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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합금 로보트 쏠라 원.투.쓰리 (1982)


ⓒ 서울동화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각본/구성: 조항리
◈ 원화: 마현덕
◈ 동화: 김종진, 김종광, 서문진 外
◈ 선화/채화: 장혜란, 정미희 / 최희숙, 이명선 外
◈ 배경: 강세건, 정경숙
◈ 음악/노래: 정민섭 / 정여진
◈ 기획: 김춘범
◈ 제작사/협찬: 서울동화 / 보물섬, 어깨동무, 꿈나라
◈ 저작권: ⓒ 서울동화
◈ 일자: 1982.12.??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서기 3001년의 우주. 사이콘별은 마스터를 리더로 하는 로봇 반란군에 의해 점령되고 소수의 인간들이 우주로 탈출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유일한 희망 지구를 찾아 우주를 떠돌던 중 마스터의 군대에게 발각되어 공격당하는 사이콘 별의 생존자들. 에너지가 고갈된 우주선에는 오직 한명만이 탑승할 수 있는 구명선이 있을 뿐이다. 제비뽑기로 탈출할 수 있는 1명을 고르는 사이콘 별 사람들. 제비뽑기로 뽑힌 인물은 금발의 여인 피가로이다. 피가로는 눈물을 흘리며 자기 대신 아들 에스퍼를 구명선에 태워 떠나보내게 된다. 마스터 군대에 의해 산산조각나는 우주선. 홀로 우주를 떠도는 에스퍼는 마침내 은하계의 푸른 별 지구에 도착하게 되는데...


<소개>

82년 '슈퍼 태권브이(1982)'를 통해 일본 로봇 아니메의 제작 시스템인 완구 스폰서/애니메이션 제작사의 협업이라는 시스템을 시험해본 뽀빠이 과학과 김청기 감독은 같은 해 겨울, 또다른 애니메이션을 준비한다. 불과 6개월이라는 시간에 로봇 만화영화의 주역 메카 완구가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은 안타깝게도 발전된 한국의 완구 기술 때문이 아닌, 일본에서 직접 완구 금형을 가져와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제작방식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했으나, 아직까지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던 당시의 한국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했고, 저작권 측면의 고려 역시 당시로서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기도 했다.(당시 한국의 의식수준은 마치 현재의 중국 수준과 비슷했다. 사회적인 시스템 자체가 열악한 시절에 벌어진 헤프닝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여건 속에 완구 스폰서가 개입된 두번째 로봇 만화영화가 바로 초합금 로보트 쏠라 원투드리(당시에는 쓰리가 아니라 드리였다. 노홍철처럼 번데기 발음이 정착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이다.

'전투메카 자붕글(1982)'의 완구를 태권브이 완구로 리패키징했던 뽀빠이 과학은 이번에는 패키징에 좀 더 업그레이드를 더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상이한 두 제품을 하나의 제품으로 패키징하는 것이었다. 3대의 로봇이 주역메카인 이 작품에서 쏠라 원과 투는 '육신합체 갓마즈(1981)'에서 갓마즈의 왼쪽 팔이 되는 '타이탄'과 왼쪽 다리가 되는 ''를, 솔라 쓰리는 특촬물 '로봇8쨩'의 '로봇8쨩'을, 그리고 쏠라 원투쓰리의 모함으로 맹수의 얼굴 형상이 인상적인 우주선은 특촬물 '태양전대 썬발칸(1981)'의 '재규어 발칸'을 가져다 사용하게 된다. 만화영화에서는 이들 도용작의 메카닉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고 여러가지로 독자적인 해석을 시도하려 했지만 디자인 도용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쏠라 투의 경우에는 모체가 된 타이탄 외에도 갓마즈의 오른쪽 다리가 되는 신과 디자인이 겹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쏠라 원이나 투는 가슴부분은 동일한 디자인이지만 얼굴이나 팔 다리는 원래 갓마즈와는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쏠라 원,투,쓰리의 완구는 갓마즈의 것이 그대로 패키징 된 것이기에 색상이나 디자인에서 만화영화와는 많은 차이가 느껴진다. 더군다나 갓마즈의 팔과 다리를 모티브로 했기에 쏠라 원과 투의 완구는 실제 작품과는 달리 둘의 크기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기도. 로봇 디자인 뿐만 아니라 주인공 에스퍼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피가로의 경우 '은하철도 999(1978)'의 히로인 메텔과 거의 동일한 코스튬으로 등장한다. 여러 작품에서 디자인을 도용하다보니 일일이 이를 찾아내는 것도 의외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정도.

잘못된 인식 속에 구축된 스폰서/제작사간의 제작 시스템으로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부끄러운 오점이 많이 담겨진 작품이었지만, 김청기 감독 특유의 로봇 어드벤쳐 스타일은 이 작품에서도 유효하다. 적어도 로봇 만화영화에 있어서 김청기 감독의 연출력은 당대 한국 만화영화 연출가 중에서는 독보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물론, 냉정한 관점에서 당시 한국 만화영화 대부분이 밀도가 몹시 떨어지는 스토리와 각본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전과는 달리 3대의 로봇이 활약하는 시퀀스도 한국 만화영화 중에서는 처음 등장한 시도였으며, 조금은 높아진 연령대를 고려한 듯한 서비스 컷의 등장도 눈에 띈다. 히로인인 미나의 위험을 감지한 주인공 에스퍼가 속옷만 입고 자는 그녀 방에 난입하는 씬 같은 경우는 당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만을 제작하던 한국 만화영화로서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금발의 푸른눈을 지닌 외계인 미소년 에스퍼를 주인공으로 삼은 설정 역시 씩씩하고 남자다운 동양소년을 주인공으로 세웠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디지털로 복원되어 롯데 시네마와 메가박스 등에서 개봉되기도 하였다. 이미 오랜 세월이 흐른데다가 조악한 완성도로 인해 극장 애니메이션에 특히 인색한 한국 극장시장에서 완벽하게 흥행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DVD로 제작되는 등, 과거의 만화영화들이 새시대에 맞춰 새옷을 입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원본 필름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아 유실되거나 우여곡절 끝에 해외에서 복사본 필름을 구해와 작업을 한 여타의 만화영화들과는 달리 쏠라 원투쓰리는 원본을 보관했던 관계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보다 용이했다. 한국 만화영화 주제가의 대모 정여진이 부른 주제곡은 세월이 흘러서도 변치않는 아우라를 보여주고 있다.

ⓒ 서울동화



<참고 사이트>

[1] 초합금 로보트 쏠라 123, 네이버 영화
[2] 추억의 애니메이션 '쏠라원투쓰리' 재상영, 한국일보
[3] 쏠라 원 투 쓰리 개봉! 그리고 감상편 by 탁상, 탁상의 먹고 사는 이야기
[4] 초합금 로보트 쏠라 원 투 쓰리(1982) by 잠뿌리, jampuri님의 블로그
[5] [완구]쏠라원투드리 - 뽀빠이과학 (1989) by 어른왕자, 에그머니
[6] [리뷰]초합금로보트 쏠라 원.투.쓰리 DVD by lennono, lennono님의 블로그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서울동화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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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007 은하특공대 (1980) 


ⓒ 김삼, 케이 프로덕션

<정보>

◈ 원작: 김삼 (007 우주에서 온 소년)
◈ 감독: 임정규
◈ 각본: 이광조
◈ 원화: 황지현, 장휘섭
◈ 동화: 홍정표, 박동권
◈ 미술: 곽병선, 박경호
◈ 특수효과: 한규훈
◈ 음악/노래: 정민섭 / 정여진
◈ 제작/총지휘: 김진태 / 서경중
◈ 제작사: 케이 프로덕션, 소년 동아일보사 (후원)
◈ 저작권: ⓒ 김삼, 케이 프로덕션
◈ 일자: 1980.12.??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외계에서 UFO가 지구로 불시착한다. UFO에서 탈출한 금발의 여인이 두개의 거대한 알을 안고 폭풍우 속으로 사라지자, 뒤쫓아온 두대의 UFO에서 내린 외계인 군인들이 그녀를 추적한다, 그들의 눈길을 피해 도주하던 절체절명의 순간 품속에서 한 개의 알을 떨어뜨려 버리는 여인. 알이 언덕을 굴러 시야밖으로 사라지지만, 추적자들 때문에 숨은 장소에 빠져나올 수 없는 여인은 슬픔의 눈물만을 흘릴 뿐이다.

