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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화신은 고양이 - 80일간의 세계일주 (1976), 長靴をはいた猫, 80日間世界一周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시다라 히로시
◈ 작화감독: 쯔노다 코이치
◈ 제작: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76.03.20
◈ 장르: 모험, 우화, 코미디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샤를 페로의 소설에 등장하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모티브로 하여 1969년에 제작되었던 장화신은 고양이의 세번째 시리즈. 물론, 장화신은 고양이는 샤를 페로의 소설 이전에도 여러 형태로 구전되거나 판본으로도 등장해주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샤를 페로의 것으로, 아니메의 장화신은 고양이 '페로' 역시 샤를 페로의 작품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양이의 이름은 원작자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2004년 드림웍스의 '슈렉 2'에 등장하는 장화신은 고양이 역시 샤를 페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69년 개봉된 1편과 72년 개봉된 2탄에 이어 제작된 3편은 도에이 동화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작품으로 그 스케일이나 완성도 면에서 확실히 20주년 기념작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태어... 난 것으로 기억된다. 감상한지 이제 30년이 다되어가는 작품이다보니 뭐....

'알리바바와 40마리의 도적(1971)'부터 '캔디캔디(1976)', '꽃의 아이 룬룬(1979)', '마법소녀 라라벨(1980)'과 같은 소녀물을 연출하게 되는 시다라 히로시가 감독을 맡았으며, 마징가 Z 시리즈에서 작화감독을 맡았던 쯔노타 코이치가 작화감독을 맡고 있다. 이 시기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디자인했던 애니메이터들의 대부 모리 야스지나 다카하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 오츠카 야스오 같은 도에이의 인재들이 대거 이탈하여 닛폰 애니메이션으로 터전을 옮긴 뒤라 풀 애니메이션 쪽의 완성도가 이전만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우려와는 달리 완성도는 뛰어나다.

스토리의 원작이 되는 쥴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워낙 흥미로운 어드벤쳐인지라 스토리의 재미는 이미 어느 정도 보장된 셈이었지만, 잠수함이나 비행기, 자동차를 타고 벌이는 페로 일행과 악당들의 흥미로운 추격전은 원작보다 업그레이드된 재미를 선사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런 형태의 이야기 전개(독특한 메카닉을 타고 주인공을 방해하는 악당과 이를 물리치는 주인공 일행)는 후일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럽의 만화영화 제작사들과 합작으로 제작하게 되는 '명탐정 번개(1984)'나 '몬타나존스(1994)'의 설정과도 유사한 느낌을 준다. 도에이 동화나 미야자키 하야오들의 출발점이 같았음을 시사한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이 페로는 도에이 동화의 마스코트로 사용되면서 특별한 대표 캐릭터나 작품이 의외로 없는 (정확히 말하면 너무 많아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라이즈 하면 리얼로봇, 타츠노코 하면 히어로의 본가라고 인식하는 것과 같은 심볼이 도에이 동화에게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도에이 동화의 마스코트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참, 80일간의 세계일주는 86년 11월 21일 패미컴 게임으로도 나와주셨다고 한다.

☞ [FC]長靴をはいた猫 世界一周80日大冒険 (장화신은 고양이 세계일주 80일 대모험) by 적묘, 적묘의 게임과 추억 (보러가기)

ⓒ TOEI Animation



<참고 사이트>

[1] 장화신은 고양이(長靴をはいた猫) 1969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2] 장화삼총사(ながぐつ三銃士) 197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3] 80일간의 세계일주(80日間世界一周) 197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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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찾아 삼천리 (1976), 母をたずねて三千里 / 3000 Leagues in Search of Mother


ⓒ NIPPON ANIMATION Co. Ltd.


<정보>

◈ 원작: 에드몬드 데 아미치스
◈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
◈ 각본: 후카자와 카즈오
◈ 스토리보드: 타카하타 이사오, 토미노 요시유키, 오쿠다 세이지, 쿠로다 요시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타베 요이치
◈ 장면설계/레이아웃: 미야자키 하야오
◈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음악/주제가: 사카다 코이치 / 오오스기 쿠미코 (노래)
◈ 기획/제작: 닛폰 애니메이션 / 모토하시 코이치
◈ 제작사: 닛폰 애니메이션, 후지 TV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76.01.04
◈ 장르: 드라마, 세계명작
◈ 구분/등급: TVA (52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19세기말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제노바. 진료소를 운영하는 가난한 가족의 둘째 아들인 마르코 롯시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9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품팔이로 집안일을 돕는 성실한 소년이다. 하나 뿐인 형 토니오는 기관사가 되기 위해 철도학교에 입학하여 집을 떠나있고, 엄마인 안나마저도 돈을 벌기 위해 대서양 건너 멀리 떨어진 남미의 나라 아르헨티나로 떠가게 되었다. 언제나 어머니가 보내오는 편지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르코이지만, 왠일인지 이번에는 기다리던 어머니의 편지가 오지 않고, 매번 어머니가 보내주던 생활비마저도 끊기게 된다.

어머니가 그리운 소년 마르코는 마침내 머나먼 아르헨티나로 직접 어머니를 찾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때마침 마을에 공연을 온 펩피노 인형극단이 아르헨티나로 공연을 가게 된다는 소식을 들은 마르코는 펩피노 인형극단에 숨어 아르헨티나로 가는 배에 밀항을 시도하게 되는데...


<소개>

ⓒ NIPPON ANIMATION Co. Ltd.

'플란다스의 개(1975)'에 이은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제2탄. 에드몬드 데 아미치스의 '사랑의 학교'에 삽입된 짧은 에피소드를 모티브 삼아 새로운 캐릭터들과 이야기거리를 집어넣어 오리지널리티가 강화된 새로운 명작극장 시리즈가 되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로 세계명작극장 탄생의 신호탄을 알린 타카하타 이사오가 연출을 맡았으며, 역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에서 알프스의 느낌을 실감나게 재현해낸 미야자키 하야오가 다시금 레이아웃을 맡아 멋진 세계를 구축해내었다. 또한, 코바야시 시치로와 함께 일본 만화영화의 양대 미술감독으로 추앙받는 무쿠오 타카무라가 플란다스의 개에 이어 이번에는 미술감독으로 참여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더더욱 높여주었다.  특히, 이 작품의 콘티에는 방랑의 콘티맨으로 명성 높던 젊은 날의 토미노 요시유키도 참여하게 되는데, 그의 작품 세계가 SF 로봇물에만 한정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존재인 엄마가 멀리 떠나 그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자 주인공 소년이 스스로 어머니를 찾아 머나먼 여정에 오른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를 다시금 일깨워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애절한 주제가와 함께 매번 엄마의 흔적을 찾아 안타까운 여행길에 오르는 소년 마르코의 여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강한 감정이입과 동질감을 주는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지중해 유럽과 중남미를 완벽하게 이식한 모습으로 서정성과 함께 이국적인 정취가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이 되었다. 클라이막스에 엄마와 재회하는 모습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에 빠지게 하였다.

극중 마르코의 고향인 제노바와 마르코의 엄마가 일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1만1천Km 정도 되는데, 이를 한국의 1리(약 400m)로 계산하면 대략 3만리에 가깝다. 하지만, 일본의 1리는 우리의 1리에 약 10배에 달하는 길이이기 때문에 삼천리가 원 제목인 것. 이것이 국내에 방영되면서 일본의 거리단위를 한국의 거리단위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삼만리가 되었다. 당시 국내에 방영된 일본 만화영화의 완벽한 한글화의 하나의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오오스기 쿠미코의 애절한 주제가는 한국에서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이지혜 양이 불렀는데, 쿠미코의 필링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정말 소녀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듯한 애절한 창법으로 인해 역시 원곡의 아우라를 뛰어넘는 번안 주제가가 되었다. 여담이지만, 확실히 창법이나 표현력에 있어서만큼은 한국 가수들이 우위가 아닌가 싶다. 이지혜 씨는 전작인 플란다스의 개의 한국방영판 주제가도 불렀다.

4년 뒤인 1980년에는 TV 시리즈를 재편집한 100여분 길이의 극장판으로 제작되어 개봉되기도 하였으며, 81년에는 정수용 감독연출, 선우 프로덕션 제작의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정수용 감독의 작품의 경우에는 전쟁통에 헤어진 엄마를 찾아나서는 소년 준호의 모험이야기로, 닛폰 애니메이션의 엄마찾아 삼만리와는 내용과 전개 등이 다른 이야기이다. 또한, 1999년에 다시 한번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극장판으로 제작되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중 하나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한국판 엄마찾아 삼만리 (ⓒ 선우프로덕션)


<참고 사이트>

[1] 母をたずねて三千里, Wikipedia Japan
[2] 엄마찾아 삼천리(母をたずねて三千里) 1980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3] From the Apennines to the Andes (TV),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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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스탭>

◈ 감독: 호소다 마모루
◈ 각본: 오쿠데라 사토코
◈ 제작: 매드하우스


<시놉시스> 

학 올림피아드에 나갈 뻔(?)할 정도로 발군의 수학 실력을 가지고 있는 코이소 켄지는 고교 2년생으로, 동급생인 사쿠마와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아르바이트에 한창이다. 그 아르바이트란, 요즘 일상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는 가상현실 시스템인 OZ의 시스템 유지보수에 관계된 일이다. 컴퓨터로 한창 작업 중이던 어느날, 같은 학교의 히로인이자 교내 남학생들의 우상인 나츠키 선배가 찾아와 한가지 아르바이를 제안한다. 그 아르바이트란 다름이 아니라 나츠키와 함께 시골에 있는 그녀의 외증조 할머니 댁에 내려갔다 오는 것.

평소에 그녀를 흠모하고 있던 켄지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하지만, 이 아르바이트에는 한가지 숨겨진 내막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켄지가 나츠키의 약혼녀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동경대 출신의 유학생으로 위장을 해야 한단다. 신랑감을 데려오라는 엄격한 외증조 할머니의 엄명을 거역할 수 없었던 나츠키가 궁여지책 끝에 생각해낸 아이디어에 켄지는 울며 겨자먹기로 남친 행세를 하게 되고... 당황한 켄지를 그녀의 가족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나츠키의 고향집에서의 정감 넘치는(?) 저녁이 끝난 어느날 밤, 잠을 못이루는 켄지에게 갑자기 문자메시지 하나가 전송된다.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엄청난 수의 배열을 본 켄지는 특유의 수학실력을 발휘하여 암호를 풀고, 답장을 날리게 된다. 뿌듯해하며 잠드는 켄지. 그러나, 그것은 거대한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는데...


호소다 마모루의 연타석 홈런, 시대가 바뀌기 시작하다

2007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 그의 등장은 단순하게 인기 감독 한명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섬세하고 감각있는 연출과 호소력 있는 드라마는 일본 아니메가 그토록 찾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그가 시달녀 연출 직전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출 중에 있었고, 도쿠마 서점의 경연진 교체와 함께 석연치 않은 강판을 당했으며, 시달녀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와 '게드 전기'에 멋지게 한방(물론, 개봉관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게드 전기'가 흥행에 있어서는 훨씬 큰 수익을 거둬들였지만, 팬과 평단은 만장일치로 호소다 감독에게 손을 들어줌)을 먹였던 터인지라 그 의의는 남달랐다고 하겠습니다. 바로 미야자키의 바톤을 이어받은 새로운 후계자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 말입니다.

이러한 팬들의 과도한 기대 속에 그로부터 2년 뒤 호소다 마모루의 두번째 작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여름 극장가에 잘 어울릴 것 같은 한여름의 전원을 배경으로 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휴대폰과 컴퓨터, 그리고 네트워크와 가상현실이 어우러진 디지털 세상 OZ를 결합한 새로운 이야기의 제목은 바로 '썸머 워즈'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썸머 워즈는 다시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연출력을 팬들에게 확인시키면서 그를 여름 극장가의 기대주이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리를 메워줄 인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섬세한 연출, 서정성과 어드벤쳐를 동시에 보여주는 다양한 재미는 확실히 미야자키의 전매특허 중 하나라고 하겠는데요. 과연 썸머워즈를 통해 그는 진정 아니메를 대표하는 연출가로 떠오를 수 있을까요?

ⓒ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정감어린 현실과 마법같은 가상현실을 오가는 두가지 맛의 이야기

교 2년생이며, 평범한 일본의 핵가족 환경 속에 살아오던 순진한 소년 켄지가 수많은 친족들이 한 집에 모인 나츠키의 외증조 할머니 사카에 여사댁으로 들어오는 여정은 그에게 있어서 문화적 충격입니다. 켄지는 아버지가 지방출장으로 집을 비우신데다가, 어머니마저 일에 바쁜 전형적인 맞벌이 가족의 외동 아들로, 이시대 청소년들의 외로움을 대변하고 있는 소년인데요. 그런 소년에게 있어서 수많은 친척들과 아이들이 모인 왁자지껄한 나츠키의 가족은 시끄럽지만 정신없고 어색하지만 한편으로는 푸근한 느낌입니다. 즉, 사람냄새가 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푸근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켄지만이 아닙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나츠키네 식구들 역시 이 외증조 할머니 댁의 귀경을 통해 안식과 휴식을 얻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새 잊고 사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의 소중함을 이 작품은 밑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마지막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것 역시 바로 이 가족의 힘인 것이죠.

작품의 또다른 배경이자 가상현실 시스템인 OZ는 가족적인 현실의 분위기와는 또다른 세상입니다. 가상현실에 접속하여 일상생활에 관계된 모든 것을 해갈 수 있는 OZ 시스템은 미래의 편리한 세상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런 세상이 가져다 줄 몇 가지 부작용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보안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속절없이 무너지는 시스템의 취약성은 네트워크 시스템의 크나큰 약점이기도 하지요. 특히, 근래 등장한 스마트폰과 함께 우리들 역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만, 그와 동시에 보안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수많은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아킬레스 건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디지털/네트워크라는 신기술에 대한 부작용을 이 작품에서는 또다른 이슈로 다루고 있지요.

이 작품은 이처럼 현대인에게 너무도 익숙한 생활패턴과 생활아이템이 자칫 위기에 닥쳤을 경우, 이것을 고전적인 가족간의 단합과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을 현실과 가상현실의 두 갈래 이야기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별개였던 두 이야기는 조금씩 같은 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실 속의 대가족은 마침내 가상현실에서도 서로 힘을 합치게 됩니다. 마치 팀 플레이를 하듯이 말입니다.

ⓒ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가족 드라마스러운 전개, 맛깔스럽되 특별하지는 않은 이야기

지의 실수로 인해 뚫린 보안시스템과 속칭 '러브머신'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해킹 프로그램이 전 세계의 시스템을 마비시키자, 이것은 곧 현실상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더불어 사카에 여사의 90세 생신을 준비하고 있는 나츠키 네 식구들에게는 또다른 문제가 닥치죠. 90세 생신 축하를 위해 많은 이벤트를 준비했건만 가문의 남자들이 OZ에서 기인한 각종 사회 기반 시설의 오동작으로 인해 회사를 뜨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 시스템이 마비되고, 곳곳에 교통 정체가 시작되며, 거짓 화제경보가 여기저기 발생합니다. 시스템의 거의 모든 것을 OZ에 맡기고 있는 작품의 세계에서 OZ의 이상은 곧 세계의 이상입니다.

게다가 이 '러브머신'이라 불리는 해킹 AI가 다름 아닌 나츠키네 가족들의 일원이면서도 식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불청객 와비스케란 인물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유서깊은 '진노우치 가문'인 나츠키의 가족들은 할머니의 생신잔치가 잘못되는 것 이상의 위기에 닥치게 됩니다. 할머니의 장녀이자 집안의 안주인이기도 한 마리코 여사만이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카에 여사의 생신 준비가 차질이 생기는 것에 대한 걱정만 할 뿐이지요. 그러나, 할머니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OZ에 연결한 건강상태 전송 시스템이 OZ의 고장과 더불어 이상 상황을 발생시키면서 할머니의 신변에도 위협이 닥치게 됩니다. 이제 OZ의 문제는 나츠키들에게도 커다란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죠.

