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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음.
◈ 감독: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 1~7화 /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 - 8~13화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이마니시 타카시(大熊朝秀의 필명으로 참여),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스토리보드/연출: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信一郎), 아카네 카즈키(赤根和樹), 카세 미츠코, 이마니시 타카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 작화감독: 오사카 히로시(逢坂浩司), 칸노 히로키(菅野宏紀), 카와모토 토시히로
◈ 메카닉 스타일링/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요시다 토오루(吉田徹)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雄) / 마츠바라 미키(松原みき), MIO, Jacob Wheeler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5.22~1992.09.24 (OVA) / 1992.08.29 (극장판)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3화),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1년 전쟁이 종결된지 3년, 지구연방군은 1년 전쟁 당시 큰 전과를 올린 건담의 후속 개발 프로젝트인 건담 개발 계획 GP(Gundam Project)를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애너하임 사에서 개발된 두 기의 모빌슈트인 GP01(범용 모빌슈트)와 GP02(핵병기 탑재 모빌슈트)가 지상 테스트를 위해 지구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송되던 도중, 지온군의 잔당조직인 델라즈 플리트에 의해 GP02가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주범은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이자 1년 전쟁 당시 '솔로몬의 악몽'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아나벨 가토 소령. 가토는 GP01을 타고 그를 쫓던 건담 테스트 파일럿 코우 우라키 소위와 연방군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GP02와 함께 우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사건이야말로 델라즈 플리트의 'Stardust(별 부스러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니, 바야흐로 지온과 지구연방 간의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 열리려 하고 있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0080(1989)'를 통해 토미노가 없는 건담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된 반다이는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로 인해 로봇 아니메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라이즈에게 차기 건담 프로젝트를 다시금 의뢰하기에 이른다. 타카라는 용자 시리즈로, 토미는 엘드란 시리즈로 선라이즈에게 기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반다이까지 가세했으니 어찌보면 90년 초는 완구, 프라모델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일종의 선라이즈표 재기전이었던 셈이다. 이 현실적인 로봇 전쟁(?)에 건담이 참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다고 하겠다. (물론, 각 작품의 기획시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작품의 순서 배열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선라이즈와 반다이는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라는 원년 3인방을 모두 불러모은 대작  극장판 '기동전사 F91(1991)'을 기획하게 되는데, 애초에 TV 시리즈로 런칭할 이 작품을 극장판으로 우선 간을 본 뒤 반응에 따라 TV 시리즈로 제작하겠다는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전략이 결국 건담 F91의 패착이 된 것은 이미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1991)'에서 전술한 바 있다. 허나, 반다이는 이러한 조심스런 전략에 한가지 우회 전술을 더 추가하게 된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 (바로가기)

건담 F91은 토미노와 야스히코, 오카와라까지 가세한 명실상부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정통 후속 시리즈이긴 했지만, 기존의 우주세기와 거의 연관이 없는 30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리즈를 일신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는데, 이미 다른 작품보다 월등히 팬들과 많은 것을 공유해온 건담에게 이런 식의 분위기 쇄신은 자칫 기존 팬들에게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스스로 더이상 예전의 건담과 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다이는 건담 F91은 토미노와 스탭들의 뜻대로 하되, 기존 팬들을 위해 우주세기의 이야기를 활용한 또다른 건담 시리즈를 기획하는 대안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이다.

건담 F91은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로 토미노의 작품을 주로 제작해온 선라이즈의 주력 스튜디오인 제2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담 0083은 극장판이나 TV 시리즈가 아닌, 이미 건담 0080에서 재미를 보았던 OVA로 제작할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스튜디오는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 그리고 '시티헌터 시리즈' 등을 제작한 선라이즈의 제3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이루어지게 된다. 감독에는 이 건담 0083이 첫 감독 데뷔작인 카세 미츠코와 이마니시 타카시. 보기 드문 여성 연출가인 카세 미츠코는 0083이 첫 데뷔 감독작이었지만, '투장 다이모스(1978)' 부터 선라이즈의 수많은 아니메, 특히 로봇물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연출스탭이었고, 이마니시 타카시는 '장갑기병 보톰즈 시리즈'에서 활약하면서 리얼로봇 아니메에 대한 이해력이 넓고, 각본과 프로듀서까지 가능한 만능 연출스탭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선라이즈의 신예들이 대거 건담 0083의 메인 스탭으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감히 신예라 칭하기 어려운 일류 애니메이터들로 가득한데, 먼저 연출 스탭에는 '카우보이 비밥(1998)'으로 후일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쉬한 연출가로 각광받게 되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아카네 카즈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우보이 비밥과 '울프스 레인(2003)'으로 초특급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와 '기동전사 V 건담(1993)'과 '기동무투전 G 건담(1994)', '현란무답제 더 마즈데이브레이크(2004)' 등 선라이즈와 본즈의 대표작에서 활약하게 되는 故 오사카 히로시가 놀라운 필력을 선보이며,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또한, 90년대 중후반부 선라이즈의 메카 작화를 책임지는 사노 히로토시와 요시다 토오루가 건담 0083을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한 메카 묘사를 연출하면서 건담 0083의 놀라운 작화 퀄리티를 책임지게 된다. 캐릭터와 메카닉 작화에서 이들 신예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은 0083의 흥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건담 0083을 시작으로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오카와라 쿠니오의 공백을 메울 메카닉 디자인에는 무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이자 발키리 머신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카와모리 쇼지를 깜짝 영입하여 건담 1, 2호기의 디자인을 맡기고, '건담 센티넬'을 통해 신예 디자이너로 각광받기 시작한 카토키 하지메를 불러들여 카와모리가 디자인한 건담 1, 2호기의 리파인과 다른 MS의 디자인을 맡기게 한다. 단,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건담이라는 이미지를 베이스로 건담 1, 2호기를 디자인한 카와모리는 스스로 이것이 자신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니기에 메카닉 디자인이 아닌 메카닉 스타일링으로 스탭 표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일화에서 카와모리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이 때문이지는 몰라도 건담 0083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메카닉 디자이너는 카와모리보다는 신예 카토키였으며, 이후의 건담 시리즈부터 카토키의 영향력은 눈에 띌 정도로 강해져 단순히 메카닉 디자인을 넘어 프라모델 상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준비된 괴물 신인들의 가세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기는 했지만, 건담 0083의 성공동력은 그보다는 기존 건담 팬들을 만족시키는 설정과 이야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선 1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로 삼은 점은 확실히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결말부에서 티탄즈의 결성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티탄즈의 주역인 자미토프 하이만과 바스크 오움을 등장시킨 부분은 우주세기 건담 팬들의 입맛에 그야말로 딱 맞는 부분.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 아나벨 가토와 시마 가라하우와 같은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연방측보다 델라즈 플리트 측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포진함으로써 건담 0083의 구도는 왠지 모르게 델라즈 플리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가토와 멘탈과 실력 모두에서 가토에게 뒤진 코우의 대립구도도 그런데, 본래 라이벌 악역에 비해 모자라던 주인공이 차츰 성장하여 라이벌을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가는 기존의 아니메 포맷과 달리 본작에서의 코우는 성장 속도가 둔하고, 품고 있는 가치관 역시 모호하여 오히려 가토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되어버린 부분은 아쉽다.

또한, 민간인 소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건담에 우연치 않게 탑승하게 되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의 구도에서 벗어나 이미 군인인 주인공 코우 우라키 소위를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나 이미 성장한 성인들이 주역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은 건담 0083을 보다 성인취향의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즉, 이 작품은 이제 막 건담을 시청하려고 하는 소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미 건담을 어렷을 적부터 보아오고 이제는 2~30대로 성장한 오리지널 팬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인 셈이다. 여러모로 본작의 방향성은 이렇듯 신규 건담팬보다는 기존 건담팬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을 배제함으로써 보다 더 현실적인 밀리터리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뉴타입이라는 테마가 건담의 화두인 동시에 구태의연한 테마가 되어버렸음을 생각할 때 뉴타입의 거세는 괜찮은 선택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가토와 코우 사이에서 번민하던 중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히로인 니나 퍼플톤의 경우는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팬들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극적인 면에서 크게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1화만 하더라도 일면식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던 가토와 니나가 극 후반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초반부터 계획했던 설정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델라즈 플리트의 인물들이 돋보이는데다가 후반부에는 연방의 부패한 모습마저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는 미묘하게 델라즈 프리트 측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테러리즘이나 자폭공격 등이 미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 등장하는 메카들이 시간 순으로 바로 다음 작품이 되는 '기동전사 Z 건담(1985)'에 비해 너무 고성능의 기체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문제.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모빌 아머 노이에 질이나 GP-03 덴드로비움은 확실히 당시의 스펙을 뛰어넘는 기체들로서, 이러한 부분은 에필로그를 통해 GP 계획 자체가 이 시점에서 말소된다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모순점을 상쇄하려 했지만, 애초에 이러한 스펙과 디테일의 기체를 등장시킨 의도가 프라모델 판매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의도적이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실제로 상품화된 프라모델에 있었는데, 당시 건담 F91과 작품이 병행되면서 반다이가 건담 F91에 집중했던 탓인지 건담 0083의 초판 키트들은 기대 이하의 프로포션과 디테일로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건담 0083의 인기가 건담 F91에 비해 더 높았고, 설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고성능의 기체들로 디자인했음을 생각할 때 이는 반다이의 실투가 아닌가 싶다. 건담 0083은 10여년이 지난 2001년에 다시 재판되면서 과거의 악명을 씻어내게 되었고, 특히 HGUC 덴드로비움은 역대 건프라 1/144 스케일 중에서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압도적인 위용과 인기를 현재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높아진 인기로 인해 시리즈 제작 도중 극장판의 제작이 결정된다. 극장판 '지온의 잔광'은 OVA 전 13화의 내용을 편집하여 최종화인 13화가 출시되기 전 극장에 공개되었는데, 이로 인해 후반부에는 극장판의 스케일에 맞춰 작화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다. 건담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만든 건담이, 토미노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담이 마침내 극장판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건담 0080과 건담 0083의 잇다른 성공, 그리고 건담 F91의 실패는 분명히 건담 월드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례였지만, 기이하게도 반다이만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듯 싶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토미노 요시유키를 다시 한 번 더 몰아부치게 된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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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F91 (199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 Mobile Suit Gundam F 91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원작/감독: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각본: 이토 츠네히사(伊東恒久),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北原健雄), 무라세 슈코우(村瀬修功),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카도쿠라 사토시(門倉聡) / 모리구치 히로코(森口博子)
◈ 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나카가와 히로노리(中川宏徳)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반다이, 쇼치쿠, 소츠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3.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줄거리>

제2차 네오지온 항쟁으로부터 30년이 흐른 우주세기 0123년, 지온의 잔당마저 와해되면서 우주는 한동안 전란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동안의 평화로 인해 지구연방은 다시 나태와 부정부패로 얼룩지게 되고, 이러한 지구연방에 반기를 들고 고결한 귀족이 우주를 다스려야 한다는 코스모 귀족주의를 내건 로나 가문의 당주 마이처 로나와 신흥기업 붓흐 콘체른, 그리고 이들의 지원을 받은 사병조직 크로스 본 뱅가드가 주축이 되어 코스모 바빌로니아 제국이 세워지게 된다.

우주세기 0123년 3월, 마이처 로나의 사위이자 크로스 본 뱅가드의 사령관인 카롯조 로나의 양아들 도렐 로나 대위가 이끄는 모빌 슈트 부대가 스페이스 콜로니 프론티어 IV를 급습한다. 갑작스런 크로스 본 뱅가드의 습격에 연방의 수비부대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이곳에 살고 있던 평범한 소년 시북 아노와 그의 친구들 역시 전화에 휘말리게 된다. 차례로 파괴되는 연방의 MS들 속에 시북은 엉겁결에 연방이 개발하고 있던 신형 MS 건담 F91에 탑승하게 되는데...


<소개>

'용자 엑스카이저(1990)'에서 전술했다시피, 나고야 TV의 토요일 밤 5시 반을 책임지고 있던 선라이즈 표 로봇 애니는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한동안 사라졌다가 엑스카이저에 이르러서야 극적인 부활을 이루게 된다. 이는 반다이의 건프라에 의해 뒷전으로 밀렸던 전통의 완구 회사 타카라의 회심의 역습이기도 했으니,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반다이 역시 마냥 이것을 바라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리얼 로봇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건담이라는 브랜드는 팬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도 같았으며 이것은 반다이에게도 비즈니스적으로 마찬가지의 상황, 결국 용자 시리즈가 촉발시킨 로봇 아니메의 부활은 반다이에게로 하여금 건담 시리즈를 리부트는 시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건담 시리즈의 세번째 극장용 아니메인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 이후로 한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건담 TV 시리즈를 다시금 기획한다는 것은 반다이로서도 조심스러운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건담 시리즈는 이전과 달리 치밀한 사전 기획과 미디어 믹스가 전개되는데, 우선 건담 F91의 세계관을 팬들에게 좀 더 잘 이해시키고 관련 건프라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겸하기 위한 의도로, '기동전사 건담 F90'의 세계관을 1990년 여름부터 코믹스로 공개하게 된다. 건담 F90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건담 시리즈의 핵심 설정이라 할 수 있는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의 크기가 대폭 축소되어 20m를 넘어섰던 전고가 15m 크기로 축소된 것이라 하겠다. 좀더 작고 세밀한 프라모델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반다이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1/100 크기의 건프라가 1/144 크기와 별 차이가 없어지자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의 디테일과 기믹 구현에 있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고, F90, F91 시리즈에서는 1/144 브랜드가 사라지는 결과도 가져오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건담 F90 외에도 건담 F91은 한가지 안전장치를 더 두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을 바로 TV 시리즈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용 아니메로 초반부의 이야기를 선공개한 후, 반응을 보고 뒷 이야기를 TV 시리즈를 기획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획 방향은 지금에 와서 보면 명백한 자신감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자체가 아예 낯설은 작품이라면 모를까, 건담 시리즈는  이미 아니메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아니메다. 이것을 굳이 극장용 아니메로 만들고 추이를 본다는 의미는 건담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반다이 스스로도 확신을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는 아니었을까.

어찌되었든 이 기획을 실행하기 위해 반다이는 역습의 샤아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갖고 있던 토미노 요시유키를 감독으로 기용하고, 마찬가지로 '비너스 전기(1989)' 이후 아니메 업계를 떠나 코믹스에만 전념하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다시 불러들여 캐릭터 디자인을 맡겼으며, 메카닉 디자인 역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이후 등장한 나가노 마모루, 코바야시 마코토, 후지타 카즈미, 이즈부치 유타카 등이 아닌 오리지널 시리즈의 디자이너인 오카와라 쿠니오를 복귀시키는 등 건담 시리즈의 리부트를 위한 최정예 멤버들을 소집하게 된다. 다만, 작화에 있어서는 야스히코가 캐릭터 디자인만을 맡으면서 신진들이 투입되었고, 이 때 참여한 무라세 슈코우는 건담 F91을 시작으로 '기동전사 V 건담 (1993)', '신기동전기 건담 W(1995)' 등 후기 건담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야기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는 연관이 거의 없는 30년 후의 이야기이다. 토미노 스스로도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로 압축되었던 과거의 건담 이야기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시작할 동기부여가 되었을 터. 그만큼 건담 시리즈로 받아온 토미노의 스트레스는 큰 것이었는데, 이 때문인지 지온이나 뉴타입 등 과거 건담의 단골 설정들이 대거 삭제되고 새로운 설정들로 대체되며, 주인공 역시 히스테릭하고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던 이전의 주인공과는 달리 시북 아노라는 비교적 평범하고 무난한 성격의 인물이 맡게 된다. 극장 아니메의 이야기가 비록 프롤로그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많은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던 토미노의 이야기와 달리 어느 정도 해피 엔딩 형태로 마무리되는데, '무적초인 점보트3(1977)'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토미노의 작품 패턴이 '새드 엔딩-해피 엔딩'을 반복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역습의 샤아 이후 만들어진 건담 F91의 엔딩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다음의 작품이 지극히 암울하게 되리라는 의미기도 하지만. 실제로 V 건담을 상기해보면 이 가정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윤곽이나 몇몇 설정이 기존의 건담 시리즈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건담 설계자인 주인공 시북 아노, 서로가 사랑하는 두 남녀 주인공이 적대한 두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 가면을 쓴 주인공의 라이벌 격 악역 등, F91은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기존의 시리즈에서 별달리 나아간 점이 없다. 극장용 아니메가 건담 F91 세계관의 프롤로그적 성격을 띈 이야기이다 보니 기승전결의 한계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설정마저 기존 건담과 그리 달라진 것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지루한 양상을 띄고 있다.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구겨 넣으면서 스토리 흐름이 무너진 것도 또 하나의 악재다.

한가지 더 짚고 가야할 것은,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심오한 인간 드라마를 구축하는데 있어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토미노이지만, 그에게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진 드라마틱한 장면 구성이나 섬세한 연출력, 린 타로 혹은 데자키 오사무가 보여준 현란한 영상기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인데 TV 시리즈 등으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이 된 기존의 건담 시리즈라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새롭게 시작된 건담 시리즈에서, 그것도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 아니메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보여주기에는 제아무리 토미노라도 역부족은 아니었을까.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기획과 참신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한 토미노의 연출 미스는 결과적으로 야심차게 시작된 건담 F91의 주요 실패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극장용 아니메 답게 작화의 퀄리티는 뛰어난 수준이며, 오랜만에 야스히코의 캐릭터(물론 그가 직접 그리지는 않았지만)를 건담 시리즈에서 볼 수 있다는 의의도 있다.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상대측 모빌슈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모노아이 타입의 마스크를 버리고, 독일군 방독면 형태의 마스크를 채용한 것도 나름 신선한 시도. 이 시도는 F91이 실패하면서 2년 뒤 V 건담에서 다시 한 번 사용되지만, V 건담마저 실패하면서 모노아이 디자인의 유무가 건담 시리즈의 성패에 있어서 하나의 징크스처럼 작용하게 된다. 다만, 건담 F91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91년부터 건담 시리즈는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펴게 되는데, 그것은 건담 F91과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선라이즈의 또다른 건담 시리즈 때문이었다.

ⓒ SOTSU · SUNRISE · 講談社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F91,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F91 (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F91,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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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 (1989),
機動戦士 ガンダム 0080 ポケットの中の戦争 / Gundam 0080 War in the Pocket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구성/각본: 유우키 쿄스케(結城恭介) /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
◈ 콘티: 타카야마 후미히코, 사토 쥰이치(佐藤順一)
◈ 연출: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요코야마 히로유키(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美樹本晴彦)
◈ 디자인 웍스: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협력: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外
◈ 작화감독: 쿠부오카 토시유키(窪岡俊之),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外
◈ 메카 작화감독: 이와타키 사토시(岩瀧智)
◈ 미술감독: 이케다 ?(池田繁)
◈ 음악/노래: 카시부치 테츠로(かしぶち哲郎) / 시이나 메구미(椎名恵)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9.03.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전쟁
◈ 구분/등급: OVA(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지구연방군과 지온공국의 일년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 지구연방군이 북극에서 신형 건담을 개발하고 있다는 첩보가 지온공국에 입수된다. 지온공국 돌격기동군 소속 특수부대인 사이클롭스 부대가 개발된 신형 건담의 파괴작전을 위해 투입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신형건담을 실은 셔틀은 우주로 날아오르고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지온군은 이후 첩보를 수집하여 신형 건담이 사이드 6의 리보 콜로니에 있음을 포착, 사이클롭스 부대에게 신형 건담의 탈취/파괴 작전인 루비콘 작전의 실행을 지시한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목적일 뿐, 루비콘 작전에는 모종의 음모가 내재되어 있었다.

한편, 루비콘 작전을 위해 리보 콜로니에 투입된 사이클롭스 부대의 신병 버나드 와이즈먼(애칭 버니)은 콜로니에 사는 초등학생 소년 알프레드 이즈루하(애칭 알)와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다. 자신의 자쿠를 알에게 들킨 버니는 자신의 정체와 자쿠에 대해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알에게 지온군 계급장을 건네 준다. 어느덧 버니와 알은 친형제처럼 가까워지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를 통해 토미노가 창조해 낸 건담 월드는 사실상의 종언을 고했다. 시리즈를 이끌던 영원한 주인공이자 라이벌인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퇴장만큼 확실한 피날레는 없었지만, 스토리의 종결과는 별개로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건프라와 관련 상품들로서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추진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만약, 건담을 통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스폰서 반다이에게 건담을 대체할 회심의 브랜드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수많은 리얼로봇 아니메의 프라모델들은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건프라 만큼의 시장을 형성하지 못했고, 더 이상의 트렌드를 만들어내지 못한체 건담 시리즈보다 먼저 소멸되어버린 뒤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의 연이은 실패를 통해 리얼로봇의 시대가 저물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반다이와 선라이즈로서는 후속 건담 시리즈를 TV로 기획하는 것에는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로 인해 당시 대안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던 OVA로의 기획이 자연스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건담 시리즈가 OVA로 제작되는 것도 상당히 화제거리였지만, 당시 팬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건담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 신시리즈에서 아예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토미노 감독이 빠진 최초의 건담 시리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이다.
 
새로운 시리즈답게 스탭들 역시 기존의 멤버들에서 새로운 멤버들로 일신하게 된다. 그것은 이 신 건담 시리즈가 OVA라는 저예산 작품으로 제작되는 상황이 한몫을 했을지 모르겠는데, 먼저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연출파트를 맡았던 타카야마 후미히코가 감독으로 낙점받게 된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제작한 탑 크래프트 출신으로, 당시 프리랜서였던 타카야마 감독은 외부와의 접촉을 지나치게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으로 업계에서도 기인으로 취급받고 있었는데, 마크로스에서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한 반다이와 선라이즈의 의견일치로 인해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토미노가 빠진 건담호의 선장으로 오르게 된다. 로봇물에 대한 짙은 회의를 품고 있던 그였지만 건담 시리즈 이후로 '초시공세기 오거스 02(1993)',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001)', '라제폰(2002)' 등 완성도 높은 로봇물을 계속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토미노 감독과 같은 길을 걸었다고도 할 수 있다.

가이낙스의 설립멤버로 마크로스 TV 시리즈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를 통해 감독과 각본가로 데뷔한 야마가 히로유키의 참여도 인상적이다. 또한, 마크로스의 정체성을 설립한 캐릭터 디자이너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참여는 본작이 이전의 건담 시리즈와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중대한 포인트이기도 했다.(개인적으로 하루히코의 캐릭터는 건담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는데, 그와는 별개로 하루히코는 이후 많은 건담 소설과 코믹스 등에서 일러스트를 맡으며 꾸준히 건담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들 주요 스탭들이 마크로스라는 공통 키워드로 묶여 있는 점은 흥미롭다. 건담의 영향을 받고 자라난 신세대들이 만든 마크로스, 그 마크로스의 스탭진들이 건담을 만든다는 것은 당시 아니메 업계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메카닉 디자인은 더블제타 건담 이후로 건담의 대표적 메카닉 디자이너로 자리를 굳힌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았다. 이전작까지만해도 자신의 스타일보다는 건담의 원 디자인 철학을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즈부치는 본작에서는 좀 더 자신의 스타일을 담아낸 MS들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독일 밀리터리 마니아인 이즈부치의 취향을 그대로 담아낸 MS 캠퍼는 여타의 MS와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로, 오히려 그가 디자인을 맡았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시리즈의 레이버와의 유사점이 더 많은 기체이기도 하다. 

새로운 건담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모빌슈트와 뉴타입이라는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의 테마에서 벗어나 있다. 신형건담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콜로니에 잠입한 지온의 신병 버니는 우연치 않게 콜로니의 초등학생 알과 만나 친분을 쌓으며 첩보활동을 계속한다. 알은 버니가 지온군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아직 어린 소년인지라 그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기에 건담의 테스트 파일럿으로 참가한 크리스티나가 우연치 않게 알을 통해 버니를 알게 된다. 알은 둘의 신분을 서로에게 얘기하지 않고서 이 좋은 만남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크리스티나와 버니는 서로의 신분을 모른채 조금씩 호감을 품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로 가까워지는 안타까운 구도는 결국 마지막 파국을 향한 일종의 복선이라 하겠다.

전쟁 속에 피어나는 이 묘한 상황은 전통적인 건담 시리즈보다는 오히려 마크로스 시리즈의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주인공인 이들 셋의 관계도 관계이지만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모빌슈트 간의 전쟁묘사나 뉴타입과 같은 거창한 주제 대신 좀 더 드라마적인 흐름을 타고 있으며, 등장인물 역시 이제까지 우리가 건담 시리즈에서 알아온 인물들이 모두 배제된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이는 정통 건담 시리즈의 세계관 내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사이드 스토리였던 것이다. 건담 0080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상당히 노련하면서도 만화영화의 수준을 넘어선 극적 긴장감과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모빌슈트나 뉴타입이 사실상 극의 중심축에서 멀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상당한 임팩트와 여운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토미노 감독이 빠졌음에도, 리얼로봇의 파워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얻은 이 호응은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건담 시리즈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이로 인해 표류하던 건담 호는 다시금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또한번의 출항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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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스타 스토리 (1989), ファイブスター物語 / Five Star Stories


ⓒ 永野護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나가노 마모루(永野護)
◈ 감독: 야마사키 카즈오(やまざきかずお)
◈ 각본: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메카닉 작감/메카닉 디자인 협력: 모토이기 히로아키(本猪木浩明) /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아사카와 토모유키(朝川朋之) / 나가야마 요코(長山洋子)
◈ 기획/제작: 타미야 타케시(田宮武) /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선라이즈
◈ 저작권: ⓒ 永野護 · 角川書店
◈ 일자: 1989.03.11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그리고 노오스, 4개의 태양계로 구성된 조커 태양성단에는 현재 수많은 국가들이 난립해 있다. 행성 델타베룬을 지배하는 연합국인 A.K.D(Amateras Kingdom Demesnes),  행성 쥬노의 왕정국가 콜러스, 캘러미티를 지배하는 필모어 제국, 보오스 행성의 연합국가 하스하 연합공화국 등등... 동시에 그곳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인간형 거대 전투병기 모터 헤드와 조종사인 헤드라이너,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인 파티마들이 싸움을 펼치는 무대이기도 하다. 파티마, 그것은 인공생명체로서 모터 헤드와 헤드라이너 사이에서 모터 헤드를 보다 더 쉽게 컨트롤하기 위해 태어난 여성형 컴퓨터 안드로이드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몸 속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모습 역시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성단 최고의 천재 과학자인 크롬 발란셰는 이 때까지 모두 44명의 파티마를 창조해낸 전설적인 파티마 마이트로, 그가 최후에 만들어 낸 세 명의 파티마는 후일 조커 성단의 미래를 좌우할 가공할 힘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아트로포스, 라키시스, 클로소로 알려진 이들 세자매는 운명의 3여신이라 불리웠으며, 이중 둘째인 라키시스는 조커 성단의 창조주이자 A.K.D의 지배자인 아마테라스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것은 조커 성단 전체에 있어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자 4개의 태양계 전체를 전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 슬픈 운명의 서막이기도 했다.

때는 성단력 2988년, 역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장판 프롤로그 해설 일부 참조)


<소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연재했던 코믹스 '파이브 스타 스토리(Five Star Stories, 이하 FSS)'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1986년 4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코믹스는 25년이 흐른 2011년 현재 단행본으로 12권까지 발간된 채 여전히 그 완결을 알 수 없는 초장기 연재 작품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나마 1, 2년 단위로 발간되던 단행본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3년의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2006년 12권이 발간된 이후로는 5년째 연재가 멈춰선 상태로, 이는 워낙 괴팍하고 개성이 강한 원작자도 원작자이지만,(비디오 게임에 빠져 연재가 더디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수만년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국가, 거기에 수많은 등장인물과 파티마들, 그리고 인간형 병기 모터헤드들에 대해 일일이 세세한 설정과 디테일이 부여되고 있기에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괴이한 성격의 작가 덕택에 설정이 안드로메다급으로 복잡해진 부분이 있기는 하다)

나가노 마모루가 워커홀릭이라면 모를까, 대개는 이렇게 거대한 설정을 부여한 뒤에는 작가 스스로 그 무게에 짓눌려 연재가 더디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가노는 FSS 연재 중에 종종 다른 작품들에도 손을 대었으나 대부분은 완결을 보지 못한 채 중단하게 된다.) FFS의 경우는 엄청나게 더딘 연재속도 덕에 몇 년 전의 설정이나 인물들을 나가노 본인도 잊어버린 채 작품을 연재한 뒤 이를 보충하는 별개의 설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권당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수는 대하 역사소설이나 김용의 무협소설에 비견될 만큼 많으며, 독자도 독자지만 창조해내는 작가조차 헛갈릴 정도로 많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수많은 인물들에게 일일이 설정을 부여한 작가의 디테일은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패션감각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나가노에 의해 창조된 다채로운 코스튬들은 미학적으로도 다른 만화가들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하나의 컷에 들어가는 노력 또한 다른 만화에 비해 수 배가 넘는다. 

FSS는 가상의 세계인 조커 성단을 배경으로 하여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노오스의 4개 태양계에 위치한 수많은 나라들과 각 나라들의 다채로운 등장인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모터헤드 조종사인 헤드라이너와 그들의 파트너인 여성형 안드로이드 파티마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로 작품의 주요 테마이기도 한 파티마의 경우는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 없는 외모를 갖고 있지만 영원히 늙지 않고 주인인 기사의 파트너로 봉사한다는 점에서 은연중에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로 인해 벌어지는 그녀들의 갈등과 번민을 작품 속에 그리고 있기에 단순히 흥미 위주로 그치지는 않았다.) 작품의 주인공 중 한명인 아마테라스의 경우에는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으로 본 작품에서도 역시 조커 성단의 창조주로 등장하고 있는데, 아마테라스가 원래 여신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FSS의 아마테라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로 착각할 미모로 그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이 캐릭터들이 상당히 길고 슬림한 모델과 같은 체형으로 그려지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나가노의 여성스러운 미학관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나 파티마들의 속옷까지 디자인하고 계셨으니 뭐...)

애니메이터로서 활약하던 시절, 선라이즈의 작품에서 보여준 나가노의 메카닉적 재능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메카닉 디자이너 겸 설정 디자이너로 작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중전기 엘가임(1984)'과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캐릭터는 엘가임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엘가임의 인간형 병기 헤비메탈(HM)은 FSS의 모터헤드(MH)와 거의 같은 컨셉을 보여주는데, HM과 MH로 양 작품의 인간형 병기의 명칭이 대칭되는 것도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으로 추측된다. 실제 나가노는 엘가임의 펜타고나 월드와 FSS의 조커 성단을 같은 세계관에 묶어서 이야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로 인해 FSS보다 나중의 시대로서 펜타고나 월드가 등장하며, 이 시기에는 파티마의 제조방법과 같은 구시대의 기술이 많이 사라졌다는 설정이 부여된다. 다만, 더딘 연재 속도로 이러한 계획이 언제쯤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며, 그나마 연재 중 잦은 설정 추가와 번복으로 원작자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FSS의 세계관이니만큼 앞으로의 방향은 미지수라 하겠다.

엘가임 뿐만이 아니라 엘가임 이후 그가 참여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그가 제출한 메카닉들도 후일 상당수가 FSS에 쓰이게 된다.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그가 그려낸 메카닉들은 너무도 세밀한 디테일을 갖고 있어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로서의 상품화가 용이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타 건담에서 중도 강판 당하는 사건을 겪기도 하는데, 그로 인해 나가노가 제출했던 상당수의 MS 디자인들은 FSS의 모터헤드에 적용되었고, 이 모터헤드들은 후일 상품화가 불가능할 것 같던 프라모델로 등장하여 놀라운 디테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이야기적 완성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캐릭터와 코스튬, 메카닉 등 작품 전반에 걸쳐 나가노가 보여준 치밀한 디테일과 설정은 범인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 하겠다.

카도카와의 만화잡지 뉴타입 부록 FSS 극장판 100% 콜렉션. ⓒ 角川書店

극장 아니메는 FSS의 단행본 1권에서 2권까지의 이야기인 '운명의 3여신 파트1, 라키시스'를 기본으로 66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중편 아니메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시끌별 녀석들 3 Remember My Love(1985)', '시끌별 녀석들 4 Rum the Forever(1986)' 등을 통해 연출파트로 자리를 옮긴 야마자키 카즈오가 맡았다. 유키 노부테루가 맡은 캐릭터는 나가노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장 아니메라는 성격에 맞게 변주한 최고의 선택으로, 유키 특유의 미적감각이 더해지면서 다소 괴기스러운 나가노의 캐릭터들은 보다 더 매력적인 생명력을 부여받기에 이른다.

카도카와 극장 아니메답게 하이 퀄리티의 영상미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특히 라스트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성단 최강의 모터헤드 나이트 오브 골드의 등장씬은 본작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는 씬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방대한 설정과 수습이 불가능한 원작의 성격상 극장 아니메는 애초부터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고 초반부의 이야기만을 갖고 작품을 구성하게 되는데, 그 결과 원작의 스토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점에서는 비약이 심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아무래도 서장에 불과한 초반부의 스토리가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 역시 가지고 있었다.



<참고 사이트>

[1] ファイブスター物語, Wikipedia Japan
[2] ファイブスター物語 (ストーリーズ) (1989), allcinema.net
[3] 파이브 스타 스토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野護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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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경찰 패트레이버 Early Days (1988),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 Patlabor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원작: 헤드기어, 유키 마사미(ゆうきまさみ)
◈ 감독: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 6화까지 / 요시나가 나오유키(吉永尚之) - 7화
◈ 각본: 이토 카즈노리(伊藤和典)
◈ 콘티/연출: 오시이 마모루 / 나카무라 류타로(中村隆太郎), 사와이 코지(澤井幸次), 이타노 이치로(板野一郎)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高田明美)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黄瀬和哉), 와다 타쿠야(和田卓也), 다카하시 나오토(高橋直人)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川井憲次) / 카사하라 히로코(笠原弘子)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8.04.25 ~ 1989.06.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하이퍼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수많은 분야에 진출한 범용 인간형 기계 레이버(Labor). 하지만 그것은 레이버 범죄라 불리는 새로운 사회적 위협을 만들어 내었다. 계속되는 레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시청은 산하에 특수차량 2과를 창설하게 된다. 통칭 특차 2과로 불리는 패트레이버 중대, 패트레이버의 탄생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창설된 특차 2과는 경시청 내부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단 세 대의 고물 레이버만이 지급된 형식상의 조직으로, 경시청 내부에서도 따돌림을 받는 허울뿐인 조직이기도 했다.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3개월 째, 마침내 최신형 레이버 3대가 특차 2과에 지급되기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이 패트레이버의 운용을 위한 풋내기 요원들이 특차 2과에 배속되는데... (줄거리 서두는 OVA 프롤로그의 대사를 그대로 인용)


<소개>

'기동전사 건담(1979)'을 시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리얼로봇이 87년 사실상의 종언을 고한 직후 등장한, 어찌보면 이제까지의 거대로봇 아니메 중 가장 현실적인 진짜 리얼로봇물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 오시이 마모루를 위시한 창작집단 헤드기어의 첫 작품이자 헤드기어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며, 동시에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던 오시이 마모루를 기사회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로봇물이면서도 프라모델이나 완구 업체를 스폰서로 삼지 않고 미디어 믹스적인 비즈니스 전개를 취하여 로봇물 중 거의 유일하게 스폰서의 입김에 놀아나지(?) 않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이다.

