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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의 3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건담 관련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일본에서 또다른 빅 뉴스가 있습니다.

 

토미노 요시유키 옹의 신작 건담?


일단 건담 BIG EXPO에서 이벤트 형태의 단편으로 상영된 이 작품은 현재 "Ring of Gundam"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현재 방영 형태나 방영시기 등에 대해서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는 듯 하구요. 제작 스튜디오 역시 선라이즈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로봇' 아니메 스튜디오(카토 쿠니오 감독의 단편작 La Maison en Petits Cubes나, TV 시리즈 나나미 짱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3D 애니메이션과 셀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형태로 제작될 듯 합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역시나 원년 멤버인 오카와라 쿠니오가, 그리고 음악은 칸노 요코가 맡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새로운 건담 시리즈에 큰 힘을 실어줄 듯 합니다.

 

일단 배경은 우주세기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가 될 듯 하구요. 달 궤도에 지름 600Km에 육박하는 거대한 링 모양의 인공 구조물이 떠있는 지구권이 그 배경인 듯 합니다. 주인공인 에이지가 'Beauty Memory'라는 것을 지구의 어느 산 속에서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이 'Beauty Memory'라는 것이 건담 시리즈의 첫 주인공이었더 아무로 레이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라고 하는군요.

 

이번 30주년 기념의 실사모형 건담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동안 가지고 있던 건담에 대한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벗어버린 듯한 토미노 옹이 만든 신작이니만큼 어떤 형태로 전개가 될지 궁금합니다. 또한, 턴에이 건담에서 보여준 탈 건담적인 모습이나 제타 건담 극장판에서 보여준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들로 보아 이번 건담 시리즈 역시 확실히 그가 전성기를 누리던 70~80년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띌 것 같군요.

 

이제 초로의 노인이 된 '몰살의 토미노'가 '희망의 토미노'가 되어 보여주는 건담의 세계가 자못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세대에게 공감을 얻기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이지만 말입니다.)

 

마이니치 신문의 기사: ガンダム,30周年作品の映像公開 富野由悠季原作・総監督で制作

Animation News Network의 기사: Part of Yoshiyuki Tomino's 'Ring of Gundam' Previewed (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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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SU · SUNRISE (captured from Gundam UC Homepage)


제작 발표 후 한동안 잠잠하던 기동전사 건담 UC가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새로운 소식을 올렸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UC 홈페이지 바로가기

 

일본어 페이지 뿐만 아니라 영문 페이지 역시 만들어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글로벌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군요. 확실히 21세기 들어 일본 아니메의 화두는 세계화인 듯 합니다. 공식적으로 외국인을 위한 홍보활동을 벌이지 않았던 건담 시리즈 조차도 이렇게 영문 페이지로 홍보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일단 최신 뉴스 측은 일본어 홈페이지만 업데이트 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8월 22일자로 새로이 제작중인 건담 UC 아니메에 관한 소식이 업데이트 되었군요.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역습의 샤아 편으로부터 3년 뒤의 이야기인 건담 UC 아니메는 2010년 봄, OVA 형태로 발매될 예정인 듯 합니다. 총 6부작으로 제작된다고 하는군요. 1화는 50분이라고 합니다. 아마 2~6화는 30분 정도의 일반 OVA 분량 정도일 듯 하네요. OVA 발매가 완료된 이후에는 아마도 총집편 형태의 극장판으로 개봉될 듯 합니다.

 

자, 과연 새로운 우주세기의 이야기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자못 궁금하군요. 이제 이쯤되면 건담 시리즈도 어떻게 국내에서 DVD 정도로 정발 좀 되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이번 UC가 그 물고를 터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세계 동시 발매라는데, 한국은 제외되겠군요.)


ⓒSOTSU · SUNRISE (captured from Gundam UC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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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엔이 미디어 제작

크라잉 프리맨 디지팩 패키지 한정판 (이미지 출처: 알라딘)

 
이케가미 료이치(그림), 코이케 카즈오(글)의 전설적인 성인극화 코믹스 '크라잉 프리맨'의 OVA가 이제서야 정식 DVD로 한국을 찾아오는군요.
 
80년대 당시 VHS 비디오 타이틀의 서두에 항상 등장하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음란물과 폭력 영상물에 대한 위험성을 설명하는 공익광고의 배경 씬으로 사용되면서, 많은 이들이 그 제목은 몰라도 그 장면만큼은 모두 어렴풋이 기억하는, 어찌보면 일본 성인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가장 많은 한국인들이 짧은 컷이나마 시청하지 않았나 싶은 크라잉 프리맨은, 일본 성인만화계의 거성 이케가미 료이치의 신필에 의해 탄생한 살인을 하면 눈물을 흘리는 독특한 매력의 주인공으로 인해 아니메는 물론 헐리우드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던 이케가미 료이치 최대의 히트작이기도 합니다.
 
80년대 한국의 무판권 성인만화계를 선도하던 구호 성인만화에 의해 소개(당시 제목은 '자유인'인가 그랬는데... 원제를 번역한 울부짖는 자유인은 어감이 이상해서인지 제목을 짧게 하려함인지 그냥 자유인으로만 표기)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케가미 료이치의 작품은 당시 청소년들에게도 음성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지요. 이번에 DVD로 발매되는 크라잉 프리맨은 바로 이 코믹스를 원작으로 88년부터 94년까지 총 6부작으로 제작된 OVA 아니메입니다.

 

ⓒIkegami Ryoichi / Shogakukan

이 작품은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구호 성인만화를 통해 국내에 음성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씨티 헌터 등과 함께 당시 청소년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불건전 만화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원래 일본에서도 성인극화 만화였던 이 작품을 국내에서 무판권으로 들여오면서 아무런 제약없이 청소년들이 접했기 때문인데요. LD를 비디오 테입으로 더빙하는 당시의 아날로그식 복사 배포(일부 레코드 가게에서 이 본사본을 판매)에 의해 당시 많은 아니메 매니아들이 이 작품을 감상하게 되면서, 그 존재를 영등위가 눈치챘는지 후에 등장하는 많은 비디오의 공익광고에 이 크라잉 프리맨의 OVA 2편 클라이막스 씬이 그대로 인용되게 됩니다.
 
하여간에 어린 시절의 아련하면서도 18금스러운 기억들과 맞닿아 있는 작품인지라 DVD 발매 소식을 들으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불과 십 수년전만해도 공익광고에까지 사용되면서 폭력적이고 음란한 영상물의 상징으로 치부되던 이 작품이 이렇게 정식으로 국내에 DVD로 발매되다니, 정말 너털웃음이 나오는 일이군요.
 
총 6부작의 OVA는 각 작품마다 스탭진이 조금씩 다릅니다. 성인작품보다는 아동용 전연령가 작품을 주로 만드는 도에이가 의외로 제작을 맡아(그만큼 이 작품의 흥행 가능성이 뛰어났다는 반증이겠지만) 상당수의 스탭진이 도에에 동화 출신의 인물들인데요. 먼저 1편은 드래곤 볼 시리즈와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 3X3 Eyes의 감독으로 유명한 니시오 다이스케가, 2편은 은하철도 999 TV 시리즈와 천년여왕 TV 시리즈로 유명한 노장 니시자와 노부타카가 맡았습니다. 이 두 편은 모두 아라이 코이치가 작화감독을 맡으면서 가장 원작과의 싱크로가 높은 비쥬얼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3편과 4편에 이르러서는 주요 스탭진이 많이 바뀌게 됩니다. 드래곤 볼, 그랑조트, LAIN 등에서 연출 등을 맡아온 죠헤이 마츠우라가 3편을, 역시 다수의 드래곤 볼 시리즈에서 연출을 맡아왔고 성투사 성시의 감독으로 알려진 야마우치 시게야스가 4편의 감독을 맡았는데요. 특히 이 두 시리즈는 우루시하라 사토시가 작화를 맡으면서 기존의 이케가미 료이치의 스타일과는 그다지 융합이 안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적어도 비주얼에 있어서는 앞선 두 작품에 비해 많은 이질감을 주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5편과 6편은 야마우치 시게야스가 쭉 감독을 맡았습니다. 디지몬 시리즈나 강철의 연금술사 극장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 퍼팩트 블루 등에서 원화스탭으로 참여한 신예 야마시타 타카아키가 작화감독을 맡았는데요. 1편이나 2편에 비해서는 동화적인 연출보다는 정적인 연출에 치중한 느낌이지만, 3편이나 4편에 비해서는 원작의 그림체와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합니다.
 
무삭제판으로 원화집이나 포스터와 같은 부록 등도 제공한다니 부실한 내용의 북미판보다 훨씬 좋은 패키지일 듯 하군요. 이제와서 잊혀져버린 이 작품, 그것도 매니악한 취향의 성인물이 이 정도 퀄리티의 패키지로 출시된다는 것이 조금 의문이긴 합니다만, 올드 팬으로서는 꽤나 기대가 되는 타이틀이 아닐 수 없습니다. 8월 14일 출시 예정.

크라잉 프리맨의 실사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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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 CJ 엔터테인먼트 배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검색)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2007년 큰 호응을 얻었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년만에 다시 새로운 작품을 들고 여름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여름에 딱 어울리는 그 제목은 '썸머 워즈(Summer Wars)'.
 
일본에서는 8월 1일에 개봉을 했고, 국내에서는 오는 8월 13일 개봉예정이라는군요. 이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녀)'가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소규모로 개봉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썸머 워즈는 확실히 규모도 커지고 프로모션도 전에 비할 바가 아닌 듯 합니다. 호소다 마모루와 그의 작품의 입지가 이제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군요.
 
주요 스탭들은 전작인 시달녀와 거의 동일합니다. 특히나, 캐릭터 디자인을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다시 맡아, 호소다 마모루-사다모토 요시유키의 특급 듀오가 이번에도 큰일을 낼 것 같은 포스를 뿜어주고 있군요. 각본의 오쿠데라 사토코, 작화감독인 아오야마 히로유키도 모두 시달녀에 참여했던 이들이죠. 야마모토 니죠 대신 미술을 맡은 다케시게 유우지 배경감독 역시 시달녀에서 배경미술스탭으로 참여하였으며, 액션 작화감독인 니시다 타쯔죠 역시 시달녀의 원화스탭이었습니다. 제작사 또한 시달녀의 제작을 맡았던 전통의 명문 제작사 매드 하우스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달녀에서부터 이번 썸머워즈에 이르기까지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느낌은 지브리 특유의 풍부한 감성과 아기자기함이랄 수도 있겠는데요. 이러한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두 작품의 배경미술이 철저히 지브리적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듯 합니다. 시달녀의 배경미술 감독이었던 야마모토 니죠와 이번 썸머워즈의 배경미술 감독인 다케시게 유우지가 모두 지브리 소속의 대표적인 배경미술 감독이기 때문인데요. 거기에 가이낙스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캐릭터가 움직이면서 시달녀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꽤나 상큼하면서도 풍부한 느낌이 가득한 작품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더불어 펼쳐지는 가상현실과 CG의 독특한 영상미가 풍성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보여줄 듯 하군요.
 
사실 이 스탭진의 구성은 참 재미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이낙스의 대표주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와, 도에이 동화 출신의 감독으로 한 때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미야자키의 후계자 중 하나로 지목되기까지 했던 호소다 마모루, 그리고 도에이 A 스튜디오와 일본 애니메이터의 아버지 모리 야스지의 스타일을 이어가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데즈카 오사무와 무시 프로덕션의 유지를 가장 많이 이어받은 매드 하우스... 신구의 조합과 라이벌 간의 합심은 이제 일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에 천작하기 보다는 글로벌한 관점에서 모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본 스타일 아니메를 만들어가보고자 하는 그들의 시도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썸머 워즈가 이번에도 큰 성공을 거둔다면, 호소다 마모루의 입지는 얼마만큼 커질까요. 과거 그를 내쳤던 스튜디오 지브리는 땅을 치고 울까요? 호소다 마모루식 스타일의 아니메는 과거 미야자키의 그것과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보편적인 감성의 테두리 안에서 재미와 감동을 간직하고 풍부한 미술과 색감으로 일본 아니메만의 맛을 낸다는 점에서 미야자키의 뒤를 이을만 해보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미야자키 만큼의 스케일과 디테일함을 겸비하지 못했지만, 아니 미야자키의 스타일을 어느 한명이 모두 이어가기는 이제 불가능할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미야자키 스타일을 이어갈 수 있는 많은 후배 애니메이터들 중에서 호소다 마모루의 존재감은 이번 썸머 워즈를 기점으로 더더욱 커질런지도 모르겠습니다.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 CJ 엔터테인먼트 배급 (이미지 출처: 썸머워즈 한국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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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Moon/Fate Project

Fate/Stay Night 극장판 공식 홈페이지 (출처: 공식 홈페이지)


극장판 Fate/Stay Night이 내년 초인 2010년 1월 23일 개봉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해당 기사의 원문.
 
 
도쿄 시네마 필름 이케부쿠로를 포함 최소 11개 개봉관에서 상영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이번 극장판은 Fate의 주요 스토리라인인 Unlimited Blade Works를 포함하여 독자적인 스토리로 구현될 것 같습니다. Fate의 팬들이라면 잘 아실 Unlimited Blade Works는 스토리라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린의 서번트인 아쳐의 궁극의 기술이기도 하지요. TV 시리즈에서도 헤라클레스와의 마지막 결전에서 예의 그 장엄한 주문영창과 함께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스튜디오 딘에서 제작을 맡고 야마구치 유지 감독, 사토 타쿠야 각본, 이시하라 메구미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등 주요 스탭진은 TV 시리즈의 스탭들이 그대로 계승할 예정이군요. 개인적으로는 움직임이 많아야할 장면에서 정적인 컷 씬으로 대부분을 처리했던 Fate TV 시리즈에 대해서 일말의 실망감도 갖고 있었던지라, 이번 극장판은 좀 더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모습으로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현재로서는 TV 시리즈를 압도할 정도의 퀄리티는 아닐꺼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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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20th Century Fox


타이타닉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던 헐리우드의 거장 제임스 카메론이 마침내 다시 돌아옵니다. 무려, 두 편의 영화와 함께 말이죠.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어비스 등에서 이미 SF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그의 이번 복귀작은 당연스럽게도 SF입니다. 게다가 단순한 실사영화가 아닌, 3D 최신기술이 총동원된 3D 애니메이션 + 실사영화의 조합이 될 듯 하군요. 퍼포먼스 캡쳐 방식과 3D 퓨전 카메라 시스템 등이 동원되어 굉장히 독특한 영상미를 보여줄 것 같습니다. 2008년 개봉예정이었으나 2009년으로 연기된 이 작품의 제목은 아바타.
 
올해 터미네이터 4: Salvation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샘 워딩튼을 비롯, 조 샐다나, 라즈 알론소를 비롯하여 제임스 카메론의 이전 작에 출연했던 시고니 위버(에일리언2), 마이클 빈(터미네이터, 에일리언2) 등도 출연하는 등, 캐스팅도 몹시 기대가 됩니다. 과연 오랜동안의 공백기를 접고 돌아온 거장의 SF가 어떤 모습으로 탄생될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한가지 더 반가운 것은, 카메론 감독은 이 아바타 외에도 무려 한편의 작품을 더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 두번째 작품의 제목은  바로 베틀 엔젤(총몽)입니다.
 
일본 아니메 팬들이라면 많이들 아실법한 이 작품은 기시로 유키토의 사이버펑크 작품으로, 90년에 출간되어 SF 매니아들에게 좋은 평을 얻었던 작품입니다. 선택받은 자들만이 사는 공중도시 자렘과 그 아래 지상에서 살아가는 극빈층의 사람들. 자신의 몸을 사이보그 화하는 것이 일반화된 이 사회에서 인간의 생몸은 자렘의 이들에게는 비싼 값으로 거래되는 물품이며, 지상의 빈민들은 이를 통해 자렘으로의 진출을 꿈꾸게 됩니다. 총몽은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 속에서 기억을 잃어버린체 쓰레기더미 속에서 발견된 사이보그 소녀 갈리가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격투기술을 통해 강적들과 싸워나가면서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기본적으로는 SF 격투 액션물의 수준이지만, 굉장히 암울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과 잔인하고 리얼한 격투 장면의 묘사, 암울한 세계 속에서 사이보그와 인간의 경계 속에 서있는 벼랑 끝의 인간군상이 겹쳐지면서 상당히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1993 Yukito Kishiro/Business Jump/Shueisha/KSS

 요즈음, 소재고갈로 인해 헐리우드가 일본 아니메를 영화화하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렸습니다만, 이번 카메론 감독의 배틀 엔젤은 그 중에서도 완성도 면에서 지금까지의 작품들과는 수준이 다른 작품이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봅니다. 게다가 터미네이터나 에일리언 2, TV 미니 시리즈 다크 엔젤 등에서 이미 강인한 여전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연출해왔던 카메론 감독인지라 이번 배틀 엔젤의 싱크로는 몹시 높지 않나 싶구요. 거기에 아바타에서 사용한 퍼포먼스 캡쳐 방식과 3D 퓨전 카메라 시스템, 그리고 실제 배우와 CG 캐릭터의 실시간 합성방식 등이 적용되어 코믹스에서 보여주었던 하드코어한 액션씬의 재현 역시 높은 수준으로 구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현재 아바타의 잇단 개봉연기로 인해 2009년 여름에 개봉예정이었던 배틀 엔젤 또한 무기한 개봉연기에 들어가게 된 듯 합니다. (아바타가 아직 공식 트레일러조차 공개 안된 것으로 보아 더 길어질 듯 싶군요.) 10년만의 복귀작이어서 그런지 카메론 감독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듯한 느낌이군요. 그가 다시 한 번 거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지 몹시 기대가 됩니다.
 
아, 이번 배틀 엔젤 기획은 총 3부작으로 첫번째 시리즈의 흥행 여부를 보고 차기 시리즈의 제작여부를 결정 짓는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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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인간 캐산 (1973), 新造人間キャシャーン / Neo Human Casshern


ⓒ Tatsunoko Production


<정보>

◈ 원안: 요시다 타츠오
◈ 감독: 사사가와 히로시
◈ 캐릭터 디자인: 요시다 타츠오, 아마노 요시타카
◈ 작화감독: 카와바타 히로시
◈ 음악: 키쿠치 슌스케
◈ 기획: 요시다 켄지, 쿠리 잇페이
◈ 제작: 타츠노코 프로덕션
◈ 저작권: ⓒ Tatsunoko Production
◈ 방영일자: 1973.10.02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아즈마 박사의 숙원은 인류에게 봉사하기 위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마침내 개발에 성공하여 눈을 뜨게 된 로봇. 그러나, 지구의 환경보존을 위해 일해야 할 로봇은 지구환경에 가장 위협이 되는 원인을 인간으로 판단하고 아즈마 박사를 살해하고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안드로 군단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를 브라이킹 보스라 칭하는데...

한편, 아즈마 박사의 아들인 테츠야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그리고 브라이킹 보스의 안드로 군단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아즈마 박사가 남겨놓은 인간과 기계의 융합으로 움직이는 신조인간의 탄생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마침내 탄생한 신조인간. 이제 그는 더이상 테츠야가 아닌 브라이킹 보스에게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사나이, 바로 캐산이다.


<소개>

갓챠맨에 이어 방영된 타츠노코 프로의 캐산은 명실공히 타츠노코 프로를 히어로물의 본가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갓챠맨처럼 장기 시리즈화되지는 못했지만,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과 인간의 몸을 버리고 기계가 되어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는 외로운 영웅의 모습, 인간과 기계의 경계선에서 고민하는 캐산의 번뇌 등, 전체적으로 작품의 배경 자체는 상당히 무거운 편이었음에도 이를 아이들이 보기에도 무난한 수준의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타츠노코 프로의 대표작으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런 수작들을 연달아 만들어 낸 당시 타츠노코의 역량은 이제와 생각해 보아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직전년도에 방영을 시작했던 개구리 왕눈이도 이런 측면, 즉 무거운 주제와 예리한 풍자를 담고 있으면서도 결코 아이들이 주시청층인 아동 만화영화의 본질을 흐리지 않은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할 듯 싶다.) 

어머니의 혼을 담은 백조 로봇 스와니와 캐산과의 애틋한 만남, 그 스와니가 다름 아닌 브라이킹 보스의 애완로봇이며 브라이킹 보스는 아직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설정 등은 애절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 장치였다, 또한, 캐산을 항상 따르는 사이보그 개인 프렌더가 비행기나 오토바이 등 다양한 탈 것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당시 아이들(엘로스까지 포함하여)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이 프렌더의 변신 컨셉은 타츠노코의 40주년 기념 작품인 '카라스(2005)'에서 카라스의 다양한 변신형태로 재활용되기도.)

93년 리메이크를 거쳐 2004년과 2008년에 각각 실사영화와 새로운 TV 시리즈 아니메로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

ⓒ Tatsunoko Production

ⓒ Tatsunoko Production



캐산 (1993)


ⓒ Tatsunoko Production

<정보>

◈ 감독: 후쿠시마 히로유키 外
◈ 각본: 아이카와 노보루 外
◈ 캐릭터 디자인: 우메츠 야스오미,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야마네 키미토시, 후쿠이 히토시
◈ 음악: 오시마 미치루
◈ 제작: 타츠노코 프로덕션
◈ 저작권: ⓒ Tatsunoko Production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OVA / 중학생이상 관람가 (PG-13) 


<소개>

90년도 들어 현저히 활동이 줄기 시작한 타츠노코 프로는 중반부에 이르러 두 개의 작품을 내놓는데, 그것은 바로 자사의 빅히트작이었던 갓챠맨과 캐산의 리메이크였다. 이 두 작품들은 시퀄 형태가 아닌 원 시리즈의 줄거리를 그대로 사용하되 OVA에 맞게 적절하게 축약하고, 대신 작화만 신작화를 사용한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들이 화제를 모았던 것은 바로 그 캐릭터 디자인에 있었는데, 85년 제타 건담 오프닝으로 매니아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메가존 23 파트 2(1986)'와 '로봇 카니발에(1987)'에서 그 천재적인 작화로 이름을 알린 우메츠 야스오미가 오랜 공백을 딛고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한 작품이라는데 있었다. 앞선 두 시리즈에서 탈 일본적이고 독특하면서도 탐미적인 그림체를 선보였던 그의 손을 거쳐 캐산은 신세대에 걸맞는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히로인인 루나의 육감적인 자태는 역시 우메츠 야스오미!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다만, 팬서비스적인 특성상 작품 자체는 큰 변화 없이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에 전체적인 느낌은 싱거운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캐산 (2004)


ⓒ 2004 Casshern Partners

<정보>

◈ 감독: 키리야 카즈아키
◈ 각본: 키리야 카즈아키, 사토 다이, 스카 쇼타로
◈ 촬영: 키리야 카즈아키
◈ CG: 쇼노 하루히코
◈ 시각효과: 키무라 토시유키
◈ 미술: 하야시다 유지
◈ 음악: 사기스 시로
◈ 주제가 : 우타다 히카루 (키리야 카즈아키의 부인)
◈ 저작권: ⓒ 2004 Casshern Partners


<소개>

사진작가 출신의 키리야 카즈아키 감독이 혼자서 감독, 각본, 촬영의 1인 3역을 해낸 실사판 캐산. 2004년 일본에서 개봉되어 200만 이상의 관객과 15억 3천만엔의 수입을 거둬들여 2004년 상반기 최대 히트작으로 기록되며, 성공적인 캐산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다. ([5] 참조)

실사판은 사진작가 출신의 감독과 일본을 대표한 SFX 스탭들의 참여로 인해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한편의 CF나 몽환적인 사진 전시회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비주얼은 독창적이고 이질적이며, 강렬하기까지 하다.

