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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설정자료를 주축으로 하여 접근한 건담의 상식 네번째 번역판

2011년 연말에 발행된 AK의 네번째 건담의 상식 시리즈 '일년전쟁 모빌슈트 대사전(이하 MS 대사전)'은 일본 쌍엽사(후타바샤)에서 출간한 동명의 미니대백과의 한글판입니다. 일본에서는 2009년 출시되어 모빌슈트 대전이라는 부제로 발간된 책이기도 하지요. 

일전에 소개해드린 건담의 상식,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가 연방군편과 지온군편으로 나뉘어 퍼스트 건담부터 V 건담(혹은 턴에이 건담)에 이르는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모든 건담 시리즈의 모빌슈트를 망라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일년전쟁이라는 배경 하에서 등장한 연방군과 지온군의 모빌슈트를 망라한 대백과입니다. 같은 설정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소재의 중복이라는 피할 수 없는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만, 건담의 자료를 어떤 관점에서 정리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는 나름 선택의 폭을 부여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후타바샤는 이 외에도 일년전쟁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건담 대백과를 더 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려먹기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은 모양새네요.



말 그대로 이번 MS 대사전은 일년전쟁이라는 작품의 배경 하에서 등장한 모빌슈트만을 이야기하는 서적으로, '기동전사 건담(1979)'과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 '기동전사 건담 제 08 MS 소대(1996)', '기동전사 건담 MS IGLOO(2006)', 마지막으로 해당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된 MSV의 모빌슈트가 총 망라되어 있습니다. 목차 전에 오카와라 쿠니오가 그렸던 퍼스트 건담의 러프 디자인이 살짝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네요.


이 책의 한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이 모빌슈트들의 성능 게이지를 기재하여 직관적인 모빌슈트 성능 비교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출판사 자의적인 해석이 들어갔기에 절대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애초에 모빌슈트의 성능을 정량적으로 설정한 공식적인 자료가 없었기에 흥미로운 데이터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친절하게도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커멘트를 하고 넘어가는 부분은 만화영화 대백과라는 책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역시 디테일에 강한 일본다운 색체가 느껴지는 부분.


본 서적은 앞서 한글판으로 출판된 건담의 상식 시리즈와 달리 흑백 페이지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컬러판 설정 일러스트와 스틸샷이 주가 되었던 앞선 서적과는 달리 흑백 설정자료들이 대거 삽입되었기에 그런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만큼 건담의 여러 설정자료를 맛보기로나마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이전 시리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어김없이 명장면 시리즈도 등장하고 있구요.


조종석 설정자료는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SF/로봇 마니아들의 로망이기도 합니다.


서비스로 지온군과 연방군의 에이스 파일럿 소개 페이지도 등장합니다. MS 대사전 답게 에이스 파일럿의 기체들이 나오는군요. 짤막짤막하게 소개되는지라 거의 쉬어가는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일년전쟁 챕터 이후에는 0080 포켓 속의 전쟁에 등장하는 모빌슈트들이 소개됩니다. 퍼스트 건담의 MS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하기가 쉽지 않았던 모빌슈트인지라 설정자료들이 더더욱 반갑네요.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이 0080 포켓 속의 전쟁 챕터와 08 MS 소대 챕터의 모빌슈트 설정자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가 진화된 만큼 확실히 설정자료의 디테일도 업그레이드 된 느낌입니다. 포켓 속의 전쟁 편은 이즈부치 유타카를 주축으로 메카닉 디자인이 그려졌었죠.


08 소대 편에도 매력적인 모빌슈트들의 설정자료를 접할 수가 있습니다.


MS IGLOO는 CG 애니메이션으로, 통상적인 설정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챕터 중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연방군 에이스 파일럿 목록도 후반에 등장합니다. 안타깝게도 등장한 오타, 좌측 중앙의 짐 라이트아머의 파일럿은 세이라 마스 소위가 아니라 게리 로져스 대위인 듯.


MSV는 성격상 설정자료나 성능 비교 게이지가 없습니다.

사실 네 번의 건담의 상식 시리즈를 거치면서 중복된 부분이 있어서 가치는 이전보다 덜한 느낌입니다만, 이전의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흑백 설정자료나 좀 더 직관적인 스펙 비교 등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 책입니다. 이후에 등장하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는 또 어떤 곳에 주안점을 두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기대되는군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SUNRISE / ⓒ FUTABASHA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건담의 상식 - 6점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 김문광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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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만화영화와 함께 시작된 UC 미디어믹스

2011년 12월 말에 한국에서 정식발행을 시작한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이하 UC 반데시네)'는 카도카와 서점의 건담 전문 매거진 '건담 에이스'를 통해 2010년 3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코믹스로, 현재 단행본으로는 4권까지 일본에서 발간된 작품입니다. 건담 UC 아니메도 2010년 3월부터 발매를 시작했으니 아니메와 함께 UC 미디어믹스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작품인 셈이죠. 아시다시피 이는 여느 일본 아니메 컨텐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반데시네는 불어 'Bande Dessinee'로 연재 만화를 뜻하는 단어이구요.

코믹스는 후쿠이 하루토시(福井晴敏)의 소설을 기본으로 오오모리 코죠(大森倖三)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오모리 코죠는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의 코믹스라든지 토미노 요시유키의 바이스톤 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작품 린의 날개의 코믹스 판의 그림을 그린 적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볼 때 야스히코의 원안에 비교적 충실하게 그리려한 흔적이 느껴지며 배경이나 기타 디테일 등에서도 세밀한 터치가 느껴집니다만, 다소 미숙한 부분도 눈에 띄네요.


일러스트나 펜터치는 깔끔한 편입니다만, 주인공인 바나지나 오드리의 경우에는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이 덧붙여져 조금은 어색한 느낌입니다. 문제는 코믹스 내에서 어떤 컷에서는 원 캐릭터 디자인에 근접한 모습을 보이다가 어떤 컷에서는 원작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터치가 보인다는 것인데, 이런 점을 종합해볼 때 만화가의 작화가 아직은 완성단계가 아니거나 이번 UC 반데시네의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있어서 아직은 손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크샤트라이아의 첫 등장컷은 꽤 괜찮은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모빌슈트 등장장면은 아주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준수한 터치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모빌슈트 외에도 우주함부터 각종 메카닉 설정 등 상당히 세심한 펜터치가 필요한 컷이 많은 이 만화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묘사력은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인물 묘사보다는 좀 더 익숙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니메로는 오히려 이해가 어려웠던 컷. 크샤트리아에게 조종석 부분이 완전히 갈라진 제간인데 '소데츠키 놈'이라는 대사가 들려 당시에는 의아하게 여겼던 컷입니다만, 마리아의 마음 속으로 들려오는 전사한 연방군 파일럿의 외마디였다는 장면이 아니메보다는 좀 더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아니메와 거의 동시에 진행된 작품이기에 몇몇 컷들은 분명 아니메의 스토리보드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다만, 그 분량에 있어서는 아니메보다는 코믹스 쪽이 여유가 있는 듯 합니다. 아니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니콘의 테스트 과정을 UC 반데시네에서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아마도 독자적인 씬이라기보다는 아니메와 달리 원작 소설의 내용을 그대로 묘사한 부분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이 컷에서는 아니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소한 모빌슈트가 등장하는데요.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사이드 스커트나 다리, 백팩의 형태로 미루어보아 건담 센티넬의 설정집에서 등장한 건담 MK-V가 아닌가 합니다. 다만, 페이스 디자인만 봐도 건담 MK-V의 설정과는 달리 건담 타입의 페이스와 GM 타입의 페이스를 가진 두가지 모델이 등장하는 등, 센티넬의 MK-V와는 다른 부분도 많이 보이기에 코믹스에 등장한 MS는 MK-V라기보다는 MK-V를 기반으로 한 별개의 MS가 아닌가 합니다. 아마 센티넬의 경우 모델 그래픽스와의 껄끄러운 관계로 인해 직접적인 등장이 어려웠을 수도 있구요. 이 친구는 건담 UC MSV에 등장하는 ARX-014P 실버 불릿으로 추정됩니다. 도벤 울프를 베이스로 했던 센티넬의 건담 MK-V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는 듯 한데, 카토키 하지메가 센티넬의 MS를 디자인했었기에 이러한 배리에이션이 가능했던 것 같네요.



코믹스 1권은 바나지와 오드리의 첫 만남 이후, 바나지가 오드리를 카디아스 비스트에게 데려다 주기로 마음먹는 장면에서 일단락 됩니다. 바나지와 유니콘이 조우하는 인상적인 장면은 2권에서나 보여질 듯 하군요. 다만, 아니메 1화에서 크샤트리아와의 라스트 장면에 이르러서야 디스트로이 모드로 변신하며 극적인 효과를 부여줬던 것과 달리, 코믹스 1권에서는 테스트 비행 중에 디스트로이 모드를 이미 드러냈기에 2권에 등장하는 유니콘의 모습은 아니메에 비해서 극적인 효과는 다소 덜할 것으로 보입니다.

코믹스는 아니메에 비해서 드라마틱한 부분은 부족하긴 했으나 원작의 내용에 좀 더 충실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설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오히려 코믹스로 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ouzoh OHMORI / ⓒ Harutoshi FUKUI / ⓒ SOTSU · SUNRISE / ⓒ AK Communications (Korean Edition)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UC 반데시네 1 - 6점
후쿠이 하루토시 지음, 김정규 옮김, 오오모리 코조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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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전설의 건담 무크지, 무려 23년만에 한국어판으로 정발되다.

1987년 일본의 월간 모형잡지 모델 그래픽스의 9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건담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건담 센티넬의 집대성인 무크지 '건담 센티넬, 리얼 건담의 전쟁(이하 센티넬)'이 23년만에 한국어판으로 한국서점가에 등장했습니다. 아마 그동안 한국어판으로 등장했던 건담 관련 서적 중에서는 손가락 안에 꼽을 레전드급 서적이 아닌가 합니다. 건담의 오랜 팬들이라면 많이들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센티넬은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과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사이의 비어있는 기간 동안 프라모델 라인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반다이가 모델 그래픽스에게 외주를 주었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태생 자체가 그제까지의 건담과는 다른 셈이지요.

하지만 센티넬이 한창 기획에 들어가고 있던 중간에 역습의 샤아의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빨리 진척되면서 반다이의 프라모델 라인은 모두 역습의 샤아 쪽으로 집중하게 되고, 애초에 더블 제타와 역습의 샤아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 했던 센티넬의 프라모델 기획은 잠시 뒤로 미루어지게 됩니다. 역습의 샤아 편 프라모델 런칭이 끝나자 반다이는 다시 센티넬의 상품화를 타진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S 건담을 비롯하여 몇 종의 MS가 상품화에 성공하게 됩니다. 다만, 이 즈음 센티넬의 프로젝트 팀은 센티넬의 프라모델 상품화에 있어서 자신들의 권리를 반다이에게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사항이 당시 서면이 아닌 구두로만 오고 갔었다는 것이고, 이후 반다이 내부 인사이동으로 인해 이러한 구두 약속은 반다이 내에서 지켜지지 않게 됩니다. 즉, 제대로 된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죠. 그로 인해 이후 반다이는 센티넬의 판권이 소츠 에이전시와 선라이즈의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센티넬의 후속 상품화는 난항을 겪게 됩니다. 말할 것도 없이 모델 그래픽스와 반다이의 사이는 소원하게 되었고, 이 와중에 센티넬의 핵심 멤버라 할 수 있는 메카닉 디자이너 카토키 하지메가 모델 그래픽스를 떠나 반다이에 합류하여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에 참여하는 등 상황이 변하게 되었죠. 이로 인해 센티넬의 상품화는 한동안 요원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자쿠러님의 포스트를 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 <건담 센티넬> 관련 상품화가 미진한(?) 이유 (보러가기)


하여간에 이렇게 판권 문제가 얽혀 있었던 전설의 무크지가 한국에 발매되었다는 것은 건담팬들로서는 몹시나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이 아니랄 수 없겠습니다. 그 옛날 거금을 들여가면서 읽지도 못하는 원서로 구입하여 읽어온 아저씨 팬들에게도, 시드 혹은 더블오 시리즈에 익숙해져 있는 신세대 건담 팬들에게도 센티넬은 여러가지 면에서 가치있는 서적이 아닐까 싶군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마도 국내에 발간된 건담 관련 서적 중에서는 단연코 레전드 급 서적이라 하겠습니다.

센티넬은 모델 그래픽스에서 연재하던 당시, 원작자인 타카하시 마사야의 소설과, 카토키 하지메의 메카닉 디자인과 SF 설정, 여기에 관련 프라모델 작례가 합쳐진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게 됩니다. 여기에 제타 건담과 더블제타 건담에서 메카닉 디자인 스탭으로 활약한 아키타카 미카의 모빌슈트 걸까지 등장하는 등, 건프라 팬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컨텐츠가 포함되어 있던 코너였었죠. 여기에 신규 설정과 디자인 등이 추가되어 320 페이지의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무크지로 탄생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더블제타 건담과 역습의 샤아 사이에 시작된 기획이지만, 센티넬의 시대배경은 우주세기 0088년으로, 제타 건담의 시대배경인 그리프스 전쟁 말기입니다. 그리프스 전쟁 당시 MS 전투기술을 연구하는 지구연방군 소속의 지구연방군 교도단 중 티탄즈의 사상에 동조한 장교들을 주축으로 한 일부 집단이 반란을 일으켜 뉴 디사이즈라는 조직을 만들고 친 에우고로 돌아선 연방 정부에 반기를 들게 되지요. 센티넬은 이 시기의 뉴 디사이즈와 연방군의 진압부대인 알파 임무부대의 국지전을 주요 에피소드로 삼고 있습니다. 제타 건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트를 한 번 참고해보시구요.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2006) (보러가기)

무크지의 첫장을 펴면 다소 고풍스런 프라모델 합성 사진(당시로서는 상당한 테크닉을 요했던 사진으로 SFX스러운 느낌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음)과 함께 센티넬의 이야기가 14장 64페이지 동안 펼쳐지게 됩니다. 소설로서는 짧은 분량이지만 이러한 무크지에서는 제법 많은 분량의 이야기인데요. 센티넬의 소설 완전판은 이 89년판 무크지와 별도로 1990년에 소설로 발간되기도 합니다. 본 무크지의 스토리를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작고 흐린 폰트로 인해 가독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어지간한 센티넬의 팬이 아니고서야 읽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듯 하군요. 아 참, 당시 서적으로서는 독특하게도 좌철방식의 서양식 편집방식을 따르고 있는 센티넬입니다.


66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센티넬의 목차가 등장하게 됩니다. 7페이지에 걸친 센티넬의 개요에 이어 캐릭터 챕터에서는 등장인물이 아닌 센티넬에 등장하는 모빌슈트와 메카닉의 설정자료가 소개됩니다. 모델 챕터는 캐릭터 챕터에 바로 이어 프라모델 작례 사진과 작례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으로, 이 두 챕터가 센티넬의 메인 컨텐츠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할애되는 페이지 수도 가장 많지요. 그래픽스 챕터에는 본 무크지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일러스트와 커멘트가 실려 있습니다. 캐릭터 챕터와 모델 챕터의 분량이 워낙 많다보니 후반부인 237페이지부터 등장하게 됩니다.

텍스트 챕터에는 당신도 만들 수 있는 완벽 키트 공략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제목과는 달리 초심자들이 한번에 해내기에는 다소 어려운 프라모델 기법들이지만요. 마지막은 기타 챕터로 센티넬의 개요나 용어 정리, 작례 해설, 편집진 인터뷰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목차는 페이지 번호 순이라기보다는 컨텐츠 내용별로 정리되어 있으며, 일부는 다른 챕터 중간 중간 보너스 챕터처럼 끼워져 있는 구성이라 하겠습니다.


애초 센티넬의 주역 기체인 S 건담은 이오타 건담이라는 명칭으로 카토키 하지메에 의해 탄생하게 됩니다. 다만, 카토키의 디자인 이후, 이오타 건담은 후지타 카즈미에 의해 최종적으로 클린업 되고, 나중에는 S 건담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변경되지요. 후지타 카즈미는 아시다시피 약관의 나이에 제타 건담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하여 제타 건담의 클린업 디자인 및 등장 MS의 상당수 클린업 디자인을 맡았던 인물인데요. 카토키(1963년생)의 리파인 디자인에 후지타(1964년생)의 클린업 등, S 건담은 당시 약관의 천재 메카닉 디자이너들이 창조해 낸 획기적인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건담은 이오타 건담으로, 카토키의 러프 디자인입니다.


초기 명칭인 이오타 건담은 릭 디아스를 의미하는 감마(γ) 건담부터 델타(δ) 건담인 백식, 제타(ζ) 건담에 이르는 일련의 그리스 로마자 표기 명칭의 라인 상에 위치함을 의미합니다. 이 그리스 로마자 표기는 건담 월드에서 MS 개발사로 설정된 아나하임의 개발코드를 의미하고 있는데요. 9번째를 의미하는 이오타는 8번째 건담인 세타(θ) 건담, 즉 더블 제타에 이어 아나하임 사에서 개발된 건담이라는 설정이 부여되지요. 13을 의미하는 뉴(ν) 건담은 아나하임의 11번째 건담입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이 아나하임의 건담을 개발 코드 명칭별로 분류한 표이구요.


카토키의 S 건담은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벽한 설정과 메커니즘이 부여됩니다. 물론, 당시에도 일본의 메카닉 디자인은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디자인하는 세심함과 꼼꼼함이 특징이기는 했으나 프레임을 일일이 다 분해하여 하나하나 부품까지 메커니즘을 구현해낸 위의 설정 자료는 당시 건담팬들과 메카닉 마니아들에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생각됩니다.  


또한 건담 계열 중 가장 난해한 변형 구조를 가진 S 건담의 변형 메커니즘을 구현한 설정자료는 지금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포스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지금의 카토키 디자인 스타일은 그리 좋아라 하지 않습니다만, 이 때의 카토키 디자인은 상당한 공감과 함께 좀 과장해서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하겠습니다.


MS 설정자료에 이어 공개되는 작례 사진들. 1:144의 EX-S 건담의 작례는 1:144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이 무척 큰 느낌인데요. 전반적으로 20여년전의 작례들이라 지금의 작례에 비해서는 디테일이 떨어지긴 합니다만, 작금의 MG나 HG 같은 훌륭한 베이스가 없었던 당시 풀 스크래치 빌드로 보여준 저 디테일은 분명 놀라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커버를 장식한 1:20 스케일의 S 건담 상반신 모델은 지금의 수준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레전드급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군요.


에반게리온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의 러프 디자인을 베이스로 태어난 제쿠아인 츠바이의 작례도 인상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안노는 건담 시리즈의 열혈팬으로 역습의 샤아에서는 메카닉 디자인으로 참여하기도 하지요.


센티넬 시리즈에서 최초로 소개되었던 더블제타 건담의 강화형 FAZZ(Full Armor ZZ Gundam)의 작례는 2001년에 발매되어 센티넬 시리즈의 첫 MG화를 알렸던 MG FAZZ 보다도 훨씬 나은 프로포션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244 페이지에는 단편 만화도 등장합니다. 카토키 하지메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보아 카토키 하지메 본인이 직접 그린 만화인 듯 하군요,


이제까지의 하드코어 SF 스타일과는 그 분위기를 달리하는 모빌슈트 걸들도 빠지지 않고 이 무크지에 모습을 내밀고 있습니다. 미소녀와 SF라는 당시 아니메 마니아들의 양대 코드를 실로 절묘하게 매칭시킨 창조물이라 하겠는데요. 이러한 개념들은 근래의 작품에까지 이어져오게 됩니다. 모두 아키타카 미카의 일러스트들.


S 건담의 강화형 계획 중 하나인 S 건담 딥 스트라이커의 압도적인 위용. 대빔 방어용 병기인 I 필드를 비롯, 전합급 메가입자포, 다량의 부스터 등 일반 MS를 능가하는 전투력을 가진 머신이라 하겠는데요. 이는 후일 카토키가 디자이너로 참가하게 되는 건담 0083 시리즈에서 건담 3호기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덴드로비움에 영향을 준 기체라 하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S 건담의 가변형태인 G 크루저의 부품 전개도입니다. 모듈별로 분리되는 이 놀라운 전개도는 내부 메커니즘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한 디자이너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데요. 오히려 근래 카토키 디자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일부 페이지의 가독성 문제나 눈에 띄는 몇몇 오타들이 오점이긴 합니다만, 이번 센티넬 한국어판은 분명 이제까지의 한국어판 건담 서적과는 다른 레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분량에 가격도 이제까지의 건담류 서적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녀석(물론, 320 페이지라는 분량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편도 아니지만)입니다만, 그 오랜 세월 동안 숙성되어온 깊이와 풍미는 소장용으로서 더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당신이 건담 팬이라면, 그리고 특히나 예전의 건담 시리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거나 갖을 예정이라면, 이 센티넬 무크지는 분명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리라 생각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 大日本絵画 / 한국어판 ⓒ AK 커뮤니케이션즈 에게 있습니다.

건담 센티넬 - 8점
아사노 마사히코 엮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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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마녀의 택급편 (1989), 魔女の宅急便 / Kiki's Delivery Service


ⓒ 角野栄子 • 二馬力 • 徳間書店


<정보>

◈ 원작: 카도노 에이코(角野栄子)
◈ 감독/각본/프로듀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 콘티: 미야자키 하야오, 콘도 요시후미(近藤喜文)
◈ 캐릭터 디자인: 콘도 카츠야(近藤勝也)
◈ 작화감독: 오오츠카 신지(大塚伸治), 콘도 카츠야, 콘도 요시후미
◈ 미술감독/배경: 오오노 코지(大野広司) /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음악감독: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久石譲) / 아라이 유미(荒井由実)
◈ 연출보조: 카타부치 스나오(片渕須直)
◈ 기획/제작: 야마시타 타츠미(山下辰巳) 外 / 토쿠마 야스요시(徳間康快)
◈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 저작권: ⓒ 角野栄子 • 二馬力 • 徳間書店
◈ 일자: 1989.07.29
◈ 장르: 드라마,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G)


<시놉시스>

한적한 어느 시골마을, 한 소녀가 풀밭 위에 누워 라디오를 듣고 있다. 뉴스를 듣던 소녀는 날씨 예보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간다. 보름달이 뜨는 오늘 출발하겠다는 소녀. 엄마는 소녀를 말리려 하지만 소녀는 이미 마음을 결정한 뒤다. 소녀의 이름은 키키, 마녀인 엄마와 평범한 인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키키는 오래된 마녀의 관습에 따라 13살이 되는 해에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마녀수행을 떠나려 하고 있다. 마녀가 인간의 삶 속에서 사는 것이 익숙한 시대, 하지만 마녀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세상은 산업화의 시대를 걷고 있는 중이다. 점점 예전의 것을 잃어가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서 꼬마 마녀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그녀의 말하는 고양이 친구 지지와 함께 빗자루에 몸을 싣고 하늘로 향하는데...


<소개>

카도노 에이코의 6권 짜리 소설 중 1권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된 극장용 만화영화.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 히트작으로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1978)'이 세운 극장용 아니메의 일본내 흥행기록을 11년만에 경신한 작품이다. 이제까지의 작품들이 모두 비평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극장개봉시 시원치 않은 성적을 기록했었기에 본 작품은 어떤 면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에 대한 평가를 새로이 하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와 같은 작품이 된 것이다. 오늘날 미야자키 하야오를 보면 당연시 하게 되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명감독이라는 이미지 역시 본 작품부터 시작되기에 이른다. (이전까지 하야오가 연출했던 극장용 아니메는 모두 주옥같은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흥행에서는 모두 실패를 거두었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2)' 이후 오리지널 작품으로만 승부해오던 미야자키가 연출한 첫번째 지브리표 소설 원작 작품이다. (지브리의 첫번째 소설 원작 작품은 타카하타 이사오의 '반딧불의 묘(1988)'이다.) 그로 인해 이전까지의 미야자키 작품에 담겨져 있던 환경주의적 메시지는 본 작품에서 등장하지 않지만, 마녀라는 환상적인 소재와 19세기 유럽을 연상시키는 배경요소는 분명 미야자키의 작품세계와도 접점이 닿아 있다. 이는 후일 미야자키가 연출하게 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과도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마술이라는 판타지스러운 소재, 유럽적인 배경, 비환경주의적 메시지의 채택, 타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미야자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둘은 확실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또하나 키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또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애초에 이 작품이 미야자키의 연출작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카도노의 작품을 아니메화할 것을 결정한 후 지브리는 후계자 양성차원에서 연출은 새로운 인물에게 맡기고 미야자키는 프로듀서를 맡아 후방을 지원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인물은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도큐무비신사 산하의 해외합작 애니메이션 제작용 하청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도 예전에 몸을 담았던 곳) 시절부터 미야자키나 타카하타 이사오 등과 작업을 해왔던 30살의 신예 가타부치 스나오. 하지만, 제작이 진행되면서 각본과 콘티 등에 미야자키의 손길이 가해지면서 작품의 스케일이 애초 기획단계보다 커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스폰서들이 네임밸류가 있는 감독을 원하면서 결국 가타부치는 감독에서 연출보조로 물러나게 된다.

가타부치의 연출보조 격하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감독으로 내정되었다가 도쿠마 서점의 의사에 의해 조기 강판당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가타부치는 후일 스튜디오4℃를 거쳐 매드하우스로 자리를 옮겨, '블랙 라군(2006~2010)' 시리즈로 아니메 팬들에게 그 이름을 알리게 되는데,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버림받은 뒤 매드하우스에서 연출가로 대성하는 점 역시 호소다 마모루의 궤적과 같음을 알 수 있다. 키키가 제작되던 시점부터 이미 지브리의 구조는 미야자키나 타카하타 이외의 연출가가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였는지도 모른다.

키키에는 한가지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일본판 원제인 마녀 택급편에서 택급편이라는 명칭이 당시 일본의 운수회사인 야마토 운수의 등록상표였던 점. 이는 원작자인 카도노가 택급편이 등록상표인줄 모르고 제목에 사용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으나 이 실수로 인해 본 작품은 야마토 운수가 결국 스폰서로 참가하게 되며, 나중에는 야마토 운수가 역으로 작품을 자사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본 작품의 히트 이후 야마토 운수는 자사의 CF에 키키의 컷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여기에 야마토 운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고양이가 우연치 않게 이야기에 등장하는 등, 본 작품은 카도노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묘하게 야마토 운수와 여러 면에서 얽혀 있는 부분이 있다. 
 
