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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 삼총사 (1979) 


ⓒ 선우 프로덕션

<정보>

◈ 감독: 임정규
◈ 촬영: 조민철
◈ 원화: 정수용
◈ 배경: 김영구
◈ 선화: 서용희
◈ 주제가: 김도향
◈ 기획/총지휘: 이장호 / 강한영
◈ 제작사/협력: 선우 프로덕션 / 문화방송, 경향신문, 해태제과
◈ 저작권: ⓒ 선우 프로덕션 (現 선우 엔터테인먼트)
◈ 일자: 1979.07.21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절친한 세 친구인 호세와 땅딸이, 그리고 꺽다리. 방학을 맞이하여 별자리를 관측하던 셋은 어느날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을 관측하고 이를 도와주게 된다. 우주선에는 어린이 왕국의 루루 공주 일행이 타고 있었는데, 자신들을 도와준 호세 일행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들을 우주 저편의 어린이 왕국으로 초대하게 된다.
어린이 왕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박쥐성의 카이젤 일당이 습격하여 루루 공주를 납치하고 만다. 그들은 루루 공주를 인질로 삼아 어린이 왕국을 뻬앗을 음모를 세우고 있었고, 삼총사들은 루루공주를 이들의 손에서 구출하기 위해 은하호를 타고 박쥐성으로 향하게 되는데... (임정규 감독-별나라 삼총사 by 불수호난행, 처음처럼)


<소개>

선우 프로덕션에서 기획한 '꿈나라 만화극장' 시리즈의 제1탄. '마루치 아라치(1977)'와 '전자인간 337(1977)'을 통해 연출가로서도 성공적인 데뷔를 한 임정규 감독이 연출을 맡고, '별들의 고향(1974)'으로 혜성같이 영화계에 등장하여 평단과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심은 영화감독 이장호가 기획하여 화재가 된 작품이다. 당시 그는 대마초 흡연혐의로 인해 76년부터 79년까지 감독직을 박탈당했었는데, 이 작품은 바로 그 시기에 이장호 감독이 감독이 아닌 기획자로 참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문공부는 대마관리법에 의해 대마초를 피운 대중예술인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별나라 삼총사는 로봇과 히어로물로 양분되어 있던 당시 SF 만화영화의 흐름에서 우주선을 타고 모험을 한다는 어드벤쳐 형태의 구조를 지닌 최초의 작품이다. 비록, 로봇이나 슈퍼 히어로 등이 배재되었지만, 탄탄한 구성에 의해 이야기의 짜임새는 지금에 와서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하계 저편의 어린이 왕국으로 모험을 떠난 지구의 세 어린이들이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 우주의 악당들과 겨룬다는 내용은 정통 SF라기 보다는 디즈니의 영향을 받은 스페이스 판타지 어드벤쳐라 할 수 있다. 같은 해에는 김청기 감독의 '은하함대 지구호(1979)'나 송정률 감독의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1979)'과 같은 일련의 스페이스 어드벤쳐 형태의 작품들이 연이어 제작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높은 작품성을 지닌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이 작품을 들 수 있다.

여러가지 독창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우주선 디자인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야마토와 '캡틴 하록(1978)'의 아르카디아호를 일부 차용한 디자인은 당시 SF 디자인에 대한 열악한 인식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례이다. 지금에서야 여러가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당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만화영화에 대한 그것 못지 않게 낮았던 것이다. 다만, 이 작품은 SF 디자인에서만 일부 도용이 눈에 뜨일 뿐 오히려 캐릭터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일본 아니메의 스타일을 탈피하려한 시도가 눈에 띄며, 줄거리도 독창적인 것이기에 후대에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고 해야겠다.

CM송의 대부 김도향이 부른 주제가도 인상적이다. 풍부한 성량과 특유의 소울풀한 감성은 당대 한국 만화영화 음악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음색으로, 어린이가 아닌 대중가수의 참여로 인해 작품의 품격도 덩달아 상승되지 않았나 싶다.


삼총사 타임머신 001 (1980) 


ⓒ 선우 프로덕션

<정보>

◈ 감독: 임정규
◈ 각본: 지상학
◈ 촬영: 조민철
◈ 원화: 윤영상, 정수용
◈ 배경: 김영구
◈ 선화: 서용희
◈ 음악: 정민섭
◈ 총지휘: 강한영
◈ 제작사: 선우 프로덕션
◈ 저작권: ⓒ 선우프로덕션
◈ 일자: 1980.01.12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별나라 삼총사에 이은 꿈나라 만화극장 제2탄이자 삼총사의 속편 시리즈. 스페이스 판타지의 정체성을 지닌 작품이지만, 시간여행을 테마로 내세우면서 전작보다 과학적인 설정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미래의 인간들이 현재와 다른 생리적 특징을 갖고 있다거나, 시간여행시 특수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는 등, 여러 면에서 성숙해진 작품의식을 엿볼 수 있다.

여러가지 과학적 배경을 설명하며 작품의 구성은 전작에 비해 탄탄해졌으나, 그로 인해 길어진 내러티브만큼 어드벤쳐로서의 흥미도는 반감되었고, 결국 재미있는 활극을 기대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 작품이 되었던 것 같다. 이후, 꿈나라 만화극장은 세번째 시리즈로 '15소년 우주표류기(1980)'을 선보이며 별나라 삼총사 시리즈는 막을 내리게 되고, 임정규 감독은 김삼 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소년 007 은하특공대(1980)'의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별나라 삼총사, 베스트아니메
[2]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1967~2006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3] 별나라 삼총사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4] 개인작업 DVD-삼총사 타임머신 001 by lennono, lennono의 놀이터
[5] 별나라 삼총사 Space of 3 Musketeers, 1979, 씨네 21
[6] 삼총사 타임머신 001(1980) by 잠뿌리, 뿌리의 이글루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선우 프로덕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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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1979), 機動戦士ガンダム / Mobile Suit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아오키 린'이라는 필명으로 주제가 작사)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마츠자키 켄이치, 아라키 요시히사, 야마모토 유우, 토미노 요시유키
◈ 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야마자키 카즈오, 후지와라 료지 外
◈ 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후지와라 료지, 코지카 에이키치, 칸다 타케유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와타나베 타게오, 마츠야마 유우지 / 이케다 고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関岡渉, 大熊信行, 渋江靖夫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소츄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9.04.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구인들이 우주에 삶의 터전을 넓히면서 살아가기 시작하며, 서기가 아닌 우주세기를 사용한지 어언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인류는 스페이스 콜로니를 구축하고 이 원통형 거주공간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하여 살게 되지만, 우주 개척민이라는 지구인들의 차별 속에 스페이스 노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구에 사는 인류인 어스노이드와 달리 참정권과 같은 여러가지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었다. 이즈음, 지온 줌 다이쿤이라는 사상가는 우주에서 태어난 인류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는 뉴타입론에 입각하여 스페이스 노이드의 권리를 외치며 지온공국을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지온 줌 다이쿤은 측근이었던 데긴 소도 자비에 의해 암살되고 권력은 자비 가문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 자비 공왕의 장남 기렌 자비는 곧바로 지온의 독립전쟁을 선포한 다음, 레이더 및 전파병기를 무력화시키는 미노프스키 입자와 일반 병기를 상회하는 기동성을 지닌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 자쿠를 도입하고, 콜로니를 지구에 낙하시키는 과격한 방법을 통해 수적으로 우세에 있던 연방군을 제압하게 된다. 연방군은 뒤늦게 모빌슈트의 위력을 절감하고 V작전을 통해 모빌슈트의 연구개발에 힘쓰지만, 파상적인 지온공군의 공세 앞에 지구마저 침공당하며 열세에 몰리게 된다.

한편, 지구로 진격한 지온군이 낯선 환경 속에 연방군과 고착상태에 놓여있던 우주세기 0079년, 연방군의 모빌슈트 개발계획을 눈치챈 지온의 젊은 전쟁영웅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 소령은 연방군 세력권인 스페이스 콜로니의 사이드 7으로 3기의 자쿠를 급파하게 된다. 하지만, 호승심에 불탄 지온병사가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를 독단으로 공격하면서 사이드 7은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연방군 모빌슈트 개발계획의 담당자인 템 레이 중령의 아들로 사이드 7에 살고 있던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 레이는 피난 중에 지온군의 습격을 받게 되고, 친구인 후라우 보우와 주민들이 포화 속에 고립된 모습을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 건담에 올라타게 되는데...


<소개>

리얼로봇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최초의 리얼로봇을 표방하는 작품. 이때까지 완구라는 굴레에 갇혀 있던 로봇을 SF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 작품이며, 동시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로봇 만화영화를 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현실적이고 다양한 인간 드라마를 보여준 선구적인 작품이다. 물론, 나가하마 타다오에 의해 기존 만화영화보다 수준 높은 드라마를 가진 로봇물이 이미 등장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 훨씬 현실적인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처한 아이들과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삶과 죽음은 당시 로봇물에 비해 보다 더 높은 연령에 적합한 SF 드라마의 모습이었다.

'무적초인 점보트3(1977)'과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통해 스폰서인 클로버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안겨준 토미노 요시유키는 영화학도였던 자신의 정체성과 특유의 반골기질에 의해 보다 더 현실적이고 치밀한 스토리텔링을 만화영화에 도입하고자 했다. 이는 아마도 너무도 유아적이고 낭만적인 당시 로봇 만화영화의 단순한 전개에 대한 일종의 반감으로 보인다. 이미 나가하마 타다오 밑에서 로봇 만화영화의 성장을 지켜본 토미노는, 로맨틱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가하마와는 달리, 보다 더 하드하고 비극적인 SF를 추구하고 싶었고, 이러한 비참한 현실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 SF로 기획된 기동전사 건담은 쥴 베른의 모험소설 '15소년 표류기'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의 전사', 그리고 본격 SF 만화영화의 시작을 알린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컨셉을 활용하여 우주 전쟁 속에 휘말린 소년 소녀들과 모빌슈트라는 인간형 병기,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로 대표되는 우주세기를 창조하게 된다. 여기에 로봇이라는 요소를 주인공 일행이 움직이는 절대병기라는 개념이 아닌, 수많은 병기 중 하나라는 컨셉으로 접근하게 된다. 물론, 건담은 아직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고, 단 1기의 시작품이라는 고유성을 부여받고, 1기로 다수의 모빌슈트를 물리치는 초인적인 활약을 펼치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병기의 모습에 가까운 시도였던 셈이다.

SF적 설정과 함께, 다양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얽힌 인과관계도 만화영화로서는 일보진전한 컨셉이었다. 이제는 전설이 된 지온군의 에이스 파일럿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 아무로 레이를 능가하는 인기 캐릭터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으며, 이 외에도 란 바랄, 가르마 자비, 하몬 랄, 마틸다 중위, 라라아 슨, 류 호세이 등 다양한 인물군상과 그들만의 이야기는 로봇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 비중을 커지게 했다. 상당수의 팬들이 모빌슈트라는 신개념의 로봇과 치밀하고 방대한 우주세기의 설정에 심취하고 있지만, 건담의 진정한 매력은 로봇 만화영화라는 장르의 한계 속에서 보여준 전쟁 드라마라는 스토리에 있다고 하겠다.

당시의 시청층을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과도한 드라마성과 로봇 만화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깬 건담의 이야기는 첫방 당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기에 완구판매의 부진까지 겹쳐 건담은 49화를 다 채우지 못한 체, 43화로 종영을 맞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열렬히 시청하고 있던 일부 시청자들과 잠재해 있던 건담 팬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재방송부터 건담은 사회적 현상으로 부활하게 된다. 한 자리수에 불과하던 평균 시청률은 첫번째 재방송에서 가뿐하게 10%를 넘기고 82년도의 재방송에 이르르면 25%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점점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완구 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반다이에서 출시한 프라모델은 고연령대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 컨셉처럼 고연령대의 프라모델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며, 건담의 팬들에 의해 시작된 설정 보강작업은 '건담 센츄리'나 'MSV' 등이 나오는 원동력이 되며, 보다 더 건담의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작품 뿐만 아니라 프라모델과 서적 등으로 미디어 믹스되며 건담은 마침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건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 사가' 코너의 첫번째 이야기 '기동전사 건담 (3부작)'을 참고하시길.

☞ 기동전사 건담 (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2부) - SF 로봇전쟁 드라마의 서막.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3부) - 부활하는 하야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보러가기)


기동전사 건담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타니무라 신지 (작사,작곡) / 야시기타 가진 (노래)
◈ 기획/제작: 이토 마사노리 / 키시모토 요시나리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3.1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재방송으로 인해 건담의 인기가 재점화되자 자연스레 극장판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TV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제작하게 되는 당시의 상당수 작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건담 역시 자연스레 TV 시리즈의 컷들을 편집한 형태의 작품으로 기획된다. 하지만 총 43화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한 편의 극장판으로 압축하기에는 무리가 따랐고, 이로 인해 1화부터 13화까지의 내용만을 압축한 프롤로그 성격의 극장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직 극장판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제작사측에서는 이번 편의 성공여부를 통해 차기작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후일 3부작이 되는 극장판의 첫번째 편에는 1편이라는 부제는 붙지 않는다.

1편의 상영일인 3월에 앞서 2월 22일에는 신주쿠역에서 특별 이벤트인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일개 만화영화의 이벤트 행사에 무려 만오천여명의 팬들이 몰려들며, 건담의 인기는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이 자리에는 후일 '중전기 엘가임(1984)'과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그리고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크리에이터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선라이즈의 신참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와 건담에서 라라아의 성우를 맡았던 한 케이코가 샤아와 라라아의 코스튬을 입고 등장하여 팬들의 큰 성원을 얻기도 했다. ([1], [3] 참조)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보여준 건담의 파급력은 만화영화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후일 오타쿠의 부정적인 측면, 즉 자신의 취미에 과도하게 심취된 나머지 보편적인 사회적 관계를 거부하는 지나치게 맹신적인 팬덤을 양산하게 되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실로 놀라운 기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기동전사 건담 II - 슬픈 전사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7.1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극장판 1부의 대성공으로 건담 3부작은 온전히 3부작으로 방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TV 시리즈를 감독이 연출한 직후에 총집편 극장판의 경우는 판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임의로 연출가를 선임하여 편집 방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미래소년 코난(1978)'의 경우도 방송사인 NHK가 미야자키와의 상의 없이 임의로 편집하여 극장판으로 제작하는 바람에 미야자키가 진노하기도 했는데, 토미노 감독은 이를 염두에 두었는지 애초에 극장판 감독 역시 자신이 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게 된다. 이리하여 건담의 극장판은 온전히 토미노 요시유키의 의도대로 편집되어 극장에 상영되었다. 

극장판 2부는 TV 시리즈 16화부터 31화까지를 편집한 작품으로, 코어 부스터와 같은 극장판 오리지널 메카가 등장하는 등, 일부 신작 컷도 눈에 띈다.([3] 참조) 작사가인 아오키 린은 토미노 요시유키의 필명이기도 하다.


기동전사 건담 III - 해후의 우주 (1982)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사기쓰 시로 (편곡)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2.03.1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되었던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린 32화부터 43화까지의 편집판. 병으로 인해 TV 시리즈 후반부에 제작일선에서 물러났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TV 시리즈에 사용된 원화를 자신이 일일이 직접 수정하여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의 영상을 기대하여 TV 시리즈를 방영한 뒤 극장을 찾은 건담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주었다. 3편인 해후의 우주편은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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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봇 달타니어스 (1979), 未来ロボ ダルタニアス / Daltanias


ⓒ TOEI


<정보>

◈ 원작: 얏테 사부로
◈ 감독: 나가하마 타다오 (전반부) / 사사키 카즈토시 (후반부)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타구치 카즈히코, 츠지 마사키 外
◈ 스토리보드: 사사키 카즈토시, 타카하시 모토스케 外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유키 히지리, 카나야마 아키히로
◈ 메카닉 디자인: 서브마린, 무라카미 카즈시, 이즈부치 유타카 (디자인 협력)
◈ 작화감독: 카네야마 아키히로, 사사카도 노부요시, 타카하시 모토스케 外
◈ 미술감독: 内田建彦
◈ 음악/노래: 쯔즈이 히로시 / 호리에 미츠코 外
◈ 프로듀서: 이이지마 타카시, 스즈키 타케유키 
◈ 제작사: 도에이, 도쿄 12채널, 선라이즈 (협력)
◈ 저작권: ⓒ TOEI
◈ 일자: 1979.03.21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47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서기 1995년. 인류는 외계 침략자 자루 성간제국에 의해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정복 당하고 만다. 자루 성간제국의 지배 하에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지구인들. 전쟁고아인 다테 켄토와 히이라기 단지, 시라토리 사나에, 하타 타노스케 등 7명의 아이들은 우연치 않게 피신한 한 동굴의 지하 속에서 거대한 우주선과 알 박사를 만나게 된다. 알 박사는 자루성단에 의해 고향별인 에리오스가 멸망 당하고 지구로 피난해 있던 우주인이었다.

알 박사와 우주선이 기동하자 이를 감지한 자루 성간제국의 공격이 개시되고, 자루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알 박사는 켄토와 단지를 각각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와 비행형 메카 검퍼에 탑승시켜 자루 성간제국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게 된다. 그러나, 이 미지의 메카인 아틀라스와 검퍼는 아직 완전한 머신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의사로 움직이는 기계 사자 베라리오스와 합치는 순간 자루 성간제국군도 두려워하는 거대로봇 달타니어스로 변신하게 되는것이다.


<소개>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부터 '초전자머신 볼테스 V(1977)'과 '투장 다이모스(1978)'에 이르기까지 '낭만로봇 시리즈'라 불리는 독자적인 컨셉을 선보이며 70년대 후반의 로봇물의 트렌드를 다시 쓴 나가하마 감독은 투장 다이모스에서 기대 이하의 시청률과 완구판매 부진에 따른 스폰서와의 갈등으로 작품이 조기 종영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작품이 조기종영된 만큼 그 시간을 메꿀 다른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아사히 TV는 도쿄 12채널과의 협약을 통해 '배틀피버 J'라는 전대물 시리즈를 가져오게 된다.(일본 위키 및 키웰님 포스팅 참조) 당연히 프로그램을 가져간 도쿄 12채널로서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터, 이로 인해 다이모스의 조기 종영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다시금 나가하마 타다오의 새로운 로봇 아니메가 도쿄 12채널의 전파를 타게 되니 이것이 바로 나가하마 타다오의 최후의 로봇 아니메 '미래로봇 달타니어스' 인 것이다.

전작인 다이모스를 통해 스폰서의 과도한 압력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가하마는 이번에는 스폰서에게 메카닉의 전권을 위임하게 된다. 이로 인해 다시금 변신합체 로봇이 등장하게 되는데, 전작과의 차별을 위해 이번에 부여된 컨셉은 바로 야수라는 컨셉의 도입이었다. 거대한 사자모양의 메카닉이 로봇의 일부가 되어 가슴에 거대한 사자의 얼굴을 드러낸 체 합체한 달타니어스의 모습은 당시로서는 너무나 매력적인 모양새가 아닐 수 없었다. 로봇의 얼굴 외에 신체에 또다른 얼굴이 있는 컨셉은 이전에 나가이 고의 '그레이트 마징가(1974)'에 등장한 미케네 제국의 로봇에서 볼 수 있듯이 강렬한 야만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주역 메카에 있어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컨셉이었던 셈이다. 후일 사자로봇 5대가 합체하는 '백수왕 고라이온(1981)'부터 선라이즈 최후의 용자물 '용자왕 가오가이거(1997)'에 이르기까지 이 야수적 컨셉이 자주 애용됨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삼총사의 컨셉을 도입했다고 알려지는데, 이것은 스토리가 아닌 달타니어스의 메카닉 디자인(총사의 십자가 문양이 로봇에 표시)과 무기 시스템(검)에만 영향을 준 것이다.

투장 다이모스에서 과도한 드라마성으로 인해 스폰서와의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나가하마는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버린 듯 싶다. 콤배틀러 V부터 계속적으로 높아지던 주인공의 연령대가 달타니어스에 와서는 다시 어린 소년 소녀들로 낮아진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은 의식한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유의 드라마적 감성은 유효해서 전쟁 통에 가족들을 잃어버린 그들의 불우한 사연과 긍정적인 그들의 성장기를 로봇 드라마 군데군데 넣어주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뒤에서 등장하는 복제인간과 그들에게 얽힌 기구한 이야기는 복제인간이라는 소재가 너무도 낯선 1970년대 후반, 만화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이버펑크적 색체마저 띄고 있다. 결국, 전작에서 지적되었던 드라마적 감성을 굽히지는 않은 셈이다. (달타니어스에서 등장하는 복제인간에 얽힌 에피소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2005년작 '아일랜드'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즉, 시대를 앞서간 이야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복제인간 이야기)는 작품의 중, 후반부에 등장하는 것들이었고, 이러한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달타니어스의 시청률은 기대치 이하였다. 투장 다이모스의 재현을 우려한 스폰서 업체의 당연스러운 간섭이 시작될 무렵, 나가하마 감독은 '베르사이유의 장미(1979)'를 연출하기 위해 홀연 달타니어스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것은 나가하마 감독이 이미 달타니어스 연출에 어떤 미련도 갖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그만큼 완구 스폰서의 도를 넘은 간섭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까지 로봇 아니메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 표시는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감독 자리는 연출을 맡고 있던 사사키 카즈토시에게로 돌아갔는데, 희한한 것은 이후에도 복제인간의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시리어스한 전개는 그대로 계속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사키 감독이 나가하마의 연출 스타일을 뚝심있게 이어갔다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고가로 출시된 달타니어스 완구가 시청률과는 상관없이 불티나듯 팔려나가면서 스폰서가 굳이 작품에 간섭을 할 필요가 없었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가의 로봇완구의 성공 가능성과 시청률과 완구 판매에는 불변의 상관관계가 없음을 달타니어스가 증명한 셈이기도 하다.

나가하마의 조기 하차로 결국 달타니어스는 낭만로봇 시리즈의 마지막 칸에는 오르지 못하며, 이 전설적인 시리즈의 후광에서 한발짝 밀린 판정을 받게 되지만, 복제인간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로봇 만화영화에 대입한 스토리텔링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상당히 성숙한 관점으로 인정받을만 하다. 이후 사사키 카즈토시는 선라이즈의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과 '최강로보 다이오쟈(1981)'를 계속 연출하면서 나가하마 감독이 포기한 슈퍼로봇 아니메의 끈을 계속해서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나가하마의 퇴장과 함께 마침내 로봇 아니메는 새로운 레전더리의 탄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TOEI


☞ 달타니어스에 대한 괜찮은 리뷰 하나 보러가기: 미래로봇 달타니어스(未来ロボ ダルタニアス)(1979) by 키웰 (보러가기)
☞ 달타니어스에 대한 괜찮은 리뷰 하나 더 보러가기: 아니메 집중분석24[미래로보 달타니어스] by 바아킨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未来ロボ ダルタニアス, Wikipedia Japan
[2] Mirai Robo Daltanias (TV), ANN
[3] 미래로보 달타니어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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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 (1979), 赤毛のアン / Anne of Green Gables


ⓒ NIPPON ANIMATION Co., Ltd.


<정보>

◈ 원작: 루시 모드 몽고메리
◈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
◈ 각본/스토리보드: 타카하타 이사오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콘도 요시후미
◈ 장면설정/화면구성: 미야자키 하야오 (1~15화)
◈ 미술감독: 이오카 마사히로
◈ 음악/노래: 모우리 크루도 / 오오와다 리츠코
◈ 기획/제작: 사토 쇼지 / 모토하시 코이치
◈ 제작사: 닛폰 애니메이션, 후지 TV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79.01.07
◈ 장르: 드마라, 세계명작
◈ 구분/등급: TVA (50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매튜와 마릴라 남매는 농장일을 거들 남자 아이를 입양하려고 한다. 입양을 맡은 스펜서 부인이 일러 준데로 기차역에 나가는 매튜, 하지만 그곳에는 남자아이가 아닌 왠 빨간머리의 여자아이가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생긴 일이었지만, 매튜는 꾸밈없고 순수한 모습이 맘에 들어 소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소녀의 이름은 앤 셜리.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 누이인 마릴라는 앤에게 우리 집에는남자아이가 필요하다는 매몰찬 말을 한다. 인정많은 매튜는 앤을 그냥 기르자고 하지만, 마릴라는 앤을 돌려보내기 위해 스펜서 부인에게로 간다.

앤을 데리고 스펜서 부인에게로 가는 마릴라는 앤의 불우한 과거를 듣게 되고, 또 상냥하고 착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스펜서 부인이 앤을 맡기기로 한 곳은 일꾼들을 험하게 부리기로 유명한 블뤼엣 부인의 집. 험한 곳에 앤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릴라는 앤을 자신이 키우기로 맘먹게 되는데... (위키피디아 빨건머리 앤 및 알라딘 빨간머리 앤 DVD 소개 참조)


<소개>

캐나다의 여성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섯번째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실제로 세계명작극장이라는 부제가 붙은 작품은 이 빨간머리 앤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칼피스 어린이 극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감독을 맡았으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비운의 인재 콘도 요시후미가 작화감독을 맡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에서 15화까지만 설정 및 디자인에 참여한 후, '루팡 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의 참여를 위해 하차하게 된다. 이것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세계명작극장의 마지막 만남이 된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직접 탐방하여 그려진 유려한 배경과 묘사는 많은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앤 때문에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도 있다고 전해진다. [4] 참조) 이야기와 연출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장면의 구성에서 일반적인 TV 시리즈를 능가하는 고증과 완성도를 추구한 것은 이제까지도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를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하겠다.

상세보기

그다지 이쁘지도 않은 주근깨와 빨간머리 외모이지만, 소녀다운 생기발랄함과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주인공 앤은, '캔디 캔디(1976)'의 캔디와 함께 순정만화를 대표(물론, 이 작품은 순정만화가 아닌 세계명작극장이지만)하는 진취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라 하겠다. 특히, 이러한 앤의 성격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춘기 소녀들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겠는데, 어린소녀다운 기발하고 다양한 상상력이라든지 자신의 외모에 하나 둘 쯤 크고 작은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그 나이 때 소녀들의 감성을 너무도 잘 표현해 내어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십대 소녀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부분 뿐만 아니라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능동적인 여성상을 표현하는 등, 전체적으로 남성 시청자들보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놀리던 얄미운 남자 아이가 자라서 연인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 역시 드라마적인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당시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으로 주인공이 작품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깡마르고 볼품없던 빨간 머리의 소녀가 어느덧 매력적인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은 팬들에게 큰 즐거움이 되었다.

평균 시청률은 16.2%로, 전 26편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중에서 8위에 해당하는 시청률이다. (위키피디아 世界名作劇場 참조) 시청률 상으로는 평균보다 약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셈이다. 한국에서는 85년 KBS를 통해 방영을 시작하여 큰 사랑을 받았는데, 한국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대모 정여진 씨가 부른 한국판 주제가 역시 오리지널 주제가에 뒤지지 않는 포스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애창곡이기도 하다.

ⓒ NIPPON ANIMATION Co., Ltd.



<참고 사이트>

[1] 赤毛のアン (アニメ), Wikipedia Japan
[2] Anne of Green Gables (TV), ANN
[3] 빨간머리 앤 (애니메이션), 위키피디아
[4] 빨강머리 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IPPON ANIMATION Co., Ltd.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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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퓨처 (1978), キャプテン・フューチャー / Captain Future 


ⓒ NHK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에드먼드 해밀턴
◈ 총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 각본: 안도 토요히로, 츠지 마사키, 카네코 타카히로, 코나미 후미오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노다 타쿠오, 모리 토시오
◈ 메카닉 디자인/미술설정/수석 디자인: 츠지 타다나오
◈ 미술감독: 사카모토 노부토, 츠지 타다나오 外
◈ 음악/노래: 오오노 유지 / 유우키 히데
◈ 기획/제작: 타미야 타케시, 쿠리야마 토미로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NHK
◈ 저작권: ⓒ NHK · TOEI Animation
◈ 일자: 1978.11.07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53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때는 미래, 과학자 로저 뉴턴은 죽음 직전 자신의 뇌를 금속 케이스에 이식한 형태로 살아있는 동료 사이몬 라이트와 함께 인공생명체를 연구중이었다. 오랜 노력의 성과로 괴력의 강철 로봇 그렉과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한 합성 안드로이드 오토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뉴턴. 그러나 인공생명 연구를 훔치려는 빅터 콜보에 의해 뉴턴 부부는 그만 살해당하고 만다. 홀로 남은 뉴턴 부부의 아기 커티스는 동료인 사이몬 라이트와 박사가 창조한 두 인공생명체 그렉과 오토에 의해 키워진다. 사이몬에게서 지식을, 그렉에게서 육체를, 오토에게서 정신을 단련하는 법을 배운 커티스는 어느덧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나게 된다.

성인이 되어 부모님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된 커티스는, 우주의 악당들과 싸울 것을 맹세하고 스스로를 캡틴 퓨처라 부르게 된다. 사이몬과 그렉, 오토 역시 퓨처맨으로서 커티스를 돕기로 결심하고 이들은 우주의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위험한 모험의 길에 오르게 되는데...


<소개>

'미래소년 코난(1978)'에 이은 NHK의 두번째 아니메 방영작.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이후로 불기 시작한 아니메의 SF 열풍과, 야마토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극장 상영되어 커다란 인기를 얻은 '스타워즈', 거기에 1978년 다시 극장 개봉되어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아서 C 클라크 원작,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고전명작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야마토로 인해 만화영화에 SF의 붐이 불기 시작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마츠모토 레이지가 원작으로 참여한 작품 외에는 제대로 된 SF 아니메를 만나기는 힘든 상황에서 의미있는 한발을 내딛은 작품이라 하겠다.  

야마토와 같은 작품의 영향을 받았지만, 전반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오히려 미국식 SF에 더 가까운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원작 자체가 미국 작가인 에드먼드 해밀턴의 작품이다보니 그렇기도 하지만, 이제까지의 일본 아니메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우주선인 코메트호부터 소형 비행정 코스모 라이너, 우주 스테이션에 이르기까지 설정과 디자인도 아니메의 메카닉 디자인과는 그 스타일이 다른 이국적인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역시 스타워즈나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같은 정통 SF 영화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흔적이 아닌가 싶다. 특히, 코메트 호는 그 이름에 걸맞게 혜성으로 변하는 기능에, 항성간 운행이 가능하며, 갖가지 과학시설을 내장하는 등 독특한 디자인과 함께 지금 보아도 상당히 미래지향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스타워즈'의 밀레니엄 팔콘, '스타트랙'의 엔터프라이즈호, '스페이스 1999'의 이글 우주선, '우주해적 하록선장'의 아르카디아호와 함께 어린 시절 가장 좋아라했던 우주선 중 하나 되시겠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을 해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SF 액션물이나 전쟁물보다는 어드벤쳐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거기에 여러가지 과학적 미스테리와 현상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는 등, 어떤 측면에서는 야마토나 캡틴 하록과 같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스페이스 판타지물에 비해 보다 더 정통 SF에 가까운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고 하겠다. 캡틴 퓨처의 복장은 이제까지의 SF 만화영화에 등장한 의상에 비하여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복장은 81년도에 개봉된 하록 선장의 표절 만화영화 '우주대장 애꾸눈'의 주인공 애꾸눈 선장의 복장으로 도용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83년도에 MBC를 통하여 방영되었다. 김국환이 부른 주제가가 역시나 인상적이었으며, 방영 당시의 제목은 '우주전함 코메트'였다. 이후에는 비디오로도 출시되고 설정집(?)이 등장하는 등, 국내에서도 나름의 인기를 얻었다. 설정집이라 불리는 책의 정체를 보고 싶으신 분은 진승기님의 포스팅을 참조하시라.(바로가기) 서양에서도 통할만한 성격의 SF 만화영화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에서도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만화영화의 글로벌한 인지도 덕택인지 아니면 원작소설의 네임밸류 덕인지 현재 실사영화로 기획중이라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 NHK · TOEI Animation



<참고 사이트>

[1] キャプテン・フューチャー, Wikipedia Japan
[2] Captain Future, Wikipedia
[3] Captain Future,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HK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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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1978), 宝島 / Treasure Island


ⓒ TMS


<정보>

◈ 원작: 로버트 L 스티븐슨
◈ 감독: 데자키 오사무
◈ 연출: 타케우치 요시오, 타카야시키 히데오
◈ 각본: 야마자키 하루야, 시노자키 요시미
◈ 콘티: 사키마쿠라, 紺屋行男, 今切洗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스기노 아키오
◈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오하시 마나부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마치다 요시토 (주제가)
◈ 기획: 吉川斌
◈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니혼 TV, 매드하우스 (협력)
◈ 저작권: ⓒ TMS
◈ 일자: 1978.10.08
◈ 장르: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영국의 작은 해변마을 블랙힐의 애드머럴(제독) 벤보우 여관을 엄마와 함께 꾸려가고 있는 씩씩하고 용감한 13살의 소년 짐 홉킨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날 밤, 빌리 본즈라는 선원이 여관에 투숙한다. 그가 투숙하고 얼마 안있어서 검은 개라 불리는 사나이가 빌리 본즈를 쫓아 여관을 찾아온다. 격투 중에 검은 개는 도망가고 빌리는 그만 쇼크로 쓰러지고 만다. 짐에게 자신의 옷상자 열쇠를 맡기는 빌리. 그 속에는 빌리가 말한 중요한 서류가 있었다. 외다리에게서 그 서류를 지켜달라며 숨을 거두는 빌리.

짐은 아버지의 친구였던 마을의 지주 트릴로니와 의사 리브시 선생에게 서류를 보여준다. 이들은 이것이 전설적인 해적 플린트가 숨겨놓은 보물이 있는 섬을 가리키는 지도임을 알게 된다. 트릴로니는 바로 보물섬으로 떠날 채비를 갖추게 되고, 짐 역시 이 흥분되는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떠나기전 서류 하나를 망원경 주점의 외다리 주인에게 전하라는 심부름을 받게 된 짐. 빌리가 두려워 한 인물이 외다리라는 것을 알고 있던 짐은 그 외다리와 망원경 주점의 외다리가 동일인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마침내 외다리를 만나게 된 짐. 사나이의 이름은 실버, 존 실버였다.


<소개>

로버트 L 스티븐슨이 어린이 잡지에 연재했던 어린이용 해양모험 소설을 '내일의 죠(1970)', '에이스를 노려라(1973)'의 스타일리쉬 연출가 데자키 오사무가 TV 시리즈로 제작한 작품. 데자키 오사무의 스승인 테즈카 오사무도 65년 스티븐슨의 원작을 바탕으로 의인화된 만화영화 '신 보물섬(1965)'을 연출한 적이 있으니 스승과 제자의 손을 모두 거친 작품이라 하겠다. 물론, 두 작품 간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모니 기법이라 불리는 동화에서 순간적으로 정지된 일러스트 컷으로 장면을 전환시키는 극적인 기법과, 감각적인 화면분활, 영상반복, 투과광 기법 등으로 아니메 연출가 중 가장 스타일리쉬한 연출기법을 선보였던 영상 아티스트 데자키 오사무는 연출 뿐만 아니라 스토리 텔링에 있어서도 원작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항상 그만의 독특한 재해석으로 유명한데, 특히 그 재해석이 원작과는 또다른 재미와 매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로 비주얼과 스토리 모두에서 탑 클래스의 거장이라 할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만화영화 감독 중에서 가장 처음 좋아하게 된 인물도 데자키 오사무 되시겠다.) 이 보물섬 역시 바로 이 데자키 오사무식 재해석이 가미되어 원작 이상으로 바다의 로망을 잘 살린 명작 만화영화라 할 수 있다.