보통 TV 시리즈로 등장하여 인기를 끌면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이후 후속편이나 스핀오프 형태의 이야기가 OVA로 제작되는 것이 거의 관행이던 당시의 아니메 제작 시스템과는 달리, OVA로 등장하여 인기를 얻은 후,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TV 시리즈가 제작되는 보편적인 방식을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역시 특이하다 할 수 있다. 여러 면에서 패트레이버가 당대의 로봇물과는 다른 출발점과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82년, 회사원에서 전업 만화가로 전향한 유키 마사미가 친한 친구들과 설정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와중 '바이돌'이라는 기획에서 인간형 로봇 레이버가 등장하게 된 것이 패트레이버의 시작이다.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가는 과정에서 몇년 뒤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유명해지는 이즈부치 유타카가 가세하고, '시끌별 녀석들(1981)'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토 카즈노리가 합류하면서 초기의 아이디어는 점차 애니메이션을 위한 기획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여기에 보다 애니메이션에 알맞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시끌별 녀석들과 '마법천사 크리미 마미(1983)', 그리고 '변덕쟁이 오렌지로드(1987)'를 거쳐 80년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 중 한명으로 성장한 타카다 아케미가 참가하게 된다. 여기에 오시이 마모루까지 가세하면서 창작집단 '헤드기어'가 최초로 결성된다.

오시이 마모루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이 기획에 동참하게 된다. 당시 그는 '달로스(1983)'와 '시끌별 녀석들 2 뷰티풀 드리머(1984)', '천사의 알(1985)'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황으로, 일감이 거의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 패트레이버는 오시이에게 있어서 기사회생의 기회이자 터닝포인트 였던 셈이다. 다만 기획이 어느 정도 잡힌 후에 참여한 본 작품에 오시이가 100% 만족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지며, 그중 주역 메카인 98식 잉그램의 경우에는, 슈퍼로봇에서 이어져온 인간형 로봇의 컨셉이라는 점에서 몹시나 언짢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디자이너인 이즈부치를 '메카 음치'라고 깔아내릴 정도.) 사실적인 로봇을 그리는 작품에서 인간형 로봇은 비현실적이다라는 것을 오시이는 주장한 셈인데, 결국 본 작품에는 잉그램과 같은 인간형 레이버 외에 상당수의 레이버가 오시이의 뜻에 따라 산업기계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오프닝의 서두에서 펼쳐지는 잉그램의 놀라운 액션장면을 보고 본 작품에 빠져든 로봇 마니아들도 많았는데, 사실 오프닝의 컷은 거의 떡밥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본편의 전개는 로봇들의 강렬한 메카 액션과는 거리가 먼 시트콤 수준의 코미디와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이제까지 등장한 로봇 아니메 중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의 인물 설정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에 작품의 주무대이자 주인공들이 소속된 특차 2과는 개성이 강한 개그 캐릭터들로 넘실거린다. 다만, 빵 터지는 강한 개그보다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시트콤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오시이표 개그의 특징이기도 하다. 개그에서조차 느린 호흡을 자랑하는 오시이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리얼로봇이라는 범주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패트레이버는 여타의 리얼로봇에 비해 태생이나 성격이 다른 별개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다. 거대한 세력과 세력간의 전쟁을 테마로 삼았던 여타의 로봇 아니메와는 달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부터 테러 사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범죄를 해결하는 범죄수사물에 가까우며, 주인공들 또한 천재 파일럿이나 고뇌하는 주인공이 아닌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경찰 공무원들이라는 점이 기존의 로봇물과는 다르다 하겠다. 시대 배경, 장소, 생활방식 등 모든 면에서 작품이 만들어졌던 80년대를 연상시키는데, 그저 6~8미터의 인간형 로봇이 등장한다는 것만이 다를 뿐 이러한 익숙한 배경과 평범한 이야기 전개는 패트레이버를 다른 로봇 아니메와는 다른 성격의 리얼로봇물로 그려주고 있다.

로봇의 활약이 거의 없는 독특한 형식의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애초에 6부작으로 기획했던 OVA는 이후 1편이 더 연장되었으며 연출은 오시이 마모루가 아닌 시끌별 녀석들에서 콘티와 연출을 맡았던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맡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키사하라 히로코의 주제가 '미래파 Lover'는 일본 아이돌 여가수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싫어하던 당시의 엘로스에게 마크로스의 노래들과 더불어 그 편견을 날려준 곡으로, 톡톡 튀는 멜로디와 상큼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다. OVA 2기와 구분하기 위해 나중에 출시되는 영상 소프트에는 'Early Days'라는 부제가 붙는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he Movie (1989)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이토 타케히코(伊東岳彦)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프로듀서: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鵜之沢伸), 마키 타로(真木太郎)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1989.07.1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레이버의 폭주를 다룬 패트레이버의 첫 극장판 아니메. 키세 카즈치카의 현실적인 극화체풍의 작화는 극장판에 와서 더더욱 두드러졌는데, 그로 인해 타카타 아케미의 터치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후일 두번째 극장판과 세번째 극장판으로 이어지는 보다 심각한 패트레이버를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한 에피소드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참신한 설정이었는데, 무엇보다 80년대 후반은 PC의 보급률이 전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시대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앞서간 소재라 할 수 있겠다. 

극장판의 레벨에 맞게 이즈부치 유타카 외에 다수의 디자이너가 참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겸 메카닉 디자이너인 거물 카와모리 쇼지의 가세라든지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으로 데뷔하여 여러 건담 시리즈에서 활약하게 되는 사야마 요시노리나 이토 타케히코 등으로 인해 한차원 더 높아진 메카닉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극장판에 어울리는 뛰어난 수준의 작화 역시 볼거리로, 이후로 계속되는 압도적 퀄리티의 오시이표 극장판 아니메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V (1989)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이토 카즈노리, 오시이 마모루, 요코테 미치코(横手美智子), 키무라 ?(木村直人)
◈ 콘티/연출: 타키자와 토시후미(滝沢敏文),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元永慶太郎), 아오키 야스나오(青木康直)
◈ 작화감독: 니시무라 노부요시(西村誠芳), 타카미 아키오(高見明男)
◈ 미술감독: 시부야 유키히로(渋谷幸弘)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카사하라 히로코
◈ 프로듀서: 호리코시 토오루(堀越徹), 이시카와 세이지(石川清司)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9.10.11~1990.09.2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TVA(4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극장판을 거치면서 인기를 입증한 패트레이버의 첫번째 TV 시리즈. 흥미로는 것은 본 작품의 제작을 선라이즈가 맡았다는 사실인데, 리얼로봇 아니메를 최초로 제작한 아니메 제작사와 리얼로봇의 개념을 다른 형태로 정립한 작품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 조우는 몹시도 흥미롭다 하겠다. 오시이 마모루가 각본 스탭으로 한발 물러나고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OVA 7편에 이어 감독을 맡으면서 전반적으로 오시이 색체는 옅어졌으며, 선라이즈의 가세로 분위기도 일신하게 된다. 다만, 이토 카즈노리나 오시이가 여전히 각본을 맡고 있어 패트레이버만의 정체성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특차2과의 일상에 대한 묘사나 현실적인 에피소드 등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TV 시리즈에서는 이즈부치 유타카의 최고의 디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검은색 레이버 그리폰이 최초로 등장하고 있다. 미려하고 세련된 유선형의 검은색의 바디와 인상적인 빨간색 바이저는 산업용 기계로봇이 주로 등장하는 현실적인 패트레이버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52화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건상의 이유로 47화로 종영하게 된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 2기 (1990)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오시이 마모루, 이토 카즈노리, 요코테 미치코 外
◈ 콘티/연출: 요시나가 나오유키, 키쿠치 카즈히토(菊池一仁)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 아오키 야스나오 外
◈ 작화감독: 야마다 키사라카(山田きさらか), 타카기 히로키(高木弘樹)
◈ 기획: 헤드기어
◈ 제작사: ?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90.11.22~1992.04.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1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TV 시리즈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제작된 두번째 OVA. 전체적으로 각각의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스토리적 연관성이 별로 없는 패러랠 월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본 OVA와 TV 시리즈는 뚜렷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이는 애초에 5화를 마저 다 채우지 못하고 종영된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마무리 짖자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 (1992)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후지시마 코스케(藤島康介)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제작: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 하마와다 츠요시(濱渡剛)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 일자: 1992.08.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오시이의 정체성이 다시금 불을 뿜은 패트레이버의 두번째 극장판.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인간형 로봇의 등장이 마뜩치 않았던 오시이는 본작에 이르러 레이버의 활약을 대폭 축소시켰으며, 도쿄 시내에서 일어난 테러와 쿠데타,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에 연루된 음모를 파헤치는 서스펜스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패트레이버를 변주하게 된다. 작품의 모티브는 첫번째 OVA의 에피소드 5, 6편인 '2과의 가장 긴하루'에 그려졌던 자위대의 쿠데타가 모티브가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패트레이버이지만 패트레이버라고 보기 힘든 작품인 셈이다. 패트레이버를 통해 이전과는 달리 좀 더 대중취향적인 작품을 만들던 오시이의 작품 세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려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거운 주제와 정적인 연출, 느린 호흡으로 긴 가치관과 이념을 읊는 오시이표 스타일로 인해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정체불명의 테러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와 정치적 헤게모니, 어눌하지만 뛰어난 상황판단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특차2과의 코토 등 서스펜스 물로서는 영화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메카닉 디자인에 있어서도 비록 레이버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서두의 군사형 레이버를 비롯하여 상당히 하드한 밀리터리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건프라 디자이너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카토키 하지메나 '오, 나의 여신님'의 작가로 메카닉 마니아이기도 한 후지시마 코스케 등이 참여하여 현실적인 병기와 탈 것들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폐기물 13호 (2002),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각본: 도리 미키(とり みき)
◈ 캐릭터 디자인: 타카기 히로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타카기 히로키 外
◈ 미술설정: 와타베 타카시(渡部隆)
◈ 음악: 가와이 켄지
◈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시노하라 아키라(篠原昭)
◈ 제작총지휘: 와타나베 시게루(渡辺繁), 카와시로 카즈미(川城和実)
◈ 제작사: 매드하우스, 반다이, 토호쿠신사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2002.03.30
◈ 장르: SF, 괴수물,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10년만에 등장한 패트레이버의 신작 극장판. 오시이 마모루나 유키 마사미, 이토 카즈노리 등 패트레이버의 핵심진용이 대거 불참한 작품으로, 기존의 패트레이버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이다. 주인공 또한 특차 2과가 아닌 형사 쿠스미 타케시와 하타 신이치로이며, 특차 2과의 인물들과 레이버는 작품의 후반부에나 등장하게 된다. 그저 패트레이버의 세계관을 빌어온 스핀오프인 셈.

총 22권으로 완결된 유키 마사미의 원작 코믹스의 에피소드 '폐기물 13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나 원작과는 달리 상당히 시리어스한 성인취향의 전개가 눈길을 끈다. 이로 인해 뉘앙스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시리어스한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 같은 어두운 색체를 풍기고 있다. 다만, 정치논리라든지 이념적인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우리를 어지럽게 했던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는 달리 본작은 괴수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한 여인과 그에 얽힌 슬프고도 충격적인 진실, 이를 뒤쫓는 두 민완형사의 이야기가 담긴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부제인 패트레이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물건이 되었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으며, 몰입감도 뛰어나다. 키세 카즈치카의 극화체는 본 작품과 완벽한 싱크로를 자랑한다.

한때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에 등장한 괴물이 폐기물 13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도. 형체를 알기 힘든 그로테스크한 몸체에 크고 강한 꼬리, 인간처럼 팔 다리가 달린 부분은 일견 표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는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양서류나 어류(실제 모티브는 아구라고 전해짐)를 연상시키는 외형에, 개구리의 다리와 흡사한 네 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 반면, 폐기물 13호는 인간의 유전자가 결합되어 인간과 같은 팔다리와 여성의 가슴까지 달려있고 치아가 있다는 점에서 표절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폐기물 13호의 디자인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언급하기에는 실루엣의 일부가 비슷한 것도 사실. 이로 인해 국내 일부 네티즌과 혐한류에게 본의 아니게 여러가지 가십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다만 디자인 외에 스토리 상의 표절을 주장하는 부분은 근거가 없는 악성 루머다.(그런 식이라면 공각기동대는 블레이드런너의 표절이다.)


미니 파토 (2002)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카미야마 켄지(神山健治)
◈ 각본/연출컨셉/음향 프로듀스: 오시이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니시오 테츠야(西尾鉄也)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히요도 마코(兵藤まこ)
◈ 제작사: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 일자: 2002.03.30
◈ 장르: 드라마, 코미디
◈ 구분/등급: 단편(옴니버스 3부작)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폐기물 13호와 동시에 상영된 단편 애니메이션. 여러가지 실험적 기법이 적용된 작품으로 얼핏 보기에는 종이를 오려 만든 캐릭터를 카메라로 찍은 인형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풀 CG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가분수의 귀여운 2등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런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일본에서는 '파다파다 아니메(パタパタアニメ)'라고 부르기도 한다.([5] 참조) 파닥파닥 아니메로 명명해도 좋을 듯.

각본부터 연출컨셉에 이르는 기본 얼개는 오시이 감독이 아웃라인을 잡았으며, '인랑(2000)'에서 연출을 맡았으며, 오시이가 기획자 양성을 위해 세운 오시이 학원 출신이기도 한 신예 연출가 카미야마 켄지가 감독을 맡아 범상치 않은 연출력을 선보였다. 카미야마는 본 작품에서 선보인 종이 인형극과 같은 애니메이션 기법을 후일 자신의 TV 시리즈인 '동쪽의 에덴(2009)'의 엔딩 애니메이션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이기도. 본편의 작화는 키세 카즈치카와 함께 Production I.G의 양대 작화가이자 오시이 마모루의 또다른 작화 파트너이기도 한 니시오 테츠야가 맡고 있다. 

엉뚱한 관점과 마니악한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황당한 코미디는 패트레이버 본래의 스타일을 극장판보다 더 잘 살리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2]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the Movie, Wikipedia Japan
[3]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2 the Movie, Wikipedia Japan
[4] WXIII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5] ミニパト, Wikipedia Japan
[6]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OVA 第1期) (1988), allcinema.net
[7] Patlabor, Wikipedia
[8] Patlabor The Mobile Police (OAV 1/1988), ANN
[9]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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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988), 逆襲のシャア / Char's Counter Attack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총감독/각본: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보조연출: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北爪宏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스즈키 마사히사(鈴木雅久), GAINAX
◈ 디자인 협력: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이나노 요시노부(稲野義信), 이소 미츠오(磯光雄)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恩田尚之),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나카자와 카즈노리(中沢数宣), 시게타 아츠시(重田亜津史)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三枝成彰) / TM NETWORK
◈ 기획/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이토 아키노리(伊藤昌典)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3.1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하만 칸이 이끄는 네오 지온과 에우고 간의 제1차 네오 지온 항쟁(U.C0088~0089)이 에우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지 4년이 흐른 우주세기 0093년. 그리프스 전쟁 당시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 아즈나블이 돌아왔다. 그는 미네바 자비를 수령으로 받들었던 하만 칸의 네오 지온이 아닌, 지온공화국의 창시자이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지온 줌 다이쿤의 유지를 이어가는 새로운 네오 지온을 세우고, 지구 연방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제2차 네오 지온 항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의 재발을 두려워 한 연방의 지도자들은 샤아와 협상을 원하게 되고, 실제 연방과는 전력 면에서 열세였던 네오 지온은 이를 기회 삼아 소행성 기지 액시즈를 연방에게서 인도받은 뒤 이를 지구에 낙하시켜 지구를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는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의 갈등 자체를 없애버리고, 지구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키는 인류를 벌하기 위한 샤아의 전략으로, 그로 인해 벌어질 결과는 엄청난 희생을 초래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다.

한편, 미적지근한 연방의 태도와 달리 독립부대 론도벨에 소속된 왕년의 에이스 아무로 레이는 샤아와 네오 지온의 재등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자신이 직접 설계에 참여한 사이코뮤 프레임이 적용된 최신형 모빌슈트 ν(뉴) 건담의 개발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14년 동안 지속되어온 둘의 질긴 인연은 이제 그 최종장을 향해 접어들고 있었다.


<소개>

1987년,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리얼로봇은 사실상 종언을 고했지만, 건담에게만은 예외였다. 이미 거대한 팬덤과 관련 비즈니스의 폭넓은 성장으로 인해 원작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성 항행을 계속하고 있던 건담 시리즈는 리얼로봇의 몰락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후속작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처한 것이다. 특히,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나 중반부 이후 작품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영원한 에이스' 아무로 레이가 후속작인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에서도 등장하지 않자 팬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고, 사실상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분위기를 반전하려던 토미노 감독의 시도 역시 팬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토미노 감독은 더블 제타 시리즈를 제작하는 도중 우주세기의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새로운 후속 시리즈에 착수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우주세기의 사실상의 종장이라 할 수 있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인 것이다.

제목 역습의 샤아는 제타 건담 기획 초기 토미노 감독이 기획하던 소설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소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퍼스트 건담의 속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획 과정에서 메인 스토리의 뼈대가 바뀌면서 이 타이틀은 본작에 이르러서야 빛을 본 것이다. 당시 기획했던 역습의 샤아는 극장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아무로와 샤아가 주인공이자 같은 동료로 활약하는 이야기로 전개될 예정이었다. 사실 이러한 구도는 둘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면 제타 건담에서 그대로 적용된 것이었으나 극장판에 이르러서 우주세기의, 그리고 건담의 진정한 결말을 위해 토미노는 이를 수정하여 아무로와 샤아의 리턴 매치로 이야기 방향을 바꾸게 된다.

메카닉 디자인에 가이낙스가 참여한 것이 이채롭다. 특히, 가이낙스의 창립멤버로 건담과 토미노 감독의 열혈 팬이던 안노 히데아키의 경우는 자신이 건담에 참여하게 된 사실을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러한 기쁨과 달리 스스로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했던 뉴건담의 러프 디자인은 토미노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러프 스케치가 발기발기 찢어지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퍼스트 건담의 그늘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토미노에게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의 디자인은 퍼스트 건담과 너무 유사한 디자인이었으니 어찌보면 욕먹을 짓을 했다고 볼 수도.

☞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 러프스케치. 엔하위키 '토미노 요시유키' 설명 중 12.14 항목에 링크된 MAFTY님의 포스트. (바로가기)

뉴건담의 디자인 및 등장 MS는 거의 대부분 이즈부치 유타카의 손길을 거쳐갔다. 더블제타 건담부터 건담 시리즈에 합류한 그는 본작을 통해 건담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 MS 디자인을 그려내며 일약 차세대 메카닉 디자이너로 거듭나기도. 이즈부치는 소설판인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에 등장하는 주역메카 Hi-ν 건담이나 극장판의 사자비를 대신한 나이팅게일 역시 디자인하여 큰 인기를 얻는다. 그 외에 오하타 코이치나 사야마 요시노리 등 제타와 더블제타에 이어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러프 디자인을 그려내고 이를 한 두명이 클린업하는 형식으로 메카닉 디자인이 전개된다.

캐릭터 디자인은 더블제타에 이어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아 활약을 펼친다. 제타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80년대의 후속 건담 시리즈가 모두 키타즈메의 손을 거치게 된 셈. 키타즈메 외에도 오오모리 히데토시와 온다 나오유키 등 코가와 토모노리 직계의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건담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완벽하게 걷어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역습의 샤아 이후 제작된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캐릭터 디자인이 야스히코인 것은 원점으로의 회귀라고도 볼 수 있다.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아무로와 샤아의 복귀작이었지만, 그 전개는 그렇게 팬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제타 건담을 통해 라이벌인 아무로와 교감했으며 지온의 반대편에 서서 싸우던 샤아가 다시 지온의 수장으로 돌아오면서 팬들에게는 어리둥절함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아무로도 마찬가지로, 반연방 소속의 카라바에 몸담고 있던 그가 어떻게 다시 연방의 장교가 되었는지, 그리고 제타 당시 연인이었던 벨토치카의 존재는 사라진체 그 자리를 첸 아기가 차지하고 있는 등 어떤 면에서 제타와 더블제타의 이야기가 대거 삭제된 리부트의 느낌을 주고 있다. 애시당초 굉장히 많은 사전지식을 필요로 하는 이 작품에서 제타 이후 5년 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아무로와 샤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삭제되었기에 건담의 팬조차 조금은 생소한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여기에 이제까지와는 달리 악의 축으로 돌아서서 모든 인류를 말살하려 하는 샤아의 모습은 그의 아버지인 지온 줌 다이쿤의 사상과도 대치되는 것으로, 어찌보면 스스로 그 당위성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었다.

퍼스트 건담 시절 연인이었던 라라아의 환상에 사로잡힌 체 부관인 나나이 미겔이나 철모르는 뉴타입 소녀 퀘스 파라야의 마음을 이용하는 그의 모습은 샤아의 팬들에게는 큰 반감으로 다가왔다. 사실 다소 비정한 샤아의 이런 모습은 이미 복수를 위해 자신의 친우를 음모에 빠뜨려 숨지게 한 퍼스트 건담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기도 했으나 이미 샤아를 일종의 신화적인 인물로 생각해오던 당시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원치 않는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유부단한 캐릭터에서 패기와 여유로움을 가진 지휘관으로 성장한 아무로 레이는 이전의 입체적인 모습에 비해 오히려 그 개성은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작품의 히로인 격인 퀘스의 경우는 제타의 히로인 포우 만큼이나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웠는데, 그녀의 변심과 그녀를 사랑한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 하사웨이의 엇갈림과 그로 인해 벌어진 여러 비극은 전형적인 토미노식 파국을 보여주고 있다.

ⓒ SOTSU · SUNRISE

우주세기의 끝을 보려는 토미노의 계획은 본 작품에서 상당히 대담하면서도 그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샤아가 지구로 추락시킨 거대한 소행성 액시즈를 무모하게도 모빌슈츠로 막아선 아무로와 아무로에게 패해 탈출포트 째 사로잡힌 샤아가 액시즈의 추락을 극적으로 막아내면서 대기권의 고열로 인해 산화해버리는 엔딩은 팬들로서는 충격 자체였다. 이야기의 엔딩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우주세기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 토미노는 시리즈의 아이콘이기도 한 두 주인공을 아예 우주세기의 역사에서 완벽하게 퇴장시켜 버린 것이다. 아무로와 샤아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예상이나 매체들의 추측성 기사와 달리 토미노는 공식석상에서 둘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하지만, 몰살의 토미노다운 강수에도 불구하고 건담 시리즈의 재생산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거대한 소행성의 낙하와도 같이 토미노 자신을 짓누르게 된다.

주제가인 'Beyond the Time'은 TMN이 불러 화제가 되었다. '시티 헌터(1987)'의 엔딩 테마 'Get Wild'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TMN의 13번째 싱글로 싱글 음반 판매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건담 OST로서, 아니메 OST로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한 명곡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건담 극장판이라는 네임 밸류에 걸맞는 뛰어난 작화와 훌륭한 미술,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던 뉴건담은 건담 시리즈의 극장 애니메이션 중에서 현재까지도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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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전기 드라고나 (1987), 機甲戦記ドラグナー / Metal Armor Dragonar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칸다 타케유키(神田武幸)
◈ 시리즈 구성/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 마츠자키 켄이치(松崎健一), 타카하시 료스케(奇数和十八라는 필명으로 참여) 外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이우치 슈지(井内秀治) 外 /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후쿠다 미츠오(福田己津央)
◈ 캐릭터 디자인/게스트 캐릭터 디자인: 오오누키 켄이치(大貫健一) / 아시다 토요오(芦田豊雄), 스튜디오 라이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나카무라 유우이치(中村旭良),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오카다 아리아키(岡田有章)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1기 / 오오모리 히데토시 - 2기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渡辺俊幸), 하네다 켄타로(羽田健太郎) / 아유카와 마미(鮎川麻弥) - 1기 OP/ED, 야마세 마미(山瀬まみ) - 2기 OP/ED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神谷寿一→今井慎, 稲垣光繁, 요시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7.02.07 ~ 1988.01.30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서기 2087년 달에 세워진 통일국가 기가노스 제국이 지구연합에 대해 일방적인 독립을 선언하며 선전포고에 들어간다. 독자개발한 2족 보행 인간형 기동병기 메탈 아머(MA)를 앞세운 기가노스의 파상공세 앞에 지구군은 후퇴를 거듭, 지구의 일부마저 기가노스에게 넘겨주고 고전에 처하게 된다. 전황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기가노스가 개발한 신형 메탈 아머를 탈취할 계획을 세운 지구군. 탈취한 세대의 메탈 아머를 피난선에 싣고 빠져나오는 순간, 이를 눈치 챈 기가노스의 공격으로 피난선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피난선에 타고 있던 3명의 젊은이 케인과 탭, 그리고 라이트는 엉겁결에 빼앗은 세대의 신형 메탈아머 드라고나에 탑승, 추격하는 기가노스의 메탈 아머를 물리치고 피난선을 구하게 되는데...


<소개>

선라이즈의 3대 리얼로봇 아니메 감독인 칸다 타케유키의 작품으로, 80년대 마지막 리얼로봇 TV 시리즈이자, 건담 시리즈를 제외한 리얼로봇 TV 시리즈로는 마지막 작품. 칸다 감독 자신에게도 마지막 리얼로봇 TV 시리즈가 되었다. (이후 '기갑엽병 메로우링크(1988)'이나 '기동전사 건담 제08MS 소대(1996)'의 감독을 맡게 되지만, 이는 모두 OVA 시리즈이다.) 포스트 건담을 목표로 사그러져가던 리얼로봇 트렌드의 부활을 노린 작품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여러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며 리얼로봇의 쇠퇴를 막지는 못하게 된다.

포스트 건담을 지향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여러가지 설정이나 디자인 등은 퍼스트 건담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달의 기가노스 제국이 지구연합을 향해 독립을 선언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이야기 전개는 퍼스트 건담의 지온공국과 지구연방의 구도와 완전하게 동일하며, 인간형 기동병기로 인해 지구연방이 수세에 몰리는 부분 역시 대동소이하다. 3인의 남자 캐릭터가 3기의 드라고나를 조종하는 설정 역시 건담, 건캐논, 건탱크로 이어지는 퍼스트 건담의 메카 라인업과 동일. 여기에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을 연상시키는 기가노스의 푸른매 마이요 플라토 등 어떻게 보아도 시리즈는 퍼스트 건담의 설정 대부분을 조금씩만 각색하여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역메카인 드라고나는 건담과 함께 칸다 감독의 전작인 '은하표류 바이팜(1983)'의 디자인을 계승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날개 달린 비행형 부스터 백팩을 장착한다는 설정이 그것으로 이는 바이팜의 슬링 패니어의 확장된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설정이 '기동전사 건담 시드(2002)'의 백팩 시스템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세 작품의 메카닉 디자인을 모두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으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재사용하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칸다 감독이 전작 바이팜의 감독이라는 점과 함께 본 작품에서 연출 스탭으로 참여한 후쿠다 미츠오가 후일 시드 시리즈의 감독을 맡는다는 점에서 연출가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되었음을 유추해볼 수도 있다.

본 시리즈 최대의 이슈는 바로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있다. 당시 '초수기신 단쿠가(1985)'로 업계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예 오바리 마사미가 담당한 드라고나의 1기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압도적인 메카닉 프로포션과 세련된 스타일로 로봇들을 묘사했으며, 정교하고 세심한 작화로 콕핏 내부를 묘사하는 등, 지금 보아도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로 인해 강렬한 임팩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게 된다. 후일 오바리 마사미의 이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우메츠 야스오미가 그린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의 2기 오프닝 애니메이션과 함께 80년대를 대표하는 걸작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 회자되기도. (오프닝 애니메이션의 드라고나는 오바리의 드라고나라는 뜻에서 특별히 '바리구나'로 불리기도 하였다. 아하, 그렇구나...)

ⓒ SOTSU · SUNRISE

다만 문제는 오바리 마사미의 매력적인 메카닉 스타일링이 본편의 메카닉 작화와는 너무나 상이하다는 점에 있었는데,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보고 앞다투어 브라운관 앞으로 달려들었던 아니메 팬들로서는 큰 특색없는 본편의 메카닉 작화에 큰 실망감을 표시했으며, 내용 역시도 그닥 새로울 것 없는 이전 퍼스트 건담 시리즈의 반복인지라 오히려 시리즈의 인기는 오프닝 애니메이션 때문에 급락하는 기현상을 맡게 된다. 다만 48화에서는 오바리 마사미 본인이 직접 메카작감으로 참여하면서 시리즈 중 유일하게 오바리식 메카닉 스타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시리즈의 초반 전개는 리얼로봇의 일반적인 전개와는 다른 가벼운 개그 터치가 더해진 모습이었다. 주인공들도 유쾌한 성격으로, 시리어스한 여타 리얼로봇과는 다른 모습. 하지만, 퍼스트 건담과 거의 비슷한 설정으로 인해 이러한 몇몇 새로운 모습들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게다가 주인공보다 더 인기를 얻게 된 캐릭터 마이요의 경우는 후반부에는 주인공과의 대립이 아닌 독자적으로 기가노스 제국과 싸우는 사이드 킥으로 활약하며 이미 캐릭터적 매력을 상실한 세 주인공에 비해 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기도. 여러 면에서 스토리는 갈수록 밀도와 흡입력을 잃어버렸으나 시리즈는 조기 종영없이 온전히 49화로 마무리 짓는다.

포스트 건담을 표방했으면서도 건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드라고나의 실패는 리얼로봇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리얼로봇은 건담 외에는 대안을 갖추지 못한 체 TV라는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했고, 그로 인해 바톤은 다시 건담과 토미노 요시유키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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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1985), 蒼き流星SPTレイズナー / Layzner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이토 츠네히사 (伊東恒久), 타카하시 료스케 (高橋良輔)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星山博之), 스즈키 요시타케 (鈴木良武), 히라노 야스시 (平野靖士), 이토 츠네히사 (伊東恒久) 外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谷田部勝義), 아미노 테츠로 (網野哲郎), 카세 미츠코 (加瀬充子)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谷口守泰) / 다니구치 모리야스, 무라나카 히로미 (村中博美), 八幡正 外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오카오라 쿠니오 (大河原邦男) / 요시다 토오루 (吉田徹), 오키우라 히로유키 (沖浦啓之)
◈ 미술감독: 혼다 오사무 (本田修), 아라이 카즈히로 (荒井和浩)
◈ 음악/노래: 이누이 히로키 (乾裕樹) / AIRMAIL from NAGASAKI (OP), 토미자와 미치에 (ED)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 (植田益朗), 銀谷精一, 木本隆彦
◈ 제작사: 선라이즈, 니혼 TV, 요미우리 광고사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5.10.03 ~ 1986.06.2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3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미소 냉전이 계속되던 1996년, 인류는 화성에까지 진출하지만 냉전구도는 광활한 우주에까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주에 불화의 씨앗이 생길것을 우려한 그라도스 별의 그라도스인들은 미래의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지구를 제압할 것을 결정하게 된다.

그즈음 UN이 주최한 우주체험교실에 선정된 소년 소녀들이 화성의 UN기지에 도착하게 된다.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그들 앞에 갑작스런 그라도스군의 인간형 병기 SPT(Super Powered Tracer)의 습격이 시작된다. 기지는 파괴당하고 체험학습단이 위기에 처한 순간, 한 대의 푸른 SPT가 나타나 그라도스군으로부터 소년소녀들을 구하게 된다. 푸른 SPT를 몰고 온 인물은 그라도스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알바트로스 날 에이지 아스카라는 소년이었는데...


<소개>

타카하시 료스케의 4번째 리얼로봇물이자 감독으로서 그의 마지막 TV 시리즈 로봇물. 그라도스라는 이성인과 지구인과의 전투가 시작되는 즈음, 그라도스의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 에이지가 그라도스의 병기 레이즈너를 몰고 지구의 편에서 싸운다는, 'UFO 로봇 그렌다이저(1976)'에서부터 이어져온 거대로봇물의 테마를 이어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타카하시 료스케에 의해 독특한 스타일로 그려지면서 리얼로봇물의 쇠퇴기를 장식한 걸작 아니메로 이름을 남긴다. 

당시 선라이즈의 작화 라인은 몇 개의 부류로 나뉘어지고 있었는데, 우선 작화에 있어서 일가를 이룬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이끄는 작화라인과, '스튜디오 비보' 소속으로 '전설거신 이데온(1980)' 이후 토미노 요시유키와 호흡을 맞춰온 코가와 토모노리와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온다 나오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 등이 이끄는 작화라인, 그리고 '아니메아루' 소속의 다니구치 모리야스와 그의 제자(요시다 토오루, 오키우라 히로유키, 오사카 히로시)들이 이끄는 작화라인이 있었다. 레이즈너는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부터 참여해온 다니구치 모리야스와 그의 제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용자 라이딘(1975)'부터 선라이즈의 다수의 작품에 참여해온 다니구치였지만 캐릭터 디자인으로서는 레이즈너가 첫 작품이었다. 다니구치가 '북두의 권(1984)' TV 시리즈에 참여했던 이력 때문인지 2기부터는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듯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또한, 주인공인 에이지의 모습은 북두의 권의 켄시로와 함께 그가 참여했던 '장갑기병 보톰즈(1983)'의 주인공 키리코 큐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키리코 큐비 역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켄시로와의 접점이 느껴지는데, 이는 작화를 맡은 다니구치 못지않게 타카하시 감독이 북두의 권 시리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음을 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미소냉전이 진행중인 1996년이라는 설정부분은 아직은 냉전 중에 있던 86년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부분이다. 이러한 분쟁상황이 우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그라도스인들의 지구침공은 다분히 냉전시대에 대한 타카하시 감독의 우회적인 풍자라고 볼 수 있다. 그라도스인과 지구인의 혼혈로, 화성에 견학온 학생들과 함께 그라도스의 추격군을 물리치며 지구로 귀환하는 초반부의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1979)'을 거쳐 '은하표류 바이팜(1983)'까지 이어져온 15소년 표류기식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 독특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가 주인공 에이지의 실종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벌어지는 2기의 이야기를 기점으로는 완벽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그라도스에 의해 점령당한, 폐허가 된 지구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이는 안나일행과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멋진 무술실력을 보여주며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에이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2기는 여러 면에서 북두의 권스러운 무협액션물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시리즈 최고의 악역 고스테로와 그의 시귀대의 전용 SPT는 리얼로봇의 특색인 병기로서의 로봇보다는 정통 거대로봇물의 영향이 눈에 띈다. 이것은 주역 메카인 레이즈너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V-MAX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 전반적으로 볼 때 레이즈너의 2기는 리얼로봇물에 정통 거대로봇물의 스타일을 가미한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당시 리얼로봇물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시리즈는 히로인 안나의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되고 있다. 1기에서 지구인들의 편견 속에 고립된 주인공 에이지를 처음으로 믿어주던 14살의 소녀 안나는 2기에서는 에이지를 사랑하는 연인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남성 취향의 하드한 작품 스타일과 달리 연인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안나의 해설은 작품을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는 선라이즈의 '스크라이드(2001)'에서 카나미의 해설로 재사용되기도 한다. 바이팜에서 처음 등장했던 에피소드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미리 보여주는 아방 타이틀식 연출도 사용되는데, 오프닝 테마 중간에 사용되는 스타일리쉬한 기법이 눈에 띈며, 이 역시 선라이즈의 '사이버 포뮬러 사가(1996)' 등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SUNRISE

리얼로봇에 정통 거대로봇물과 무협액션을 가미한 크로스오버는 시청률 측면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 동시간대에 방영중이던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夕やけニャンニャン'의 공세 속에서도 10%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1] 참조),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방영중이던 선라이즈의 야심작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스폰서 중 하나였던 산요(SANYO)의 석유난로가 제조결함으로 인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여 45명이 중독되고 4명이 죽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스폰서에서 하차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제작비 수급에 난항이 발생하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시된 레이즈너 프라모델이 판매부진으로 고전을 겪자 반다이마저 스폰서에서 철수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외적인 여건이 악화되면서 레이즈너는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38화로 갑작스런 종영을 맡게 된다.