OZ에서 벌어진 전 세계적인 위협과, 진노우치 가문에 닥친 가족적인 갈등은 결국 온 가족과 이방인이었던 켄지가 힘을 합쳐 해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묘사되는 가상현실의 방대한 모습과 컴퓨터 아바타 간의 힘있는 액션씬은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흥미로움을 보여줍니다. 스케일 큰 가상세계와 아바타들간의 격투 외에도 현실에서 나츠키 가족들이 보여주는 일상의 디테일도 역시 압권이죠. 이러한 것들이 아무래도 호소다 감독을 미야자키의 후계자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하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호소다 감독의 그것은 좀 더 코믹하고 젊은 세대다운 생명력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인공위성 궤도 수정하기 씬은 상당한 긴박감을 선사하는데요. 이런 수준의 연출은 확실히 범상한 연출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갈등을 풀어나가는 모습과 결과는 시달녀에 비해 구태의연하고 여운이 없어 평범한 느낌을 줍니다. 가족 드라마로서 멋진 전개와 깔끔한 결말을 보여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전형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호소다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작품

실 속의 이야기와 가상현실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가며 가족의 힘, 그리고 가치를 보여준 썸머워즈는 확실히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호소다 감독 역시 그저 그런 범재라고 할 수 없음은 확실한 것 같구요. 분명 앞으로의 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차세대 주자인 동시에, 아니메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주 중 하나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듯 합니다. 능숙하고 세심한 디테일과 그 속에서 보여지는 개그는 몹시 만화적이면서도 인간적입니다. 그와 함께 CG를 통해 보여준 발군의 액션감각 역시 앞으로 연출할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구요.

반면, 이번 썸머워즈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 자체가 상당히 익숙한 전개인데다가 캐릭터의 매력 또한 시달녀만 못하여 전반적으로 임팩트가 그리 크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히로인인 나츠키의 경우는 클라이막스 이전까지 그닥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구요. 켄지 역시 워낙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개성 넘치는 다양한 가족에게 둘러 쌓이면서 주인공임에도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대가족 덕분에 캐릭터 별로 비중을 두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일까요. 비중을 떠나 주연급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 부족은 다소 진부한 극의 스토리를 더 평면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썸머워즈는 호소다 감독의 장기와 범상치 않은 연출가로서의 자질을 보여준 작품인 동시에 호소다 감독의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연출가로서는 훌륭한 실력과 감각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토리 텔링에서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고 할까나요. 하지만 아직 호소다 감독의 성장은 진행중이기에 여전히 우리는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다음에는 얼마만큼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까요?

ⓒ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아차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이번 썸머워즈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인 OZ는 공교롭게도 현재 LG 텔레콤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인 OZ와 같은 이름입니다. 둘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사용하여 현실에서 하던 여러가지 일을 대신해주는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군요.

근래 많은 아니메가 그러하듯 이번 썸머워즈에서도 다수의 한글이 작 중에 등장합니다. OZ의 시스템에서 등장하는 세계의 각종 언어에 한글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예전에 비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아진 것일까요. 적어도 요즘의 아니메가 과거와는 달리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분명한 듯 해보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주의 TTB 리뷰 2010년 8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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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시리즈 목차>


 UFO 로봇 그렌다이저 (1975), UFO ロボ グレンダイザー / UFO Robo Grendizer


ⓒ 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원안: 나가이 고, 다이나믹 프로
◈ 총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 스토리보드: 카츠마타 토모하루, 이시구로 노부로
◈ 각본: 안도 토요히로, 후지카와 케이스케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아라키 신고,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츠지 타다나오
◈ 음악: 키쿠치 슌스케, 사사키 이사오 (주제가)
◈ 제작: 도에이 동화, 다이나믹 프로, 후지 TV
◈ 저작권: ⓒ 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5.10.05 ~ 1977.02.27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74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베가성(星)의 난폭한 정복왕 베가 대왕의 군대에 의해 처참히 짓밟힌 프리드성. 프리드성 최후의 생존자이자 왕족인 듀크 프리드 왕자는 프리드성과 베가성의 기술이 합쳐진 원반 로봇 그렌다이저를 탈취하여 극적으로 태양계로 탈출하게 된다. 일본 후지산에 불시착한 프리드 왕자는 우주 과학 연구소의 소장 우몬 박사에 의해 구조되고, 프리드 왕자의 사정을 들은(프리드 왕자는 지구에 불시착하는 과정에 인터넷의 일본어 교육 사이트에 접속하여 생활 일본어를 배웠다고 전해진다...쿨럭, 결제는?) 우몬 박사는 그렌다이저를 자신의 연구소에 숨기고 프리드 왕자를 자신의 양자로 삼게 된다. 지구에 (불법) 체류하게 된 프리드 왕자의 이름은 다이스케 우몬. (신분증이 없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다이스케는 연구소 근처의 단페이씨 농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된다.

한편, 마징가 Z의 조종사로 질풍노도의 십대를 보냈던 카부토 코우지는 (그레이트 마징가에 의해 주인공 자리를 빼앗기고는 쓸쓸히) 미국으로 건너가 NASA에서 UFO 연구를 하다가 자신이 직접 설계한 UFO인 'TFO'를 타고 일본으로 되돌아 온다. 때마침 프리드 왕자를 쫓아 수년간 우주를 헤매던 베가 대왕은 지구의 존재와 프리드 왕자의 행방을 알게 되고, 휘하의 군대에게 지구 침공을 명하게 된다. 블라키 장군과 간달 장군이 이끄는 베가성의 원반수가 지구로 침공을 계시하자 (몇 년 쉬는 바람에 감각이 무디어진) 코우지가 (스타일에 맞지 않게 대화로 해결하겠다며) TFO를 타고 맞이하러 나갔다가 원반수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코우지, 바로 그 때 오랜 세월 연구소 지하 속에서 잠자고 있던 원반로봇 그렌다이저가 듀크 프리드와 함께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었다.


<소개>

'마징가 Z(1972)'와 '그레이트 마징가(1974)'를 통하여 몇 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그레이트 마징가를 기점으로 도에이 동화에서 제작되는 마징가 시리즈는 나가이 고와 다이나믹 프로가 비록 원작을 맡았으되, 실제로는 스폰서인 포피와 도에이의 기획과 요청에 맞춰 나가이 고와 다이나믹 프로가 구상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싶다. 한마디로 나가이 고나 다이나믹 프로의 의지보다는 도에이 동화의 스타일이 더 강한 작품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후의 작품들이 완성도나 흥행면에서 결격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슈퍼로봇 장르에서, 특히 마징가 시리즈에서 나가이 고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었다.

75년 3월, '이것이 UFO다! 하늘을 나는 비행접시'를 통하여 UFO에 대한 이야기로 프로모션을 시작한 UFO 로봇 그렌다이저는 마징가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당시 사회적 이슈였던 UFO와 로봇 아니메를 결합한 이색적인 작품이었다. 마징가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그렌다이저의 컬러링이나 무기 시스템의 유사함을 제외하고는 디자인 적으로도 상당한 수정이 가해졌다. 오히려, 로봇의 디자인보다는 작품에서 조연격으로 출연하는 마징가 Z의 히어로 카부토 코우지의 존재가 마징가 시리즈와의 끈을 이어준다고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후속작이라기보다는 스핀오프에 가까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외계별에서 지구로 탈출한 왕자 지크프리드와 그렌다이저의 설정은 영화 '슈퍼맨'이나 72년도에 도에이에서 방영을 했던 '아스트로 강가(1972)'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정체를 숨긴 체 숨어사는 망국의 외계인 왕자라는 로맨틱한 설정은 열혈소년인 카부토나 마초적인 테츠야에 비해 훨씬 여성들(이라 쓰고 여자아이들이라 읽는다)에게 어필할만한 모습이기도 했다.

원반 비행체와 합체된 형태로 운용되다가 원반에서 사출되어 로봇 형태로 싸우는 컨셉은 마징가 시리즈의 비행용 보조장비 스크란다 시스템에 비하여 일보 향상된 전투 시스템이며, 동시에 겟타로보 시리즈에 비해서 보다 더 현실적인 합체 방식이었다. 극 후반에는 원반 비행체 스페이자 외에도 더블 스페이자, 마린 스페이자, 드릴 스페이자 등 특정 환경에서 운용이 가능한 보조 무장의 등장으로 극의 흥미를 더했다.

특히, 이 그렌다이저의 의의는 해외에서 대성공한 최초의 로봇 아니메라는 것을 들 수 있는데, '골도락'이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유럽에 수출되어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기록한 시청률 100%(믿거나 말거나)는 앞으로도 결코 나올 수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다.

☞ 전유럽을 강타했던 그렌다이저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 위원회 (보러가기)

이탈리아에서는 팬 필름으로 3D 그렌다이저 영상이 제작되고 있으니 훗날 그렌다이저 실사영화가 나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헐리웃이 아닌 유럽에서 일지도 모른다.

C4DTeam에서 제작한 그렌다이저, 아니 골도락 3D 필름.


물론, 한국에서도 그렌다이저에 대한 사랑은 각별(?) 했다. 비록 삐뚤어진 사랑이었지만.

☞ 괴작열전: 달려라 마징가 X - 표절만화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by 페니웨이™,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보러가기)

마징가 시리즈라는 것을 알고 그런 것일까? 그렌다이저의 표절작 마징가 X는 공교롭게도 마징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UFO 로봇 그렌다이저 대 그레이트 마징가 (1976)


ⓒ 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카사이 오사무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 키쿠치 슌스케, 와타나베 츄메이, 사사키 이사오 (주제가)
◈ 제작: 도에이 동화, 다이나믹 프로
◈ 저작권: ⓒ 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6.03.2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TV 시리즈로 그렌다이저가 방영 중일 때 개봉한 극장판 로봇 대전 시리즈. 그렌다이저의 이야기에 그레이트 마징가가 등장하는 전개인지라 속편이라기보다는 스핀 오프에 가까운 작품이다. 지구로 침공한 베가군이 박물관에 전시된 그레이트 마징가를 이용하여 그렌다이저와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로, 전작의 주인공인 테츠야는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옆에 세워진 마징가 Z는 그냥 그대로 세워진 체로 끝난다는... 카부토, 뭐하는 것이냐!


 그렌다이저, 게타로보 G, 그레이트 마징가 · 결전! 대해수 (1976)


ⓒ 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아케히 마사유키
◈ 각본: 타카히사 스스무
◈ 작화감독: 키노 타쓰지
◈ 미술감독: 츠지 타다나오
◈ 음악: 키쿠치 슌스케, 와타나베 츄메이, 사사키 이사오 (주제가)
◈ 제작: 도에이 동화, 다이나믹 프로, 후지 TV
◈ 저작권: ⓒ 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6.07.1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마징가 시리즈의 크로스오버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 그레이트 마징가와 그렌다이저에 겟타로보까지 등장하여 극장을 찾은 어린이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특히, 각 작품의 주역 로봇 뿐만 아니라 조연급의 로봇들이 모두 등장하면서 작품 자체가 도에이 로봇 아니메의 거대한 축제 형태가 된다.

이제까지의 마징가 크로스오버 작품들이 그러하듯 서로 간의 대결이 아닌, 정체불명의 괴수에 맞서 모든 마징가 군단이 힘을 합쳐 싸운다는 내용으로 시리즈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UFO Robo Grendizer (TV), Anime News Network
[2] UFO ロボ グレンダイザー, Wikipedia Japan
[3] Grendizer,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DYNAMIC Pro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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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스탭>

◈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원작: 토미노 요시유키, 야다테 하지메
◈ 제작: 선라이즈


<서문> 

2009년에 30주년을 맞이한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이제 아니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장르 문화로 성장했습니다. 아니메, 프라모델, 게임, 코믹스, 소설 등 다방면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 기나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이 시리즈는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막대한 부가가치를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리한 시리즈 강행으로 인한 수차례의 실패, 크리에이터의 좌절, 팬들의 수많은 질책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지요. 시리즈 자체가 어떻게 보면 아니메의 한축을 지탱하는 역사이자, 작품을 창조해낸 스폰서 반다이, 제작사 선라이즈, 창조자 토미노 요시유키, 야스히코 요시카즈 등의 삶의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본 글은 이런 건담 시리즈의 전반적인 흐름을 연대기 형태로 이야기해보는 건담 연대기의 첫번째 시리즈로서, 퍼스트 건담의 등장배경(과거)과 그 전개(현재), 그리고 파급력(미래)에 대해서 글쓴이의 좁은 소견을 밝혀본 글이 되겠습니다.
 
해당 글을 쓰기에는 너무도 지식이 일천한 관계로 많은 분들의 포스팅과 웹 상의 자료를 참고로 하였으며, 이에 대해 레퍼런스 출처를 밝혔으니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해당 레퍼런스를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은 연대기 형태의 글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경어체가 아닌 반어체로 내용이 진행되오니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레이지버스의 등장과 아니메 세대의 성장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아니메는 새로운 전기를 맞기 시작한다. 마츠모토 레이지와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SF 아니메 '우주전함 야마토(1974)'로부터 시작된 레이지버스(마츠모토 레이지가 창조해낸 세계관과 그 작품을 이르는 명칭)는 '은하철도 999(1978)'에 이르러 정점을 찍으며 아니메의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키기에 이르른다. 작품 전반에 이르는 성숙해진 드라마적 전개는 아니메를 시청하던 어린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시점에 발 맞추어 그 눈높이를 충족시키면서 상상력과 모험심, 교훈과 재미를 선사하는 아동 만화영화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성숙해진 드라마 외에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전까지의 만화영화에 비해 훨씬 더 치밀해진 설정과 고증이다. 당시의 SF 아니메는 '철인 28호(1963)'를 거쳐 '마징가 Z(1972)', '콤배틀러 V(1976)'로 대표되는 슈퍼로봇 아니메(글에서는 리얼로봇 아니메와의 구분을 위해 슈퍼로봇 아니메로 부르겠음)와 '사이보그 009(1966)'를 거쳐 '갓챠맨(1972)', '캐산(1973)'으로 이어지는 히어로물(여기에는 울트라맨, 가면라이더와 같은 특촬물도 많은 영향을 서로 주고 받았다)로 크게 나뉘어지고 있었는데, 이 모두 과학적인 논리보다는 만화영화적인 관점의 접근방식으로 과학적 근거라는 것이 큰 의의를 가지지 못했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야마토에 이르러 등장한 우주함선이라는 설정은 이전의 SF 아니메가 보여주던 것에 비해 보다 더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성장한 청소년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함선 내부의 세심한 디테일, 다시 말해 함교, 조종석, 레이더 관제실, 함포실, 기관부, 의무실 등에 이르는 설정부터 함재기에 이르기까지... 비록 2차대전의 해군 전함이나 군용병기들을 모티브로 삼은 설정이었으나, 그 디테일과 실제성은 기존의 아니메와는 격을 달리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비록 은하철도 999에 이르러서는 기차가 우주를 여행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레이지버스의 등장은 확실히 기존의 아동용 만화영화보다는 한차원 높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마니아'라는 단어를 아니메에 심어놓기 시작한다. (동시기에 등장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 역시 알렉산더 케이의 '살아남은 사람들'이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훨씬 구체화되고 논리적인 미래세계와 미래 장비들을 그려냄으로써 성장한 아니메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마니아는 단순한 팬을 넘어서 좀 더 해당 장르에 열정적으로 심취한 이들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대게 연령대가 높은 이들이 갖게 되는 속성이기도 하다. 즉, 마니아가 생겼다는 것은 아니메의 시청세대가 기존의 (10세 미만) 어린이를 넘어서 10대 청소년에게까지 넓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의 세대에서야 만화영화를 감상하는 청소년층, 청장년층이 있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일은 일본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60년대 후반부터 아니메를 보고 자라 아니메에 익숙해진 아니메 세대가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니메를 시청하고 있었고, 레이지버스는 그들의 눈높이에도 맞는 드라마와 과학적 설정으로 마침내 그들을 작품의 마니아로 바꿔놓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마니아의 성장은 79년 방영을 시작하는 한편의 로봇 아니메가 화제작을 넘어 하나의 신세기를 열고, 마침내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하는 중요한 토양이 된다.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2010년에 예정된 야마토 실사 프로젝트 포스터. 아니메史에서 야마토의 위치는 SF 영화史에서 스타워즈에 비견될 만한 것으로, 이 작품을 통해 아니메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 로봇도 소년과 같이 성장하다

니메의 변화와 더불어 70년대 중반에 들어 로봇 아니메 장르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전개란 지구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악당에 맞서 정의로운 주인공과 그 동료들의 장렬한 전투를 그려낸,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단선적인 이야기 공식을 따르고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장르인 이상, 그 이상의 갈등 구조를 담아 극을 복잡하게 끌고 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에 이르러 이 공식은 조금씩 다변화되기 시작하였다.
 