거대한 스케일과 화끈한 모험은 없었지만, 아기자기하고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점은 흥행에 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직전 작품인 '이웃의 토토로(1988)'와 다를바 없었지만, 오리지널 작품이었던 토토로에 비해 키키는 유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어느 정도의 네임밸류를 확보하고 있었고, 여기에 야마토 운수와 니혼 TV와 같은 거대 스폰서의 참여로 홍보면에서도 전작에 비할 바 없이 큰 물량이 투입되었다. 이는 결국 많은 이들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막상 극장에서 접한 미야자키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하게 된다. 이는 제대로 된 홍보전략이 있었다면 앞선 작품들 역시 키키 못지 않은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추측을 가능케하는 대목으로, 실제 미야자키의 작품들이 지금도 지속적인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또한, 본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프로듀서로 참가하게 되는 스즈키 토시오의 등장이다. 미야자키가 스튜디오 지브리에 참가하게 되는 데 있어서 일익을 담당한 스즈키는 1989년 도쿠마 서점에서 스튜디오 지브리로 자리를 옮긴 후 키키의 프로듀서로서 지브리 아니메에 처음 참여하게 되는데, 니혼 TV 제휴와 같은 적절한 전략으로 작품의 흥행에 있어서 크나큰 역할을 해내기에 이른다. 키키를 시작으로 '미야자키-스즈키'라는 극장 아니메 시장의 미다스의 듀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참고 사이트>

[1] 魔女の宅急便_(スタジオジブリ作品), Wikipedia Japan
[2] 魔女の宅急便 (1989), allcinema.net
[3] Kiki's Delivery Service (movie), ANN
[4] 마녀배달부 키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角野栄子 • 二馬力 • 徳間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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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의 속편이자 완결편 

'동전사 Z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이하 카이 시덴의 리포트)'의 속편이자 완결편인 '기동전사 Z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2,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이하 카이 시덴의 리포트2)'가 한글 번역판으로 얼마전 발행되었습니다. 이로써, 현재 일본에 발행된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시리즈는 전권 다 한국에 발행된 셈입니다. 원래는 '기동전사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메모리로부터(이하 카이 시덴의 메모리)'보다 카이 시덴의 리포트 2가 먼저 발간되었습니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는 카이 시덴의 메모리 편이 먼저 발간되고, 약 한달 뒤에 카이 시덴의 리포트 2가 발간되었네요. 이 두 코믹스에 대한 리뷰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시도록 하구요.

☞ 기동전사 Z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 (바로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메모리로부터 (바로가기)


한달전 쯤 발행된 카이 시덴의 메모리는 카이 시덴의 리포트 시리즈로부터 4년 뒤의 작품이라 필체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번 카이 시덴의 리포트2는 전작과 시간차이가 거의 없는 속편이라 그 필체가 유사합니다. 이번에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아무로의 전용기였던 디제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군요. 여기에 벨토치카 일마도 뒷면에 등장하여 엘로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속표지의 카이. 뜬금없게도 해바라기와 함께하는 일러스트네요. 해바라기와 카이가 원 시리즈에서 무슨 연관관계가 있었던 걸까요.


표지의 안쪽에는 숨겨져 있는 일러스트가 있습니다. 열대 우림 속에 서있는 카이 시덴의 모습이군요. 아마 자브로 잠입 당시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데 이 일러스트는 카이 시덴의 리포트1이나 카이 시덴의 메모리 편에는 없는 2권만의 서비스입니다.


카이 시덴의 리포트2는 총 9개의 에피소드와 9개의 후일담이 실려 있습니다. 여기에 퍼스트 건담과 제타 건담의 성우들의 커멘트 및 무려 샤아 아즈나블의 성우인 이케다 슈이치 옹이 등장해주시고 있군요.


전편에 이어 등장해주시는 벨토치카. 벨토치카는 1권과 2권을 통틀어 총 세 편의 에피소드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4편의 에피소드에 등장한 프라우에 이어 가장 많은 등장횟수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역시 TV 시리즈에서 그다지 많이 다뤄지지 않은 주변 인물들이 본 작품에서는 주요 캐릭터들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2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 중 하나였던 'Report:11 MSK-008 디제'는 디제의 탄생배경에 담긴 의미를 파헤치는 부분으로, Report10편과 Report12와 연결되는 에피소드입니다. 디제와 지오니즘, 그리고 샤아 아즈나블과 얽힌 이야기를 제법 흥미롭게 재구성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모노아이 뒷 편에 숨겨진 비밀이라든지 이런 부분은 제법 독특한 발상이었다고나 할까요. (제가 알기로는 이 설정은 작가의 오리지널 설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12편에는 아무로 레이가 마침내 등장합니다. 1권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아무로는 2권에 이르러 3번이나 등장하고 있는데요. 확실히 고투부키의 그림체는 카이나 샤아를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무난합니다만, 아무로나 카츠, 미라이와 같이 다소 인상이 약하거나 여린 인물들을 묘사하는데는 그다지 능숙하지가 못한 듯 싶네요. 본 편의 아무로도 왠지 비열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고나 할까요. 이로 인해 감정이입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Report13편에 등장하는 샤아와 카이의 에피소드도 짧지만 샤아의 생각과 가치관을 나름대로 잘 해석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아무로와 샤아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시작한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시리즈는 후반부에 이르러 아무로와 샤아를 등장시켜 제법 묵직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는 선라이즈에서도 이 시리즈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고 있다는 의미로 보아도 될 듯 합니다. 또한 비록 회상일 뿐이지만, 소녀 시절의 하만 칸(이는 키타즈메의 코믹스에서 그린 하만의 코스튬과 헤어 스타일을 그대로 따름)이 등장하기도 하며, 오리진 시리즈의 9편에 등장했던 지온 줌 다이쿤의 정실인 로젤시아 역시 회상씬에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는 이 작품의 같은 건담 계열 코믹스의 야스히코 화백의 '건담 디 오리진'이나 기타즈메 히로유키의 코믹스인 '기동전사 건담 CDA, 젊은 혜성의 초상'과 같은 부분의 설정을 공유하는 의미로 건담의 공식적인 세계관이나 설정을 감안하고 작품을 그렸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꽤 신경을 썼다는 의미인 셈이죠.


시리즈 말미에 부록으로 등장하는 성우 코멘트는 건담 시리즈에 출연했던 성우들이 본 코믹스에 대한 느낌을 짧게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1권에서는 카이의 성우였던 후루카와 토시오와 고토부키의 대담이 실렸습니다만, 이번에는 아무로 레이 역의 후루야 토오루 이하 여러 명의 성우들이 코멘트를 달고 있군요. 특히 벨토치카 일마 역을 맡았던 카와무라 마리아나 하만 역을 맡았던 사카키바라 요시코의 코멘트는 반가웠다고나 할까요. 여기에 샤아를 연기한 이케다 슈이치의 특집 코멘트가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큰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소재는 아니었지만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시리즈는 건담 시리즈의 빈 시간대를 적절하게 이용하면서도 제법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 아이디어가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만화영화로서는 다소 지루할지도 모릅니다만, 이런 주변적인 관점으로 우주세기를 바라보는 신작이 만화영화화 되는 것도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예컨데 카라바와 아무로 레이, 그리고 벨토치카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든지 말입니다.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시리즈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건담 월드 속에서 나름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Z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2 - 6점
고토부키 츠카사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작/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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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1989), トップをねらえ!Aim for the Top! GunBuster


ⓒ BANDAI VISUAL · JVC Entertainment · GAINAX


<정보>

◈ 원작/기획: 오카다 토시오(岡田斗司夫)
◈ 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 각본: 안노 히데아키, 오카다 토시오
◈ 콘티·설정: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美樹本晴彦)
◈ 메카닉 디자인/로봇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宮武一貴) /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쿠보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모리야마 유지(森山雄治)
◈ 미술감독: 키쿠치 마사노리(菊地正典), 사사키 히로시(佐々木洋)
◈ 음악/노래: 다나카 고헤이(田中公平) /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
◈ 제작총지휘: 무라하마 쇼지(村濱章司)
◈ 제작사: 가이낙스, 반다이, 빅터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BANDAI VISUAL · JVC Entertainment · GAINAX
◈ 일자: 1989.10.07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2015년, 우주로 진출한 인류는 돌연 우주괴수의 습격을 받는다. 이 습격으로 우주군의 제독이자 전함 룩시온의 함장이었던 타카야 제독 이하 수많은 승무원들이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우주군 제독이었던 아빠 타카야 제독을 동경하던 소녀 노리코는 아빠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우주 파일럿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룩시온의 비극으로부터 6년 뒤 우주괴수에 대항하기 위해 지구는 RX 계획을 발동하고, 노리코는 파일럿의 등용문인 오키나와 여자 우주고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우주 파일럿으로의 길은 생각보다 고되고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개>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를 통한 가이낙스의 야심찬 시도는 커다란 실패로 귀결되었으나, 문제는 단순히 작품의 실패에 그치지 않았다. 반다이를 통해 거둬들인 거액의 투자비가 가이낙스의 부채로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애초에 왕립우주군을 위해 한시적으로 조직된 프로젝트 집단이었던 가이낙스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체를 뒤로 미루고 수익을 벌어들일 방법을 모색해야할 상황에 처한다. 왕립우주군을 통해 보여주려했던 정통 SF 드라마가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했음을 통감한 가이낙스는 아니메의 수요가 여전히 오타쿠를 중심으로 한 특정계층에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로 인해 그들 오타쿠의 근원이기도 했던 '우주전함 야마토(1974)'와 함께, '기동전사 건담(1979)'을 보고 자란 그들 세대가 처음으로 스탭으로 참여했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컨셉을 다시금 활용하기로 마음먹게 되니, 이것이 바로 가이낙스의 본격적인 태동을 알린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1989, 이하 건버스터)'인 것이다.

☞ 만화영화 연대기: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보러가기)

건버스터는 마크로스를 시작으로 80년대 OVA시장을 주름 잡고 있던 미소녀와 메카닉이라는 키워드를 작품의 테마로 삼아, 여기에 우주전함 야마토의 장중한 SF 드라마를 얹은 전형적인 오타쿠용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80년대 당시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던 이들 오타쿠들이 모여 오타쿠라는 편견을 벗어나기 위해 야심차게 만든 첫작품이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오타쿠들의 입맛에 맛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는 당시 아니메를 보는 시청층의 저변이 한정적이라는 문제도 있었지만, 과거 5~60년대를 풍미하던 도에이의 극장용 만화영화들이 70년대를 기점으로 쇠퇴한 후, 지나치게 일본적인 스타일(특히, 로봇물)에 아니메가 한정되면서 보편적인 감성을 잃어버린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아니메의 한계를 벗어나려 했던 가이낙스였으나 그들의 첫 시도인 왕립우주군 또한 보편적인 감성보다는 마니악한 측면이 강했고, 이로 인해 커다란 실패의 아픔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은 가이낙스의 초대 멤버로 왕립우주군에서 첫 작화감독을 맡았던 신예 안노 히데아키가 맡아 이례적으로 감독으로 데뷔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30세로, 나우시카와 마크로스 등 불과 몇 작품에서의 작화스탭 경력이 전부였는데, 당시 안노와 동년배 중 감독으로 데뷔한 인물은 마크로스 극장판에서 25살의 나이에 공동감독으로 데뷔한 카와모리 쇼지 정도가 유명해졌을 뿐이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데뷔한 카와모리에 비해 안노는 다소 주목을 덜 받으며 등장했지만, 건버스터에서 보여준 그의 연출가로서의 재능은 후일 카와모리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소녀와 메카닉, 그리고 SF 드라마라는 키워드를 접목한 건버스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미 그런 작품은 당대에 넘치고 찰만큼 유행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안노는 이 기본 구도 위에 몇가지 색다른 시도를 첨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건버스터는 이전까지의 마크로스 아류작을 뛰어넘는 스타일과 매력을 겸비하게 된다. 우선, 특촬물에 근원을 둔 히어로와 괴수라는 대결구도는 리얼로봇으로 인해 경직되어버린 당대 로봇 아니메의 구도를 일신하는 새로운 참신함을 부여하게 된다. 울트라맨이라는 히어로가 아닌 버스터 머신이라는 로봇이 그 자리를 대체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버스터의 액션은 틀촬물의 히어로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스타일과 멋이 넘쳤다. 재미있는 것은 로봇의 내부 메커니즘은 리얼로봇의 그것에 근거한 하이테크놀로지적인 모습이었지만, 실제 로봇이 움직이고 싸우는 모습은 특촬물과 슈퍼로봇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모양새였던 것이다.

안노만의 감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건버스터의 초반부는 SF 액션물이 아닌 학원물을 연상시키는데 이 부분은 야마모토 스미카 원작의 '에이스를 노려라(1972)'의 구조를 그대로 패러디한 것으로, 주인공인 타카야 노리코는 에이스를 노려라의 주인공인 오카 히로미를, 학교의 히로인 아마노 카즈미는 류자키 레이카를, 코치 오오타 코이치로는 무나가타 진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렇게 소녀들의 경쟁을 다룬 학원물에서 본격적인 우주의 모험으로 넘어가는 전개를 취하면서 건버스터는 기존의 SF 액션물과는 다른 다양한 맛을 지닌 작품으로 탄생한다. 안노의 패러디(내지 오마쥬)는 단순히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곳곳에 드러나게 되는데, 오오타 코치의 바둑판에 부착된 전자계기판이나 우주전함 엑셀리온의 기관부 등 많은 부분에서 우주전함 야마토의 오마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등장인물의 방에서 볼 수 있는 미야자키 아니메의 포스터나 만화잡지 등에서는 감독과 스탭들의 오타쿠적 취향마저도 느껴진다.

여기에 한가지 더, 건버스터는 정통 SF 이론을 접목하여 극의 또다른 흥미를 유발하게 되는데, 바로 광속과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간다는 우라시마 효과의 도입이 그것이다. 아광속의 속도로 날아간 주인공들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 그녀들이 겪은 시간은 불과 수개월이지만 지상에서는 이미 십수년이 흐른 뒤라는 이 설정은 단순한 극적 재미 이상의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초반부만 하더라도 다소 가벼웠던 극의 분위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무거워지는데, 이렇게 몇가지 과학적, 철학적 소재를 극에 적절하게 도입하고 활용하는 안노의 재능은 후일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 이르러 만개하여 작품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과 해석, 추측과 가십을 낳는 매개로 발전하게 된다.

ⓒ BANDAI VISUAL · JVC Entertainment · GAINAX

전형적인 SF 아니메의 특장점과 정통 SF적인 요소를 성공적으로 결합시켰지만 부정적인 요소 또한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불필요한 성적 표현과 노출이다. 버스터 머신에 탑승하는 여성 파일럿들의 복장이 에어로빅 유니폼인 것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듯. 여기에 이미 과거에 안노가 DAICON III 오프닝 애니메이션에서 선보였던 바스트 모핑(여성의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을 묘사한 씬을 일컫는 용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든지, 필요 이상으로 목욕씬과 속옷 씬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80년대 OVA의 대표적인 상술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불필요하게 많아 극의 흐름을 끊는다. 이는 이 작품이 그럴듯한 테마와 중후한 설정으로 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상업적인 노선을 걷는 작품임을 증명하는 사례로, 이후 에반게리온을 위시한 여러 가이낙스 작품에서도 이러한 노선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을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메카닉 디자인을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맡고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이 마크로스의 적자임을 증명하는 뚜렷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장귀병 MD 가이스트(1986)', '대마수격투기 강의 귀(1987)' 등에서 특촬물적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메카닉을 선보인 오하타 코이치나, '프로젝트 A코(1986)'를 통해 미소녀와 SF를 그전과는 다른 형태로 접목시켰던 모리야마 유지, 스튜디오 비보 출신으로 당시에는 미완의 대기였던 쿠보오카 토시유키, 후일 특촬물 감독으로 성장하게 되는 가이낙스의 멤버 히구치 신지 등의 진용도 믿음직스럽다.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간 제작비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제작비의 압박 때문이었는지 최종화에서는 채색이 되지 않은 콘티가 그대로 작품의 컷으로 사용되는 씬이 등장한다. 이는 에반게리온을 포함한 후대 가이낙스의 작품에 종종 엿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가이낙스의 재무상황은 더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가이낙스는 아니메 제작 외에 제작 하청과 컴퓨터 게임 등 닥치는 대로 수익사업에 매진하게 되니 이 때까지만 해도 가이낙스의 앞길은 어두운 터널 속이었다.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2004), トップをねらえ2!


ⓒ GAINAX · TOP2 委員会


<정보>

◈ 원안/감독: 츠루마키 카즈야(鶴巻和哉)
◈ 감수: 안노 히데아키
◈ 각본: 에노키도 요지(榎戸洋司)
◈ 콘티: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지, 히라마츠 타다시(平松禎史) 外
◈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버스터머신 디자인/퓨처 비주얼: 이즈나요시쯔네(いづなよしつね) / OKAMA
◈ 메카닉 디자인: 이시가키 쥰야(石垣純哉), 코야마시게토(コヤマシゲト) 外
◈ 작화감독: 사다모토 요시유키, 시바타 유카(柴田由香), 스시오(すしお), 니시고리 아츠시(錦織敦史) 外
◈ 3D 감독/CG 모델링: 나스 신지(那須信司) / Viewworks
◈ 미술감독: 가토 히로시(加藤浩)
◈ 음악/노래: 다나카 고헤이 / ROUND TABLE, ACKO
◈ 기획/제작: TOP2 제작위원회
◈ 제작사: 가이낙스, 반다이 비주얼, JVC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GAINAX · TOP2 委員会
◈ 일자: 2004.11.?? ~ 2006.0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가이낙스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제작된 건버스터의 후속편. 건버스터를 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부채에 허덕이며, 어두운 내일 밖에 보이지 않았던 가이낙스가 이제는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제작 스튜디오가 되어 당당히 20주년 창립작품을 내놓는 모습은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바로 그 기념작이 그들의 최초 히트작인 건버스터라는 사실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20년이 흘러 아니메의 트렌드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로봇 아니메나 미소녀와 SF를 접목하던 트렌드는 모두 과거의 일이 되었으며, 가이낙스 스스로가 아니메의 흐름을 바꾸었던 에반게리온 이후의 아니메 부흥기를 지나 업계가 다시금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할 무렵, 그리고 가이낙스 자신도 에반게리온 이후 로봇 아니메에서 손을 뗀 채 말랑말랑한 연애, 메이드물에 주력하고 있을 당시, 가이낙스의 새로운 도전이 이 20주년 기념작 '톱을 노려라2!, 다이버스터(2004, 이하 다이버스터)'에서 그 전조를 알렸다면 다소 과장된 표현일까.

후속편이라 하지만, 시대배경은 건버스터에서 무려 1만 5천년 후의 이야기이다. 사실 이조차도 작품의 초반부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시대 배경도, 캐릭터도 완전히 상이한 모습과 전개인지라 후속편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색할 정도. 캐릭터 디자인은 가이낙스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또 한명의 인물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맡았는데, 사다모토 특유의 슬림한 소녀적 취향에, 가이낙스의 만화영화적 표현이 접목되어 비주얼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그것은 레트로풍의 슈퍼로봇스러운 매력을 진하게 풍기는 버스터 머신들도 마찬가지. 슈퍼로봇스러운 모습을 간직했지만 그 내부 메커니즘에서는 리얼로봇과 정교한 변신합체로봇의 컨셉을 간직했던 건버스터와 달리 다이버스터는 과거 비현실적인 변신합체 컨셉을 보여준 겟타로보와 같은 뉘앙스가 느껴진다. 건버스터라는 타이틀을 떼고 보면 오히려 이러한 다이버스터의 모양새는 근 몇년간의 가이낙스적 취향에 근접해 있다 하겠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다이버스터는 건버스터의 후속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특히, 라스트에서 건버스터의 히로인인 노리코를 맞이하는 라르크와 지구의 모습은 과거 건버스터에서 인류를 구하고 1만5천년 후의 시간으로 튕겨나가버린 히로인 노리코와 카즈미의 엔딩을 그들의 관점이 아닌 그들을 맞이하는 지구인의 관점으로 바라본 모양새다. 이러한 결말은 상당히 극적인 재미를 작품에 부여하는데, 이로 인해 다이버스터는 종장에 이르러 건버스터의 후속임을 완벽하게 관객에게 각인시키게 된다. (애초에 다이버스터의 각본은 엔딩부터 거꾸로 써졌다는 후문이 있다)

ⓒ GAINAX · TOP2 委員会

레트로풍의 슈퍼로봇적 컨셉과 더불어 본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또하나의 비주얼적 매력은 속칭 '카나다버스'라 불리는 다이나믹한 화면처리 기법에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일본 아니메업계의 전설적인 작화가 카나다 요시노리가 창안한 이 기법은 같은 액션장면도 보다 더 역동적으로 묘사할 수 있어 이를 통해 다이버스터의 액션을 거대한 스케일과 함께 실로 과장과 함축이라는 만화영화의 특성이 십분발휘된 영상미를 관객에게 선사하게 된다.

다만, 주제의식이나 여러면에서는 원작에 비해 신선도나 깊이는 부족하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역동적인 화면은 과거의 슈퍼로봇을 가이낙스적인 것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모자람이 없었지만, 20주년 기념 스페셜 작품답게 다소 이야기에는 무리함이 따른다고나 할까. 이는 과거와 달리 지나치게 소년, 소녀들 위주로 진행되는 드라마 구조의 한계이며, 동시에 작금의 아니메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이버스터의 여러가지 시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카나다버스에 입각한 감각적인 영상미와 뜨거운 열혈과 근성, 그리고 통쾌하면서도 극적인 이야기 구조는 그로부터 3년 뒤 가이낙스의 또다른 작품에 이르러 진정한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참고 사이트>

[1] トップをねらえ!, Wikipedia Japan
[2] トップをねらえ2!, Wikipedia Japan
[3] トップをねらえ! (1988), allcinema.net
[4] トップをねらえ!2 (2004~2005), allcinema.net
[5] 톱을 노려라!, 위키피디아
[6] 톱을 노려라!,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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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에 이은 카이의 추억 여행

토부키 츠카사가 카도카와 서점의 건담 전문 매거진 '건담 에이스'를 통해 연재한 카이 시덴을 주인공으로 한 코믹스 '기동전사 Z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이하 카이 시덴의 리포트)'의 속편 격이라 할 수 있는 '기동전사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메모리로부터(이하 카이 시덴의 메모리)'가 2011년 9월 중순부터 한글 번역판으로 발행되었습니다. AK가 의외로 전편인 카이 시덴의 리포트가 1부를 발행한 뒤 2부를 발행하지 않고 카이 시덴의 메모리 1부를 먼저 발행했군요. 작품의 전체적인 개요나 작가에 대한 짤막한 소개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기동전사 Z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 (바로가기)


이번 작품은 TV 만화영화 시리즈 '기동전사 건담(1979)'의 배경이 되는 1년 전쟁 당시 주인공인 아무로 레이의 전우였던 카이 시덴이 전후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성장하여 1년 전쟁 기념 전시회에 참여하여 자신의 추억이 담긴 여러가지 전시품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입니다. 전편인 카이 시덴의 리포트가 '기동전사 Z 건담(1985)'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원작에서 미처 이야기 하지 않은 시점과 공간에서의 카이의 활약을 담고 있다면, 이번 편은 현재 시점의 카이가 아닌 과거 1년 전쟁 당시의 시점에서 작품에서 미처 언급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래 건담 월드의 설정을 최대한 반영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원작과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펜터치는 카이 시덴의 리포트보다는 좀 더 작가만의 개성이랄까, 혹은 다른 방향에서의 시도가 엿보인다 하겠는데요. 실제 카이 시덴의 리포트와 본 작품은 약 2년 정도의 시간차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작가의 작화 스타일이 다소 변한 것이라 짐작이 가는군요. 전반적으로 디테일은 상승하였으나 캐릭터의 느낌은 카이 시덴의 리포트 쪽이 더 나은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카이 시덴의 메모리는 총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년 전쟁 기념관에 초대받은 카이가 전시장에 진열된 옛 1년 전쟁 당시의 탑승함 화이트 베이스의 유물들을 보며 옛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매 챕터마다 과거 화이트베이스에서의 추억이 카이의 관점에서 회자되고 있는데요. 역시 전작인 카이 시덴의 리포트에 이어 이번 작품도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극히 정적인 전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건담 월드에 대해 나름의 지식과 흥미를 가진 사람(주로 우주세기 건담팬들에 한정되겠지만)이 아니라면 이런 전개는 극히 지루하다고 할 수 있겠죠. 어차피 본작의 타겟층은 우주세기 건담의 팬들에 국한되어 있긴 합니다만.


위의 사진을 보면 전작에 비해 메카닉 디테일이 좀 더 나아졌음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아쉽게도 대화 중심의 코믹스라서 향샹된 메카닉 디테일이 작품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합니다. 전시회가 열리는 시점은 초반에 리포터가 '지온공국을 수립하고 지구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로부터 약 반세기...'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지온공국의 설립년도인 우주세기 0058년으로부터 약 50년 후인 우주세기 0108년 전후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카이 시덴의 나이는 대략 40대 중반으로 볼 수 있겠군요. 우주세기 0096년을 시간대로 하는 '기동전사 건담 UC(2011)'보다 후의 이야기이며, 우주세기 0105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섬광의 하사웨이'와 비슷한 시간대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두 작품간의 상관관계는 없습니다만. 


본 작품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펜 터치가 변하면서 인물들의 미간 부분의 묘사가 지나치게 과하여 대체적으로 캐릭터들이 신경질적으로 보인다는 점인데요. 후반부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만, 챕터 2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상황 자체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상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히스테릭한 느낌으로 그려져 다소 거슬리는 느낌을 줍니다. 원작에서는 가장 유순한 인물인 미라이 마저도 신경질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군요.


전시회에서 카이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인 로제. 전시회의 도우미이기도 한 그녀는 과거 카이의 추억 속의 여인이기도 했던 미하르와 다소 닮은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아무래도 이는 작가가 의도한 설정인 듯 합니다. 챕터 중간중간 이뤄지는 편집담당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러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군요.


본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챕터 9의 코어블록과 챕터 10의 빅팀즈. 건담, 건캐논, 건탱크에 탑재된 코어블록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방군의 비밀작전인 V 작전에 숨겨진 의중을 화이트 베이스의 승무원들이 파헤쳐가는 에피소드인데요. 하나의 사실 속에 숨겨진 음모를 추리해나가는 이야기이다보니 이런 대화 중심의 코믹스에서는 가장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주었다 생각됩니다.