원작에서는 단순한 악역이었던 외다리 선원 실버에게 악역 이상의 설정과 매력을 부여함으로써 내일의 죠의 죠나 베르사이유 장미의 오스칼 등과 함께 데자키 오사무의 필모그라피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캐릭터이자 페르소나로 승화시키게 된다. 비록 주인공과 대적하게 되는 해적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과 강인함, 그리고 사나이 다운 그의 매력은 짐 뿐만 아니라 TV를 시청하는 모든 소년들이 동경하는 남자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 실버는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우주해적 캡틴 하록(1978)'의 캡틴 하록과 함께 소년들이 동경하는 이상적인 어른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당대의 작품들과 다른 방향을 보여주게 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짐 홉킨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어른들일 정도로 작품의 주시청층인 아이들 또래의 캐릭터 비중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이야기가 일품인 작품이었는데, 이러한 모습은 당대의 만화영화 중에서는 캡틴 하록을 제외하고는 보기 힘든 이례적인 설정이었다. 비록 어린이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 구조는 기존의 어린이용 만화영화에 비해서는 상당히 성숙한 극화적 느낌을 주는 것으로 유럽적인 비주얼과 함께 이국적이고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오프닝 영상은 후일 '로봇 카니발(1987)'의 에피소드 연출로 알려진 오오하시 마나부가 맡았는데, 명작 오프닝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평론가들이 꼽는 작품이기도 하다.([2] 참조) 동화적인 색감과 연출, 거기에 명작곡가로 이름 높은 하네다 켄타로의 데뷔곡 '보물섬'이 어우러진 영상미는 지금 보아도 항해를 떠나기전의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멋진 영상이 아닐까 싶다. 한국판 오프닝은 지금에 와서는 다른 만화영화 주제가에 비하여 레어한 물건이 되긴 했지만, 역시 소년들이 꿈꾸는 모험의 로망이 살아 있는 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기억하기로는 일본판 오프닝의 번안곡이 아닌 독자적인 곡으로 기억된다. 생각나는 가사를 읊어보면 '가자, 가자. 꿈에 본 섬으로~ 바람 타고 물결 넘어 바다로 가아자~...' 정도 된다.) 

라스트 엔딩은 만화영화 사상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건장한 뱃사람이 된 짐 홉킨스가 우연히 아프리카의 어느 항구에서 늙어버린 실버를 만나는 장면은, 사나이를 동경하던 소년이 어느새 사나이 만큼의 나이가 되어 늙고 병약한 자신의 우상을 만나는 실로 극적인 엔딩을 보여주고 있다. 감격스런 상봉 속에 말없이 팔씨름으로 모든 것을 주고 받은 둘. 떠나는 실버를 향한 짐 홉킨스의 마지막 한마디는 이 작품이 실버의, 실버에 의한, 실버를 위한 작품임을 다시금 우리에게 되새겨 준다.

있었다구, 역시... 나의, 나의 실버가!

ⓒ TMS



백경전설 (1997), 白鯨伝説 / Hakugei: Legend of the Moby Dick


ⓒ Tezuka Production

<정보>

◈ 원작: 데자키 오사무, 스기노 아키오 
◈ 감독: 데자키 오사무
◈ 각본: 데자키 오사무, 우에다 코지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타카야 히로토시, 사토 마사키
◈ 미술감독: 코노 지로
◈ 음악/노래: 안도 마사히로, 이즈미 히로타카 / 오치아이 히로히토 (주제가)
◈ 기획/제작: 마츠타니 타카유키
◈ 제작사: 테즈카 프로덕션, 이미지케이, 소니뮤직
◈ 저작권: ⓒ Tezuka Production
◈ 일자: 1997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전연령가 (G)

<소개>

'디어 브라더(1991)'로 '스페이스 코브라(1982)' 이후 8년 만에 성공적으로 TV 시리즈 아니메로 복귀한 데자키 오사무가 6년만에 내놓은 두번째 복귀 TV 시리즈. 그의 필모그라피에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실버 선장의 캐릭터를 모티브 삼아 H 멜빌의 소설 '백경'의 이야기를 SF 어드벤쳐에 접목시킨 작품이다. 그의 단짝이자 멘토라 할 수 있는 스기노 아키오가 작화감독으로 참여하지 않은 관계로 캐릭터 디자인과 비주얼은 이전의 데자키 감독의 작품과 비교하면 이질적이라 할 수 있지만, 압도적인 퀄리티로 인해 TV 시리즈를 능가하는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제작여건에 있었는데, 방송사인 NHK와의 마찰과 높은 퀄리티의 비주얼을 유지하기 위해 총집편과 재방영으로 에피소드 중간중간을 채우면서([1] 참조) 방영기간이 늘어지게 되었고, 결국 26화로 원래의 이야기에 비해 조기종영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이후 데자키 감독은 또다시 TV 시리즈의 연출에서 한동안 손을 떼게 되었고, 8년여만인 2005년에 이르러서야 '눈의 여왕(2005)'으로 다시금 TV 시리즈에 복귀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宝島, Wikipedia Japan
[2] 보물섬(宝島) 1987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3] 白鯨伝説,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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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은하철도 999 (1978), 銀河鉄道999 / Galaxy Express 999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총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연출: 아키히 마사유키, 유야마 쿠니히코, 사카타 유우 外
◈ 각본: 야마우라 히로야스, 후지카와 케이스케, 요시다 요시아키
◈ 캐릭터 디자인: 아라키 신고, 코가와 토모노리
◈ 총 작화감수: 코가와 토노모리 (1~63화 / 74~88화), 코마츠바라 카즈오 (64~73화)
◈ 미술설정: 우라타 마타지
◈ 음악/연주/노래: 아오키 노조무 / 콜롬비아 심포닉 오케스트라 / 사사키 이사오
◈ 기획: 벳쇼 타카하루, 요코야마 켄지, 小湊洋市
◈ 제작사: 도에이 동화, 후지 TV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78.09.14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1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은하계의 행성들이 우주를 달리는 특급열차 은하철도로 연결되어 있는 서기 2221년의 세상. 부유한 이들은 자신의 몸을 기계화한 속칭 기계인간이 되어 메가로폴리스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사는 반면, 기계인간이 되지 못한 가난한 진짜 인간들은 메가로폴리스 외곽의 빈민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가난한 인간들에게도 신분상승을 위한 하나의 희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무료로 기계인간의 몸을 준다는 꿈의 행성 안드로메다. 다만, 이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은하철도는 오로지 메가로 폴리스에서 출발하는 은하철도 999로, 이 999의 승차권 역시 가난한 이들에게는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빈민가에 살고 있는 철이(호시노 테츠로)와 철이의 엄마는 눈 내리는 어느날 밤 길을 가던 도중 나타난 기계백작의 일행의 습격을 받는다. 산 사람을 사냥하여 박제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끔찍한 기계백작에게 철이의 엄마는 그만 목숨을 잃게 되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오열하던 철이는 정신을 잃고 한 여인에게 구조된다. 어머니를 닮은 아름다운 외모에 눈부시도록 긴 금발머리를 가진 여인 메텔은 철이에게 자신과 동행하는 조건으로 은하철도 999에 탑승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고... 어머니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기 위해 기계의 몸을 갖기로 한 철이는 마침내 메텔과 함께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긴 여정에 오르게 되는데...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의 가장 큰 출세작이자 레이지버스의 정점에 올라있는 작품. 이 작품을 통해 마츠모토 레이지는 드디어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품을 떠나 진정한 인기작가로 발돋움 했고, 레이지버스라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게 된다. '우주해적 캡틴 하록(1978)'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위해 기획되었으나 역시 하록과 비슷한 이유(로봇 아니메가 아닌 SF 만화영화가 과연 TV 시리즈로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이유)로 한동안 애니메이션화되지 못했던 이 작품은, '우주전함 야마토 극장판(1977)'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전면적으로 TV 시리즈로 기획된다.

기계화된 몸을 갖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특권계급과, 원래 인간의 몸으로 기계인간들에게 핍박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나뉘어진 양극화된 시대배경은 당시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수준높은 설정이었다. 기계문명에 심취한 인간들의 말로를 그리는 것 뿐만 아니라 물질적인 부에 심취하여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사회풍자적인 면면도 눈에 띈다. 이러한 부조리함 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과 같은 기계의 몸이 되기를 결심한 철이가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여정에서 수많은 이들의 삶을 체험한 후 성장하여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는 이제까지의 레이지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주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 철이를 보살피는 작품의 상징이자 레이지버스의 상징인 메텔의 존재는 이제까지의 어떤 SF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는데, 특히 동시기의 캡틴 하록이나 실버 선장이 아이들의 이상적인 남성상이자 아버지상이었다면, 메텔은 그와 반대로 이상적인 여성상이자 어머니상의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따뜻하고 사려깊은 성격, 눈부신 미모, 그리고 베일에 쌓인 신비로운 모습 등 메텔은 레이지버스의 여성상을 집대성한 인물로, 당시 청소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당시의 아니메 세대에 있어서 메텔이라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실로 적절한 타이밍이었으며, 만화영화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것을 입증한 레이지버스의 작품을 통해 메텔이나 하록과 같은 성인 캐릭터들은 70년대 후반부 들어 부쩍 그 존재감을 발휘하게 된다.

작품의 성숙하고 깊이있는 스토리텔링 외에 999가 보여준 매력은 레이지버스라 일컬어지는 레이지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작품들과 999와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였다. 시리즈 중반에 까메오로 출현하게 되는 여해적 에메랄다스와 메텔의 이야기나, 철이에게 큰 영감을 주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사나이의 로망 캡틴 하록, 그리고 전 우주에 4자루 밖에 없다고 전해지는 전사의 총에 관한 이야기 등,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작품에 대한 상상력의 나래를 더더욱 펼 수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특히, 아름다운 겉모습 속에 감춰진 메텔의 진짜 정체에 관해 시청자들의 큰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암시와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하는데, 현재까지도 메텔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체 팬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메텔의 수영복 씬이나 누드 씬 등 당시 일본 TV 만화영화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비록 코믹스에 비해 상당히 순화되기는 했어도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어린이 만화영화에서 성적 상상력을 자극시킨 작품이라는 일부의 비평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편이기도 하다. (물론, 레이지의 이러한 묘사는 나가이 고의 노골적이고 반사회적인 그것에 비하면 얌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숙한 여인으로서의 매력에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서도 메텔은 오랫동안 청소년들에게 회자되어온 것이다.

첫 회 시청률이 15.5 %로 시작하여 최고 시청률이 22.8%에 달하는 등, 작품은 첫 방영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레이지가 참가한 작품으로 'SF 서유기 스타징가(1978)'에 이어 연속적인 성공이었는데, 특히 본격적인 레이지버스의 작품으로서는 은하철도 999가 첫 히트작인 셈이다.(하록 선장은 지금의 유명세와는 달리 시청률은 그닥 좋지 못했다.) 은하철도 999가 레이지버스의 대표작이자 그 신호탄이 되었던 셈이다.

한국에서는 2년 뒤인 81년 MBC를 통해 방영하게 된다. 식목일 특집으로 방영('푸른하늘 은하수'라는 기가막힌 네이밍 센스로 방영. 아마, 당시 방영한 에피소드는 1편과 12편인 화석의 전사편을 연결하여 방영한 것으로 기억된다.)한 것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자 반년 뒤인 10월부터 일요일 아침에 정식으로 방영되었다. ([6] 참조) 당시 이 999를 보기 위해 아이들은 일요일 아침에도 불구하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종교행사를 가야하는 일부 아이들 중에는 999를 보는 것으로 인해 부모님과 일대 신경전이 벌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다음 내용은 페니웨이님의 은하철도 999 블루레이 리뷰에 실린 내용을 참고로 하여 수정하였습니다.)
한국의 최초 방영은 81년 식목일 특집으로 방영되었다는 설이 그동안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여러 경로를 통해 정설처럼 전해져왔으나, '페니웨이™의 In This Film'의 운영자 페니웨이님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는 정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 보여진다. 실제로 엘로스도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81년 4월 5일 방송편성표를 보았으나 은하철도 999는 커녕 아예 만화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신문을 통해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었다는 흔적은 81년 10월 4일이 현재로선 최초로 보인다. 다만 글쓴이의 경우, 에피소드 12,13화인 화석의 전사편을 1화 뒤에 바로 본 기억이 남아 있는데, 페니웨이님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MBC는 10월 4일 은하철도 999 1, 2화를 연속방영한 뒤, 일주일 뒤인 11일에 화석의 전사편을 방영하게 된다. 아마 엘로스의 기억은 이것에서 연유한 것으로 짐작된다. 은하철도 999의 정규방송은 82년 1월 2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현재로선 식목일 방영설이 설득력이 없는 정보라 할 수 있다.

☞ [블루레이] 은하철도 999 극장판 박스셋 - 안녕, 내 청춘의 환영이여 by 페니웨이 (바로가기)

한국판의 방영 초기 주제가는 '눈물실은 은하철도'로 번안곡이 아닌 독자적인 곡이었는데, 애절한 멜로디와 김국환의 절절한 창법이 어우러져 엄마를 잃고 먼 여행을 떠나는 소년의 감정을 실로 기막히게 표현해낸 원 주제가 이상의 아우라를 들려주었다. 다만, 주제가가 지나치게 우울하다는 지적에 의해 이 곡은 일본 주제가의 번안곡으로 바뀌어졌으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은하철도 999의 주제가가 되시겠다. 비록 번안곡이었지만 이 곡 역시 김국환의 목소리와 완벽한 싱크로를 선보이며, 만화영화 주제가로서 영원히 사랑받는 곡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곡에 얽힌 뒷 사연은 그리 개운치만은 않았으니 궁금하신 분은 [6]에 링크되어 있는 한국판 위키피디아 내용을 참고하시길.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소년시절의 연인, 청춘의 환상 메텔 (보러가기)


은하철도 999 극장판 (1979)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이치카와 콘 (영화감독)
◈ 감독: 린 타로
◈ 각본: 이시모리 시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음악/노래: 아오키 노조무 / 고다이고
◈ 기획/제작 총지휘: 아루가 켄, 타카미 요시오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79.08.04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은하철도 999의 극장판은 이례적으로 TV 시리즈와 동시에 기획되었으며, TV 시리즈의 총집편이 아닌, 별도의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당시 극장판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로, 도에이 동화의 A형 극장판이 막을 내리고 일본 오리지널 아니메와 TV 시리즈가 그 바톤을 이어받은 후, 대부분의 극장판은 모두 TV 시리즈의 총집편이거나 스페셜 시리즈의 형태를 지닌 부가적인 작품에 그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이 999 극장판은 극장 상영을 위해서 별도로 기획되고 제작된 작품인 것이다. 내용 자체는 TV 시리즈의 도입부와 결말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지만, 달라진 캐릭터 디자인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TV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극장판의 감독은 린 타로가 맡았다. 캡틴 하록을 통해 도에이의 이마다 치아키 사장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그는, 이 999에서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판 감독으로 낙점받게 된다. 또한, 캡틴 하록에서 린 타로와 멋진 하모니를 보여주었던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와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를 모두 기용함으로써 대작 극장판에 어울리는 위용의 스탭진을 갖추게 된다.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항상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구성하는 린 타로는 이 극장판에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유감없이 드러내는데, 먼저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로 설정되었던 TV 시리즈의 철이를 10대 후반의 청소년으로 설정하고(게다가 외모도 보다 더 사람에 가깝게... 바꾸어 주셨다.), 거기에 자신이 연출했던 캡틴 하록의 주인공 하록과 아르카디아호를 카메오로 참여시켜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는 등, 원작자인 레이지보다 더 레이지버스의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된다.

TV 시리즈와 동시에 기획되어 TV 시리즈가 완결되기도 전에 개봉된 이 극장판은 TV 시리즈나 원작보다 먼저 자신만의 결말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원작자인 마츠모토와의 또다른 충돌이 우려되기도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무난하게 넘어갔다. 어찌보면 TV 시리즈는 최대한 원작의 분위기대로 연출하고, 극장판은 감독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실험적인 결과물이 나오길 바랬던 도에이 수뇌부의 기획이었을 듯 싶기도. 이러한 시도는 대단한 성공으로 귀결되는데, 79년 개봉당시 16억5천만엔이라는 흥행수입을 벌어들이며, 실사영화를 모두 제치고 그해 일본영화 흥행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만화영화가 실사영화를 누른 것은 이 999가 최초였으며, 이것은 야마토 극장판과 함께 레이지버스의 이야기가 성인들에게도 공감될 정도의 내러티브를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린 타로의 스승이었던 테즈카 오사무가 지향했던 또하나의 목표, 즉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만화영화인 '아니메라마'라는 고지에 린 타로는 999로서 도착한 것이었다. (테즈카 오사무는 디즈니 수준의 만화영화와 함께 영화 수준의 만화영화라는 두가지 명제를 꿈꾸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일본의 유력한 영화잡지 키네마 준보에서 그해 베스트 17위로 꼽는 등, 999 극장판은 만화영화의 범주가 아닌 영화의 범주에서 평론가들과 관객들에게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원작자의 네임밸류에 따라 작품을 평가하던 당시의 만화영화 풍토에서 린 타로는 최초로 만화영화 감독의 네임밸류로 작품을 가늠하게 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게 된다. 즉, 최초로 일반인들이 알게 된 애니메이션 연출가가 되는 것이다.

라스트 엔딩 역시 일본 만화영화사상 잊혀지지 않는 명엔딩 중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철이에게 이별의 입맞춤을 하고 떠나는 메텔. 기적 소리를 울리며 아련하게 떠나가는 999를 바라보며 나레이션이 들려온다. (TV 시리즈의 에피소드별 엔딩에서도 항상 들려오는 이 나레이션 역시 개인적으로는 한국판 나레이션 쪽이 더 느낌이 좋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이제 젊은이의 추억을 싣고 기적이 운다. 이제 젊은이의 추억을 싣고 기차는 간다.
하나의 여행이 끝나고 다시 하나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안녕, 메텔. 안녕, 은하철도 999.

안녕, 내 어린 시절아.'


이어서 시작되는 고다이고의 엔딩 테마는 기막힌 싱크로로 극장판의 대미를 장식한다. 소년들의 연인이며 우리 청춘의 환상인 메텔의 퇴장과 함께 마침내 시대는 80년대로 넘어가게 된다.


은하철도 999, 유리의 클레어 (1980)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노래: 아오키 노조무 / 사사키 이사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0.03.15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특별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 초반부에 등장한 은하철도 999의 승무원 클레어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단편 스페셜. 도에이 만화축제 중에 개봉되었다. 영원한 생명을 얻어 온몸이 유리로 변한 클레어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단편 에피소드였음에도 은하철도 999의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후 이 이야기는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당시 클레어역에는 강수지가 그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녕, 은하철도 999 - 안드로메다 종착역 (1981)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구성: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린 타로
◈ 각본: 야마우라 히로야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원화: 카나다 요시노리, 야마구치 야스히로, 키노시타 유키 外
◈ 음악/노래: 쇼지 오사무 / 메리 맥그리거 
◈ 기획/제작 총지휘: 아루가 켄, 타카미 요시오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81.08.01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첫번째 극장판 이후 2년만에 다시 찾아온 두번째 극장판은 메텔과 헤어진 철이의 다음 이야기로 은하철도 999의 진정한 엔딩을 장식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당시 방영을 시작한 천년여왕과 메텔과의 관계, 여해적 퀸 에메랄다스와 메텔의 관계, 기계제국의 탄생배경 등, 이제까지 레이지버스에서 숱하게 제기되었던 문제점이 이 극장판에서 그 전모를 드러낸다.

메텔의 어머니인 프로메슘이 천년여왕인 야요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는 설정은 당시 많은 팬들에게 화제를 몰고 왔다. 또한, 이제까지 그 존재가 언급되지 않았던 철이의 아버지 파우스트의 등장으로 메텔이 철이를 데리고 안드로메다의 여행길에 오른 당위성을 설명하려는 등, 레이지버스에서 제기되어왔던 설정상의 오류를 바로 잡으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애초에 뚜렷한 설정이 잡히지 않은체 작품이 진행된 데다가 여러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설정의 일부가 재해석되는 등의 이유로 인해 여전히 설정 상에는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전편을 능가하는 퀄리티와 많은 의문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두번째 극장판의 흥행수입은 11억 5천만엔으로 흥행에는 성공하였으나 전편만은 못했다. 그것은 이미 80년도에 기동전사 건담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극장판이 개봉되는 등 아니메의 환경이 급변한 현실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극장판의 개봉 한달 전인 7월부터 건담의 두번째 극장판이 개봉되고 있었다.) 그러나, 높은 완성도와 작품자체가 갖고 있는 명성으로 인해 건담의 후폭풍 속에서도 선전을 펼쳤으며, 이듬해인 3월에 개봉된 '천년여왕(1982)'에서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명성을 보였던 레이지버스는 같은 해 7월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1982)'의 흥행참패로 한동안 극장가에서 그 모습을 보이지 못하게 된다.

90년대 들어 다시 은하철도 999 이야기가 재개되지만 시간 상으로는 이 극장판이 가장 나중의 일을 다루고 있기에 현재까지는 은하철도 999의 결말을 다룬 작품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은하철도 999 이터널 판타지 (1998)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총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우다 코노스케
◈ 각본: 타케가미 쥰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가미 타카히로
◈ 미술감독: 유키 신조
◈ 음악/노래: 타나카 고헤이 / ALFEE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98.03.07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두번째 극장판인 '안녕, 은하철도 999' 이후 무려 17년만에 등장한 은하철도 999의 후속편. 시간상으로는 안드로메다에 도착한 철이가 메텔과 헤어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번째 극장판과 같은 시간대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터널 판타지는 TV 시리즈의 엔딩을 이어간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캐릭터 디자인도 극장판이 아니라 TV 시리즈의 그것과 동일하다.

극장판이지만 한 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하여 몇 부작으로 개봉할 요량이었던 것 같다. 다만 문제는 흥행에 있었는데, 제작사인 도에이 동화의 기대치보다 훨씬 못미치는 저조한 흥행성적으로 인해 이 작품은 더 이상의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1부로 제작이 종결되고 만다. 이후, 도에이 동화는 한 때 자신들의 대표적 타이틀이기도 한 레이지버스의 제작에서 손을 떼게 되고(추측이지만, 까질한 레이지 옹이 도에이와 결별을 선언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후 레이지버스는 도에이 동화의 손을 떠나 다른 안식처를 찾게 된다.


메텔 레전드 (2000), メーテルレジェンド / Maetel Legend


ⓒ MATSUMOTO LEIJI · TSUBURAYA Creative · ART Collection House · AVEX

<정보>

◈ 원작/총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요코다 카즈요시
◈ 각본: 카미오 무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마즈 이쿠오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 미술감독: 阿部泰三郎
◈ 음악: 아마노 마사미치
◈ 제작사: 베가 엔터테인먼트, 츠부라야 영상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SUBURAYA Creative · ART Collection House · AVEX
◈ 일자: 2000.X.X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OVA (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이터널 판타지의 흥행참패로 한동안 주춤했던 은하철도 999의 부활 프로젝트는 21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의 중심에 있는 은하철도와 메텔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메텔의 과거는 설정상에 많은 오류를 갖고 있었고, 레이지는 새로이 시작된 은하철도 부활 프로젝트를 통해 바로 이 레이지버스의 오류를 바로잡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새로이 시작된 은하철도의 이야기가 바로 메텔의 어린 시절을 다룬 메텔 레전드이다.

이 작품은 이제까지 은하철도 999의 주소재라 할 수 있는 은하철도와 주인공 철이를 배제하고 메텔과 에메랄다스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퀄 형태의 작품이다. 이로 인해 타이틀 자체도 메텔 레전드로 붙여지게 된다. 메텔과 그녀의 언니인 에메랄다스가 아직 어린 나이일 때 어머니인 프로메슘과 함께 라메텔에서의 생활을 다룬 이 작품은 말 그대로 그녀의 어머니인 프로메슘이 어찌하여 기계인간이 되었고, 메텔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를 다루는 이야기라 하겠다. 특히, 에메랄다스를 메텔의 언니로, 프로메슘이 바로 천년여왕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선보이게 된다. 이것은 이전 시리즈에서의 설정을 레이지 스스로 뒤엎은 결과로, 이전 시리즈에서 천년여왕과 메텔은 프로메슘의 딸이며, 에메랄다스는 메텔과 친구 관계였었다.

천년여왕의 원 성우인 한 케이코가 프로메슘 역을 담당하는 등, 올드팬들에게는 반가운 점도 있지만, 비주얼 등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지는데다가 유려한 선이 사라진 투박한 터치로, 작품 외적으로도 아쉬운 점이 눈에 띈 작품이다.


은하철도 이야기 (2003), 銀河鉄道物語 / Galaxy Railways


ⓒ 松本零士/プラネット・銀河鉄道管理局

<정보>

◈ 원작/총설정/디자인: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니시모토 유키 (1기)
    토미나가 츠네오 (2기)
    오오바 히데아키 (OVA)
◈ 각본: 소노다 히데키 (1기)
    야마다 야스노리 (2기) / 
    하세가와 나호코 外 (OVA)
◈ 캐릭터 디자인: 키자키 후미노리, 타케다
    이츠코 (1기) / 칸노 아키라 (2기)
    치바 미치노리 外 (OVA)
◈ 메카닉 디자인: 와타나베 코지 (1기) /
    미네기시 타츠미 外 (2기) /
    이시노 사토시 外 (OVA)
◈ 미술감독: 우미노 요시미 (1기, 2기) /
    水谷利治 (OVA)
◈ 음악: 아오키 노조무
◈ 기획/제작: 콘 히로시
◈ 제작사: BS FUJI, 은하철도 관리국 (1기) /
    CBC, 은하철도 이야기 프로젝트 (2기) /
    COMMON WEALTH Entertainment (OVA)
◈ 저작권: ⓒ 松本零士/プラネット・銀河鉄道管理局 (1기) / ⓒ 松本零士/銀河鉄道物語プロジェクト (2기)
◈ 일자: 2003.10.04 (1기) / 2006.10.04 (2기) / 2007.01.24 (OVA)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 O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의 만화가 데뷔 5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작품. 이번에는 은하철도 999의 메인 소재인 은하철도와 그 시스템을 가져오되 중심인물인 철이와 메텔 등을 모두 제외시키고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로 꾸려가는 스핀 오프 형태의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메텔과 철이를 제외하면서 오히려 구태의연한 이야기가 아닌 신선한 등장인물들에 의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 점은 원 시리즈와는 별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1기는 26화까지 방영되었으며, 3년 뒤인 2006년에 다시 26화 분량의 2기가 방영되었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총 4화의 OVA로 발매되기도 했다.


우주교향시 메텔 (2004), 宇宙交響詩メーテル / Space Sympony Maetel


ⓒ MATSUMOTO LEIJI · SHOGAKAN · TSUBURAYA Entertainment

<정보>

◈ 원작/총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마사키 신이치
◈ 시리즈 구성/각본: 카미오 무기
◈ 캐릭터 디자인: 마스나가 케이스케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타무라 카츠유키
◈ 음악: 하카세 타로
◈ 기획/제작: 콘 히로시
◈ 제작사: 츠부라야 엔터테인먼트, 조이 스퀘어, AVEX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SHOGAKAN · TSUBURAYA Entertainment 
◈ 일자: 2004.08.0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 구분/등급: TVA (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OVA '메텔 레전드'의 속편격인 작품. 메텔 레전드가 어떻게 하여 프로메슘이 기계인간이 되었는지를 다루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프로메슘이 서서히 인간성을 잃고 사악한 기계인간으로 변하는 과정과, 메텔이 은하철도 999를 타게 되는 이유, 그리고 철이를 데려오게 되는 이유 등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그동안 까메오로만 줄곧 얼굴을 내밀던 하록과 토치로, 그리고 메텔의 언니로 그 비중의 훌쩍 커진 에메랄다스 등이 등장하여 그들의 과거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하겠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하록은 애꾸눈이 아니라든지 천년여왕 방영시 이미 죽음을 맞이한 천년여왕의 어머니 라레라의 등장이라든지 여러 부분에서 또다른 설정상의 오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설을 맡은 나이 든 메텔 역을 메텔의 원년 성우인 이케다 마사코가 맡은 것은 팬들에게 있어서는 또다른 매력일 듯 싶다. 애잔한 선율과 함께 레이지버스의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드라마틱한 오프닝 영상은 추억과 현재를 이어주는 묘한 감동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다.


<참고 사이트>

[1] 銀河鉄道999, Wikipedia Japan
[2] 銀河鉄道999_(アニメ), Wikipedia Japan
[3] メーテルレジェンド, Wikipedia Japan
[4] 銀河鉄道物語, Wikipedia Japan
[5] 宇宙交響詩メーテル 銀河鉄道999外伝, Wikipedia Japa
[6] 은하철도 999, 위키피디아
[7] 은하철도 999(銀河鉄道999) 1979 1981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8] 은하철도 999 - 유리의 클레어(銀河鉄道999 ガラスのクレア) 1980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9] 은하철도 999,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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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강인 다이탄 3 (1978), 無敵鋼人ダイターン3 / Daitarn 3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아라키 요시히사, 호시야마 히로유키, 요시카와 소지 外
◈ 스토리보드: 오노야 미노루, 사다미츠 신야, 히로카와 카즈유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시오야마 노리오, 오쿠니 이치카즈(小国一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작화감독: 토미자와 카즈오, 야마자키 카즈오, 가토 시게루 外
◈ 미술: 메카맨
◈ 오프닝 애니메이션: 카나다 요시노리
◈ 음악/노래: 와타나베 타케오, 마츠야마 유지 / 후지와라 마코토 (오프닝)
◈ 기획/제작: 선라이즈 /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 에이전시,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8.06.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40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화성에 기반을 둔 메가노이드 종족은 화성 개척을 위해 사이보그가 된 사람들로, 메가노이드의 총수인 돈 자우저는 전인류의 메가노이드화를 목표로 지구 침공을 개시한다. 메가노이드에 의해 부모를 잃고 지구로 피신한 하란 재단의 젊은 총수 하란 반죠는 이들 메가노이들과 맞서기 위해 스스로 거대로봇 다이탄 3에 탑승한다. 충실한 집사인 게리슨과 육감적인 금발 미녀인 비서 타치바나 뷰티가 반죠의 뒤를 지원해주는데다가 여기에 인터폴 출신의 지적인 미녀 산죠 레이카가 메가노이드를 조사하던 중 반죠의 도움을 받으며 가세한다. 부잣집 도련님에 그녀를 따르는 두 명의 미녀, 거기에 이것저것 뒤를 봐주는 충직한 집사까지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반죠이지만, 메가노이드와 그의 과거에는 어두운 과거가 숨겨져 있었는데...


<소개>

'무적초인 점보트 3(1977)'에 이은 선라이즈의 두번째 자체제작 로봇물이자 토미노 요시유키의 세번째 로봇물. 점보트 3부터 다이탄 3, 그리고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으로 이어지는 무적로보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점보트 3와 마찬가지로 타이틀에 3이라는 숫자가 대입되었는데, 콤바트라 V나 볼테스 V가 5기 합체에 5인이 조종한다는 점에서 V라는 로마숫자를 타이틀에 넣은 것과 같은 의도로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3기 합체에 3인 조종방식의 점보트 3에 비해 다이탄 3은 3기 합체도, 3인 조종도 아닌 합체 기능이 제거된 하란 반죠 1인이 조종하는 거대로봇이다. 다만 비행기와 탱크, 로봇 형태의 3가지 형태로 변신이 가능하다.

전작에서 궤멸과 몰살의 전조를 보이며 로봇물에서 이례적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 토미노이지만, 이번에는 왠일인지 상당히 밝은 형태의 활극으로 승부를 걸었다. 아무래도 점보트 3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로 보이지만, 역시 토미노답게 그 기저에는 비극적인 노선이 깔려 있다. 하란 반죠와 대적하게 되는 메가노이드의 수장 돈 자우저와 그의 오른팔 코로스가 하란 반죠의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설정, 거기에 괴력을 가진 하란 반죠의 실제 정체가 인간이 아닌 메가노이드가 아닌가 하는 의문점 등 여러가지 설정이 깔려 있지만 실제 작품 내에서는 이것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부모를 잃고 악당들과 맞서 싸우는 부자짓 도련님, 거기에 각종 전투보조 업무를 수행하고 메카닉에도 일가견이 있는 집사라는 설정은 아무리봐도 배트맨의 컨셉을 가져왔다고 보여진다. 여기에 타치바나 뷰티와 산죠 레이카라는 매력적인 미녀 캐릭터의 등장은 여러모로 007 시리즈의 본드걸을 연상시키기도. 로봇물이지만 이런 점에서 성인 액션물의 요소를 차용한 코믹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여타의 로봇물과는 또다른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다.

메카닉 디자인은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았다. 타츠노코 프로에 몸을 담고 있던 그는 타츠노코에서 나와 나카무라 미츠키와 함께 디자인 오피스인 메카맨을 설립하고 '합신전대 메칸더 로보(1977)'에서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번 다이탄 3를 통해 마침내 선라이즈와 조우하게 된다. 이듬해 '기동전사 건담(1979)'를 통해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큰 명성을 떨치게 되니 선라이즈를 선택한 오카와라 쿠니오로서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라 하겠다. 메카맨 오피스는 볼테스 V와 점보트 3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미술작업으로 참여하고 있었기에 선라이즈와 이전부터 인연이 있어왔던 셈. 나카무라 미츠키도 후일 기동전사 건담의 배경미술 감독으로 큰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매력적인 다이탄 3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높은 시청률과 호조의 완구판매라는 결과로 다가왔다. 이에 마침내 토미노 요시유키는 스폰서인 클로버에게 이번에는 자신의 뜻대로 작품을 연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게 된다. 바야흐로 로봇아니메와 아니메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이건 좀 의도적으로 올렸.... ⓒ SOTSU · SUNRISE

ⓒ SOTSU · SUNRISE / ⓒ Tokuma Shoten



<참고 사이트>

[1] 無敵鋼人ダイターン3, Wikipedia Japan
[2] Invincible Steel Man Daitarn 3, Wikipedia
[3] Muteki Kojin Daitarn 3 (TV), ANN
[4] 무적강인 다이탄 3, 엔하위키 미러
[5] 로봇대백과 사전 3 [무적강인 다이탄 3] by 바이칸, 바이칸의 비주얼아일랜드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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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코난 (1978), 未来少年コナン / Future Boy Conan


ⓒ NIPPON ANIMATION CO., LTD


<정보>

◈ 원작: 알렉산더 케이 (살아남은 사람들)
◈ 감독/시리즈 구성: 미야자키 하야오
◈ 연출: 미야자키 햐아오 (1~26화), 타카하타 이사오 (9, 10화), 하야카와 케이지 (11~26화)
◈ 콘티: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하야카와 케이지, 이시구로 노보루,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나카노 아키라, 요시오카 소우지, 胡桃哲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장면설정/디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오오츠카 야스오
◈ 작화감독: 오오츠카 야스오
◈ 미술감독: 야마모토 니죠
◈ 음악/노래: 이케베 신이치로 / 카마타 나오즈미, 야마지 유코
◈ 기획/제작: 사토 쇼지 / 모토하시 코이치
◈ 제작사: 닛폰 애니메이션, NHK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78.04.04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전연렁가 (G)


<시놉시스>

2008년 지구. 인류는 핵무기를 능가하는 초자력무기를 개발하고 최종전쟁에 돌입한다. 전화의 불길은 전 지구를 덮치고, 수많은 인간들이 희생되며 인류의 문명은 멸망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강력한 초자력 무기의 힘은 자연에까지 그 영향을 미쳐, 지각이 변동하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수많은 도시와 나라를 덮치고 만다. 진노한 자연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간만이 자신들의 과오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

대재앙으로부터 수십년 뒤, 외딴 무인도에 한소년과 노인이 살아가고 있다. 소년의 이름은 코난, 대재앙 후에 태어난 코난은 자연 속에서 자라온 순수하고 정의감 넘치는 강한 소년이다. 이 무인도는 대재앙 당시 로켓을 타고 지구권 밖으로 피난을 갔던 이들이 대재앙 후 지구에 불시착한 곳으로, 이제는 코난과 대재앙 이전의 시대에 살고 있던 코난의 할아버지 밖에 살고 있지 않은 곳이다. 