'거인의 별(1968)'과 같은 스포츠 장르의 아니메에서 드라마틱한 연출을 선보였던 나가하마 타다오가 연출을 맡은 콤배틀러 V에서는 악역에게도 사연을 부연하는 좀 더 성숙해진 작품관이 도입된다. 거기에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의 메카 액션을 한단계 진보시킨 합체 변신과정과 다양한 무기들의 등장으로 마징가를 보고 자랐던 어린이들은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이 작품에서 찾아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과학적 논리에 맞지 않는 설정들이었으나 당시 이런 복잡한 무기 시스템은 실로 센세이셔널한 설정이었던 것이다. 이후 볼테스 V와 투장 다이모스로 이어지는 나가하마 감독의 소위 '낭만로봇 트릴로지'는 명실공히 로봇 아니메를 아니메 최고의 히트 장르로 올려놓기에 이른다.
 
한편, 야마토의 대성공으로 고무된 토에이는 마츠모토 레이지에게도 로봇 아니메를 의뢰하기에 이르는데(선라이즈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었을 듯 싶다.), 이렇게 하여 등장한  '혹성로봇 당가드 A(1977)'는 비록 레이지의 전작인 야마토나, 도에이의 다른 로봇 아니메에 비해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지만, 마츠모토 레이지의 스타일이 가미된 성숙하고 현실감 있는 전개(완벽한 조종술을 익히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는 주인공의 일상과 갈등이 작품의 초반 에피소드를 차지)로 이전보다 훨씬 깊어진 로봇 아니메의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
 
반면, 콤배틀러 V보다 1년 먼저 '용자 라이딘(1975)'의 연출을 맡았으나 시청률 저하로 인해 나가하마 감독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보조 감독으로 격하되었던 토미노 요시유키 역시 절치부심하여 '무적초인 점보트 3(1977)'를 연출한다. 점보트 3는 이제까지 도에이와 선라이즈의 합작으로 태어난 로봇물과는 달리 선라이즈가 독자적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로봇 아니메의 주도권이 선라이즈로 넘어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 작품은 흔히들 슈퍼로봇 아니메와 리얼로봇 아니메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작품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도무지 어린이들을 위한 로봇 아니메라고는 볼 수 없는 시리어스한 설정과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장렬한 전사로 인해 당시 팬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주인공 급의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갓챠맨 1기의 콘돌 죠,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 그리고 야마토의 오오타 함장의 죽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으례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선사하기 마련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선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죽음에 성인들도 많은 감정이입이 되는데, 어린이들은 오죽했겠는가. 그것을 토미노는 한 작품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다수의 등장인물들을 전사시켜 버리는 파격을 선보였으며, 점보트 3의 엔딩은 악당들을 모두 물리쳐 지구의 위기를 구해낸 주인공의 희열이 아닌, 동료들을 잃고 혼자서 살아남게 된 마지막 생환자의 처절한 슬픔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로봇 아니메라고 불리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일 것만 같은 작품에 사용되면서 점보트 3는 아이들로 하여금 사회와 현실, 그리고 슬픔과 아픔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충격요법과 같은 효과를 주었다. 당시의 정서, 아니 지금의 정서에서 봐도 아동 로봇물에서의 대량학살은 충격요법으로 무마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건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죽을 때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슬픔은 결단코 아니었으니까. 어찌보면 당시의 토미노는 로봇 아니메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 로봇을 조종하는 영웅으로 싸운다는 것이 반드시 멋지고 스릴있는 모험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순간, 어느덧 아이들은 성장해 있었고, 로봇 역시 성장해 가고 있었다.

ⓒ SUNRISE · SOTSU Agency

슈퍼로봇과 리얼로봇 사이의 가교 역할이자, '몰살의 토미노'의 전조를 알린 '무적초인 점보트 3'.


새로운 시도 - 병기로서의 로봇

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1978)'까지 시청률 사냥에 성공(점보트 3가 성공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충격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 사실 항의는 많았었다고 전해진다 - 토미노의 재기는 꽤 어려웠을지도 모른다.)한 토미노 요시유키는 세번째 작품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작사인 선라이즈 측과 스폰서에게 요청하게 된다. ([3] 참조) 비록, 현재에 이르러서야 마케팅과의 성공적인 융합사례로 손꼽히는 건담 시리즈이지만 초기에는 단순한 크리에이터의 창작 의지가 시초가 된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최근의 건담 시리즈와 초기 건담 시리즈의 태생적 차이점이 자리하게 된다.)
 
건담의 팬들이라면 이제야 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건담의 초기 기획단계는 로봇 아니메가 아닌 SF 우주 전쟁을 테마로 하고 있었다. 그 근간에는 후일 리얼로봇의 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우주전함 야마토의 잔상이 자리하고 있었는데([1] 참조), 제작사 측에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야마토의 선례와 이를 통해 전면에 드러난 아니메 세대, 즉 고연령층 아니메 팬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그로 인해 자연스레 야마토의 컨셉이 기획 단계에서 논의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토미노 요시유키와 선라이즈의 기획팀 야다테 하지메는 이 컨셉을 바탕으로 소설 '15소년 표류기'의 이야기 구조를 대입하여 우주 전쟁 속에서 성장하는 소년 소녀들의 모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었다. 그러나, '거대한 우주 함선에서 프리덤 파이터라는 우주 비행기를 타고 나와 외계인과 싸운다.'라는 설정이 초기 기획안으로 자리잡고 있을 무렵, 스폰서를 맡고 있던 완구업체 클로버가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스폰서로서 획득한 판권으로 상품화한 로봇 완구의 매출을 비즈니스 로드맵으로 갖고 있던 클로버에게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투자였던 것이다.
 
로봇을 등장시키고자 하는 클로버의 요구에 대응하여 토미노와 기획팀은 로버트 A. 하인리히의 SF 소설 '우주전사'에 나오는 파워드 슈츠, 즉 장갑복을 입은 병사의 컨셉을 제시하게 된다. (이를 제시한 이는 당시 스튜디오 누에 출신의 SF 작가로 후일 '더티페어'와 '크러셔 죠'를 집필하는 타카치호 하루카였다. [1] 참조) 그러나, 두번째 아이디어도 역시 클로버의 반대에 부딪히고 만다. 파워드 슈츠 역시 그들의 생각하는 로봇과는 거리가 먼 개념으로, 당시 로봇 완구 사업에 편중되어 있던 클로버의 시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파워드 슈츠와 거대 슈퍼로봇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의견 사이에서 찾아낸 타협점은 바로 모빌슈트(MS: Mobile Suit)였다. 즉, 기획팀이 제시한 현실적인 병기의 모습과, 스폰서측이 제안한 거대 로봇의 교집합으로 이제까지의 로봇에 비해 훨씬 크기가 작아진 20m가 체 되지 않는 로봇이 디자인된 것이다. 기획팀은 여기에 이르러 소형화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큰 이 로봇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설정으로 부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미노프스키 입자'라는 보이지 않는 물질이었는데, 이 입자는 레이더를 교란하여 전파병기와 전파기기의 사용을 무력화시키는 입자로 이것으로 인해 근거리에서 광학 센서와 육안에 의한 식별 전투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우주시대를 설정한 것이다.
 
☞ 우주항모와 우주전투기로 외계인과 싸우는 설정이나 파워드 슈츠와 같은 초기 기획단계의 개념은 결국, 또다른 걸작 로봇 아니메에 이르러 만개하게 된다. 후일, 기동전사 건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작이 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설정으로. (물론,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의 여부는 글쓴이의 지식 밖의 이야기이다. 다만, 건담과 마크로스 이 두 작품에 모두 스튜디오 누에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듯 싶다.)

미노프스키 입자의 설정은 건담이라 불리는 작품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 정체 불명의 입자에 대한 과학적 근거나 타당성이 아닌, 로봇 간의 전투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가 기획 단계에서 행해졌다는 것으로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 작품이 이제까지의 SF 아니메와는 달리 '왜?'라는 질문에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증거였고, 이전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건담을 구별짓는 중요한 차별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MS 디자인은 점보트 3에서부터 선라이즈의 작품에 참여하게 된 타츠노코 프로 출신의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았다. 사실, 건담의 디자인은 바로 이 점보트 3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데, 사무라이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나 라이플을 장비한 로봇이라는 개념은 점보트 3과 겹쳐지는 부분이다. 오카와라는 점보트 3에 이어 무적강인 다이탄 3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으면서 그 기량을 토미노 감독에게 인정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실제 병기에 가까운 이미지로서의 로봇 구현'이라는 토미노 감독이 준 명제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은 당시의 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카닉 디자이너'라는 전문 분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최초의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많은 후배 애니메이터들과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는 훗날의 모습을 말이다.

모빌슈트에 영감을 주었던 하인리히의 소설 우주의 전사는 97년 로보캅, 원초적 본능의 폴 버호벤 감독에 의해 SF 블록버스터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파워드 슈츠의 개념은 폴 버호벤의 영화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블리자드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해병대에서 더 근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건담 대지에 서다 - 어른들의 전쟁에 뛰어든 소년과 로봇

차례에 걸친 논의와 협의는 점점 합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우주전투기와 소년들의 전쟁 이야기를 그릴 이 작품의 가제인 '프리덤 파이터 건보이'는 모빌슈트의 등장으로 인하여 '건보이(Gunboy)+프리덤(Freedom)'의 합성인 건돔(Gundom)을 거쳐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맨담(Mendam)'의 담(dam)이 추가되어 건담(Gundam)이라는 최종 타이틀로 결정되었다. ([1], [2] 참조)
 
모빌슈트와 미노프스키 입자, 그리고 스페이스 콜로니와 같은 설정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은 등장인물들의 설정이었다. 기획단계에서 논의되었던 15소년 표류기의 컨셉은 그다지 많은 손질이 가해지지 않은 체 작품에 대입되었다. 전쟁의 한가운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어든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는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와 같이 어느 한 집단이나 국가에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 집단의 공통된 목표인 적의 타도나 정의의 수호와 같은 목적이 아닌, 우연찮게 휘말린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인공들의 삶과 성장의 이야기로 바뀐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전체적인 시점에 비해 상당히 개인적인 레벨의 시점으로 작품의 관점이 바뀌기기 시작하는 전조였는데, 패전 후 경제성장에만 매달리며 국가의 부흥이라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왔던 기성세대 일본인들에 비해 풍요해진 삶으로 인해 개성을 갖게 된 신세대들의 등장과도 맞물리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이것은 군대의 상명하복 체제와 같은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체제에 대항하는 신세대의 반항정신과 젊음이라는 테마와도 연결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생생해진 등장인물들의 이러한 심리와 갈등은 후일 이 작품이 '리얼 로봇'이라 불리게 되는데에 있어 또다른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즉, 리얼이라는 의미가 단순히 병기로서의 로봇이 등장함을 의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생생한 인간 드라마,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작품 속에 드러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가하마 감독의 낭만 로봇 3부작에서도 이미 시도되었던 상대편의 인물에게도 사연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입체적인 인물의 설정은 건담에 이르러서는 훨씬 더 진화된 모습으로 반영된다. 특히, 적국으로 설정된 지온 공국 창시자의 아들로, 아버지를 암살하고 지온 공국의 공왕이 된 데긴 자비와 그의 자식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신분을 숨긴체 공국의 에이스 파일럿으로 살아가는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미남자의 등장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악역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었다. 거기에 다양한 인물군상이 설정이 붉은 혜성이라는 하나의 인물에 국한되지 않고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많은 등장 인물들에 대입되어, 정말로 살아있는 세계와 같은 인간관계를 이끌어내게 된다. 비로소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사회가 완성된 것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이미 용자 라이딘부터 선라이즈의 작품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온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맡았다. 이러한 히스토리 덕분에 샤아의 디자인은 여러 면에서 라이딘의 프린스 샤킨과 유사한 느낌을 풍긴다. 특히, 젊은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야스히코의 전력은 기성 사회에 불만을 품은 주인공의 창조에 꽤 일조를 했다고 보이는데,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 외에도 스토리 구성이나 콘티 등에도 재능을 보이던 야스히코 였기에 건담이라는 세계와 주인공의 창조에는 토미노 감독 외에 그의 생각도 비공식적으로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고 보인다. '토미노(연출, 스토리, 콘티)-야스히코(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오카와라(메카닉 디자인)'로 구성되는 3인 체제는 건담 월드의 창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완성되자 마침내 소년이 일어설 차례가 되었다. 소년은 이제까지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주어진 드라마 속에서 좌절하고 깨달으며, 반항하고 또 적응하며 성장해 갈 것이다. 그것은 주인공인 소년 아무로 레이뿐만이 아니라 그의 라이벌인 샤아, 아무로의 동료들인 전함 화이트베이스의 승무원들, 그리고 아무로가 탑승하게 되는, 이제 막 로봇사에 첫발을 내디딘 건담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79년 4월 7일, 건담은 마침내 대지에 서게 된다.

('기동전사 건담(1부) - 건담, 대지에 서다' 끝. 2부에 계속)

ⓒ SUNRISE · SOTSU Agency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Gundam, Wikipedia
[3] 기동전사 건담(機動?士ガンダム) 1981-1982,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SOTSU Agenc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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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NES / STRANGERS 2007


<스탭>

◈ 감독: 안도 마사히로
◈ 원작: 본즈
◈ 제작: 본즈


<시놉시스> 

승려인 쇼안과 함께 명나라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고아 소년 코타로. 의지할 데라곤 명나라에서 자신을 거두어준 승려 쇼안과 애견 토비마루 밖에 없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코타로는 명나라에서부터 계속 정체불명의 무리들에게 쫓기게 되고 가까스로 탈출한 쇼안과 코타로는 만각사에서 만나자는 말과 함께 난리통에 헤어지고 만다.

한편, 정체불명의 일행들이 전란의 일본 중 지방의 소국인 이카이케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일본인 안내자들의 인도를 받는 그들은 대부분 중국인들로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무예를 지닌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무리의 산적들이 이 일행을 습격하지만 벽안의 검사 한 명에게 모두 처참하게 도륙되고 만다. 명나라 황제의 밀명을 받은 이들은 과연 이곳을 무슨 목적으로 방문한 것일까.

쇼안과 헤어져 만각사로 향하는 힘든 여정에 들어선 코타로는 이카이케 지방의 폐허가 된 절에서 숨어지내던 도중 한 떠돌이 무사와 만나게 된다. 그를 경계하는 코타로, 하지만 충견 토비마루는 그에게 경계심을 들어내기는 커녕 자신의 생선을 그에게 나눠주려 한다. 어색한 식사가 시작될 무렵, 갑작스레 영주의 군사들이 코타로를 습격하는데...


움직이는 그림의 장점을 십분 살린 하드 액션물

한칼에 생명을 거는 승부를 펼치는 사무라이 액션은 현란한 손기술과 발기술을 선보이는 중국의 무협과는 다르게 찰나에 승부가 정해지는 긴박함과 강렬한 스피드가 특징인 무협장르입니다. 영화와 드라마, 만화영화로 일본에서 숱하게 사용된 이 인기장르를 이번에는 장인정신으로 투철한 아니메 제작사 본즈에서 도전하게 되었는데요. 카우보이 비밥에서 스파이크가 보여준 부드러운 절권도 액션과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엘릭형제가 선보인 날랜 액션이 이번에는 사무라이와 중국무사들의 처절한 액션으로 변주되었습니다. 움직이는 역동적인 샷의 연출에 있어서 그동안 높은 완성도를 보여왔던 본즈의 작화진은 확실히 액션물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믿음직스러운 느낌입니다.