카이 시덴의 메모리는 내용상으로는 전작인 카이 시덴의 리포트 1권에 비해 좀 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원작에서 다루지 않은 비어있는 시간대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다소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대화 위주로 진행되어 지루함이 느껴졌던 카이 시덴의 리포트에 비해서는 형식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 좀 더 많았다는 느낌이랄까요. 후속편을 암시하는 모양새로 끝났으나 일본에서도 아직 1권의 내용 이후로는 더이상의 연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 하군요. 카이 시덴의 추억을 좀 더 엿보고 싶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sukasa KOTOBUKI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1 - 8점
고토부키 츠카사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작/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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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Zack Snyder)
◈ 각본: 잭 스나이더, 스티브 시부야(Steve Shibuya)
◈ 캐스팅: 에밀리 브라우닝(Emily Browning), 애비 코니쉬(Abbie Cornish), 제나 말론(Jena Malone), 바넷사 허진스(Vanessa Hudgens), 제이미 청(Jamie Chung)
◈ 제작: 워너 브러더스 픽쳐스


<시놉시스> 

여기 방금 어머니를 여읜 두 자매가 있다. 소녀들의 아버지는 탐욕에 찬 계부, 모든 재산을 딸들에게 남긴다는 아내의 유언장에 격분한 그는 자신의 의붓딸들을 위협하려 했고, 엉겁결에 소녀는 권총을 발사하게 된다. 하지만, 두려움에 떨며 발사된 총알은 계부가 아닌 자신의 동생에게로 향하고 만다. 동생마저 잃고 마는 소녀, 이제 그녀에게 의지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계부는 소녀가 어머니를 여의고 정신착란 증세를 보여 동생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고, 소녀는 결국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 정신병원의 책임자 블루는 계부에게 뒷돈을 건네받고 소녀를 평생 정신병원에서 썩게 할 것을 약속한다. 정신병원에 보낸 것도 모자라 계부는 뇌수술을 통해 소녀의 기억을 지우게 될 것을 원하고... 뇌수술을 받게 될 동안 남은 시간은 5일, 과연 소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녀가 수술대에서 눈을 감은 순간, 그녀는 베이비돌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주류를 향한 잭 스나이더의 두번째 도전, 다시 한 번 실패로 돌아가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디언의 전설(2010)'을 통해 이제까지보다 한 레벨 더 올라간 블록버스터의 기대주가 되려 했던 잭 스나이더는 여러가지 의미있는 시도와 멋진 영상미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헐리우드는 잭 스나이더에게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싶다. 가디언의 전설이 극장에서 내려온지 반년이 못되어 잭의 또다른 야심작이 극장가를 통해 우리를 찾아왔고, 내년에도 한편의 대작 블록버스터가 대기중이니 말이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지난 4월에 개봉한 잭 스나이더 연출/각본/제작의 '써커 펀치(2011)'가 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그의 한계를 보여준 가디언의 전설에도 못미치는 실패작으로 귀결되었다. 흥행성적으로만 보아도 약 8천만 달러의 엇비슷한 제작비가 소요된 이 두 작품에서 가디언의 전설이 약 1억 4천만 달러의 글로벌 흥행수익을 거둬들이며 나름 선방한 반면, 써커 펀치는 9천만 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성적(그것도 글로벌 흥행 성적으로)을 거둬들이며 가까스로 적자를 면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PG등급으로 상영되었던 가디언의 전설에 비해 PG-13인 써커 펀치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삼았던 가디언의 전설과 달리 그가 직접 각본작업에 참여했던 써커 펀치의 이야기 완성도가 분명 전작에 못미쳤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 실제로 그가 써커 펀치 이전에 작업한 4편의 작품들은 모두 원작을 가진 이야기였다. 써커 펀치는 그런 면에서 잭에게 있어서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연출가로 거듭나기 위한 일종의 시험무대였던 셈인데, 결과적으로 첫번째 시험은 낙방에 가까운 점수가 나온 셈이다.

☞ 가디언의 전설 - 잭 스나이더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애니메이션 (바로가기)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이 작품은 흔히들 말하는 병맛이라고 불리는 영화는 적어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늘씬하고 매혹적인 미소녀가 다섯명씩이나 등장해서가 아니다.(아니라고 완벽히 부정하진 못하겠다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분명 감독이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을 했구나라는 것이었다. 다만, 그로 인해 이 작품은 음식의 시식으로 비유하자면 좋았다가 씁쓸했다가, 달콤했다가 너무 시큼하다가, 쫄깃하다가 푸석하다가를 반복하며 들쭉날쭉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은 화려한 데코레이션을 제거하고 나면 너무 빈약하고 보잘 것 없다. 하지만 부분 부분을 장식한 데코레이션에서만큼은 상당히 일류적인 감각과 재치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아마 이것이 헐리우드가 잭 스나이더를 계속 사랑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재산을 노리는 계부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소녀, 계부는 소녀에게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누명을 씌워 정신병원에 가두고 뇌물을 써서 기억을 지우는 뇌수술을 소녀에게 시키려 한다. 남은 시간은 5일, 이 이야기는 그 5일 사이에 벌어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소녀의 환상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소녀의 또다른 환상의 삼중 구조로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현실과 환상, 그리고 환상 속의 환상으로 이루어지는 삼중구조는 얼핏 작년도에 개봉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2010)'에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며, 스릴러라는 형식을 채택한 점에서는 오히려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와의 접점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두 작품과 비교해서도 써커 펀치는 확연히 내공이 부족해 보인다.

꿈에서 꿈으로, 다시 꿈으로 들어가면서 각각의 상황이 중첩되면서 긴장감을 높였던 인셉션과 달리, 써커 펀치는 환상에서 환상으로 들어가는 중에 그 어떤 긴장감도 가중되지 않는다. 현실에서 정신병원에 들어간 주인공 베이비돌이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위기상황 속에서 환상, 그리고 환상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그저 현실의 상황이 환상 속의 다른 상황으로 재구성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인데, 그 베이스가 되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느슨하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상 속의 환상으로 들어간 뒤 펼쳐지는 판타지와 SF, 밀리터리가 결합된 기묘한 세계에서의 액션에 잠시 몰입하다가 환상이 끝나고 나면 영화는 갑작스레 싱거워지면서 특유의 맛을 잃고 만다. 

또한, 계부에 의해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갇혀 정신적으로 크나큰 위기에 직면한 베이비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도 이 작품은 부인의 죽음이라는 과거 속에 숨겨진 트라우마를 안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속에 살아가는 수사관의 이야기를 다룬 셔터 아일랜드에 비교하면 그 드라마성과 스릴러성이 너무도 부족하다. 스릴러를 표방한 작품임에도 써커 펀치에서는 어떤 스릴러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이 작품의 또하나의 크나큰 미스이기도 하다. 실제 이야기의 짜임새가 단순하고 느슨하다 보니 환상 속의 환상에서 벌어지는 잭 스나이더만의 독특한 영상미학을 제외하고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별반 없는 셈이다. 그로 인해 음침하고 메마른 정신병원과 퇴폐적이면서 암울한 클럽을 표현한 미술과 색감은 상당히 훌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큰 빛을 발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 인셉션, 아트 블록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주다. (바로가기)
☞ 셔터 아일랜드, 스릴러가 아닌 한편의 싸이코 드라마 (바로가기)

결국,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환상 속의 또다른 환상인 가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미소녀들의 화끈한 액션장면에 한정된다. 사실 이 부분은 잭 스나이더의 원래 장기이기도 한데, 비주얼 노벨을 영상화하는데에서도 나름 일가견을 보인 잭은 아니메 스타일의 캐릭터들을 서구식 영화로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나름의 노하우를 가진 듯 싶다. 교복을 입고 일본도를 휘두르는 베이비돌의 스타일은 아무리봐도 일본 아니메의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물론, 이는 공동으로 각본을 작업한 스티브 시부야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아니메를 실사영화화했던 많은 실패작들과 비교해서 그 영상적 완성도는 써커 펀치가 단연코 월등하다. 다만, 이 만화적 씨퀀스들이 작품의 일부분에 한정되면서 이야기는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는 갈짓자 행보를 걷고 있다. 현실과 첫번째 환상의 이야기가 화려한 영상미의 두번째 환상만큼 매력적이었다면 이 영화의 평가는 달라졌겠지만, 아쉽게도 잭 스나이더가 그 정도의 수준에 미치려면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엔딩 스탭롤에 펼쳐지는 블루(오스카 아이삭 분)와 고스키(칼라 구기노 분)의 듀엣 퍼포먼스는 이 작품을 고풍스러운 클럽 스타일과 테크노스러운 분위기를 오가는 작품으로 꾸미고자 했던 감독의 의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만약, 작품 내에서 그러한 분위기 전환이 잘 묘사되었다면 엔딩 역시 빛났으련만, 아쉽게도 본편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엔딩은 오히려 뜬금없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재미있는 것은 클럽을 배경으로 삼았으면서도 본편에서 여배우들의 공연장면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이제 바톤은 내년에 잭 스나이더가 연출할 슈퍼맨 시리즈의 후속편 '맨 오브 스틸(2012)'에게로 넘어갔다. 과연 가디언의 전설에 이은 두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잭 스나이더는 부활할 수 있을까. DC의 히어로 수퍼맨이 내년도 마블 진영의 야심작 어벤져스와의 싸움에서 패한다면 잭 스나이더는 헐리우드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DC의 모회사이기도 한 워너는 이번 써커 펀치의 실패를 통해 벌써부터 큰 고민에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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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 롭 마샬(Rob Marshall)
◈ 원작: 팀 파워스(Tim Powers)
◈ 캐스팅: 조니 뎁(Johnny Depp),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 이안 맥쉐인(Ian McShane), 제프리 러쉬(Jeoffrey Rush)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


<시놉시스> 

스페인의 바닷가, 어부들이 바다에서 그물을 걷어올리던 중 그물에 걸려있는 괴노인을 발견한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노인을 왕성으로 데리고 간 어부들, 노인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폰세 데 레온'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탐험가로 푸에르토리코의 첫번째 통치자이자 플로리다를 발견해 내었던 후안 폰세 데 레온은 젊음의 샘을 발견했던 인물로도 오랫동안 전해지고 있었다. 노인의 손에 들린 책에 폰세 데 레온과 젊음의 샘에 관련된 정보들이 씌여져 있음을 알아낸 스페인은 곧장 젊음의 샘을 향한 항해 준비에 들어간다.

한편, 블랙 펄의 갑판장이었던 죠샤미 깁스가 잭 스패로우라는 누명을 쓰고 런던의 재판장에 선다. 깁스는 무고함을 항변하지만, 시민들은 해적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이 때 등장한 스미스 판사, 판사는 처형 위기에 처한 깁스를 무기징역으로 감면시켜준다. 알고보니 판사는 잭 스패로우가 변장한 모습이었던 것, 잭은 매수한 마부가 모는 죄수 호송형 마차에 깁스를 태우고 의기양양하게 탈출에 성공한다. 깁스로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팔아 가짜 잭 행세를 알게 된 잭. 대화가 끝나갈 즈음 목적지에 마차가 도착한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항구가 아니라 영국의 왕 죠지 2세의 궁전 앞. 잭은 영국군들에게 체포당해 궁전으로 끌려가는데...


미드 필더가 사라진 해적팀, 잭 선장의 개인기만으로 버텨내다.

즈니랜드의 놀이테마로 사랑받던 캐리비안의 해적이 영화화되어 이제는 고사되었다고 여겨지고 있던 해적 어드벤처물에 또다른 신화를 써내려간지도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었다. 잭 스패로우라는 헐리우드 영화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한명을 만들어낸 이 유쾌하고 재기 넘치는 3부작이 다채로운 볼거리와 재미를 팬들에게 듬뿍 안겨주고 4년전 막을 내렸지만, 헐리우드의 잭 스패로우 사랑은 3부작으로는 부족했던 듯 싶다. 2011년 캐리비안의 해적의 4번째 시리즈가 다시금 우리를 찾아오게 되었으니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으리라 짐작되는(또,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으리라 짐작되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2011)'가 바로 그것이 되겠다.

이미 3부작에 걸친(물론, 실제로 1편은 별개의 이야기이고, 그후 2편과 3편이 내용상 연계가 있지만) 이야기로 사실상 잭 스패로우의 모험의 첫장은 끝난 셈. 새로이 시작될 4편은 전혀 새로운 모험거리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3부작과 같이 각 시리즈가 전체 이야기의 한부분이 되는 연속성을 가진 이야기가 아니라,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사건과 인물들이 등장하는 시리즈 물의 경우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있어서 매 시리즈마다 많은 고민이 수반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4편에 이르러서는 올랜도 볼룸의 윌 터너나 키이라 나이틀리의 엘리자베스와 같이 잭 스패로우의 든든한 사이드 킥들이 모두 시리즈에서 하차했으며, 무엇보다 3부작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캐리비안의 해적은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감독으로 시리즈를 꾸려가야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시리즈의 각본은 캐리비안 시리즈를 창조해낸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지오가 그대로 맡았지만, 이야기는 팀 파워스가 1987년에 쓴 소설 '낯선 조류(1987)'라는 유명한 소설을 베이스로 삼았다. 여기에 '시카고(2002)'와 '게이샤의 추억(2005)' 등으로 잘 알려진 롭 마샬 감독이 연출가로 합류하면서 오히려 시리즈의 모양새는 이전보다 더 무게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키이라 나이틀리를 대신하는 여주인공 역에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낙점되었고, 잭 스패로우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자 가장 강력한 라이벌 바르보사 선장의 제프리 러쉬가 건재하는 등, 사실 시리즈는 시작 전에는 많은 기대감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 시리즈의 반 이상을 책임지는 매력적인 악당 잭 스패로우가 여전히 건재했다. 좋은 스토리와 좋은 감독, 좋은 캐릭터가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 네번째 시리즈는 미적지근한 평을 들어야만 했을까.

극장이 아닌 PC(네이버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에서 감상했기에 그 느낌이 스크린과는 다소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이 4번째 시리즈는 킬링 타임용으로는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4편의 흥행성적은 약 10억4천만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9억6천만달러의 성적을 거둬들인 3편보다 앞서고, 10억6천만달러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둬들인 2편보다 약간 모자란 정도다. 그리고 2편과 3편의 경우 사실 비평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 왜 유독 4편은 전작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부제인 낯선 조류처럼 이제까지와는 낯선 분위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잭 스패로우의 원맨쇼인 것 같던 시리즈가 막상 많은 조연급 배우들이 하차하고 나니 생각 외로 그들의 빈자리가 컸음을 제작진과 관객 모두 공감했다고나 할까. 역으로 말하면 새로운 캐릭터들이 그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시리즈는 잭이 등장하는 부분과 잭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의 편차가 몹시 크다. 특히, 새로운 악당인 검은 수염역의 이안 맥쉐인은 전 시리즈에서 강렬한 모습을 선보였던 문어선장 데비 존스역의 빌 나이와 아무래도 많은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는데, 데비 존스의 포스가 너무도 강렬했던 덕분에 검은 수염의 아우라는 상대적으로 너무 미약해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속는 왁자지껄한 구도도 본 시리즈에 와서는 너무도 점잖아진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4편은 해적 어드벤쳐를 마음껏 비틀어댔던 이전 시리즈에 비해 얌전하고, 오히려 전통적인 느낌마저 풍긴다. 이는 뮤지컬과 드라마에 일가견이 있는 롭 마샬 감독의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 실제로 코미디와 어드벤쳐가 과하리만치 빛을 발했던 전 시리즈에 비해 이번 시리즈는 잭과 바르보사, 깁스와 같은 원 캐릭터들을 빼면 몹시도 정통 해적물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런던에서 벌어지는 초반부의 모험 때만해도 괜찮을 것 같았던 이 영화는 전개가 거듭될 수록 점점 늘어지게 되는데, 이는 분명 캐리비안의 해적이 지녔던 본래의 성질이 희석되고, 롭 마샬 감독의 감성이 가미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 Walt Disney

시리즈 본래의 느낌을 잃어버린 것 외에 한가지 더 문제였던 것은 한편의 이야기에 너무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밀도가 옅어졌다는 것이다. 잭과 그의 옛 연인 안젤리카, 그리고 안젤리카의 아버지인 검은 수염, 검은 수염을 뒤쫓는 바르보사 선장, 여기에 검은 수염에 사로잡힌 신부 필립과 역시 검은 수염에게 사로잡힌 인어 시레나까지... 너무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각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매력이나 스토리를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체 오히려 전체 이야기를 산만하게 끌고 가는 악재로 작용한다. 전작에서도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 캐리비안의 해적이지만, 2편과 3편은 이야기가 연결되었기에 이 많은 캐릭터들을 소화할 여력이 있었으며, 1편의 경우에는 4편보다는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수도 적었고, 이야기도 중심이 잡혀 있었다. 이 작품에서 인어는 분명 매혹적인 소재였지만, 이미 잭과 안젤리카라는 구도에 신부와 인어의 뜬금없는(?) 로맨스까지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오히려 산만해지지 않았나 싶다. 바르보사나 안젤리카 둘 중 한명은 굳이 시리즈에 필요가 있는 캐릭터였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물론, 제 역할을 다한 바르보사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번 4편을 끝으로 시리즈가 막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시리즈는 흥행에서는 전작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는 잭 스패로우라는 희대의 캐릭터가 여전히 제 몫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이번 4편은 여전히 잭 덕분에 볼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들과 어떤 모험 이야기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잭 스패로우라는 보증수표가 건재한 이상 후속편은 여전히 가능성과 흥행성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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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th Century Fox


<스탭>

◈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Rupert Wyatt)
◈ 원작: 피에르 불의 SF 소설 '유인원들의 혹성(1963)' / 프랭클린 J. 샤프너의 영화 '유인원들의 혹성(1968)'
◈ 캐스팅: 제임스 프랑코(James Franco), 앤디 서키스(Andy Serkis), 프리다 핀토(Freida Pinto)
◈ 제작: 20세기 폭스


<시놉시스> 

제약회사 젠시스에 근무하는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랑코 분)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연구에 몰두하던 중, 손상된 뇌조직을 복구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 그는 이 약을 '큐어'라 명명하고 침팬지에게 임상실험을 하게 되는데, 큐어를 접종한 침팬치 '반짝이는 눈'이 인간의 수준에 가까운 지능을 보유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큐어와 침팬지 반짝이는 눈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당일, 반짝이는 눈이 갑자기 돌변하여 연구소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경비원에 의해 반짝이는 눈은 사살되고 크게 실망한 사장은 신약의 개발중지와 함께 임상실험 중이던 모든 침팬지들을 안락사시킬 것을 지시한다. .

그런데, 침팬지들을 안락사시키던 도중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다. 사살된 반짝이는 눈에게 아기가 있었던 것이다. 아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진 침팬지가 난동을 부린 사실을 알게된 로드만. 하지만 이미 연구는 중단된 뒤였고, 하는 수 없이 로드만은 아기 침팬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버지의 병을 보다 못해 연구실에서 몰래 빼내온 큐어를 아버지에게 접종하는 로드만, 약은 성공적이어서 아버지는 치매증상을 벗어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상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 로드만은 침팬지를 키우게 되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지능이 늘어나는 아기 침팬지에게 로드만 부자는 '시저'(앤디 서키스 분)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되는데...


고전 SF 시리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웰메이드 SF

전 명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쉬운 동시에 어려운 일이다. 분명, 히트한 작품을 소재로 하는 것은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것보다는 흥행에 있어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만큼 위험한 것은 원작의 명성에 못미치는 완성도로 그려질 경우에는 초반의 기대심리가 순식간에 혹평의 쓰나미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공한 1탄의 속편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어느새 속편과 리메이크작은 흔히 볼 수 있는 영화계의 트렌드가 되었으나 그 대부분이 원작의 명성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소재를 빌어쓴 만큼 리메이크는 언제나 전작의 완성도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사실 혹성탈출이 이번에 다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큰 흥미를 못느꼈었다. 2001년 팀 버튼의 '혹성탈출(2001)'이 등장했을 때만해도 이 전설적인 고전 SF의 부활을 몹시나 흥분된 마음으로 기대했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혹성탈출과 팀 버튼은 안타까울 정도로 상성이 맞지 않았고, 팀 버튼의 컬트적 재기는 SF 고전의 무게에 짓눌려 아무런 빛을 발휘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소리소문 없이 등장한, 게다가 장편연출은 이번이 두번째 밖에 안되는 신예 루퍼트 와이어트가 감독인 혹성탈출은 확실히 이전보다 그 파워가 많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인간 주인공을 맡은 제임스 프랑코가 비록 '127시간(2010)'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주목받는 배우로 부상하긴 했으나 아직 대형 배우는 아니라는 점, 원숭이 주인공을 맡은 앤디 서키스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과, '킹콩(2005)'의 킹콩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명성높은 CG 전문 배우이지만 (오히려 명성을 안겨준 그 CG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본 작품의 캐스팅 파워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에 비해 그리 대단치 않음을 말해준다. 9300백만달러의 제작비는 2001년 혹성탈출의 제작비 1억불에도 못미친다. 무려 10년 전의 작품보다 제작비가 적다는 것은 10년 사이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참고로 올 여름 최대의 블록버스터였던 '트랜스포머 3(2011)'의 제작비는 1억9천5백만 달러다. 개인적으로 두 배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트랜스포머3의 완성도는 이번 혹성탈출의 반만큼도 못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완벽하게 능가했다. 만약, 이 작품이 2001년 혹성탈출 만큼의 관심을 받고 시작했다 하더라도 결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는 기대 이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으며, CG는 이 영화의 많은 것들을 훌륭하게 재현해 주었다. 무려 43년전의 고전 SF는 이번 작품으로 인해 다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고 부활을 이루었다.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이 작품은 속편의 제작까지도 가능한 길을 열어주지 않았나 싶다.

우선 이야기하고 넘어가야할 것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 영화개봉시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던 프리퀄이 절대 아니다. 이미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돌고 도는 세계관을 가진 원작의 성격상, 프리퀄이나 시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인다. 2001년에 제작된 팀 버튼의 작품도 프리퀄이나 시퀄이 아닌 원작의 컨셉을 갖고 새롭게 그려낸 리메이크였는데, 원작의 1편에 해당하는 시점으로 리메이크한 것이 팀 버튼의 작품이었다면, 이번 루퍼트 와이어트의 혹성탈출은 원작의 3편 정도에 해당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그 내용은 전혀 달라서 우주선을 타고 미래에서 온 지능을 가진 유인원이라는 원작의 설정과 달리 이번에는 유전자 공학으로 인해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게 된 유인원이라는 설정이 부여되고 있다. 인류의 멸망 역시 본작에서 어느 정도 암시되고 있는데, 그 역시 핵전쟁에 의한 멸망을 다루었던 냉전시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원작과는 달리 최근 SF에서 많이 묘사되고 있는 바이러스에 의한 인류 멸망으로 변주되고 있다. 이는 본 작품이 프리퀄이 아닌 새로운 해석, 즉 리부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인간 배우들이 곳곳에서 극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누가 뭐라해도 이 작품의 주인공은 침팬지인 시저다. 특히, 이제까지 실사에서 불가능한 SF 또는 환타지 세상의 크리쳐 묘사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던 CG는 배우의 감정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묘사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본 작품의 CG는 웨타 디지털이 맡고 있는데, 웨타 디지털은 아시다시피 반지의 제왕의 감독 피터 잭슨이 설립한 디지털 특수효과 회사로, 이미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을 통해 CG 캐릭터의 정교한 감정 표현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앞선 두 작품보다 이 작품은 보다 더 섬세하다. 특히, CG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이전작과 달리 작품에 등장하는 시저를 위시한 유인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감이 넘쳐 감정이입을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이는 CG도 CG이지만 유인원의 리더인 시저를 훌륭하게 연기해 낸 배우 앤디 서키스의 몫이다. 그의 섬세하고 격정적인 감정연기가 있었기에 CG로 재현된 시저는 실제 이상의 현실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 20th Century Fox

중후반부 들어 시저의 지휘하에 벌어지는 유인원들의 봉기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블록버스터라는 작품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부분이지만, 이 영화는 서두부터 펼쳐지는 치밀한 드라마적 전개로 인해 뒤의 클라이막스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즉, 극적 구성이 탄탄하고, CG 캐릭터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깊은 감정이입을 가져왔던 것이 본작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은 혹시나 속편이 제작되면 등장할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기승전결을 보여주었다. 블록버스터와 정통 SF 영화의 가운데 즈음에 위치한 듯한 이 모양새는 '아트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창조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에 비해서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제법 무게감이 있다. 올 여름 내로라하는 블록버스터보다 이 철지난 고전 SF의 리부트 영화가 훨씬 견고하고 짜임새 있는 재미를 보여주었다고 감히 말할 정도로 영화는 괜찮았다.

한국에서 방영되면서 제목이 바뀐 혹성탈출(실제로는 일본에서 쓰여진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쓴 사례. 페니웨이님 리뷰 참고)이라는 타이틀은 원작이나 팀버튼의 리메이크작은 몰라도 이번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리부트 작품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유인원들의 혹성, 이 작품은 원제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듯 싶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th Century Fo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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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카이 시덴의 관점으로 바라본 건담 사이드 스토리

'동전사 Z 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이하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는 코토부키 츠카사가 카도카와 서점의 건담 전문잡지 '건담 에이스'에 2005년부터 연재했던 총 18화의 코믹스를 단행본으로 엮은 제1탄으로, AK 커뮤니케이션즈가 2011년 8월 말에 한국어판으로 정식 발행한 코믹스이기도 합니다. 0화부터 17화까지의 이야기중 7화까지를 묶은 1권이 이번에 한국에서 발행되었고, 9화부터 17화까지를 담은 2권은 한국에서는 아직 발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참고로, 카이 시덴의 리포트로부터라는 부제로 발간된 2권의 단행본 외에도 '카이 시덴의 메모리로부터'라는 부제의 단행본도 일본에서 발간되었죠.

