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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정받기는 했으나 딱히 리뷰 요청을 받고 쓰는 서평은 아닙니다.
아니메 60년사를 덕력 만렙의 시점으로 바라본 바이블
ⓒ 만보 · 스튜디오 본프리
작년 8월 즈음에 지인이신 캅셀(CAPSULE 블로그)님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안부 인사를 가장한 한 가지 부탁이었는데요. 무려, 만보(Habest Days)님과 함께 진행 중이신 애니메이션 입문 서적에서 소개할 작품 리스트의 선정에 제 의견을 물어보시는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좁은 소견을 적어 보냈으나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도 들리지 않더군요. 그렇게 저도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그 때의 일은 완전히 잊어버린체 지내다가 무려 1년 2개월 만에 캅셀님으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어졌던 책이 마침내 출간을 앞두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작품 리스트에 뭔가 의견을 드렸다는 기억이 스물스물...
이렇게 잊고 지내던 만보님의 신간 <애니 보기의 정석>이 2015년 12월 8일 마침내 발간되었습니다. 캅셀님께서 제게 추천사를 써달라고까지 하셔서 염치불구하고 몇 자 적었는데. 특히 이 바닥에서 나름의 포스를 갖추신 분들의 추천사와 함께 제 글이 실린 기분이란 뭐랄까...
이 책 애니 보기의 정석 표지에서도 언급되는 덕력에 있어서 사실 저는 추천사를 쓰신 분들이나 저자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많이 모자란 블로거입니다. 만화영화 블로거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 블로그의 글들은 제가 이제까지 쌓아온 덕력의 흔적이 아닌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조사하고 정리한 발자취입니다. 저 자신이 한국의 아니메 1세대(그냥 무늬만)로서 오랫동안 만화영화를 보아왔고, 실제로 제 친구들 중에는 제법 깊은 덕력을 가진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저만의 기준(?)에 의해 일반인의 시점을 유지하면서 마니아적인 취미를 즐겨왔었지요.
그래서랄까,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덕력 테스트에서 제 덕력은 상급에 못미치는 중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보님의 말마따나 오덕인과 취미인의 경계에 선 셈인데요. 이런 이유로 제가 이 책의 출간 초기 추천했던 작품 리스트나, 이제부터 이야기할 이 책에 대한 감상평은 모두 이 취미인과 오덕인의 경계에서의 관점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의 구성은 일단 독특합니다. 표지부터 뭔가 수험서나 참고서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기획 자체가 만렙 덕력의 고수가 오덕후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족집게 강의를 컨셉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덕력 레벨 테스트도 그러한 기획의도의 하나이겠죠. 참고서 컨셉 외에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컨셉은 모바일 세대를 타겟으로 삼은 태블릿 스타일의 페이지 디자인입니다. 마치 태블릿 PC에서 일본 아니메 입문을 위한 전자책을 보는 듯한 컨셉이 애니 보기 정석의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eBook으로 출간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형식적인 특색보다 이 책을 더 특색있게 보이게 하는 것은 책의 내용 입니다. 특히, 선별된 작품 리스트가 그러한데요. 우리가 흔히들 명작 아니메로 많이 알고 있는 작품 외에도 상당히 레어한 작품들이 언급되고 있으며,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스테디 셀러가 등장하지만 최신 아니메들도 그에 못지 않은 비중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보통 아니메 관련 책이 나온다면 소개하는 작품들은 명작 아니메나 스테디 셀러,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 일반적인데, 이 책은 한정된 페이지 속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독자들을 압도합니다. 이는 저자의 아니메 감상폭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각 작품에 대한 저자의 소개는 한마디로 DVD나 블루레이 타이틀의 작품 소개를 연상시킵니다. 즉, 평론가가 한 작품에 대한 소개를 팬들에게 들려주는 형태라고 할까요. 이런 점에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작품조차 좀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묘미가 있습니다. 