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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의 사실적인 묘사와 미스터리한 탐정들과의 멋진 만남
ⓒ 2007 Guillermo Schavelzon & Asociados, Agencia Literaira / ⓒ 2010 Daekyo Publishing for Korean Translation
어렷을 적 탐정을 향한 동경은 아이들(특히 소년들)의 단골 꿈 중의 하나였다. 코난 도일의 전설적인 명탐정 셔얼록 홈즈부터 모리스 르블랑의 신출귀몰한 괴도 아르센 뤼팡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유머스러운 땅딸보 탐정 에르큘 포와로, G.K.체스터튼의 온화하고 합리적인 브라운 신부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미스터리를 향한 그들의 모험 이야기는 언제나 아이들을 지적 만족감과 스릴넘치는 모험의 세계로 인도하곤 했다. 어린 시절 이들의 멋진 이야기에 매혹된 아이들 중 탐정을 꿈꾸지 않은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늘 이야기할 파블로 데 산체스의 또 하나의 미스터리 이야기 '파리의 수수께끼'는 바로 이러한 동경과 선망의 대상인 탐정의 이야기가 아닌, 그날의 우리들처럼 탐정을 동경하던 한 젊은 청년의 입장에서 바라본 미스터리 모험 이야기이다.
탐정의 관점이 아닌, 조수(여기서는 아들라테레라 부른다)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 이야기는 얼핏 보았을 때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라 하겠다. 탐정의 수사과정을 바라보는 그의 조수라는 점에서는 얼핏 코난 도일의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지만 실제로 주인공은 조수인 아르헨티나 출신의 구두가게 청년 시그문도 살바토리오인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중반부의 전개까지는 주인공 살바토리오가 탐정의 수사활동에 큰 도움을 미치는 비중있는 조역 정도가 아닐까 느껴진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우리의 예상이 거의 틀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결말은 드라마틱하게 흘러간다. 소설 속의 명탐정은 모두 이야기를 빛나게 하기 위한 조연에 불과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이야기는 결말로 향하고, 살바트리오의 이야기도 예상치 못한 형태로 마무리 된다. 평범한 주인공이 그토록 바라던 탐정의 세계에 몸을 담게 되는 이야기는 이전까지의 미스테리와는 또 다른 맛을 독자에게 선사하게 된다. (사실, 이 결말은 서두에 살바트리오의 독백부분에서 어느 정도 암시되어 있기는 하다.)
살바트리오의 출신과 직업은 이 작품에서 나름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다. 애초에 미스터리라는 고도의 지적 모험에 평범한 구두수선공의 아들이라는 주인공의 정체성 그다지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주인공이 동경하던 탐정 크라이그의 조수 수련생 모집에 응시하는 서두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이 모험에 어울리는 인물로 성장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된다. 평범하고 소박한 청년에서 예리하고 날카로운 탐정의 아들라테레로의 성장을 말이다. 이러한 전개는 확실히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모습이며, 동시에 참신한 매력을 부여한다. 언제나 완성된 존재인 탐정, 또는 탐정에 준하는 누군가가 완벽한 미스테리와 심오한 수수께끼에 직면하여 특유의 직감과 천재적인 사고력, 그리고 날카로운 관찰력과 천운으로 인해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테리의 세계에서 성장 가능성을 내포한 주인공의 등장은 많은 기대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가져다 준다. 즉, 서툰 주인공의 행보가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이야기는 살바트리오의 활약상보다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십이탐정들과 그에 얽힌 미스테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즉, 실제 이야기가 상에서는 살바트리오가 주인공이지만 사건을 풀어가고 해결하는 주체는 결국 십이탐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만큼 살바트리오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보다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약간 뒤쳐진 위치에서 움직이게 된다. 물론, 살바트리오의 독자적인 움직임과 시각이 이야기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서는 결국 십이탐정들에게로 관심이 쏠린다고나 할까. 특히, 작가가 창조해낸 이들 십이탐정의 설정은 상당히 매력적인 것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에 이르는 여러 나라의 명탐정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의 모습은 그들의 열렬한 팬이었던 살바트리오의 설레임만큼이나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한 매력을 선사해주고 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벌어진 미스테리 연쇄 살인이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하고 말이다.
명탐정들의 모임 속에는 연쇄 살인사건만큼이나 어둡고 묘한 긴장감과 적의가 내재하고 있다. 사실 초반부의 크라이그 탐정의 이야기부터 사건의 전조를 알리는 다르봉 탐정의 죽음과 사건을 뒤쫓는 아르자키 탐정들의 과거사, 서로에게 적의를 가진 로슨과 카스텔베티아 탐정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작품은 주 사건인 연쇄 살인사건 외에도 탐정들의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갈등을 풀어놓고 있다. 꽤 산만할 법한 이 이야기가 중심을 잃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은 이야기가 연쇄살인 사건보다는 십이탐정과 그들 아들라테레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지만 연쇄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과정이 주요 테마가 아닌, 십이탐정과 아들라테레의 갈등과 숨겨진 이야기가 테마가 되고 있다.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탐정들의 과거와 현재에 얽힌 이야기라는 다소 드라마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은 흥미진진하고 궁금중을 유발한다. 이 점에서는 작가의 필력을 칭송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살인 사건보다도 주변 인물들 간의 얽혀진 과거와 관계가 살바트리오의 행보 중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추리소설로는 색다른 형식과 매력을 보여준다.