한편, 여인의 품속에 빠져나온 알은 길가에 버려져 있다가 한 늙은 농부에게 발견된다. 거대한 알에 놀라 농부가 다가가는 순간 빛을 뿜으며 금이 가기 시작하는 알. 놀란 농부의 눈앞에서 알의 껍질을 깨고 잘생긴 남자아이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농부는 너무도 이쁜 아기를 자신이 거둬들이게 되고 '찬드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 아기의 본명도 찬드라라고 한다. 훌륭하지 않은가)

세월이 흘러 12년 뒤, 찬드라가 살고 있는 농장에서 연이어 닭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의 범인은 그 옛날 알을 품고 지구로 도망쳐온 외계의 별 올리브 성의 여왕 올리브의 딸로, 찬드라처럼 또다른 알에서 태어난 실비아. 실비아는 지구인에게서 얻어온 닭이라 어머니에게 속여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수수께끼의 남매들이 서로를 모른체 살고 있는 이 시골에 어느날 유명한 소년탐정 007이 동생 또순이와 함께 휴가차 방문하게 되는데...


<소개>

1965년부터 소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김삼 화백의 만화 소년 007 시리즈 중 '007 우주에서 온 소년'을 원작으로 한 임정규 감독의 극장 만화영화. 한국 만화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본 만화영화의 영향을 받았던 당시 많은 극장 만화영화들과는 달리 독창성을 확보한 작품이다. 특히, 김삼 화백의 007은 당시 한국 만화영화로서는 드물게 우주를 무대로 활약하는 소년 특수요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거대한 스케일과 독창적인 세계관이 빛나는 작품이라 하겠다. 1980년대말의 성인만화들을 통해 뇌쇄적인 눈빛과 육감적인 라인의 여성캐릭터로 유명한 김 화백이지만, 그의 대표작이 SF 모험물이라는 것은 지금의 만화팬들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극장판의 연출은 '마루치 아라치(1977)', '전자인간 337(1977)', '별나라 삼총사(1979)', '삼총사 타임머신001(1980)' 등을 통해 당대의 만화영화 감독 중 가장 탈 일본적인 색체와 아이디어를 선보인 임정규 감독이 맡았다. 김삼의 원작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표준적인 만화영화 스타일로 캐릭터들이 탄생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으나, 원체 극화체에 가까운 김삼의 캐릭터를 만화영화로 인식하기에는 아무래도 당시의 작화력으로는 무리가 있었을 듯 싶으며, 오히려 그런 면에서 만화영화의 캐릭터 디자인은 적절한 선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잃어버린 알에서 태어난 찬드라가 농장주인에게서 자신의 출신도 모른체 키워지다가 산속에서 숨어사는 자신의 친모와 여동생과 재회하는 장면은 당시 한국의 만화영화에서는 보기드문 드라마틱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농장의 닭을 훔치다 잡힌 찬드라의 동생 실비아와, 딸을 구하기 위해 인간을 공격한 엄마, 그리고 엄마의 공격에 할아버지를 잃은 찬드라가 복수심에 눈이 멀어 자신의 친모를 공격하는 장면은 안타까운 오해가 엇갈리는 드라마적 구성이 눈에 띄였지만, 러닝 타임과 아동 만화영화라는 한계 때문에 밀도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스토리의 비약이 심해 이야기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러한 드라마적 흠결은 후일 한국의 많은 만화영화들이 저평가되는 또하나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당시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라는 인식 덕분에 스토리텔링은 대부분이 이렇게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고 하겠다. 

기존의 SF 모험 만화영화에 첩보영화 007의 컨셉을 도입한 작품색은 기존의 아동용 만화영화에 좀 더 여러가지 매력을 부여했다고 보여진다. 다만, 역시 아동용 만화영화라는 한계로 인해 첩보물이나 추리물과 같은 특색보다는 그저 SF 활극의 수준으로 다운그레이드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중간에 뜬금없이 또순이와 황소의 투우씬이 등장하는 등, 여전히 당시 한국 만화영화의 개연성 없는 디즈니식 시퀀스가 가미되고 있는 점 또한 아쉽다. 전체적으로 원작에 비해 느슨해진 작품이지만, 로봇 외에는 거의 독자적인 설정과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여러가지 의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로봇 만화영화는 당시 한국에서는 너무 이른 도전이 아니었는가 싶기도 하다. 가장 오리지널리티가 높은 작품을 만들어온 임정규 감독조차 메카닉 디자인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 후진국에서 겨우 개발도상국으로 진입하고 있던 한국의 역량부족에서 온 총제적인 문제였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절대적인 재정과 인력부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독자적인 한국 만화영화를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던 임정규 감독은 이 작품을 끝으로 돌연 만화영화계를 떠나게 되는데, 이는 당시 5공화국이 만화영화를 정치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작품의 방향성을 강제적으로 결정하면서 벌어진 사태였다. 만화영화의 꿈을 위해 이 수모를 감내했던 여타 만화영화 감독들과는 달리, 임정규 감독은 이러한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정든 한국을 뒤로 하고 미국행을 선택했던 것이다. 김청기 감독과 함께 한국 만화영화를 대표하던 연출가 임정규 감독의 퇴장은 뒤이어 찾아온 80년대 한국 극장 만화영화의 암흑기를 예고하고 있었다.


소년 007 지하제국 (1981) 


ⓒ 김삼, 금융영화제작소

<정보>

◈ 감독: 정수용
◈ 각본: 지상학
◈ 원화: 오종선
◈ 동화: 장정근
◈ 배경: 최용대
◈ 음악/노래: 정민섭 / 정여진
◈ 제작/총지휘: 문무 / 김철종 
◈ 제작사: 금융영화제작소, 소년문화일보 (후원)
◈ 저작권: ⓒ 김삼, 금융영화제작소
◈ 일자: 1981.??.??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이듬해에 제작된 소년 007의 두번째 극장 만화영화. 역시 김삼의 소년 007을 원작으로 했다. 각본에는 '로보트 태권브이(1976)'의 지상학이 참여했는데, 실제로 이 작품은 애초에 지하세계의 이야기를 다룰 로보트 태권브이의 4탄 제작이 무산된 후, 태권브이에 사용될 이야기를 김삼의 원작에 적절히 혼합한 작품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주인공인 007을 제외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새로운 인물로 채워져 있다. 전편에 등장했던 또순이라는 여자 캐릭터는 이름은 같지만, 생김새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등장했으며, 007 행세를 하는 가짜 007이 등장하는 등, 액션 모험극으로서는 전작에 비해 더 나아진 모습이라는 평도 있다. 다만, 적측의 보스 캐릭터가 '신조인간 캐산(1973)'의 브라이킹 보스를 연상시키는 등, 여전히 디자인에 있어서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1967-2006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2] 소년 007 은하특공대 (1980)와 지하제국(1981) by 블루, 태권브이의 꿈
[3] 소년 007과 은하특공대 (1980) by 잠뿌리, 뿌리의 이글루스
[4] <고전 시리즈> 소년007 지하제국(1981) by 키웰, Kewell's Factory about Something
[5] [추억의 만화] 007 우주에서 온 소년 by 이규옹, 토마스모어의 영화방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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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 삼총사 (1979) 