어느날, 바다 속의 옛 도시에서 쓸만한 도구를 찾으러 잠수했다가 상어를 잡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가던 코난은 바닷가에 갈매기들이 떼지어 모여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니 해변가에 왠 소녀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소녀를 깨우는 코난. 정신이 든 소녀는 코난이 메고 있는 상어를 보고 놀라 다시 기절하고 만다. 이 소녀는 과연 누구이며, 코난과 할아버지만 사는 바다 한 가운데 외딴 섬에 도대체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소개>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의 첫 TV 시리즈 연출작. 세계명작동화 시리즈로 이름높은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이례적으로 제작한 어드벤쳐 드라마로, 역시 이례적으로 보수적인 NHK의 전파를 타고 방영된 만화영화이기도 하다. 코난은 NHK가 방영한 첫 애니메이션이다. ([1] 참조)

도에이 동화시절부터 그 역량을 인정받아온 미야자키 하야오이지만, 이 때까지는 디자인, 레이아웃, 원화와 같은 애니메이터의 범주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가로 변신하게 되는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이자 그의 출발점인 셈이다. 특히, 연출 외에도 시리즈 구성, 콘티, 디자인, 설정과 같은 전방위의 작업을 도맡아 하다시피 하며, 그만의 작품세계를 마음껏 뽐내게 된다. 초보 연출가에게 이정도의 작업을 모두 맡겼던 것은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재능이 범상치 않았음을 당시 주변의 스탭들이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며, 동시에 이 작품의 네임 밸류나 기대치가 그리 크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미야자키는 자신의 작품에서 대부분 원작과 각본에 디자인, 그리고 연출까지 소화하게 되는데, 타인의 결과물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로서의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애초에 사이버펑크적인 색체를 띈 어두운 원작의 분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의해 전면 재수정되어 밝고 건강한 모험 활극으로 재편성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면면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은 라나의 고향인 하이하바를 미국으로, 그리고 레프카가 지배하는 인더스트리아를 소련으로 묘사하는 등 냉전주의 시대의 이분법적 시각이 묻어난 작품이라고 전해지지만([1] 참조), 이를 싫어한 미야자키에 의해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전원적인 인간과 자연을 이용하고 파괴하는 산업화 시대에 길들여진 인간들의 대결구도로 바뀌졌고, 그의 평생의 테마인 환경주의의 가치관 역시 대입되어 있다.

첫 연출작에 이러한 주제의식을 어드벤쳐와 멋지게 결합한 미야자키의 감각은 지금 보아도 명불허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야생 속에서 자라 무기라고는 작살 하나만 갖고 있는 소년 코난이 괴력으로 인더스트리아의 첨단 무기를 든 어른들을 모두 물리치며, 최종화에서는 과학문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거대 비행요새 기간트를 홀몸으로 쳐부수는 장면은 왠만한 로봇 아니메를 능가할 정도로 박력이 넘치는 씬들로 가득하다. 서정적인 배경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어드벤쳐 양쪽을 모두 선보이면서도 어느 한 쪽도 부족함이 없는 미야자키의 작품은 이 때에도 거의 완성된 단계나 다름 없었다고 하겠다.

특히, 이 방대하고 긴 이야기가 26부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 내에서 참으로 오밀조밀하게 펼쳐지는 점은 놀랍다고 하겠는데, 이것은 당시의 TV 만화영화의 일반적인 패턴인 1회 에피소드 형식의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테마를 26화 내내 연속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상세보기

거의 미야자키의 원맨쇼라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오오츠카 야스오와 같이 초창기 미야자키 작품의 작화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는 애니메이터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중간에는 타카하타 이사오나 이시구로 노부루 같은 거장들도 참여하여 연출과 콘티를 일부 맡게 되는데, 특히 일부 콘티에서는 기동전사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가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토미노는 초스피드의 콘티 실력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있었는데, '엄마찾아 삼천리(1976)' 등과 같은 닛폰 애니메이션 작품에 콘티로 참여했던 경력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이번 콘티에도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야자키의 눈에는 토미노의 날림(?) 콘티가 성에 안찼던 모양인지 토미노가 그린 콘티는 제작전 미야자키에 의해 전면 수정이 가해지게 된다.

이와 관련된 일화는 특별히 이웃 블로거인 키웰님의 포스팅을 인용해보기로 하겠다.

'...(중략)... 토미노가 방랑의 콘티맨이라는 명성을 휘날릴 때 (결코 잘 그려서가 아니라 무지막지한 스피트로 콘티를 완성한다는 양적인 관점에서의 유명세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未来少年コナン)의 콘티도 그에게 흘러들어갔었다. 그리고 손이 안보일만큼 휘날려 완성한 콘티들이 미아쟈키 감독에게 도착한 후, 토미노의 콘티들은 전부 해체되어버렸다. 토미노의 콘티를 본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면 재수정으로 새롭게 수정해버렸던 것이다. 물론 수정된 콘티의 퀄리티야 이루말할 수 없을만큼 훌륭했겠지만, 중요한 건 토미노의 흔적이 하야오 감독에 의해서 완전히 사리질만큼 뒤바뀌어졌다는 점이었고 그로 인하여 본인이 느꼈을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실망감은 그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자존심은 사실 묵살된 것이나 다름 없었고 차라리 스텝롤에서 토미노의 이름이 사라지는 편이 더 나았다. (그러나 실제 스탭롤에서 이름이 지워지지 않았더랬다.)'


놀라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다. 관동지역에서의 평균 시청률은 8%이고 기간트와의 일전을 다룬 25화에서는 최고 시청률 14%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동시대간대 TBS와 니혼 TV에서 방영된 인기 퀴즈쇼 등의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1] 참조) 작품 자체는 큰 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당시 애니메이터들 사이에서만 이름을 알려져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 석자(이 양반은 한자로 이름이 세글자다)가 알려지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던 작품이었다. 78년 10월 TV 시리즈가 종영한 후, 79년 9월에 극장판이 방영되지만, 이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참여한 것이 아닌 니혼 라디오 방송국의 기획한 TV 시리즈 편집 극장판으로 실제 미야자키의 의도와는 다르게 작품이 구성되어 마찰을 빗기도 했다. 미야자키가 직접 편집한 극장판은 '거대 기간트의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84년도에 방영하게 된다. ([3] 참조) 

한국에서는 82년도에 방영되어 일본 내의 반응을 넘어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이후 수없이 재방송되는 등, 은하철도 999 등과 함께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명작이다. 특히, 코난의 한국판 주제가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명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 NIPPON ANIMATION CO., LTD / ⓒ Dokuma Shoten



미래소년 코난 II - 타이가도 어드벤쳐 (1999)


ⓒ NIPPON ANIMATION CO., LTD

<정보>

◈ 원작/캐릭터 디자인/레이아웃 체크: 사카마키 사다히코
◈ 감독: 하야카와 케이지
◈ 각본: 미츠이 히데키, 우에다 코지
◈ 작화감독: 사카마키 사다히코, 소도메 고이치로, 사토 요시하루 外
◈ 미술감독: 森元茂
◈ 음악: 淡海悟朗
◈ 프로듀서: 타나카 노부아키
◈ 제작사: 닛폰 애니메이션, TBS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99.10.09
◈ 장르: 모험
◈ 구분/등급: TVA (24화) / 전연렁가 (G)

<시놉시스>

제목 상으로는 미래소년 코난의 속편으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상으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나마 연관이 있는 것은 감독인 하야카와 케이지가 미래소년 코난에 연출로 참여한 것과 닛폰 애니메이션이 제작했다는 정도. 미래소년 코난의 인기에 편승한 아류작 정도로 보이며, 14회부터는 오프닝 타이틀에서 아예 미래소년 코난 II라는 부제가 빠졌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후 미디어의 패키지에서는 그대로 사용되지만. 고고학자 아버지를 둔 소년 타이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4] 참조)


<참고 사이트>

[1] 未来少年コナン, Wikipedia Japan
[2] 미래소년 코난, 엔하위키 미러
[3] 미래소년 코난(未来少年コナン) 1979 1984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4] 未来少年コナンII_タイガアドベンチャー,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IPPON ANIMATION CO., LTD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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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서유기 스타징가 (1978), SF 西遊記 スタージンガー / Starzinger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이시카와 에이스케 (SF 서유기 원작자)
◈ 총감독: 세리카와 유고
◈ 연출: 세리카와 유고, 모리시타 코죠, 후쿠시마 카즈미, 미야자키 카즈야 外
◈ 각본: 타무라 타츠오, 토미타 스케히로, 마지마 미츠루
◈ 캐릭터 디자인: 스다 마사미
◈ 작화감독: 스다 마사미, 우치야마 마사유키, 스즈키 야스히코 外
◈ 미술감독: 이토 이와미츠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사사키 이사오 (노래)
◈ 기획: 벳쇼 타카하루 外 
◈ 제작사: 도에이 동화, ADK, 후지 TV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일자: 1978.04.02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73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머나먼 미래, 은하계는 지금 스페이스 몬스터에 의해 대혼란에 빠져 있다. 스페이스 몬스터는 원래 평화로운 보통 생명체였으나 은하계 중심에서 전파되는 갤럭시 에너지가 약화되면서 괴물로 변한 것이다. 이는 갤럭시 에너지의 원천으로 지구에서 3만 광년이나 떨어진 은하계의 중심 대왕성의 여왕이 노쇄하여 힘을 잃었기 때문으로, 갤럭시 에너지를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왕과 같은 힘을 지닌 인물이 여왕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지구의 키티 박사는 여왕을 대신할 인물로 몰락한 달왕국의 공주 오로라를 지명하고, 태양계를 지킬 막중한 임무를 지고 오로라 공주는 대왕성으로 향할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악명 높은 스페이스 몬스터들이 활개치는 우주는 연약한 여성에게는 너무나 위험한 곳이다. 이에 키티 박사는 돗지 조교수가 만들어낸 최강의 사이보그 손오공(일본명 장쿠고)을 그녀의 호위로 삼으려 한다. 강력한 사이보그이지만 은하계 최고의 말썽꾼이자 망나니인 손오공은 키티 박사에 의해 달의 폐허에 유폐되어 있는 상황. 손오공을 만나기 위해 오로라 공주는 퀸 코스모스와 함께 달로 향하지만, 스페이스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손오공이 갖혀 있는 에너지 감옥 앞에 가까스로 도착한 오로라, 그녀의 아름답고 가녀린 모습에 마음이 움직인 손오공은 과연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오로라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스페이스 모험 판타지. 애초부터 TV 시리즈로 기획된 이야기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관을 의미하는 속칭 레이지버스에는 포함되지 않는 별도의 작품이다. 작품의 성격도 선굵고 비장미 가득한 레이지의 일련의 작품에 비해 아동용 모험 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다. 이 작품 역시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만을 빌려온 도에이 동화의 기획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우주해적 캡틴하록(1978)'이 방영을 한지 불과 한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지 TV를 통해 전파를 탄 작품으로, 당시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가 만화영화계에 큰 이슈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같은 해 8월에는 극장에서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 사랑의 전사들(1978)'이 개봉되고, 9월에는 '은하철도 999(1978)'가 방영을 시작하게 되니 TV에는 온통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던 셈이다. 이것은 레이지가 실제 제작진이 아닌 원작자로서 대부분의 작품에 참여하는 형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작품들 중에서도 '혹성로보 당가드 에이스(1977)'와 함께 레이지의 색체가 그리 크지 않은 작품이다. 아동용 모험 액션물의 성격을 띈 것 자체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스타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이런 이유에서인지 레이지 자신은 이 작품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실제 원작은 이시카와 에이스케의 'SF 서유기'이지만, 이것도 거의 모티브만 따왔을 뿐 이야기는 별개의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로봇 아니메에서 도에이의 영향력이 생각 외로 저조해지는 70년대 말에 도에이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하여 여러 장르를 시도하는 과정 중에 생긴 도에이식 히어로 액션물로 볼 수도 있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스타징가 다음 작품이 아서왕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원탁의 기사 이야기, 불타올라라 아서(1979)'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서유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살생을 원치않는 자애롭고 인자한 삼장법사를 청순가련의 여인 오로라 공주로 바꾸어 캐릭터성을 대폭 강화하였다. 비록 이 오로라 공주의 캐릭터는 현재의 관점에서는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이지만, 레이지의 특유의 가련하고 신비한 여성 캐릭터로 인해 신비감이 극대화된, 남성의 로망으로 자리하게 된다. 작품 내에서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꼼짝 못하는 것이 이해가 갈 정도. 가녀린 몸매, 긴 금발머리와 깊고 푸른 큰 눈, 거기에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짦은 미니스커트까지 입었으니 꼼짝할 수 있는 남자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일단, 엘로스는 꼼짝 못했다.)

손오공은 실제 작품에서는 장쿠고로, 한국어로 풀이하면 장공오라는 이름인데, 오공이라는 이름을 거꾸로 썼음을 알 수 있다. 저팔계는 돈팔계, 사오정은 사정오 등 신선하지는 않지만 네이밍에서도 나름 신경쓴 흔적을 볼 수 있다. 이들 삼인이 각자의 1인용 비행정을 타고 우주를 누비며 스페이스 몬스터들과 싸우는 전형적인 스페이스 판타지 액션물이라는 설정은 로봇 아니메는 아니였지만 캐릭터적 매력은 충분했던 셈이다. 특히, 손오공의 아스트로봉(여의봉)이나 스타크로(근두운), 오로라 공주 일행의 모선인 퀸 코스모스 등 완구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 시기에는 공교롭게도 닛폰 TV에서 드라마 서유기가, TBS에서는 인형극 서유기가 방영되는 등 ([1] 참조), 일본 내에서 서유기의 인기가 큰 시기였던 터인지라 인기작가인 레이지의 캐릭터에 스페이스 판타지가 결합된 스타징가는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 스토리 자체가 드라마성보다는 액션과 모험에 중점을 둔 아동용 작품이다보니 다른 작품에 비하여 진입장벽이 높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인 듯.

기대 이상의 인기로 인해 64화를 마지막으로 대왕성의 여정이 끝난 스타징가는 '스타징가 II'라는 이름으로 다시 2기가 방영을 시작한다. 2기라고는 하지만, 65화부터 73화까지 9화만 방영된 형태이기에 정확히는 연장방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아마도 당시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는 상황이었기에 스타징가를 굳이 더 제작할 이유가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2기에서는 손오공이 울트라맨처럼 거대화되어 싸우는 등, 나름의 변화노선도 가해지고 있다.

손오공 일행과 오로라 공주 외에도 손오공의 라이벌인 남장여자 전사 베라미스도 강렬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베라미스의 경우는 수동적이고 매번 도움만을 받던 오로라 공주와는 달리 능동적이고 강인한 현대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었는데, 그 마지막마저 드라마틱하여 일부 팬들 중에는 스타징가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꼽기도 한다. 베라미스나 오로라 공주는 주인공인 손오공과의 로맨스 라인이 살짝 드러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모험 액션물의 성격을 가진 작품이다보니 이러한 것들이 크게 부각되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한 번 멋지게 리메이크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작품들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작품이기도.

국내에서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진주햄 소시지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로봇 아니메 못지 않은 인기를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소시지의 브랜드명은 작품의 원제인 스타징거였던 것으로 기억이...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스타징가에 관한 괜찮은 리뷰 보러가기: SF서유기 스타징가(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1978) 오로라 공주와 별나라 손오공 by 키웰


<참고 사이트>

[1] 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 Wikipedia Japan
[2] 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 Toei Animation
[3] Starzinger, Wikipedia
[4] Science Fiction Saiyuki Starzinger (TV), ANN
[5] SF 서유기 스타징가(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 1979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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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의 박스셑으로 구성된 10장의 DVD 패키지.

출처: 인터파크.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 미디어파크 (한국판 DVD)


마츠모토 레이지의 또다른 히트작 천년여왕 TV 시리즈가 11월 말 한국판 DVD로 출시예정이네요. 제작사는 미디어파크. 총 10장의 디스크로 구성되었으며, 2개의 박스셑 형태로 패키징되었습니다. 출시예정인 패키지 사진은 상당히 깔끔하군요. 가격대는 역시 저가 DVD가 아닌지라 8만원이 넘어가는군요. 4:3의 화면비율에 돌비 디지털 2.0을 지원하고 있으니 DVD 자체로는 평범한 사양인 셈입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깔끔하고 무난한 수준의 패키지인 셈인데요. 한가지 무척 아쉬운 것은,

바로 한국어 더빙버전이 지원이 안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입니다. 일단 알라딘에 나온 사양에는 일본어만이 지원되는 것 같네요. 당시의 만화영화 더빙 퀄리티는 원작에 버금가는 싱크로를 제공하곤 했는데요. 은하철도 999와 천년여왕 등 MBC가 방영한 레이지버스의 작품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김국환 옹의 원작을 뛰어넘는 한국판 주제가의 매력은 잊을 수가 없는 추억의 명곡인데 말입니다. 아쉽게도 이번 DVD에서는 이 한국판 천년여왕 주제가를 들을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ㅠㅠ

☞ 천년여왕 (1981~1982) (보러가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 ⓒ 미디어파크 (한국판 DVD)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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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장 다이모스 (1978), 闘将 ダイモス / Daimos


ⓒ TOEI


<정보>

◈ 원작: 얏테 사부로
◈ 총감독: 나가하마 타다오
◈ 연출: 요코야마 유이치로, 키쿠치 카즈히토, 사사키 카츠토시 外
◈ 스토리보드: 야스히코 요시카즈, 타카하시 모토스케, 키쿠치 카즈히토, 사사키 카츠토시 外
◈ 각본: 타구치 쇼이치, 사쿠라이 마사아키, 고부 후유노리 外
◈ 캐릭터 디자인: 유키 히지리
◈ 메카닉 디자인: 스튜디오 누에, 이즈부치 유타카 (디자인 협력)
◈ 작화감독: 카나야마 아키히로
◈ 미술감독: 미야노 타카시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사사키 이사오
◈ 기획: 오치아이 카네타케, 이이지마 타카시, 스즈키 타케유키
◈ 제작사: 도에이, TV 아사히, 선라이즈
◈ 저작권: ⓒ TOEI
◈ 일자: 1978.04.01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44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고향별을 잃어버리고 우주를 떠돌다 지구로 찾아온 바암성의 외계인들은 아름답고 푸른 별 지구에 정착하기 위해 지구인들과 평화협상을 시도하게 된다. 류자키 박사를 포함한 지구인 대표단과 리온 대원수를 주축으로 한 평화협상이 진행되던 도중, 리온 대원수가 누군가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리온 대원수의 아들인 리히텔은 이것을 지구인의 음모로 단정하고 그 자리에서 지구인들에게 응전을 명한다. 이 난리 중에 류자키 박사를 위시한 지구인 대표단들이 죽음을 당하며 리히텔의 동생인 에리카마저 실종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바암성인과 지구인들은 피할 수 없는전쟁의 소용돌이 휘말리게 된다.

한편, 우주비행사로 우주선 스페이스 다이모빅에 새로운 에너지원 다이모라이트를 싣고 지구로 귀환하던 류자키 박사의 아들 카즈야와 그의 동료 쿄시로는 바암성인의 지구 침공 사실과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다. 이즈미 박사가 개발한 거대로봇 다이모스에 다이모라이트를 탑재하여 아버지의 원수 바암성과의 결전을 준비하는 카즈야. 그러나 전투 중 기억을 잃고 배회하던 여인 에리카를 만나게 되는데... (바이칸님의 '아니메 집중 분석 23 투장 다이모스' 참조)


<소개>

나가하마 타다오의 낭만로봇 제3부작. '초전자'라는 소제목을 쓰던 콤배틀러 V와 볼테스 V에 비해 이번에는 '투장'이라는 부제를 사용하고 있다. 작품의 성격 자체가 기존의 두 시리즈와는 다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볼테스 V에서 로봇 만화영화의 고급화를 이끈 유키 히지리가 이번에도 캐릭터 디자인을 맡으면서 낭만로봇 시리즈의 정체성을 이어주고 있으며, 도에이 본사가 기획하고 선라이즈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TV 아사히가 방영하는 구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도에이 동화의 마그네 로보 3부작(강철로보 지그, 마그네로보 가킨, 초인전대 바라타크), 그리고 선라이즈 단독제작물인 속칭 무적로보 3부작(무적초인 점보트 3, 무적강인 다이탄 3, 무적로보 트라이더 G7)과 함께 나가하마 타다오의 대표적인 3부작 시리즈로 로봇 아니메史에 한획을 긋게 된다.

이번 작품은 변신합체 컨셉을 대입한 콤배틀러 V와 볼테스 V와는 달리, 합체 컨셉을 배제한 변신로봇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로봇형태로 변신 전의 트레일러가 전투능력을 지닌 병기보다는 그저 이동 형태의 모습에 그친다는 점에서 기존 두 작품에서 보여준 변신합체의 컨셉 자체가 모두 배제된 로봇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완구로서의 가치가 이전 시리즈의 것들만 못하다는 뜻이기도 했으며, 이러한 변신 합체 컨셉의 배제는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변신합체 장면의 삭제를 가져오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한 여유 시간만큼 나가하마 감독이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드라마성의 강조였다.

이를 위해 이전의 로봇 만화영화에서 간헐적인 에피소드로 사용되었던 적과의 로맨스가 이 작품의 메인 테마로 자리하게 된다. 스토리 컨셉 자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적측의 주요 인물인 에리카와 다이모스의 파일럿 카즈야와의 운명적인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강조된 작품이었던 것이다. 주적인 바암성의 인물들도 모두 악인이 아니다라는 나가하마의 현실적인 캐릭터 설정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거기에 지구인 쪽에도 악한 인물들이 있다는 설정을 가해 드라마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볼테스 V의 비극적인 미남 악역 하이넬을 계승하는 리히텔 제독과, 일본의 방위청 장관으로 편향적 시각과 출세욕에 눈이 먼 잔인한 인물 미와의 경우가 바로 이런 입체적인 캐릭터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캐릭터들이라고 볼 수 있다.

카즈야와 에리카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테마였지만, 인간 본연의 선함이라든지 로맨틱한 결말을 선호하는 나가하마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의해 작품의 이야기는 결국 화해와 평화라는 대단원의 테마로 귀결되는 착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비극적인 설정을 캐릭터에게 부여하되 그 결말에 있어서는 낭만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낭만 로봇 시리즈의 전형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변신합체 컨셉이 사라지면서 밋밋해진 로봇 액션 부분에서는 육탄격투전을 수행하는 격투로봇이라는 컨셉이 적용되게 된다. 격투로봇을 조종하는 이론적 조종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종사의 몸에 케이블이 연결되는 설정은 당시 로봇 아니메에서 신선한 설정이기도. 드라마성의 강조와 함께 5인 전대의 캐릭터를 2명의 조종사로 줄이는 것 역시 격투 로봇이라는 다이모스의 컨셉에 맞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조종방식은 한국의 경우 '로보트 태권 브이(1976)'에서 먼저 선보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케이블과 같은 격투용 조종방식을 위한 설정에 있어서는 역시 풍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일본의 다이모스가  앞서 있다고 하겠다.

다만, 격투로봇이라는 특성상 이전의 무기중심의 로봇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TV 시리즈에서 작화부분에 큰 부담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가장 흥미진진하다 할 수 있는 변신합체 장면의 생략과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선보여야 하는 격투 로봇이라는 부담, 거기에 다양한 무기 시스템이 거세된 다이모스는 여러 면에서 전작에 비해서는 로봇으로서의 매력이 감소된 것도 사실. 시청률에 있어서는 볼테스 V와 비슷한 정도였으니 이러한 로봇 자체로서의 맹점에 비해 작품 자체는 좋은 반응을 얻었던 셈이다. 다만, 문제는 완구판매에 있었는데 변신합체 컨셉이 빠지면서 밋밋해진 완구로서의 가치 때문인지 완구판매는 부진했었고, 이로 인해 스폰서와 제작진과의 불협화음이 일어나게 된다. 이전작에서 스폰서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서 드라마적 완성도에 치중한 나가하마 감독으로서는 조금 이례적인 상황에 처한 셈이다.

완구판매의 부진과 스폰서와의 불협화음은 드라마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던 작품의 발길을 조여오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다이모스는 44화로 조기종영되며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계속적으로 낭만로봇 시리즈를 이어가고자 한 나가하마 감독은 이어서 네번째 작품인 '미래로봇 달타니어스(1979)'를 연출하지만, 저조한 시청률과 '베르사이유의 장미(1979)'의 연출을 위해 시리즈 중반 작품에서 손을 떼게 되면서, 결국 사실적인 낭만로봇 시리즈는 다이모스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디어 소프트로 발매되지 못하던 비운의 낭만로봇 3번째 시리즈는 2007년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DVD로 그 부활을 알리게 된다.

ⓒ TOEI / ⓒ Tokuma Shoten


☞ 투장 다이모스에 관한 괜찮은 리뷰 보러가기: <투장 다이모스>(闘将ダイモス)(1978) 낭만로봇 3부작의 대미 by 키웰
☞ 투장 다이모스에 관한 괜찮은 리뷰 하나 더 보러가기: 아니메 집중분석 23 [투장 다이모스] by 바이칸


<참고 사이트>

[1] 闘将ダイモス, Wikipedia Japan
[2] General Daimos Credits, EncicloRobopedia
[3] 투장 다이모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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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 MATSUMOTO LEIJI · VAP · NTV

 

우주해적 캡틴하록 (1978), 宇宙海賊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Captain Harlock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린 타로
◈ 각본: 우에하라 쇼조, 야마자키 하루야
◈ 캐릭터 디자인: 코마츠바라 카즈오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쿠보타 마사시, 키쿠치 세이지 外
◈ 미술설정: 무쿠오 다카무라 
◈ 음악/연주/삽입곡: 요코야마 세이지 / 콜롬비아 심포닉 오케스트라 (연주) / 미즈키 이치로 (노래)
◈ 기획: 타미야 타케시, 小泰洋市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V 아사히, 스튜디오 누에 (제작협력)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78.03.14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4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서기 2977년, 고도의 과학문명과 지나칠 정도로 풍요로운 환경에 취한 지구는 오래 전의 도전정신을 잊어버린체 향락과 유흥에 빠진 인간들의 별로 변모하였다. 바로 이 지구에 어느 날 정체불명의 거대한 구체가 외계로부터 추락하게 된다. 이 구체는 지구의 과학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 미지의 것으로, 타다시 박사는 이것이 외계문명 마존의 것임을 알아내고 이들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왔음을 지구 정부에 알리려 하지만, 이를 흘려들은 지구 정부의 무관심 속에 타다시 박사는 마존의 침략자들에 의해 암살당하고 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타다시 박사의 아들 다이바 타다시는 부폐한 지구 정부를 대신하여 인류 구원의 마지막 희망을 위해 자유로이 우주를 떠도는 해적, 캡틴 하록과 그의 우주선 아르카디아호를 찾아가게 되는데...


<소개>

1978년 방영을 시작한 마츠모토 레이지의 본격 스페이스 판타지 드라마. 그의 출세작인 '우주전함 야마토(1974)'가 사실상 프로듀서인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원맨쇼의 소산물이며, '혹성로봇 당가드 에이스(1977)'의 경우 도에이 동화가 대부분을 기획한 작품에 숟가락만 얹은 것임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그의 작품은 바로 이 캡틴 하록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야마토가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른 77년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어린이용 로봇 만화영화가 아니메의 주테마임을 감안할 때 이 시기에 등장한 마츠모토 레이지의 새로운 스페이스 판타지는 이들과는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TV 시리즈로 기획을 염두에 둔 레이지의 작품이었지만, 첫 시작은 코믹스로부터였다. 그것은 당시 도에이의 시선이 로봇물로 고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하는데, 비록 마츠모토 레이지가 떠오르는 기대주이긴 하지만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SF 드라마가 아이들에게 먹힐 것인지는 의심스럽다라는 도에이의 시각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을까. 그러나 77년 3월에 방영된 로봇물 당가드 에이스에 뜬금없이 마츠모토 레이지를 끼워넣은 것이나 77년 8월에 개봉한 야마토 극장판의 파급력을 뒤늦게 깨닫고 자신들의 전국 배급망으로 서둘려 야마토 극장판을 재상영한 뒤, 1년 뒤에 야마토의 두번째 극장판 제작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바로 로봇물만을 바라보던 도에이의 생각이 이 때부터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TV 시리즈 연출은 린 타로 감독이 맡았는데, 그가 비록 도에이 동화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인재이지만, 중간에 테즈카 오사무를 따라 도에이를 떠난 이였다는 점에서 연출가 선정도 나름 이채로웠다. 린 타로 감독으로서는 '제타 마르스(1977)'에 이어 다시금 도에이와 조우한 것으로, 바로 이 린 타로와 하록과의 만남은 후일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이 '레이지버스'라는 이름 하에 전 일본인이 사랑하는 작품세계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 또한, 린 타로 자신도 레이지의 작품을 통해 일류 연출가로서 그 이름을 전 일본인들에게 각인시키게 된다.

부폐하고 게으른 지구인들과 달리 우주인의 침략에 홀로 맞서는 아르카디아호의 선원들과 캡틴 하록의 모습은 당시 소년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어른 남성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특히, 이제까지 소년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비슷한 또래거나 조금 나이가 많은 소년,소녀들에 한정되어 있던 반면, 캡틴 하록의 경우는 시청층과의 세대차이가 느껴지는 성인 남성이었고 이러한 시점의 차이로 인해 소년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캡틴 하록은 이전과는 다른 어른스러운 느낌이 묻어나고 있다. 특히, 흔들거리며 느릿느릿 걷는 하록 특유의 걸음걸이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은 당시 소년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서, '보물섬(1978)'의 실버 선장과 함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자랑하게 된다. 

전후 패전의식에 사로잡힌 무기력한 일본의 기성세대를 부폐한 지구인에 빗대고 일본의 미래를 짊어진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을 하록과 아르카디아호의 선원으로 풍자한 설정이 눈에 띄지만, 야마토에 이어 카미카제 특공과 같은 비장미를 강조하는 등, 그 성격에 있어서는 역시 보수적 한계를 드러낸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마존과의 싸움을 그린 이 작품에서 린 타로 감독은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진행하는 대신 자신만의 설정을 가미하여 드라마틱함을 배가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하록의 친구로서 이제는 세상에 없는 작고한 친구 토치로에게 숨겨둔 딸 마야가 있다는 설정이다. 이 마야는 하록이 지구인과 지구에 염증을 느껴 우주를 방황하는 하록이 지구를 버리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한데, 어린 소녀를 위해 목숨을 거는 어른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부성애를 보여주며 하록의 인간적인 매력을 배가시키게 된다. 마야를 구하려다 지구인들에게 붙잡혀 사형을 당하려는 순간 하늘에서 등장하는 아르카디아호의 위용은 당시로서는 소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명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 변경은 원작자인 마츠모토와의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야 레이지버스의 한축을 당당히 버티고 있는 하록이지만 방영 당시 시청률은 생각보다는 좋지 못했다. 역시 선굵은 남성적 판타지가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 않았음을 예상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한 팬들로부터는 큰 지지를 받았다. 특히, 제1화 시사화에서 당시 도에이 동화의 사장이었던 이마다 치아키가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해지며, 린 타로에 대한 이러한 그의 첫인상은 반년 뒤 '은하철도 999 극장판(1979)'을 린 타로가 연출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우주해적 캡틴하록, 아르카디아호의 비밀 (1978)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린 타로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제작: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78.07.22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의 재편집판 형태의 극장판으로 아직 TV 시리즈가 완결되지 않은 중에 나온 일종의 팬서비스적인 형태의 극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총 상영시간도 34분 정도로 스페셜 TV 시리즈의 성격이 강하다. 이로부터 불과 두 주 뒤인 8월 5일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1978)'이 방영되면서 레이지버스의 인기는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 (1982), 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기획/구성: 마츠모토 레이지
◈ 제작총지휘: 이미다 치아키
◈ 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 메카닉 캐릭터 담당: 쯔노다 코이치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스튜디오 누에 (아르카디아 디자인 협력)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연주: 키모리 토시유키 / 신일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기획: 아루가 켄, 타카미 요시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82.07.28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78년도의 TV 시리즈 하록에 이어 새롭게 시작되는 82년도 TV 시리즈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무한궤도 SSX'의 프리퀄적 성격을 갖고 출발한 이 작품은, 하록이 아르카디아호의 선장이 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레이지버스 팬들에게는 자못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전 TV 시리즈에서 독자적인 해석으로 새로운 하록을 만들어 냈고, 은하철도 999 극장판으로 레이지버스 신화의 방점을 찍는데 큰 역할을 했던 린 타로 감독 대신 노장 카츠마타 토모하루 감독을 기용하고 마츠모토 레이지 본인이 기획과 구성을 담당한 만큼 이번 작품은 좀 더 마츠모토 레이지의 색깔이 심화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덕분일까, 이 작품은 시종일관 비장함과 진지함으로 가득하다. 마치 연합군에 패배해 백기를 들었던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모습을 담아내려 한 듯한 느낌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점령군 일루미다스 군과 그에 저항하는 하록 이하 지구인들의 모습이 왠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그들에게 항거하던 한국인이나 중국인들과의 모습과도 일치한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보수적인 색체가 깔려 있던 탓인지 시대가 급변하기 시작한 80년대에 이르러 그의 작품세계는 이전만큼 큰 어필을 하지 못한 체 생각 외로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거기에 레이지버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린 타로 감독마저도 도에이를 떠나 카도카와 서점 휘하 아르고스 프로젝트 팀에 합류하는 등, 여러가지 상황 속에 레이지버스의 작품들은 이 극장판 이후로 (동시에 기획되었던 TV 시리즈 무한궤도 SSX를 제외하고는) 10여년 동안 아니메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되었으며, 더불어 후속으로 기획되고 있던 퀸 에메랄다스조차 백지화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8] 참조)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 - 무한궤도 SSX (1982)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1화 각본 담당)
◈ 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사사키 마사미츠
◈ 각본: 야마우라 히로야스, 호시야마 히로유키
◈ 작화감독: 아라키 신고, 코마츠바라 카즈오, 토미자와 유조 外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스튜디오 누에 (아르카디아 디자인 협력)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미즈키 이치로
◈ 프로듀서: 타카미 요시오, 松島忠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BS 계열
◈ 저작권: ⓒ MATSUMOTO LEIJI, TOEI Animation
◈ 일자: 1982.10.13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극장판의 참패 이후 약 석달 정도 뒤에 시작된 TV 시리즈로, 극장판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시간 상으로 보아 극장판과 동시에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흥행에 실패한 극장판의 속편격인 이야기를 그렸을 리는 없었을 듯 싶다. 극장판이 지나치게 어둡고 비장한 성인취향의 느낌으로, 그것에 의해 흥행이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 제작진 측은 TV 시리즈는 보다 밝은 스페이스 어드벤쳐 형식으로 풀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미 82년도는 로봇 아니메, 그것도 기동전사 건담의 영향을 받은 성인 취향의 하드 SF 로봇물이 득세하기 시작한 시기로, 이미 레이지버스의 보수적이고 낭만적 스페이스 판타지는 그 추진력을 잃은 뒤였다. 평균 시청률은 5% 대에 머물렀으며, 결국 22화를 끝으로 조기종영이라는 안타까운 끝맺음을 맞게 된다. 

