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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정받기는 했으나 딱히 리뷰 요청을 받고 쓰는 서평은 아닙니다. 

아니메 60년사를 덕력 만렙의 시점으로 바라본 바이블

ⓒ 만보 · 스튜디오 본프리

년 8월 즈음에 지인이신 캅셀(CAPSULE 블로그)님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안부 인사를 가장한 한 가지 부탁이었는데요. 무려, 만보(Habest Days)님과 함께 진행 중이신 애니메이션 입문 서적에서 소개할 작품 리스트의 선정에 제 의견을 물어보시는 것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좁은 소견을 적어 보냈으나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도 들리지 않더군요. 그렇게 저도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그 때의 일은 완전히 잊어버린체 지내다가 무려 1년 2개월 만에 캅셀님으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루어졌던 책이 마침내 출간을 앞두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작품 리스트에 뭔가 의견을 드렸다는 기억이 스물스물...

이렇게 잊고 지내던 만보님의 신간 <애니 보기의 정석>이 2015년 12월 8일 마침내 발간되었습니다. 캅셀님께서 제게 추천사를 써달라고까지 하셔서 염치불구하고 몇 자 적었는데. 특히 이 바닥에서 나름의 포스를 갖추신 분들의 추천사와 함께 제 글이 실린 기분이란 뭐랄까...

이 책 애니 보기의 정석 표지에서도 언급되는 덕력에 있어서 사실 저는 추천사를 쓰신 분들이나 저자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많이 모자란 블로거입니다. 만화영화 블로거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 블로그의 글들은 제가 이제까지 쌓아온 덕력의 흔적이 아닌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조사하고 정리한 발자취입니다. 저 자신이 한국의 아니메 1세대(그냥 무늬만)로서 오랫동안 만화영화를 보아왔고, 실제로 제 친구들 중에는 제법 깊은 덕력을 가진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저만의 기준(?)에 의해 일반인의 시점을 유지하면서 마니아적인 취미를 즐겨왔었지요.


그래서랄까,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덕력 테스트에서 제 덕력은 상급에 못미치는 중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보님의 말마따나 오덕인과 취미인의 경계에 선 셈인데요. 이런 이유로 제가 이 책의 출간 초기 추천했던 작품 리스트나, 이제부터 이야기할 이 책에 대한 감상평은 모두 이 취미인과 오덕인의 경계에서의 관점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의 구성은 일단 독특합니다. 표지부터 뭔가 수험서나 참고서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기획 자체가 만렙 덕력의 고수가 오덕후에 입문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족집게 강의를 컨셉으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덕력 레벨 테스트도 그러한 기획의도의 하나이겠죠. 참고서 컨셉 외에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컨셉은 모바일 세대를 타겟으로 삼은 태블릿 스타일의 페이지 디자인입니다. 마치 태블릿 PC에서 일본 아니메 입문을 위한 전자책을 보는 듯한 컨셉이 애니 보기 정석의 또 하나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eBook으로 출간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형식적인 특색보다 이 책을 더 특색있게 보이게 하는 것은 책의 내용 입니다. 특히, 선별된 작품 리스트가 그러한데요. 우리가 흔히들 명작 아니메로 많이 알고 있는 작품 외에도 상당히 레어한 작품들이 언급되고 있으며,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스테디 셀러가 등장하지만 최신 아니메들도 그에 못지 않은 비중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보통 아니메 관련 책이 나온다면 소개하는 작품들은 명작 아니메나 스테디 셀러,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 일반적인데, 이 책은 한정된 페이지 속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독자들을 압도합니다. 이는 저자의 아니메 감상폭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각 작품에 대한 저자의 소개는 한마디로 DVD나 블루레이 타이틀의 작품 소개를 연상시킵니다. 즉, 평론가가 한 작품에 대한 소개를 팬들에게 들려주는 형태라고 할까요. 이런 점에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작품조차 좀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묘미가 있습니다. 반면, 처음 아니메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난해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애니 보기의 정석은 아니메의 세계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 포커싱이 맞춰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선정에 대한 시각도 독특합니다. 예를 들어 건담 하면 다들 떠올릴만한 79년작 <기동전사 건담>이나 85년작 <기동전사 제타 건담>, 2002년작 <기동전사 건담 SEED>와 같은 작품들이 아닌, <기동전사 건담 포켓 속의 전쟁>이나 <턴 에이 건담>을 소개한 점은 그 시리즈만으로도 책 몇 권을 쓸 수 있는 방대한 건담 월드에서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작품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작품들을 언급함으로써 이 책만의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래서랄까 애니 보기의 정석은 아니메 좀 본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리스트가 가득합니다. 올드 팬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신기한 신작들이, 신규 팬들에게는 듣도 보도 못했던 과거의 명작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죠. (초창기 선정된 작품 리스트에는 레어한 작품들이 더 많았었던 것 같은데 그나마 많이 완화된 것 같네요)

책에서 볼 수 없는 작품의 스틸을 QR 코드를 통해 동영상 소개로 대체한 것은 독자들을 감안한 저자와 출판사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작품의 스틸을 책에 넣었더라면 지면의 증가와 제작비 상승 등 여러 제작 상의 난항이 있었겠죠. 텍스트 만으로도 500페이지가 넘는 책에 부여되는 부담을 모바일 세대의 취향에 맞는 방법으로 풀어낸 부분은 나쁜 선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의 세대보다 지금의 세대는 분명 일본 문화나 아니메에 개방적입니다. 10대의 경우 저희 때보다 훨씬 많은 아니메들을 감상하고, 그 문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살고 있지요. 아마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꽤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거의 모든 아니메를 망라해온 저자의 노하우가 책에 스며들어 작품을 고르는 혜안을 키우는데 이만한 책은 없을 것 같군요. 책을 정독하겠다는 자세보다는 틈틈히 골라서 챙겨보는 것이 이 책을 대하는 더 올바른 자세일 것 같습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은 교과서보다는 레퍼런스에 가까운 책이니까요.

☞ 취미지만 취미이니까 재미있게 by 만보
☞ 오덕후라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 애니 보기의 정석(만보) by 캅셀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만보 · 스튜디오 본프리에게 있습니다.

애니 보기의 정석 - 8점
만보 지음/스튜디오본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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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1992), 美少女戦士セーラームーン / Sailor Moon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원작: 타케우치 나오코(武内直子)
◈ 감독: 사토 쥰이치(佐藤順一)
◈ 시리즈 구성/각본: 토미타 스케히로(富田祐弘) / 야나가와 시게루(柳川茂), 스미사와 카쯔유키(隅沢克之) 외
◈ 스토리보드/연출: 사토 쥰이치, 이쿠하라 쿠니히코(幾原邦彦), 이가라시 타쿠야(五十嵐卓哉), 코사카 하루네(小坂春女)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다노 카츠코(只野和子)
◈ 작화감독: 타다노 카츠코, 안도 마사히로(安藤正浩), 이토 이쿠코(伊藤郁子), 카가와 히사시(香川久) 외
◈ 미술디자인/미술감독: 무쿠오 다카무라(椋尾篁) / 쿠보타 타다오(窪田忠雄)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有澤孝紀) / DALI, 高松美砂絵(사쿠라 사쿠라), 하시모토 우시오(橋本潮), 애플 파이(アップルパイ)
◈ 기획: 이즈마 이리야(東伊里弥), 오오타 켄지(太田賢司)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2.03.07 ~ 1993.02.27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4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츠키노 우사기는 15살의 덜렁거리는 울보 여중생. 언제나처럼 지각으로 급하게 등교하던 우사기는 동네 꼬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한 고양이를 구해주게 된다. 우사기가 고양이의 머리에 붙은 밴드를 띄어내자, 초승달 모양의 문양이 드러나면서 고양이의 분위기가 돌변한다. 뭔가 묘한 분위기를 느끼던 우사기는 지각 때문에 학교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한편, 다크 킹덤의 여왕 퀸 베릴은 염원하는 환상의 은수정을 찾아올 것을 명하면서, 그 사이 인간들의 에너지를 모아오라는 임무를 부하들에게 내린다. 다크 킹덤의 사천왕 중 한 명인 제다이트가 퀸 베릴의 명을 받들어, 그의 수하인 몰가로 하여금 우사기의 친구 나루의 엄마로 변장하여 보석가게의 세일로 여성고객들을 유인하게 된다. 보석을 통해 인간들의 에너지를 빼앗으려 하는 것이다.

한편, 시험을 망쳐 울상이 된 우사기 앞에 아침의 그 고양이가 나타난다. 놀랍게도 우사기에게 말을 거는 고양이. 자신을 루나라고 소개한 고양이는 우사기에게 초승달 모양의 양각이 새겨진 펜던트를 선물하면서 그녀가 세일러 전사임을 밝히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공주를 찾아야 함을 역설하지만, 펜던트에 쏙 빠진 우사기는 루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조급해진 루나는 우사기에게 '문 프리즘 파워 메이크 업'를 외치라 해보고 우사기의 외침과 함께 그녀는 사랑과 정의의 세일러 전사로 변신하게 되는데...


<소개>

타케우치 나오코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TV 아니메. 코믹스는 강담사의 만화잡지 '나카요시'를 통해 1992년 2월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원래는 나오코의 91년 단편 '세일러V 첫등장! - [채널 44] 판도라의 야망'이 강담사의 또 다른 만화잡지 '룬룬'에 소개된 뒤 연재를 허가받게 된 것이 그 시작. 이후 세일러 V는 '코드네임은 세일러 V'라는 제목으로 룬룬을 통해 별개로 연재를 시작하며(아시다시피 세일러 V는 세일러 문의 멤버 세일러 비너스와 동일인이다.), 최초에 공개된 단편은 이 코믹스의 3화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코믹스가 92년 2월에 연재를 하고, TV 아니메가 92년 3월부터 방영을 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TV 아니메 기획은 코믹스가 연재를 시작하기 이전, 혹은 동시기에 기획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7월 '세일러 문 20주년 기념 토크 이벤트' 당시 강담사 담당 편집자의 말에 빌리면, 당시 나오코가 그렸던 세일러 V 단편이 도에이의 관심을 끌면서 아니메 제작이 결정이 되었다고 하니 세일러 문은 아니메와 코믹스가 동시에 제작된 일종의 미디어 믹스였던 셈이다. 반년 간의 짧은 제작기간을 거쳐 코믹스는 92년 2월, TV 시리즈는 동년 3월에 TV 전파를 타기 시작하였으며, 아직 인기가 검증되지 않았던 세일러 문에 대한 도에이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되었음은 두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검증되지 않았던 작품이었기에 세일러 문은 원래 1기 정도의 분량만 방송 전파를 탈 계획이었다고 한다. 초반의 반응도 그닥 좋지는 않아서 관련 완구상품의 판매부진으로 스폰서인 반다이의 압력도 거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세일러 문의 변신도구인 문스틱의 완구 매출이 급증하면서 세일러 문은 초반의 부진을 만회하고 고공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시리즈 평균 시청률은 11.6%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의 코믹스 단행본 발행부수는 약 1,200만부, 방영을 시작한 92년부터 5기가 종료되는 97년까지 캐릭터 상품 매출액은 약 1,000억엔에 이르는 그야말로 메가톤 급 대작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1] 참조) 흔히들 90년대 일본 아니메의 부흥을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이 일궈냈다고들 하지만, 그 시작은 세일러 문이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임밸류가 부족했던 이 마법소녀물이 이토록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번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녀만화이면서도 소년층을 아우르는 장르의 크로스오버에서 첫번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원작자인 나오코가 밝혔듯이 세일러 문은 도에이 동화 코미디 시리즈인 '미소녀 가면 포와트린(1990)'에서 영감을 얻고 여기에 전대물의 설정들을 적극 활용한 것이 그 기원이다. 결국 세일러문은 전대물/특촬물에 대한 여성적 관점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대물이라는 소년 취향의 장르가 여성적 시각으로 그려지면서 세일러 문은 보다 포괄적인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는 저변을 만든 것이다. 이는 변신소녀를 남성적 관점에서 그렸던 나가이 고의 '큐티 하니(1973)'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순정물을 지향하는 세일러 문의 분위기는 특촬물의 폭력적인 부분을 상쇄시키는 세일러 문의 또다른 대중적 코드다. 큐티 하니의 팬더 크로와 마찬가지로 세일러 문의 적 다크 킹덤은 특촬물의 괴물들을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전자가 원작자의 성향과 맞물려 마니악한 성향을 띄었던 반면, 후자는 턱시도 가면, 제다이트 등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특촬물에 여성적 취향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마법소녀 특유의 변신씬과 특촬물/전대물에서 익숙한 세일러 전사들의 대사나 포즈는 상당히 좋은 궁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클리셰들은 세일러 문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리소스가 적게 투입되면서 일부 에피소드가 성의 없게 그려지는 등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여성과 아동 취향의 작품을 주로 다루어 온 사토 쥰이치가 시리즈 디렉터로 나서서 특별한 무리없이 1기를 마무리 지었으며, 그의 제자격인 이쿠라하 쿠니히코와 이가라시 타쿠야는 본작의 연출파트를 거쳐 차기 시리즈의 감독으로 활약하게 된다. 특히 세일러 문은 고바야시 시치로와 함께 아니메 미술의 양대 거장으로 일컫는 무쿠오 다카무라의 마지막 유작이기도 하다. 당시 암투병 중이었던 다카무라 감독을 대신해 무쿠오 스튜디오 출신의 쿠보타 타다오가 미술 감독을 맡았으며, 본작에서 다카무라 감독은 미술 디자인으로 이름을 올린다. 이후 세일러 문 시리즈의 미술은 무쿠오 스튜디오가 맡아 스승의 유지를 이어가게 되며, '빛과 그림자와 질감의 시인'이라는 칭호를 듣던 아니메의 거장은 결국 92년 6월, 세일러 전사들이 브라운관을 수놓는 와중 세상을 뜨고 만다.

한국의 경우는 97년 4월 KBS 2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예상대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 다만 강한 일본색과 당시 한국의 기준에서는 선정적이라 여겨지는 장면에 대해 까다로운 심의가 가해졌으며, 이로 인해 상당 장면이 통편집되거나 덧칠이 되는 등, 영상매체로서의 가치는 많이 훼손되어 버린다. 심의상 진통을 겪던 시리즈는 방영을 시작한지 약 5개월만인 9월에 방영중단이 결정되는데, 이로 인해 PC 통신을 중심으로 방송재개 서명운동이 일어나는 등, 팬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이러한 팬들의 요청을 폭력/선정성이 난무하는 저질만화에 물든 청소년들로 치부하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고, 사회적 문제가 될 뻔했던 세일러 문 사태는 방송심의위원회와 KBS의 합의로 3개월만에 다시 방영이 결정되며 일단락 된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R (1993)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
◈ 시리즈 구성/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 야나가와 시게루, 스미사와 카쯔유키 외
◈ 스토리보드/연출: 이쿠하라 쿠니히코, 이가라시 타쿠야, 시바타 히로키(芝田浩樹)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다노 카츠코
◈ 작화감독: 하세가와 신야(長谷川眞也), 타메가이 카츠미(爲我井克美), 모토하시 히데유키(本橋秀之) 외
◈ 미술디자인/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쿠보타 타다오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 / DALI, 이시다 요우코(石田よう子)
◈ 기획: 이즈마 이리야, 오오타 켄지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3.03.06 ~ 1994.03.12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4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4쿨 방영을 목표로 제작되었던 세일러 문은 소년 만화의 장점과 소녀 만화의 장점, 여기에 뛰어난 캐릭터 성과 완구판매의 호조를 등에 업고 사회적인 현상으로까지 발발한다. 애초에 아동물을 지향하고 있었으나 1기가 종료될 즈음에는 기성 아니메 팬들까지 흡수하며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에 도에이는 다급히 시리즈의 연장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아니메와 병행하여 연재되던 코믹스가 체 후속 에피소드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초반부의 13회 분은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제작이 되는데, 이것이 소위 말하는 '마계수' 편에 해당된다

코믹스의 2부격인 '블랙 문'편은 미래의 네오도쿄에서 온 수수께끼의 소녀 치비우사와 새로운 적 블랙문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새로운 세일러 전사로 외행성 전사인 세일러 플루토가 등장하기도 한다. 93년 12월에는 시리즈 최초의 극장판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R'이 개봉되었으며, 94년 일본 방화중 배급수익 7위를 기록(일본 위키피디아 참조)하며 세일러 전사들의 흥행파워가 극장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동시 상영으로 '메이크 업! 세일러 전사'라는 단편 아니메가 있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S (1994)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
◈ 시리즈 구성/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 야나가와 시게루, 에노키도 요우지(榎戸洋司) 외
◈ 스토리보드/연출: 이쿠하라 쿠니히코, 사토 쥰이치, 이가라시 타쿠야, 시바타 히로키 외
◈ 캐릭터 디자인: 이토 이쿠코
◈ 작화감독: 하세가와 신야, 쿠로다 카즈야(黒田和也), 토미나가 마리(とみながまり) 외
◈ 미술디자인/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쿠보타 타다오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 / 사쿠라코 클럽 사쿠라구미(桜っ子クラブさくら組), 미츠이시 코토노(三石琴乃) 외
◈ 기획: 이즈마 이리야, 오오타 켄지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4.03.19 ~ 1995.02.25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38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원작의 '데쓰 버스터즈' 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일러 플루토 외에 외행성 세일러 전사인 세일러 우라누스, 세일러 넵튠이 등장하여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있다. 특히, 세일러 넵튠과 세일러 우라누스는 동인작품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여성간의 동성애, 즉 백합 커플로서 크게 유명세를 떨치게 되는데, 당시 TV 시리즈 아니메에서는 무척 드문 시도로서, 그 중에서도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텐오 하루카(세일러 우라누스)의 경우는 소녀 팬들에게 큰 지지를 얻게 된다. 세일러 새턴도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등장하여 많은 팬들을 양산하기도.

S 시리즈는 기존의 세일러 내행성 전사들과, 세일러 외행성 전사들의 갈등과 대립구도를 활용하여 전작들에 비해 복잡해진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었고, 다양한 세일러 전사들의 등장으로 캐릭터적으로도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 되었다. 1994년 12월 4일에는 극장판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가 개봉하게 된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Super S (1995)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
◈ 시리즈 구성/각본: 에노키도 요우지 / 야마구치 료타(山口亮太), 요시무라 켄지(吉村元希) 외
◈ 스토리보드/연출: 이쿠하라 쿠니히코, 사토 쥰이치, 이가라시 타쿠야 외
◈ 캐릭터 디자인: 이토 이쿠코
◈ 작화감독: 하세가와 신야, 토미나가 마리 외
◈ 미술디자인/미술설정: 타지키 켄(田尻健) / 무쿠오 타카무라, 쿠보타 타다오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 / 사쿠라코 클럽 사쿠라구미, 후지타니 미와코(藤谷美和子)
◈ 기획/제작: 이즈마 이리야, 오오타 켄지, ???(有迫俊彦)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5.03.04 ~ 1996.03.02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39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원작의 '데드 문'편에 해당하는 이야기. S 시리즈에 등장했던 우라누스, 넵튠, 새턴, 플루토 등 외행성 전사들이 모두 등장하지 않고, 치비우사가 다시 등장하여 극을 이끌고 있다. 단, 세일러 스타즈에 시작에 해당하는 167화에는 다시 외행성 전사들이 등장해 172화까지 극을 이끌어가게 되며, S 시리즈의 빌런이었던 데드 문의 여왕 네헤레니아가 부활하는 등, 데드 문 편의 실질적인 아니메 완결은 세일러 스타즈에서야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1995년 12월 23일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Super S, 세일러 9 전사 집결! 블랙 드림 홀의 기적'이 개봉된다. 감독은 R 시리즈부터 연출 파트로 참여했으며, S 시리즈의 극장판을 감독한 시바타 히로키. 동시 상영작으로는 '스페셜 프레젠트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SuperS 외전, 아미의 첫사랑'이 상영되었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Sailor Stars (1996)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이가라시 타쿠야
◈ 시리즈 구성/각본: 야마구치 료타 / 고도 카즈히코(神戸一彦), 마에카와 아츠시(前川淳) 외
◈ 스토리보드/연출: 이가라시 타쿠야, 사토 쥰이치, 시바타 히로키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메가이 카츠미
◈ 작화감독: 타메가이 카츠미, 시모가사 미호(下笠美穂) 외
◈ 미술설정·디자인/미술감수: 타지리 켄 / 무쿠오 타카무라
◈ 음악/노래: 아리사와 타카노리 / 하나자와 카에(花沢加絵), 미즈키 아리사(観月ありさ), 문립스(ムーンリップス)
◈ 기획/제작: 야다 코우이치(矢田晃一), 오오다 켄지, 有迫俊彦
◈ 제작사: 도에이 동화, 도에이 에이전시, TV 아사히
◈ 저작권: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1996.03.09 ~ 1997.02.08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34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데드 문편의 완결과 함께 원작의 마지막 에피소드 '쉐도우 갤럭티카' 편을 다루고 있다. 쉐도우 갤럭티카 편에 해당하는 173화부터는 기존의 세일러 내행성 전사들과 외행성 전사들 외에 세일러 스타 라이츠라 불리는 새로운 세일러 전사들이 등장하는데, 평상시에는 남성이었다가 변신 후에는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저연령층 작품으로서는 무척 파격적인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일러 전사들과 대치하는 빌런 역시 세일러 전사들이라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 시리즈의 모든 세일러 전사들이 등장하고, 적까지 세일러 전사라는 점에서 세일러 전사들을 위한 완벽한 피날레라 할 수 있지만, 5년 동안 계속되어온 이 시리즈도 초반의 참신함은 많이 잃어버린 뒤였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Crystal (2014)
ⓒ 武内直子・PNP・テレビ朝日・東映アニメーション

<정보>

◈ 감독: 사카이 무네히사(境宗久)
◈ 시리즈 구성/각본: 코바야시 유지(小林雄次)
◈ 스토리보드/연출: 사카이 무네히사 외
◈ 캐릭터 디자인: 사코우 유키에(佐光幸恵)
◈ 작화감독: 코마츠 코즈에(小松こずえ), 타나카 미호(たなかみほ) 외
◈ 미술감독: 쿠라하시 타카시(倉橋隆), 호사카 유미(保坂有美)
◈ 음악/노래: 타카나시 야스하루(高梨康治) / 모모이로 클로버 Z(ももいろクローバーZ)
◈ 제작사: 도에이 동화, 강담사
◈ 저작권: ⓒ 武内直子・PNP・東映アニメーション
◈ 일자: 2014.07.05 ~ (방영중)
◈ 장르: 마법소녀, 순정,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Web Anime(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세일러 문 시리즈는 97년 세일러 스타즈의 종방과 함께 한동안 영상매체에서 그 모습을 감춘다. 그러다가 6년 후인 2003년에는 (특촬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답게) 특촬물로 파격 등장했었는데, 여자아이들을 시청 대상으로 한 시험적인 특촬물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마니아들에게도 나름 어필 하면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세일러 문의 팬덤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편은 그로부터 무려 10여년이 지난 2012년에서야 언급되었으니, 2012년 7월 니코파레에서 개최된 세일러 문 TV 아니메 20주년 기념 이벤트에서 신작 아니메로 2013년 여름에 공개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 바로 그것. 제작 상의 난항이 있었는지 몰라도 이 기획은 몇 번의 연기를 거쳐 실제 방영은 1년이 지난 2014년 7월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신작 세일러문 크리스탈은 TV 방영이 아닌 니코니코 동화와 반다이 채널을 통합 웹 아니메(또는 Original Net Anime;ONA) 형태로 방영되었으며, 월드와이드 방영방침 덕분에 한국에서도 니코니코 홈페이지를 통해 한글 자막과 함께 감상이 가능하다.

세일러 문 크리스탈은 기존 시리즈의 시퀄이 아닌 리부트를 표방하고 있으며, 원작의 다크 킹덤 편이자 첫번째 TV 아니메 시리즈의 이야기를 다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코믹스의 이야기를 기본 구조로 삼고 있으며, 캐릭터에 있어서도 기존과 달리 원작의 순정만화풍 스타일을 살려낸 것이 본 시리즈의 특징. 단,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으며, 디자인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나, 작화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레전드의 리부트치고는 다소 격이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격주 방영으로 현재 2화까지 방영된 상태이며, 세일러 문 크리스탈이 코믹스의 이야기를 다 다룰 수 있을지는 첫 시리즈의 흥행여부에 달린 듯 하다. 허나, 달라진 캐릭터 디자인과 CG로 구성된 변신씬만으로 오리지널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아성을 넘기에는 아직은 버거워 보인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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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2년만에 돌아온 건담코믹스의 탕아(?)