37화까지 정상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던 상황으로 보아 조기종영 결정은 상당히 급박하게 이루어 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38화는 스토리의 비약이 심해졌고 마무리 역시 확실하지 않았다. 우주로 떠난 에이지를 기다리는 안나 일행의 회상장면에서는 이전 컷을 대거 재사용하는 등, 스탭진 역시 시리즈 조기종영에 큰 실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완구/프라모델 스폰서와 TV 시리즈 아니메의 연계라는 비즈니스 시스템은 서서히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고, 리얼로봇 장르의 편중현상은 역으로 컨텐츠의 경쟁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있었다. 결국, 레이즈너의 퇴장과 함께 타카하시 료스케도 리얼로봇물에서 퇴장하게 된다.

☞ 아니메 집중분석 17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 by 바이칸 (바로가기)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ACT 1,2,3 (1986)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연출/구성: 이마니시 타카시 (ACT 1), 야타베 카즈요시 (ACT 2), 카세 미츠코/야타베 카즈요시 (ACT 3)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10.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총집편 2화와 TV 시리즈에서 완결짖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1화로 구성된 3부작 OVA. ACT 1은 1화부터 25화까지, 즉 에이지가 행방불명되고 그라도스의 지구 침략이 결말로 치닫는 무렵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ACT 2는 그라도스 지배하의 지구에 돌아온 에이지와 지구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다룬 26화부터 37화까지의 이야기를, 마지막 ACT 3에서는 TV 시리즈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숨겨진 진실을 다루고 있다. 이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만들었던 TV 시리즈의 38화는 OVA 3화로 대체된다.

비록 원래의 이야기 의도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1시간 짜리 OVA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레이즈너 팬들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는 결말로 레이즈너는 비로소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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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 23 Part I (1985), メガゾーン23 / Megazone 23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이타노 이치로, 우메츠 야스오미, 히라노 토시키
◈ 캐릭터 디자인: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감수: 아라마키 신지, 카기누마 히데키, 미야오 가쿠 / 쿠마다 마사요시
◈ 작화감독: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타노 이치로, 카기노우치 나루미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타케우치 유카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아트랜드,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5.03.09 (OVA 발매) / 1985.03.23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시놉시스>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먼 미래의 지구. 인류는 거대한 도시형 우주선을 만들어 황폐화된 지구에서 탈출, 우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다. 메가존 23이라 불리는 도시형 우주선도 그 중 하나. 메가존 23을 제어하는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하무트는 도시형 우주선의 내부에 인류가 가장 동경하던 시대인 20세기의 도시환경을 구축하고 거주하는 인류의 정신을 조작하여 자신들이 도시형 우주선이 아닌 20세기의 지구에 살고 있다는 환상을 일괄적으로 심어놓게 된다. 실제로 뉴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식과 이야기는 바하무트에 의해 가공된 것이며, 외국여행 역시 그저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으로 심어진 기억일 뿐이다. 이들 도시형 우주선은 지구관리 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지구를 떠난 지 500년이 지나 귀환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며, 재생 중인 지구에 무단으로 귀환하는 도시형 우주선을 파괴할 목적으로 달 표면에는 지구 방위 시스템 ADAM이 건설된다.

그로부터 500여년의 세월이 흘러 메가존 23의 지구귀환이 다가오던 무렵, 화성으로 이주한 인류의 후예 데쟈루구가 메가존 23을 습격하게 된다. 메가존 23의 자치군은 외계의 습격을 맞아 싸우면서 도시형 우주선과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의 진실을 깨닫게 되고, 자치군의 젊은 장교 BD는 이러한 상황 속에 바하무트를 무력화시키고 데쟈루구를 물린 뒤, 스스로가 메가존 23의 지배자가 되려 하고 있었다. 군은 대 데쟈루구용 병기로 바하무트가 가진 테크놀로지를 이용, 바이크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변형이 가능한 다목적 병기 가란드를 개발한다. 

하지만, 이 가란드에는 군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가란드에 메가존23의 아이돌 가수로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토키마츠리 이브, 즉 EVE와 소통이 가능한 7G 오퍼레이터를 위한 기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EVE는 실제 인간이 아닌 바하무트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로, 무작위로 7G 오퍼레이터로 선택된 인물에게 질문을 던져 최종적으로 인류의 지구귀환 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AI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이 가란드가 BD의 손을 떠나 민간인 소년 야하기 쇼고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소개>

'기갑창세기 모스피다(1983)'와 함께,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로 기획된 '초시공세기 오거스(1984)'와 '초시공기사단 서던크로스(1984)'는 빅히트를 기록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컨셉을 이어받은 후속작들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그 인기를 이어가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TV 시리즈의 속성상 완구/프라모델 비즈니스와 연계가 생명이었던 이 작품들은 완구/프라모델 분야에서 저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스폰서의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운 나쁘게도 동시간대에 방영된 타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을 능가할 대중적인 코드도 부족했었다. 즉,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마니악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스피다의 기획에 참여했던 아트믹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미치는 이 진일보한 SF 세계관에 큰 인상을 받는다. 그는 이 마니악한 설정이 대중성은 떨어질지라도 마니아들에게는 큰 어필을 할 수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당시 아니메 시장은 질적, 양적인 팽창으로 인하여 그 몸집이 비대해지던 시기였다. 동시기에 당대 VHS 비디오를 주도하던 빅터 음악산업(이하 음산, 후일 빅터 엔터테인먼트)과 베타 비디오를 주도하던 소니는 자사의 비디오 플레이어의 대중화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사업을 팽창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영상 컨텐츠의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기도 했다. 이러한 업계의 의지로 인해 아니메는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라는 새로운 대안시장을 탄생시키게 된다.([5] 참조) 스즈키의 기획은 바로 OVA라는 매체에 정확히 부합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에 적극 구매의사를 밝히는 마니아들에게 이 하드한 SF 로봇물은 분명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크로스나 모스피다와 같은 하드 SF 로봇물로 방향을 잡으면서 아트믹은 마크로스와 모스피다에서 활약한 젊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게 된다. OVA는 극장 아니메에 비하여 소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였기에 몸값이 비싼 중견 애니메이터보다는 커리어를 쌓고 싶은 의욕 넘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비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TV 시리즈나 극장 아니메보다 표현과 이야기의 자유도가 용이했기에 도전을 원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적합한 제작방식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다. '이타노 써커스'로 메카 액션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이타노 이치로, 마크로스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스타덤에 오른 하루히코 미키모토,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히라노 토시키, 카기노우치 나루미, 여기에 모스피다에서 인상적인 라이딩 아머를 디자인한 아라마키 신지 등이 속속 아트믹의 휘하로 모여들게 된다.

여기에 '기동전사 건담(1979)'을 위시한 선라이즈의 다수의 로봇물에서 각본을 쓴 관록의 호시야마 히로유키와,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신진 애니메이터들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한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의 가세로 진용은 신구의 조화를 이룬 탄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보다 더 치밀해진 하드한 SF 스토리, 메카닉 마니아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메카닉, 여기에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소녀와 에로틱 코드가 결합된, 마니악하면서도 상업적인 의도가 전면에 깔린 걸작 OVA가 탄생하니 이것이 바로 '메가존 23(1985)'이다. 

황폐해진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 도시형 우주선 메가존에 탑승하여 지구를 떠도는 인류의 미래는 픽사의 최신작 '월 E(2008)'의 서사구조와도 상당히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가 인간을 양육하는 절대적인 컨트롤 타워로 등장하는 부분도 마찬가지. 물론 이 설정은 몇몇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어온 부분으로, 새롭고 혁신적이지는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월 E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가존 23은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이를 영상화한 작품이라 하겠다. 거기에 사람들의 정신을 조작하여 그들은 자신을 우주선에 사는 먼 미래의 인류가 아닌 1980년대의 사람으로 인식하고 산다는 점은 꽤 독창적인 발상이라 하겠다. 이렇게 시스템에 의해 인류가 무의식적으로 통제당하는 설정은 후일 '매트릭스' 시리즈와 매트릭스에 영향을 받은 일부 SF 영화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컴퓨터가 관리하는 통제된 사회, 실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조작된 삶을 살고 있는 인류 등, 고급스러운 SF 설정 외에도 사이버 아이돌 이브의 등장은 이 작품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이브는 마크로스의 린 민메이에 영감을 받았음이 분명하며, 히라노 토시키가 디자인한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이브는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디자인하여 다른 캐릭터들과는 틀린 가상의 캐릭터라는 정체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브는 단순한 사이버 가수가 아닌 인류의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가상 프로그램으로 작품의 중요한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후일 메가존 시리즈의 상징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사이버 아이돌이라는 컨셉은 후일 카와모리 쇼지가 연출하는 '마크로스 플러스(1994)'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이브는 린 민메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창조해낸 캐릭터로서 오랫동안 사랑받게 되며, 신인가수 미야사토 쿠미를 이브의 성우로 기용함으로써 민메이의 성우였던 이이지마 마리가 가수로서도 대성공했던 마크로스의 성공사례를 재현하게 된다. 명 작곡가 사기쓰 시로가 쓴 일련의 삽입곡들 역시 큰 사랑을 받는다.

아라마키 신지가 디자인한 바이크 변형 메카 가란드의 디자인은 전작 모스피다의 라이딩 아머 모스피다만큼 정교하며, 토시키와 나루미의 캐릭터들도 이브 못지 않은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OVA의 상업적 기획의도로 인해 삽입된 주인공 쇼고와 히로인 유이의 베드씬은 이 작품을 감상할 성인 마니아들의 좋은 눈요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에로틱 씬의 삽입은 비디오 판매 자체가 상업적 성공의 잣대인 OVA에 있어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마니아들의 성적 욕구를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아니메의 시도는 후일 수많은 성인용 포르노 아니메의 양산을 가져오는데 단초를 제공하지 않나 싶다.

당시 비디오 타이틀로서는 비교적 고가인 13,800엔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메가존 23은 2만 6천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85년도 일본 비디오 시장에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로 이름을 올린다.([5] 참조) 이러한 판매호조는 곧 극장상영으로 이어져 메가존 23은 마니악한 SF 장르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각본을 쓴 호시야마 히로유키는 제3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진일보한 작품의 SF 설정 역시 평단의 인정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메카닉과 미소녀의 결합이라는 일본 아니메 특유의 스타일은 당분간 아니메를 특히, OVA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메가존 23 Part II, 비밀을 주.세.요 (1986)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총감수: 이시구로 노보루
◈ 감독/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 구성/각본: 야마다 카츠히사 /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타노 이치로, 야마다 카츠히사, 하세가와 야스오 外
◈ 캐릭터 디자인: 우메츠 야스오미,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 작화감독: 우메츠 야스오미, 카도카미 요코 (이브 작화감독)
◈ 미술감독: 아라이 카즈히로
◈ 원화: 유키 노부테루,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 外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AIC,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6.04.26 (극장개봉) / 1986.05.30 (OVA 발매)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OVA로의 도전적인 시도가 크게 성공하자, 곧이어 두번째 메가존 프로젝트가 발동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AIC가 참여하면서 제작 규모가 전작에 비해 크게 상승하게 된다. 두번째 시리즈는 우선 전작에 비하여 여러면에서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는데, 우선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가 감독이 아닌 총감수의 직책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신, 이타노 이치로가 자신의 첫 연출데뷔를 이 작품을 통해 이루게 된다. 또한, 파트 1에서 콘티스탭으로 활약하던 신예 우메츠 야스오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파격적으로 데뷔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시리즈는 전작이 보여준 아니메 스타일을 일신, 마치 미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극화체의 스타일로 변모한다.

애초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었기에 이러한 파격적 결단은 좋은 반응을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메가존 23 파트 2는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까지도 우메츠 야스오미에 대한 인기는 북미 등에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외에도 유키 노부테로,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와 같이 젊고 유능한 작화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작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키 노부테루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 작화가 우메츠 야스오미와 비견될 정도의 작화력을 가진 대기만성형의 인재로, 훗날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작화감독으로 성장하게 된다. 반면, 이번 작품을 통하여 첫 연출수업을 통과한 이타노 이치로는 이후 여러편의 OVA를 통해 감독에 도전하지만 메가존 23 파트2 이상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면서 절정의 작화력에 비해 연출부분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이는 후일 감독으로 데뷔하는 본 시리즈의 메카닉 디자이너 아라마키 신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바로 엘로스가 구입했던 지 아니메 특별부록. ⓒ あいどる · AIC / 近代映画社

우메츠 야스오미의 작화는 이 작품이 가진 마니아적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기존의 아니메 스타일과는 너무도 다른 뚜렷한 이목구비와 강렬한 명암, 사실적인 묘사는 성인취향의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디자인한 이브도 새로운 변화를 맡는데, 파트 1의 이브가 민메이와 유사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던 반면, 파트 2의 이브는 보다 더 관능적이고 여성적인 매력을 드러내었다. 파격적인 작화의 변화는 전작의 등장인물이었던 쇼고나 유이, 그리고 BD에도 영향을 미쳐, 너무도 다른 외모의 변화 때문에 파트 1과의 매치가 잘 안되는 현상을 가져오기도.

이 작품 역시도 성인층 마니아를 공략한 OVA인 이상 필수적으로 서비스 컷이 삽입된다. 이 OVA가 특히나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서비스 컷인 쇼고와 유이의 베드씬 때문이었는데, 전작의 베드씬을 넘어서는 수준의 선정성에 우메츠 야스오미의 절정의 작화력이 더해지면서, 리미티드 아니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실사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어 당시 마니아들을 충격과 열광(?)에 빠뜨리게 된다. 그러나, 이 절정의 작화 덕에 후일 우메츠 야스오미는 성인 아니메의 대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도. 

문제의 베드씬은 북미판에서는 삭제되어 출시되었으며, 당시 국내에서 일본서적 전문 서점 등을 통해 유통된 메가존 23 설정집 '지 아니메 특별편집 메가존 23 Part II'의 경우, 베드씬을 일일이 캡쳐한 스틸 샷 페이지 통체를 검은 매직으로 칠해 판매하는 만행(?)을 벌여 국내 오덕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당시 거금 8만원을 주고 엘로스가 구입하여 애지중지 아끼던 이 서적은 책을 빌려간 뒤 자기 책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주신 죽마고우의 선행으로 인하여 현재는 행방불명되어버린 상태이다.) 


메가존 23 Part III, 이브의 각성/해방의 날 (1989) 


ⓒ VICTOR Entertainment


<정보>

◈ 원작: 아라마키 신지
◈ 감독: 아라미키 신지, 야타가이 켄이치
◈ 각본: 아리이 에무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프로덕션 디자인: 유메노 레이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기타지마 노부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仲盛文 (전편), 오바리 마사미 (후편)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 (전편), 키타지마 노부유키 (후편)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음악/노래: 우라타 케이시 / 타카오카 사키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아지미 토시오 / 스다 히데아키
◈ 제작사: AIC, 아트믹,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VICTOR Entertainment
◈ 일자: 1989.09.28 (1편 OVA 발매) / 1989.11.25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등학생 관람가 (R)


<소개>

3년 뒤에 재부팅한 메가존 23의 세번째 시리즈. 이미 지구에 성공적으로 귀환한 메가존 23, 그리고 신천지에서 새로운 운명을 시작한 쇼고와 유이의 이야기 등 전작의 종결 시점으로부터 수백년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1편의 히라노 토시키, 2편의 우메츠 야스오미에 이어 이번 3편은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7)'과 '역습의 샤아(1988)' 등을 통해 당대 최고의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로 각광받고 있는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게 된다. 적어도 작화면에서 메가존 23 시리즈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필력과 인기도를 자랑하는 아니메 캐릭터 디자이너가 참여한 작품인 셈이다. 그만큼 메가존 23이 OVA史에서 차지하는 네임밸류는 대단한 것이었다.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으며, 일부 작화 퀄리티는 현재의 수준과 비교해도 그다지 퀄리티 차이를 못느낄만큼 대단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세를 풍미하는 키타즈메의 스타일이 더해진 이브의 스타일은 사랑스러운 파트 1의 이브와, 관능적인 파트 2의 이브와는 다른, 소녀적이면서도 아이돌 스타스러운 스타일을 맘껏 뽐내고 있다. 전작과는 다른 숏컷의 머리도 매력 포인트.

다만, 이 시리즈는 앞선 두 시리즈에 비하여 작화 퀄리티가 들쭉날쭉한 아쉬움이 있다. 일부 컷은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다가도 몇몇 컷에서는 기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이는 작화감독이 키타즈메 외에 기타지마 노부유키가 참여하는 이중 작화감독 체제의 원인이 아닌가 싶으며, 1편에 비해 2편의 작화적 완성도가 다소 더 떨어져 보인다. 1편의 작화감독 보조에, 당시 키타즈메의 뒤를 이은 스튜디오 비보의 또하나의 인재 온다 나오유키가 참여했던 것은 1편과 2편의 작화적 완성도의 차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메가존 23 파트2와 파트3에 참여한 작화가들은 기묘하게 공통적인 라이프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 파트 2의 우메츠 야스오미는 20대이던 80년대 당시 절정의 작화력을 보여주다가 80년대말 이후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 다시 활동을 재개했으나 예전과 같은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반면, 당시 원화맨으로 참여하며 이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키 노부테루는 9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을 계속하여 이제는 아니메의 대표적인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파트 3의 키타즈메 또한 80년대의 절정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한체 쇠퇴를 거듭, 현재는 아니메 업계에서 그 소식을 접하기 힘든 반면, 그의 아류로 인식되던 온다 나오유키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 현재는 키타즈메를 뛰어넘은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로 그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제타 건담 원 시리즈의 작화감독이 키타즈메인 반면, 제타 건담 신역판의 작화감독은 온다라는 사실 역시 위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메가존 23은 이들 불세출의 애니메이터들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젊고 패기있던 시절에 그려진 의미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파트1의 이브(상), 파트2의 이브(중), 파트(3)의 이브.



<참고 사이트>

[1] メガゾーン23, Wikipedia Japan
[2] Megazone 23 (OAV), ANN
[3] Megazone 23 Part II (OAV), ANN
[4] Megazone 23 Part III (OAV), ANN
[5] 메가존 23(メガゾーン23) 1985,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워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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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 機動戦士 Ζ ガンダム / Mobile Suit 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필명 斧谷稔 사용), 오오노기 히로시, 스즈키 유미코, 카와사키 토모코, 마루오 미호 外
◈ 콘티/연출: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기타 오사무, 카와세 토시후미, 타키자와 토시후미, 이우치 슈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고바야시 토시미츠, 카나야마 아키히로, 야마다 키사라카, 온다 나오유키 外
◈ 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중도 하차), 오카와라 쿠니오, 후지타 카즈미, 무라카미 카츠시, 고바야시 마코토 外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우메츠 야스오미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닐 세다카 / 아유카와 마미 (1기 오프닝, 엔딩), 모리구치 히로코 (2기 오프닝)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오니시 쿠니아키, 森山涇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5.03.02 ~ 1986.02.2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50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온공화국과 지구연방의 1년 전쟁이 지구연방의 승리로 끝난지 7년 뒤인 우주세기 0087년. 스페이스노이드(우주에서 태어난 인류)들의 재결집을 우려한 지구연방은 전쟁 종료 후 보다 효과적인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온군의 잔당소탕이라는 명제를 내걸고 지구연방군 출신의 자미토프 하이만의 주도로 창설된 특수부대 티탄즈는 연방 내의 엘리트 집단으로 세력을 공고히 하며 노골적으로 스페이스노이드를 탄압하기 시작한다. 지온의 불순분자를 소탕한다는 목적으로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1의 30반치에 독가스를 살포하여 콜로니 주민 1,500만명을 학살하는 등, 티탄즈의 행위가 도를 넘어서자 연방의 뜻있는 인물들과 스페이스노이드들은 티탄즈에 대항하여 반지구연방조직 에우고를 결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실낱처럼 이어지던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들의 평화는 깨지고 다시금 전란의 불길이 우주를 불태우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후세에 그리프스 전쟁이라 알려진 전화의 서막이다.

연방군의 기술사관으로 근무하는 부모를 따라 사이드 7으로 이주한 고교생 카미유 비단은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무관심, 그리고 여자같은 자신의 이름에 강한 불만과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티탄즈의 사관 제리드 메사로부터 여자같은 이름이라는 말을 들은 카미유는 충동적으로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리드에게 일격을 가해 티탄즈의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헌병들에게 가혹한 린치를 당하며 카미유는 티탄즈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된다.

한편, 그린노아에 티탄즈가 비밀리에 제작중인 모빌슈트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에우고는 크와트로 바지나 대위를 그린노아에 침투시킨다. 티탄즈가 개발한 비밀병기 건담 MK II의 존재를 확인한 크와트로. MK II의 시운전을 하던 제리드가 조종미숙으로 지면에 불시착하며 헌병대를 덮치고 혼란한 틈을 노려 카미유는 구금장소를 빠져나와 제리드가 불시착시킨 건담 MK II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때린 티탄즈 헌병들에게 복수를 할 목적이었던 카미유는, 크와트로 대위와 조우하면서 엉겁결에 건담 MK II와 함께 에우고로 향하는데...


<소개>

6년만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1979)'의 후속작으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작품. 원작으로부터 7년 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기동전사 Z 건담/1985)'은 7년 사이 무수한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우주세기의 세계 만큼이나 6년 사이 무수한 제작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건담의 후속편은 이미 '성전사 단바인(1983)'의 방영 중에 논의가 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과 '전투메카 자붕글(1982)'을 거쳐 단바인에 이르면서 토미노는 후속 건담에 대한 팬들의 염원, 당시의 로봇물의 프라모델 사업부진에 따른 반다이의 건담 시리즈 재개 요구 등 여러가지 외부적 압력을 받고 있었으며, 그 자신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만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83년부터 내부적으로 진행되어가던 후속 건담의 프로젝트는 마침내 84년 2월부터 본격적인 스타트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는 토미노의 '중전기 엘가임(1984)'이 방영을 시작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겹치면서 Z 건담은 다른 아니메에 비하여 상당히 긴 제작기간을 거치게 된다. 1년짜리 프로젝트였으니 과연 건담 후속작에 걸맞는 대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게다가 퍼스트 건담을 제작했던 선라이즈의 제1스튜디오가 아닌, 자붕글 이후로 토미노가 둥지를 튼 제2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게 된다. 당시 제 2스튜디오는 엘가임을 제작하던 중으로, 이로 인해 엘가임의 제작에서 토미노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가 토미노 것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Z 건담의 제작은 엘가임과의 이중 작업으로 인해 그 진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1년여의 제작 기간 중 상당기간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메카닉 디자인이었다. 오카와라 쿠니오 혼자서 전담했던 퍼스트와는 달리 Z 건담에는 10명 남짓한 스탭들이 투입되는데, 이는 명실공히 Z 건담이 비즈니스적 기획의도가 십분 반영된 작품이며, 프라모델 사업의 성패를 쥔 작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주역메카인 Z 건담의 경우에는 한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여러명의 디자이너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어낸 디자인으로, 아니메의 메카닉 디자인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결코 빠지지 않는 걸작 메카닉으로 지금까지 자리하게 된다. 

다만,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에 따른 프라모델의 상품화 문제로 인해 초반부의 주역 메카는 퍼스트 건담의 디자인 컨셉을 계승한 건담 MK II가 맡게 된다. 이로 인해 Z 건담은 후반부에 MK II와 극적인 교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토미노의 전작 자붕글이나 단바인, 엘가임에 등장한 주역메카의 교체와 동일한 시퀀스이며, 단바인과 엘가임은 Z 건담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의 주역기체가 변형기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타가하시 료스케 감독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 그는 가리안에서 합체변형이 가능한 어절트 가리안으로 주역메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건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일선에서 물러난 체 캐릭터 디자인에만 관여한 것이 그것. 총작화감독 한명이 전체 작화를 조율하지 않고 여러명의 작화감독이 로테이션 형태로 작화를 담당하게 되는데, 특히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그동안 작화를 맡아오던 또하나의 거물 작화가 코가와 토모노리 대신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하겠다. 스승인 코가와의 작화기법을 계승하면서, 야스히코의 미형 캐릭터들을 절묘하게 재창조해낸 그의 작화는 퍼스트 건담의 일부 팬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당시 절정의 인기를 끌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의 표지 일러스트의 상당수가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했다. 키타즈메 외에도 온다 나오유키와 같은 코가와의 제자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전체적인 Z 건담의 형세는 퍼스트의 잔영과 새로운 건담 스타일 사이에 위치하여 야스히코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혁신에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압도적인 퀄리티의 2기 오프닝을 그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우메츠 야스오미의 등장은 또다른 천재 애니메이터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 SOTSU · SUNRISE

이야기 역시 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 많은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전 시리즈의 주인공 아무로가 한참 후에나 등장하며, 또다른 주역인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보다 먼저 화면을 장식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편으로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역으로 전락한다. 대신 그 자리에는 전편의 아무로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소년 카미유 비단이 주인공을 맡게 된다. 전쟁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티탄즈와 에우고, 지구연방, 여기에 지온의 잔당 액시즈까지 등장하며 구도는 더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한 정치이념을 초월하여 거대기업으로 작품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의 등장까지, 세계관의 구성은 전작보다 더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로와 샤아가 주역이 아닌데다가 로봇물의 수준으로서는 과하게 복잡한 세계관과 갈등관계 등은 Z 건담의 시동에 발목을 걸었다. 평균시청률 6.4%는 퍼스트 건담 수준으로 낮았는데, 퍼스트 건담이 아무런 배경없이 등장한 것임을 감안할 때, Z 건담에 걸었던 팬과 스폰서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프라모델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다른 라인업의 제품보다는 월등한 성적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프라모델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다이 측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다는 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과 그로 인해 복잡해진 디테일의 모빌슈트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마진감소가 원인이라 전해지고 있으며([1] 참조), Z 건담의 모빌슈트들을 원작에 가깝게 묘사하기에는 당시 프라모델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주조역 캐릭터들이 죽어버리는 등, 몰살의 토미노다운 비극적인 결말은 여전하다. 주인공인 카미유가 최종화에서 시로코를 쓰러뜨린 후 자아가 붕괴되면서 폐인이 되어버린다든지,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가 하만 칸의 큐베레이에게 무참히 패배하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체, 대파된 그의 모빌슈트 백식의 잔해가 떠도는 상태에서 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은 팬들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는 단순히 비극적인 엔딩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당시 건담 시리즈에 대한 회의와 스트레스를 토미노 감독이 작품을 통해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샤아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도 언급한 바, 최종회에서 생사를 알 수 없이 사라진 샤아의 모습은 건담이라는 세계에서 떠나버리고 싶은 토미노의 바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실망한 팬들의 분노, 비즈니스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반다이의 채근 속에 토미노는 결국 이 작품을 끝으로 건담을 접으려던 애초의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기동전사 Z 건담> 1부: 79년 이후 아니메의 세대교체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2부: 퍼스트의 그늘에서 벗어난 작화 Line-up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3부: 제타에 흐르는 '시대의 눈물' by 키웰 (보러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을 잇는자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각본/총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야스히코 요시카즈
◈ 캐릭터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나카 모리푸미
◈ 작화감독: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나카지마 토시히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카이 마사토시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 Gackt (오프닝, 엔딩 작사/작곡/노래)
◈ 기획/제작: 우치다 켄지 / 요시 타카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스튜디오 지브리 (배경), 가이낙스/매드하우스 (동화)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05.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건담 시리즈에 대한 짙은 회의와 좌절을 '턴에이 건담(1999)'를 통해 일부분 해소한 토미노는 총집편인 '극장판 턴에이 건담 I 지구광(2002)'과 '극장판 턴에이 건담 II 월광접(2002)'으로 극장까지 다시 건담을 등장시킨다.(다만, 흥행은 대참패) 이는 건담에 대한 토미노의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극복되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그의 작품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5년 토미노는 마침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여지없이 작품 속에 표출했던 Z 건담을 달라진 감성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선보이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신역이라고 대게 부르지만, 좀 일본스러운 표현인 듯 싶어 나름 고쳐보았다.) 3부작이다.

50화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레 기획은 3부작으로 흘러갔다. 그동안 지지부진 성적을 거두었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극장판인지라 제작비는 충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 작품을 신작화로 그리지 않고 구작화를 편집하여 일부 디테일을 수정하면서 신작화를 사이사이 추가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구작화라 하더라도 당대 이름난 작화가들이 참여했기에 일부 퀄리티는 최신 TV 시리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지만, 열화된 필름 사정으로 인해 선명하지 못한 화질과,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퀄리티의 메카닉 작화는 당연히 깔끔하게 그려진 신작화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으며, 온다 나오유키,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등으로 새롭게 꾸려진 신작화의 캐릭터 디자인이 구작화와 많은 차이를 드러내는 등 신작화와 구작화 사이의 이질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도드라졌다.

TV 시리즈의 1화부터 14화까지를 편집한 극장판은 총집편이지만 여러면에서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구작화를 사용하는 한계 때문인지 이전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저 축약하기만 하는 단조로운 전개에 그쳤고, 일부 내용 중에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생략되면서 스토리의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러닝타임이 95분에 그친 것도 제약사항으로 작용한 듯. 다만, 3부작 중에서는 1부의 이야기가 가장 무리없이 잘 편집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아우도무라를 공격하는 앗시마를 수송기로 저지하고 탈출하는 아무로 레이와, 이를 맞이하는 카미유의 MK II와 샤아의 백식, 그리고 아무로와 샤아의 극적인 재회를 신작화로 그려내면서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1부인 별을 잇는자 편은 토미노의 전작 턴에이 건담 극장판의 흥행참패의 영향으로 인해 역대 건담 극장판의 개봉관수의 반 정도에 불과한 83개의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8.6억엔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연인들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10.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5개월만에 재개된 TV 시리즈의 15화~32화를 편집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판의 극장판 2부. 이제와 돌이켜보면 50화나 되는, 그리고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Z 건담의 경우 10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의 3부작 축약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나마 신작화로 모두 새로 그린다면 컷의 구성을 새로이 하여 보다 더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했으련만, 제작비의 문제로 상당부분이 구작화로 대치되었기에 한계는 더더욱 커졌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의 문제는 신작화와 구작화간의 이질감 차이 이상으로 신해석 극장판의 완성도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연인편은 타이틀 그대로 시리즈 최고, 아니 아니메史상 가장 비극적인 히로인 중 한 명인 무라사메 포와 함께 벨토치카 일마, 사라 자비아로프, 레코아 론드, 에마 신 등 Z 건담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로맨스를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15화부터 32화까지의 내용을 98분으로 축약하면서 내용 전개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로맨스를 밀도 있게 묘사하는 것은 구작화를 사용하는 제약 상황을 감안할 때 무척이나 어려운 난제라 하겠다. 연로한 토미노 감독의 나이 또한 이러한 작업들을 세심하게 구성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쿵푸 팬더의 포와는 전혀 다르다, 잊지말자.)와 카미유의 로맨스가 밀도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이번 2부 최대의 오점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체 이 2부의 이야기 속에는 포우와 카미유의 비극적인 로맨스 외에 벨토치카와 아무로의 에피소드, Z 건담의 등장, 시로코의 활약, 사라 자비아로프와 카츠의 에피소드, 제리드와 마우아의 에피소드, 에우고의 지휘자 브렉스 준장의 죽음과 같은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에피소드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제인 연인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은 사건의 나열에 그치고 있으며, 히로인인 포의 희생이 전반부에 다루어지면서 큰 임팩트를 주는 것에 비해 뒷부분의 전개는 하만과 액시즈의 등장까지 비교적 평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의 죽음에도 큰 감정적 변화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카미유의 모습에서는 오히려 연인들이라는 부제가 무색할 정도. 다만, 시리즈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하만 칸의 포스는 이번 신해석판에서도 명불허전이라 하겠다.

전작의 성공 때문이었는지 개봉관 수를 100여개로 늘려 상영했지만 흥행 수익은 6억엔에 그치며 전편보다 못한 성적을 보였다. 이는 편집된 이야기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임을 반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의 고동은 사랑 (2006)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6.03.0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3부. 33화부터 50화까지를 편집한 내용으로 액시즈의 등장, 티탄즈 집권층의 몰락, 그리고 시로코와 하만과의 최후의 결전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신작화의 비중이 커져 비주얼 상으로는 좀 더 이질감이 덜했으며, 상당수의 주요 에피소드를 생략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였다. 다만, 포의 재등장과 카미유와의 비극적인 이별, 샤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연설장면, 로자미아 바담의 이야기, 제리드의 최후 등, 상당히 임팩트가 강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삭제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김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3부의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하만 칸이 지배하는 느낌이 강하다. TV 시리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그녀지만 극장판에서는 더더욱 그 포스가 강렬해진 듯.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가장 잘 이식된 캐릭터 중 한명이 아닌가 싶다. TV 시리즈에서 강렬한 포스를 자랑하던 시로코는 그 모습이 오히려 쇠퇴된 느낌. 특히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려진 라스트 엔딩에서, 시로코는 Z 건담의 일격에 쓰러지면서 카미유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원작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시로코와 함께 샤아의 활약도 더더욱 두드러지지 못했다. 지구권에서의 연설장면도 삭제되었고, 초반부 액시즈와의 조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체 마지막에는 하만 칸에게 고전을 거듭하다가 패퇴하는데, 백식의 잔해를 비춰주며 마무리했던 충격의 TV 시리즈와 달리 이번 극장판에서는 라스트 엔딩을 장식하지 못한다. 다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점은 TV 시리즈와 동일하다.

3부의 흥행수익은 2부보다 적은 4.9억엔에 그쳤다. 극장수익 자체로는 기대 이하였으나 신해석판 3부작의 개봉과 발맞춰 등장한 반다이의 신버전 프라모델은 높은 퀄리티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DVD 등 부가판권의 수입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TV 시리즈 역시 새롭게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말의 수정으로 인해 후속작인 ZZ 건담의 설정이 부정되었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ZZ 건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3부작은 기대에 부응하는 면모와 그 이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었다. 애초에 TV 시리즈의 종료 후 별도의 총집편 극장판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다면 좋았으련만, 너무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등장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는 안노 감독이 에반게리온을 새롭게 재해석한 극장판을 내놓는 모습과 비교되어 더더욱 씁쓸한데, 에바는 26화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4부작으로 구성되어 내용 전개상 여유가 있으며, 전체가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새로이 묘사될 이야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Z 건담도 그러했다면 비록 팬들이 납득치 못할 결말을 그렸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Ζ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Z 건담, 엔하위키 미러
[3] Mobile Suit Zeta Gundam (TV), ANN
[4] Mobile Suit Zeta Gundam: A New Translation (movies), ANN
[5] 다시 흘린 시대의 눈물.. Z 건담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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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계 가리안 (1984), 機甲界 ガリアン / Panzer World Galient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스즈키 요시타케, 요시카와 소지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아미 토모부키, 카세 미츠코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이즈부치 유타카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 음악/노래: 후유키 토오루 / EUROX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오루, 하츠카와 노리오
◈ 제작사: 선라이즈, 니혼 TV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4.10.05 ~ 1985.03.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2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크레센트 대은하에 위치한 이라스탄트 태양계의 다섯번째 혹성 아스트.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스트의 보더왕국에서 왕자 죠르디가 태어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갑병이라 불리는 철의 거인을 앞세운 정복왕 마달이 이끄는 마달군이 보더 왕국을 급습한 것이다. 거대한 기갑병 앞에 보더왕국은 힘도 써보지 못한체 멸망하고, 왕은 죽고 왕비는 마달군에 사로잡히고 만다. 갓난아기인 죠르디만이 충신 아즈베스에 의해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후일을 도모하게 된다.

