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작가인 코토부키 츠카사는 만화가 겸 애니메이터이자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인물로,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이전에 '가자, 가자, 우리들의 V 건담'이라는 코믹스를 이미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연재한 경력이 있습니다. 다만 개그물로 분류되는 우리들의 V 건담과 달리 이번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는 드라마적 구도가 돋보이는 성인취향의 코믹스로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코토부키는 코믹스 외에도 'VS 기사 라무네&40염(1996)', '아키하바라 전뇌조(1998)' 등의 캐릭터 디자인을 거쳐 '슈퍼로봇대전 OG - 디 인스펙터(2010)'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기도 했죠. 이런 작품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는 작가의 성향과는 좀 다른 느낌의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굉장히 뛰어난 필력은 아니지만 펜 터치는 깔끔하고 정교합니다. 초기 기획단계에서는 카이 시덴의 시점으로 바라본 그리프스 전쟁 당시의 아무로 레이라는 플롯이었으나, 아무로나 샤아와 같은 거물급 캐릭터를 소재로 한 코믹스에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던 선라이즈 측의 제안으로 카이 시덴을 주인공으로 하는 별개의 이야기로 방향이 조정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덕분에 제타 건담 때만해도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던 카이가 주인공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됩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어떤 사건과 인물이 있고, 그 현장에 카이 시덴이 등장하여 사건을 바라보는 형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전체의 에피소드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하나하나의 단막극과 같은 성격을 띄고 있는 셈이죠.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의 이야기를 베이스로 이야기 사이사이 비어있는 작은 틈새에 카이 시덴의 눈으로 바라본 사건을 끼워넣는다는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TV 시리즈에서 굳이 하지 않았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이런 식으로 구성한 것은 나름 괜찮은 선택이라 보이는군요.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작가와 담당자의 후일담이 등장합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코너(?)네요. 이 작품, 또는 에피소드에 대한 작가의 의도나 관련 에피소드들이 인터뷰 형태로 쓰여져 마니아들에게는 나름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뒤의 삽입 그림 때문에 가독성은 다소 떨어지는군요.
제타 건담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자브로에 붙잡힌 카이와 레코아의 상황을 감방 안 카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에피소드. 모든 에피소드는 제타 건담에서 벌어졌던 중요한 에피소드 직전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에 카이 시덴이 관련되어 이야기를 끌어가게 됩니다. 다만 사건 중심이라기보다는 대화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어서 건담을 소재로 한 작품임에도 모빌슈트 전투라든지 우주 함대전과 같은 장면들은 볼 수가 없는 것이 이 코믹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바꿔 말하면 건담의 세계, 특히 우주세기의 세계관을 잘 모르는 캐쥬얼한 팬들에게는 생각 외로 지루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겠네요.
엘로스가 제타 건담에서 가장 이뻐(?)했던 히로인 벨토치카 일마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아무로 레이와 만나기 전 카이 시덴과 대화를 나누는 에피소드입니다.
모빌슈트 등장 장면이 거의 없는 이 코믹스이지만 에피소드 4에서는 제법 많은 수의 모빌슈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메카닉 디자인도 가능한 작가이기에 모빌슈트의 묘사도 준수한 편이네요.
에피소드 6편과 7편은 샤아 아즈나블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샤아가 직접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붙잡힌 카이 시덴과 티탄즈의 인물들과의 대화가 중심인 에피소드이죠. 샤아 아즈나블은 그저 이 에피소드의 주요 소재라고나 할까요. 에피소드별 챕터 제목은 이렇게 카이 시덴이 각 에피소드에서 대화를 하거나 소재로 삼는 인물들의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믹스의 끝부분에는 재미있게도 카이 시덴의 성우를 맡았던 후루카와 토시오 씨와 작가와의 대화가 실려 있습니다. 에피소드 별 담당자와의 인터뷰와 달리 이 부분은 책의 전반적인 의도와 주인공인 카이 시덴, 그리고 건담에 대한 작가와 성우의 대화들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확실히 팬 서비스적 느낌이 강한 부분으로, 왠만한 팬덤을 형성한 작품이 아니고서야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도 하겠습니다. 라이트하게 건담을 즐기는 팬들에게는 다소 부담 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겠군요.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는 확실히 대중적인 작품은 아닙니다. '아, 이런 작품도 있구나, 독특하네' 정도의 뉘앙스를 가지는 다소 마이너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지요. 텍스트의 양이 꽤 많고 전반적으로 대화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품이라 몰입도는 다소 떨어지고, 사건 자체도 본편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임팩트 있는 사건들을 이야기 소재로 삼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소소하면서도 제법 깊이 있고, 의외로 독특한 맛을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건담의 팬들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를 주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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