7권으로부터 무려 2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마침내 등장한 '기동전사 건담씨' 제8권. 일본에서는 작년 10월에 단행본 10권이 발매되었다고 하지요. 꽤 오랜 시간 끝에 마침내 AK가 한국어판을 내놓았습니다. 이 코믹스의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군요. 개인적으로는 갑자기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느끼게 하는 출간이었습니다. AK의 서적들을 리뷰해온지도 벌써 4년이 되어가는군요. 요즘 들어 거의 잠수에 들어간 이 블로그가 종종 수면 위로 올라올 수 밖에 없는 이유도 AK 서적 리뷰 때문입니다.

☞ 기동전사 건담씨 일곱번째 권 리뷰 (보러가기)

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코믹스는 그대로입니다. 일본사람, 또는 일본 문화에 정통한 사람들만 이해가 가능한 개그들이 난무하는 4컷 만화와, 단편 만화들로 구성되는 옴니버스식 전개는 여전하구요. '건담 창세의 창'은 이제 막판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건담 에이스에서는 24편으로 연재가 종료되었는데, 8권에서 20편까지 연재되었으니 건담 창세의 장은 9권에서 엔딩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서는 올해 건담 창세의 장만을 별도의 단행본으로 발행할 예정인가 보네요.

8권에서는 3권과 6권에서 연재되었던 개그 외길 인생의 장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샤아와 가르마가 사관학교에 들어가 군인이 되기전의 시점에서 개그맨을 꿈꾸는 인생을 산다는 황당한 가정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설정은 황당한데 이야기는 의외로 진지하게 흘러가고 있죠. 마니아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7권에 비해 조금 더 분량이 늘어난 건담 창세의 장. 개그 외길 인생의 장이 더해지면서 8권은 4컷 만화보다는 단편 만화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한 일본식 개그. 일본의 대중문화를 모르면 전혀 웃음 포인트를 잡을 수 없습니다.




가르마가 샤아의 음모에 휘말려 화이트베이스의 공격을 받고 전사하기 직전 샤아에게 내뱉었던 '속였구나'라는 대사가 그가 개그맨으로서 대성하는 유행어로 쓰인다는 우스꽝스러운 설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그 외길 인생의 장의 전개는 지극히 드라마적입니다. :)



뜬금없는 토미노 감독의 노출장면...



이번 창세의 장에서는 신화가 되는 건담 극장판 3부작의 제작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건담 신화의 발판이 된 1/144 스케일 프라모델의 판매 붐. 건프라 붐과 함께 건담 역시 날개를 달고 비상하게 되지요.



그리고 훗날 마크로스의 유도 미사일 씬으로 고 카나다 요시노리와 함께 일본에서 '스페셜 애니메이터'라는 칭호를 얻게 되는 단 두명의 인물 중 하나인 이타노 이치로의 등장. 마크로스의 핵심 애니메이터들은 대부분 야마토의 건담의 영향을 받고 아니메 업계에 뛰어든 인물들입니다.



부록으로 건담 오리진 22권 부터 시작되는 세이라의 이야기를 패러디한 기동전사 건담씨 디 오리진 편. 개그인지 정극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작가의 전개는 이 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건담 창세의 장이 이제 곧 종결을 앞두고 있어서 건담 팬들에게는 다음의 9권이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편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권은 이번처럼 2년씩 걸리지는 않겠죠. 개인적으로는 건담 창세의 장만을 편집한 단행본 역시 AK가 번역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Hideki OHWAD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씨 여덟번째 권 - 6점
오와다 히데키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안/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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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각본: 크리스 벅(Chris Buck), 제니퍼 리(Jennifer Lee)
◈ 원작: 한스 크리스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
◈ 제작 총지휘: 존 라세터(John Lasseter)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줄거리> 

아렌델 왕국의 첫째 공주 엘사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과 얼음을 다룰 수 있는 신비한 마법을 쓸 수 있다. 마법을 이용하여 동생인 둘째 공주 안나와 함께 눈 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며 즐겁게 보내던 어느날 밤, 그만 실수로 엘사의 마법이 안나를 다치게 하고 만다.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가는 안나를 구하기 위해 왕과 왕비는 숲속의 요정들인 트롤을 찾아나서게 되고, 안나를 고쳐주며 트롤은 왕에게 주의를 준다, 심장이 얼었다면 안나를 고칠 수 없었다며, 엘사가 마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조심하라고.

엘사 공주의 마법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왕은 궁 안의 시종 수를 줄이고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근 뒤 엘사를 칩거시킨다. 심지어 안나마저도 엘사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어버리자, 트롤들에 의해 언니의 마법에 대한 기억이 지워져 버린 안나는 갑자기 자신을 멀리하고 혼자 지내는 언니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데...

그렇게 세월이 흘러,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나고 엘사가 여왕에 등극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마침내 닫혀있던 아렌델의 성문이 열리고,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들떠 하는 안나와 달리 아직도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엘사는 이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엘사는 대관식을 무사히 마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그리고 안나는 그토록 바라던 운명의 사랑을 만나 답답한 아렌델을 떠날 수 있을까.


라푼젤의 뒤를 잇는 디즈니 스타일의 화려한 귀환

'어공주(1989)'를 시작으로 전세계를 강타했던 디즈니의 르네상스는 '라이온 킹(1994)'에서 정점을 찍은 뒤, '포카혼타스(1995)'부터 서서히 사그러들기 시작했습니다. 디즈니 르네상스의 쇠락과 함께 픽사가 선보인 3D 애니메이션은 점점 그 입지를 굳혀가 21세기부터는 픽사와 드림웍스의 투톱으로 디즈니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버리고 말았죠.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디즈니=픽사'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화영화 팬들에게는 이제 디즈니 스타일은 과거이고, 픽사가 창조해 낸 스타일이 현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이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3D가 셀 애니메이션이 가진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는 디즈니가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되는 일본산 셀 애니메이션의 것이 되지요. 물론 이들조차 디즈니가 해외배급을 맡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 승자는 디즈니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디즈니가 보여주었던 그들만의 만화영화는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열었던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과거의 전설로만 사람들에게 회자되어집니다.

'겨울왕국(2013)'은 과거 디즈니 만화영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린 작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 인어공주와 버금가는 위치에 오를만한 작품인 셈이죠. 오히려 근래의 폭발적인 흥행열풍은 인어공주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겨울왕국의 흥행성적은 라이온 킹에 이어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2위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지요. 그렇다면 과연 이 만화영화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명작일까요?

사실, 디즈니가 '타잔(1999)' 이후로 한동안 봉인시켜왔던 디즈니 스타일의 부활을 시도한 것은 겨울왕국이 처음은 아닙니다. 인어공주의 두 감독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를 기용하여 '공주와 개구리(2009)'를 제작한 것이 첫 번째 시도였었죠. 한국에서의 흥행은 신통치 않았지만, 공주와 개구리는 영미권에서 꽤 인상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흑인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참신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 하나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트렌드에서 벗어난 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는 정도일까요. 하지만, 디즈니는 이 작품에서 디즈니 스타일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듯 합니다. 그리고, '라푼젤(2010)'로 다시 한 번 그 가능성을 타진하게 되지요.

사실, 라푼젤은 가능성을 타진했다기 보다는 디즈니가 승부수를 띄운 작품입니다. 2억6천만 달러의 제작비(디즈니 만화영화는 '노틀담의 꼽추(1996)'에서 처음으로 1억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투입합니다)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디즈니 역사상 기록적인 제작비였었죠. 주목할 것은 라푼젤이 디즈니의 장점인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픽사가 발전시켜온 3D 애니메이션을 조합한 작품이었다는 점입니다. 픽사의 수장 존 라세터가 프로듀싱을 맡으면서 라푼젤은 비로서 디즈니와 픽사의 장점을 제대로 융합해 냅니다. 그것은 존 라세터가 프로듀싱한 이번 겨울왕국도 마찬가지죠.


겨울왕국은 공주와 개구리, 라푼젤을 통해 자신들의 스타일, 그리고 만화영화 팬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조합점을 찾아낸 디즈니의 최종(?)결과물인 셈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이라는 트렌드를 가져오되, 디즈니가 선보였던 셀 애니메이션의 서정성을 살릴 수 있는 세심한 터치가 이루어졌으며,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코미디의 환상적인 조합이 특징인 과거 디즈니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죠. 핵심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스타일을 가미한 이 방식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겨울왕국의 흥행돌풍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오히려 개봉 시기와 음악에 더 공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겨울왕국의 이야기는 공주와 개구리나 라푼젤에 비해서 단선적이라 다소 싱거운 느낌입니다. 무언가 얘기가 진행되는 듯 하더니 그대로 결말에 이르렀다고나 할까요. 눈사람 올라프는 인어공주의 세바스찬이나 알라딘의 지니와 같은 디즈니의 대표적인 감초 캐릭터의 뒤를 이을만큼 인상적이지만, 트롤과 같은 다른 캐릭터들의 활용은 다소 아쉽습니다. 캐릭터들도 엄밀히 말해 이제가지의 디즈니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캐릭터의 입체감보다는 캐릭터들이 이끌어내는 이야기의 방향성이 이제까지 디즈니의 그것과는 다소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니와의 행복한 시간을 그리워하는 안나는 이제까지 디즈니의 여주인공처럼 밝고 건강하며 사랑스럽지만, 남자에게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나아가려 하지요. 언니인 엘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강대한 마력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워하는 소심한 여인이면서도 얼음궁전을 만들어낼 때는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강렬한 매력을 뿜어내지요. 겨울왕국은 이 두 자매의 매력과 가족애가 멋진 앙상블을 보여줍니다.

압도적인 얼음궁전의 위용과 함께 청아하게 울려퍼지는 엘사의 'Let it Go'로 대표되는 겨울왕국의 OST는 마치 마법과 같이 영화팬들을 스크린으로 빨려들게 합니다.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엘사의 이 씬은 겨울왕국 중 가장 인상적이기까지 하지요. 오리지널판의 엘사역을 맡은 이디나 멘젤의 음색도 훌륭하지만, 한국어 더빙판에서 엘사의 노래파트를 맡은 뮤지컬 배우 박혜나의 목소리도 이에 견줄만 합니다. 디즈니 측의 철저한 시스템 덕에 검증된 성우들이 기용되어 겨울왕국의 더빙판은 오리지널판 못지 않게 훌륭합니다.

크리스마스, 연말과 어우러진 개봉 역시 흥행에 큰 일조를 하지 않았나 합니다. 실제로 북미에서 11월에 개봉한 겨울왕국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등에 업고 다시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게 되지요. 한국에서는 늦게 개봉한 것이 오히려 여타 경쟁작들을 피하는 결과를 가져와 흥행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나 하는 예상도 되구요. 결국 이런 안팎의 요소들이 겨울왕국의 기록적인 흥행에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때를 잘만난 셈이죠.

겨울왕국은 디즈니를 대표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는 점만으르도 디즈니 만화영화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야기 구성이 조금만 더 밀도가 있었다면 좋았을테지만, 사랑스러운 엘사와 안나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을 3D로 성공적으로 이식한 점이나 가슴을 울리는 OST 등 겨울왕국이 보여준 여러가지 클리셰들은 과거 디즈니의 전성기를 연상시킬만큼 인상적입니다. 물론, 이 성공으로 디즈니가 두번째 르네상스에 접어들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앞으로도 계속 제작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 것은 사실입니다.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준 오랜만의 작품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겨울왕국 (2014)

Frozen 
8.4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박지윤, 소연, 박혜나, 최원형, 윤승욱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가족 | 미국 | 108 분 | 2014-01-16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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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소주제

타니 토모코가 그린 '별을 쫓는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극장 아니메 '별을 쫓는 아이(2011)'의 미디어 믹스의 일환으로 2011년 6월부터 월간 코믹 플래퍼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연재만화의 단행본입니다. 한국에서는 AK 커뮤니케이션즈가 2013년 1월에 1권을 발간한 이후, 8월과 10월에 걸쳐 3권까지 발행했구요. 작품은 3권으로 완결됩니다. 미타니 토모코의 코미스 외에도 히다카 아시히가 그린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소년'이라는 또다른 코믹스가 2권 분량으로 완결이 되어 있지요. 한국에는 토모코의 코믹스만 발행되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만의 서정적인 스타일이 코믹스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좀 평준화된 느낌입니다. 그의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세심한 배경은 그저 비주얼적인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이야기와 주제의식에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이것이 코믹스에서는 평이한 묘사에 그치며 뭔가 결정적인 양념이 빠진 요리와 같은 맛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미디어 믹스 형태로 발간되는 코믹스가 대게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그런 측면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한 편입니다.




사실, 아니메를 아직 감상한 것도 아닌데다가 1권을 건너뛴 상태에서 2, 3권의 리뷰를 하게 되어서 포스팅이 다소 날림이 되어버린 느낌이 있습니다. 





지하세계 아가르타로 향하게 되는 아스나와 모리사키. 여행 도중 이조쿠라는 생물에게 납치되는 위기를 맞지만 가까스로 신에게 구조된 아스나. 그녀는 아가르타에 확고한 목표를 갖고 온 모리사키를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지요. 



3권의 목차. 전체적인 인물묘사는 평이한 편입니다. 사견이지만 아직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만들어진 작화 스타일은 아닌 듯.




신은 결국 아스나를 구하기 위해 아가르타의 맹세를 저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가르타의 신과 조우하게 되는 모리사키.


신카이 감독이 밝혔듯이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련의 작품들에 대한 오마쥬가 깔려 있어서 보시면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주제의식만큼은 신카이 감독의 이전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죠. 코믹스가 아닌 라이트노벨로 감상했을 때 오히려 좀 더 나은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취향과 상관없이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일 듯.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Tomoko Mitani / Makoto Shinkai, ⓒ Makoto Shinkai / CMMMY,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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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1년만에 돌아온 G건담과 도몬의 새로운 여정

년 10월 4권 출시 이후 무려 1년만에 출시된 기동무투전 G 건담 5권. 일본에서는 이미 스테이지 3이 시작되면서 단행본으로 16권이 출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소 문제가 있었는지 상당히 오랜만에 후속편이 나왔습니다. G건담의 팬들이라면 기다림에 지쳐 반쯤 포기했을지도. 5권을 기점으로는 다시 출간 속도가 앞당겨질지도 모르겠군요.

5권의 내용은 형인 코우지를 쫓는 도몬의 또다른 여정이 펼처집니다. 네오 멕시코와 네오 캐나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꽤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었던 4권에 비하면 이번 5권은 코우지의 흔적을 뒤쫓는 도몬의 여정과 여행 도중 만난 또다른 건담 파이터들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건담 파이트 역시 샤이닝 건담보다는 에피소드 별로 등장하는 각 건담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군요. (하지만, 워낙 건담들이 뭉게져서 묘사되다보니 어느 건담이 어느 건담인지 분간이 안가서 샤이닝 건담이 나온건지 안나온거지 별 상관이 없을지도..... ^.^;)

개별 에피소드의 완성도는 개인적으로 이제까지의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흡입력이 떨어지는 듯 합니다. 코우지의 행방과 관련된 이야기는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만, 그것과 별개로 전개가 그리 깔끔하지 못하고 엉성한 부분들이 있군요. 물론, 시마모토의 G건담이 세심한 내러티브를 자랑하는 코믹스가 아니긴 합니다만, 그러다보니 액션보다 이야기 전개가 주를 이루는 에피소드에서는 그 단점이 눈에 자주 들어오긴 합니다.



이제까지 출시된 한국어판 단행본 중 가장 많은 건담이 등장하는 5권의 커버. 왠지 이전보다 MS 묘사가 조금 더 세심해진 듯. (물론, 본편에서는 전과 같은 모습)



첫번째 에피소드인 Round 9의 배경이 되는 네오 멕시코는 데빌 건담과 코우지가 지상으로 떨어진 첫번째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테킬라 건담의 파일럿인 리코를 만나게 됩니다.



바다에 숨겨져 있던 테킬라 건담. 테킬라라니 불현듯 한 때 무척이나 즐겨마시던 테킬라 생각이 간절하네요. :)



3권에 등장했던 나스타샤와 아르고. Round 10은 나스타샤와 아르고가 잠깐이나마 등장합니다.



Round 10에 등장하는 럼버 건담. Round 10은 럼버 건담과 아르고의 볼트 건담과의 일전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합니다. 5권에서 샤이닝 건담은 거의 활약을 하지 않고 있네요. 그것은 주인공인 도몬도 마찬가지.



Round 10에서도 코우지의 이야기가 등장은 하지만 큰 진전은 없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zuhiko SIMAMOTO / Yasuhiro IMAGAW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초급! 기동무투전 G건담 5 - 4점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이마가와 야스히로 각본,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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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풀 프론탈과의 만남, 전장의 무게를 깨닫기 시작하는 바나지

'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 5권은 약 2개월 정도의 텀을 두고 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5권의 내용은 OVA 2편의 후반부부터 3편의 초중반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풀 프론탈과 바나지의 만남, 그리고 넬 아가마의 팔라우 침공에 의한 모빌슈트 교전 크게 두 개의 챕터로 내용이 나누어 진다고 하겠습니다. 전반부는 스토리, 후반부는 볼거리에 집중한 형태라 하겠네요.

아니메와 코믹스의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소데츠키에게 생포된 바나지가 탈출하는 부분에서, 에코즈의 첩자로부터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아니메의 바나지와는 달리 코믹스의 바나지는 론도벨의 팔라우 침공이 자기와 유니콘 때문임을 직감하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유니콘과 함께 탈출을 감행합니다. 이야기의 앞뒤는 아니메 쪽이 좀 더 나아보이는 부분이 있네요.

팔라우 공방전에 등장하는 모빌슈트도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아니메에서 등장했던 가자 시리즈가 본 코믹스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있구요. 캐틀링 포를 장착한 유니콘에게 공격을 가하는 모빌슈트도 아니메의 드라이센에서 도벤 울프로 바뀌어 있습니다. 특히, 코믹스의 마지막 장에 등장하여 델타 플러스와 교전을 예고하는 안젤로 대위의 크라케 줄루는 OVA에서 등장하지 않은 기체이기도 하지요.



5권 표지는 리디 마세나스 소위와 델타 플러스가 장식하고 있습니다. 리디 소위는 아니메나 실제 설정에 비해 좀 더 어른스러운 외모(?)를 갖고 있네요.



풀 프론탈과 안젤로 대위. 안타깝지만 5권의 분량은 오오모리 코조의 인물 작화력을 업그레이드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시간인 듯 보입니다. 연재가 진행될수록 더 나아지겠죠.




풀 프론탈이 자신의 정체를 에둘러 표현하는 부분. 이번 컷은 다소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프론탈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유니콘 탈환을 위해 팔라우로 출격하는 넬 아가마의 MS들. 델타 플러스 등 메카닉의 묘사는 매우 좋습니다.



드라이센의 출격은 왜인지 모르게 검은 삼연성과의 데자뷰가 느껴지는 듯. 어느 정도 의도적이지겠지만요.



유니콘과 일전을 벌이는 도벤 울프. 소데츠키의 도벤 울프는 카토키에 의해 리파인 된 버전을 기반으로 그려져 오리지널과는 차이가 다소 있습니다.



권말에 등장하는 크라케 줄루. 아마도 6권의 시작은 크라케 줄루와 델타 플러스와의 일전을 앞두고 유니콘의 그 앞을 막아서는 정도의 내용이 될 것 같군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ouzoh OHMORI / ⓒ Harutoshi FUKUI / ⓒ SOTSU · SUNRISE / ⓒ AK Communications (Korean Edition)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 5 - 6점
후쿠이 하루토시 지음, 김정규 옮김, 오오모리 코조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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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더리 타이틀에 걸맞는 패키지 구성

난 5월 31일, 약 한 달 정도의 연기 끝에 마침내 '자이언트 로보, 애니메이션 - 지구가 정지한 날 얼티메이트 에디션 블루레이 한국어판(이하 자이언트로 로보 UE)'이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4월 초에 주문한 후 근 두달 만에 이 타이틀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척박한 국내 미디어 시장,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 파트에서는 보기드문 패키징으로 기다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타이틀이었습니다.

이번 자이언트 로보 UE는 2012년 10월에 일본에서 발매된 20주년 기념 얼티밋 에디션의 한국어판이 되겠습니다. 다만, OST 블루레이 디스크가 수록되어 총 4장의 블루레이 디스크로 구성되었던 일본판과 달리 한국어판은 OST 블루레이 디스크가 빠지고 그 자리를 '철완 긴레이' OVA DVD가 대신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네요. 어떤 면에서 이 구성은 일본판보다 나아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OST도 탐나는 물건이긴 하지만, 철완 긴레이 OVA는 국내에서 희귀한 편이다보니 마니아들에게는 나름 좋은 부록일 것 같군요. 일본판 블루레이에 대한 정보는 城島勝님의 포스트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로가기)


박스 커버 일러스트는 고급스러운 재질과 함께 인상적입니다. 타이틀을 일본어 그대로 프린팅한 것도 기존의 다른 타이틀과는 다른 점인 듯. 앞 부분의 일러스트는 자이언트 로보와 국제 경찰기구의 엑스퍼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후면 일러스트는 대괴구 포그러와 환야, 그리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십걸집들이 차지하고 있군요.



내용물은 3가지로 구성됩니다. 본편 블루레이 스틸 케이스, 설정집, 마지막으로 철완 긴레이 DVD 부록.



스틸 케이스의 느낌은 중후하고 멋스럽습니다. 



디스크는 GR 프로젝트로 탄생된 BF단의 로봇들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디스크 1에는 1편부터 3편까지를, 디스크 2에는 4편부터 6편까지가 실려 있습니다. 마지막 디스크 3에는 7편과 함께 셔플먼트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구요.  




철완 긴레이 DVD 부록은 스폰지와 종이 커버로 구성된 케이스 위에 한장의 디스크로 구성됩니다. 케이스에는 총 다섯 면에 걸쳐 긴레이의 일러스트를 그려놓아 말 그대로 긴레이를 위한 긴레이에 의한 DVD가 되었네요.




GR 계획서라 명명된 설정집. 20주년 기념판 답게 금색으로 포인트를 준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책자입니다.



영상 매체의 부록답게 평론가의 아니메 비평이 첫장을 장식합니다. '오버 스펙'이라는 단어는 이 작품과 꽤 잘 어울리는 어휘 선택인 듯. 그래서인지 이번 블루레이의 영상 리마스터링도 만화영화 치고는 다소 오버 스펙이라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최초 기획서 당시의 자이언트 로보의 설정화.



기획서용 일러스트. 본편에서는 대괴구 포그러와의 사투로 왼쪽 눈이 파괴되지만, 기획서는 오른쪽 눈이군요.



초기 캐릭터 디자인. 다소의 변화가 있지만, 캐릭터의 상당부분은 기획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온 듯 합니다.



설정 일러스트도 풍부하게 제공됩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로보의 자료라 더 인상적이네요.




국제 경찰기구와 BF단의 인물관계도, 그리고 캐릭터 해설이 등장하는 챕터. 블루레이 부록이지만, 거의 자이언트 로보 설정 무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이언트 로보 UE는 작품의 명성에 걸맞는 블루레이 타이틀입니다. OST가 생략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흠잡을 데 없는 구성이기도 하구요. 미디어의 소장에 익숙치 않은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는 가격적인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정도의 구성이라면 납득이 안될 정도의 가격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몇 개월 후에는 가격이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요즘 국내 블루레이 시장에 무늬만 한정판 타이틀이 난무하는 와중에, 얼티밋 에디션에 어울리는 구성을 보여주지 않았나 합니다. 애니메이션 마니아나 블루레이 마니아라면 한번 쯤 소장해도 될만한 타이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덧붙임) 화질/음질 비교는 제 식견이 턱없이 부족한 고로 생략합니다. 타이틀 메뉴 구성과 스크린 샷 등은 틈나는대로 캡쳐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블루레이] 자이언트 로보: 애니메이션 - 지구가 정지한 날 UE (4disc: 3BD+DVD) 스틸북 한정판 - 10점
이마가와 야스히로 감독, 요코야마 미츠테루/미라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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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깔끔하고 세밀한 작화, 읽기는 다소 불편한 구성.

년 말에 한국판으로 번역 발간되었던 '신 기동전기 건담 W Endless Waltz 패자들의 영광(이하 패자들의 영광)'에 이어 약 반년 만에 AK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발간된 패자들의 영광 2권. 오가사와라 토모후미의 깔끔하고 디테일있는 필력으로 인해 비주얼 퀄리티가 뛰어난 건담 코믹스 중 하나인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2013년 1월 말에 4권이 발간된 상태이구요. 월간잡지 '건담 에이스'에서 계속 연재중이기도 합니다.

듀오 맥스웰의 관점으로 풀어가는 전개이지만, 이번 2권에서 듀오의 등장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1권의 후반에 등장했던 카토르와 트로와의 MS 전투를 시작으로, 창 우페이, 잭스 마키스 등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건담 W의 과거와 현재 시점이 뒤엉키는 전개로, 건담 W의 세계관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꽤 불편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워낙 사물 하나하나를 디테일있게 표현하다보니 컷에 들어가는 정보량이 많아 읽기 불편한 것도 아쉬운 부분.