근래의 아니메들은 대부분 이쁘고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져 보기에는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움직임이 많은 컷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빈약해진 움직임을 커버하기 위해 다른 화면 효과나 뱅크샷을 부여하는 스타일이 많아진 편입니다. 이러한 작화 스타일은 이쁘장한 캐릭터 디자인과 함께 상당한 공을 들인 작화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좋은 평가를 주기가 그렇습니다. CG라도 쓰지 않는 이상에야 동화(움직이는 그림) 컷을 잘 사용하는 작품에 비하여 다이나믹한 씬의 구현도 완성도가 떨어지구요.

예전에 리미티드 아니메들이 풀 애니메이션에 비해 부족한 프레임 수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퀄리티, 또는 부자연스런 움직임을 보였던 것처럼, 요즈음의 아니메들은 발달된 CG 기술과 이쁘장하고 깔끔한 그림체로 얼핏 보기에는 퀄리티가 높은 듯 싶지만, 이전의 리미티드 기법을 십분 활용한 아니메들이 보여줬던 다이나믹함이나 역동적인 화면구성에 있어서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작품의 소재가 학원 로맨스물 등에 편중되어 있는 장르적 한계에도 원인이 있긴 합니다만.)

이런 면에 이 작품 스트레인저는 아니메로 보여줄 수 있는 다이나믹한 화면구성과 움직임을 멋지게 살린 액션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BONES / STRANGERS 2007



쾌속의 액션, 검과 검이 부딪히는 BONES의 액션 집대성

앞서도 말했듯이 이 작품은 본즈의 스탭진들이 이전작에서 선보였던 완성도 높은 액션 연출을 십분 살린 작품입니다. 감독을 맡았던 안도 마사히로가 모 인터뷰에서 소회한 바와 같이 작품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본즈의 스탭진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작화감독인 이토 요시유키의 경우에는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의 어시스턴트 작화감독이나 강철의 연금술사의 작화감독 등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액션 시퀀스나 장면 연출에서 앞의 두 작품과의 유사성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에는 애초에 프로듀서였던 미나미 마사히코나 감독인 안노 마사히로 등이 처음부터 칼싸움이라는 소재를 아니메에서 한 번 멋지게 재현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출발한 작품이었기에 액션의 묘사는 근래의 작품들 중에서도 발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출진의 의도를 이미 여러 작품에서 멋진 액션씬을 구현해 낸 본즈의 스탭진들이 훌륭하게 구현해냈구요. 한국판 DVD 북클릿에 포함된 액션원화집에는 이들의 멋진 액션 작화가 만들어지는 흔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움직임이 많은 액션작품이지만, 풀애니메이션이 아닌 리미티드 아니메의 특성을 십분 살린 작품입니다. 순식간에 결판이 나는 쾌속의 검투장면은 유려하고 부드러운 풀 프레임의 만화영화보다는 스피드함이 살아나는 리미티드 아니메 기법이 더 어울리는 것 같네요. 특히, 완급을 조절하면서 빠른 움직임과 정지 컷을 번갈아 배치하면서 적절하고 멋진 템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흩날리는 빗발이나 휘몰아치는 눈보라는 찰나에 승부가 결정되는 긴박하고 속도감 넘치는 칼싸움에서 멋진 소품으로서 작용하고 있구요. 검에 깊게 베여 피가 흩뿌려지는 씬 또한 강렬한 칼싸움의 여운을 화면 가득 진하게 베이게 합니다. 모든 배경과 소품이 마치 한몸이듯이 액션장면으로 승화되는 것 같군요.

흔히들 그렇듯 이러한 액션작품에서 주인공은 다수의 실력자들과 맞딱들이게 됩니다. 그것은 이번 스트레인저에서도 예외는 아니지요. 명나라에서 온 아홉명의 무사들이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나나시가 맞서게 되는 최강의 실력자들입니다. 뻔하면서도 항상 긴장감을 갖게 하는 이 설정은 이번 작품에 이르러 몇가지 설정에 의해 긴장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다시는 검을 뽑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과, 이들에게 잡혀간 또다른 주인공인 어린 소년 코타로는 당장 이들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해져 있다는 것,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제약들은 주인공을 옥죄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립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최강의 실력자들과 맞서 나나시는 코타로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작품은 이러한 테마 속에서 검과 검이 부딛히는 사나이들의 쾌속의 액션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게 됩니다.

ⓒ BONES / STRANGERS 2007



스토리는 그저 거들 뿐. 액션물에 최적화된 단순한 스토리

사실, 이 작품의 기획의도 자체가 칼싸움이라는 소재를 아니메로 멋지게 표현해보자는 것이었던 것 만큼, 작품의 내용적 깊이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쫓기는 소년을 구해주고 그의 경호원이 되는 과거를 숨긴 사무라이와 명나라에서 넘어온 정체불명의 무인들, 그리고 그들에게서 무언가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지방영주와 그들의 부하는 상당히 전형적이고 단순하면서도 뻔한 구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감독 자신이 B급이라고 밝힌 이 작품은 이런 단순한 구도를 액션이라는 장르에 최적화된 스토리텔링으로 승화시킵니다. 액션에 최적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의 부실함을 드러내며 낮은 완성도를 보여준 영화나 아니메들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확실히 그런 면에서 그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지요. 

영화로서는 시덥지 않은 각본이 아니메로 이식되면 종종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 적이 있기도 한데요. 그것이 만화영화 특유의 판타지적인 연출이나 신기의 작화기술에 근거했음을 비춰볼 때, CG로 무장된 근래의 영화와 만화영화의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와는 별개로 이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아니메로 구현되든, 영화로 구현되든 액션연출의 완성도만 갖춰진다면 무난하게 전개될 구조이기도 하죠.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이야기는 영화든 만화영화든 간에 큰 임팩트를 주기보다는 '괜찮네' 정도의 평범한 호응을 이끌어낼만한 작품이라는 소리일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그 정도의 호응을 주었다고 볼 수 있구요.

그러나, 평범한 이야기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소년과 충견, 그리고 소년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뽑지 않았던 칼을 뽑고 실력자들과 맞서는 한 사나이이의 우정어린 이야기는 담백한 맛이 있습니다. 별 깊이는 없지만, 드라마틱함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군요. 이러한 느낌은 야무지고 버릇 없지만 외로운 소년의 연기를 무난히 해낸 신예 치넨 유리와 조용하고 과묵한 사무라이의 연기를 잘 소화해낸 아이돌 가수 출신 겸 배우인 나가세 토모야 덕에 잘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명나라 무사들의 경우에도 중국어를 직접 구사하면서 좀 더 현실감이 느껴졌구요. 특히, 엄청난 실력을 가진 벽안의 무사 라로우를 연기한 야마데라 코이치의 경우에는 직접 중국어를 배워 대사를 연기하는 열성을 보여주며, 이야기에 많은 생명력을 부여해주고 있습니다.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몹시 빈약한 이 작품에서 영주의 딸인 공주로 잠깐 출연하는 성우는 사카마토 마야가 맡았군요. 안타깝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담겨진 노래를 들어볼 수는 없습니다.

ⓒ BONES / STRANGERS 2007



웰메이드 B급 액션물, 본즈가 만들면 다르다

보통 유명하지 않은 배우와 저예산의 제작비로 제작되는 메이저 영화가 아닌 소규모, 혹은 독립제작사들의 영화를 B급이라고 일컫고 있습니다. 본즈라는 제작사의 네임밸류와 캐스팅 등을 살펴볼 때 만화영화로서 이 작품을 B급이라고 불러야할지는 의문이 들기도 하네요. B급이라 불리기에는 여기저기에서 높은 완성도와 함께 능숙한 모습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물론 작화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톱클래스의 퀄리티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조금 힘을 빼고 만든 듯한 느낌도 들구요.

하지만, 과거 사무라이 액션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영상미학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린 타로 감독의 85년작 카무이의 검이나 그의 제자로 사무라이 액션을 자신만의 미학적 스타일로 승화시킨 하드코어의 대가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의 93년작 수병위인풍첩이 갖고 있는 네임밸류 정도는 얻지 못하고 있는 작품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높은 완성도이지만, 명작이라고 불리기에는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 모습은 부족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웰메이드 B급이라고 한다면 괜찮을까요.

하지만, 근래처럼 CG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니메 제작현실에서 2D와 수작업을 통해 멋진 영상을 보여준 점에서 스트레인저가 가진 의의는 남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애니메이션의 기본을 지키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은 작품이라고 하고 싶군요. 다만, 모쪼록 이런 작품들의 계속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이 지속되기를 희망해 보기도 합니다. 본즈의 작품들이 줄줄이 시청률 잡기나 극장흥행에 성공적이지 못한 모습이나, 그와 비슷한 작품 성향을 추구하는 제작사들이 고전하는 모습은 아니메 팬으로서는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 BONES / STRANGERS 2007



<참고 사이트 및 자료>

[1] ストレンヂア 無皇刃譚, Wikipedia Japan
[2] 『ストレンヂア』安藤真裕監督インタビュー第1回 あんなぷるは野武士の集団に見えた, WEB アニメスタイル
[3] 한국판 DVD 커멘터리
[4] 한국판 DVD 북클릿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BONES/ストレンヂア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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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버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우주전함 야마토 (1974), 宇宙戦艦ヤマト / Space Battleship Yamato


ⓒ 1974 東北新社

<정보>

◈ 원작: 니시자키 요시노부,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 연출: 이시구로 노보루
◈ 구성: 니시자키 요시노부, 마츠다 토시오, 야마모토 에이치
◈ SF 설정: 도요타 아리츠네
◈ 스토리보드: 야스히코 요시카즈, 토미노 요시유키 (4화 스토리보드만 참여)
◈ 캐릭터 디자인: 오카사코 츠네히로
◈ 작화감독: 아시다 토오요, 고이즈미 겐조 外
◈ 음악/주제가: 미야가와 히로시 / 사사키 이사오
◈ 기획: 니시자키 요시노부
◈ 제작: 오피스 아카데미, 요미우리 TV
◈ 저작권: ⓒ 1974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4.10.06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서기 2199년 지구는 외계침공군인 가미라스 제국의 공격을 받았다. 명왕성에 전진기지를 설치하고 유성 미사일로 지구에 무차별 공격을 시작한 가미라스 군. 유성 미사일의 공격으로 지상은 초토화되고 방사능으로 인해 지구의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기에 이른다. 살아남은 지구인들은 지하에 도시를 건설하여 가미라스 군에 맞서지만, 압도적인 과학력을 가진 가미라스 제국의 힘 앞에 패퇴를 거듭한다.

마지막 지구방위 함대가 가미라스 군에 전멸되던 즈음, 정체불명의 외계 우주선이 화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불시착한 우주선에는 통신캡슐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가미라스 군에게 멸망 당한 이스칸달 행성의 지도자 스타샤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스타샤는 지구의 자연을 되돌릴 수 있는 방사능 제거장치 코스모 클리너 D를 받기 위해 지구인들이 이스칸달로 올 것을 부탁하며, 이스칸달까지 항해가 가능한 파동엔진 장치의 설계도면을 캡슐에 실어보낸다. 

이스칸달 행성과 지구와의 거리는 14만 8천광년, 지구의 자연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시간은 앞으로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1년 안에 코스모 클리너 D를 전달받아 지구로 돌아와야만 한다. 지구군은 극비리에 제조중이던 우주전함 야마토에 파동엔진을 탑재하고 선발된 요원들에게 지구를 살리기 위한 이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게 된다.

이스칸달 별과 지구의 사이에는 수많은 가미라스의 함대들이 포진하고 있을 것이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실은 야마토는 과연 가미라스군의 추격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5] 참조)


<소개>

아니메의 1세대 붐을 일으키며, 아동용으로만 머물러 있던 아니메의 시청층을 10대 후반의 청소년층에게까지 확대시킨 일본 아니메의 기념비적인 작품.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아니메라는 용어와 1세대 마니아들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훗날 일본의 아니메를 책임지는 애니메이터들로 성장하게 된다.

프로듀서 출신의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주도로 탄생된 이 작품은, 기획단계에서는 메이저 제작사들의 외면을 받은 관계로 난항을 겪지만, 니시나키 요시노부가 독자적으로 제작사를 구축하고, 각 분야의 인재를 끌어모으며 어렵사리 제작을 시작하게 된다. 제작 단계에서 당시 신예 만화가였던 마츠모토 레이지가 참여하게 되고, 후일 '기동전사 건담(1979)'의 캐릭터 디자이너를 맡게 되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콘티를,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감독인 이시구로 노보루가 참여하는 등, 후일 레전드급으로 성장하는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한다.

첫방송은 요미우리 TV를 통하여 방송되었으나, 후지 TV의 히트작 '알프소 소녀 하이디(1974)' 등 강력한 경쟁작으로 인해 첫방영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재방송을 통해 작품의 평가는 달라지게 된다. 재방송의 호조는 전국채널로 이어지게 되면서 많은 팬들을 양산해내게 되고, 77년에 제작된 총집편 극장판은 일본 영화계 사상 최초로 영화관람을 위해 철야를 하면서 줄을 선 팬들의 모습으로 인해 일본 사회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된다. ([1], [5] 참조)

전후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막 성장을 시작하던 당시의 일본에 있어서 제국주의 시절의 잔재인 전함 야마토를 우주전함으로 변모시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은,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던 당시의 일본 청소년들에게 어필했으며, 동시에 과거의 패배의식을 미래의 긍정적인 희망으로 승화화는 측면에서 주효했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아니메의 수준을 한차원 높인 SF 설정과, 높아진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맞춘 드라마적 전개는 어려서 아니메를 보고 자라온 십대들의 입맛에 맞는 모습이었다.

이전까지의 일본 아니메의 개념을 뒤엎으며 기동전사 건담과 같은 작품이 태어나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준 작품으로도 평가 받고 있으며, (실제 건담의 기획단계에서 컨셉은 야마토 스타일을 참고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전히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터들이 손가락에 꼽는 작품으로 일본 만화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작품이기도 하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일본 아니메의 써드 임팩트라고 할 때, 기동전사 건담이 세컨드 임팩트, 야마토가 퍼스트 임팩트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적 성향의 니시자키 요시노부, 그리고 SF 설정에 관여한 작가 도요타 아리츠네 등에 의해 야마토라는 주요 소재 외에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과거 군국주의의 향수나 미화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70년대 후반 한국에서 우주전함 V호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면서, 당시 한국의 아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으나 그 정체를 알고 난 뒤 많은 충격을 받기도 했던 작품으로, (글쓴 이도 그중 하나) 어찌보면 한국의 1세대 아니메 팬들에게 있어서도 여러모로 애증이 얽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전함 야마토 (1977)


ⓒ 1977 東北新社

<정보>

◈ 감독: 마츠다 토시오
◈ 각본: 야마모토 에이치, 후지카와 케이스케
◈ 미술/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총작화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작화감독: 아시다 토오요 外
◈ 음악/주제가: 미야가와 히로시 / 사사키 이사오
◈ 기획/원안: 니시자키 요시노부
◈ 제작: 오피스 아카데미
◈ 저작권: ⓒ 1977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7.08.06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의 일부 에피소드를 모아 새로이 편집한 극장판 아니메. 위에서 전술한 것처럼 관람을 위해 밤을 세워 줄을 서는 관객들이 생겨나면서 1세대 아니메 붐의 신호탄을 알린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 영화사상 전무했던 일이라고 하며,([5] 참조) 이는 1년 뒤의 두번째 극장판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게 된다. 후일 아니메 신세기 선언을 알리는 기동전사 건담의 극장판 개봉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데자뷰가 보여졌으며, 야마토로부터 약 20여년 뒤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이 세 작품 모두가 아니메의 역사적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는 공통점과 함께, 토미노 요시유키, 야스히코 요시카즈를 자신의 작품에 기용했던 니시자키 요시노부, 그리고 야마토와 건담을 동경하여 애니메이터에 길에 들어선 안노 히데아키, 토미노 감독과 갈등을 빚었던 안노 감독의 관계와 같이 여러가지 인과관계에 얽혀있는 점은 흥미롭다.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야마토 기획안이 흥행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거부했던 도에이 동화는 당시 소수의 개봉관으로 개봉했던 이 극장판의 파급력에 화들짝 놀라 서둘러 자신들의 배급망으로 전국에 상영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약 9억엔의 배급 수입을 거둬들이게 된다. ([5] 참조)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 (1978) 


ⓒ 1978 東北新社

<정보>

◈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마츠다 토시오
◈ 각본: 야마모토 에이치, 후지카와 케이스케
◈ 미술/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총 작화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 테크니컬 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작화감독: 아시다 토오요, 아라키 신고 外
◈ 주요 애니메이터: 야스히코 요시카즈, 카나다 요시노리, 히메노 미치
◈ 공동 디자인: 스튜디오 누에
◈ 음악/주제가: 미야가와 히로시 / 사사키 이사오
◈ 기획/원안: 니시자키 요시노부
◈ 제작: 오피스 아카데미, 도에이 동화 (제작협력)
◈ 저작권: ⓒ 1978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8.08.05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전국적인 배급망을 갖춘 도에이 동화가 제작에 가세하면서 야마토의 인기는 더더욱 확산된다. 이번 극장판에는 카츠마타 토모하루 (마징가 Z 감독), 이시구로 노보루(초시공요새 마크로스 감독)가 합세하여 마츠모토 레이지의 뒤를 받쳐주고, 아시다 토요오(북두의 권 감독), 아라키 신고(베르사이유이 장미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기동전사 건담 작화감독), 카나다 요시노리(스페셜 애니메이터. 카나다 버스라는 작화기술의 창시자), 히메노 미치(세인트 세이야 캐릭터 디자인) 등 당대의 핵심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한 무게감 있는 애니메이터의 진용을 보여주고 있다.