12년의 세월이 흘러 왕자 죠르디가 아닌 아즈베스의 손자 조조로 자란 죠르디는, 아즈베스와 함께 전설의 철거인 가리안을 찾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이 현재 몸을 두고 있는 곳은 마달군에게 반기를 세력들이 모인 하얀 계곡. 이곳에 가리안이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아즈베스는 계곡사람들과 발굴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조조는 하얀계곡 족장의 딸 츄루루의 이야기를 따라 그녀가 이야기한 동굴로 가리안을 찾아 나서게 된다. 때마침 하얀계곡을 급습한 마달군에 의해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조조는 동굴 속에서 가리안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오랜 세월동안 잠자고 있던 철거인이 망국의 왕자 조조에 의해 부활하려 하는데...


<소개>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 '장갑기병 보톰즈(1983)'에 이은 타카하시 료스케의 세번째 로봇물. 또한 '성전사 단바인(1983)'과 '중전기 엘가임(1984)'에 이어 SF와 판타지를 세번째 로봇물이기도 하다. 오라력과 곤충형 병기라는 독특한 컨셉을 보여주었던 단바인이나 스타워즈에 가까운 스페이스 판타지를 선보인 엘가임에 비해 가리안은 정통 중세 판타지에 보다 더 가까운 중후한 느낌의 로봇 판타지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더그람과 보톰즈를 거치면서 선보인 타카하시 작품 특유의 중후함과 시리어스함이 판타지 물에 이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당시 선라이즈는 자사의 역량을 집결한 '기동전사 제타건담(1985)'을 제2스튜디오에서 이미 제작 중이었다. 제타 건담은 새로운 모빌슈트의 디자인을 위해 신예 나가노 마모루를 필두 수많은 메카닉 디자이너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거의 메인 디자이너라 할 수 있었던 나가노 마모루의 디자인이 스폰서인 반다이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도중에 나가노가 강판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긴급히 투입된다.

더그람과 보톰즈 등 자신의 작품에서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오던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투입되면서 가리안은 메카닉 디자인에 난항을 겪게 된다. 결국 오카와라 쿠니오에게 사정을 하여 주역 메카인 가리안의 디자인만을 받아내고, 나머지 서브메카닉은 단바인에서 미야타케 카즈타카의 뒤를 보조했던 신예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게 된다. 이즈부치가 디자인한 인마병, 기갑병, 비갑병들은 실로 중세기사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럽고 육중한 철거인으로 태어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주역메카인 가리안과 나머지 기갑병은 스타일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중세시대를 연상시키는 지구와는 다른 세계에서 철의 거인을 타고 정복군과 싸우는 망국의 왕자 죠르디의 이야기는 보기에는 중세로망문학을 연상시키지만, 그 이면에는 고도의 문명 세계에서 작품의 배경인 혹성 아스트로 쫓겨난 마달이 자신이 가진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기갑병과 각종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아스트를 정복하고 힘을 키워 다시 자신의 세계로 복수를 한다는 SF적 설정이 깔려있다. 이로 인해 작품의 초중반부에는 아스트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가 테마가 되고, 뒤로 가면 마달의 고향행성 렘프레이트로 이야기의 무대가 옮겨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의 부진이었다. 스폰서를 맡은 타카라의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이 기대이상의 부진에 허덕이자 타카라가 곧바로 시리즈의 조기종영을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1년 정도의 분량으로 예정되어 있던 가리안의 이야기는 25화를 끝으로 종료되었으며 그 결과 뒤의 5부에서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이야기의 전개속도가 너무 빨라 극의 흐름을 무너뜨리게 된다. 타카하시 감독의 로봇물 중 완구판매가 저조한 기록을 보인 것은 가리안이 최초였다. 당시 로봇으로서는 독특한 컨셉과 중후한 매력을 선보였던 메카닉 디자인이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인 것은 의외이다. 당시 타카라의 프라모델은 한국에서도 금형이 건너와 발매되었는데, 디자인과 완성도는 당시 기술로서는 준수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는 당시 일본의 메카닉 트렌드가 가리안과 같은 디자인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밀리터리적 취향에 치우쳐 있던 것이 원인은 아닐까 싶다. 반면, 국내에 발매된 가리안 프라모델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작품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가리안 팬들을 양산시키게 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멸망당한 망국의 혈통, 거기에 돌로 변해버린 부모 등 가리안의 일부 설정은 후일 타카하시 료스케가 연출협력으로 참여하는 '빨간망토 챠챠(1994)'의 설정과 유사하여 영향을 받지 않았냐하는 소리도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후일 선라이즈의 작품으로 고풍스러운 가이메르프 간의 육탄 전투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판타지 로봇물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는 중세 기사를 연상시키는 철거인 가이메르프, 발달된 기술문명을 가진 자이바하 제국에 멸망당한 파넬리아 왕국의 왕자 반 파넬리아 등 여러면에서 가리안에 영향을 받았다 하겠다.

☞ <기갑계 가리안>(機甲界ガリアン)(1984) by 키웰 (보러가기)
☞ 판타지 로봇 서사시 -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by 엘로스 (보러가기)

ⓒ SUNRISE



기갑계 가리안 OVA (1986), 대지의 장/하늘의 장/철의 문장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철의 문장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음악: 후유키 토오루
◈ 기획/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01.21 ~ 1986.08.0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가리안은 86년에 이르러 3부작의 OVA로 다시 제작된다. 1편인 대지의 장과 2편인 하늘의 장은 TV 시리즈의 총집편이지만, 3편에서는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우선 정복왕 마달의 양자로 TV 시리즈에서 마달의 수하였던 하이샬닷트가 첫째 왕자를, 주인공 죠르디를 마달의 둘째 왕자로 설정한 것은 이채롭니다. 마달은 TV 시리즈의 마달이 아닌 죠르디 왕자를 키운 보더 왕국의 신하 아즈베스가 마달 역을 맡고 있다. 행성 램프레이트에서 파견된 여성 에이전트 힐무카 또한 마달과 대치하는 새부족의 지휘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야기를 재구성했지만 원작의 주역 캐릭터들은 각기 역할을 바꾸어 배치한 셈이다.

이야기는 전작의 SF 설정을 모두 버린체 중세 판타지적인 이야기에 충실하고 있다. 사신병의 요기에 홀린 첫째 왕자 하이샬닷트의 폭주와 이를 막기 위해 등장한 수호신 철거인을 탄 죠르디의 대결이 작품의 클라이막스. 가리안이라는 이름은 본작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그저 철거인으로 불릴 뿐이다. 러닝타임의 한계상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보다 더 멋지게 변모한 기갑병들의 디자인이다. 이즈부치 유타카가 새롭게 스타일링한 기갑병은 원작의 기갑병에는 없는 세련미와 스타일링을 부여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이즈부치는 이후 선라이즈 메카닉 디자인의 일익을 담당하게 되며 88년에는 단바인 OVA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 철의 문장편에서 보여준 세련된 메카닉 스타일링을 또 한번 보여주게 된다.

ⓒ SUNRISE (from Galient Official Website)



<참고 사이트>

[1] 機甲界ガリアン, Wikipedia
[2] 機甲界ガリアン 鉄の紋章, Wikipedia Japan
[3] 기갑계 가리안, 베스트아니메
[4] Kikou Kai Galient (OAV), ANN
[5] 機甲界ガリアン 公式We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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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기 엘가임 (1984), 重戦機 エルガイム / Heavy Metal L-Gai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토미노 요시유키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연출/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키타 오사무 外
◈ 시리즈 구성/각본: 와타나베 유우지 / 와타나베 유우지,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
◈ 총 작화감독/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 外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와카쿠사 케이 / MIO (첫번째 오프닝), 아유카와 마미 (두번째 오프닝)
◈ 프로듀서: 나카가와 히로노리, 森山涇, 大西邦明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4.02.04 ~ 1985.02.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5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올드나 포세이달이 지배하는 다섯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펜타고나 월드. 변방의 행성 코암 별의 두 소년 다바 마이로드와 미라우 캬오는 다바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수제 헤비메탈(Heavy Metal: 장갑전투병) 엘가임과 헤비메탈 캐리어(Carrier: 수송차량) 웍스를 타고 청운의 꿈을 안은 체 도시로 상경하는 중이다. 미야마 리린이 이끄는 도적단의 일원이 다바 일행을 노리고 습격했지만, 다바의 능숙한 검술로 두목 미야마 리린이 부상을 입은 체 도망가게 되고, 핸섬하고 늠름한 다바에게 호의를 품게 된 도적단의 소녀 판네리아 암은 미야마 리린이 재차 습격할 것을 경고하게 된다. 기습공격을 감행한 미야마들을 맞이하여 엘가임으로 멋지게 격퇴해낸 다바 일행, 전투 중 중상을 입은 도적 한명이 수표를 건네주며 이를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아만다라 카만다라에게 전달해줄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소개>

'성전사 단바인(1983)'에 이은 토미노 감독의 또다른 리얼로봇물.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스페이스 판타지스러운 스타일은 단바인과는 또다른 판타지적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헤비메탈이라 불리는 새로운 개념의 메카닉 디자인과 선라이즈의 신진들이 대거 투입된 캐릭터 디자인은 후일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거쳐 80년대 후반기의 선라이즈를 책임지는 핵심으로 자리잡게 된다. 엘가임이 기획 중이던 당시 이미 기동전사 제타 건담의 기획에 들어가 있던 토미노 감독은 이로 인해 이 작품의 상당수 컨셉을 신인 애니메이터로서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과 메카닉 디자인을 맡게되는 나가노 마모루에게 위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이 작품은 토미노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이질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이 들어나는 작품이 되었다. (동시에 그만큼 힘을 빼고 만든, 즉 조금 대충 만든 작품이 된 측면도 있다.)

제1스튜디오부터 제10스튜디오까지 총 10개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압도적인 제작력을 자랑하는 선라이즈에서 토미노 요시유키와 '기동전사 건담(1979)'들의 핵심 스탭들은 대부분 제1스튜디오에 포진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건담 이후 '전설거신 이데온(1980)',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 '장갑기병 보톰즈(1983)'과 같은 선라이즈의 대표작들은 모두 제1스튜디오에서 제작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요시유키는 '전투메카 자붕글(1982)' 이후로 제2스튜디오에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성전사 단바인(1983)'과 엘가임을 등 이후 대부분의 작품들을 제2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내게 된다. 이것은 자붕글 이후 토미노의 작품 방향성이 이전과는 다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첫번째로 변한 것은 대대적인 작화 라인의 교체였다.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이끄는 제1스튜디오와 달리 제2스튜디오는 독특한 음영과 극화적인 그림체를 자랑하는 코가와 토모노리가 이끌고 있었다. 자붕글과 단바인에 이어 엘가임에서도 작화감독을 맡은 코가와였지만, 이 작품의 실제 작화는 코가와의 것이라기보다는 그의 제자들인 키타즈메 히로유키나 오오모리 히데토시 등의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특히 스승인 코가와의 기법을 발전시켜 자신만의 미형 캐릭터를 창조해낸 키타즈메의 필력은 어떤 면에서는 코가와보다 더 유려하고 매력적이었고, 이로 인해 엘가임의 일러스트의 상당수는 바로 이 젊은 인재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하였다. 엘가임에서 키타즈메의 활약은 눈부신 것이어서 이후 제타 건담으로 명성을 높인 그는 후일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과 '역습의 샤아(1987)'를 통해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넘어(?) 선라이즈의 스타 캐릭터 디자이너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엘가임에서 키타즈메보다 더더욱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바로 캐릭터 디자인 원안과 메카닉 디자인, 여기에 스토리 컨셉의 상당 부분을 창안해낸 천재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였다. 이제까지의 투박하고 전사다운 로봇과는 전혀 다른 조형미와 디테일을 갖춘 나가노의 헤비메탈들은 단바인의 오라 배틀러만큼이나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했는데, 특히 로봇의 기본 뼈대가 되는 무버블 프레임(Movable Frame)이나 버스터 런쳐, 360도 전방위 스크린과 같은 진일보한 개념들은 후일 제타 건담의 모빌슈트에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나가노는 제타 건담의 메카닉 디자인 스탭으로 참여하여 릭 디아스나 갈발디 베타, 백식(하쿠시키) 같은 여러 MS 들의 디자인 컨셉을 제공하게 된다.

젊은 인재들이 대거 참여한 만큼 스토리는 다분히 토미노의 작품세계와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울한 모습을 보여온 토미노의 캐릭터들에 비하여 엘가임의 캐릭터들은 밝고 긍정적이었으며, 여성 캐릭터들은 활기차고 성적 매력이 넘친다. 여기에 개그적인 요소도 상당히 많이 등장하여 작품의 분위기는 전쟁과 죽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는 시리어스한 SF라기 보다는 밝고 건강한 SF 어드벤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펜타고나 은하계를 지배하는 포세이달군과 다바 등을 중심으로 한 저항군과의 대결구도,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다바, 여기에 헤어진 여동생 크와상 오리비와의 비극 등은 스타워즈 시리즈와 상당히 닮은 구석이 있다. (실제로 나가노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정 캐릭터 리리스 화우는 단바인의 요정 캐릭터 챰 화우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이름도 유사하여 두 시리즈 간의 연관성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토미노는 엘가임의 세계관을 단바인의 세계관과 연결시킬 목적이었으나 워낙에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형태로 나아가는 나가노 마모루의 상상력 때문에 결국 이 의도를 포기하게 된다. 이후 펜타고나 월드는 나가노에 의해 보다 더 진화되고 발전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후일 나가노 마모루의 역작이자 괴작으로 자리하게 되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FSS)'가 되는 것이다. (FSS를 통해 여성형 안드로이드 파티마와 같이 엘가임에서 미쳐 채택되지 못했던 나가노의 아이디어가 대거 채용된다.)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표지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소설판 엘가임. ⓒ ソノラマ文庫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重戦機 エルガイム, Wikipedia Japan
[2] Heavy Metal L-Gaim (TV), ANN
[3] 중전기 엘가임, 베스트 아니메
[4] 중전기 엘가임,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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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표류 바이팜 (1983), 銀河漂流バイファム / Ginga Hyōryū Vifam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칸다 타케유키, 호시야마 히로유키
◈ 감독: 칸다 타케유키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히라노 야스시, 이토 츠네히사
◈ 콘티: 칸다 타케유키, 오쿠다 세이지, 후지와라 료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아시다 토요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작화감독: 아시다 토요오, 모토하시 히데유키, 사사카도 노부요시 外
◈ 미술감독: 미즈타니 토시하루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 / TAO
◈ 제작사: 선라이즈, 마이니치 방송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3.10.21 ~ 1984.09.0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4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지구에서 43광년 떨어진 입셀론 태양계의 제3혹성 클레이아드. 인류의 식민행성이었던 이 클레이아드는 서기 2058년, 갑작스런 아스트로게타(후일 쿠크토니안으로 불리게 됨)라 불리는 이성인의 침공에 의해 전화에 휩싸이게 된다. 난리통에 어른들과 헤어지게 된 로디와 12명의 소년 소녀들은 우주선 제이나스에 탑승하여 인간형 병기 라운드 버니안으로 외계인들의 공격을 뿌리치며 지구로의 귀환을 꿈꾸게 되는데...


<소개>

'기동전사 건담(1979)'를 통해 리얼로봇에 발을 들인 선라이즈 리얼로봇 장르의 3대 거장 중 한명인 칸다 타케유키의 작품.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을 통해 타카하시 료스케와 공동으로 감독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 칸다 타케유키에게 있어서는 리얼로봇물로서는 첫 연출작(그의 필모그라피 중에서는 네번째 연출작)이다. 토미노 요시유키나 다카하시 료스케에 비해 연출작이 많지는 않지만, 리얼로봇물을 이야기할 때 그를 빼놓지 않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작품 '은하표류 바이팜(1983)'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5소년 표류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보여지는 스토리는 기동전사 건담의 기획경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토미노 요시유키는 로봇물이 아닌 정통 SF 만화영화를 만들기 위해 쥴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를 컨셉으로 잡게 되었지만, 기획회의를 거치면서 15소년 표류기가 작품의 방향과는 맞지 않게 되자 해당 기획을 보류하게 되는데, 이것이 후일 바이팜의 기획안으로 다시 재사용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원안에는 토미노 요시유키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요술공주 밍키(1982)' 등으로 인기를 끌던 아시다 토요오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으면서 바이팜의 첫인상은 아동취향의 로봇 어드벤쳐물을 연상시키게 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시다의 캐릭터들은 귀여운 외모로 여러 인기를 얻어오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이 작품은 스타일이나 이야기와는 별개로 여성팬들에게 크게 어필하게 된다. 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작품치고 내용전개는 제법 시리어스한 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인의 공격으로 어른들과 헤어지고 스스로 생존의 길을 찾게 된 아이들이 싸움 속에서 성장하고 이해해가는 이야기는 토미노 감독의 그것처럼 비극적이고, 타카하시 감독의 그것처럼 메마르지는 않지만 오히려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드라마적 매력이 토미노 감독이나 타카하시 감독과 차별되는 칸다 감독 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선라이즈가 제작한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금요일 저녁 7시라는 골든 타임에 방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제까지 선라이즈 작품들은 대게 금요일 6시나 토요일 5시반의 시간대에 방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바이팜에 이르러서 최초로 골든타임의 시청률 사냥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당시 금요일 7시는 아사히 TV의 도라에몽 시리즈가 방영되던 시간대였기에 선라이즈와 마이니치 방송의 모험은 그만 실패로 끝나게 된다. 마니아들의 호평과 달리 시청률에서 고전을 겪던 바이팜은 조기종영설이 흘러나오는 와중에 25화에 이르러서 토요일 5시 시간대로 방영시간을 옮기며 도라에몽에게 패배를 인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방송국은 바이팜을 종영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에 격분한 해당 지역의 시청자들이 방송국으로 항의 편지를 보내고 이로 인해 다시 방송이 재게된 일화는 일본 방송계에서는 꽤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고 한다.

골든타임 도전이라는 시도 외에도 당시 만화영화에서 이례적으로 예고편을 없애고, 본편 시작전에 본편의 대강의 줄거리와 키워드를 보여주는 아방 타이틀(Avant Title)을 보여준 첫 작품으로서도 유명하다. 아방 타이틀은 지금에서야 많은 작품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기법이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신선한 시도이기도. 여기에 어린이용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닝 송을 모두 영어로 작사를 한 것이나, 적으로 등장하는 아스트로게타의 정체가 시청자에게도 전혀 노출되지 않고 주인공들과 같이 그 정체를 알아가는 점, 주역 캐릭터인 카츄아에게 숨겨진 비밀 등 작품은 신선하고 흥미로운 시도 등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건담의 기획안이 재사용된 때문인지, 아니면 메카닉 디자이너인 오카와라 쿠니오의 영향 때문인지 주역기체인 라운드 버니안은 모빌슈트적인 취향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무크지 건담 센츄리 등에서 제시되었던, 인간형 로봇이 우주공간에서 자세를 제어하기 위한 자세제어 버니어나, 라운드 버니안의 복부에 도킹하는 콕핏트형 우주선 등은 음으로나 양으로나 건담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바이팜의 생김새부터도 건담의 양산형 모빌슈트 짐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이외에도 라운드 버니안의 등에 옵션 형태로 장착되는 (마치 마징가 Z의 제트 스크란다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날개 달린 비행용 부스터 등은 후일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거쳐 '기동전사 건담 시드(2002)'에까지 사용된다.

ⓒ SUNRISE



은하표류 바이팜 OVA (1984~1985)


ⓒ SUNRISE


<정보>

◈ 감독: 칸다 타케유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아시다 토요오
◈ 음악: 와타나베 토시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4.10.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4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리즈 제목>

◈ 은하표류 바이팜 카츄아로부터의 소식 편 (1984.10.28)
◈ 은하표류 바이팜 집결한 13명 (1984.12.21)
◈ 은하표류 바이팜 사라진 12명 (1985.02.25)
◈ 은하표류 바이팜 '케이트의 기억' 눈물의 탈환 대작전 (1985.09.25)


<소개>

총집편 1편인 카츄아로부터의 소식 편과 총집편 2편인 집결한 13명 편에 이어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들어진 사리진 12명 편, 그리고 케이트의 기억 눈물의 탈환 대작전 편이 각각 3편과 4편으로 OVA로 공개되었다. 이 중에서 사라진 12명 편은 86년 선라이즈 아니메 페스티벌에서 타카하시 료스케의 '장갑기병 보톰즈 최후의 레드 숄더(1985)'와 함께 극장 개봉되었으며, 이 작품에서 아시다 토요오는 제2회 일본 아니메 대상 작화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은하표류 바이팜 13 (1998)


ⓒ SUNRISE


<정보>

◈ 감독: 카와세 토시후미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히라노 야스시 外
◈ 콘티: 카와세 토시후미, 타카마츠 신지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아시다 토요오 / 치카나가 켄이치, 타카하시 아키라, 사쿠마 신이치 外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이노우에 쿠니히코 (서브메카닉)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 / KATSUMI (오프닝), 마에다 아키·마에다 아키 (엔딩)
◈ 제작사: 선라이즈, 마이니치 방송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8.03.21 ~ 1998.10.0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원작의 종영이후 무려 15년만에 부활한 바이팜의 속편이다. 속편이라고는 하지만 원작의 23화부터 26화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일종의 스핀오프라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원작의 감독을 맡았던 칸다 타케유키가 96년 '기동전사 건담 제08MS 소대(1996)'를 연출하던 도중 급사하는 바람에 이 작품의 연출은 선라이즈의 후진인 카와세 토시후미가 연출을 맡게 되었다.(확실하진 않지만 칸다 감독이 살아 있었다면 이 작품의 연출은 칸다 감독이 맡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이번 OVA에는 감독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탭진에 원작의 스탭들이 포진하고 있다.) 원작자 중 한명인 호시야마 히로유키가 각본작업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설정은 원작의 이야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참고 사이트>

[1] 銀河漂流 バイファム, Wikipedia Japan
[2] Ginga Hyōryū Vifam, Wikipedia
[3] Ginga Hyouryuu Vifam (TV), ANN
[4] 은하표류 바이팜, 엔하위키 미러
[5] 은하표류 바이팜,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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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창세기 모스피다 (1983), 機甲創世記モスピーダ / Genesis Climber Mospeada


ⓒ TATSUNOKO Pro


<정보>

◈ 총감독: 야마다 카즈히사
◈ 시리즈 구성/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 토미타 스케히로, 테라다 켄지 外
◈ 연출: 아키야마 카즈히토, 카사하라 타츠야, 코지마 마사유키 外
◈ 콘티: 야마다 카즈히사, 아키야마 카즈히토, 코지마 마사유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아마노 요시타카
◈ 메카닉 디자인/감수: 아라마키 신지, 카기누마 히데키 / 쿠보타 타카시
◈ 작화감독: 우다가와 카즈히코, 아라이 유타카
◈ 미술감독: 사토 히로아키
◈ 오프닝 애니메이션: 카나다 요시노리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 오가사와라 히로시 / 앤디
◈ 기획/제작: 이노우에 아키라, 스즈키 토시미치 / 요시다 켄지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아트믹, 애니메이션 프렌드, 후지 TV
◈ 저작권: ⓒ TATSUNOKO Pro
◈ 일자: 1983.10.02 ~ 1984.03.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2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서기 2050년,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 인비트의 침략으로 지구는 삽시간에 전화의 불길에 휩싸인다. 지구인의 절반이 인비트의 습격을 피해 화성으로 피난을 가게 되고, 지구는 사실상 인비트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80년, 화성에서 세력을 회복한 지구인들은 인비트로부터 지구를 탈환하기 위한 제1차 강하작전을 시행하지만, 압도적인 군사력 앞에 패퇴하고만다. 1차 강하작전의 실패를 교훈삼아 지구인들은 로봇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가변전투기 레기오스와, 탑승하는 파일럿의 생존률을 올리기 위한 파워드 슈츠(Powered Suits) 모스피다를 개발한다.

마침내 3년 후인 2083년 제2차 강하작전이 개시되었다. 스틱 버나드 중위를 포함한 제2차 강하부대는 지구로의 돌입을 시도하지만 인비트의 포화 속에 두번째 강하작전 역시 실패로 끝나고 만다. 강하작전 도중 연인을 잃은 스틱 중위는 레기오스에 몸을 싫은 체 남 아메리카와 홀로 불시착하게 되는데...


<소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대히트로 카와모리 쇼지를 위시한 젊은 애니메이터들과 스튜디오 누에는 아니메의 전면에 부각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제까지도 여러 아니메에 참여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스튜디오 누에였지만, 그저 조연으로 만족했던 이전과는 달리, 자신들이 직접 전면에 나서게 된 마크로스의 대성공은 그들의 생각이 옳았으며 그 실력이 다른 유수의 아니메 스튜디오 못지 않음을 증명한 셈이었다. 실제 아니메 제작을 그들이 담당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기획력과 아이디어는 기존의 제작사가 갖추지 못한 무언가를 갖고 있었으며, 성인에게도 어필할 정도의 치밀한 SF 세계관, 완구의 범주를 넘어서는 스타일리쉬한 메카닉 디자인(물론, 당시 기술상의 한계로 인해 이들의 완구나 프라모델은 상업적으로 실패한 것이 상당수이기도)은 당대 SF 로봇 아니메를 이끌던 선라이즈에 필적하거나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한편, 마크로스의 제작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스튜디오 누에 출신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철저하게 조연으로 머물러야 했던 타츠노코 프로는 초시공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초시공세기 오거스(1983)'의 제작을 도쿄무비신사에게 양보하게 된다. 이는 마크로스의 작화수준에 불만을 가졌던 마이니치 방송이 결정한 사항이라고도 전해지고 있는데(위키피디아 초시공세기 오거스 참조), 한 때 도에이 동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히어로물의 본가로 명성을 드높이던 타츠노코 프로로서는 굴욕적인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때문인지 타츠노코는 자사 출신의 프로듀서 스즈키 토미시치가 설립한 애니메이션 기획사 아트믹(ARTMIC)과 공동 기획으로 독자적인 리얼로봇물을 기획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타츠노코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리얼로봇물로서 오거스보다 3개월 뒤에 후지 TV를 통해 방영된 '기갑창세기 모스피다(1983)'인 것이다.

마크로스의 주역메카 발키리의 3단 변형 컨셉을 그대로 가져다 쓴 주역메카 레기오스의 모습은 마크로스 시리즈를 계승하겠다는 타츠노코의 의지로 보인다. 어찌보면 마크로스의 진짜 후속이라 할 수 있는 오거스와 적통 경쟁을 벌인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메카닉 이슈는 레기오스라기보다는 지구군이 착용하는 파워드 슈츠 '모스피다'가 아닌가 한다. MOSPEDA(Military Operation Soldier Protection Emergency Aviation Dive Armor), 즉 '군사작전용 병사보호 및 비상용 항공강하 장갑'이라는 거창한 명칭의 모스피다는 말처럼 비상시 비행이 가능한 병사용 아머로서, 비행용 파워드 슈츠라는 개념과 함께 아머의 일부를 분리하여 이를 모터싸이클로 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천후 장비였다. 파워드 슈츠의 개념은 '기동전사 건담(1979)'에서 처음 논의가 되었으나 완구적 가치에 의문을 품은 스폰서의 거부로 인해 그동안 아니메에서 사라졌던 것으로, 당시 이를 제안했던 스튜디오 누에가 아닌 타츠노코 프로와 아트믹의 손에 의해 비로소 아니메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모터 싸이클로 변형가능한 혹자는 라이더 아머(Ryder Armor)라 부르는 이 파워드 슈츠를 디자인한 인물은 아트믹 출신으로 당시 24살의 신예 아라마키 신지였다. 특히, 아라마키 신지의 라이더 아머는 이후에도 '메가존 23' 시리즈의 가란드나 '버블검 크라이시스(1987)'의 모터 슬레이브, 아라마키 자신이 직접 감독한 OVA '메탈스킨 패닉 매독스-01(1988)'의 MADOX를 거쳐, '애플시드(2004)'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등장하며 아라마키 신지의 디자인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스피다에서 연출과 콘티를 맡은 아키야마 카즈히토는 이후 아트믹의 '갈포스' 시리즈와 버블검 크라이시스 시리즈를 연달아 맡아 OVA 史에 한 획을 긋게 되는데, 그런 연유에서인지 모스피다와 이 두 시리즈 간에는 알게 모르게 여러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겠다.

남장여인 옐로우 버몬트의 중성적인 모습. 아마노에 일러스트 때문에 그(그녀)의 포스가 더더욱 남달라 보인다. ⓒ TATSUNOKO Pro

참신한 메카닉 디자인과 함께 캐릭터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타츠노코 출신의 천재 일러스트레이터로 소설 삽화가로 활동하며 만화의 범주를 벗어난 예술적 화풍을 선보이던 아마노 요시타카는 이 작품을 위해 아니메 캐릭터 디자이너로 한시적인 복귀를 하게 되는데, 그가 디자인한 여장 남자 옐로우 버몬트는 중성적이고 기묘한 이미지로 인해 일약 인기 캐릭터로 급부상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여장 가수로 등장하는 점 때문인지 당시 잡지 '아니메디아'가 실시한 여성 캐릭터 인기투표에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는 것. ([1] 참조) 다만, 아마노의 멋진 캐릭터 디자인을 뒷받침할 만큼 인물의 작화적 완성도가 높지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등 당대를 대표하는 하드 SF 아니메의 각본을 집필한 토미타 스케히로가 참여한 스토리는 전작인 마크로스보다 더 시리어스한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멋진 메카닉과 캐릭터, 시리어스한 SF 로봇 아니메라는 점에서 많은 장점을 가진 작품이었으나 동시간대에 도라에몽 시리즈의 원작자 후지코 후지오의 인기 TV 애니메이션 '빠만(1983)'이 아사히 TV를 통해 모스피다보다 반년 앞선 4월부터 방영을 시작하는 등 시청률에서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여기에 메인 스폰서인 학연(각켄)이 출시한 완구와 프라모델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등 상업적으로도 실패하면서 결국 25화로 조기 종영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결말부분의 흐름은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학연사는 자사의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디아까지 동원하여 적극 홍보에 나섰지만, 마크로스의 성공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다만, 미국으로 수출된 모스피다는 로보텍 시리즈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게 되는데, 세번째 초시공 시리즈로 모스피다 이후에 제작된 '초시공기사단 서던크로스(1984)' 다음으로 로보텍 시리즈 3기로 방송된 모스피다는 북미에서는 마크로스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속편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85년과 90년에 각각 비디오로 출시되었으나 레어 타이틀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91년도에는 SBS에서 '우주의 전설 마크로스'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는데, 이 해프닝은 SBS가 일본판 마크로스의 방영을 결정한 뒤에 살펴보니 이미 마크로스를 자신들이 예전에 한 번 방영(먼저 방영한 버전은 북미판 로보텍으로 바뀐 제목으로 인해 헛갈린 듯 싶다)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부랴부랴 작품을 교체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SBS는 이 때문에 북미에서 마크로스의 후속편으로 방영되었던 모스피다로 급히 프로그램을 대체했고, 이미 방송 예고를 했기 때문인지 제목만은 그대로 마크로스를 유지하게 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캅셀(송락현)님의 야후 블로그를 참고하도록 한다.

우주의 전설 '마크로스'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장갑복을 입고 활약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모스피다는 타츠노코의 주특기인 히어로물의 요소가 은연중에 내재되어 있지 않나 싶다. ⓒ TATSUNOKO Pro



<참고 사이트>

[1] 機甲創世記 モスピーダ, Wikipedia Japan
[2] Genesis Climber Mospeada, Wikipedia
[3] Genesis Climber Mospeada (TV), ANN
[4] 기갑창세기 모스피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ATSUNOKO Pr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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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시공세기 오거스 (1983), 超時空世紀 オーガス / Super Dimension Century Orguss


ⓒ BIGWEST · TMS


<정보>

◈ 원작: 스튜디오 누에, 아트랜드 (협력)
◈ 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미카모토 야스미
◈ 시리즈 구성/협력: 마즈자키 켄이치 / 미야타케 카즈타카, 오오노기 히로시
◈ 캐릭터 디자인: 미키모토 하루히코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케이시 데이비드 랜킨
◈ 기획/제작: 大西良昌
◈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마이니치 방송
◈ 저작권: ⓒ BIGWEST · TMS
◈ 일자: 1983.07.03 ~ 1984.04.0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3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서기 2062년, 셔틀을 이용하지 않고 지구에서 우주로 이동이 가능한 궤도 엘리베이터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지구는 두개의 세력으로 갈라져 대립을 시작한다. 카츠라기 케이가 속한 자유우주군(Freedom Space Corps)는 최신병기인 시공진동탄을 사용하여 궤도 엘리베이터의 에너지 플랜트 파괴작전을 감행하지만, 적의 격렬한 저항에 의해 패퇴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상부의 지시에 의해 케이는 아직 조정이 끝나지 않은 시공진동탄을 작동시키게 되고 그 폭발력에 의해 시공이 그만 뒤틀리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뒤틀린 시공에 의해 우주는 다차원의 세계가 존재하는 상극계가 되어버리고, 케이는 이 뒤틀린 시공에 의해 현재의 우주에서 그만 튕겨져 나가고 만다. 

케이가 도달한 곳은 혼란시공세기 20년의 어느 세상, 즉 시공진동탄에 의해 세상이 뒤바뀐 뒤 20년이 흐른 세상이었다. 이 세계의 상업국가이자 모계사회인 에만의 사람들에 의해 구조된 케이는 자신이 이 시공의 뒤틀림을 수복할 수 있는 '특이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케이의 존재는 시공의 뒤틀림 이전 지구의 후손들이 주축이 된 전투민족 '치람'에게도 노출이 되고 만다. 이제 특이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에만과 치람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세상은 또다른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는데...


<소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대히트 이후로 제작된 초시공시리즈 제2탄. 세계관은 마크로스와 전혀 별개의 것으로, 그저 초시공이라는 타이틀과, 제작진 등이 공유된 작품이다. 마크로스의 정체성이라 불릴 수 있는 카와모리 쇼지가 이 작품에서는 참여하지 않고 있음은 아쉬운 일이지만, 마크로스 SF 설정의 전반을 책임졌던 창작팀 스튜디오 누에와 마크로스의 정체성을 책임지는 또하나의 인물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인하여 마크로스와의 연계성이 어느 정도 느껴진다고 하겠다.

시공진동탄에 의해 다차원 우주가 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SF와 판타지가 적절히 혼합되어 만화영화로서는 수준높은 설정과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발키리의 창조자 카와모리 쇼지가 빠졌다지만, 스튜디오 누에의 간판 메카닉 디자이너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디자인한 오거스는 발키리의 획기적인 변신컨셉을 이어받아 특유의 독특한 라인을 자랑하는 메카닉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비행형태와 이족보행의 거워크 형태, 인간형태 뿐만 아니라 지상전차 형태로 까지 탈바꿈하는 오거스의 컨셉은 발키리의 재탕임에도 불구하고 SF 병기로서 수준급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는 하루히코 특유의 미소녀들이 화면을 가득 수놓아 메카닉 + 미소녀라는 아니메 오타쿠의 전형적인 기호를 충족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TV 시리즈로서는 파격적으로 연출된 주인공 케이와 히로인들의 베드씬 또한 보다 고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상정하고 만든 작품임을 짐작케 한다. 물론, 그 수준은 R 등급 수준으로 소프트하지만 당시 TV 만화영화에서 베드씬의 등장은 상당한 센세이션이라 하겠다. 극중 바람둥이로 묘사되는 주인공 케이가 하룻밤 불장난으로 태어난 딸이 시공을 뛰어넘은 세계에서 아버지와 적으로 만나는 등, 골육상잔의 비극(?)이라는 성인드라마적 전개도 보이지만 이는 비극적이거나 막장 전개라기 보다는 다소 가벼운 터치로 묘사되고 있다. 주인공 케이는 히로인 밈지와도 관계를 통해 아이를 낳게 되니 SF 만화영화 주인공으로서는 전무후무한 정자왕... 아니 바람둥이라 하겠다.