다만, 내용 전개는 지루함을 넘어서 괴롭기까지 한데, SF 히어로물임에도 불구하고 전개부분은 지나칠 정도로 늘어지고 사색적이며, 대사량도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불친절한 느낌을 준다. 일본에서의 성공과는 반대로 국내에서는 흥행참패 (사실, 개봉했다는 것조차 몰랐을 정도로 한국에서 이 영화의 인지도는 암울할 정도다. 엘로스는 언제인가 인터넷 VOD로 감상했는데, 당시 결제했던 1,000원(?)이 아까울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주었던 작품이기도.)를 기록하며 한국과 일본의 감성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하나의 사례라고 봐도 어떨까 싶다.


캐산 SINS (2008)


©2008 タツノコプロ/キャシャーンSins Project

<정보>

◈ 감독/스토리보드: 야마우치 시게야스
◈ 각본: 코바야시 야스코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유마코시 요시히코
◈ 음악: 와다 카오루
◈ 제작: 매드하우스
◈ 저작권: © 2008 タツノコプロ/キャシャーンSins Project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 중학생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캐산의 신(SIN이 아니라 新) 시리즈는 놀랍게도 타츠코노가 아닌 매드 하우스에서 제작되었다. 나름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서, 캐산의 작품 노선이 이전과는 무척이나 다름을 예측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매드하우스는 항상 독자적인 자신들만의 작품 스타일과 해석을 추구해왔기에, 이번에도 이 고전명작을 어떤 형태로 잘 살려낼 것인가에 대해 무척이나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신 시리즈의 제목이 SIN인 것은 묘한 중의적 의도를 느끼게 한다. 제목처럼 이 작품에서의 새로운 캐산은 기억을 잃어버린체, 구원자인 루나를 살해한 온 인류의 적으로 등장하는데, 이 파격적인 설정의 변경은 역시 원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비주얼과 함께 캐산의 속편이라고 보기에는 많은 이질감을 선사한다. 속편으로 기대하고 보기보다는 이 작품 자체의 매력을 찾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옳을 듯 싶다.


<참고 사이트>

[1] Shinzo Ningen Casshan (TV), Anime News Network
[2] Casshan: Robot Hunter (OVA), Anime News Network
[3] Casshern (live-action movie), Anime News Network
[4] Casshern Sins, Anime News Network
[5] Neo-Human Casshern, Wikipedia
[6] 실사영화로 환생한 신조세포 '캐산' by 캅셀, 캡슐 블로그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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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매되었던 '에반게리온: 1.01 You are (not) alone'(이하 에바 序)의 초회 한정판 DVD 패키지를 얼마전 구입했습니다. 초회 한정판이라면서 1년 이상 판매되고 있군요.


에반 序 DVD는 일본의 원 패키지를 거의 100% 그대로 옮겨온 제품으로, 일단 기본 이상의 충실한 구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초회 한정판에는 DVD 외에 OST CD가 패키지 형태로 포함되어 있지요. 원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던 대본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CD 패키지의 구성은 무난합니다. 사기스 시로의 묵직한 음악들이 전편을 장식하고 있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우면서도 긴장감을 자아내는 음악 구성이죠. CD 북클릿에는 각 수록 음악의 키와 템포, 그리고 그에 대한 간단한 주석과 함께 작곡가와 세션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너스 트랙까지 포함하여 총 26곡 수록.


본 DVD 패키지의 모습. 심플하고 강렬한 빨간색의 하드 커버 속에서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검은색 디지팩 패키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1.01이라는 상당히 소프트웨어적인 라벨링으로 패키지를 묘사하고 있는데요. 최상위 1은 이번 4부작 극장판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임을 표현하는 듯 싶고, 0.01은 말 그대로 이 새로운 극장판 시리즈의 버전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실제로 올해 출시된 블루레이 버전의 경우에는 1.11이라는 버전이었죠. 소제목인 'You are (not) alone.'은 주인공인 신지, 혹은 작품을 보는 당신이 혼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상반되는 조합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작품 전체의 주제를 미리 암시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디지팩 패키지의 내부는 다시 붉은 색으로 컬러링이 되어 있습니다. 작 중에서 자주 등장하는 붉은 LCL 용액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인데요. 어찌보면 지나치게 심플한 감도 있습니다. DVD 커버 역시 메탈릭 레드의 바탕에 빛을 받아야지만 식별이 가능하도록 라벨링이 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타이틀과 같은 정보를 노출하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듯한 디자인 컨셉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내부 부록의 구성은 북클릿과 스티커, 그리고 수록된 일러스트 코팅 필름을 끼울 수 있는 종이 앨범(?)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차, 패키지 구성시 실수로 북클릿이 접혀진 체 패키징이 되어버렸나 보군요. 이정도는 뽑기운이라고 위로하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총 1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북클릿은 비록 짧지만 나름대로 알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의 제작 의도, 이번 극장판의 제작 키워드인 'Rebuild'의 의미(물론,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등장인물 및 각종 작품 속의 키워드에 대한 짧은 설명. 셔플먼트 디스크의 수록 내용 설명 및 스탭진 리스트. 셔플먼트 디스크에 수록된 'Rebuild of Evangelion: 1.01'에 대한 해설. 만화영화 제작에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간단 해설 및 DVD 챕터 리스트. 마지막으로 총감독이자 원작작인 안노 히데아키의 인사말 등이 북클릿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아, 물론 위의 사진처럼 신지와 레이의 전신 일러스트도 수록되어 있구요.



위의 사진은 디스크의 메뉴 구성으로, 그 중 위의 세 컷은 본편인 디스크 01의 메뉴 구성이며, 마지막 컷은 셔플먼트 디스크인 디스크 02의 메뉴 구성을 보여줍니다. 이 네 컷의 공통점은 모두 메뉴가 실행된 이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서서히 무지개가 나타난다는 점인데요. 본편에서도 그렇고 몇 번씩 무지개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 작품에 있어서 꽤 중요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설정 메뉴에는 돌비 디지털 EX 6.1과 2.0, 그리고 돌비 디지털 ES 6.1의 세가지 사운드 방식을 제공하는군요. 하지만, 집에는 달랑 2.1채널 스피커만 있는지라 사운드 리뷰는 아쉽게도 통과.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제품 설명에는 일본어 자막도 지원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어 자막 밖에 지원되지 않습니다. 지원되는 언어 역시 일본어 뿐.

 

챕터 리스트 역시 다른 작품들과 달리 독특한 구성을 선보이는데요. 얼핏 보면 메뉴 제작을 위해 쓰이는 스크립트 언어를 미처 제대로 된 라벨로 바꾸지 못하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는 음악감독인 사기스 시로가 OST 작곡시 부여한 곡의 이름으로 이를 그대로 챕터에 적용하여 음악이 바뀌는 시점으로 각 챕터를 나누었다고 하는군요. 역시 안노 감독 이하 스탭들만의 독특한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셔플먼트는 안노 감독이 각 장면마다 텔롭 형태의 주석을 첨부한 에바 序의 본편 영상과, 실제 만화영화가 완성되기 전의 레이아웃과 원화, 동화들을 촬영한 'Rebuild of Evangelion: 1.01' 영상(배경음악만 다른 사기스 시로 버전과 죠셉 버전의 두 가지로 보여짐), 그리고 본편의 영상을 재구성하여 편집한 Promotion Video인 'Angel of Doom PV', 마지막으로 트레일러 영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품에 안노 감독이 직접 텔롭을 입혀 다시 재구성한 본편은 흥미로운 시도이지만, 동시에 텔롭 연출 이외에는 본편과 완벽히 중복되는지라 DVD 패키지로서의 가치에는 약간 의문이 드는군요. 특히, 왠만한 셔플먼트에는 기본적으로 수록되는 스탭들과의 인터뷰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바 序 (좌측) / 에바 TV 시리즈 (우측)


원 TV 시리즈와의 비교 영상(좌측이 이번 에바 序, 우측이 원 TV 시리즈). 전체적으로 선명하고 풍부한 색감입니다. 아울러 현대적인 취향에 맞는 좀 더 샤프한 느낌으로 그려졌구요. 원 시리즈에 비하여 훨씬 CG 작업이 많이 추가되어 업그레이드 되어진 원화/동화와 함께 현대적인 감각에 어울리는 영상미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시리즈의 퀄리티가 워낙 좋았기에 12년의 시간이 흐른 뒤의 리빌드 작품과 비교해도 굉장히 떨어진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군요. 어쩌면 1.01이라는 이번 시리즈의 버전 표기는 이런 시각적인 측면에서 꽤 타당한 버전 명기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첫번째 시리즈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이전 TV 시리즈의 총집편의 일부라는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 개봉된 두번째 시리즈 인 '破'의 전개로 보아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띌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시리즈의 마지막 즈음에 등장한 카오루의 대사 '여전히 세번째구나.'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은 이번 리빌드 4부작의 전개를 암시하는 키워드가 아닌가 싶군요. (뭐랄까, 윤회적인 세계관이 그 테마가 될 듯한 느낌인데요. 자세한 얘기는 후일 극장판 리뷰를 쓰게 된다면 다루도록 하구요.)

 

전체적으로 충실한, 그러나 몇 몇 부분, 특히 셔플먼트 디스크의 구성 측면에서는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패키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의 팬들에게는 나름 훌륭한 패키지가 아닐까 싶군요. 무엇보다도 다시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에바의 DVD라는 점에서, 이번 버전업은 괜찮았다고 생각되는군요. (확실히 제타 건담 3부작보다는 나은 모습이 될 듯 한데요. 제타 건담을 완전히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이번 에바의 리빌드를 볼 때마다 드는 개인적인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에반게리온 : 서(序) 1.01 SE [한정판] + O.S.T - 10점
안노 히데아키 외 감독/아인스엠앤엠(구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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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최신작 '벼랑 위의 포뇨'가 북미에서 개봉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비록, 이전에 비해 기력이 쇠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8년작인 이 작품의 이번 북미 개봉은 남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거의 디지털 3D로 넘어가버린 북미의 만화영화 시장에 아날로그식 셀 애니메이션에 기반한 미야자키 하야오식 스타일이 과연 어떤 반응을 얻어낼까 하는 것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군요.
 
또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2002년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과연 이번에도 포뇨로 또다시 만화영화 왕국의 심장부에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릴지도 역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포뇨의 북미 배급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토록 추구해오던 풀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자랑했던 월트 디즈니라는 것인데요. 픽사와 드림웍스 등에 의해 이미 만화영화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잃어버린 디즈니가 자신들이 버렸던 셀 애니메이션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이번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들고 온 사실은 꽤나 관객으로서도 남다른 느낌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아래의 영상은 공식 트레일러를 캡쳐한 것인데요. 트레일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어 더빙이 의외로 어색하지 않고 좋은 싱크로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미야자키의 스타일에는 옛 디즈니의 흔적들이 조금씩 묻어나 있기에 그런 것일까요. 더불어 성우 캐스팅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데요. '반지의 제왕'의 갈라드리엘 역부터 'I'm Not There'의 쥬드 퀸, '인디아나 존스 4편'의 이리나 스팔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데이시까지 블록버스터와 작가주의 작품을 아우르며 현재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케이트 블랑쉐, '제이슨 본' 시리즈로 역시 흥행과 연기력을 모두 겸비한 배우 매트 데이먼, 쉰들러 리스트'의 리암 니슨 등 흥행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압도적인 캐스팅 파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2009년 8월 14일 개봉 예정.

ⓒ 2009 NIBARIKI - GNDHDDT


공식 트레일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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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shizaki Yoshinobu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소문으로만 무성하는 듯 하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장편 스페이스 판타지 우주전함 야마토의 실사영화화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아래는 Anime News Network에 게재된 해당 기사.

 

Noboru Ishiguro Confirms Live-Action Yamato in Development, Anime News Network

 

감독은 야마토 첫번째 TV 시리즈의 작화감독에서부터 이후의 TV 시리즈에서 연출을 맡았던 야마토의 원년멤버이자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의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가 맡았고, 야마토의 공동 창조자로, 긴 옥고와 길고긴 마츠모토 레이지와의 저작권 분쟁 끝에 마침내 돌아온 풍운아 니시자키 요시노부가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게다가 SMAP의 리더이자 일본의 대표 미남배우인 키무라 타쿠야를 캐스팅하여 다시금 야마토 부활을 위한 힘찬 시동에 들어간 듯 하군요.

 

올드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우주전함 야마토는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첫번째 히트작으로, 70년대 후반 아니메 르네상스의 초석을 다지게 한 일본 아니메의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전 아니메의 SF 설정을 한단계 상회한 당시 야마토의 과학적 고정과 장대한 서사적 스토리는 수많은 매니아층을 생성했으며, 안노 히데아키와 같은 당시의 꿈나무들에게 기동전사 건담과 함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국내에서는 우주전함 V 호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어 역시 커다란 인기를 끌며 국내 아니메 1세대들에게도 깊이 각인되어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의 핵심인 전함 야마토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건조되었던 일본 최대(最大)의 전함 야마토의 겉모습을 오마쥬(실제로, 작품 내에서 태평양 전쟁시절 침몰되었던 야마토의 잔해를 모티브로 삼아 야마토를 재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으로 지금도 기억)하는 등, 여러 면에서 일본의 보수적(우리의 관점에서는 제국주의적) 관점을 강하게 드러내며 불편한 감정 역시 가져다 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2009년 중에 원래 극장판 아니메 '우주전함 야마토 - 부활편'의 제작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실사편 영화의 제작 발표소식은 꽤나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니시자키 프로듀서가 오랜만에 현업으로 돌아와 노구의 몸을 이끌고 꽤나 적극적으로 야마토의 부활에 앞장서는 듯한 느낌입니다. 극장판 아니메는 현재 12월에 개봉 예정에 있으니 실사 영화는 아무리 빨라도 내년 말 즈음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군요.

 

 

그러나, 이런 와중에 여러가지 우려와 불안감도 갖게 하는데요. 일단, 아니메의 그 방대한 SF 서사시를 실사영화화한다는 것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의 자본과 연출력이 필요한 것인데, 과연 그것을 아니메 감독 출신의 이시구로 감독이 잘 해낼 것인지가 궁금하구요.(물론, 전문 영화스탭들이 보조하겠지만.) 프로듀서와 감독 모두 70대의 노장들인데다가 원체부터 보수적인 색체를 띄었던 레이지버스의 작품인지라 과연 신세기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작품으로 탄생할지도 역시 걱정이기도 합니다.

 

아니메를 섣불리 헐리우드식 스타일로 변형하여 실패한 사례는 이미 '스피드 레이서'나 '드래곤 볼 에볼루션' 등에서 보아왔습니다만, 그렇다고 아니메적 감성으로 실사영화를 연출하는 것도 분명 이질감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을 터이니 그 부분의 조율과 노하우가 영화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관건이 아닐까 싶군요. 물론, CG의 완성도 역시 당연히 필요한 문제겠지요. 마지막으로, 군국주의의 정취가 풍기는 이 아니메가 실사영화로 등장했을 때, 과연 얼마만큼 일본적 보수주의가 배제되느냐 하는 것도 한국의 아니메 팬들로서는 나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기대와 불안감 속에 마침내 발진을 하는 야마토. 야마토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 실체를 드러낼지가 자못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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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ion I.G가 제작 중인 '망각의 섬, 하루카와 마법의 거울(ホッタラケの島, 遥と魔法の鏡, 이하 망각의 섬)이 올 여름 극장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 2009 Fuji TV / Production I.G / 電通

그림 1. 망각의 섬 공식 홈페이지 (출처: 망각의 섬 공식 홈페이지)
 
보시다시피 후지 TV 개국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후지 TV에서 기획하고 Production I.G가 제작을 맡은 3D 애니메이션입니다. Production I.G는 근래 동쪽의 에덴부터 전국 바사라, 도서관 전쟁, R.D 잠뇌 조사실, 신령사냥 고스트 하운드, 정령의 수호자, 공각기동대 TV 시리즈 등, 셀화 기반의 2D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어 왔습니다만, 사실 3D를 주축으로 한 CG 분야에도 조예가 깊은 제작사입니다.(언급한 위의 작품들에도 음으로 양으로 많은 CG가 사용되었지요.) 이번 '망각의 섬'은 Production I.G의 오랜만의 Full 3D 극장판 영화로서, 그간 절제하고 있던 그들의 3D 기술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야기 구조는 공식 홈페이지의 메인과 제목만으로도 쉬이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루카라는 소녀가 망각의 섬이라는 신비로운 곳에서 벌이는 모험 이야기이죠. 아마도 중요한 키 아이템은 마법의 거울일 듯 합니다. 꼬마 돼지처럼 생긴 귀여운 생물이 그녀의 모험의 동반자가 되겠군요. 전형적인 전연령가 아동용 작품을 위한 이야기로, 큰 복선이나 갈등구조 없이 단선적이면서도 보기 편한 전개가 되리라 예상됩니다. 결국, 얼마만큼 신나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할 것이냐가 관건이 되겠군요.

감독은 특이하게도 애니메이션 연출가 출신이 아닌, CF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력을 쌓았으며, 2003년 '프린세스 블레이드'로 영화계에 데뷔한 신예 사토 신스케가 되겠습니다. 각본은 만화 고쓰(GOTH)의 원작자인 아다치 히로타카(펜네임: 오츠이치)가 사토 신스케와 공동으로 맡았으며, 연출은 '도쿄 마블 초콜릿(2007)'의 감독 시오타니 나오요시가 맡아 애니메이션적 노하우를 보태주고 있습니다. 2009년 8월 22일 일본 개봉예정.

© 2009 Fuji TV / Production I.G / 電通

그림 2. 트레일러 스틸샷. (출처: 망각의 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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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京マグニチュード8.0製作委員会

노이타미나(noitaminA. Animation을 거꾸로 나열한 단어로, 후지 TV의 심야 아니메 방송시간대를 총칭하는 명칭이다. 말그대로 애니메이션의 발상을 뒤집은 시험성있는 작품들과 높은 완성도의 작품들이 방영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참조)에서 얼마전 많은 관심을 끌며 화제와 아쉬움 속에 짧은 방영을 마쳤던 '동쪽의 에덴'에 이어 다시금 새로운 충격파가 몰려온 듯 합니다. 이름하여 도쿄 매그니튜드 8.0 (동경 진도 8.0).

영화에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장르가 존재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재난 아니메라고 표현해도 될 듯 합니다. 제목 그대로 동경에 발생한 진도 8.0의 지진 속에 주인공이 겪는 휴먼 드라마가 그 중심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듯 하군요. 사실 영화적으로야 익히 보아오던 시놉시스입니다만, 이것이 아니메로 이식되었다는 점에서 지극히 이례적이고 특색있는 일이 될 듯 합니다.

1화는 주인공인 중학생 소녀 오노자와 미라이의 평범한 사춘기 일상에서 출발하여 라스트의 극적인 지진 발생으로 이후의 흥미로운 전개를 예고하며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그 평범한 일상의 묘사가 자못 디테일하고 훌륭하여 이후의 전개에 있어서 몹시도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군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의미없는 일상 속에 길들여진 부모와 환경 속에 권태와 짜증으로 가득하던 한 중학생 소녀가 어머니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초등생인 남동생을 데리고 오다이바의 로봇 전시회에 다녀오는 일상은 지극히 리얼리티가 넘쳐납니다.
 
아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은 사춘기 소녀의 마음과 일에 묶여 자식들에게 소홀한 부모를 향한 실망감, 그리고 그런 마음들 때문에 일상 속에서 짜증을 부리는 자신이 한심스러운 한 소녀는 휴대폰을 향해 끊임없이 세상을 향한 불만을 토로합니다. 잠시 화장실에 들린 동생을 기다리며 '세상이 이대로 부셔졌으면 좋겠어'라는 문장을 휴대폰에 입력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부서지기 시작하는 세상.

아마도 이후의 전개는 이 거짓말 같은 현실 속에서 수많은 난관을 거쳐가며 성장하는 소녀와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아니메로서는 너무도 드라마적인 전개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탄탄한 완성도의 작품을 보여주었던 본즈의 제작진이 가세한 작품이기에 기대 역시 몹시 큽니다.

사실, 실제 이 작품은 그동안의 본즈의 작품과는 방향성이 나름 틀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리어스하지만 항상 환상적인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일련의 본즈의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인데요. 감독인 타치바나 마사키의 이력을 살펴보니 '느와르', '공각기동대 SAC', '정령의 수호자', '에반게리온 2.0 극장판 서' 등에서 스토리보드나 연출을 담당한 신예 감독입니다. 확실히 연출에서는 본즈스러움이 많이 배제된 느낌일 수 밖에 없겠군요.

역시 시나리오도 '암굴왕' 등 비 본즈 계열의 아니메에서 활약해온 타카하시 나츠코가 맡았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세트 디자인, 미술 디자인 등 주요 스탭들의 상당수가 본즈 출신의 애니메이터가 아니라는 점에서 확실히 본즈의 색깔과는 많이 다른 전개가 될 듯하군요. 공동제작을 한 키네마 시트러스의 경우는 금번 본즈의 '에우레카 세븐 극장판'에서 본즈와 호흡을 맞추었던 바, 본즈와의 연관관계 역시 자못 궁금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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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코 데메탄 (1973), けろっこデメタン / Keroko Demetan


ⓒ Tatsunoko Production

<정보>

◈ 원안: 요시다 타츠오, 토리우미 진조
◈ 감독: 사사가와 히로시
◈ 각본: 토리우미 진조, 코야마 타카오, 사카이 아키요시
◈ 캐릭터 디자인: 요시다 타츠오, 아마노 요시타카, 하야시 마사유키
◈ 음악: 코시베 노부요시
◈ 프로듀서: 요시다 켄지, 쿠리 잇페이
◈ 제작: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TATSUNOKO Pro
◈ 일자: 1973.01.02
◈ 장르: 드라마, 우화
◈ 구분/등급: TVA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가난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마음과 용기를 가진 청개구리 소년 왕눈이. 온가족이 무지개 연못으로 이사와 행복한 생활을 꿈꾸지만, 무지개 연못은 심술궂고 사악한 부자 개구리 투투에 의해 모든 것이 통제되는 곳이었다.

가난하고 작다는 이유로 다른 개구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왕눈이지만, 우연치 않게 만난 소녀 개구리 아로미와의 만남으로 무지개 연못에서의 생활에 한줄기 빛을 찾게 된다. 하지만, 아로미는 바로 무지개 연못의 지배자 투투의 무남독녀인데...