반면, 처음 아니메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난해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니 보기의 정석은 아니메의 세계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 포커싱이 맞춰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선정에 대한 시각도 독특합니다. 예를 들어 건담 하면 다들 떠올릴만한 79년작 <기동전사 건담>이나 85년작 <기동전사 제타 건담>, 2002년작 <기동전사 건담 SEED>와 같은 작품들이 아닌, <기동전사 건담 포켓 속의 전쟁>이나 <턴 에이 건담>을 소개한 점은 그 시리즈만으로도 책 몇 권을 쓸 수 있는 방대한 건담 월드에서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작품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작품들을 언급함으로써 이 책만의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래서랄까 애니 보기의 정석은 아니메 좀 본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리스트가 가득합니다. 올드 팬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신기한 신작들이, 신규 팬들에게는 듣도 보도 못했던 과거의 명작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죠. (초창기 선정된 작품 리스트에는 레어한 작품들이 더 많았었던 것 같은데 그나마 많이 완화된 것 같네요)
책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의 스틸을 QR 코드를 통해 동영상 소개로 대체한 것은 독자들을 감안한 저자와 출판사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작품의 스틸을 책에 넣었더라면 지면의 증가와 제작비 상승 등 여러 제작 상의 난항이 있었겠죠. 텍스트 만으로도 500페이지가 넘는 책에 부여되는 부담을 모바일 세대의 취향에 맞는 방법으로 풀어낸 부분은 나쁜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의 세대보다 지금의 세대는 분명 일본 문화나 아니메에 개방적입니다. 10대의 경우 저희 때보다 훨씬 많은 아니메들을 감상하고, 그 문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살고 있지요. 아마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꽤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거의 모든 아니메를 망라해온 저자의 노하우가 책에 스며들어 작품을 고르는 혜안을 키우는데 이만한 책은 없을 것 같군요. 책을 정독하겠다는 자세보다는 틈틈히 골라서 챙겨보는 것이 이 책을 대하는 더 올바른 자세일 것 같습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은 교과서보다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책이니까요.
☞ 취미지만 취미이니까 재미있게 by 만보
☞ 오덕후라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 애니 보기의 정석(만보) by 캅셀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만보 · 스튜디오 본프리에게 있습니다.
부랴부랴 좁은 소견을 적어 보냈으나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도 들리지 않더군요. 그렇게 저도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그 때의 일은 완전히 잊어버린체 지내다가 무려 1년 2개월 만에 캅셀님으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어졌던 책이 마침내 출간을 앞두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작품 리스트에 뭔가 의견을 드렸다는 기억이 스물스물...
이렇게 잊고 지내던 만보님의 신간 <애니 보기의 정석>이 2015년 12월 8일 마침내 발간되었습니다. 캅셀님께서 제게 추천사를 써달라고까지 하셔서 염치불구하고 몇 자 적었는데. 특히 이 바닥에서 나름의 포스를 갖추신 분들의 추천사와 함께 제 글이 실린 기분이란 뭐랄까...
이 책 애니 보기의 정석 표지에서도 언급되는 덕력에 있어서 사실 저는 추천사를 쓰신 분들이나 저자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많이 모자란 블로거입니다. 만화영화 블로거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 블로그의 글들은 제가 이제까지 쌓아온 덕력의 흔적이 아닌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조사하고 정리한 발자취입니다. 저 자신이 한국의 아니메 1세대(그냥 무늬만)로서 오랫동안 만화영화를 보아왔고, 실제로 제 친구들 중에는 제법 깊은 덕력을 가진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저만의 기준(?)에 의해 일반인의 시점을 유지하면서 마니아적인 취미를 즐겨왔었지요.