가미라스 제국의 멸망 이후, 새로이 등장한 백색혜성 제국에 맞서 이제는 구식이 된 전함 야마토를 이끌고 외로이 맞서 싸우는 야마토와 승무원들의 모습은 비장함이 넘쳐 흐른다. 지금 보면 다소 신파적이고 구시대적인 내러티브지만, 당시에 있어서는 정말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팬들을 자극하며, 기록적인 흥행을 일구어내게 된다. 야마토가 보여준 비장미와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 등은 일본의 옛 사무라이 정신을 떠올리게 하며, 가미가제 특공과 같은 군국주의적 향취가 물씬 풍겨나는 작품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겠다. 한편, 전편에 등장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데스라 총통의 특별출연 등 야마토의 팬들에게는 여러모로 인상적인 작품인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성향과 별개로 작품의 완성도는 분명 일본 아니메 역사의 한획을 장식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관객 400만명, 흥행수입 43억엔, 배급수익 21.2억엔이라는 숫자는 당시 전세계적으로 히트했던 조지 루카스의 대작 스타워즈의 일본내 배급수익(43억엔)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일본산 영화들을 모두 누르고 달성한 이례적인 흥행기록이었다. 야마토가 세운 배급수익은 후일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녀배달부 키키(1989)'가 21.7억엔을 기록할 때까지 11년 동안 깨지지 않았으며, 동원관객은 '도라에몽, 노비타의 일본탄생(1989)'이 420만명이라는 기록을 세울 때까지 11년 동안 깨지지 않은 기록이 되었다. ([6] 참조) 당시 일본에서 개봉되었던 스타워즈와 함께 일본 SF의 붐을 일으킨 중요한 작품이다.


 우주전함 야마토 2 (1978)


ⓒ 1978 東北新社

<정보>

◈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 원안: 니시자키 요시노부, 마츠다 토시오, 마츠모토 레이지
◈ 애니메이션 디렉터: 이시구로 노보루
◈ 총작화감독: 고이즈미 겐조
◈ 설정협력: 이타바시 카즈미
◈ 공동 디자인: 스튜디오 누에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 기획: 니시자키 요시노부
◈ 제작: 아카데미 프로덕션, 요미우리 TV (방송)
◈ 저작권: ⓒ 1978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8.10.14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극장판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1978)'에서 많은 주조연급들이 줄줄이 사망하면서 끝을 맺었던 야마토는 이번 TV 시리즈에서는 멀쩡히 살아있는 체로 다시 등장한다. 일설에는 마츠모토 레이지가 극장판의 결말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하는데([10] 참조), 결과적으로 이 작품에 의해 극장판은 스핀오프 형태의 작품이 되어버리게 된다. 후일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과 그 세계관을 총칭하는 레이지버스의 경우에도 이런 식으로 극장판과 TV 시리즈, 전작과 후속편간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이미 야마토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극장판에서 대적했던 백색혜성 제국과 싸움을 TV 시리즈의 줄거리로 삼고 있다.


 우주전함 야마토, 새로운 여행 (1979)


ⓒ 1979 東北新社

<정보>

◈ 제작 총지휘/총감독: 니시자키 요시노부
◈ 총 구성/총 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감수: 마츠다 토시오
◈ SF 원안: 도요타 아리츠네
◈ 각본: 야마모토 히데아키
◈ 스토리보드: 야스히코 요시카즈
◈ 테크니컬 디렉터: 이시구로 노보루
◈ 총작화감독: 고이즈미 겐조
◈ 메카닉 설정: 나카무라 미츠키, 이타바시 카즈미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 제작: 아카데미 프로덕션, 후지 TV (방송)
◈ 저작권: ⓒ 1979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79.07.31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T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TV 시리즈인 우주전함 야마토 2의 후속으로 제작된 TV 스페셜. 요미우리 TV가 아닌 후지 TV 계열의 전파를 타고 방송되었다. 새로운 적인 암흑성단 제국과의 사투를 그리고 있으며, 전편의 숙적이었던 데스라 총통이 야마토 대원들의 동료로 같이 싸우게 된다. 81년에는 극장에서 개봉되기도 하였다. ([12] 참조)


 야마토여 영원히 (1980)


ⓒ 1980 東北新社

<정보>

◈ 감독/총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제작 총지휘: 니시자키 요시노부
◈ 감독: 마츠다 토시오
◈ 각본: 야마모토 히데아키 外
◈ 치프 디렉터: 카츠마타 토모하루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우다가와 카즈히코
◈ 메카닉 디자인: 츠지 타다나오, 이타바시 카즈미
◈ 음악/주제가: 미야가와 히로시 / 사사키 이사오
◈ 제작: 아카데미 프로덕션,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1980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80.08.02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우주전함 야마토의 세번째 극장판. TV 시리즈 3기인 우주전함 야마토 III의 재편집판으로, '야마토여 영원하라'라는 제목은 TV 시리즈의 홀수화에 사용된 엔딩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2], [7] 참조)  우주전함 야마토, 새로운 여행에 등장했던 암흑성단 제국과의 전투를 그리고 있다. 시리즈에서 단골 카메오(?)로 출연하던 데스라 총통이 처음으로 출연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초반부에는 기존의 비스타비젼 화면비율(1:1.85)로 상영되다가 야마토가 이중 은하로 빠져드는 순간부터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율(1:2.35)로 바뀌면서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효과를 '워프 디멘젼' 방식이라 불렀다고 한다. ([2], [7] 참조)


 우주전함 야마토 III (1980)


ⓒ 1980 東北新社

<정보>

◈ 기획/제작/총지휘: 니시자키 요시노부
◈ 감독/총 설정: 마츠모토 레이지
◈ 감독: 야마모토 에이치
◈ SF 설정협력: 도요타 아리츠네 外
◈ 총작화감독: 고이즈미 겐조
◈ 메카닉 디자인: 이타바시 카즈미, 서브마린
◈ 주요 애니메이터: 카나다 요시노리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 제작: 아카데미 프로덕션, 후지 TV (방송)
◈ 저작권: ⓒ 1980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80.10.11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TVA (25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우주전함 야마토의 세번째 정식 TV 시리즈이자 마지막 TV 시리즈. 볼라연합과 갈만제국과의 전쟁 중, 태양으로 행성파괴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태양계 전체가 붕괴의 위험에 처하자, 야마토가 지구인이 살 수 있는 새로운 별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 4쿨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시청률 부진으로 인해 25화를 끝으로 종영된다.


 우주전함 야마토 완결편 (1983)


ⓒ 1983 東北新社

<정보>

◈ 기획/제작/총지휘: 니시자키 요시노부
◈ 감독: 니시자키 요시노부, 카츠마타 토모하루
◈ 원안/설정/감수: 마츠모토 레이지
◈ 총감수: 마츠다 토시오
◈ 각본: 니시자키 요시노부, 마츠다 토시오, 야마모토 에이치, 야마모토 히데아키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우다가와 카즈히코
◈ 메카닉 디자인: 츠지 타다나오, 이즈부치 유타카
◈ 주요 애니메이터: 고이즈미 겐조, 야스히코 요시카즈, 츠노다 코이치, 카나다 요시노리, 코가와 토모노리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하네다 켄타로
◈ 제작: 도에이 동화, 웨스트케이프 Corporation
◈ 저작권: ⓒ 1983 東北新社
◈ 방영일자: 1983.03.19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시리즈의 완결을 표방한 극장판. TV 시리즈 3기의 시작연대가 2205년인 것에 비하여 이번 극장판은 2203년으로 설정되어 역시 전작과의 설정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후일, 시리즈의 연계를 위해 TV 시리즈 3기의 연대는 2203년으로 고쳐지게 된다. 원 시리즈에서 야마토의 함장을 맡아 장렬히 전사했던 오키타 함장이 뇌사상태에서 다시 살아 돌아와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조금 억지스런 이 설정은 일부 팬들에게 원성을 듣기도 한다.)

완결편이라고는 하지만 85년부터 시작될 '야마토 부활 3개년 계획'이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니시자키 요시노부에 의해 추진중이었다. 하지만, 이 3부작은 완결편보다 앞의 시간을 다룬 이야기인지라, 완결편이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야마토 이야기 상의 완결을 의미하는 것이긴 했다. 

그러나,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이 원대한 계획은 시작도 되기 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캅셀님의 포스트([3])를 참고하시길.

☞ 우주전햠 야마토 - 완결편(宇宙戦艦ヤマト・完結編)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보러가기)


 YAMATO 2520 (1994)


<정보>

◈ 기획/제작/총지휘: 니시자키 요시노부
◈ 감독: 니시자키 요시노부, 카게야마 시게노리
◈ 감수: 마츠다 토시오
◈ 각본: 니시자키 요시노부, 야마모토 에이치, 히라노 야스시
◈ 스토리보드: 마에다 마히로, 카게야마 시게노리
◈ 퓨쳐컨셉 디자인: 시드 미드
◈ 캐릭터 디자인: 쿠부오카 토시유키, 키타즈메 히로유키 外
◈ 메카닉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 타케우치 아츠시,
◈ 음악: 하네다 켄타로
◈ 제작: 스튜디오 테이크오프, 스튜디오 야마토
◈ 방영일자: 1994.11.21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캅셀님의 포스트 [3]에서의 이야기대로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제작 컨소시엄의 도산으로 물거품이 되었던 야마토 프로젝트는 완결편으로부터 11년 뒤 다시 재개되었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로, 블레이드 런너, 스타트렉, 에일리언 등에 참여했던 시드미드가 퓨처 컨셉 디자인으로,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과 역습의 샤아로 80년대를 풍미했던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참여하며, 전작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바뀐 스탭과 함께 시대설정 역시 300년 뒤인 2520년으로, 등장인물도 모두 새로운 인물들로 설정되었다. 역습의 샤아 이후 오랫동안 부진의 터널을 걷고 있던 기타즈메 히로유키의 간만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았으나, 역시 [3]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자금란과 비디오 매상부진으로 결국 완결을 보지 못하고 3부에서 멈추게 된다. 제작 스튜디오는 97년 파산하게 된다.


 우주전함 야마토 부활편 (2009)


ⓒ 2009 ヤマトスタジオ/「宇宙戦艦ヤマト 復活篇」製作委員会

<정보>

◈ 기획/제작/총지휘/감독: 니시자키 요시노부
◈ 원안: 이시하라 신타로
◈ 각본: 니시자키 요시노부, 이시하라 불, 토미오카 아츠히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코가와 토모노리
◈ 메카닉 디자인: 코바야시 마코토
◈ 메카닉 작화: 하바라 노부요시
◈ 음악: 미야가와 히로시, 하네다 켄타로
◈ 제작: 야마토 스튜디오
◈ 저작권: ⓒ 2009 ヤマトスタジオ/「宇宙戦艦ヤマト 復活篇」製作委員会
◈ 방영일자: 2009.12.12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긴 옥중생활과 마츠모토 레이지와의 길고 긴 저작권 분쟁 등으로, 바람잘날 없던 니시자키 요시노부는 마침내 2008년 7월 31일 부활편의 제작을 공식발표하게 된다. 마츠모토 레이지와 사실상 갈라진 이상, 이번 시리즈 역시 이전의 OVA에 이어 새로운 캐릭터 디자이너가 등장하게 된다. 놀랍게도 캐릭터 디자인은 코가와 토모노리인데, 80년대 야스히코 요시카즈와 함께 선라이즈의 작화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던 그는 야마토 완결편에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OVA 야마토 2520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기타즈메 히로유키의 스승이기도 하다.

코가와 토모노리라는 거장의 참여 외에 신기술인 CG를 사용한 메카닉 연출은 이번 작품의 백미일 듯 싶다. 저명한 정치가(작가 겸 영화감독, 배우출신. 망언제조기로 한국에서는 더 유명) 출신의 이시하라 신타로가 각본을 맡은 것도 큰 화제 중 하나. 하지만, 마츠모토 레이지라는 야마토의 한축을 잃어버린 이번 작품의 캐릭터 디자인은 분명 올드 팬들과 레이지버스의 팬들에게는 그닥 어필하지 못한 듯 싶다.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외향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전개나 연출에 있어서도 확실히 신규 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했던 듯 흥행에는 참패하게 된다. 레이지버스의 다른 작품들이 2000년대에 들어와서 모두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Space Battleship 야마토 (2010)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 야마자키 타카시
◈ 각본: 사토 시마코
◈ 음악: 사토 나오키
◈ 캐스트: 키무라 다쿠야, 쿠로키 메이사, 야마자키 츠토무 外
◈ 제작: TBS Production Company
◈ 저작권: ⓒ 2010 SPACE BATTLESHIP ヤマト製作委員会
◈ 일자: 2010.12.01


<소개>

야마토 실사판의 계획은 TBS가 세우고,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동의하에 2009년 10월 3일 공식 제작발표를 했다. 쥬브나일로 유명한 야마자키 타카시가 감독을 맡고 SMAP의 키무라 타쿠야가 주인공 고다이 스스무를 맡아 열연한다. 고다이의 연인인 유키 모리의 경우에는 에리카 사와지리가 물망에 올랐으나, 메이사 쿠로키로 나중에 대체되었다. 메이사 쿠로키는 극장 아니메 벡실의 여주인공 목소리를 맡은 적도 있으며,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2009년 실사영화 어썰트 걸에 출연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CG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아시아 권에서는 탑 클래스의 수준이며 북미의 영화들과 비교해서도 어느정도 경쟁력을 확보한 듯. 단, 꽤 훌륭한 CG에 비해 함선 내부의 세트 디자인은 기대 이하의 수준으로, 실사영화보다는 TV 시리즈나 특촬물의 그것보다 좀 나은 정도에 그친다. 스토리는 원작의 스토리를 압축하여 각색하였는데, 전개상 큰 무리가 없긴 하지만, 과도한 비장미와 납득하기 어려운 감정적 신파로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한마디로 글로벌한 감성에는 크게 모자른 일본인만을 위한 SF 영화가 아닐까나. 그런 면에서는 중화주의로 가득한 중국 본토의 무술영화들이나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2011)' 같은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할만 하다.