이 작품은 이전 시리즈와 설정에 있어서 여러가지 미스매치를 보여주었는데, 토치로와 에메랄다스가 가까워지는 에피소드가 다루어진 이번 시리즈는 서로가 연인이 되지 못한 체 애틋한 감정만을 느끼는 상황에서 토치로를 사망시킴으로써, 첫 시리즈에서 린 타로가 등장시킨 토치로와 에메랄다스의 딸 마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극장판에 등장시킨 하록의 기함 아르카디아호와 첫 시리즈의 아르카디아호가 함수 디자인에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록 설정상의 문제이긴 하지만, 작품 내에서 그것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시도는 보여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린 타로 감독의 설정을 모두 부정하고 마츠모토 레이지가 하록의 세계관을 재부팅시킨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하록사가, 니벨룽겐의 반지 - 라인의 황금 (1999) 


ⓒ MATSUMOTO LEIJI, SHINCHOSHA / BANDAI VISUALl, 81 PRODUCE

<정보>

◈ 원작/총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타케우치 요시오
◈ 각본: 히요시 메구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모토하시 히데유키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원안), 호리 토시유키
◈ 미술감독: 혼다 오사무
◈ 음악/연주: 와다 카오루 / 모스크바 국제 심포니 오케스트라
◈ 제작사: 반다이 비주얼, 81 프로듀스, BEE 미디어, 스튜디오 캬부, 츠부라야 프로덕션
◈ 저작권: ⓒ MATSUMOTO LEIJI, SHINCHOSHA / BANDAI VISUALl, 81 PRODUCE
◈ 일자: 1999.?.?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90년대 말에 다시금 피어오르기 시작한 레이지버스의 부활의 불씨를 타고 제작된 레이지버스의 네번째 부활작. (첫번째는 '화성여단 다나사이트', 두번째는 '은하철도 999 - 이터널 판타지', 세번째는 '퀸 에메랄다스') 레이지버스의 작품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전작의 이야기들과는 스토리 상의 연관을 맺기가 어려운 스핀오프의 성격의 작품이다. 이제까지 은하철도 999의 카메오로 단골 출연한 하록이지만, 이번에는 그가 주인공인 이 작품에 메텔과 에메랄다스가 카메오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원작은 북구 유럽의 신화를 모티르로 한 바그너의 악곡 '니벨룽겐의 반지'이다. 선굵은 드라마를 선보이는 하록의 테마에 니벨룽겐의 반지는 좋은 궁합이 아닐까 싶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적으로도 오락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지루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야기의 주역인 하록과 아르카디아호가 너무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데다가 타다시와 같은 젊은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더 강조되고 있다. 즉, 주인공으로서 하록의 드라마가 그다지 그려지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메카닉 디자인에서도 역시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데도, 세련된 현대적 스타일의 재해석에도 모두 실패한 애매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코스모 워리어 제로 (2001) 


ⓒ LEIJI MATSUMOTO/PROJECT ZERO


<정보>

◈ 원작/총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닥터 시리얼 니시오카
◈ 캐릭터 디자인: 마스나가 케이스케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츠미, 타무라 카츠유키
◈ 총작화감독: 야마테라 코이치
◈ 미술감독: 토바시 마코토, 아베 타이자부로
◈ 음악: Geminiart High Quality
◈ 제작사: 베가 엔터테인먼트, AT-X, MEDIA NET, 츠부라야 프로덕션
◈ 저작권: ⓒ LEIJI MATSUMOTO/PROJECT ZERO
◈ 일자: 2001.07.0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근 20년 만에 만들어진 하록의 TV 시리즈는 하록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하록이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하록을 쫓는 워리어스 제로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프리퀄이면서도 동시에 스핀오프의 성격을 가진 작품이라 볼 수 있다. 82년도에 제작된 하록의 젊은 시절을 다룬 극장판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와 '무한궤도 SSX'의 설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이 그려진 작품으로, 기계인간과 같은 은하철도 999의 세계관까지 등장하며, 자연스레 메텔과 하록의 과거 사연을 다루는 등 크로스오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2004년에 제작되는 '우주교향시 메텔(2004)'과 함께 새로이 재해석되고 재구성된 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건 프론티어 (2002) 


ⓒ MATSUMOTO LEIJI / Project GUN FRONTIER

<정보>

◈ 원작/설정/총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젠 소이치로
◈ 시리즈 구성: 닥터 시리얼 니시오카
◈ 캐릭터 디자인: 마스나가 케이스케, 나카타 미호
◈ 미술감독: 도바시 마코토
◈ 음악/주제가: 모토쿠라 히로시 / GRAND ZERO (노래)
◈ 제작사: 베가 엔터테인먼트, AT-X, TV 도쿄 미디어넷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Project GUN FRONTIER
◈ 일자: 2002.03.28
◈ 장르: 모험, 액션, 크로스오버
◈ 구분/등급: TVA (13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하록과 토치로를 서부의 세계에 데려다 놓은, 독특한 설정의 스핀오프 작품. 애초에 하록과 토치로 같은 레이지의 남성 캐릭터들이 서부시대의 총잡이들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신선하면서도 납득이 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작품 내내 과묵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하록의 캐릭터를 껄렁한 캐릭터로 재해석하는 듯, 오히려 원작의 하록과는 다른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해적 캡틴하록, Endless Odyssey (2003) 


ⓒ MATSUMOTO LEIJI · VAP · NTV

<정보>

◈ 감독: 린 타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
◈ 메카닉 디자인: 오조네 마사미, 야마다 카츠야
◈ CG 수석 디자이너: 오자키 타카하루
◈ 미술감독: 池田尚
◈ 음악: 핫토리 타카유키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MATSUMOTO LEIJI · VAP · NTV
◈ 일자: 2003.10.07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그동안 무게감이 떨어지는 스탭들에 의해 계속되고 있던 레이지버스의 부활 프로젝트에 마침내 원년멤버인 거장 린 타로가 투입되었다. 특히, 이 작품에는 린 타로와 함께 원 시리즈에서 작화를 맡았던 70년대의 명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의 대를 잇는 명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도 함께 투입되어 팬들에게는 큰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이제까지 새로이 등장한 하록 시리즈들이 모두 팬 서비스 형태의 스핀오프였다면, 이번 시리즈야말로 진정한 속편의 의미를 지닐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점 자체도 원 TV 시리즈에 등장한 마존과의 전투 다음을 그리고 있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린 타로가 독자적인 설정을 대입하면서 21세기 들어 새로이 재구성된 레이지버스의 설정이 이번 시리즈에서 완전히 무시된다. 이로 인해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와의 격렬한 논쟁이 재현되는데, 이번에도 린 타로의 고집에 레이지가 굴복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되지만, 대신 레이지가 작품에 완전히 손을 떼면서 그의 작품이 아닌 린 타로의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실제로 작품의 서두에 레이지가 직접 '린 타로에 의해 재해석된 작품'이라는 코멘트를 실은 자막이 등장하는데, 왠지 레이지의 분한 마음이 느껴지는 문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로 인해 TV 시리즈로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난항을 겪고 1년 정도 제작이 지연되게 된다. 작품의 방영 역시 TV가 아닌, OVA 출시가 이뤄지고 난 후에 TV로 방영되는 이례적인 형식을 취하게 되기도. ([6] 참조)

마존과의 전투 후 홀연히 자취를 감춘 하록과, 뿔뿔이 흩어졌던 아르카디아호의 선원들이 다시금 뭉쳐 새로운 적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이지만, 초자연적인 존재와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취하면서 오히려 드라마 자체가 지루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화끈한 우주 함대전과 같은 동적인 이야기가 아닌, 신과 같은 존재에 대항하는 하록들의 강인한 정신을 강조하는 정적인 전개로 탈바꿈하면서 내러티브가 늘어지게 된 것. 또한, 레이지의 세계관을 무시한 작품이지만, 린 타로가 연출한 첫 시리즈인 78년도 TV 시리즈와의 설정과도 모순점이 발생하는 등(대표적인 것이 원시리즈에서 사망한 타다시 박사와 그로 인해 아르카디아 호에 탑승하는 타다시의 이야기가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 하록의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유키 노부테루에 의해 다시 해석된 고혹적인 레이지 스타일의 여성 캐릭터와 깔끔하고 멋진 작화, 그리고 중후한 연출은 하록 시리즈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유키 노부테루가 다시 그린 아르키디아호의 홍일점 유키 케이와 얏타란 부장. (ⓒ MATSUMOTO LEIJI · VAP · NTV)

CG 실사영화로도 제작소식이 알려진 캡틴 하록. 헐리웃이 아닌 일본에서 제작되고 있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우주해적 캡틴 하록... 벗이여 별바다로 떠나자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宇宙海賊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Wikipedia Japan
[2] 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Wikipedia Japan
[3] 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無限軌道SSX, Wikipedia Japan
[4] ニーベルングの指環 (松本零士), Wikipedia Japan
[5] コスモウォーリアー零, Wikipedia Japan
[6] SPACE PIRATE CAPTAIN HERLOCK, Wikipedia Japan
[7] 우주해적 캡틴 하록(宇宙海賊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1978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8]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わが青春のアルカディア) 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우주 해적 캡틴 하록 전편 박스세트 (7disc) - 6점
린 타로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기타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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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인간 337 (1977) 


ⓒ 블루미디어


<정보>

◈ 감독: 임정규
◈ 각본: 지상학
◈ 구성: 김일남
◈ 원화: 홍형선
◈ 배경: 오응환
◈ 음악/주제가: 정민섭 / 지구어린이 합창단 (노래)
◈ 기획/제작: 김일환 / 김상용, 박용우
◈ 제작사: 삼도필름
◈ 저작권: ⓒ 블루미디어
◈ 일자: 1977.12.08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장동한 박사는 33억7천만원 개발비를 들여 전자인간 337을 만들어낸다. 전자인간 337은 마루치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는데, 5만 제곱미터 내의 모든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청력, 3만 마력의 파워를 지니고 태권도를 비롯한 모든 무술을 구사할 수 있으며, 방탄/방화 기능이 내장된 망토를 갖추고 투명 상태로 적진에 침투할 수 있는 고성능 사이보그이다. 

한편, 칸트별의 과학자 마로 박사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 티탄과 세실은 자신의 창조자인 마로 박사를 사로잡고 칸트별을 전복시켜 로봇제국을 세우게 된다. 그들은 다음 목표로 지구를 노리지만, 지구에 전자인간 337이 있음을 알게 된 이들은 전자인간 337을 제거할 음모를 꾸미게 되는데...


<소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에 이은 임정규 감독의 히어로 액션물 제2탄. 마루치 아라치의 세계관을 그대로 계승하되 그 주인공이 마루치 아라치가 아닌 전자인간 337로 바뀐 일종의 스핀오프 격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마루치와 아라치의 활약이 337에 못지 않게 배정되어 있어서 더블 캐스팅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하겠다. 전자인간 337의 이름은 제작비가 33억 7천만원이 들었다는 설정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제작년도인 77년도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494원 정도의 고정환율이 적용되었으므로 33억 7천만원은 미화로 약 690만 달러에 해당한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보아 당시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미드 '6백만불의 사나이'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미국식 히어로의 컨셉을 빌려와 한국적 설정에 맞게 변형시킨 사례로 보인다. 디자인 컨셉을 상당수 일본 만화영화에서 차용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일부에서는 DC 코믹스의 히어로 호크맨과의 디자인 유사성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디자인적인 공통점은 그다지 없지 않나 싶다. 마루치 아라치라는 현실적인 히어로에서 강력한 능력을 지닌 오리지널 인조인간 히어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 히어로 만화영화의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을 작품이었다.

상세보기

단, 이 작품은 크게 히트한 전작 마루치 아라치의 속편 격이라는 성격과 매력적인 337이라는 캐릭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 3만2천명으로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게 된다. 정확한 원인을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서론이 너무 길어지면서, 히어로 액션물임에도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액션장면들이 등장했다는 점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전편인 마루치 아라치의 경우, 전반부의 설명이 누락되어 스토리텔링의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초반부터 액션장면을 추가하면서 전체적으로 액션의 비중이 커진 반면, 337은 초반부에 아름이가 아라치와 상상의 세계를 노니는 장면과 같은 부분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등 서론에 너무 비중을 준 나머지 한시간 남짓한 작품에서 다른 이야기를 펼칠 시간이 부족해졌다. 한마디로 초반까지는 지루한 느낌을 준 셈이다.

하지만 로봇에 의해 생명체가 지배 당한 로봇제국과 마로 박사, 그리고 그의 아들 아름이의 설정은 비록 어린이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꽤 잘 짜여진 구조를 보여주었으며,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반전 역시 극의 단순함을 커버해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만약, 액션의 비중을 높이고, 마루치와 337로 나뉘어진 주인공 구도를 좀 더 잘 안배했더라면 더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64분 밖에 안되는 시간에 이 모든 것을 잘 안배해 담아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시간 30분 정도만 되었어도 어쩌면 한국 만화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을지도 모를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번 편에서는 아라치가 제법 많이 활약을 보이고 있어 흐뭇하다. 참 성숙한 소녀가 아닌가. 아하하...)

주제가의 매력은 사실 로보트 태권브이나 마루치 아라치의 주제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멜로디도 뛰어나고 따라 부르기도 쉽다. 메인 싱어없이 지구 어린이 합창단이 주제가를 불러, 합창의 묘미를 살려 주었는데, 실제로 응원에서는 단골로 쓰이는 것이 바로 337 박수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337박수는 전자인간 337이 만들어지기보다 먼저 등장한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 전자인간 337이 이 337 박수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337 박수는 일제시대 교육의 잔재로 최근에 들어서야 밝혀졌다. 당시 스탭진들이야 꿈에도 몰랐던 사실이겠지만 덕분에 일말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주제가라 하겠다. 피겨 경기 같은 곳에서는 절대 치지 마시라.

ⓒ 블루미디어


☞ 포스팅을 위해 아래 참고사이트의 KMDB에서 VOD 시청을 했는데, 제법 볼만하다.


<참고 사이트>

[1] 속편열전: 전자인간 337 by 페니웨이, In This Film
[2] 전자인간 337 (1977.12.08. 극장판), 야누쓰의 메카닉스
[3] 전자인간 337, 한국영상자료원 KMD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블루미디어에게 있습니다.


전자인간 337 - 6점
임정규 감독/블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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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초인 점보트 3 (1977), 無敵超人ザンボット3 / Zambot 3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스즈키 요시타케, 토미노 요시유키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고부 후유노리, 아라키 요시히사, 요시카와 소지 外
◈ 연출/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히로카와 카즈유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메카닉 디자인: 히라야마 료지 / 오카와라 쿠니오, 스튜디오 누에 (디자인 협력)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주제가: 와타나베 타케오, 마츠야마 유지 / 호리 코이치 外 (노래) 
◈ 기획: 선라이즈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 에이전시,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7.10.08
◈ 장르: SFf, 퍼로봇,액션
◈ 구분/등급: TVA (23화) / 초등생 이상가 (PG)


<시놉시스>

정체불명의 외계인 가이조크의 침략으로 모성을 잃고 지구로 피신하게 된 비알성인의 생존자인 진 일가. 지구에 도착한 진 일가는 각각 진, 카미에, 카미기타의 세가문으로 나뉘어져 살아가게 된다. 가이조크가 머지 않아 지구에도 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한 카미기타 가문의 헤이자에몬 장로는 지구에 묻혀진 비알 성인의 유물인 이동요새 킹 비알과, 변신합체 로봇 점보트 3를 발굴하는 한 편, 진 가문의 캇페이와, 카미에 가문의 우츄타, 그리고 자신의 손녀인 키미기타 가문의 케이코 셋을 점보트 3의 파일럿으로 키워 다가오는 가이조크의 침략에 맞서게 하는데...


<소개>

'용자 라이딘(1975)'을 통해 로봇 아니메에 발을 들인 선라이즈는 도에이 동화의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와 '초전자머신 볼테스 V(1977)'의 하청작업을 통해 히트 로봇 아니메의 제작경험을 쌓게 된다. 비록 나가하마 타다오라는 불세출의 연출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나, 이 작품들이 이 정도의 완성도를 내는데 있어서 선라이즈가 보여준 능력은 영세 제작사로서는 돋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SF 창작집단인 스튜디오 누에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빼놓을 수 없기는 하다.)

특히, 라이딘을 통해 연출가로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던 토미노 요시유키는 나가하마 타다오 밑에서 콤배틀러 V와 볼테스 V의 연출과 콘티를 맡아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거장의 노하우를 습득하면서 한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로맨티스트적인 세계관을 보여준 나가하마 감독과는 달리, 영화학도 출신이자 현실주의자였던 토미노는 드라마와 로봇 아니메를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나가하마의 노하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데, 그것이 토미노의 두번째 로봇 아니메이자 리얼로봇과 슈퍼로봇 사이의 전환기를 마련하게 되는 '무적초인 점보트 3 (1977)'인 것이다.

토호쿠 신사(東北新社)의 자회사로 선라이즈와의 공동출자로 출범한 창영사(創映社)는 토호쿠 신사로부터 독립하여 선라이즈와 합병한 후, 독자적인 로봇 만화영화를 만들어 자사를 홍보코자 했다. 여기에 자사의 이미지 향상을 노리고 있던 완구업체 클로버가 가세하여 스폰서와 제작사라는 구도가 형성된다. 또한 소규모 광고 에이전시인 소츄 에이전시를 통해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초기 선라이즈의 사업구도가 구색을 갖추게 된다. ([1] 참조)

당시 콤배틀러 V와 볼테스 V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합체로봇물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던 선라이즈였기에 자연스레 로봇의 컨셉 역시 이들 두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된다. 다만, 5기 합체의 컨셉은 점보트 3에 와서 3기 합체로 간소화하게 되는데, 일각에서는 아직은 영세한 규모와 부족한 노하우를 가진 선라이즈의 작업량을 줄이자는 의도와 함께, 중소업체였던 클로버가 5기 합체라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구현할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1] 참조) 어찌되었건 간에 3기 합체라는 이 컨셉은 차기작 '무적강인 다이탄 3(1978)'을 거쳐 '전설거신 이데온(1980)'에 까지 이어지면서 선라이즈 변신합체 로봇의 어떤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다. (건담 역시 상반신과 하반신, 그리고 코어파이터로 3단 분리되니 3기 합체의 컨셉을 가지고 있다고도 봐야할지도)

점보트 3은 총을 사용하는 거대 로봇이라는 개념과 함께 양산형 로봇이 등장하는 병기적인 컨셉이 도입되는 리얼로봇의 초창기 모습이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토미노 스타일의 현실적이고 비극적인 드라마가 도입되었다는 점에 그 진정한 의의를 찾아야 할 듯 싶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주변의 인물들이 차례로 희생되고, 외계인의 침략을 불러오는 원흉이라며 주인공들이 사람들에게 매도당하며, 이로 인해 주인공들이 전투중에 부서지는 건물과 주변상황을 의식해야 하는 등, 기존의 로봇 아니메에서는 보기 힘든 드라마적인 모습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표현에 있어서도 로맨티스트였던 나가하마의 그것과는 달리 지극히 현실적이고 비관적이어서 보는 내내 어린 시청자들에게는 어필할 수 없는 시리어스함이 가득한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최종결전에 이르러 하나둘씩 생을 마감하는 주조연급의 희생은 로봇물을 넘어 아니메로서는 이례적인 충격의 장면이기도 했는데, 3인의 주인공급 인물들 중 오로지 캇페이만이 살아남아 지구에 귀환하여 절규하는 모습은 로봇물로서는 이례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그로 인해 그동안 주인공들을 박해하던 지구인들이 캇페이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감격스러운라스트조차 해피엔딩이 아닌 쓸쓸한 느낌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적은 편수에 우울하고 충격적인 전개였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으며 완구판매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결국, 이 아슬아슬한 전개가 성공적인 결과물로 자리하게 되면서 선라이즈는 차기작을 제작할 수 있는 탄력까지 얻게 되니 상업적인 면에서나 작품 내적인 면에서나 점보트 3의 성공은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점보트 3가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면, 토미노의 의지는 다시 한 번 꺾일 수 밖에 없었으며, 불과 3년도 체 안되는 훗날 일어나게 되는 기동전사 건담의 신화 역시 어떻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 SOTSU · SUNRISE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無敵超人ザンボット3, Wikipedia Japan
[2] 무적초인 점보트 3, 엔하위키 미러
[3] 거대로봇 연구서설 - 볼테스 대 점보트 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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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1977) 


ⓒ 김진희 / 블루미디어

 
<정보>

◈ 감독: 임정규
◈ 각본: 민병권
◈ 구성: 김일남
◈ 원화: 홍형선
◈ 배경: 오응환
◈ 촬영감독/촬영: 조민철 / 조복동
◈ 음악/주제가: 정민섭 / 지구어린이 합창단
◈ 기획/제작: 김일환 / 김삼용 
◈ 제작사: 삼도필름
◈ 저작권: ⓒ 김진희 / 블루미디어
◈ 일자: 1977.07.27
◈ 장르: 무협,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태권도 사범인 양사범과 연인인 장선생은 등산중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둘은 산 속을 헤매던 도중 한 동굴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서 야생 모습으로 살고 있는 마루치와 아라치를 발견하게 된다. 스승이자 보호자였던 할아버지를 정체불명의 파란 해골에게 잃어버린 후, 홀로 살고 있던 두 소년 소녀를 가엽게 여긴 양사범과 장선생은 둘을 거둬들이기로 한다. 양사범의 지도 하에 마루치와 아라치는 태권도를 배우게 되고, 그동안 야생에서 쌓아온 실력에 체계적인 지도를 받은 둘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마침내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게 되는 마루치.

발로막차 선수(발로 막 차지는 못하더라)와의 결승전이 한참 진행될 무렵, 정체불명의 괴한이 뛰어들어 발로막차를 쓰러뜨리고 마루치에게 덤벼든다. 승부를 우세하게 끌고 가던 마루치는 그만 괴한의 암수로 인해 중상을 입는다. 괴한은 바로 파란해골 13호가 이끄는 비밀조직 파란해골단의 공격대원. 과연 파란해골단이 꾸미는 음모는 무엇이며, 마루치와 그의 할아버지는 어째서 그들의 습격을 받게 된 것일까.


<소개>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1967)'에 이은 한국의 오리지널 히어로 액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1976)'와 '로보트 태권브이 2탄 우주작전 (1977)'에서 원화를 담당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은 임정규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임정규 감독은 한일합작 애니메이션인 '황금박쥐(1968)'를 통해 만화영화계에 입문한 뒤, 한국 초창기 애니메이션의 메카 세기상사가 제작한 '우주의 왕자 황금철인(1968)', '보물섬(1969)', '왕자호동과 낙랑공주(1971)', '번개아텀(1971)', '괴수대전쟁(1972)'과 같은 작품에서 원화를 맡아온 대표적인 애니메이터 출신 연출가이다.([3], [4] 참조) 그가 참여한 작품의 상당수가 그러했듯이 그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마루치 아라치(1977)'와 '전자인간 337(1977)' 역시 히어로 액션물을 표방한 작품으로, 김청기 감독이 한국 토종 로봇 애니메이션을 이끌온 한국의 나가하마 타다오(로망 로봇 시리즈 3부작으로 마징가 Z 이후 일본 로봇만화영화의 틀을 만든 인물)라면, 임정규 감독은 히어로 애니메이션을 이끌어온 한국의 요시다 타츠오(타츠노코 프로의 설립자 겸 만화가로, 독수리 5형제, 신조인간 캐산 등을 만들어냄)라 부르면 어떨까 싶다.

특히, 임정규 감독은 로봇 디자인이라는 장벽에 막혀 결국 아니메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우를 범했던 김청기 감독과는 달리, 최대한 오리지널 디자인과 스토리로 승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침 MBC 라디오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어린이 라디오 드라마 마루치 아라치를 원작으로 한국만의 오리지널 아니메를 만들어내게 되니, 바로 이 작품이 70년대 한국 만화영화계에서 로보트 태권브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마루치 아라치인 것이다.

한국 만화영화사에서 마루치 아라치의 위치는 태권브이의 그것에 비견될 만큼 특별한 것인데, 홍길동 이후 10여년 가까이 제작되어온 당시 한국 만화영화가 홍길동 외에는 특별한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체, 전래 동화나 일본 아니메(번개 아텀은 철완 아톰을, 태권브이는 마징가 Z를 모티브로 삼았음)의 컨셉을 도입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던 당시, 최초의 오리지널 캐릭터로 만화영화를 제작했다는 점이 그것이라 하겠다. 또한, 전후의 궁핍한 시대 속에서 막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통해 잘 살아보자는 의지를 불태우던 당시의 한국인들에게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를 통한 자긍심의 고취라는 민족적 관점에서도 마루치 아라치의 의의는 높았던 셈이다.

상세보기

인기 라디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덕분에 라디오의 고정팬층을 그대로 극장에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은 흥행을 보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마루치 아라치가 기록한 서울 관객 16만명 동원은 태권브이 1탄의 기록에는 조금 못미쳤지만, 동시기에 개봉했던 태권브이 3탄 수중특공대의 기록인 5만5천명을 능가하는 것으로([1] 참조), 당대 최고의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과의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둔 셈이었던 것이다.

단, 마루치 아라치도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과 동물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인트로 씬으로 구성하며, 당시 한국 만화영화가 자주 사용하는 의미없는 디즈니 따라하기 공식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아쉬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중간에 마루치를 구하는 인어 소녀 유리의 등장은 히어로 액션물인 작품의 정체성과는 대비되는 조금 생뚱맞은 모습이기도. 그 밖에 왜 파란 해골 13호가 마루치와 아라치를 키운 할아버지를 헤쳤는지, 그리고 왜 파란해골 13호의 오른팔인 팔라팔라가 세계 태권도 대회장에 참석하여 마루치를 보고는 그의 제거를 명령했는지에 대한 일부 설명이 누락되는 등, 드라마적으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독창적인 이 작품에도 일부 아니메의 영향이 눈에 띄긴 하는데, 일단 악당역을 맡은 파란해골 13호는 아무래도 임정규 감독의 데뷔작인 황금박쥐의 외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놀랍게도 아라치의 판치라(속옷이 살짝 비치는) 액션이  등장하는 파격 연출이 등장하기도... (어이쿠, 뭔 소리. 이건 그냥 웃자고 한 소리다, 아하하. 아, 안 웃기네.)

마루치 아라치는 이후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같은 해에 개봉된 전자인간 337에도 주연급 캐릭터로 등장했으며, 88년에는 올림픽 개최를 맞이하여 MBC TV를 통해 TV 시리즈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작품의 스틸 이미지가 아닌, 컨셉 아티스트로 보이는 일러스트.



<참고 사이트>

[1] 고전열전: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by 페니웨이, In This Film
[2]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MOVIEMINI.net
[3] '태권V' 훈이와 깡통로봇은 친척?, 오마이뉴스
[4]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1967~2006) by 캅셀, 캡슐 블로그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김진희 / 블루미디어에게 있습니다.


마루치 아라치 - 8점
임정규 감독/블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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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인전대 바라타크 (1977), 超人戦隊 バラタック / Balatack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이케바라 시게토, 小林檀
◈ 총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시리즈구성: 마루야마 마사오 
◈ 캐릭터 디자인: 코마츠바라 카즈오
◈ 메카닉/미술 디자인: 츠지 타다나오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주제가: 코모리 아키히로 / 미즈키 이치로 (노래)
◈ 기획: 요코야마 켄지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V 아사히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77.07.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31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지구에서 11광년 떨어진 엡실론 별의 총통 샤이딘은 행성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가토 박사가 개발한 이론에 흥미를 갖고 친선사절단인 샤이니잭을 지구에 파견하여 가토 박사와 공동개발을 제안하고자 했다. 하지만, 샤이니잭의 책임자인 사령관 고르테우스는 개인적인 욕심에 눈이 멀어 가토 박사를 납치하고 단독으로 지구 침략을 개시하게 된다.

영문도 모른체 미식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던 가토 박사의 둘째 아들 유지는 갑작스레 4명의 젊은이들에게 이끌려 다목적 변신 로봇 바라타크에 올라타게 된다. 초능력을 가진 5명의 젊은이들이 힙을 합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바라타크. 유지 역시 나머지 4명처럼 초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바라타크는 지구방위를 위해 비밀리에 만들어진 로봇으로, 마침내 5인의 힘에 의해 지구 침략을 개시한 고르테우스 총통과 맞서 싸우게 된다.


<소개>

'강철 지그(1975)', '마그네로보 가킨(1976)'에 이어 제작된 세번째 마그네로보 시리즈. 일부에서는 마그네로보 시리즈에서 강철 지그를 빼고 '대공마룡 가이킹(1975)'을 넣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타카라에서 출시된 구체 관절과 자석부품을 지닌 로봇 완구 강철 지그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시작된 브랜드가 마그네 로보이기에 가이킹보다는 지그를 포함시키는 것이 맞다고 보여진다. (가이킹은 작품 내에서 특별히 마그네로보의 정체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그네로보 라는 타이틀은 두번째 작품인 가킨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본격적인 마그네로보 시리즈는 가킨과 바라타크 두 작품이라고 봐도 될 듯 싶다.

강철 지그를 끝으로 나가이 고와 사실상 결별한 도에이였지만 그의 그림자는 여전히 차기작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나가이 고에게서 아이디어를 구걸(좀 표현이 과격하지만 어떻게 보면 구걸이 맞지 않을까 싶다)하여 만든 가이킹에 이어 가킨 역시 강철 지그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작품이었기에 바라타크는 그런 면에서 도에이가 마그네로보 시리즈를 확실히 자기화시킨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5인전대라는 설정은 아무래도 콤배틀러 V와 볼테스 V로 당시 로봇 아니메의 트렌드를 좌지우지 하던 나가하마 타다오 작품들의 인기요소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메카닉 디자인에 있었는데, 다소 우스꽝스러운 산업용 로봇같은 인상을 풍기는 디자인으로 인해 바라타크는 스스로의 상품가치를 깎아 내리게 된다. 전 시리즈인 지그나 가킨의 경우는 기괴한 외모였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멋과 스타일리쉬함이 살아있었으나 바라타크의 경우는 일반적인 슈퍼로봇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인해 멋진 주역메카를 기대하던 아이들에게는 많은 실망감을 주었을 듯. 더군다나 당시는 콤배틀러 V와 볼테스 V와 같이 멋드러진 변신합체를 보여주는 로봇 완구가 등장한 이후인지라 상대적으로 열악한 외모가 더더욱 경쟁력을 상실했을 터이다. (그 독특한 모양새 덕분에 오히려 요즘 보면 신선한 느낌도 있다.)

주인공들이 바라타크에 직접 탑승하는 것이 아니라 합체 비행선인 펜타고라스에 탑승하여 초능력으로 바라타크를 움직이는 것은 이색적이다. 여기에 마그네 시리즈의 특성을 적극활용하여 자유롭게 파츠를 교환하여 물속과 땅속 등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컨셉은 다른 로봇물에서는 보기 힘든 신선한 모습이었다.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당시 로봇물과는 달리 코믹한 요소를 대거 도입하였는데, 아동틱한 로봇 디자인과 함께 이러한 모습은 당시 로봇물의 시청층이 점차 고연령대로 이전하는 것과는 달리 역행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측인 엡실론의 우주인들은 파충류 인간들인데, 그 모습 역시 아동용 만화영화에서 볼법한 디자인이다. 컨셉면에서나 이야기면에서 일부분은 타츠노코적인 취향이 엿보인다.

국내 렌탈 비디오 시대가 열리면서 타이거마스크 2세와 함께 당시 아니메 비디오의 첫 신호탄을 알린 작품으로 기억된다. 일본에서도 한동한 미디어화 되지 않으면서 레어 타이틀로 전락해 있었으나 2010년 3월 마침내 DVD로 발매되었다.

ⓒ TOEI Animation

ⓒ TOEI Animation



<참고 사이트>

[1] マグネロボ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超人戦隊バラタック, Wikipedia Japan
[3] [애니]초인전대 바라타크 by 우람솔, 우람솔님 블로그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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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자머신 볼테스 V (1977), 超電磁マシーン ボルテスV / Voltes V


ⓒ TOEI


<정보>

◈ 원작: 얏테 사부로
◈ 감독: 故 나가하마 타다오
◈ 연출: 야마자키 카즈오, 요코야마 유이치로, 타카하시 모토스케, 테라다 카즈오,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고부 후유노리, 사쿠라이 마사아키, 츠지 마사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유키 히지리
◈ 메카닉 디자인: 메카맨 (오카와라 쿠니오), 스튜디오 누에
◈ 작화감독: 사사카도 노부요시, 사카모토 사부로, 시오야마 노리오, 카나야마 아키히로, 타카하시 모토스케,
◈ 미술감독: 미야노 타카시
◈ 오프닝 애니메이션: 故 카나다 요시노리
◈ 음악/주제가: 쯔즈이 히로시 / 호리에 미츠코, 귀뚜라미73 합창단 (노래)
◈ 기획: 우스이 유쇼우, 이이지마 케이
◈ 제작사: 도에이, TV 아사히, 선라이즈, 토호쿠 신사 
◈ 저작권: ⓒ TOEI
◈ 일자: 1977.06.04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40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발달된 문명을 가진 행성 보아잔. 머리에 뿔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신분이 나뉘어지는 봉건제 국가인 보아잔 별의 황제 즈 잔바질은 조카인 프린스 하이넬을 원정군 사령관으로 삼아 지구침공을 개시한다. 저명한 과학자부부인 고우 켄타로와 고우 미츠요는 은사인 하마구치 박사와 함께 보아잔성의 침공을 예견하고 볼테스 V를 만들어 이동요새 빅 팰콘을 만들고 그 침략에 대비하지만, 볼테스 V의 완성 후 켄타로 박사는 홀연 모습을 감추고 만다. 사실 그는 보아잔 별의 제1 황위계승자로 뿔이 없다는 이유로 이복동생인 잔지발에게 황위를 뻬앗기고 지구로 추방된 외계인이었던 것이다. 잔바질 황제의 침공에는 바로 이복형인 켄타로 박사를 제거하려는 음모 역시 숨어 있었다. 이러한 사실도 모른체 켄타로의 세 아들들은 볼테스 팀을 구성하여 보아잔 별의 침략에 맞서 지구를 지키게 된다.