여러가지 볼거리와 멋진 세계관을 보여준 오거스였으나 시청률은 기대 이하였다. 이는 초시공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마크로스와 별개의 스토리로 인해 인기의 후광에 편승하지 못했다는 점 외에도 생각보다 복잡한 세계관이 대중적 관심을 끄는데 실패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건담 이후 등장한 리얼로봇들은 마크로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시청률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오고 있었다. 타카하시 료스케의 '태양의 어금니 더그람(1981)'과 '장갑기병 보톰즈(1983)' 역시 시청률에서는 그저그런 성적에 그치고 말았으며, 토미노 요시유키의 '전설거신 이데온(1980)'이나 '성전사 단바인(1983)' 역시 시청률에서는 암울한 성적을 거두었던 것이 그 예라 하겠는데, 이런 측면에서 오거스 역시 시리어스한 로봇물이 대중적인 평가는 좋을 수 없다는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준 셈이다.

스폰서의 완구 및 프라모델 매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더그람이나 보톰즈가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장기 시리즈로 연재되었던 반면, 매력적인 컨셉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거스의 완구 비즈니스는 부진한 판매실적을 거둔다. 이로 인해 스폰서를 맡았던 타카토쿠 토이즈가 그만 파산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만다. (타카토쿠토이즈는 오거스 외에도 타츠노코의 '이타다키 맨(1983)'과 '은하질풍 사스라이거(1983)'에서도 시청률 실패, 완구 판매 부진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게 된다. 말 그대로 손대는 족족 꽝이었던 셈) 이는 미야타케의 메카닉 디자인이 SF적인 측면에서는 두말할 나위없는 명작이지만, 상업적으로는 하자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미야타케가 디자인에 참여했던 단바인 역시 완구와 프라모델에서 기대이하의 성적을 거두어 스폰서인 크로바가 파산하게 되는 원인을 가져왔음은 이를 뒷받침하는 또하나의 사례이다.

하지만 상업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매력적인 세계관과 메카닉이 등장하는 오거스의 세계는 리얼 SF 로봇장르를 이야기할 때 언급하고 넘어가야할 걸작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매력적인 미소녀 캐릭터와 하드 SF의 조합이라는 측면에서도 오거스는 마크로스를 이어 또 하나의 계보를 구축한 셈이다. 초시공 시리즈는 이듬해인 84년 다시 '초시공기사단 서던크로스(1984)'를 통해 분위기를 일신해보려 하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종영되면서 결국 막을 내리고 만다. 그리고 이들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후속 시리즈를 제작한 마크로스의 인기 속에 초시공 시리즈는 어느덧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버리고 만다.

미국으로 수출된 마크로스 시리즈는 원작과는 별도로 '기갑창세기 모스피다(1983)'와 서던크로스를 묶어서 '로보텍 시리즈'로 방영하게 된다. 마크로스와 모스피다, 서던크로스가 모두 타츠노코 프로가 제작을 맡았던 것과는 달리 오거스는 도쿄무비신사가 제작했기 때문으로 로보텍 시리즈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Illustrated by Haruhiko Mikimoto

ⓒ BIGWEST · TMS



초시공세기 오거스 02 (1993)


ⓒ BIGWEST · ORGUSS 02 PROJECT

<정보>

◈ 원안/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
◈ 각본: 세키지마 마요리, 야마구치 히로시, 키시노 유지
◈ 캐릭터 디자인/원안: 카와모토 토시히로 /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아베 쿠니히로, 스튜디오 누에 (협력)
◈ 디자인 웍스: 모리키 야스히로
◈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
◈ 음악: 히카슈, Torsten Rasch
◈ 제작사: 히로, J.C.STAFF, 반다이, 빅웨스트, 마이니치 방송, 소학관
◈ 저작권: ⓒ BIGWEST · ORGUSS 02 PROJECT
◈ 일자: 1993.12.05 ~ 1995.01.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전혀 다른 스탭진으로 재시동된 오거스의 후속편. 원안과 감독을 맡은 타카야마 후미히코가 원 시리즈에 참여했던 아트랜드 출신이라는 점과 디자인 협력으로 스튜디오 누에가 참여했다는 것 외에는 원작과의 특별한 교집합은 눈에 띄지 않는다. 후일 '카우보이 비밥(1998)'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 특급 작화가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의 초창기 캐릭터 디자인이 눈에 띄며, 타카야마 감독 역시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1989)'울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기에 이 작품은 오리지널 오거스 시리즈보다는 선라이즈 계열의 리얼로봇 아니메들과 비슷한 색체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원 시리즈와 내용적 연관성은 거의 없다. 시공진동탄에 의한 시공간 왜곡을 해결해낸 뒤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시공의 균열이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정으로, 원 시리즈로부터 200여년 뒤의 다른 차원의 세계를 다룬 스핀오프 형태의 작품이다. 왕정시대와 근대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시간대에서, 시공의 균열로 인해 생겨난 인간형 병기 아머를 발굴하여 서로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아머를 탐지하고 염력을 사용하여 아머를 기동하는 시커 같은 존재가 등장하는 등, 세계관은 크로스오버적인 색체가 눈에 띈다.

포켓 속의 전쟁 편이나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2001)' 등에서 선보인 타카야마 만의 색체는 이 작품에서도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원안을 갖고 그려낸 캐릭터의 경우, 전반적으로 깔금하고 무난하지만, 하루히코의 스타일이 보다 사실적인 극화체의 카와모토 토시히로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 싶다. 스케일 큰 전쟁 드라마로 90년대 초반의 작품으로서는 꽤 참신한 설정이었으나 에반게리온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일련의 시리어스한 SF물과 비교할 때 차별점은 그다지 없는 듯 싶다.


<참고 사이트>

[1] 超時空世紀オーガス, Wikipedia Japan
[2] The Super Dimension Century Orguss (TV), ANN
[3] Orguss 02 (OAV), ANN
[4] 초시공세기 오거스, 엔하위키 미러
[5] 초시공세기 오거스 (1983) by 리얼보이, 리얼보이의 열혈 블로그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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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기병 보톰즈 (1983), 装甲騎兵ボトムズ / Armored Troopers Votoms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다카하시 료스케
◈ 감독: 다카하시 료스케
◈ 연출: 카세 미츠코, 토모부키 아미, 야다베 카츠요시 外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요시카와 소지, 토리우미 진조
◈ 콘티: 요시카와 소지, 마츠노 타이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外
◈ 캐릭터 디자인/총 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東絛俊寿
◈ 음악/노래: 이누이 히로키 / TETSU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루
◈ 제작사: 선라이즈, TV 도쿄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3.04.01 ~ 1984.03.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52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아스트라기우스 은하를 양분하는 길가메스와 발라란트 진영은 원인도 모른체 100여년간 지루한 전쟁을 반복해오고 있었다. 국지전으로 시작했던 사소한 전쟁이 은하계에 급속히 번져 200개의 행성이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는 거대한 전쟁으로 번지고만 것이다. 종전의 소문이 지친 전장 사이로 조심스럽게 들려오던 어느날, 길가메스 군 메르키아 방면 군에 소속된 키리코 큐비 상사는 모종의 임무를 띈 작전에 참여하여 목적지도 모른체 강습함을 타고 우주를 날고 있었다. 강습함의 미사일 공격 직후 어느 기지로 침투한 키리코의 장갑기병(AT) 부대는 거기서 응전하는 아군을 목격하게 된다. 키리코 큐비의 군대는 아군을 공격하고 있던 것이다. 영문도 모른체 아군을 제압한 키리코, 작전의 목적을 묻는 그에게 지휘관은 그저 명령에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의문을 품은체 키리코는 경계 근무에 선다.

한편, 살아남은 기지 생존자의 기습을 가까스로 피해낸 키리코는 생존자의 포격으로 뚫려버린 벽 너머에서 캡슐형태의 장치를 목격한다.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캡슐을 열어보는 그는 캡슐 속에 잠들어 있는 나신의 여인을 발견하게 된다. 눈을 뜨고 아무런 감정없이 키리코를 바라보는 여인. 때마침 키리코의 동료들이 캡슐 주의에 당도하고, 여전히 의문을 품은체 키리코는 정찰임무에 나서지만 순간 기지가 폭발하면서 키리코와 그의 장갑병은 그만 우주로 튕겨나가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정체불명의 장소에 결박된 키리코. 이번에도 그는 영문도 모른체 작전의 목적을 말하라는 의문의 인물에게 심문을 받게 된다. 키리코를 심문하는 이는 길가메스 군의 롯치나 대위로 결백을 주장하는 키리코를 그는 무참하게 고문한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심문을 견뎌낸 키리코는 방심의 틈을 타 탈주에 성공하게 되지만, 자존심에 상처받은 롯치나 대위는 키리코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는데...

과연, 키리코는 이 지옥의 전장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누명을 씌운 사건의 전모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가 보았던 캡슐 속의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길가메스와 발라란트의 전쟁은 휴전을 맞았지만, 키리코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개>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을 통해 본격적인 리얼로봇의 이야기를 펼친 다카하시 료스케는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선배 토미노 요시유키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창안해낸 '리얼로봇'의 세계를 보다 더 현실적이고 세심하게 묘사하고자 했다. 즉, 군용병기로서의 의미를 가진 로봇에 맞는 본격적인 전쟁 드라마를 그리고 싶었던 것이다. 동시기에 토미노가 '전설거신 이데온(1980)'이나 '전투메카 자붕글(1982)' 등으로 리얼로봇 보다는 SF에 가까운 아니메를 만들 즈음, 그는 리얼한 전쟁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일련의 시도를 행하게 된다. 이전보다 더 병기에 가까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 작품의 주역 메카라 할 수 있는 스코프 독 이하 장갑기병의 크기를 4m 정도의 크기로 제한했고, 돔 형태에 카메라 렌즈를 부착한 실로 밀리터리적인 느낌에 충실한 이미지의 로봇물이 탄생시키니 이것이 바로 다카하시 료스케의 대표작이자 리얼로봇 궁극의 완성작이라 할 수 있는 '장갑기병 보톰즈(1983)'인 것이다.

크로바와 반다이를 스폰서로 삼았던 토미노 감독와 달리 타카하시 감독은 완구업체 타카라와 손을 잡게 된다. 건담 기획 당시스폰서인 크로바는 파워드 슈츠라는 장갑복 개념의 메카닉에 난색을 표했으나, 타카라는 4m 밖에 안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장갑기병의 컨셉을 받아들여 상품화에 착수한다. 3개의 렌즈를 상황에 따라 회전시키는 장갑기병의 모습은 1화 방영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건담과 같은 커스텀 기체가 아닌 완벽한 대량생산형 기체로 장갑기병이 등장하며, 주인공조차 시리즈의 대부분을 이 양산형 기체에 탑승하여 활약하게 된다. 이는 직전년도에 방영을 시작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와 함께 '군용병기로서의 로봇'이라는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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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VOTOMS는 'Vertical One man Tank for Offence & Maneuver'의 약자로 공격과 작전을 위한 세로형 1인 탱크라는 뜻을 가진 본작의 주역메카인 장갑기병(AT: Armored Troopers)를 의미하는 것 외에도 밑바닥이라는 뜻의 영어 Bottoms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1] 참조) 이것은 병사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활약한 장갑기병 탑승자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며, 전쟁의 비극 속에 몰락해버린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을 일컫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키리코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해설은 전쟁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데, 키리코의 성우는 코미디언 고다 호즈미가 맡아 기대 이상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은 리얼로봇의 대표작임에도 불구하고 양산형 군용병기라는 장갑기병의 이미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로봇이 핵심적인 테마가 아닌 그저 하나의 소품에 불과한 작품이기도 하다. 키리코의 여정 중에 그저 상황에 따라 이용하는 병기라는 점에서 장갑기병은 일반 영화에서 주인공이 운전하는 자동차나 애용하는 총 이상의 의미가 아니었던 것이다. 리얼로봇 아니메임에도 불구하고 로봇 중심이 아닌 드라마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점에서 이 작품은 현실적인 전쟁의 이야기를 다룬 진짜 리얼로봇이라는 평을 팬들로부터 듣게 된다.

전쟁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전쟁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전쟁의 막바지에 치달을 무렵 정체불명의 작전에 참가했다가 누명을 쓴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탈출한 뒤 거대한 비밀에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인 로봇 만화영화와는 다른 전개로, 보다 높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했던 리얼로봇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도 그 서사는 영화적인 시퀀스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전쟁이라는 큰 사건 속에서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그때까지의 리얼로봇 아니메와는 달리 이미 정신적으로 성장한 주인공(하지만 키리코는 18세)이 자신을 누명에 빠지게 한 현실과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워간다는 전개는 성인용으로 적합한 이야기로서, 여기에 퍼펙트 솔져(PS)로 인공적으로 태어난 히로인 피아나와 인간성이 결여된 키리코의 운명적인 사랑 역시 시리즈를 관통하는 테마이다.

성인취향의 작품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 디자인은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통하여 캐릭터 디자인으로 데뷔한 시오야마 노리오가 맡았다. 시오야마는 더그람에서도 작화감독으로 활약하며 이후 '기갑계 가리안(1984)'에 이르기까지 타카하시 감독과 함께 명콤비를 과시하게 된다. 한편, 이 작품에 작화감독 스탭으로 참여한 타니구치 모리야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키리코를 그려내 시오야마 팬들의 원성을 듣게 되지만, 각 작화감독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시오야마의 배려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후,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타니구치가 데뷔하면서 레이즈너의 캐릭터와 보톰스의 캐릭터는 어떤 면에서 서로 유사한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둡고 우울한 남성취향의 드라마로, 로봇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로봇 만화영화라는 점에서 시청률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다만, 밀리터리 색체를 완벽하게 받아들인 완구와 프라모델이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스폰서의 별다른 간섭없이 52화의 장편으로 마감하게 된다. 전작인 더그람도 그렇고, 이번 보톰스도 그렇듯이 다카하시 감독의 작품은 시청률 면에서는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폰서의 비즈니스 성적이 원활했기에 크리에이터의 뜻대로 작품을 마무리 짖게 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반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지나치게 시리어스한 드라마는 타카하시 작품의 맹점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후에 제작되는 타카하시의 작품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한 체 조기종영의 쓴 아픔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보톰스는 토미노 감독이 만든 건담의 우주세기, 단바인의 바이스톤 월드와 함께 방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카하시 감독의 대표작으로, 이후로도 지속적인 시리즈가 등장하게 된다. TV 시리즈를 총집편으로 편집한 '장갑기병 보톰즈 Vol 1(1985)'과 '장갑기병 보톰즈 Vol 2(1985)'가 발매된 이후, '우도(1986)'편, '쿠멘(1986)'편, '산사(1988)'편, '쿠엔토(1988)편'으로 TV 시리즈의 일부분을 총집편으로 편집한 OVA가 출시된다.


장갑기병 보톰즈 The Last Red Shoulder (1985)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요시카와 소지
◈ 콘티: 카세 미츠코, 야타베 카츠요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미술감독/미술설정: 미야마에 미츠하루 / 오카다 카즈오 外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5.08.21 (OVA 발매일) / 1986.08.02 (선라이즈 아니메 페스티벌 개봉일)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를 종결 지은 후에도 보톰스는 TV 스페셜 형태로 몇 편이 제작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TV 스페셜 '우도' 편과 '쿠멘' 편 사이의 시간대의 에피소드를 다룬 이야기로 TV 시리즈의 초반부의 시점과 시간대과 겹쳐지는데, 두번째 퍼펙트 솔져인 입실론의 탄생과 키리코와 입실론의 조우, 레드 숄더의 창시자 페일젠의 최후 등을 이야기로 다루고 있다. OVA로 제작된 후, 이듬해인 86년 8월 선라이즈 아니메 페스티벌에서 극장판으로 개봉된다. 제목의 레드 숄더는 제 24 메르키아 방면군 전략기갑병단 특수임무반 X-1 부대의 별칭으로, 주인공인 키리코 큐비가 TV 시리즈의 시점 전에 몸을 담고 있던 기갑부대를 의미한다. 제3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최우수 OVA 상 수상.


장갑기병 보톰즈 BIG BATTLE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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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하마 마사노리
◈ 콘티: 타키자와 토시후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미술: 오카다 카즈오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07.0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의 쿠엔토 에피소드 이후부터 최종화에서 키리코와 피아나가 동면에 들어가기 전의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납치된 피아나를 구출하기 위해 발라란트에 단신으로 뛰어든 키리코와 발라란트가 독자적으로 창조해낸 퍼펙트 솔져 네바와의 결전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이다. 각본을 쓴 하마 마사노리는 TV 시리즈와는 무관한 인물로, 보톰즈의 외전격인 라이트노벨 '청기사 베르제르가의 이야기(1984)'를 쓰기도 했다. 본작에 등장하는 광기에 찬 퍼펙트 솔져 네바는 흡사 타카하시 감독의 후속작인 레이즈너에 등장하는 악당 고스테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장갑기병 보톰즈 Red Shoulder Document - 야망의 뿌리 (1988)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요시카와 소지
◈ 콘티: 타키자와 토시후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오카다 카즈오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8.03.1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보톰즈의 세번째 OVA는 TV 시리즈 이전의 에피소드를 다룬 프리퀄이다. 키리코가 악명높은 레드 숄더 부대에 처음 배속되는 시점의 이야기로, 레드 숄더의 창시자 페일젠과 키리코의 악연이 처음 시작되는 작품이다. 살인병기로 길러진 키리코와 키리코의 과거의 이야기가 다루어지는 이야기 구조는 마치 영화 '제이슨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과 그가 소속했던 '트레드스톤'과의 악연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기갑엽병 메로우링크 (1988), 機甲猟兵メロウリン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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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감독: 칸다 타케유키
◈ 시리즈 구성: 타카하시 료스케
◈ 연출: 이마니시 타카시, 와타나베 신이치로 外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야마구치 히로시, 히라노 야스시 外
◈ 콘티: 타키자와 토시후미, 이마니시 타카시, 타카마츠 신지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타니구치 모리야스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미술감독: 平川英治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VAP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8.11.12 ~ 1989.04.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2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키리코 큐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보톰즈 시리즈와는 세계관만 같을 뿐 공유되는 부분이 없는 별도의 스핀오프. 누명을 쓰고 탈주병이 된 메로링크가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여행을 하는 내용으로, 장갑기병을 상대하여 대 AT용 라이플 하나만을 들고 맨몸으로 싸우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인간이라는 한계를 지닌 체 각종 지형과 상황을 이용하여 4m 크기의 장갑기병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메로링크의 복수극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다. SF의 세계관이라지만 장갑기병 외에는 거의 SF적인 요소가 등장하지 않는, 밀리터리적 색체가 강한 작품으로 마니악한 느낌을 주는 하드 액션 아니메라 하겠다. 감독은 토미노 요시유키, 타카하시 료스케와 함께 선라이즈 리얼로봇 아니메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칸다 타케유키가 맡았다. 타카하시 감독의 그것과는 또다른 밀리터리 리얼로봇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장갑기병 보톰즈 빛나는 이단 (1994), 赫奕たる異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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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총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감독/콘티: 이마니시 타카시
◈ 각본: 요시카와 소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디자인 웍스/서브메카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사야마 요시노리
◈ 미술: 와키 타케시, 오카다 토모아키, 니시카와 마스미
◈ 음악: 이누이 히로키
◈ 제작사: 선라이즈, 유멕스, 무비프로 모터서비스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94.03.21 ~ 1995.01.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 최종화에서 키리코와 피아나가 동면에 들어간지 32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 동면에서 깨어난 뒤, 또다시 거대 종교결사에 의해 쫓기면서 헤어진 피아나를 찾는 키리코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TV 시리즈에 등장했던 롯치나 대위가 키리코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로 여생을 보내는 초로의 노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짧은 수명을 가진 퍼펙트 솔져라는 숙명을 가진 비운의 히로인 피아나는 결국 이 작품을 통해 키리코의 품안에서 최후를 맞는데, 이 전개는 팬들 뿐만 아니라 제작스탭으로부터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3] 참조)


장갑기병 보톰즈 페일젠 파일스 (2007), ペールゼン・ファイル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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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요시카와 소지, 스즈키 요시타케
◈ 연출/콘티: 타케우치 카츠요시, 야마구치 타게시 外
◈ 총 작화감독: 타케우치 카츠요시
◈ 미술감독: 스즈키 슌스케
◈ 음악: 시누이 히로키 (이전 시리즈의 음악이 BGM으로 사용), 마에지마 야스아키
◈ 제작사: 선라이즈, Answer 스튜디오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07.10.26 ~ 2008.08.2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12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빛나는 이단'편 이후 한동안 동면에 들어갔던 보톰즈 시리즈는 타카라가 2005년 원더페스티벌에서 보톰즈 컨텐츠의 부활을 선언하면서 다시 재시동에 들어가게 되었다. (타카라, '보톰즈 부활' 선언 by ZAKURER™. 바로가기) 그로부터 2년 뒤, 전 12화의 OVA로 등장한 작품이 바로 '페일젠 파일스'편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장갑기병은 3D CG로 묘사되고 있다. 부제 페일젠 파일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레드 숄더의 창시자 페일젠의 파일과 관련된 이야기로 TV 시리즈보다 앞선 시간대의 프리퀄이다. 시점으로 보면 OVA '레드 숄더 다큐먼트, 야망의 뿌리'편과 TV 시리즈 사이의 시간대를 다루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장갑기병의 CG 만으로도 보톰즈의 팬들에게는 큰 의의를 가지며 새롭게 그려진 신작화는 과거와는 다른 깔끔함으로 눈길을 끈다.


장갑기병 보톰즈 환영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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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시리즈구성: 스즈키 요시타케
◈ 총 작화감독: 타케우치 카즈요시
◈ 미술감독: 노무라 마사노부
◈ 음악: 시누이 히로키 (이전 시리즈의 음악이 BGM으로 사용), 마에지마 야스아키
◈ 제작사: 선라이즈, Answer 스튜디오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10.03.26 ~ 2010.10.27 (OVA 발매일) / 2009.01.17 (극장 개봉일)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OVA 빛나는 이단 편 뒤의 이야기를 다룬 보톰즈의 후일담 겸 현재까지 출시된 보톰즈 세계관의 가장 나중 시점의 이야기. TV 시리즈에서 키리코와 함께 했던 코코나와 바닐라가 결혼 후, 사라진 키리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야기이다. 키리코를 사모하고 있었으나 피아나와 키리코의 관계를 인정한 코코나가 자신의 곁에 있던 바닐라와 결혼하는 전개는 마치 '북두의 권'의 켄시로(키리코)와 유리아(피아나), 그리고 링(코코나)과 바토(바닐라)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타카하시 감독은 보톰즈 외에도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7)'의 주인공 에이지나 누나인 쥬리아, 르카인과 고스테로 등의 인물 설정에 북두의 권의 스타일을 상당수 반영시키는 등 식지 않는 북두의 권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장갑기병 보톰즈 케이스;어바인 (2010), Case;IR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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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감독: 이가라시 시쇼
◈ 각본: 사토 타쿠야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히사유키 히로카즈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오카와라 쿠니오, 테라오카 켄지 / 前田淸明 (마에다 ??)
◈ 미술감독: 카토 야츠타다
◈ 음악: 이케 요시히로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10.11.0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페일젠 파일스' 편과 '환영' 편으로 재시동한 보톰즈 부활 프로젝트는 2010년 시작된 보톰즈 페스티벌을 통해 각기 다른 세 개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게 되는데, 첫번째로 등장한 작품이 바로 이 '케이스;어바인'이다. 장갑기병 기술자로 놀라운 조종기술을 숨긴체 장갑기병 지하 결투장에서 돈을 받으면서 일부러 지는 역할을 자처하던 어바인이 페이간과 진정한 대결을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는 원 TV 시리즈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스핀오프로, 기존 시리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원작자인 타카하시 감독 스스로도 이 작품에 대해 일절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감독인 이가라시 시쇼는 이 작품이 거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신인이지만,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2005)'로 유명한 각본가 겸 연출가 사토 타쿠야나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와 '마이 히메'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이너 히사유키 히로카즈 등 쟁쟁한 스탭들이 눈에 띈다. 특히, 메카닉 디자인의 테라오카 켄지는 '코드 기어스 시리즈'와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의 메카닉을 디자인한 인물로서, 현실적인 병기로서의 장갑기병의 이미지를 잘 살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장갑기병 보톰즈 파인더 (2010)


ⓒ SUNRISE

<정보>

◈ 감독: 시게타 아츠시
◈ 각본: 세키지마 마요리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하야마 쥰이치
◈ 메카닉 디자인: 시게타 아츠시, 후쿠치 히토시, 오카와라 쿠니오
◈ 몬스터 디자인: 안도 켄지
◈ 미술감독: 타니구치 쥰이치
◈ 음악: 이와모토 마타루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10.12.0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두번째로 등장한 보톰즈 파인더는 기존의 보톰즈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다룬, 이제까지 등장한 보톰즈 시리즈 중 가장 이채로운 색체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제까지의 보톰즈가 전쟁 드라마였다면 이 작품은 보다 가볍고 상쾌한 액션 어드벤쳐의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밝은(?) 전개는 이제까지의 보톰즈와는 사뭇 이질적인 느낌이겠지만 신선한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감독이자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시게타 아츠시가 '오버맨 킹게이너(2002)'의 작화감독으로 참여한 이력 때문인지 새롭게 디자인된 장갑기병의 모습에는 왠지 킹게이너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존의 보톰즈 시리즈에 비해 좀더 로봇 아니메의 느낌에 충실한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갑기병 보톰즈 다시 외톨이 (2011), 孤影再び


ⓒ SUNRISE

<정보>

◈ 총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콘티: 이케다 마사시
◈ 캐릭터 디자인: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스페셜 디렉터/총작화감독: 타케우치 카즈요시
◈ 미술감독: 노무라 마사노부
◈ 음악: 이누이 히로키, 오다 테츠로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2011.01.0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세번째 시리즈는 보톰즈 시리즈의 정체성을 잇는 내용으로 타카하시 료스케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히로인 피아나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말 속에 막을 내렸던 '빛나는 이단' 편 이후 세상을 떠도는 키리코와 '빛나는 이단'편에 이어 등장한 테이타니아, 그리고 바닐라와 코노나의 딸 스테비아 등이 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보톰즈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 시간대를 다룬 '환영' 편 이전의 키리코의 행적이 그려지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装甲騎兵ボトムズ, Wikipedia Japan
[2] 機甲猟兵メロウリンク, Wikipedia Japan
[3] 装甲騎兵ボトムズ 赫奕たる異端. Wikipedia Japan
[4] 装甲騎兵ボトムズ ペールゼン・ファイルズ, Wikipedia Japan
[5] 装甲騎兵ボトムズ 幻影篇, Wikipeida Japan
[6] 装甲騎兵ボトムズ 孤影再び, Wikipedia Japan
[7] Armored Trooper Votoms (TV), ANN
[8] Armored Trooper Votoms: The Last Red Shoulder (OAV), ANN
[9] Armored Trooper Votoms: Big Battle (OAV), ANN
[10] Armored Trooper Votoms: Red Shoulder Document - Roots of Treachery (OAV), ANN
[11] Armored Trooper Votoms: The Heretic Saint (OAV), ANN
[12] Armored Trooper Votoms: Pailsen Files (OAV), ANN
[13] Armored Trooper Votoms Case;Irvine (OAV), ANN
[14] Votoms Finder (OAV), ANN
[15] Sōkō Kihei Votoms: Koei Futatabi (OAV), ANN
[16] 보톰즈 공식 홈페이지
[17] 장갑기병 보톰즈, 엔하위키 미러
[18] 장갑기병 보톰즈&은하표류 바이팜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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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RISE / SOTSU Agency


성전사 단바인 (1983), 聖戦士ダンバイン / Aura Battler Dunbine


ⓒ SOTSU · SUNRISE / ADV Films(Eng Edition)

<스탭>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연출/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이우치 슈지, 이마가와 야스히로, 스즈키 이쿠, 세키타 오사무, 키쿠치 카즈히토 外
◈ 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와타나베 유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이즈부치 유타카 (게스트 디자이너)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츠보노 카즈히로 / MIO(MIQ), 코이데 히로미
◈ 기획: 나카가와 히로노리, 모리야마 토루, 오니시 쿠니아키
◈ 제작: 선라이즈, SOTSU, 나고야 방송국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3.02.05 ~ 1984.01.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4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바다와 대지 사이에 존재하며, 영혼이 휴식과 수련을 하는 신비로운 세계 바이스톤 웰, 이곳은 현재 영주 드레이크가 이끄는 군대에 의해 전화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현세에서 넘어온 쇼트 웨폰과 제트와 같은 기술자들에 의해 오라력에 의해 움직이는 곤충형 인간병기 '오라 배틀러'를 개발한 드레이크 영주는 이 오라 배틀러를 이용하여 바이스톤 웰의 지배를 꿈꾸고, 바이스톤 웰 세계의 인간들보다 훨씬 강한 오라력을 지닌 현세의 인간들을 소환하여 성전사로 삼아 침공의 선두를 맡긴다.

한편,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반항심에 가득차 삐뚤어진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소년 쇼 자마는, 모터 사이클을 몰던 도중 갑작스런 사고를 맡게 된다. 사고와 동시에 바이스톤 웰로 소환되버린 쇼, 쇼를 소환한 드레이크 영주는 그에게 성전사의 지위를 주고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지구의 생활에 미련이 없던 쇼는 드레이크의 제안을 받아들여 바이스톤 웰 침공의 선두에 서게 되고, 마침내 바이스톤 웰의 전란 속에 몸을 맡기게 된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을 통해 '리얼로봇'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토미노 감독이 전설거신 이데온과 전투메카 자붕글에 이어 선보인 네번째 리얼로봇 작품. 당시 리얼로봇 장르는 같은 무시 프로덕션 문하의 동문이자 선라이즈의 동료이기도 한 다카하시 료스케 감독의 역작 '태양의 어금니 다그람(1981)'과 이듬해 스튜디오 누에를 주축으로 한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힘으로 리얼로봇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불세출의 명작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 등으로 인하여 전성기에 진입하고 있던 즈음이었다. 이러한 리얼로봇의 강대한 흐름 속에 등장한 토미노 감독의 후속작이 바로 이 성전사 단바인이다.

리얼로봇의 구도를 취하고 있으나, 이 작품은 바이스톤웰이라는 이(異)차원의 세계와 중세유럽 풍의 시대배경, 그리고 곤충형태의 생체병기 오라 배틀러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인해 당시만해도 아니메에서는 보기드물었던 중세 판타지의 세계관을 적극 도입한 최초의 퓨전 판타지 로봇물이기도 했다. 일설에 이런 작품의 기획 배경에는 82년도부터 잡지 아니메쥬에 연재를 시작하고 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코믹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의식했단 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많이들 알다시피 토미노 감독은 미야자키 감독에게 일종의 컴플렉스 내지는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여러번의 작품을 거쳐 로봇물에 드라마틱한 설정을 적용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토미노 감독스럽게 이번 작품의 전개 역시 몹시도 드라마틱하고 시리어스하다. 최초에는 적의 편에서 서서 싸우다가 뒤에서야 진실을 깨닫고 전향하게 되는 주인공의 결정도 당시 로봇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 이러한 드라마틱한 작품색에 전설거신 이데온을 통해 야스히코 요시카즈와 함께 선라이즈의 양대 작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코가와 토모노리의 캐릭터 디자인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거기에 SF 창작집단으로 이미 기동전사 건담의 기획단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스튜디오 누에의 메카닉 디자이너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디자인한 생체병기 오라 배틀러의 디자인은 혁신과 조형미를 동시에 갖춘 아니메 사상 가장 유니크한 메카닉 디자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 독특한 메카닉 디자인은 그 독특함 만큼이나 상품화가 힘들어 스폰서였던 클로버 측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역 메카인 단바인이 후반기에 들어 변형이 가능하고 생체병기의 느낌이 많이 거세된 빌바인으로 교체되며, 팬들의 원성을 듣기도. 당시 신예였던 메카닉 디자이너 이즈부치 유타카가 이 작품에서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후 84년작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도 미야타케 카즈타카와 공동으로 메카닉 디자인을 맡기도 한다. 이즈부치는 후일 '역습의 샤아(1988)'의 뉴건담과 '기동전사 건담 0080(1989)'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며 선라이즈의 작품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작중에서 작은 요정으로 등장하면서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참 화우는 이듬해 토미노 감독의 작품 '중전기 엘가임(1984)'의 요정 리리스 화우로 다시 태어나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그리고 감독 자신도 공헌했듯이 나우시카를 뛰어넘는 작품이 되고 싶었던 단바인의 세계관은 그 방대한 설정을 모두 이 시리즈에 풀어내지 못한 체 다시 후일을 기약하게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 ADV Films(Eng Edition)

ADV Films에 의해 북미에 출시되면서 최근에 다시 그려진 일러스트.


성전사 단바인 OVA (1988)


ⓒ SOTSU · SUNRISE

<스탭>

◈ 원작/감수: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타키자와 토시후미
◈ 각본: 고부 후유노리
◈ 캐릭터 디자인: 하타이케 히로유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 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2.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TV 시리즈의 이야기 이후 700년 뒤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원 시리즈의 주인공 쇼 자마의 환생인 시온 자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원 시리즈에서 게스트 메카닉 디자이너를 맡았던 이즈부치 유타카가 메인 메카닉 디자이너를 맡아 혁신적이고 유려한 곤충형 로봇인 오라 배틀러에 고급스러움을 가미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그려냈다. 이러한 형태의 고급스러운 메카닉 스타일링은 후일 이즈부치 유타카가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기갑계 가리안 TV 시리즈와 OVA 시리즈에서의 기갑병 디자인 변화와 유사하다.

ⓒ SUNRISE / SOTSU Agency

이즈부치 유타카에 의해 고급스럽게 스타일링된 새로운 주역기 써바인.


바이스톤 웰 이야기, 가제이의 날개 (1996)


ⓒ TOMINO YOSHIYUKI · Garzey's Wing Production Committee

<스탭>

◈ 감독/각본/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오누키 켄이치
◈ 음악: 사기쓰 시로
◈ 제작: J.C.Staff, BMG Japan
◈ 저작권: ⓒ TOMINO YOSHIYUKI · Garzey's Wing Production Committee
◈ 일자: 199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기동전사 V 건담의 실패와 오랫동안 팬들과 스폰서로부터 끊임없는 건담의 재생산을 요구받으며 피폐해질 때로 피폐해진 토미노 감독이 20여년의 세월을 바친 선라이즈를 잠시 떠나있던 시절 만든 작품.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토미노 감독의 소설 가제이의 날개를 기본으로 하여 제작된 OVA 작품으로, 재미있는 것은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내내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로봇물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토미노 감독의 심중이 표현된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 원작의 경우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은체 토미노 감독의 만들어낸 바이스톤 웰의 세계관을 근거로 한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린의 날개 (2005)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스탭>

◈ 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 타카야마 지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쿠도 마사시
◈ 메카닉 디자인: 시노하라 타모츠, 사쿠라 타쿠미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CG 디자이너: 카타야마 아유키
◈ 비주얼 컨셉: 오카마
◈ 음악: 히구치 야스오
◈ 제작: 선라이즈, 반다이 비쥬얼, 반다이 채널
◈ 저작권: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 일자: 2005.12.1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NA (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가제이의 날개로부터 거의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제작된 토미노 감독의 또다른 바이스톤 웰 이야기. 역시 그가 직접 집필한 소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으며, 기존의 TV 시리즈나 OVA, 극장상영이 아닌 반다이 채널의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ONA(Original Network Animation)이라 불리기도 한다.