ⓒ 선우 프로덕션

<정보>

◈ 감독: 임정규
◈ 촬영: 조민철
◈ 원화: 정수용
◈ 배경: 김영구
◈ 선화: 서용희
◈ 주제가: 김도향
◈ 기획/총지휘: 이장호 / 강한영
◈ 제작사/협력: 선우 프로덕션 / 문화방송, 경향신문, 해태제과
◈ 저작권: ⓒ 선우 프로덕션 (現 선우 엔터테인먼트)
◈ 일자: 1979.07.21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절친한 세 친구인 호세와 땅딸이, 그리고 꺽다리. 방학을 맞이하여 별자리를 관측하던 셋은 어느날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을 관측하고 이를 도와주게 된다. 우주선에는 어린이 왕국의 루루 공주 일행이 타고 있었는데, 자신들을 도와준 호세 일행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들을 우주 저편의 어린이 왕국으로 초대하게 된다.
어린이 왕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박쥐성의 카이젤 일당이 습격하여 루루 공주를 납치하고 만다. 그들은 루루 공주를 인질로 삼아 어린이 왕국을 뻬앗을 음모를 세우고 있었고, 삼총사들은 루루공주를 이들의 손에서 구출하기 위해 은하호를 타고 박쥐성으로 향하게 되는데... (임정규 감독-별나라 삼총사 by 불수호난행, 처음처럼)


<소개>

선우 프로덕션에서 기획한 '꿈나라 만화극장' 시리즈의 제1탄. '마루치 아라치(1977)'와 '전자인간 337(1977)'을 통해 연출가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한 임정규 감독이 연출을 맡고, '별들의 고향(1974)'으로 혜성같이 영화계에 등장하여 평단과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심은 영화감독 이장호가 기획하여 화재가 된 작품이다. 당시 그는 대마초 흡연혐의로 인해 76년부터 79년까지 감독직을 박탈당했었는데, 이 작품은 바로 그 시기에 이장호 감독이 감독이 아닌 기획자로 참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문공부는 대마관리법에 의해 대마초를 피운 대중예술인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별나라 삼총사는 로봇과 히어로물로 양분되어 있던 당시 SF 만화영화의 흐름에서 우주선을 타고 모험을 한다는 어드벤쳐 형태의 구조를 지닌 최초의 작품이다. 비록, 로봇이나 슈퍼 히어로 등이 배재되었지만, 탄탄한 구성에 의해 이야기의 짜임새는 지금에 와서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하계 저편의 어린이 왕국으로 모험을 떠난 지구의 세 어린이들이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 우주의 악당들과 겨룬다는 내용은 정통 SF라기 보다는 디즈니의 영향을 받은 스페이스 판타지 어드벤쳐라 할 수 있다. 같은 해에는 김청기 감독의 '은하함대 지구호(1979)'나 송정률 감독의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1979)'과 같은 일련의 스페이스 어드벤쳐 형태의 작품들이 연이어 제작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높은 작품성을 지닌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이 작품을 들 수 있다.

여러가지 독창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우주선 디자인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야마토와 '캡틴 하록(1978)'의 아르카디아호를 일부 차용한 디자인은 당시 SF 디자인에 대한 열악한 인식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례이다. 지금에서야 여러가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당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만화영화에 대한 그것 못지 않게 낮았던 것이다. 다만, 이 작품은 SF 디자인에서만 일부 도용이 눈에 뜨일 뿐 오히려 캐릭터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일본 아니메의 스타일을 탈피하려한 시도가 눈에 띄며, 줄거리도 독창적인 것이기에 후대에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고 해야겠다.

CM송의 대부 김도향이 부른 주제가도 인상적이다. 풍부한 성량과 특유의 소울풀한 감성은 당대 한국 만화영화 음악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음색으로, 어린이가 아닌 대중가수의 참여로 인해 작품의 품격도 덩달아 상승되지 않았나 싶다.


삼총사 타임머신 001 (1980) 


ⓒ 선우 프로덕션

<정보>

◈ 감독: 임정규
◈ 각본: 지상학
◈ 촬영: 조민철
◈ 원화: 윤영상, 정수용
◈ 배경: 김영구
◈ 선화: 서용희
◈ 음악: 정민섭
◈ 총지휘: 강한영
◈ 제작사: 선우 프로덕션
◈ 저작권: ⓒ 선우프로덕션
◈ 일자: 1980.01.12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별나라 삼총사에 이은 꿈나라 만화극장 제2탄이자 삼총사의 속편 시리즈. 스페이스 판타지의 정체성을 지닌 작품이지만, 시간여행을 테마로 내세우면서 전작보다 과학적인 설정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미래의 인간들이 현재와 다른 생리적 특징을 갖고 있다거나, 시간여행시 특수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는 등, 여러 면에서 성숙해진 작품의식을 엿볼 수 있다.

여러가지 과학적 배경을 설명하며 작품의 구성은 전작에 비해 탄탄해졌으나, 그로 인해 길어진 내러티브만큼 어드벤쳐로서의 흥미도는 반감되었고, 결국 재미있는 활극을 기대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작품이 되었던 것 같다. 이후, 꿈나라 만화극장은 세번째 시리즈로 '15소년 우주표류기(1980)'을 선보이며 별나라 삼총사 시리즈는 막을 내리게 되고, 임정규 감독은 김삼 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소년 007 은하특공대(1980)'의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별나라 삼총사, 베스트아니메
[2]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1967~2006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3] 별나라 삼총사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4] 개인작업 DVD-삼총사 타임머신 001 by lennono, lennono의 놀이터
[5] 별나라 삼총사 Space of 3 Musketeers, 1979, 씨네 21
[6] 삼총사 타임머신 001(1980) by 잠뿌리, 뿌리의 이글루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선우 프로덕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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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인간 337 (1977) 


ⓒ 블루미디어


<정보>

◈ 감독: 임정규
◈ 각본: 지상학
◈ 구성: 김일남
◈ 원화: 홍형선
◈ 배경: 오응환
◈ 음악/주제가: 정민섭 / 지구어린이 합창단 (노래)
◈ 기획/제작: 김일환 / 김상용, 박용우
◈ 제작사: 삼도필름
◈ 저작권: ⓒ 블루미디어
◈ 일자: 1977.12.08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장동한 박사는 33억7천만원 개발비를 들여 전자인간 337을 만들어낸다. 전자인간 337은 마루치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는데, 5만 제곱미터 내의 모든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청력, 3만 마력의 파워를 지니고 태권도를 비롯한 모든 무술을 구사할 수 있으며, 방탄/방화 기능이 내장된 망토를 갖추고 투명 상태로 적진에 침투할 수 있는 고성능 사이보그이다. 

한편, 칸트별의 과학자 마로 박사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 티탄과 세실은 자신의 창조자인 마로 박사를 사로잡고 칸트별을 전복시켜 로봇제국을 세우게 된다. 그들은 다음 목표로 지구를 노리지만, 지구에 전자인간 337이 있음을 알게 된 이들은 전자인간 337을 제거할 음모를 꾸미게 되는데...