다만, 이 세심한 필력 덕분에 MS의 묘사는 어떤 면에서는 아니메를 능가하는 디테일과 멋이 있으며, 시각적인 만족감도 꽤 높은 코믹스입니다. 글쎄요. 제 관점에서는 이야기를 즐기는 만화책이라기보다는 그림 자체가 매력적인 코믹스로 보이는군요.



일러스트는 변함없이 화려합니다. 프로즌 티어드롭, 엔드리스 왈츠 소설판 등 건담 W의 출판물들은 하나같이 커버 일러스트가 뛰어난 편이네요.



카토키 버전의 건담 W MS들이 코믹스를 든든하게 지원하는 듯 합니다. MS 묘사가 특히 뛰어난 패자들의 영광은 프라모델 프로모션에도 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듯.






메카닉, 인물묘사 등 전체적으로 발군의 필력입니다. 좀 더 스토리가 잘 녹아들어간 코믹스였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코믹스의 마지막에는 MG 건담 에피온을 홍보(일본에서 MG 에피온은 2012년 6월, 2권은 2012년 11월에 출시)하는 단편 코믹스도 실려 있습니다. 각 상품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건담 비즈니스 시스템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tsuyuki SUMIZAWA 2011 / ⓒ TOMOFUMI OGASAWARA 2011 / ⓒ SOTSU · SUNRISE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W Endless Waltz 패자들의 영광 2 - 6점
스미사와 카츠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오가사와라 토모후미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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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UC 코믹스의 신간

'동전사 건담 UC'의 코믹스 버전인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 4권이 지난 달 마침내 한국어판으로 발행이 됐습니다. 작년 7월에 발행된 3권으로부터 8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 UC 반데시네의 팬들이라면 무척이나 긴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원작 소설이 이미 완간되고, OVA 아니메마저도 1편만을 남겨놓은 상황이지만, 코믹스 자체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갖고 있다보니 나름 기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2012년 11월까지 7권이 발행된 상태이고 지금쯤이면 8권이 발행되었을 것 같군요 8권에는 유니콘의 무장이기도 한 아머 DE가 별책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후일 한국에서 8권이 발행될 때 아머 DE가 딸려오지는 않을 듯.

4권의 내용은 OVA 아니메 2부 초중반부부터 중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챕터를 보면 알겠지만 샤아의 망령이라 불리는 수수께끼의 인물 풀 프론탈의 활약상이 주를 이루고 있지요. 거기에다가 프론탈의 시난주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한 넬 아가마의 리젤을 OVA의 일반 타입과 커맨더 타입 리젤이 아닌 디펜서 A타입과 디펜서 B타입으로 바꾸면서 팬들의 눈길을 확실히 잡아끌고 있습니다. 인물 묘사가 그다지 출중하지 않고, 스토리 자체가 원작이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기대 이상의 메카닉 묘사와 MSV들의 적절한 활용으로 UC 반데시네는 건담 팬들에게 자신만의 가치를 십분 보여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4권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풀 프론탈과 시난주의 투톱이 조화를 이루는 4권의 표지.


속지는 디스트로이어 모드로 변환한 유니콘의 측면 페이스로 꾸며져 있습니다. 인상적이네요.


모든 챕터가 붉은 혜성입니다. 4권의 내용이 한마디로 그를 중심으로 그려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인물 묘사는 아직도 온전히 자신의 스타일로 그리고 있다기보다는 원작의 캐릭터라인을 의식하면서 그리는 듯 합니다. 맨 아래 컷에 등장하는 리젤 디펜서 B 타입의 모습은 건담 팬들에게는 '엇!' 하는 반응을 가져올 듯.


개인적으로 풍성한 장발 퍼머로 등장한 풀 프론탈의 모습은 좀 실망스러웠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샤아(비슷한 누군가)를 등장시킨 설정 자체가 그닥 맘에 들지는 않지만.


이제는 너무 많이 오마쥬 되어서 그냥 식상한 클리셰가 되어버린 건담의 복부에 옆차기를 날리는 장면. 퍼스트 건담과 거의 비슷한 구도로 그렸던 아니메와는 달리 좀 더 앞쪽에서 그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 디스트로이어 모드로 변화하는 건담. 과연 압도적인 전투력을 가진 풀 프론탈의 시난주에 맞서 유니콘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라고 쓰기는 하지만 이미 결과는 대부분이 아실 듯)

이미 대부분의 팬들이 그 스토리를 알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UC 반데시네는 자신만의 특징, 즉 훌륭한 메카닉 묘사와 MSV의 활용으로 인해 원작 소설이나 OVA 와는 다른 독자적인 매력을 가진 컨텐츠입니다. 많은 건담 관련 코믹스들이 미디어 믹스 형태로 전개되면서 오리진과 같은 작품 외에는 어떤 뚜렷한 특징이나 개성을 가진 작품이 드문 편인데, UC 반데시네는 비록 뛰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ouzoh OHMORI / ⓒ Harutoshi FUKUI / ⓒ SOTSU · SUNRISE / ⓒ AK Communications (Korean Edition)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 4 - 6점
후쿠이 하루토시 지음, 김정규 옮김, 오오모리 코조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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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3 아이즈 (1991), 삼지안 / サザンアイズ / 3X3 Eyes


ⓒ 高田裕三/講談社


<정보>

◈ 원작: 타카다 유조(高田裕三)
◈ 감독: 니시오 다이스케(西尾大介)
◈ 각본: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아라이 코이치(新井浩一)
◈ 미술감독: 사누키 토시카츠(佐貫利勝), 타니구치 준이치(谷口淳一)
◈ 음악: 와다 카오루(和田薫)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AVAC / 반다이 비주얼, 강담사, 킹 레코드
◈ 저작권: ⓒ 高田裕三/講談社 ・ バンダイビジュアル ・ キングレコード
◈ 일자: 1991.?.?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4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줄거리>

가족을 돌보지 않고 삼지안 운가라의 전설을 쫓아 세계를 방랑하는 후지이 교수의 아들 후지이 야크모. 가족을 소홀히 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혼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던 야크모는 어느날 길에서 우연치 않게 외국인 소녀를 스쿠터로 치일 뻔 하는 사고를 겪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 소녀는 야크모를 찾아서 티벳에서부터 일본까지 온 파이라는 인물로, 후지이 교수의 유골과 그가 남긴 편지를 야크모에게 건낸다. 


편지에는 파이가 후지이 교수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삼지안 운가라족의 생존자라는 것, 그리고 그녀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삼지안은 인간과는 다른 요괴 종족으로 신비한 힘을 쓸 수 있는 종족이다. 인간이 되기를 원하는 파이를 위해 후지이 교수는 야크모에게 파이를 도와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는데...


<소개>

타카다 유조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4부작 OVA 아니메. 원작은 코단샤(강담사)의 월간지 '영 매거진 증간해적판'에서 1987년 12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1989년부터는 본지인 주간 영매거진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총 40권의 단행본으로 연재를 마감하였는데, 아시아 신화를 바탕으로 한 이국적인 세계관과 설정, 그리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로 90년대 아니메의 판타지 부흥에 일조한 작품이기도 하다.

3X3 아이즈는 세 개의 눈을 가진 전설의 종족인 삼지안 운가라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인 파이와, 얼떨결에 그녀의 모험에 휘말려 인간이 아닌 불사의 몸이 되어버린 야크모가 파이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떠나는 긴 여정이 이야기의 주된 줄거리이다. 여행 중에 등장하는 수많은 요물들과 맞서는 파이와 야크모의 싸움은 상당히 처절하고 강렬한 묘사가 인상적이며, 고어적인 묘사와 상반되는 천진한 소녀 파이의 매력과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던지는 야크모의 멜로 라인이 작품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인도, 티벳 등 아시아 권에서도 다소 생소한 지역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적 설정은 3X3 아이즈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신선한 시도다. 타카다 유조 특유의 정교한 설정 능력이 더해져 3X3 아이즈의 세계관은 일본의 코믹스 중에서도 꽤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오컬트적인 설정과 일본의 전통 설화 등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던 '공작왕'과 비교할만하다. 다만, 초반부의 매력적인 스토리 텔링과 설정은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액션에 치중하면서 그 힘을 잃고 만다. 좋은 평을 들었던 초중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이야기들은 팬들에게도 많은 질타를 받았으며, 작가 자신도 이를 순순히 인정하고 있는 듯 하다. (다만, 이러한 아쉬움은 비슷한 장르의 공작왕이나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래곤 볼에서조차도 어느정도 보여졌던 문제이기도 하다.)

아니메는 반다이 비주얼과 도에이 등이 주축이 되어 OVA 4부작으로 제작되었다. 코믹스의 1부격인 성마편을 다룬 OVA는 '드래곤 볼'의 TV 시리즈와 극장 아니메를 연출해온 니시오 다이스케가 감독으로 낙점되었다. 3X3 아이즈는 다소 어둡고 칙칙한 컬러로 원작의 오컬트 적인 느낌을 재현하려고 했는데, 이는 니시오 감독의 이전 연출작인 '크라잉 프리맨' OVA와 다소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선택이 오히려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는 못한 듯 싶으며 같은 측면에서 캐릭터도 원작의 매력을 잘 살리지는 못했는데,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아라이 코이치 역시 크라잉 프리맨 OVA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3X3 아이즈 성마전설 (1995), サザンアイズ 聖魔伝説


ⓒ 高田裕三/講談社 ・ バンダイビジュアル ・ キングレコード


<정보>

◈ 감독: 타케노우치 카즈히사(竹之内和久)
◈ 각본: 타카다 유조, 타케노우치 카즈히사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쿠마가이 테츠야(熊谷哲矢)
◈ 미술감독: 히로시 카토(加藤浩)
◈ 음악: 와다 카오루
◈ 제작사: TAVAC, 스튜디오 쥬니오
◈ 저작권: ⓒ 高田裕三/講談社 ・ バンダイビジュアル ・ キングレコード
◈ 일자: 1995.07.25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3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코믹스의 2편 격인 성마전설 편을 원작으로 한 OVA. 제작은 도에이 동화가 아닌 도에이 동화의 하청 작업을 주로 했던 스튜디오 쥬니오(여러가지 제작 실패를 겪으며 현재는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이 아닌 저작권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에서 맡았다. 기억을 잃고 평범한 여고생으로 살아가는 파이와 그녀를 찾아 정처없는 여행을 떠난 야크모의 재회와 모험을 그리고 있다. '말예의 장', '열쇠의 장', '귀환의 장' 총 3부로 제작되었으며, 코믹스 중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3×3 EYES, Wikipedia Japan
[2] 3×3_EYES(1991), allcinema.net
[3] 3×3_EYES ~聖魔伝説~(1995), allcinema.net
[4] 3×3 EYES, 엔하위키 미러
[5] 3×3 아이즈, 베스트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高田裕三/講談社 ・ バンダイビジュアル ・ キングレコード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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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1991), Beauty and the Beast


ⓒ Walt Disney

<스탭>

◈ 원작: 쟌 마리 르 프랭스 드 보몽(Jeanne Marie Le Prince de Beaumont)의 '미녀와 야수(La Belle et la Bête)'
◈ 감독: 게리 트러스데일(Gary Trousdale), 커크 와이스(Kirk Wise)
◈ 각본/스토리: 린다 울버튼(Linda Woolverton) / 로져 알러스(Roger Allers), 브렌드 채프먼(Brenda Chapman) 외
◈ 음악/작사: 알란 멘켄(Alan Menken) / 하워드 애쉬먼(Howard Ashman)
◈ 기획: 하워드 애쉬먼
◈ 프로듀서: 돈 한(Don Hahn)
◈ 제작 프로듀서: 존 레스터(John Lasseter), 사라 맥아더(Sarah McArthur)
◈ 편집: 존 카노찬(John Carnochan)
◈ 프로덕션 디자인: 브라이언 맥엔티(Brian McEntee)
◈ 미술 스탭: 켈리 아스베리(Kelly Asbury) 외
◈ 애니메이터 스탭: 글렌 키엔(Glen Keane) 외
◈ 제작/배급: 월트 디즈니 피쳐 애니메이션 / 월트 디즈니 픽쳐스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1991.11.22 (북미) / 1991.11.13 (월드 와이드)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캐스팅>

◈ 벨: 페이지 오하라(Paige O'Hara)
◈ 야수: 로비 벤슨(Robby Benson)
◈ 가스통: 리차드 화이트(Richard White)
◈ 루미에: 제리 오바치(Jerry Orbach)
◈ 콕스워스: 데이빗 오그던 스타이어스(David Ogden Stiers)
◈ 폿트 부인: 안젤라 란스베리(Angela Lansbury)


<줄거리>

거지로 변신한 마녀의 구걸을 거절했던 이기적인 왕자가 마녀의 저주를 받아 흉측한 괴물로 변하고 만다. 마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자 뿐만 아니라 그의 하인들과 성까지 모두에게 저주를 걸었으니,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1살이 되기 전까지 누군가의 진정한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인간의 모습이었을 때도 이기적이고 못된 심성으로 사랑을 할 수 없던 왕자는 이제 외모까지 흉측한 괴물로 변해 과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날, 근처 작은 마을에서 괴짜 발명가 아버지를 모시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소녀 벨은 같은 마을의 청년 가스통의 끈질긴 구혼을 받고 있었다. 마을 최고의 인기남이지만, 거만하고 배려심 없는 가스통에게 관심이 없는 벨. 꿈많고 낭만적인 그녀의 시선은 작은 마을이 아닌 미지의 어느 곳을 향하고 있다. 어느 날 길을 떠났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고 타고 갔던 말만 돌아오자, 벨은 아버지를 찾아서 용감하게 길을 나선다. 말의 안내로 저주받은 성까지 다다른 벨, 벨의 아버지는 그 성에 갇혀 있었는데, 놀랍게도 말을 하는 무서운 야수가 그녀의 아버지를 강금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벨은 용감하게도 자기가 대신 야수의 죄수가 되겠다는 말을 꺼내는데...


<소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를 시작으로 해서 디즈니가 만들어온 만화영화 중 30번째 극장 만화영화이자 '인어공주(1989)'로 새로운 부흥기에 접어든 디즈니의 두번째 빅히트작. 직전년도에 '코디와 생쥐구조대(1990, The Rescuers Down Under)'가 제작되긴 했으나 흥행성적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세번째 작품이지만, 실질적으로 인어공주의 바통을 이어간 두번째 주자는 이 작품 미녀와 야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미녀와 야수의 기획 역시 인어공주와 동일하게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만들어졌던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백설공주의 후속작 중 하나로 미녀와 야수를 기획했던 창립자 월트 디즈니는 실제 스토리 작업까지 진행시키지만, 최종 제작까지는 이르지 못했었다. 세월이 지나 198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디즈니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는가(1988)'에 참여했던 리챠드 윌리암스를 영입하여 미녀와 야수의 프로젝트를 부활시켰으나 연출자가 교체되는 등, 프로젝트의 진행은 그다지 순탄치 못했던 듯 싶다.

1989년 인어공주가 성공을 거두자, 디즈니 스튜디오의 수장 제프리 카첸버그는 인어공주의 두 감독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를 이 작품의 감독으로 다시금 기용하고자 했지만, 인어공주에 온 힘을 쏟아부었던 그들은 이 제안을 거절하고 만다. 결국 미녀와 야수의 연출은 당시 신예였던 게리 트러스데일과 커크 와이스에게까지 넘어가게 되는데, 두 신예 연출자의 기용이 후일 신화로 거듭날 이 작품의 발목을 잡을 정도의 선택이 아니었음은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디즈니의 인프라는 그러한 것들을 보충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다.

미녀와 야수에서 특이한 점은 각본가의 영입이다. 일반적으로 만화영화는 스토리보드가 영화의 각본을 대신하는데, 미녀와 야수는 이런 전례를 깨뜨리고 각본을 먼저 쓴 다음,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보드가 만들어지게 된다.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에서는 인어공주와 같은 뮤지컬 드라마로 제작할 것이 결정되는데, 이로 인해 하워드 애쉬먼과 알란 멘켄이 다시금 의기투합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미녀와 야수가 인어공주의 성공방식을 이어가는 작품임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당시 AIDS에 걸려 있던 하워드는 미녀와 야수의 개봉을 미쳐 보지도 못한 체 91년 3월에 세상을 뜨고 만다. 미녀와 야수는 하워드와 알란 콤비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셈이다.

전작인 코디와 생쥐구조대에서 사용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CAPS(Computer Animation Production System) 기법은 이 작품에서도 당당하게 한축을 담당한다. 인어공주를 마지막으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도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아직 3D가 등장하기 전에 디즈니가 선보인 이 CG 기법은 뛰어난 선명도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게 되는데, 특히 벨과 야수의 무도회 장면은 2D임에도 불구하고 다중 레이어와 다중 시점 등을 사용하여 3D에 가까운 비주얼을 구현해 내 영상적으로도 이전 디즈니의 작품보다 진일보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게 된다. 단, 이 CAPS에 픽사의 기술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은 이후 북미 애니메이션 판도의 변화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기존의 동화적 스토리에 현실적인 터치를 가미하고 주변 캐릭터들을 활용하여 코믹한 상황을 연출시키며, 감동과 코미디를 오가는 맛갈스런 이야기의 향연은 인어공주를 거쳐 미녀와 야수에서도 변함이 없다. 전작의 인기 캐릭터(아니 가재) 세바스찬에 버금가는 루미에와 콕스워스 콤비부터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올드 미드팬들에게 익숙한 안젤라 란스베리가 분한 포트 부인의 포근함, 원작에 없는 캐릭터이지만 매력적인 악역으로 작품의 한쪽을 빛나게 한 가스통 등 캐릭터들의 아우라는 인어공주에 이어 이번 미녀와 야수에서도 발군이다. 인어공주보다 더 다양해진 캐릭터들의 군상은 미녀와 야수를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야수와 미녀의 사랑이라는 이야기 주제 또한 인어공주에 비해 보다 더 성인층, 특히 여성층이 공감할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사납지만 우스꽝스럽고 서툰 야수의 매력이 화면 내내 영리하고 아름다운 벨과 잘 어우러지며 멋진 화학작용을 보여주는 부분은 미녀와 야수의 코미디적인 요소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단단한 버팀목이다. 클라이막스에서 극적으로 인간 남자로 부활하는 야수의 모습 역시 극의 대미와 판타지를 완성하는 상투적이지만 감동적이고 적절한 클리셰이기도 하다. 이후 제작되는 디즈니의 르네상스 시기의 어떤 작품보다도 멜로 드라마로서의 완벽한 공식을 갖춘 작품이 바로 이 미녀와 야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미녀와 야수는 박스오피스로 무려 4억불을 상회하는 수입을 거둬들이는데, 이는 인어공주의 두 배를 뛰어넘는 성과였다. 흥행뿐만 아니라 비평에서도 찬사가 끊이지 않았으며, 만화영화로서는 사상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아쉽게도 작품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양들의 침묵'이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그 저력을 보여주었으며, 만화영화로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이 놀라운 사건은 이 픽사의 'UP(2009)'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 전까지 무려 18년 동안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게 된다. '라이온 킹 3D' 버전의 성공과 함께 미녀와 야수도 3D로 다시 제작되어 2012년 1월 북미에서 재개봉되어 큰 호평을 얻게 된다.



미녀와 야수, 마법의 크리스마스 (1997), Beauty and the Beast, Enchanted Christmas


ⓒ Walt Disney

<스탭>

◈ 감독: 앤디 나이트(Andy Knight)
◈ 저작권: ⓒ Walt Disney
◈ 제작/배급: 디즈니툰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홈 비디오
◈ 일자: 1997.11.11
◈ 장르: 드라마, 로맨스,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OVA / 전연령가 (G)


<소개>

벨과 야수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맞이하여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비디오 애니메이션. 극장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왕자가 다시 야수로 등장하는 등, 극장판의 뒷 이야기라기보다는 스핀 오프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미녀와 야수, 벨의 마법세상 (1998), Beauty and the Beast, Belle's Magical World


ⓒ Walt Disney

<스탭>

◈ 감독: 쿨렌 블레인(Cullen Blaine), 다니엘 데 라 베가(Daniel de la Vega) 외
◈ 저작권: ⓒ Walt Disney
◈ 제작/배급: 디즈니툰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홈 비디오
◈ 일자: 1998.02.17
◈ 장르: 드라마, 로맨스,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OVA / 전연령가 (G)


<소개>

옴니버스 형식의 비디오 애니메이션. '완전한 세상', '피피의 어리석은 행동', '폿트 부인의 파티', '부러진 날개'의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 사이트>

[1] Beauty and the Beast (1991 film), Wikipedia
[2] Beauty and the Beast (1991), IMDB
[3] 미녀와 야수, 엔하위키 미러
[4] Beauty and the Beast: The Enchanted Christmas, Wikipedia
[5] Beauty and the Beast: Belle's Magical World,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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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듀오 멕스웰의 눈을 통해 바라본 애프터 콜로니의 세상

' 기동전기 건담 W Endless Waltz 패자들의 영광(이하 패자들의 영광)'은 11월 말에 발행된 AK 커뮤니케이션즈의 번역판 코믹스로, 건담 에이스에 2010년 11월호부터 연재된 스미사와 카츠유키()/오가사와라 토모후미(그림)의 코믹스입니다. 신 기동전기 건담 W의 TV 시리즈의 내용을 기반으로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한명인 듀오 멕스웰의 관점으로 풀어간 이야기인데요, 다만 전체적으로 내용을 대폭 축약하여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가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스미사와 카츠유키는 건담 W의 TV 시리즈의 시리즈 구성을 담당했던 장본인으로, 본 코믹스에서 글을 맡고 있습니다. 스미사와의 참여는 본 코믹스가 원 시리즈의 스토리를 상당부분 잘 소화홰서 반영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지요. 그림을 그린 오가사와라 토모후미는 메카닉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으로, 코믹스는 이번 패자들의 영광이 거의 첫 작품이나 다름 없습니다. 게임이나 소설 등에서 메카닉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맡아왔기에 본 코믹스에서의 메카닉 묘사는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메카닉 못지않게 캐릭터의 묘사도 깔끔한 편이구요. 전반적으로 오리지널 캐릭터 디자인을 잘 살린 필체라 판단됩니다.

깔끔한 필력이 돋보이는 코믹스이지만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내용의 축약이 심하다는 부분일 겁니다. 이 정도의 축약이라면 패자들의 영광은 몇 권 정도로 완결이 될 듯 하군요. 패자들의 영광이 보여주는 지나치게 축약된 내용 전개는 여러가지 제작 사정 때문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코믹스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입니다. 한마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품이 아니다라는 의미이죠. 적당한 수준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깔끔한 코믹스인 셈입니다.


패자들의 영광은 AK가 발행한 건담 번역 코믹스 중에서는 톱 클래스의 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깔끔한 터치와 묘사는 고토부키 츠카사의 기동전사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시리즈와 비교할만 하며, 메카닉과 캐릭터의 균형잡힌 묘사는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와 비교할만 하다랄까요. 내용이 더 풍부한 코믹스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네요.


표지 일러스트. 보시다시피 원 캐릭터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일러스트입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원 시리즈의 디자인이 아닌 카토키 하지메가 리파인한 EW 버전의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인트로의 컬러 컷과 컬러 일러스트. 인트로의 컬러 컷은 달랑 3페이지 밖에 되지 않습니다.



건담 윙의 묘사. 보시다시피 무척 깔끔합니다.



톨기스나 건담 헤비암즈의 멋진 묘사 외에도 캐릭터 묘사도 수준급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내용의 축약도 있고 그림을 맡은 오가사와라 본인이 코믹스의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컷 구성이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주는 듯 합니다. 모빌슈트전의 묘사도 각각의 메카닉 묘사는 좋은 편이지만 서사적이고 지루하다고 할까요.


