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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아닌 실제로 벌어질 수일 후부터 수십억년 후의 이야기
책의 이야기에 앞서 질문으로 서두를 시작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어떤 종류의 책을 주로 읽고 있는가. 소설인가 아니면 시집, 또는 수필인가, 경제서나 인문서, 아니면 과학서적인가, 그것도 아니면 잡지나 만화책인가. 만약, 소설이라면 연애소설인가, 추리소설인가, 아니면 대하소설인가. 인문서라면 문학개론인가 철학서인가 아니면 역사서인가.
글쓴이의 경우, 7~8년전부터 독서 취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 사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부끄럽게도 일년에 열권이 체 안되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실 우습기는 하다. 하여간에 -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해주는 책에 더 손이 가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요근래에 와서는 마케팅 개론 같은 경제서나 가벼이 읽을 수 있는 다소 라이트한 인문학 서적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 이 블로그의 Book Cafe 카테고리를 보면 리뷰한 책은 얼마 없지만 대충 주인장의 독서 취향을 아실 수 있으리라 - 마음을 움직이고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수필이나 소설들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책들이라 주로 일컬어지지만, 이렇게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책 역시 독자들에게 지적인 감동을 선사하지 않나 생각된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감동... 이라면 좀 우스운 표현일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이야기할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은 독자들에게 높은 지적 감동을 선사하는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한국어판 책의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무언가 비슷한 데자뷰가 느껴진다. 바로 책이 발간되었던 2007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었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2007)'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이다. 영화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대부분의 인간이 사라져버린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좀비가 되어버린 인간들과 주인공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 영화가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이 사라져 버려 그 기능이 정지된 체 수년이 지난 도시의 풍경을 실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는데, 바로 이 영화 속 도시의 모습이 이 책, 인간없는 세상에서는 더욱 세밀하고 자세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장면과의 절묘한 오버래핑은 책에 대한 흥미와 몰입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하겠다.
책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한다. 우선 어느날 갑자기 온 인류가 지상에서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을 경우, 인간이 남긴 수많은 유산들과 도시가 과연 어떤 식으로 변해가고 사라져가는지를 통해 인류가 남긴 모든 것들의 덧없음을 이야기 하게 된다. 또 하나는 바로 환경주의적인 접근으로, 우리 인류가 무심코 버리고 있는 많은 것들과 별 생각없이 행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종국에는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인류가 만들어낸 합성재질 플라스틱은 강력한 자연의 정화능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동안 지구 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방사능은 그것을 관리할 인류가 사라진 뒤, 지구의 새로운 재앙으로 등장하여 남아있는 많은 생명들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주의적론적인 저자의 접근은 어떤 면에서는 다소 과감한 부분도 있다. 인류가 좀 줄어들어야 지구가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 그것인데, 저자는 이를 '자발적 인류멸종 운동'이라는 독특한 문구로 정의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많은 나라들의 출산장려정책과는 반대되는, 저자의 생각은 확실히 인간보다는 자연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 싶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현재의 지구는 수십억의 인류가 살아가기에는 포화상태에 직면했는지도 모른다. 우주로의 진출 등 SF 소설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현실화 될 때 쯤에야 지구는 숨을 쉴 수 있을까. 어쩌면 현재의 고령화 사회가 십수년 쯤 이어지면 자연스레 인류는 예전에 비해 감소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책의 내용과 함께 글쓴이를 감동시킨 것은 바로 저명한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명성에 어울리는 필력과 치밀한 사전조사라 하겠다. 단 하나의 내용도 단순한 추측과 상상으로 얼버무리지 않고, 정확한 사실과 근거를 스스로 조사하고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저자의 문체는 간결하고 논리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태의 글쓰기와 태도를 본받고 싶어하기에 읽는 내내 상당한 감명을 받기도 했다. 특히 블로거나 기존의 언론인들의 경우, 정확한 사실 근거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체 추측만을 갖고 글을 쓰고 이를 사실인냥 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는데, 이는 분명 지양해야할 자세라 여겨진다.