<소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에 이은 임정규 감독의 히어로 액션물 제2탄. 마루치 아라치의 세계관을 그대로 계승하되 그 주인공이 마루치 아라치가 아닌 전자인간 337로 바뀐 일종의 스핀오프 격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마루치와 아라치의 활약이 337에 못지 않게 배정되어 있어서 더블 캐스팅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하겠다. 전자인간 337의 이름은 제작비가 33억 7천만원이 들었다는 설정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제작년도인 77년도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494원 정도의 고정환율이 적용되었으므로 33억 7천만원은 미화로 약 690만 달러에 해당한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보아 당시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미드 '6백만불의 사나이'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미국식 히어로의 컨셉을 빌려와 한국적 설정에 맞게 변형시킨 사례로 보인다. 디자인 컨셉을 상당수 일본 만화영화에서 차용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일부에서는 DC 코믹스의 히어로 호크맨과의 디자인 유사성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디자인적인 공통점은 그다지 없지 않나 싶다. 마루치 아라치라는 현실적인 히어로에서 강력한 능력을 지닌 오리지널 인조인간 히어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 히어로 만화영화의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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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 작품은 크게 히트한 전작 마루치 아라치의 속편 격이라는 성격과 매력적인 337이라는 캐릭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 3만2천명으로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게 된다. 정확한 원인을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서론이 너무 길어지면서, 히어로 액션물임에도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액션장면들이 등장했다는 점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전편인 마루치 아라치의 경우, 전반부의 설명이 누락되어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초반부터 액션장면을 추가하면서 전체적으로 액션의 비중이 커진 반면, 337은 초반부에 아름이가 아라치와 상상의 세계를 노니는 장면과 같은 부분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등 서론에 너무 비중을 준 나머지 한시간 남짓한 작품에서 다른 이야기를 펼칠 시간이 부족해졌다. 한마디로 초반까지는 지루한 느낌을 준 셈이다.

하지만 로봇에 의해 생명체가 지배 당한 로봇제국과 마로 박사, 그리고 그의 아들 아름이의 설정은 비록 어린이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꽤 잘 짜여진 구조를 보여주었으며,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반전 역시 극의 단순함을 커버해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만약, 액션의 비중을 높이고, 마루치와 337로 나뉘어진 주인공 구도를 좀 더 잘 안배했더라면 더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64분 밖에 안되는 시간에 이 모든 것을 잘 안배해 담아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시간 30분 정도만 되었어도 어쩌면 한국 만화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을지도 모를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번 편에서는 아라치가 제법 많이 활약을 보이고 있어 흐뭇하다. 참 성숙한 소녀가 아닌가. 아하하...)

주제가의 매력은 사실 로보트 태권브이나 마루치 아라치의 주제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멜로디도 뛰어나고 따라 부르기도 쉽다. 메인 싱어없이 지구 어린이 합창단이 주제가를 불러, 합창의 묘미를 살려 주었는데, 실제로 응원에서는 단골로 쓰이는 것이 바로 337 박수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337박수는 전자인간 337이 만들어지기보다 먼저 등장한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 전자인간 337이 이 337 박수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337 박수는 일제시대 교육의 잔재로 최근에 들어서야 밝혀졌다. 당시 스탭진들이야 꿈에도 몰랐던 사실이겠지만 덕분에 일말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주제가라 하겠다. 피겨 경기 같은 곳에서는 절대 치지 마시라.

ⓒ 블루미디어


☞ 포스팅을 위해 아래 참고사이트의 KMDB에서 VOD 시청을 했는데, 제법 볼만하다.


<참고 사이트>

[1] 속편열전: 전자인간 337 by 페니웨이, In This Film
[2] 전자인간 337 (1977.12.08. 극장판), 야누쓰의 메카닉스
[3] 전자인간 337, 한국영상자료원 KMD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블루미디어에게 있습니다.


전자인간 337 - 6점
임정규 감독/블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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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1977) 


ⓒ 김진희 / 블루미디어

 
<정보>

◈ 감독: 임정규
◈ 각본: 민병권
◈ 구성: 김일남
◈ 원화: 홍형선
◈ 배경: 오응환
◈ 촬영감독/촬영: 조민철 / 조복동
◈ 음악/주제가: 정민섭 / 지구어린이 합창단
◈ 기획/제작: 김일환 / 김삼용 
◈ 제작사: 삼도필름
◈ 저작권: ⓒ 김진희 / 블루미디어
◈ 일자: 1977.07.27
◈ 장르: 무협,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태권도 사범인 양사범과 연인인 장선생은 등산중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둘은 산 속을 헤매던 도중 한 동굴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서 야생 모습으로 살고 있는 마루치와 아라치를 발견하게 된다. 스승이자 보호자였던 할아버지를 정체불명의 파란 해골에게 잃어버린 후, 홀로 살고 있던 두 소년 소녀를 가엽게 여긴 양사범과 장선생은 둘을 거둬들이기로 한다. 양사범의 지도 하에 마루치와 아라치는 태권도를 배우게 되고, 그동안 야생에서 쌓아온 실력에 체계적인 지도를 받은 둘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마침내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게 되는 마루치.

발로막차 선수(발로 막 차지는 못하더라)와의 결승전이 한참 진행될 무렵, 정체불명의 괴한이 뛰어들어 발로막차를 쓰러뜨리고 마루치에게 덤벼든다. 승부를 우세하게 끌고 가던 마루치는 그만 괴한의 암수로 인해 중상을 입는다. 괴한은 바로 파란해골 13호가 이끄는 비밀조직 파란해골단의 공격대원. 과연 파란해골단이 꾸미는 음모는 무엇이며, 마루치와 그의 할아버지는 어째서 그들의 습격을 받게 된 것일까.


<소개>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1967)'에 이은 한국의 오리지널 히어로 액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1976)'와 '로보트 태권브이 2탄 우주작전 (1977)'에서 원화를 담당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은 임정규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임정규 감독은 한일합작 애니메이션인 '황금박쥐(1968)'를 통해 만화영화계에 입문한 뒤, 한국 초창기 애니메이션의 메카 세기상사가 제작한 '우주의 왕자 황금철인(1968)', '보물섬(1969)', '왕자호동과 낙랑공주(1971)', '번개아텀(1971)', '괴수대전쟁(1972)'과 같은 작품에서 원화를 맡아온 대표적인 애니메이터 출신 연출가이다.([3], [4] 참조) 그가 참여한 작품의 상당수가 그러했듯이 그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마루치 아라치(1977)'와 '전자인간 337(1977)' 역시 히어로 액션물을 표방한 작품으로, 김청기 감독이 한국 토종 로봇 애니메이션을 이끌온 한국의 나가하마 타다오(로망 로봇 시리즈 3부작으로 마징가 Z 이후 일본 로봇만화영화의 틀을 만든 인물)라면, 임정규 감독은 히어로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온 한국의 요시다 타츠오(타츠노코 프로의 설립자 겸 만화가로, 독수리 5형제, 신조인간 캐산 등을 만들어냄)라 부르면 어떨까 싶다.

특히, 임정규 감독은 로봇 디자인이라는 장벽에 막혀 결국 아니메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우를 범했던 김청기 감독과는 달리, 최대한 오리지널 디자인과 스토리로 승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침 MBC 라디오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어린이 라디오 드라마 마루치 아라치를 원작으로 한국만의 오리지널 아니메를 만들어내게 되니, 바로 이 작품이 70년대 한국 만화영화계에서 로보트 태권브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마루치 아라치인 것이다.

한국 만화영화사에서 마루치 아라치의 위치는 태권브이의 그것에 비견될 만큼 특별한 것인데, 홍길동 이후 10여년 가까이 제작되어온 당시 한국 만화영화가 홍길동 외에는 특별한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체, 전래 동화나 일본 아니메(번개 아텀은 철완 아톰을, 태권브이는 마징가 Z를 모티브로 삼았음)의 컨셉을 도입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던 당시, 최초의 오리지널 캐릭터로 만화영화를 제작했다는 점이 그것이라 하겠다. 또한, 전후의 궁핍한 시대 속에서 막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잘 살아보자는 의지를 불태우던 당시의 한국인들에게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를 통한 자긍심의 고취라는 민족적 관점에서도 마루치 아라치의 의의는 높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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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라디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덕분에 라디오의 고정팬층을 그대로 극장에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은 흥행을 보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마루치 아라치가 기록한 서울 관객 16만명 동원은 태권브이 1탄의 기록에는 조금 못미쳤지만, 동시기에 개봉했던 태권브이 3탄 수중특공대의 기록인 5만5천명을 능가하는 것으로([1] 참조), 당대 최고의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과의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셈이었던 것이다.