<소개>

'용자 라이딘(1975)'의 호평, 그리고 연이은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의 대성공은 나가하마 타다오에게 로봇 아니메의 거장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부여해주고 있었다. 콤배틀러 V가 당시 로봇물의 트렌드를 바꾸어버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게 되자 종영도 되기 전에 후속작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콤배틀러 V의 종영한 뒤 일주일 만에 방영을 시작한 작품이 바로 콤배틀러 V와 함께 나가하마 타다오의 걸작 로봇물로 평가받고 있는 '초전자머신 볼테스 V(1977)'다.

전작 콤배틀러 V의 경우는 용자 라이딘의 속편을 기획하던 와중 도에이의 요청에 의해 급거 프로젝트를 무산시키면서 급하게 제작한 전례가 있었는데, 이 작품 역시 그 정도는 아니지만 꽤 촉박한 스케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나가하마 감독은 메인이 되는 주역 로봇의 디자인에 대한 권한을 스폰서에 완전히 위임하게 된다. 주역메카에 대한 논쟁으로 제작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도중 스폰서의 요청에 따라 청공검이라는, 로봇 최초로 검이라는 무기의 컨셉이 늑장투입되는 바람에 작화부터 여러 설정에서 대거 수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1] 참조)

스폰서에게 로봇에 대한 모든 것을 위임한 후 나가하마가 신경쓴 것은 스토리였다. 이미 기획단계에서 정해진 것은 직전작인 콤배틀러 V의 흥행요소, 즉 변신합체 로봇과 전대물이라는 설정이었다. 이대로라면 전작과의 차별점이 없는 아류작에 그칠 것이 자명한 바, 나가하마 감독은 콤배틀러 V와의 차별을 이야기의 구조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드라마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로봇물로 유명해진 그였지만 기실 그는 '거인의 별(1968)'이라는 열혈 스포츠물로 유명한, 드라마에 능한 감독이기도 했다. 세계명작극장 '엄마찾아 삼만리(1976)'에서 힌트를 얻은 나가하마는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는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모티브 삼아 전쟁 속에 펼쳐지는 비극적인 가족史를 강조한 작품세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1회로 에피소드가 종결되는 전작과는 달리, 대하드라마 형태로 연이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로봇 아니메로서는 한단계 성숙한 스토리텔링을 추구하게 된다.

또한, 전작의 미남 악역인 가루다의 설정을 더더욱 발전시켜 비극적인 드라마를 한가득 품은 캐릭터를 탄생시키게 되는데, 그가 바로 올드팬의 뇌리에 지금까지도 뚜렷이 남아있는 프린스 하이넬이다. 이전까지의 악역에 비해서 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연을 부여받은 하이넬은 그 최후마저도 고고하고 비장했으니, 당대 로봇 아니메에서 건담의 샤아 아즈나블이 등장하기 전까지 악역 캐릭터로서 가장 독보적인 아우라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실제 주인공인 고우 삼형제나 히로인인 오카 메구미보다도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셈이다. 유키 히지리에 의해 그려진 하이넬은 순정만화와도 접점을 이루면서 로봇물의 캐릭터로는 이질적인 매력을 보여주었는데, 후일 나가하마 타다오가 연출하게 되는 '베르사이유의 장미(1979)'의 주인공인 남장 여인인 오스칼과의 이미지와도 묘하게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비극적인 고우 삼형제와 하이넬의 드라마 외에도 뿔이 있는 귀족과, 뿔이 없는 평민으로 양극화된 보아잔 성의 구조적 문제 역시 로봇물로서는 드물게 자세히 다루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볼테스 V의 주제는 바로 이 양극화된 사회를 주인공들이 개혁한다는 것이라 하겟는데, 이런 사회적인 메시지는 당시 로봇물로서는 이례적인 것으로 이 볼테스 V를 기점으로 로봇물이 성인층도 접할 수 있는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나가하마는 현실주의보다는 낭만주의를 선택하였고, 이러한 그의 스타일로 인해 초전자 시리즈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콤배틀러 V와 볼테스 V는 후일 '낭만로봇 시리즈'라는 실로 로맨틱한 별칭을 얻게 된다.

계층 간의 갈등을 타파한다는 사회적인 메시지는 일본보다는 해외에서 주효했다. 78년도에 필리핀으로 수출된 볼테스 V의 인기는 마치 프랑스에서의 'UFO 로보 그렌다이저(1975)'의 그것과도 같았는데(평균시청률 58%), 이런 류의 만화영화를 필리핀 아이들이 접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불신이 바로 이 볼테스 V의 보아잔 별의 상황에 투영되면서 성인층도 이 작품을 즐겨보았다는 이유도 있다고 보여진다. 실제로 필리핀 정부는 최종화 직전 볼테스 V의 방영을 금지했으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라 하겠다. ([1], [4] 참조)

오프닝 주제가는 호리에 미츠코가 불러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전대물(비밀전대 고렌쟈)에서는 주제가를 부른적이 있는 그녀였으나 로봇 만화영화의 주제가는 여성으로서는 최초였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기도 했다. 또한, 오프닝 원화는 일본 최고의 작화가 중 한명으로 손 꼽히는 故 카나다 요시노리가 맡아 특유의 역동적인 카메라워크와 다이나믹한 움직임으로 폭발적인 지지를 얻게 된다. (연도별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꼽을 때 70년대 오프닝 중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오프닝. 캅셀님 포스트 참조)  

ⓒ TOEI / ⓒ Tokuma Shoten


☞ 볼테스 V에 대한 괜찮은 리뷰 보러가기: <초전자머신 볼테스 V (파이브)> (1977) by 키웰
☞ 볼테스 V에 대한 괜찮은 리뷰 하나 더 보러가기: 아니메 집중분석 22 [초전자머신 볼테스 V] by 바이칸


<참고 사이트>

[1] 超電磁マシーン ボルテスV, Wikipedia Japan
[2] Chōdenji Machine Voltes V, Wikipedia
[3] Choudenji Machine Voltes V (TV), ANN
[4] 초전자머신 볼테스 V, 엔하위키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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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스탭>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원작: 모리 히로시
◈ 제작: 프로덕션 I.G


<시놉시스> 

번의 전쟁 후 평화가 찾아온 근 미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전쟁을 일종의 쇼로 만들어 전문기업으로 하여금 전쟁을 대행토록 한다. 이러한 가식적인 평화 속에 사람들은 TV 속에 벌어지는 전쟁을 그저 남의 일처럼 여기게 된다. 전쟁은 로스톡社과 라우테른社 간의 대결로 치닫고 있었는데, 라우테른社의 전설적인 파일럿 '티쳐'는 모든 파일럿들에게 공포이자 경외의 대상으로 여기지고 있다.

한편, 로스톡社의 유럽전선 기지 우리스로 배속된 신참 파일럿 칸나미 유이치. 이전의 기억이 없는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의 모습을 한 킬드레이다. 킬드레는 전쟁을 쇼로 만든 이 세계에서 사람들을 대신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이면서도 인간과는 다른 존재, 영원한 전쟁을 위해 늙지 않는 소년 소녀들이다. 우리스 기지에 배속되어 기지 책임자에게 전입신고를 하는 유이치. 기지 책임자이자 킬드레 출신인 쿠사나기 스이토와 칸나미 유이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노센스 이후 4년만에 돌아온 오시이 마모루의 신작

작인 공각기동대의 속편 '이노센스(2004)'를 통해 오시이 감독스러운 색체의 극단적인 절정과 그로 인한 거부감(아마 이러한 평가를 감독 자신은 즐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시이 감독은 그의 영화는 1만명 정도의 관객이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죠. 1편의 영화를 100만명이 1번씩 보든 만명이 100번씩 보든 같다고 생각하는 그인데요. 실제로 오시이 감독의 마니아들이라면 그의 작품을 대부분 몇 번씩은 감상했을 겁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든요.)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오시이 마모루. '공각기동대(1995)'를 통해 그를 알게 된, 그의 작품에 다소 생소한 팬들이라면 오시이 마모루의 이런 모습은 어김없이 불편함과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상업용 대중예술로서의 만화영화, 모든 사람이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영화라는 관점에서 오시이 감독의 작품들은 늘 규격 외의 것들이었죠. 실상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공각기동대도 일본 내 첫 개봉시에는 참혹할 정도로 관객의 외면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2008년, 마침내 새로운 작품을 들고 우리의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보다 늦은 2010년에 이르러서야 개봉(현재 개봉 중이지만 언제 극장가에서 내려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중이지만, 어찌되었건 마침내 4년만에 찾아온 오시이 감독의 다소 불편할지도 모르는(?) 신작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스카이 크롤러(2008)'입니다.

언제나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문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로 '아니메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의 이번 신작은 과도한 난해함으로 인해 '현학적이고 잘난척 하는 것 같다'라는 혹평을 들었던 이노센스 직후의 작품(물론, 그 사이 어썰트 걸이라는 실사영화가 있지만)이라는 점에서 여러가지 기대와 우려를 갖게 합니다. 과연 오시이 마모루는 전작의 비평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좀더 대중친화적인 작품으로 찾아올 것인지, 아니면 이제껏 그래왔듯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어김없이 펼쳐갈지가 말이죠. 기대 속에 베일을 벗은 스카이 크롤러는 과연 오시이 감독의 작품다움에도 불구하고 이전과는 다른, 메마름 속에 한줄기 서정적인 감성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늙지 않는 소년들인 킬드레와 티쳐가 작금의 일본시대의 젊은이와 기성세대를 비유한 것 때문일까요, 아니면 압도적인 영상미의 CG 공중전에서 느껴지는 시원해진 기분 때문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쿠사나기와 칸나기 유이치의 잔잔한 멜로라인 덕분일까요. 하늘을 수놓는 비행기들의 거친 엔진음 사이로 퍼지는 애잔한 카와이 켄지의 음악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압도적인 영상미로 그려진 쓸쓸하고 메마른 창공

입부에 펼쳐지는 장쾌하고 실감 넘치는 프로펠러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스카이 크롤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참으로 오랜 만에 느껴보는데요. 짧게는 곤조의 '전투요정 유키카제(2001)'나 '라스트 엑자일(2003)'에서부터 길게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1992)'와 '천공의 성 라퓨타(1986)', 그리고 故 토리우미 히사유키의 '에어리어 88(1985)'과 '독수리 5형제(1972)'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겠습니다. 실제로 오시이 마모루는 토리우미 감독의 제자로 독수리 5형제를 통해 연출로 데뷔했으니, 스카이 크롤러는 공중전 연출의 장인이었던 스승의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또다른 비행씬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현재 붉은 돼지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들리고 있지요.)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에어리어 88에서 보여주었던 실감 넘치는 공중전의 묘사는 제자인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에서도 그대로 계승 발전되었습니다. 밀리터리 마니아인 오시이 감독의 정체성에 CG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의 모습이 반영된 놀라운 퀄리티의 영상미는 좌중을 압도하는데요. 전작인 아발론이나 이노센스에서 보여준 실사와 아니메의 결합(아발론에서는 실사를 아니메처럼 촬영하고, 이노센스에서는 아니메를 실사처럼 촬영하는 시도를 함. 결국 두 번 모두 미완성에 그치지긴 하지만...)이라는 실험적 연출기법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보다 사람들이 보기 편한 CG로 대중적인 접근을 취했다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공중전 외에는 2D 작업과 셀 애니메이션의 활용으로 이노센스에서 느껴졌던 거부감을 상당부분 줄인 것으로 추측되는군요.

결국, 영상미에 있어서 전작의 실험정신과는 다른 대중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너무도 섬세하고 정확한 장면구성과 움직임 덕에 비주얼은 여전히 우리에게 압도적인 느낌을 줍니다. 즉, 기막히게 멋지지만 너무도 완벽한 나머지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말인데요. 마니아의 경우라면 몰라도 일반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그 영상만으로도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극사실주의적인 색체를 어김없이 보인다 하겠습니다. 

이런 스카이 크롤러의 완벽한 영상미학은 공중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굳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비교한다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늘이 로맨티스트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반면, 오이시 마모루의 하늘은 차가우리만치 냉정한 이성주의자의 그것이라고나 할까요. 전자와 후자의 퀄리티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 싶군요. 단지 취향의 차이일 뿐, 오시이 감독의 영상미는 확실히 그만의 정체성을 보란듯이 화면 가득 빛내고 있습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영원한 젊은 속에 시들어가는 피터팬, 킬드레

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킬드레'라고 불리는 어린 소년 소녀들입니다. 나이를 먹지않는, 정상적으로 태어났다기 보다는 무언가 인공적인 방법에 의해서 태어난 존재인 킬드레. 전쟁이라는 인류 최대의 인공적 재앙을 쇼로 만들고, 그것을 아이들의 모습을 한 킬드레가 대신한다는 스카이 크롤러의 설정은 다분히 충격적이면서도 수많은 아니메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의 심오한 변주곡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킬드레는 풍요로운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길들여져 어른이 되기를 싫어하는 현재의 젊은이들을, 그들과 맞서게 되는 정체불명의 격추왕 '티쳐'와 전쟁회사에 속한 어른들은 삐뚤어진 사회를 구축한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비유로, 확실히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을 띈 아니메에 자주 등장하는 어린 소년 소녀 전사들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고 하겠지요.

스카이 크롤러는 이러한 킬드레의 모습을 비행기를 몰고 신기의 조종술로 적군들을 쓰러뜨리는 멋진 피터팬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어린 시절 또는 부모의 기억과 같이 정상적인 인간들이 가져야할 추억을 제거당한 체 매일매일 반복되는 전쟁 쇼 속에서 매말라가는 소년들의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보통의 아니메와는 다른 쓸쓸한 분위기를 이끌어 냅니다. 미성년자인 이들이 애연가인냥 연신 담배를 피워대거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콜걸과 잠자리에 드는 모습은 십대의 탈선이나 방황, 혹은 주인공들을 멋지게 보이기 위한 클리셰라기보다는 반복되는 전장과 잃어버린 자아라는 공허감을 메우기 위한 그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인 듯 위화감과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감정이 없는 듯한 메마른 표정과 함께 시종일관 잔잔하게 묘사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심연 속에 어두운 무언가가 존재하는 잔잔한 바다와 같은 형상을 띄게 됩니다.

특히, 이야기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우리스 기지의 지휘관 쿠사나기 스이토의 경우는, 킬드레로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생존하며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었으며, 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마치 어른과 킬드레의 경계선 상에 위치한 인물로, 작품의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한다고 하겠는데요. 불안한 심리상태와 알 수 없는 공허감 속의 그녀는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는 킬드레가 인간다움을 갖기 시작하는 과정의 모습이며, 동시에 어른이 되기를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마침내 사회에 첫발을 들인 그 시점의 모습과도 같은 것으로, 그녀를 통해 주인공인 칸나기는 킬드레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물음표를 던지게 되고, 마침내 그 운명에 맞서기 위해 티쳐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칸나기의 잊혀진 과거 역시 작품의 중요한 이야기거리입니다. 이 소재는 약간의 미스테리적인 형식을 취하면서 관객들에게 가벼운 수수께끼를 던져주게 되는데요. 이것이 그리 난해한 것은 아니지만 작품 내에서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상으로 그럴 것이다라는 모호한 답을 남긴 체 긴 여운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전부터 그래왔지만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에는 깔끔한 결말이란 없습니다. 마치 무대의 조명이 서서히 꺼지면서 페이드인 하듯, 결말은 서서히 관객의 마음 속에서 꺼져가듯 사라지죠. 이러한 이야기는 명확함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더없는 허무함과 공허감을 안겨줍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전체적으로 무겁게 깔려 있는 분위기 속에 새로온 신참 동료의 신문 접는 모습을 보며 칸나기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그리고 킬드레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 깊은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무언가가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쿠사나기와 칸나기의 인연은 현재에서 벗어나 과거와 미래를 향하기 시작합니다. 


긴 여운의 결말... 그리고 오늘 밤은 별에 안기어

라울 정도의 스펙타클한 공중전과 답답할 정도로 가슴 아프고 숨막히는 킬드레의 이야기는 묘한 부조화를 던져줍니다. 오시이 감독 스스로는 자신을 상업 만화영화 감독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실상 그가 보여준 작품들의 스펙트럼은 상업영화라는 표현이 무색한 난해한 작품들이 대부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시이표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 비주얼에서 상업적인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가 연출한 작품 중에 유일하게 비주얼에서도 상업적이지 않았던 작품은 '천사의 알(1985)'이 아닐까 싶군요. 그러나 그러한 상업적인 비주얼 위에 풀어놓는 오시이 표 이야기는 언제나 끊임없는 자아와 정체성의 되물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실로 부조화스러운 작품들 그 자체랄까요.

다만, 스카이 크롤러는 그런 오시이 특유의 현학적 이야기와 상업적 극사실주의 속에서 한줄기 로망의 빛이 스치고 지나간 듯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격정적이지는 않지만 위험한 것처럼 아슬아슬한 쿠사나기와 칸나기의 애정선은 작품의 주제, 즉 성장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정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열쇠처럼 빛난다고 할까요. 너무나 메마른 느낌의 이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둘의 관계는 오히려 뜨겁지 않기에 애잔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감정이 메마른 쿠사나기가 칸나기에게 조금씩 마음을 보이는 이런 광경은 사실 오시이 감독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구요. (공각기동대나 패트레이버에서도 그랬지만, 오시이 감독의 작품에서 러브스토리는 드라마가 아닌 팩트 그 자체로 묘사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마침내 칸나기는 티쳐에게로 기수를 돌립니다. 메마른 킬드레들의 가슴에 넓고 푸른 창공은 아름답지만 차가운 요람이자 묘지입니다. 때마침 엔딩에 흐르는 아야카의 '오늘 밤도 별에 안기어(今夜も星に抱かれて)'은 너무도 작품의 엔딩과 잘맞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러닝타임 내내 참고 참았던 감정이 녹아내리듯 흘러나오는 음악 속에 장면은 서서히 페이드 아웃되고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아, 엔딩 스탭롤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시길. 엔딩곡이 너무도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끝에는 또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사이트>

[1] スカイ・クロラ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스카이 크롤러 スカイ クロラ, 2008, 씨네 21

[3] <스카이 크롤러> 오시이 감독의 수작 애니메이션, 무비조이
[4] ‘스카이 크롤러’ 오시이 마모루 감독, 존재, 그 이상의 주제는 없다!, 무비위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달의 영화 리뷰 2010년 11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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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왕자 (1977), 世界名作童話 白鳥の王子 / The Wild Swans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안데르센 동화 '들판의 백조'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각색: 류 토모에
◈ 작화감독/작화감수: 츠노다 코이치 / 아베 타카시
◈ 미술감독: 치바 히데오
◈ 음악: 코모리 아키히로
◈ 기획/제작: 아리가 켄, 旗野義文 /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77.03.19
◈ 장르: 드라마, 세계명작동화,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사냥 중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왕은 길을 헤매던 중 한 마녀를 만나게 된다. 길을 빠져나오는 조건으로 마녀는 자신의 딸 그레타를 아내로 맞이할 것을 청하고, 마침 홀몸인 왕은 그레타를 데리고 숲을 빠져나오게 된다.

한편 왕에게는 6명의 왕자와 엘리사라는 1명의 공주가 있었다.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는 오직 요술 공만으로 찾아갈 수 있는 숲속 비밀의 집에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왕이 자신보다 아이들을 더 끔찍히 여기는 사실을 안 그레타는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모두가 잠든 밤, 요술의 공을 찾아낸 그녀는 이것을 사용하여 숲속 비밀의 집에 도착한다. 마법의 옷감을 던져 11명의 왕자를 백조로 만들어 버린 그레타. 절체절명의 순간, 백조로 변한 왕자가 엘리사에게 던진 그레타의 마법의 옷감을 가로채고, 엘리사는 숲속의 집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도망길에 오르게 된다. 오빠들을 그리워하며 정처없는 유랑의 길을 떠난 엘리사, 추운 겨울날 어느 동굴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오빠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밤이면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가 해가 뜨면 다시 백조가 된다. 오빠들과 함께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엘리사. 

겨울이 끝나고 백조의 모습으로 먼 여행길에 오르게 되는 오빠들은 자신들이 사람이 될 한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손에 닿기만 해도 따가울 정도의 가시나무 엉겅퀴를 짖이겨 그 실로 옷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입히라는 것. 이 고통의 작업을 거쳐야만 오빠들을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는 엘리사.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조건이 더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조끼를 완성하여 오빠들에게 입힐 때까지 몇 년이 걸려도 절대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혹시라도 말을 하게 되면 오빠들은 모두 죽는다고 한다. 과연 그녀는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조건을 모두 지켜내고 오빠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소개>

안데르센 동화를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하여 만들어진 세계명작동화 1탄. 그림 형제의 '여섯마리의 백조'와 동일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이 고전 전래동화가 새롭게 시작된 도에이 동화의 세계명작동화의 1번 타자로 선정되었다. 한동안 버려 두다시피 했던, 도에이 애니메이션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세계명작을 모티브로 한 극장판 만화영화가 '세계명작동화'라는 부제를 달고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은, 도에이의 75년작 '인어공주(1975)'를 통해 세계명작동화도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로컬라이징을 통해 충분히 상업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인어공주(にんぎょ姫) 1975 by 캅셀 참조)

하지만, 그 외에도 당시 도에이 동화에서 A형 극장판을 주도하던 모리 야스지, 타카하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와 같은 인재들이 대거 도에이 동화를 이탈하여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를 주도하며 인기를 이어간 것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은데, 특히 본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엘리사의 어릴 적 모습이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의 주인공 하이디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한 점(헤어스타일부터 옷 스타일까지)이 이를 시사하지 않나 싶다.

못된 왕비에 쫓겨난 어여쁜 공주가 결국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는 지극히 동화적이고 뻔한 결말의 작품이지만, 오빠들의 저주를 풀 수 있을 때까지 엉겅퀴 가시로 옷을 뜨면서 한마디도 말을 할 수 없는 엘리사의 설정은 꽤나 드라마틱하다. 시시각각 그녀에게 누명이 씌워지고 마녀로 몰려 화형장까지 끌려가는 그 순간까지도 묵묵히 오빠들을 위한 조끼를 짜는 그녀의 안타까운 장면에서부터 극적으로 조끼를 입고 인간으로 되돌아온 오빠들과의 감격적인 상봉까지 이르는 클라이막스는 멋진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 라스트 장면은 지금봐도 참으로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다만, 인트로의 비약이 너무 심해서 드라마적 완성도는 기대에 못미치지 않았나 싶다. 아동용을 타깃으로 한데다가 한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제작되다보니 아무래도 일부 내용을 불가피하게 삭제한 듯 싶다고 생각된다. 많은 부분이 생략되면서 엘리사의 비극적인 초반부가 축약된 것이나 그들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슬픔 등이 그려지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이러한 부분들이 살아 있었다면 보다 더 드라마틱한 작품이 되었겠지만, 이 정도로도 아동용 작품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엘리사가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설정 덕분에 주인공 성우가 상당 기간 동안 입을 다물어야 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 생겼는데, 한가지 의문은 도대체 왜 글자를 사용해 소통하지 않았냐는 것으로, 아마도 문자가 없는 나라거나 왕족이지만 불쌍하게도 문맹이거나 둘 중의 하나인가 싶다. 역시 애들에게는 엄마가 있어야... (실상은 동화인데 너무 따지는게 엘로스가 문제다)

한국에서도 명절특집으로 몇차례 방영되어 당시의 아이들에게 큰 감동과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세계명작동화 - 백조의 왕자 (世界名作童話 · 白鳥の王子) by 캅셀, CAPSULE: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2] 世界名作童話 白鳥の王子 (1977), allcinema.net
[3] The Wilde Swans,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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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로봇 당가드 A (1977), 惑星ロボ ダンガードA / Wakusei Robo Danguard A



<정보>

◈ 원작: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카쯔마타 토모하루
◈ 각본: 야마자키 하루야, 요시오가 소지, 타무라 타쯔오 外
◈ 캐릭터 디자인: 아라키 신고, 히메노 미치
◈ 작화감독: 아라키 신고 外
◈ 미술: 우치카와 후미히로, 이토 이와미츠 外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사사키 이사오&영 플래쉬 (노래)
◈ 기획/제작: 카스가 아즈마, 베쇼 코지, 카쯔타 미노루 / 미야자키 카즈야, 요시오카 오사무
◈ 제작사: 도에이 동화, 아사츠 DK, 후지 TV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77.03.06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56화) / 전체연령가 (G)


<시놉시스>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천연자원의 보고, 녹색 행성 프로메테. 이 미지의 행성 프로메테를 향한 이주계획 통칭 프로메테 계획이 오오에도 박사를 중심으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 순조롭게 프로메테 계획이 진행되던 도중, 첫번째 우주선 발사가 폭발과 함께 실패를 맞게 된다. 대참사의 배후는 오오에도 박사와도 인연이 있었던 도플러 박사였으나, 사건은 우주선의 파일럿인 이치몬지 단테즈의 짓으로 꾸며지고 그는 프로메테 계획을 저지하려 한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고 만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치몬지 탄테즈의 아들인 16세 소년 이치몬지 타쿠야가 2차 프로메테 계획의 파일럿이 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게 된다. 배신자라는 누명을 쓴 아버지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라온 타쿠야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프로메테 계획의 총괄 책임자인 오오에도 박사에 의해 키워졌다. 프로메테 계획이 재개됨과 동시에 도플러 박사는 선택된 엘리트만이 프로메테 계획에 이주할 수 있다는 명분하에 도플러 군단을 세우고 스스로를 총통으로 칭하며, 프로메테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 전세계에 공격을 감행하게 되는데...


<소개>

마츠모토 레이지가 원작한 처음이자 마지막 로봇물. 선굵은 SF 드라마를 보여주었던 마츠모토 레이지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그것은 당시 도에이 동화의 노선 다변화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나가이 고와 사실상 결별하게 된 도에이는 나가이 고의 로봇물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로봇물을 제작함과 동시에, 선라이즈와 공동 합작으로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를 대히트 시키게 된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였지만, 아무래도 선라이즈의 인력들이 주축이 되어 완성시킨 콤배틀러 V의 기대이상의 인기는 한편으로는 도에이에게는 불편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당시 '우주전함 야마토(1974)'로 인해 주가가 크게 오른 레이지에게까지 로봇물을 의뢰하게 되는데,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미 기획실에서 구색이 잡혀진 것으로, 레이지는 여기에서 세부적인 이야기 설정과 캐릭터 디자인만 가담하게 된다. 말 그대로 레이지의 이름만을 빌려온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다만,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로봇물과는 독특한 전개방식으로, 마츠모토 레이지만의 스타일이 가미된 로봇물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주역로봇인 당가드 에이스가 13화에 이르러서야 등장하는 것은 로봇물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12화까지 주인공은 당가도 에이스의 파일럿이 되기 위한 훈련과 훈련 중 도플러 군단의 공격로봇 메카사탄을 맞이하여 전투기를 몰고 나가 싸우는 등, 철저히 로봇물의 공식을 외면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것은 스토리를 다듬는 과정에서 로봇물을 싫어한 마츠모토 레이지가 변형시킨 것으로 추정되는데, 결국 스폰서의 압력에 의해 당가드 에이스가 13화에 비로소 등장하게 되니, 스폰서만 없었으면, 로봇물의 탈을 쓴 그냥 SF 드라마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실제로 TV 시리즈와 동시에 병행하여 연재된 월간 만화잡지에서는 최종화에만 달랑 등장하게 된다.)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행방불명된 아버지가 도플러 군단에서 탈출한 정체불명의 인물로서, 타쿠야 등의 엄격한 훈련교관인 가면의 남자 캡틴 단이라는 설정은 인상적이다. '신조인간 캐산(1973)'이라든지 '합신전대 메칸더 로보(1977)' 등에서도 적군에 몸담고 있는 어머니와 주인공 아들이라는 비극적인 설정이 가미된 적이 있지만, 누명을 쓴 체 행방불명된 아버지가 기억을 잃고 돌아와 서로가 부자인지도 모른체 교관과 훈련생으로 만나는 설정은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드라마틱한 설정이었다. 교관으로서의 캡틴 단은 악독하다고 할 정도로 훈련생들에게 엄격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 팬들(특히 여성팬)의 공분을 사게 되면서 조기하차가 결정되었고, 덕분에 중반부에 가면을 벗고 아들과 극적인 상봉을 한 후 세상을 뜨게 된다.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원성으로 부자간의 이별을 더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버린 셈이다. (70년대 일본아이들에게도 엄격한 아버지는 비호감의 대상이었을지도)

중반부에는 토니 하켄이라는 미형 캐릭터가 등장하며, 콤배틀러 V의 가루다 장군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데, 특히 마츠모토 레이지의 원안에, 아라키 신고, 히메노 미치 부부의 절정의 캐릭터 스타일링 덕에 레이지 스타일보다 더 미형의 캐릭터들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히로인인 키리노 리사는 레이지 히로인임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숱의 단발 커트가 인상적인 미인이었지만, 주인공인 타쿠야와의 멜로 라인을 포함하여 극중에서의 활약이 거의 두드러지지 않는 평면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생각만큼 기억에 남을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이래저래 로봇물로서는 애매한 모습과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기는 하지만 레이지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여러가지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가미된 데다가 도에이 동화가 두 팔을 걷어붙히고 밀어준 덕택인지 조기종영 없이 56화라는 무난한 길이로 마무리되었고, 77년 '혹성로봇 당가드 A 대 곤충군단'과 78년 '혹성로봇 당가드 A 우주대해전'이라는 25분짜리 극장판이 연이어 제작되었다. 1986년에는 '날아라 스타에이스'라는 제목으로 MBC에서 방영했으며, 강병철과 삼태기가 부른 주제가는 사사키 이사오의 주제가 이상으로 원작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 TOEI Animation



<참고 사이트>

[1] 惑星ロボ ダンガードA, Wikipedia Japan
[2] Wakusei Robo Dangard A (TV), ANN
[3] 혹성로보 단가드 A, 엔하위키 미러
[4] 혹성로봇 당가드 A (惑星ロボ ダンガードA) 1977 1978 by 캅셀, CAPSULE: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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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FILMLINK Int.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Vampire Hunger D Production Commitee


<목차>



<서문>

3부에서는 아니메 각 장르에 판타지를 대입한 새로운 형태의 퓨전 판타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부와 2부가 지역적인 관점에서 판타지 아니메를 나눈 것이었다면, 3부는 아니메를 통해 판타지가 새롭게 변형되어진 사례를 알아보았다고 해야겠지요. 이번 4부에는 SF와 다양한 설정으로 변형된 퓨전 판타지가 아니라, 고전적인 장르인 호러를 아니메에 대입하면서 판타지적인 설정이 부각된 속칭 '호러 판타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사실, 호러 장르에는 상상 속에 볼법한 기괴한 괴물들이 등장하고 있기에 이미 판타지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호러의 단골 소재인 드라큘라나 늑대인간, 구미호와 요괴, 도깨비는 모두 상상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의 크리쳐들로, 이야기의 성격이 공포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인데요. 이러한 판타지와 호러는 생각 외로 상당히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어렷을 적 보고 자란 동화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사악한 괴물이나 마법사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동화의 성격 탓에 이야기가 순화되었을 뿐 실제로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크리쳐나 현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로, 이것만으로도 두 장르의 연관성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호러와 판타지는 어찌보면 같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는 장르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판타지의 어두운 단면에는 공포와 어두움이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타지의 단골 악역인 악마와 마왕이 호러의 주테마인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연유에서인지 실제로 호러적인 상상력과 연출방식은 판타지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판타지를 대표하는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한 필 잭슨 감독이 '데드 얼라이브'나 '프라이트너'와 같은 공포영화를 연출해왔던 인물이라는 점이나, '스파이더 맨' 시리즈로 잘 알려진 감독이자 실사영화판 '워크래프트'를 연출할 예정인 샘 레이미 감독이 공포영화 '이블 데드' 시리즈로 연출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라는 점은 이러한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도 있지요. 2부에서 언급한 오리엔탈 판타지 장르의 아니메 '십이국기'의 경우에도 원작자인 후유미 오노가 공포소설을 써온 여류작가라는 점도 여기에 해당되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상상의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호러는 마치 강한 맛을 내는 스파이스 소스같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번 시간은 위에서 이야기한 판타지의 어두운 단면, 즉 다크 판타지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호러 판타지를 소재로 한 아니메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공포 장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분, 또는 노약자와 임신부는 살포시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실 건 없군요. 무서운 장면 안나옵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즐겨 주세요.


아이들의 만화영화에 귀신이야기를 접목시킨다면?

화영화가 비록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한정된 장르는 아니었으나, 만화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소재의 선택이나 사회적 분위기 등, 여러 면에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적인 작품이 주로 만들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일본 만화영화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본 상업용 만화영화의 시작을 장식한 도에이 동화의 작품들 모두가 세계명작동화를 소재로 한 동화 판타지의 형태였었는데요. 이런 상황이다보니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는 호러와 같은 소재들이 만화영화에 등장하기에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백사전(1958)'에 등장한 사람으로 둔갑하는 거대한 흰뱀이라든지, '소년 사루토비사스케(1959)'에 등장하는 여자요괴와 같은 설정이 어느 정도 호러라는 장르의 영향을 받았음을 감안한다면, 호러와 일본 만화영화는 먼 옛날부터 미약하지만 길고 긴 인연을 쌓아왔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는 디즈니의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사악한 마법사 여왕의 음침한 모습에서도 어느 정도 그 편린을 엿볼 수 있는데요. 물론, 이러한 것들은 공포심을 유발시키기 위한 소재이긴 했으나, 아이들이 보는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표현 수위와 같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호러의 특색이 거세된 것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 맞게 희석시킨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호러의 소재를 만화영화에 접목시키는 것이 부분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을 때, 한 편의 작품이 요괴라는 호러적 소재를 정면에 내세워 TV 시리즈 아니메로 성공적인 모습을 선보이게 되니 그것이 바로 일본 만화영화의 대표적 아이콘이자 국민 만화라 할 수 있는 미즈키 시게루의 '게게게의 키타로(1968)'인 것입니다.

그림 연극의 일러스트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묘지의 키타로'라는 원제에서 묘지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덕분에 작자 자신의 어린 시절의 별명(게게루)에서 변형된 무의미한 '게게게'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로 알 수 있듯이 당시 호러 장르가 만화영화로 표현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제약을 갖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는데요. 유령족의 마지막 일족 소년 키타로와 키타로의 아버지인 눈알 아저씨, 그리고 쥐 아저씨와 같은 요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일본의 오래된 전승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미스테리한 괴담의 형식을 띈 원작의 이야기는 만화영화로 이식되면서 요괴소년인 키타로와 그의 동료들이 악한 요괴들과 싸운다는 어린이판 다크 히어로물의 형식을 취하게 됩니다. ·

ⓒ 水木プロ · TOEI Animation (좌) / ⓒ 第一動画 (우)


그림연극과 만화를 거쳐오면서 이미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에게 익숙한 컨텐츠로 자리잡고 있던 키타로는 만화영화로서도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특히, 요괴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엽기적이지만 친숙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인기를 얻게 되는데요. 비록 여러가지 시대적인 여건에 의해 호러 판타지 본연의 색깔이 많이 탈색된 키타로였지만, 이런 소재가 대중적이고 스테디한 인기를 얻으면서 만화영화에 호러 장르가 인식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증명하게 됩니다. 특히, 구전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요괴의 수만도 엄청나게 많을 정도로 괴담을 즐기고 괴담에 익숙한 일본의 국민성을 고려할 때, 아니메에서 호러 장르가 앞으로 보다 더 자주 등장하리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사례라 하겠지요. 

