화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건상의 이유로 47화로 종영하게 된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 2기 (1990)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오시이 마모루, 이토 카즈노리, 요코테 미치코 外
◈ 콘티/연출: 요시나가 나오유키, 키쿠치 카즈히토(菊池一仁)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 아오키 야스나오 外
◈ 작화감독: 야마다 키사라카(山田きさらか), 타카기 히로키(高木弘樹)
◈ 기획: 헤드기어
◈ 제작사: ?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90.11.22~1992.04.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1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TV 시리즈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제작된 두번째 OVA. 전체적으로 각각의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스토리적 연관성이 별로 없는 패러랠 월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본 OVA와 TV 시리즈는 뚜렷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이는 애초에 5화를 마저 다 채우지 못하고 종영된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마무리 짖자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 (1992)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후지시마 코스케(藤島康介)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제작: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 하마와다 츠요시(濱渡剛)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 일자: 1992.08.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오시이의 정체성이 다시금 불을 뿜은 패트레이버의 두번째 극장판.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인간형 로봇의 등장이 마뜩치 않았던 오시이는 본작에 이르러 레이버의 활약을 대폭 축소시켰으며, 도쿄 시내에서 일어난 테러와 쿠데타,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에 연루된 음모를 파헤치는 서스펜스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패트레이버를 변주하게 된다. 작품의 모티브는 첫번째 OVA의 에피소드 5, 6편인 '2과의 가장 긴하루'에 그려졌던 자위대의 쿠데타가 모티브가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패트레이버이지만 패트레이버라고 보기 힘든 작품인 셈이다. 패트레이버를 통해 이전과는 달리 좀 더 대중취향적인 작품을 만들던 오시이의 작품 세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려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거운 주제와 정적인 연출, 느린 호흡으로 긴 가치관과 이념을 읊는 오시이표 스타일로 인해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정체불명의 테러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와 정치적 헤게모니, 어눌하지만 뛰어난 상황판단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특차2과의 코토 등 서스펜스 물로서는 영화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메카닉 디자인에 있어서도 비록 레이버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서두의 군사형 레이버를 비롯하여 상당히 하드한 밀리터리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건프라 디자이너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카토키 하지메나 '오, 나의 여신님'의 작가로 메카닉 마니아이기도 한 후지시마 코스케 등이 참여하여 현실적인 병기와 탈 것들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폐기물 13호 (2002),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각본: 도리 미키(とり みき)
◈ 캐릭터 디자인: 타카기 히로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타카기 히로키 外
◈ 미술설정: 와타베 타카시(渡部隆)
◈ 음악: 가와이 켄지
◈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시노하라 아키라(篠原昭)
◈ 제작총지휘: 와타나베 시게루(渡辺繁), 카와시로 카즈미(川城和実)
◈ 제작사: 매드하우스, 반다이, 토호쿠신사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2002.03.30
◈ 장르: SF, 괴수물,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10년만에 등장한 패트레이버의 신작 극장판. 오시이 마모루나 유키 마사미, 이토 카즈노리 등 패트레이버의 핵심진용이 대거 불참한 작품으로, 기존의 패트레이버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이다. 주인공 또한 특차 2과가 아닌 형사 쿠스미 타케시와 하타 신이치로이며, 특차 2과의 인물들과 레이버는 작품의 후반부에나 등장하게 된다. 그저 패트레이버의 세계관을 빌어온 스핀오프인 셈.

총 22권으로 완결된 유키 마사미의 원작 코믹스의 에피소드 '폐기물 13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나 원작과는 달리 상당히 시리어스한 성인취향의 전개가 눈길을 끈다. 이로 인해 뉘앙스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시리어스한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 같은 어두운 색체를 풍기고 있다. 다만, 정치논리라든지 이념적인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우리를 어지럽게 했던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는 달리 본작은 괴수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한 여인과 그에 얽힌 슬프고도 충격적인 진실, 이를 뒤쫓는 두 민완형사의 이야기가 담긴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부제인 패트레이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물건이 되었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으며, 몰입감도 뛰어나다. 키세 카즈치카의 극화체는 본 작품과 완벽한 싱크로를 자랑한다.

한때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에 등장한 괴물이 폐기물 13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도. 형체를 알기 힘든 그로테스크한 몸체에 크고 강한 꼬리, 인간처럼 팔 다리가 달린 부분은 일견 표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는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양서류나 어류(실제 모티브는 아구라고 전해짐)를 연상시키는 외형에, 개구리의 다리와 흡사한 네 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 반면, 폐기물 13호는 인간의 유전자가 결합되어 인간과 같은 팔다리와 여성의 가슴까지 달려있고 치아가 있다는 점에서 표절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폐기물 13호의 디자인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언급하기에는 실루엣의 일부가 비슷한 것도 사실. 이로 인해 국내 일부 네티즌과 혐한류에게 본의 아니게 여러가지 가십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다만 디자인 외에 스토리 상의 표절을 주장하는 부분은 근거가 없는 악성 루머다.(그런 식이라면 공각기동대는 블레이드런너의 표절이다.)


미니 파토 (2002)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카미야마 켄지(神山健治)
◈ 각본/연출컨셉/음향 프로듀스: 오시이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니시오 테츠야(西尾鉄也)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히요도 마코(兵藤まこ)
◈ 제작사: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 일자: 2002.03.30
◈ 장르: 드라마, 코미디
◈ 구분/등급: 단편(옴니버스 3부작)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폐기물 13호와 동시에 상영된 단편 애니메이션. 여러가지 실험적 기법이 적용된 작품으로 얼핏 보기에는 종이를 오려 만든 캐릭터를 카메라로 찍은 인형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풀 CG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가분수의 귀여운 2등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런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일본에서는 '파다파다 아니메(パタパタアニメ)'라고 부르기도 한다.([5] 참조) 파닥파닥 아니메로 명명해도 좋을 듯.

각본부터 연출컨셉에 이르는 기본 얼개는 오시이 감독이 아웃라인을 잡았으며, '인랑(2000)'에서 연출을 맡았으며, 오시이가 기획자 양성을 위해 세운 오시이 학원 출신이기도 한 신예 연출가 카미야마 켄지가 감독을 맡아 범상치 않은 연출력을 선보였다. 카미야마는 본 작품에서 선보인 종이 인형극과 같은 애니메이션 기법을 후일 자신의 TV 시리즈인 '동쪽의 에덴(2009)'의 엔딩 애니메이션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이기도. 본편의 작화는 키세 카즈치카와 함께 Production I.G의 양대 작화가이자 오시이 마모루의 또다른 작화 파트너이기도 한 니시오 테츠야가 맡고 있다. 

엉뚱한 관점과 마니악한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황당한 코미디는 패트레이버 본래의 스타일을 극장판보다 더 잘 살리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2]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the Movie, Wikipedia Japan
[3]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2 the Movie, Wikipedia Japan
[4] WXIII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5] ミニパト, Wikipedia Japan
[6]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OVA 第1期) (1988), allcinema.net
[7] Patlabor, Wikipedia
[8] Patlabor The Mobile Police (OAV 1/1988), ANN
[9]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엔하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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