작가인 코토부키 츠카사는 만화가 겸 애니메이터이자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인물로,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이전에 '가자, 가자, 우리들의 V 건담'이라는 코믹스를 이미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연재한 경력이 있습니다. 다만 개그물로 분류되는 우리들의 V 건담과 달리 이번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는 드라마적 구도가 돋보이는 성인취향의 코믹스로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코토부키는 코믹스 외에도 'VS 기사 라무네&40염(1996)', '아키하바라 전뇌조(1998)' 등의 캐릭터 디자인을 거쳐 '슈퍼로봇대전 OG - 디 인스펙터(2010)'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기도 했죠. 이런 작품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는 작가의 성향과는 좀 다른 느낌의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굉장히 뛰어난 필력은 아니지만 펜 터치는 깔끔하고 정교합니다. 초기 기획단계에서는 카이 시덴의 시점으로 바라본 그리프스 전쟁 당시의 아무로 레이라는 플롯이었으나, 아무로나 샤아와 같은 거물급 캐릭터를 소재로 한 코믹스에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던 선라이즈 측의 제안으로 카이 시덴을 주인공으로 하는 별개의 이야기로 방향이 조정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덕분에 제타 건담 때만해도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던 카이가 주인공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됩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어떤 사건과 인물이 있고, 그 현장에 카이 시덴이 등장하여 사건을 바라보는 형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전체의 에피소드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하나하나의 단막극과 같은 성격을 띄고 있는 셈이죠.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의 이야기를 베이스로 이야기 사이사이 비어있는 작은 틈새에 카이 시덴의 눈으로 바라본 사건을 끼워넣는다는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TV 시리즈에서 굳이 하지 않았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이런 식으로 구성한 것은 나름 괜찮은 선택이라 보이는군요.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작가와 담당자의 후일담이 등장합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코너(?)네요. 이 작품, 또는 에피소드에 대한 작가의 의도나 관련 에피소드들이 인터뷰 형태로 쓰여져 마니아들에게는 나름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뒤의 삽입 그림 때문에 가독성은 다소 떨어지는군요.


제타 건담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자브로에 붙잡힌 카이와 레코아의 상황을 감방 안 카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에피소드. 모든 에피소드는 제타 건담에서 벌어졌던 중요한 에피소드 직전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에 카이 시덴이 관련되어 이야기를 끌어가게 됩니다. 다만 사건 중심이라기보다는 대화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어서 건담을 소재로 한 작품임에도 모빌슈트 전투라든지 우주 함대전과 같은 장면들은 볼 수가 없는 것이 이 코믹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바꿔 말하면 건담의 세계, 특히 우주세기의 세계관을 잘 모르는 캐쥬얼한 팬들에게는 생각 외로 지루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겠네요.


엘로스가 제타 건담에서 가장 이뻐(?)했던 히로인 벨토치카 일마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아무로 레이와 만나기 전 카이 시덴과 대화를 나누는 에피소드입니다. 


모빌슈트 등장 장면이 거의 없는 이 코믹스이지만 에피소드 4에서는 제법 많은 수의 모빌슈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메카닉 디자인도 가능한 작가이기에 모빌슈트의 묘사도 준수한 편이네요.


에피소드 6편과 7편은 샤아 아즈나블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샤아가 직접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붙잡힌 카이 시덴과 티탄즈의 인물들과의 대화가 중심인 에피소드이죠. 샤아 아즈나블은 그저 이 에피소드의 주요 소재라고나 할까요. 에피소드별 챕터 제목은 이렇게 카이 시덴이 각 에피소드에서 대화를 하거나 소재로 삼는 인물들의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믹스의 끝부분에는 재미있게도 카이 시덴의 성우를 맡았던 후루카와 토시오 씨와 작가와의 대화가 실려 있습니다. 에피소드 별 담당자와의 인터뷰와 달리 이 부분은 책의 전반적인 의도와 주인공인 카이 시덴, 그리고 건담에 대한 작가와 성우의 대화들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확실히 팬 서비스적 느낌이 강한 부분으로, 왠만한 팬덤을 형성한 작품이 아니고서야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도 하겠습니다. 라이트하게 건담을 즐기는 팬들에게는 다소 부담 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겠군요.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는 확실히 대중적인 작품은 아닙니다. '아, 이런 작품도 있구나, 독특하네' 정도의 뉘앙스를 가지는 다소 마이너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지요. 텍스트의 양이 꽤 많고 전반적으로 대화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품이라 몰입도는 다소 떨어지고, 사건 자체도 본편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임팩트 있는 사건들을 이야기 소재로 삼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소소하면서도 제법 깊이 있고, 의외로 독특한 맛을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건담의 팬들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를 주지 않을까 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sukasa KOTOBUKI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Z건담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 1 - 8점
고토부키 츠카사 지음, 김정규 옮김, 야타테 하지메.토미노 요시유키 원작/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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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 (1989),
機動戦士 ガンダム 0080 ポケットの中の戦争 / Gundam 0080 War in the Pocket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구성/각본: 유우키 쿄스케(結城恭介) /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
◈ 콘티: 타카야마 후미히코, 사토 쥰이치(佐藤順一)
◈ 연출: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요코야마 히로유키(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美樹本晴彦)
◈ 디자인 웍스: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협력: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外
◈ 작화감독: 쿠부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外
◈ 메카 작화감독: 이와타키 사토시(岩瀧智)
◈ 미술감독: 이케다 ?(池田繁)
◈ 음악/노래: 카시부치 테츠로(かしぶち哲郎) / 시이나 메구미(椎名恵)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9.03.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전쟁
◈ 구분/등급: OVA(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지구연방군과 지온공국의 일년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 지구연방군이 북극에서 신형 건담을 개발하고 있다는 첩보가 지온공국에 입수된다. 지온공국 돌격기동군 소속 특수부대인 사이클롭스 부대가 개발된 신형 건담의 파괴작전을 위해 투입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신형건담을 실은 셔틀은 우주로 날아오르고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지온군은 이후 첩보를 수집하여 신형 건담이 사이드 6의 리보 콜로니에 있음을 포착, 사이클롭스 부대에게 신형 건담의 탈취/파괴 작전인 루비콘 작전의 실행을 지시한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목적일 뿐, 루비콘 작전에는 모종의 음모가 내재되어 있었다.

한편, 루비콘 작전을 위해 리보 콜로니에 투입된 사이클롭스 부대의 신병 버나드 와이즈먼(애칭 버니)은 콜로니에 사는 초등학생 소년 알프레드 이즈루하(애칭 알)와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다. 자신의 자쿠를 알에게 들킨 버니는 자신의 정체와 자쿠에 대해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알에게 지온군 계급장을 건네 준다. 어느덧 버니와 알은 친형제처럼 가까워지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를 통해 토미노가 창조해 낸 건담 월드는 사실상의 종언을 고했다. 시리즈를 이끌던 영원한 주인공이자 라이벌인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퇴장만큼 확실한 피날레는 없었지만, 스토리의 종결과는 별개로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건프라와 관련 상품들로서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추진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만약, 건담을 통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스폰서 반다이에게 건담을 대체할 회심의 브랜드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수많은 리얼로봇 아니메의 프라모델들은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건프라 만큼의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고, 더 이상의 트렌드를 만들어내지 못한체 건담 시리즈보다 먼저 소멸되어버린 뒤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의 연이은 실패를 통해 리얼로봇의 시대가 저물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반다이와 선라이즈로서는 후속 건담 시리즈를 TV로 기획하는 것에는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로 인해 당시 대안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던 OVA로의 기획이 자연스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건담 시리즈가 OVA로 제작되는 것도 상당히 화제거리였지만, 당시 팬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건담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 신시리즈에서 아예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토미노 감독이 빠진 최초의 건담 시리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이다.
 
새로운 시리즈답게 스탭들 역시 기존의 멤버들에서 새로운 멤버들로 일신하게 된다. 그것은 이 신 건담 시리즈가 OVA라는 저예산 작품으로 제작되는 상황이 한몫을 했을지 모르겠는데, 먼저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연출파트를 맡았던 타카야마 후미히코가 감독으로 낙점받게 된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제작한 탑 크래프트 출신으로, 당시 프리랜서였던 타카야마 감독은 외부와의 접촉을 지나치게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으로 업계에서도 기인으로 취급받고 있었는데, 마크로스에서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한 반다이와 선라이즈의 의견일치로 인해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토미노가 빠진 건담호의 선장으로 오르게 된다. 로봇물에 대한 짙은 회의를 품고 있던 그였지만 건담 시리즈 이후로 '초시공세기 오거스 02(1993)',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001)', '라제폰(2002)' 등 완성도 높은 로봇물을 계속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토미노 감독과 같은 길을 걸었다고도 할 수 있다.

가이낙스의 설립멤버로 마크로스 TV 시리즈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를 통해 감독과 각본가로 데뷔한 야마가 히로유키의 참여도 인상적이다. 또한, 마크로스의 정체성을 설립한 캐릭터 디자이너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참여는 본작이 이전의 건담 시리즈와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중대한 포인트이기도 했다.(개인적으로 하루히코의 캐릭터는 건담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는데, 그와는 별개로 하루히코는 이후 많은 건담 소설과 코믹스 등에서 일러스트를 맡으며 꾸준히 건담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들 주요 스탭들이 마크로스라는 공통 키워드로 묶여 있는 점은 흥미롭다. 건담의 영향을 받고 자라난 신세대들이 만든 마크로스, 그 마크로스의 스탭진들이 건담을 만든다는 것은 당시 아니메 업계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메카닉 디자인은 더블제타 건담 이후로 건담의 대표적 메카닉 디자이너로 자리를 굳힌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았다. 이전작까지만해도 자신의 스타일보다는 건담의 원 디자인 철학을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즈부치는 본작에서는 좀 더 자신의 스타일을 담아낸 MS들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독일 밀리터리 마니아인 이즈부치의 취향을 그대로 담아낸 MS 캠퍼는 여타의 MS와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로, 오히려 그가 디자인을 맡았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시리즈의 레이버와의 유사점이 더 많은 기체이기도 하다.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모빌슈트와 뉴타입이라는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의 테마에서 벗어나 있다. 신형건담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콜로니에 잠입한 지온의 신병 버니는 우연치 않게 콜로니의 초등학생 알과 만나 친분을 쌓으며 첩보활동을 계속한다. 알은 버니가 지온군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아직 어린 소년인지라 그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기에 건담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참가한 크리스티나가 우연치 않게 알을 통해 버니를 알게 된다. 알은 둘의 신분을 서로에게 얘기하지 않고서 이 좋은 만남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크리스티나와 버니는 서로의 신분을 모른채 조금씩 호감을 품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로 가까워지는 안타까운 구도는 결국 마지막 파국을 향한 일종의 복선이라 하겠다.

전쟁 속에 피어나는 이 묘한 상황은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보다는 오히려 마크로스 시리즈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주인공인 이들 셋의 관계도 관계이지만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모빌슈트 간의 전쟁묘사나 뉴타입과 같은 거창한 주제 대신 좀 더 드라마적인 흐름을 타고 있으며, 등장인물 역시 이제까지 우리가 건담 시리즈에서 알아온 인물들이 모두 배제된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이는 정통 건담 시리즈의 세계관 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사이드 스토리였던 것이다. 건담 0080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상당히 노련하면서도 만화영화의 수준을 넘어선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모빌슈트나 뉴타입이 사실상 극의 중심축에서 멀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상당한 임팩트와 여운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토미노 감독이 빠졌음에도, 리얼로봇의 파워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얻은 이 호응은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건담 시리즈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이로 인해 표류하던 건담 호는 다시금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또한번의 출항을 시작하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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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가격대비 멋진 내용을 선보이는 AK의 세번째 건담 대백과 시리즈

AK 커뮤니케이션즈(이하 AK)에서 2011년 8월 중순에 발간한 건담의 상식 시리즈 세번째인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 지온군편'(이하 지온군편)은 지난번 '건담의 상식,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 지구연방군편' 리뷰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일본의 출판사인 후타바샤(쌍엽사, 双葉社)에서 출간한 건담의 상식 시리즈의 번역판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건담의 상식 시리즈가 10편 이상 출간되어 있는데요. 그 얘기인즉슨, 앞으로 AK의 번역판도 계속 출간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겠지요.

☞ 건담의 상식, 우주세기 모빌슈트 대백과 지구연방군편 - 돌아온 AK의 건담 대백과 (바로가기)


이번 편은 지난 번에 출간된 지구연방군편에 대응하는 지온군편의 설정집으로, 지온군의 모빌슈트(이하 MS)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 지온군편이 지구연방군편보다 먼저 발간되었었는데요. 지구연방군편의 경우에는 건담 계열의 순수 지구연방군 MS 외에도 제타 건담 시절부터 지온군의 기술이 접목된 자쿠 계열의 MS가 등장하는 등, 다소 일관성이 없는 듯한 모양새였으나, 이번 지온군편은 모노아이로 대표되는 디자인적 동질성을 가진 지온계 MS들이 대거 등장하는 관계로 좀 더 일목요연한 느낌입니다. 지온군편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이나 '기동전사 V 건담(1993)'에 등장하는 세력으로 지온의 이미지를 계승한 크로스본 뱅가드나 잔스칼 제국의 MS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요.(반면, 지구연방군편에는 F-91이나 V 건담 등의 기체가 소개) 이들 MS가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수는 지구연방군편과 대등합니다. 


보시다시피 같은 형식의 형제격 출판물인지라 편집 디자인은 동일합니다. 뒤쪽에 포개져 있는 것이 지구연방군편, 앞쪽의 것이 지온군편입니다.


역시 이번에도 모리시타 나오치카의 일러스트가 책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건담과 함께 건담월드를 양분하는 모빌슈트이자 양산형 메카의 방향을 제시한 전설의 메카 자쿠입니다. 지구연방군편과 마찬가지로 MS에 대한 개요, 해당 MS의 계보, 등장 MS의 간단한 소개, 해당 MS가 활약한 장면설명, 해당 MS에 탑승한 유명 파일럿 등, 다양한 내용들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자쿠의 뒤를 이어서는 구프가 그 바톤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자쿠의 파생 기체로, 사실 지휘관용 커스텀기에 그쳤던 구프지만, 당당히 한 챕터로 나뉘어질 정도로 후계기종도 많고 인기도 많았던 기체입니다. 저도 어렷을 적 무척 좋아했던 친구구요.

 

구프 다음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돔 계열의 기체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1년 전쟁 기체 중 가장 매력적인 놈이라고 혼자서 정해놓은 기체이기도 한데요. 아니메나 MSV에 등장한 기체 외에도 게임 소프트에 등장했던 기체들도 소개되고 있네요. 페이지를 보시면 형식 명 위에 범용형/전용기형/고기동형/국지전형/특수·기타형의 범례가 표시되어 있고, 해당 MS의 용도에 해당하는 부분이 하이라이트되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인다운 꼼꼼한 표시기법인 듯.

 

 

비운의 MS 겔구그가 네번째를 장식하고 있군요. 이 MS는 자쿠, 구프, 돔과 달리 팬들로부터 호불호가 좀 갈리는 MS입니다만, 일년 전쟁의 후반부를 장식했던 명 MS답게 다양한 배리에이션이 등장해주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리겔그J형의 소개 페이지는 후타바샤 편집진이 고해상도 이미지를 못구해서인지 저해상도 이미지를 사용되어 삽입 그림이 그리 품질이 좋지 못합니다. 두 페이지 정도가 이미지 품질이 좋지 못하더군요. 이 책의 옥에 티이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지온군편 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판 건담 설정집에서도 리겔그J형은 저랬었던 것 같은 데자뷰가...

 

 

다음으로는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수륙양용 모빌슈트 챕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자브로에 침투한 붉은 혜성의 즈코크가 연방군의 양산형 MS GM의 복부를 꿰뚫는 장면을 멋진 각도로 재현해낸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네요.

 


그 뒤를 이어서는 시험제작기나 원 오프 타입의 커스텀기들을 소개하는 챕터와 모빌 아머 챕터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MS IGLOO(2004)'에 등장하여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주다라든지, 퍼스트 건담에서 멋진 매력을 보여준 걍,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에서 건담보다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준 캠프와 같은 독창적인 MS들이 소개되고 있네요. 모빌아머 챕터는 별도의 일러스트가 없이 스틸샷 편집으로 구성되어 다소 아쉽습니다.


지온군의 MS 소개가 끝나면 2장으로 장이 바뀌어 액시즈/네오지온의 MS가 소개됩니다. 여기서부터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의 MS들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다소 그 수가 적었던 액시즈의 MS에 비해 네오지온의 MS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이 시기의 지온제 MS들은 연방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 면에서 크로스오버된 느낌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결과 드벤울프나 바우와 같은 매력적인 MS들이 나오게 되지요. 개인적으로 이 시기의 지온제 MS들을 좋아라하는 편입니다.

마지막 챕터는 제2차 네오지온 항쟁과 라플라스 전쟁에 등장한 MS들이 소개됩니다. 아니메로 치면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7)'와 '기동전사 건담 UC(2010)'의 MS들이 등장하는 부분인데요. 다소 의아한 부분은 사자비나 시난주, 크샤트리아와 같이 이 마지막 챕터에 속했어야 할 기체들이 앞선 액시즈/네오지온 챕터에서 소개되고 있는 점입니다. 반면 기라도가 야크트 도가, 알파 아질과 같은 제2차 네오지온 항쟁의 MS들은 제대로 이 챕터에서 소개되고 있네요. 더불어 지면 부족에서인지 소설 '벨토치카 칠드런'에 등장했던 사자비의 배리에이션기인 나이팅게일이 등장하지 않은 점도 다소 아쉬운 점. 반면 지구연방군편에는 나이팅게일에 대응하는 하이뉴 건담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구연방군편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건담의 상식 시리즈는 건담 설정집의 결정판 같은 책은 아닙니다. 누락된 MS도 제법 있고, 아무래도 한정된 지면에 많은 MS들을 소개하다보니 건담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7,500원이라는 가격(인터넷 서점에서는 더 저렴)을 감안하면 분명 파워풀한 건담 설정집이기도 합니다. 캐주얼한 건담 팬들에게는 가치있는 컬렉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본 포스트의 사진은 모토로라 ATRIX MB860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 속 도서의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SUNRISE / ⓒ FUTABASHA /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건담의 상식 - 8점
야스유키 유타카 외 지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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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전기 (1989), ヴイナス戦記 / Venus Wars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


<정보>

◈ 원작/감독/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 각본: 야스히코 요시카즈, 사사모토 유이치(笹本祐一)
◈ 작화감독: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 작화감독 보조: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나카 모리푸미(仲盛文)
◈ 메카닉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 요코야마 코우(横山宏)
◈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小林七郎)
◈ 음악: 히사이시 조(久石譲)
◈ 프로듀서: 쿠라타 유키오(倉田幸雄)
◈ 제작사: 반다이 비주얼, 쇼치쿠, 각켄
◈ 저작권: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
◈ 일자: 1989.03.11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때는 21세기, 거대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소행성이 금성에 충돌한다. 거대한 운석의 충돌로 뜨겁던 금성의 대기는 시원해지고, 소행성을 이루고 있던 거대한 얼음이 녹아 금성에 거대한 바다를 형성하게 된다. 지축은 기울고 자전속도가 변화하면서 금성은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변하게 된다. 금성으로의 이주가 시작된지 어언 반세기, 비너스(금성)는 거대한 두 세력인 이슈탈과 아프로디아로 갈라져 전쟁과 반목을 거듭하게 된다.   

아프로디아 출신의 히로키 세노오(애칭 히로)는 이민 4세 소년으로, 오토바이 경기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히로가 참가한 오토바이 경기가 한창 진행되던 도중, 이슈탈의 전면공격이 시작되면서 도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금성력 72년 3월 7일, 이슈탈의 정예 101 기갑부대의 기습으로 아프로디아의 수도 이오가 하루만에 점렴되고 만 것이다. 이슈탈의 침공으로 목적없던 히로의 삶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소개>

각켄(학연, 학습연구사의 줄임말)사의 소년만화잡지 '월간 코믹 NORA'를 통해 연재되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대작 극장 아니메. 원작자인 야스히코 본인이 직접 감독과 각본,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하여 작품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크러셔 죠(1983)', '거신 고그(1984)', '아리온(1986)'부터 이 비너스 전기에 이르기까지 야스히코는 감독을 맡는 작품마다 원작부터 각본, 작화, 연출에 이르는 다방면에 역량을 발휘하는데, 이는 당시 그의 라이벌이라 일컬어지던 미야자키 하야오를 어느 정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야스히코 스스로도 미야자키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소외하고 있으며, 건담의 두 창조자인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모두 미야자키에게 경외심과 라이벌 의식, 그리고 일종의 트라우마를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작화면에서는 단연 80년대 극장 아니메들 중 탑 클래스에 위치하는 작품으로, 아리온에 참가하기도 했던 카미무라 사치코가 작화감독을 맡아 야스히코의 캐릭터들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카미무라는 '시티헌터' 시리즈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적이 있으며, 계속된 야스히코의 영향 때문인지 극장 아니메 '시티헌터 베이시티 워즈 / 백만달러의 음모(1990)'에서는 야스히코의 필체가 느껴지는 캐릭터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리온부터 애니메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카와모토 토시히로가 본 작품에서는 작화감독보조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카미무라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이지만 야스히코 휘하에서 일해온 덕분인지 '기동전사 건담 0083(1991)'이나 '카우보이 비밥(1998)' 등 카와모토의 초창기 대표작들은 알게 모르게 야스히코가 그려온 캐릭터들과의 동질감이 느껴진다.

원작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메카닉 디자인이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이후로 유명세를 탄 고바야시 마코토도 참여하고 있지만, 마쉬넨 크리거(Ma.K) 브랜드로 프라모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이기도 한 모델러 겸 메카닉 디자이너 요코야마 코우의 참여로 인해 극장판의 메카닉들은 밀리터리적인 감성과 SF적인 스타일이 혼재한 독특한 느낌의 메카닉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후일 선라이즈를 대표하는 메카닉 작화감독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성장하는 사노 히로토시의 메카닉 작화가 뒤를 받침하여 작화의 수준만 놓고 보면 근래의 CG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세밀함과 정밀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일본 아니메의 대표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와, 미야자키의 파트너와도 같은 히사이시 조 음악감독의 참여는 대작 극장 아니메에 어울리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히사이시 조는 아리온에 이어 두번째로 야스히코와 호흡을 맞추었다.

SF를 표방하고 있지만, 비너스 전기는 전쟁 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금성의 패권을 둘러싼 전쟁과 그 소용돌이에 휩싸인 주인공과 사람들의 이야기. 어떤 면에서 이러한 부분은 야스히코의 출세작인 '기동전사 건담(1979)'과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 뿐, 우연치 않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나 적대 세력간의 권모술수와 헤게모니 싸움이 그려지고 있는 부분 등은 확실히 건담의 영향 아래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듯. 다만, 원작의 흐름은 다소 건조하고 드라마틱함이 부족하여 마치 다큐멘터리 전쟁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실제 코믹스를 보면 입신의 경지에 이른 작화에 비해 이야기는 다소 흡입력이 떨어지는 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부분은 극장 아니메의 흥행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아니메 팬들만을 위하는 듯한 비너스 전기의 마니악한 스토리는 당시의 극장 아니메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의 아니메 시장은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일본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투자 감소라는 악재를 맞이하고 있었고, 건담 이후 10년 가까이 지속된 하드 SF 장르 역시 그 생명력을 잃어가던 시기였던 것이다. 대외적인 여건도 좋지 않았지만, 스토리텔러로서 야스히코의 능력이 그가 가진 절세의 작화력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거대한 세계관을 구성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작을 맡은 작품들은 밋밋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이 야스히코의 작품과 미야자키의 작품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했다. (다만, 신들은 공평했기에 스토리텔러로서 야스히코를 능가한 미야자키는 결코 작화에서는 야스히코를 능가할 수 없었다. 야스히코의 캐릭터/작화와 미야자키의 스토리/장면구성이 힙을 합칠 기회가 있었다면 어떤 놀라운 작품이 나올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부분이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극장 아니메는 흥행에 참패했다. 야스히코는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고 아니메 업계를 떠나게 되고, 연재 중이던 코믹스마저 완결을 보지 못한 체 지금에 이르르고 있다. 아니메의 전성기를 이끌던 대가의 퇴장은 80년대 후반에 시작된 아니메의 침체기와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우연을 보여준다.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



<참고 사이트>

[1] ヴイナス戦記, Wikipedia Japan
[2] Venus Wars,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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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스타 스토리 (1989), ファイブスター物語 / Five Star Stories


ⓒ 永野護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나가노 마모루(永野護)
◈ 감독: 야마사키 카즈오(やまざきかずお)
◈ 각본: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메카닉 작감/메카닉 디자인 협력: 모토이기 히로아키(本猪木浩明) /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아사카와 토모유키(朝川朋之) / 나가야마 요코(長山洋子)
◈ 기획/제작: 타미야 타케시(田宮武) /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선라이즈
◈ 저작권: ⓒ 永野護 · 角川書店
◈ 일자: 1989.03.11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그리고 노오스, 4개의 태양계로 구성된 조커 태양성단에는 현재 수많은 국가들이 난립해 있다. 행성 델타베룬을 지배하는 연합국인 A.K.D(Amateras Kingdom Demesnes),  행성 쥬노의 왕정국가 콜러스, 캘러미티를 지배하는 필모어 제국, 보오스 행성의 연합국가 하스하 연합공화국 등등... 동시에 그곳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인간형 거대 전투병기 모터 헤드와 조종사인 헤드라이너,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인 파티마들이 싸움을 펼치는 무대이기도 하다. 파티마, 그것은 인공생명체로서 모터 헤드와 헤드라이너 사이에서 모터 헤드를 보다 더 쉽게 컨트롤하기 위해 태어난 여성형 컴퓨터 안드로이드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몸 속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모습 역시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성단 최고의 천재 과학자인 크롬 발란셰는 이 때까지 모두 44명의 파티마를 창조해낸 전설적인 파티마 마이트로, 그가 최후에 만들어 낸 세 명의 파티마는 후일 조커 성단의 미래를 좌우할 가공할 힘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아트로포스, 라키시스, 클로소로 알려진 이들 세자매는 운명의 3여신이라 불리웠으며, 이중 둘째인 라키시스는 조커 성단의 창조주이자 A.K.D의 지배자인 아마테라스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것은 조커 성단 전체에 있어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자 4개의 태양계 전체를 전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 슬픈 운명의 서막이기도 했다.