<소개>

'마하 고고(1967)', '과학닌자대 갓챠맨(1972)', '신조인간 캐산(1973)', '타임보칸(1975)', '이상한 나라의 폴(1976)' 등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타츠노코 프로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나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작품. 히어로 액션 아니메로 대표되는 타츠노코 프로이지만, 이 작품의 가치와 의의는 타츠노코 프로의 여타의 작품 중에서도 꽤 남다르지 않나 싶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개구리들이 살아가는 무지개 연못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 정도지만, 그 안에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자본주의의 병폐 속에서 주변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개구리들과, 이러한 사회부조리에 반기를 들고 맞서 싸우는 왕눈이의 모습이 대비되며 꽤나 진보주의적 사상이 가득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불어 왕따(이지메)로 대표되는 당시 일본사회의 병폐를 다룸으로써 아이들이 보는 작품으로서는 지극히 의례적으로 높은 사회성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은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전개되는 작품의 모습은 지극히 소년 아니메적인 그것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상적인 부분을 굳이 인식하지 않고 보더라도 교훈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악인도 마지막에는 선인으로 교화되는 전형적인 만화영화의 미덕을 잊지 않음으로써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진 아니메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실로 추천할만한 1순위 작품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개구리 중에서 왕눈이만큼의 포스를 뿜어내는 것은 현재로서는 케로로 중사... 정도일까.

'개구리 왕눈이'는 KBS를 통해 국내에서도 방영되어 크나큰 인기를 끌었으며, 한국 만화영화 음악의 대모 정여진 씨가 부른 주제가는 원곡을 능가하는 포스를 보여주었다.


<참고 사이트>

[1] Kerokko Demetan(TV), Anime News Network
[2] Demetan Croaker, The Boy Frog,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ATSUNOKO Pr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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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의 '아톰 vs 아틀라스, 순수함을 지키려는 아이와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이의 대결'을 옮긴 것입니다.


철완 아톰은 아시다시피 일본 만화영화의 대부 데즈카 오사무의 필생의 역작 중 하나로, 지금까지도 일본 만화영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의 하나입니다. 저와 비슷한 세대의 분들(그러니까, 80년대에 초등학생 또는 10대 초중반이었던 분들)은 아마도 63년도 TV 시리즈보다는 국내에도 방영 되었던 82년도 리메이크 TV 시리즈에 대한 기억이 더 생생할 듯 싶군요. (아마도 당시 방영제목이 '돌아온 아톰'인가 '돌아온 우주소년 아톰'인가 했을 텐데, 기억에는 86년도인가 87년도에 방영하지 않았나 싶군요.)

철완 아톰은 소년 만화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70년대의 '개구리 왕눈이'나 '은하철도 999' 등이 그러했듯) 꽤 심오한 주제와 이야기 전개를 작품 속에 내포하고 있었는데, 감정을 가진 로봇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이기심과 편견의식을 비판하고, 동시에 그런 인간들을 위해 헌신하는 아톰을 통해 비로소 인간들도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본연의 선한 마음을 되찾아간다는 주제를 매회 에피소드마다 다른 형태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그 전개에 있어서는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미 넘치는 액션과 모험이 공존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52화라는 긴 흐름 속에서 이런 하나의 주제만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만이 아닌,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을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성장과 휴먼 드라마를 한 화 내지는 두 화 단위로 풀어가면서 아톰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로 인해 아톰 자신도 하나의 배움을 얻는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었다는 점 역시 아톰 시리즈가 가진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머니로 알고 자라온 로봇의 두뇌를 이식한 레이싱 머신 백색혜성호를 타고 사투를 벌이던 한 레이서의 에피소드는 여전히 이 시리즈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의 하나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런 아톰에서 가장 돋보였던 에피소드이자 주메뉴는 아톰의 라이벌이자 호적수였던 아틀라스와의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톰과 같은 컨셉으로 태어난 아틀라스는, 아톰과는 달리 선한 양심을 가지지 못한 체, 오로지 투쟁의식에 가득찬 전투기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아톰이 인간과의 생활 속에서 갈등과 화해를 겪으면서 인간들의 삐뚤어진 모습을 부드러운 터치로 비판했다면, 아틀라스는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적극적으로 들어낸 체 그들을 단죄하려는 모습으로 묘사됨으로써, 인간들의 삐뚤어진 모습을 직설적인 형태로 투영했다는 점에서 아톰 시리즈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반대편 격의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아톰과는 달리 아틀라스에게는 오메가 인자라는 것이 이식되었기 때문입니다만.)

© Tezuka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그림 1. 치켜올려진 강렬한 눈썹과 강렬한 눈장식에서 아틀라스의 성격이 아톰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강력한 군주가 되기 위해 어려서부터 엄격하고 피눈물나는 교육을 받아 동심을 잃은 어린 왕자의 모습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러나, 중반부에 이르러 아틀라스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여 시리즈의 긴장감을 다시 팽팽하게 당겨주는 비중있는 조연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냅니다.

시리즈 초반 아톰과 같은 형태의 모습에 이집트의 파라오를 연상시키는 머리형과 금빛으로 치장한 아틀라스는 아톰의 소년스러운 모습과 극렬한 대비를 이루면서 작품의 흥미를 고조시켰지만, 초반에 반짝 등장 이후 스토리 상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에피소드 등장인물 정도로 끝났던 터라 사실 이후의 등장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습니다.(어쩌면, 기억이 가물가물하기에, 복선이 있었음에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 Tezuka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그림 2. 돌아온 아틀라스는 여전히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눈과 함께 한층 더 위압적이면서도 고결한 모습으로 아톰 앞에 나타났다. 고대 이집트의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파라오에 비유할 수 있을 듯.


다시 돌아온 아틀라스의 모습은 더이상 아톰과 같은 소년의 그것이 아닌, 완벽하게 육체적인 성장을 이룬 성인의 모습이었습니다. 강렬한 인상과 근육질의 몸, 그리고 온몸을 뒤덮은 황금색과 검은 망토는 금빛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마치 이집트의 어린 왕자가 장성한 파라오로 돌아온 듯한 모습이었는데요. 아마 당시 어린 소년이었던 제게 있어서 일본 만화영화 중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의 악역 캐릭터는 이 아틀라스가 아니었던가 싶기도 합니다. 그의 정신은 소년기의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사랑과 우정, 따스한 인정을 겪지 못한체 성장한 한마리의 늑대와 같은 것이었는데, 그런 그의 증오와 적개심은 오롯이 인간으로 향했고, 그렇기에 그와는 형제와도 같은 존재이면서, 그와는 달리 인간을 지키려 하고 인간처럼 살고 싶어하는 아톰을 극렬하게 증오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단순 선악의 대결구도 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따스함을 알고 살아간 아이과 그러한 따스함을 느끼지 못한체 살아왔던 아이와의 대립이기도 했으며, 순수함을 잃지 않은 아이와 순수함을 잃어버린체 잔혹한 현실에 내팽겨쳐진 아이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제작진은 거기에다 돌아온 아틀라스를 성장한 어른의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아톰을 위협하는 거대한 적으로서의 위압감과 더불어, 시청하는 아이들로 하여금 주인공과의 교감을 더욱더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게 해주는 플러스 효과를 주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그들의 대결을 통해 사랑과 정의, 우정과 용기 같은 소년 만화의 테마는 훌륭하게 표현되고 완성되었던 것입니다.

© Tezuka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그림 3. 아틀라스의 주무기인 번개검은 아톰의 가장 큰 개성인 엉덩이의 기관총과 좋은 대비를 보여준다. 생김새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무기들도 아톰과 대비를 이루면서 이집트 전사로서의 이미지를 십분 살려주었다고 할 수 있을 듯. 날이 갈라지면서 번개를 내뿜는 검은 아틀라스만의 강렬한 퍼스널리티를 상징하는 아이템이었다.


아틀라스는 재등장 이후, 가끔씩 에피소드에 등장하면서 그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극의 분위기를 주도했었습니다. 덕분에 아틀라스가 등장하지 않는 에피소드는 오히려 김이 빠진 느낌마저 들 정도였죠. 그의 존재감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아틀라스가 결국 인간에 대한 증오를 허물고 아톰과 화해를 한 후,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생명체들을 자신의 모선 수정궁과 함께 블랙홀로 끌고 사라지는 에피소드는 당시 아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종 에피소드인양 깊은 여운을 남겼더랬습니다. 덕분에 이후의 시리즈는 주인공 아톰을 밝게 비추어주던 강렬한 그림자의 퇴장으로 꽤나 오랫동안 싱거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기억에는 아틀라스의 최후 에피소드 직후 등장했던 에피소드의 작화는 왠지 모르게 이전에 비해 퀄리티가 급격히 떨어져 이러한 싱거운 전개에 더욱 불을 지폈던 듯 싶기도 하군요.)

아틀라스는 소년 만화영화에 있어서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인물구도를 선보였던 기동전사 건담의 붉은 혜성 샤아와도 상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주인공의 성장을 유도하는, 그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라이벌이자 반대편 격의 주인공... 이러한 라이벌 구도는 샤아 이후로 일본 만화영화에 있어서 하나의 테마처럼 자리잡고 있었고, 그러한 테마와 상통하는  강렬한 카리스마의 금빛 아틀라스는 마치 3년 후 '기동전사 Z 건담(1985)'에서 금빛 모빌슈트 백식을 타고 등장하는 샤아의 모습과 어딘지 모르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틀라스에 대한 저의 애정이 남다른 것도 어쩌면 그러한 연유일런지도 모르겠군요.

그러한 지난 날의 추억 때문인지 사실 2003년도에 리메이크되었던 아톰 시리즈에서는 주인공 아톰보다 아틀라스를 더 기대하기도 했었는데, 이전의 강렬한 카리스마의 아틀라스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서 악동같은 모습으로 새로 태어난 아틀라스에게는 오히려 감정이입이 쉽게 되지 않더군요. (시간 상의 이유로 한 두화 밖에 감상하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새로운 아틀라스를 이전의 아틀라스와 비교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만.)

©2003 Tezuka Productions / Sony Pictures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그림 4. 그동안 먹고 살기 힘들어서 몸에 발랐던 금 다 띄어다 팔았는데... 이렇게시세 오를 줄 알았으면 좀 더 두었다가 팔 걸!


덧붙여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지난날 꼬박꼬박 비디오 테잎에 녹화해 두었던 아톰 TV 시리즈인데요. 아틀라스의 최후가 나왔던 에피소드 이후 비록 시들해지긴 했지만, 52화 중 대부분을 다 녹화해두었을 정도로 당시 제게 있어서는 꽤 애지중지하던 자료였는데, 그것이 후에 '전격 Z 작전'(올드팬들은 다 아시는 명작 미·드라는...) 녹화를 위한 비디오 테잎이 부족한 나머지 조금씩 아톰의 녹화 비디오 테잎을 가져다 쓰기 시작한 다음, 미니시리즈 '브이'에 'A 특공대'까지 녹화하는 바람에 결국 모두 남김없이 덮어서 녹화를 해버렸던 것이었죠. (비디오 테잎을 더 샀으면 되지 않았냐고 생각하신다면... 더 살 돈이 없었으니까라고 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아마 52화를 모두 녹화하지 못했던 이유도 지금 생각해보니 저 비디오 테잎의 부족도 한몫을 한 듯 싶군요. 뭐, 저기에다가 에어울프랑 맥가이버까지 있었으니 모두 선녹화 후감상 후 소장가치를 못느낀 시리즈는 다시 덮어서 다른 프로 녹화라는 궁여지책을 썼더라는... )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유튜브에서 발견한 아톰의 영상이 참으로 반갑고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82년작 철완 아톰의 북미판 오프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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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의 '슈발리에, Le Chevalier Deon (2006)'을 수정하여 옮긴 글입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스탭>

◈ 감독/스토리보드: 후루카시 카즈히로
◈ 원안/시리즈 구성/각본: 우부카타 토우
◈ 제작: 슈발리에 제작위원회 / Production I.G


<시놉시스>

격동과 혼란의 18세기 프랑스. 기밀국의 일원으로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고 있던 여기사 리아 드 보몽의 시신이 세느강가에서 발견된다. 리아의 쌍동이 동생인 데온 드 보몽은 누이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기밀국에 몸을 담게 되고, 누이의 죽음과 근래에 벌어지고 있는 여인들의 연쇄 실종사건이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진실에 다가서려는 순간, 괴물로 변한 사람들의 습격을 받게 된 데온.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절체절명의 순간, 갑작스레 그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1. 일본식 양념이 제거된 프랑스식 정통 퓨전 요리같은 작품

슈발리에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말의 유럽은 산업혁명을 통한 농업중심의 사회에서 산업주의 사회로의 이전, 신분제, 봉건제의 붕괴에 따른 계급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로의 이전 등 서구 유럽사회에서 르네상스 혁명 이후로 가장 엄청난 변화들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슈발리에는 그러한 시대의 변화의 직전에 놓여있던 프랑스 왕정의 말기를 기점으로 하여, 시편과 그에 얽힌 왕가의 미스테리,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등장인물들의 모험과 드라마를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을지는 모르지만) 프랑스라는 어감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럽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묘사해냈습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1. 주인공 데온 드 보몽의 모습(좌). 남자가 되었다가 여자가 되었다가 하는 란마...는 아니고 성정체성을 잃어버린 미청년. 데온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3인의 총사 듀란, 테라고리, 로빈(중).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력구성을 보여준다. 데옹과 그의 약혼녀 안나(우). 주인공의 약혼녀지만, 기존의 아니메와는 달리 평범한 스타일이 오히려 더 특색이 있다.

근래의 아니메에서 유럽 또는 서양의 모습이란 일반적으로 그 겉모습과 형식만 빌려왔을 뿐, 작품 속 등장인물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은 언제나 일본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겉모습만 유럽식이었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모습들은 중세시대의 세계관을 기본으로 한 일본식 판타지 아니메에서 많이 보여졌는데요, 이런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증이 부족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베르사이유의 장미(1979), '엠마:영국식 사랑이야기(2005,2007)' 등과 같이 시대적 배경을 잘 살려낸 작품들도 있습니다만.
 
물론, 이런 현상(고증이 부족한 작품)은 아니메에서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 고증이 부족한 작품들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고증이 철저한, 즉 리얼리티가 뛰어난 작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일겁니다. 그런 면에서 슈발리에는 18세기 말의 프랑스를 만화영화치고는 정말 멋지게 재현에 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부카타 토우'라는 촉망받는 젊은 작가의 원작에, '공각기동대 SAC(2002,2004)', '정령의 수호자(2007)' 등 고품격 성인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Production I.G의 제작 매치업은 훌륭하기 그지 없는 투톱이군요.
 
마치 본고장의 프랑스 요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본고장의 맛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맛을 지닌 프랑스식 퓨전요리... 라면 그 표현이 정확할까요. 그림체 또한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형식에서 탈피한, 작화/극화와도 같은 그림체를 보여주어 더더욱 유럽 스타일의 맛을 살리고 있으며, 배경 또한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도시들을 훌륭하게 묘사해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마치 일본의 아니메가 아닌, 유럽이나 서구권의 만화영화와의 기시감을 느낀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아무래도 이러한 작화 스타일은 제작진의 의도가 십분 반영된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2. 혁명교단의 일원들인 로렌챠, 칼리오스트로, 막시밀리앙(좌), 엘리자베타 여제와 데온 (중),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그 남자, 데옹(우). 의상 디자인에 있어서도 상당히 심혈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다.


2. 리얼리티 vs 판타지, 미스테리 퓨전 시대극의 진수를 보여주다.

슈발리에의 등장인물들은 상당수 실존인물들을 포진시켜 그 리얼리티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왕인 루이 15세,16세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루이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 오를레앙 공작, 러시아의 엘리자베타 여제와 에카테리나 여제 등이 모두 실존 인물들이며, 주인공 데온 드 보몽 또한 실제 여장 기사이자 비밀공작원으로 유명했던 인물이기도 하지요.
 
데온 드 보몽은 실제로 여장했을 때의 이름이 리아 드 보몽이었는데요, 이 이름은 작품에서 데온의 친누이이자, 사건의 모든 시작을 알려주는 리아에게 그대로 쓰여집니다. 실존 인물들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실제 역사와는 많이 틀리지만, 사치와 향락을 좋아하는 루이 15세나,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퐁파두르 백작 부인 등 그 성격적 배경은 실존인물에서 상당한 모티브를 가져온 듯도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존인물의 등장은 자칫 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는 실존인물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소지도 있습니다. 작품 방영시 자막 정도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의 모습은 작품을 위하여 가공되거나 지어진 것입니다.' 정도의 문구가 들어갔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드는군요. (근자의 한국 사극들의 경우도 이러한 부분에서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리얼리티에 충실한 드라마적인 전개는 24화로 구성된 이 TV 시리즈, 특히나 만화영화로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지루함을 주기도 합니다. 실제, 이야기가 전개되는 5화 부터 10화 정도까지는 지루한 전개로 인해 저 또한 1년 가까이 감상을 중지했다가 나중에 보았을 정도이니까요.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3. 과거 기밀국의 동료들이었던 막시밀리앙, 듀란, 리아(좌). 샤프한 모습의 듀란이 여기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리아와 영국의 메어리 왕비의 다정한 모습(중)이 막시밀리앙과 데쉬우드 주교의 어색한 모습(우)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일단 그 전개가 끝나는 순간 이 작품은 엄청난 흡인력으로 시청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개, 끝까지 그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잘 짜여진 미스테리, 그리고 반전.... 기존의 만화영화에서와 같은 해피엔딩이 아닌, 그렇다고 슬픈 엔딩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긴 여운을 남기는 엔딩은 지루하고 긴 산책로를 지나 아름다운 정원으로 우리를 이끄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거대한 음모와 야망과 배신으로 얽힌 미스테리에 가미된 판타지적 요소들은 이 작품의 미스테리를 좀 더 미스테리답게 하는 소스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성서의 인용구를 사용한 마법의 영창은 시를 외우듯이 주문을 외움으로써, 기존의 판타지에서 보여주는 주문 영창과는 다른 좀 더 고급스럽고 우아한, 그러면서도 박진감이 넘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주인공 데온의 몸에 빙의된 누이의 영혼은 단순히 주인공이 강력한 힘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로 변신한다는 개념이 아닌 주인공의 비극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시의 힘으로 가고일로 변한 사람들의 모습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납의 피를 흩뿌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에서 섬뜩함과 함께 애절함이 느껴지기까지 하지요.
 
흔히 봐왔던 아니메였다면, 끔찍한 괴물로 변한 사람들을 주인공이 멋진 여성 전사로 변신하여 무찌른다...는 지독히 아니메스럽고 유치한 설정이었을테지만, 슈발리에에서는 이런 전형적인 설정을 적절히 변형하여 전혀 다른 느낌의 고급스러운 장식으로 인테리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기존과 다른 성인 아니메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슈발리에는 액션물이나 코믹물이 아닌지라, 재미나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닥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엔딩 또한 그리 상쾌한 편은 아닌지라, 끝나고 나서의 찜찜함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클 수도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전개 부분이 지루하고, 그림체가 기존 아니메의 귀엽고 에쁜 스타일과는 상반되는 극화풍인지라,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서구권의 애니메이션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시라면 더 하시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련됨과 미스테리한 이야기는 아니메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함과 고급스러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마치, 중세나 중세 말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미스테리 영화들에서는 느꼈을 법한 전개라고 할까요. 숀 코네리 주연의 "장미의 이름"이나, 사무엘 르 비앙,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한 "늑대의 후예들" 등이 비슷한 느낌의 영화일 수도 있겠군요. 이런 영화들의 스타일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슈발리에는 꽤나 좋은 느낌을 선사해주리라 봅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4. 4명의 총사들 로빈, 데온, 테라고리, 듀란 (좌). 그들의 운명은 처음은 함께였으나 끝으로 갈수록 궤적을 달리한다. 마리 왕비, 루이 15세 그리고 루이 15세의 정부인 퐁퐈두르 부인(중). 셋의 기묘한 관계가 왠지 잘 표현된 일러스트인 듯 싶다. 막시밀리앙와 리아(우). 리아는 이 작품의 열쇠이자 모든 사건의 교집합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모아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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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이지만, 흥행 감독은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항상 철학적인 사색, 그리고 관객들과의 고도의 지적인 대화를 즐겨하는 편인데요. 그에게 가장 큰 명성을 안겨다준 95년도 작품 '공각기동대' 역시 난해하고 논술적인 대사들, 아름답고 세밀하지만 메마른 배경, 격한 액션장면에서조차 정적감을 느끼게 하는 기묘한 긴장감 등으로 사실 편하게 보기가 힘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속편격인 '이노센스(2004)'에 와서는 이러한 사색적 표현이 실험적인 영상미와 어우러져 한편의 추상화를 접하는 듯한 기묘한 불편함을 선사하기도 했죠. 그래도 전체적인 스토리가 가는 길을 놓치지 않는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만, 여러모로 관객들에게는 어려움 역시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4년만에 새로운 작품을 들고 왔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스카이 크롤러(2008)'가 되겠습니다.

오시이 감독들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철학적이고 난해하다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한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표현이 있는데요, 그것은 '불안한 편안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할 정도로 느릿느릿한 등장인물들의 반응과 하나하나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조용하면서도 확실한 몸짓들... 그것은 대부분 침묵 속에서, 또는 느릿한 테마와 어우러져 묘한 침묵을 관객들에게 안겨줍니다. 스카이 크롤러 역시 이런 기묘한 정적감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작품입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하는 편안함 속에서 밀려오는 왠지 모를 불안감 가득한 오후... 라면 좀 어울리는 표현일까요. 탁 트인 우리스 기지와 높고 푸른 하늘의 배경조차도 주인공들의 삶의 무게가 얹혀져 왠지 모를 슬픔을 안겨주는 듯 합니다.

 

스카이 크롤러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남녀 간의 감정선이 묘하게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불안한 편안함 속에서 오시이 감독의 작품답게 격한 감정의 표현이 드러나지 않기에 수면에서 뜨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는 부표와 같은 희미한 느낌입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느낌이 십분 살아나기도 합니다. 물론, 메인 테마는 등장하는 피터팬과 같은 소년,소녀들인 킬드레의 자아 성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비행전투씬은 3D 연출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하우를 자랑하는 Production I.G와, 역시 그 난해하고 복잡한 스토리만큼이나 영상미에 있어서도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오시이 마모루의 조합으로, 과연이라는 소리를 낼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오시이 마모루의 스승으로 일찌기 '에어리어 88(1985)'에서 희대의 비행전투씬을 연출해냈던 故 토리미우미 히사유키 감독의 편린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그의 직계제자라 할 수 있는 오시이 감독이 처음으로 하늘을 무대로 한 작품을 통해 스승처럼 멋진 비행전투씬을 표현해냈다는 것도 스카이 크롤러의 하나의 의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음악들이 너무도 마음에 드는데요. 카와이 켄지의 메인 테마도 메인 테마지만, 엔딩에 흐르는 주제가, 아야카의 '오늘 밤도 별에 안겨서'는 본편 내내 막혀 있던 절제된 슬픔과 감정들이 마치 스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처럼 자막과 함께 흘러나와 개인적으로는 꽤나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듣자 마자 홀딱 반해버렸네요.)

 

글쎄요, 오시이 감독이 말했듯이 이 작품은 자신의 작품을 이해해주는 소수의 관객들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근래의 오시이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꽤 대중적인 취향에 근접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작품에는 한가지 반전이 숨어 있는데요. 사실 작품 초반부에 이미 짐작을 해버린 터라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라는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겠군요.