키타로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요괴인간 벰(1968)'의 경우는 키타로에 비해 보다 더 호러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입니다. 사람이 되고 싶은 요괴인간 벰, 베라, 베로의 이야기는 역으로 인간들의 삐뚤어진 모습을 투영하는 등 작품 내적으로도 상당히 성숙한, 당시 TV 만화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전개이기도 했었는데요. 무엇보다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내에서도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 세계에 큰 인기를 끌기도 했던 작품입니다. 키타로와 함께 60년대 호러 만화영화의 큰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하지요.

70년대를 넘어서는 나가이 고의 '데빌 맨(1972)'이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됩니다. 데빌맨은 앞선 두 이야기와 비슷하게 악마가 주인공인 다크 히어로적인 성격의 작품이지만, 울트라 맨과 같은 거대 히어로의 성격이 더해진 보다 하드한 액션이 볼거리인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판타지보다는 히어로 액션물에 더 어울리는 형태라고 할 수도 있지요. 이에 비해 비슷한 시기에 코믹스로 그려진 데빌맨은 실로 호러 판타지에 어울리는 충격적인 표현과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묵시록적인 세계관은 평범한 히어로물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TV 시리즈와는 확연히 다른, 나가이 고만의 어둡고 암울한 작품관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당시로서는 충격적이라 할 수 있을만큼 하드고어스러운 표현으로 호러 판타지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비록 이러한 비주얼과 이야기는 당시 만화영화로는 표현하기 힘든 것들이었지만, 호러의 진행방향이 확실히 이전과는 달리 과격해지기 시작함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지요. 특히 나가이 고의 하드고어적인 폭력성이나 묵시록적인 세계관, 거기에 가학적 에로티시즘은 후대의 작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후 나가이 고는 '도로롱 엔마군(1973)'과 같이 키타로의 영향을 받은 듯한 아동용 호러 판타지물을 선보이며, 호러 판타지의 끈을 놓치는 않습니다만, '마징가 Z(1972)'의 대히트로 인하여 본연의 정체성을 잠시 접어두고 로봇물의 활성화(?)에 앞정서게 됩니다. 70년대까지만해도 호러가 만화영화에서 제자리를 잡는 것은 순탄치는 않은 듯 싶었습니다.  이제 그 자리를 SF와 로봇들이 메꾸면서 호러( 판타지)는 봉인된 미이라처럼 만화영화의 심연으로 가라앉게 되고 잠시 동안의 동면에 들어갑니다.

ⓒ 永井豪 · DYNAMIC Pro · TOEI Animation



OVA의 탄생과 하드고어 호러 판타지의 대두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반의 TV 아니메가 태동기에 등장하여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키타로와 요괴인간, 데빌맨 이후로 호러 판타지는 주목할만한 작품을 내놓치 못한 체 70년대를 지나 80년대로 들어서게 됩니다. 당시에 이와 같은 현상은 1부부터 3부까지 언급한 다른 판타지 장르도 비슷한 양상이었는데요. 82년도에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돈 드라큘라(1982)'가 스폰서의 자금사정으로 8화라는 초 단기연재를 끝으로 조기 종영(물론, 돈 드라큘라 역시 호러의 의미가 퇴색된 가족물의 형식을 보여준 작품이지만)하는 등 호러 판타지는 80년대 중반까지 뚜렷한 대표작을 내놓지 못한 체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SF/로봇물의 득세가 무엇보다 큰 요인이었지만, 점차적으로 감상 연령층이 높아지는 아니메에서 (고정팬층이 확보된 키타로를 제외한) 아동용 호러 아니메가 경쟁력을 상실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 보구요. 장르적 특성상 TV 시리즈로 나오기에는 표현의 제약이 따랐고, 극장용으로 만들어지기에는 성공가능성이 의심되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이무렵, 호러 판타지와 같은 마이너한 장르에 한가닥 희망을 던져준 일대 사건이 발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OVA(Original Video Animation)의 탄생이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의 '달로스(1983)'를 시작으로 OVA는 TV와 극장으로 양분되어 있던 아니메 시장에서 서서히 그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당시에는 주력 영상매체인 VHS 비디오와 베타 비디오 외에 레이저 디스크까지 생겨나면서 일본 미디어 시장이 점차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 영상 매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자 마니아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대안으로 OVA가 적격이었던 셈이지요. 장르나 표현수위가 TV 아니메나 극장용 아니메에 비해 훨씬 자유로웠던 OVA는 그동안 소외되던 장르를 위한 블루오션이었으며, 애니메이터들이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부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동안 소외받고 있던 호러 판타지 역시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 되니, 이 시기에 첫 테이프를 끊게 되는 작품이 바로 공포소설의 대가 키쿠치 히데유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시다 토요오 감독의 '뱀파이어 헌터 D(1985)'였던 것입니다.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좌) / ⓒ 西谷史 · ANIMATE Film (우)


뱀파이어라는 호러 장르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소재로, 인간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혼혈 뱀파이어 던필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키쿠치 히데유키와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단연 호러 판타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작품이 아니메로 제작된다는 것은 OVA로 인해 가능해진 표현상의 자유와 장르의 다양화가 하나의 원인이라고 하겠는데요. 특히, 이 작품은 호러 판타지에 어울리는 고어스럽고 괴기적인 비주얼로 이전보다 더 공포스러운 느낌을 선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노골적이고 잔인한 연출은 아시다 토요오의 차기작 '북두의 권(1987)' 극장판에서도 등장하며, OVA로 인해 촉발된 표현의 자유가 극장판 아니메에까지 옮겨지게하는 계기가 되지요.

OVA의 활성화와 함께 80년대 중후반에는 SF 장르가 몰락하면서 다른 장르가 조금씩 힘을 얻게 되는, 이른바 아니메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발표된 몇몇 판타지 작품들 중에서도 호러 판타지의 활약상은 눈에 띄는 것으로,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7)'의 초절정 인기 애니메이터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캐릭터 디자인으로 참여하여 화제가 되었던 '여신전생(1987)'의 경우는 평범한 학생이 악마를 소환하고 합체하는 다크 히어로 액션물로 비록 아니메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게임으로 큰 호평을 받으며 호러 판타지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87년, 마침내 호러 판타지의 흐름을 바꾸는 새로운 이변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리미티드 아니메 기법을 예술적인 경지까지 끌어올린 아니메의 영상 아티스트 린 타로 감독의 제자로서, 스승 못지 않은 기량을 갖추고 있던 카와지 요시아키가 후일 그의 절친한 친구가 되는 뱀파이어 헌터 D의 작가 키쿠치 히데유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호러 판타지 아니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걸작 OVA를 탄생시키게 되니 그것이 지금도 카와지리 요시아키의 걸작 필모그라피 맨 윗줄에 놓여있는 '요수도시(1987)'인 것입니다.

ⓒ 菊地秀行 · 徳間書店 · ビデオアート · JAP Home Video(좌) /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ビデオアート · JAP Home Video(우)


이 작품은 이제까지 선보였던 호러 판타지류의 작품들에 비해 호러스러운 분위기를 훨씬 더 실감나게 묘사했던 작품으로, 그동안 아니메에 있어서는 변방의 장르에 그쳤던 호러 판타지가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괴기적인 설정 뿐만 아니라, 폭력과 에로티시즘이라는 성인물의 코드를 아니메에 실로 완벽하게 이식해내면서도 작품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며, 다크 히어로라는 우리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굴레를 벗어나 하드보일드 액션장르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단순히 말초적인 유혈장면이나 에로티시즘에 천작하지 않고, 다양한 연출기법과 뛰어난 영상미학, 그리고 독특한 설정과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주력한 것이 요수도시의 성공원인이라 하겠지요.

카와지리 요시아키는 이듬해에 '마계도시(1988)'에서도 요수도시의 스타일을 잇는 요사스럽고 박력있는 호러 판타지 액션을 선보이며, 아니메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리고, 호러 판타지는 요수도시를 기점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닌자라는 사무라이 액션 소재와 요괴라는 장르를 혼합한 '전국기담 요도전(1987)'이나 코믹스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오기노 마코토 원작의 '공작왕 시리즈(1988~1994)', 카기노우치 나루미의 원작을 바탕으로 남편인 히라노 토시키가 연출한 '흡혈희 미유(1988)', 그리고 란마1/2와 메종일각으로 유명한 다카하시 루미코 '인어의 숲(1991)', '인어의 상처(1993)'과 같은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이제까지의 패턴을 벗어난 다양한 장르와의 접목을 통해 좋은 모습을 연이어 선보입니다. 특히, 흡혈희 미유나 인어의 숲 등은 액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드라마성을 강조하는 미스테리적 요소 역시 선보이면서 수년 뒤에는 TV 시리즈로까지 호러 판타지를 진출시키는 의미있는 시도를 보여주게 됩니다.

ⓒ JVC (좌) / ⓒ 平野俊貴事務 · 所吸血姫 美夕 製作委員會 · TV 東京 (우)



18금 아니메에 의한 호러 판타지의 변질과 몰락

OVA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또 하나의 현상은 바로 본격적인 성인용 H(헨타이의 H를 이니셜로 하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변태라는 뜻. 변태의 원의미보다는 에로틱이라 용어를 대체하는 뜻으로 보면 될 듯) 아니메의 등장이었습니다. 84년 '크림레몬 - 아미'를 시작으로 성인 아니메는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호러 본연의 거부감 때문에 상업성을 위해 예로부터 B급 호러영화들에 숱하게 에로틱한 장면들이 등장했던 것처럼, 이러한 성인 아니메의 태동은 호러장르와의 피할 수 없는 조우를 예고하고 있었다고 해야겠습니다.

이미 요수도시를 통해 호러 판타지와 에로티시즘의 궁합이 증명된 1987년, 요수도시보다 3개월 먼저 등장하여 H 아니메임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호러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괴한 작품이 등장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마에다 토시오의 원작을 기본으로 한 '초신전설 우로츠키 동자(1987)'입니다. 초창기의 H 아니메는 크림레몬에서도 보여진 바와 같이 H 아니메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성이 강조된 작품이 많았었는데, 이 우로츠키 동자 역시 인간계와 마계, 그리고 반인반수의 수인계가 존재하는 세상에 3,000년에 한번 부활하여 세갈래로 나누어진 세계를 하나의 세상으로 만들어낸다는 초신이라는 존재가 벌이는 이야기를 보여주어, 시놉시스만으로 보았을 때는 장대한 판타지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러한 초신과 요괴들이 벌이는 하드고어적인 잔혹한 액션과 요사스러운 묘사 외에도 당시 아니메의 수준을 능가하는 과격한 정사씬으로 H 아니메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데요. 특히 요괴가 자신의 촉수를 이용해 여성들을 능욕하는 이른바 '촉수물의 효시'라는 또다른 명성을 갖게 됩니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호러 판타지의 형식을 취하면서 그 표현수위에 있어서는 포르노그라피의 수준으로 당대의 H 아니메 중에서는 단연 두드러진 작품이라고 하겠는데요. 이러한 B급 포르노 아니메가 일본을 넘어 북미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아니메로서는 충격에 가까운 성애묘사도 묘사였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H 아니메로서는 보기드문 이야기의 완성도와 B급 아니메라고는 믿을 수 없는 뛰어난 작화 퀄리티를 그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실제 우로츠키 동자의 스토리텔링은 오히려 근래의 허접한 몇몇 TV 시리즈 아니메들보다도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성애묘사를 모두 삭제하거나 도입부만 보이도록 편집한 후에도 이야기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여타의 H 아니메들과는 차원을 달리했으며, 야마시타 아키히코, 오오모리 히데토시, 사토 케이이치, 고토 케이지, 야나기사와 테츠야, 코바야시 마코토 등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아니메의 작화감독과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스탭진의 이름만으르도 그 완성도를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였던 것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원작자인 마에다 토시오는 '음수학원(라 블루 걸, 1989)'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촉수물의 붐을 일으키게 하는 일등공신이 되었으며, 이러한 촉수물은 당시 OVA 시장에 붐을 일으키고 있던 하드고어와 호러액션 장르의 설정을 H 아니메로 가져와, 액션과 드라마의 비중을 줄이고 가학적인 성애묘사에 치중하는 기형적인 형태로의 변형을 시도하면서 호러 판타지의 타락을 일으키는 일등 공신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게 됩니다. 90년대 중반까지 촉수물은 H 아니메의 가장 인기있는 소재로 자리잡게 되면서 과도한 폭주 끝에 현재에 이르러서는 그 영향력을 거의 잃다시피 하였고, 일본의 삐뚤어진 성적 판타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질타를 받아오며 일본 아니메의 어두운 부분을 상징하는 하나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자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변질로 인해 그 가치가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촉수물은 호러 판타지의 또다른 모습이었으며 같은 핏줄을 가진 사생아라 할 수 있는 존재들로, 호러 판타지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 前田俊夫 · ???



호러 판타지가 TV를 만났을 때,

크 히어로 아니메의 굴레를 벗어나 하드고어라는 새로운 장르의 총아로 앞장서며 영상미학을 선도했던 호러 판타지는 폭력과 섹스라는 피할 수 없는 덫에 걸려 스스로 자멸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호러 판타지는 여러 장르와의 혼합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기도 하는데요. 2부에서 언급한 '3X3 아이즈(1991)'는 오리엔탈 판타지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동시에 호러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후지타 카즈히로의 걸작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요괴소년 호야(우시오와 토라, 1992)' 역시 호러와 오리엔탈 판타지를 접목한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키아 아사미야의 88년도 빅히트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사일런트 뫼비우스(1991)'는 호러와 싸이버펑크를 조합한 퓨전 호러 판타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키아 아사미야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좋은 평을 이끌어 내게 되지요. 

반면, 이제까지의 우울하고 음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마물헌터 요코(1990)'과 같이 미소녀와 코미디를 혼합한 밝은 형태의 장르와 같이 색다른 시도도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미소녀 장르와의 조합은 '환몽전기 레다(1985)' 이후로 이어져온 미소녀 판타지물의 코드를 계승한 작품으로 볼 수 있으며, 90년대에 들어 개그와 미소녀를 조합하여 등장하는 여러 다른 판타지 장르와 같이 호러 판타지도 어느 정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이전의 요사스러운 느낌 외에 가벼운 장르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르 자체의 변화와 함께 90년대에는 또다른 중요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TV 아니메가 이전보다 더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관대해졌다는 것입니다.

ⓒ 麻宮騎亜 · 角川書店 (좌) / ⓒ NCS · TOHO (중) / ⓒ 平野耕太 · 少年画報社 · Hellsing製作委員会 (우)


90년대 중반에 생긴 이러한 변화는 호러 판타지가 TV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으며, 이로 인해 흡혈희 미유나 사일런트 뫼비우스 같이 OVA로 제작되었던 호러 판타지들이 TV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이러한 양상은 21세기에 들어서도 계속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것은 이전에 비하여 확실히 호러라는 장르가 대중화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헬싱(2001)'과 같이 예전에는 TV 시리즈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나마 많이 순화된) 잔혹한 장면이 등장하는 작품이 버젓이 공중파로 방영되었으며, '크르노 크루세이드(2003)', '트리니티 블러드(2005)', '블러드 플러스(2005)', '디 그레이 맨(2006)' 등 편수는 많지 않지만 호러 판타지가 꾸준히 TV 시리즈로 제작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호러 판타지는 이제 더이상 특정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든지, 포르노그라피를 등에 업은 변태적 성인 아니메에서난 볼 수 있는 그런 장르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흡혈귀나 괴물들과 같은 소재가 이전에 비해 A급 작품에도 빈번하게 사용되는 당시의 영화계의 시류와도 맞아 떨어져 호러 판타지를 예술적인 경지로 끌어올렸던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과 같은 경우는 친구인 키쿠치 히데유키의 뱀파이어 헌터 D를 다시 한 번 극장판으로 리메이크한 '뱀파이어 헌터 D 블러드러스트(2000)'로 세계시장에 진출하였으며, TV 시리즈 블러드 플러스와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2000)'과 같은 작품의 경우도 압도적인 영상미로 세계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후일 실사영화로까지 제작되기에 이르르는 것이죠.

그 뿐만 아니라 호러 판타지는 미스테리와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변주 또한 선보이게 되는데, '펫숍 오브 호러즈(2000)'나 '지옥소녀(2005)', '신령수 고스트하운드(2007)'와 같은 작품들은 이제까지와의 호러와는 다른 형태의, 보다 더 호러 본연의 의미에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게 되며 '바케모노가타리(2009)'와 같은 작품에 이르러서는 독특한 연출스타일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인하여 마이너한 미스테리 호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 地獄少女 プロジェクト · スカパーウェルシンク (좌) / ⓒ 士郎正宗 · Production I.G · 神霊狩 GHOST HOUND 製作委員会 (중) / ⓒ 西尾維新 · 講談社 · アニプレックス・シャフト


호러 장르는 근래 들어 영화에서도 단독적인 장르가 아닌, 장르를 더욱 돋보이기 위한 양념과 같은 요소로 사용되면서 전에 없는 인기를 누리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반지의 제왕 3부작 이후로 판타지가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닌 어른들도 즐길 수 있고 시장성도 있음이 증명된 이후에는 성인용 판타지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그 리얼리티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호러적인 설정을 빼놓을 수가 없는 듯 싶군요. 그것은 괴담과 기담에 익숙하며 오래 전부터 만화영화에 성인용의 표현수위를 적용시켜온 일본 아니메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기괴한 괴물들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크리쳐가 등장할 수록 극의 흥미는 더더욱 커질 터이니 말입니다.

다만, 호러 장르는 마치 그 단어의 어감처럼 빛과 어둠의 경계에 위치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을 자극할 여지도 있으며, 포르노와 같은 저질문화에 동화되어 타락할 여지도 가장 큰 소재인 것입니다. 이러한 양날의 검과 같은 호러를 잘 다루어 공포심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면서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있어서 아낌없는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좋은 호러 판타지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래봅니다.

(판타지 아니메 연대기 4부 끝. 5부에서 계속)


<참고사이트>

[1] ゲゲゲの鬼太郎, Wikipedia Japan
[2] 妖怪人間ベム, Wikipedia Japan
[3] デビルマン, Wikipedia Japan
[4] 뱀파이어 헌터 D(吸血鬼ハンターD )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5] 요수도시(妖獸都市) 1987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6] 超神伝説うろつき童子, Wikipedia Japan
[7] Horror Party - 호러애니메이션 by 깅오바, 지나간 미래, 또는 다가올 과거를 기록하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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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신전대 메칸더로보 (1977), 合身戦隊メカンダーロボ / Mechander Robo


ⓒ Wako Production

 
<정보>

◈ 원작: 와코 프로덕션 기획실
◈ 감독: 닛타 요시타카
◈ 각본: 혼다 타케시, 陶山智, 海堂清彦
◈ 캐릭터 디자인: 오카사코 노부히로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 미야모토 세이지 外
◈ 음악/주제가: 와타나베 츄메이 / 미츠키 이치로, 콜롬비아 요람회 (노래)
◈ 기획/제작: 와코 프로덕션, 동급 에이전시 / 타카하시 스미오
◈ 제작사: 와코 프로덕션, 도쿄 12 채널
◈ 저작권: ⓒ Wako Production
◈ 일자: 1977.03.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35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콘키스타 군단의 침략으로 멸망한 가니메데 별의 왕자 지미 오리온은 지구로 피신한다. 하지만 콘키스타 군단의 마수는 지구에까지 이르르고, 압도적인 콘키스터 군단의 힘 앞에 지구는 속수무책으로 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특히, 콘키스터 군단은 지구의 주 에너지 원인 원자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원자로가 가동하는 순간 5분안에 위치를 찾아내 이를 파괴하는 오메가 미사일 발사대를 위성궤도 상에 설치하고 지구의 반격을 무력화시키기고 있었다. 이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시키시마 박사가 개발한 항공모함 킹 다이아몬드와 메칸더 로보 밖에 없는데... 지미 오리온을 위시한 메칸더의 용사들은 과연 콘키스타 군단의 압도적인 힘으로부터 지구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소개>

로봇아니메의 붐을 타고 '안데스 소년 빼빼로의 모험(1975)'을 통해 하청제작사에서 막 독립제작사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와코 프로덕션에서 의욕적으로 제작한 로봇 아니메. 기이하게 생긴 로봇 디자인과 몇가지 참신한 설정이 돋보였으나 아니메 기획/제작에 있어 일천한 경험과 메인 스폰서 기업인 부루마쿠(ブルマァク)가 방송도중 도산하면서 후속 스폰서를 찾지 못하는 등의 악재로 인해 결국 35화라는 어정쩡한 형태로 결말을 맺는다. 제작 도중에 발생한 일이었기에 중도 하차 밖에 길이 없었지만, 스탭들의 의지에 의해 이전 편에서 사용된 씬들을 짜집기 하면서 후반부에는 총집편과 같은 형태의 방송으로 결국 나름의 완결까지 이르게 된다. 덕분에 시리즈의 완성도는 몹시 낮은 편이고, 뱅크샷이 너무 많이 남발되는 등 일본 내에서는 거의 잊혀지다시피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몇가지 흥미로운 설정들도 눈에 띄는데, 우선 지구의 유일한 동력원인 원자로가 반응하는 순간 이를 찾아내어 5분안에 격침시키는 콘키스타의 오메가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콘키스타 군단의 로봇과 5분 내에 전투를 끝마쳐야 하는 메칸더 로보의 설정은 당시로서는 꽤나 신선한 것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20여년 뒤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서 에너지원 케이블을 달고 제한된 공간에서 움직이며, 케이블이 분리되면 시간제한을 갖는 에바에서 다시 재현되게 된다.

또한, 슈퍼로봇치고는 이례적으로 양산형 로봇이 등장하면서 이전의 작품과의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부분은 만화영화 상의 설정을 고려했다기보다는 같은 로봇을 등장시킴으로써 이전의 셀을 재사용하기 위한 제작상의 이유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일보진전한 설정이었던 것이다. (사실, 건담조차도 양산형 모빌슈트의 구상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제작여건을 고려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외에 주인공 지미 오리온과 콘키스타 군단의 부사령관 메두사의 관계에 있어서 드라마틱한 설정을 부여하는 등 드라마 부분에서도 나름의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낮은 수준의 완성도와 스폰서의 도산으로 인한 여러가지 악조건으로 이러한 이야기가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무려 9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방영되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었으며(개인적으로는 이미 너무 눈이 높아진 관계로, 70년대에도 낮은 수준이었던 메칸더 브이의 작화 퀄리티를 보고는 곧바로 채널을 돌렷지만) 김국환 씨가 부른 한국판 주제가는 멜로디부터 가창력에 이르기까지 미즈키 이치로의 원 주제가를 완벽하게 압도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김국환 씨의 만화영화 주제가는 대부분이 원 주제가를 능가하는 포스를 부여준다. 만약, 당시 김국환이 일본에서 활약했다면, 어쩌면 미즈키 이치로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지는 않았을까 상상하기도.)

☞ 아, 한가지 더. 트랙백에 걸린 나이트세이버즈님의 포스팅을 보고 추가로 한가지를 더 이야기하면 메칸더 브이에는 무려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가 연출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 비록 에피소드 9화의 연출로만 잠깐 등장하고 계시지만 말이다. '방랑의 초스피드 콘티맨'이라는 예전의 명성에 걸맞게 9화만을 후다닥 연출하고 빠지신 걸까.


<참고 사이트>

[1] 合身戦隊メカンダーロボ, Wikipedia Japan
[2] Mechander Robo, Wikipedia
[3] 메칸더 브이, 베스트아니메
[4] 합신전대 메칸더로보,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ko Produc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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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13화 CG 애니메이션으로 찾아올 시로 마사무네의 싸이버펑크 걸작.

ⓒ 2007 Shirow Masamune / Seishinsha · EX MACHINA Film Partners

2008년도 극장판 포스터

로 마사무네의 코믹스로 공각기동대보다 먼저 발간되어 SF 마니아들의 큰 지지를 얻었던 '애플시드(Apple Seed)'가 앞선 두 편의 극장판 아니메(2004년 2007년에 각각 개봉. 88년도의 단편 OVA도 있었음)에 이어 마침내 TV 시리즈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극장판의 스타일을 이어가듯 TV 시리즈 역시 CG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고 하는군요. 전 13화의 분량으로 2011년 봄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획은 극장판 애플시드 두 작품의 기획을 맡았던 미콧&마사라(Micott & Basara)가 맡고 있구요. 제작은 공각기동대 시리즈부터 '고스트 하운드(2007)', 'R.D 잠뇌조사실(2008)' 등을 통해 시로 마사무네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Production I.G가 제작을 맡고 Jinni's Animation Studio가 제작협력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 스튜디오는 디즈니 재팬에서 제작한 단편 3D 애니메이션 'Fireball'의 제작을 맡기도 했지요.

Jinni's Animation Studio가 제작에 참여한 Fireball. ⓒ Disney

감독은 하마나 타카유키로, '테니스의 왕자(2001~2005)'부터 '쵸콜릿 언더그라운드(2008)', '도서관 전쟁(2008)', '짐승 연주자 에린(2009)'와 같은 드라마 중심의 아니메에서 주로 활약해온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반 걱정반이군요. 각본은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의 각본부터 R.D 잠뇌조사실 등의 작품의 각본을 맡으며 시로 마사무네의 작품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는 후지사키 쥰이치가 맡았습니다. 후지사키 씨의 경우는 하마나 타카유키 감독과 짐승 연주자 에린에서 같이 작업한 전례도 있고 하니 호흡은 어느 정도 문제가 없을 듯.

이외에도 Production I.G의 간판 작화감독 고코 타카유키가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을 맡아 공각기동대에서 이어지는 사실적이고 극화적인 스타일을 선보일 것 같구요.(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드는군요. 반면, 그로 인해 캐릭터적인 매력은 요즘 아니메 층에는 어필하지 못할 듯 싶다는 예상도 됩니다.) 공각기동대 극장판 'Ghost in the Shell(1995)'과 '이노센스(2004)'에서부터 애플시드 극장판에 이르기까지 시로 마사무네의 메카닉을 아니메로 재현하는데 있어서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센스를 보여준 타케우치 아츠시가 역시 이번에도 메카닉 디자인을 맡는다고 합니다. 캐릭터와 메카닉에 있어서는 큰 이견이 없을 정도로 탁월한 선택이지 않나 싶습니다.

CG 애니메이션이지만 극장판과 같은 툰쉐이딩 기법의 CG 아니메가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일반 CG 아니메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작업량도 많고 하니 비록 짧은 분량이긴 하지만, TV 시리즈로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이래저래 스탭진 구성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압도적인 CG로 멋진 영상미를 보여주었지만 스토리에 있어서는 평이한 모습을 보이며 범작에 그친 두 편의 극장판을 능가하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줄지가 관건이 아닐까 싶군요. 감독의 전작을 볼 때 과연 박진감 넘치는 싸이버펑크 액션물을 얼마나 잘 소화해낼지도 궁금하구요. 비주얼 쪽은 큰 문제가 없이 좋은 완성도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니 관건은 역시 각본과 이를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연출에 달려있지 않을까 합니다. 뭣보다 13화라는 짧은 분량이니 만큼 컴팩트하면서도 기승전결이 잘 갖춰진 이야기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내년 봄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홈페이지도 오픈되지 않은 상황인지라 자세한 진척도나 여러가지 정보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인데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애플시드의 귀환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해야겠습니다.

☞ 출처: Appleseed XIII CG Anime Series Green-Lit for Next Spring by ANN (보러가기)
☞ 원본출처: 士郎正宗の「アップルシード」が新たにアニメ化! 『アップルシード XIII』by MyCom Journal (보러가기)

덧붙임) 포스팅한지 하루만에 홈페이지에 프리뷰 페이지가 생겼군요. 아니메 공식 이미지라기보다는 그냥 홈페이지를 위한 일러스트인 듯 싶습니다.

ⓒ 2007 Shirow Masamune / Seishinsha · EX MACHINA Film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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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의 미라클 대작전 (1976), ポールのミラクル大作戦 / Paul's Miraculous Adventure


ⓒ Tatsunoko Pro


<정보>

◈ 원작: 타츠노코 기획실
◈ 총감독: 사사가와 히로시 
◈ 각본: 토리우미 진조, 야마모토 유우 外
◈ 캐릭터 디자인: 시모모토 아키코
◈ 작화감독: 하야오 노베, 후쿠야마 마사토시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주제가: 키쿠치 슌스케 /  오오스기 쿠미코 (노래)
◈ 기획/제작: 토리우미 진조, 야나가와 시게루 / 요시다 타츠오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덕션, 후지 TV
◈ 저작권: ⓒ TATSUNOKO Pro
◈ 일자: 1976.10.03
◈ 장르: 모험, 판타지
◈ 구분/등급: TVA (50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상상력이 풍부한 소년 폴. 10살 생일을 맞이하여 부모님에게 봉제인형을 생일선물로 받는다. 생일선물에 기뻐하는 그날 밤, 갑자기 봉제 인형의 눈이 빛나더니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살아 움직이며 말까지 하는 봉제인형에게 놀라는 폴. 봉제 인형이 깨어남과 동시에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춰진다. 자신을 찌찌(파쿤)이라 소개한 인형은 함께 이상한 나라에 가지 않겠냐며 폴을 안내한다. 단짝 여자친구인 니나와 니나의 애견 삐삐(톳페)도 같이 여행에 따라나서게 된다.

찌찌가 들고 있는 뿅망치를 내리치자 공간이동이 가능한 통로가 생긴다. 통로를 통해 이상한 나라로 차원이동을 한 폴 일행들.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자 신기한 일들이 가득하다. 폴이 갖고 있는 장난감 자동차는 찌찌의 요술망치로 실제 크기의 만능 자동차로 변신하여 하늘을 날 수도 있다. 게다가 니나의 애견 삐삐는 커다란 귀로 하늘을 날 수도 있는데다가 말까지 가능하다니! 그러나 즐거운 시간도 잠시, 이상한 나라에 갑작스러운 암운이 닥친다. 바로 마왕 벨트사탄이 부활한 것이다. 2천년만에 부활한 벨트사탄은 도망치는 폴 일행에게서 니나를 납치하게 되고, 니나를 구하려 되돌아가려는 폴에게 더이상 이상한 나라에서 머물 시간이 없다며 그를 말리는 찌찌, 결국 통로가 닫히기 전에 폴 일행은 니나를 남겨둔 체 현실로 되돌아와야 했다.

이제 이상한 나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찌찌가 힘을 충전하여 다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데... 과연 폴은 다시금 이상한 나라로 돌아가 니나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소개>

타츠노코의 76년도 히트 TV 시리즈. 이상한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단골 판타지 소재에 타츠노코만의 감성과 아이디어가 더해져 멋진 판타지 모험극으로 태어났다. 찌찌의 힘에 의해 세계의 시간이 멈추고 요술 방망이를 두드려 차원의 문을 연 다음, 이상한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이 이야기는 차원이동의 시간에 제한을 두고 매회 니나를 미쳐 구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남겨둔 체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구성을 취하면서 연속극으로의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이상한 나라로 차원이동을 하는 장면은 타츠노코의 전작 '타임보칸(1975)' 시리즈의 시간여행 방식과 동일한, 당시 만화영화에서는 꽤 독특한 연출방식이라고 하겠다.

특히, 이 이야기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다채로운 아이템이 등장하게 되는데, 요요나 장난감 자동차 같은 평범한 장난감들이 찌찌의 요술방망이에 의해 환상의 무기로 변하는 설정은 다분히 판타지 히어로들의 전설적인 무기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옮겨놓은 재미있는 설정이라 하겠다. 특히, 폴의 요요인 딱부리는 당시 아이들에게 요요붐을 일으키기도. 뿐만 아니라 장난감 요정인 찌찌나 삐삐, 가련한 여주인공 역할의 니나 등은 기존의 아니메와는 다른 서양적이고 동화적인 캐릭터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었으며, 무엇보다 시리즈의 최대 보스인 벨트사탄의 압도적인 아우라는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악역의 대명사 중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조연급 악역인 버섯요정 버섯돌이(카노피)의 매력 역시 오랫동안 회자되기도.

이듬해인 77년 KBS2 TV의 전신인 TBC를 통해 '이상한 나라의 삐삐'(초기 방영시에는 파쿤의 이름이 삐삐, 톳페의 이름이 찌찌였다. 친구인 별쥐옹의 댓글로 기억이 났는데... 조연 캐릭터가 제목에 사용되면서 주인공이 뒤로 밀리는 수모를...)로 방영되었으며, 3년 뒤인 1980년 KBS를 통해 재방영되기도 한다. 한참 후인 95년과 얼마전인 2009년 SBS와 EBS를 통해 각각 방영되면서 한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은 추억의 작품이라고 하겠다. 이지혜 님이 부른 한국판 주제가는 일본 원 주제가에 비해서 오히려 멜로디 면에서는 앞서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 Tatsunoko Proⓒ Tatsunoko Pro


<참고 사이트>

[1] ポールのミラクル大作戦, Wikipedia Japan
[2] 이상한 나라의 폴, 위키피디아
[3] 이상한 나라의 폴,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ATSUNOKO Pr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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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캔디 (1976), キャンディ♥キャンディ / Candy Candy


ⓒ 水木杏子 · いがらしゆみこ · 講談社


<정보>

◈ 원작: 미즈키 쿄코(글), 이가라시 유미코(그림)
◈ 총감독: 이마자와 테츠오
◈ 감독: 시다라 히로시
◈ 각본: 유키무로 슌이치
◈ 캐릭터 디자인: 신도 미츠오
◈ 작화감독: 신도 미츠오, 모리시타 케이스케, 토미자와 카즈오 外
◈ 미술디자인: 우라타 마타지
◈ 음악/주제가: 와타나베 타케오 / 호리에 미츠코(노래)
◈ 제작사: 도에이 동화, TV 아사히
◈ 저작권: ⓒ Toei Animation (아니메) / ⓒ 水木杏子 · いがらしゆみこ · 講談社 (원작 코믹스)
◈ 일자: 1976.10.01
◈ 장르: 드라마, 로맨스, 순정
◈ 구분/등급: TVA (115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미국의 북동부에 위치한 미시간 호 근처 작은 시골마을, 고아원 '포니의 집'에 사는 밝고 명랑한 금발머리 주근깨의 소녀 캔디. 상냥하고 어른스러운 단짝 친구 애니와 함께 살아가지만, 캔디가 다섯살이 되는 날 애니는 부자집의 양녀로 입양을 가게 된다. 단짝친구와의 이별에 근처의 언덕에서 홀로 슬피 우는 캔디, 때마침 백파이프(스코틀랜드 전통악기)를 맨 금발의 소년이 나타나 캔디에게 말은 건넨다. '꼬마 아가씨는 우는 얼굴보다 웃는 얼굴이 더 예뻐'. 펜던트를 떨어뜨리고(다섯살 짜리를 유혹했나 보다) 가는 소년. 캔디는 소년을 '언덕 위의 왕자님'이라 부르며 기억 속에 고이 간직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12살이 된 캔디는 레이크우드의 라건 가의 영애 이라이저의 말동무로 들어가게 된다. 이라이저 남매에게 온갖 학대를 받는 캔디.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캔디가 어느 장미정원에서 울고 있을 때, 먼옛날 언덕 위의 왕자님과 닮은 소년이 나타나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꼬마 아가씨는 우는 얼굴보다 웃는 얼굴이 더 예뻐'.