때는 성단력 2988년, 역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장판 프롤로그 해설 일부 참조)


<소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연재했던 코믹스 '파이브 스타 스토리(Five Star Stories, 이하 FSS)'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1986년 4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코믹스는 25년이 흐른 2011년 현재 단행본으로 12권까지 발간된 채 여전히 그 완결을 알 수 없는 초장기 연재 작품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나마 1, 2년 단위로 발간되던 단행본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3년의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2006년 12권이 발간된 이후로는 5년째 연재가 멈춰선 상태로, 이는 워낙 괴팍하고 개성이 강한 원작자도 원작자이지만,(비디오 게임에 빠져 연재가 더디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수만년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국가, 거기에 수많은 등장인물과 파티마들, 그리고 인간형 병기 모터헤드들에 대해 일일이 세세한 설정과 디테일이 부여되고 있기에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괴이한 성격의 작가 덕택에 설정이 안드로메다급으로 복잡해진 부분이 있기는 하다)

나가노 마모루가 워커홀릭이라면 모를까, 대개는 이렇게 거대한 설정을 부여한 뒤에는 작가 스스로 그 무게에 짓눌려 연재가 더디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가노는 FSS 연재 중에 종종 다른 작품들에도 손을 대었으나 대부분은 완결을 보지 못한 채 중단하게 된다.) FFS의 경우는 엄청나게 더딘 연재속도 덕에 몇 년 전의 설정이나 인물들을 나가노 본인도 잊어버린 채 작품을 연재한 뒤 이를 보충하는 별개의 설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권당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수는 대하 역사소설이나 김용의 무협소설에 비견될 만큼 많으며, 독자도 독자지만 창조해내는 작가조차 헛갈릴 정도로 많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수많은 인물들에게 일일이 설정을 부여한 작가의 디테일은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패션감각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나가노에 의해 창조된 다채로운 코스튬들은 미학적으로도 다른 만화가들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하나의 컷에 들어가는 노력 또한 다른 만화에 비해 수 배가 넘는다. 

FSS는 가상의 세계인 조커 성단을 배경으로 하여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노오스의 4개 태양계에 위치한 수많은 나라들과 각 나라들의 다채로운 등장인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모터헤드 조종사인 헤드라이너와 그들의 파트너인 여성형 안드로이드 파티마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로 작품의 주요 테마이기도 한 파티마의 경우는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 없는 외모를 갖고 있지만 영원히 늙지 않고 주인인 기사의 파트너로 봉사한다는 점에서 은연중에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로 인해 벌어지는 그녀들의 갈등과 번민을 작품 속에 그리고 있기에 단순히 흥미 위주로 그치지는 않았다.) 작품의 주인공 중 한명인 아마테라스의 경우에는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으로 본 작품에서도 역시 조커 성단의 창조주로 등장하고 있는데, 아마테라스가 원래 여신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FSS의 아마테라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로 착각할 미모로 그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이 캐릭터들이 상당히 길고 슬림한 모델과 같은 체형으로 그려지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나가노의 여성스러운 미학관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나 파티마들의 속옷까지 디자인하고 계셨으니 뭐...)

애니메이터로서 활약하던 시절, 선라이즈의 작품에서 보여준 나가노의 메카닉적 재능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메카닉 디자이너 겸 설정 디자이너로 작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중전기 엘가임(1984)'과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캐릭터는 엘가임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엘가임의 인간형 병기 헤비메탈(HM)은 FSS의 모터헤드(MH)와 거의 같은 컨셉을 보여주는데, HM과 MH로 양 작품의 인간형 병기의 명칭이 대칭되는 것도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으로 추측된다. 실제 나가노는 엘가임의 펜타고나 월드와 FSS의 조커 성단을 같은 세계관에 묶어서 이야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로 인해 FSS보다 나중의 시대로서 펜타고나 월드가 등장하며, 이 시기에는 파티마의 제조방법과 같은 구시대의 기술이 많이 사라졌다는 설정이 부여된다. 다만, 더딘 연재 속도로 이러한 계획이 언제쯤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며, 그나마 연재 중 잦은 설정 추가와 번복으로 원작자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FSS의 세계관이니만큼 앞으로의 방향은 미지수라 하겠다.

엘가임 뿐만이 아니라 엘가임 이후 그가 참여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그가 제출한 메카닉들도 후일 상당수가 FSS에 쓰이게 된다.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그가 그려낸 메카닉들은 너무도 세밀한 디테일을 갖고 있어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로서의 상품화가 용이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타 건담에서 중도 강판 당하는 사건을 겪기도 하는데, 그로 인해 나가노가 제출했던 상당수의 MS 디자인들은 FSS의 모터헤드에 적용되었고, 이 모터헤드들은 후일 상품화가 불가능할 것 같던 프라모델로 등장하여 놀라운 디테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이야기적 완성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캐릭터와 코스튬, 메카닉 등 작품 전반에 걸쳐 나가노가 보여준 치밀한 디테일과 설정은 범인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 하겠다.

카도카와의 만화잡지 뉴타입 부록 FSS 극장판 100% 콜렉션. ⓒ 角川書店

극장 아니메는 FSS의 단행본 1권에서 2권까지의 이야기인 '운명의 3여신 파트1, 라키시스'를 기본으로 66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중편 아니메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시끌별 녀석들 3 Remember My Love(1985)', '시끌별 녀석들 4 Rum the Forever(1986)' 등을 통해 연출파트로 자리를 옮긴 야마자키 카즈오가 맡았다. 유키 노부테루가 맡은 캐릭터는 나가노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장 아니메라는 성격에 맞게 변주한 최고의 선택으로, 유키 특유의 미적감각이 더해지면서 다소 괴기스러운 나가노의 캐릭터들은 보다 더 매력적인 생명력을 부여받기에 이른다.

카도카와 극장 아니메답게 하이 퀄리티의 영상미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특히 라스트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성단 최강의 모터헤드 나이트 오브 골드의 등장씬은 본작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는 씬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방대한 설정과 수습이 불가능한 원작의 성격상 극장 아니메는 애초부터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고 초반부의 이야기만을 갖고 작품을 구성하게 되는데, 그 결과 원작의 스토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점에서는 비약이 심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아무래도 서장에 불과한 초반부의 스토리가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 역시 가지고 있었다.



<참고 사이트>

[1] ファイブスター物語, Wikipedia Japan
[2] ファイブスター物語 (ストーリーズ) (1989), allcinema.net
[3] 파이브 스타 스토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野護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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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아이 고쿠 (1989), Midnight Eye ゴクウ


ⓒ 寺沢武一 · A-GIRL


<정보>

◈ 원작: 테라사와 부이치(寺沢武一)
◈ 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川尻善昭)
◈ 각본: 테라사와 부이치-1부, 나카니시 류조(中西隆三)-1,2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1부, 하마사키 히로츠구(浜崎博嗣)-1,2부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오카무라 텐사이(岡村天斎)-1부,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2부
◈ 미술감독/배경: 야마카와 아키라(山川晃)-1부, 오제키 리쿠오(小関睦夫)-2부 /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음악/노래: 타케가와 유키히데(タケカワ ユキヒデ), KAZZ TOYAMA / 카츠라기 유키(葛城ユキ)
◈ 제작: 도에이 비디오-1,2부, 스코라/테라사와 프로덕션-2부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寺沢武一 · MADHOUSE
◈ 일자: 1989.01.27, 1989.12.22
◈ 장르: SF, 성인, 액션
◈ 구분/등급: OVA (2화)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시놉시스>

서기 2014년의 도쿄시티. 두번의 대지진을 겪은 도쿄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하이테크놀로지의 도시로 재탄생하였다. 전직경찰 출신인 후린지 고쿠는 이 도시의 뒷세계에서는 제법 유명한 사립탐정. 하지만, 근래 들어 고쿠의 경찰시절 동료들이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부분 자살로 잠정 결론이 나지만 고쿠는 이를 믿지 않고 나름의 수사를 계속하려 한다. 고쿠는 예전 동료인 여형사 야부키 요코를 찾아 동료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물어보고 그들이 모두 하쿠류 겐지라는 무기 상인과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함께 하쿠류 겐지 소유의 빌딩으로 향하던 고쿠와 요코는 감시를 서고 있던 두명의 형사가 투신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이제 겐지 수사팀에는 요코만이 유일한 생존자, 동료들의 죽음을 밝혀내기 위해 고쿠는 겐지의 빌딩에 직접 잠입을 시도하는데...


<소개>

'우주해적 코브라'를 집필한 만화가 테라사와 부이치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OVA. 코믹스는 1987년부터 '코믹버거(現 코믹버즈)'를 통해 연재되었으며, 단행본으로는 단 4권만 발간되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신의 눈'이라 불리는 초소형 컴퓨터를 왼쪽에 눈에 장착한 사립탐정 고쿠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액션물인데, 테라사와의 출세작 코브라와 비교하여 전반적으로 비슷한 취향의 작품이지만 묘사나 표현이 이전보다 더 성인취향에 맞게 조정되었으며, 전반적으로 시리어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 하겠다. 주인공의 이름이 고쿠(한국어로는 오공)인 것은 그가 사용하는 무기가 여의봉처럼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것과 연관이 있다. 애초에 손오공을 모티브로 해서인지 헤어스타일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원숭이의 머리모양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테라사와 본인이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였기 때문일까. 테즈카의 직계제자인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코브라에 이어 고쿠는 테즈카의 또다른 제자 린 타로의 제자이기도 한 카와지리 요시아키와 매드하우스가 제작을 맡는다. 서양 SF적인 뉘앙스를 가진 코브라를 일본적인 아니메라마 스타일로 재해석했던 데자키 오사무와 달리, 카와지리는 테라사와의 서구적인 센스를 가져와 자신의 B급 컬트 액션 스타일과 접목시킨다. 이미 '요수도시(1987)'와 '마계도시(1988)' 등을 통해 보여주었던 카와지리 만의 독특한 감각이 개인적으로는 데자키-테라사와의 조합보다는 더 나은 듯한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쿠는 그렇게 걸출한 작품은 아니다. 다만, OVA로서 그리고 B급 하드보일드 액션물로서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 寺沢武一 · A-GIRL

본작의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와지리 외에도 하마사키 히로츠구가 참여하는데, 타츠노코 출신으로 87년에 매드하우스로 자리를 옮긴 그는 마계도시 원화로 카와지리와 인연을 쌓은 뒤 바로 고쿠에서부터 카와지리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올라서게 되며, 카와지리의 차기작 '사이버시티 OEDO 808(1990)', '철완 BIRDY(1996)', '뱀파이어 헌터 D(2001)' 등에서도 활약하게 된다. 캐릭터 디자인보다는 메카닉 디자인 쪽의 스탭들이 더 놀라운데, 우선 1부의 메카닉 디자인과 작화를 책임진 오카무라 텐사이는 후일 '울프스 레인(2003)', '흑의 계약자(2007, 2009)' 등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탑 클래스 연출가로 성장하게 되며, 2부에서 메카닉을 맡게 되는 사노 히로토시는 '기동전사 건담 0083(1991)', '기동무투전 G건담(1994)',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라제폰(2002)' 등에서 멋진 그림을 선보이는 일류 작화가로 대성하게 된다. 이외에도 모리모토 코지나 오가 카즈오와 같은 초특급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하여 기대 이상의 탄탄한 작화력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원작의 느낌에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하려 했는지 앞선 두 작품에서 보여졌던 카와지리 감독만의 하드고어한 느낌은 다소 완화된 느낌으로, 완성도나 재미는 평균 이상의 작품이다. 특히, 눈에 장착된 초소형 컴퓨터로 모든 자료를 수집, 검색, 판독한다든지, 컴퓨터로 동작하나는 전세계의 모든 전자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CPU와 운영체제,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장착되는 요즘의 세상을 어느 정도 예측했다는 점에서 설정은 다소 황당하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코브라가 스타워즈적인 느낌이었다면, 본 작품은 007에 가까운 모양새라고 할 수 있을 듯.


<참고 사이트>

[1] ゴクウ, Wikipedia Japan
[2] MIDNIGHT EYE ゴクウ(1989), allcinema.net
[3] MIDNIGHT EYE ゴクウ II(1989), allcinema.net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寺沢武一 · MADHOU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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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외전,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별의 대해 (1988),
銀河英雄伝説外伝, わが征くは星の大海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원작: 다나카 요시키(田中芳樹
◈ 감독/연출: 이시구로 노보루(石黒昇) / 사카이 아키오(さかいあきお)
◈ 각본: 슈도 타케시(首藤剛志)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오쿠다 마츠리(奥田万つ里)
◈ 메카닉 디자인: 카토 나오유키(加藤直之), 스튜디오 누에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제작/프로듀서: 야마시타 타츠미(山下辰巳), 타카 히데노리(多賀英典) / 타하라 마사토시(田原正利) 外
◈ 제작사: 키티 필름, 도쿠마 서점, 도쿠마 커뮤니케이션즈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88.02.06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서기 2801년, 태양계 제3행성인 지구로부터 알데바란계 제2행성 테오리아로 무대를 옮겨 은하연방을 설립한 인류는 그해를 우주력 1년으로 삼아 우주로의 영토 확장을 개시한다. 아공간 도약항법과 중력제어라는 기술을 손에 넣은 인류는 끝없이 우주로 진출하였고 때는 바야흐로 인류 최고의 번성시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이백여년 동안 번성을 거듭하던 인류는 어느 순간 극심한 피로와 권태에 빠지게 된다. 과학기술은 정체되고 개발은 중지되었으며, 인류의 생활은 퇴폐와 향락에 찌들게 된다. 그리고 오랜 세월 인류의 정치이념이던 민주 공화주의가 타락할 즈음, 한 사나이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니 그가 바로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었다.

뛰어난 군인으로 혁혁한 무훈을 세우며 국민들의 인기를 얻게 된 그는 약관 28세의 나이에 정계로 진출, 정치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선보이며 국민들의 영웅으로 급부상한다. 거침없이 정상을 향하던 그는 결국 우주력 310년 은하제국을 설립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니 이것이 바로 은하제국의 시작이자 제국력 1년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루돌프가 보여준 달콤한 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강력한 독재정권을 수립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열악 유전자 배재법'이라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법을 수립, 사회적 약자들과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배재시키기 시작한다. 마침내 골덴바움 왕조의 공포정치가 막을 올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골덴바움 왕조의 피도 눈물도 없는 탄압이 계속되던 제국력 164년, 알타이 성계에 유배되었던 공화주의자들은 알레 하이네센의 인도 하에 드라이아이스로 만든 우주선을 타고 제국의 감시를 벗어나 길고 긴 여정에 오른다. 반세기에 걸친 기나긴 여정 끝에 이들이 당도한 곳은 제국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바라아트 항성계. 제국력 218년, 우주력 527년 마침내 은하제국의 철권통치에 반대하는 이들의 새로운 민주 공화국이 우주에 탄생하니 이것이 바로 자유행성동맹이다.

그로부터 수세기 뒤인 우주력 8세기말, 제국력 5세기말,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던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니 은하제국 몰락귀족 가문 출신으로 전쟁의 천재라 불리는 라인하르트 폰 뮤젤과 자유행성동맹의 젊은 장교로 후일 (전쟁의) 마술사로 불리게 되는 지략가 얀 웬리라는 두 젊은이들의 등장이 그것이었다. 이들의 등장과 함께 은하계의 역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소개>

타나카 요시키의 SF 소설로서 일본 SF 문학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 중 하나인 장편소설 '은하영웅전설(1981, 이하 은영전)'을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원작소설은 라이트노벨이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기반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지만 장중한 서사와 대하소설을 방불케 하는 스케일은 라이트노벨의 범주를 넘어서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만 총 1500만부라는 누적 판매고를 올렸으며, 흡사 역사소설을 연상시키는 듯한 장중한 문체, 가상의 인물들의 모략과 권모술수, 삼국지를 연상시키는 천재 전략가들의 지략과 전술은 놀라운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텍스트의 묘사만으로도 살아 숨쉬는 매력을 선보인 금발의 천재 전략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과 불패의 마술사라 불리는 희대의 전략가 얀 웬리, 제국의 쌍벽 볼프강 미터마이어와 오스카 폰 로이엔탈, 장미기사단의 바람둥이 연대장 발터 폰 센코프와 격추왕 올리비에 포플란 등 다양한 캐릭터들은 영상 미디어를 능가하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 시점에서야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고는 하지만, 출간 초기만 하더라도 은영전의 인기는 미미한 편이었으며, 은영전보다 앞서 도쿠마 서점에서 발간되었던 타나카 요시키의 단편작 '백야의 조종(1981)'이 부진한 판매실적을 거두었기에 애초에 은영전 시리즈는 3부작에서 그칠 운명이었다. 허나 3편인 사복편에 이르러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은영전은 이후로 초고속 인기행진을 거듭하게 되며, 소설 외에도 코믹스, 연극, 컴퓨터 게임, 보드게임, 파칭코 등으로 미디어 믹스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중 미치하라 카츠미(道原かつみ)의 코믹스는 1986년 외전 황금의 날개 편이 단편으로 등장한 이후 1990년부터 본편이 연재되었으나 2000년 11권을 끝으로 더이상 연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미치하라가 그려낸 순정만화 풍의 작화 스타일은 장중한 대하소설 스타일의 본작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양새였으나, 라인하르트나 키르하아이스, 로이엔탈 같은 제국의 청년장교들을 순정만화 풍의 캐릭터로 재해석한 것은 오히려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미치하라 카츠미는 외전편에서 삽화 일러스트를 맡기도 했으며, 2011년 하반기에 국내에서 출간 예정인 은영전 완전판에는 이 미치하라의 일러스트가 삽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치하라의 일러스트가 삽입되는 것으로 보아 완전판은 2000~2002년에 일본에서 발간된 도쿠마 듀얼문고 판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성공한 SF 소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은영전은 SF 소설로서는 SF적인 요소가 몹시 부족한 작품이기도 하다. 대규모의 함대전을 제외한 인류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은 20세기의 것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으며, 전투에서조차 최첨단 무기없이 전투용 도끼를 들고 유혈이 낭자한 전투를 벌이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라는 배경을 가져왔으되 SF적인 요소는 많이 빈약한 셈이다.(혹자가 말했듯이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장대한 역사소설의 형식을 빌려 후대의 역사가들이 이를 재조명하는 형태의 해설을 취하고 있지만, 그 역사적 사건들이 일부 주요 인물들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춘 것도 역시 작품의 한계로 볼 수 있다. 특히, 민주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자유행성동맹의 경우는 정치적인 부패가 극심했음을 감안해도 언론이나 지식인, 대중들의 역할이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미한데, 이렇게 사회 전체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치적 사회적 수준이 낮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라는 점에서 몇세기 후의 세상이라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다. 

은하제국의 경우도 뛰어난 인재들에 의한 엘리트주의나 선민주의를 연상시키는 등, 어찌보면 이 작품은 극적인 전개를 위해 현실적인 설정을 일부 무시했거나 반영할 여력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얀 웬리와 라인하르트를 위시한 주요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매력적인 함대전과 전술은 멋진 묘사와 흡입력있는 전개로 이러한 작품의 맹점을 보상하고 남을 정도의 재미와 흥미를 보여주었다. 결국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들의 대서사극이라는 점에서 은영전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보여준 이 작품은 87년 11월 마지막 10권이 출간된지 약 3개월 만에 극장용 아니메로 첫 영상화를 선보이게 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미 작품이 완결되기 전에 아니메 제작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작을 맡은 도쿠마 서점은 이미 스튜디오 지브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었지만, 본작의 아니메화는 지브리가 아닌 키티 필름이 맡게 된다. 감독은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1984)', '메가존 23 파트1(1985)' 등 장대한 SF 어드벤쳐 작품을 연출해온 이시구로 노보루가 맡았으며, 각본은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나 '마법의 프린세스 밍키모모(1982)' 등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온 슈도 타케시가 집필하여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슈도 타케시의 아이디어에 의해 함대전에 사용된 모리스 라벨의 발레곡 볼레로는 대규모 전쟁인 우주함대전과 기이한 앙상블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후에도 다수의 클래식 곡이 후속편의 BGM으로 쓰여 중후한 작품의 이미지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극장판의 내용은 86년 발행된 은영전 외전 1권 별들의 정복자 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제4차 티아매트 회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 전투에서의 공적으로 라인하르트는 뮤젤이라는 성을 버리고 로엔그람이라는 성을 하사받게 된다.


은하영웅전설 (1988), 銀河英雄伝説 / Legend of the Galactic Heroes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총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연출: 이시구로 노보루, 사카이 아키오, 키요즈미 노리후미(清積紀文), 토미자와 카즈오(冨沢和雄) 外
◈ 시리즈 구성: 카와나카 시마오(河中志摩夫)
◈ 각본: 슈도 타케시, 야나가와 시게루(柳川茂),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外
◈ 캐릭터 원안/디자인: 오쿠다 마츠리, 카와지리 요시아키(川尻善昭), 카와모리 요시노리(兼森義則) / 모토키 히사히루(本木久洋)
◈ 총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清水恵蔵)
◈ 메카닉 디자인/총 메카작화감독: 카토 나오유키 / 키요즈미 노리후미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
◈ 음악/노래: 카자토 신스케(風戸慎介) / 먼데이 미치루-1,2기, LISA-3기, 콘노 히토미(こんのひとみ)-4기
◈ 제작/프로듀서: 야마시타 타츠미, 타카 히데노리 / 타하라 마사토시
◈ 제작사: 키티 필름, 도쿠마 서점, 도쿠마 커뮤니케이션즈, TV 도쿄, 아트랜드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88.12 ~ 1997.03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110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88년 2월에 개봉한 극장 아니메는 사실 이 본편을 위한 일종의 프로토 타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극장 아니메가 개봉된지 10개월 뒤인 88년 12월 마침내 은영전의 본편의 내용을 영상으로 담아낸 '은하영웅전설(1988)' OVA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OVA임에도 불구하고 편수는 무려 110편으로 8쿨의 길이에 해당하는 실로 방대한 러닝타임을 자랑하고 있다. 방대한 러닝타임만큼이나 이례적인 판매방식도 눈에 띄었는데, OVA 제1기의 경우, 제1기를 전편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1회가 담긴 VHS 비디오를 1주일마다 배달해주는 방식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1] 참조) OVA를 마치 TV 아니메처럼 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셈이다. 1기가 VHS로 모두 릴리즈된 이후에는 심야방송을 통해 TV 전파를 타게 된다.

엄청난 성우진도 화제거리였다. 특히,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본작에서 대부분을 1인 1역으로 진행하면서 은영전에 출연하는 성우는 통상의 성우진을 가볍게 능가하는 규모로 커졌으며, 이로 인해 거물급 성우들이 대거 참여하여 항간에는 '은하성우전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다만, 은영전에서 여자 캐릭터의 비중은 안네로제와 프레데리커, 힐더와 제시카 에드워즈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전체적으로는 남자 성우의 비중의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적으로 OVA는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일부 설정의 변화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원작의 모든 에피소드가 잘 반영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마치 대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중후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OVA라는 매체의 한계상 TV 시리즈에 비해 투입되는 예산이 부족했던 이유 등으로, 상당수의 씬을 하청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작품의 작화수준은 평균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후일 신작화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출시된 DVD와 블루레이는 기존의 작품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작화수준이 나아졌다고 전해지고 있다.([7] 참조)


은하영웅전설외전, 황금의 날개 (1992)


<정보>

◈ 감독: 시미즈 케이조
◈ 각본: 코이데 카즈미(小出一巳)
◈ 스토리보드: 타키자와 토시후미(滝沢敏文)
◈ 캐릭터 원안/디자인, 작화감독: 미치하라 카츠미 / 이케다 유우지(池田裕治)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타카하시 히데키(高橋英樹)
◈ 미술감독: 이시가키 츠토무(石垣努)
◈ 음악/노래: 하세가와 토모키(長谷川智樹) / 마츠다 히로유키(松田博幸)
◈ 제작: 야마시타 타츠미, 이지치 케이(伊地智啓)
◈ 제작사: 키티 필름, 도쿠마 서점, 도쿠마 커뮤니케이션즈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92.12.12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은영전의 두번째 극장판. OVA 2기가 종료되고 3기가 시작하기 전의 시점에 개봉되었다. OVA로 출시되었다가 다시 극장에 걸린 케이스로, 미치하라 카츠미가 86년에 연재했던 단편만화 황금의 날개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이로 인해 미치하라 카츠미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작화가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OVA와는 위화감이 생겼고, 성우 역시도 기존의 OVA와는 전혀 다른 성우들을 기용하여 전반적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유년시절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제5차 이젤론 공방전이 주요 사건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이외에도 라인하르트의 모친의 죽음이나 누나인 안네로제의 입궁과 같은 라인하르트의 유년기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에피소드들이 이야기 되고 있다. 이 황금의 날개편은 후일 도쿠마 듀얼문고판에서 외전 1권으로, 다른 단편들과 묶여서 발간된다.


은하영웅전설외전, 새로운 싸움의 서곡 (1993)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감독: 시미즈 케이조
◈ 각본: 카와나카 시마오
◈ 캐릭터 원안/디자인, 작화감독: 오쿠다 마츠리 外 / 이케다 유우지
◈ 메카닉 작화감독: 타카하시 히데키
◈ 미술감독: 타니무라 신이치(谷村心一)
◈ 제작: 야마시타 타츠미, 이나미 무네타카(稲見宗孝)
◈ 제작사: 키티 필름, 도쿠마 서점, 도쿠마 커뮤니케이션즈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93.12.18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소설에서 최초의 함대전이자 라인하르트와 얀 웬리가 처음으로 서로를 인식하게 되는 아스타테 성역 회전을 그린 극장 아니메. 이미 OVA 1기에서 다루어진 내용이지만, 극장 아니메를 위해 다시 리메이크 되었다. 앞선 두 편의 극장판이 모두 60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반쪽 자리 극장 아니메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면 본작은 90분이라는 제대로 된 러닝타임을 갖고 본격적인 의도로 제작된 극장 아니메라 할 수 있다.


은하영웅전설외전 1기 (1998)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백은의 계곡 (1998, 4화)
    연출: 니시야마 아키히코(西山明樹彦) 外 
    레이아웃·콘티: 시미즈 케이조 外 
    작화감독: 치노 쿄코(茅野京子) 外 
    메카 작화감독: 니시무라 사토시(西村 聡)
◈ 아침의 꿈, 밤의 노래 (1998, 4화)
    연출: 오카지마 쿠니토시(岡嶋国敏) 外 
    콘티: 토노카츠 히데키(殿勝秀樹) 外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谷口守泰)
◈ 오명 (1998, 4화)
    연출·작화감독: 이마이즈미 켄이치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外
◈ 천억의 별, 천억의 빛 (1998, 12화)
    레이아웃·콘티: 시미즈 케이조 外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外
    작화감독: 치노 쿄코, 이마이즈미 켄이치 外
◈ 각본: 카와나카 시마오
◈ 제작사: 키티 필름, 매직버스, 샤프트, 아트랜드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98.02 ~ 1988.?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24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110화의 OVA가 종결된 뒤에는 외전의 스토리를 아니메로 제작한 외전 OVA가 곧이어 등장하게 된다. 외전 역시 52화라는 장대한 러닝타임을 갖고 있으며, 편의상 1기와 2기로 나뉘어 지게 된다. 1기는 '백은의 계곡', '아침의 밤, 꿈의 노래', '오명', '천억의 별, 천억의 빛'의 4장 24화로 구성되어 있다. OVA 1기는 모두 은하제국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네 개의 장이 시간 순으로 배열되어 있지는 않다.