단, 마루치 아라치도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과 동물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인트로 씬으로 구성하며, 당시 한국 만화영화가 자주 사용하는 의미없는 디즈니 따라하기 공식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아쉬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중간에 마루치를 구하는 인어 소녀 유리의 등장은 히어로 액션물인 작품의 정체성과는 대비되는 조금 생뚱맞은 모습이기도. 그 밖에 왜 파란 해골 13호가 마루치와 아라치를 키운 할아버지를 헤쳤는지, 그리고 왜 파란해골 13호의 오른팔인 팔라팔라가 세계 태권도 대회장에 참석하여 마루치를 보고는 그의 제거를 명령했는지에 대한 일부 설명이 누락되는 등, 드라마적으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독창적인 이 작품에도 일부 아니메의 영향이 눈에 띄긴 하는데, 일단 악당역을 맡은 파란해골 13호는 아무래도 임정규 감독의 데뷔작인 황금박쥐의 외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놀랍게도 아라치의 판치라(속옷이 살짝 비치는) 액션이  등장하는 파격 연출이 등장하기도... (어이쿠, 뭔 소리. 이건 그냥 웃자고 한 소리다, 아하하. 아, 안 웃기네.)

마루치 아라치는 이후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같은 해에 개봉된 전자인간 337에도 주연급 캐릭터로 등장했으며, 88년에는 올림픽 개최를 맞이하여 MBC TV를 통해 TV 시리즈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작품의 스틸 이미지가 아닌, 컨셉 아티스트로 보이는 일러스트.



<참고 사이트>

[1] 고전열전: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by 페니웨이, In This Film
[2]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MOVIEMINI.net
[3] '태권V' 훈이와 깡통로봇은 친척?, 오마이뉴스
[4]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1967~2006) by 캅셀, 캡슐 블로그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김진희 / 블루미디어에게 있습니다.


마루치 아라치 - 8점
임정규 감독/블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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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 브이 (1976)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제작: 유현목
◈ 각본: 지상학
◈ 기획: 김일환
◈ 원화: 임정규 外
◈ 촬영: 김복동
◈ 효과: 김벌레
◈ 배경: 오응환
◈ 음악/주제가: 최창권 / 최호섭 (최창권 음악감독의 아들)
◈ 제작: 서울동화, 유프로덕션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6.07.24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세계적인 로봇 권위자로 김박사의 동료이기도 했던 카프 박사는 왜소하고 못생긴 외모 때문에 뛰어난 두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멸시와 천대를 받아왔다. 세계 물리학자 모임에서 망신을 당한 카프 박사는 외모 지상주의(?)의 세계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맹세하며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로부터 수년 뒤, 각종 격투기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과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납치되는 의문의 실종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세계 태권도 대회에 출전했던 김박사의 아들 훈이의 결승전상대 리챠드 쇼도 그 중 하나. 이 일련의 사건에 과거 자신의 동료인 카프 박사가 연루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김박사는 의심하게 된다. 때마침 붉은제국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이들 실종사건의 배후에 있음이 알려지게 된다. 지구 정복을 꿈꾸는 붉은 제국은 과연 카프 박사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한편, 김박사는 강력한 거대 로봇 태권브이의 완성을 서두르려 하고 있다. 김박사가 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카프 박사의 딸이라며 메리라는 소녀가 찾아오게 된다. 그녀에 말에 의하면, 카프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인조인간 말콤의 손에 살해당하고 지금 말콤이 붉은제국을 이끌고 있다는 것. 김박사는 메리를 거둬들이게 되지만, 동료 윤박사의 딸인 훈이의 여자 친구 영희는 훈과 가까워지는 메리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실상 그녀의 정체는 붉은 제국의 스파이이자 사이보그. 훈과 영희에 의해 정체가 들통난 메리는 탈출에 성공한 후, 붉은제국 군대를 이끌고 태권브이의 설계도를 탈취하기 위해 기습을 시도한다. 격투 끝에 훈이들은 붉은제국의 부하들을 물리치지만, 김박사가 그만 적에게 치명상을 입고 만다.

오열하는 훈이를 향해 최후의 힘을 다해 태권브이의 완성을 알려주고 숨을 거두는 김박사. 마침내, 태권브이가 붉은제국의 야욕에 맞서 일어설 때가 되었다.


<소개>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1967)', 그리고 후속작인 '호피와 차돌바위(1967)' 이후로 다시 암흑기에 접어든 한국 만화영화의 부흥을 일으킨, 한국 만화영화의 최대 히트작이자 대표 아이콘. 로봇 만화영화의 종주국인 일본 외에 유일하게 거대로봇 장르에 도전한 한국의 첫 SF 로봇 만화영화로서, 서울에서만 동원관객 약 13만명이라는 당시로서는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하면서 실사영화를 제치고 76년도 흥행순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통하게 된다. 만화영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전무한, 아니 대중 문화 전반에 있어서 아직 초보단계에 있던 70년대의 한국 사회에 있어서 이 현상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마치 '우주전함 야마토(1974)'와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1981)'이 일본 사회에 강렬한 충격을 안겨준 것과 대동소이한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태권 브이는 로봇 만화영화에 있어서 최초로 전문적인 격투기 기술을 선보인 로봇으로서, 인간과 거의 흡사한 동작으로 태권도를 구사하여 한국적인 로봇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특히, 일부 작화에 있어서 로토스코핑 기법(실사촬영 후 이를 베이스로 그림을 그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하는 기법)을 활용하여 섬세하고 다이나믹한 태권도 동작을 구현해 내었으며, 짧은 제작기간과 영세한 제작비에 의해 뱅크샷이 여러번 사용되는 아쉬움 속에서도 주요 장면에서는 풀 애니메이션에 근접한 작화기술을 보여주며 어떤 면에서는 리미티드 기법의 일본 로봇 아니메를 능가하는 컷들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것은 일본 만화영화 기법과 미국 만화영화 기법이 뒤섞인 한국 만화영화만의 스타일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태권브이의 태권 동작을 구현해내기 위해 직접 훈이의 정신이 태권브이와 연결되는 설정 역시 로봇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진일보한 설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아니메에서 발기술과 같은 섬세한 무술동작을 거대한 로봇이 해내는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투장 다이모스(1978)'에서 였다.)

