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s/Book Cafe 2010.11.25 16:47

             

ⓒ 2010 Timebooks, Inc. for Korean Edition / ⓒ 2009 Ken Auletta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이들은 그것이 몰고올 혁명적인 변화를 예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실제로 그것은 IT의 폭발적인 성장과 전세계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불씨를 지폈고, 세상은 그로부터 몇 년 뒤인 21세기를 맞이하여 아날로그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는 디지털 시대의 개막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은 수많은 호사가들의 예언처럼 바로 변하지는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닷컴의 붕괴는 인터넷이 가져올 장미빛 전망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무참하게 짖밟아버렸던 것이다. 야후를 제외한 많은 닷컴들, 실리콘 밸리의 IT 벤처들은 거품이 꺼진 IT의 현실 속에서 다시 허우적 거리기 시작했고, IT는 MS와 인텔, 시스코와 오라클 같은 몇몇 거대 IT 기업을 제외하고는 다시 그 힘과 희망을 잃어버린 듯 보였다. 넷스케이프는 MS 익스플로어의 시장지배력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익사이트나 라이코스 등 많은 검색엔진 역시 수익모델의 부재 속에 IT의 바다 속에 좌초하고 말았다.
 
미국의 컨설팅 그룹인 미래연구소(Institute of the Future)의 컨설턴트였던 파울 사포(Paul Saffo)는 95년도 PBS 인터뷰에서 '거시적 근시(macromyopia)'라는 용어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예측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희망과 기대 그리고 두려움으로 인해 그 기술에 대해 단기적인 과대평가가 생겨나지만, 현실은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에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게 되고 그것은 다시 그 기술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과소평가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그 기술의 장기적인 영향은 현재에 그 기술이 보여준 단기적인 영향을 상회하는 엄청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포씨의 예언(?)처럼, 21세기초 무너졌던 인터넷과 웹에 대한 단기적인 과대평과, 그리고 그로 인한 장기적인 영향의 과소평가는 이제 잘못된 판단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인터넷과 웹을 통하여 소통하고 교류하며 서로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컨텐츠와 지식을 생산하고 미디어를 통제하려 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웹은 이제 컴퓨터라는 하드웨어를 통해 접속하는 가상 공간의 수준이 아니다. 웹이라는 세상과 사람들을 연결시켜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컴퓨터가, 스마트 폰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의 중심에는 구글이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글쓴이는 구글의 잠재력과 구글의 가치에 대해 무지했었다. (물론, 글쓴이가 무슨 대단한 IT 전문가나 저널리스트는 아니지만) IT 업계에 몸담고 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특히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입장에서 구글은 나와는 관계없는 세상, 관계없는 비즈니스 영역의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주로 쓰던 야후, 익사이트 같은 검색엔진을 거쳐 엠파스를 거쳐 네이버에 이르는 국내 검색엔진에 길들여져 있던 내게, 구글이라는 존재는 그저 수많은 검색엔진의 한 종류였을 뿐이다. 특히, 아무런 배너 광고조차 달지 않은 너무도 심플한 구글의 첫 페이지는 이 책에서 몇번씩 등장하는 구글의 슬로건 '사악하게 행동하지 말자'라는 문구에 걸맞는 너무도 순진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내게 있어서도, 그리고 다른 IT 업계의 엔지니어에 있어서도 더이상 다른 영역의 존재가 아니다.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구글은 모바일과 임베디드 영역으로 뛰어들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과 크롬 OS를 통해 MS를 위협하며 운영체제와 네트워킹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유튜브의 인수를 통해 기존 미디어 업계와의 협업을 넘어 그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전자책 시장으로 향하면서 전통적인 출판업계마저 위협하고 있다. 모든 곳에서 구글의 약진이 시작되고 있으며, 구글의 정복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IT 엔지니어들에게, 아니 많은 비즈니스 종사자들에게 구글은 그저 검색엔진 업체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구글은 경쟁자며, 협력자, 그리고 최대의 고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수많은 구글 관련 저서 중에서 단연코 돋보이고 빛나는 책이다. 그것은 저자가 구글의 성공 신화와 그들의 성공 요인을 예리하고 완벽하게 간파했기 때문이 아니다. 저자는 구글 속에 들어가 구글과 함께 생활하고 구글이 바라보는 것을 보았으되 구글의 관점이 아닌 관찰자 시점에서 구글과 변화되는 세상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것이 단순히 객관적인 시점에 그치지 않고, 더 폭넓은 변화의 흐름이라는 테마 속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이 책은 여타의 저서들에 비해 시점이 넓고 스케일이 커보인다, 마치 IT 대하소설처럼.
 
책장을 넘기는 내내 내게 있어서는 전율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그들을 다른 영역의 존재라 여기며 과소평가했던 내 자신이 우스웠고, 한 때 벤처기업을 일으키려 했다가 실패라는 쓴 잔을 맛보았던 내 모습이 그들의 성공신화와 비견되어 쓴웃음이 났으며, 그들을 포함하여 그들과 같은 이들이 가져올 변화가 대다수의 산업 영역,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하니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듯 느껴졌다.
 