패자들의 영광은 깔끔한 터치로 건담 W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한 코믹스로 건담 W 세계관의 입문을 위한 나름 괜찮은 코믹스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누차 이야기한 스토리의 대거 축약은 이 코믹스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지요. 아직 1권만으로는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코믹스는 적당한 재미와 적당한 실망감을 동시에 가진 작품이지 않나 싶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tsuyuki SUMIZAWA 2011 /  TOMOFUMI OGASAWARA 2011 / ⓒ SOTSU · SUNRISE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신기동전기 건담W Endless Waltz 패자들의 영광 1 - 6점
스미사와 카츠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오가사와라 토모후미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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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투구아 돗지 단페이 (1991), 炎の闘球児 ドッジ弾平 / Honō no Tōkyūji Dodge Danpei

ⓒ Koshita Tetsuro / Shogakukan / TX


<스탭>

◈ 원작: 코시타 테츠히로(こしたてつひろ)
◈ 총감독: 사사가와 히로시(笹川ひろし)
◈ 시리즈 구성: 야마다 타카시(山田隆司)
◈ 스토리보드/연출: 이와사키 요시아키(岩崎良明), 이시야마 타카아키(石山タカ明), 아베 노리유키(阿部記之) 외
◈ 캐릭터 디자인: 하시모토 카즈미(はしもとかつみ)
◈ 작화감독: 하시모토 토요코(橋本とよ子), 후지타 마리코(藤田まり子), 하시모토 카즈미
◈ 미술감독: 나카무라 ?(中村靖)
◈ 음악: 카츠마타 류이치(勝又隆一)
◈ 제작: 애니메이션 21, TV 도쿄, 도큐 에이전시, 소학관 프로덕션
◈ 저작권: ⓒ こしたてつひろ · 小学館 · TX
◈ 일자: 1991.10.14~1992.09.21
◈ 장르: 스포츠, 드라마, 코미디
◈ 구분/등급: TVA(47화) / 전연령가(G)


<시놉시스>

전설적인 피구선수 이치게키 단쥬로(한국명 나태풍)의 아들인 천방지축 개구장이 이치게키 단페이(한국명 나통키). 공강소학교(한국명 태동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첫날부터 사고를 치면서 유명인이 된 단페이는 우연치 않게 공강 피구팀의 주전 히우라 타카시(한국명 권총탄)와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결국 피구로 승부하게 되는 두 사람.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단페이의 실력은 예상 이상이었지만, 결국 경험부족으로 타카시에게 패하게 된다. 강한 승부근성을 지닌 단페이는 패배에 굴욕을 느끼고, 타카시를 이기기 위해 피구 지옥훈련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소개>

월간 코로코로 코믹에 89년부터 95년까지 연재된, 코시타 테츠히로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1991년에 제작된 TV 시리즈 아니메. 이 작품으로 인해 피구라는 비인기 종목이 당시 일본 초등학교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그 인기는 이듬해인 1992년 한국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 최초 VHS 비디오로 출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같은 해 SBS에서 방영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코믹스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TV 아니메로 제작되었는데, 중,후반부의 에피소드는 코믹스의 연재 속도와 같아지면서 별도의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그려지게 된다.

피구왕 통키는 열혈 스포츠물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피구라는 다소 소프트한 스포츠 종목을 미식축구 이상의 터프한 스포츠로 변형시켜 파워 넘치는 전개를 이끌어 내었으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필살기를 보여주는 설정으로 아이들에게 크게 어필하게 된다. 단페이(통키)의 불꽃슛 뿐만 아니라 라이벌인 타이가(타이거)의 번개슛이나 미도우 아라시(남대풍)의 스핀 드라이브 슛(회전 회오리 슛), 리쿠오 토우마(태백산)의 프레스슛(파워슛)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필살기가 등장하여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단페이의 라이벌 중 하나인 토우마의 경우는 도저히 초등학생으로 생각할 수 없는 외모와 힘을 자랑하고 있어 시리즈 중 가장 강렬한 매력을 선사하는 캐릭터로 깊게 인상을 남기게 된다.

단페이가 초필살기인 불꽃슛을 연마하고 성공시키는 과정을 시리즈 종반에 이르러서야 이루어내는 드라마틱한 대미를 보여주면서 불꽃슛이 라스트를 극적으로 장식하는 부분은 인삭정이다. 이로 인해 시리즈가 종영된 이후에도 아이들 사이에서 불꽃슛 열풍이 계속되었으며 이 피구 열풍은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이어지기까지 했는데, 그 때문에 당시 한국의 대학교 M.T나 야유회에서 어른들이 피구를 즐기면서 불꽃슛(?) 등을 던지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별한 모션없이 공중에서 떠서 '불꽃슛!'이라고 외치는 불꽃슛에 비해 특징적인 모션이 있는 파워슛이나 회오리슛 등이 실제로는 좀 더 사랑받았다나 모라나.(경험담이 아니라...)

오프닝 곡인 토쿠가미 토모코의 '불꽃의 Go Fight'는 번안되어 강변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가수 강성연의 목소리로 한국에서도 대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한 게임도 크게 히트하여 당시 오락실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피구왕 통키의 인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실사영화로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원작자와의 상의를 거치지 않은 저예산의 B급 실사영화로 제작되면서 90년대에서도 여전히 진전이 없는 한국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 1992 SEGAⓒ 1992 SEGA
세가(Sega)에서 92년도에 발매된 게임. 당시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영음사 / 대경 DVD (페니웨이님 포스트 참고)
국내에서 무판권 B급 실사영화로 제작된 불꽃슛 통키의 VHS 커버.

☞ 실사영화 불꽃슛 통키 리뷰 보러가기: 괴작열전 불꽃슛 통키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炎の闘球児_ドッジ弾平, Wikipedia Japan
[2] 炎の闘球児ドッジ弾平(1991), allcinema.net
[3] 피구왕 통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こしたてつひろ · 小学館 · T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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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스란 전기 I, II (1991, 1992), アルスラーン戦記 / The Heroic Legend of Arslan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정보>

◈ 원작: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
◈ 감독: 하마츠 마모루(浜津守)
◈ 각본: 미야시타 토모야(宮下知也), 타카다 카오리(高田かおり) - 1편 / 스기하라 메구미(杉原めぐみ) - 2편
◈ 스토리보드: 하마츠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黄瀬和哉) - 1편 / 나카타 마사오(中田雅夫) - 2편
◈ 미술감독: 이케다 유우지(池田祐二) - 1편 / 키노시타 카즈히로(木下和宏) - 2편
◈ 음악/노래: 츠루 노리히로(都留教博) / 유사 미모리(遊佐未森) - 1편, 타니무라 유미(谷村有美) - 2편
◈ 제작: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마츠오 슈우고(松尾修吾), 다카하시 유타카(高橋豊)
◈ 제작사: 애니메이터 필름(1편), 아우벳쿠(2편) / 무빅,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도큐 에이전시, IMAGICA, 카도카와 서점
◈ 저작권: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 일자: 1991.08.17 - 1편 / 1992.07.18 - 2편
◈ 장르: 드라마,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파르스력 320년, 대륙 공로의 중심에 위치한 강대한 파르스 왕국에 이웃 국가인 루시타니아 왕국이 침공을 개시했다. 파르스의 왕인 안드라고라스 3세는 친히 대군을 이끌고 루시타니아군이 진을 친 아트로파테네 계곡으로 나서게 되는데, 역전의 용사들이 가세한 강대한 파르스 군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 하다. 하지만 파르스의 황태자로 이번 전쟁에 참여하게 된 아루스란은 아트로파테네 전역에 깔린 자욱한 안개를 보고 불안감을 느낀다. 루시타니아 군의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아루스란과 파르스군에서도 10명 밖에 없는 마르즈반의 칭호를 얻고 있는 젊은 장군 다륜은 안드라고라스 3세에게 잠시 후퇴할 것을 청하지만, 후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안드라고라스 3세는 다륜의 간언을 물리치고 대군을 움직여 루시타니아 군에게로 돌진한다.


그러나 우려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안개 속에서 방심한 파르스의 기병들은 루시타니아 군이 설치한 기름 함정에 빠져 불길에 휩싸이고, 설상가상으로 파르스의 마르즈반 중 한 명인 카란이 파르스 군을 배신하면서 파르스의 대군은 혼란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루시타니아군에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륜은 전세가 기울었음을 판단하고 아루스란에게로 향하고 아루스란과 다륜은 단신으로 전장을 빠져나오게 된다. 파르스 군은 전멸하고 안드라고라스 3세마저 루시타니아 군을 이끄는 정체불명의 은가면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파르스 왕국, 아루스란은 다륜과 함께 다륜의 친구이자 전 궁정 서기관이었던 나르사스의 은신처로 향하게 되는데...


<소개>

'은하영웅전설'의 작가 다나카 요시키의 장편 대하 소설(물론 정통소설이라기 보다는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극장판 아니메. 원작은 은하영웅전설의 집필이 완료되어가던 1986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간되기 시작하여 2008년에 이르는 현재까지도 완결이 되지 않고 있다. 다나카 요시키의 작품 중 완간된 작품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며, 1990년까지 발간된 7권까지를 1부, 그리고 8권 이후부터를 2부로 나누고 있다. 2008년에 13권이 발행된 이후로는 아직까지 후속작에 대한 소식은 없으며, 한국에서는 1999년 정식 번역된 서울문화사 판 문고가 있는데 아쉽게도 2부는 한국에 발간되지 못했다. 서울문화사 판은 현재 절판된 상태다. (코믹스도 한국에 발간되었으나 역시 절판)


가상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주무대가 되는 파르스 왕국은 국가의 명칭이나 설정 등으로 미루어볼 때 중세 페르시아 제국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중간중간 마법, 사왕과 같은 상상적인 설정이 등장하기는 하나 판타지라기보다는 정통 전쟁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작품. 나라를 빼앗기고 유랑길에 오른 왕태자 아루스란이 다륜과 나르사스, 파랑기스와 같은 충신들과 힘을 모아 나라를 되찾는 영웅 서사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은하영웅전설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모두 젊은 영웅들이라는 점에서 은영전의 라인하라트와 그 휘하의 젊은 장군들을 연상시키게 한다.


원작소설의 1부가 완료된 시점에서 카도카와 서점은 극장용 아니메의 기획을 추진하게 된다. 극장 아니메는 총 2부작으로 기획되어 1부가 비슷한 시기에 기획중이었던 '사일런트 뫼비우스' 극장 아니메 1부와 함께 동시상영으로 극장에 걸리게 된다. 80년대 대작 극장 영화와 아니메를 연이어 쏟아내던 카도카와의 모습에 비춰보면 소심한 모습이었는데, 이는 직전년도에 무려 50억엔을 쏟아부은 초대작 극장영화 '하늘과 땅과'의 개봉, 그리고 수년전부터 시작되어온 카도카와 형제 간의 불화에 따른 그룹 내 내흥 등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닌가 싶다. 1993년 카도카와 하루키가 사장에서 해임된 후, 카도카와의 아니메 사업은 이전보다 축소되어 직접 제작이 아닌 제작 컨소시엄의 형태를 취하게 되는데, 아루스란 전기와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그런 면에서 카도카와 아니메의 과도기에 있었던 작품인 셈이다.


ⓒ 田中芳樹·角川書店·MOVIC·Sony Music Entertainment (좌) / ⓒ Studio TRON·角川書店 (우)



비록 위세가 약해진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지만 카미무라 사치코와 키세 카즈치카로 이어지는 극장판 1부의 작화 라인업은 극장용 아니메에 어울리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시티헌터' 시리즈, '비너스 전기(1989)' 등에서 활약한 카미무라는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맡았던 아마노 요시타카의 캐릭터의 연장선상에서 아니메 캐릭터로의 전환을 멋지게 해내었으며(특히, 파랑기스는 몽환적이고 신비한 느낌을 100% 살려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 '패트레이버' 극장판 시리즈의 작화감독으로 사실적인 극화풍의 작화가 인상적인 키세 카즈치카의 해석력이 더해져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었다면 그야말로 놀라운 비주얼로 탄생할 수도 있었으나 90년대 들어 많은 힘을 잃은 일본 극장 아니메의 현실에 비춰보면 이는 무리일지도.


대작 극장 아니메로 탄생하지 못하면서 전쟁 드라마에 어울리는 스케일을 그려내지 못하는 제약이 있었지만, 깔끔한 작화와 멋스러운 화면 구성 등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의 작품이다. 다만, 초반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극적인 재미가 높지 않고, 여기에 1시간 분량의 반쪽짜리 아니메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다루지 못함은 아쉬운 점, 안타깝게도 1년여 뒤에 개봉된 2부 극장판은 작화진이 교체되면서 전반적으로 1부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며, 1, 2부 극장판을 다 합쳐도 이야기는 프롤로그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소설의 맛을 잘 살려내지는 못한 셈이다. 2부의 엔딩 테마인 타니무라 마미의 '설레임을 Believe'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극장 아니메보다 더 유명세를 타게 된다.



아루스란 전기 III, IV, V, VI (1993, 1995)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정보>

◈ 감독: 아미노 테츠로(アミノ テツロー) - 3,4편 / 하마츠 마모루 - 5,6편
◈ 각본: 스기하라 메구미
◈ 캐릭터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작화감독: 오치 신지(越智信次) - 3,4편 / 나카무라 사토루(中村悟) - 5편 / 시노 마사노리(筱雅律) - 6편
◈ 미술감독: 카나무라 카츠요시(金村勝義) - 3편 / 니시쿠라 치카라(西倉力) - 4편 / 쿠시다 타쯔야(串田達也) - 5편 / 네자키 치에코(根崎知恵子) - 6편
◈ 음악/노래: 츠루 노리히로(都留教博) / 스즈키 쇼코(鈴木祥子)
◈ 제작사: 애니메이터 필름 / 무빅,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카도카와 서점
◈ 저작권: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
◈ 일자: 1993.?.? - 3,4편 / 1995.?.? - 5,6편
◈ 장르: 드라마,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4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극장판에서 미쳐 못다한 이야기는 이듬해 OVA로 그려지게 된다. 원작 4권 한혈공로에 해당하는 내용이 OVA 3부와 4부로 만들어지고, 2년 후인 1995년 5권인 정마고영 편이 OVA 5부와 6부로 만들어진다. 각 편마다 작화 스탭진이 다른데, 3부와 4부보다는 5부와 6부의 작화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높다. 1부의 유려함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5부와 6부의 퀄리티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원작의 1부도 체 완결짖지 못한 체 OVA는 6부작을 끝으로 제작이 중단된다.


<참고 사이트>

[1] アルスラーン戦記, Wikipedia Japan
[2] アルスラーン戦記(1991), allcinema.net
[3] 아루스란 전기, 엔하위키 미러
[4] 아루스란 전기,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田中芳樹 · 角川書店 · MOVIC · Sony Music Entertainment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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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동방불패의 제자가 된 도몬의 과거 이야기

10월 말 경에 발매된 기동무투전 G 건담 제4권. 6월 중순에 발매된 3권에 이어 약 4개월 만에 다소 늦게 출시가 되었습니다. 1, 2권이 연달아 나오고 4개월 후에야 3권이 등장했기에 2개월 간격으로 발매되지 않을까 하고 3권 리뷰 당시 예측했는데, 역시 어설픈 예상이었네요. : )

☞ 초급! 기동무투전 G 건담 코믹스 리뷰 (바로가기)
☞ 초급! 기동무투전 G 건담 3권 출시 (바로가기)

전반적인 그림체는 1~3권과 비교하여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싶은데, 히로인인 레인과 같이 일부 컷에서는 왠지 모르게 전권에 비하여 좀 더 펜선이 세심해진 듯한 느낌도 듭니다. 사실 작가인 시마모토의 스타일이 개인적으로는 취향이 아닌데다가 이제 아저씨가 되어서 소년 만화를 보려하니 초반만 하더라도 감상이 좀 불편했던 편인데, 4권 쯤 되니까 어느 정도 읽어볼 만하게 되어서 그리 느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빌 파이터의 묘사는 전권과 차이가 그리 없습니다. 아무래도 캐릭터는 시마모토가, 모빌 파이터는 빅팽 프로젝트의 멤버인 미야키타가 맡은 듯.

도몬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3권에 이어서 4권에서는 도몬의 과거 에피소드가 일단락 됩니다. 3권 말에 조우하게 된 마스터 아시아를 따라 수련에 나선 도몬, 도몬의 부모와 형인 코우지 사이의 비극, 그리고 데빌 건담의 탄생. 수련에서 돌아와 사라진 형과 데빌 건담을 찾기 위해 건담 파이터가 되는 도몬의 이야기가 4권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요. 그리고 3권에서 진행이 중지되었던 샤이닝 건담과 셰이딩 건담의 이야기로 다시 시점이 복귀하게 됩니다.

4권의 말미에는 마침내 배틀모드에서 슈퍼모드로 진화한 샤이닝 건담의 모습이 공개됩니다. G 건담의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는 아무래도 5권부터일 것 같군요.




마스터 아시아의 수련을 마스터하고 하산하는 도몬. 마스터 아시아를 작중에서 한자로 쓰면 동방불패라나 뭐라나.



마스터 아시아에게 넘겨받은 '킹 오브 하트'의 칭호. 마크에서 보시다시피 트럼프의 'KING'을 베이스로 한 디자인으로, 셔플 동맹의 다섯명의 멤버는 킹 오브 하트를 포함, 스페이드, 에이스, 다이아, 조커로 구성이 된다는군요. 10만 있었으면 스트레이트인데... 어서 히든을 주세요~



히로인 레인 마키무라의 좀 더 어린 시절의 모습. 펜선이 가늘어지면서 좀 더 슬림하고 귀여운(?) 미소녀로 재탄생.



카라트 위원장의 흉계로 인해 폭주한 도몬이 마침내 샤이닝 건담의 새로운 모습인 슈퍼 모드로 진화하는 장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zuhiko SIMAMOTO / Yasuhiro IMAGAW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초급! 기동무투전 G건담 4 - 6점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이마가와 야스히로 각본,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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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뫼비우스(1991), サイレントメビウス / Silent Mobius


ⓒ Studio TRON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아사미야 키아(麻宮騎亜)
◈ 총감독/스토리보드: 키쿠치 미치타카(菊池通隆, 아사미야 키아의 애니메이터 필명)
◈ 감독: 토미자와 카즈오(富沢和雄) - 1편, 이데 야스노리(井出安軌) - 2편
◈ 각본: 키쿠치 미치타카, 시게우마 케이(重馬敬)
◈ 캐릭터 디자인: 키쿠치 미치타카
◈ 디자인 웍스: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모리키 야스히로(森木靖泰),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외
◈ 작화감독(1편): 아오키 테츠로(青木哲朗), 아베 쿠니히로(阿部邦博), 야나기사와 마사히데(柳沢まさひで) 외
◈ 작화감독(2편): 니시이 마사노리(西井正典), 마츠바라 히데노리(松原秀典), 키타지마 노부유키(北島信幸)
◈ 미술감독: 히라키 노리히로(平城徳浩)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동경소년 - 1편, SAICO - 2편
◈ 제작: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빅터, 파이오니아 LDC, AIC
◈ 저작권: ⓒ Studio TRON · 角川書店
◈ 일자: 1991.08.17, 1992.07.18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줄거리>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환경파괴로 산성비가 쏟아지는 미래의 도쿄. 2000년 무렵부터 현시대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속칭 3rd AT(Attraction)이라 불리는 이 사건들은 인간계가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 네메시스에서 온 이형의 존재들인 요마(루시퍼 호크)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들로, 정부는 이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특수조직 AMP(Attacked Mystification Police)를 신설하게 된다, 때는 2023년.


2024년, 하와이에서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카츠미 리큐르가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도쿄로 돌아온다. 사실 그녀는 네메시스와 인간계를 연결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진 대마법사 기겔프 리큐르와 무녀 후유카 리큐르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아버지의 강력한 마력을 이어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다가오는 루시퍼 호크와의 일전을 위해서 카츠미는 AMP에게 꼭 필요한 인재였는데...


<소개>

카도카와 서점의 만화잡지인 '월간 코믹콘'에서 1988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아사미야 키아의 대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2부작 극장용 아니메. 원작은 월간 코믹콘에서 연재를 하던 도중 93년부터 후지미 서점의 만화잡지 '코믹 드래곤'으로 자리를 옮겨 연재를 마무리했다. 총 12권으로 연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프리퀄에 해당하는 '뫼비우스 클라인'과 캐릭터 개개인의 사이드 스토리를 다룬 '사일런트 뫼비우스 테일즈'가 만들어 졌으며,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사일런트 뫼비우스 네오스가 2005년에 연재될 예정이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인 듯.


판타지 계열의 만화를 주로 연재했던 월간 코믹콘의 작품이어서인지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미래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퇴마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세계관이나 배경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런너'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거대한 광고 스크린을 내장한 비행선들이 도시를 부유하고 산성비가 쏟아지며 공중비행이 가능한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SF 세계에 등장하는 요마와 마법과 과학력을 동원하여 그들에 상대하는 AMP의 여전사들이라는 매치업은 당시로서는 꽤 신선한 크로스오버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컷 하나하나에 상당한 정성을 들이는 아사미야 키아의 필력이 더해지면서 연재초기부터 코믹스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초창기 그의 스타일은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나 '버블검 크라이시스'의 소노다 케이치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는데,(실제 앞선 둘의 작품들도 사이버펑크적인 세계관에 미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들 셋은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90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성수전설 다크엔젤'을 동시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아사미야의 스타일은 독자적인 색체를 갖추고, 이후 기다랗고 평면적인 그만의 독특한 페이스 스타일을 만들어내게 된다. 애초에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아사미야가 처음에는 다른 이들의 캐릭터를 그리다가 코믹스 작가로 전향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듯.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던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마침내 그 인기를 인정받아 카도카와의 수장 카도카와 하루키에 의해 극장용 아니메로 전격 제작되기에 이른다. 이미 키쿠치 미치타카라는 필명(실제는 본명)으로 아니메에서 활약하던 아사미야는 이 작품에서 원작자겸 총감독, 그리고 스토리보드와 각본의 1인 4역으로 맹활약하게 되는데, 비록 애니메이터 출신이기는 하나 연출경험이 전무했던 그를 보조하기 위해 토미자와 카즈오와 이데 카데노리가 각각 1부와 2부의 감독으로 그를 보조하게 된다.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애니메이터 출신의 만화가에게 쏟은 카도카와의 정성으로 볼 때 카도카와는 아사미야를 차세대 아니메 감독으로 키울 요량이었는지도 모른다. 단, 이 작품을 끝으로 아니메 연출가로서 아사미야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직까지는 없다.


원작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1, 2부에 담은 구성은 나름대로 준수하다. 세계관의 설정도 준수하고 요마와 싸우는 여섯명의 (제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들이라는 설정도 80년대 유행하던 미소녀+메카닉의 변주로 아니메 팬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만한 소재. 아사미야 본인이 작품에 참여했기에 캐릭터의 아니메 이식도 거의 완벽한 수준에 가깝다. 작화 수준도 현재의 CG 아니메와 비교하면 떨어지겠지만 여전히 준수한 편. 다만, 액션물로서의 스토리보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며 시나리오 구성도 무난하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다소 없는 것이 본작의 아쉬운 점으로,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1부와 2부로 극장 아니메가 나뉘어지면서 각 편마다 기승전결을 부여하는 형태로 가면서 좀 더 큰 스케일과 밀도있는 이야기 전개를 이끌어낼 수 없었던 듯 싶다.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사이버펑크라는 기존의 장르 위에 퇴마라는 장르를 이식한 작품으로 이후의 아니메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80년대를 주름잡던 미소녀와 메카닉의 조합, 그리고 리얼로봇이라는 메인 테마를 잃어버린 아니메는 사일런트 뫼비우스와 같은 크로스오버에 서서히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며, 카도카와의 또다른 히트작 '로도스 전기(1990)' 등과 함께 90년대 판타지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된다.




사일런트 뫼비우스(1998)


ⓒ Studio TRON · 角川書店


<정보>

◈ 감독: 토노카즈 히데키(殿勝秀樹)
◈ 시리즈 구성: 카와사키 히로유키(川崎ヒロユキ), 토노카즈 히데키
◈ 스토리보드/연출: 이시야마 타카아키(石山タカ明), 오오바 히데아키(大庭秀昭), 토노카즈 히데키 외
◈ 캐릭터 디자인: 타나카 세이키(田中誠輝)
◈ 컨셉 디자인: 모리키 야스히로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谷口守泰), 이토 요시아키(伊藤良明), 후쿠시마 요시하루(福島喜晴) 외
◈ 미술감독: 이와세 에이지(岩瀬栄治)
◈ 음악/노래: Jimmie Haskell, Suzuki Katayama, 스도우 켄이치(須藤賢一), 후루카와 타카시(古川貴司) / 이시즈카 사오리(石塚早織), Karen Mok, 오쿠도이 미카(奥土居美可), Jason Scheff
◈ 프로듀서: 이와타 마키코(岩田牧子), 요코야마 신이지로(横山真二郎) 외
◈ 제작사: TV 도쿄, 소츄 에이전시, 라딕스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Studio TRON · 角川書店
◈ 일자: 1998.07.07~1998.09.29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TVA(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1992년 이후로 잠잠하던 사일런트 뫼비우스는 6년이 지난 1998년에 이르러서야 TV 시리즈로 안방극장을 찾아오게 된다. 원작 자체가 샤워씬과 같은 서비스컷이 난무하는 작품이라 TV 시리즈로의 이식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12년에 걸친 긴 연재로 인해 2000년에 이르러서야 완결을 보게되는 원작의 느린 전개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싶다. 또한, 93년에 연재되던 만화잡지가 교체되는 등의 이유도 어느 정도 원인이 되지는 않았나 생각해볼 수도 있다.