 

기회가 되면 스카이 크롤러는 다시 한 번 자세한 리뷰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DVD 발매가 몹시 기대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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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ed by Chika Umino


2002년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가 방영을 시작했을 때, 엘로스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시이 마모루에 의해 이미 완벽한 재해석이 이루어졌던 극장판이 TV 시리즈로 방영된다면, 그 난해했던 전작을 계승하면서 TV 시리즈로의 매력은 분명 반감되리라는 예상을 했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섣불리 가벼운 액션물로 바꾸는 것도 너무 큰 이질감을 줄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극장판에서 선보였던 그 절정의 영상미가 장편의 TV 시리즈로 이식된다면 퀄리티의 하강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우려 속에 시작한 첫 화의 감상에서 제가 느낀 것은 놀라움이었습니다. 가벼움으로 빠지지 않고, 그렇다고 난해한 철학의 천작하지도 않는 적정선의 깊이, 그것을 수사 드라마 형태로 풀어가면서 시청자들에게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이야기 전개의 묘미, 비록 극장판보다야 낮을지언정 일반적인 TV 시리즈의 퀄리티를 몇 단계 상회하는 디테일함, 이 모든 것이 너무도 강렬하게 와닿았던 것이죠.

초반의 단 몇 화만의 감상으로 이미 엘로스는 공각기동대 TV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시이 마모루가 연출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작품의 스탭롤에서 처음 보는 낯선 이름의 감독을 발견하는 순간, 단번에 그의 팬이 되기를 결심하게 됩니다.

'카미야마 켄지'

40년대생의 아니메 명장(미야자키 하야오, 린 타로, 토미노 요시유키, 데자키 오사무 등)들의 공력이 서서히 쇠하기 시작하고, 50년대생의 기수들인 오시이 마모루, 카와지리 요시아키, 오토모 가츠히로마저 주춤하는 와중에 60년대생 감독들의 활약이 기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60년대생 감독으로 주목할만한 이들은) 안노 히데아키와 카와모리 쇼지 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등장한 이 낯선 이름은 아니메의 미래가 아직 밝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싶어 몹시나 반갑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물론, 퍼펙트 블루의 콘 사토시나, 울프스 레인의 오카무라 텐사이, 에스카플로네의 아카네 카즈키 등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만 말입니다.)

'정령의 수호자(2007)'를 통해 이미 또 한 번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그(물론, 시청률 면에서야 참패를 면치 못했지만, 그것은 작금의 아니메 조류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충분한 것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가 2년만에 들고온 또다른 작품이 바로 이 에덴의 동... 아 아니, '동쪽의 에덴(2009)'입니다.

시작부터 무슨 장르인지 정의를 내리기가 애매모호함으로 출발하는 작품이지만, 초반부터 카미야마 식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1류 감독의 필수 덕목으로 꼽히는 각본작업에 있어서도 카미야마는 원작/각본/감독의 1인 3역을 해내고 있기에, 역시 차세대를 짊어질 아니메 감독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더더욱 공고하게 하는군요.

ⓒ Eden of the East Production Committee

그림 1. 에덴의 동쪼.., 아 아니 동쪽의 에덴 스틸샷 (출처: 베스트 아니메)


일단, 요즘의 추세에 맞춰 치카 우미노(캐릭터 원안)/모리카와 사토코(본편 캐릭터 디자인)의 예쁘장한 캐릭터와, 자타가 공인하는 초일류의 비쥬얼을 선보이는 Production I.G의 정예들이 선보이는 깔끔한 비쥬얼도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켜 줍니다. 카와이 켄지 음악감독은 이젠 뭐, 거의 Producion I.G의 전속 음악감독인 듯 싶구요. 한마디로 웰메이드 아니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에덴의 도, 험험... 동쪽의 에덴의 힘은 바로 이야기의 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이전작들에서 보여준 카미야마 켄지의 스토리 텔링은 믿음이 가기에 충분하지만, 앞선 두 작품들이 모두 원작이 있었다는 점에서 그가 직접 원작을 담당한 이 작품의 완성도(흥행보다는 그 완성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군요.)의 향방이 그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가려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일본만화의 신 故 데즈카 오사무가 말한 '만화영화의 중요한 요소는 첫째도 이야기, 둘째도 이야기, 셋째도 이야기'라는 이 스토리텔링의 힘을 이번 작품을 통해 카미야마 감독이 다시 한 번 증명해주었으면 합니다. 라이트 노벨의 가벼움과 모에스러움에게 둘러쌓인 지금의 아니메는 이제 지나치게 단맛만 강하니까요.

☞ 아 참, 이 작품은 얼마전 종방한 송승헌 주연의 '에덴의 동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헛갈리지 마세요.  저도 쓰면서 자꾸 에덴의 동쪽으로 오타가 나와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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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永井豪 / ダイナミック企画 ・くろがね屋

열혈의 대명사, 슈퍼로봇의 레전드 마징가 Z가 드디어 TV 시리즈로 부활했습니다, '진 마징가-충격 Z 편'으로.

속속들이 옛 명작들이 리메이크되는 이 마당에 마징가 Z의 재림은 어찌보면 시간 문제였겠습니다. 더군다나 그 옛날 도에이 동화에 의해 처절히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버렸던 나가이 고의 마징가 Z이니만큼 어찌보면 원작자인 나가이 고의 원래 바램대로의 마징가 Z가 돌아온다는 것은 여타의 리메이크 작과는 또다른 감흥을 안겨주는 일이겠군요.

마징가 Z의 뒷 이야기에 대한 참고 포스트:

Ani Index: 마징가 Z (1972)
Ani Index: 그레이트 마징가 (1974)

이미 '마징카이져'를 통해 한바탕 마징가 월드를 뒤섞어 버린 상황에서 마징가의 이야기는 이전 도에이 동화의 작품과는 다른 전개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 과연 어떤 마징가가 나타날 것인가가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얌전한(?) 마징가와는 달리 나가이 고 선생의 작품 세계가 반영된 광기에 찬 마징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예상을 조심스레 하던 찰나, 이 시리즈의 감독의 이름을 보는 순간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이마가와 야스히로.

이미 '자이언트 로보 - 지구가 정지하는 날(1991)'을 통하여 고전 슈퍼로봇의 멋진 재해석을 보여주었던 그가, '진 겟타로보 - 세계 최후의 날(1999)'에서 못다한 열혈파워의 모든 것을 이 새로운 마징가 시리즈에 쏟아부은 듯 합니다. (이마가와 야스히로는 진 켓타로보 연출 당시 제작진과의 마찰로 중도 하차한 불운을 겪었습니다.)

ⓒ 2009 永井豪 / ダイナミック企画 ・くろがね屋



뭐, 두말하면 서러울 정도의 광기와 뜨거움이 가득한, 열혈 그 자체의 첫 화였는데요. 그러다보니 대중적인 공감대를 자아내기에는 첫 화만로서는 조금 우려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은혼의 캐릭터 디자이너인 타케우치 신지가 맡은 캐릭터 디자인도 현대적인 깔끔함보다는 투박한 옛스러움의 재현에 더 포커스를 맞춘 듯 싶은데, 이마가와 감독의 광기어린 연출에 의해 퀄리티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애매한 모습도 느껴지는군요. 게다가 첫 화는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와 다양한 시점, 그리고 다양한 시간축에서 동시다발적인 전개를 보여주어 스토리의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근래의 흥행 코드에 따르기 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뚝심있는 감독의 작품이기에 나름 기대도 큽니다. 자이언트 로보, 겟타로보(비록 하다가 말았지만), 철인 28호(2004년 작)에 이어 마징가까지 모두 이마가와 야스히로의 손에 의해 재탄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열혈 슈퍼로봇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인물로는 단연코 그를 꼽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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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ed by RIN SIN ⓒ 2009 HOBBY JAPAN / QUEEN'S BLADE Partners


뭐, 이 정도면 거의 아니메의 '아내의 유혹'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흔히들 일컫는 막장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판치라(여성의 속옷 노출을 극대화시킨 매니악, 아니 변태스러운 장르의 아니메)'의 수준을 넘어선 노출은 성애 묘사만 없을 뿐 거의 그에 준하지 않을까 싶군요. 여기서 조금만 선을 더 넘으면 흔히들 말하는 '18금 야애니'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비록 성인용 TV 시리즈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수준의 과격함은 예상을 뛰어넘는 듯 합니다.

사실, 이미 '일기당천'과 같은 작품에서 이 수준에 준하는 노출씬이 선보였기에 어찌보면 그닥 놀라울 것도 없지 않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만, 1화에서 보여준 놀라운 작화 퀄리티와 맞물려 일기당천의 응큼함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킨 표현력이 아닌가 합니다. 캐릭터 디자이너겸 총작화감독은 '일기당천'에 이어 여전히 18금 아니메나 18금 게임에서 명성이 자자한 린신이 맡아 그 음흉함에 어쩔 수 없는 수긍이 가는데요. 이 퀸즈 블레이드의 진정한 놀라움은 엔딩 스탭롤의 원화스탭진을 보면서 였던 것입니다!

우메츠 야스오미, 우루시하라 사토시... 털썩.

Illustrated by Umetsu Yasuomi (left) and Satoshi Urushihara (right)

그림. 고품격 성인물의 진수를 보여준 '카이트(좌)'와 환상적인 바스트 모핑(?)을 선보인 '레므니아의 전설(우)'



이미 일기당천 2기 오프닝에서 린 신과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우루시하라 사토시나, 일기당천 3기 엔딩에서 역시 예의 초절정 작화를 보여준 우메즈 야스오미... 이 둘이 무려 이 퀸즈 블레이드의 원화진으로 참여하고 있었다는 것, 어쩐지 그 퀄리티가 심히 의심이 갈 정도로 놀랍더라니...

18금 쪽에 있어서는 모두 입신의 작화력을 보여주는 우루시하라 사토시나 우메츠 야스오미(물론, 이 양반은 그 수준을 한단계 더 상회하는 고수라고 할 수 있지만)가 모두 원화진에 참여하여 역시 동급 레벨의 린 신과 함께 작업을 했으니 그 엄청난 작화 퀄리티는 수긍이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만, 과연 이 양반들이 2화부터도 계속 퀸즈 블레이드의 작업에 참여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군요. 

일기당천 3기의 엔딩에서 우메츠 야스오미의 등장을 보고 '이 양반이 일기당천에 참여했으면, 진정한 일기당천의 팬이 될거야.'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어쩌면 퀸즈 블레이드, 눈여겨 봐야할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내용이 아니라 이 3인방의 작화 때문이지만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정상적인 전개를 기대한다면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 아, 참고로 하나 더, 감독/총 콘티/색체 설계를 맡은 요시모토 긴지는 이미 '레전드 오브 레무니아(1989)'와 '플라스틱 리틀(1994)'을 통해 우루시하라 사토시와 함께 응큼한(?) OVA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뭐, 다들 이미 서로들 잘 아는 사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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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에 작성한 '판타지 서사시: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下)'를 본 블로그로 옮기면서 편집과 구성을 수정한 포스트입니다.



아동용 판타지 물로의 변신, 그리고 다양한 시도

지난 번 상편의 후반부에서도 언급했듯이, 리얼로봇 장르의 쇠퇴는 평행우주 같은 장르였던 판타지 로봇장르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어, 80년대 후반에 이르러 동반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것은 리얼로봇 장르와 판타지 로봇 장르의 모두의 아버지 격인 토미노 감독의 연이은 건담 시리즈 제작으로 인한 극도의 피로감과 매너리즘에 따른 결과도 한몫을 했을 거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만,  너무나 많은 리얼로봇 장르의 난립(특히나 건담 시리즈)에 시청자들도 식상함을 느꼈던 것도 또 하나의 이유는 아닐까 싶군요. 그리고 그것은 비슷한 스토리 전개를 보이던 판타지 로봇 장르에게도 같은 결과를 가져왔으리라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로봇물로 70년대 후반부터 큰 명성을 쌓고 있던 선라이즈는 88년, 판타지 로봇 장르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특유의 진지함과 세밀한 설정을 버리는 대신 코믹함, 그리고 아동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귀엽고 깜직한 캐릭터들과 메카닉(이른바 SD 로봇)으로 재단장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마신 영웅전 와타루(1988, 이하 와타루)’였습니다.


1. 와타루의 대성공, 판타지 로봇 장르 제2의 전성기인가.

장르의 변신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리얼로봇 장르의 공식을 과감히 배제함으로써 기존의 수퍼로봇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어찌 보면 후일 인기를 얻게 되는 선라이즈의 용자 시리즈의 판타지 버전 쯤으로 보아도 무방한) 이 작품은 실로 공전의 대히트를 쳤던 것이죠. 90년과 97년에 각각 2기, 3기가 방영했고 각각의 편수도 모두 4쿨(1년치 방영 분)이나 되었다는 것은 이 작품의 인기를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와타루’의 성공에는 시청 계층의 변화도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그것은 70년대의 슈퍼로봇물을 시청했던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10~20대에 들어 리얼로봇에 열광하게 되고, 그들이 성인이 되자 자연스레 그들을 타깃으로 했던 작품들 역시 설 자리를 잃지는 않았을까 하는 것이죠. 바로 그 시기에 맞추어 그 당시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와타루’가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것입니다.

그림 1. RPG 게임의 공식을 적용했던 '와타루'는 꺼져가던 판타지 로봇 장르를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시켰고, 이 흐름은 후일 선라이즈의 대표적인 용자 시리즈로 옮겨지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로붓물을 정착시키게 된다. 

이후부터는 ‘와타루’의 아류작들이 판타지 로봇 장르의 흐름을 이어가는 전개가 됩니다. ‘와타루’ 1기의 종영 후, 이듬해 등장한 ‘마동왕 그랑조트(1989, 이하 그랑조트)’는 언뜻 보기에도 ‘와타루’의 후속임을 알 수 있는 작품인데요. 물론, 1인 주인공 체재였던 와타루와는 달리 3인의 주인공이 등장하여 캐릭터 성이 더 강해졌고, 특히나 등장인물 중 한명인 ‘구리구리’가 부르는 당근 송은 당시 큰 인기를 끄는 등, 와타루와는 다른 특색있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만, 결국 와타루 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는 ‘그랑조트’가 ‘와타루’보다 먼저 ‘슈퍼 그랑조’라는 제목으로 91년도에 SBS에서 방영됨으로 인해‘그랑조트’의 인지도가 더 높았다는 사실입니다.(덕분에 후일 방송된 ‘와타루’를 ‘그랑조트’의 후속으로 아는 어린이들도 많았구요.) SBS의 대히트 덕에 ‘와타루’는 한참 후인 96년, 투니버스에서 1기와 2기가 방영된 후 99년 KBS를 통해 2기와 3기가 방영을 합니다.(투니버스 방영 당시는 ‘드래곤 파이터’로 방영되었으며, 후에 KBS에서 ‘우주용사 씽씽캅’이라는 전무후무한 네이밍 센스로 재방영했지요.) ‘와타루’와 ‘그랑조트’의 연이은 성공 이후, 선라이즈의 판타지 로봇물은 ‘패왕대계 류나이트(1994)’로 계속 바통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림 2. '그랑조트'는 일본 방영당시 '와타루'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해 이후 후속편의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고, 와타루 2기, 3기와 같이 와타루의 후속작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판타지 로봇 장르가 선라이즈의 제작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판타지 로봇 장르를 포함한 전반적인 로봇물은 선라이즈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리얼로봇 장르의 쇠퇴와 함께 선라이즈에 대한 도전이 하나 둘 씩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96년 MBC에서도 ‘소년기사 라무’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NG 기사 라무네&40(1990, 이후 라무네)’입니다.

일본에서는 4쿨 예정이었으나 시청률 부진으로 3쿨로 종영이 되어 ‘와타루’나 ‘그랑조트’에 비해서는 인기가 떨어졌던 ‘라무네’는 국내에서는 어린이들 사이에 굉장히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저희 동네에서도 킹스카이언을 외치면서 골목길에서 뛰어 놀던 아이들이 기억나는군요.) 주인공 라무네의 ‘나는 지금 무지 ~하다!’라는 대사로 어린이들 사이에 신 유행어를 탄생시키기도 했지요.

그림 3. '라무네' 1기와 2기의 스틸샷, '세이버 마리오넷', '폭렬헌터'의 아카호리 사토루가 원작을 맡았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이러한 장르의 작품을 선라이즈가 아닌 다른 제작사(‘요술공주 밍키’나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이라는 주문으로 유명한 ‘시간 탐험대’를 제작한 아시 프로덕션이 제작)가 만들었다는 것에도 큰 의의를 둘 수 있는 작품인데요. 이러한 다른 제작사의 모험적인 시도는 그 후 또 다른 형태의 판타지 로봇 장르를 세상에 내놓게 합니다.

그림 4. 선라이즈의 94년작 '패왕대계 류나이트'는 '와타루' 스타일의 판타지 로봇 장르로서는 가장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1쿨의 길이로 방영되었으나 흥행은 그다지 좋지 않았는지 선라이즈는 97년 와타루 3기를 방영하게 된다.

 
2. 순정물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결합된 클램프의 판타지 로봇 레이어스

너무나 화려하고 탐미적인 그림체로 인해(?) 만화영화화 하는 작품마다 고배를 마셨던 클램프가 다시 한 번 절치부심하고, ‘파사대성 단가이오(1987)’로 리얼로봇 장르의 쇠퇴말기에 스타일리쉬한 슈퍼로봇물의 향수를 느끼게 했던 히라노 토시키 감독이 손을 잡은 ‘마법기사 레이어스(1994, 이하 레이어스)’는 오히려 판타지 로봇 장르가 아동취향으로 제작되는 당시의 추세와는 달리 ‘클램프’스러운 소녀 취향의 느낌과 비극적인 스토리 라인을 견지하며, 색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시청자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립니다.

클램프의 최초의 상업적 성공작이기도 했던 ‘레이어스’는 클램프만의 개성있는 그림체를 판타지 로봇 장르에 접목하는 시도가 참신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클램프'적인 감성으로 인해, 판타지 로봇 장르라고 보기에는 그 설정만 유사할 뿐, 오히려 소녀취향의 순정 액션물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히려 선라이즈 류의 획일화된 흥행공식이 대입되어 있는 작품에 비해 동인출신인 그녀들의 작품답게 참신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인지 동성애 코드도 나름 등장하기도 합니다.)

또, ‘단가이오’를 만든 히라노 토시키 감독의 연출 덕에 로봇물로서도 일정 수준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판타지적인 세계관은 중후한 멋 뿐만 아니라 환상적인 모습 또한 갖고 있기에 의외로 소녀취향의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림 5. '레이어스'에서 보여진 클램프의 스타일은 판타지 로봇물을 순정물의 스타일로 풀어가면서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결과적으로 로봇물로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판타지 로봇 장르는 아동용 캐쥬얼 작품으로의 재탄생과 순정물과의 결합과 같은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던 시기였습니다.(정확히는 레이어스를 제외하고 모두 아동용 작품이었지만.) 그러나, 레이어스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요, 선라이즈 역시 96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도이면서 동시에 ‘과거로의 회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90년대의 아니메의 복고주의 조류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을까요. 토미노 감독이 이전에 창조했던 중후한 판타지 로봇 장르를 새로운 감각과 스타일로 다시 창조하는 듯한 느낌도 있겠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이하 에스카플로네)’입니다.


3. 에스카플로네, 드디어 대지 위에 서다.

‘에스카플로네’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라기 보다는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과거의 스타일을 변형한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그것은 (‘로도스 섬의 전기(1990)’부터 최근작 ‘지구로(2007)’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유키 노부테루가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하면서 겉모습부터 소녀취향적인 로맨틱한 외형으로 디자인 된 모습에서도 알 수 있는데, 추측으로는 2년 전 ‘레이어스’가 보여준 상업적 성공이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로맨틱한(어떻게 보면 상당히 독특하기도 한 캐릭터로, 유키 노부테루의 실험적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캐릭터로 인해, ‘에스카플로네’는 이전의 선라이즈가 선보였던 토미노식 판타지 로봇물이 아닌 또 다른 느낌의 판타지 로봇물을 선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캐릭터 디자인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에스카플로네를 조종하는 파넬리아 왕국의 왕자 반이 아닌 지구에서 우연하게 넘어온 여고생 히토미로 설정하여 그녀의 시선, 즉 여성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하는 것도 이 작품이 다른 로봇물에 비해 여성적인 느낌이나 로맨틱함에 시선을 맞춘 작품임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개는 작품을 좀더 미려하고 고급스럽게 해주는 요소가 됩니다.

그와 함께 ‘마크로스’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천재 애니메이터 카와모리 쇼지가 원안과 설정을 맡고, ‘버블검 크라이시스 OVA 6~8 (1989~91)’의 메카닉을 디자인했던 야마네 키미토시가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나 할까요. 중세 기사를 연상시키는 거대로봇 ‘가이메르프’는 선라이즈의 이전작 ‘가리안’의 기갑병에 버금갈 정도로 고풍스럽고 육중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오프닝부터 선보인 가이메르프 간의 전투 장면은 그간 선라이즈가 제작한 로봇물에 대한 노하우가 모두 녹아 있는 참으로 멋지고 웅장한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의 생체병기 에바의 움직임이 생체병기라는 설정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역동적인 살아있는 생물 같은 모습이었다면, ‘에스카플로네’의 가이메르프의 움직임은 마치 고대의 철갑옷을 두른 거인들의 움직임처럼 육중하고 둔탁하며, 기계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림 6. 가이메르프는 가리안 이후 가장 중세적 느낌을 잘살린 디자인이었다. 에스카플로네가 용으로 변신하는 설정은 변신 로봇은 판타지 로봇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깨버린 예 중 하나.


그림 7. 히토미와 반, 그리고 알렌의 삼각관계, 알렌과 말레네 공주, 그리고 밀레나 공주와의 삼각관계 등 작품에 등장하는 로맨스는 순정물의 그것과 동일한 구도와 복잡한 갈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로맨틱한 캐릭터와 고풍스러운 가이메르프의 모습을 칸노 요코의 멋지고 장엄한 음악들로 장식하여 아카네 카즈키 감독이 멋지게 지휘해낸 ‘에스카플로네’는 80년대 초반의 진지했던 판타지 로봇물에 비해 보다 부드럽고 미려한 영상과 함께, 순정물의 로맨틱한 느낌으로 판타지 로봇물을 표현해낸 보기 드문 수작 중의 하나가 된 것입니다. (물론, 취향 차이로 인해 ‘에스카플로네’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인 취향과는 별개로 잘 만들어진 만화영화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에스카플로네'는 '에반게리온' 때문에 방영 당시 갖고 있는 퀄리티에 비해 비교적 덜 조명을 받은 작품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 진가가 알려져 2000년도에는 극장판으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극장판의 영상은 TV 시리즈에 비해 좀 더 남성적인 스타일로 변모했지만, 훨씬 업그레이드 된 퀄리티와 영상미를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TV 시리즈 전편의 내용을 하나의 극장판으로 압축함으로 인해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TV 시리즈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합니다만, 기존의 중세 판타지 스타일에 사무라이적인 복식을 가미하여, 좀 더 동양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고, 무엇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가이메르프의 전투장면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림 8. 극장판 '에스카플로네'는 극장판에 어울리는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으나,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2시간 안에 압축하면서 아쉽게도 스토리의 개연성은 떨어지고 내용도 그닥 참신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육중한 강철의 거신과 비행선이 날아다니는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 그것은 마치 19세기 말엽의 배경에 증기기관으로 극도로 발달된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스팀펑크적 세계관의 작품과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매력을 우리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관에 비해 더욱 환상적인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과거의 판타지인 마법과 (이제는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닐 수도 있지만) 미래의 판타지인 로봇의 만남은 앞으로도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좋은 소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에스카플로네’ 이후 아직 이렇다 할 멋진 작품이 나오고 있지 않음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오히려 이런 오랜 기다림 끝에 누군가가 또다시 만들어 낼 새로운 세계에서 등장할 거대한 철거인의 얘기는 분명 더더욱 멋지고 환상적인 모습일 거라는 기대 역시 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그림 9. 판타지 로봇 장르의 출발점인 '단바인'의 세계관을 계승한 토미노 감독의 신작 OVA '린의 날개(2005)'. 가장 최근에 제작된 판타지 로봇물이지만, 전체적인 로봇장르의 몰락과 이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할 수도 있는 토미노식 이야기 전개가 대중들에게 그다지 큰 어필을 하지는 못한 듯 싶다.


