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 저/스튜디오 본프리 발행
일본의 대표적인 건설기업 마에다 건설이 야심차게 시작한 황당무개 공상과학 현실화 프로젝트의 2탄 '은하철도 999 우주레일을 건설하라(마에다 건설 판타지 영업부 저 / 김영종 역 / 스튜디오 본프리 발행)'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이하 판타지 영업부)는 마에다 건설사가 건설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일반인들에게 마에다 건설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내에서 결성된 일종의 프로젝트 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판타지'라는 프로젝트 팀의 명칭처럼 그들의 방향성은 사뭇 환상적이고 현재로서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미지의 것들에 고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프로젝트 1탄이었던 마징가 Z 지하기지에 이어 이번에는 너무도 유명한 저 은하철도 999의 발차대인 우주레일의 건설을 그 목표로 하고 있군요. (아쉽게도 메텔은 여기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책 중의 등장인물인 B주임 말마따나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군요.)
판타지 영업부의 이 웅대무비(?)한 프로젝트는 사실상 그들의 브랜드/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으로, 실제적인 건설 프로젝트라고 보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습니다. 마에다 건설의 기업 이미지 개선과 홍보가 이 책을 펴낸 원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이 책의 또다른 의의는 브랜드/이미지 마케팅을 위한 홍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진지하고 열정적인 판타지 영업부의 프로젝트 수행자세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결코 대충대충 우주레일 건설이라는 황당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려 하지 않습니다. 실제 건설에 필요한 여러가지 전문지식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그것을 우주레일이라는 상상 속의 건축물에 적용시키려 하지요. 현재의 기술력으로 가능한한 최선의 방법으로 우주레일 건설 프로젝트에 임하는 그들의 진지한 자세는 사뭇 놀랍기까지 합니다. 워낙에 꼼꼼하고 디테일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라지만, 이러한 판타지 영업부의 자세는 단순한 꼼꼼함을 넘어서 꿈을 향한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비록 마케팅을 위한 홍보전략에서 시작했으나 그 과정은 홍보전략 이상의 열정을 품은 듯 느껴지는 것이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딱딱한 서술이 아닌, 판타지 영업부의 팀원들 간의 대화로 풀어나갑니다. 주축이 되는 A부장, B주임, C주임, D직원 외에도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알파벳 이니셜을 통해 등장하는데요. 이러한 이야기 스타일의 전개는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건설 프로젝트 미팅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표현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단순히 건설 프로젝트 미팅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은하철도 999 아니메에 관련된 각종 이야기들과 소소한 유머들을 곁들여 나름의 재미를 부여하려 합니다. 단, 그로 인해 좀 더 아니메 매니아적인 냄새가 풍겨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니메에 관한 관심이 그닥 없는 독자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쉽사리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전문적인 건설 지식도 깊진 않지만 꾸준히 등장하고 있기에 전체적으로 쉽게 이야기를 풀어가려 했다지만, 결국은 꽤 매니아적인 색체를 풍기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 저/스튜디오 본프리 발행
그러나, 언급하고 있는 아니메의 각종 장면이나 등장인물, 그리고 건축과 건설 등에 관한 각종 지식들을 주석과 그림으로 뒷받침하고 있기에 전체적으로는 꽤 친절한 전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상 속의 건축물을 실제로 구현하려 하는 그들의 매니아적인 열정에 동참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굳이 아니메 매니아나 건설지식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읽는 시간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을 겁니다.
불가능한 꿈을 향한 인간들의 열정이 미래를 만들어 온 인간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분명 이 판타지 영업부의 프로젝트는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단순히 자신이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영화의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들을 정말로 현실로 만들어 보려하는 미래지향적인 열정에 대한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지요.
일본인들은 아톰과 건담 같은 로봇 아니메를 통해 로봇에 대한 꿈을 키워왔고, 세계 제일의 로봇 기술을 가진 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온 미국인들이 세계 제일의 우주항공 기술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물론, 미국인들의 이런 우주항공 기술은 냉전시대의 군사력 경쟁도 큰 몫을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상상력을 일깨울 수 있는 컨텐츠가 부족하다고 해서 꿈을 향한 순수한 열정을 잃어버려서는 안될 겁니다.
마징가 Z가 아니면 어떻고, 은하철도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무언가를 꿈을 꾸고 그 무언가를 현실화 하려한다는 의지와 도전정신이 있다면, 우리도 판타지 영업부처럼 비록 황당무개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룰지도 모르는 꿈을 위해 조금씩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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