물론, 이 변화는 책에서 얘기하듯이 긍정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기존 미디어 업계, 출판업계 등과의 충돌과 갈등,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한 산업계의 지각변동과 기존 매체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해당 업계와 그 밑에 일하고 있는 많은 종사자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자동차가 등장하자 마차가 사라지고, 전화가 등장하여 편지가 몰락하고, TV가 등장하여 라디오가 몰락했듯이 이제 웹으로의 대이동은 기존의 TV, 신문, 책과 같은 미디어들의 몰락을 예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몰락의 전조 앞에서 불평하고 맞서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발빠른 생존전략에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가진 것에 대한 미련이 앞서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이제는 휩쓸려 사장될 운명인 것이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과 웹,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의 시대를 과소평가했던 이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일런지도 모른다.
 
과연, 한국과 한국의 기업들은 구글이, 구글과 같은 이(페이스북은 이미 어떤 면에서 구글을 위협하고 있다)들이 가져오는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 준비가 되어 있을까? 단순히 웹 사이트를 열고, 모바일 앱을 만들며, 디지털 미디어들 만들면 끝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엔지니어들이 좌절하는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엔지니어들만으로 변화를 일구어 낸(물론, 따져보면 비즈니스맨들과 마케팅 전문가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긴 하지만, 구글에서 엔지니어의 비중은 그 어떤 기업보다도 막강하다.) 구글의 신화가, 아니 그보다 못하다 할지라도 그런 형태의 성공과 성장이 과연 가능할까?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여전히 하드웨어적 스펙에 의지하여 대응하려 하는 폰 제조업체(물론, 그들이 단순한 제조사 수준에 그치고 싶기에 그런지는 모르겠으나)나, 수많은 개발자를 중소기업에서 빼내와 대거 채용함으로써 머리수만으로 메우려고 하는 한시적 대응 속에서 과연 한국의 IT는 살아날 수 있을까. 여전히, 과거의 잔영 속에 안주하며 컨텐츠를 독점하려 하는 국내 미디어, 언론들은 과연 구글의 강력한 파장을 얼마나 피해 숨어있을 수 있을까.
 
엘빈 토플러가 예견했던 프로슈머의 시대는 이제 구글의 여는 변화의 세상에 이르러 만개하고, 구글에 의해 조직화되고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제 정보와 지식은 몇몇 기업과 힘있는 이들의 것이 아니다. 구글이 생긴 순간, 정보와 지식의 창고는 이제 대중들에게 열려 인터넷의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열려진 문을 부여 잡고 다시 잠그려는 일에만 집착한다면, 패배하고 사라질 것이다. '정보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절대 원칙은 이제 '사람이 모이는 곳에 정보가 생기고 쌓인다.'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곳을 향하여 구글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진정한 시대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Timebooks, Inc. for Korean Edition  / ⓒ 2009 Ken Auletta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제6회 알라딘 우수리뷰대회 도서별 1위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구글드 Googled - 10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타임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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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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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직히 대중들은 구글이 어떻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한번쯤은 가져봤을 것입니다. 이 책이 그 의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규모의 경제 아래 구글은 분명 협업적 경제구조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터득한 최고의 기업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구글을 중심으로 시대의 패러다임이 집단지성으로 변화 할 것이라는 건 확실히 말 못하겠네요. "구글을 시작으로 변화한다"정도로 여겨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2010.05.07 13: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구글이 시작점이 될지언정 그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될 수 있으면 안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글에 너무 큰 힘(정보)이 주어지는 것이 좀 우려스러운지라... ^^

      2010.05.07 14:10 신고 [ ADDR : EDIT/ DEL ]
  2. 구글도 이젠 공룡이 다 됐죠. 저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구글이 안 그런 척 하면서 야금야금 잠식해가는 듯 한 모습이 좀 그래요. 그들이 문자 그대로 '나쁜 짓'을 하는건 아니지만...

    2010.11.26 09: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구글은 그러한 비즈니스들이 비즈니스적 결정이 아닌, 엔지니어적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기에 스스로 떳떳한 듯 싶어요. 모든 것을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기초 아래에서 판단하는 것이죠. 그래서 스스로에게는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뭐, 아직까지는 그들의 방향이 애플이나 예전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사용자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의 종속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개방을 주창하는 것이긴 하지만, 모든 시스템들이 구글의 방식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면 그것 역시 한 시스템의 종속을 의미하는 것이랄 수도 있지요.

      거기까지 구글이 갈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긴 합니다.

      2010.11.26 09:18 신고 [ ADDR : EDIT/ DEL ]
  3. 구글이 과연 어디까지 갈지 두고봐야죠.

    2010.11.26 11: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lyhka

    구글을 보면서 망조가 슬슬 나타난다는 표현은 상당히 성급한 생각이지만,
    나이트세이버즈 님의 말씀대로 몸집이 굉장히 커졌죠.
    Do not evil이라는 이념은 이미 깨어져버렸고...
    지금은 시장 장악률도 점점 하향세에 접어들었습니다.
    분명 구글은 닷컴열풍이 끝난 이후 가장 성공했고 가장 앞으로 나아갈 길을 확고하게 제시해 줬음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만...
    불어버린 몸집을 주체하지 못할까 걱정스럽습니다.

    2010.11.26 21: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