줄거리에 있어서는 못생긴 외모로 인해 세상을 증오하게 되는 카프 박사나 사이보그로서 자신의 적인 주인공 훈을 사랑하게 되는 메리 등, 드라마틱한 인간관계가 강조된 작품이다. 특히, 태권 브이가 시리즈 중반 이후에나 출격하는 전개임에도 당시 아동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밀도 있는 스토리와 극적인 전개로 인해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잘 안배된 구성을 보여주었다. 음악에 있어서도 최창권 음악감독이 만들고 그의 어린 아들 최호섭이 직접 부른 주제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으니, 만화영화 뿐만 아니라 만화영화 최초의 OST라는 의의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만화영화의 큰 족적과 함께 새로운 앞날을 제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태권 브이는 그 밝은 면 만큼이나 어두운 부분 또한 공존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30년이 넘은 지금에서도 태권브이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마징가 Z의 표절작이라는 꼬리표이다. 거대로봇 장르는 일본 만화영화 밖에 없던 시절(물론, 지금도 거의 그렇지만)에 만화영화 후진국인 한국이 로봇 만화영화를 만든다면 어쩔 수 없이 그 레퍼런스는 일본 만화영화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의 일본 로봇 만화영화는 '마징가 Z(1972)', '그레이트 마징가(1974)', '겟타로보(1974)', 'UFO로봇 그렌다이저(1975)', '강철 지그(1975)'와 같이 다이나믹 프로와 나가이 고의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거의 같은 디자인 컨셉(겟타로보나 강철 지그는 좀 다르지만)을 가진 이 작품들의 로봇 디자인을 참고하면서 벌어진 표절 혹은 도용의 문제는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상상력의 빈곤과 역량의 부족'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76년도에는 '대공마룡 가이킹(1976)'이나 '초전자로보 배틀러 V(1976)'와 같은 비 다이나믹 계열의 작품도 등장하지만 제작 시점으로 보았을 때, 태권 브이 제작진이 참고할 수 있는 것은 마징가 류의 작품들 뿐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작품의 가제도 '마징가 태권'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으로 치면 말도 안될 이 타이틀 역시 의도적인 표절이라기 보다는 (접착용 메모지를 '포스트 잇'이라는 3M의 브랜드명으로 무의식적으로 부르는 것처럼) 당시 로봇하면 무조건 마징가라고 생각했던 시대적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것이 마징가 표절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표절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작품에 표절작의 이름을 거는 것도 넌센스는 아닐까. 물론 이것은 그만큼 표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뜻도 되겠지만 말이다. 결국, 이러한 상상력의 빈곤과 역량의 부족은 후일 태권 브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기도 하였으며, 표절에 대한 절대적인 의식 부족은 국내 만화영화 시장의 계속되는 고전 속에서 피치못할 표절에서 의도적인 표절로 서서히 그 모양새를 바꾸어가게 된다.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깡통로봇이라는 캐릭터의 등장 역시 고철 등을 사용해 만들어진 마징가 Z의 사이드 킥(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옳은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하여튼) 보스보롯트의 설정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태권 브이를 개발하고 살해당하는 훈의 아버지 김박사나 김박사의 친구로 태권브이의 광자력 빔 발사장치를 개발하는 윤박사와 그의 딸 영희 등 캐릭터의 설정은 마징가 Z와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극중 윤박사는 마징가 Z의 등장인물인 유미 교수의 한국방영시 이름 윤박사와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권브이는 마징가 Z, 그것도 한국방영판 마징가 Z를 참조했다는 이야기가 되려나.) 이쯤되면 훈이, 영희, 철이라는 지금으로서는 너무도 뻔한 네이밍 센스는 제작진의 상상력 부족을 탓하기 보다는 당시의 열악한 사회 분위기 속에 만들어진 웃지못할 에피소드로 봐줘야 될 듯도 싶다. (당시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교과서에 최초로 등장하는 이름이 철이와 영희였던 걸로 기억된다.)

인트로씬에 등장하는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 그리고 동물들의 일상묘사와 중간에 등장하는 메리와 훈이의 뮤지컬스러운 상상씬 역시 디즈니 만화영화의 일부 시퀀스와 같다며 후대에 이의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디즈니 만화영화가 당시 모든 아동만화영화의 바로미터였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데즈카 오사무조차 자신의 연출작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스 존(1980)'에서 이와 거의 유사한 씬을 뜬금없이 작품 중간중간에 끼워넣어 주시고 있다. 이 디즈니적 센스는 작품을 가리지 않고 80년대 초반까지 한국 극장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씬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 브이가 후세에 부끄러운 오점만으로 남을 수 없는 이유는, 당시의 제작 여건상의 한계와 함께 문화적 인식 부족이라는 70년대의 사회적 현실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징가 Z는 75년 9월 한국에서 방영되어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데, 마징가 Z가 한국에서 종영한 76년 2월부터 불과 5개월 만에 태권브이가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극장을 찾은 그 어떤 어린이의 부모들도, 하물며 언론들까지 로봇의 표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것은 창작자든 일반인이든 간에 표절(혹은 도용)에 대한 당시의 절대적인 인식 부족을 의미하는 하나의 사례이다.

일본 문화 자체가 국내에 유입되는 것이 금지된 당시의 폐쇄적인 상황과 만화영화를 유해한 것으로 인식하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마징가 Z 방영으로부터 불과 1년도 체 안되는 시간 안에 거대로봇물의 노하우가 전무한 스텝들, 그것도 일본 만화영화보다 더 영세한 인력구조(태권브이에 참여한 스탭 수는 약 60명) 안에서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줘야할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하면, 로봇 디자인과 일부 컨셉의 표절 혹은 도용이라는 결과로 인하여 불모지에서 우리만의 만화영화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스텝들의 의도와 노력과 같은 과정을 인정하지 않은 체 이 작품을 폄훼하는 것은, 한국 고유의 로봇물이라는 이유와 추억만으로 이 작품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편향적인 생각은 아닐까.

작품의 표절과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 만화영화史의 어두운 면은 반성하되, 불모지에서 우리만의 만화영화를 키우고자 했던 애니메이터들의 노고와 좌절, 그리고 작품의 의의에 대해서는 인정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로보트 태권 브이 2탄 우주작전 (1976)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각본: 조항리
◈ 원화: 임정규, 김주인 外
◈ 효과: 김벌레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6.12.1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태권 브이는 1편이 개봉된 7월부터 불과 5개월 만에 속편을 발표하게 된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5개월만에 극장 만화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만화영화 선진국인 미국이나, (당시 만화영화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던) 일본에서조차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놀라운 제작속도는 한국 만화영화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라기보다는, 겨울방학 특수를 노린 스폰서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를 오로지 태권 브이 하나만 믿고 달려온 스탭들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하면서 생긴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영세한 제작비와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 나온 것임을 감안할 때 작화의 완성도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로 인해 많은 정성을 요하는 전투 장면에서는 뱅크 샷이 계속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었지만, 태권 브이의 영상미는 당시의 열악한 제작여건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준이었다. 또한, 전편에 이어 SF 로봇 만화영화에 디즈니적 시퀀스나 동화적 감성을 대입하였는데, 2편의 악의 축인 녹의 여왕의 설정이 마치 디즈니 동화의 마법사 여왕처럼 보이거나, 팅커벨 같은 요정의 모습으로 부활한 메리가 클라이막스에서 사람으로 환생하는 장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설정들은 디즈니의 하청작업 등을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그저 관성적으로 대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덕분에 1편에 이어 로봇 만화영화라는 아니메적 스타일과, 판타지 동화라는 디즈니적 스타일이 혼재하는 독특한 느낌의 로봇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작은 요정 캐릭터가 로봇물에 등장하는 설정은 일본의 로봇 아니메 '성전사 단바인(1983)'이나 '중전기 엘가임(1984)'에 등장하는 '화우'라는 요정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작품의 요정 소녀와  태권브이의 메리와의 상관 관계는 전무하다.)