야마토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오키타 함장보다는 키무라 타쿠야 원톱 주연의 영화로 그려지면서 다소 호흡이 안좋다. 키무라 타쿠야의 스타일을 야마토에 맞추던지 야마토를 키무라 스타일에 맞춰 세련되게 바꾸던지 해야했는데, 이야기는 옛스럽고 주인공은 너무 스타일리쉬하니 궁합이 그리 좋지 않은 듯. 단, 일본에서의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우주전함 야마토 2199 (2012)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정보>

◈ 총감독/시리즈 구성: 이즈부치 유타카
◈ 연출/스토리보드: 에노모토 아키히로, 히구치 신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유키 노부테루
◈ 메카닉 디자인: 야마네 키미토시, 이즈부치 유타카
◈ 3D 연출: 이마니시 타카시
◈ 음악/노래: 미야가와 아키라 / 사사키 이사오
◈ 제작: XEBEC, AIC
◈ 저작권: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 일자: 2012.04.07 (극장판 1부), 2012.06.30 (극장판 2부) / 2013.?.?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3부), TV 시리즈(2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 신세대 우주전함 야마토 2199, 극장 아니메로 새출발 (바로가기)


<참고 사이트>

[1] 우주전함 야마토(宇宙戦艦ヤマト) 1977 1978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2] 야마토여 영원히(ヤマトよ永遠に) 1980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3] 우주전햠 야마토 - 완결편(宇宙戦艦ヤマト・完結編)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4] Star Blazers: The Quest for Iscandar (TV). Anime News Network
[5] 宇宙戦艦ヤマト, Wikipedia Japan
[6] さらば宇宙戦艦ヤマト愛の戦士たち, Wikipedia Japan
[7] ヤマトよ永遠に, Wikipedia Japan
[8] 宇宙戦艦ヤマト完結編, Wikipedia Japan
[9] 宇宙戦艦ヤマト復活篇, Wikipedia Japan
[10] 宇宙戦艦ヤマト2, Wikipedia Japan
[11] 宇宙戦艦ヤマトIII, Wikipedia Japan
[12] 宇宙戦艦ヤマト新たなる旅立ち, Wikipedia Japan
[13] YAMATO2520, Wikipedia Japan
[14] Space Battleship Yamato, Wikipedia
[15] 宇宙戦艦ヤマト2199,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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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스탭>

◈ 감독: 호소다 마모루
◈ 원작: 쯔쯔이 야스타카의 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제작: 매드하우스


<시놉시스> 

고등학교 2학년의 명랑 여학생 콘노 마코토. 같은 반의 남학생 츠다 코스케, 마미야 치아키는 같이 야구를 즐기는 절친한 친구들이다. 두 명의 남자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고교생활을 보내는 그녀의 오늘 일진은 사고와 이변의 연속이다. 지친 마음으로 쪽지시험지를 선생님의 책상에 갖다놓으러 과학실을 들린 마코토, 칠판에 누군가가 쓴 'Time waits for no one'이라는 문구가 오늘따라 신경 쓰인다. 과학실에 시험지를 놓고 나가려는 찰나, 아무도 없던 실험실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조심스레 과학실을 둘러보던 마코토는 무언가 자그마한 물체가 땅바닥에 굴러가는 것을 보게 된다.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는 찰나, 갑작스레 나타난 정체불명의 그림자에 놀란 마코토는 뒤로 넘어지게 되고, 그 순간 갑자기 주위가 돌변하면서 과학실은 순식간에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를 향하여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 마코토는 이상한 나라로 빨려가는 것일까? 두려움과 놀라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찰나, 시간과 공간은 다시 과학실로 돌아오고 마코토는 땅바닥에 사정없이 내동댕이 쳐지고 마는데...



청춘의 시간을 소재로 한 발랄한 시간여행

2007년 여름 개봉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녀)'는 많이들 아시다시피 1965년작인 쯔쯔이 야스타카의 동명 인기소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로 수없이 리메이크 되어온 인기작이기도 한데요, 원작을 접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시달녀의 극장판 아니메는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한 것이 아닌 원작과는 다른 20년 뒤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스핀오프 작품이 되겠습니다. 원작의 주인공이었던 카즈코는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소녀인 콘노 마코토의 이모로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군요. 원작의 팬들에게는 살짝 아쉬운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임 리프(Time leap), 즉 시간을 건너뛰는 능력을 가지게 된 한 소녀의 변해버린 일상과 변해가는 인간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갈등, 사춘기 소녀의 번민과 성장을 담은 이 작품은 10대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답게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방황하는 10대의 고뇌보다는 평범한 소녀가 얻게된 특별한 능력과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깨달음, 시간과 관계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러한 테마를 소녀 특유의 발랄함과 코믹함, 참신한 구도와 카메라 워크, 그리고 유려한 배경과 서정적인 음악으로 마무리해가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10대 소년, 소녀들 뿐만 아니라 온 가족들이 보기에도 무난한 가족 영화의 성격을 띈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코믹하고 능란한 화면연출, 호소다의 역습

연출을 맡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시달녀와 2009년 연출하게 되는 섬머워즈로 인해 이제는 여름 극장가의 차세대 기대주로 큰 명성을 얻고 있지만, 작품을 맡을 당시만 하더라도 디지몬 어드벤쳐 극장판과 원피스 극장판 등을 연출하면서 이제 막 연출계에 발을 내민 신예에 불과했더랬습니다. 그로서는 바로 이 시달녀를 통해 비로소 연출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특히, 그는 시달녀의 연출을 전후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차세대 기대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감독으로 파격 기용된 것이 그것이라 하겠는데요. 

'귀를 기울이면'을 통해 놀라운 역량을 보여주었던 지브리의 늦깍이 기대주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갑작스런 요절 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를 발굴하기 위해 애쓰던 스튜디오 지브리는 사내에서의 인재 발굴 외에 외부 인재의 영입 역시 고려하게 됩니다. 그리고 호소다 감독이 그 기대주로 낙점되어 당시 스튜디오 지브리의 차기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연출을 담당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순조롭던 호소다 감독의 앞날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폰서이기도 한 도쿠마 서점의 경영진 교체로 위기를 맞게 됩니다. 새로운 경영진은 작업중이던 호소다 감독을 도중에 강판시키고 미야자키 감독을 내세우게 되는데요. 한마디로 호소다 감독은 새 경영진이 내세운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 후, 프리랜서로 전전하던 그가 지브리의 라이벌 격이라 할 수 있는 매드하우스에서 맡게 된 작품이 바로 이 시달녀 인 것입니다. (당시 새로운 경영진은 검증이 안된 신인의 작품보다는 검증된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이 아무래도 비즈니스적으로 안전하다 판단한 것 같습니다. 대외적인 네임밸류도 있고 말이죠.)

호소다 감독을 버렸던 지브리의 선택은 이 시달녀를 통해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사실로 드러나게 됩니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일상의 묘사와 잔잔하고 코믹넘치는 이야기들은 지브리가 이제껏 많은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서정적이고 세심한 묘사에 비견될 만큼 정교함을 자랑합니다. 게다가 굳이 아니메 팬이나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접할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대중적인 코드를 갖고 있구요. 아니메의 특징을 십분 살리되 모든 관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으며, 잔잔한 감동마저 선사하는 이 작품은 미야자키의 스케일은 갖고 있지 못했지만, 섬세함과 서정성, 코믹과 감동을 모두 표현하면서 이제까지 지브리의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스타일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배경미술로 참여한 야마모토 니죠와 오가 카즈오 등이 지브리의 수많은 작품에 참여한 베테랑 미술감독이었다는 점에서 지브리의 작품들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준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구요.)

비록 최초 개봉관 수가 일본에서도 다섯 군데 밖에 안되었던 지라 같은 시기에 개봉한 게드 전기에게 흥행성적에 있어서는 비록 밀렸지만, 평단과 관객의 호응은 게드 전기를 능가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호소다 감독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됩니다. 

마침내 호소다의 역습이 시작된 것입니다.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시간을 되돌리는 것의 무거움, 소녀의 성장

이야기는 시간을 건너뛰는 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10대 소녀의 유쾌한 '능력 남용하기'로 시작됩니다. 우연치 않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여고생 마코토는 처음에는 난데없이 갖게 된 능력에 반신반의했으나, 곧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를 요긴(?)하게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먹고 싶은 요리를 먹고 다시 그 전으로 되돌아와 요리를 또 먹거나, 노래방에서 신나게 논 다음 시간을 되돌려 다시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는 등...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과 이를 악용하려는 악당들과의 쫓고 쫓기는 모험 정도로 진행되어도 좋을 법한 이 소재는 이렇게 평범하고 소박한 시간 되돌리기 놀이에 열중하는 소녀의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에게 잔잔한 재미와 웃음을 선사합니다. 매번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서 전력으로 뛰어 시간을 건넌 다음 땅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마코토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 하는데요, (미리 겪었기에) 앞으로 닥칠 위험이나 사고를 예측하는 마코토의 한 발 앞선 행동은 이런 관객들의 웃음처럼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세상 사는 걱정은 이제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잘못되면 다시 시간을 되돌리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나, 아무 문제도 없을 것만 같았던 그녀의 일상은 절친한 친구인 치아키의 사랑 고백으로 서서히 그늘이 지게 됩니다. 치아키의 고백이 부담스러운 그녀는 으례 그렇듯 시간을 되돌립니다. 그러나 되돌려도 되돌려도 치아키의 고백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요즘 방영하고 있는 KBS 2TV의 개그 콘서트의 한 프로처럼 말이죠. (어쩌면 이 프로가 시달녀에게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그녀는 아예 시간을 더 건너뛰어 그와의 자리를 피해버리고 맙니다.

피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 시간을 되돌리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모인 카즈코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간을 되돌렸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봤지 않았겠냐'는 말처럼 그녀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바꿔버린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상처입고, 누군가는 인생이 바뀌어 버리는 것을 그녀는 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죠. 경험 속에서 성장해가는 우리들처럼 소녀는 조금씩 삶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하게 됩니다.

치아키의 고백을 없던 것으로 하면서 쿄스케와 치아키, 그리고 마코토의 우정은 (그녀가 바랬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서먹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치아키는 같은 반에서 그를 짝사랑 해오던 마코토의 친구와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쿄스케마저 흠모하는 여학생이 나타나게 되지요.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의 무게를 깨달은 마코토는 이번에는 친구인 쿄스케와 그를 짝사랑하는 후배 카호를 위해 시간을 되돌립니다, 그와 그녀가 잘되기 위해 몇번씩 몇번씩 말이죠. 그러나 그렇게 되돌린 시간마저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터지기 시작하는 비극, 소녀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치아키의 고백을 피하던 자신과 멀어지는 치아키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진짜 마음 역시 알아버리게 됩니다.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Time waits for no one...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코토가 시간을 건너뛰는 능력을 얻게 되는 과학실의 칠판에 써져 있던 이 문구는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를 표현하는 문구입니다. 아름답고 즐거웠던 누군가의 학창시절, 젊은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이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 뿐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중요성까지 의미합니다. 시간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다시 되돌려 느끼려 해도 느낄 수가 없는 인생의 한번 뿐인 경험인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처럼 되돌릴 수 있다해도 이제 다 알아버린 우리에게 시간은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습니다. 되돌아왔다 해도 과거의 시간은 우리를 떠나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우연하게 얻게 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과 그로 인한 사건 속에서 소녀는 (당연하게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성장하게 되지요. 작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은 시절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자신의 행동이 가져다 주는 결과의 무거움 역시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소녀의 미래를 기대하게 됩니다. 치아키와의 이별 후 새로운 친구들과의 야구 시합에서 보여준 달라진 그녀의 모습은 바로 성장하는 그녀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감독의 의도 같기도 합니다.

친구라고만 생각해던 그의 고백을 피하기 위해 무의미하게 시간을 되돌리면서 시간의 무거움을 느낀 그녀는 동시에 치아키를 향한 자신의 마음 역시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지우기 위해 시간을 되돌린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깨닫게 되지요. 시간을 되돌리기 전 자신에게 수줍게 고백하던 그 강가에서 그를 떠나보내며 우는 소녀의 대성통곡은 자신에 대한 회한과 그에 대한 애틋함이 뒤섞여 보는 사람을 짠하게 해줍니다. 소소한 소녀의 에피소드에서 우리는 마코토와 마찬가지로 시간의 무게, 추억의 아름다움,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깊은 마음씨를 역시 깨닫게 되는 것이죠.

이 작품으로 호소다 감독의 장래를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섬머워즈를 통해 그 가능성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분명 이 작품은 수많은 일본 아니메 중에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맘껏 보여준 맛깔스러운 작품인 것 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그녀는, 제목과는 달리 더 이상 달리지 않을까요. 라스트에서 보여준 그녀의 전력질주처럼 아마도 그녀는 시간을 되돌리는 과거로의 질주가 아닌 미래를 향한 힘찬 스퍼트를 내딛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우리도.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참고 사이트>

[1]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movie), Anime News Network
[2] 時をかける少女_(アニメ映画), Wikipedia Japan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6 TOKIKAKE Film Partners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주의 영화리뷰 2010년 6월 3주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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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1 Pictures / 宇宙ショーへようこそ 제작위원회

그림을 누르시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어서옵쇼~ 해준답니다. (-0-;;;)

 
마스나리 코지, 쿠라타 히데유키, 이시하마 마사시, 오구라 카즈오 등 R.O.D 시리즈와 카미츄를 제작했던 핵심스탭들이 모여 제작한 극장 아니메 '우주쇼에 어서옵쇼', 아니 '우주쇼에 어서오세요'가 여름 극장가를 겨냥하여 2010년 6월 26일 개봉예정에 있다고 합니다. 

영문판 트레일러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역시 글로벌한 시장을 겨냥한 듯한 느낌인데요. 주제가를 'Britain's Got Talent'의 스타 수잔 보일이 부르는 등, 이미 제작단계에서도 어느 정도 글로벌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애니플렉스 산하의 제작사 A-1 Pictures가 맡았구요. 특히, 이 작품의 원작자는 베사메 무초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요, 실제 사람의 이름이 아닌, 감독 마스나리 코지와 작가 쿠라타 히데유키, 그리고 프로듀서 오치코시 토모노리 3인의 공동 필명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이미 이 필명으로 카미츄의 원작을 담당한 바 있지요.

극장 아니메의 제작경험이 거의 없는 A-1 Pictures가 제작을 맡은데다가, 핵심 스탭들 역시 여름 극장가를 책임져왔던 A급 인력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레일러로 본 작품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입니다. 전형적인 가족 오락물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전원적인 시골의 여름과, 환상적인 우주에서의 모험이야기가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이러한 전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호소다 마모루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섬머워즈'와 같이 전형적인 여름 대작 극장 아니메의 모양새를 띄고 있습니다. 심지어 위의 포스터조차 섬머워즈의 포스터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군요.

그닥 비중이 있어 보이지 않는 스탭진의 구성이지만, 생각보다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 이번 작품이 과연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거장들이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일본 아니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아참, 이 작품은 제6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에 출품했다고 하는군요. 베사메무쵸 팀, 이 작품으로 극장 아니메의 기대주로 떠오르려나요? 물론, 흥행과 비평에 모두 성공했을 경우.

덧붙임) 작화감독을 맡은 이시하마 마사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작화감독 스탭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섬머워즈와 비슷한 이 작품의 포스터나 작품의 분위기는, 그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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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吉永裕ノ介・フレックスコミックス/「ブレイク ブレイド」製作委員会

유노스케 요시나가의 동명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브레이크 블레이드'가 '공각기동대', '스카이 크롤러', '도서관 전쟁', '동쪽의 에덴' 등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명성높은 프로덕션 I.G를 통해 6부작 극장 아니메로 탄생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원제는 브레이크 블레이드이고, 공식 사이트의 일본어 명칭 역시 ブレイク ブレイド(브레이크 블레이드)로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Broken Blade가 올바른 표기입니다. 공식사이트 역시 영문표기는 Broken Blade로 표기하고 있구요. 제목처럼 몸체에 붙어 있는 칼날이 부러져 있는 고대의 골렘(거대 인간병기) 데루핀구를 의미하는 제목입니다.