TV 시리즈에는 원작자인 아사미야가 참여하지 않은체 루팡 3세 TV 스페셜 단편 등을 연출한 토노카즈 히데키가 감독을 맡고 '무책임 함장 테일러(1993)', '용자경찰 제이데커(1994)', '기동신세기 건담 X(1996)' 등을 써온 카와사키 히로유키가 시리즈 구성을 맡았다. 캐릭터 디자인은 후일 '미나미가, 한그릇 더(2008)'의 타나카 세이키가 맡았는데, 아사미야의 캐릭터를 그다지 잘 살리지는 못한 듯 싶다. 아사미야의 특징이 사라지면서 캐릭터에서는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극장판의 뒷 이야기가 아닌 극장판과 동일한 시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우선 어머니의 위독하다는 말에 동경으로 귀국하는 극장판의 카츠미가 아니라 어머니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귀국하는 카츠미로 설정이 바뀌어져 있으며, 사이토 유키는 극장판과 달리 이미 AMP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극장판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코믹스의 뒷 이야기들이 영상화된 것은 사일런트 뫼비우스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전체적인 아니메의 분위기는 원작과는 다소 상이한 느낌으로 그려져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참고 사이트>

[1] サイレントメビウス, Wikipedia Japan
[2] サイレントメビウス(1991), allcinema.net
[2] サイレントメビウス(1998), allcinema.net
[3] 사일런트 뫼비우스, 엔하위키 미러
[4] Silent Möbius (movie),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tudio TRON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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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 (1991), おもひでぽろぽろ / Only Yesterday / Memories of Teardrops


ⓒ 岡本螢 ・ 刀根夕子 ・ GNH


<정보>

◈ 원작: 오카모토 호타루(岡本螢), 토네 유코(刀根夕子)
◈ 감독/각본: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 장면설계/스토리보드: 모모세 요시유키(百瀬義行)
◈ 캐릭터 디자인: 콘도 요시후미(近藤喜文)
◈ 작화감독: 콘도 요시후미, 콘도 카쯔야(近藤勝也), 사토 요시하루(佐藤好春)
◈ 미술감독: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음악/노래: 호시 카츠(星勝) / 미야코 하루미(都はるみ)
◈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
◈ 제작 프로듀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 저작권: ⓒ 岡本螢 ・ 刀根夕子 ・ GNH
◈ 일자: 1991.07.20
◈ 장르: 드라마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줄거리>

동경 토박이로 자란 27살의 처녀 오카지마 타에코. 어렷을 적부터 방학 때 시골로 내려가는 학우들을 동경해오던 그녀는 회사에 열흘간의 여름 휴가를 내고 시골로 내려갈 계획을 세웠다. 큰 언니가 결혼하면서 시골에서 살게 되자 그녀에게도 찾아갈 시골이 생긴 것이다. 모처럼만의 귀향에 들뜬 타에코는 이것저것 시골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었던 자신의 옛 추억 속으로 빠져 드는데...


<소개>

오카지마 호타루()와 토네 유코(그림)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극장 아니메. 미야자키 하야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브리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의 작품으로, '반딧불의 묘(1988)'에 이은 그의 두번째 지브리표 아니메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던 그가, 지브리에 들어온 이후로는 연출보다는 미야자키의 작품에서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지브리의 안살림에 주력하면서 작품 활동이 눈에 띄게 더디어진 점은 어떤 면에서 아쉽다고 하겠다. (1987년에 '柳川堀割物語'라는 실사 다큐멘터리영화를 연출하는 등, 80년대 중후반부의 그의 행적은 확실히 아니메에서 한발 멀어진 느낌이었다.)

도에이 동화부터 A 프로덕션, 즈이요 영상, 닛폰 애니메이션, 텔레콤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의 과거 행적과 대표 연출작들에서 볼 수 있는 다카하타 이사오의 가장 큰 특징은 섬세한 일상의 묘사와 서정적인 전원 드라마에 있다. 동료이자 후배로서 그와 오랜 세월 같이 일해온 미야자키가 거대한 스케일과 흥미진진한 어드벤쳐, 그리고 디테일한 표현력이 발군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소소함과 전원적인 리얼리즘으로 인해 타카하타의 작품에는 항상 인간적이고 따뜻함이 넘쳐 흐른다. 타카하타의 이런 성향들은 미야자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어 그의 작품에서도 타카하타의 취향을 심심치 않게 엿볼 수 있으며, 심지어 이것이 지브리 아니메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브리의 아니메는 그런 면에서 타카하타의 토양 위에 서있는 미야자키의 성과 같다.

3년만에 만들어진 추억은 방울방울에는 반딧불의 묘에서도 활약한 콘도 요시후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그의 뒤를 받치고 있다. 미야자키와는 달리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없었던 타카하타에게 콘도는 어찌보면 손과 같은 존재였을지도. 장면설계와 레이아웃은 역시 반딧불의 묘에서 활약한 모모세 요시유키가 맡았다. 모모세 역시 타카하타의 이후 작품에서도 계속 활약한다는 점에서 콘도와 모모세 둘은 타카하타의 수족과도 같은 스탭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웃의 토토로(1988)'를 통해 지브리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오가 카즈오가 미술을 맡아 그의 특기인 녹색의 풍경을 화면 위에 펼쳐 보인다.


전작인 반딧불의 묘가 비극적인 전쟁 드라마였던 것에 비해 '추억은 방울방울'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소한 일상의 드라마를 다루고 있다. 1980년대와 1960년대의 일상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데, 60년대 일본의 풍경을 빛바랜 느낌으로 묘사하고, 작품의 현재 시점에 해당하는 80년대를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현재와 과거를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이 작품만의 개성적인 특색이다. 섬세한 일상의 묘사는 여기서도 여전한데, 파인애플을 칼로 깎는 다든지 베니바나를 수확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당대의 작업환경이 수작업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실로 놀라운 수준. 현실적인 묘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첫 고백을 받은 타에코가 구름 위를 걷는다거나 순정만화의 소녀처럼 눈이 반짝거리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만화영화의 장점을 살린 부분도 엿볼 수 있다.

디즈니적인 아니메를 지향하던 지브리의 작품답게 프리스코어링(선녹음 후작화) 방식으로 진행된 점도 특기할만 하다. 특히, 주인공인 타에코와 토시오의 경우는 성우를 맡은 이마이 미키와 야나기바 토시로의 실제 모습을 연상하여 캐릭터를 디자인한 것이 특이한 점.([1] 참조) 그래서인지 만화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웃거나 입을 움직일 때 생기는 볼의 주름을 묘사하는 등, 상당히 세세한 곳에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진다.

10일간의 휴가를 내어 동경하는 시골로 향하는 타에코가 여정 중에 떠올리는 그녀의 12살 기억은 평범함 속에 소소함과 재미가 넘쳐 흐른다. 만화영화이긴 하지만, 구성방식은 실사영화에 가까운 전개이며 어떤 면에서는 서정적인 수필을 연상시키게 한다. 특히 자신의 어렷을 적 추억을 떠올리는 27살의 처녀의 이야기는 굳이 만화영화의 팬이 아니더라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전원적인 농촌생활과 어린 시절의 추억 등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향수라는 테마를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있으며, 잔잔한 드라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면서 타카하타 감독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おもひでぽろぽろ, Wikipedia Japan
[2] おもひでぽろぽろ(1991), allcinema.net
[3] 추억은 방울방울, 베스트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岡本螢 ・ 刀根夕子 ・ GNH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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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음.
◈ 감독: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 1~7화 /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 - 8~13화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이마니시 타카시(大熊朝秀의 필명으로 참여),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스토리보드/연출: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信一郎), 아카네 카즈키(赤根和樹), 카세 미츠코, 이마니시 타카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 작화감독: 오사카 히로시(逢坂浩司), 칸노 히로키(菅野宏紀), 카와모토 토시히로
◈ 메카닉 스타일링/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요시다 토오루(吉田徹)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雄) / 마츠바라 미키(松原みき), MIO, Jacob Wheeler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5.22~1992.09.24 (OVA) / 1992.08.29 (극장판)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3화),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1년 전쟁이 종결된지 3년, 지구연방군은 1년 전쟁 당시 큰 전과를 올린 건담의 후속 개발 프로젝트인 건담 개발 계획 GP(Gundam Project)를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애너하임 사에서 개발된 두 기의 모빌슈트인 GP01(범용 모빌슈트)와 GP02(핵병기 탑재 모빌슈트)가 지상 테스트를 위해 지구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송되던 도중, 지온군의 잔당조직인 델라즈 플리트에 의해 GP02가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주범은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이자 1년 전쟁 당시 '솔로몬의 악몽'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아나벨 가토 소령. 가토는 GP01을 타고 그를 쫓던 건담 테스트 파일럿 코우 우라키 소위와 연방군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GP02와 함께 우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사건이야말로 델라즈 플리트의 'Stardust(별 부스러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니, 바야흐로 지온과 지구연방 간의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 열리려 하고 있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0080(1989)'를 통해 토미노가 없는 건담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된 반다이는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로 인해 로봇 아니메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라이즈에게 차기 건담 프로젝트를 다시금 의뢰하기에 이른다. 타카라는 용자 시리즈로, 토미는 엘드란 시리즈로 선라이즈에게 기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반다이까지 가세했으니 어찌보면 90년 초는 완구, 프라모델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일종의 선라이즈표 재기전이었던 셈이다. 이 현실적인 로봇 전쟁(?)에 건담이 참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다고 하겠다. (물론, 각 작품의 기획시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작품의 순서 배열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선라이즈와 반다이는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라는 원년 3인방을 모두 불러모은 대작  극장판 '기동전사 F91(1991)'을 기획하게 되는데, 애초에 TV 시리즈로 런칭할 이 작품을 극장판으로 우선 간을 본 뒤 반응에 따라 TV 시리즈로 제작하겠다는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전략이 결국 건담 F91의 패착이 된 것은 이미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1991)'에서 전술한 바 있다. 허나, 반다이는 이러한 조심스런 전략에 한가지 우회 전술을 더 추가하게 된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 (바로가기)

건담 F91은 토미노와 야스히코, 오카와라까지 가세한 명실상부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정통 후속 시리즈이긴 했지만, 기존의 우주세기와 거의 연관이 없는 30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리즈를 일신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는데, 이미 다른 작품보다 월등히 팬들과 많은 것을 공유해온 건담에게 이런 식의 분위기 쇄신은 자칫 기존 팬들에게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스스로 더이상 예전의 건담과 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다이는 건담 F91은 토미노와 스탭들의 뜻대로 하되, 기존 팬들을 위해 우주세기의 이야기를 활용한 또다른 건담 시리즈를 기획하는 대안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이다.

건담 F91은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로 토미노의 작품을 주로 제작해온 선라이즈의 주력 스튜디오인 제2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담 0083은 극장판이나 TV 시리즈가 아닌, 이미 건담 0080에서 재미를 보았던 OVA로 제작할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스튜디오는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 그리고 '시티헌터 시리즈' 등을 제작한 선라이즈의 제3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이루어지게 된다. 감독에는 이 건담 0083이 첫 감독 데뷔작인 카세 미츠코와 이마니시 타카시. 보기 드문 여성 연출가인 카세 미츠코는 0083이 첫 데뷔 감독작이었지만, '투장 다이모스(1978)' 부터 선라이즈의 수많은 아니메, 특히 로봇물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연출스탭이었고, 이마니시 타카시는 '장갑기병 보톰즈 시리즈'에서 활약하면서 리얼로봇 아니메에 대한 이해력이 넓고, 각본과 프로듀서까지 가능한 만능 연출스탭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선라이즈의 신예들이 대거 건담 0083의 메인 스탭으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감히 신예라 칭하기 어려운 일류 애니메이터들로 가득한데, 먼저 연출 스탭에는 '카우보이 비밥(1998)'으로 후일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쉬한 연출가로 각광받게 되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아카네 카즈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우보이 비밥과 '울프스 레인(2003)'으로 초특급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와 '기동전사 V 건담(1993)'과 '기동무투전 G 건담(1994)', '현란무답제 더 마즈데이브레이크(2004)' 등 선라이즈와 본즈의 대표작에서 활약하게 되는 故 오사카 히로시가 놀라운 필력을 선보이며,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또한, 90년대 중후반부 선라이즈의 메카 작화를 책임지는 사노 히로토시와 요시다 토오루가 건담 0083을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한 메카 묘사를 연출하면서 건담 0083의 놀라운 작화 퀄리티를 책임지게 된다. 캐릭터와 메카닉 작화에서 이들 신예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은 0083의 흥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건담 0083을 시작으로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오카와라 쿠니오의 공백을 메울 메카닉 디자인에는 무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이자 발키리 머신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카와모리 쇼지를 깜짝 영입하여 건담 1, 2호기의 디자인을 맡기고, '건담 센티넬'을 통해 신예 디자이너로 각광받기 시작한 카토키 하지메를 불러들여 카와모리가 디자인한 건담 1, 2호기의 리파인과 다른 MS의 디자인을 맡기게 한다. 단,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건담이라는 이미지를 베이스로 건담 1, 2호기를 디자인한 카와모리는 스스로 이것이 자신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니기에 메카닉 디자인이 아닌 메카닉 스타일링으로 스탭 표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일화에서 카와모리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이 때문이지는 몰라도 건담 0083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메카닉 디자이너는 카와모리보다는 신예 카토키였으며, 이후의 건담 시리즈부터 카토키의 영향력은 눈에 띌 정도로 강해져 단순히 메카닉 디자인을 넘어 프라모델 상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준비된 괴물 신인들의 가세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기는 했지만, 건담 0083의 성공동력은 그보다는 기존 건담 팬들을 만족시키는 설정과 이야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선 1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로 삼은 점은 확실히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결말부에서 티탄즈의 결성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티탄즈의 주역인 자미토프 하이만과 바스크 오움을 등장시킨 부분은 우주세기 건담 팬들의 입맛에 그야말로 딱 맞는 부분.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 아나벨 가토와 시마 가라하우와 같은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연방측보다 델라즈 플리트 측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포진함으로써 건담 0083의 구도는 왠지 모르게 델라즈 플리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가토와 멘탈과 실력 모두에서 가토에게 뒤진 코우의 대립구도도 그런데, 본래 라이벌 악역에 비해 모자라던 주인공이 차츰 성장하여 라이벌을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가는 기존의 아니메 포맷과 달리 본작에서의 코우는 성장 속도가 둔하고, 품고 있는 가치관 역시 모호하여 오히려 가토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되어버린 부분은 아쉽다.

또한, 민간인 소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건담에 우연치 않게 탑승하게 되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의 구도에서 벗어나 이미 군인인 주인공 코우 우라키 소위를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나 이미 성장한 성인들이 주역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은 건담 0083을 보다 성인취향의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즉, 이 작품은 이제 막 건담을 시청하려고 하는 소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미 건담을 어렷을 적부터 보아오고 이제는 2~30대로 성장한 오리지널 팬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인 셈이다. 여러모로 본작의 방향성은 이렇듯 신규 건담팬보다는 기존 건담팬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을 배제함으로써 보다 더 현실적인 밀리터리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뉴타입이라는 테마가 건담의 화두인 동시에 구태의연한 테마가 되어버렸음을 생각할 때 뉴타입의 거세는 괜찮은 선택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가토와 코우 사이에서 번민하던 중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히로인 니나 퍼플톤의 경우는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팬들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극적인 면에서 크게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1화만 하더라도 일면식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던 가토와 니나가 극 후반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초반부터 계획했던 설정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델라즈 플리트의 인물들이 돋보이는데다가 후반부에는 연방의 부패한 모습마저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는 미묘하게 델라즈 프리트 측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테러리즘이나 자폭공격 등이 미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 등장하는 메카들이 시간 순으로 바로 다음 작품이 되는 '기동전사 Z 건담(1985)'에 비해 너무 고성능의 기체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문제.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모빌 아머 노이에 질이나 GP-03 덴드로비움은 확실히 당시의 스펙을 뛰어넘는 기체들로서, 이러한 부분은 에필로그를 통해 GP 계획 자체가 이 시점에서 말소된다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모순점을 상쇄하려 했지만, 애초에 이러한 스펙과 디테일의 기체를 등장시킨 의도가 프라모델 판매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의도적이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실제로 상품화된 프라모델에 있었는데, 당시 건담 F91과 작품이 병행되면서 반다이가 건담 F91에 집중했던 탓인지 건담 0083의 초판 키트들은 기대 이하의 프로포션과 디테일로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건담 0083의 인기가 건담 F91에 비해 더 높았고, 설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고성능의 기체들로 디자인했음을 생각할 때 이는 반다이의 실투가 아닌가 싶다. 건담 0083은 10여년이 지난 2001년에 다시 재판되면서 과거의 악명을 씻어내게 되었고, 특히 HGUC 덴드로비움은 역대 건프라 1/144 스케일 중에서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압도적인 위용과 인기를 현재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높아진 인기로 인해 시리즈 제작 도중 극장판의 제작이 결정된다. 극장판 '지온의 잔광'은 OVA 전 13화의 내용을 편집하여 최종화인 13화가 출시되기 전 극장에 공개되었는데, 이로 인해 후반부에는 극장판의 스케일에 맞춰 작화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다. 건담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만든 건담이, 토미노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담이 마침내 극장판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건담 0080과 건담 0083의 잇다른 성공, 그리고 건담 F91의 실패는 분명히 건담 월드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례였지만, 기이하게도 반다이만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듯 싶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토미노 요시유키를 다시 한 번 더 몰아부치게 된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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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무적 라이징오 (1991), 絶対無敵 ライジンオー / Matchless Raijin-Oh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 시리즈 구성: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 스토리보드/연출: 사토 타쿠야(佐藤卓哉), 콘도 노부히로(近藤信宏), 타니구치 고로(谷口悟朗) 외
◈ 캐릭터 디자인: 타케우치 아키라(武内啓)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山田高裕)
◈ 작화감독: 타케우치 아키라, 니시무라 노부요시(西村誠芳), 사쿠마 신이치(佐久間信一)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타나카 고헤이(田中公平) / SILK
◈ 프로듀서: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쿠라바야시 신스케(倉林伸介), 후지나미 토시히코(藤波俊彦)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読売広告社),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1.04.03~1992.03.25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양승학원 5학년 3반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학교생활에 한창이다. 그러나 바로 그 날, 5차원의 쟈크 제국이 지구권에 등장하여 지구를 향한 공격을 개시한다. 아크 구슬을 이용하여 지구를 괴멸 시키려는 쟈크 제국, 이 때 정체불명의 거대로봇이 쟈크 제국의 앞을 가로 막아선다. 라이징오라 불리는 거대 로봇은 태고적부터 지구를 지키는 전사라 자신을 칭하며 쟈크 제국과 맞서지만, 불의의 공격을 받아 지구로 불시착하게 되고, 라이징오가 불시착한 곳은 공교롭게도 양승학원 5학년 3반. 진과 동급생 아이들은 라이징오의 추락과 함께 미지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미지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라이징오와 라이징오에 탑승한 정체불명의 생명체 엘드란을 만난다. 지구를 지켜온 전사라 자신을 소개한 엘드란은 부상을 입은 자신을 대신하여 자신의 임무와 자신의 힘을 5학년 3반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엘드란과 정체불명의 공간이 사라지자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 아이들에게는 각각 영문 모를 메달이 주어지게 되는데...


<소개>

완구업체 타카라의 용자 시리즈 제 1 편 '용자 엑스카이저(1990)'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하며, 완구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자 타카라의 경쟁업체인 토미(타카라는 후일 토미에 합병된다.) 역시 이를 방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조이드' 브랜드로 한 때 큰 성공을 거둔 토미였지만 1990년 기점에서 일단 조이드의 상품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 상태(조이드는 이후 1999년에서야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게 된다), 토미로서는 타카라의 용자 브랜드에 대항할 새로운 완구 브랜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리하여 토미는 용자 시리즈와 대적할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고 이를 위한 TV 애니메이션을 선라이즈에게 의뢰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엘드란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절대무적 라이징오(1991)'의 시작이 된다. 일설에는 토미의 사장인 토미야마 칸타로가 자신의 아들이 '토미의 장난감은 싫고 커서 반다이에 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한 것에 충격을 받은 것([2], [8]에서 인용)이 라이징오가 탄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아들의 이 말은 토미의 완구에 대한 당시 어린 소비자의 시각을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토미야마 사장의 판단은 시기적절했다.


다만, 선라이즈는 이 시기 용자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를 엑스카이저에 이어 제작하고 있었기에 라이징오에는 용자 시리즈와는 다른 별도의 스탭진들이 투입된다. 메카닉 디자인에는 용자 시리즈의 오카와라 쿠니오가 아닌,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1986)', '초음전사 보그맨(1988)' 등에서 활약한 야마다 타카히로가 맡아 무난한 메카닉으로 합격점을 받아내었고,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동전사 Z 건담(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부터 용자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연출 스탭으로 활약해온 베테랑 카와세 토시후미가 감독을 맡아 안정적인 연출로 엘드란 시리즈를 이끌어가게 된다. 여기에 후일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플라네테스(2003)', '코드 기어스 반역의 를르슈(2006)' 등으로 선라이즈의 차세대를 이끌어 갈 다니구치 고로가 본 작품에서 연출 스탭으로 활약하는 등, 선라이즈의 세대 교체를 위한 가교로서도 라이징오와 엘드란 시리즈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 여기에 건담 시리즈를 동시에 기획하고 제작할 정도로 선라이즈는 로봇 아니메에 있어서 당시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보다도 폭넓은 인재 풀을 갖고 있던 셈이다. 


라이징오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주시청층인 초등학생 아이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한 설정에 있다. 이 때까지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어온 로봇 아니메는 대게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청소년 기본법상 24세 이하까지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기본 공식으로, 용자 시리즈에 이르러서도 10대 초반의 유소년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또는 조연급으로 등장해도 직접 로봇을 조종하는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라이징오는 주 시청자와 동일한 연령대의 주인공들이 직접 로봇을 조종할 뿐만 아니라, 학교가 로봇의 격납고로, 학급 전체가 전략상황실로 변하여 모든 학생들이 전투요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게 된다. 이제까지의 로봇물과 비슷한 컨셉을 지닌 라이징오가 히트할 수 있었던 가장 차별점은 바로 이 설정에 있다.


라이징오의 성공은 토미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라이벌 프로그램으로 라이징오보다 2개월 먼저 방영을 시작한 파이버드의 평균 시청률을 두 배 넘게 뛰어넘으며 용자 시리즈와의 첫대결에서 압승을 이끌어 내었으고, 조이드에서 쌓아온 동물 메카를 활용한 완구 판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이다. 라이징오의 성공은 결국 엘드란 시리즈를 탄생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라이징오에서 어린 유소년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는 컨셉은 이후의 시리즈를 대표하는 설정으로 자리매김한다. 



원기폭발 간바루가 (1992), 元気爆発 ガンバルガー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시리즈 구성: 카네마키 켄이치(金巻兼一)
◈ 스토리보드/연출: 모토나가 케이타로(元永慶太郎),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타니구치 고로 외
◈ 캐릭터 디자인: 콘도 타카미츠(近藤高光)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 작화감독: 콘도 타카미츠, 니시무라 노부요시 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長谷川智樹) / Yoshiko
◈ 프로듀서: 우치다 켄지, 후지나미 토시히코, 이케다 ?(池田朋之)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2.04.01~1993.02.24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47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라이징오의 대성공은 토미로 하여금 엘드란 시리즈와 완구 브랜드를 계속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라이징오의 스탭진이 거의 대부분 본작에 다시 참가하여 라이징오의 종방과 함께 곧바로 바통을 이어받은 엘드란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은 바로 '원기폭발 간바루가(1992)'. 라이징오에서 이어져 온 유소년들이 직접 로봇을 조종하는 설정을 이어받았지만, 학급 전체가 크루(Crew)였던 라이징오와는 달리, 3명의 소년이 3인 전대로 활약하며 놀이터와 동네 사거리, 아파트 등에서 메카가 출격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여기에 마법과 같은 요소가 담긴 것도 재미. 저주가 걸린 3인의 주인공 소년들이 정체가 들키면 개로 변하게 되며, 이 때문에 정체를 들키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이 작품만의 독특한 설정이다. 전작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등 여러가지 변화를 주었으며, 라이징오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간바루가의 평균시청률은 경쟁작인 용자 시리즈를 압도하면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다만, 간바루가의 문제는 완구 비즈니스에 있었다. 라이징오의 성공에 고무된(?) 토미의 개발팀이 간바루가의 디자인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결과, 당시로서는 상당한 고가(16,800엔)의 제품이 나와버린 것이다. 여기에 변신합체 기믹이 복잡하고, 합체 후에는 필요없는 부속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도 변신합체 로봇으로서의 상품가치를 떨어뜨려 버리는 요소였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간바루가의 시청률을 완구 판매에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비즈니스적으로 실패한 작품이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변신합체 완구에 능숙하지 못했던 토미의 이 실수는 이후 엘드란 시리즈가 단명하게 되는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는다.