그래서랄까,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덕력 테스트에서 제 덕력은 상급에 못미치는 중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보님의 말마따나 오덕인과 취미인의 경계에 선 셈인데요. 이런 이유로 제가 이 책의 출간 초기 추천했던 작품 리스트나, 이제부터 이야기할 이 책에 대한 감상평은 모두 이 취미인과 오덕인의 경계에서의 관점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의 구성은 일단 독특합니다. 표지부터 뭔가 수험서나 참고서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기획 자체가 만렙 덕력의 고수가 오덕후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족집게 강의를 컨셉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덕력 레벨 테스트도 그러한 기획의도의 하나이겠죠. 참고서 컨셉 외에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컨셉은 모바일 세대를 타겟으로 삼은 태블릿 스타일의 페이지 디자인입니다. 마치 태블릿 PC에서 일본 아니메 입문을 위한 전자책을 보는 듯한 컨셉이 애니 보기 정석의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eBook으로 출간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형식적인 특색보다 이 책을 더 특색있게 보이게 하는 것은 책의 내용 입니다. 특히, 선별된 작품 리스트가 그러한데요. 우리가 흔히들 명작 아니메로 많이 알고 있는 작품 외에도 상당히 레어한 작품들이 언급되고 있으며,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스테디 셀러가 등장하지만 최신 아니메들도 그에 못지 않은 비중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보통 아니메 관련 책이 나온다면 소개하는 작품들은 명작 아니메나 스테디 셀러,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 일반적인데, 이 책은 한정된 페이지 속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독자들을 압도합니다. 이는 저자의 아니메 감상폭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각 작품에 대한 저자의 소개는 한마디로 DVD나 블루레이 타이틀의 작품 소개를 연상시킵니다. 즉, 평론가가 한 작품에 대한 소개를 팬들에게 들려주는 형태라고 할까요. 이런 점에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작품조차 좀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묘미가 있습니다. 반면, 처음 아니메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난해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니 보기의 정석은 아니메의 세계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 포커싱이 맞춰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선정에 대한 시각도 독특합니다. 예를 들어 건담 하면 다들 떠올릴만한 79년작 <기동전사 건담>이나 85년작 <기동전사 제타 건담>, 2002년작 <기동전사 건담 SEED>와 같은 작품들이 아닌, <기동전사 건담 포켓 속의 전쟁>이나 <턴 에이 건담>을 소개한 점은 그 시리즈만으로도 책 몇 권을 쓸 수 있는 방대한 건담 월드에서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작품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작품들을 언급함으로써 이 책만의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래서랄까 애니 보기의 정석은 아니메 좀 본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리스트가 가득합니다. 올드 팬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신기한 신작들이, 신규 팬들에게는 듣도 보도 못했던 과거의 명작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죠. (초창기 선정된 작품 리스트에는 레어한 작품들이 더 많았었던 것 같은데 그나마 많이 완화된 것 같네요)
책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의 스틸을 QR 코드를 통해 동영상 소개로 대체한 것은 독자들을 감안한 저자와 출판사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작품의 스틸을 책에 넣었더라면 지면의 증가와 제작비 상승 등 여러 제작 상의 난항이 있었겠죠. 텍스트 만으로도 500페이지가 넘는 책에 부여되는 부담을 모바일 세대의 취향에 맞는 방법으로 풀어낸 부분은 나쁜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의 세대보다 지금의 세대는 분명 일본 문화나 아니메에 개방적입니다. 10대의 경우 저희 때보다 훨씬 많은 아니메들을 감상하고, 그 문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살고 있지요. 아마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꽤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거의 모든 아니메를 망라해온 저자의 노하우가 책에 스며들어 작품을 고르는 혜안을 키우는데 이만한 책은 없을 것 같군요. 책을 정독하겠다는 자세보다는 틈틈히 골라서 챙겨보는 것이 이 책을 대하는 더 올바른 자세일 것 같습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은 교과서보다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책이니까요.
☞ 취미지만 취미이니까 재미있게 by 만보
☞ 오덕후라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 애니 보기의 정석(만보) by 캅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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