석영이라는 마력의 돌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사는 1000년 후의 세계에서 희귀하게도 그런 능력이 없는 주인공인 라이가트와, 사관학교 시절의 친우이자 크리슈나 국왕인 호즈루, 같은 친구이며 호즈루 왕의 아내가 된 시균, 그리고 적국인 아테네즈 연방의 천재전사로 그들에게 칼을 뽑게 되는 또다른 친구 제스. 이야기는 이 4명의 친구들이 얽힌 세계에서 골렘이라는 거대 인간형 병기를 타고 싸우는 전쟁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마력이 없으면 다룰 수 없는 골렘 중에서도 고대의 골렘으로 그 누구도 조종이 불가능했던 골렘 데루핀구를 라이가트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는 역시 평범하거나 소외되었던 인물이 영웅으로 탄생하게 되는 전형적인 영웅탄생의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특히,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거대 인간형 병기 골렘의 경우는 건담 더블오를 통해 이미 멋진 메카닉 디자인을 선보였던 야나세 타카유키가 맡아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공식사이트에 디자인된 골렘들의 모습은 중량감과 스타일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만족스러운 느낌이네요.

그 밖에도 '마크로스 7'에서 감독을 맡았던 아미노 테츠로가 총감독을, '초수기신 단쿠가', '머신로보: 크로노스' 등에 참여했던 XEBEC의 이사 하바라 노부요시가 감독을, '풀메탈패닉 1기', '간츠', '유키카제' 등에서 스토리 작업을 했던 소고 마사시 등 로봇 아니메에서 경험을 쌓았던 스태프들의 참여로 인해 프로덕션 I.G의 오랜만의 로봇 아니메라는 불안감을 어느 정도 불식시켜주고 있습니다.

다만, 4분짜리 PV 영상에서 본 작화 퀄리티가 그동안의 프로덕션 I.G가 선보인 퀄리티에 비춰볼 때 TV 시리즈의 수준을 넘어가지는 못한다는 점(물론, I.G의 TV 시리즈 작화 수준은 몹시 높은 편입니다만)이나, 베테랑 스탭진이라고는 하지만, 캐릭터 디자인(노리타 타쿠시게)이나 메카닉 작화감독(마츠무라 타쿠야) 등 비주얼 쪽의 스탭진 일부는 큰 대표작이 없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 등, 전반적으로 프로덕션 I.G의 일류 스탭들이 참여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작에는 자회사인 프로덕션 I.G의 XEBEC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XEBEC 쪽에 스탭진의 무게가 실리지 않나 싶은 측면도 있네요.

골렘이라는 인간형 병기가 주름잡는 세상에서 1000년전에 만들어진 거대 골렘병기 데루핀구(고토부키야에서 출시된 프라모델의 영문명칭은 Delphine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일본어 발음은 데루핀구입니다. 그것을 반영해서인지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Dirfringe로 표기되어 있군요.)의 등장은 마치, 이 작품과 상당히 비슷한 설정을 보여줬던 다카하시 료스케 감독의 1985년작 '기갑계 가리안'을 연상시킵니다. 왕국과 같은 중세식 세계관에 마력이라는 개념과, 거대한 철거인의 등장은 판타지와 로봇아니메를 접목시킨 일련의 선라이즈 아니메에서 그 데자뷰를 찾을 수 있는데요. 이 장르를 꽤나 좋아했던 저로서는 그런 면에서 기대되는 바가 큽니다.

다만, 6부작이라는 극장용 아니메로 제작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는 높지 않았던 예고편의 퀄리티가 과연 본편에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지,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스탭진으로 과연 만족할만한 연출력과 이야기 전개를 보여줄지가 염려스러운 부분이긴 한데요.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이후로 그동안 잠잠했던 판타지와 로봇 아니메의 시도가 이번 브레이크 블레이드를 통해 다시 한 번 멋진 조합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브레이크 블레이드의 1장은 5월 29일 개봉예정입니다.

공식사이트 바로가기 (클릭)

© 吉永裕ノ介・フレックスコミックス/「ブレイク ブレイド」製作委員会

고토부키야에서 출시된 데르핀구 프라모델 from Hobby Search. (그림을 누르시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 권리는 © 吉永裕ノ介・フレックスコミックス/「ブレイク ブレイド」製作委員会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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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시리즈 목차>


그레이트 마징가 (1974), グレートマジンガー / Great Mazinger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나가이 고, 다이나믹 프로
◈ 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外
◈ 캐릭터 디자인: 모리시타 케이스케
◈ 레이아웃: 후지카와 케이스케, 안도 토요히로 外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 주제가 歌: 미즈키 이치로
◈ 제작: 도에이 동화, 다이나믹 프로
◈ 저작권: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4.09.0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56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헬박사의 지구정복의 야망이 마징가 Z와 카부토 코지에 의해 좌절되자 기나긴 세월 동안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기계제국 미케네 군단의 지상침공이 시작되었다. 헬박사의 기계수를 훨씬 상회하는 강력한 전투수 군단의 파워 앞에 마징가 Z가 속절없이 패배하는 찰나, 천둥과 번개에 부르며 또다른 정체불명의 마징가가 전투수 군단 앞에 그 당당한 위용을 드러낸다.

죽은 줄만 알았던 카부터 코지의 부친 카부토 겐죠 박사가 과학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낸 그레이트 마징가와 그레이트 마징가의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 어려서부터 겐죠 박사에게 훈련을 받아온 츠루기 테츠야. 이제 마징가 Z의 뒤를 이어 압도적인 미케네 제국의 전투수 군단과의 결전을 위해 그레이트 마징가가 움직인다.


<소개>

'마징가 Z (1972)'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징가 Z의 대인기는 도에이 동화에게 새로운 히트작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고, 포피에게는 특촬물 외에 또다른 거대로봇 장르의 완구라는 히트 상품을 마련하게 해주었지만, 시리즈가 종결에 가까워질수록 마징가 Z의 뒤를 이을 새로운 인기작의 탄생은 새로운 고민거리로 다가오게 된다. 이 시기에 나가이 고는 자신이 창조한 마징가 Z와 카부토 코지에 대한 무한 애정을 선보이며, 이들을 계속 신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쓰고 싶어했지만, 이미 시장에 팔릴만큼 팔린 마징가 Z가 다시 신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포피 측으로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사실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스폰서인 포피는 나가이 고에게 신 시리즈를 이어갈 새로운 마징가를 제안하기에 이른다. 

나가이 고가 초반에 제안한 갓마징가는 모종의 이유로 스폰서에게 승인을 받지 못한다. 스폰서의 요청을 받아들여 나가이 고가 만든 두번째 컨셉이 바로 그레이트 마징가인 것이다. 주인공 역시 카부토 코지가 아닌 보다 더 전사로서의 이미지에 가까워진 츠루기 테츠야가 등장하고, 거의 모든 인물이 신 캐릭터로 교체된다. 마징가 시리즈의 아이콘이라 보스보롯트와 보스 3인조, 코지의 동생 카부토 시로 등이 출연하여 전 시리즈와의 연계점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그레이트 마징가의 계획은 사실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서 계획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징가 Z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연장방영을 하면서 74년 9월까지 방영하게 되자 제작진은 자연스러운 시리즈의 교체를 위해 마징가 Z 시리즈 전개 중 그레이트 마징가의 새로운 적이 될 미케네 제국과 고오공 대공을 등장시켜 헬 박사에 이은 새로운 적의 등장을 시청자들에게 인식시키게 된다. 그리고, 74년 7월말에 개봉된 '마징가 Z 대 암흑대장군(1974)'를 통하여 TV 시리즈보다 앞서 마징가 Z와 그레이트 마징가의 충격적인 교체를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리즈 자체는 상당히 무난하게 마징가 Z에서 그레이트 마징가로 이전하게 된다. 이미 마징가 Z에서 상대해야할 적과 새로운 주인공, 그리고 새로운 마징가들이 등장한 셈이니 시리즈라는 느낌 자체도 강하게 느껴지고, 이로 인해 기존의 시청층을 그대로 잡아둘 수 있을 것이었다.

시리즈 자체는 속편으로서 무리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드라마적인 측면에서도 사이보그가 되어 자신이 아버지라는 것을 카부토 시로에게 숨긴 체 살아가는 카부토 겐죠 박사와, 각자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테츠야나 준과 같은 캐릭터 설정은 당시 아동용 로봇 만화영화의 주인공으로서는 보기 드문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 셈이었다. 시청률도 마징가 Z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마징가 Z에 비해 56화라는 짧은 편수로 종영한 것은 시청률이나 작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스폰서의 완구 판매가 생각보다 시원치 않았던 것에 있었다. 74년도에 그레이트 마징가의 완구매출은 4위에 그쳤는데, 이시기 마징가 Z의 매출은 1위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다음해에는 5위권 밖으로 떨어지게 된다. 예상 외의 완구부진은 결국 제작진에게 또다른 새로운 시리즈의 구상이라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며, 동시에 마징가라는 브랜드의 재고를 의미했다. 즉, 마징가 시리즈가 아닌 보다 더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레이트 마징가 대 겟타로봇 (1975)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아케히 마사유키
◈ 원작: 나가이 고, 이시카와 켄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키쿠치 슌스케
◈ 제작: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NAGAI GO·ISHIKAWA KEN · 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5.03.21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 / 전연령가 (G)


<소개>

나가이 고의 후배이자 다이나믹 프로에 몸을 담고 있는 이시카와 켄의 원작의 또다른 히트 로봇물 겟타 로보가 마침내 그레이트 마징가와 조우했다. 나가이 고의 자식들인 마징가들만의 대결에서 벗어나 비록 같은 다이나믹 프로의 형제지간이지만 이런 형태의 크로스오버는 분명 당시의 어린이 팬들에게는 크나큰 기대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러한 타장르 간의 로봇을 크로스오버로 등장시키는 전개는 후일 반프레스토의 빅히트 게임 슈퍼로봇대전의 모티브가 된다고도 할 수 있을 듯.


그레이트 마징가 대 겟타로봇 G (1975)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아케히 마사유키
◈ 원작: 나가이 고, 이시카와 켄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키쿠치 슌스케
◈ 제작: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NAGAI GO·ISHIKAWA KEN · 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5.07.26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 / 전연령가 (G)


<소개>

그레이트 마징가 대 겟타로보의 히트로 인해 당시 각 작품의 판권을 가지고 있던 강담사와 소학관은 1회성으로 한정했던 양자간의 크로스오버를 다시금 이 작품으로 재현하기에 이르른다.([5] 참조) 예상치 못한 적의 공격으로 대파되는 겟타로보를 대신하여 겟타로보 G로 교체되는 이야기 전개는 이제 도에이 로봇물의 어떤 스타일로 자리잡은 듯 싶다.

이런 식의 주역 로봇 교체는 후일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동전사 Z 건담(1985)' 등에서 유사한 형태로 계승되는데, 전자(도에이 동화의 슈퍼로봇물의 주역로봇 교체)의 형태가 시청률이나 흥행성적을 고려한 기획의도였다면, 후자(리얼로봇물에서의 주역메카 교체)는 스폰서의 프라모델 판매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획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 사이트>

[1] Great Mazinger (TV), Anime News Network
[2] グレートマジンガー, Wikipedia Japan
[3] 거대로봇 연구 - 그레이트 마징가 편 -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1호 연구소
[4] 마징가 Z는 이렇게 탄생했다 by 잠본이, 잠보니스틱스
[5] 마징가 Z 극장판 시리즈 1973-1976 by 캅셀, 캡슐☺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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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니메의 산증인이자 명감독인 린타로(69세) 감독이 실로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찾아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메트로폴리스(2001)'이후 8년만의 극장판 아니메 소식이며, OVA 였던 '우주해적 캡틴 하록, 끝없는 오딧세이(2002)' 이후로는 7년만의 소식입니다. 2004년도에 '48 X 61'이라는 단편을 발표하기는 했습니다만, 제대로 된 극장판의 제작소식은 실로 오랜만인지라 반가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이번 신작 발표 소식은 하나가 아닌 둘인지라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시들지 않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데요. 그 첫번째 소식은 바로 올겨울에 개봉 예정에 있는 3D 극장 애니메이션인 '요나 요나 펭귄'입니다. 제목이나 포스터를 통해 한 눈에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은 전연령가의 가족 만화영화가 될 듯 합니다. 태국과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스탭들이 참여해서 글로벌한 느낌의 작품이 되리라는 예상 또한 할 수 있겠군요.


ⓒ2009 Rintaro·Madhouse / Yona Yona Penguin Film Partners·DFP

그동안 성인취향의 스타일리쉬하고 일본적인 작품을 주로 만들어오던 린타로 감독인지라 이번 신작은 꽤나 이례적인 느낌입니다. 그의 라이벌로 비교되던 미야자키 감독과 비슷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나 할까요(전연령가의 가족 만화영화라는 측면에서). 미야자키 감독 또한 이번 '벼랑 위의 포뇨(2009)'를 통해 이전보다 더욱 연령대를 낮춘 아동취향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던 점을 볼 때, 이 두 명장의 작품관이 황혼기에 접어들어 변모했음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합니다. 린타로 감독 스타일의 가족 만화영화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또 하나의 소식 또한 몹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린타로 감독은 4년 내에 한일합작 프로젝트로 또 하나의 3D 애니메이션을 구상중이라고 합니다. 곽재용 감독의 한일합작 영화 '사이보그 그녀(2008)'의 프로듀서였던 지영준 프로듀서가 린타로 감독과 함께 작업한다고 하니 어떤 작품이 될지 기대가 되는군요.

 

린타로 감독은 삼성 코엑스 몰에서 열린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기획중인 작품은) 헐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이번 요나 요나 펭귄을 통해 글로벌한 취향의 3D 애니메이션에 대한 모의 테스트를 해본 후, 그 노하우를 신작 3D 애니메이션의 제작에 대입하는 린타로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아닐까 추측을 해봅니다. 정말, 저 연세에 대단한 창작욕이 아닐 수가 없군요. (남들은 은퇴를 논할 시기인데 말입니다.)

 

사실, 린타로 감독은 이미 '알렉산더 전기(2000)'를 통해 한일 합작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본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매드하우스는 오랜동안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애니메이터들과의 교류가 빈번했던 지라 이번 한일 합작이 굉장히 이례적인 이벤트는 아니긴 합니다만, 이전에 비해 규모나 방향성에서 더욱 글로벌해진 이번 프로젝트에 한국 일본 양국의 유명한 스탭들이 참여하여 제작을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이전까지의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에 비해 확실히 비중이 큰 프로젝트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극장 아니메의 제작을 다국적 컨소시엄 형태로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달라진 아시아권의 애니메이션 저변을 가늠해볼 수도 있구요.

 

과연, 린타로 감독은 미야자키 감독에 이어 여전히 녹슬지 않은 노장의 내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노쇠로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신하여 근래에 그들의 영역과 비슷한 작품들을 연속으로 선보이는 매드하우스가 과연 글로벌한 만화영화사로 떠오를까요.(이번 프로젝트에 매드하우스가 참여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거의 그럴 것이라고 추측 중) 이번 린타로 감독의 프로젝트는 그런 면에서 꽤 의미가 클 듯 싶습니다.

 

Metropolis Helmer Rintaro Announces New Fantasy An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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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ヤマトスタジオ/「宇宙戦艦ヤマト 復活篇」製作委員会

captured from official website

2009년 12월 12일 개봉예정인 '우주전함 야마토'의 새로운 극장판 '우주전함 야마토 부활편'(이하 야마토 부활편)의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트레일러 영상 보러가기 (클릭)

 

야마토 부활편은 첫번째 TV 시리즈로부터 21년, 마지막 극장판 아니메였던 '우주전함 야마토 완결편(1983)'으로부터 17년 뒤의 이야기입니다. 거대한 블랙홀의 출현으로 지구를 탈출하는 인류를 수호하는 새로운 야마토의 이야기로, 오리지널 시리즈의 항해사였던 스스무 코다이가 중년의 함장으로 새로운 야마토를 이끌게 됩니다. (아마, 스스무 코다이는 이전 시리즈에서도 야마토의 함장 대리를 맡았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군요, 너무 오래 지난 일이라 좀 가물가물합니다만.)