<참고 사이트>

[1] ‘거대로봇 연구서설 – 와타루&그랑조트 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기묘한 연구소 
[2] ‘거대로봇 연구서설 – 에스카플로네 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님의 기묘한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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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에 작성한 '판타지 서사시: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上)'를 본 블로그로 옮기면서 편집과 구성을 수정한 포스트입니다.


리얼로봇 장르의 평행우주, 그 탄생과 쇠퇴

96년 TV 시리즈로 방영된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이하 에스카플로네)’는 비록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 가려 기대만큼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도 판타지와 로봇장르를 멋지게 융합시킨 뛰어난 수작이라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판타지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지라 이 에스카플로네를 무척이나 아끼고 있습니다만, (게다가 단순 판타지 장르로만 좋아하기에는 에스카플로네에는 너무도 멋진 요소들이 많이 산재해 있었죠.) 그 덕분에 기억 한 켠에 먼지에 쌓인 체 잠들어가던 고대의 철거인들이 봉인을 풀고, 하나 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번 포스트는 특정 작품에 대한 리뷰라기 보다는 ‘성전사 단바인’을 시작으로 하여 ‘천공의 에스카플로네’까지 이어지는, 리얼로봇 장르의 패러랠 월드(Parallel World: 평행우주)라 할 수 있는 ‘판타지 로봇 장르’를 아우르는 대서사시를 한 번 펼쳐보고자 합니다.


1. 리얼로봇의 성공, 토미노 요시유키의 새로운 시도

거장 요코야마 미츠테루 원작의 ‘철인28호(1963)’에서 시작된 거대로봇의 개념은 나가이 고가 창조한 ‘마징가 Z(1972)’를 기점으로 ‘슈퍼로봇 장르’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아니메 史에 안착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70년대 슈퍼로봇 장르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창조해낸 ‘기동전사 건담(1979, 이하 건담)’에 의해 80년대에 이르러서는 ‘리얼로봇 장르’라는 새로운 스타일에 바통을 넘겨주게 되죠. (물론, 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슈퍼로봇 장르는 용자 시리즈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변모합니다만, 이는 본 글에서 다룰 내용의 경계선을 넘어가기에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린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던 로봇은 건담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현실적인 시점으로 전쟁을 바라보았고, 적과 감정의 교류 없는 비주얼적인 전투장면에 치중한 것이 아닌 生과 死를 통한 이념과 감정의 갈등과 대립을 보여 주었으며, 현실성 없던 로봇에 대한 치밀하고 밀리터리적인 설정을 가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적극 부여하여,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헉헉...)

그로부터 시작되는 80년대는 리얼로봇장르의 전성기였음은 의심할 나위 없는 사실임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만, 건담을 창조한 토미노 요시유키는 그러한 리얼로봇장르의 전성기 즈음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것은 리얼로봇 장르와 판타지와의 조우였습니다.

당시 이는 애니로서는 상당히 도전적이고 부조화스러운 시도였습니다. 로봇은 SF의 정점에 올라서 있는 하이 테크놀로지의 상징물, 이를 검이나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의 한복판에 떨어뜨려 놓는다는 것은 잘 그려놓은 한 폭의 멋진 풍경화 위에 느닷없이 컴퓨터 사진을 붙여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여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도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한 리얼로봇 리그의 제 1 선발과 구단주 격인 토미노 감독과 선라이즈가 시도한다는 것은 자칫 지금까지 쌓아 올려온 명성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모험이었을 것입니다.

일반적이라면, 건담의 후속 시리즈를 내는 것이 그 흥행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겠지만, 토미노 감독은 결국,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적인 시도를 펼칩니다. 그것이 바로 ‘성전사 단바인(1983, 이하 단바인)’인 것입니다.


2. 토미노 요시유키의 새로운 세상, 바이스톤 웰

ⓒ SOTSU · SUNRISE

‘지구가 있는 우리의 차원과 평행 우주로 존재하는 ‘바이스톤 웰’이라는 세계로 우연하게 빨려 들어간 주인공 ‘쇼 자마’는 드레이크 군과 반 드레이크 군과의 싸움에 휘말려 오라 배틀러인 단바인에 탑승하게 됩니다.(중략)

단바인은 오라력을 가진 바이스톤 웰이라는 판타지 세계와 곤충을 닮은 획기적인 디자인의 오라 배틀러, 그리고 리얼로봇장르의 전형인 진지한 현실적인 이해 갈등관계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멋진 라인업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전 작 ‘전설의 거신 이데온(1980)’에서 보여준 ‘몰살의 토미노’란 별명에 걸맞게 등장인물들이 마구 죽어 나가는 토미노 식 결말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지만) 이렇게 참신하고 멋진 설정을 가진 작품이 무려 20년이 지난 얘기란 것은 토미노 감독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은 아닐까요.

토미노가 창조한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은 그 이후에도 ‘바이스톤 웰 이야기-가제이의 날개(1986)’를 거쳐 ‘린의 날개(2005)’로 이어져 토미노의 남다른 바이스톤 웰 사랑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오히려 그에게 가장 큰 명성을 가져다 준 건담 시리즈가 선라이즈와 반다이의 압력 때문에 토미노 만의 세계를 펼쳐가기 어려운 작품이었던 것에 반해, 이 바이스톤 웰은 그의 생각이 더 자유스럽게 반영될 수 있었기에 실제 더 많은 애착을 갖고 있는 세계관도 건담이 아닌 바로 이 바이스톤 웰이라고 하는군요.

그리하여, 토미노 감독의 이런 모험은 리얼로봇 장르라는 뛰어난 직구 외에도 판타지 로봇 장르라는 새로운 변화구를 아니메(아니 선라이즈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에 부여하게 되고, 이 변화구는 이듬해 84년 ‘중전기 엘가임(1984, 이하 엘가임)’이라는 또 다른 명작으로 아니메 팬들의 가슴에 스트라이크로 꽂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80년대 초 중반이야말로 그야말로 토미노 감독의 최대의 전성기이자, 아니메의 제2의 르네상스였습니다.


ⓒ SOTSU Agency · SUNRISE

그림 1. 곤충을 모티브로 한 오라 배틀러의 디자인은 로봇 만화영화의 메카인 아니메에서도 단연 독특한 멋을 자랑한다.


3. 나가노 마모루가 창안한 헤비메탈의 세상

ⓒ SOTSU · SUNRISE


엘가임의 등장에 있어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듬해 85년도에는 바로 토미노 감독의 또 다른 명작 ‘기동전사 Z건담(1985, 이하 Z 건담)이 방영되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81년부터 해마다 엄청난 작품들(‘전설거신 이데온(1981)’,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까지…)을 만들어낸 토미노 감독이 연이어 Z 건담을 감독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임에는 분명했을 것입니다.([2] 참조) 그리고 그것은 스텝들에게도 마찬가지의 일이었을 것이구요. 이에 토미노 감독은 판타지 로봇 장르라는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새로운 구원투수를 등장시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Five Star Stories(이하 FSS)’를 창조해 낸 희대의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였던 것입니다. (엘가임과 FSS는 나가노 마모루가 설정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패러랠 월드격의 작품이기에 본문에서는 둘을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할 일 많은 토미노 감독을 대신하여, 그가 전격적으로 기용한 신예 나가노 마모루는 지금까지 아니메에서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메카닉들과 캐릭터를 선보이며, 대서사시적인 스토리 라인으로 매니아들을 단번에 사로잡아 버립니다. 그리하여 엘가임은 토미노 감독의 선발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노 마모루라는 구원투수의 이름을 세상에 더 널리 알리게 되는 것이죠.

어찌 보면, 이 엘가임이나 FSS는 판타지 로봇 장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고풍스럽다기 보다는 독특하고 세련된 거대 로봇 ‘헤비 메탈’ 이외에도 헤비 메탈이 사용하는 거대한 광선포 버스터 런쳐, 하이테크의 상징인 광선검에 비행이 가능한 오토바이 형 탈 것 등은 오히려 '스타워즈'스러운 느낌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비단 등장하는 메카닉 뿐만 아니라, 인간형 안드로이드 파티마가 등장하는 발달된 과학력에 왕정정치가 이루어지는 작품의 배경적인 측면에서 말입니다.)

ⓒ SOTSU Agency · SUNRISE

그림 2. 고풍스럽고 탐미적인 나가노 마모루의 헤비메탈은 단바인의 기괴한 오라 배틀러와는 또다른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배경은 중세 스타일 판타지와는 분명 다르지만, 미래적인 느낌이 강한 판타지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특히, FSS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아마테라스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의 건국신화까지 녹아 들어간, 시대를 아우르는 퓨전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대관과 배경이 반영된 FSS는 21세기를 넘어서 아직도 연재가 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20세기에서 21세기를 넘는 ‘시대를 넘어간’ 작품이라 불려도 괜찮을 듯 하군요.

엘가임은 그 이후 후속편이나 극장판의 제작 없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FSS(1989)’ 극장판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멋진 모터 헤드(엘가임에서는 헤비메탈로 명명)의 자태를 드러냅니다. 하이 퀄리티의 비쥬얼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서 펼쳐지는 아마테라스의 전용기 ‘나이트 오브 골드’의 자태는 너무나 눈부시고 우아했으며, 유키 노부테루가 선보인 캐릭터들은 나가노 마모루의 스타일을 잘 계승하면서도 미형 캐릭터로서의 기본적인 스타일이 잘 매치업된 미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 MCMLXXXVIII · KADOKAWA PICTURES

그림 3. 80년대 후반, 카도카와 서점에 선라이즈와 반다이까지 가세하여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었던 대작 로봇 판타지 FSS. 단, 초반부의 에피소드만을 극장판으로 재구성하였기에 프롤로그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후속편의 가능성은 원작의 완결여부만큼이나 미지수.


4. 육중한 기갑병의 등장, 그리고 리얼로봇의 쇠퇴

ⓒ SUNRISE

83년과 84년 판타지 로봇장르로 연타석 삼진을 일궈낸 선라이즈는 이에 용기(?)를 얻어 84년 말에 다시금 세 번째 판타지 로봇장르의 작품을 내놓게 됩니다. 이제는 토미노 감독이 Z 건담에 집중할 시기였기에 선라이즈로서는 대안이 필요했던 시기, 때마침 선라이즈에는 또 다른 괴물 투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장갑기병 보톰즈(1983)’로 리얼로봇 장르에 있어서 토미노 감독 다음의 명장으로 불리는 다카하시 료스케 였습니다.(이니셜 D의 다카하시 료스케가 아닙니다, 물론.)

명장 다카하시 감독을 필두로, 건담을 만들어 낸 불세출의 메카닉 디자이너 오가와라 쿠니오(가리안만 디자인)와 단바인에서부터 이후 ‘패트레이버’ 시리즈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이즈부치 유타카가 합세한 ‘기갑계 가리안(1984, 이하 가리안)’은 단바인의 독특하고 생물학적인 디자인이나, 엘가임의 독창적이고 세련된 모습과는 또 다른 중세의 철갑옷을 연상시키는 듯한 육중한 디자인의 메카를 선보임으로써, 판타지 로봇 장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중세 스타일의 판타지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뛰어난 과학력으로 혹성 아스트를 정복한 마달에 의해 멸망한 보더 왕국의 왕자 조조가 지하에 잠들어 있던 가리안을 타고 마달의 기갑병들과 싸운다는 내용은 얼핏 들어도 히토미가 빠진 에스카플로네의 세계관이나 내용 전개와 유사하죠. 어떻게 보면 에스카플로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지구인인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로 소환되는 부분은 단바인의 설정과 유사한 부분입니다만.) 특히, 가리안의 기갑병들은 국내에서는 80년도 중반 프라모델로 출시되면서, 그 당시 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리안은 이전의 단바인이나 엘가임에 비해서 그리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하고 조기 종영되는 불운한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

글쎄요,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가리안의 스폰서인 모 프라모델 업체(반다이가 아닌, 다카라라는 프라모델 업체가 스폰서입니다.)가 프라모델의 판매부진을 이유로 방영시간의 단축에 대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뒷 이야기가 있군요.([4] 참조) 거기에 나름대로의 원인을 짚어보자면, 85년도에 방영된 Z 건담의 영향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선라이즈도 어서 빨리 Z 건담에 역량을 집중하고 싶었겠죠.)

ⓒ SUNRISE

그림 4. 중세 판타지에 잘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이야기와 멋진 기갑병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제작 여건상의 한계로 인해 가리안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버린 비운의 작품이 되었다.

덕분에 훌륭한 설정을 가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에 의해 전반부에는 무난히 흐르던 전개가 후반부에 이르러 놀라운 속도로 펼쳐져 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떨어뜨리게 되어 버립니다. 결국, 선라이즈의 세 번째 변화구는 아쉽게도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로 판정이 나게 되는 것이죠. 멋진 작품의 불운한 결말에 대한 아쉬움인지, 아니면 OVA의 재발매를 통한 비디오 시장에서의 매출을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둘 다 였을 수도 있겠지만), 가리안은 이후 86년에 ‘대지의 장’, ‘천공의 장’, ‘철의 문장’의 3부작 OVA로 다시 제작되어 미진하나마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대지의 장’과 ‘천공의 장’은 TV 시리즈의 총집편이고, 온전히 새로 만든 작품은 ‘철의 문장’입니다.)

그리고, 89년에 등장했던 FSS 극장판을 끝으로 판타지 로봇 장르는 조용히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름대로 추측해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러한 판타지 로봇 장르가 리얼로봇 장르를 이끌던 감독들이 만들어낸 것들이었기에 80년대 말의 리얼로봇 장르의 쇠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동반 몰락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토미노 감독이나 다카하시 감독 모두 80년대 후반부터는 이렇다 할 화제작을 만들지 못했고, 판타지 로봇 장르를 만들었던 두 명장의 부진은 결국 리얼로봇과 판타지 장르를 융합시킨 이 일련의 거대한 실험에 마침표를 찍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아닐까요.

다음 편에는 새로운 컨셉으로 다시 부활하는 판타지 로봇 장르의 뒷이야기를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5. OVA 철의 문장에 등장하는 기갑병들의 피규어 모형.

OVA의 기갑병들은 이즈부치 유타카에 의해 좀더 고풍스럽고 육중한 철거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TV 시리즈에서 변신 합체 기능의 추가로 인해 작품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주역메카 가리안(상단 좌측)의 경우는 변신합체 기능이 삭제된 원래 기갑병의 이미지에 걸맞는 모습으로 태어난다.
우측 하단의 비갑병은 새의 날개 깃털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후에 '건담 윙'의 날개 디자인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참고 사이트>

[1] ‘성전사 단바인’ by 만보, Harbest Days
[2] ‘<중전기 엘가임>과 <F.S.S (Five Start Stories)> by 만보, Harbest Days
[3] ‘파이브 스타 스토리’ by 만보, Harbest Days
[4] ‘기갑계 가리안’ by 만보, Harbest Days
[5] ‘중전기 엘가임’ by 액슬, Rocket Queen
[6] ‘성전사 단바인’ by 액슬, Rocket Queen
[7] ‘기갑계 가리안’ by 액슬, Rocket Queen
[8] ‘나가노 마모루’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9] ‘이즈부치 유타카’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10] ‘오가와라 쿠니오’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11] ‘토미노 요시유키’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12] ‘오가와라 쿠니오’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13] ‘나가노 마모루’ by 니힐리스트, ARE U READY FOR GUN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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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시리즈 목차>


마징가 Z (1972), マジンガーZ / Tranzor Z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나가이 고, 다이나믹 프로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세리카와 유고, 카츠마타 토모하루 外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야마무라 히로야스, 타카쿠 스스무, 후세 히로카즈
◈ 캐릭터 디자인: 모리시타 케이스케, 하네 요시유키
◈ 작화감독: 하네 요시유키
◈ 미술: 시모카와 타다미, 츠지 타다나오, 카츠마타 게키 外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 미즈키 이치로 (주제가 歌)
◈ 제작: 도에이 동화, 다이나믹 프로
◈ 저작권: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2.12.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92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고대 미케네 제국의 발달된 과학문명을 발견한 헬 박사는 미케네 제국의 유적에서 발견한 부부 미이라를 기본으로 암수 한몸의 인조인간 아수라 남작을 탄생시킨다. 아수라 남작을 필두로 하여 철가면 군단을 결성한 헬 박사는 세계정복의 야망을 이루기 위하여 기계수 군단을 이끌고 본격적인 침공작전을 개시하게 된다.

한편, 헬 박사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카부토 쥬죠 박사는 초합금 Z를 기반으로 거대한 로봇 마징가 Z를 완성하여 손자인 카부토 코지(한국방영판 이름 쇠돌이)에게 맡기려 한다. 아수라 남작과 철가면 군단의 습격으로 카부토 쥬죠 박사가 살해되고, 이제 마징가 Z는 헬박사의 기계수 군단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데... 영문도 모른체 할아버지를 잃고 마징가 Z를 넘겨받은 카부토 코지는 과연 Z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침공해오는 기계수 군단을 무찌를 수 있을 것인가.


<소개>

더이상 말이 필요치 않은 로봇 만화영화의 기린아. '철인 28호(1963)'가 슈퍼로봇 아니메의 태동을 알렸다면, 본격적인 시작은 마징가 Z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오리지널 아니메의 시대를 열었던 故 이시노모리 쇼타로 문하에서 수업을 쌓고 있던 나가이 고가 창조해낸 이 기묘한 슈퍼로봇은 로봇 아니메 역사상 최초로 로켓트 펀치, 광자력 빔, 루스트 허리케인 같은 독창적인 무기 시스템을 선보이며, 일약 70년대 초반의 아니메 역사를 뒤흔들게 된다. 당시 TV 애니메이션은 히트작의 감소로 인해 일대 위기를 맡고 있었는데, 마징가 Z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되어 버린다. 일본에서의 평균 시청률은 20%가 넘는 것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도에이 내의 저작권 수입 비율에서 만화영화가 실사영화를 누르는 신호탄이 되었고, 제과업계가 주도하던 만화영화 스폰서 시장이 완구업체로 방향을 이전하게 하는 등, 만화영화 업계 전반에 걸친 지각변동을 일으킨 작품이라 하겠다.

초창기에는 오토바이가 로봇의 등을 타고 올라가 머리 부분에 합체되어 조종석이 된다는 설정으로 당시의 명칭은 에네르가 Z라는 명칭을 갖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비행기 형태의 조종 시스템이 머리에 합체된다는 보다 더 안정적인 설정으로 바뀐다. 에네르가 Z의 설정은 후일 마징가 Z의 사이드 킥은 다이아난 A(아프로다이 A의 후계기)의 콕핏트 탑재 방식에 적용되기도. 주역로봇인 마징가 Z외에도 아프로다이 A라든지 보스보롯트 같은 사이드 킥들이 등장하면서 극의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캐릭터의 성격을 로봇에 감정이입한 형태로 이제까지 등장했던 거대 로봇물인 '철인 28호(1963)'나 '아스트로 강가(1972)' 와는 다른 형태의 접근방식이었다. 실제로 극중에서 로봇들이 공격을 받으면 탑승자 역시 같은 고통을 느끼고, 탑승자가 분노하면 로봇도 같이 분노(보스보롯트는 특별히 표정까지 변한다. 어쩌면 이쪽이 더 높은 하이테크놀로지가 적용된 놈일지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퀀스는 아이들에게 로봇에 대한 감정이입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로봇. 그것이 마징가 Z가 보여준 또다른 차별적 요소였다.

일부 캐릭터들은 나가이 고의 문제작 '파렴치 학원'의 인물들을 베이스로 하여 만들어졌다. 나가이 고의 가학적 에로티시즘과 폭력미학이 살아 있어 원작만화는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문제적인 작품이었지만, 만화영화로 제작되며 이러한 나가이 고의 색체는 상당히 배제되었다. 허나, 헬 박사나 아슈라 남작, 브로켄 백작과 같이 원작의 색체를 반영하는 광기에 찬 무시무시한 악역 캐릭터들은은 선악의 구분을 확실하게 나누는 요소가 되었다. 그들의 기괴한 외모가 마징가 Z와 주인공 카부토 코우지의 히어로적인 측면을 오히려 강화시킨 셈. 뜨거운 정의감으로 넘치는 카부토 코우지의 모습 역시 어떤 면에서는 헬 박사나 아슈라 남작의 광기와도 일치하는 점이 있지만, 이러한 악역들의 카리스마로 인해 카부토 코우지의 광기는 열혈이라는 테마로 승화되어 이후 열혈 캐릭터의 전형적인 인물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발동시킬 무기 시스템의 명칭을 외치는 카부토 코지의 독특한 연출방식은 후일 로봇 만화영화의 하나의 공식으로 오랫동안 자리잡게 된다.)

당시 특촬물의 제작 축소로 인해 상품라인업을 상실한 완구 업체에 마징가는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특히, 스폰서인 포피의 디자이너 무라카미 카츠시에 의해 출시된 초합금 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으며, 이로 인해 추후의 만화영화 비즈니스 전개는 완구회사를 스폰서로 하여 이들이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의 구축으로 인해 로봇 만화영화는 70년대 들어 단숨에 일본 만화영화의 주력 장르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마징가 Z의 대성공은 도에이와 스폰서인 포피에게 있어서 또다른 딜레마로 다가오게 된다.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면서 마징가 Z 이후의 비즈니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계속해서 마징가 Z를 후속 시리즈의 주역 메카로 등장시키려 하는 나가이 고의 의지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탐탁치 않은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 속에 마징가 Z는 서서히 새로운 주인공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압력이 나가이 고와 제작진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제 마징가 Z는  헬박사의 기계수 군단보다 더 강력한 스폰서 군단의 위협을 받기에 이르는 것이다.