곤충형 로봇인 오라 배틀러의 구현은 CG 기술의 접목에 의해 더더욱 생체병기로서의 모습에 충실해졌다. 몸체 일부의 기관들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것인냥 움직이는 부분은 단바인의 올드팬들에게는 꽤 감격적인 모습이었을지도. 바이스톤 웰에서 넘어온 호우죠 국의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전과는 달리 중세 유럽의 스타일이 아닌 일본 전국시대의 복식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블리치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쿠도 마사시,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사쿠라 타쿠미,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시노하라 타모츠의 디자인도 현대적인 감각과 잘 맞는 느낌을 주고 있다.

단, 21세기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토미노식 연출방식은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는 듯 싶으며, 원작의 경우에는 오라 배틀러가 등장하지 않고 있으나 아니메로 제작되면서 오라 배틀러를 등장시켜 전작이었던 가제이의 날개와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 SUNRISE / BANDAI Visual / BANDAI Channel



<참고 사이트>

[1] Aura Battler Dunbine (TV), ANN
[2] 聖戦士ダンバイン, Wikipedia Japan
[3] New Story of Aura Battler DUNBINE, Wikipedia Japan 
[4] リーンの翼, Wikipedia Japan
[5] Aura Battler Dunbine, Wikipedia
[6] Garzey's Wing, Wikipedia
[7] The Wings of Rean, Wikipedia
[8] 거대로봇 연구서설 - 단바인 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舊 연구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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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시공요새 마크로스 (1982), 超時空要塞マクロス /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마크로스 크로스오버 라이브 포스터ⓒ 1982, 1984 BIG WEST / ⓒ 2007 BIG WEST / MACROSS F 製作委員會 · MBS


<스탭>

◈ 원작: 스튜디오 누에
◈ 총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시리즈 구성: 마츠자키 켄이치
◈ 각본: 마츠자키 켄이치, 이시구로 노보루, 카와모리 쇼지, 토미타 스케히로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카와모리 쇼지
◈ 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이이지마 마리 (린 민메이 성우)
◈ 제작사: 빅웨스트, 아트랜드, 아니메 프렌드,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BIG WEST
◈ 방영일자: 1982.10.03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서기 1999년, 도시규모의 거대한 외계인 우주선이 지구에 불시착한다. 지구통합군은 외계인의 기술력을 기본으로 삼아 이 거대한 우주선을 지구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하여 마크로스라 명명하고, 다가올 우주인과의 전투를 대비하게 된다.

그로부터 10년 후, 민간인 파일럿인 소년 이치죠 히카루는 마크로스의 진수식을 구경하기 위해 남 아타리아 섬에 오게 된다. 진수식이 막 시작될 무렵, 갑작스레 시작된 외계인 젠트라디군의 공격, 지구통합군은 젠트라디군을 맞아 곧바로 전투에 돌입하게 되고, 진수식을 구경나온 시민들은 급히 거대전함 마크로스 안으로 피신하게 된다.

통합군의 신형 전투기 VF-1 발키를 타고 젠트라디군과 맞서 싸우던 히카루는 우연치 않게 진수식을 구경온 화교 소녀 린 민메이를 구출하게 되고, 마크로스는 젠트라디 군의 공격을 피신하기 위해 대기권을 이탈을 시작한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젠트라디군의 공세에 결국 마크로스는 폴드(공간이동)을 시도하게 되지만, 시스템 이상으로 인해 폴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체 마크로스와 히카루들은 미지의 우주공간으로 튕겨나가 버리게 된다.

과연, 마크로스의 승무원과 민간인들은 정처없는 우주공간 속에서 젠트라디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소개>

리얼로봇 장르의 태동을 알린 기동전사 건담에 이어 건담을 보고 자란 젊은 세대들의 힘으로 완성해 낸, 리얼로봇 장르의 또다른 마스터피스. 전투기가 로봇으로 변하는 건담보다 더 리얼해진 병기로서의 설정, 거대한 우주항모 마크로스와 젠트라디 군과의 박진감 넘치는 우주 전쟁과 멋진 전투씬, 히카루, 민메이, 미사로 이어지는 3인의 젊은 남녀의 엇갈리는 멜로 드라마, 미소녀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아니메에 멋지게 이식한 민메이의 노래와 사랑스러운 모습 등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팬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특히, 이 작품은 (비록 타츠노코 프로라는 거대 제작사가 힘을 받쳐주고는 있지만), 카와모리 쇼지,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타노 이치로와 같은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주축이 되어 제작된 작품으로, 마침내 아니메 세대가 시청자와 팬의 입장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만들어 냈다는 가치를 갖게 된다. 극장판 역시 안노 히데아키를 비롯, 마에다 마히로, 사다모토 요시유키 등 후일 가이낙스의 핵심인물들이 되는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하여 신구 애니메이터의 조화를 멋지게 이루어 내면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1] 참조)

스튜디오 누에의 활약 역시 돋보인다. 이미 기동전사 건담의 기획 등에 참여하며, 제작사가 아닌 창작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스튜디오 누에는 이 마크로스의 기획에까지 참여하며, 명실상부 SF 아니메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로서 그 명성을 날리게 된다. 특히, 미야타케 카즈타카의 멋진 메카 디자인들은, 약관의 카와모리 쇼지가 디자인한 변형 전투기 발키리와 더불어 아니메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이후 아트랜드, AIC 등과 함께 스튜디오 누에가 참여한 걸작 SF 아니메들이 80년대 아니메의 전성기를 수놓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참여에 따른 경험미숙에서일까, TV 시리즈의 경우는 작화 퀄리티가 들쑥날쑥하여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반면 후일 '이타노 써커스'라 불리게 되는 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의 유도 미사일 발사장면은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전설적인 작화기술로 남게 된다. (현재 이렇게 자신의 이름이 붙은 아니메 연출기법은 얼마전 작고한 故 카나다 요시노리의 '카나다 버스'와 이타노 이치로의 '이타노 써커스'가 유일.)

들쑥날쑥한 작화수준과 미흡한 제작 진행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성공과 그에 따른 업계와 팬들의 반응은 엄청난 것이었다. 미국의 TV 제작배급사인 Harmony Gold는 마크로스의 판권을 사들여 84년 '로보텍(Robotech)'라는 제목으로 미국 내에 방영을 시작하게 된다. 로보텍이라는 제목은 '기갑창세기 모스페다' 외에도 초시공 시리즈라 명명되는 일련의 마크로스의 후속작에까지도 이어져 똑같은 제목으로 미국에 방영되기도. 특히, 건담으로 당시 아니메 세계에서 로봇물을 주도하고 있던 선라이즈의 경우는 마크로스에 대한 견제(?)로 83년부터 연속으로 엄청난 수의 리얼로봇 아니메를 제작해내는 폭주를 시도한다. 이러한 양상은 후일 에반게리온의 등장과 90년대 후반의 선라이즈의 폭주와도 묘한 데자뷰를 갖고 있기도 하다.

☞ 마크로스와 에반게리온의 데자뷰... 반복된 선라이즈의 폭주 (보러가기)

그제까지의 아니메 중에서 미소녀와 로봇이라는 마니아들의 상이한 코드를 가장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1984) 


마크로스 극장판 포스터ⓒ BIG WEST

<스탭>

◈ 총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감독/스토리 구성/각색: 카와모리 쇼지
◈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카와모리 쇼지
◈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히라노 토시키
◈ 주요 애니메이터: 마에다 마히로, 모리모토 코지, 안노 히데아키, 야마가 히로유키, 유키 노부테루, 이즈부치 유타카 등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이이지마 마리
◈ 프로젝트 기획: 요시다 켄지, 오오니시 요시마사
◈ 제작사: 빅웨스트,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BIG WEST
◈ 개봉일자: 1984.07.07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외계의 전투종족 젠트라디군의 공격으로 지구를 떠나 망명의 길에 오른 우주통합군 소속 거대 전투함 마크로스. 수천명의 시민과 군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작은 도시인 마크로스는 현재 지구로 귀환하고 있는 중이다. 마크로스의 슈퍼아이돌이자 인기여가수인 린 민메이는 마크로스의 지구인들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삶의 낙. 민메이의 콘서트가 한창이던 어느날, 젠트라디 군의 습격이 시작되면서 마크로스는 다시금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스컬소대 소속의 이치죠 히카루 중위의 발키리 편대가 젠트라디군과 전투를 벌이던 와중, 일단의 젠트라디 병사들이 마크로스 함내에 침투하게 된다. 그들이 불시착한 곳은 우연치 않게도 민메이의 콘서트 장, 지구군의 병기 발키리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을 가진 전투종족 젠트라디는 남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종족으로, 여자들만으로 구성된 멜트란디 종족과 오랜 세월 대립중이다. 추락한 젠트라디 병사들은 여자와 남자가 같은 곳에 어울려 있는 민메이 일행의 모습에 크게 놀라게 되는데...


<소개>

82년 방영을 시작하여 83년에 성공적으로 종영한 마크로스는 마침내 이듬해 극장용 아니메로 다시 제작되게 된다. TV 시리즈 이후 혹은 이전의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닌 원 스토리를 축약하고 재구성하는 스핀오프 형태로 방향을 잡았으며, 대신 완전히 새로운 작화로 작품을 일신하게 된다. TV 시리즈 자체의 퀄리티가 높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극장판을 위해서는 신작화로 갈 수 밖에 없었을 듯 싶다.

84년 당시 제작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으리만치 놀라운 작화 퀄리티는 마크로스 극장판의 가치를 지금까지도 높게 평가하게 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그 영상적 완성도는 십수년 후, 에반게리온 이후 시작된 고퀄리티 작화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으며, 최근의 CG 아니메와 비교해도 그닥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풀프레임 애니메이션이 아닌, 게다가 세밀한 묘사가 수반되어야 하는 SF 로봇 아니메에서 그 영상적 완성도는 아니메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이번 극장판은 TV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사랑과 노래라는 테마를 더더욱 부각시켜 SF 로봇 아니메임에도 메인 테마는 멜로물에 더욱더 근접한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준다. 민메이의 콘서트 장면이나 민메이와 히카루의 데이트, 속칭 '민메이 어택'이라 명명되는 클라이막스에서의 주제가와 우주전쟁과의 기막힌 매치업은 로봇 아니메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하게 음악과 액션씬을 융합시키며 아니메 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인식된다. 

엔딩테마 '천사의 그림물감'이 흘러나올 때는 스탭롤과 함께 민메이들의 미래의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이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제작 여건상 스탭롤만이 올라가는 일반적인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기획은 87년도 OAV 'Flash Back 2012(이하 플래쉬백)'에 사용되며, 이후 출시되는 마크로스 극장 아니메 매체에는 이 플래쉬백에 사용된 영상이 추가된 엔딩으로 교체된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Flash Back 2012 (1987) 


마크로스 플래시백 DVD 표지ⓒ BIG WEST

<스탭>

◈ 감독/구성: 카와모리 쇼지
◈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 하루히코 미키모토
◈ 음악: 하네다 켄타로
◈ 노래: 이이지마 마리
◈ 주요 스탭: 기타쿠보 히로유키, 이이다 후미오
◈ 제작사: 아니메 프렌드, 타츠노코 프로
◈ 저작권: ⓒ BIG WEST
◈ 출시일자: 1987.06.21
◈ 장르: 뮤직비디오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애초에 극장판의 엔딩 스탭롤에 배경 영상으로 사용되어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에필로그로 보여줄 기획이 무산되면서, 기존의 TV 시리즈와 극장판, 그리고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하루히코 미키모토의 일러스트를 편집하여 뮤직비디오 형태로 제작된 작품.

앞서 선보이려 했던 에필로그 형태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이 플래쉬백에서의 인트로와 엔딩을 장식하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사용되었다.

압도적인 작화퀄리티를 보여주었던 극장판의 영상미에서 한발 더 나아가 87년도 당시로서는 거의 극한에 이르른 작화 퀄리티는 다시금 팬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편집된 뮤직 비디오 스타일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마크로스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인트로와 엔딩에 사용된 천사의 그림물감 뮤직 비디오는 극장판에서의 종결 이후 민메이를 중심으로 한, 주인공들의 뒷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새로운 발키리나 우주 이민선 메가로드의 등장 등, 여러가지 흥미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플래쉬백에 등장한 거대 이민선 메가로드는 이후 '마크로스 프론티어(2007)'에서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대이민선 메가로드에 몸을 싣고 우주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린 민메이처럼 그녀의 목소리와 노래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던 이이지마 마리 역시 마크로스를 끝으로 조용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기 시작한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II: Lovers Again (1992) 


마크로스 II 포스터ⓒ BIG WEST

<스탭>

◈ 감독: 야타가이 켄이치
◈ 스토리 컨셉/각본: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캐릭터 디자인: 하루히코 미키모토
◈ 메카닉 디자인: 오하타 코이치, 후지타 카즈미 外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
◈ 음악: 사기쓰 시로
◈ 제작사: AIC
◈ 저작권: ⓒ BIG WEST
◈ 방영일자: 1992.05.21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전작 마크로스로부터 80년이 흐른 뒤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 작품으로, 몇몇 부분에서 이전 시리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작품의 시대 배경상 그다지 큰 연관을 지을 수는 없는 작품이다.

초시공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마크로스 이후의 일련의 시리즈(오거스, 서던 크로스)들이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상황에서 마크로스 10주년을 기념하여 진정한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를 표방하며 등장한 작품이었지만, SF 아니메가 거의 몰락한 당시의 시대적 정황, 그리고 마크로스의 핵심이라할 수 있는 카와모리 쇼지와 스튜디오 누에가 빠진 반쪽짜리 제작진 등, 전작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 스탭진 구성과, 후속시리즈로서 전작의 테마를 그대로 답습하는 시대의 변화를 감안하지 못한 시나리오 등 전반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명작곡가 사기쓰 시로의 참여가 그나마 위안을 주는 편.


마크로스 플러스 (1994) 


마크로스 플러스 포스터ⓒ BIG WEST / MACROSS PLUS Project

<스탭>

◈ 총감독/원안/스토리보드/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
◈ 감독/스토리보드: 와타나베 신이치로
◈ 각본: 노부모토 케이코
◈ 캐릭터 디자인: 마사유키
◈ 작화감독: 모리모토 코지, 모리야마 유지, 아오노 아쯔시
◈ CG 감독: 카타아마 미츠노리
◈ 스페셜 애니메이터: 이타노 이치로
◈ 키 애니메이터: 안노 히데아키, 카와모토 토시히로, 카츠라 켄이치로 外
◈ 음악: 칸노 요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BIG WEST / MACROSS PLUS Project
◈ 개봉일자: 1994.08.25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II의 참여를 고사한 카와모리 쇼지가 2년 뒤 만들어 낸 마크로스의 후속작. 와타나베 신이치로를 감독으로 세우고 그 자신은 총감독으로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원작부터 스토리보드, 메카닉 다지인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 걸쳐 참여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와타나베 신이치로나 극본을 맡은 노부모토 케이코, 음악을 맡은 칸노 요코 등은 후일 '카우보이 비밥 (1998)'의 스탭들로 다시 뭉치게 된다. 이 작품에서의 인연 때문인지 카와모리 쇼지 역시 후일 카우보이 비밥의 제작에 관여한다.

부진한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잊혀졌던 마크로스 II와 달리 이 작품은 하루히코 미키모토라는 마크로스의 또다른 핵심멤버가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타노 이치로의  수준높은 메카닉 액션연출과 칸노 요코의 멋진 음악, 그리고 이전의 마크로스와는 또다른 색다른 이야기 전개로 성공을 거둔다. 특히, 컴퓨터 아이돌 샤론의 등장은 마크로스의 영향력 하에서 마크로스 스탭들에 의해 탄생된 OVA 시대의 걸작 메가존 23 시리즈와도 연계되는 측면이 있다.

이전까지의 마크로스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 디자인과, 우주인과 지구인의 전쟁이라는 마크로스 원래의 테마가 아닌 삼각관계 속에 얽힌 숨겨진 비화나 AI(인공지능)의 폭주와 같은 소재를 다룸으로써 후속작이면서도 마치 별개의 작품인냥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CG 등이 적극적으로 사용된 작품이지만, 당대 기술력의 한계로 그것이 발키리를 포함한 메카닉 연출씬에 적극적으로 묘사되지는 못한다. 이러한 아쉬움은 십여년 뒤 마크로스 제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항공기 CG 전투씬을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에드워드 공군기지까지 답사하면서 현실적인 항공기의 움직임과 모습을 담으려 했던 카와모리 쇼지와 이타노 이치로 등의 힘으로 탄생된 항공기 전투씬은 전작에 이어 여전히 명불허전의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네다 켄타로(원작 음악), 사기쓰 시로(마크로스 II 음악)에 이어지는 칸노 요코의 참여와 모리모토 코지, 모리야마 유지 등이 만들어낸 몽환적인 콘서트 씬 또한 음악을 메인 테마로 내세우는 마크로스만의 특징을 잘 살린 멋진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마크로스 7 (1994) 


마크로스 7 DVD 표지ⓒ BIG WEST


<스탭>

◈ 원안/감수: 카와모리 쇼지
◈ 감독: 아미노 테츠로
◈ 스토리 구성: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캐릭터 디자인 원안: 하루히코 미키모토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츠라 켄이치로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카와모리 쇼지 外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BIG WEST
◈ 방영일자: 1994.10.16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플러스와 동시에 기획되어 TV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 카와모리 쇼지와 스튜디오 누에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92년작 마크로스 II보다는 보다 더 정통적인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로 봐야할 듯 싶다. 이야기 배경도 원작으로부터 약 30여년 뒤의 이야기로, 원작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80년 뒤의 세계를 묘사했던 마크로스 II가 시퀄이라는 의의를 무색케 했다.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캐릭터 원안에는 참여했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다른 애니메이터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았기에 이 작품 역시 하루히코의 느낌이 그다지 묻어나지는 않는다. 액션연출을 맡아왔던 이타노 이치로의 불참도 아쉬운 부분.

특히, 이 작품은 병기로서 현실적인 모습을 중시하던 이전의 메카닉 디자인에서 벗어나 용자 시리즈마냥 입과 코를 지닌 발키리의 디자인이 등장하고 음악 연주로 발키리가 기동하는 등, 여러모로 원작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찬반양론에 휩싸였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것은 전작과는 항상 다른 패턴을 선보이려 하는 카와모리 쇼지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시도에 의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팬들에게는 큰 원성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리즈 자체의 인기는 좋았던 편이어서 마크로스 시리즈로서는 이례적으로 극장판 '은하가 나를 부른다(1995)', OVA 시리즈인 '마크로스 7 Encore'와 '마크로스 7 Plus', '마크로스 7 다이너마이트' 등, 마크로스 7만의 별도의 후속작이 생기게 된다. (베스트 아니메 참조)

원 시리즈에서 통합군과 멜트란디 군의의 천재 파일럿으로 각각 등장했던 조연급의 맥시밀리언과 밀리아의 딸 밀레느가 이 작품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마크로스 제로 (2002) 


마크로스 제로 표지ⓒ BIG WEST / MACROSS ZERO 製作委員會


<스탭>

◈ 감독/원안/스토리보드/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
◈ 각본: 오오노기 히로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사이토 타쿠야
◈ 메카닉 디자인: 이시가키 쥰야
◈ 프로덕션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스페셜 애니메이터: 이타노 이치로
◈ 음악: 하이시마 쿠니아키
◈ 제작: 사테라이트
◈ 저작권: ⓒ BIG WEST / MACROSS ZERO 製作委員會
◈ 츨시일자: 2002.12.21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탄생 2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OVA. 원작 시리즈의 프리퀄로서 원작보다 1년 앞선 시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원 시리즈에서 멋진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로이 포커가 이 작품에 등장하면서 원 시리즈와의 끈을 이어가고 있으며, 십여년 전 기술적 제약으로 마크로스 플러스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3D CG 전투장면이 마침내 추가되어 박진감 넘치는 발키리 전투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놀라운 항공 전투장면의 묘사는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던 곤조의 '바람의 요정 유키카제'와 더불어 아니메에서 한차원 높은 3D CG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이라는 마크로스의 주요 테마는 원작의 아이돌 가수에서 인공지능 사이버 가수(마크로스 플러스), 그리고 그룹 사운드(마크로스 7)를 거쳐 본작에서는 원주민 무녀의 샤머니즘적인 노래로 바뀌어 새롭게 묘사되고 있다. 원주민과 전투기 파일럿의 사랑 이야기는 구태의연한 감이 있지만, 압도적인 CG 영상미가 백미인 본작의 성격상 큰 의의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남녀 간의 아기자기한 멜로 드라마와 CG 효과를 십분 살린 강조된 액션씬, 통합군과 반통합군 간의 갈등구조, 새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외계문명의 전설이 모두 밀도 있게 다루어지기에는 5화라는 길이는 짧다는 생각이 든다.


마크로스 프론티어 (2007) 


마크로스 F 극장판 포스터ⓒ 2007 BIG WEST / MACROSS F 製作委員會 · MBS


<스탭>

◈ 총감독/원안/발키리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
◈ 감독: 키쿠치 야스히토
◈ 시리즈 구성: 요시노 히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에바타 리사, 타카하시 유이치
◈ 메카닉 디자인: 이시가키 쥰야, 타카쿠라 타케시
◈ 컨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음악: 칸노 요코
◈ 제작사: 사테라이트
◈ 저작권: ⓒ 2007 BIG WEST / MACROSS F 製作委員會 · MBS
◈ 방영일자: 2007.12.23
◈ 장르: SF, 드라마, 로맨스,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마크로스 7의 이야기로부터 14년 뒤의 이야기를 다룬 시퀄로서 마크로스 탄생 25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되었다. 플래쉬백에서 등장했던 거대 우주이민선 메가로드와 유사한 우주 이민선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타고 새로운 인류의 보금자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랑, 전쟁을 그리고 있다. 카와모리 쇼지는 총감독으로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원안부터 발키리 디자인에 이르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마크로스 제로에 이어 높은 수준의 3D CG 기법이 메카액션 연출에 적용되어 팬들이 기대치를 높였고, 에바타 리사가 디자인한 아이돌 셰릴 놈은 민메이부터 이전까지 등장했던 마크로스의 히로인과는 다른 도도하고 성숙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각본을 맡은 요시노 히로유키의 스타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2000년대 아니메의 트렌드인 미소녀와 모에성이 상당히 짙은 작품으로 메카와 미소녀, 그리고 음악이라는 시리즈의 3대 테마를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리즈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원작의 스타일과 달리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마크로스 7보다 더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이것이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카와모리 쇼지의 작품관 때문인지, 아니면 시청률과 현재의 트렌드를 고려한 기획단계에서의 마케팅적 접근방법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입체적이고 관능적인 셰릴에 비해 너무 미약하게 설정된 란카의 캐릭터는 이 시리즈의 치명적인 미스 중 하나. 보호본능을 자극해야할 캐릭터가 팬들에게 외면을 받은 것은 시리즈의 테마라 할 수 있는 삼각 멜로라인의 형성을 불안하게 가져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대적으로 셰릴의 포스는 무척이나 강해서 민메이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라하더라도 상당한 인지도를 보여줬는데, 베스트 콤비인 칸노 요코와 사카마토 마야의 환상적인 음악과 보이스의 환상적인 궁합 또한 셰릴을 더더욱 돋보이게 한 요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크로스 프론티어는 2009년 극장판으로도 제작되었다.


<참고 사이트>

[1]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2]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TV), ANN
[3]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Do You Remember Love? (movie), ANN
[4]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Flashback 2012 (OAV), ANN
[5] The Super Dimension Fortress Macross II: Lovers, Again (OAV), ANN
[6] Macross 7, ANN
[7] Macross Plus (OAV), ANN
[8] Macross Zero (OAV), ANN
[9] Macross Frontier (OAV), ANN
[10] 超時空要塞マクロス, Wikipedia Japan
[11] 超時空要塞マクロス_愛・おぼえていますか, Wikipedia Japan
[12] 超時空要塞マクロス Flash Back 2012, Wikipedia Japan
[13] The Super Fortress Macross,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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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송곳니 다그람 (1981), 太陽の牙ダグラム / Fang of the Sun, Dougram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다카하시 료스케, 호시야마 히로유키
◈ 감독: 칸다 타케유키 / 다카하시 료스케
◈ 연출: 요코야마 유이치로, 미우라 마사노리, 야다베 카츠요시 外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와타나베 유지, 토미타 스케히로 外
◈ 콘티: 타카하시 료스케, 요코야마 유이치로, 타키자와 토시후미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요시카와 소지 /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후유키 토오루 / 아사다 마모루
◈ 기획/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 沼本清海 / 이와사키 마사미
◈ 제작사: 선라이즈, TV 도쿄 (방송)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1.10.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7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스타페라스 성계의 혹성 데로이아는 지구에 의해 개척된 이래 생산되는 식량과 광물을 지구로 보내는 식민 혹성국가가 되었다. 그로부터 130년의 세월이 흘러 데로이아를 개척하기 위해 지구에서 온 이주민의 후예들은 지구와는 다른 빈곤한 삶과 차별 대우로 인해 점점 지구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고, 자신들을 핍박하고 업수이 여기는 지구인들에 맞서 독립을 꿈꾸게 된다. 이들은 스스로를 지구인이 아닌 데로이아인으로 부르게 된다.

한편, 지구연방 평의회 의장 도난 카심과 평의회 의원들이 지구연방군 제8군 소속의 폰 슈타인 대령의 부대에 의해 납치되고, 이들에 의해 데로이아 독립을 선언하는 일대 사건이 발생한다. 민심은 데로이아의 독립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뉘고, 도난의 아들 그린 카심은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구출부대에 자원하게 된다. 극적으로 아버지를 구출하는 그린.

하지만, 이것은 모두 카심 의장의 계략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데로이아의 독립을 지원했던 세력을 색출하고 데로이아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기 위함이었던 것. 권력의 비열함에 눈을 뜬 그린은 고뇌하던 중, 데로이아 독립운동을 벌이는 지도자 데이비드 사마린 박사를 만나게 되는데...


<소개>

리얼로봇물의 거장 다카하시 료스케의 첫번째 로봇 아니메 연출작이자 그의 첫번째 리얼로봇 아니메. '기동전사 건담(1979)'에서 시작된 리얼로봇의 흐름을 이은 두번째의 본격적인 리얼로봇 작품이다. (이데온은 하드한 SF 드라마로서의 모습은 충분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리얼로봇물이라 부르기는 힘들다.) 원제인 '太陽の牙 ダグラム'에서 牙(키바)는 보통 동물들의 송곳니나 앞니가 변하여 길게 튀어나온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쉽게 생각하면 멧돼지의 튀어나온 이빨이라 생각하면 된다. 보통 이것을 한국어로는 '엄니'라 부르나, 엄니가 와전되어 한국에서는 어금니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한국식 제목은 태양의 엄니 다그람이라 할 수 있으나 어머니가 생각날 우려가 있는지라 본 포스팅에서는 태양의 송곳니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쩝;)

'용자 라이딘(1975)'나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 등에서 콘티를 맡았을 뿐 로봇 만화영화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다카하시 료스케는 '리본의 기사(1967)'와 같은 초창기 무시 프로덕션의 작품에서부터 연출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애초에는 로봇 만화영화에 관심이 없었지만 선배이자 라이벌 관계(?)라 할 수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가 건담을 통해 로봇과 드라마의 접목을 시도하자 이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그람의 기획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당시 로봇물의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그는 라이딘과 건담 등에서 연출을 맡았으며, '우주대제 갓시그마(1980)'의 초반부까지 총감독을 맡아 자신보다는 로봇물의 경험이 풍부했던 칸다 다케유키와 함께 공동으로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게 된다. 이 둘이 토미노 요시유키와 함께 선라이즈의 3대 리얼로봇 거장이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그람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전쟁 드라마의 형태를 띄고 있다. 핍박받는 식민지 민중의 독립운동,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지구연방의 정치술수, 그리고 지구연방 평의회의장의 아들로 아버지에 반기를 들고 데로이아 군의 편에 서서 독립운동에 앞장서는 주인공 그린 등, 전체적인 구도는 기동전사 건담의 지구연방과 지온공화국을 연상시키고 있다. 구세대에 맞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신세대의 모습 역시 대동소이한 점. 다만, 드라마적 구성과 밀리터리적 요소는 건담의 그것을 능가하고 있다. 병기로서의 컨셉을 대입했으나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버리지 못한 건담과 달리, 다그람은 그 모습부터 군용기계를 연상시키는 투박한 모습과 로봇을 일개 병기로 취급하면서 극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리얼로봇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물론, 병기로서의 현실적 효용성이나 논리적인 전개에서는 여전히 만화영화의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75화라는 방영편수는 선라이즈 로봇물 사상 가장 긴 편수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니혼 TV에서 방영되고 있던 '육신합체 갓마즈(1981)'가 미형 캐릭터 마그를 앞세워 여성팬까지 확보하며 큰 인기를 끈 반면, 다그람은 이야기나 설정, 캐릭터 모든 면에서 어둡고 진지한 노선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이것은 작품 자체의 인기나 높은 시청률이라고 보기보다는 스폰서인 타카라가 출시한 프라모델이 인기를 끌며, 제작진의 연출 방향에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오카와라 쿠니오가 디자인한 로봇형태의 병기 콤뱃아머는 얼굴 전면이 군용헬기의 콕핏트 형태로 디자인되어 사람이나 괴물의 얼굴을 형상화한, 그래서 반드시 로봇의 얼굴에 눈이 존재했던 이제까지의 로봇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4족 보행병기 등, 프라모델로서는 더할 나위없는 매력을 보여준 메카들이 다수 디자인 되는데 이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가 등장하기 전까지 가장 밀리터리적 스타일이 강한 디자인으로 기억된다. 83년 7월 TV 시리즈를 편집한 극장판으로 제작되며 이것은 타카하시 료스케 단독 연출로 토미노 요시유키의 '전투메카 쟈붕글 극장판'과 함께 개봉되었다.

ⓒ SUNRISE



<참고 사이트>

[1] 太陽の牙 ダグラム, 선라이즈 공식 홈페이지
[2] 太陽の牙 ダグラム, Wikipedia Japan
[3] 태양의 엄니 다그람, 엔하위키 미러
[4] 전투메카 자붕글&태양의 어금니 더그램 1983 by 캅셀, CAPSULE 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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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1979), 機動戦士ガンダム / Mobile Suit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 토미노 요시유키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아오키 린'이라는 필명으로 주제가 작사)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마츠자키 켄이치, 아라키 요시히사, 야마모토 유우, 토미노 요시유키
◈ 스토리보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야마자키 카즈오, 후지와라 료지 外
◈ 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사다미츠 신야, 후지와라 료지, 코지카 에이키치, 칸다 타케유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와타나베 타게오, 마츠야마 유우지 / 이케다 고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関岡渉, 大熊信行, 渋江靖夫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소츄 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79.04.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구인들이 우주에 삶의 터전을 넓히면서 살아가기 시작하며, 서기가 아닌 우주세기를 사용한지 어언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인류는 스페이스 콜로니를 구축하고 이 원통형 거주공간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하여 살게 되지만, 우주 개척민이라는 지구인들의 차별 속에 스페이스 노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구에 사는 인류인 어스노이드와 달리 참정권과 같은 여러가지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었다. 이즈음, 지온 줌 다이쿤이라는 사상가는 우주에서 태어난 인류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는 뉴타입론에 입각하여 스페이스 노이드의 권리를 외치며 지온공국을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지온 줌 다이쿤은 측근이었던 데긴 소도 자비에 의해 암살되고 권력은 자비 가문의 손에 넘어가고 만다. 자비 공왕의 장남 기렌 자비는 곧바로 지온의 독립전쟁을 선포한 다음, 레이더 및 전파병기를 무력화시키는 미노프스키 입자와 일반 병기를 상회하는 기동성을 지닌 인간형 기동병기 모빌슈트 자쿠를 도입하고, 콜로니를 지구에 낙하시키는 과격한 방법을 통해 수적으로 우세에 있던 연방군을 제압하게 된다. 연방군은 뒤늦게 모빌슈트의 위력을 절감하고 V작전을 통해 모빌슈트의 연구개발에 힘쓰지만, 파상적인 지온공군의 공세 앞에 지구마저 침공당하며 열세에 몰리게 된다.

한편, 지구로 진격한 지온군이 낯선 환경 속에 연방군과 고착상태에 놓여있던 우주세기 0079년, 연방군의 모빌슈트 개발계획을 눈치챈 지온의 젊은 전쟁영웅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 소령은 연방군 세력권인 스페이스 콜로니의 사이드 7으로 3기의 자쿠를 급파하게 된다. 하지만, 호승심에 불탄 지온병사가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를 독단으로 공격하면서 사이드 7은 전화의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연방군 모빌슈트 개발계획의 담당자인 템 레이 중령의 아들로 사이드 7에 살고 있던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 레이는 피난 중에 지온군의 습격을 받게 되고, 친구인 후라우 보우와 주민들이 포화 속에 고립된 모습을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수송중이던 연방군의 모빌슈트 건담에 올라타게 되는데...


<소개>

리얼로봇이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최초의 리얼로봇을 표방하는 작품. 이때까지 완구라는 굴레에 갇혀 있던 로봇을 SF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 작품이며, 동시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로봇 만화영화를 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현실적이고 다양한 인간 드라마를 보여준 선구적인 작품이다. 물론, 나가하마 타다오에 의해 기존 만화영화보다 수준 높은 드라마를 가진 로봇물이 이미 등장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보다 훨씬 현실적인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 처한 아이들과 수많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삶과 죽음은 당시 로봇물에 비해 보다 더 높은 연령에 적합한 SF 드라마의 모습이었다.

'무적초인 점보트3(1977)'과 '무적강인 다이탄3(1978)'을 통해 스폰서인 클로버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안겨준 토미노 요시유키는 영화학도였던 자신의 정체성과 특유의 반골기질에 의해 보다 더 현실적이고 치밀한 스토리텔링을 만화영화에 도입하고자 했다. 이는 아마도 너무도 유아적이고 낭만적인 당시 로봇 만화영화의 단순한 전개에 대한 일종의 반감으로 보인다. 이미 나가하마 타다오 밑에서 로봇 만화영화의 성장을 지켜본 토미노는, 로맨틱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가하마와는 달리, 보다 더 하드하고 비극적인 SF를 추구하고 싶었고, 이러한 비참한 현실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 SF로 기획된 기동전사 건담은 쥴 베른의 모험소설 '15소년 표류기'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의 전사', 그리고 본격 SF 만화영화의 시작을 알린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컨셉을 활용하여 우주 전쟁 속에 휘말린 소년 소녀들과 모빌슈트라는 인간형 병기,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로 대표되는 우주세기를 창조하게 된다. 여기에 로봇이라는 요소를 주인공 일행이 움직이는 절대병기라는 개념이 아닌, 수많은 병기 중 하나라는 컨셉으로 접근하게 된다. 물론, 건담은 아직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고, 단 1기의 시작품이라는 고유성을 부여받고, 1기로 다수의 모빌슈트를 물리치는 초인적인 활약을 펼치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병기의 모습에 가까운 시도였던 셈이다.

SF적 설정과 함께, 다양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의 얽힌 인과관계도 만화영화로서는 일보진전한 컨셉이었다. 이제는 전설이 된 지온군의 에이스 파일럿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 아무로 레이를 능가하는 인기 캐릭터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으며, 이 외에도 란 바랄, 가르마 자비, 하몬 랄, 마틸다 중위, 라라아 슨, 류 호세이 등 다양한 인물군상과 그들만의 이야기는 로봇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 비중을 커지게 했다. 상당수의 팬들이 모빌슈트라는 신개념의 로봇과 치밀하고 방대한 우주세기의 설정에 심취하고 있지만, 건담의 진정한 매력은 로봇 만화영화라는 장르의 한계 속에서 보여준 전쟁 드라마라는 스토리에 있다고 하겠다.