☞ 속편열전: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 - 사라진 태권 브이의 전설을 찾아서 by 페니웨이 (바로가기)


로보트 태권 브이 3탄 수중특공대 (1977)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총지휘: 전태규
◈ 제작: 유현목
◈ 각본/구성: 지상학 / 조항리
◈ 기획: 김춘범
◈ 원화: 김주인 外
◈ 효과: 김벌레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7.07.2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3편 역시 2편의 방영으로부터 불과 7개월만에 상영을 시작하게 된다. 방학특수를 노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제작방식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하게 되는데, 바로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기획단계를 거쳐 각본, 설정, 디자인 등을 수립하고 색채설정과 콘티에 이르는 만화영화 제작의 사전작업을 의미)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애니메이터들과 몇몇 뜻있는 이들에 의해 한국의 SF 만화영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태권브이였지만, 메카닉 디자인이나 캐릭터 디자인을 위한 절대적인 역량과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편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자 태권브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외면한 체, 계속적인 수익의 창출을 위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연속으로 속편을 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참가한 스탭들의 탓이라기보다는 프리프로덕션에 대한 개념이 전무한 상황에서 스폰서나 극장 측에서 개봉일정을 잡고, 그 때까지 작품을 완성하지 않으면 상영이 곤란해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기인하고 있다.(또는, 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제작진 스스로가 무리를 자처했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어찌되었건 두 입장 모두 돈이라는 문제에 직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초에 새롭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위해 신경을 쓸 여력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어떻게든 작품을 완성시키고 흥행에 성공하다보면 나중에는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된 좀 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미래를 꿈꾸며 스탭들 대부분이 묵묵히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디며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화 작업과 동화 채색, 촬영과 녹음 같은 실제 제작 작업만으로도 벅찬 시기에 디자인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방법은 이미 검증된 일본 만화영화 디자인의 표절이나 일부 도용 외에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작된 태권브이 3편은 개봉과정에서 또다른 복병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1, 2편에서 원화를 담당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던 임정규가 삼도필름으로 자리를 옮겨 제작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였다. 거의 반년 단위의 살인적 제작 스케줄 속에 창작의 추진력을 잃어버린 3탄과 임정규 감독의 지휘하에 한국식 히어로 액션물을 표방한 마루치 아라치와의 대결은 결국 마루치 아라치의 판정승으로 끝나게 되고, 태권 브이의 비상은 3탄에서 멈춘 체 잠시 동안의 숨고르기에 들어가게 된다. 


로보트 태권 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 (1978)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각본: 조항리
◈ 기획: 김상호
◈ 제작: 박상호
◈ 촬영: 이성휘
◈ 효과: 김벌레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8.07.26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77년 여름 마루치 아라치와의 대결에서 패한 김청기 감독은 역시 이듬해인 1월 방학 시기에 맞추어 태권브이가 아닌, 히어로 액션물 '황금날개 1,2,3(1978)'을 개봉시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다. 고무된 스탭진은 같은 해 여름 바로 황금날개 1,2,3과 로보트 태권브이를 한 작품에 등장시키는 크로스오버 작품 '로보트 태권 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1978)'을 개봉시키게 되는데, 이것은 도에이 동화가 선보인 일련의 마징가 군단의 크로스오버 작품과 같은 기획의도를 갖고 있었다. 히트작의 주인공과 그 주역메카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당시의 아이들에게는 실로 흥분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여기서도 역시 고질적인 디자인 표절의 문제는 꺼지지 않고 등장하게 되는데, 이미 마징가의 디자인을 도용한 태권 브이와 함께, '마그네로보 가킨(1976)'의 이미지와 흡사한 황금날개 3호 청동거인, 그리고 '신조인간 캐산(1973)'의 캐산과 가킨의 주인공 호죠 타케루의 전투복을 믹스매치한 황금날개 1호, 마지막으로 '바벨 2세(1973)'의 퓨마형 로봇 로뎀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황금날개 2호 등 온갖 아니메의 설정이 골고루 차용된 황금날개의 모습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황금날개 1,2,3은 바벨 2세를 모티브로 삼아 여러 아니메의 다양한 디자인을 가져다가 혼합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디자인 도용 혹은 표절에 가까운 모양새이지만, 반년 정도의 제작기간과 프리프로덕션이 전무한 상황에서 하나의 작품의 디자인을 도용하는 것이 아닌, 여러 작품의 디자인을 가져와 혼합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제작진의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조금 더 탄력을 받았더라면 어쩌면 몇 작품 뒤에는 보다 더 오리지널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는 여력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79년의 12.12 사태 80년의 5.18 사태를 거치며 사회적 분위기는 급속히 냉랭해졌고, 이러한 대외적 여건 속에 만화영화 역시 정부의 지시에 의한 반공 만화영화 만들기라는, 정부의 선전용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3] 참조)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 (1979)

<정보>

◈ 감독: 송정률
◈ 기획: 정태규
◈ 각본: 지상학
◈ 제작: 유현목, 송재홍
◈ 효과: 손효신
◈ 저작권: ⓒ MBC 영상사업단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포스터부터 우주전함 야마토의 잔재가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태권 브이의 후속작이나 스핀오프는 아니다. 지구의 오염을 구하기 위해 탈레스 별로 떠난 우주전함들이 정체불명의 공격으로 연이어 실패하자 우주전함 거북선이 못다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시놉시스 역시 야마토의 이야기와 대동소이하다. 포스터부터 스토리 구조까지 작품의 이야기는 야마토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의 백미는 스토리나 영상미가 아닌 클라이막스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주전함의 부품으로 사용된 태권브이가 극적인 순간에 우주선에서 사출되어 태권브이로 합체된다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태권브이의 등장에 당시의 극장 안은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가득차게 된다.(물론, 엘로스도 그 중 하나였다) 한국 만화영화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슈퍼 태권 브이 (1982)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각본: 조항리
◈ 기획: 김춘범
◈ 배경: 강세건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뽀빠이과학 (협찬)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82.07.3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5공화국 정부의 주도에 의해 똘이 대장군과 같은 반공 만화영화 제작에 몰두하던 김청기 감독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금 SF 로봇만화영화를 부활시키고 싶었지만, 벌어들인 제작비를 다시 차기작에 올인하고 다시 벌어들인 제작비를 차기작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태권브이를 제작할 여력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시피 했다. 특히, 70년대보다 훨씬 더 벌어진 일본 만화영화와의 격차와 일본산 TV 만화영화의 국내 지상파 방영은 아이들로 하여금 한국의 극장 만화영화를 멀리 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제작 스케줄 속에 프리프로덕션과 같은 필수적인 작업을 등한시하며 기획력을 상실한 한국 만화영화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열심히만 한다고 알아주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즈음 완구회사인 뽀빠이 과학이 김청기 감독에게 달콤한 제안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 수입한 로봇 완구를 프로모션해야 하는데, 태권브이의 제작비를 지원할테니 태권브이의 디자인을 수입한 로봇완구와 같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SF 만화영화의 부흥을 꿈꾸던 김청기 감독에게 이 제안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결국 이 완구를 기반으로 하여 제작된 4번째 정통 시리즈이자 태권브이 멸망의 전조를 알린 작품이 바로 슈퍼 태권브이였다. (김청기 감독이 먼저 뽀빠이 과학에게 태권브이의 스폰서를 요청했을 수도 있다. 누가 먼저가 되었건 이 완구를 태권브이의 디자인에 사용한 것은 비즈니스적인 결정이었다고 보여진다.)

당시 만화영화를 만들 제작비가 부족했던 김청기 감독은 뽀빠이 과학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기에 이르른다. 애니메이션 제작비를 전액 뽀빠이 과학이 지원해주는 대신 뽀빠이 과학의 완구로서 태권 브이를 판매하자는 것. 그 직전에 일본의 완구회사를 방문하여 스폰서인 완구 회사가 로봇을 디자인하고 그에 따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일본 로봇 아니메의 제작현장을 목격하며 큰 인상을 받았던 당시 뽀빠이 과학의 신현환 사장은 이 제안에 응하여 태권 브이의 완구제작에 착수하지만, 독자적인 금형과 캐릭터를 갖추지 못한 당시 한국 완구업계의 상황과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지했던 당시의 인식 속에 뽀빠이 과학은 일본의 한 로봇완구의 금형을 들여와 여기에 태권브이의 얼굴을 붙여 로봇 완구를 제작하게 되고, 바로 이 로봇 디자인을 토대로 김청기 감독은 작품을 제작하게 되니, 이것이 태권브이의 4번째 정통 시리즈이자 태권브이 멸망의 전조를 알린 슈퍼 태권브이였다. (애초에 썼던 부분이 일부 사실과 다른 관계로 꾸브와제님의 포스팅을 참고로 다시 수정합니다.)