은하영웅전설외전 2기 (1999)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정보>

◈ 나선미궁 (1999, 14화)
    연출: 우에노 후미히로(上野史博) 外
    콘티·총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外
◈ 폭도 (2000, 4화)
    연출: 이마이즈미 켄이치(今泉賢一) 外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外
    총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 결투자 (2000, 4화)
    연출: 우에노 후미히로 外
    콘티: 타이츄 세이키(大宙征基)
    총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 탈환자 (2000, 4화)
    연출: 이마이즈미 켄이치 外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外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이마이즈미 켄이치
◈ 제3차 티아매트 회전 (2000, 2화)
    연출: 오카지마 쿠니토시 外
    콘티: 우에노 후미히로 外
    총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 각본: 카와나카 시마오
◈ 제작사: 키티필름, 매직버스, 아트랜드
◈ 저작권: ⓒ 田中芳樹・徳間書店・徳間ジャパンコミュニケーションズ・らいとすたっ ふ・サントリ
◈ 일자: 1999.12 ~ 2000.7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2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외전 2기는 '나선미궁', '폭도', '결투자', '탈환자', '제3차 티아매트 회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선미궁만 얀 웬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나머지 장은 모두 라인하르트의 이야기이다. 전반적으로 OVA 외전은 라인하르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율리안의 이젤론 일기'를 비롯한 자유행성동맹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니메로 제작되지 못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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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스킨 패닉 매독스-01 (1988),
メタル スキン パニック MADOX-01 / Metal Skin Panic MADOX-01


ⓒ アートミック · 創映新社 · ポニーキャニオン


<정보>

◈ 원안/감독: 아라마키 신지(荒牧伸志)
◈ 기술고문: 니시모리 아키요시(西森明良)
◈ 캐릭터 디자인: 타무라 히데키(田村英樹)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야마네 키미토시(山根公利)
◈ 작화감독: 고다 히로아키(合田浩章)
◈ 미술감독: 난고 요이치(南郷洋一)
◈ 음악: 야지마 켄(矢島賢)
◈ 기획: 스즈키 토시미치(鈴木敏充)
◈ 제작사: 아트믹, AIC, 창영신사, 포니캐년
◈ 저작권: ⓒ アートミック · 創映新社 · ポニーキャニオン
◈ 일자: 1988.12.16
◈ 장르: SF, 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시가전 및 대 테러전을 상정하여 개발된 자위대의 인간형 기동병기 마독스-01. 각국의 군사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벌인 데몬스트레이션에서 최신형 전차 3대를 상대로 압도적인 전투력을 선보여 관계자들을 놀래키게 된다. 더군다나 마독스를 조종한 이는 이 병기의 소프트웨어 개발담당이기도 한 여성 개발자 카스모토 에리코. 하지만 데모전투에서 마독스에게 굴욕을 당한 전차 시뮬레이션 담당자 킬고어 중위는 마독스에게 필요 이상의 적개심을 품게 된다.

한편, 데몬스트레이션이 끝나고 마독스를 이송중이던 자위대 트럭이 앞서 달리던 승용차의 운전부주의로 그만 고가도로에서 큰 사고를 내고 만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마독스가 실린 컨테이너가 그만 고가 도로 아래에 주차되어 있던 카센터 트럭에 떨어지고 만다. 카센터 직원인 오노세는 난생 처음보는 이 컨테이너를 같은 카센터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메카닉 마니아 코지에게 알리고, 뭔가 재미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직감한 코지는 마독스의 컨테이너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게 되는데...


<소개>

아라마키 신지의 첫번째 감독 데뷔작. 아라마키 메카닉의 특징 중 하나인 파워드 슈츠(Powered Suits) 혹은 웨어러블 아머(Wearable Armor)를 소재로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보여준 단편 OVA이다. 제작은 변함없이 스즈키 토시미치와 그가 설립한 스튜디오 아트믹이 맡았으며, 아라마키와 같은 아트믹 출신으로,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메카닉 디자인으로 후일 유명세를 떨치는 야마네 키미토시가 가세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카나메 프로덕션 출신으로 카나다 요시노리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타무라 히데키가 맡고 있다.

오프닝부터 펼쳐지는 놀라운 디테일의 메카닉 연출씬은 도저히 80년대 작품이라고는 믿기기 힘든 디테일을 자랑하고 있다. 실제 병기를 연상시키는 파워드 슈츠의 멋진 디자인과 함께 쇼크업소버, 모터 팬, 조종레버, 보행기구와 같은 각부의 세밀한 묘사는 지금 봐도 놀랍기 그지 없는데, 수작업 셀 애니메이션으로 이 정도의 디테일을 표현해낸 인트로 씬 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어느 정도 입증되지 않나 싶다. 하드한 메카닉 디테일은 아라마키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으로, 메카닉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이야기는 세심한 메카닉 디테일에 비하여 단순한 편이다. 자위대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인간형 병기인 마독스가 우연한 사고로 대학생 코지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유학을 떠나는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앞둔 코지는 실수로 마독스에 탑승한 뒤 빠져나오지 못한 체 무작정 마독스를 타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게 된다. 여기에 마독스를 되찾기 위한 자위대와 미군의 추적이 그를 압박하고, 마독스에게 당한 패배를 앙갚음 하려는 전쟁광 킬고어 중위와의 긴장감 넘치는 시가전이 벌어지게 된다. 40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 속에서 이야기는 그럭저럭 준수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메카닉 디테일에 치중한 작품이다보니 드라마적 매력은 약하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별다른 특색을 찾아보기 힘들며, 마독스의 멋진 메카닉 연출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강조하여 이야기 할만한 부분도 없다.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아라마키 작품의 공통된 특색이기도. 메카닉과 미소녀라는 OVA의 인기 코드가 대입되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히로인의 역할이 약하고, 타무라 히데키의 캐릭터가 너무 특징이 도드라져 결과적으로 둘의 조합에서도 그다지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라스트에서 벌어지는 NSR 빌딩 내에서 킬고어와의 사투는 마치 3개월 전에 먼저 개봉되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존 맥티어난 감독,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다이하드 1(1988)'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 アートミック · 創映新社 · ポニーキャニオ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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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Studios · Paramount Pictures


<스탭>

◈ 감독: 조 존스톤
◈ 원작: 조 사이먼, 잭 커비
◈ 제작: 마블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시놉시스> 

2차 세계대전이 한참 진행 중이던 시절, 한 왜소한 청년이 입대지원소에서 퇴짜를 맞는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 어려서부터 병약한 체질로 천식과 각종 질병을 안고 살아온 그는 체격도 건장한 일반 남자에 못미칠 정도로 작고 깡마른 청년이었다.  하지만 스티브는 어느 누구보다도 강한 신념과 불굴의 의지, 그리고 투철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다. 둘도 없는 친구인 버키(세바스찬 스탠 분)가 육군 병장으로 참전하게 되자 그의 낙담은 더욱 커져만 가고... 함께 한 만국 박람회에서 입대를 만류하는 버키에게 스티브는 입대를 향한 자신의 강한 신념과 의지를 들려준다.

한편, 만국 박람회에는 독일에서 망명한 유대인 과학자 아브라함 어스킨(스탠리 투치 분)도 있었다. 스티브 로저스의 강한 신념과 정의로움을 목격한 그는 그의 비밀 프로젝트를 위한 병사로 스티브 로저스를 지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수퍼 솔저 프로젝트. 히틀러 휘하의 특수 부대 레드스컬의 초인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한 미군의 극비 프로젝트였는데... 


어벤저스를 향한 마지막 단추, 준수한 완성도와 아쉬운 메시지로 마무리하다.

'켓티어(1991)', '쥬만지(1995)', '쥬라기 공원3(2001)', '울프맨(2010)' 등을 연출한 조 존스톤의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 이하 퍼스트 어벤져)'는 2012년 개봉 예정인 마블 히어로 무비의 결정판 '어벤져스(2012)'의 마지막 퍼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어벤져스는 캡틴 아메리카를 리더로 하는 마블 코믹스 출신 히어로 팀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번 캡틴 아메리카를 끝으로 헐크, 아이언맨, 토르 등 내년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어벤져스 팀의 진용이 갖추어진 셈이다. 물론, 스파이더 맨이나 울버린 등은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지만 말이다.(판권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현재 스파이더맨은 소니, 엑스맨과 울버린은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화 판권을 가지고 있다.)

이번 퍼스트 어벤져가 지향하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지 않나 한다. 우선은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차기작 어벤져스를 위한 등장 히어로들의 프롤로그 성격의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적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의 글로벌한 재해석이라는 것. 캡틴 아메리카는 조 사이먼과 잭 커비의 1941년작 코믹스가 시작으로, 당시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무렵에 발간된 작품이다. 전시라는 당시의 시대상에 맞게 캡틴 아메리카는 국가적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히어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이로 인해 코스튬에서부터 미국의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가미되었다. 당연히 빌런 측도 나치의 인물들이 설정이 되었는데 이러한 고전적 설정들이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미국 중심적인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캡틴 아메리카의 맹점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불과 십수년 전, 미국이 세계의 꺼지지 않는 중심으로 정치, 경제, 문화를 모두 독식하고 있을 즈음에는 이러한 것들은 굳이 신경을 쓸 이유가 없는 것들이기도 했다. 냉전시대의 영향도 있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는 미국 위주의 가치관을 가진 영화들을 만들어 내었고 우리는 그것을 역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감상하고 즐거워 하곤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어 이런 미국적 캐릭터들을 리메이크 하는데 있어서 만드는 미국도 조심스럽고, 보는 우리들도 그저 관성적으로 감상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변해버린 시대를 맞이하여 퍼스트 어벤져도 많은 고심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분명 원작의 그 히어로와는 다소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인간병기로 다시 탄생한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의 사기 진작과 군수자금 마련을 위한 국채 홍보 캐릭터로 전락하면서 미국 성조기를 모티브로 한 코스튬을 입고 위문공연을 다닌다는 시놉시스는, 노골적으로 미국적인 이 히어로를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감을 가져줄만한 캐릭터로 무난하게 그려낸 부분이 아닌가 한다.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초인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으나 막상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의 역할에 만족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며, 처음에는 어색함으로 어쩔줄 몰라하던 캡틴 아메리카가 공연을 거듭할 수록 능숙해지고 나름 그런 삶에서 반쯤 보람을 찾는 모습을 캡틴 아메리카의 뮤지컬 공연과 오버래핑시킨 초반부의 전개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 중 하나이다.
 
액션 히어로물로서 본 작품 역시 토르와 마찬가지로 볼거리 위주의 전개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비중을 두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이로 인해 액션물로서의 매력은 다소 희석된 편인데, 사실 많은 액션 장면이 등장하긴 하지만 서사에 치중하다보니 액션 묘사는 디테일하다기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자체에 너무 많은 부분이 할애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이야기나 다른 캐릭터 구축은 소홀한 부분이 있다. 워낙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있겠지만, 토미 리 존스나 휴고 위빙과 같은 매력적인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할애된 시간은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이 둘이 굳이 이 작품에 필요했나 싶을 정도로 두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들은 매력이 부족하다.

그외에도 사이드킥이라 할 수 있는 죽마고우 버키가 소속된 캡틴 아메리카의 특수부대원들까지 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이런 인물들의 캐릭터 구축에는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다 하겠다. 재미있는 것은 캡틴 아메리카의 팀은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인, 흑인, 아시아인 등 다국적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부분은 분명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헐리우드식 캐릭터 설정으로 보이며, 개인적으로 다소 작위적인 설정은 아닌가 한다.

전반적으로 캡틴 아메리카는 준수한 느낌이다. 엄청난 스케일의 압도적인 액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지는 못했고, 캡틴 아메리카에 너무 많은 부분이 할애되면서 상대적으로 주변인물들이 소홀해지는 부분은 있었지만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액션 블록버스터보다는 좋은 느낌이었다. 근래 들어 등장하는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들이 액션보다는 서사에 치중하고 있고, 그로 인해 갈수록 고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형태로 변주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환영할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가 지닌 한계가 완벽히 극복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2차 세계대전에 그 시점을 맞춘 이 영화로서는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내년에 개봉될 어벤져스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2012년 줄줄이 개봉예정되어 있는 히어로 무비들. 바야흐로 헐리우드는 지금 히어로들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rvel Studios · Paramount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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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라이온북스의 이벤트 '따뜻한 카리스마, 정철상 그는 누구인가?'를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바로가기)

보통사람들의 피부에 좀 더 와닿을 보통사람의 자기계발서

ⓒ 라이온 북스

러분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번듯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다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집 걱정 교육 걱정없이 휴가철마다 해외여행을 갖다오는 그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그런 중소 기업에서 그저 그런 연봉을 받고, 결혼할 때가 되어 은행 대출로 전세집을 마련하여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렇고 그런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는가.

변변치 못한 가정사정과 변변치 못한 학력으로 직장마저 만족스럽지 못한 곳을 다니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 적령기가 다가왔어도 쉽사리 결혼할 엄두도 못내고 속만 끓이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내면서 막상 대학은 졸업했지만 취업의 문이 너무도 좁아 매번 그 문턱에서 미끄러지면서 불안감과 야속함으로 세상을 원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이 모든 것들은 오로지 태어난 배경과 사회적 지위, 소위 말해서 부모를 잘 만나야만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이 천지개벽해야 나아질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소위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이다.

IMF를 전후로 십수년간 무수한 자기계발서들이 자신과 현실을 바꾸려 하는 많은 이들에게 읽혀 왔다. 아마 우리도 모두 그러한 책들을 적어도 한 두권은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의 삶은 바뀌지 않은 것일까.우리는 자신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올바른 방법을 사용한 것이 맞는 것일까.

정철상 교수의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는 이제까지 등장한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해온 이론과 방법론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는 자기계발서 모두가 갖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결국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물론, 공력이 높은 저자의 경우는 좀 더 깊이 있거나 독창적인 것들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것이 저자의 지식과 경험에 의해 살아 있는 지침으로써 독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 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정철상 교수의 이야기는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만 한데, 그것은 바로 이 책이 자서전의 성격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직접 체득한 삶의 진리, 이것은 이론적인 가이드라인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준다. 물론, 다른 자기계발서에도 이렇게 스스로가 직접 체득하거나 타인의 생생한 성공담이 실려 있기는 하다. 여기서 한가지 더 주목해야할 포인트는, 이 책이 대단한 성공과 커리어를 구축한 명사의 성공 스토리나 인생 철학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저자는 중산층보다 좀 더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다른 이들이 말하는 소위 대단한 스펙을 갖지 못했으며, 취업에도 번번이 실패한 자신의 젊은 시절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가 부족한 이었다고 회고하는 저자는 이제 타인의 진로를 코치하고 컨설팅하는 커리어 전문가가 되어 있다. 거기에 셀 수 없이 많은 강의도 하는 제법 성공한 전문가이다. 대단한 성공담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라. 오히려 그로 인해 그가 걸어온 길과 그의 성공방식은 우리들에게 좀 더 피부로 가까이 와닿고 있다. 유명한 인물이 아니라 그저 남 부럽지 않을 정도로만 살고 싶은 우리네 소시민들에게는 오히려 대단한 석학이나 대단한 기업가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보다 이 쪽이 더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도 언급했듯이 '그저 살만큼' 이라는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요즘의 세상은 꽤 빠듯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인한 사회 불안, 이전에 비해 더 커진 빈부의 격차, 그리고 소득 불균형 등이 야기하고 있는 사회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바람에 비해 획득하는 양은 항상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회의 진리임을 생각할 때 무조건 더러운 세상 탓만으로는 돌릴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잘 살고 싶으면 목표를 크게 잡아야 한다. 비록 그만큼 살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큰 목표를 향해 매진했기에 낮은 목표를 잡았을 때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 수가 있다. 이것은 윌리엄 클라크의 명언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렇다. 소년 뿐만 아니라 인간은 희망과 야망이라는 긍정적인 목표를 갖고 그것을 보면서 살아야 한다. 꼭 대단치 않아도 좋다. 다만 그 분야에서만큼은 최고를 목표로 하라.

저자는 목표를 향한 열정과 노력만큼이나 현재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이해하라고 강조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알아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 답이 나올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자각한 다음, 스스로가 관심을 가질만한 일을 찾아 스스로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매진하는 것, 단순하면서도 힘든 이 과정은 꼭 대단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가만히 앉아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영리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뛰고 또 뛰는 수 밖에 없다.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의 내가 생각이 났다. 선배들과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우리 제품을 만들고 우리가 직접 이끌어 가는 회사를 만들겠다던 야심차지만 부족했던 그날의 다짐은 폐업이라는 쓰디쓴 실패라는 결과로 돌아왔지만, 많은 교훈을 내게 주었고 그로 인해 많은 내적 성장을 할 수는 기회를 주었다. 다소 비관론자였던 나는 그 실패로 인해 오히려 낙관론자가 되었고, 그만큼 더 치밀해졌다. 아직 더 많은 실패가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실수를 나는 하겠지만 그날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좌절한다고 해도 다시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얻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자의 책은 대단한 성공을 위한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나은 자신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라. 또한, 당신이 삶의 추진력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면 다시금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을 통해 찾아 보라. 이 책으로 인해 나는 그 사이 조금 느슨해진 나를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덧붙임)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드러커 교수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나도 수년전에 탐독했던 책이다. 다 까먹고 살았는데, 이 책으로 인해 다시금 생각났다. 이 책을 끝내면 다시금 드러커 교수의 책을 집어들어야 겠다. 두번째는 좀 더 피부에 와닿을 듯 하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라이온북스에게 있습니다.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 8점
정철상 지음/라이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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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극장판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프롤로그가 삽입된 3부작 이야기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1년 7월 30일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하이스트리머'는 건담의 창조자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를 극장에 내놓기 전, 도쿠마 서점의 아니메 잡지 '아니메쥬'를 통해 연재하고 있던 이야기를 모아서 발간된 3부작 소설을 번역한 작품입니다. 이 3부작이 극장용 아니메 역습의 샤아의 베이스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아니메쥬에서 하이스트리머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이 소설은 87년 12월 단행본으로 발간될 때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라는 타이틀로 발간되었고, 2002년에 발간된 도쿠머 듀얼 문고판 때에는 다시 '기동전사 건담 하이스트리머'로 발간되었다가 다시 2009년의 복각판에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라는 타이틀로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AK에서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하이스트리머는 그런 면에서 두 타이틀을 모두 수용한 셈이죠. AK의 번역판은 2009년의 복각판을 베이스로 했습니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바로가기)


본 소설은 88년 2월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간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과는 다른 내용으로, 극장용 아니메의 스토리와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인해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의 연계성이 좀 더 강했던 벨토치카 칠드런에 비해 하이스트리머는 제타 건담과의 연계가 미약한 편이지요. 3부작으로 구성된 소설 중 1권의 이야기는 극장 아니메보다 이전의 시점을 다룬 일종의 프롤로그 성격의 이야기인데요. 샤아의 네오 지온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 샤아를 쫓아 스위트워터 콜로니를 수색하는 아므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커닝엄이나 아료나, 그리고 제다와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기에 처음 소설을 접할 때는 과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지 자못 궁금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등장하는 모빌슈트의 경우도 제간이나 리가지와 같은 익숙한 극장 아니메의 모빌슈트가 아니라 제다라든지 가블과 같은 생소한 모빌슈트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다만 극장 아니메의 시점과 일치하게 되는 2권부터는 이러한 새로운 캐릭터나 새로운 MS가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되어 프롤로그 격인 1편과 본편인 2, 3편과의 연관성은 느슨한 느낌입니다. 특히, 커닝엄이나 아료나와 같은 여성들과 연애에 가까운 감정을 교류하던 아므로가 2권부터는 첸과 서로 호감을 갖는 사이로 발전을 하는데, 이런 부분은 확실히 이전의 시리즈에서 보아온 아므로의 캐릭터와는 다른, 여성을 다루는데 있어서 꽤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지요.

프롤로그이긴 하되 그리프스 전쟁 이후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의 심경변화나 여러가지 것들이 다루어지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하야토 코바야시나 카미유 비단, 쥬도 아시타 등에 대해 짤막하게라도 언급하고 있어 토미노 감독이 이전 작품들과의 연계에 있어서 아주 무관심하지는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2권의 퀘스 파라야의 등장부터 시작되는 극장 아니메에 해당하는 부분의 이야기는 거의 모양새가 유사합니다. 혹시나 싶어 극장판을 재생시키고 소설을 읽어보았는데요. 어떤 부분은 대사도 거의 같을 정도로 유사하기까지 하더군요. 물론, 원작과는 다소 다른 전개도 많이 눈에 띄며, 알파 아지루 같은 초대형 모빌 아머는 소설에서는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알파 아지루는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킬 목적으로 아니메에 투입된 것으로 판단되는 군요. 특히, '라라아는 나의 어머니가 될 여자였다'라는 등의 망언으로 인해, 극장판에서 크게 비난을 받았던 건담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의 경우는 극장 아니메에 비해 그 마지막이 좀 더 미화된 느낌이지 않나 합니다. 

삽화 일러스트로 등장한 모빌슈트나 캐릭터 등은 원작과는 크게 다릅니다. 특히, 모빌슈트의 경우는 기존의 모빌슈트를 참고하지 않고 삽화가인 호시노 유키노부의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그려졌는데요. MS의 스타일이나 디테일은 아니메에 비해 많이 뒤지는 것이 솔직한 느낌입니다. 다만, 주역 모빌슈트인 뉴건담의 경우는 꽤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으며, AK에서 발간한 '건담 웨폰즈 역습의 샤아편 II'에서 이 호시노 유키노부의 독특한 뉴건담 작례를 보다 상세히 만날 수 있습니다.

텍스트로 접한 마지막 샤아와 아므로의 이야기는 제 경우 극장 아니메보다 좀 더 몰입감이 좋았다 생각됩니다. 비주얼을 걷어냈지만 여전히 아므로와 샤아의 마지막은 인상적이었고, 오히려 소설이기에 모빌슈트에 집중하지 않게 되어 보다 더 SF 소설에 가까운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고 할까요. 800페이지가 채 안되는 분량인지라 읽기에는 부담이 없는, 그야말로 라이트 노벨다운 느낌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심도 있고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토미노 감독 본업이 소설가가 아닌데다가 스스로 후기에 밝혔듯이 건담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당시 어마어마 했었기에 이런 바람은 무리라 할 수 있겠네요.

건담 웨폰즈에 소개된 하이스트리머 버전의 뉴 건담.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 하이 스트리머 - 상 - 8점
토미노 요시유키 지음, 김정규 옮김, 호시노 유키노부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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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필름 · 오돌또기


<스탭>

◈ 감독: 오성윤
◈ 원작: 황선미
◈ 제작: 명필름, 오돌또기


<시놉시스> 

양계장 속에 갇혀 사는 암탉 잎싹. 양계장 밖 마당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스스로 알을 품어 병아리를 낳고 싶었던 잎싹은 양계장을 빠져나오기 위해 며칠동안 굶고 탈진상태가 되어 혼절한다. 잎싹이 죽었다고 생각한 양계장 주인은 그녀를 밖으로 내다 버리고 때마침 먹이를 찾던 족제비에게 발견되어 위기에 처한 찰나, 한 청둥오리의 도움으로 잎싹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마당으로 돌아온 잎싹이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수탉과 오리들의 차가운 냉대뿐. 결국 잎싹은 양계장을 떠나 야생에서의 생활을 결심하게 된다.

낙관적인 잎싹이었지만 숲에서의 생활은 양계장에서 자라온 암탉에게는 막막하기만 했다. 얼마전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청둥오리(잎싹은 그를 나그네라 부른다)의 도움으로 잎싹은 숲의 리빙 컨설턴트 수달(잎싹은 달수라 부른다)을 만나 거처를 얻게 되고, 나그네는 근처에서 자신의 부인과 신방을 차리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평화로운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그네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둥지를 습격한 족제비에 의해 나그네의 부인이 끌려가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족제비에게 끌려가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나그네는 필사적으로 쫓아가지만, 예전에 한쪽 날개가 부러진 그는 결국 그녀를 구하지 못한 채 오열하고 만다.

족제비가 어지럽힌 나그네의 신방. 잎싹은 그 둥지 속에서 오리알을 발견하고 알을 정성스레 품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의 평생의 소원이기도 했었는데... 과연, 잎싹은 청둥오리의 알을 잘 품어낼 수 있을까.


반세기 한국 만화영화사를 다시 쓸지도 모를 대작 애니메이션

8월 6일 현재 누적관객 78만명을 넘어선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은 이제 한국 만화영화의 역사를 새로이 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 만화영화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았던 크리에이터들의 땀과 눈물이 과연 마당을 나온 암탉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겠습니다만, 적어도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만화영화의 수준이 더 이상 2류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증명해준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확신합니다.

40년 가까이 만화영화를 사랑하고 미국와 일본의 걸작 만화영화를 부러워하면서 보아온 엘로스에게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분명 기대 이상의 완성도였고, 외국의 탑 클래스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도 손색이 없는 경쟁력을 갖춘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작화적 완성도를 벗어나 6년의 시간이 걸린(어쩌면 여기에는 피치 못할 지연요소도 있었겠지만) 치밀한 프리 프로덕션, 배경이 된 우포 늪에 대한 철저한 사전답사, 선녹음 후작화의 프리스코어링 방식, 이미 검증된 베스트 셀러를 기반으로 한 완성도 높은 각색, 아름다운 음악과 주연 연기자들의 맛깔나는 연기력(물론, 이 부분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등 본 작품은 단순히 재미있고 그림 좋은 만화영화를 벗어나 제작단계에서부터 한국 만화영화의 일보전진을 향한 의미있는 시도들이 행해졌다 하겠습니다.