소년이 떠난 장미정원의 문에는 저 옛날 왕자님의 떨어뜨린 펜던트에 새겨진 것과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언덕 위의 왕자님을 이상으로 꿈꾸며 살아가던 소녀 캔디에 나타난 왕자님과 꼭 빼닮은 소년. 소년은 과연 누구이며, 언덕 위의 왕자님과 소년은 어떤 관계일까. (한국판 위키피디아 참조)


<소개>

미즈키 쿄코(팬네임) 원작, 이가라시 유미코 그림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도에이 동화의 순정 아니메. 순정 아니메로서는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하며,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이후 순정만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젠틀하고 부드러운 꽃미남 안소니와 야성적이고 터프한 매력남 테리우스, 그리고 긍정적이고 의지가 강한 억척소녀 캔디라는 공식은 순정 아니메를 넘어 다양한 장르의 아니메와 트렌디 드라마에서 변주된 모습으로 표현된다.

언뜻 보기에는 한 소녀의 꿈과 역경, 그리고 사랑을 담은 통속 멜로 드라마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강한 의지를 지닌 고아 소녀의 일생을 이야기한 휴먼 드라마의 성격이 강하며, 거기에 캔디가 어린 시절 만났던 언덕 위의 왕자님을 미스테리한 이야기로 포장하여 라스트에 그 모든 것이 밝혀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 언덕 위의 왕자님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라고 할 수 있는데, 어린 시절의 이상향을 동경하며 자란 소녀가 인생의 역경을 거쳐 어느덧 한 명의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나 그 이상향과 다시 조우한다는 성장과 깨달음이라는 테마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순정만화로서 꽤나 깊이 있는 스토리 텔링과 드라마를 보여준 작품인 것이다.

드라마적인 매력도 훌륭하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 부드럽고 상냥한 모든 여성의 이상형이라 할 수 있는 금발의 소년 안쏘니와, 이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터프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테리우스라는 두 남성 캐릭터의 구축은 지금에 와서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캐릭터 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제는 긍정적이고 강한 의지를 가진 억척스러운 여성의 대명사로 불리게 되는 캔디도 그렇지만, 캔디를 괴롭히는 악의 대명사 이라이저와 닐 역시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 밖에 알버트, 스테아, 아치, 애니, 패티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서로의 엇갈리는 감정선과 나름의 드라마를 선사하는 등, 캐릭터와 드라마의 조화는 실로 뛰어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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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순정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묘사하며 로컬라이징에 성공한 작품의 분위기와, 인물 간의 드라마틱한 전개로 인해 어떤 면에서는 당시 닛폰 애니메이션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의 느낌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은데, 애초부터 도에이 동화가 세계명작동화를 원작으로 한 만화영화를 만들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핵심 스텝들의 고향인 것을 감안하면 캔디와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어떤 면에서 같은 피(작품색)를 나눈 형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한국에서는 77년과 83년에 연이어 방송하여 일본에 못지 않은 대단한 인기를 끌게 된다. 순정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아이들도 즐겨볼 정도 였으니 그 드라마적 완성도와 재미는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일설에는 유럽 등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프랑스의 경우에는 유럽과 미국의 스타일을 너무도 완벽히 이식한 모습으로 인해 자국의 애니메이션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1] 참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호리에 미츠코의 주제가는 국내에서 당시 인기가수 혜은이에 의해 번안되어 불려졌는데, 개인적으로는 톡톡거리는 호리에의 노래보다는 애절함이 녹아 있는 혜은이의 노래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81년에는 국내에서 실사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는데(명절날 특집영화로도 제법 많이 방송), 당시 사회분위기에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확인되어진 한국 최초의 일본만화 원작 실사영화라고 할 수 있다. ([4]참조. 개인적으로 동시상영 형태로 현재는 기억이 안나는 극장 만화영화와 함께 보았던 걸로 기억. 실제 목적이었던 본편 만화영화는 잊어버렸는데, 동시상영한 이 영화는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니 신기하다. 영화 자체는 뭐랄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국내 모 TV 프로의 외국인 재연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캔디 캔디는 만화영화와 영화, 드라마, 연극, 코믹스, 소설, 캐릭터 상품 등 다채로운 방향으로 미디어 믹스 되었지만, 95년 촉발된 미츠키 쿄코와 이가라시 유미코 간의 저작권 분쟁으로 인해 수년간 법적 분쟁을 벌여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저작권은 원저작자인 미츠키 쿄코에게로 돌아가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이가라시 유미코가 독자적으로 벌여온 여러가지 미디어 믹스 사업들이 무산되면서, 코믹스나 DVD의 재발간이나 애니메이션의 재방송과 같은 모든 캔디 캔디 관련 비즈니스들이 중지된 상태이다. 이가라시 유미코가 그린 캔디는 앞으로 볼 가능성이 거의 없을 듯 싶으며, 오로지 미츠키 쿄코의 소설만으로 캔디를 접할 수 있다.

ⓒ 水木杏子 · いがらしゆみこ · 講談社



<참고 사이트>

[1] キャンディ・キャンディ, Wikipeida Japan
[2] Candy Candy, Wikipeida
[3] Candy Candy(TV), Anime News Network
[4] 캔디 캔디, 위키피디아
[5] 캔디 캔디, 베스트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水木杏子·いがらしゆみこ·講談社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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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태권 브이 (1976)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제작: 유현목
◈ 각본: 지상학
◈ 기획: 김일환
◈ 원화: 임정규 外
◈ 촬영: 김복동
◈ 효과: 김벌레
◈ 배경: 오응환
◈ 음악/주제가: 최창권 / 최호섭 (최창권 음악감독의 아들)
◈ 제작: 서울동화, 유프로덕션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6.07.24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세계적인 로봇 권위자로 김박사의 동료이기도 했던 카프 박사는 왜소하고 못생긴 외모 때문에 뛰어난 두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게 멸시와 천대를 받아왔다. 세계 물리학자 모임에서 망신을 당한 카프 박사는 외모 지상주의(?)의 세계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맹세하며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로부터 수년 뒤, 각종 격투기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과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납치되는 의문의 실종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세계 태권도 대회에 출전했던 김박사의 아들 훈이의 결승전상대 리챠드 쇼도 그 중 하나. 이 일련의 사건에 과거 자신의 동료인 카프 박사가 연루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김박사는 의심하게 된다. 때마침 붉은제국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이들 실종사건의 배후에 있음이 알려지게 된다. 지구 정복을 꿈꾸는 붉은 제국은 과연 카프 박사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한편, 김박사는 강력한 거대 로봇 태권브이의 완성을 서두르려 하고 있다. 김박사가 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카프 박사의 딸이라며 메리라는 소녀가 찾아오게 된다. 그녀에 말에 의하면, 카프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인조인간 말콤의 손에 살해당하고 지금 말콤이 붉은제국을 이끌고 있다는 것. 김박사는 메리를 거둬들이게 되지만, 동료 윤박사의 딸인 훈이의 여자 친구 영희는 훈과 가까워지는 메리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실상 그녀의 정체는 붉은 제국의 스파이이자 사이보그. 훈과 영희에 의해 정체가 들통난 메리는 탈출에 성공한 후, 붉은제국 군대를 이끌고 태권브이의 설계도를 탈취하기 위해 기습을 시도한다. 격투 끝에 훈이들은 붉은제국의 부하들을 물리치지만, 김박사가 그만 적에게 치명상을 입고 만다.

오열하는 훈이를 향해 최후의 힘을 다해 태권브이의 완성을 알려주고 숨을 거두는 김박사. 마침내, 태권브이가 붉은제국의 야욕에 맞서 일어설 때가 되었다.


<소개>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1967)', 그리고 후속작인 '호피와 차돌바위(1967)' 이후로 다시 암흑기에 접어든 한국 만화영화의 부흥을 일으킨, 한국 만화영화의 최대 히트작이자 대표 아이콘. 로봇 만화영화의 종주국인 일본 외에 유일하게 거대로봇 장르에 도전한 한국의 첫 SF 로봇 만화영화로서, 서울에서만 동원관객 약 13만명이라는 당시로서는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하면서 실사영화를 제치고 76년도 흥행순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통하게 된다. 만화영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전무한, 아니 대중 문화 전반에 있어서 아직 초보단계에 있던 70년대의 한국 사회에 있어서 이 현상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마치 '우주전함 야마토(1974)'와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1981)'이 일본 사회에 강렬한 충격을 안겨준 것과 대동소이한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태권 브이는 로봇 만화영화에 있어서 최초로 전문적인 격투기 기술을 선보인 로봇으로서, 인간과 거의 흡사한 동작으로 태권도를 구사하여 한국적인 로봇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특히, 일부 작화에 있어서 로토스코핑 기법(실사촬영 후 이를 베이스로 그림을 그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합성하는 기법)을 활용하여 섬세하고 다이나믹한 태권도 동작을 구현해 내었으며, 짧은 제작기간과 영세한 제작비에 의해 뱅크샷이 여러번 사용되는 아쉬움 속에서도 주요 장면에서는 풀 애니메이션에 근접한 작화기술을 보여주며 어떤 면에서는 리미티드 기법의 일본 로봇 아니메를 능가하는 컷들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것은 일본 만화영화 기법과 미국 만화영화 기법이 뒤섞인 한국 만화영화만의 스타일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태권브이의 태권 동작을 구현해내기 위해 직접 훈이의 정신이 태권브이와 연결되는 설정 역시 로봇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진일보한 설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아니메에서 발기술과 같은 섬세한 무술동작을 거대한 로봇이 해내는 것은 그로부터 2년 뒤 '투장 다이모스(1978)'에서 였다.)

줄거리에 있어서는 못생긴 외모로 인해 세상을 증오하게 되는 카프 박사나 사이보그로서 자신의 적인 주인공 훈을 사랑하게 되는 메리 등, 드라마틱한 인간관계가 강조된 작품이다. 특히, 태권 브이가 시리즈 중반 이후에나 출격하는 전개임에도 당시 아동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밀도 있는 스토리와 극적인 전개로 인해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잘 안배된 구성을 보여주었다. 음악에 있어서도 최창권 음악감독이 만들고 그의 어린 아들 최호섭이 직접 부른 주제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으니, 만화영화 뿐만 아니라 만화영화 최초의 OST라는 의의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만화영화의 큰 족적과 함께 새로운 앞날을 제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태권 브이는 그 밝은 면 만큼이나 어두운 부분 또한 공존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30년이 넘은 지금에서도 태권브이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마징가 Z의 표절작이라는 꼬리표이다. 거대로봇 장르는 일본 만화영화 밖에 없던 시절(물론, 지금도 거의 그렇지만)에 만화영화 후진국인 한국이 로봇 만화영화를 만든다면 어쩔 수 없이 그 레퍼런스는 일본 만화영화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의 일본 로봇 만화영화는 '마징가 Z(1972)', '그레이트 마징가(1974)', '겟타로보(1974)', 'UFO로봇 그렌다이저(1975)', '강철 지그(1975)'와 같이 다이나믹 프로와 나가이 고의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거의 같은 디자인 컨셉(겟타로보나 강철 지그는 좀 다르지만)을 가진 이 작품들의 로봇 디자인을 참고하면서 벌어진 표절 혹은 도용의 문제는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상상력의 빈곤과 역량의 부족'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76년도에는 '대공마룡 가이킹(1976)'이나 '초전자로보 배틀러 V(1976)'와 같은 비 다이나믹 계열의 작품도 등장하지만 제작 시점으로 보았을 때, 태권 브이 제작진이 참고할 수 있는 것은 마징가 류의 작품들 뿐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작품의 가제도 '마징가 태권'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으로 치면 말도 안될 이 타이틀 역시 의도적인 표절이라기 보다는 (접착용 메모지를 '포스트 잇'이라는 3M의 브랜드명으로 무의식적으로 부르는 것처럼) 당시 로봇하면 무조건 마징가라고 생각했던 시대적 문제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것이 마징가 표절의 결정적인 증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표절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작품에 표절작의 이름을 거는 것도 넌센스는 아닐까. 물론 이것은 그만큼 표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뜻도 되겠지만 말이다. 결국, 이러한 상상력의 빈곤과 역량의 부족은 후일 태권 브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기도 하였으며, 표절에 대한 절대적인 의식 부족은 국내 만화영화 시장의 계속되는 고전 속에서 피치못할 표절에서 의도적인 표절로 서서히 그 모양새를 바꾸어가게 된다.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깡통로봇이라는 캐릭터의 등장 역시 고철 등을 사용해 만들어진 마징가 Z의 사이드 킥(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옳은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하여튼) 보스보롯트의 설정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태권 브이를 개발하고 살해당하는 훈의 아버지 김박사나 김박사의 친구로 태권브이의 광자력 빔 발사장치를 개발하는 윤박사와 그의 딸 영희 등 캐릭터의 설정은 마징가 Z와 한치도 어긋남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극중 윤박사는 마징가 Z의 등장인물인 유미 교수의 한국방영시 이름 윤박사와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권브이는 마징가 Z, 그것도 한국방영판 마징가 Z를 참조했다는 이야기가 되려나.) 이쯤되면 훈이, 영희, 철이라는 지금으로서는 너무도 뻔한 네이밍 센스는 제작진의 상상력 부족을 탓하기 보다는 당시의 열악한 사회 분위기 속에 만들어진 웃지못할 에피소드로 봐줘야 될 듯도 싶다. (당시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교과서에 최초로 등장하는 이름이 철이와 영희였던 걸로 기억된다.)

인트로씬에 등장하는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 그리고 동물들의 일상묘사와 중간에 등장하는 메리와 훈이의 뮤지컬스러운 상상씬 역시 디즈니 만화영화의 일부 시퀀스와 같다며 후대에 이의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이 부분은 디즈니 만화영화가 당시 모든 아동만화영화의 바로미터였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데즈카 오사무조차 자신의 연출작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스 존(1980)'에서 이와 거의 유사한 씬을 뜬금없이 작품 중간중간에 끼워넣어 주시고 있다. 이 디즈니적 센스는 작품을 가리지 않고 80년대 초반까지 한국 극장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씬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 브이가 후세에 부끄러운 오점만으로 남을 수 없는 이유는, 당시의 제작 여건상의 한계와 함께 문화적 인식 부족이라는 70년대의 사회적 현실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징가 Z는 75년 9월 한국에서 방영되어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데, 마징가 Z가 한국에서 종영한 76년 2월부터 불과 5개월 만에 태권브이가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극장을 찾은 그 어떤 어린이의 부모들도, 하물며 언론들까지 로봇의 표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것은 창작자든 일반인이든 간에 표절(혹은 도용)에 대한 당시의 절대적인 인식 부족을 의미하는 하나의 사례이다.

일본 문화 자체가 국내에 유입되는 것이 금지된 당시의 폐쇄적인 상황과 만화영화를 유해한 것으로 인식하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마징가 Z 방영으로부터 불과 1년도 체 안되는 시간 안에 거대로봇물의 노하우가 전무한 스텝들, 그것도 일본 만화영화보다 더 영세한 인력구조(태권브이에 참여한 스탭 수는 약 60명) 안에서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줘야할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하면, 로봇 디자인과 일부 컨셉의 표절 혹은 도용이라는 결과로 인하여 불모지에서 우리만의 만화영화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스텝들의 의도와 노력과 같은 과정을 인정하지 않은 체 이 작품을 폄훼하는 것은, 한국 고유의 로봇물이라는 이유와 추억만으로 이 작품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편향적인 생각은 아닐까.

작품의 표절과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 만화영화史의 어두운 면은 반성하되, 불모지에서 우리만의 만화영화를 키우고자 했던 애니메이터들의 노고와 좌절, 그리고 작품의 의의에 대해서는 인정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로보트 태권 브이 2탄 우주작전 (1976)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각본: 조항리
◈ 원화: 임정규, 김주인 外
◈ 효과: 김벌레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6.12.1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태권 브이는 1편이 개봉된 7월부터 불과 5개월 만에 속편을 발표하게 된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5개월만에 극장 만화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만화영화 선진국인 미국이나, (당시 만화영화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던) 일본에서조차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놀라운 제작속도는 한국 만화영화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라기보다는, 겨울방학 특수를 노린 스폰서의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를 오로지 태권 브이 하나만 믿고 달려온 스탭들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하면서 생긴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영세한 제작비와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 나온 것임을 감안할 때 작화의 완성도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로 인해 많은 정성을 요하는 전투 장면에서는 뱅크 샷이 계속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었지만, 태권 브이의 영상미는 당시의 열악한 제작여건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준이었다. 또한, 전편에 이어 SF 로봇 만화영화에 디즈니적 시퀀스나 동화적 감성을 대입하였는데, 2편의 악의 축인 녹의 여왕의 설정이 마치 디즈니 동화의 마법사 여왕처럼 보이거나, 팅커벨 같은 요정의 모습으로 부활한 메리가 클라이막스에서 사람으로 환생하는 장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설정들은 디즈니의 하청작업 등을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그저 관성적으로 대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덕분에 1편에 이어 로봇 만화영화라는 아니메적 스타일과, 판타지 동화라는 디즈니적 스타일이 혼재하는 독특한 느낌의 로봇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작은 요정 캐릭터가 로봇물에 등장하는 설정은 일본의 로봇 아니메 '성전사 단바인(1983)'이나 '중전기 엘가임(1984)'에 등장하는 '화우'라는 요정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작품의 요정 소녀와  태권브이의 메리와의 상관 관계는 전무하다.)

☞ 속편열전: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 - 사라진 태권 브이의 전설을 찾아서 by 페니웨이 (바로가기)


로보트 태권 브이 3탄 수중특공대 (1977)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총지휘: 전태규
◈ 제작: 유현목
◈ 각본/구성: 지상학 / 조항리
◈ 기획: 김춘범
◈ 원화: 김주인 外
◈ 효과: 김벌레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7.07.2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3편 역시 2편의 방영으로부터 불과 7개월만에 상영을 시작하게 된다. 방학특수를 노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러한 제작방식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존재하게 되는데, 바로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기획단계를 거쳐 각본, 설정, 디자인 등을 수립하고 색채설정과 콘티에 이르는 만화영화 제작의 사전작업을 의미)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애니메이터들과 몇몇 뜻있는 이들에 의해 한국의 SF 만화영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태권브이였지만, 메카닉 디자인이나 캐릭터 디자인을 위한 절대적인 역량과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편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자 태권브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외면한 체, 계속적인 수익의 창출을 위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연속으로 속편을 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참가한 스탭들의 탓이라기보다는 프리프로덕션에 대한 개념이 전무한 상황에서 스폰서나 극장 측에서 개봉일정을 잡고, 그 때까지 작품을 완성하지 않으면 상영이 곤란해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기인하고 있다.(또는, 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제작진 스스로가 무리를 자처했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어찌되었건 두 입장 모두 돈이라는 문제에 직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초에 새롭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위해 신경을 쓸 여력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어떻게든 작품을 완성시키고 흥행에 성공하다보면 나중에는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된 좀 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미래를 꿈꾸며 스탭들 대부분이 묵묵히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디며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화 작업과 동화 채색, 촬영과 녹음 같은 실제 제작 작업만으로도 벅찬 시기에 디자인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방법은 이미 검증된 일본 만화영화 디자인의 표절이나 일부 도용 외에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제작된 태권브이 3편은 개봉과정에서 또다른 복병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1, 2편에서 원화를 담당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던 임정규가 삼도필름으로 자리를 옮겨 제작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였다. 거의 반년 단위의 살인적 제작 스케줄 속에 창작의 추진력을 잃어버린 3탄과 임정규 감독의 지휘하에 한국식 히어로 액션물을 표방한 마루치 아라치와의 대결은 결국 마루치 아라치의 판정승으로 끝나게 되고, 태권 브이의 비상은 3탄에서 멈춘 체 잠시 동안의 숨고르기에 들어가게 된다. 


로보트 태권 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 (1978)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 김청기
◈ 각본: 조항리
◈ 기획: 김상호
◈ 제작: 박상호
◈ 촬영: 이성휘
◈ 효과: 김벌레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78.07.26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77년 여름 마루치 아라치와의 대결에서 패한 김청기 감독은 역시 이듬해인 1월 방학 시기에 맞추어 태권브이가 아닌, 히어로 액션물 '황금날개 1,2,3(1978)'을 개봉시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다. 고무된 스탭진은 같은 해 여름 바로 황금날개 1,2,3과 로보트 태권브이를 한 작품에 등장시키는 크로스오버 작품 '로보트 태권 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1978)'을 개봉시키게 되는데, 이것은 도에이 동화가 선보인 일련의 마징가 군단의 크로스오버 작품과 같은 기획의도를 갖고 있었다. 히트작의 주인공과 그 주역메카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당시의 아이들에게는 실로 흥분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여기서도 역시 고질적인 디자인 표절의 문제는 꺼지지 않고 등장하게 되는데, 이미 마징가의 디자인을 도용한 태권 브이와 함께, '마그네로보 가킨(1976)'의 이미지와 흡사한 황금날개 3호 청동거인, 그리고 '신조인간 캐산(1973)'의 캐산과 가킨의 주인공 호죠 타케루의 전투복을 믹스매치한 황금날개 1호, 마지막으로 '바벨 2세(1973)'의 퓨마형 로봇 로뎀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황금날개 2호 등 온갖 아니메의 설정이 골고루 차용된 황금날개의 모습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황금날개 1,2,3은 바벨 2세를 모티브로 삼아 여러 아니메의 다양한 디자인을 가져다가 혼합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디자인 도용 혹은 표절에 가까운 모양새이지만, 반년 정도의 제작기간과 프리프로덕션이 전무한 상황에서 하나의 작품의 디자인을 도용하는 것이 아닌, 여러 작품의 디자인을 가져와 혼합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제작진의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조금 더 탄력을 받았더라면 어쩌면 몇 작품 뒤에는 보다 더 오리지널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는 여력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79년의 12.12 사태 80년의 5.18 사태를 거치며 사회적 분위기는 급속히 냉랭해졌고, 이러한 대외적 여건 속에 만화영화 역시 정부의 지시에 의한 반공 만화영화 만들기라는, 정부의 선전용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3] 참조)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 (1979)

<정보>

◈ 감독: 송정률
◈ 기획: 정태규
◈ 각본: 지상학
◈ 제작: 유현목, 송재홍
◈ 효과: 손효신
◈ 저작권: ⓒ MBC 영상사업단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포스터부터 우주전함 야마토의 잔재가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태권 브이의 후속작이나 스핀오프는 아니다. 지구의 오염을 구하기 위해 탈레스 별로 떠난 우주전함들이 정체불명의 공격으로 연이어 실패하자 우주전함 거북선이 못다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시놉시스 역시 야마토의 이야기와 대동소이하다. 포스터부터 스토리 구조까지 작품의 이야기는 야마토의 그것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의 백미는 스토리나 영상미가 아닌 클라이막스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주전함의 부품으로 사용된 태권브이가 극적인 순간에 우주선에서 사출되어 태권브이로 합체된다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태권브이의 등장에 당시의 극장 안은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가득차게 된다.(물론, 엘로스도 그 중 하나였다) 한국 만화영화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슈퍼 태권 브이 (1982)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각본: 조항리
◈ 기획: 김춘범
◈ 배경: 강세건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뽀빠이과학 (협찬)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82.07.3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5공화국 정부의 주도에 의해 똘이 대장군과 같은 반공 만화영화 제작에 몰두하던 김청기 감독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금 SF 로봇만화영화를 부활시키고 싶었지만, 벌어들인 제작비를 다시 차기작에 올인하고 다시 벌어들인 제작비를 차기작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태권브이를 제작할 여력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시피 했다. 특히, 70년대보다 훨씬 더 벌어진 일본 만화영화와의 격차와 일본산 TV 만화영화의 국내 지상파 방영은 아이들로 하여금 한국의 극장 만화영화를 멀리 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제작 스케줄 속에 프리프로덕션과 같은 필수적인 작업을 등한시하며 기획력을 상실한 한국 만화영화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열심히만 한다고 알아주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즈음 완구회사인 뽀빠이 과학이 김청기 감독에게 달콤한 제안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 수입한 로봇 완구를 프로모션해야 하는데, 태권브이의 제작비를 지원할테니 태권브이의 디자인을 수입한 로봇완구와 같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SF 만화영화의 부흥을 꿈꾸던 김청기 감독에게 이 제안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결국 이 완구를 기반으로 하여 제작된 4번째 정통 시리즈이자 태권브이 멸망의 전조를 알린 작품이 바로 슈퍼 태권브이였다. (김청기 감독이 먼저 뽀빠이 과학에게 태권브이의 스폰서를 요청했을 수도 있다. 누가 먼저가 되었건 이 완구를 태권브이의 디자인에 사용한 것은 비즈니스적인 결정이었다고 보여진다.)

당시 만화영화를 만들 제작비가 부족했던 김청기 감독은 뽀빠이 과학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기에 이르른다. 애니메이션 제작비를 전액 뽀빠이 과학이 지원해주는 대신 뽀빠이 과학의 완구로서 태권 브이를 판매하자는 것. 그 직전에 일본의 완구회사를 방문하여 스폰서인 완구 회사가 로봇을 디자인하고 그에 따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일본 로봇 아니메의 제작현장을 목격하며 큰 인상을 받았던 당시 뽀빠이 과학의 신현환 사장은 이 제안에 응하여 태권 브이의 완구제작에 착수하지만, 독자적인 금형과 캐릭터를 갖추지 못한 당시 한국 완구업계의 상황과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지했던 당시의 인식 속에 뽀빠이 과학은 일본의 한 로봇완구의 금형을 들여와 여기에 태권브이의 얼굴을 붙여 로봇 완구를 제작하게 되고, 바로 이 로봇 디자인을 토대로 김청기 감독은 작품을 제작하게 되니, 이것이 태권브이의 4번째 정통 시리즈이자 태권브이 멸망의 전조를 알린 슈퍼 태권브이였다. (애초에 썼던 부분이 일부 사실과 다른 관계로 꾸브와제님의 포스팅을 참고로 다시 수정합니다.)

☞ 뽀빠이 과학, 한국 애니메이션 장난감의 첫발을 쏘아 올리다 by 꾸브와제, 테마파크 파라다이스 (바로가기)

태권브이의 원조가 된 로봇 완구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82년작 '전투메카 자붕글(1982)'의 주력 메카 자붕글이었다. 국내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다시피한 이 작품의 완구와 태권브이와의 결합을 생각하면서 시작된 이 작품은, 태권브이 뿐만 아니라 상대편 메카에 앗가이나 구프와 같은 퍼스트 건담의 모빌슈트부터 자붕글의 거대 이동로봇 요새인 아이언 기어가 여과없이 등장하는 등, 70년대에 비해 한발짝도 나아지지 않은 한국 만화영화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1편의 로토스코핑 기법이나 풀 애니메이션에 근접했던 일부 움직임이 모두 사라진 태권브이는 말그대로 우스꽝스러운 탈을 쓴 광대에 불과했으며, 그나마의 창의성마저 사라진 기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건담류의 메카를 도용한 모습은 왠지 김청기 감독의 직전년도 작품 '혹성로봇 썬더에이(1981)'에서 이어져 온 듯 싶다. 즉, 김청기 감독도 당시에 건담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70년대에 태권브이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일본 만화영화를 TV와 무판권 설정집으로 접하면서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일부는 태권브이의 표절사실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이상 태권브이에 열광하지 않는 아이들을 향한 태권브이의 처절한 몸부림은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게 된다.


84 로보트 태권 브이 (1984)

ⓒ (주)로보트 태권브이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기획: 김춘범
◈ 각본/각색: 양정기/조항리
◈ 작화감독: 김주인
◈ 배경: 강세건
◈ 음악: 최창권
◈ 제작: 서울동화, 뽀빠이과학 (협찬)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84.08.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2년 뒤 다시금 뽀빠이 과학과 김청기 감독의 밀월이 시작되었다. 이것으로 보아 당시 슈퍼 태권브이로 인한 뽀빠이 과학의 매출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태권브이 얼굴을 한 자붕글 완구는 엘로스도 샀던 기억이 난다. 그전 또는 그후에는 원래 얼굴을 한 동일한 자붕글 완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번에 제안한 프로모션용 로봇 완구는 이전까지와는 좀 다른 물건이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니메가 오리지널이 아닌 완구 자체가 오리지널인 일본 완구업체 타카라의 브랜드 '다이아아크론'이었던 것이다.

☞ 트랜스포머의 원조 '다이아크론'을 아십니까 by 무희, 무희의 주절주절 포스 (보러가기)
☞ 트랜스포머: 하스브로 + 타카라 이야기 by 워드나, 워드나의 던전 (보러가기)

다이아크론 브랜드의 한 제품인 3단 합체 다이아배틀스를 수입한 뽀빠이 과학은 역시 전처럼 태권브이의 머리만을 교체하여 만화영화로 인한 매출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러한 기획의도 속에 탄생한 작품이 바로 태권브이 최후의 애니메이션 판인 '84 태권브이'가 되겠다. 로봇 만화영화의 스폰서가 로봇 완구업체이고 스폰서가 만든 완구의 판매를 위해 만화영화는 극중 로봇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게 최대한 멋진 액션을 선보이는 것은 당시 로봇 만화영화의 기본 공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남의 제품을 수입해서 허가없이 제품을 수정한 뒤, 이것을 홍보하기 위한 만화영화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80년대에 있어서도 인식의 진전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겠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권브이의 디자인에 이전보다 좀 더 독자적인 스타일이 더해진다. 당시의 투박한 금형기술로 만들어진 다이아배틀스 완구(물론, 당시에는 기가 막힌 완성도였다. 역시 이것도 오리지널 완구와 태권브이 머리가 달린 제품을 모두 구입했던 기억이...)는 아무래도 그대로 만화영화에 이식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었고, 그로 인해 3단 변신이라는 컨셉 외에는 거의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이 적용되어 이제까지의 태권브이 중에서는 오히려 가장 독창적인 디자인의 메카로 거듭나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디자인은 시대에 뒤쳐지거나 디테일이 부족했으며, 분리합체 메커니즘은 조악한 수준이었다. 등에 달린 날개의 경우는 희한하게도 모티브가 된 다이아배틀스보다는 전작인 슈퍼태권브이의 오리지널 자붕글의 날개와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표절 또는 도용의 흔적은 완벽히 지워지지 않았다. 극중 악역으로 등장하는 훈의 친구인 현의 사이보그 모습은 '우주해적 코브라(1982)'에 등장하는 해적 길드의 보스 크리스탈 보이의 디자인의 완벽한 표절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전작인 슈퍼 태권브이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콘티의 엉성함은 76년도 원작의 명성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이러한 악재 속에 마침내 태권브이의 시계는 84년을 끝으로 멈추고 말았으며, 결국 '스페이스 간담 브이(1984)'라는 희대의 괴작을 만들어내며 스스로의 명성을 허물기 시작(이전까지 작품의 메카디자인 표절했음에도 디자인에 여러가지 다른 시도를 하려한 흔적이 있다면, 스페이스 간담 브이는 완벽하게 발키리를 그대로 표절한 작품)한 김청기 감독은 85년작인 '똘이와 제타로보트(1985)'를 끝으로 만화영화의 제작에 손을 띄게 된다.


로보트 태권 브이 90 (1990)

<정보>

◈ 감독/제작: 김청기
◈ 각본: 조항리, 채동근
◈ 기획: 김춘범
◈ 촬영: 정운교
◈ 음악/주제가: 남우영 / 김흥국
◈ 출연: 이승형, 강민경, 남궁원, 장덕수, 이재은 外
◈ 저작권: ⓒ (주)로보트 태권브이
◈ 일자: 1990.07.28
◈ 장르: SF, 로봇, 액션, 특촬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만화영화에서 물러난 후에도 인기개그맨 심형래와 특촬 히어로물을 결합시킨 우뢰매 시리즈로 여전히 활발한 창작활동(이 시기에 김청기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한 획(?)을 긋게 되는 박중훈 주연의 초괴작 '바이오맨(1988)'을 연출하기도 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B급 감독의 포스가 느껴지고 있었다.)을 벌이던 김청기 감독은 돌연 90년, 오랜세월 동안 동면에 들어간 태권브이를 소재로 다시금 작품을 만들게 된다. 당시의 한국 극장 만화영화 시장은 완전히 사장된 체로 기나긴 잠에 빠진 뒤였다. 이 즈음에 다시 부활한 태권브이의 소식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 섞인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뚜껑을 연 태권브이는 한가닥의 기대는 커녕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게 하는 괴작의 모습이었다. 그동안 저예산의 특촬물을 촬영하면서 쌓은 김 감독의 노하우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합성이라는 독특한 제작방식을 선보인 이 태권브이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였다. 캐스팅 파워가 떨어지는 상태에서 엉성한 연기와 열악한 특수효과는 오히려 작품의 독이 되었고, 만화영화 씬에 등장하는 태권브이는 디자인에 있어서 여러 고심을 한 흔적에도 불구하고, 실사부분의 낮은 완성도에 맞물려 큰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이 작품은 과거 태권브이를 기억하는 청장년 세대에게도, 우뢰매를 보면서 커온 당시의 어린이들에게도 모두 인정받지 못하며 철저하게 외면받은 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김청기 감독 역시 이후로 계속 우뢰매 시리즈를 통해 근근히 창작활동을 병행하게 되지만, 과거 한국 만화영화계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던 인재는 B급 특촬물의 제작 속에 어느덧 과거의 명성과 총기를 잃고 서서히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기 시작한다.

☞ 괴작열전: 로보트 태권브이90 by 페니웨이,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로보트 태권브이, 위키피디아
[2] 로보트 태권브이, 네이버영화
[3] 한국만화영화40년사① 뿌리내리지 못한 나무, 캡슐 블로그
[4] 태권V, 엔하위키 미러
[5] 로보트 태권브이, 화려한 등장과 몰락까지 by Mullu, NEOSTAR.NET 
[6] 로버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 by 디제, 오리지널 태권V의 마지막 출연작,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
[7]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최고의 반전을 선사하다 by 페니웨이,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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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Tatsunoko Pro. / 鴉 - KARAS 製作委員會


<스탭>

◈ 감독: 사토 케이이치
◈ 원작: 사토 케이이치
◈ 제작: 타츠노코 프로


<시놉시스> 

세상의 도시들은 긴 세월동안 정령 유리네와 그의 전사 카라스에 의해 지켜지고 있었다. 요괴들의 세상과 인간 세상을 이어가며 양쪽의 질서를 지키는 수호자 카라스 중 한 명인 혼슈인 에코는 요괴와 그들의 세상을 잊고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분노, 스스로의 의지로 유리네를 배반하고 기계화된 요괴들과 함께 인간세상을 뒤엎을 음모를 꾸미게 된다. 최강의 카라스인 에코를 막으려 여러 카라스들이 도전하지만 그의 압도적인 힘 앞에 차례로 쓰러지고... 에코의 음모를 막고 인간세상과 요괴세상 모두의 질서를 되찾을 새로운 카라스는 과연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타츠노코 프로 40년 노하우와 사토 케이이치 감성 디자인의 만남

'학닌자대 갓챠맨(1972)'와 '신조인간 캐산(1973)', '타임보칸(1975)' 등으로 일본 최대의 아니메 스튜디오 도에이 동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70년대를 수놓은 타츠노코 프로덕션(일본식으로는 줄여서 타츠노코 프로). 타츠노코는 아니메에 5인 전대물의 공식을 대입하는 등 히어로 액션물에서 발군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히어로물의 본가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비단 히어로물의 본가라는 명성 외에도 코믹스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지 않고 자신만의 오리지널 아니메로 승부를 걸어 여러 명작을 탄생시킨 제작사로도 정평이 나있습니다. 히어로물 외에도 '마하 고고(1967)', '개구리 왕눈이(1973)'이라든지 '이상한 나라의 폴(1976)' 등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만들어낸 아니메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죠.