당시의 시청층을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과도한 드라마성과 로봇 만화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깬 건담의 이야기는 첫방 당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기에 완구판매의 부진까지 겹쳐 건담은 49화를 다 채우지 못한 체, 43화로 종영을 맞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열렬히 시청하고 있던 일부 시청자들과 잠재해 있던 건담 팬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재방송부터 건담은 사회적 현상으로 부활하게 된다. 한 자리수에 불과하던 평균 시청률은 첫번째 재방송에서 가뿐하게 10%를 넘기고 82년도의 재방송에 이르르면 25%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점점 크게 번지기 시작했다. 완구 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반다이에서 출시한 프라모델은 고연령대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 컨셉처럼 고연령대의 프라모델 마니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며, 건담의 팬들에 의해 시작된 설정 보강작업은 '건담 센츄리'나 'MSV' 등이 나오는 원동력이 되며, 보다 더 건담의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작품 뿐만 아니라 프라모델과 서적 등으로 미디어 믹스되며 건담은 마침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건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 사가' 코너의 첫번째 이야기 '기동전사 건담 (3부작)'을 참고하시길.

☞ 기동전사 건담 (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2부) - SF 로봇전쟁 드라마의 서막. (보러가기)
☞ 기동전사 건담 (3부) - 부활하는 하야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보러가기)


기동전사 건담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타니무라 신지 (작사,작곡) / 야시기타 가진 (노래)
◈ 기획/제작: 이토 마사노리 / 키시모토 요시나리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3.1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재방송으로 인해 건담의 인기가 재점화되자 자연스레 극장판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TV 시리즈를 극장판으로 제작하게 되는 당시의 상당수 작품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건담 역시 자연스레 TV 시리즈의 컷들을 편집한 형태의 작품으로 기획된다. 하지만 총 43화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한 편의 극장판으로 압축하기에는 무리가 따랐고, 이로 인해 1화부터 13화까지의 내용만을 압축한 프롤로그 성격의 극장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직 극장판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제작사측에서는 이번 편의 성공여부를 통해 차기작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 후일 3부작이 되는 극장판의 첫번째 편에는 1편이라는 부제는 붙지 않는다.

1편의 상영일인 3월에 앞서 2월 22일에는 신주쿠역에서 특별 이벤트인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일개 만화영화의 이벤트 행사에 무려 만오천여명의 팬들이 몰려들며, 건담의 인기는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이 자리에는 후일 '중전기 엘가임(1984)'과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그리고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크리에이터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선라이즈의 신참 애니메이터 나가노 마모루와 건담에서 라라아의 성우를 맡았던 한 케이코가 샤아와 라라아의 코스튬을 입고 등장하여 팬들의 큰 성원을 얻기도 했다. ([1], [3] 참조) 아니메 신세기 선언이 보여준 건담의 파급력은 만화영화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후일 오타쿠의 부정적인 측면, 즉 자신의 취미에 과도하게 심취된 나머지 보편적인 사회적 관계를 거부하는 지나치게 맹신적인 팬덤을 양산하게 되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실로 놀라운 기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기동전사 건담 II - 슬픈 전사 (1981)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1.07.1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극장판 1부의 대성공으로 건담 3부작은 온전히 3부작으로 방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TV 시리즈를 감독이 연출한 직후에 총집편 극장판의 경우는 판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임의로 연출가를 선임하여 편집 방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미래소년 코난(1978)'의 경우도 방송사인 NHK가 미야자키와의 상의 없이 임의로 편집하여 극장판으로 제작하는 바람에 미야자키가 진노하기도 했는데, 토미노 감독은 이를 염두에 두었는지 애초에 극장판 감독 역시 자신이 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게 된다. 이리하여 건담의 극장판은 온전히 토미노 요시유키의 의도대로 편집되어 극장에 상영되었다. 

극장판 2부는 TV 시리즈 16화부터 31화까지를 편집한 작품으로, 코어 부스터와 같은 극장판 오리지널 메카가 등장하는 등, 일부 신작 컷도 눈에 띈다.([3] 참조) 작사가인 아오키 린은 토미노 요시유키의 필명이기도 하다.


기동전사 건담 III - 해후의 우주 (1982)


ⓒ SOTSU · SUNRISE


<정보>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스탭: TV 시리즈 총집편으로 상세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 주제가: 아오키 린 (작사) / 이노우에 다이스케 (작곡, 노래) / 사기쓰 시로 (편곡)
◈ 제작사: 선라이즈, 소츄에이전시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2.03.1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되었던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린 32화부터 43화까지의 편집판. 병으로 인해 TV 시리즈 후반부에 제작일선에서 물러났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TV 시리즈에 사용된 원화를 자신이 일일이 직접 수정하여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의 영상을 기대하여 TV 시리즈를 방영한 뒤 극장을 찾은 건담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겨주었다. 3편인 해후의 우주편은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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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송으로 부활하는 하얀 거인, 진가를 드러내고 

금에 와서 건담의 첫 방송이 저조했던 원인을 되짚어보면 작품의 완성도면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시의 시청층에 대해서 제작진 측이 잘못 판단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 싶다. 애초에 드라마틱한 설정과 복잡한 갈등관계가 자리하면서 로봇 액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은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했음이 분명하다.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이후에 고연령층의 아니메 팬 층이 존한다는 것을 인식한 제작진과 토미노 감독은 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작품을 만들었지만, 문제는 로봇물의 정체성이 원래 저연령층의 전유물이었기에 방영을 시작한 건담을 보고 고연령층의 시청자들은 분명 아동용 로봇물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방영을 거부했을 듯 싶다.

게다가 원 로봇의 시청층인 아이들은 으례 그렇듯 새로운 로봇물이구나 하고 TV 앞에 모여 앉았는데, 왠 사교성 부족하고 멋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찌질한 소년 주인공이 등장하는데다가 시도 때도 없이 로봇 조종 안하겠다고 응석을 부리고 앉았으니 매회 '합체-전투-위기-필살기-격파'를 반복해오던 당대의 로봇물과는 너무도 다른 흐름에 애시당초 채널을 돌렸을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꾸준히 보아온 일부 고연령대 시청자들과,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으로 인해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소녀들은 건담의 종영과 더불어 방송국과 제작사측에 재방송을 강렬히 요청하게 된다. 첫 방영부터가 아닌 방영 중에서야 비로소 건담의 진가를 파악하게 되어 뒤늦게 시청층에 합류한 이들의 경우는 더더욱 재방송을 원했을 터이고, 오프라인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던 당시의 아니메 마니아(요즘같은 인터넷이라는 이기를 꿈도 꿀 수 없었던 당시였다)들은 입소문으로 작품의 진가를 타인에게 전파하며 앞다투어 재방송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 죽어가던 불씨에 다시금 불이 붙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재방송의 시청층은 바로 토미노 감독과 제작진 측이 애초부터 상정하고 있던 바로 그 연령대의 시청층이었다. 제대로 된 타깃층을 항하여 전파를 탄 건담의 반응은 어떠했겠는가. 그것은 말 그대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첫 방송 당시 한자리수 시청률에 그쳤던 건담은 첫번째 재방송에서는 10%를 넘기며 뒤늦은 인기를 증명하였고, 완전하게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82년도의 재방송에서는 2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80년 1월 건담의 첫방송이 종영되자마자 서둘러 2월에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을 방영하며, 건담의 실패를 덮어버리려 했던 선라이즈에게도 이것은 분명 예상치 못햇던 일이었을 것이다. 부진을 거듭하다가 예상된 방영횟수도 못채우고 조기종영된 이 괴작(당시의 관점에서는 괴작이었을지도 모른다)이 강렬한 후폭풍을 일으킬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반년 뒤의 프라모델 열풍과 맞물려 사회적인 현상으로 번지며 마침내 81년 방영된 극장판을 통해 그 진정한 시작을 알리게 된다.

동경에 위치한 반다이 본사 (출처: 위키피디아 재팬)

프라모델, 또다른 신회를 만들어내다

1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건담의 스폰서는 완구업체 크로바(클로버)였다. 당시 로봇 아니메는 완구회사와 함께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사가 아니메를 만드는 동안, 완구회사는 주역 로봇의 완구를 제작하여 작품의 방영과 함께 로봇 완구를 시장에 내놓는 형태의 시스템을 취하고 있었다. 아니메의 제작비는 스폰서인 완구업체에서 대는 것이었으며, 그에 대한 투자 수익은 판권을 독점한 완구업체의 완구판매를 통해 이루어지는 형태인 것이다. 지금과 같이 DVD부터 각종 캐릭터 상품과 코믹스, 소설과 같은 미디어 믹스의 전개로 상품 루트가 다변화된 것과는 달리 당시의 상품화는 완구업체에 집중되는 단선적인 루트를 갖고 있었고, 때문에 완구업체로서는 시청률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완구의 판매가 중요했다. 실제로 시청률은 저조했으되 완구판매에서는 기대이상의 수익을 올린 작품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건담은 시청률에도, 완구판매도 모두 실패한 비운의 작품이었다. 콤배틀러 V 이후 정교한 변신 합체 완구로 인해 눈높이가 높아진 아이들에게 별다른 메커니즘이 내장되지 않은 건담 완구는 밋밋하기 그지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끼워넣은 코어파이터 합체 메커니즘 역시 이전까지의 변신합체 로봇에 비하면 턱없이 심심한 것이었다. 비록 G 아머 시스템에 DX 합체세트까지 등장하면서 조금씩 부진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스폰서 입장에서 건담 완구는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이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던 중, 선라이즈는 완구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건담을 완구가 아닌 프라모델로서 머천다이징하는 방안을 크로바측에 제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 제안은 크로바에 의해 간단히 거절당하고 만다.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모델을 다른 제품으로 상용화한다는 것이 수지가 맞지않는 비즈니스라고 판단한 듯 싶은데, 이것이 미래의 비즈니스 명운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선택이었음을 그 때의 크로바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건담의 에이전시 업체였던 創通(창통, 일본어로 소츄) 에이전시는 선라이즈와 함께 건담의 저작권을 갖고 있었는데, 선라이즈의 이 사업안을 들고 여러 프라모델 업체에 상품화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로봇완구는 프라모델과는 다른 타깃 시장의 제품으로, 프라모델이 어린이들이 아닌 청소년 이상의 고연령층을 위한 상품이었고, 로봇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상품화 역시 당연히 완구형태로 생각되고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던 건담이기에 상품화 역시 어쩌면 프라모델이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서야 선라이즈는 그 사실을 눈치챘던 것일까. 

여러 업체와의 미팅 끝에 마침내 최종 사업자는 우주전함 야마토를 프라모델로 상품화하면서 이제 조금씩 프라모델 업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프라모델 업체 반다이 모형에게로 낙찰되었다. 그리고 건담의 종영 후 반년 정도 지난 후에 마침내 첫번째 건담 프라모델이 시장에 나오게 되니, 재방송으로 인한 뒤늦은 인기와 맞물려 프라모델, 아니 건프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당대 굴지의 완구회사 크로바와 후발주자 반다이의 운명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크로바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선라이즈 작품의 로봇들을 완구화하게 되지만, 83년 성전사 단바인의 완구를 끝으로 파산하게 된다)

건담의 뒤늦은 인기점화와 프라모델의 붐 뒤에는 야마토 이후 활성화되기 시작한 아니메 전문잡지들과 일부 마니아들의 힘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월간 OUT에서 출간한 무크지 '건담 센츄리'는 건담 월드에 대대한 세세한 소개와 스탭들과의 인터뷰, 거기에 아니메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은 각종 설정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으로 마니아들에게 커다란 호평을 얻었으니 그 디테일한 설정은 후일 선라이즈에서조차 이를 인정하고 인용할 정도로 치밀한 것이었다.(모빌슈트의 자세제어 시스템인 AMBAC과 같은 개념이 건담 센츄리에서 등장하게 된다) 건담 센츄리의 발간과 함께 건담의 세계관은 아니메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설정과 설명이 가해지면서 더더욱 풍성해지고 다양하게 변한다.

거기에 프라모델 라인업의 다양화를 위해 기획된 MSV(모빌슈츠 배리에이션)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은 프로토타입의 MS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세세한 설정과 함께 MS 존재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의 종영 이후에도 건담의 인기를 (작품과는 별개로) 관성적으로 이어가게 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MSV를 기반으로 추가 건프라들이 제작되면서 건프라의 생명력은 연장되었고, 팬들은 건담에서 못다한 뒷 이야기의 조각들을 MSV에서 찾아내며 더더욱 건담의 세계에 심취하게 된다. 특히, 일부 파워 모델러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어 프라모델을 개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능동적인 참여는 건담 월드를 더더욱 풍성하고 복잡하며, 거대하게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아니메 신세기 선언, 마침내 시작된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80년에 시작된 엄청난 건담의 인기 후폭풍은 아니메와 아니메 관련 산업 전반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 파급력이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적어도 아니메의 시청층이 아이들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만큼 성숙하고 치밀한 작품관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 SF 로봇 아니메의 머천다이징 방식이 로봇 완구에만 있지 않다는 여러가지 숙제들이 관계자들에게 주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토미노 감독 이하 스탭진들이 애초부터 상업적인 고려없이 오로지 제대로 된 SF 아니메를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임했던 작품이 이제와서는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케이스와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시키는 아니메가 되었다는 점이다.

마침내 81년 3월 14일(하얀색의 건담을 위한 것인지 날짜도 화이트데이), TV 시리즈의 초반부를 재편집한 극장판 1부, '기동전사 건담'이 개봉되었다. 특히, 이 극장판의 의의는 이보다 앞선 2월 22일 극장 개봉을 기념하여 개최된 '애니메이션 신세기 선언'에 있었는데, 당시 이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든 관중의 수는 약 1만 5천명으로, 단순 이벤트 수준의 행사에 이토록 많은 인원이 결집한 것은 마치 5년여전 야마토 극장판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섰던 당시의 상황과 유사한 것이었다. 신세기 선언은 또한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처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의미하고 있었다. 즉, 당대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그들만의 문화와 아이콘을 갖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아니메였고,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건담이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자리였던 것이다.

극장판 3부작은 대성공이었다. 특히 마지막 3부인 해후의 우주편은 TV 시리즈 후반기에 급작스런 병으로 일선에서 떠났던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돌아와 거의 모든 컷을 다시금 수정하여 신작화로 그려냄으로써 TV 시리즈를 감상하고 극장을 찾았던 수많은 건담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극장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쉬 카우라 할 수 있는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를 뛰어 넘어 82년도 아니메 흥행랭킹 1위, 전체 극장 흥행랭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아니메 신세기 선언을 통해 그 존재를 보여준 거대한 팬층(마니아, 혹은 좀더 일본적으로 오타쿠)의 등장은 이후의 아니메가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프라모델을 위시한 다양한 아니메 비즈니스 수단의 등장과 함께 우주전함 야마토 이후 일본 아니메 史를 송두리채 흔들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후일 역시 90년대 아니메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에서 등장한 거대한 지각변동을 의미하는 임팩트(Impact)라는 현상은 야마토와 에반게리온과 더불어 바로 건담에게 부여하면 가장 적합한 호칭일지도 모른다.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그렇다. 건담에 의해 아니메는 두번째 변혁을 맞이하고 있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에필로그 - 아직도 계속되는 건담의 신화

약, 건담이 재방송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혁신적인 모습과 깊이있는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첫방송에 실패한 이 작품이 그대로 묻혔다면, 아마도 로봇 아니메의 성장은 지금보다는 더디었을 것이다. 로봇물은 여전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으로 제작되고, 80년대 SF 아니메의 폭발적인 성장은 분명히 한템포가 더 늦었을지도 모른다. 불멸의 리얼로봇 아니메로 젊은 아니메 세대가 애니메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조차 건담이 없었으면 태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르며, 마크로스의 소식을 듣고 대학을 중퇴하고 상경한 안노 히데아키 이하 가이낙스의 핵심인물들도 역시 애니메이터가 되지 않았거나 늦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토미노 감독은 '전설거신 이데온(1980)'의 제작을 포기했을 테고, 그로 인해 90년대 아니메의 또다른 부흥을 일으켰던 에반게리온은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건프라는 상품화되지 못했을테고, 반다이는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로 성장하지 못한체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건담이 모든 아니메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건담이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르지 못했더라면 아니메는 그만큼 지금보다는 퇴보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작품 자체적인 가치와 의의를 넘어서 건담이라는 작품이 후대 아니메와 관련 비즈니스에 끼친 막대한 영향력은 일개 작품의 레벨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반면, 건담이 가져온 혁신은 또다른 편향적인 시각과 가치관을 가져오게 된다. 먼저 SF, 그것도 로봇을 중심으로 80년대 아니메가 과도하게 방향 선회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SF를 향한 아니메의 일관된 사랑으로 인해 수많은 걸작 아니메가 탄생한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었지만, 소재의 다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체 SF로 고정된 시각은 결국, 소재고갈과 함께 훗날 아니메의 쇠퇴를 가속화하게 된다. 물론, 중간중간 여러가지 다양한 소재도 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건담으로 인해 시작된 과열된 SF 로봇 아니메의 열기는 이러한 의미 있는 시도들을 크게 부각시키지는 못했다.

프라모델이라는 새로운 상품의 등장으로 인해 건담의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것 역시 내재된 위험요소였다. 분명, 당시의 시점에서는 새롭고 참신한 아이템이었던 로봇 프라모델은 이후 건담 외에는 큰 히트를 일으킬만한 원동력을 찾지 못한 체 건담에게 지나치리만큼 의존하게 되었고, 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반다이가 건담의 속편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원인 중 하나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물론, 현재의 반다이는 다양한 수익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건담의 의존도를 많이 줄였긴 하지만, 80년대 당시 건담은 반다이에게 있어서 하나뿐인 젖줄이었다.)

건담에 지나치리만큼 심취해버린 오타쿠들 역시 건담의 지루한 재생산에 큰 일조를 하게 된다. 특히, 건담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그들로 하여금 그들에 입맛에 맞는 이야기 전개를 제작진 측에 요구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들만의 건담 월드를 만들고 싶어했다. 혁신과 개방의 개념으로 시작했던 건담은 서서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모했고, 스폰서와 팬들의 과도한 간섭에 의해 크리에이터인 토미노 감독이 자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영광과 오욕의 역사 속에서도 여전히 건담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상업적인 사정과 과도한 팬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우주세기에 안주하지 않은 체 건담은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창조자라 할 수 있는 토미노 감독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젊은 세대들에 의해 새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오한 드라마를 버리고 미소녀들이 잔뜩 등장하는 모에 아니메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로봇 아니메를 정통 SF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 했던 성숙한 시도를 져버리고 슈퍼로봇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변화하고 있는 아니메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변모하고 있는 건담은 신인류라 불리는 뉴타입처럼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의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훗날 건담의 시계가 멈춘다고 하더라도 그 오랜 시간동안의 변혁의 과정을 통해 만화영화는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발전하리라 기원해본다.


('기동전사 건담(3부) - 부활하는 하얀 거인. 발동, 아니메 세컨드 임팩트!' 끝)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モビルスーツバリエーション, Wikipedia Japan
[3] ガンダムセンチュリー,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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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마침내 우주인과 조우하다.


11월 18일에 개봉예정으로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극장판 건담 더블오 'A Wakening of the Trailblazer'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8월 31일자 닛칸 스포츠 21면에 자그맣게 그 내용이 실렸다고 하더군요.

☞ Gundam vs Alien? by Ngee Khiong (클릭)

제목 그대로 우주인과의 전쟁이 다루어질 것 같습니다. 드디어 건담의 세계에 우주인이 등장하는군요, 허허.

벌써부터 올드팬들은 이런 더블오의 전개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봇과 우주인의 대결하면 슈퍼로봇 아니메에서 익히 사용된 장르이기에 이 상태로라면 리얼로봇이라는 껍데기만 쓰고 있던 요즘의 건담 시리즈들이 본격적으로 슈퍼로봇 장르로 넘어갈 것 같은 모양새라 그런 것 같은데요. 하지만 잘 만들면 황당하지 않은 전개로 기존의 드라마틱한 얼개를 유지하면서 극을 이끌어 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형태의 이야기는 이미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증명된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우주인은 많은 SF 아니메에서 그러했듯이 인간형의 우주인이 아닌 자유자재로 형상을 바꿀 수 있는 생명체로 묘사될 것 같습니다. 이 외계생명체가 과연 침략의 목적으로 태양계에 발을 들이고 이를 맞이하여 지구인들이 힘을 합쳐 싸우다가 전력의 열세를 느끼는 순간, 솔레스탈 비잉이 구세주처럼 등장한다... 뭐, 이런 전형적인 시퀀스가 될 지, 아니면 건담 시리즈의 특성답게 좀 더 입체적인 이야기로 전개될지는 두고보아야 하겠습니다.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금속 생명체라는 외계인의 특징으로 미루어보아 이들이 모빌슈츠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꾸어 싸울 것 같은 예감도 드는군요.

사실, 이제 인간과 인간의 대립과 갈등을 다루는 건담의 이야기는 꽤 많이 식상해진 느낌입니다. 뉴타입에서 시드로, 다시 이노베이터로 명칭만 바꾸어 등장하는 신인류들의 모습도 그렇고,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반목을 거듭하는 구태의연한 대립관계도 그렇고 말이죠. 원래 더블오 TV 시리즈가 등장했을 때는 뭔가 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어찌보면 극장판에서야 기존 건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군요. 차라리 마크로스와 비슷한 이야기로 애초부터 외계인과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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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든 소년 소녀들

'무로 레이는 연방군의 기술자인 아버지 템 레이의 극비 프로젝트를 위해 어머니와 헤어지고 지구를 떠나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 7으로 이주한 평범하고 내성적인 소년이다. 타인과의 교류에 익숙하지 않은 아무로는 연방군의 비밀병기 개발을 위해 항상 집을 비운 아버지 덕에 항상 혼자 지내며 메카닉을 만지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지낸다. 옆집에 사는 소녀 후라우와 스스로 설계한 애완용 로봇 하로만이 친하게 지내는 유일한 친구들.

한편, 지온군이 연방군의 신무기 개발계획을 탐색하기 위해 사이드7에 침투하면서 아무로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전화에 휩싸이고 만다. 피난 중에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본 아무로는, 충동적으로 운반중이던 연방군의 비밀병기 모빌슈트 건담에 탑승하여 익숙하지 않은 조종술로 지온군의 모빌슈트에 맞서게 된다.
'

건담의 첫 스타트는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들과는 다른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인 성격의 소년 주인공 아무로 레이, 게다가 그는 어머니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으며, 일에만 매달리는 아버지 때문에 항상 외톨이인 체로 옆집 소녀만이 유일한 친구인 소년이다. 이런 주인공의 설정은 이제까지 우연하든 우연하지 않든 간에 로봇을 타게 되면서 사명감을 갖게 되는 다른 소년 히어로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주역로봇인 건담 역시 한 과학자의 노력의 결실로 태어난 사유물이나 특정 연구소 혹은 특수부대의 소유물, 또는 미지의 세계나 과거에서 온 불가사의한 유산이었던 그제까지의 로봇들과는 달리 전쟁을 위해 개발한 군의 소유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 군용병기를 우연한 사고로 인해 한 소년이 조종한다는 시작과 그로 인해 소년이 원치않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적군의 습격으로 인해 대다수의 군인들이 죽거나 다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소년들이 전쟁에 가담하는 상황은 아니메로서는 몹시도 현실적인 것이었다. 비록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영화였지만, 그 전개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인 설정이었던 것이다.

건담이 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고 주인공인 아무로의 아버지가 건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라는 사실은 마징가 Z에서 이어져온 '아버지(혹은 할아버지)가 만든 로봇, 조상들의 유산인 로봇을 타고 악과 맞서 싸운다.'라는 설정의 연장인 듯 싶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내포된 의미도 더 있지 않을까 싶은데, '자식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매진한 부모가 만든 로봇을 우연치 않게 그 자식이 조종하면서 스스로 성장의 도구로 삼는다.'라는 것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심을 품은 체 기성 사회에 뛰어든 젊은이가 마침내 그 안에서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아낸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싶다. 이러한 전개는 후일 건담의 후속작인 '기동전사 Z 건담(1985)'에도 그대로 사용되는 설정이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든 건담 MK II에서 자신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제타 건담으로 옮겨타는 카미유나 아버지가 만든 건담에서 후일 자신이 직접 설계한 뉴 건담을 타게 되는 아무로의 모습은 성장과 독립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마침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아무로를 포함한 소년과 소녀들은 전쟁의 참상과, 기성 세대들의 불합리함 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게 된다. 내성적인 소년 아무로는 스스로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고 곧잘 신경질을 부리지만, 그것이 곧 어리광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기 시작하며, 막 소위에 임관한 새파란 청년 브라이트도 함장이라는 중책 속에서 소년들을 다독이며 혹독한 전투를 수행해가는 과정 속에서 어리숙함을 벗고 어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아무로를 보살피는 다정한 소녀 프라우나 얌전한 명문가의 영애 미라이, 지온공국 창시자의 딸로 공국의 반란 속에 신분을 숨긴 체 살아가는 세이라는 어려움 속에서 조용하지만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뺀질거리는 카이와 성실한 하야토 등 다양한 인물군상은 작품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간의 갈등과 화해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교감, 나아가서 적과의 교감을 통해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특히 아무로의 경우는 동경하던 여인 마틸다 중위의 희생, 전우이자 든든한 형이었던 류 호세이의 죽음, 거기에 자신의 인생에 크나큰 전기를 마련하는 적장 란바랄의 장렬한 전사, 라이벌인 샤아의 연인이자 같은 뉴타입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라라아의 죽음 등 셀 수 없는 전우들과 적군의 죽음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우주전함 야마토(1974)'나 '은하철도 999(1978)'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타인의 희생을 통한 삶의 성찰이라는 테마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건담에서는 이러한 죽음이 교훈을 주는 장치라기보다는 비정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장차라는데에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라기 보다는 좀 더 높은 연령층을 상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건담이라는 작품의 세계에서 그려지는 어른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삐뚤어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마치 방황하는 사춘기의 소년이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과도 같았다. 즉, 교훈을 일깨워주는 과거의 아동용 아니메에서 독립적인 개성과 가치관을 가지려는 청소년들의 생각을 대변한 시각의 전환이 작품에서 행해진 것이다. 죽음과 희생, 그리고 이기적인 어른들의 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을 깨닫고 일어서게 된다.

ⓒ SUNRISE · SOTSU Agency

건담 시리즈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바로 여성이다. 그 어느 로봇물보다 여성에 대한 비중이 컸던 이 작품은 주인공이 끊임없이 여성을 동경하고 여성에 의지한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외로운 십대의 모성결핍증에서 비롯된 것 같은 이 모습은 이후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게 된다.


더이상 들러리가 아닌 살아있는 적의 등장, 붉은 혜성

담의 이야기에서 또다른 중요한 또다른 관점은 주인공들이 속해 있는 지구연방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적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온공국의 이야기 역시 비슷한 무게를 두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봇물이 주인공측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상대편 측의 이야기에는 소홀했던 반면, 건담은 지온공국의 이야기에 상당한 비중을 쏟으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대적인 시각을 제공하게 된다.

에피소드 상에서 지온공국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이전처럼 주인공들이 악당을 쳐부수는 로봇물에서의 흔한 전개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갈등 속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의미하고 있었다. 1화에서 사이드 7에 침투한 자쿠의 조종사들이 건담을 탈취하기 위한 호승심을 부리는 것이나 건담의 성능을 보고 경악에 떠는 것 같은 모습은 개성없는 악당 엑스트라가 아닌 하나의 인간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런 장면들은 작품 내내 계속되는데, 지온군이든 연방군이든 이렇게 두려움이나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확실히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건담에서 그 누구보다 인상깊은 상대편 캐릭터는 바로 붉은 혜성이라 불리는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라고 할 수 있다.

지온공국의 창시자의 아들이었으나 측근인 데긴 소드 쟈비의 배신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집안이 몰락하고 신분을 숨긴체 살아야 했던 캬스발 램 다이쿤(샤아 아즈나블)은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기고 지온공국의 촉망받는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간다. 이처럼 주인공과 반대편에 서는 인물의 숨겨진 사연과 내제된 갈등은 작품의 관점을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친구이자 원수의 아들인 가르마 쟈비를 함정에 빠뜨려 아무로들의 손에 의해 죽게 만들 때 샤아가 보여준 음흉함과 복수의 감정은 오히려 아무로들을 조연급으로 전락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거기에 가르마를 죽게한 원수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의 탓이라 생각한 가르마의 약혼녀 이세리아가 아무로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내용 역시 주인공 위주의 에피소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방향 전개였던 것이다.

특히, 샤아의 경우는 단순하게 쓰러뜨려야할 적으로서 아무로와 대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파일럿으로서의 개인적인 라이벌 의식(비록 주인공이었지만 일개 파일럿에 불과했던 아무로를 샤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설정이다.), 연인 라라아를 사이에 둔 연적(정확히는 같은 뉴타입으로서 라라아와 공명하는 아무로에 대한 질투)으로서의 갈등처럼 여러 측면에서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게 된다. 즉, 아무로가 샤아의 계속적인 방해 속에 적개심을 키우는 것처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여러차례 좌절을 거듭하면서 적의를 키워가는 상대적인 갈등의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둘의 갈등은 모빌슈트의 격전 중에 아무로에게 당할 위기에 처한 샤아를 대신해 건담의 빔 세이버를 맞고 산화해버리는 라라아의 죽음에 이르러 최고조를 이루게 된다. 아무로가 정의의 편이고 항상 샤아에 의해 좌절과 아픔을 겪는 것 뿐만 아니라 샤아 역시 아무로에 의해 좌절과 슬픔을 겪으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해를 끼치면서 벌어지는 복잡한 은원관계는 후일 제타 건담의 카미유와 제리드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아니메의 영원한 페르소나 샤아 아즈나블 (보러가기)

전장이라는 상황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는 상황은 아무로와 샤아의 관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화이트베이스를 이탈하여 방황하던 아무로가 지구에서 만난 적장 란 바랄과 그의 부인 하몬 랄의 경우에도 이러한 안타까운 인과관계를 볼 수 있는데, 비록 적장이지만 그에게서 큰 영감을 얻은 아무로가 결국 전장에서 란 바랄을 쓰러뜨리면서 슬픔과 죄책감 속에 한차원 더 성장하는 장면은 드라마틱한 동시에 란 바랄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무로에게 잘못이 없음을 알고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으로 화이트베이스에 특공을 시도하는 하몬과 화이트베이스와 건담을 구하기 위해 부상을 입은 몸으로 하몬을 막고 스스로를 희생한 류 호세이의 이야기는 가슴 아픈 전장속에서 벌어지는 엇갈리는 인간의 운명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란 바랄과 하몬의 인물구도는 후일 여러 작품에서 오마쥬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선라이즈에서 분사한 본즈의 작품 '교향시편 에우레카 7'에서의 챨스와 레이의 모습을 들 수 있다.)

더이상 적은 생명이나 사고가 없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주인공처럼 생각하고 갈등하고 화를 내고 겁을 내는 인간인 것이다. 다양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건담의 이야기는 분명히 로봇물, 아니 아니메를 성숙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전장을 가로지르는 엇갈린 운명의 실타래는 만화영화치고는 복잡한 은원관계와 인과관계를 형성하며, 각각의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병기와 로봇 사이의 딜레마

렇게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와 실로 수많은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갈등이 접목되면서 아동 만화영화의 범주를 탈피한 건담이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슈퍼로봇의 잔재는 여러 면에서 작품의 정체성을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었다. 토미노 감독 스스로는 이 작품을 제대로 된 SF 만화영화로 만들고 싶었기에 원래 로봇의 등장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었지만, 로봇 완구를 판매해야하는 스폰서의 입장에서는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기도 했다. 결국 스폰서와 스탭 간의 조율 끝에 탄생한 모빌슈트였지만, 표현 상에서 리얼리티의 파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최초로 이러한 장르(이 당시에는 건담을 리얼로봇이라 부르지 않았다)를 시도한 건담이었기에 참고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로봇물일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슈퍼로봇스러운 연출을 보여줄 수 밖에 없기도 했다. 빔 라이플과 바주카포와 같은 총기류로 전투를 수행하는 모빌슈트는 일보 진전한 설정이었지만, 건담이 장비한 빔 세이버의 경우에는 명백히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설정으로, 병기로서의 로봇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애당초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인 이 빔 세이버 자체가 제대로 된 SF를 표방한 건담과는 맞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당시 SF에 대한 개념이 그 정도 밖에 발전하지 못했던 환경 탓도 있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스타워즈의 영향력이 강했음을 입증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특히, 스타워즈와 블레이드 런너, 그리고 에일리언 시리즈는 일본의 SF 아니메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들로, 수많은 아니메가 이 작품들의 설정을 빌려오기도 했었다.)

애초에 지온공국의 주력기로 등장한 모빌슈트 자쿠는 거의 전 시리즈를 거쳐 아무로와 건담이 상대해야할 모빌슈트로 기획되었지만,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추락하자 다양한 적의 등장으로 극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모빌슈트가 등장한 것 역시 슈퍼로봇 장르로의 일부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없었던 모빌슈트를 급작스럽게 디자인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빌슈트, 또는 병기의 의미가 퇴색된 (슈퍼로봇에서나 봄직스러운) 디자인들이 일부 등장하는 것은 디자인인 측면에서도 슈퍼로봇의 잔재를 떨어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MS들은 후일 수많은 팬들에 의해 제품 형식번호와 설계 배경과 같은 여러가지 의미가 추가되면서 병기로서의 존재의의를 부여받기는 하지만, 일부 모빌아머의 경우는 스토리에 집어넣기 위해 무성의하게 그려진 모습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했다. (특히 기이한 형상을 한 자쿠레로의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건담이 사회적 현상이 되고난 후에는 이러한 레어한 모빌아머들은 일부 하드코어 마니아들에게 나름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병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절구동부 측면에서 현실감이 떨어지는 메커니즘과 구도를 보여준 것 역시 지금에 와서 보면 리얼로봇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었지만, 당대의 현실적인 작화기술을 감안했을 때 79년에 제작된 이 작품에 그 정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무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 외에도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MS에 대한 이론적인 뒷받침 역시 당시로서는 전무했으며, 이러한 여러 부족함은 후일 제타 건담에 이르러 대부분의 현실성을 확보하게 되기도 한다.

스폰서인 완구업체 크로바의 압박도 병기로서의 로봇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특히, 주역메카로서 상품화를 고려하고 있던 건담에 대한 스폰서의 요구사항은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변신 합체로봇으로서의 기능이었다. 변신 합체라는 컨셉자체가 현실적인 병기의 이미지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고, 그 때문에 고연령대의 작품을 만들고 싶던 토미노 감독이 애초에 배제한 컨셉이었지만, 첫방의 시청률 추락과 완구판매의 부진이 겹치면서 다급해진 크로바의 압력은 건담에게 이러한 슈퍼로봇의 아이덴티티를 부여시키게 한다. 건담에게 도입되는 코어파이터 시스템은 완구에 변신합체 시스템을 부여하고자 한 스폰서의 아이디어였으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G 아머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차나 우주선의 형태로 건담의 일부 파츠를 활용하는 아이디어 등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짜맞추기식 변신합체 컨셉은 당연히 아이들에게는 먹혀들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콤배틀러 V나 볼테스 V에서처럼 각 파츠가 또다른 변형을 통해 완벽한 로봇으로 변신합체하는 모습이 아닌, 건담과 G아머의 밋밋한 합체 시스템은 완구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형세였던 것이다.