책에서는 한국의 비무장지대도 잠시 등장한다. 인간이 사라진지 반세기가 넘게 지난 이곳 비무장지대는 말 그대로 저자가 언급한 인간이 사라진 세상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만약, 통일이 된다면 이곳은 또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이 없어진 세상의 모습을 이 책에서 보았다면, 이제 우리는 인간이 없어야 제대로 숨쉴 수 있는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글쓴이의 경우, 7~8년전부터 독서 취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 사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부끄럽게도 일년에 열권이 체 안되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실 우습기는 하다. 하여간에 -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해주는 책에 더 손이 가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요근래에 와서는 마케팅 개론 같은 경제서나 가벼이 읽을 수 있는 다소 라이트한 인문학 서적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 이 블로그의 Book Cafe 카테고리를 보면 리뷰한 책은 얼마 없지만 대충 주인장의 독서 취향을 아실 수 있으리라 - 마음을 움직이고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수필이나 소설들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책들이라 주로 일컬어지지만, 이렇게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책 역시 독자들에게 지적인 감동을 선사하지 않나 생각된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감동... 이라면 좀 우스운 표현일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이야기할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은 독자들에게 높은 지적 감동을 선사하는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한국어판 책의 표지 일러스트를 보고 있으면 무언가 비슷한 데자뷰가 느껴진다. 바로 책이 발간되었던 2007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었던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2007)'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이다. 영화는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대부분의 인간이 사라져버린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바이러스에 의해 좀비가 되어버린 인간들과 주인공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특히, 이 영화가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이 사라져 버려 그 기능이 정지된 체 수년이 지난 도시의 풍경을 실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는데, 바로 이 영화 속 도시의 모습이 이 책, 인간없는 세상에서는 더욱 세밀하고 자세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장면과의 절묘한 오버래핑은 책에 대한 흥미와 몰입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하겠다.
책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한다. 우선 어느날 갑자기 온 인류가 지상에서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을 경우, 인간이 남긴 수많은 유산들과 도시가 과연 어떤 식으로 변해가고 사라져가는지를 통해 인류가 남긴 모든 것들의 덧없음을 이야기 하게 된다. 또 하나는 바로 환경주의적인 접근으로, 우리 인류가 무심코 버리고 있는 많은 것들과 별 생각없이 행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종국에는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인류가 만들어낸 합성재질 플라스틱은 강력한 자연의 정화능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동안 지구 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방사능은 그것을 관리할 인류가 사라진 뒤, 지구의 새로운 재앙으로 등장하여 남아있는 많은 생명들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주의적론적인 저자의 접근은 어떤 면에서는 다소 과감한 부분도 있다. 인류가 좀 줄어들어야 지구가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 그것인데, 저자는 이를 '자발적 인류멸종 운동'이라는 독특한 문구로 정의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많은 나라들의 출산장려정책과는 반대되는, 저자의 생각은 확실히 인간보다는 자연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 싶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현재의 지구는 수십억의 인류가 살아가기에는 포화상태에 직면했는지도 모른다. 우주로의 진출 등 SF 소설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현실화 될 때 쯤에야 지구는 숨을 쉴 수 있을까. 어쩌면 현재의 고령화 사회가 십수년 쯤 이어지면 자연스레 인류는 예전에 비해 감소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책의 내용과 함께 글쓴이를 감동시킨 것은 바로 저명한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명성에 어울리는 필력과 치밀한 사전조사라 하겠다. 단 하나의 내용도 단순한 추측과 상상으로 얼버무리지 않고, 정확한 사실과 근거를 스스로 조사하고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저자의 문체는 간결하고 논리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태의 글쓰기와 태도를 본받고 싶어하기에 읽는 내내 상당한 감명을 받기도 했다. 특히 블로거나 기존의 언론인들의 경우, 정확한 사실 근거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체 추측만을 갖고 글을 쓰고 이를 사실인냥 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는데, 이는 분명 지양해야할 자세라 여겨진다.
책에서는 한국의 비무장지대도 잠시 등장한다. 인간이 사라진지 반세기가 넘게 지난 이곳 비무장지대는 말 그대로 저자가 언급한 인간이 사라진 세상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만약, 통일이 된다면 이곳은 또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이 없어진 세상의 모습을 이 책에서 보았다면, 이제 우리는 인간이 없어야 제대로 숨쉴 수 있는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lan Weisman / ⓒ 랜덤하우스 코리아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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