열혈최강 고자우라 (1993), 熱血最強 ゴウザウラー


ⓒ SUNRISE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각본: 카와세 토시후미, 시모 후미히코(志茂文彦), 치바 카즈히코(千葉克彦) 외
◈ 스토리보드/연출: 코우 유우(紅優), 히다카 마사미츠, 타니구치 고로 외
◈ 캐릭터 디자인: 카와모리 요시노리(兼森義則)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시 / 城前龍治 - 메인 메카닉
◈ 작화감독: 니시무라 노부요시, 사쿠마 신이치 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 / Seraphim - 오프닝, 하야시바라 메구미(林原めぐみ) - 엔딩
◈ 프로듀서: 우치다 켄이치, 후지나미 토시히코, 이와타 케이스케(岩田圭介)
◈ 제작사: TV 도쿄, 요미우리 광고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テレビ東京
◈ 일자: 1993.03.03~1994.02.23
◈ 장르: SF,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간바루가의 패착이 완구의 완성도에 있음을 깨달은 토미는 세번째 시리즈에서는 보다 완성도 높은 완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사의 총력을 동원한다. 그리하여 조이드 시리즈에서 이어져온 공룡이라는 컨셉을 메카닉에 이식하고, 라이징오에서 큰 호평을 얻은 전체 학급이 승무원으로 활약한다는 컨셉을 다시금 부활시켰으며, 간바루가에서 이어져 온 드라마성을 보다 짙게 하여 새로운 세번째 시리즈를 내놓으니 이것이 바로 불가피하게 엘드란 시리즈의 최종장이 되어버린 '열혈최강 고자우라(1993)'이다.

고자우라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라이징오와는 달리 좀 더 현실적인 학급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이다. 전형적이고 비현실적인 학급과 학생들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단순한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라이징오와는 달리 고자우라에서는 학급 내에서의 반목과 갈등 등이 부가되며 드라마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작품의 드라마적 완성도를 높여주기는 했지만 역으로 주시청자인 아이들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결국 시청률은 엘드란 시리즈 중 가장 낮은 7~8%의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역대 용자 시리즈의 시청률이 평균 4%대인 걸 감안하면 이는 결코 낮은 시청률로는 볼 수 없다.

다만, 고자우라 역시 아니메보다는 완구 회사의 비즈니스가 발목을 잡고 만다. 완성도 높은 완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출시 시기를 늦춰가면서까지 분투했지만, 출시된 완구의 완성도는 기대 이하였으며, 합체 후 너무 많은 부속품이 불필요하게 남는 고질적인 문제 역시 해결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본작이 방영을 시작하고서 무려 9개월이 지나서야 완구가 출시되었으니 완구 판매는 이미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 토미의 이 초보적인 실수는 결국 엘드란 시리즈를 고자우라에서 멈추게 하는 패착이 된다. 후속작으로 '완전승리 다이테이오'가 기획되고 있었지만, 토미의 비즈니스 실패로 인해 다이테이오는 결국 제작되지 못하고 잡지나 코믹스로만 남게 된다. 엘드란 시리즈의 조기 퇴장과 함께 용자 시리즈로 새로운 전성기를 기대했던 로봇 아니메의 앞길에는 다시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려 하고 있었다 .


<참고 사이트>

[1] エルドラン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絶対無敵ライジンオー, Wikipedia Japan
[3] 元気爆発ガンバルガー, Wikipedia Japan
[4] 熱血最強ゴウザウラー, Wikipedia Japan
[5] 絶対無敵ライジンオー(1991), allcinema.net
[6] 元気爆発ガンバルガー(1992), allcinema.net
[7] 熱血最強ゴウザウラー(1993), allcinema.net
[8] 엘드란 시리즈, 엔하위키 미러
[9] 절대무적 라이징오, 엔하위키 미러
[10] 원기폭발 간바루가, 엔하위키 미러
[11] 열혈최강 고자우라, 엔아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テレビ東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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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F91 (199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 Mobile Suit Gundam F 91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원작/감독: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각본: 이토 츠네히사(伊東恒久),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北原健雄), 무라세 슈코우(村瀬修功),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카도쿠라 사토시(門倉聡) / 모리구치 히로코(森口博子)
◈ 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나카가와 히로노리(中川宏徳)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반다이, 쇼치쿠, 소츠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3.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줄거리>

제2차 네오지온 항쟁으로부터 30년이 흐른 우주세기 0123년, 지온의 잔당마저 와해되면서 우주는 한동안 전란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동안의 평화로 인해 지구연방은 다시 나태와 부정부패로 얼룩지게 되고, 이러한 지구연방에 반기를 들고 고결한 귀족이 우주를 다스려야 한다는 코스모 귀족주의를 내건 로나 가문의 당주 마이처 로나와 신흥기업 붓흐 콘체른, 그리고 이들의 지원을 받은 사병조직 크로스 본 뱅가드가 주축이 되어 코스모 바빌로니아 제국이 세워지게 된다.

우주세기 0123년 3월, 마이처 로나의 사위이자 크로스 본 뱅가드의 사령관인 카롯조 로나의 양아들 도렐 로나 대위가 이끄는 모빌 슈트 부대가 스페이스 콜로니 프론티어 IV를 급습한다. 갑작스런 크로스 본 뱅가드의 습격에 연방의 수비부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이곳에 살고 있던 평범한 소년 시북 아노와 그의 친구들 역시 전화에 휘말리게 된다. 차례로 파괴되는 연방의 MS들 속에 시북은 엉겁결에 연방이 개발하고 있던 신형 MS 건담 F91에 탑승하게 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에서 전술했다시피, 나고야 TV의 토요일 밤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 표 로봇 애니는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한동안 사라졌다가 엑스카이저에 이르러서야 극적인 부활을 이루게 된다. 이는 반다이의 건프라에 의해 뒷전으로 밀렸던 전통의 완구 회사 타카라의 회심의 역습이기도 했으니,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반다이 역시 마냥 이것을 바라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리얼 로봇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건담이라는 브랜드는 팬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도 같았으며 이것은 반다이에게도 비즈니스적으로 마찬가지의 상황, 결국 용자 시리즈가 촉발시킨 로봇 아니메의 부활은 반다이에게로 하여금 건담 시리즈를 리부트는 시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건담 시리즈의 세번째 극장용 아니메인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 이후로 한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건담 TV 시리즈를 다시금 기획한다는 것은 반다이로서도 조심스러운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건담 시리즈는 이전과 달리 치밀한 사전 기획과 미디어 믹스가 전개되는데, 우선 건담 F91의 세계관을 팬들에게 좀 더 잘 이해시키고 관련 건프라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겸하기 위한 의도로, '기동전사 건담 F90'의 세계관을 1990년 여름부터 코믹스로 공개하게 된다. 건담 F90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건담 시리즈의 핵심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의 크기가 대폭 축소되어 20m를 넘어섰던 전고가 15m 크기로 축소된 것이라 하겠다. 좀더 작고 세밀한 프라모델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반다이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1/100 크기의 건프라가 1/144 크기와 별 차이가 없어지자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의 디테일과 기믹 구현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고, F90, F91 시리즈에서는 1/144 브랜드가 사라지는 결과도 가져오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건담 F90 외에도 건담 F91은 한가지 안전장치를 더 두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을 바로 TV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용 아니메로 초반부의 이야기를 선공개한 후, 반응을 보고 뒷 이야기를 TV 시리즈를 기획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획 방향은 지금에 와서 보면 명백한 자신감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아예 낯설은 작품이라면 모를까, 건담 시리즈는  이미 아니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아니메다. 이것을 굳이 극장용 아니메로 만들고 추이를 본다는 의미는 건담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반다이 스스로도 확신을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는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이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 반다이는 역습의 샤아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갖고 있던 토미노 요시유키를 감독으로 기용하고, 마찬가지로 '비너스 전기(1989)' 이후 아니메 업계를 떠나 코믹스에만 전념하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다시 불러들여 캐릭터 디자인을 맡겼으며, 메카닉 디자인 역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이후 등장한 나가노 마모루, 코바야시 마코토, 후지타 카즈미, 이즈부치 유타카 등이 아닌 오리지널 시리즈의 디자이너인 오카와라 쿠니오를 복귀시키는 등 건담 시리즈의 리부트를 위한 최정예 멤버들을 소집하게 된다. 다만, 작화에 있어서는 야스히코가 캐릭터 디자인만을 맡으면서 신진들이 투입되었고, 이 때 참여한 무라세 슈코우는 건담 F91을 시작으로 '기동전사 V 건담 (1993)', '신기동전기 건담 W(1995)' 등 후기 건담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야기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는 연관이 거의 없는 30년 후의 이야기이다. 토미노 스스로도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로 압축되었던 과거의 건담 이야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시작할 동기부여가 되었을 터. 그만큼 건담 시리즈로 받아온 토미노의 스트레스는 큰 것이었는데, 이 때문인지 지온이나 뉴타입 등 과거 건담의 단골 설정들이 대거 삭제되고 새로운 설정들로 대체되며, 주인공 역시 히스테릭하고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던 이전의 주인공과는 달리 시북 아노라는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한 성격의 인물이 맡게 된다. 극장 아니메의 이야기가 비록 프롤로그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많은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던 토미노의 이야기와 달리 어느 정도 해피 엔딩 형태로 마무리되는데, '무적초인 점보트3(1977)'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토미노의 작품 패턴이 '새드 엔딩-해피 엔딩'을 반복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역습의 샤아 이후 만들어진 건담 F91의 엔딩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다음의 작품이 지극히 암울하게 되리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실제로 V 건담을 상기해보면 이 가정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윤곽이나 몇몇 설정이 기존의 건담 시리즈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건담 설계자인 주인공 시북 아노, 서로가 사랑하는 두 남녀 주인공이 적대한 두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 가면을 쓴 주인공의 라이벌 격 악역 등, F91은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시리즈에서 별달리 나아간 점이 없다. 극장용 아니메가 건담 F91 세계관의 프롤로그적 성격을 띈 이야기이다 보니 기승전결의 한계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설정마저 기존 건담과 그리 달라진 것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지루한 양상을 띄고 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구겨 넣으면서 스토리 흐름이 무너진 것도 또 하나의 악재다.

한가지 더 짚고 가야할 것은,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심오한 인간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있어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토미노이지만, 그에게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진 드라마틱한 장면 구성이나 섬세한 연출력, 린 타로 혹은 데자키 오사무가 보여준 현란한 영상기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 TV 시리즈 등으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된 기존의 건담 시리즈라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새롭게 시작된 건담 시리즈에서, 그것도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 아니메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보여주기에는 제아무리 토미노라도 역부족은 아니었을까.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기획과 참신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토미노의 연출 미스는 결과적으로 야심차게 시작된 건담 F91의 주요 실패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극장용 아니메 답게 작화의 퀄리티는 뛰어난 수준이며, 오랜만에 야스히코의 캐릭터(물론 그가 직접 그리지는 않았지만)를 건담 시리즈에서 볼 수 있다는 의의도 있다.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상대측 모빌슈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모노아이 타입의 마스크를 버리고, 독일군 방독면 형태의 마스크를 채용한 것도 나름 신선한 시도. 이 시도는 F91이 실패하면서 2년 뒤 V 건담에서 다시 한 번 사용되지만, V 건담마저 실패하면서 모노아이 디자인의 유무가 건담 시리즈의 성패에 있어서 하나의 징크스처럼 작용하게 된다. 다만, 건담 F91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91년부터 건담 시리즈는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펴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 F91과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선라이즈의 또다른 건담 시리즈 때문이었다.

ⓒ SOTSU · SUNRISE · 講談社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F91 (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F91,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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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 / The Brave Fighter of Sun Fighbird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 시리즈 구성/각본: 히라노 야스시(平野靖) / 히라노 야스시,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 외
◈ 스토리보드/연출: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외
◈ 캐릭터 디자인: 우에다 히토시(植田均)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우에다 히토시, 히라이 히사시(平井久司),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외
◈ 치프 애니메이터: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미술감독: 오카다 아리아키(岡田有章)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渡辺俊幸) / 카모시타 야스코(鴨下泰子), 사토 유키오(佐藤幸世)
◈ 기획/제작: 이마이 마코토(今井慎), 혼나 요이치(本名洋一), 요시이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도큐 에이전시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1.02.02~1992.02.01
◈ 장르: SF,로봇,액션,용자물
◈ 구분/등급: TVA(48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으로 세계평화와 지구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노 과학자 아마노 히로시. 손주들인 켄타와 하루카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라이벌인 쟝고 박사가 지구를 위협할 것이라는 망상에 전투기와 각종 장비들을 만들고 안드로이드까지 손을 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제대로 동작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이런 위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구실적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아마노 박사의 진짜 이유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속세 미납 때문이라나 뭐라나. 

안드로이드의 완성에 막바지 작업을 하던 아마노 박사는 연구실패로 그만 불을 내고 만다. 가까스로 불을 껐지만 소방대가 출동하고 평소부터 아마노 박사의 상속문제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사츠다 형사까지 들이닥치면서 곤경에 처한 아마노 일가. 바로 이 때 하늘로부터 천둥과 함께 정체불명의 에너지원이 소방대와 연구소를 덮친다. 에너지 생명체라 불리는 이들은 드라이어스라 불리는 사악한 에너지 생명체를 쫓아 지구로 온 이들로, 근처에 있던 소방차와 경찰차, 아마노 박사가 만든 전투기와 탈 것, 그리고 안드로이드와 융합을 시도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의 뜻하지 않은 성공은 선라이즈로 하여금 새로운 장르를 구축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걸출한 로봇 아니메 제작사이기도 한 선라이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후속 시리즈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용자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으로 본격적인 용자 시리즈의 출발을 알리게 된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1991)'이다. 엑스카이저의 종영과 동시에 시작된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의 핵심 스텝진이 거의 그대로 기용되고 있는데, 이는 여러면에서 전작의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엑스카이저로부터 수년 후의 지구라는 설정으로 기획되었으며 외계에서 온 형태를 갖지 않은 에너지 생명체가 각종 탈것과 결합하여 용자로 재탄생한다는 등, 많은 점에서 엑스카이저의 설정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엑스카이저의 연관관계가 작중에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고 그저 설정으로만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가의 이유로 전작과의 관계설정이 기획도중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엑스카이저의 용자들이 우주경찰 소속이었던 것과 달리 파이버드의 용자들은 우주경비대 소속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본작의 주인공이기도 한 용자 카토리 유우타로의 경우는 엑스카이저를 동경하여 우주경비대에 들어왔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기획단계에서는 엑스카이저의 출현도 고려되었다는데 실제 시리즈에서는 이것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와는 다른 몇가지 새로운 시도가 추가되는데, 우선 주인공 용자인 카토리 유우타로가 거대한 로봇용자가 아닌 사람 크기의 안드로이드라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위기 시에는 사이보그의 모습으로 변하여 파이버드의 가슴에 하나의 부품으로 결합되는 모습은 분명 시리즈에 영감을 준 트랜스포머에서도, 탑승형 로봇이 주를 이루는 로봇 아니메에서도 보기 힘든 이질적인 모습이다. 평상시에는 다소 어눌하고 우습긴 하지만 멀쩡하게 생긴 훤칠한 남자 주인공이 용자로 변신한다는 점은 이 시리즈를 남자 어린이 뿐만 아니라 여자 어린이들에게도 어필하게 만드는 포인트이다. 하토리는 용자 시리즈에서는 후일 '용자지령 다그온(1996)'이 등장하기 전까지 유일한 청년 주인공이었으며, '용자왕 가오가이가(1997)'의 시시오 가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유일한 비인간형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후일 가이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준 캐릭터이기도 한 셈이다.

여성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의 등장, 좀 더 세심해진 용자들의 개성부여 등 여러 면에 파이버드는 엑스카이저를 업그레이드한 용자 시리즈로서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게 된다. 오바리 마사미가 참여한 메카 액션 역시 당시로서는 수준급.  평균 시청률은 역대 용자시리즈 중 '용자경찰 제이데커(1994)'에 이은 두 번째일 정도로 성공한 편이지만, 슈퍼전대 시리즈와 같은 방영 당시의 막강한 경쟁작들의 출현으로 인해 완구 매출에서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게 된다. 특히, 타카라의 경쟁사 토미가 기획하고 역시 선라이즈가 제작한 또다른 변신로봇물 '절대무적 라이징오(1991)'의 등장은 형제격이라 할 수 있는 용자 시리즈에게 있어서 아니메와 완구 시장, 두 분야에서의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엑스카이저를 건너뛰고 파이버드가 96년에 KBS를 통해 방영된다. 한국에서의 방영제목은 '지구용사 선가드'로, 일본 못지 않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90년대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마징가 Z 세대에 못지 않은 추억의 로봇물로 각인된다. 이로 인해 이 시기부터 한국에서는 슈퍼로봇 아니메를 대표하는 대명사가 용자물이 되어버린 것도 파이버드 덕분이라면 덕분일까. 더빙과 한국 성우의 연기들도 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 Wikipedia Japan
[2] 太陽の勇者ファイバード(1991), allcinema.net
[3] 태양의 용자 파이버드,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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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 섬의 전기 (1990), ロードス島戦記 / Recorde of Lodoss War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미즈노 료(水野良), 야스다 히토시(安田均)
◈ 총감독: 나가오카 아키노리(永丘昭典)
◈ 시리즈 구성/각본: 와타나베 마미(渡辺麻実)
◈ 스토리보드/연출: 야마다 카즈히사(山田勝久)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캐릭터 디자인/서브 캐릭터: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미노와 유타카(箕輪豊)
◈ 총 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男) / Sherry(加藤いづみ)
◈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이케다 노리아키(池田憲章)
◈ 제작총지휘: 카도카와 츠쿠히토(角川歴彦)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 일자: 1990.06.30 ~ 1991.11.2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1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마신 전쟁으로 인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섬 로도스. 과거 마신전쟁 6 영웅 중의 한 명인 마모 왕 베르도가 마모를 통일하고 로도스 정복 전쟁을 일으키면서, 세상은 다시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에 파묻히게 된다. 성기사였던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성기사가 되고자 하는 소년 판은, 우연하게 만난 신비한 엘프 소녀 디드리트와 마법사 슬레인, 드워프 전사 김, 사제 에토, 도적 우드척 등과 함께 로도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전쟁의 원흉이라고 생각되는 회색의 마녀 카라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소개>

TRPG의 원조라 할 수 있는 'D&D(Dungeons & Dragon)'의 설정을 기반으로 일본식 TRPG를 만들기 위해 결성된 크리에이터 집단 그룹 SNE의 첫번째 TRPG 세계관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그룹 SNE의 멤버인 미즈노 료가 구상한 이 세계관은 85년 PC 잡지에 연재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소설은 총 7권으로 93년에 연재가 완료되며 2005년까지 누계 발행부수 1,000만부를 넘긴 판타지 라이트 노벨계의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로 군림하고 있다.

정통 RPG 세계관을 적절하게 일본식 테이스트로 변주해 낸 미즈노 료의 로도스 섬의 전기는 단순한 히트를 넘어서 후대의 일본산 RPG와 일본식 중세 판타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반지의 제왕'을 쓴 J.R.R 톨킨이나 D&D가 보여주었던 복잡한 판타지 세계관을 단순화하고 일본식으로 정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엘프와 같은 크리쳐들에 대한 전형적인 외모 역시 제시하게 된다.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판타지 아니메의 엘프나 다크 엘프들의 모습이 이 로도스 섬의 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후대에 미친 영향은 크다 하겠다.

88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단행본으로 발간되던 로도스 섬의 전기는 90년에 이르러서 매드하우스를 통해 OVA 아니메로 등장하게 된다. 다만, 단행본의 연재 도중에 OVA가 출시되면서 실제 소설의 이야기와 OVA의 이야기 사이에는 꽤 많은 내용상의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미즈노 료가 OVA 시나리오에 관여하였기에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지만, 13화라는  길이의 제약상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OVA에 등장하지 못한 점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OVA 1화와 2화를 묶어 극장용 아니메로 공개되기도 했다.

소설이 보여준 스토리의 백미를 100% 살려내지 못한 OVA 히트의 일등공신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맹활약한 유키 노부테루이다. 80년대부터 범상치 않은 필력으로 업계에서 조금씩 주목을 받던 그는 '파이브스타 스토리(1989)'를 시점으로 서서히 캐릭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 로도스 섬의 전기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다만, 실제 캐릭터 원안이자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메카닉 디자이너로 더 유명한 이즈부치 유타카가 담당했다는 것이 의외. 토끼 귀처럼 기다린 엘프의 귀를 가진 디드릿트나 수많은 로도스의 캐릭터들은 유키가 아닌 이즈부치가 창조해낸 것이며, 유키는 이즈부치의 원안을 바탕으로 아니메에 어울리는 미형 캐릭터로 새로이 스타일링 한 것이다. 이즈부치의 삽화는 별도의 일러스트 집으로 발매되기도 했는데, 메카닉 디자이너 출신이다보니 캐릭터는 메카닉만큼 디테일하지는 못한 편이다.

소설의 내용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OVA로서의 이야기 구성은 그런대로 준수하다. 디드릿트, 카슈, 베르도, 아슈람 등 몇몇 등장인물들은 원작 소설과 견줄 만큼 매력적이며, 특히 용병왕 카슈나 흑기사 아슈람은 유키의 필력과 어우러지며 주인공 판을 능가하는 매력과 아우라를 보여준다. 하이엘프인 디드릿트의 경우는 아니메의 엘프 캐릭터의 대명사로 현재까지도 그 자리를 어떤 캐릭터에도 내주지 않고 있는데, 사실상 로도스 전기 이후 엘프 캐릭터로서 성공한 예는 디드릿트 외에는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 다크 엘프인 필로테스의 경우도 디드릿트 만큼은 아니었으나 특유의 뇌쇄적인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OVA의 오리지널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연재 중이던 원작 소설에까지 등장하게 된다. 반면 주인공 판의 경우 평범한 시골청년에서 로도스를 구하는 성기사로서 성장하는 입지전적인 캐릭터이지만 OVA에서는 이야기가 축약되면서 그의 성장 과정이 대거 삭제, 소설보다는 그 매력이 많이 반감되고 만다.

몽환적인 로도스의 세계를 잘 표현해낸 Sherry의 'Adesso e Fortuna ~ 불꽃과 영원'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는 오프닝 테마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의 일본산 판타지 아니메들이 가볍고 캐주얼한 내용으로 대게 흘러가게 되지만, 로도스 섬의 전기는 일본적인 재해석에도 불구하고 판타지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중후한 매력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판타지 아니메 중에서도 인상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원작 소설이 '마계마인전'이라는 희한한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후 한국 판타지 소설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OVA는 비디오로 출시된 뒤 나중에는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된다. 



로도스 섬의 전기 - 영웅기사전 (1998)


ⓒ 水野良 · Group SNE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テレビ東京


<정보>

◈ 감독: 타카모토 요시히로(高本宣弘)
◈ 시리즈 구성/각본: 하세가와 카츠미(長谷川勝己) / 쿠보타 마사시(久保田雅史) 외
◈ 스토리보드/연출: 마츠이 히토유키(まついひとゆき)
◈ 캐릭터 원안/캐릭터 디자인: 나츠모토 마사토(夏元雅人) / 소에다 카즈히로(そえたかずひろ)
◈ 미술감독: 코야마 토시히사(小山俊久)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사카모토 마야(坂本真綾)
◈ 프로듀서: 이와타 마키코(岩田牧子)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01~1998.09.3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2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로도스 섬의 전기를 원작으로 TV 시리즈 아니메. 미즈노 료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영웅기사전은 카도카와 코믹스 에이스에서 발간된  나츠모토 마사토의 6권짜리 코믹스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OVA에서는 미처 등장하지 못했던 원작 소설 후반부의 주인공 스파크와 니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이지만, 판과 디드리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3권 '화룡산의 마룡'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으며 원작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는 작품이 되었다.

다만, 기대 이하의 작화 퀄리티와 평이한 연출로 인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몹시 낮은 편. 로도스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칸노 요코-사카마토 마야 콤비의 오프닝 '기적의 바다'는 낮은 완성도의 본편과는 달리 인상적이다.