저연령대를 위한 로봇물을 기대하던 스폰서와 고연령대를 위한 SF 드라마를 상정하던 토미노 감독간의 갈등과 견해차이는 건담에게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기존 로봇물의 범주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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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입의 등장, 그리고 건담의 참패

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시청률의 저하와 스폰서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슈퍼로봇의 잔재는 계속적으로 건담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었다. 특히, 야심차게 등장했던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의 경우에는 이러한 시청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르마 사후에 등장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한다. 실제,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샤아를 시리즈에서 배재하고자 하는 논의가 오고가던 중이었지만, 예상 외로 샤아의 퇴장을 반대하는 수많은 팬레터(대부분이 여성팬)가 도착하면서 시리즈 중반에 극적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이것을 가르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좌천되었다가 다시 복귀하는 형태로 극의 전개를 부드럽게 이어가게 한 것은 스탭진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샤아의 좌천은 캐릭터의 베이스가 되는 '용자 라이딘(1975)'의 샤킨 왕자의 시리즈 중반 퇴장과 비슷한 원인 때문이었지만, 팬레터의 힘으로 다행히 샤킨의 전철을 밟지는 않았는데, 극중에서나 실제적으로나 건담의 주연급 남자 캐릭터들은 여성들의 비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었다.

시청률의 저하를 막기 위해 병기로서의 로봇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다양한 로봇을 출격시켰던 시도 외에 행해졌던 또다른 시도는 바로 뉴타입이라 불리는 신인류의 등장이었다.

극 중에서 이 뉴타입은 보통의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인지능력으로 통상보다 빠른 대처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초능력이었는데, 이 지각의 한계를 넘어선 이들은 별도의 통신장비 없이도 마치 텔레파시를 주고받듯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비록 일면이지만 다가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신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찌보면 뉴타입의 등장은 빔 세이버와 함께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다이의 능력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즈음의 일본은 초능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였던터라 이러한 뉴타입의 등장에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현실적인 사정이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등장한 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뉴타입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드라마와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기존의 올드타입인 인류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뉴타입의 존재는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어라'는 청소년들을 향한 토미노 감독의 메시지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바로 새시대의 주인공인 너희들이 뉴타입이다라는 의미와 같았던 것이다. 또한, 뉴타입으로서 서로 공명하고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전쟁과 미움으로 얼룩진 우주세기의 시대에 있어서 한줄기 광명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뉴타입인 아무로와 끝까지 맞서는 붉은 혜성 샤아 역시 극의 종반에 이르러 뉴타입으로서의 자질을 보이며, 그 역시도 성장하게 되는 점 또한 의미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제타 건담에 이르러서는 강화인간과 그들의 비극으로 진화하며 또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양분이 되기도 한다. (뉴타입의 의미와 그들의 비극은 '기동전사 건담 UC' 1화에서 비스트 재단의 당주인 카디아스 비스트가 소데츠키의 군인인 스베로아 진네만에게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제껏 당연하듯이 TV 앞에 앉아서 멋진 로봇의 출격을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에게 적군을 맞아 멋지게 출격하기는 커녕, 로봇에 안타겠다고 신경질을 부리는 주인공과 얼떨결에 강습용 우주전함의 승조원이 되어버린 어린 소년 소녀들의 모습은 분명 흥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전쟁 드라마적인 전개는 그 때까지의 로봇물이 매회마다 보여주었던 '주인공들의 일상→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들의 음모→음모를 막기 위해 출격한 주인공과 로봇→악당 로봇과의 사투 그리고 위기→필살기로 마침내 악당을 격파'로 이어지는 로봇물의 공식을 벗어나며 시청자들에게 큰 이질감을 느끼게 하였다. 물론, 요즈음에서야 건담의 전개가 익숙한 이야기 구조일지는 몰라도, 저연령대의 시청자의 비중이 더 높던 당시 아니메의 상황에서는 그 이질감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닌,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비록 뉴타입이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향한 청소년의 희망을 제시했지만, 전쟁의 참상과 상처뿐인 승리가 이탈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작화감독으로서 작품을 상당 부분을 지탱해가던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병으로 인해 시리즈 후반부터 스탭진에서 제외된 점 역시 라스트 클라이막스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내외적인 악조건 속에 스토리는 축소되고 결국 아바오아쿠에서의 결전을 마지막으로 토미노 감독이 표방한 제대로된 SF 아니메를 향한 야심찬 시도는 상처뿐인 실패를 맞이한다. 시청률 참패, 완구판매 부진 등 건담의 끝에는 참담한 결과만이 남게된 것이다. 로봇물에서 SF를 가정한 현실적인 접근, 복잡한 인과관계와 치밀한 세계관이 적용된 전쟁 드라마, 그리고 새시대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한 뉴타입의 이야기는 바야흐로 역사 속으로 서서히 묻혀가고 있었다.

('기동전사 건담(2부) - SF 로봇 전쟁 드라마의 서막' 끝.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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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건담 - 제1화 건담 대지에 서다! 外 by 디제,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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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스탭>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 야다테 하지메
◈ 제작: 선라이즈


<서문> 

2009년에 30주년을 맞이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이제 아니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장르 문화로 성장했습니다. 아니메, 프라모델, 게임, 코믹스, 소설 등 다방면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 기나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이 시리즈는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막대한 부가가치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리한 시리즈 강행으로 인한 수차례의 실패, 크리에이터의 좌절, 팬들의 수많은 질책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시리즈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아니메의 한축을 지탱하는 역사이자, 작품을 창조해낸 스폰서 반다이, 제작사 선라이즈, 창조자 토미노 요시유키, 야스히코 요시카즈 등의 삶의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본 글은 이런 건담 시리즈의 전반적인 흐름을 연대기 형태로 이야기해보는 건담 연대기의 첫번째 시리즈로서, 퍼스트 건담의 등장배경(과거)과 그 전개(현재), 그리고 파급력(미래)에 대해서 글쓴이의 좁은 소견을 밝혀본 글이 되겠습니다.
 
해당 글을 쓰기에는 너무도 지식이 일천한 관계로 많은 분들의 포스팅과 웹 상의 자료를 참고로 하였으며, 이에 대해 레퍼런스 출처를 밝혔으니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해당 레퍼런스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은 연대기 형태의 글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경어체가 아닌 반어체로 내용이 진행되오니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레이지버스의 등장과 아니메 세대의 성장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아니메는 새로운 전기를 맞기 시작한다. 마츠모토 레이지와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SF 아니메 '우주전함 야마토(1974)'로부터 시작된 레이지버스(마츠모토 레이지가 창조해낸 세계관과 그 작품을 이르는 명칭)는 '은하철도 999(1978)'에 이르러 정점을 찍으며 아니메의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키기에 이르른다. 작품 전반에 이르는 성숙해진 드라마적 전개는 아니메를 시청하던 어린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발 맞추어 그 눈높이를 충족시키면서 상상력과 모험심, 교훈과 재미를 선사하는 아동 만화영화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성숙해진 드라마 외에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전까지의 만화영화에 비해 훨씬 더 치밀해진 설정과 고증이다. 당시의 SF 아니메는 '철인 28호(1963)'를 거쳐 '마징가 Z(1972)', '콤배틀러 V(1976)'로 대표되는 슈퍼로봇 아니메(글에서는 리얼로봇 아니메와의 구분을 위해 슈퍼로봇 아니메로 부르겠음)와 '사이보그 009(1966)'를 거쳐 '갓챠맨(1972)', '캐산(1973)'으로 이어지는 히어로물(여기에는 울트라맨, 가면라이더와 같은 특촬물도 많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았다)로 크게 나뉘어지고 있었는데, 이 모두 과학적인 논리보다는 만화영화적인 관점의 접근방식으로 과학적 근거라는 것이 큰 의의를 가지지 못했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야마토에 이르러 등장한 우주함선이라는 설정은 이전의 SF 아니메가 보여주던 것에 비해 보다 더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성장한 청소년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함선 내부의 세심한 디테일, 다시 말해 함교, 조종석, 레이더 관제실, 함포실, 기관부, 의무실 등에 이르는 설정부터 함재기에 이르기까지... 비록 2차대전의 해군 전함이나 군용병기들을 모티브로 삼은 설정이었으나, 그 디테일과 실제성은 기존의 아니메와는 격을 달리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비록 은하철도 999에 이르러서는 기차가 우주를 여행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레이지버스의 등장은 확실히 기존의 아동용 만화영화보다는 한차원 높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마니아'라는 단어를 아니메에 심어놓기 시작한다. (동시기에 등장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 역시 알렉산더 케이의 '살아남은 사람들'이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훨씬 구체화되고 논리적인 미래세계와 미래 장비들을 그려냄으로써 성장한 아니메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마니아는 단순한 팬을 넘어서 좀 더 해당 장르에 열정적으로 심취한 이들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대게 연령대가 높은 이들이 갖게 되는 속성이기도 하다. 즉, 마니아가 생겼다는 것은 아니메의 시청세대가 기존의 (10세 미만) 어린이를 넘어서 10대 청소년에게까지 넓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대에서야 만화영화를 감상하는 청소년층, 청장년층이 있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일은 일본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60년대 후반부터 아니메를 보고 자라 아니메에 익숙해진 아니메 세대가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니메를 시청하고 있었고, 레이지버스는 그들의 눈높이에도 맞는 드라마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그들을 작품의 마니아로 바꿔놓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마니아의 성장은 79년 방영을 시작하는 한편의 로봇 아니메가 화제작을 넘어 하나의 신세기를 열고, 마침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하는 중요한 토양이 된다.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2010년에 예정된 야마토 실사 프로젝트 포스터. 아니메史에서 야마토의 위치는 SF 영화史에서 스타워즈에 비견될 만한 것으로, 이 작품을 통해 아니메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 로봇도 소년과 같이 성장하다

니메의 변화와 더불어 70년대 중반에 들어 로봇 아니메 장르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전개란 지구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악당에 맞서 정의로운 주인공과 그 동료들의 장렬한 전투를 그려낸,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단선적인 이야기 공식을 따르고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장르인 이상, 그 이상의 갈등 구조를 담아 극을 복잡하게 끌고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에 이르러 이 공식은 조금씩 다변화되기 시작하였다.
 
'거인의 별(1968)'과 같은 스포츠 장르의 아니메에서 드라마틱한 연출을 선보였던 나가하마 타다오가 연출을 맡은 콤배틀러 V에서는 악역에게도 사연을 부연하는 좀 더 성숙해진 작품관이 도입된다. 거기에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메카 액션을 한단계 진보시킨 합체 변신과정과 다양한 무기들의 등장으로 마징가를 보고 자랐던 어린이들은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이 작품에서 찾아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과학적 논리에 맞지 않는 설정들이었으나 당시 이런 복잡한 무기 시스템은 실로 센세이셔널한 설정이었던 것이다. 이후 볼테스 V와 투장 다이모스로 이어지는 나가하마 감독의 소위 '낭만로봇 트릴로지'는 명실공히 로봇 아니메를 아니메 최고의 히트 장르로 올려놓기에 이른다.
 
한편, 야마토의 대성공으로 고무된 토에이는 마츠모토 레이지에게도 로봇 아니메를 의뢰하기에 이르는데(선라이즈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었을 듯 싶다.), 이렇게 하여 등장한  '혹성로봇 당가드 A(1977)'는 비록 레이지의 전작인 야마토나, 도에이의 다른 로봇 아니메에 비해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지만, 마츠모토 레이지의 스타일이 가미된 성숙하고 현실감 있는 전개(완벽한 조종술을 익히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일상과 갈등이 작품의 초반 에피소드를 차지)로 이전보다 훨씬 깊어진 로봇 아니메의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
 
반면, 콤배틀러 V보다 1년 먼저 '용자 라이딘(1975)'의 연출을 맡았으나 시청률 저하로 인해 나가하마 감독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보조 감독으로 격하되었던 토미노 요시유키 역시 절치부심하여 '무적초인 점보트 3(1977)'를 연출한다. 점보트 3는 이제까지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로봇물과는 달리 선라이즈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로봇 아니메의 주도권이 선라이즈로 넘어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은 흔히들 슈퍼로봇 아니메와 리얼로봇 아니메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작품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도무지 어린이들을 위한 로봇 아니메라고는 볼 수 없는 시리어스한 설정과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장렬한 전사로 인해 당시 팬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주인공 급의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갓챠맨 1기의 콘돌 죠,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 그리고 야마토의 오오타 함장의 죽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으례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선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죽음에 성인들도 많은 감정이입이 되는데, 어린이들은 오죽했겠는가. 그것을 토미노는 한 작품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다수의 등장인물들을 전사시켜 버리는 파격을 선보였으며, 점보트 3의 엔딩은 악당들을 모두 물리쳐 지구의 위기를 구해낸 주인공의 희열이 아닌, 동료들을 잃고 혼자서 살아남게 된 마지막 생환자의 처절한 슬픔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로봇 아니메라고 불리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작품에 사용되면서 점보트 3는 아이들로 하여금 사회와 현실, 그리고 슬픔과 아픔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충격요법과 같은 효과를 주었다. 당시의 정서, 아니 지금의 정서에서 봐도 아동 로봇물에서의 대량학살은 충격요법으로 무마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건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죽을 때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슬픔은 결단코 아니었으니까. 어찌보면 당시의 토미노는 로봇 아니메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 로봇을 조종하는 영웅으로 싸운다는 것이 반드시 멋지고 스릴있는 모험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순간, 어느덧 아이들은 성장해 있었고, 로봇 역시 성장해 가고 있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슈퍼로봇과 리얼로봇 사이의 가교 역할이자, '몰살의 토미노'의 전조를 알린 '무적초인 점보트 3'.


새로운 시도 - 병기로서의 로봇

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1978)'까지 시청률 사냥에 성공(점보트 3가 성공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충격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 사실 항의는 많았었다고 전해진다 - 토미노의 재기는 꽤 어려웠을지도 모른다.)한 토미노 요시유키는 세번째 작품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작사인 선라이즈 측과 스폰서에게 요청하게 된다. ([3] 참조) 비록, 현재에 이르러서야 마케팅과의 성공적인 융합사례로 손꼽히는 건담 시리즈이지만 초기에는 단순한 크리에이터의 창작 의지가 시초가 된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최근의 건담 시리즈와 초기 건담 시리즈의 태생적 차이점이 자리하게 된다.)
 
건담의 팬들이라면 이제야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건담의 초기 기획단계는 로봇 아니메가 아닌 SF 우주 전쟁을 테마로 하고 있었다. 그 근간에는 후일 리얼로봇의 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우주전함 야마토의 잔상이 자리하고 있었는데([1] 참조), 제작사 측에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야마토의 선례와 이를 통해 전면에 드러난 아니메 세대, 즉 고연령층 아니메 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그로 인해 자연스레 야마토의 컨셉이 기획 단계에서 논의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토미노 요시유키와 선라이즈의 기획팀 야다테 하지메는 이 컨셉을 바탕으로 소설 '15소년 표류기'의 이야기 구조를 대입하여 우주 전쟁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모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대한 우주 함선에서 프리덤 파이터라는 우주 비행기를 타고 나와 외계인과 싸운다.'라는 설정이 초기 기획안으로 자리잡고 있을 무렵, 스폰서를 맡고 있던 완구업체 클로버가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스폰서로서 획득한 판권으로 상품화한 로봇 완구의 매출을 비즈니스 로드맵으로 갖고 있던 클로버에게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투자였던 것이다.
 
로봇을 등장시키고자 하는 클로버의 요구에 대응하여 토미노와 기획팀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전사'에 나오는 파워드 슈츠, 즉 장갑복을 입은 병사의 컨셉을 제시하게 된다. (이를 제시한 이는 당시 스튜디오 누에 출신의 SF 작가로 후일 '더티페어'와 '크러셔 죠'를 집필하는 타카치호 하루카였다. [1] 참조) 그러나, 두번째 아이디어도 역시 클로버의 반대에 부딪히고 만다. 파워드 슈츠 역시 그들의 생각하는 로봇과는 거리가 먼 개념으로, 당시 로봇 완구 사업에 편중되어 있던 클로버의 시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파워드 슈츠와 거대 슈퍼로봇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의견 사이에서 찾아낸 타협점은 바로 모빌슈트(MS: Mobile Suit)였다. 즉, 기획팀이 제시한 현실적인 병기의 모습과, 스폰서측이 제안한 거대 로봇의 교집합으로 이제까지의 로봇에 비해 훨씬 크기가 작아진 20m가 체 되지 않는 로봇이 디자인된 것이다. 기획팀은 여기에 이르러 소형화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큰 이 로봇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설정으로 부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미노프스키 입자'라는 보이지 않는 물질이었는데, 이 입자는 레이더를 교란하여 전파병기와 전파기기의 사용을 무력화시키는 입자로 이것으로 인해 근거리에서 광학 센서와 육안에 의한 식별 전투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우주시대를 설정한 것이다.
 
☞ 우주항모와 우주전투기로 외계인과 싸우는 설정이나 파워드 슈츠와 같은 초기 기획단계의 개념은 결국, 또다른 걸작 로봇 아니메에 이르러 만개하게 된다. 후일, 기동전사 건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작이 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설정으로. (물론,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의 여부는 글쓴이의 지식 밖의 이야기이다. 다만, 건담과 마크로스 이 두 작품에 모두 스튜디오 누에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듯 싶다.)

미노프스키 입자의 설정은 건담이라 불리는 작품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 정체 불명의 입자에 대한 과학적 근거나 타당성이 아닌, 로봇 간의 전투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가 기획 단계에서 행해졌다는 것으로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이제까지의 SF 아니메와는 달리 '왜?'라는 질문에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증거였고,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건담을 구별짓는 중요한 차별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MS 디자인은 점보트 3에서부터 선라이즈의 작품에 참여하게 된 타츠노코 프로 출신의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았다. 사실, 건담의 디자인은 바로 이 점보트 3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사무라이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나 라이플을 장비한 로봇이라는 개념은 점보트 3과 겹쳐지는 부분이다. 오카와라는 점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면서 그 기량을 토미노 감독에게 인정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실제 병기에 가까운 이미지로서의 로봇 구현'이라는 토미노 감독이 준 명제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은 당시의 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카닉 디자이너'라는 전문 분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최초의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많은 후배 애니메이터들과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는 훗날의 모습을 말이다.

모빌슈트에 영감을 주었던 하인리히의 소설 우주의 전사는 97년 로보캅, 원초적 본능의 폴 버호벤 감독에 의해 SF 블록버스터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파워드 슈츠의 개념은 폴 버호벤의 영화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블리자드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해병대에서 더 근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건담 대지에 서다 - 어른들의 전쟁에 뛰어든 소년과 로봇

차례에 걸친 논의와 협의는 점점 합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우주전투기와 소년들의 전쟁 이야기를 그릴 이 작품의 가제인 '프리덤 파이터 건보이'는 모빌슈트의 등장으로 인하여 '건보이(Gunboy)+프리덤(Freedom)'의 합성인 건돔(Gundom)을 거쳐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맨담(Mendam)'의 담(dam)이 추가되어 건담(Gundam)이라는 최종 타이틀로 결정되었다. ([1], [2] 참조)
 
모빌슈트와 미노프스키 입자,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와 같은 설정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설정이었다. 기획단계에서 논의되었던 15소년 표류기의 컨셉은 그다지 많은 손질이 가해지지 않은 체 작품에 대입되었다. 전쟁의 한가운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어든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같이 어느 한 집단이나 국가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집단의 공통된 목표인 적의 타도나 정의의 수호와 같은 목적이 아닌, 우연찮게 휘말린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들의 삶과 성장의 이야기로 바뀐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전체적인 시점에 비해 상당히 개인적인 레벨의 시점으로 작품의 관점이 바뀌기기 시작하는 전조였는데, 패전 후 경제성장에만 매달리며 국가의 부흥이라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왔던 기성세대 일본인들에 비해 풍요해진 삶으로 인해 개성을 갖게 된 신세대들의 등장과도 맞물리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이것은 군대의 상명하복 체제와 같은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체제에 대항하는 신세대의 반항정신과 젊음이라는 테마와도 연결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생생해진 등장인물들의 이러한 심리와 갈등은 후일 이 작품이 '리얼 로봇'이라 불리게 되는데에 있어 또다른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즉, 리얼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병기로서의 로봇이 등장함을 의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생생한 인간 드라마,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작품 속에 드러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가하마 감독의 낭만 로봇 3부작에서도 이미 시도되었던 상대편의 인물에게도 사연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입체적인 인물의 설정은 건담에 이르러서는 훨씬 더 진화된 모습으로 반영된다. 특히, 적국으로 설정된 지온 공국 창시자의 아들로, 아버지를 암살하고 지온 공국의 공왕이 된 데긴 자비와 그의 자식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신분을 숨긴체 공국의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가는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악역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었다. 거기에 다양한 인물군상이 설정이 붉은 혜성이라는 하나의 인물에 국한되지 않고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많은 등장 인물들에 대입되어, 정말로 살아있는 세계와 같은 인간관계를 이끌어내게 된다. 비로소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사회가 완성된 것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이미 용자 라이딘부터 선라이즈의 작품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온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맡았다. 이러한 히스토리 덕분에 샤아의 디자인은 여러 면에서 라이딘의 프린스 샤킨과 유사한 느낌을 풍긴다. 특히, 젊은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야스히코의 전력은 기성 사회에 불만을 품은 주인공의 창조에 꽤 일조를 했다고 보이는데,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 외에도 스토리 구성이나 콘티 등에도 재능을 보이던 야스히코 였기에 건담이라는 세계와 주인공의 창조에는 토미노 감독 외에 그의 생각도 비공식적으로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보인다. '토미노(연출, 스토리, 콘티)-야스히코(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오카와라(메카닉 디자인)'로 구성되는 3인 체제는 건담 월드의 창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완성되자 마침내 소년이 일어설 차례가 되었다. 소년은 이제까지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주어진 드라마 속에서 좌절하고 깨달으며, 반항하고 또 적응하며 성장해 갈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인 소년 아무로 레이뿐만이 아니라 그의 라이벌인 샤아, 아무로의 동료들인 전함 화이트베이스의 승무원들, 그리고 아무로가 탑승하게 되는, 이제 막 로봇사에 첫발을 내디딘 건담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79년 4월 7일, 건담은 마침내 대지에 서게 된다.

('기동전사 건담(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끝. 2부에 계속)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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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봉예정일은 10월 30일

ⓒSOTSU · SUNRISE


피소드 2 첫번째 트레일러에 이어 두번째 트레일러가 오픈되었습니다. 이전 트레일러가 짧은 30초짜리 버전인 반면, 이번 두번째는 2분 정도의 긴 버전으로 에피소드 2편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트레일러입니다. 넬 아가마에 탑승하게 된 오드리와 바나지, 그리고 그들을 쫓는 샤아의 재래, 풀 프론탈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퍼스트 건담부터 많은 건담 시리즈에 등장했던 단골 전개이기도 한지라 얼마만큼 다이나믹한 추격씬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전편의 유니콘, 크샤트리아, 제간, 스타크 제간, 리젤, 기라 줄루, 로토에 이어 기라 줄루 안젤로 전용기와 마침내 등장하는 시난쥬까지 MS들이 줄줄이 등장하여 확실히 건담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 같습니다. 트레일러 중간에 등장하는 풀 프론탈의 시난쥬는 넬 아가마 스탭의 '3배 빠른 속도로...'라는 너무도 유명한 대사만큼 놀라운 고성능을 보여줄 것 같군요. 설정상 유니콘과 동일한 사이코뮤 프레임을 쓰는 기체이기에 그 성능이야 두말할 나위는 없겠습니다만.

그 외에 풀 프론탈 친위대 소속의 안젤로 자우퍼와 그의 보라색 기라 줄루 커스텀 기체의 등장, 론도벨의 에이스 파일럿으로 1편에도 잠시 등장했던 리디 마세나스와 그의 애기 리젤의 활약도 기대가 되구요. 넬 아가마에 탑승한 오드리의 운명과 그녀를 구하기 위해 유니콘에 탑승했던 바나지의 이야기가 풀 프론탈과 대면하면서 새로운 전개를 맞이할 듯 싶습니다.

소설로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했던 유니콘의 이야기가 과연 아니메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이미 1편을 통해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한 터라, 올 가을 2편의 출시가 몹시도 기다려집니다. 에피소드 2편은 10월 30일 일본에서 개봉을 시작하며, 11월 12일에 DVD와 BD로 릴리즈될 예정입니다.

☞ 숏버전 트레일러 보러가기 (클릭)
☞ 롱버전 트레일러 보러가기 (클릭)

ⓒSOTSU · SUNRISE


☞ 얼마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건담 회고전이 열린데다가 토미노 감독까지 방한했고, 금주에는 건담 엑스포까지 열리는데, 이쯤에서 건담 UC도 DVD/BD로 국내에 출시 좀 해줬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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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SU · SUNRISE (captured from Official Website)


마침내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와 극장을 통해 공개된 기동전사 건담 유니콘(이하 U.C) 1화.
 
(네, 사실 이 U.C 1화에 대한 감상기가 많은 블로그나 카페에 소개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정식적인 루트가 아닌 경로를 통해 감상을 했다는 얘기겠지요. 될 수 있으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작품의 감상기는 자제를 하려고 했는데, 간만에 꽤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던지라 짤막하게나마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그만...)
 
일단 30주년을 터닝 포인트로 삼아 새롭게 시작된 우주세기의 건담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많은 부분에서 합격점이라고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비주얼 부분에서는 거의 A를 줘도 아깝지 않을 합격점이었습니다.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 특유의 필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나름 잘 살려낸 캐릭터 디자인은 '카드캡처 체리'와 같은 클램프의 작품들에서부터 '위치헌터 로빈'과 같은 극화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는 다카하시 쿠미코의 작품인데요. 특히, 위치헌터 로빈에서 보여주었던, 리얼한 드라마풍에 어울리는 극화적인 캐릭터 라인을 베이스로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스타일을 잘 적응시킨 모습입니다. 6화 분량의 OVA인지라 일반 TV 시리즈에 비해서는 확실히 높은 퀄리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듯 합니다. 동화적인 측면에서도 평균 이상의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구요.
 
이러한 작화적, 동화적 완성도는 비단 캐릭터 뿐만 아니라, 건담 아니메에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MS 전투에서도 돋보입니다. MS의 전투를 360도 전방위 콕핏트 내에서의 시점과 우주공간의 관찰자 시점으로 번갈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를 빠른 시점 전환으로 묘사하여 그 박진감을 더해주고 있구요. 특히, 전반부의 크샤트리아와 제간 편대의 전투 장면은 이번 U.C의 MS전 연출이 어떤 스타일이 될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듯 합니다.
 
세련되면서도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조종석의 그래픽 디스플레이 표현, MS가 선보이는 중량감 넘치는 총격/포격신 등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묘사는 박진감 넘치는 MS끼리의 백병전 연출을 멋지게 상호보완해주고 있습니다. 과거 '바람의 검심 극장판'이나 '슈발리에' 등에서 선보였던 후루하시 감독의 액션 연출이 이번 U.C의 MS 전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듯 싶군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이전의 건담 시리즈의 오마쥬가 여러군데 등장하여 매니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디제님의 '기동전사 건담 UC(유니콘) - 제1화 유니콘의 날'을 보시면 좀 더 세세한 이야기들을 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구요. 특히, 이 작품의 히로인인 그녀(누군지는 머리모양을 보시면 짐작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공식 사이트에서도 그 본명을 소개하지 않고 있기에 밝히지 않겠습니다. 디제님의 블로그를 보시면 누군지는 아시겠지만.)가 가명으로 사용하는 오드리 번은 작중에서 그녀가 마주치는 극장 간판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 故 오드리 햅번의 이름을 오마쥬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게다가 '로마의 휴일(본편에서는 '런어웨이 프린세스'라는 몹시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제목으로 대체가 되었구요.)' 옆에 '4번째 비극'이라는 또다른 영화의 간판 또한, 작품의 전개를 암시하는 또다른 복선이기도 합니다. (일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그리고 네오지온 항쟁에 이은 4번째 전쟁을 암시하는 뜻인 듯.)
 
단, 스토리의 전개에 있어서는 일부분에 있어서 다소 심한 비약이 눈에 띄어 억지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중반부에 오드리 번의 도움이 되고 싶다며, 지금의 생활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외치는 주인공 바나지의 모습은 그가 느꼈던 소외감이 작중에서 그다지 잘 설명되지 않았기에 갑작스럽고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역시, 종반부에 유니콘 건담 앞에서 이루어지는 바나지와 비스트 재단의 당주 카디아스의 대화 역시 급작스럽게 출생의 비밀이 언급되면서 전반적으로 어리둥절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이런 부분은 러닝 타임의 제약(6부작)이라는 한계 속에서 많은 내용을 축약할 수 밖에 없었던 제작진의 현실적인 문제인 듯 싶네요.
 
또하나, 비스트 재단이 재단 자체적인 목적으로 만들어낸 유니콘 건담은 비록 재단의 모든 역량이 투입된 일급 비밀의 MS이긴 하겠지만, 당주가 직접 MS에 탑승하여 기동 테스트를 한다는 모습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빌 게이츠가 MS의 회장이 된 후에도 윈도우즈  개발을 위해 직접 코딩을 하는 모습처럼 뭔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원 소설 속에서는 어떤 설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OVA에서는 좀 어리둥절한 느낌이군요.) 어떤 면에서는 퍼스트 건담의 아무로나 제타 건담의 카미유 모두가 그 부친이 건담의 개발자였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전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 자체가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아니메로의 이식은 이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샤아를 연상시키는 풀 프론탈의 등장이라든지, 소년이 뜻하지 않게 자신에게 닥친 시련 속에서 건담을 타게 되는 시퀀스 등 우주세기의 전형적인 스토리 공식을 따르는 모습은 식상함을 주는 대목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로 인해 그동안 잠잠해졌던 우주세기의 불씨를 어느 정도 살려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도 있습니다.
 
샤아나 아무로 같은 건담의 아이콘들이 거의 다 사라진 우주세기가 과연 어느 정도의 관심을 이끌지, 그리고 신세대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을 할지 역시 앞으로의 우주세기 시리즈의 연이은 제작을 위한 척도가 될 듯도 싶구요. 제목인 U.C가 우주세기와 유니콘을 모두 의미하는 이니셜이라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1편의 전개를 어느 정도 후속편들이 잘 이끌어 갈지, U.C의 앞으로의 전개에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덧붙임) 작품 초반부에 소데츠키 소속의 수송선 '가란쉐르'에 몰래 탑승한 히로인 오드리가 우주복을 갈아 입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만약, 요즘 아니메였다면 저 부분에서 분명 속옷 바람으로 옷을 갈아 입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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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SU · SUNRISE (captured from Gundam UC Homepage)


2010년 봄 개봉예정인 건담 U.C의 프로모션 영상. 이번 건담 엑스포에서 공개되었던 영상이 마침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하여 네티즌들에게도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 그런데 공개는 되었는데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프로모션 영상의 링크가 깨진 듯 싶군요. 결국은 유튜브에 올려진 영상으로 감상을 했는데 말입니다.

일단 비주얼은 기대를 갖을 만 합니다. 6부작의 OVA인지라 자본 및 업무 집중도가 높아서 그런지 작화 퀄리티는 꽤 좋군요. 거기에 캐릭터 디자이너인 타카하시 쿠미코(카드캡터 사쿠라, 동경 바빌론, 위치헌터 로빈 등의 캐릭터 디자이너)가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스타일을 나름 잃지 않으면서도 요즘의 취향에 맞게 캐릭터 디자인을 잘 뽑아내준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치헌터 로빈을 통해서 이분의 캐릭터 디자인에 큰 신뢰를 보내고 있었기에(이쁘장한 스타일도, 극화적이고 사실적인 스타일도 다 소화가능하구나라고 인정) 꽤 만족스럽다는 생각이구요.

포로모션 영상을 통해 보여진 등장한 제간, 크샤트리아, 유니콘 등의 모습도 꽤 만족스럽습니다.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및 작화는 일단 합격점이 아닌가 싶군요. 관건은 역시 스토리와 연출이 될 듯 합니다. 바람의 검심 추억편/슈발리에의 후루하시 카즈히로 감독인 이상, 내러티브 전개에는 그닥 문제는 없을 듯 싶은데 재미면에서는 과연 어떨지.

그간 저연령 취향의 엔터테인먼트적 전개와 상업성에 치중해온 신 건담 시리즈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는 보입니다만.

ⓒSOTSU · SUNRISE (captured from Youtube.com)



☞ 공식 홈페이지 프로모션 영상 (보러가기)
☞ 유튜브 포로모션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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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의 30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건담 관련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일본에서 또다른 빅 뉴스가 있습니다.

 

토미노 요시유키 옹의 신작 건담?


일단 건담 BIG EXPO에서 이벤트 형태의 단편으로 상영된 이 작품은 현재 "Ring of Gundam"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현재 방영 형태나 방영시기 등에 대해서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는 듯 하구요. 제작 스튜디오 역시 선라이즈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로봇' 아니메 스튜디오(카토 쿠니오 감독의 단편작 La Maison en Petits Cubes나, TV 시리즈 나나미 짱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아 3D 애니메이션과 셀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형태로 제작될 듯 합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역시나 원년 멤버인 오카와라 쿠니오가, 그리고 음악은 칸노 요코가 맡아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새로운 건담 시리즈에 큰 힘을 실어줄 듯 합니다.

 

일단 배경은 우주세기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이야기가 될 듯 하구요. 달 궤도에 지름 600Km에 육박하는 거대한 링 모양의 인공 구조물이 떠있는 지구권이 그 배경인 듯 합니다. 주인공인 에이지가 'Beauty Memory'라는 것을 지구의 어느 산 속에서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이 'Beauty Memory'라는 것이 건담 시리즈의 첫 주인공이었더 아무로 레이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라고 하는군요.

 

이번 30주년 기념의 실사모형 건담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동안 가지고 있던 건담에 대한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벗어버린 듯한 토미노 옹이 만든 신작이니만큼 어떤 형태로 전개가 될지 궁금합니다. 또한, 턴에이 건담에서 보여준 탈 건담적인 모습이나 제타 건담 극장판에서 보여준 좀 더 희망적인 메시지들로 보아 이번 건담 시리즈 역시 확실히 그가 전성기를 누리던 70~80년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띌 것 같군요.

 

이제 초로의 노인이 된 '몰살의 토미노'가 '희망의 토미노'가 되어 보여주는 건담의 세계가 자못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의 세대에게 공감을 얻기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이지만 말입니다.)

 

마이니치 신문의 기사: ガンダム,30周年作品の映像公開 富野由悠季原作・総監督で制作

Animation News Network의 기사: Part of Yoshiyuki Tomino's 'Ring of Gundam' Previewed (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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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SU · SUNRISE (captured from Gundam UC Homepage)


제작 발표 후 한동안 잠잠하던 기동전사 건담 UC가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새로운 소식을 올렸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UC 홈페이지 바로가기

 

일본어 페이지 뿐만 아니라 영문 페이지 역시 만들어서 이전까지와는 다른 글로벌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군요. 확실히 21세기 들어 일본 아니메의 화두는 세계화인 듯 합니다. 공식적으로 외국인을 위한 홍보활동을 벌이지 않았던 건담 시리즈 조차도 이렇게 영문 페이지로 홍보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일단 최신 뉴스 측은 일본어 홈페이지만 업데이트 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8월 22일자로 새로이 제작중인 건담 UC 아니메에 관한 소식이 업데이트 되었군요.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역습의 샤아 편으로부터 3년 뒤의 이야기인 건담 UC 아니메는 2010년 봄, OVA 형태로 발매될 예정인 듯 합니다. 총 6부작으로 제작된다고 하는군요. 1화는 50분이라고 합니다. 아마 2~6화는 30분 정도의 일반 OVA 분량 정도일 듯 하네요. OVA 발매가 완료된 이후에는 아마도 총집편 형태의 극장판으로 개봉될 듯 합니다.

 

자, 과연 새로운 우주세기의 이야기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자못 궁금하군요. 이제 이쯤되면 건담 시리즈도 어떻게 국내에서 DVD 정도로 정발 좀 되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이번 UC가 그 물고를 터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세계 동시 발매라는데, 한국은 제외되겠군요.)


ⓒSOTSU · SUNRISE (captured from Gundam UC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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