비디오 레인져 007(1984)’이라는 희대의 셀 도용작을 극장에서 관람한 뒤 한국 극장 만화영화에 깊은 실망감을 느낀지 어언 27년 만에 처음으로 극장의 스크린을 통해서 만나게 된 이 한국 만화영화는 실로 그간의 아쉬움과 무관심을 모두 만회시킬 만큼의 역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라스트에서 힘차게 하늘을 나는 청둥오리 초록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눈부신 조화, 선녹음 후작화의 유려한 움직임

프닝부터 시작되는 유려한 수채화 풍의 배경은 이 작품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단초입니다. 동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실로 동화속의 모습을 그대로 동영상으로 옮긴 듯 서정적이고 포근합니다. CG 애니메이션과 비교하여 다소 두루뭉실한 수채화의 느낌은 CG 처리된 선명한 동물 캐릭터들로 인해 조화를 이룹니다. 부드러운 배경과 선명한 캐릭터의 조합은 확실히 이 작품을 일본의 아니메나 북미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한국 만화영화만의 독특함으로 승화시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비주얼은 대중적이라기보다는 다소 마니악한 축에 속합니다만, 대중성에 대한 고려도 어느 정도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주연급 동물 캐릭터들의 경우 캐릭터 상품화 했을 때도 나름의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까요.

선작화 후녹음으로 제작된 일본 아니메의 영향을 받아온 그동안의 한국 만화영화와는 달리,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전통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제작방식인 선녹음 후작화 방식, 즉 프리스코어링 제작기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제작비와 제작 일정 등 제작 전반의 리소스 투입 비용은 상승했겠지만 비디오와 오디오의 조화는 매우 뛰어나며, 이것이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겁니다. 여기에 잎싹이나 나그네, 초록, 달수 등 주요 캐릭터들은 목소리 연기를 맡은 문소리, 최민식, 유승호, 박철민의 모습을 감안하여 디자인하였기에 더더욱 감정이입이 훌륭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극중 동물 캐릭터와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과의 유사함을 느끼셨던 것은 이 때문일 겁니다.

전반적으로 북미의 풀 프레임 애니메이션 기법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군데군데 일본 리미티드 아니메의 기법 또한 절묘하게 녹아져 있습니다. 공식 블로그에서 언급한 투과광 기법은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로 리미티드 아니메 기법에 있어서 입신의 경지에 오른 린 타로 감독이 즐겨 사용하던 연출 기법이구요. 하모니 기법의 경우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역시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로 린 타로 감독과 같이 리미티드 아니메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리웠던 故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 즐겨 사용하던 연출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클라이막스에서 펼쳐지는 청둥오리들의 레이스 씬 중 결승점을 향한 두 오리의 긴박감 넘치는 역주에서 거친 펜터치를 그대로 화면에 묘사하여 역동성을 강조하게 되는데요. 이는 일본의 대표 아니메 스튜디오 매드하우스가 제작한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2003)'의 라스트에서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외에도 달수의 나그네 회상장면에서는 디지털 컷 아웃 기법이라 불리는 연출기법이 적용되었는데 이는 '쿵푸 팬더(2008)'의 서두에서 포의 꿈 속을 묘사한 연출기법과 동일한 방식이라 하겠습니다. 동서양 애니메이션 기법의 절묘한 조화, 이는 단순한 적용 이상의 의미도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 북미와 일본의 하청작업을 통해 얻은 다양한 노하우를 완벽하게 습득하여 우리의 오리지널 작품에 적절하게 활용할 정도로 연출 수준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을 말입니다. 

ⓒ 명필름 · 오돌또기



모성애와 독립을 테마로 한 암탉과 오리의 성장 드라마

로 놀라운 연출기법과 매력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한국 만화영화사를 다시 쓸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원동력은 비단 이 연출기법만이 아닌, 매력적이면서도 울림이 있는 이야기 구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과거 김문생 감독의 '원더풀 데이즈(2003)'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어 놀라울 만큼 멋진 영상미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완성도의 이야기와 흡입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들로 인해 재앙에 가까운 실패를 보여준 사례가 있었는데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 치밀한 준비를 통해 선배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황선미 작가의 동명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삼은 것도 그러하지만, 이를 만화영화로 옮겨오는 과정에 있어서 보여준 각색 능력은 분명 놀라운 비주얼에 버금가는 완성도라 하겠지요.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각본의 중요성을 제작진이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독립과 성장, 그리고 모성애를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양계장의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당 밖의 삶을 꿈꾸는 잎싹은 다른 닭들과 달리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뒤 주변 야생동물의 편견어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려 하지요. 이러한 그녀의 행동은 다소 주책맞은 그녀의 모습으로 인해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는 몰라도 남들의 비웃음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가 정한 길에 매진하는 우직한 노력가의 자세를 연상시킵니다. 이는 성장통을 겪은 뒤 청둥오리의 파수꾼으로 거듭나는 그녀의 오리 아들 초록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엄마가 되면서 잎싹도 성장하고, 초록도 성장합니다. 그리고 성장은 다시 독립이라는 테마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구요. 비록 동화가 원작인 작품이지만 이러한 주제의식은 상당히 깊이가 있습니다.

독립과 성장 못지않게 이 작품의 이야기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바로 모성애 입니다. 너무 신파적이지 않게 적절한 슬픔의 한계선을 지킨 작품 속의 모성애는 너무도 애틋하여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그것은 엔딩에서 보여진 여운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애틋한 모성애가 작품의 기저에 계속 깔려 있기에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달수의 센스 넘치는 유머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슬픔의 한자락이 계속 꼬리처럼 매달려 있는 느낌을 줍니다. 모성애는 잎싹과 초록의 평생의 적인 족제비에게도 예외는 아니지요. 약육강식이라는 비정한 동물의 세계 속에 그려진 이 모성애는 마치 비정한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듯 저릿저릿합니다. 그리고 모성애의 종결은 다시금 새로운 생명의 성장과 탄생의 밑거름이 됩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동화라는 한계 속에서도 삶의 진리를 제법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애틋한 모성애와 더불어 이 쉬우면서도 깊은 뜻이 담긴 인생의 진리 덕에 이 작품은 아동용이면서도 달콤함보다는 오랜 세월 묵혀온 깊은 풍미가 느껴집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가족애보다 좀 더 애잔한 느낌의 무엇... 그리고 그것이 이 만화영화가 한국 만화영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크나큰 힘이 되어준 원동력은 아닐까 합니다.


이 눈부신 감동을 이어갈 또다른 한국 만화영화의 탄생을 기원하며...

작품은 서두에서 말했듯이 꼭 한국 만화영화가 아니더라도 무척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물론 다소의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토리보드의 경우는 아직도 몇몇 부분에서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 눈에 띄었는데요. 마치 연극의 막이 전환되듯 갑작스레 장면 전환이 일어나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삐걱거림은 다소 이 작품의 마감이 완벽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좀 더 많은 제작경험을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성우 연기에서는 사실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지적하셨습니다. 초록이 역을 맡은 유승호 군에 대한 아쉬움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유승호 군의 팬은 아니지만, 제 감상은 거슬린 건 사실이지만 극의 흐름을 깨버릴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반면, 문소리 씨나 박철민 씨의 연기는 무척이나 훌륭했으며, 제가 아는 한 한국 연기자의 더빙 연기 중에서는 발군의 싱크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감정 표현에 익숙한 서양의 배우에 비해 한국은 배우들조차 감정의 과잉표현에 익숙치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현대극 연기는 잘하는데 사극 연기는 영 어설픈 배우마냥, 만화영화의 경우는 그 성격상 과장된 연기가 필수인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전문성우에 비해 연기자 더빙의 경우가 대부분 완성도가 좋지 못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번 두 연기자의 연기는 그 자체로도 어떤 이정표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짦은 등장이었지만 박쥐 역을 맡은 성우 홍범기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본 작품에 있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경이 된 우포 늪을 사전답사를 통해 완벽하게 화면에 재현해낸 점이었습니다. 이런 류의 프리 프로덕션이 한국 만화영화에서 이루어졌다니... 이는 이 작품이 얼마나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인지를 실감케 하는 부분이지 않나 합니다. 또한, 롯데와 같은 대기업의 투자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부분도 고무적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 만화영화의 투자여건은 분명히 전보다 나아질 테고 보다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오는 밑거름이 되리라 봅니다.

라스트에서 새로운 터전을 향해 앞장서서 날아간 초록의 힘찬 날개짓처럼 이제 한국 만화영화도 새로운 터전을 향해 날아갈 때가 왔나 봅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의 탄생을 위해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만화영화의 꿈을 버리지 않은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일겁니다.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초록을 위해 모든 것을 다바친 잎싹일지도 모르니까요. 이제 한국 만화영화는 다시 떨어진다 해도 날아오를 수 있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태권 브이를 대신하는 한국 만화영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리라 봅니다.

ⓒ 명필름 · 오돌또기



<참고 사이트>

[1]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2]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블로그 (바로가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명필름 · 오돌또기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 달의 영화 리뷰 2011년 8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블루레이] 마당을 나온 암탉 - 8점
오성윤 감독, 문소리 외 목소리/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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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황계획 제오라이머 (1988), 冥王計画ゼオライマー / Hades Project Zeorymer



<정보>

◈ 원작: 치미모리오(ちみもりを. 타카야 요시키의 또다른 필명)
◈ 감독: 히라노 토시키(平野俊弘)
◈ 각본: 아이카와 쇼(会川昇)
◈ 캐릭터 디자인: 키쿠치 미치타카(菊池通隆. 아사미야 키아의 가명)
◈ 메카닉 디자인: 모리키 야스히로(森木靖泰)
◈ 미술감독: 난고 요이치(南郷洋一) - 1,2편 / 쿠시다 타츠야(串田達也) - 3,4편
◈ 음악/노래: 카와무라 에이지(川村栄二) / 야마가타 유키오(山形ユキオ)
◈ 기획/제작: 미우라 토오루(三浦亨)
◈ 제작사: AIC, 아트믹, 도시바 EMI
◈ 저작권: ⓒ ちみもりを · AIC
◈ 일자: 1988.11.26 ~ 1990.02.21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4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철갑룡, 혹은 하우 드라곤이라고 불리는 결사단체는 세계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품고 팔괘중이라는 거대 로봇군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중 한대가 누군가에 의해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탈취당한 로봇은 팔괘중의 로봇 중 가장 강력하다 전해지는 하늘의 제오라이머. 천재과학자 키하라 마사키가 빼앗은 제오라이머는 철갑룡의 중심부에 괴멸적인 타격을 입힌 뒤 일본으로 사라지고, 철갑룡은 조직을 복구하기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을 필요로 하게 된다. 15년 후, 마침내 지상으로 돌아온 철갑룡은 황제 유라테이를 중심으로 지구 정복에 앞서 배신자 키하라 마사키가 숨긴 제오라이머의 탈환을 명령한다.

일본의 어딘가에 비밀리에 감춰진 제오라이머를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이제 지구상에 오로지 두명 뿐이다. 아키츠 마사토라는 평범한 14세의 소년과 정체불명의 소녀 히무로 미쿠. 하지만, 이 제오라이머에는 스스로가 명계의 왕이 되기 위한 명황계획이라는 비밀 프로젝트가 숨겨져 있었고, 이 계획을 위해 평범한 소년이었던 아키츠 마사토는 영문도 모른 채 의문의 남자들에게 납치되고 마는데...


<소개>

타카야 요시키의 코믹스 표지. ⓒ ちみもりを · 久保書店

'강식장갑 가이버(1985)'의 원작자인 타카야 요시키가 치미모리오라는 필명으로 1983년부터 1984년까지 연재한 동명의 코믹스를 바탕으로 한 4부작 OVA. 원작 코믹스는 성인만화적 설정과 묘사가 포함된 작품으로 가이버 연재를 시작하면서 단행본으로 1권까지 발간된 후 잠정 종료 되었다. 그로부터 무려 20년이 흐른 뒤인 2004년부터 다시 연재를 재개하여 2007년이 되어서야 완결되었는데, 단 3권의 작품을 연재하는데 무려 23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니 가이버와 함께 과연 타카야 요시키의 작품이라고 부를만(?) 하다.

84년 연재가 일단락 된 뒤 4년 뒤에서야 OVA로 만들어졌는데 감독은 히라노 토시키(본명: 히라노 토시히로)로, 제오라이머는 '싸워라, 익저 1(1985)', '파사대성 단가이오(1987)', '대마수격투 강의 귀(1987)' 등 그의 일련의 필모그라피와 같은 선상에 놓인 작품으로서 미소녀와 로봇을 테마로 한 일련의 작품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역시 만화가 출신의 아사미야 키아. 애니메이터 필명(이자 본명)인 키쿠치 미치타카로 참여한 그는 한동안 그 정체를 숨기고 있었기에 키쿠치 미치타카와 아사미야 키아가 한동안 동일인물이냐 아니냐는 가십거리를 낳기도 했다. 원작자와 캐릭터 디자이너 모두 필명으로 참여한 작품인 셈이다. 메카닉 디자인으로 참여한 모리키 야스히로는 본 작품 직전 출시된 히라노 토시히로의 또다른 OVA '흡혈희 미유(1988)'에서 크리처 디자인을 맡았으며, 익저 1의 속편인 '모험! 익저 3(1990)'에서도 디자인을 담당하게 된다. 모리키는 '기동전함 나데시코(1996)', '제너레이터 가울(1998)', '초중신 그라비온(2002)', '기신포후 데몬베인(2006)', '기신대전 기간틱 포뮬러(2007)' 등 근래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의 인연 때문인지 키아 아사미야가 원작/총감독/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사일러트 뫼비우스(1991)'에서도 디자인을 맡게 된다.

팔괘를 형상화한 8대의 로봇과 각각의 로봇을 조종하는 개성있는 캐릭터, 그리고 영문도 모른체 최강의 로봇에 탑승하는 소년과 그를 보조하는 정체불명의 미소녀 등, 여느 로봇물에서 익히 보아옴직한 설정을 사용하고 있는지라 사실 임팩트가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모리키 야스히로의 독특한 감각이 살아있는 제오라이머, 그리고 다른 팔괘중의 로봇들과의 격돌은 역시 슈퍼로봇 특유의 박진감이 넘치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의 매력은 키하라 마사키라 불리는 인물의 숨겨진 명왕계획, 그리고 그 전모가 밝혀지면서 나타나는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 등이라 하겠는데, 4화로 제작된 본 OVA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유기적이고 짜임새 있게 그려진 편은 아니다. 그로 인해 결말 역시 상당히 허무한 편. 한마디로 폼은 폼대로 잡았으나 풀어놓은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채 급하게 마무리 지은 모양새이다.

원작의 성적 묘사가 많이 순화되기는 했지만, 1편의 베드씬 등 오타쿠들을 위한 최소한의 서비스 컷은 존재하고 있다. 물론,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 여러모로 좋은 소재와 꽤 큰 스케일을 가진 작품이었으나, 4화에 이 모든 것을 풀어내기에는 결과적으로 역부족이었고, 각본의 완성도도 아쉬운 작품이라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冥王計画ゼオライマー, Wikipedia Japan
[2] 명황계획 제오라이머,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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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한 모형 동호인들의 전시회, 해외 모델러들도 참여

릭터 라이선싱 페어와 SICAF 전시회가 코엑스에서 마지막으로 열리던 24일, 근처 섬유센터에서는 MMZ(Miniature & Modeling Zone)가 주최하는 제3회 하비페어가 열렸습니다. 국내 모형 동호인들의 작품 전시회 겸 홍보 및 판매행사라 할 수 있겠는데요. 마침 제 친구의 모형 동호회가 참가한 덕분에 겸사겸사 들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입장료는 친구가 지불해... 주지는 않았구요. 캐릭터 페어와 SICAF 참관으로 저 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이가 모두 체력이 바닥난 터라 사실 이번 관람도 일단 사진을 많이 찍고 감상은 나중에 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캐릭터 페어 관람기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하루종일 정신을 놓고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사진기 모드가 바뀐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정작 볼만한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것이 최대의 오점이라 하겠네요.

참가 동호회의 면면이나 전시회의 개요 등은 MMZ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시면 되겠습니다. (바로가기)


입구는 '네덜랜드'의 전시 부스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끈 작품은 바로 위 사진의 철도 모형 디오라마인데요.


토마스 기차 모형도 보이고, 기차모형들이 자동으로 선로를 이동하는 등, 여러모로 디테일과 볼거리가 풍부한 작품이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 관람객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오랫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되었지요. 제 아들도 넋을 잃고 보고 있었구요. 저 사진에도 넋나간 제 아들이 보이는군요.


Ma.K(Maschinen Krieger; 마쉬넨 크리거) 모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Ma.K 동호회의 작례들. 마쉬넨 크리거는 일본의 모델러 겸 메카닉 디자이어닌 코우 요코야마가 디자인한 오리지널 SF 밀리터리 모형 브랜드로, 모델러들에게는 나름 유명한 제품입니다. 엘로스도 어렷을 적에 몇 작품 만들어본 기억이 새록새록 하군요. 보시다시피 하드코어 SF와 밀리터리 스타일의 조합으로 스타워즈나 스타 크래프트에 등장하는 메카닉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꽤 많이 찍었는데, 다 초점이 안맞고 이거 한 장 겨우 구했네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 마쉬넨 크리거(Maschinen Krieger: Ma. K)란? by imuki (보러가기)


이 멋진 F-18 곡예비행단 모형은 놀랍게도 페이퍼 크래프트, 속칭 페크 모형입니다. 말 그대로 종이로 만든 모형인데요. 프라모델에 버금가는 디테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습니다. 하드크래프트 동호회의 작품.


역시 같은 페크 전차. 제가 탱크 쪽은 문외한인지라 정확한 모델명칭까지는 파악을 못했네요.


알투공방 동호회의 인디펜던스 데이 모형. 이건 100% 자작 모형인 것으로 보이더군요.


어딜가나 눈길을 끄는 스타워즈 모형들.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하는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위용은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데쓰 스타의 표면으로 생각되는 지상의 디테일이 더해져 더더욱 웅장한 느낌을 재현하고 있네요.


영화에서 앞면보다 더 자주 등장한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뒷면.


스타워즈의 또하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밀레니엄 팔콘. 언제봐도 아름다운 라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SF 메카닉 디자인 중 하나이기도 하죠.


그밖의 스타워즈 관련 작례들.


슈퍼로봇 모형들을 자작하는 오프로 스튜디오의 작품들입니다. 철인 캉타우, 로보트 킹과 같은 한국 만화부터 메칸더 V, 고바리안 등 일본 만화의 캐릭터들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입니다. 제천대성이라는 제목으로 보아 손오공을 모델로 한 듯 싶은데요. 정교한 디테일과 사실적인 묘사가 눈길을 끌더군요. 역시 사진 찍는 이의 실수로 건진 사진은 한장 밖에 없습니다.


역시 같은 동호회의 작품. 악마적인 매력이 풀풀 나는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을 꽤나 좋아라 하는 편이라서...


개인으로 참가한 김경환님의 작품. 한국군 피규어와 곡사포 모형들을 직접 자작한 작품입니다. 군복의 묘사도 그렇고 실제감이 대단하네요.


개인적으로 밀리터리 모형, 특히 탱크같은 것들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군인 모형은 어렷을 적부터 무척 좋아라 했었는데요. 그런 이유로 이런 디오라마를 보면 무척 반갑고 그렇습니다. 마치 그 시대의 전장을 재현한 듯한 실제감이나 현장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도색이나 제작시간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현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후일 여유가 되면 이런 것들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네요.

국내 유수의 모델러들과 동호회 외에도, 노리오 타케무라를 위시한 일본의 중견 모델러들과 서양 모델러도 참여하는 등, 한국만의 전시회로는 그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모델러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우리 쪽도 그쪽 전시회에 참여하고 그들도 우리의 전시회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싶네요.

개인적으로 건프라 작례들이 비중을 많이 차지했던 건담 엑스포에 비해서 하비페어 쪽이 훨씬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았나 합니다. 3회 째를 맞이한 하비페어가 좀 더 많은 호응을 얻어 한국도 서브컬쳐나 취미 분야에 있어서 보다 많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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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년보다 커진 부스, 작년보다 적어진 이슈.

담 엑스포는 작년에 이어 이번이 2회째인데요. 이번에도 역시 SICAF 전시회 내에 별도의 부스를 마련하여 열리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작년보다 공간이 커진 동시에, 작년에 비해 볼거리가 부족해 보이지 않았나 하는데요. 사실, 이번 건담 엑스포 개최 시기를 전후로 발표되는 신제품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애초에 이슈는 적을 수 밖에 없었던 전시회이긴 했습니다. MG로는 델타 플러스와 에피온이, HG로는 드라이센과 GM III 정도가 있었으며, 새로운 건담 시리즈의 주역인 건담 AGE의 메가사이즈 버전과 HG 등이 신제품으로 등장했지만, 작년의 RG 퍼스트와 같은 화제를 주지는 못한 듯 싶더군요. MG 더블 오라이저 건담과 RG 스트라이크 건담의 출시 시점과 맞았다면 좀 더 이야기거리가 많은 엑스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부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작년에 비해 공간이 넓어진데다가 중앙을 차지하던 전시 테이블이 모두 벽면으로 이동하면서 작년에 비해 쾌적하게 건프라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입구에는 시리즈별 건프라와, 등급별 건프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섹션이 한쪽 벽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등급인 RG가 제법 라인업을 갖추게 된 것이 눈에 띄는군요.


신작 건담 시리즈인 기동전사 건담 AGE의 주역기체인 건담 AGE의 1:48 모형과 1:144 HG 모형. AGE 외에도 지구측 양산형 MS인 제노에이스와, 이성인의 병기인 가프랑도 HG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신제품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메인 이슈가 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1987년에 출시된,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내부 프레임을 갖추고 있었던 1:72 퍼스트 건담. 우측에는 80년대 초반에 한국에서도 발매된 적이 있는 1:100 건담이 있군요.


금번 신작 MG인 델타 플러스. 백식과 제타 건담의 라인을 계승하고 여기에 카토키 하지메식 스타일링이 더해져 제법 매력적인 모습의 디자인으로 태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토키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백식을 베이스로 했는지라 여전히 그 스타일은 매력적이네요. 맞은 편으로는 드라이센도 보입니다. 델타 플러스와 드라이센을 찍은 사진은 대부분이 다 망가졌고, 겨우 하나 구한 한 장이 이 사진이네요. 


신제품이나 이슈가 적다보니 한쪽 면에는 건프라의 제조과정을 보여주는 섹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작년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는군요.


실제 목업이나 금형, 런너와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건프라 제작의 일부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건담 엑스포는 건프라 라인업이나 신제품 소개보다는 국내 모델러들의 작례 전시회에 좀 더 비중이 실려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제품 소개만으로는 볼거리가 적다보니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요. 일부 작례의 경우는 작년에도 전시되었던 것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새로운 작례들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역시 사진들 대부분이 잘못 나와서 건져낸 사진은 얼마 안되는군요.


UCHG 코어파이터. 밀리터리적인 디테일과 스타일 덕에 꽤 작례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디오라마 소재로도 사용되었죠.


크샤트리아에게 밀리터리적 스타일링을 대폭 가미한 작례.


민봉기 건프라월드의 디오라마. 화이트베이스에서 출격 대기중인 건담과 건캐논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망중투한이라는 작품명을 가진 손영석님의 작례. UCHG 라인업의 람바랄 유격대 세트와 M61A5 메인 배틀 탱크 세트 등을 조합하여 만든 작례입니다.


반다이 하비사업부에서도 작례가 나왔네요. 크샤트리아에게 비행형 구프타입의 컨셉을 대입시킨 듯한 모습입니다.


가와구치 명인의 작례도 전시되어 있군요. 코어 파이터에 올라탄 세일러 마스를 묘사한 작례.


PG 스트라이크 프리덤의 압도적인 포스.


UCHG를 활용한 또다른 멋진 디오라마. 이번 디오라마는 코어파이터와 브리핑 세트를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추락한 코어파이터의 묘사가 상당하네요.

이밖에도 멋진 작례들이 상당히 많이 전시되어 엑스포의 단조로움을 상쇄해주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중 많은 사진이 못쓰게 되어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네요. 작년과 마찬가지로 건프라 체험 이벤트나 한정판 및 건프라 특가 판매도 열리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판매 이벤트의 경우는 이미 많은 제품들이 팔려 나가 대부분이 매진된 상황이더군요.

금번 건프라 엑스포는 작년보다 대체적으로 여유롭고 쾌적한 느낌을 주었습니다만, 볼거리에서는 오히려 작년보다 못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프라모델들의 전시 밀도가 옅어진 부분도 있고, 작년에 비해 큰 이슈거리가 되는 신제품이 이번 엑스포 시기에는 없다보니 조금 싱거운 느낌이긴 했는데요.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엑스포의 개최를 통해 좀 더 많은 노하우를 습득하여 보다 더 내실 있는 엑스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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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년에 비해 좀 더 전시회스러운 느낌에 가깝게 변한 SICAF

릭터 라이선싱 페어와 동시에 코엑스 3층 D홀에서는 제15회 SICAF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전시회와 함께 CGV 명동과 서울 애니시네마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제도 열렸다고 하는군요. 이번 전시회는 한적한 D홀에서 열린 관계로 인적은 드문 편이었습니다만, 오히려 그로 인해 관람에는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느낌이었다 하겠습니다. 1층의 아비규환 뒤의 관람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평온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더군요.

다만, 아내와 아이를 1층에 두고 잠깐 들린 관계로 여유로운 전시회의 분위기와 달리 개인적으로는 조금 빠르게 움직인 편이었습니다. 결국 여기서도 카메라의 모드를 확인할 여유도 갖지 못한체, 전시회를 설명하는 여러 텍스트나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할 시간도 갖지 못한체 셔터를 누르기에만 급급하고 말았는데요. 앞으로는 이렇게 시간에 쫓기는 관람은 될 수 있으면 지양해야 겠다 싶습니다. 내년에도 관람이 가능하다면 그 때는 캐릭터 전시회는 아예 건너뛰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작년의 경우에는 SICAF를 먼저 관람하고 캐릭터 전시회로 이동하면서 나름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역으로 해서 그런지 여러모로 힘든 관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SICAF 2010의 하이라이트를 허영만 화백이 장식했다면, 이번 SICAF 2011에서는 한국 순정만화계를 대표하는 작가 원수연 님이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로 인한 영향 때문인지 이번 SICAF는 순정만화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화사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나 생각되는군요.


원수연 님의 인터뷰 영상이 한쪽 구석에서 재생되고 있네요.