마징가 Z vs 데빌맨 (1973)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 각본: 타카히사 스스무
◈ 작화감독: 카츠마타 소노하루 (?)
◈ 치프 애니메이터: 츠노다 코이치
◈ 미술감독: 우라타 마타지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 제작: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3.07.1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 / 전연령가 (G)


<소개>

1972년 초반, 마징가 Z보다 먼저 방영을 시작했던 나가이 고 원작의 TV 시리즈 '데빌맨(1972)'을 등장시킨 크로스오버 작품. 이러한 형태의 크로스오버는 당시의 아니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으로, 그 시너지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데빌맨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순간 갑자기 등장한 마징가 Z의 강렬한 위용은 극장 안의 온 어린이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도에이 동화의 기획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마징가 Z vs 암흑대장군 (1974)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각본: 타카히사 스스무
◈ 작화감독: 츠노다 코이치
◈ 미술감독: 츠지 타다나오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 제작: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4.07.25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 / 전연령가 (G)


<소개>

마징가 Z의 TV 시리즈 완결보다 앞서 극장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미케네 제국이라는 새로운 적수의 등장과 함께 마징가 Z와 카부토 코지의 처절한 패배를 묘사하며, 일약 팬들에게 놀라운 충격을 선사한다. 그리고 마징가 Z의 몰락과 함께 클라이막스에서 등장한 그레이트 마징가! 어린이 팬들의 카타르시스는 극에 달했고, 마징가 Z를 닮았으면서도 훨씬 더 강력한 파워로 미케네 제국과 맞서 싸우는 그레이트 마징가의 위용 앞에서 부서진 마징가 Z와 카부토 코지는 쓸쓸하게 퇴장하게 된다.

이로써 도에이의 성공적인 마징가 교체작전은 완료되었던 것이다. 비록 나가이 고가 만들어낸 그레이트 마징가 였으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닌 도에이의 기획력과 스폰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점에 있어서 그레이트 마징가는 골수 마징가 팬들이나 나가이 고, 그리고 다이나믹 프로에게 있어서는 분명, 반갑지만은 않은 존재였다. 그리고, 이런 도에이의 마징가 퇴출(?) 작전은 'UFO 로봇 그렌다이져(1975)'에 이르러 절정을 맞이하며, 서서히 로봇장르에서 나가이 고 월드의 퇴장을 알리고 있었다.


<참고 사이트>

[1] Mazinger Z (TV), Anime News Network
[2] Mazinger Z, Wikipedia
[3] マジンガーZ, WIkipedia Japan
[4] 마징가 Z 극장판 시리즈 1973-1976 by 캅셀, 캡슐☺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5] 거대로봇 연구 - 마징가 Z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1호 연구소
[6] 마징가 시리즈는 이렇게 탄생했다 by 잠본이, 잠보니스틱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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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FILMLINK International/HIDEYUKI KIKUCHI/ASAHI SONORAMA/VAMPIRE HUNTER D Production Commitee


<스탭>

◈ 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
◈ 원작: 기쿠치 히데유키
◈ 제작: 매드하우스. 필름링크 인터내셔널


<시놉시스>

핵전쟁 이후 뱀파이어들이 귀족이라 불리며 인간들 위에 군림하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한 A.D 12,090년. 자신의 딸 샬롯을 뱀파이어에게 납치당한 대부호 앨번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이자 뱀파이어 헌터인 던필(이하 D)을 고용하여 백작 마이어로부터 그의 딸을 구해줄 것을 부탁한다. 의심 많은 대부호의 아들은 D 외에도 또다른 헌터집단 '마커스 형제'에게도 같은 의뢰를 맡기는데, 샬롯을 먼저 구출해야만 보상금을 받을 수 있기에 마커스 형제는 D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마커스 형제'의 일원인 여성헌터 레일라는 D에게 경계심과 동시에 호기심을 보이게 되고, 마이어 백작과의 첫 대면에서 D는 납치된 샬롯이 마이어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이어 백작이 암살집단인 바르바로이 일족의 3인조를 고용하게 되면서 이제 D와 마커스 형제, 바르바로이 3인조까지 얽힌 복잡한 추격전이 시작되는데... 과연 마이어가 향하는 곳은 어디이며, 샬롯과 마이어의 관계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1. 기쿠치 히데유키의 소설, 아마노 요시타카의 날개를 달고 애니메이션계에 입성하다.

알려진 바와 같이 기쿠치 히데유키 원작의 '뱀파이어 헌터 D(1983)'는 1983년 1월 처음 소설로 등장합니다. '마계도시 신주쿠(1982)'라는 소설로 공포 소설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기쿠치 히데유키는 후일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과 황금 콤비로 호러 판타지 계열의 아니메 수작을 연이어 등장시키며, 일약 '공포소설의 대가'라는 명성을 얻기에 이르르는데요. 이 뱀파이어 헌터 D는 바로 그의 작품 중에서 1번 타자로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인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총 20권이 발표되며 30년 가까이 연재를 계속하고 있는 이 장편의 판타지 공포소설도 초창기의 기쿠치 히데유키만의 네임 밸류만으로 애니메이션화 되기에는 버거웠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이 소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면에는 당시 삽화가로서 소설에 참여한 애니메이터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 때문인 것도 있으니까요.

70년대 타츠노코 프로에 10대의 나이로 입사하여 천재적인 애니메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아마노 요시타카가 애니메이터로서의 범주에만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며, 소설 삽화에 과감히 도전했던 이 작품은 원작자인 기쿠치 히데유키보다 아마노 요시타카에게 더 큰 명성을 안겨주며, 그를 애니메이터가 아닌 특급 일러스트레이터의 반열로 격상시켜주는 중대한 모멘텀이 됩니다. 물론 이 영향은 뱀파이어 헌터 D에게도, 기쿠치 히데유키에게도 동반 상승효과를 가져옵니다. 환상적인 일러스트 덕에 책의 가치는 높아졌으며,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상을 더욱 더 배가시킨 것입니다.

ⓒ YOSHITAKA AMANO / ASAHI SONORAMA

그림 1. 아마노 요시타카의 소설 삽화 일러스트 (출처: 베스트 아니메)


그 덕분일까요, 뱀파이어 헌터 D는 85년 마침내 기쿠치 히데유키의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애니메이션화 되기에 이르릅니다. 감독은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작화감독에서부터 '요술공주 밍키모모(1982)'이나 '은하표류 바이팜(1983)' 등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진 아시다 토요오가 맡았는데요. 당시 원작자인 기쿠치 히데유키가 뱀파이어 헌터 D의 제작의사를 밝혔던 아시 프로덕션의 스타일이 자신의 작품 성향과는 너무도 달라서 수차례 거절을 했었으나, 아시다 토요오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아니메로의 제작이 가능했던 숨겨진 에피소드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1] 참조)

뱀파이어 헌터 D의 1권의 이야기를 80분짜리 OVA로 아니메화한 이 작품은 지금에 와서는 그다지 높은 작화 퀄리티의 작품이라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만, 스파게티 웨스턴 스타일의 배경과 뱀파이어라는 호러 판타지적 소재가 기묘하게 어울린 숨겨진 고전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후일 '북두의 권(1986)' 극장판을 통해 센세이셔널한 고어 액션씬을 훌륭하게 선보인 아시다 토요오 감독의 액션 연출은 이 작품에서도 그 흥미를 더하죠. 특히, 단순한 뱀파이어 헌터로만 여겨졌던 D가 클라이막스 씬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힘과 그 힘에 얽힌 출생의 비밀은 크나큰 흥미와 함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준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연말 OVA 랭킹 2위에 오를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둔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을 내놓지 못하였고,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이 연출한 기쿠치 원작의 '요수도시(1987)'가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킨 뒤, 카와지리가 키쿠치의 작품을 연달아 아니메화하는 과정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북미시장에 진출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이 작품이 왜 후속 시리즈를 내지 않은 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것일까요. 의문점을 뒤로 한체 세월은 어느덧 15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HIDEYUKI KIKUCHI / ASAHI SONORAMA

그림 2. 85년도 OVA 트레일러 영상 스틸 컷. (출처: Youtube.com)


2. 동반자 카와지리 요시아키와의 만남... 예견된 D의 부활

'요수도시(1987)', '마계도시 신주쿠(1988)', '바람의 이름은 아무네지아(1990)' 등에서 연달아 호흡을 맞추면서 기쿠치 히데유키와 카와지리 요시아키는 황금 콤비이자 절친한 친구로 발전하게 됩니다. 스승 린 타로에게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기법의 정수를 물려받은 일본의 탑 클래스 애니메이션 연출가 카와지리 감독과 이제는 일본 공포소설을 대표하는 기쿠치 히데유키의 조합은 하드고어 쟝르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며 그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만약, 뱀파이어 헌터 D가 좀 더 늦게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카와지리 감독의 작품으로 등장했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요. 이러한 의문의 답은 비로소 2000년에 들어서야 그 해답을 보여주게 됩니다.

'수병위인풍첩(1993)'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카와지리는 90년대 말부터 서서히 해외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선배격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데자키 오사무 감독(데자키 오사무 감독은 카와지리의 스승인 린 타로 감독과 함께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였지요. 무협소설로 치면 사숙이라 할 수 있겠군요.)도 해외진출을 했었으나, 그것이 북미에서의 러브콜이 아닌 잇단 흥행실패로 인한 도미였던 것에 비해 카와지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북미의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이었지요. 그리고,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의 감독으로 낙점되면서 그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뱀파이어 헌터 D인 것입니다. 북미에서 인기가 높았던 원작 소설과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아니메 감독의 만남, 거기에 원작자인 키쿠치와 절친한 친구라는 점에서 뱀파이어 헌터 D는 카와지리 감독의 북미권 데뷔로서는 더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로 인해 수천년간 인간과 뱀파이어의 경계에서 고독한 방랑을 해온 사나이가 마침내 15년만에 스크린으로 부활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2000, 이하 블러드러스트)'인 것입니다.

소설 뱀파이어 헌터 D의 세번째 에피소드 '妖殺行(Demon Deathchase)'를 영화화한 블러드러스트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했기에 보통의 아니메와는 달리 외국인 스탭들이 작품에 대거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그로 인해 성우 캐스팅에 애초부터 외국인이 기용되어 연기를 펼쳤다는 것이 이색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더빙판에 비해 성우들의 연기는 작품과 좋은 매치업을 보여줍니다. 이제까지의 영어 더빙판 아니메의 경우, 아무래도 성우들의 연기력이나 동화와의 동기화 부분에 있어서 원 성우에 비해서 그닥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는데요. 그에 비해서 이 작품에서의 성우들의 연기력은 합격점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일본어로 아니메를 계속 보아온 팬들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거슬리거나 위화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북미 아니메 팬들에게는 이때까지의 더빙판에 비해서는 확실히 좋은 느낌을 주었을 듯 합니다. 다만, 일부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대사에서도 읊조리는 듯한 톤으로 연기를 하여 왠지 답답한 느낌이 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수병위인풍첩부터 카와지리의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낸 미노와 유타카가 이번에는 카와지리식 스타일에 아마노 요시타카의 몽환적이면서도 탐미적인 D의 모습을 꽤나 훌륭하게 녹여낸 점은 이 작품의 백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인 마이어나 카밀라의 귀족스러움과 괴기스러움이 혼재된 모습, 마커스 형제의 개성 넘치는 모습이나 바르바로이 일족의 흉측한 모습 등은 제각각 멋진 개성을 뽐내고 있죠. 스파게티 웨스턴과 고딕 스타일, SF와 판타지를 오가는 기묘한 크로스오버적인 배경의 묘사, OVA에 비해 격상된 퀄리티와 이를 뒷받침하는 적절한 CG들, 그리고 이런 비쥬얼을 멋지게 살려주는 음악 등이 한데 어울린 블러드러스트는 하이 퀄리티의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 2001 FILMLINK International/HIDEYUKI KIKUCHI/ASAHI SONORAMA/VAMPIRE HUNTER D Production Commitee

그림 3.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스틸 컷.


3. 멋진 구성과 고급스러운 연출, 하지만 2% 부족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원작의 경우에는 마커스 형제에게 스토리의 중심이 가있는 상황에서 D가 해결사로서 역할을 하는 형태로 전개가 됩니다.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인 이번 편에서는 주인공 D가 조금 뒤로 물러가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극장판으로 이식되면서 스토리는 조금 수정이 가해지게 됩니다. 그 결과 D와 마커스 형제의 이야기가 비슷한 비중으로 맞춰지게 됩니다. 2시간 남짓한 이야기 길이 속에서 이 역할 분배는 나름 좋은 비율을 보여주는 듯 싶습니다. 역시 카와지리 감독이 톱 클래스의 연출가임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전까지의 매니아적인 작품 색체(폭력미학의 대가라는 별명답게)는 북미시장을 공략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서 좀 더 대중적인 모습을 취할 수 밖에 없었기에 순화된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많은 카와지리 감독의 팬들이 상당수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군요. 거기에 무언가 2% 부족한 액션 덕에 고급스럽고 멋진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조금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실 스토리의 전체적인 균형적인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심심한 뒷맛은 카밀라와 D가 맞대결을 펼치는 클라이막스 씬까지 주욱 이어지게 됩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작품 내 액션 씬의 비중이 적었다기 보다는 액션 자체, 특히 주인공인 D의 액션 장면이 동적인 부분보다는 정적인 씬에 대부분 머물러 있던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요. D의 부족한 액션을 마커스 형제가 나누어서 담당하다보니 스토리의 균형과는 별개로 D의 역할은 더 축소되어 보이고 결과적으로 액션이 필요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액션이 부족한 작품으로 인식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한정된 셀 안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특기로 삼았던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액션 연출이 근래의 다이나믹한 액션씬에 비해 역동적인 맛을 못살리면서 생기는 아쉬움은 아닌가 합니다. 리미티드 기법의 대가답게 카와지리 감독 또한 정지영상 컷의 감각적인 배치나 광원 연출, 배경의 활용 등을 통해 멋진 액션 장면을 구현해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고급스러운 연출 방식은 이 블러드러스트 내에서도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고 있구요. 하지만, 근래의 애니메이션 상당수가 상당히 역동적인 액션샷들을 구사하고 있기에 이러한 부분은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생각도 드는군요. 그래서인지 카와지리 감독의 신작 '하이랜더(2007)'의 경우는 블러드러스트보다 훨씬 역동적인 장면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비주얼과 이야기가 보여준 블러드러스트의 멋과 완성도는 인상적입니다. OVA의 경우 D의 진정한 활약은 클라이막스에서나 펼쳐지며, 그의 출생에 얽힌 비밀까지 살짝 드러나 드라마틱한 클라이막스를 보여줍니다. 블러드러스트 역시 카밀라와의 대결에서 D의 출생의 비밀이 살짝 선보이며 드라마틱한 결말로 향하게 되는데요. 마이어 백작과 샬롯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가 작품의 메인 테마이기에 이번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D가 주인공이 아닌 마이어와 샬롯이 주인공인 이야기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다만,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의 테마가 전반적으로 흡입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이는 소재 자체의 진부함도 있겠지만, 원체 스토리 자체가 애틋한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깊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군요.

ⓒ 2001 FILMLINK International/HIDEYUKI KIKUCHI/ASAHI SONORAMA/VAMPIRE HUNTER D Production Commitee

그림 4. 뱀파이어 헌터 D 스틸 컷.


4. 속편의 가능성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D가 TV 시리즈 형태의 장편으로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극장판으로서의 완성도는 물론 훌륭했지만, D의 출생의 비밀과 같은 부분이 좀 더 심도있게 다루어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단편으로는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 단편 에피소드 중의 하나로 이 블러드러스트가 아니메화되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현재까지도 계속적인 연재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D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원작 자체의 고딕스럽고 웨스턴스러운 독특한 느낌, 그리고 아마노가 창안해낸 몽환적인 캐릭터가 기실 아니메로 제작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작품일지도 모르겠군요. 카와지리 감독 정도의 느낌을 주지 못한다면 섣부른 아니메 프로젝트는 오히려 D의 이미지를 망칠 우려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때문에 더 이상 후속 논의가 없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팬으로서 언젠가 다시 등장할 D의 속편은 꽤나 기대되는 기다림이라 하겠습니다. 그동안 만들어진 두 편의 작품이 모두 조금씩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언젠가 등장할지 모르는 다음 속편은 부디 전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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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 강가 (1972), アストロガンガー / Astroganger


ⓒ KNACK

<정보>

◈ 원안: 스즈카와 테츠히사
◈ 감독: 니타 마사시
◈ 각본: 안도 토요히로, 타무라 타츠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타나카 에이지
◈ 미술감독: 무쿠오 다카무라
◈ 음악: 코모리 아키히로
◈ 주제가 歌: 미즈키 이치로
◈ 제작: Knack, 니혼 TV
◈ 저작권: ⓒ KNACK
◈ 방영일자: 1972.10.04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 전연령가(G)


<시놉시스>

플래스터 성인 침략으로 고향별이 멸망당하고 지구로 망명하게 된 마야는 호시 박사를 만나 플래스터의 위협을 알린다. 플래스터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마야가 고향별에서 가지고 온 벽돌 크기의 살아있는 금속을 인간 모양으로 조각하여 화산 속에 넣자, 화산의 용암 에너지를 먹은 금속이 의지를 가진 거대한 강철 거인으로 태어나게 된다. 강철 거인의 이름은 강가. 호시박사와 마야 사이에서 태어난 킨타로는 강가와 함께 플래스터의 침공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중대한 사명을 안게 되는데... ([2] 참조)


<소개>

72년 10월에 방영한 로봇물로, '철인 28호(1963)' 이후로 제작된 70년대의 최초 로봇 아니메. 강가는 거대로봇이지만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며 주인공과 함께 싸우는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단순한 로봇 이상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내게 된다. 생명체에 거의 가까운 형태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특촬물인 '울트라맨' 시리즈의 거대 히어로들과도 그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 강가는 아쉽게도 두달 뒤 도에이 동화가 새롭게 내세운 '마징가 Z(1972)'에 의해 뜨기도 전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게 된다. 당시로서는 혁신에 가까웠던 마징가 Z의 화려한 무기 시스템과 아수라 백작을 위시한 강렬한 캐릭터들의 파워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우직하게 완력으로 악당들과 싸우는 강가의 그것을 너무도 초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에서는 거의 레어급에 가까운 작품으로 전락해버렸지만, 라스트 씬에서 킨타로와 여자친구를 지구로 탈출시키며 장렬하게 전사하는 강가의 모습은 유년 시절의 어린이들에게는 꽤나 가슴 찡한 명장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짱가'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으며, 미즈키 이치로가 불렀던 장렬한 주제가는 번안(번안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는지 조금 애매한데, 정식 허가를 받고 번안했는지 잘 모르겠다.)되어 국내에서는 여타 인기 만화 주제가들과 함께 응원가로도 오랫동안 사랑받아 오기도 했다.

ⓒ KNACK



<참고 사이트>

[1] Astroganger (TV), Anime News Network
[2] 1972년 아스트로 강가 by 메비우스, 메비우스의 비밀창고
[3] 짱가 / 아스트로 강가 by 블루, 태권브이의 꿈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NACK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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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2007년 12월 28일, 엘로스의 네이버 블로그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에 작성된 리뷰 "큐티 하니 vs 큐티 하니 vs 큐티 하니"를 본 블로그로 옮긴 글입니다.


ⓒ LATERNA·TOEI Video·GAINAX·TOWANI


<정보>

◈ 원작: 나가이 고
◈ 감독: 사타라 히로시/카츠마타 토모하루 (큐티 하니, 973년 TV 시리즈), 나가오카 야스치카 (신 큐티 하니,1994년 OVA), 사사키 노리요 (큐티 하니 플래쉬, 1997년 TV 시리즈), 안노 히데아키 (Re:큐티 하니, 2004년 OVA)



<시놉시스>

시스터 질이 이끄는 정체불명의 조직 팬더 크로(원작명칭: 판사 크로), 그들이 노리는 것은 키사라기 박사가 발명한 공중원소 고정장치(‘Re:큐티하니’에서는 I 시스템)로, 엄청난 파워를 갖고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꿈의 장치이다. 키사라기 박사는 팬더 크로에 의해 죽기 전 공중원소 고정장치를 자신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소녀 키사라기 하니에게 장착을 시키고 숨을 거둔다. 

키사라기 박사의 원수를 갚고 팬더 크로의 야망을 분쇄하기 위해 키사라기 하니는 사랑의 전사 큐티 하니로 변신하는데... (‘신 큐티하니’는 원작의 내용과는 다른 내용으로 진행되며, 다른 리메이크 작들도 원작의 내용에 각색을 가하여 조금씩 내용상의 차이가 있음.)


1. 시대를 앞서간 나가이 고의 섹시 코드, 등장하다.

큐티하니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삼십여 년 전 작품으로, '마징가Z', '그렌다이저', '겟타로보'와 같은 70년대 수퍼로봇물의 아버지인 나가이 고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가이 고, 70년대 유소년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준 만화가는 전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일본 만화영화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지만, 원래 그의 작품은 유소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징가 Z와 같은 그의 인기작도 원작 자체는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잔혹하거나 성적인 코드들이 많이 등장하며(사실, 애니에서도 로봇의 입에서 피 같은 기름을 뿜어내거나 팔이 뜯겨지는 장면들은 대상이 인간이 아닐 뿐, 잔혹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데빌맨(1972)’이나 ‘바이올런스 잭(1988)’과 같은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영화들은 그야말로 잔인함과 선정적인 묘사의 극을 달리며, 그를 ‘하드고어 장르의 개척자’로 불리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게 해주고 있지요.

이번에 얘기할 작품 ‘큐티하니’는 3번의 리메이크, 1번의 실사영화화를 거쳐 일본에서 TV 드라마까지 방영되었으며, 주제가도 만화영화가 리메이크 될 때마다 리메이크 되더니 결국은 한국에서까지 가수 아유미 양이 리메이크 하는 등,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섹시 변신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원작 만화는 섹시코드가 도를 지나쳤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그의 표현방식만으로 그의 작품을 평가절하할 의도는 없으니 오해 마시길.)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이런 전설적인 큐티 하니의 최초부터 현재까지를 조금씩 살펴보면서, 나가이 고 선생이 창조한 섹시 변신물의 전설이 어떻게 변천이 되어 왔는지를 한 번 살펴보려 합니다.
 
그림 1. 좌측부터 '아바시리 일가', '파렴치 학원', '큐티 하니', '바이올런스 잭'의 코믹스 표지.


2. 성인들을 위한 변신소녀물? 70년대의 문제 소녀 큐티 하니

‘파렴치 학원(1968)’ 같은 작품(코믹스. 애니메이션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으로 사회적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마징가 Z (1972)’로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나가이 고의 변신소녀물 ‘큐티 하니’. 60~70년대의 변신소녀물이 ‘요술공주 샐리(1966)’ 시작으로 하여 액션성을 배제한 비폭력성과 소녀적 취향 및 감성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큐티 하니’는 최초로 변신소녀물에 액션장르를 결합한 작품입니다.(결국, 세일러 문의 할머니뻘 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큐티 하니는 꽤 기념비적이고 선구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만, 나가이 고의 작품세계는 그것을 한 차원 뛰어넘은 것이었으니, 바로 선정적인 장면이 방영된 최초의 TV 시리즈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성적인 표현수준이 매우 높은 일본이지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표현방식은 TV에서는 허용되기 힘든 시절이었고, 이때 등장한 나가이 고의 ‘큐티 하니’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장면, 즉 여성의 가슴을 노출하거나, 옷이 벗겨지면서 변신하는 센세이션 한 장면 등을 보여줌으로써, 일대의 혁명을 일으킨 것입니다.(덕분에 시청자의 항의로 조기 종영되었다는 군요. 그래도 25화나 방영했답니다, 볼 거 다보고 종영한 셈이군요.)