☞ 뽀빠이 과학, 한국 애니메이션 장난감의 첫발을 쏘아 올리다 by 꾸브와제, 테마파크 파라다이스 (바로가기)

태권브이의 원조가 된 로봇 완구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82년작 '전투메카 자붕글(1982)'의 주력 메카 자붕글이었다. 국내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다시피한 이 작품의 완구와 태권브이와의 결합을 생각하면서 시작된 이 작품은, 태권브이 뿐만 아니라 상대편 메카에 앗가이나 구프와 같은 퍼스트 건담의 모빌슈트부터 자붕글의 거대 이동로봇 요새인 아이언 기어가 여과없이 등장하는 등, 70년대에 비해 한발짝도 나아지지 않은 한국 만화영화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1편의 로토스코핑 기법이나 풀 애니메이션에 근접했던 일부 움직임이 모두 사라진 태권브이는 말그대로 우스꽝스러운 탈을 쓴 광대에 불과했으며, 그나마의 창의성마저 사라진 기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건담류의 메카를 도용한 모습은 왠지 김청기 감독의 직전년도 작품 '혹성로봇 썬더에이(1981)'에서 이어져 온 듯 싶다. 즉, 김청기 감독도 당시에 건담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70년대에 태권브이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일본 만화영화를 TV와 무판권 설정집으로 접하면서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일부는 태권브이의 표절사실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이상 태권브이에 열광하지 않는 아이들을 향한 태권브이의 처절한 몸부림은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게 된다.


84 로보트 태권 브이 (1984)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기획: 김춘범
◈ 각본/각색: 양정기/조항리
◈ 작화감독: 김주인
◈ 배경: 강세건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뽀빠이과학 (협찬)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84.08.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2년 뒤 다시금 뽀빠이 과학과 김청기 감독의 밀월이 시작되었다. 이것으로 보아 당시 슈퍼 태권브이로 인한 뽀빠이 과학의 매출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태권브이 얼굴을 한 자붕글 완구는 엘로스도 샀던 기억이 난다. 그전 또는 그후에는 원래 얼굴을 한 동일한 자붕글 완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번에 제안한 프로모션용 로봇 완구는 이전까지와는 좀 다른 물건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니메가 오리지널이 아닌 완구 자체가 오리지널인 일본 완구업체 타카라의 브랜드 '다이아아크론'이었던 것이다.

☞ 트랜스포머의 원조 '다이아크론'을 아십니까 by 무희, 무희의 주절주절 포스 (보러가기)
☞ 트랜스포머: 하스브로 + 타카라 이야기 by 워드나, 워드나의 던전 (보러가기)

다이아크론 브랜드의 한 제품인 3단 합체 다이아배틀스를 수입한 뽀빠이 과학은 역시 전처럼 태권브이의 머리만을 교체하여 만화영화로 인한 매출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러한 기획의도 속에 탄생한 작품이 바로 태권브이 최후의 애니메이션 판인 '84 태권브이'가 되겠다. 로봇 만화영화의 스폰서가 로봇 완구업체이고 스폰서가 만든 완구의 판매를 위해 만화영화는 극중 로봇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게 최대한 멋진 액션을 선보이는 것은 당시 로봇 만화영화의 기본 공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남의 제품을 수입해서 허가없이 제품을 수정한 뒤, 이것을 홍보하기 위한 만화영화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80년대에 있어서도 인식의 진전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겠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권브이의 디자인에 이전보다 좀 더 독자적인 스타일이 더해진다. 당시의 투박한 금형기술로 만들어진 다이아배틀스 완구(물론, 당시에는 기가 막힌 완성도였다. 역시 이것도 오리지널 완구와 태권브이 머리가 달린 제품을 모두 구입했던 기억이...)는 아무래도 그대로 만화영화에 이식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었고, 그로 인해 3단 변신이라는 컨셉 외에는 거의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이 적용되어 이제까지의 태권브이 중에서는 오히려 가장 독창적인 디자인의 메카로 거듭나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디자인은 시대에 뒤쳐지거나 디테일이 부족했으며, 분리합체 메커니즘은 조악한 수준이었다. 등에 달린 날개의 경우는 희한하게도 모티브가 된 다이아배틀스보다는 전작인 슈퍼태권브이의 오리지널 자붕글의 날개와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표절 또는 도용의 흔적은 완벽히 지워지지 않았다. 극중 악역으로 등장하는 훈의 친구인 현의 사이보그 모습은 '우주해적 코브라(1982)'에 등장하는 해적 길드의 보스 크리스탈 보이의 디자인의 완벽한 표절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전작인 슈퍼 태권브이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콘티의 엉성함은 76년도 원작의 명성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이러한 악재 속에 마침내 태권브이의 시계는 84년을 끝으로 멈추고 말았으며, 결국 '스페이스 간담 브이(1984)'라는 희대의 괴작을 만들어내며 스스로의 명성을 허물기 시작(이전까지 작품의 메카디자인 표절했음에도 디자인에 여러가지 다른 시도를 하려한 흔적이 있다면, 스페이스 간담 브이는 완벽하게 발키리를 그대로 표절한 작품)한 김청기 감독은 85년작인 '똘이와 제타로보트(1985)'를 끝으로 만화영화의 제작에 손을 띄게 된다.


로보트 태권 브이 90 (1990)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각본: 조항리, 채동근
◈ 기획: 김춘범
◈ 촬영: 정운교
◈ 음악/주제가: 남우영 / 김흥국
◈ 출연: 이승형, 강민경, 남궁원, 장덕수, 이재은 外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90.07.28
◈ 장르: SF, 로봇, 액션, 특촬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만화영화에서 물러난 후에도 인기개그맨 심형래와 특촬 히어로물을 결합시킨 우뢰매 시리즈로 여전히 활발한 창작활동(이 시기에 김청기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한 획(?)을 긋게 되는 박중훈 주연의 초괴작 '바이오맨(1988)'을 연출하기도 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B급 감독의 포스가 느껴지고 있었다.)을 벌이던 김청기 감독은 돌연 90년, 오랜세월 동안 동면에 들어간 태권브이를 소재로 다시금 작품을 만들게 된다. 당시의 한국 극장 만화영화 시장은 완전히 사장된 체로 기나긴 잠에 빠진 뒤였다. 이 즈음에 다시 부활한 태권브이의 소식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 섞인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뚜껑을 연 태권브이는 한가닥의 기대는 커녕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게 하는 괴작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저예산의 특촬물을 촬영하면서 쌓은 김 감독의 노하우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합성이라는 독특한 제작방식을 선보인 이 태권브이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였다. 캐스팅 파워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엉성한 연기와 열악한 특수효과는 오히려 작품의 독이 되었고, 만화영화 씬에 등장하는 태권브이는 디자인에 있어서 여러 고심을 한 흔적에도 불구하고, 실사부분의 낮은 완성도에 맞물려 큰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이 작품은 과거 태권브이를 기억하는 청장년 세대에게도, 우뢰매를 보면서 커온 당시의 어린이들에게도 모두 인정받지 못하며 철저하게 외면받은 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김청기 감독 역시 이후로 계속 우뢰매 시리즈를 통해 근근히 창작활동을 병행하게 되지만, 과거 한국 만화영화계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던 인재는 B급 특촬물의 제작 속에 어느덧 과거의 명성과 총기를 잃고 서서히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기 시작한다.

☞ 괴작열전: 로보트 태권브이90 by 페니웨이,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로보트 태권브이, 위키피디아
[2] 로보트 태권브이, 네이버영화
[3] 한국만화영화40년사①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 캡슐 블로그
[4] 태권V, 엔하위키 미러
[5] 로보트 태권브이, 화려한 등장과 몰락까지 by Mullu, NEOSTAR.NET 
[6] 로버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 by 디제, 오리지널 태권V의 마지막 출연작,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
[7]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최고의 반전을 선사하다 by 페니웨이,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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