어서오세요, 로도스에 (1998)



<정보>

◈ 감독: 치기라 코이치(千明考一)
◈ 각색: 하세가와 카츠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우사미 코이치(宇佐美 皓一) / 코바야시 아케미(小林明美)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25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레이 햐쿠야시키의 4컷 만화를 베이스로 만든 단편 아니메. 로도스 섬의 전기 영웅기사전 방영 중간 단편으로 방영되었으며, 극장에서도 상영된다.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내용은 원작과는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 SD 캐릭터 답게 코믹한 전개의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ロードス島戦記, Wikipedia Japan
[2]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Wikipedia Japan
[3] ロードス島戦記 (1990), allcinema.net
[4]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1998), allcinema.net
[5] ようこそロードス島へ!(1998), allcinema.net
[6] 로도스 섬의 전기,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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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밝혀지는 도몬 캇슈의 과거와 그 뒷 이야기

6월 중순 경에 발매된  '초급! 기동무투전 G 건담(이하 초급 G 건담)'  제3권. 2월 말에 1, 2권이 동시에 발매된 뒤 약 4개월만에 발매된 터라 기다리시던 팬들에겐 약간 긴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초급 G 건담은 앞으로 약 2개월 정도의 간격을 두고 단행본이 발행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9권까지 발간된 상태이군요. G 건담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는 1,2권의 리뷰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 초급! 기동무투전 G 건담 코믹스 리뷰 (바로가기)

1, 2권의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불꽃의 만화가' 시마모토 카즈히코의 필체가 요즘 트렌드와는 다소 안맞다 보니 펜선도 거칠고 디테일에 신경쓰지 않은 투박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MS의 묘사가 수준 이하라 조금 불편한 감이 있을 수도 있구요. 다만 열혈개그 만화를 주로 그렸던 시마모토의 스타일이 G건담과는 상성이 잘 맞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코믹스는 시마모토의 스타일로 조금씩 변주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는 시리어스하고 열혈스러운 전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 원래 저연령대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내러티브는 다소 치기어린 것도 사실입니다. 소년만화다운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겠네요.

3권에서는 G 건담 세계에서 나름 비중을 가진 아르고와 볼트 건담과의 만남이 그려지고 있으며, 도몬과 G 건담을 지원하는 네오 재팬의 인물들, G 건담의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데빌 건담의 등장, 그리고 도몬의 과거 이야기와 동방불패 마스터 아시아와의 만남 등 굵직한 메인 스토리들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G 건담의 프롤로그이자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어찌보면 이 3권이라 하겠습니다.

건담 월드의 관점에서 보면 마니악한 물건이긴 하지만, 무협과 리얼로봇이라는 전혀 다른 소재를 혼합시킨 참신함과 컷 구성으로 나름의 매력과 개성을 지닌 코믹스입니다. 다음 4권에서는 미쳐 못다한 도몬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리라 기대되네요.



3권은 전체적으로 모빌 파이터 씬보다는 드라마 전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속 표지는 나스타샤가 장식하고 있습니다. 섹시한 눈빛과 제복이 매력적인 캐릭터군요.



언제나 그렇듯 모빌슈트의 필력은 안습입니다만.



데빌건담의 등장. 우르베 이시카와 소령의 회상장면에서 등장하는 씬입니다.



뭔가 개그적인 연출이지만 그다지 개그적이지만은 않은 씬.



마침내 등장하는 동방불패 마스터 아시아. 스스로 무적의 권법가라고 칭하는 표현이 낯간지럽긴 합니다. :)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zuhiko SIMAMOTO / Yasuhiro IMAGAWA / SOTSU · SUNRISE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초급! 기동무투전 G건담 3 - 6점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이마가와 야스히로 각본,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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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1990), 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 / Nadia, The Secret Blue Water


ⓒ NHK, SOGO VISION, TOHO


<정보>

◈ 원안: 쥴 베른의 "해저 2만리"
◈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 감독: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 각본: 오오카와 히사오(大川久男), 유메노 카오루(梅野かおる)
◈ 스토리보드/연출: 마스오 쇼이치(増尾昭一), 마사유키(摩砂雪), 요네타니 요시토모(米たにヨシトモ), 모리 타케시(もりたけし), 쿠부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외
◈ 설정: 마에다 마히로
◈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작화감독: 스즈키 슌지(鈴木俊二), 쿠기미야 히로시(釘宮洋), 카와나 쿠미코(川名久美子) 외
◈ 메카닉 작화감독: 마스오 쇼이치
◈ 미술감독: 사사키 히로시(佐々木洋), 키쿠치 마사노리(菊地正典),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鷺巣詩郎) / 모리카와 미호(森川美穂)
◈ 제작: 쿠보타 히로시(久保田弘), 마루야마 켄이치(丸山健一), 요시다 켄이치로(吉田圭一郎)
◈ 제작: 토호, KORAD / 그룹타크, GAINAX, 세영동화 / NHK
◈ 저작권: ⓒ NHK, SOGO VISION, TOHO
◈ 일자: 1990.04.13 ~ 1991.04.12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3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발명을 좋아하는 소년 쟝은 만국박람회에서 열리는 비행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파리에 오게 된다. 파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까무잡잡한 피부의 소녀 나디아, 알 수 없는 호기심에 나디아를 뒤따르던 쟝은 그녀와 그녀의 신비스러운 목걸이를 뒤쫓는 괴한들을 발견하게 되고, 엉겁결에 자신이 만든 비행기에 나디아를 태운체 도주를 시작하게 된다. 바다에 불시착한 비행기에서 표류하던 둘은 미국 군함에 의해 구조되지만, 군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다 괴물의 습격을 받아 침몰하게 되고 쟝과 나디아는 바다 괴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바다 괴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네모 선장의 신비한 잠수함 노틸러스 호 였는데... 노틸러스 호에 승선하게 된 나디아와 쟝의 앞에는 앞으로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나디아를 뒤쫓던 정체불명의 일당들의 목적과 그녀가 가진 목걸이의 비밀은 무엇일까.



<소개>

<만화영화 연대기: 천공의 성 라퓨타(1986)>에서 잠시 언급했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소년과 소녀가 수수께끼의 펜던트를 차지하려는 음모에 휘말려 잠수함을 타고 세계를 여행한다'라는 컨셉의 기획안을 TV 시리즈 아니메로 NHK 방송에 제출했던 적이 있었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미래소년 코난(1978)'이 NHK의 전파를 타고 방송 된 이후와 '천공의 성 라퓨타(1986)'가 제작이 결정되기 전, 그러니까 코난의 종영된 78년 10월 31일 이후부터 85년(라퓨타가 86년 8월에 극장에서 개봉되었음을 감안하면 라퓨타의 기획이 시작된 시점은 '바람계곡 나우시카(1984)' 이후의 85년 쯤으로 볼 수 있다.) 사이에 이 기획안이 제출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정황상 그 시점은 85년 보다는 78년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코난이 종영된 시점이 미야자키가 NHK 측에 TV 시리즈 기획안을 내기가 좀 더 수월했던 때가 아닐까 추정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미야자키의 기획안은 NHK에게 거절되었고, 이것을 미야자키가 수년이 흐른 뒤 라퓨타의 스토리로 재활용하게 됨은 이전에 이야기 했던 바다. 하지만, 원 기획안은 NHK의 어딘가에 방치된체 십수년의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 만화영화 연대기: 천공의 성 라퓨타 (바로가기)

NHK가 잊혀졌던 이 기획안을 어떤 이유로 다시 꺼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추론해볼 수 있는 것은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조금씩 그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봐야할 듯 싶다. 그러나, 이미 지브리로 이적해버린 하야오를 다시 불러들이기도 애매했을 터. 결국 NHK는 토호 그룹과 함께 이 기획을 실행에 옮기게 되고 애니메이션 제작은 그룹 타크에게 의뢰하게 된다. 바로 이 작품이 현재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안노 히데아키의 대표작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인 것이다.

다만,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은 아시다시피 그룹 타크가 아닌 가이낙스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충격님이 2009년에 작성한 포스팅을 참고하길 바란다. 핵심 스탭에 그룹 타크의 인원이 전무한 것으로 보아 타크가 토호에게 제작원청을 받은(혹은 따낸) 후 이를 가이낙스에게 하청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공동하청에 의한 제작이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타크의 스탭이 나디아의 주요 애니메이션 스탭목록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이런 형태로 프로젝트를 따내고 실제 업무를 전량 외주업체에 용역을 주는 형태는 비단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결국 가장 하위에 위치한 하청업체에게 돌아가는 보수는 그리 많지 않게 되는 것 또한 자명한 일이기도 하다.

☞ 신비한 나디아 특집 - 횡행하는 루머와 실상 (보러가기

또한, 하청업체로는 한국의 세영동화가 참여하게 되는데, 제작 초기만 해도 하청업체로서 주로 동화 파트를 전담하던 세영동화는 이후 벌어진 나디아의 제작파행(?)으로 인해 자신들의 역량 이상의 업무를 떠안으며 후일 나디아의 오점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섬 에피소드'의 최대 원인제공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위에 링크를 건 충격님의 포스팅에도 언급이 되어 있으나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당시 가이낙스는 극장판 아니메와 OVA 시리즈 하나만을 연출한 풋내기 제작회사로 총 40여화에 달하는 장편 TV 시리즈를 연출한 경험이 전무한 제작사였다.

이러한 이유로 초창기 리소스를 낭비하며 높은 퀄리티로 만화영화를 그려가던 가이낙스는 이미 초중반 에피소드 제작 이후 시간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감독인 안노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간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통칭 무인도 에피소드를 히구치 신지와 세영동화에게 넘기고 스스로는 핵심 스텝을 이끌고 후반부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결국, 무리한 스케줄과 부족한 인원 및 자원을 떠안은 히구치 신지와 세영동화는 섬 에피소드를 기대 이하의 퀄리티로 만들어내게 되고, 이는 나디아의 가장 큰 오점으로 팬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만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일본 위키에는 안노를 총감독, 히구치 신지를 감독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디아와 세영동화에 얽힌 또다른 제작비화도 있다. 니코니코 동화 홈페이지의 오카다 토시오 브로마가 채널(岡田斗司夫ブロマガチャンネル)에 실린 나디아 관련 제작비화와 해당 동영상의 일부를 번역한 코로로 님의 포스트를 링크한다. (2013.10.23 추가)

☞ 岡田斗司夫ゼミ「誰も知らないガイナックス」(보러가기)
☞ 오카다 토시오가 본 나디아 제작비화 (보러가기)

이렇게 제작일정 상 난관에 봉착했던 나디아를 살린 것은 NHK도, 가이낙스도 아닌 이라크였다. 90년 당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 덕분에 NHK는 한동안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집방송으로 이라크-쿠웨이트 전을 다루게 된다. 결국 39화, 약 3쿨의 길이를 갖고 있는 나디아가 방영에 1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이러한 원인 때문이었는데, 그 덕분에 제작시간을 벌게 된 가이낙스는 가까스로 자신들의 첫 시리즈를 비교적 성공리에 마무리 짖게 된다.


공영방송으로서 보수적 색체로 정평이 난 NHK와, (젊은 오타쿠들의 집합체로서) 보수적인 노선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가이낙스의 만남은 애초부터 많은 트러블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보인다. 특히 당시 30대의 젊은 나이로 반골정신이 극에 달했던(결혼하고 나이가 먹은 요즘은 무척 얌전해졌지만) 안노는 주인공 나디아를 검은 피부의 인도계 소녀로 그리도록 지시하는데, 이는 일본인 또는 백인 위주의 캐릭터들이 으례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당시 아니메의 관례를 과감하게 비튼 일종의 안노식 도발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가이낙스만의 오타쿠적 감성이 나디아 곳곳에 심어져 은근한 노출씬과 목욕씬으로 NHK 관계자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가이낙스의 반골정신과 NHK의 보수적 색체의 첨예한 대립, 거기에 어설픈 스케줄 관리로 인한 제작난항과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 퀄리티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나디아가 종영없이 끝까지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나디아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아시다시피 해저 2만리를 기본적인 원안으로 삼고 있는 나디아는, 천공의 성 라퓨타와 같은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장쾌한 어드벤쳐물이었지만, 여기에 가이낙스 특유의 오타쿠적 감성과 다채로운 패러디가 곳곳에 숨어들어 마니아들에게도 여러가지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랑디스 일당이 타임 보칸 시리즈의 도론보 3인조를 패러디 했다는 점, 나디아의 아버지인 네모 선장의 경우는 쥴 베른의 네모 선장을 모티브로 했으나 캐릭터 디자인은 마크로스의 함장 브루노 J 글로벌이 모델이라는 점, 잠수함 연출이나 소품 디자인, 초반의 스토리 흐름에서 오자와 사토루의 코믹스 '서브마린 707(1963)'을 오마쥬했다는 점 등, 여러 포인트에서 아니메 마니아들이 아니면 모를 만한 패러디와 오마쥬가 다수 등장하고 있음이 그 예이기도. (특히, 오자와 사토루는 나디아에서 설정과 연출을 맡았던 마에다 마히로가 감독을 맡았던 풀 3D 해양 아니메 '청의 6호(1998)'의 원작자로도 알려져 있다.)

ⓒ NHK, SOGO VISION, TOHO


단순한 어드벤쳐에 그치지 않은 압도적인 스케일의 전투씬은 왠만한 SF 아니메를 능가하는 디테일과 박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반부에 펼쳐지는 악당 가고일의 공중전함의 견인광선에 사로잡혀 바다에서 끌어올려진 노틸러스 호의 사투와 최후는 당대 TV 시리즈 아니메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스케일과 디테일,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시청자들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가고일과의 전투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노틸러스 호와 노틸러스 승무원들이 신조함 뉴 노틸러스호로 나디아 앞에 극적으로 등장하는 장면 또한 잊을 수 없는 명장면. 이러한 연출력은 누가 뭐래도 안노가 가진 비범함과 남다름이다. 전통적인 어드벤쳐 물과 오타쿠적인 SF 액션물을 이 정도 수준으로 버부려 낼 수 있는 연출가는 현재의 일본 아니메에서 그리 흔치 않다. 가이낙스 스탭들의 저력 또한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특히 카나다 요시노리의 화풍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이들의 다이나믹한 연출기법은 나디아에서도 여전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하겠다.


종영된지 약 두 달 뒤인 91년 6월 29일에는 극장판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다만, 안노 히데아키가 본 극장판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각본이나 스토리보드 등이 모두 가이낙스의 스탭진이 아닌 토호나 그룹 타크의 스탭 혹은 다른 하청제작사에게 맡겨지게 되었고 그 결과물은 TV 시리즈와는 분위기에서조차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TV 시리즈 이후 수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나 퀄리티 적인 측면에서든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든 나디아의 명성(?)에는 크게 어울리지 못하는 졸작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나디아가 종영된 뒤 이듬해인 92년 MBC를 통해서 방영되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다만, 엔하위키의 나디아 관련 글([3] 참조)을 살펴보면 PC 통신을 중심으로 꾸준한 재방영 요청과 같은 일련의 에피소드들로 인해 95년 다시 방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90년대 당시의 이러한 시청자 재방영 요청, 특히 그것이 만화영화였다는 사실은 굉장히 이례적인 것으로서 당시 한국의 아니메 1세대, 1.5세대들에 해당하는 이들의 힘으로 인해 나디아가 한국에서 재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96년에는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되었으며, 투니버스 방영판이 한국에서 방영된 나디아 중에서는 가장 양호한 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이낙스의 재정상황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하청의 하청으로 제작한 나디아였기에 가이낙스에게 돌아간 것은 오로지 제작비 뿐, 판권을 통한 부가 수입은 가이낙스와는 별개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이낙스를 부채의 늪에서 구해낸 것은 그들의 주력사업이었던 아니메가 아닌 번외로 시작한 컴퓨터 게임이었다. 아카이 타카미(赤井孝美)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1991)'로 인해 가이낙스는 오랜 동안의 고난에서 벗어나 비로소 그들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기 위한 초석을 세우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 Wikipedia Japan
[2] 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1990~1991), allcinema.net
[3]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HK, SOGO VISION, TOH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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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엑스카이저 (1990), 勇者エクスカイザー / Brave Exkaiser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 시리즈 구성/각본: 히라노 야스시(平野靖士) / 히라노 야스시,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와타나베 마미(渡辺麻実), 마루오 케이코(まるおけいこ) 외
◈ 스토리보드/연출: 후쿠다 미츠오(福田己津央) - 연출책임,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외
◈ 캐릭터 디자인: 히라오카 마스유키(平岡正幸)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히라오카 마스유키,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외
◈ 메카 작화감독: 타카야 히로토시(高谷浩利)
◈ 미술감독: 오카다 아리아사(岡田有章)
◈ 음악/노래: 타나카 코헤이(田中公平) / 미우라 히데미(三浦秀美) - 오프닝,엔딩
◈ 기획/제작: 이마이 마코토(今井慎), 혼나 요이치(本名洋一), 요시이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TV, 도큐에이전시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0.02.03~1991.01.26
◈ 장르: SF,로봇,액션,용자물
◈ 구분/등급: TVA(48화) / 초등학생 관람가(PG)


<줄거리>

300년 동안 286개의 행성을 약탈한 우주해적 가이스터는 다음 타겟인 지구로 향한다. 에너지 생명체로서 공룡의 모형과 융합한 가이스터는 지구상의 모든 보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홛동을 개시하고, 행성 카이저스타의 에너지 생명체로서 우주경찰 조직 카이저스 역시 가이스터의 음모를 분쇄하고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지구로 오게 된다. 카이저스의 리더인 엑스카이저는 한 중고 스포츠카의 몸을 빌어 활동을 개시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그 차는 호시카와 코우타 가족의 자동차. 엑스카이저와 코우타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지게 되는데...


<소개>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80년대를 주름잡던 소위 리얼로봇 장르는 TV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나고야 TV의 토요일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표 리얼로봇이 끝을 맺은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드라고나가 종영을 하자 곧이어 방송된 프로는 과거 도쿄무비신사에서 프랑스의 DIC와 합작했던 '우주전설 율리시즈 31(1981)'였다. 81년에 제작되었지만 방송단가 문제로 일본 내에서는 방송국을 잡지못했던 율리시즈 31이 리얼로봇의 시간대를 쓰게 된 것이다. 2개월 만에 율리시즈가 종영한 뒤에는 '개전 사무라이 트루퍼(1988)'가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사무라이 갑옷 모양의 갑주를 쓰고 싸우는 5명의 소년이라는 시놉시는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쿠루마타 마사미 원작의 '성투사성시(1986, 세인트 세이야)'의 아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류지만 나름의 인기를 얻어 팬덤을 형성했던 사무라이 트루퍼가 종영한 뒤에는 나가이 고 원작의 '수신 라이거(1989)'가 그 바통을 이어 받는다. 바이오 아머라는 소재를 다룬, 특촬물적인 요소가 포함된 작품이었는데, 이 일련의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얼로봇 이후 로봇 아니메는 TV에서는 사실상 그 흐름이 끊긴 체 잠시동안의 동면에 들어갔던 셈이다.

한편, 자신의 완구 브랜드 다이아크론과 미크로맨 시리즈의 판권을 미국의 하스브로에 팔았던 완구회사 타카라는 하스브로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건너온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완구 브랜드로서 건프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공하게 되는데(미국시장에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글로벌적인 면에서는 건프라를 능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80년대 로봇 만화영화를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반부는 건담으로 대표되는 리얼로봇 시리즈가 주도했고, 후반부부터는 트랜스포머라는 변신로봇 시리즈가 주도권을 잡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80년대 말부터는 트랜스포머의 인기도 하향세를 걷게 되는데, 이러한 당시의 상황은 당시 로봇 장르를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완구회사 타카라 모두에게 해결해야할 일종의 숙제가 되었다. 리얼로봇을 대신할 새로운 시리즈가, 트랜스포머를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가 양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결국 양사의 필요성에 의해 리얼로봇을 대체할 새로운 신시리즈가 기획되니 이것이 바로 '용자 시리즈'의 출발점이 된다. 용자 시리즈는 리얼로봇 시리즈를 소비하던 고연령대의 팬층이 아닌 저연령대를 겨냥하여 보다 단순명료한 스토리와 과거 슈퍼로봇물에서 보여준 정형화된 공식을 도입하였고, 변신과 합체라는 슈퍼로봇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좀 더 화려하고 세심한 설계를 도입하게 된다. 이것은 이미 오랜 노하우를 통해 변신합체라는 컨셉을 성공적으로 완구로 재현할 수 있게 된 완구 제작사의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기에 트랜스포머에서 보여준 생명과 지능을 가진 살아있는 로봇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되 일본인에게 보다 적합한 로컬라이징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는 과거 특촬물이나 전대물에서 볼 수 있었던 설정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획 속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자, 나고야 TV의 토요일 5시 반 시간대를 다시 로봇물의 시간대로 바꾸게 된 작품이 바로 '용자 엑스카이저(1990)'인 것이다.


선라이즈는 리얼로봇 장르로 유명한 제작사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 '초전자로보 콤바트라V(1976)'부터 '최강로보 다이오쟈(1981)'에 이르기까지 저연령대의 슈퍼로봇물의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는 로봇 아니메 제작사였다. 한마디로 토미노 요시유키와 타카하시 료스케로 대표되는 드라마를 중시하는 비대중적인 작품 외에도 시청자와 스폰서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제작사라는 것인데, 이는 같은 트랜스포머 스타일의 '머신로보, 크로노의 대역습(1986)'을 만들었으나 특유의 마니악함으로 인해 완구 스폰서에는 별다른 재미를 안겨주지 못했던 아시 프로덕션이 갖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마신영웅전 와타루(1988)', '마동왕 그랑조트(1989)'로 고연령대의 로봇물에서 저연령대의 로봇물로의 페이스 전환에 성공한 선라이즈는 이러한 분위기를 엑스카이저에도 그대로 이어간다. 

생명을 가진 로봇과 인간 소년의 교감이라는 측면에서 엑스카이저는 '마징가 Z(1972)'부터 이어져온 사람이 탑승하는 로봇이라는 슈퍼로봇의 개념에 반하는 작품이다. 이는 일본의 최초 로봇인 '철인 28호(1963)' 시리즈와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으로, 트랜스포머에서 이어져온 생명을 가진 로봇이 보다 인간 주인공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아니메적인 형태로 변주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트랜스포머의 변신 컨셉을 도입하여 차량 혹은 비행기 등의 탈 것이 로봇으로 변신한 뒤, 다시 이들이 합체를 통해 최종 인간형 로봇으로 등장하며 중후반부에는 또다른 메카와의 합체로 더더욱 진화한 형태로 변신하는 등, 슈퍼로봇 아니메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변신 합체 컨셉의 노하우를 발전 계승함으로써 엑스카이저는 트랜스포머에서 영감을 받은 변신 메카닉이 등장할 뿐 과거 슈퍼로봇물의 거의 모든 노하우와 함께 인간과 로봇의 교감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더해진, 기존의 슈퍼로봇과는 다른 용자 시리즈만의 독자적인 특색을 갖게 된다.

엑스카이저의 성공은 선라이즈와 타카라에게 새로운 시리즈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로 인해 이때까지만 해도 엑스카이저라는 단발성 시리즈에 불과하던 이 작품은 후일 용자 시리즈 불리는 총 8개의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그 스타트를 끊게 된다. 용자 시리즈는 '용자왕 가오가이거(1997)'에 이르기까지 선라이즈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로봇 시리즈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게 되며, 타카라의 경쟁사 토미로 하여금 '엘드란 시리즈'를 시작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다만, 그 엘드란 시리즈도 선라이즈가 제작했기에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는 많은 컨셉을 서로 공유하는 형제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후일 타카라와 토미는 '타카라토미'로 합병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勇者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勇者エクスカイザー, Wikipedia Japan
[3] 勇者エクスカイザー(1990), allcinema.net
[4] Brave Exkaiser (TV), ANN
[5] 용자 엑스카이저,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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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는 TV 시리즈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야마토.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2009년과 2010년, 각각 극장 아니메와 실사판 극장영화로 화려하게 부활을 시도한 니시자키 요시노부(西崎義展) ·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우주전함 야마토'. 생각보다는 그리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면서 2부작으로 기획되었던 극장 아니메는 후속편 제작이 불투명해졌고, 원작자이자 프로듀서였던 희대의 풍운아 니시자키 요시노부가 자신의 배 '야마토'에서 실족사하면서 2010년을 마지막으로 야마토의 시계는 멈춰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이 오래된 구식 우주전함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승무원들과 함께 우주로 향하는 또다른 항해에 오르게 되니 '우주전함 야마토 2199(2012)'가 바로 그것입니다.