게다가 그 표현 수준은 TV 방영을 위해 원작인 코믹스(전 4화 발간)에 비해 파격적으로 낮춘 것이라니 원작의 포스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만, 반사회적이거나 세기말적 요소를 담고 있는 기존의 나가이 고의 작품에 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믹한 요소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벼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앞서간 작품 소재는 어지간한 명작 만화영화들도 두어 번 밖에 리메이크가 되지 않았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무려 5번이나 리메이크(영화, 드라마 포함) 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됩니다.(역시 선정성은 시대를 넘어서도 통용이 되는 것 일까요.)

ⓒ DYNAMIC Pro·TOEI Animation

그림 2. 73년작 큐티 하니 TV 시리즈의 장면. 70년대 TV 만화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다니...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


3. 소녀의 귀환, 글래머러스한 섹시미녀에서 꽃 같은 미소녀까지

수많은 화제를 뿌리고 전설의 작품이 되어버렸던 ‘큐티 하니’는 90년대 복고주의 열풍을 타고 다시 한 번 섹시한 바람을 몰고 옵니다. OVA로 재 제작된 94년작 ‘신 큐티하니’는 원작자 나가이 고가 캐릭터 원안에 참여하고 여전히 멋진(?) 변신장면을 앞세워 한껏 기대치를 올려주긴 했으나, 제작단계에서부터의 잘못된 기획으로 이야기 전개가 무너지면서 용두사미 격으로 끝나버리고 맙니다.(4화로 기획했으나 인기가 높자, 12화로 재기획했다가 판매율이 떨어지니 8화로 급히 마무리. 베스트 아니메 참조.)

스토리 라인은 지금까지 리메이크 된 작품 중에서는 가장 엉성합니다. 원작의 스토리가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로 진행하면서, 앞부분을 급격히 생략하고 갑자기 하니가 등장하여 원작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인물구도를 알지 못한 체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불편함을 주었고, 작화 퀄리티는 높아졌으나, 디자인(메카닉, 의상, 색감 등)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준 아쉬운 작품이었죠.(물론,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 평가하다 보니 지금의 관점이 선입견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 NAGAI GO/DYNAMIC Pro·TOEI Animation

그림 3. 94년작 '신: 큐티하니'의 오프닝 스틸컷. 개인적으로 네편의 큐티 하니 오프닝 중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오프닝.

그래도 희대의 변신씬이나 나가이 고 다운 장면들, 로켓펀치를 발사하는 응큼한 할아버지(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군요.)이나 데빌맨과 닮은 조연급 캐릭터의 등장은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킬 만 했습니다. ‘복고주의의 조류 속에 원작의 포스를 등에 업고 재미 좀 보려 했던 작품’이라면 너무 혹독한 표현일까요. 오히려 전 원작의 흥행 포인트 중 하나인 선정적인 요소를 과감히 제거하고, 기존의 미소녀 변신물의 공식을 그대로 적용한 97년작 TV 시리즈 ‘큐티 하니 플래쉬’를 OVA보다는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물론, 제가 좋아라하며 본 것은 OVA 였습니다만, 쿨럭.)

물론, ‘왕자스러운 꽃미남 캐릭터와 그를 사모하는 여주인공’은 이미 너무 많이들 사용한 설정인데다가 90년대의 빅히트작 '세일러 문' 시리즈의 아류라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 등 그 발상은 참신하지 못했지만, 나가이 고 원작의 특징이었던 괴기스러운 캐릭터와 흥행 포인트였던 선정적인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주인공인 큐티 하니만을 가져와 변신소녀물의 원래 시청층이었던 소녀들의 취향에 맞는 마법소녀 스타일로 각색하여 나름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변신소녀물의 새장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못하고 결국은 아류작의 스타일로 재기하는 비운의 복귀. ‘큐티 하니’의 리메이크는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 했습니다.

ⓒ DYNAMIC Pro·IISAKA YUKAKO·TOEI Animation

그림 4. 97년작 '큐티 하니 플래쉬'의 오프닝 스틸컷. 소녀물로의 전환을 짐작할 수 있다.


4. 소녀, 패러디의 귀재 안노 히데아키와 조우하다.

‘왕년의 섹시 여가수가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복귀를 시도했으나, 복귀앨범은 볼거리만 신경을 쓴 나머지 잠깐 반짝하다가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재차 내놓은 앨범은 흥행을 고려한 나머지 그녀만의 색깔을 잃고 말았죠. 그렇게 첫 번째 복귀에서 쓴 잔을 마셨던 그녀, 이번에는 흥행의 귀재라는 모 프로듀서와 함께 다시 전성기의 그녀를 연상시키는 듯한 섹시함과 함께 나이를 잊은 듯한 발랄함으로 돌아옵니다. (중략)’

큐티 하니와 안노 히데아키 감독과의 만남을 ‘전설적인 섹시가수의 복귀 스토리’라는 소재로 바꿔서 기사를 쓴다면, 이런 전개가 될까요.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감성을 가진 안노 감독은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하니의 매력을 남김없이 모두 발산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발랄하고 정열적인 소녀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게 됩니다.

가이낙스만의 화려하고 현란한 비주얼은 특히나 ‘Re: 큐티 하니(2004)’에서는 원색적인 색감과 극단적인 만화적 연출력까지 곁들여져, 혹자가 말하듯 키치적인 요소를 화면 가득 페로몬처럼 뿌리고 다닙니다. 게다가, 나가이 고만의 괴기스러운 캐릭터는 이러한 키치적인 요소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찰떡 궁합을 선보였던 것이죠. 70년대의 문제작을 90년대의 문제아 감독이 복귀작으로 골라 21세기에 연출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을까요. 오타쿠의 정점에 올라 오타쿠의 문화를 정면으로 부정했던 안노 감독의 복귀작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오타쿠적인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나 ‘톱을 노려라, 건 버스터’ 등에서 익히 보여준 그의 절묘한 패러디 연출력은 아예 리메이크 임을 대놓고 표명한 이 작품에서는 마치 물을 만난 고기 마냥 생동감 넘치는 꿈틀거림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안노 감독의 힘으로 인해 그녀는 30여 년이 지나 다시금 화려한 부활의 서곡을 알리게 됩니다.
 

ⓒ LATERNA·TOEI Video·GAINAX·TOWANI

그림 5. 2004년작 'Re:큐티 하니'의 오프닝 컷. 복고와 미국식 코믹스, 그리고 가이낙스 스타일의 집대성. 과장과 함축이라는 만화적 표현이 잘 살아 있는 스피디하고 경쾌한 오프닝.


5. 실사영화를 거쳐 TV 드라마까지... 그녀는 계속 변신한다.

하니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욕심 많은 안노감독은 그녀를 실사영화에까지 등장시키게 되죠. 그라비아 모델 출신의 사토 에리코를 주연으로 기용한 실사판 ‘큐티 하니’를 애니메이션과 함께 동시 제작하는 괴력을 보여준 안노 감독, 게다가 90년대 작품에서는 그저 그렇게 리메이크 되었던 주제가 ‘큐티 하니’ 역시 일본의 대표 섹시 여가수 ‘코다 쿠미’에 의해 멋지게 재탄생 하게 됩니다.(코다 쿠미의 리메이크 곡은 실사판과 애니메이션에 모두 사용됩니다.)

실사판에 대한 평가는 제가 앞머리 5분만 본 다음 후다닥 꺼버린 관계로 본문에서는 평을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만, 극도의 키치적인 설정이 실사판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유치한 아동용 특촬물을 보는 듯한, 어떤 면에서는 괴작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주인공의 속옷씬이 자주 나오니 아동용은 물론 아니겠지만.) 마찬가지로 키치적인 느낌이 강렬했던 할리우드 영화 ‘오스틴 파워’ 시리즈와 비교해도 좋을 듯 하구요.

☞ 큐티 하니 실사판 리뷰: 괴작열전 No.55 큐티 하니 by 페니웨이, 페니웨이(TM)의 In This Film

그녀의 복귀는 이 정도로만 끝나지 않고 TV 드라마로까지 부활하며, 새로운 ‘큐티 하니’의 전성시대를 예고합니다. 이 기세라면 헐리우드의 러브 콜도 한 번 기대해봄직 하군요.(‘드래곤 볼’까지 실사영화로 리메이크되는 이 마당에 ‘큐티 하니’는 꽤나 구미가 당기는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만.)

물론, 그녀의 계속적인 등장이 반드시 좋은 모습만을 보여 준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녀는 분명 좋은 의미보다는 안 좋은 의미에서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캐릭터임은 분명하니까요. 그러나, 그녀가 30여 년 동안 등장한 오프닝에서 항상 읊어대던 그 대사 ‘かわるわよ(카와루와요: 바뀔 거예요)’처럼 앞으로도 계속 변신하는 그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임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 GAINAX·WoWow (좌) / ⓒ NAGAI GO·ブロ―ドマ―クス·デイ―ブサイド·ハニ―製作委員會 (우)

그림 6. 큐티 하니 실사판(좌) 과 큐티 하니 드라마 DVD 커버(우)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모아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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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트리톤 (1972), 海のトリトン / Triton of the Sea

ⓒ 手塚プロ/東北新社


<정보>

◈ 원작: 테즈카 오사무
◈ 감독/콘티/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야스오카 세이지, 츠지 마사키 外
◈ 연출: 카와고에 준, 야스다 켄지 外
◈ 작화: 요네카와 코신 外
◈ 미술: 이토 카즈에, 마키노 미츠나리
◈ 음악: 우라카미 야스오
◈ 제작: 아사히 방송, 애니메이션・스태프룸
◈ 저작권: ⓒ 手塚プロ/東北新社
◈ 일자: 1972.04.01~1972.09.30
◈ 장르: 모험,판타지
◈ 구분/등급: TVA(27화) / 초등생이상 관람가(PG)


<줄거리>

포세이돈족에게 멸망당한 아틀란티스 트리톤 일족의 마지막 생존자 트리톤. 인간의 손에 자라온 트리톤이 돌고래 루카를 통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포세이돈족과의 싸움을 위해 다시금 바다로 돌아가 벌이는 모험 이야기.


<소개>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만화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첫 감독 데뷔작이 되었다. '사파이어 왕자', '철완 아톰' 등에서 연출 수업을 쌓아오던 토미노 요시유키의 첫 감독 데뷔작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색체를 보여준 그의 색다른 연출 스타일로 인해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이라기보다는 토미노 감독의 작품으로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다. 이것은 원작 만화의 인기가 데즈카 오사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크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드라마틱하면서도 비극적인 전개와 결말을 그려내는 토미노 감독만의 연출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 당시의 소년 만화로서는 꽤 독특한 맛을 주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화 스타일 역시 이전까지의 데즈카 오사무 원작 만화영화들이 데즈카 오사무의 캐릭터를 유지해오던 것과는 달리 새롭게 재해석된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토미노 감독의 데뷔에 있어서 데즈카 오사무의 잔영을 좀 더 흐릿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 듯도 싶다. 아시다시피 토미노 요시유키는 데즈카 오사무 밑에서 아니메 수업을 쌓아왔기에 이 작품을 통해 비로서 스승의 그늘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TV 방영이 종료된지 7년 후, 총집편 형태의 극장판으로 79년 1부와 2부가 개봉되었다.

<참고 사이트>

[1] 海のトリトン, Wikipedia Japan
[2] 海のトリトン, Tezuka Osamu Official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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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의 기사 (1967), リボンの 騎士, Princess Knight

ⓒ手塚プロダクション・虫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총감독: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 수석감독: 아카하리 칸지(赤堀幹治), 카츠이 사카오(勝井千賀雄)
◈ 각본: 츠지 마사키(辻真先),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外
◈ 연출: 테즈카 오사무, 오쿠다 세이지(奥田誠治),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外
◈ 작화감독: 나카무라 카즈코(中村和子), 미야모토 사다오(宮本貞雄)
◈ 미술감독: 니시다 미노루(西田稔), 아베 코우지(あべこうじ)
◈ 음악/노래: 토미다 이사오(冨田勲)
◈ 기획/제작: 와타나베 타다오(渡辺忠美), 히로카와 카즈유키(広川和行)
◈ 제작사: 무시 프로덕션, 후지 TV
◈ 저작권: ⓒ手塚プロダクション・虫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67.04.02 ~ 1968.04.07
◈ 장르: 모험, 순정, 판타지
◈ 구분/등급: TVA(52화) / 초등생관람가 (PG)


<줄거리>

천사 틴크의 실수로 인해 왕자로 태어나야 할 아기가 공주로 태어난다, 그녀의 이름은 사파이어. 왕위계승권을 노리는 외척들 속에서 그녀가 살아남을 길은 오직 왕자로서 행세하는 것. 선머슴 같이 자란 사파이어 왕자, 아니 공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항상 꿈꾸고 있는데...


<소개>

1953년부터 강담사의 소녀잡지 '소녀클럽'을 통해 연재된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TV 시리즈로 제작한 작품. 초창기 컬러 만화영화로서, 일본 순정만화의 효시라고 불리고 있다. 테즈카 오사무 특유의 캐릭터와 코믹스러움, 그리고 만화적 연출을 통해 슬픈 운명을 지닌 공주의 숙명을 멋지게 그려낸 전설적인 고전. 1966년 11월에 파일럿 버전으로 방영한 후, 이듬해 4월에 정식 TV 시리즈로 후지 TV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보총(다카라즈카)가극단의 남장 여자 연기에 큰 인상을 받은 테즈카 오사무는 남장 여자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구상하게 되는데 이것이 리본의 기사가 탄생하게 된 단초가 된다. 천사에게서 파란색 하트를 먹은 아기는 씩씩한 남자아이로, 빨간색 하트를 먹은 아기는 얌전한 여자아이로 태어난다는 설정은 당시의 전형적인 남녀관을 상징하는 보수적인 설정이기도 하지만, 이 두가지 성격을 모두 가진 사파이어라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보수적인 세계관이 지배하고 있던 5~60년대 일본 사회에서는 상당히 여성의 개성을 중요시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개는 이후의 순정만화적인 세계관에서도 오랫동안 통하게 되는 무척 앞서나간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사파이어 공주가 가면을 쓰고 못된 귀족들을 혼내주는 부분에서는 삼총사나 조로에서 볼 수 있는 모험활극의 성격이 강조되며, 프란츠 왕자와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는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실로 다양한 매력이 작품 속에서 공존하는 셈인데, TV 시리즈에 이르러서는 독자적인 에피소드가 추가되면서 좀 더 스케일이 큰 대하 드라마적인 전개로 변하기도 한다.

코믹스는 53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소녀클럽 버전 외에도 강담사의 월간 순정만화 잡지인 '나카요시'에서 연재된 나카요시 판, 역시 강담사의 만화잡지 '소녀 프렌드'를 통해서 연재된 버전이 각각 존재하고 있다. 속편인 '쌍둥이의 기사'도 연재되었는데, 이는 사파이어 왕비의 아들과 딸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코믹스와 애니메이션 외에도 연극과 뮤지컬로도 연출되었으며, 2008년에는 타카하시 나츠코·하나모리 핑크가 리메이크한 '사파이어 리본의 기사'가 나카요시를 통해 연재되기도 했다. 사파이어 리본의 기사는 변신 히로인이라는 컨셉을 사파이어 왕자에 도입한 작품으로 캐릭터 디자인 등 많은 부분에서 원작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참고 사이트>

[1] リボンの騎士, Wikipedia Japan
[2] リボンの騎士 (1967), allcinema.net
[3] Princess Knight, Wikipedia
[4] Princess Knight(TV), Anime News Network
[5] 리본의 기사, 나무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手塚プロダクション・虫プロダクション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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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 (1963), 鉄人28号 / Gigantor

ⓒ 横山光輝 &middot; エイケン


<정보>

◈ 원작: 요코야마 미츠테루(横山 光照)
◈ 연출: 오니시 키요시, 야마모토 이사오, 카와구치 이사오, 와타나베 요네히코 外
◈ 각본: 아시에 그룹
◈ 작화: 코무로 츠네오, 와카바야시 타다오 外
◈ 미술: 호시 슌로쿠
◈ 음악/노래: 미키 토리로, 고시베 노부요시, 아라시노 히데오 / 듀크 에이세스
◈ 제작사: 에이켄, 후지 TV
◈ 저작권: ⓒ 横山光輝 · エイケン
◈ 일자: 1963.10.20~1965.11.24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97화) / 초등생 관람가(PG)


<줄거리>

태평양 전쟁 말기, 전황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극비리에 철인병기 계획을 세우게 된다. 수많은 실패를 거쳐 28번째의 철인이 완성단계에 들어선 즈음, 원폭의 투하로 일본은 패망하고 철인병기 계획과 그 완성품인 철인 28호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체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게 된다.

그로부터 십여년 뒤, 전후의 상처가 겨우 아문 일본. 철인병기 계획의 생존자이자 철인 28호를 개발한 시키시마 박사는 사라져버린 철인의 존재를 계속 찾고 있는 중이었다. 이 일에는 그가 친아들처럼 아끼는 소년 탐정 가네다 쇼타로도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철인의 존재가 시키시마 박사와 쇼타로 말고도 국제 스파이들과 범죄조직에게까지 알려지며, 철인을 탈취하기 위한 이들의 경쟁이 시작되는데...


<소개>

1956년 월간 '소년'에 연재되었던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1963)'보다 약 10개월 정도 늦은 10월 20일에 방영을 시작함으로써 일본 만화영화의 두번째 TV 시리즈 만화영화가 되었다. 또한, 일본 만화영화에 거대로봇이라는 소재를 처음 등장시킨 작품으로서, 아톰과 함께 일본 만화와 만화영화를 대표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월간 소년에 연재 중이던 1959년에 라디오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코믹스로서는 최초로 미디어로 등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60년에는 TV 드라마로 만들어지기까지 하였으니 당시 철인 28호의 인기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후로 TV 시리즈와 극장판 만화영화, 실사영화를 거쳐 3D CG 영화로까지 제작예정에 있고, 2009년에는 코베시의 와카마츠 공원에 1:1 실제모형(높이 15.6m)까지 세워지는 등, 반세기가 넘도록 변치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철인 28호는 요코야마 미츠테루 자신에게 있어서도 인기 만화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다. 애초에 소년 탐정물로 방향을 잡았던 이 작품은 원격조종기에 의해 조종되며, 조종하는 사람에 따라 선하게 사용될 수도 있고, 악용될 수도 있다는 로봇의 한계성을 부여하여, 정의의 사도로만 싸우는 후대의 슈퍼로봇물에 비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사이버펑크적인 컨셉을 보여주었다. 소년만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펼쳐지는 긴박한 전개와 서스펜스 구조는 왜 그가 전설적인 만화가로 현재까지도 추앙을 받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시대배경은 1955년으로 실제 연재되던 시대와 동일한 시간대이며, 철인 28호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군이 불리한 전황을 만회하기 위해 개발했던 비밀병기로서, 패전과 함께 그 존재가 잊혀졌다가 주인공인 소년탐정 가네다 쇼타로가 우연치 않게 철인을 손에 넣어 활약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얼개이다. SF 만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동시대에 진행되는 현실적인 설정 또한 눈에 띈다. 연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2차 대전중 개발되었던 일본의 비밀병기인 철인은 단역으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던 이 거대한 로봇이 독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게 되고, 이로 인해 철인 28호는 시리즈의 주축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전개는 단역으로 등장했다가 독자들의 인기를 얻어 주인공으로 재탄생하게 된 아톰의 탄생과 동일한 상황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시대를 넘어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는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63년에는 30화와 31화를 묶어 도에이 만화축제를 통해 극장에 상영되기도 하였다. 철완 아톰을 영어버전으로 제작한 경험이 있는 미국의 프로듀서 프레드 래드에 의해 52화만 골라 'Gigantor'라는 제목으로 뉴욕 WPIX TV에서 방영되면서 일본산 만화영화의 해외수출의 물고를 트기도 했다. 그러나 원작 코믹스는 소재고갈이라는 요코야마의 이유로 인해 같은 해인 1966년에 연재가 종료되고 만다. 테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과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사이보그 009, 그리고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철인 28호와 요술공주 샐리 등은 일본 오리지널 만화영화의 장르를 개척해낸 전설적인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평가받고 있다.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 (1980)

ⓒ 光プロダクション・TMS


<정보>

◈ 감독: 이마자와 테츠오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아라키 요시히사, 사쿠라이 마사아키 外
◈ 콘티: 사다미츠 신야, 야마자키 카즈오 外
◈ 작화감독: 스즈키 킨이치로
◈ 메카닉디자인: 마에다 미노루
◈ 작화: 모토하시 히데유키, 카메가키 하지메, 야마시타 마사히토 外
◈ 미술감독: 이시가키 츠토무
◈ 음악/노래: 시미즈 야스아키 / 기믹
◈ 제작사: 도쿄무비 신사, NTV
◈ 저작권: ⓒ 光プロダクション・TMS
◈ 일자: 1980.10.03~1981.09.25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무려 17년 뒤에 제작된 철인 28호의 두번째 TV 시리즈. 한동안 잊혀졌던 철인 28호는 78년 라디오 드라마로 다시 부활하여 관심을 받게 된 후 1980년에 다시금 TV 시리즈로 제작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원작 리메이크는 '제트 마스(1977)'를 거쳐 2기 시리즈로 제작된 '철완 아톰(1981)'과 유사한 형태의 부활인 셈이다. 리메이크 된 철인 28호는 원작 시리즈와는 그 방향성을 달리 했는데, 우선 탐정물과 로봇물을 크로스오버시켰던 원작과는 달리 온전히 슈퍼로봇물의 공식을 적용한 작품으로 새롭게 해석되었고, 디자인 역시 과거의 뚱뚱한 체형에서 벗어나 슈퍼로봇스러운 늘씬한 외형으로 변모하게 된다.