에펠탑이 건축 중이던 19세기말엽의 프랑스와 만국박람회와 같은 당대의 이슈들을 완벽하게 묘사한 필력 역시 놀랍다. 미스테리이면서도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장면구성과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19세기 말의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 준다. 역자가 마치 백화점과 같은 구성이다고 표현한 이러한 작품에서 과연 사건의 추리라는 추리소설 본연의 테마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사건의 해결은 클라이막스에 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마지막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해 낸다.
물론, 사건의 복잡함은 다른 추리소설에 비하면 난해하지 않고 평이한 편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부분을 상쇄할만큼의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보여준다. 조금은 색다른 느낌의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파리의 수수께끼는 기대 이상의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탐정의 관점이 아닌, 조수(여기서는 아들라테레라 부른다)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 이야기는 얼핏 보았을 때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이야기라 하겠다. 탐정의 수사과정을 바라보는 그의 조수라는 점에서는 얼핏 코난 도일의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지만 실제로 주인공은 조수인 아르헨티나 출신의 구두가게 청년 시그문도 살바토리오인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중반부의 전개까지는 주인공 살바토리오가 탐정의 수사활동에 큰 도움을 미치는 비중있는 조역 정도가 아닐까 느껴진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우리의 예상이 거의 틀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결말은 드라마틱하게 흘러간다. 소설 속의 명탐정은 모두 이야기를 빛나게 하기 위한 조연에 불과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이야기는 결말로 향하고, 살바트리오의 이야기도 예상치 못한 형태로 마무리 된다. 평범한 주인공이 그토록 바라던 탐정의 세계에 몸을 담게 되는 이야기는 이전까지의 미스테리와는 또 다른 맛을 독자에게 선사하게 된다. (사실, 이 결말은 서두에 살바트리오의 독백부분에서 어느 정도 암시되어 있기는 하다.)
살바트리오의 출신과 직업은 이 작품에서 나름 중요한 설정이기도 하다. 애초에 미스터리라는 고도의 지적 모험에 평범한 구두수선공의 아들이라는 주인공의 정체성 그다지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주인공이 동경하던 탐정 크라이그의 조수 수련생 모집에 응시하는 서두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이 모험에 어울리는 인물로 성장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된다. 평범하고 소박한 청년에서 예리하고 날카로운 탐정의 아들라테레로의 성장을 말이다. 이러한 전개는 확실히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모습이며, 동시에 참신한 매력을 부여한다. 언제나 완성된 존재인 탐정, 또는 탐정에 준하는 누군가가 완벽한 미스테리와 심오한 수수께끼에 직면하여 특유의 직감과 천재적인 사고력, 그리고 날카로운 관찰력과 천운으로 인해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테리의 세계에서 성장 가능성을 내포한 주인공의 등장은 많은 기대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가져다 준다. 즉, 서툰 주인공의 행보가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이야기는 살바트리오의 활약상보다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십이탐정들과 그에 얽힌 미스테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즉, 실제 이야기가 상에서는 살바트리오가 주인공이지만 사건을 풀어가고 해결하는 주체는 결국 십이탐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만큼 살바트리오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보다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약간 뒤쳐진 위치에서 움직이게 된다. 물론, 살바트리오의 독자적인 움직임과 시각이 이야기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서는 결국 십이탐정들에게로 관심이 쏠린다고나 할까. 특히, 작가가 창조해낸 이들 십이탐정의 설정은 상당히 매력적인 것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에 이르는 여러 나라의 명탐정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의 모습은 그들의 열렬한 팬이었던 살바트리오의 설레임만큼이나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한 매력을 선사해주고 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벌어진 미스테리 연쇄 살인이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하고 말이다.
명탐정들의 모임 속에는 연쇄 살인사건만큼이나 어둡고 묘한 긴장감과 적의가 내재하고 있다. 사실 초반부의 크라이그 탐정의 이야기부터 사건의 전조를 알리는 다르봉 탐정의 죽음과 사건을 뒤쫓는 아르자키 탐정들의 과거사, 서로에게 적의를 가진 로슨과 카스텔베티아 탐정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작품은 주 사건인 연쇄 살인사건 외에도 탐정들의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갈등을 풀어놓고 있다. 꽤 산만할 법한 이 이야기가 중심을 잃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은 이야기가 연쇄살인 사건보다는 십이탐정과 그들 아들라테레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지만 연쇄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과정이 주요 테마가 아닌, 십이탐정과 아들라테레의 갈등과 숨겨진 이야기가 테마가 되고 있다.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탐정들의 과거와 현재에 얽힌 이야기라는 다소 드라마적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은 흥미진진하고 궁금중을 유발한다. 이 점에서는 작가의 필력을 칭송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살인 사건보다도 주변 인물들 간의 얽혀진 과거와 관계가 살바트리오의 행보 중에 드러나는 이야기는 추리소설로는 색다른 형식과 매력을 보여준다.
에펠탑이 건축 중이던 19세기말엽의 프랑스와 만국박람회와 같은 당대의 이슈들을 완벽하게 묘사한 필력 역시 놀랍다. 미스테리이면서도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장면구성과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19세기 말의 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 준다. 역자가 마치 백화점과 같은 구성이다고 표현한 이러한 작품에서 과연 사건의 추리라는 추리소설 본연의 테마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사건의 해결은 클라이막스에 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마지막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해 낸다.
물론, 사건의 복잡함은 다른 추리소설에 비하면 난해하지 않고 평이한 편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부분을 상쇄할만큼의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를 보여준다. 조금은 색다른 느낌의 추리소설을 원한다면, 파리의 수수께끼는 기대 이상의 독특한 매력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7 Guillermo Schavelzon & Asociados, Agencia Literaira / ⓒ 2010 Daekyo Publishing for Korean Translation 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위드블로그 캠페인 우수 리뷰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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