전시부스는 상당히 큰 편이며, 여러가지 다양한 소품으로 순정만화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부스의 타이틀이자 원수연 작가 최대의 히트작인 풀 하우스와 꽤 어울리는 분위기라 하겠습니다.


다시 보아도 세련된 느낌의 일러스트. 80년대 후반 그녀가 데뷔했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엘로스는 순정만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그림체를 꽤 좋아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순정만화에 대한 선입견으로 그녀의 작품을 끝내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근래 들어 코믹스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웹툰 작가들의 공간. 임강혁을 필두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과 일러스트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커버격인 임강혁 작가의 일러스트는 웹툰 레벨을 넘는 디테일과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군요.


프랑스 만화를 별도로 소개하는 부스입니다. 봉쥬르(Bon Jour; 프랑스 인사말)라는 타이틀이 인상적인 세련된 공간이었습니다. 흡사 디자인 전시회를 온 듯한 느낌이더군요.


프랑스 만화라 다소 거리감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슬쩍 본 느낌으로는 꽤 친숙한 필체랄까요, 크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부 작품은 미국 코믹스보다도 더 익숙한 느낌을 주더군요.


제6회 국제 디지털 만화 공모전 수상작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상작인 파리의 골목길 여행, 김나영 작. 만화의 레벨을 넘어서는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급하게 사진 찍는다고 제대로 음미해보지도 못하고 간 것이 후회됩니다.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오히려 작품을 음미했다면 사진은 못올리더라도 보다 더 내실있는 관람기가 되었을텐데 말입니다.


정보근의 최우수상 Nanuk. 에스키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스크롤 만화입니다.


송시현/이민용의 인기상 네로의 실험실. 흑백의 투박한 터치지만 의외로 몰입감이 좋은 듯 합니다.

이들 수상작들은 SICAF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점 안맞은 허접한 사진보다는 사이트의 선명한 이미지가 작품의 진가를 좀 더 확실히 보여줄 듯 싶군요. (보러가기)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 서당. 이것참 오랜만에 보는군요.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은 아예 식당을 모티브로 한 부스로 꾸며져 있어서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일본의 선술집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요.


벽면에 큼지막하게 프린트된 심야식당의 컷들. 아베 야로는 이번 SICAF 행사에 참여하여 사인회도 가졌다고 하는군요.


한쪽에 마련된 코스튬 플레이 부스.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아가씨들과 포토타임도 있는 듯 한데, 멀찌감치서 보니 한 아가씨는 사진찍는 것을 거부하는 듯 하더군요. 아마추어들이라 아무래도 수줍은가 봅니다. : )

SICAF 행사는 이 외에도 대학 동아리들의 전시회도 마련되어 만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아이디어와 실력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상 제대로 감상도 못하고 넘어갔지만요. 또한 작년 SICAF의 경우 2010년의 이슈였던 3D 상영에 일부 부스를 할애하고 있었던 것에 비하여 올해에는 4D 체험관을 하나 정도 마련하여 관객들에게 4D 영상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할까요.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이라 좋았습니다만, 여전히 만화계의 열악한 현실이 피부에 와닿는 다소 힘이 빠진 전시회이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좀 더 활기찬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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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코엑스에서 열리는 캐릭터 페어 및 SICAF 행사와, 근처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모형전시회 하비페어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인 캐릭터 페어는 주말까지 겹쳐 그야말로 인산인해, 정말 정신줄을 놓고 관람을 하게 되었는데요. 아내와 아들은 이벤트 행사 라인에 세워 놓고 저는 급한대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포스팅을 위한 사직찍기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서둘렀던 탓일까요. 카메라 모드가 잘못 되어있었던 것을 잊어버린 체 사진찍기에만 급급했던 나머지 대부분의 사진들이 초점이 엉망인 사진들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집에 와서 사진들을 확인하는데 어찌나 허탈하던지... 아들 사진도, 전시회 풍경 사진도 거의 대부분이 포스팅으로 쓰기에는 처참하리만큼 초점이 안맞게 되어버렸네요. 찍으면서도 계속 느낌이 이상했는데, 워낙 사람도 많고 손에 든것도 많다보니 차분하게 카메라 모드를 확인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사진들로 스무장 가까이 추려서 관람기를 꾸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상태가 좋지 못한 점 양해바라겠습니다.

 
인산인해를 이룬 캐릭터 페어, 정상적인 관람이 힘들어...

국 콘텐츠 진흥원(KOCCA)과 코엑스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와 서울시가 후원한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는 한국의 캐릭터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해외로의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되는 전시회로,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행사입니다. 7월20일부터 7월 24일까지 5일에 걸쳐 코엑스 A홀과 B홀에서 전시회가 이루어졌지요. 그냥 캐릭터 전시회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이벤트 등이 준비되어 그야말로 전시회는 혼잡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평일날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지만 마지막 전시일인 어제는 도저히 제정신으로 관람을 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나 할까요. 체감상으로는 작년의 전시회에 비해 보다 더 혼잡했던 것 같네요.


전시회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A홀의 입구에는 좌측으로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의 꼬마버스 타요와, 우측으로 부즈클럽의 캐니멀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입구에 마련된 꼬마버스 타요의 모형은 포토존으로 쓰이고 있었는데요. 워낙에 사람이 많다보니 줄을 서서 기다려야 사진을 찍을 수 있더군요. 겨우겨우 차례를 기다려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좀처럼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아드님 덕분에 겨우 건진 사진은 이 사진 달랑 하나.


안쪽에는 각종 캐릭터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꼬마버스 타요는 아직까지는 캐릭터 상품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죠.


뿌까 캐릭터로 잘 알려진 부즈의 자회사 부즈클럽의 히트 캐릭터 캐니멀. 전시회에 등장한 캐릭터 중 가장 상품화가 착실히 준비된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데요. 캐릭터 상품의 종류도 완구를 넘어 팬시와 각종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상품으로서도, 미디어로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하네요. 정작 아들과 와이프는 그닥 좋아라 하는 눈치는 아닙니다만. (아내는 캐니멀의 표현방식이 유아들에겐 다소 과격하다는 이유로, 아들은 자동차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로 좋아라 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캐니멀은 5세 이하의 유아들보다는 6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만.)


캐니멀의 엄마뻘 캐릭터인 뿌까도 캐니멀 부스 옆에서 나란히 위치하고 있습니다. 뭐, 번들인 셈이군요.


마찬가지로 타요와 같이 아이코닉 엔터테인먼트의 캐릭터 상품이자 한국 캐릭터의 대표작인 뽀느님, 아니 뽀로로는 타요의 부스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뽀로로는 특별히 뭘 하겠다기보다는 상징적 의미로 나와준 듯 싶네요. 타요 캐릭터의 지원사격이라고 할까요? 그러고보니 캐니멀+뿌까와 타요+뽀로로 조합은 서로가 상반되는 구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후배 캐릭터에게 도움받는 선배 캐릭터와, 선배 캐릭터에게 도움받는 후배 캐릭터의 구도...랄까요.


올리브 스튜디오의 히트 캐릭터 코코몽. 근래에는 그 파워가 다소 약해진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변치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시즌인 코코몽2에서는 코코몽이 만든 로봇 로보콩를 중심으로 세균킹과 그의 일당들과의 대결이 주 에피소드가 되고 있습니다. 다소 남자아이들 취향으로 기운 듯한 느낌이죠.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코코몽 인형. 캐릭터의 네임 밸류에 비해 코코몽 브랜드는 캐릭터 상품 비즈니스에서는 다소 밀리는 모습입니다. 한국의 캐릭터들이 아직 캐릭터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몇몇 외에는 그다지 원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KBS의 인기 캐릭터 후토스. 개인적으로 요즘 만들어진 캐릭터 중에는 젤 맘에 들어라 하는 캐릭터인데요. 작년의 시즌2 제목인 잃어버린 숲을 타이틀로 내걸고 각종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업데이트 소식은 없는 듯 하네요.


후토스의 캐릭터 '아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드님. 후토스의 새로운 시즌 소식이 없어지면서 다소 요즘은 애정이 식은 듯 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좋아라 합니다.


또다른 캐릭터 '조아'의 뾰루퉁한 모습.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누군가 조아의 이마 위에 낙서를 해놓았더군요. 그래서 기분이 저리 안좋은가 봅니다.


대원 미디어는 자사의 캐릭터인 눈보리 외에 원피스와 같은 일본산 캐릭터를 같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대원은 캐릭터 사업에서는 그다지 재미를 못본 듯 싶죠. 전시회에서 원피스 캐릭터가 더 전면에 위치한 느낌입니다.


뽀느님, 아니 뽀로로를 위협할 캐릭터로 평가받고 있는 2011년 돌풍의 캐릭터 로보카 폴리의 전시부스. 돌풍의 캐릭터답게 그야말로 전시부스는 아비규환에 가깝습니다. 구석진 B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물론, B홀 입구에서는 가장 첫 부스입니다만) 인기는 모든 부스를 통틀어 단연 최고입니다.


각종 체험 이벤트로 부스 내는 정말로 정신이 없습니다. 잠시만 방심해도 아이를 잃어버릴 판.


상반기 돌풍의 중심지에 있었던 로보카 폴리의 변신 완구와 미니카 세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상반기의 모습과는 달리 부스 바깥 쪽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캐릭터 페어는 전반적으로 로보카 폴리라는 거물 루키와 기존 히트 캐릭터들을 투톱으로 양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캐릭터 시장에서 폴리의 활약이 기대된다 하겠네요. 반면, 부즈클럽의 캐니멀처럼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각종 상품화 사업에서는 다른 캐릭터들이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 느낌입니다. 중소기업들과의 연계를 공고히 하고 좀 더 높은 퀄리티와 매력적인 디자인의 캐릭터 상품들을 만들어 내어 비즈니스 전반의 활력을 일으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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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생뚱맞은 후반부가 공존하는 2부


국에서 최초로 정식발매된 1권으로부터 약 한달 만에 전격 발행된 데빌맨 2권입니다. 상당히 빠른 발행속도로, 팬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네요. 총 352페이지의 긴 분량은 328페이지의 1권보다도 24페이지가 더 많은 분량인데요. 1권을 넘어서는 파괴와 살육의 본격적인 발동이 이번 2권부터 그 진정한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말 그대로 본편의 시작을 알리는 셈입니다.


이번 2권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시렌느와 데빌맨의 사투는 40년 전의 작품이라고는 믿기기 힘든 박력과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래의 호러 만화들처럼 사실적인 데생이나 세심한 묘사가 수반되지 않았을 뿐, 그에 못지 않는 잔혹함이 지면에 표현되고 있는데요. 그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데몬족과 인간들의 두려움과 투쟁심,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실감 넘치게 그려지면서 몹시도 처절한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저번 1권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러한 모습은 베르세르크와 같은 최근의 작품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클라이막스 격인 시렌느와의 사투가 막을 내린 된 뒤에는 인간의 천적설에 대한 아키라와 료의 대화, 서서히 인간계를 침범해 오는 데몬족들의 위협과 새로운 데몬과의 사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천적설과 같은 부분은 지금 관점에서도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라 하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서사가 매끄럽지 못하고 일부에서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도 등장하는 것은 역시 40년전의 작품이 가진 한계가 아닌가 싶네요. 뜬금없이 아키라에게 찾아온 예전 옆집 꼬마소녀의 이야기는 다소 비약이 심하고 생뚱맞은 느낌을 주며, 데몬들이 소녀가 탄 열차를 자신들의 뱃속으로 끌어들인 뒤 인간들을 공격하는 장면 역시 서사의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데빌맨이 비록 충격적인 소재와 표현을 보여준 작품이긴 하나, 소년만화의 범주에 아직 머무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후반부로 갈수록 작화 스타일이 변모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후도 아키라의 경우는 앳된 고교생의 모습에서 서서히 강인한 남성으로 그 외모가 변모하는 느낌이군요. 어떤 부분에서는 나가이 고의 또다른 문제작의 주인공인 그 누군가(?)를 연상시키기까지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중반부 이후로는 아키라의 친구인 료의 능력으로 인해 시공간을 넘어 과거의 데몬과 싸우는 데빌맨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의 역사적 인물들의 사건에 데몬과 데빌맨을 엮어서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것인데요. 쟌 다르크, 아돌프 히틀러, 마리 앙뜨와네뜨 같은 실존인물들이 등장하여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데몬들에 대한 가상의 이야기를 그리게 됩니다. 개별 에피소드로서는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지만, 데빌맨의 원래 이야기와는 다소 동떨어진데다가 그 이음새가 그다지 부드럽지 못해 사이사이 호흡은 매끄럽지 못하며, 본편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옴니버스 형태의 번외편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하겠습니다.

이번 2권에 대한 감상은 개인적으로는 다소 실망스러운 편입니다. 임팩트가 있었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서사의 밀도가 떨어지고, 흐름도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준데다가 후반부에는 번외편으로 이야기가 새면서, 흡사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될 듯 하다가 겉도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고나 할까요. 3권에서는 끊어진 흐름을 다시 이어 나가면서 명성에 걸맞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井豪 · ダイナミックプロ /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데빌맨 2 - 6점
나가이 고 글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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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bia Pictures


<스탭>

◈ 감독/각본: 앤드류 니콜(Andrew Niccol)
◈ 캐스팅: 에단 호크(Ethan Hawke), 우마 서먼(Uma Thurman), 주드 로(Jude Law)
◈ 제작: 콜럼비아 픽쳐스(Columbia Pictures)


<시놉시스> 

근 미래의 사회. 태어날 때 각종 질병과 좋지 않은 성향의 원인이 되는 DNA를 제거하고, 완벽한 DNA만을 가진 태아로 태어나게 하는 시험관 시술의 인기로 인류의 출산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갈라지게 된다. 산모의 자궁을 통해 태어나는 자연적인 방법인 '신의 아이'와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추출해 완벽한 DNA로 시험관에서 태어나는 인공적인 방법인 '인간의 아이'로 나뉘어진 것이다. 선천적인 신체조건과 정신적 장애가 없는 이들 '인간의 아이'들은 곧 사회 각층의 엘리트로 성장하게 되고, 자연 그대로의 과정을 거쳐 태어난 보통의 아이들은 곧 사회에서 하층민으로 전락하는 생물학적 차별화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엄마의 뱃속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난 빈센트 프리맨은 태어날 때 심장질환과 범죄자의 가능성을 지녔으며, 예상 수명이 31살 밖에 안되는 열성인자를 갖고 태어난 소년이다. 자라나면서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빈센트,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동생 안톤과의 수영시합에서 매번 패하던 그는 마지막 시함에서 동생을 이겨낸 뒤, 열성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그는 집을 나와 자신의 꿈을 향해 혹독한 걸음을 내딛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 레벨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이 사회는 빈센트의 모든 노력을 결국 물거품으로 만들 뿐이었다. 여러번의 응시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면접에서 번번이 통과하지 못한 그는, 결국 청소부로 우주항공회사 가타카에 발을 들이게 된다. 실력을 갖추고 피나는 노력을 해도 극복할 수 없는 DNA의 한계. 마침내 빈센트는 우성 DNA를 사고 파는 DNA의 중계인을 통해 자신의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어둠의 경로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빈센트는 제롬 머로우라는 초일류 엘리트로 새 인생을 살게 되는데...


DNA로 모든 것이 결정된 미래의 사회, 한 남자가 마침내 그 벽을 넘다.

ⓒ Columbia Pictures

'루먼 쇼(1998)'로 우리에게 꽤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각본가 앤드류 니콜의 97년 연출 데뷔작인 '가타카(1997)'는 유전공학을 통해 우성 DNA만을 골라 시험관 아기를 태어나게 할 수 있는 근미래를 배경 삼아, 열성 DNA를 가진 보통 인간이었던 빈센트 프리맨(에단 호크 분)이 우성 DNA를 가진 엘리트들이 가득한 우주 항공회사 '가타카'에서 그들을 제치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생물학적으로 신분이 갈리는 세상이라는 설정 자체도 흥미로우며, 완벽한 인간들 사이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불완전한 인간의 이야기 역시 드라마적 매력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매번 DNA로 모든 것을 검사하는 철저한 관리사회 속에서 부적격자인 빈센트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적격자로 태어나는 과정과, 그 이후 그가 자신의 정체를 타인들에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서 벌이는 여러가지 과정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는 구도로 풀어가면서 극적인 재미를 더해준 것이 이 영화에게 스테레오적인 매력을 부여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태어날 때부터 신분을 결정짓는 미래형 관리사회는 흡사 타케미야 케이코의 만화 '지구로(1977)'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14세가 되는 해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합한지의 여부를 테스트 받고 감별되는 먼 미래의 세상과 유사하다. 부적격적자로 낙인찍힌 아이들이 실상은 초능력과 같은 특수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로, 슈퍼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는 세상에 반기를 들고 솔져라는 인물의 지휘 아래 고독한 싸움을 벌인다는 이야기의 지구로가 좀 더 스케일이 큰 SF 어드벤쳐의 성격을 띄고 있다면, 이 작품 가타카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DNA를 속이고 엘리트 사회에 발을 디딘 빈센트가 갑자기 회사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로 인해 들이닥친 경찰들로 인해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상황 속에서 빈센트의 내면의 갈등과 사랑, 그리고 통제된 사회 시스템의 모순을 파헤치는 미스테리 드라마적인 구도를 취하고 있다. 드라마 면에서는 지구로보다 농밀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SF라고는 하지만 빈센트와 그에게 유전자를 빌려준 유진(주드 로 분)과의 우정, 그리고 빈센트처럼 인간의 뱃속에서 태어난 여인인 아이린(우마 서먼 분)과의 사랑, 살인사건으로 인해 스스로의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한 빈센트의 갈등 등, 드라마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보니 SF로서 화려한 특수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완벽히 통제된 사회를 묘사하기 위해 세트는 굉장히 차갑고 냉정하며, 딱딱한 느낌을 주는데, 이러한 금속성의 이미지만으로도 지금과는 다른 미래 사회의 모습을 훌륭히 보여주고 있다. 매일 실행되는 DNA 감별을 통과하기 위해 매일 각질 제거와 제모를 하고, 혈액샘플 채집에 대응하기 위한 가짜 피부조직과 유진의 혈액 샘플, 그리고 소변 샘플을 매일 준비하는 빈센트의 철저한 관리는 사회의 차별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길인지를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 지금의 사회 시스템에서조차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하물며, 유전자 레벨에서 신분이 결정지워지는 가상의 세계는 오죽하겠는가.

가타카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SF 물이다. 메시지도 좋았으며, 아주 최첨단의 미래사회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경직되고 차가운 근미래의 모습을 여러모로 잘 표현해 냈다. 드라마에 포인트를 준 미스테리적 구성도 만족스러웠다. 데뷔작으로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앤드류 니콜은 바로 그 다음해 트루먼 쇼에서도 상당히 재기 넘치는 이야기를 창작하면서, 매력적인 세계관과 꽤 깊이 있는 메시지가 공존하는 범상치 않은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게 된다. 다만, 그 이후의 작품들이 가타카나 트루먼 쇼만큼의 아우라를 보여주지 못함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자신을 경외하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조작된 DNA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우주선에 타기 직전 마지막 소변 검사에서 모든 것을 체념한 체 진짜 자신의 소변을 검사관에게 내민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완벽한 세상일수록 사람들은 불완전함을 그리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불완전하게 태어났을까. 그것은 완전함을 향해 한발한발 내딛는 인간의 삶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은 아닐까.

덧붙임) EBS에서 방영된 일요시네마를 통해 이 작품을 본 것은 꽤 행운이었다. 보통 때라면 그 시간에 TV를 보지 못했었는데, 때마침 내린 장마비로 하루종일 집에 있었던 것이 오히려 이런 작품을 보게 되는 행운을 가져다 준 셈이다.

덧붙임) 네이버 영화 소개에서 나온 말인데, 소변 검사로는 DNA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소변 검사는 상당히 여러 군데에서 사용되며, 라스트에서는 제법 중요한 장면을 장식하는데 고증 측면에서 이는 꽤 큰 실수라 하겠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Columbia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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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도시 (1988), 魔界都市 <新宿> / Demon City Shinjuku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刊 · JAP Home Video


<정보>

◈ 원작: 키쿠치 히데유키(菊地秀行)
◈ 감독/캐릭터 디자인: 카와지리 요시아키(川尻善昭)
◈ 각본: 오카무라 카오리(岡村香織)
◈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思田尚之)
◈ 미술감독: 이케다 유우지(池田祐二)
◈ 음악: 시노다 모도카즈(篠田元一)
◈ 기획/제작: 쿠리 코스케(久里耕介) / 쿠라타 켄지(倉田研次)
◈ 제작사: 매드하우스, 재팬 홈비디오
◈ 저작권: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刊 · JAP Home Video
◈ 일자: 1988.10.25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어둠을 가르며 두 남자가 검을 맞댄 채 생사를 건 결투를 벌이고 있다. 한때 동문이기도 했던 레비라와 겐이치로. 레비라가 어둠의 힘을 손에 넣어 신주쿠를 마계의 도시로 만들려 하자 겐이치로가 이를 저지하려 맞선 것이다. 호각의 싸움을 벌이던 중 레비라가 마계의 힘을 사용하자 거대한 균열과 함께 신주쿠가 둘로 갈라진다. 겐이치로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레비라의 가슴을 꿰뚫지만 순식간에 원래대로 복구되는 레비라의 몸. 마계의 힘을 받아들인 레비라는 결국 겐이치로를 살해하고, 레비라를 관통한 겐이치로의 목검은 푸른 빛을 뿜은 체 갈라진 신주쿠의 깊은 균열 틈으로 모습을 감추고 만다. 

마계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10년여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레비라의 힘으로 신주쿠는 엄청난 타격을 입지만 주변지역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고, 이 신비한 지진은 사람들로부터 '데빌퀘이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소개>

1982년에 쓰여진 키쿠치 히데유키의 데뷔작이기도 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작품의 타이틀인 '마계도시 신주쿠'는 키쿠치 히데유키의 작품 대부분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단어로, 마계도시 신주쿠 외에도 그의 소설 '마계도시 블루스(1986)', '마계의사 메피스토(1988)', '마계도시 느와르(19??)', '마궁바빌론(19??)' 등 키쿠치 소설의 대부분에 등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키쿠치의 마계도시 사랑(?)으로 인해 일부 동료에게선 '마계도시 선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1] 참조)

그의 또다른 작품 '어둠 가드'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의 '요수도시(1987)'가 대성공을 거둔 뒤 제작된 작품으로, 키쿠치 원작의 아니메 중에서는 세번째로 제작된 작품이며 동시에 키쿠치와 카와지리의 두번째 콤비작이기도 하다. 제작 스튜디오도 매드하우스로 동일하며, 전체적으로 펼쳐지는 블루톤과 블랙의 조화 역시 요수도시와 비슷한 느낌. 요수도시보다 먼저 쓰여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만화영화로서는 요수도시의 후속처럼 느껴진다 하겠다. 요사스러운 느낌은 요수도시에 비해 많이 감쇄되었으며, 동시 에로티시즘의 표현도 거의 상쇄되어 있다.(이 부분은 너무 아쉽...에헴) 요수도시보다 좀 더 넓은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기획되었던 듯 싶다.

아니메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캐릭터 디자인이라 하겠는데,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만들어 낸 캐릭터를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온다 나오유키가 재해석하면서 요수도시에 비해 보다 더 미형의 캐릭터들로 그려졌다 하겠다. 온다 나오유키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나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7)',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등의 작품에서 작화 스탭으로 활약한 인물인데,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그 재능은 같은 비보 출신의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그늘에 가려져 그저 키타즈메의 아류 저도로 인식되고 있던 참이었다. 개성은 다소 부족했지만 그래도 온다의 그림체는 상당한 미형에 샤프한 라인을 보여주었는데, 그러한 부분이 마계도시의 괴기적인 캐릭터와 만나 상당히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특히 히로인인 사야카는 요염함이 숨겨진 청순함으로, 평면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

멋진 광원 효과와 감각적인 장면구성은 요수도시에 이어 이번에도 유효하다. 목검에 기를 실어 상대방을 베어버리는 주인공 카츠야의 모습은 흡사 카와지리의 93년작 '수병위인풍첩(1983)'의 쥬베이를 연상시킨다. 괴력의 거대한 거미 인간과, 뱀의 형상을 한 여인, 거기에 환술을 쓰는 캐릭터까지 마도사 리베라의 수하들로 등장하는 이들 셋은 왠지 카와지리의 2000년작 '뱀파이어 헌터 D 블러드러스트(2000)'의 삼인중과 닮아 있다.(물론, 시간 상으로 봤을 때는 뱀파이어 헌터 D가 마계도시의 영향을 받았겠지만) 마찬가지로 최후의 적이자 마도사인 리베라는 '뱀파이어 헌터 D(1985)'의 뱀파이어 귀족 리 백작을 떠올리게 하는 등, 여러 면에서 카와지리의 다른 작품 캐릭터들과 오버래핑되는 느낌을 준다 하겠다. 이는 이들 작품이 키쿠치의 작품이기에 서로가 비슷한 컨셉을 공유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괴력의 마인, 요사스러운 마녀, 환술을 사용하는 요괴 등 키쿠치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대게 비슷한 특색으로 구분지어져 있다.)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이야기 구조는 느슨하고 긴장감도 떨어진다. 같은 80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스와 호러틱한 분위기를 잘 살렸던 요수도시에 비해 확실히 싱거운 느낌을 준다고 할까. 카츠야와 사야카가 마계도시로 들어가게 되는 도입부도 그렇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으며, 마계도시에서 펼쳐지는 둘의 모험도 어딘지 모르게 싱겁다. 밀도가 느슨한데다가 액션도 심심한 편이라서 전체적으로 요수도시처럼 큰 임팩트를 주는 작품은 아닐 수도 있다.

작품에서는 수수께끼의 인물 메피스토가 나와 주인공 일행을 도와준다. 정체불명의 이 남자는 사실 키쿠치의 또다른 소설 마계의사 메피스토의 주인공 메피스토를 모델로 한 인물. 다만 소설의 캐릭터와 OVA의 캐릭터는 실제 설정상으로는 차이가 존재하는 듯 하다. 다소 밋밋한 구성과 재미에도 불구하고 만화영화적 완성도는 뛰어나며 퀄리티 역시 요수도시에 밀리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5회 일본 아니메 대상 오리지널 비디오 소프트 최우수 작품상 수상.


<참고 사이트>

[1] 魔界都市 <新宿>, Wikipedia Japan
[2] 魔界都市 <新宿> (1988), allcinema.net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刊 · JAP Home Video
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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