당시의 현란한 변신합체 로봇에 비하면 철인 28호는 별다른 기믹이 탑재되지 않은 밋밋한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사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인상으로 인해 다른 로봇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매력을 보여주었으며, 철인 28호의 라이벌이자 동료인 블랙 옥스 역시 본작에서는 유려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닌 조형미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칠흑의 몸체에서 풍기는 강렬한 이미지는 철인 28호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어 이후의 시리즈에서 계속적인 라이벌 형태로 등장하게 되며, 철인 28호 뿐만 아니라 '패트레이버'의 그리폰과 같이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라이벌 기체의 대명사로 자리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원작 시리즈보다 더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프라모델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각 관절부가 모두 가동되는 구조, 가슴 부위 등에 구현된 내부 메카닉 디테일 등, 높은 완성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초전동로보 철인 28호 FX (1992)

ⓒ 光プロダクション・TMS


<정보>

◈ 감독: 이마자와 테츠오
◈ 각본: 소노다 히데키, 츠기무라 료우에, 시모 후미히코 外
◈ 콘티/연출: 이마자와 테츠오, 아오야마 히로시, 모토나가 케이타로, 나가오카 야스치카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모토하시 히데유키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創一機, 무라타 고로 / 카메가키 하지메, 와타나베 케이스케
◈ 미술감독: 光元博行
◈ 음악/노래: 콘도 히로아키 / 나가사와 히로
◈ 제작사: ASATSU, 도쿄무비 신사, NTV
◈ 저작권: ⓒ 光プロダクション・TMS
◈ 일자: 1992.04.05~1993.03.30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47화)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TV 시리즈 1편의 시퀄 형태로 기획된 작품. 80년대의 TV 시리즈가 원작의 이야기와는 별도의 창작물이었다면, 이 시리즈는 원작의 주인공 가네다 쇼타로가 중년의 탐정으로 설정되고, 그의 아들인 가네다 마사토를 주인공으로 삼아 새로운 철인 28호를 등장시키고 있다. (원작의 철인 28호도 작품에 등장해주고 있다.) 90년대의 로봇 컨셉을 적극 수용하여 원작과는 다른 현란한 이미지의 철인 28호가 디자인되었는데, 이 이질적인 디자인 컨셉은 원작 팬들로부터는 외면을 받았으나 정작 당시의 시청층인 아이들로부터는 좋은 반응을 얻어 완구는 출시 1개월 만에 7만4천대를 판매하며 대히트하게 된다. 라이벌 로봇인 블랙옥스 역시 리디자인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철인 28호 (2004)

ⓒ 光プロダクション・敷島重工

<정보>

◈ 감독/시리즈 구성: 이마가와 야스히로
◈ 각본: 이마가와 야스히로, 야마구치 료타, 기타지마 히로아키 外
◈ 캐릭터 디자인: 나카무라 타카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음악/노래: 센쥬 아키라 / 롯뽄기 남성합창단
◈ 제작사: 바룸 스튜디오, GENCO, 갠지즈, 시키지마 중공업
◈ 저작권: ⓒ 光プロダクション・敷島重工
◈ 일자: 2004.04.07~2004.09.29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26화)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재해석의 달인', '폭주하는 열혈의 대가' 이마가와 야스히로가 맡은 철인 28호는 속편이나 스핀오프가 아닌 완벽한 원작의 리메이크 재해석 작품이다. TV 시리즈 1기부터 계속되어온 철인 28호의 영상물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을 주지 않았던 원작자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만약 이 작품을 평했으면 어땠을까 궁금했지만 1화가 방영되고 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자택에서 화재에 의한 화상으로 유명을 달리함으로써 그의 생각을 듣는 것은 결국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말았다.

원작자의 비극적인 죽음과 함께한 이번 작품은 그동안 로봇 철인 28호에 주안점을 두었던 과거의 작품들과는 달리 태평양 전쟁 당시에 극비리에 개발된 전쟁의 잔재 로봇 철인 28호와, 전쟁이라는 참상을 겪지 않은 소년 가네다 쇼타로의 만남이라는 다소 드라마틱한 주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작품이다. 방영 당시 철인 28호의 액션 비중이 너무 적다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있었으나, 제작비 감소를 목적으로 편당 300컷, 매수 3,000매 이내로 작품을 제작하라는 스폰서측의 요구에 의해 부득이하게 로봇 액션장면의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자이언트 로보(1992)'를 통해 요코야마의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재해석한 이마가와에게 만약 충분한 제작비가 주어졌다면, 보다 더 멋진 작품이 될 수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러한 상상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철인 28호를 용광로에 녹여버리는 결말로 해달라는 유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최종화에서 철인 28호는 용광로 속에 들어가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고 마는데, 제국주의의 잔재였던 철인 28호가 소년에 의해 세계평화를 위해 사용되다가 용광로 속에 흔적도 없이 들어가는 결말은 일제 치하에 놓여있던 동아시아의 아니메 팬들에게는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나게 해준다.


철인 28호 실사판 (2005)

ⓒ NIKKATSU Corporation

<정보>

◈ 감독: 토가시 신
◈ 각본: 사이토 히로시, 야마다 코타
◈ 촬영감독: 야먀모토 히데오
◈ 음악: 센쥬 아키라
◈ 캐스트: 이케마츠 소스케, 아오이 유우, 야케시마루 히로코 外
◈ 제작사/배급: T-28 프로젝트 / 쇼치쿠
◈ 저작권: ⓒ NIKKATSU Corporation
◈ 일자: 2005.03.19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철인 28호의 최초 오리지널 극장영화. 철인 28호는 만화영화가 아닌 실사영화로 먼저 극장을 밟은 셈이다. 64년도에 극장판이 방영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는 오리지널 극장판이 아닌, TV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합쳐서 방영한 것이기에 정식 극장판은 이 실사영화가 최초라고 해야겠다. 철인 28호와 블랙 옥스만을 CG로 구성하고, 주인공인 쇼타로의 성장이야기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보니 로봇은 그저 들러리일 뿐 일반적인 성장 드라마의 형태를 띈 다소 기묘한 모습이 되었다. 이것은 제작비 부족으로 제대로 된 액션활극을 보여주지 못한 2004년의 TV 아니메와 뭔가 비슷한 상황에서 제작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CG로 로봇을 처리한 이상 제대로 된 액션활극을 보여주려면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던 셈이다. 게다가 스크린에 구현된 CG 역시 기대에 못미치는 완성도로 극장을 찾은 팬들을 실망시키게 된다.


철인 28호, 백주의 잔월 (2007)

ⓒ 光プロ/鉄人計画2007

<정보>

◈ 감독/각본/콘티: 이마가와 야스히로
◈ 캐릭터 디자인: 나카무라 타카시, 이시카와 신고
◈ 작화감독: 사쿠라이 쿠니히코, 이시카와 신고
◈ 미술감독: 마츠모토 히로키
◈ 음악/노래: 센쥬 아키라 / 롯뽄기 남성합창단
◈ 제작사: 바룸 스튜디오, GENCO, 갠지즈
◈ 저작권: ⓒ 光プロ/鉄人計画2007
◈ 일자: 2007.03.31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이마가와 야스히로의 또다른 철인 28호 리메이크 작. 이마가와 감독의 첫번째 극장 영화로 2005년 개봉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된 이후 2007년에야 단관 개봉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자이언트 로보(1992)'의 제작지연, '진 겟타로보 - 지구 최후의 날(1998)'의 중도 강판, '철인 28호(2004)'의 제작비 삭감 등 이마가와의 연출 히스토리는 대체적으로 평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른 감독들도 이 같은 경험을 자주 겪긴 하지만, 이마가와 감독은 유독 연출한 작품들 중 난항을 겪는 작품의 비중이 높은 듯한 느낌이 든다.)

태평양 전쟁시절 가네다 박사의 양자로 철인 28호의 원래 조종사로 길러졌던 쇼타로가 행방불명되고, 가네다 박사의 친아들인 가네다 쇼타로가 태어나 철인 28호의 주인이 된 뒤, 10년만에 다시 양자였던 쇼타로가 돌아온다는 극적인 설정은 작품이 단순한 액션활극이 아니라 복잡한 인과관계를 내포한 작품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마가와의 로봇물은 대게 복잡한 은원관계와 인과관계를 숨겨놓은체 폭주하는 열혈과 감성으로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장기인데, 이 작품도 그러한 패턴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불편한 과거를 받아들여 진정한 미래로 향하자는 형태의 주제의식은 TV 시리즈와 비슷하되 보다 더 긍정적인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다만,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같은 일본 사회나 정치권의 액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주제의식을 이야기하다보니 한국이나 중국의 만화영화 팬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심경을 줄 여지가 있다고 해야겠다. 거기에 TV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도입부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 로봇이 등장하는 의미가 자체가 오히려 무색해진 드라마적인 작품이 되어버렸다.

코베시의 와카마츠 공원에 세워진 높이 15.6m의 철인 28호 실제모형.



<참고 사이트>

[1] 鉄人28号 (テレビアニメ第1作), Wikipedia Japan
[2] 太陽の使者 鉄人28号, Wikipedia Japan
[3] 超電動ロボ 鉄人28号FX, Wikipedia Japan
[4] 鉄人28号 (2004年版アニメ), Wikipedia Japan
[5] 鉄人28号 (映画), Wikipedia Japan
[6] 鉄人28号 白昼の残月,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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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완아톰 (1963), 鉄腕 アトム / Astroboy

ⓒ手塚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총감독: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 주요 애니메이터: 사카모토 유사쿠(坂本雄作), 스기이 기사부로(杉井儀三郎), 야마모토 시게루(山本繁), 린타로(林重行) 외
◈ 작화감독: 우치노 스미오(内野純緒)
◈ 문예: 이시즈 아라시(石津嵐)
◈ 미술: 마츠모토 고(松本強), 야무라 히로야(八村博也) 외
◈ 진행: 카와하타 에이이치(川畑栄一),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외
◈ 음악: 타카이 타츠오(高井達雄)
◈ 제작사: 무시 프로덕션
◈ 저작권: ⓒ手塚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63.01.01~1966.12.31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193화) / 초등생 관람가(PG)


<줄거리>

영혼과 감정을 가진 로봇의 개발... 텐마 박사는 이 꿈의 로봇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그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 로봇의 개발에만 몰두하던 그에게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그의 어린 아들 토비오가 교통사고로 숨지고 만 것이다. 실의에 빠진 텐마 박사는 로봇 개발에 온 힘을 기울여 마침내 토비오를 대신할 수 있는 순수한 아이의 마음과 감정을 가진 로봇의 개발에 성공하고 죽은 아들의 이름을 따서 로봇의 이름을 토비오라 짓게 된다. 그러나, 아들과 닮았지만 아들과는 다른, 그리고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하는 토비오를 닮은 로봇은 결국 텐마 박사의 버림을 받고 외톨이가 되고 마는데...


<소개>

일본 만화의 신 테즈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아니메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마스코트.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야기는 카를로 로렌치니의 명작동화이자, 디즈니의 1940년 작 '피노키오의 모험'에 모티브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겉모습에서는 월트 디즈니의 간판 캐릭터이자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미키 마우스에 영감(검고 뾰족한 머리 형태나 M자형의 이마, 그리고 아래 위로 긴 타원형의 눈)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일본 만화영화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도에이 동화와 테즈카 오사무 양쪽 모두 초기에는 디즈니 영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하지만, 최초의 아톰 이야기는 피노키오의 모험이나 미키마우스가 아닌, 핵실험을 보고 떠올린 아톰이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이를 평화적 과학기술로 응용하는 이야기를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그려진 테즈카 오사무의 1950년 코믹스 '아톰 대사'가 모티브라 할 수 있다([4] 참조). 코믹스의 인기는 그다지 없었지만, 이 코믹스의 조연 캐릭터인 아톰을 주연으로 한 52년작 '철완 아톰'이 코믹스로 공개되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비로소 아톰의 전설에 불이 켜지게 되는 것이다. (미키마우스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은 아톰 대사 연재 당시부터 어느 정도 적용이 되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이 작품은 스스로 제작사 무시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소수의 인재들을 모아 만화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은 테즈카 오사무의 첫 작품이자 첫 TV 시리즈 장편 만화영화로서, 당시까지만 해도 디즈니식의 풀 애니메이션(초당 24프레임) 기법을 고수하던 일본 만화영화의 방식을 벗어나 편당 동화매수를 대폭적으로 줄이는 대신 움직임을 보조하기 위한 독특한 연출 기법을 사용하는 독창적인 제작방식인 '리미티드 기법'을 최초로 적용한 작품이다. 리미티드 기법으로 인해 제작비를 기존의 풀 애니메이션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영세 제작 스튜디오의 한계를 극복하고 193화라는 엄청난 분량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리미티드 기법은 일본을 지금의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올려놓은 대표적인 제작기법인 동시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환경을 영세화한 주원인으로 손꼽히며, 테즈카 오사무의 후대 평가를 엇갈리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추후에 하기로 하자.)

한편, 이 작품을 통해 후대 일본 아니메를 책임지는 불세출의 인재들이 귀중한 경험을 쌓게 되는데, 먼저 스기이 기사부로, 린타로, 데자키 오사무, 토미노 요시유키 등 테즈카 오사무의 직계 제자들이 모두 각본과 연출 부분에 투입되어 후일 명감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경험을 쌓게 된다. 첫 방영시 시청률은 27.4%에 이르렀으며, 최고 시청률이 40%를 넘어서는 등 당시 아톰의 인기는 센세이션에 가까웠다 하겠다. 물론, 당시에 아톰과 경쟁할 TV 만화영화 자체가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 놀라운 시청률은 분명 아톰이 그저그런 만화영화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작품 내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소년 로봇이라는 이야기 구조가 아동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싸이버펑크적인 가치관을 품고 있으며, 10만 마력의 힘과 갖가지 비밀무기를 내장한 아톰이 적들과 맞서 벌이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는 이제껏 보아왔던 명작동화 스타일의 만화영화와는 사뭇 다른 전개라 하겠다. 시범적으로 선보인 리미티드 기법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화의 완성도도 당시로서는 준수하지 않았나 싶다.

철완 아톰은 당시 일본 만화영화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으며, 풀 애니메이션을 지향하던 도에이 동화 역시 66년 사이보그 009를 기점으로 리미티드 기법으로 제작방식을 전환하기 시작하게 된다. 원 시리즈는 64년에 TV 시리즈 에피소드 일부를 편집한 극장용 만화영화로도 제작 개봉하였다.


제타 마스(1977), ジェッターマルス / Jetter Mars

ⓒ手塚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 감독: 린타로(林重行)
◈ 시리즈 구성: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 각본: 쓰지 마사키(辻真先), 유키무로 슌이치(雪室俊一) 외
◈ 캐릭터 디자인: 스기노 아키오(杉野昭夫)
◈ 작화감독: 스기노 아키오(杉野昭夫), 아시다 토요오(芦田豊雄) 외
◈ 음악: 고시베 노부요시(越部信義)
◈ 제작: 도에이 동화, 매드하우스
◈ 저작권: ⓒ手塚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77.02.03~1977.09.15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27화)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73년 11월 무시 프로덕션의 도산 이후. 한동안 칩거(?)에 들어간 테즈카 오사무와 함께 데즈카 오사무 원작의 작품들도 한동안 아니메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 시기에는 나가이 고가 '마징가 Z 시리즈'로 만화영화계에 슈퍼로봇 열풍을 몰고 왔고, 타츠노코 프로가 '과학닌자대 갓챠맨 시리즈'와 '타임보칸 시리즈'등으로 히어로 액션물의 돌풍을 일으켰으며,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우주전함 야마토'에 이르러서는 성인층도 즐길 수 있는 컨텐츠로 아니메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타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를 필두로 한 닛폰 애니메이션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일본의 안방을 울렸으며, 나가하마 타다오의 '낭만로봇 트릴로지'는 로봇 아니메에 드라마틱한 설정을 부여하며, 70년대 후반의 로봇 아니메 전성기를 열게 된다. 한마디로 테즈카 오사무의 공백을 느낄 새가 없었던 것이다.

제타 마스는 바로 테즈카 오사무가 78년 '불새-여명편'이라는 만화영화와 실사의 합성영화로 돌아오기 전에 유일하게 제작된 테즈카 오사무 원작의 TV 시리즈 아니메로, 테즈카의 제자인 린 타로의 지휘 아래 제작된 아톰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아톰의 이야기를 이어가기보다는 아톰의 컨셉을 이어받아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작품인데, 린 타로부터 마루야마 마사오와 스기노 아키오, 무쿠오 다카무라 등 매드 하우스의 핵심멤버들이 대거 참여하여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무시 프로덕션의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무시 프로덕션의 출신의 후학들이 뭉쳐 스승인 테즈카 오사무를 대신하여 만든 후속작이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높지 못했다고 회고되며, 시리즈 자체의 인기도 그리 크지 않았는지 당시로서는 상당히 짧은 분량인 27화를 끝으로 종영하게 된다.


철완 아톰 (1981)

ⓒ手塚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총감독: 데자키 사토시
◈ 시리즈 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스토리보드: 데자키 사토시, 이시구로 노보루, 타카하시 료스케 外
◈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우다가와 카즈히코, 니시무라 히로시 外
◈ 미술감독: 마키노 미츠나리
◈ 음악: 사에구사 나리아키
◈ 제작: 테즈카 프로덕션, 니혼 TV
◈ 저작권: ⓒ Tezuka Productions
◈ 일자: 1980.10.01~1981.12.23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52화) / 전연령가(G)

<소개>

'제타 마스(1977)'가 기대에 못미친 완성도를 보인체 종영된 후,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스 존(1980)'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테즈카 오사무의 진두지휘하에 제작된 진정한 아톰의 속편. 리메이크 자체는 6년전 부터 기획되었다고 알려지고 있으니, 무시 프로덕션이 도산하지 않았다면 보다 일찍 속편이 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뒤늦게 등장하면서 작화나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다.

원 시리즈의 인간성에 대한 물음은 역시 이번 시리즈에서도 유효하다. 인간의 마음을 갖고 로봇으로 태어난 토비오(아톰)의 고통이 초반부에 잘 나타나 있으며 후일 숙명의 라이벌이 되는 아틀라스의 만남과 결투, 그리고 오챠노미즈 박사의 보살핌 아래 인간아이들과 한 학교에 다니게 되지만 로봇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서 느끼는 아톰의 고독감 등, 아동 만화영화로서는 수준 이상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아톰의 진정한 매력이 스토리에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대목.

특히, 이 시리즈의 백미는 죽은 줄만 알았던 숙적 아틀라스가 성장한 어른의 모습을 한 로봇으로 다시 돌아와 아톰과 대결을 벌이는 에피소드에 있다고 하겠는데, 매력적인 아틀라스의 모습과 아톰과의 긴박한 대결은 기동전사 건담의 숙명의 라이벌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에 버금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이 에피소드의 매력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43화를 끝으로 아틀라스가 퇴장한 후 최종화인 52화까지는 그 반작용으로 인해 상당히 싱거운 이야기가 되었다. 원작의 명성에 어울리는 완성도로 만들어졌지만, 6개월 후인 81년 4월 18일에 방송을 시작한 후지 TV의 '닥터 슬럼프 아라레 짱(1981)'의 대히트로 인해 후반부에는 시청률에서 극히 고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 아톰 vs 아틀라스, 순수함을 지키려는 아이와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이의 대결 by 엘로스 (보러가기)

아스트로 보이, 철완 아톰 (2003)

ⓒ 2003 Tezuka Productions/SPEJ

<정보>

◈ 감독: 코나카 카즈야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세야 신지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타카쿠라 타케시
◈ 미술감독: 가토 히로시
◈ 음악: 요시마츠 타카시
◈ 제작: 테즈카 프로덕션, 덴츠,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2003 Tezuka Production
◈ 일자: 2003.04.06~2004.03.28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50화) / 전연령가 (G)

<소개>

20여년만에 부활한 아톰의 세번째 TV 시리즈. 새시대에 맡게 스탭진도 전면 새로운 인재들로 교체되었으며, CG를 사용하여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깔끔한 영상으로 재탄생하였다. 단,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는 거의 옛날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 각본 스탭에 미국 스탭들이 참여한 것이 이례적인데, 스토리나 비주얼 두 가지 모두 전체적으로 탈 일본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인 듯.
상당부분이 신진 스탭으로 꾸려져 있지만 연출과 작화에서 과거 무시 프로덕션의 인재들도 눈에 띈다. 9화의 스토리보드를 맡았던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나 19화, 39화, 45화 등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스기노 아키오 등이 그들. 그 외에도 도에이를 거쳐 무시 프로덕션에서 활약한 히라타 토시오 감독이나 야마자키 카즈오, 모치즈키 토모미 등 노련한 연출가 등이 각 에피소드의 연출로 참여하고 있다.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 (2009)

ⓒ Imagi Crystal Limited / Tezuka Productions

<정보>

◈ 감독: 데이빗 보워스
◈ 각본: 데이빗 보워스, 티모시 해리스
◈ 음악: 존 오트만
◈ 캐스팅: 프레디 하이모어(아톰), 니콜라스 케이지(텐마 박사), 도널드 서덜랜드(스톤 총리)
◈ 제작: IMAGE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SUMMIT 엔터테인먼트

<소개>

철완 아톰의 영화화는 상당히 오랜 옛날부터 거론되어 왔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64년 당시 디즈니와 테즈카의 만남에서도 디즈니가 '아톰과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인사를 건네기도(물론, 이는 예의상 해본 멘트일 수도 있지만). 1999년부터 거론되던 영화화에 대한 논의는 큰 진전이 없이 지지부진하다가 홍콩의 다국적 제작사인 IMAGI 스튜디오에 의해 보더 적극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다. IMAGI는 당시 갓챠맨과 함께 아스트로 보이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먼저 영상화가 된 것은 아톰이었다. 
애니메이터 출신의 감독 데이빗 보워스는 이것이 자신의 두번째 연출작이었다. 프레디 하이모어, 니콜라스 케이지, 도널드 서덜랜드, 빌 나이, 사무엘 L 잭슨, 샤를리즈 테론 등 캐스팅은 꽤나 중후한 편. 총 6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된 이 작품은 월드와이드 수익이 불과 4천4백만 달러에 그치며 사실상 참패로 막을 내린다. 하는 작품마다 성적이 신통치 않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캐스팅되었기 때문일까. 어찌되었던 아톰의 실패로 IMAGI가 기획하던 또다른 프로젝트인 갓챠맨 역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2010년 1월까지도 IMAGI는 갓챠맨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2010년 2월 결국 파산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鉄腕アトム (アニメ第1作), Wikipedia Japan
[2] 鉄腕アトム(1963), Tezuka Osamu Official
[3] 철완아톰/애니메이션, 나무위키
[4] 철완 아톰(鉄腕アトム) 1964,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5] ジェッターマルス, Wikipedia Japan
[6] ジェッターマルス, Tezuka Osamu Official
[7] 鉄腕アトム (アニメ第2作), Wikipedia Japan
[8] 鉄腕アトム(1980), Tezuka Osamu Official
[9] アストロボーイ・鉄腕アトム, Wikipedia Japan
[10] ASTROBOY鉄腕アトム, Tezuka Osamu Official
[11]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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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밧드의 모험 (1962), シンドバッドの冒険 / Sinbad's Adventures

<정보>

◈ 원작: 아라비안 나이트
◈ 감독: 야부시타 타이지(藪下泰司), 쿠로다 요시오(黒田昌郎)
◈ 각색: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기타 모리오(北杜夫)
◈ 주요 애니메이터: 오오츠카 야스오(大塚康生), 오쿠야마 레이코(奥山玲子)
◈ 음악: 토미타 이사오(冨田勲), 요네야마 마사오(米山正夫)
◈ 제작: 오카와 히로시(大川博)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62.07.21
◈ 장르: 세계명작, 모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 / 전연령가(G)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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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라비안 나이트'를 원작으로 데즈카 오사무가 각색을 한 작품. '미래소년 코난', '루팡 3세' 등을 통해 후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호흡을 맞추게 되는 작화감독 오츠카 야스오가 캐릭터 디자이너를 역임. 국내에서도 명절 때마다 TV를 통해 몇 차례 방영했던 작퓸으로, 지금 봐도 그 퀄리티의 비범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미려한 배경과 인물, 풀애니메이션의 유연한 움직임, 동서양의 느낌이 절묘하게 섞인 고전 명작 판타지. 베니스 아동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참고 사이트>

[1] Sinbad No Boken (movie), Anime News Network
[2] アラビアンナイト・シンドバッドの冒険 (映画),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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