☞ 야마토 2199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로운 항해라 하지만, 야마토 2199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토리는 74년 TV 시리즈를 다시 리메이크한 것인데요. 이는 키무라 타쿠야 주연의 2010년 실사영화와 동일한 전개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보다 늦게 개봉했지만 실제 이 야마토 2199는 이미 수차례의 제작시도를 거쳐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획이 진행되어 왔다고 합니다. 원작자인 니시자키와 원작 만화가인 레이지의 길고긴 법정 다툼 끝에 2009년 극장판 부활편은 니시자키가 레이지와 그의 캐릭터 디자인을 모조리 들어내고 새로운 캐릭터로 승부를 걸었었는데요. 그렇다면 이 새로운 TV 시리즈는 아마도 니시자키가 아닌 레이지의 영향 하에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야마토 2199에 그의 캐릭터 디자인이 베이스가 된 걸 보면 말이죠)

캐릭터 디자인은 레이지의 캐릭터 디자인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상당히 현대적인 컨셉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다만, 시리즈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오키타 쥬죠 함장의 경우는 원안 거의 그대로 그려지고 있구요. 이 밖에도 기관장인 토쿠가와, 군의관인 사도 선생과 같은 인물들도 원안에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묘하게도 나이를 먹은 중장년급 캐릭터들은 원안 그대로, 신세대라 할 수 있는 청년 캐릭터들은 새로운 터치로 그려지면서 신구세대 간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드팬들을 위해서 오키타 함장과 같은 캐릭터는 원안을 그대로 유지하되 신세대 팬들을 위해서 청년 캐릭터들은 요즘 추세에 맞는 터치로 그렸다고 봐야겠지요. 특히, 모리 유키 외에는 전부 남성으로 채워졌던 야마토의 남성중심적 세계관이 신 TV 시리즈에서는 변화를 맞이하여 유키 외에도 무려 4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는 근래의 미소녀 위주의 아니메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제작사가 XEBEC과 AIC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럴 것이라는 예상도 되구요)

캐릭터 디자인은 이미 '우주해적 캡틴 하록 Endless Odyssey(2003)'에서 레이지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재해석한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가 맡았는데요. 그 때와 달리 이번에는 레이지의 느낌보다는 좀 더 요즘의 취향에 맞추려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기획 단계에 그런 식의 주문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만, 그로 인해 특색은 사라진 다소 밋밋한 캐릭터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까지 유키의 필모그라피와 비교하면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유키가 그려서 이 정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다만 안타깝게도 실제 아니메에서는 작화감독이 다른 이유로 유키의 스타일이 그나마 더 반감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감독을 맡은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는 아시다시피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등으로 잘 알려진 일류 메카닉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이미 '라제폰(2002)'으로 제법 인상적인 연출 데뷔를 한 적이 있지요. 위키 재팬에 따르면 감독으로 추천받은 그는 자신보다는 안노 히데아키(이즈부치나 안노 모두 야마토의 열혈팬)를 감독으로 앉히고 자신은 그를 보조하는 역할로 머물기를 원했습니다만, 때마침 시작된 에반게리온 극장판 프로젝트 때문에 결국은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그는 총감독으로서 시리즈 구성과 메카닉 디자인에도 관여했는데요. 스토리보드와 연출 쪽은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2007)', '투러브루(2008)' 등에서 연출 스탭으로 활약한 에노모토 아키히로(榎本明弘)나 가이낙스 출신으로 특촬물과 실사영화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등이 이즈부치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이즈부치 외에도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카우보이 비밥(1998)' 등으로 유명한 야마네 키미토시(山根公利)가 참여하고 있으며, '기동전사 Z 건담(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의 메카닉 디자이너 였던 코바야시 마코토(小林誠)와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도  디자인 스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함대전은 3D로 연출되고 있는데, 이 3D는 '기동전사 건담 MS IGLOO(2004)'를 연출했던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가 담당하고 있군요. 음악은 오리지널 야마토의 음악을 맡았던 미야가와 히로시의 아들 미야가와 아키라(宮川彬良). 보시다시피 주요 스탭진의 면모는 꽤 비중있는 편입니다만, 이들 대부분이 야마토를 보고 자란 아니메 1세대에 해당하는 인물임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완벽히 새로운 세대에 의해 야마토가 다시 부활하는 셈인 것이죠. 아, 주제가 만큼은 사사키 이사오(ささきいさお)가 그대로 불러주시는군요. 하긴 일본의 올드팬들에게 이 부분은 꽤 크리티컬 부분일지도.

아쉬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토의 구시대적인 내러티브는 야마토 2199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군국주의의 상징적 골동품 같은 야마토야 그렇다치더라도 민족주의적 정서가 깊게 베인 시놉시스, 과도한 비장미, 시대를 벗어난 장렬함, 카미카제식 희생에 대한 미화 등, 야마토가 간직하고 있는 부정적인 정서들은 사실 글로벌한 감성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 일본의 신시대들에게도 그다지 먹히지 않는 테마입니다. 과연 이러한 고정관념을 야마토가 얼마나 극복해낼지는 미지수, 아니 부정적으로 보이는군요. 오리지널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 원작이 내포하고 있던 몇가지 모순점을 조정하고 스토리 템포를 변화시킨 것이 이번 야마토 2199의 큰 구성이기에 이러한 예상은 거의 틀리지 않을 듯 합니다. (실사판 야마토에서 보여준 전혀 공감되지 않는 비장미가 아니메에서는 그나마 덜 거슬리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좋아질 것 같지도 않을 듯)

야마토 2199는 3화까지를 극장을 통해 선행방송 형태로 상영한 후, 2013년부터 TV 시리즈로 방영을 한다고 합니다. 1화가 이미 4월에 개봉을 했고, 5월에 블루레이와 DVD로 릴리즈가 되었지요. 2화는 6월 30일에 개봉예정에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2008년 극장 아니메에 비해서는 나아진 모습으로 평가도 좋은 듯 싶은데요. 근래 들어 다시금 시작되는 아니메 마스터피스들의 부활 프로젝트가 일견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소재 고갈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아니메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도 합니다. 야마토가 부활을 했고, 건담도 부활 예정이니 다음에는 또 어떤 마스터피스가 부활 티켓을 예매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 (보러가기)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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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이후 12년... 오키우라 히로유키의 두번째 연출작.

ⓒ 2012『ももへの手紙』製作委員会



'랑(2000)'을 통해 극사실적인 작화와 스토리를 선보이며, 일약 오시이 마모루의 후계자로 일컬어지던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 인랑 이후 본업인 원화 쪽에 전념(이 기간 중 그가 연출한 씬은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2001)'의 인상적인 오프닝 영상 밖에 없었음)하던 그가 무려 12년 만에 다시 연출자로서 우리들 앞에 다시 섰습니다. 시골로 이사온 도시손녀와 사고뭉치 요괴 3인방의 이야기를 그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모모에게 온 편지, 2012)'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 모모에게 온 편지 공식 사이트(바로가기)

도시소녀와 요괴와의 만남이라... 굳이 아니메 팬이 아니더라도 이 시놉시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1988)'와 꽤나 비슷함을 느끼실 겁니다. 이는 이 작품 역시 포스트 미야자키를 노리는 근 몇년 간의 작품들과 같은 선상에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포스터나 트레일러의 영상을 보면 이러한 추측은 더더욱 사실로 굳어지는데요. 정감어린 인물묘사와 사실적이고 서정적인 배경 등 이 영화 곳곳에서는 미야자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잔상이 깊게 베여져 있습니다.

☞ 한국어판 트레일러, 네이버 영화 (보러가기)

이러한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은 이 작품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은 안도 마사시(安藤雅司)가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의 애니메이터이기 때문입니다. 'On Your Mark(1995)', '원령공주(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등 미야자키의 대표작에서 작화감독을 맡아온 안도 마사시는 2003년 부터는 프리랜서로 독립하여 콘 사토시 감독의 '동경대부(2003)',  '망상대리인(2004)', '파프리카(2006)'에서도 작화감독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오키우라 감독과는 망상대리인에서 서로 작업을 한 적이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의 스타일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감성적인 캐릭터와 매드하우스 계열의 극화적인 인물 묘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배경미술 감독인 오오노 코지(大野広司) 역시 아니메 미술계의 거장 고바야시 시치로의 제자로서 '마녀배달부 키키(1989)'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와 작업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AKIRA(1988)', 인랑 등 뛰어난 미술 디자인을 선보인 일련의 아니메 마스터피스에도 참가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미술감독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스탭들 덕분에 모모에게 온 편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면모와 매드하우스나 프로덕션 I.G 계열의 작품들이 선보이는 극사실적인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오키우라 히로유키는 본 작품에서 감독 뿐만 아니라 원안, 각본, 스토리보드에 캐릭터 디자인에까지 참여하는 등 원맨쇼를 펼치고 있는데 오키우라의 이러한 다방면성은 미야자키 감독과 같은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반면, 그의 첫 작품인 인랑과는 너무 다른 작품의 분위기로 인해 과연 이 오키우라가 그 오키우라가 맞는가 싶은 의구심도 들 수가 있는데요. 사실, 인랑의 경우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오시이가 직접 각본을 쓰고 이를 오키우라가 연출한 케이스로, 그나마도 더 어둡고 메마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던 인랑에 남녀간의 멜로라인이 베이스로 깔린 것은 오키우라의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키우라의 첫 데뷔작이긴 했지만, 인랑은 오시이의 영향이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오시이표 아니메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포스트 미야자키를 노리는 제작의도도 있겠지만, 오키우라 감독의 성향에 좀 더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반드시 미야자키와 같은 스타일(오히려 이 스타일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의 호소다 마모루가 더 어울릴 듯)은 아니겠지만, 오키우라의 극화적인 감성은 오시이와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면 매드하우스 계열의 극화적인 작품 내지는, 다카하타 이사오 적인 감성에 좀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콘 사토시라는 거장을 잃은 일본 아니메계에 있어서 오키우라의 재등장은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몹시 반갑습니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연출계에 뛰어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다만, 몹시도 토토로스러운 본 작품이 얼마나 다른 차별점을 보여줄지는 두고 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완성도 높은 영상미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그것이 작품의 완성도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겠지요. 또한 오키우라의 진정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본 작품의 성공여하에 따라 오키우라의 차기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한국에서는 다음 달인 7월 5일 개봉 예정에 있는데요.(이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작으로도 공개된 바 있지요.) 이제까지 그랬듯 전문 성우보다는 인기 개그맨들을 캐스팅하여 더빙했습니다. 요괴들의 목소리를 맡은 김준현, 양상국, 안윤상의 목소리가 생각보다는 작품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게다가 외모까지 비슷. 이거 설마 노리고 한 것?) 모모 역을 맡은 일본의 배우 미야마 카렌은 과거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2009)'에 출연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아이유 같은 느낌(?)의 소녀네요.

ⓒ 2012『ももへの手紙』製作委員会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ももへの手紙』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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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역사도 기록하고 되새길 때 비로소 훌륭한 지침이 된다.


문 중에서 무엇이 으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학입시에 편중된 한국의 교육세테를 감안하면 국어, 영어, 수학인걸까요. 하이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과학과 수학을 최고의 학문으로 여겨야 할까요.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경제학과 경영학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할까요. 아니면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본질적인 탐구를 위해서 철학을 맨 앞머리에 두어야 할까요.

학문에 서열을 두는 것은 사실 어리석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으뜸으로 삼았으면 하는 학문이 무엇이냐고 제게 물으신다면 저는 주저없이 역사학을 꼽고 싶습니다. 인류가 걸어온 발자취, 한 나라의 흥망성쇄, 한 조직의 성공신화 혹은 실패담, 한 인간이 걸어온 삶의 발자취, 하나의 학문 또는 예술이 이룩해온 것들 ... 이 모두를 기록하는 역사는 모든 분야에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기록입니다. 이 기록을 통해 인류는 수많은 노하우를 축적하여 지금의 문명을 이룩할 수가 있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혹은 역사를 잊어버렸다면 인류의 문명은 분명히 지금보다 수세기는 후퇴되어 있었을 겁니다. 

'한국 슈퍼로봇 열전'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짧은 지식으로 무려 역사학의 의의를 주절거린 것은, 바로 한국 만화영화에는 한국 만화영화사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미있는 시도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1998년 만화영화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한국 만화영화 40년사'는 한국 근대사 만큼 많은 굴곡을 짊어져야 했던 한국 만화영화의 역사를 최초로 다룬 방송으로, 한국 만화영화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 다큐멘터리 방송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시도와 결과물이 다른 학문이나 다른 대중예술 장르와 비교하여 수적으로 너무 열세라는 것입니다. 소위 '흑역사'로 치부되어진 한국 만화영화의 이야기를 용기있게 꺼내는 이들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 포스팅에서 다룰 페니웨이 저, lennono 일러스트의 한국 슈퍼로봇 열전은 그래서 그 가치가 더더욱 빛이 납니다. 남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한국 만화영화사라는 점에서 이 책은 그 발간 자체만으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흑역사로 치부하는 한국 만화영화사는 군사독재와 냉전시대라는 어두운 한국의 근대사와 그 발자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시대와, 열악한 대중문화관을 갖고 있던 시대 속에서 고군분투한 그 시절 애니메이터들의 애환도 같이 그 속에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이 책은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객관적인 시점이 이 책의 두번째 의의이기도 합니다.


저자인 페니웨이님은 이 객관적인 이야기를 위해서 만화영화 책으로서는 보기 드문 치밀한 사전조사와 자료 수집을 선행했습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자세를 지켰다는 점에서 이는 높이 평가할만한 일입니다. 그 결과 이 책은 과거의 한국 만화영화사에 등장했던 수많은 슈퍼로봇들을 열거하고 이 추억을 아름답게 부풀리기만 하는 자의식 가득한 책과는 태생부터 다릅니다. 한국 로봇만화영화에서 저질러졌던 표절과 도용의 증거, 그리고 이 작품이 보여주었던 독창적인 부분을 저자는 작품마다 최대한 자세하게 짚어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 작품이 생겨난 시기의 사회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한 분야의 역사 이야기로서는 최고의 구성입니다. 

또한, 부연적인 설명을 위해 각 페이지마다 삽입되는 자세한 주석, 그 시절의 신문광고용 포스터, 대본 이미지, 표절했던 일본 아니메 포스터와 같은 자세한 사진들의 게재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의 사실성을 뒷받침하는 멋진 장치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힌 우리들에게 만화영화에 대한 역사서도 이렇게 쓰면 다른 분야의 역사서 못지 않음을 한국 슈퍼로봇 열전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치밀한 조사와 출처가 분명한 인용, 그리고 사진들은 이 책의 세번째 의의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만화영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국 만화영화를 다룰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글을 쓰기 위한 각종 자료들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고 중도에 중단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이 치밀한 자료수집과 조사가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네요.)


lennono님의 일러스트는 이 책에 발견할 수 있는 또다른 매력거리입니다. 비록 표절이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의 슈퍼로봇들이지만, lennono님의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들은 한국 슈퍼로봇 열전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하나의 심볼입니다. 과거의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현재 우리가 나아가는 길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자는 이 책의 취지에 맡게 과거의 디자인 표절 혹은 도용의 흔적을 그대로 재현하되 현대적인 감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록 표절 논란에 휘말린 로봇들이지만 이 일러스트를 보고 있자니 잠시 추억에 빠지는 계기가 되었다랄까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 끝에 그려진 이 한장의 일러스트는 마치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현실에 쓰라린 마음을 달래는 휴게소와도 같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저는 과거 한국 로봇만화영화를 만들어온 애니메이터들에게 동정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당시의 한국은 요즘과 비교하자면 민주화 항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프리카 또는 중동의 군사독재 국가들과 별 다를바 없었던 때였습니다. 군인이 대통령이 되고 헌법을 뜯어고쳐가면서 장기집권을 시도했으며, 두번째 군사정권의 대통령은 부정축재와 시민학살이라는 파렴치한 만행을 저질렀던 인물입니다. 게다가 1970~80년대는 지금처럼 세계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고 인터넷으로 가까워진 시대가 아닙니다. 미국의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되기 위해서는 몇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고, 일본의 대중문화는 완벽하게 수입이 금지된 체 일부 방송사가 한국판으로 둔갑시켜 아무런 언급도 없이 버젓이 공중파 방송에 올려놓던 시절입니다. 당연히 대중문화에 대한 수준은 낮았고,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었으며, 이를 위한 전문 인력이 사회전반에 걸쳐 전무했었구요.

정부의 통제와 감시 속에서 체계적인 능력없이 무작정 뛰어든 한국 만화영화계에 있어서 표절과 도용은 어찌보면 필연적인 수순이었을 겁니다. 일본의 경우 비록 2차 대전으로 패망했다고 하지만,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2차 대전 중 이미 세계 열강의 끝자리에 위치하던 나라였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군사독재 정권도 아니었으며, 부흥 후 만화영화를 중요한 프로젝트로 주도하는 등 만화영화에 대한 자세도 틀렸지요. 하지만, 한국은 조선제국의 몰락 이후 일본에 합병되어 사회, 정치, 문화 시스템이 모두 일본에 의해 통제되었고, 해방 후 6.25 전쟁으로 모든 사회 시스템이 파괴되면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던 나라였습니다. 망했던 선진국의 부흥이 아닌, 아무것도 안가진 후진국의 부흥은 분명 출발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안타깝게도 선진국의 제품과 문화를 받아들여 이를 모방과 도용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던 것입니다.


만화영화 역시 0에서 시작했습니다. 0에서 시작한 한국의 슈퍼로봇, 게다가 슈퍼로봇 자체가 일본 만화영화가 유일하게 만들어낸(게다가 그 일본조차도 체 10년이 안된) 개념이었고, 때마침 일본의 대중문화는 한국에서 수입이 철저히 금지되었으며, 여기에 인터넷이 아닌 편지와 전보가 일상이던 당시를 감안한다면, 저 표절과 도용은 파렴치한 상술, 도덕적 해이보다는 저작권에 대한 무지, 디자인 능력의 전무, 인력과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이 더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비록 책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기형적인 완구 스폰서 시스템이 80년대 한국 로봇 만화영화의 제작 시스템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도를 넘은 표절작과 졸작들의 범람으로 한국 만화영화가 스스로 공멸을 불러왔지만, 현재의 결과적인 관점만으로 당시의 역사를 모조리 평가절하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자세는 아닐 겁니다. 우리의 잘못에 대해 우리는 지나치게 차갑고 냉정한 것은 아닐까요. 이는 마치 죄많은 부모를 냉정하게 외면하는 자식들의 모습처럼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70년대에서부터 21세기까지 한국사회가 너무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시스템이 바뀌면서 벌어진 엄청난 세대간 인식과 가치관의 차이는 우리 만화영화사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 슈퍼로봇 열전은 그 의의가 남다릅니다. 부디 이를 기점으로 한국 만화영화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평가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과거 이현세 화백 원작의 '아마게돈'이 극장 만화영화로 만들어 졌으나 흥행에 참패했을 때, 제작진들은 그 실패가 후대에도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과정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하나의 백서로 제작했다고 합니다(<올드보이>가 탄생하기까지, <올드보이 BOOK>, 씨네21). 실패를 되돌아보고 이를 기록하여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을 줄이는 작업, 즉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부디 이 책의 가치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독창적인 로봇 만화영화, 혹은 SF 만화영화가 만들어져 대중들에게 정당한 인정을 받는 날이 오기를 그려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페니웨이 · 한스미디어에게 있습니다.



한국 슈퍼 로봇 열전 (초판 한정: 대형 브로마이드 + SD캐릭터 스티커 증정) - 10점
페니웨이 지음, lennono 그림/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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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izzard Entertainment


피터 정의 다이나믹한 콘티가 인상적인 디아블로의 과거 이야기

과 6일 앞으로 다가온 디아블로 3 서비스 시작에 앞서 5월 9일, 디아블로 3의 세계관을 담은 한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블리자드에 의해 공개되었습니다. 한국계 애니메이터로 미국에서 이름 높은 피터 정이 감독과 스토리보드를 맡은 이 단편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Wrath(분노)'. 태초에 인간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 천사와 악마들의 전쟁에서 일어났던 한 에피소드를 다룬 일종의 디아블로 프리퀄입니다.

디아블로의 세계관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기에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디아블로의 세상에서는 태초에 세계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아누(Anu)라는 존재와 그에게서 분리된 사악함이 실체화된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용 타타멧(Thathamet)이 있다고 합니다. 그 둘은 결국 영원한 싸움을 계속했고, 마지막 싸움에서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면서 세상이 태어나게 됩니다. 아누의 부서진 몸에서 새로운 세상과 천사들이 태어나고, 파괴된 타챠메트의 몸에서는 악마와 괴물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죠. 이때부터 다시 천사와 악마들의 끝없는 분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디아블로 세계에서 '영원한 분쟁(Eternal Conflict)'이라 불리는 전쟁입니다.

아누의 몸에서 태어난 천사들 중 가장 명성높은 다섯의 천사들, 즉 용기의 임페리우스(Imperius), 정의의 티리엘(Tyrael), 희망의 아우리엘(Auriel), 지혜의 말티엘(Malthael), 운명의 이테리엘(Itherael)과 조언자 이나리우스(Inarius)로 구성된 앙기리스 의회가 천상을 이끌게 되고, 타챠메트의 일곱 머리에서 태어난 7대 악마들, 즉 증오의 메피스토(Mephisto), 파괴의 바알(Baal), 공포의 디아블로(Diablo), 죄악의 아즈모단(Azmodan), 거짓의 벨리알(Belial), 고통의 두리엘(Duriel), 고뇌의 안다리엘(Andariel)이 악마들의 군주로 군림하게 됩니다.(7대 악마 군주는 최신 설정에서 바뀐 부분입니다) 이들 여섯천사들과 일곱악마들이 이끄는 천사와 악마들의 전쟁이 디아블로 세계관의 서장이 되겠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 분노는 이들이 벌이는 영원한 분쟁 중에 벌어진 에피소드로 보여집니다. 이는 이제까지 디아블로 세계관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에피소드로 추측되는데, 이번에 공개된 정황으로 보아 디아블로 3의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게 될 일종의 복선이 아닌가 싶네요. 애니메이션은 디아블로의 본거지로 다섯 천사들이 이끄는 천사대군이 쳐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디아블로가 인간계가 아닌 자신의 본거지에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것이 영원한 분쟁 중에 벌어진 일임을 짐작케 합니다(물론, 데커드 케인이 영상의 서두에서 지나가듯 그런 언급을 합니다만). 그렇다면, 인간계와 인간이 아직 세상에 등장하기 이전의 이야기인 셈이죠. 엔딩의 장면으로 미루어보아 이는 디아블로 2에서 플레이어들에게 파괴된 디아블로의 귀환과 임페리우스에 얽힌 비밀을 위한 단서가 되리라 예상됩니다.


ⓒ Blizzard Entertainment


다이나믹하고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는 천사와 악마들의 전쟁씬은 피터 정이 직접 스토리보드로 그려낸 결과물입니다. 비록 작화 퀄리티가 최상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A급 대작 애니메이션이 아닌, 프로모션용 서비스 애니메이션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볼만하고 멋진 영상미를 선보이고 있죠. 다만, 디아블로나 일부 악마들의 디테일이 실제 게임 상의 아트웍에 비해 단순화되면서 그로테스크함이나 공포스러움이 상쇄된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이는 리소스의 한계상 작화 상의 부담을 줄여야 하는 제작 여건상의 문제로 보입니다. 즉, 못그려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분노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는 디아블로의 세계관 총괄담당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크리스 멧젠(Chris Metzen) 부사장과 블리자드의 수석 스토리 개발자인 제임스 와흐(James Waugh)가 담당했습니다. 디아블로 세계관과의 연계는 무리가 없는 셈이죠. 캐릭터 디자인은 감독인 피터 정과 함께 한국 애니메이터인 원성구씨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원성구 씨는 '알렉산더(1998)', '애니매트릭스(2003)'에서 피터 정과 함께 작업을 한 경력이 있으며, '누들누드(1997)', '원더풀 데이즈(1999)', '아치와 씨팍(2002)' 등에서 레이아웃, 캐릭터 디자인 등을 맡아온 베테랑 애니메이터입니다.

☞ 정글 매거진에 소개된 원성구씨 프로필 (바로가기)

원성구 씨 외에도 DNA 프로덕션과 스튜디오 고인돌이 참여하는 등, 한국 스탭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컨셉 디자인과 아트웍은 블리자드의 스탭들이 담당하거나 이미 그려낸 것들을 사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터 정과 원성구 애니메이터 등이 콘티와 디자인을 완성한 뒤,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작화를 그리고, 음향과 더빙, 음악을 미국 스탭들이 입히는 형태로 애니메이션이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군요. 한미 합작 작품이라고 불러야 겠습니다.

게임 상에 등장하는 시네마틱 트레일러도 그렇고, 이번 단편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블리자드의 컨텐츠들은 한편의 이야기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오래 전부터 영화화가 이야기되어왔던 워크래프트(그런데 도대체 언제 등장할런지...)와 함께 이번 분노를 통해 디아블로도 영상 컨텐츠로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증명한 셈인데요. 과연 디아블로는 영상화의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번 피터 정의 참여로 인해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추가로 보여준 셈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Blizzard Entertainment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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