비록 지금은 그 위세가 예전같지 못하다고 하지만, 토리우미 히사유키(에어리어 88 감독), 아마노 요시타카(천재 캐릭터 디자이너, 뱀파이어 헌터 D,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캐릭터 디자인), 코가와 토모노리(전설거신 이데온, 성전사 단바인 등의 캐릭터 디자인. 스튜디오 비보의 창립자로 기타즈메 히로유키, 온다 나오유키의 스승), 오카와라 쿠니오(아니메 1세대 메카닉 디자이너. 기동전사 건담의 메카닉 디자인), 오시이 마모루(아니메의 철학자. 패트레이버, 공각기동대 등 연출), 타카다 아케미(일본 최고의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 중 한명. 마법천사 크리미마미, 오렌지로드의 캐릭터 디자인) 등 기라성 같은 애니메이터들을 키워냈으며, 타츠노코에서 분사한 Production I.G는 현재에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걸작 아니메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해내는 명 제작사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카라스는 바로 이러한 전설적인 아니메 제작사 타츠노코가 자사설립 40주년(설립 1962년)을 기념하여 2005년부터 출시한 6부작 OVA로, 타츠노코의 트레이드 마크인 히어로 액션물을 기본으로 하여 특촬물과 호러물을 적절히 조합한 다크 히어로 판타지 액션 아니메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겟타로보호(1991)', '자이언트 로보(1992)'부터 'BIG O(1999)', '마징카이저(2001)' 등 레트로 퓨처 풍의 로봇 아니메에서 디자인을 맡으며 활약해온 사토 케이이치의 첫 연출작으로, 특유의 스타일리쉬함으로 멋진 액션 비주얼을 선보이게 됩니다. 사토 케이이치는 로봇물 외에도 '백수전대 가오렌쟈(2001)', '인풍전대 허리켄쟈(2002)', '폭룡전대 아바렌쟈(2003)' 등의 특촬물에서도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왔으며, 타츠노코가 제작한 다크히어로 액션물 '소울테이커(2001)'에서 크리쳐 디자인을 맡으며, 히어로물과 용자물에도 조예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2000년 NTT 도코모의 CF 영상인 'NTT 도코모 갓챠맨' 역시 그의 작품이기도 하지요.

연출경력은 없지만, 로봇물부터 특촬물과 히어로물까지 골고루 참여한 그의 이력은 이 작품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기획부터 원안, 감독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어 타츠노코의 4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사토 케이이치를 위한, 사토 케이이치에 의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 2005 Tatsunoko Pro. / 鴉 - KARAS 製作委員會



2D와 3D가 혼합된 압도적인 영상미와 비주얼

프닝부터 압도적인 액션 비주얼로 팬들을 화면 깊숙히 끌어들이는 카라스의 영상은 단연코 압권입니다. 카라스의 액션 미학은 특촬물에서 볼법한 액션 시퀀스를 다이나믹하고 역동적인 표현이 가능한 아니메의 영역으로 표현해 내었다는 것인데요. 근래의 CG 기술의 도움을 얻은 바가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라스의 비주얼에는 일반적인 CG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끼기 힘든 질감과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실제로 제작진은 2D와 3D의 중간 정도의 느낌을 내는 것을 비주얼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를 위해 일반적인 사람들이나 엑스트라들의 경우에는 셀화로 작업한 원화를 CG로 보정해주는 작업을, 그리고 카라스나 요괴와 같이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은 CG로 작업한 기본 위에 셀화 작업과 카라스만의 강렬한 명암대비를 사용하여 CG 이면서도 마치 셀화와 실사의 중간 같은 질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CG 위에 셀화로 보정을 해주는 작업에 있어서는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었던 툰 쉐이딩(Toon Shading: CG로 만들어진 기본 그림 위에 애니메이션에서 쓰이는 것과 같은 셀화적 색감과 그림자를 입히는 기법. 애플시드 극장판이나 마비노기와 같은 게임에서 보는 비주얼을 뜻함) 기법과는 달리 CG 캐릭터의 일부분, 즉 망토와 같은 부분은 셀화로 작업하고 나머지 CG 부분은 강렬한 명암효과를 부여하여 CG의 느낌을 최소화 시킨 다음, 각종 광원효과 등을 적용하여 CG의 기본 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한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상당히 많은 작업량을 요구하는 속칭 노가다에 가까운 작업이었습니다만, 관록의 타츠노코 제작진답게 이런 부분에서도 특유의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높은 완성도의 비주얼을 창조해내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과도한 작업량이나 CG가 투입되면서 생긴 제작비의 상승은 제작 도중 카라스의 프로젝트를 잠시 휘청거리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 듯 하지만, 결국 40주년이라는 명제하에 끝까지 포기를 하지 않은 제작진의 의지 덕분에 시리즈는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지요.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빗나갔지만, 이러한 카라스의 독특한 영상미는 CG 효과를 눈에 띄지 않게 한다는 것이 선결조건이었기에 될 수 있는 한 밝은 조명이나 밝은 장소에서의 액션씬은 자제하는 것이 유리했습니다. 다행히 다크 히어로와 요괴들이 등장하는 액션물이었기에 자연스레 카라스의 액션은 주로 밤을 배경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지요. 음산하고 어두운 배경 속에서 시커멓고 괴기스럽게 생긴 캐릭터들이 펼치는 하드한 액션에 강렬한 명암효과와 광원효과가 부여되면서 CG의 이질감은 상쇄되었고, 효과는 더욱 화려하게 부곽됩니다. 이런 컬러와 효과가 빠른 스피드의 액션 시퀀스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카라스의 비주얼은 강렬하고 세련된 블랙의 느낌을 선사하게 되지요.

특히, 압권은 특촬물에서 익히 볼법한 과장된 등장씬과 변신씬, 그리고 공격을 들어가기 전의 특별한 포즈 등을 들 수 있는데요. 어린이들에게 극적효과를 느끼게 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이 특촬물적인 시퀀스는 성인들이 볼법한 다크 히어로 액션물에서 강렬한 컬러링의 CG와 음산한 분위기, 그리고 적절한 음악에 맞춰 전혀 유치하지 않은 시퀀스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꽤 과격한 액션 연출이 등장하기에 어찌보면 액션에서만큼은 사실주의적 연출이 등장했을 법도 하지만, 스타일과 멋을 최대로 살려낸 이러한 연출방식은 '과장'이라는 키워드를 액션 연출에 가장 성공적으로 대입한 사례 중 하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할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 비주얼에서만큼은, 그리고 액션연출과 그 스타일에 있어서는 타츠노코의 40주년을 기념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아니메 중에서도 그 영상미를 내세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 2005 Tatsunoko Pro. / 鴉 - KARAS 製作委員會



호러와 느와르가 뒤섞인 강렬하고 하드한 액션

라스는 타츠노코의 히어로물 중에서도 드물게 다크 히어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애초에 기획 단계부터 제대로된 다크 히어로물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카라스는 사악한 쪽에 몸을 두고 있다가 그들을 배반하고 정의의 편에 선다는 다른 다크 히어로물과는 달리, 도시의 수호자로 까마귀의 형상을 한 어둡고 우울한 과거를 지닌 히어로로 묘사됩니다. 이런 면에서 카라스는 데빌맨이나 뱀파이어 헌터 D와 같은 부류라기보다는 배트맨의 부류에 가까운 히어로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전반부에는 주인공인 오토하의 과거가 거의 드러나지 않은 체 단편적인 영상만이 제공되면서(그것도 자세히 눈여겨 보지 않으면, 주인공인지 눈치채기가 힘들 정도) 오히려 베일에 쌓인 비밀스러운 히어로로 묘사됩니다.

오히려 초반부는 기계와 결합된 기괴한 모습의 요괴들이 등장하고 그들에 의해 사람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되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쿠레 형사와 사기사카 형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마치 호러나 미스테리 드라마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러한 괴기스러운 사건 속에 고양이 정령 유리네의 기묘한 주문과 함께 등장하는 카라스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3화까지의 전개는 이렇게 인간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기묘한 사건이 발생한 후, 결국 정체를 드러낸 요괴 앞에 신비의 인물 카라스가 등장하는 시퀀스를 따라가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이야기에서 또다른 중요인물로 등장하는 누에의 경우에는 요괴로서 요괴들과 그들을 이끄는 선대 카라스 에코를 배신하고 인간의 편에 선 인물이라 하겠는데요. 오히려 다크히어로의 성격 상 이 누에야말로 카라스의 진정한 다크히어로가 아닐까 합니다. 누에의 경우는 요괴이면서도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대부분 인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게 되는데, 뮤지션처럼 느껴지는 스타일리쉬한 패션과 금으로 도금된 멋진 권총, 그리고 오토바이와 같은 액세서리들로, 마치 느와르물에 등장하는 멋진 주인공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시점은 쿠레 형사와 사키사카 형사, 누에, 그리고 카라스의 세가지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여기에 인간의 시점에서 그들을 관찰하게 되는 시골에서 상경한 아가씨 히나루, 누에를 따르는 요괴소년, 거기에 또다른 도시에서 온 유리네와 그녀의 카라스인 호무라 등의 시점이 대입되면서 작품은 다양한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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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일부분만 드러나며 전체적인 얼개를 알 수 없었던 이야기는 이렇게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전개된 이야기의 조각들이 하나로 얽히며 마침내 실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1화에 등장했던 알 수 없는 응급실의 인물이 누구인지, 왜 누에가 요괴들을 배반하고 인간들의 편에 섰는지, 오토하는 과연 누구이고 어떻게 카라스가 되었는지 등등이 차례로 밝혀지게 되지요. 여러가지 의문들과 다양한 등장인물들로 인해 내러티브가 길어지고 지루해질 우려도 있지만, 이 작품은 제법 스토리텔링과 액션의 균형을 잘잡은 작품입니다. 액션에 몰입하여 작품의 내러티브가 실종하지도 않았고, 내러티브에 집중하여 작품이 지루해지지도 않았구요. 거기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갖고 나름의 결말을 맞이하는 점도 훌륭한 편입니다.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 버리지 않았다고 해야할까요. 조연급인 인물 사기사카 형사와 그의 딸 요시코의 이야기도 카라스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다지 큰 연관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메인 줄거리를 따라 적절한 전개와 클라이막스, 그리고 결말을 보여줍니다.

물론, 다른 도시의 카라스인 호무라의 등장은 조금 생뚱맞은 감도 있습니다만, 이야기 자체를 훼손시키기 보다는 그저 관찰자로서의 역할에 그치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편입니다. 오히려 호무라의 통통 튀는 매력이 카라스의 어두운 분위기를 상쇄해준다고 할까요. 이런 인물로는 히나루를 또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작품의 이야기와는 진짜로 전혀 상관없는 히나루는 우연치 않게도 카라스와 요괴들이 등장하는 장소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본인의 생업인 아르바이트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정말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녀이지만, 이렇게 작품의 매 에피소드마다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장면은 감독의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치 영화 속 카메오의 등장같이 말이죠. 

전체적으로 카라스의 이야기는 이처럼 여러개의 에피소드들이 조각조각 나누어져 메인 줄거리와 함께 유기적으로 흘러가다가 메인 줄거리의 전개과정에 맞춰 에피소드 각각도 나름의 결말을 보여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영리하고 재기넘치는 스토리 구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2005 Tatsunoko Pro. / 鴉 - KARAS 製作委員會



마니악한 40주년 기념작, 감탄과 아쉬움이 교차

라스는 타츠노코의 40주년 기념작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그야말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정성을 들인 멋진 비주얼, 비주얼에 걸맞는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 거기에 비주얼과 이야기의 균형을 잘잡은 연출 등 완성도 면에서는 인정을 해줄 수 밖에 없는 작품이지요. 거기에 엔터테인먼트 본연의 재미에도 충실한 작품입니다. 과연 초짜 연출가의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면, 사토 감독의 스타일이 거의 100%를 차지한다 싶은 이 작품은 40주년 기념작이라는 태그를 띄고 나면 과연 타츠노코의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연관성이 없는 편입니다. 실제 타츠노코의 인재들이 상당수 타츠노코를 떠난 후인지라 이 작품은 거의 신진급 인물들이 참여한 타츠노코의 정체성을 그다지 엿볼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 특성 외에는 타츠노코와의 교집합을 찾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물론 일부 스타일에 있어서 이 작품은 타츠노코의 2001년작 소울테이커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실제로 소울테이커는 사토 감독이 디자이너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소울테이커 역시 타츠노코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신보 아키유키의 색깔이 너무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기에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고 하겠습니다. 애초에 기획 스타일이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것이었기에 이런 부분은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긴 합니다. 그저 물론 작품의 호불호나 완성도와는 무관한 그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인데요. 맛이 좋다, 없다, 짜다, 싱겁다가 아닌 '맛은 있는데, 이 집 전통의 맛은 사라졌네' 라는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또한, 감탄스러운 영상미와 잘 짜여진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뭔가 사람을 잡아끄는 스토리텔링에서는 역시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잘 짜여졌지만,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깊이는 얕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만큼 메인 스토리의 힘이 약해졌다고 해야할까요. 마니악한 스타일리쉬 액션으로는 100점짜리이지만, 그 이상을 보기에는 좀 아쉬운 느낌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작품은 2006년 제5회 동경 국제 아니메 어워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지요.) 물론, 첫 연출임을 감안하면 대단하다고 하겠습니다. 40주년 기념이니만큼 타츠노코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서였지 않겠나 싶기도 하구요.

아쉬운 것은 타츠노코가 40주년 기념작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같은 힘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일 겁니다. 타츠노코의 몰락 이후 아니메는 제대로 된 히어로물을 보기가 힘든 편인데요. (물론, 2000년대에도 타츠노코는 얏타맨 리메이크가 실사판 등으로 여전히 활동을 하긴 합니다만) 이제 50주년을 향해가는 타츠노코가 50주년 기념작에는 보다 더 멋진 히어로물을 들고 우리를 찾아와 주기를 기대해봅니다.

ⓒ 2005 Tatsunoko Pro. / 鴉 - KARAS 製作委員會



<참고 사이트>

[1] KARAS, Wikipedia Japan
[2] さとうけいいち, Wikipedia Japan
[3] Project K, 카라스 한국판 DVD 스페셜 피쳐
[4] 메이킹 카라스, 카라스 한국판 DVD 스페셜 피쳐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5 Tatsunoko Pro. / 鴉 - KARAS 製作委員會에게 있습니다.



카라스 전편 일반판 박스세트 (12disc) - 10점
사토 케이치/미라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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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tsu · Sunrise


<목차>



<서문>

타지 아니메 연대기 1부와 2부를 통해 여러분은 아니메에 등장하는 두 종류의 판타지인 '서양 판타지(1부)'와 '동양 판타지(2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지역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판타지는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면, 두 장르가 섞이거나 전혀 다른 세계관을 설계하여 지역적 구분이 모호해진 '무국적 판타지'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무국적 판타지를 지역적 관점이 아닌 장르적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무국적 판타지라 분류하기에는 아니메가 너무도 다양한 장르와의 혼합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 과정 중에 어떤 작품은 서양 판타지와 로봇 아니메를, 어떤 장르는 동양 판타지와 히어로 액션물을 결합하는 것과 같이, 무국적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요소들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니메의 독창적인 장르들, 즉 로봇물, 히어로물, 마법소녀물과 같은 장르와 판타지의 결합(무국적 판타지를 포함하여)을 이번 3부에서는 '퓨전 판타지'로 명명하고자 합니다.

퓨전 판타지는 사실 판타지의 한 장르로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몇 가지 판타지적 설정이 가미되었으나 실제 작품의 성격은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작품들도 많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드래곤볼' 시리즈 같은 경우는 오리엔탈 판타지 서유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고 소원을 들어주는 용신이라는 판타지적 장치가 등장하고 있지만 전반부는 코믹액션물의, 후반부는 무협액션물의 성격이 짙습니다. 게다가 캡슐이나 우주선, 스카우터, 로봇 같은 SF 요소까지 등장하는 그야말로 백화점과 같은 설정의 작품이기도 하지요. 사실 드래곤 볼 쯤되면 판타지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데요. 다양한 장르에 판타지적 설정을 가미하여 수많은 작품들을 만들어낸 아니메의 특성상, 퓨전 판타지는 어찌보면 한 장르로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 가장 광범위한 장르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1부나 2부에서 언급한 작품들 중 상당수도 정통 판타지라기보다는 일본적인 재해석이나 다른 장르 아니메와의 크로스오버가 시도된 퓨전 스타일의 작품들이죠.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이토록 광범위한 퓨전 판타지의 장르에 어떤 형태의 시도들이 있는지를 알아보며, 그중 대표적인 몇몇 작품만을 소개해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로봇, 판타지의 대지 위에 서다

2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판타지를 주소재로 하여 시작된 일본의 상업 극장 만화영화는 60년대 중반에 들어 일본산 오리지널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만화영화가 그 자리에 들어서면서 점차 인기를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테즈카 오사무나 이시노모리 쇼타로(혹은 이시모리 쇼타로), 나가이 고와 같이,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대형 만화가들의 작품들이 TV까지 진출하면서 아니메의 장르적 완성을 가져오게 되는데요. 로봇물, 히어로물(혹는 전대물), 마법소녀물과 같은 일본만의 오리지널리티가 가득한 만화영화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판타지는 주도권을 빼앗기고 아니메의 변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당시 아니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로봇물은 '기동전사 건담(1979)'을 기점으로 고연령층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면서, 높아진 연령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전보다 더 드라마적인 요소가 더 강해졌으며, 정통 SF 스타일이 도입되면서 논리적인 설득력이 뒷받침하는 사실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게 됩니다. 80년대 중후반까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판타지의 입지는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요. 저연령대이건 고연령대이건 가리지 않고 SF와 로봇물이 범람하면서 판타지가 들어설 곳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판타지의 부활은 이런 SF/로봇의 흐름 속에서 오히려 변방이 아닌 중심에서 부활하게 됩니다. 바로 그것이 당시 아니메의 흐름을 만들어낸 장본인 중 한명인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었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한데요. 이는 토미노 감독 스스로가 어느 한 장르에 안착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83년도에 선라이즈에서 제작된 판타지 로봇물 '성전사 단바(1983)'인 것입니다.

ⓒ Sotsu · Sunrise


다른 차원의 세계 바이스톤 웰로 불려온 소년 쇼 자마가 그곳에서 오라력이라는 기이한 힘으로 동작하는 곤충모양의 거대 인간병기 오라 배틀러에 탑승하여 성전사로 전쟁 속에 휘말리는 단바인의 이야기는 오라력으로 움직이는 기이한 거대 병기 외에는 중세유럽의 시대배경을 지닌 지극히 판타지적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었는데요. 특히, 이 작품은 판타지의 세계관을 빌렸으되 그 성격은 이전의 판타지 만화영화와는 다른 성인취향의 시리어스하고 드라마틱한 설정을 보여줬고, 세계관이 바뀌었을 뿐 그 모습은 리얼로봇의 한 장르로 보아도 될 법한 설정들로 꾸며져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성전사 단바인은 당시 최고의 인기장르인 로봇물에 판타지를 가미한 색다른 맛을 보여주며, 일본 특유의 스타일과 세계적인 것과의 성공적인 융합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판타지와 로봇 아니메의 퓨전은 '중전기 엘가임(1984)'과 '기갑계 가리안(1985)'을 거치면서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장르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80년도 후반에 들어 로봇 아니메가 몰락의 길에 들어선 이후에도 이러한 시도는 계속적으로 보여진다는 것으로, 리얼로봇에서 다시 아동용 로봇물로 방향을 선회한 선라이즈의 빅히트작 '마신영웅전 와타루(1988)'나 '마동왕 그랑조트(1989)', 그리고 '패왕대계 류나이트(1994)'에서도 판타지와 로봇을 혼합하면서 90년대 들어 부활한 판타지 아니메의 인기에 힘을 실어주게 됩니다. 특히,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에 이르러서는 높은 완성도의 드라마와 비주얼로 판타지와 로봇의 결합에 있어서 하나의 큰 획을 긋게 되지요.

로봇과 판타지를 결합한 판타지 로봇물은 퓨전 판타지 중에서는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동시에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스카플로네 이후에는 크게 주목을 받은 작품은 비록 없었지만, 최근까지도 AIC가 제작을 맡은 '이세계의 성기사 이야기(2009)'(특히, 이 작품은 AIC의 전작 '엘 하자드'나 '천지무용'의 스타일에 판타지 로봇물이 더해진 형태를 보여주지요)와 XEBEC과 Production I.G의 '브레이크 블레이드(2010)'와 같은 굵직굵직한 작품으로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어느 정도 독립된 장르로도 자리를 잡지 않았나 생각도 되는군요. 특히, 근래의 작품들은 미소녀 + 러브코미디와 같은 흥행코드를 적극 채용하면서 예전의 시리어스했던 작품들에 비해 보다 더 상업적이면서 대중적인 취향을 고려한 흔적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 Sotsu · Sunrise (좌측) / ⓒ AIC · VAP (중간) / ⓒ 吉永裕ノ介 · Flex Comix · Break Balde 製作委員会 (우측)



장르의 다양화와 함께 시작된 판타지의 다채로운 변형

80년대 들어서는 비록 SF/로봇 아니메가 아니메의 전반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아니메 시장이 커지고, OVA 시장이 열리면서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일본 경제의 호황과 맞물려 많은 자본이 유입되고, 아니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성인들도 아니메를 즐기는 등, 80년대는 그야말로 '아니메의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었죠.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판타지도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여러가지 시도를 하게 되는데요. 정통 판타지보다는 다양한 아니메 장르에 배경으로 사용되거나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창작작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를 합니다.

요술공주의 밍키로 유명한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와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이노마타 무츠미의 '환몽전기 레다(1985)'는 유럽식 중세 판타지를 기본으로, 비키니 형태의 전투복을 입은 미소녀와 변신 메카가 등장하는 등 여러모로 장르의 퓨전화가 이루어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두 콤비의 차기작이자 극장판 대작 아니메인 '윈다리아(1986)'의 경우에는 이보다는 얌전했지만, 바이크 형태의 탈 것이나 총기류가 등장하는 등 역시 현대적인 아이템이 판타지 세계에서 사용되는 시간적 퓨전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특히 레다의 경우에는 나가이 고 원작의 '꿈차원 헌터 판도라(1986)'와 같은 일련의 아류작들이 양산되는 계기를 가져왔고, 우루시하라 사토시의 육감적인 캐릭터 디자인으로 유명한 '레무니아의 전설(1989)'에 이르르면 에로티시즘과의 결합을 시도하며 18금 장르로도 그 흐름이 이어지게 됩니다.

ⓒ TOHO·Kaname Pro (좌측) / ⓒ ヒロメディア·Kaname Pro·Dynamic Pro (중간) / ⓒ Urushihara Satoshi·AIC


유럽식 판타지의 배경에 현대적이거나 미래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 외에도 아주 색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아니메의 철학자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가 힘을 합친 '천사의 알(1985)'의 경우에는 시대적 배경과 시간적 배경, 그리고 공간적 배경조차 전혀 가늠할 수 기이한 세상에서 희한하게 생긴 총기류의 물건(이것조차 자세한 용도가 불명)을 든 정체불명의 사내와 역시 정체불명의 알을 품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어떤 장르와도 연결시키기 어려운 난해한 이 작품은 실로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의 작품으로, 오히려 이런 정체불명의 성격 때문에 판타지로 분류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아마노 요시타카의 몽환적인 캐릭터 디자인은 이듬해인 86년도에는 정통 판타지에 보다 가까운 스타일의 작품 '아몬사가(1986)'나 뱀파이어 헌터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와 호러의 조합 '뱀파이어 헌터 D(1985)'에 사용되면서 아마노 특유의 몽환적인 캐릭터가 판타지와 멋진 궁합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게 됩니다. 이후, 아마노 요시타카는 RPG의 명작 타이틀 파이널 판타지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게 되면서 판타지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게 되지요.

80년대 아니메의 호황기와 함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던 판타지와 타장르의 융합은, 타츠노코의 '천공전기 슈라토(1989)'에서는 일본식 전대 히어로물과 불교/힌두교 신화가 접목된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기고 했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중반에는 오히려 이렇게 동양적인 판타지 소재가 아니메의 다른 장르들과 퓨전을 이루거나 직접적인 소재로 사용되는 사례가 많았는데요. 이 시기에는 '로도스 전기(1990)'를 기점으로 정통 판타지 또한 심심치 않게 등장하여 전반적으로 판타지가 강세를 띄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슬레이어즈(1995)' 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로 판타지는 90년대 들어서는 TV에서도 자주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에 방영된 '엘 하자드(1995)'의 경우에는 판타지 아니메에서 자주 사용되는 차원이동을 소재로 곤충군단과 마법이 등장하는 신비한 세상 엘 하자드에서 벌어지는 모험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중동의 아라비아 세계관을 도입했으나, 고대의 인간형 병기 이프리타의 등장과 물, 불, 바람을 다루는 대신관의 등장과 같이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 혼합된 퓨전 판타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러브 코미디의 성격을 띄고 있어 판타지의 성격보다는 러브 코미디 장르에 더 어울리는 특징을 갖고 있기도 하지요. 이렇게 슬레이어즈 시리즈 이후 판타지 장르는 시리어스함보다는 가벼운 코미디 위주의 성격을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아카호리 사토루의 응큼한 스타일과 개그가 혼합된 '폭렬헌터(1995)'나 독특한 개그를 선보였던 '엘프를 사냥하는 사람들(1996)'은 모두 판타지 세계관을 사용하면서도 다양한 설정과 장르적 특성을 부여하여 정통보다는 퓨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 AIC·Pioneer·El Hazard Project (좌측) / ⓒ Satoru Akahori·Rei Omishi·Media Works·Bakuretsu Project·TV Tokyo·Sotsu(중간) / ⓒ Yagami Yu·Media Works·Amuse·Sotsu (우측)



게임과 소설, 코믹스에 이르기까지, 그치지 않는 퓨전의 시도

와 같이 극동이나 중세 유럽 외에 인도나 중동의 소재까지 빌려오면서 다양화된 판타지는 90년대 들어서는 러브 코미디의 요소마저 합세하여 보다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사실 아니메에서 동양 판타지이나 서양 판타지나 모두 소수의 작품(대작 극장판이나 OVA 몇 편)을 제외하고는 대중성을 고려한 결과 일본 아니메의 특징적이 요소가 혼합되어 정통 스타일과는 다른 변질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70년대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OVA 등에서 주로 시도되었고, 90년대에 이르르면 TV 시리즈로 진출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21세기에 들어서는 판타지가 보다 더 여러 장르에 변형된 모습으로 사용되면서 이전보다 더 대중화되고 접근이 쉬워졌다는 느낌입니다. RPG와 같은 게임의 활성화도 어느 정도 한몫을 한 것도 싶은데요. 특히 80년대부터 시작하여 90년대를 넘어서 장수 시리즈이자 일본 최고의 인기 타이틀로 자리잡은 RPG 파이널 판타지의 경우에는 곤조의 TV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언리미티드(2001)'를 비롯하여, 스퀘어 에닉스가 직접 제작한 '파이널 판타지 Advent Children(2005)' 등의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게 됩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초창기에는 정통 판타지의 노선을 걷다가 7편에 이르러서부터는 현대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퓨전적인 배경을 보여주게 되지요. 특히, 이 시리즈는 아니메 외에도 게임 타이틀 자체에 삽입된 동영상을 통해 아니메에 근접하는 영상적 감동을 보여주었다고 하겠습니다.

게임을 소재로 한 아니메는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제작되는데, TYPE MOON의 비주얼 노벨 게임인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2006)'는 원작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TV 시리즈 아니메로 제작된 사례로, 2010년에는 극장판으로도 제작되기에 이르릅니다. 전설의 영웅을 마법으로 소환하여 자신의 서번트로 삼아 성배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마법사들의 결투는 현대적인 배경 위에서 펼쳐지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데요. 게다가 소환한 영웅들이 동서양을 모두 망라하는 유명인사들로 채워져 있어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을 모두 혼합한 퓨전 판타지를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 Square Enix (좌측) / ⓒ TYPE-MOON · Fate-UBW Project (우측)


이외에도 독특한 세계관으로 눈길을 끈 작품도 있습니다. 본즈가 제작한 '울프스레인(2003)'의 경우가 바로 대표적인 예인데요. 현대적인 배경 속에 하늘을 나는 거대한 배를 소유한 특권층 귀족이 존재하고, 인간으로 둔갑하여 살아가는 늑대들과 그들을 인도하는 소녀의 형상을 한 꽃이라는 기이한 소재를 사용하여, 판타지와 정통 드라마를 혼합한 멋진 완성도를 보여주다 하겠습니다. 특히, 드라마보다는 볼거리에 치중하기 시작한 최근의 아니메 트렌드와는 달리,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통 판타지는 아니었지만 정통적인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드라마를 강조하는 제작사 본즈는 이외에도 눈여겨 볼만한 판타지 작품을 몇 차례 선보이는데, '스크랩드 프린세스(2003)'는 서양식 판타지를 얼개로 하여 SF를 가미한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드라마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은 퓨전 판타지를 보여줍니다. 겉모습은 예전의 판타지 아니메에서 많이 보아온 모습이지만,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결말과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인해 다소 엉성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또한 아라카와 히로무의 동명 인기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본즈의 또다른 히트작 '강철의 연금술사(2003)'는 20세기 초반의 유럽과 같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지구와는 거울처럼 대비되는 다른 차원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연금술사 엘릭 형제의 모험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기본적으로 소년 만화의 형식을 취하면서 연금술이라는 몹시 판타지스러운 소재를 사용하여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근대적인 세계관에 판타지적인 소재를 등장시키거나, 판타지스러운 세계관에 SF 또는 현대적인 설정을 등장시키는 혼합방식은 위와 같이 본즈가 만들어 낸 일련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통해 90년대부터 시작된 러브 코미디 형식의 퓨전 판타지에 비해 보다 더 성숙해진 드라마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 Bones·Nobumoto Keiko·BV (좌측) / ⓒ Sakaki Ichiro·Kadokawa Shoten·Sutepri Project (중간) / ⓒ Arakawa Hiromu·Square Enix·Bones·MBS·ANX·Dentsu (우측)


지금까지 이야기한 작품들을 기본으로 요약하자면 퓨전 판타지라고 불리는 판타지를 가미한 복합적 장르의 아니메들은 다양한 세계관을 빌려와 일본의 입맛에 맞게 로컬라이징한 경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60년대의 정통파 풀 애니메이션을 거쳐 70년대의 일본식 오리지널 아니메를 지나 80년대의 장르적 완성을 거친 아니메는 이후부터는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와 소재의 혼합으로 작품의 매력을 더더욱 다양하게 만들고 있는데, 마치 정통 요리에서 퓨전 요리로 레시피를 다양하게 바꾼 레스토랑과도 흡사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중심에서 캐릭터 중심으로 아니메의 무게추가 기울어지면서 퓨전 판타지 역시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수단이라기보다는 흥미로운 볼거리(캐릭터)를 제공하기 위한 부차적인 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세계관의 깊이 있는 묘사보다는 그저 단순한 미장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겠습니다. '퀸즈 블레이드(2009)'와 같은 여자 캐릭터의 노출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에서 판타지는 세심한 묘사나 디테일한 세계관의 구현이 필요치 않은 쉽사리 구현 가능한 세트 디자인일 뿐이데요. 꼭 판타지라는 소재를 깊이 있게 대입한 정통 스타일의 아니메만이 해답은 아니겠지만, 세심한 설정과 드라마가 돋보이는 판타지 작품들이 하나같이 외면받거나 제작 선호도에서 밀리는 현실은 아쉽기만 합니다. (퓨전 판타지는 아니지만,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정령의 수호자(2007)'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지요.)

상업적인 관점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흥미 위주의 말초적인 작품들을 위한 부가적인 소재로서의 판타지가 아닌, 보다 더 깊이있는 설정과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의 소재로서 판타지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판타지 아니메 연대기 3부 끝. 4부에서 계속)

<참고 사이트>

[1] 판타지 로봇 서사시 -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上) by 엘로스, 별바다의 서고
[2] 판타지 로봇 서사시 -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下) by 엘로스, 별바다의 서고
[3] 환몽전기 레다(幻夢戦記レダ)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4] 천사의 알(天使の卵)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프레스블로그 MP(Monthly Posting) 2010년 11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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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6 디스크의 LE버전으로 출시, 블루레이도 추후 출시예정.

'울테이커(2001)', '안녕, 절망선생(2007~2010)', '아라카와 언더 브릿지(2010)'으로 잘 알려진 신보 아키유키 감독의 2009년도 화제작 '바케모노가타리'가 한국에도 DVD로 출시되었습니다. 불법다운로드로 인해 이미 왠만한 아니메 마니아들은 다 보았으리만큼 유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DVD로, 그것도 꽤 괜찮은 패키지로 출시되네요. 한국 DVD 시장이 점차 살아날 징조려나요.

바케모노가타리는 니시오 신 원작의 동명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 아니메로, 현재시대를 배경으로 요괴와 관련된 기이한 현상을 해결해가는 이야기인데, 미스테리 호러 장르인데다가 신보 아키유키 특유의 언어유희, 컷사용, 색감 등으로 인해 마니악한 취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요. 첫 에피소드의 등장인물이자 어찌보면 이 작품 전체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센조가하라 히타기 외에도 여러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들의 힘이 아마도 큰 원동력이 된 듯 합니다.

소울테이커에서도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와타나베 아키오의 캐릭터 디자인과, 안녕 절망선생에서 호흡을 맞춘 아즈마 토야코(東冨耶子인데 맞는지 확실치 않군요)가 시리즈 구성으로 참여하고, 그 외에 이이지마 토시하루(미술감독), 타키자와 이즈미(색체설계) 등 절망선생의 스탭들이 대거 참여하여 작품을 보는 순간 절망선생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소울테이커를 보신 분들도 이 작품을 보시면서 데자뷰를 느끼실 듯도 싶군요.

언어유희가 스토리의 상당수를 차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움직임은 거의 없고 정지컷이 즐비합니다. 이런 부분은 일견 지루함을 유발시킬 수도 있지만, 독특한 스토리텔링이나 화면구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움직임을 상쇄하는 편입니다. 아마도 부족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리미티드 기법보다 더 경제적인 화면구성을 보여준 하나의 예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움직이는 비주얼 노벨 정도로 생각해도 어떨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굉장히 까칠한 매력을 발산하는 센죠가하라양의 매력이 놓칠 수 없는 작품의 포인트. 일러스트 카드와 72페이지 분량의 해설집까지 포함된다고 하니 바게모노가타리의 한국팬들이라면 놓치기 힘든 콜렉션일 수도. DVD 제작은 미라지 엔터테인먼트로 10월 28일 발매예정.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西尾維新/講談社・アニプレックス・シャフト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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