 

공식 트레일러를 통해서 본 야마토 부활편은 CG를 도입하여 이전보다 더 사실감과 입체감이 배가된 전투씬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단, 그에 비해 캐릭터 디자인은 이전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질감과 함께 우려감을 느끼게 하는데요. 이 씨리즈의 프로듀서이자 총감독인 니시자키 요시노부 옹이 공동 원작자이자 캐릭터 디자인 원안을 맡았던 마츠모토 레이지 옹과의 오랜 저작권 싸움 끝에 공동 저작권을 인정받으며 사실상 그와 갈라서고 새로운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인 결과입니다만, 그 완성도가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좋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하게 하는군요.

 

어쩌면, 이번 야마토 부활편은 CG 장면 외에 셀 애니메이션 쪽에는 기대 이상의 저조한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야마토 씨리즈의 하나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했던 마츠모토 레이지의 캐릭터 디자인이 사라진 야마토는 확실히 기대 이하의 모습이군요. 그나마 발전적인 모습이었다면 좋으련만, 니시자키 요시노부 옹이 이번에는 의욕만 앞서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직 개봉이 안된 상태에서의 성급한 결론으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 제국주의의 상징같은 야마토의 부활이라니... 한 노인네의 과거 향수에 대한 집착 정도로 치부하면 좋겠습니다만, 이렇게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 저로서는 그닥 내키지는 않는군요. 어렷을 적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던 이 시리즈를 오랜 시간동안 외면했던 것도 다분히 그런 상징성 때문이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팬들이 보면 안된다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트레일러 영상 (captured from official website)


☞ Yamato, Japanese Atom, Battle Spirits 2 Promos Posted, 기사 원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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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Imagi Crystal Limited / Original Manga ⓒTezuka Production Co., Ltd.


일본 아니메의 상징, 철완 아톰이 헐리우드에 의해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합니다. 2009년 10월 23일 개봉예정.

 

서양권의 소재 고갈로 인해 일본 아니메를 원작으로 삼은 헐리우드의 영화들이 한참 제작 러쉬 중인 요즈음, 이 아스트로 보이는 이례적으로 영화가 아닌 만화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만화영화의 종주국인 미국이 만화영화의 소재를 아니메에서 가져오는 현실은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황은 정반대였는데 말입니다. (일본에게는 무척이나 문화적 자긍심을 느끼는 상황이겠죠.)

 

개인적으로 이번 아스트로 보이의 3D 애니메이션 이식은 꽤 성공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일찌감치 3D 에니메이션으로의 이전을 통해 풍부한 노하우를 축적한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트랜스포머 외에는 실사영화로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일본 아니메를 그 소재로 택함으로써, 애니메이션의 맛을 십분 살린 훌륭한 퓨전요리가 탄생될 듯한 예감이랄까요.

 

트레일러의 영상으로 본 미국식 아스트로 보이의 모습은 완전히 미국적 가치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만, 아톰이 가진 외향적 특징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체, 원작보다는 훨씬 활기차고 개구장이스러운 모습으로 표현되어 실사영화로의 이식보다는 확실히 성공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말그대로 아스트로 보이의 외향적인 컵셉을 그대로 간직한 체,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 스타일로 뒤바뀐 것이죠.

 

얼마전 개봉하여 쓰디쓴 혹평과 참패를 기록했던 '드래곤볼 에볼루션'의 경우도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면, 훨씬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와 애니메이션만의 맛을 100%  살리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스케일 큰 드래곤볼의 황당무게한 액션연출이 3D 애니메이션과 접목되었다면, 훨씬 제대로 된 맛을 보여주었을 텐데 말입니다.

 

아, 이번 아스트로 보이의 국내 더빙판에서 아스트로 보이의 성우를 무려 유승호 군이 맡았다고 합니다. 설마 유승호의 목소리를 들으러 수많은 누님팬들이 아스트로 보이를 관람하러 오시지는 않으시겠죠?

 

아스트로 보이 공식 홈페이지 (트레일러, 스틸샷 출처)

ⓒ2009 Imagi Crystal Limited / Original Manga ⓒTezuka Production Co., Ltd.



ⓒ2009 Imagi Crystal Limited | Original Manga ⓒTezuka Production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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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 CJ 엔터테인먼트 배급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검색)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2007년 큰 호응을 얻었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년만에 다시 새로운 작품을 들고 여름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여름에 딱 어울리는 그 제목은 '썸머 워즈(Summer Wars)'.
 
일본에서는 8월 1일에 개봉을 했고, 국내에서는 오는 8월 13일 개봉예정이라는군요. 이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하 시달녀)'가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소규모로 개봉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썸머 워즈는 확실히 규모도 커지고 프로모션도 전에 비할 바가 아닌 듯 합니다. 호소다 마모루와 그의 작품의 입지가 이제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군요.
 
주요 스탭들은 전작인 시달녀와 거의 동일합니다. 특히나, 캐릭터 디자인을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다시 맡아, 호소다 마모루-사다모토 요시유키의 특급 듀오가 이번에도 큰일을 낼 것 같은 포스를 뿜어주고 있군요. 각본의 오쿠데라 사토코, 작화감독인 아오야마 히로유키도 모두 시달녀에 참여했던 이들이죠. 야마모토 니죠 대신 미술을 맡은 다케시게 유우지 배경감독 역시 시달녀에서 배경미술스탭으로 참여하였으며, 액션 작화감독인 니시다 타쯔죠 역시 시달녀의 원화스탭이었습니다. 제작사 또한 시달녀의 제작을 맡았던 전통의 명문 제작사 매드 하우스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달녀에서부터 이번 썸머워즈에 이르기까지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느낌은 지브리 특유의 풍부한 감성과 아기자기함이랄 수도 있겠는데요. 이러한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두 작품의 배경미술이 철저히 지브리적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듯 합니다. 시달녀의 배경미술 감독이었던 야마모토 니죠와 이번 썸머워즈의 배경미술 감독인 다케시게 유우지가 모두 지브리 소속의 대표적인 배경미술 감독이기 때문인데요. 거기에 가이낙스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캐릭터가 움직이면서 시달녀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꽤나 상큼하면서도 풍부한 느낌이 가득한 작품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더불어 펼쳐지는 가상현실과 CG의 독특한 영상미가 풍성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보여줄 듯 하군요.
 
사실 이 스탭진의 구성은 참 재미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이낙스의 대표주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와, 도에이 동화 출신의 감독으로 한 때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미야자키의 후계자 중 하나로 지목되기까지 했던 호소다 마모루, 그리고 도에이 A 스튜디오와 일본 애니메이터의 아버지 모리 야스지의 스타일을 이어가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데즈카 오사무와 무시 프로덕션의 유지를 가장 많이 이어받은 매드 하우스... 신구의 조합과 라이벌 간의 합심은 이제 일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에 천작하기 보다는 글로벌한 관점에서 모든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본 스타일 아니메를 만들어가보고자 하는 그들의 시도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썸머 워즈가 이번에도 큰 성공을 거둔다면, 호소다 마모루의 입지는 얼마만큼 커질까요. 과거 그를 내쳤던 스튜디오 지브리는 땅을 치고 울까요? 호소다 마모루식 스타일의 아니메는 과거 미야자키의 그것과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보편적인 감성의 테두리 안에서 재미와 감동을 간직하고 풍부한 미술과 색감으로 일본 아니메만의 맛을 낸다는 점에서 미야자키의 뒤를 이을만 해보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미야자키 만큼의 스케일과 디테일함을 겸비하지 못했지만, 아니 미야자키의 스타일을 어느 한명이 모두 이어가기는 이제 불가능할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미야자키 스타일을 이어갈 수 있는 많은 후배 애니메이터들 중에서 호소다 마모루의 존재감은 이번 썸머 워즈를 기점으로 더더욱 커질런지도 모르겠습니다.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 CJ 엔터테인먼트 배급 (이미지 출처: 썸머워즈 한국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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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Moon/Fate Project

Fate/Stay Night 극장판 공식 홈페이지 (출처: 공식 홈페이지)


극장판 Fate/Stay Night이 내년 초인 2010년 1월 23일 개봉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해당 기사의 원문.
 
 
도쿄 시네마 필름 이케부쿠로를 포함 최소 11개 개봉관에서 상영예정이라고 하는군요. 이번 극장판은 Fate의 주요 스토리라인인 Unlimited Blade Works를 포함하여 독자적인 스토리로 구현될 것 같습니다. Fate의 팬들이라면 잘 아실 Unlimited Blade Works는 스토리라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린의 서번트인 아쳐의 궁극의 기술이기도 하지요. TV 시리즈에서도 헤라클레스와의 마지막 결전에서 예의 그 장엄한 주문영창과 함께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스튜디오 딘에서 제작을 맡고 야마구치 유지 감독, 사토 타쿠야 각본, 이시하라 메구미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등 주요 스탭진은 TV 시리즈의 스탭들이 그대로 계승할 예정이군요. 개인적으로는 움직임이 많아야할 장면에서 정적인 컷 씬으로 대부분을 처리했던 Fate TV 시리즈에 대해서 일말의 실망감도 갖고 있었던지라, 이번 극장판은 좀 더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모습으로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현재로서는 TV 시리즈를 압도할 정도의 퀄리티는 아닐꺼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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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최신작 '벼랑 위의 포뇨'가 북미에서 개봉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비록, 이전에 비해 기력이 쇠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8년작인 이 작품의 이번 북미 개봉은 남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거의 디지털 3D로 넘어가버린 북미의 만화영화 시장에 아날로그식 셀 애니메이션에 기반한 미야자키 하야오식 스타일이 과연 어떤 반응을 얻어낼까 하는 것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군요.
 
또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2002년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과연 이번에도 포뇨로 또다시 만화영화 왕국의 심장부에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릴지도 역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포뇨의 북미 배급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토록 추구해오던 풀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자랑했던 월트 디즈니라는 것인데요. 픽사와 드림웍스 등에 의해 이미 만화영화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잃어버린 디즈니가 자신들이 버렸던 셀 애니메이션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이번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들고 온 사실은 꽤나 관객으로서도 남다른 느낌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아래의 영상은 공식 트레일러를 캡쳐한 것인데요. 트레일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어 더빙이 의외로 어색하지 않고 좋은 싱크로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미야자키의 스타일에는 옛 디즈니의 흔적들이 조금씩 묻어나 있기에 그런 것일까요. 더불어 성우 캐스팅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데요. '반지의 제왕'의 갈라드리엘 역부터 'I'm Not There'의 쥬드 퀸, '인디아나 존스 4편'의 이리나 스팔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데이시까지 블록버스터와 작가주의 작품을 아우르며 현재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케이트 블랑쉐, '제이슨 본' 시리즈로 역시 흥행과 연기력을 모두 겸비한 배우 매트 데이먼, 쉰들러 리스트'의 리암 니슨 등 흥행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압도적인 캐스팅 파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2009년 8월 14일 개봉 예정.

ⓒ 2009 NIBARIKI - GNDHDDT


공식 트레일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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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ion I.G가 제작 중인 '망각의 섬, 하루카와 마법의 거울(ホッタラケの島, 遥と魔法の鏡, 이하 망각의 섬)이 올 여름 극장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 2009 Fuji TV / Production I.G / 電通

그림 1. 망각의 섬 공식 홈페이지 (출처: 망각의 섬 공식 홈페이지)
 
보시다시피 후지 TV 개국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후지 TV에서 기획하고 Production I.G가 제작을 맡은 3D 애니메이션입니다. Production I.G는 근래 동쪽의 에덴부터 전국 바사라, 도서관 전쟁, R.D 잠뇌 조사실, 신령사냥 고스트 하운드, 정령의 수호자, 공각기동대 TV 시리즈 등, 셀화 기반의 2D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어 왔습니다만, 사실 3D를 주축으로 한 CG 분야에도 조예가 깊은 제작사입니다.(언급한 위의 작품들에도 음으로 양으로 많은 CG가 사용되었지요.) 이번 '망각의 섬'은 Production I.G의 오랜만의 Full 3D 극장판 영화로서, 그간 절제하고 있던 그들의 3D 기술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야기 구조는 공식 홈페이지의 메인과 제목만으로도 쉬이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루카라는 소녀가 망각의 섬이라는 신비로운 곳에서 벌이는 모험 이야기이죠. 아마도 중요한 키 아이템은 마법의 거울일 듯 합니다. 꼬마 돼지처럼 생긴 귀여운 생물이 그녀의 모험의 동반자가 되겠군요. 전형적인 전연령가 아동용 작품을 위한 이야기로, 큰 복선이나 갈등구조 없이 단선적이면서도 보기 편한 전개가 되리라 예상됩니다. 결국, 얼마만큼 신나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할 것이냐가 관건이 되겠군요.

감독은 특이하게도 애니메이션 연출가 출신이 아닌, CF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력을 쌓았으며, 2003년 '프린세스 블레이드'로 영화계에 데뷔한 신예 사토 신스케가 되겠습니다. 각본은 만화 고쓰(GOTH)의 원작자인 아다치 히로타카(펜네임: 오츠이치)가 사토 신스케와 공동으로 맡았으며, 연출은 '도쿄 마블 초콜릿(2007)'의 감독 시오타니 나오요시가 맡아 애니메이션적 노하우를 보태주고 있습니다. 2009년 8월 22일 일본 개봉예정.

© 2009 Fuji TV / Production I.G / 電通

그림 2. 트레일러 스틸샷. (출처: 망각의 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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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의 '라스트 유니콘 (1982), 독특한 매력의 이국적 판타지'를 수정하여 옮긴 글입니다.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 (inherited from ITC Entertainment)


<스탭>

◈ 감독: 아써 랜킨 쥬니어 (Arthur Rankin Jr.), 쥴스 배스 (Jules Bass)
◈ 원작/각본: 피터.S.비글 (Peter.S.Beagle)
◈ 제작: ITC Entertaiment, Rankin/Bass Production, Topcraft Studio


<시놉시스>

'라스트 유니콘 (1982)'을 참고하세요.


1. 동서양이 합작한 환상적이고 고풍스러운 모험 이야기

'Last Unicorn(이하 라스트 유니콘)'은 동서양의 제작진들이 힘을 합쳐 만든 다국적 작품으로, 감독과 원작/각본과 같은 핵심 스탭진은 모두 미국에서, 그리고 스폰서는 영국의 ITC Entertainment가 맡았으며, 원화와 동화는 일본의 소규모 스튜디오인 Topcraft가 맡았습니다. 특히 이 Topcraft의 참여야말로 이 작품을 다른 영미권 작품과 차별화 시켜주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선녹음 후작화' 방식으로 제작되던 미국식 만화영화 제작 스타일과 '선작화 후녹음' 방식의 스타일로 제작되어오던 일본식 제작 방식과의 조우과 과연 어떤 형식의 작품으로 표현될지가 흥미로운 부분인 것이죠.
 
기실 Topcraft는 이 라스트 유니콘에 있어서는 하청 제작업체내지는 용역업체와 비슷한 위치(감독, 각본 등 핵심 스탭진이 모두 미국인, 비즈니스적으로는 '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라고 볼 수 있기에 실제 제작방식은 거의 미국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러한 미국식 제작방식을 일본의 스튜디오가 얼마만큼 잘 소화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비 디즈니 계열의 극장판 만화영화로서는 꽤나 높은 완성도로 탄생되지 않았나 싶은데, 물론 디즈니라든지 일본의 탑 클래스(그러니까, 풀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제작할 수 있었던 초창기 도에이 스탭진들 같은...)의 극장판 만화영화에 비해서 객관적으로 캐릭터의 동화적 표현 등은 떨어지긴 합니다만, 동양권의 작화방식이 서양방식의 표현 스타일과 맞물려서 이루어낸 듯한 미묘한 특이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시각적 경험이기도 합니다.
 
라스트 유니콘은 성우 캐스팅에서 놀라울 정도의 호화 캐스팅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주인공인 유니콘 역에는 존 패로우 감독의 딸이자 우디 알렌 감독의 전부인이기도 한 연기파 배우 미아 패로우(물론, 지금 들어보면 유니콘 목소리치고는 아줌마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어설픈 마법사 슈멘드릭 역에 뉴욕 비평가 협회 남우조연상, 아카데미 남주조연상 등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 알란 아킨, 흥행성과 연기성을 골고루 갖춘 배우 제프 브리지스가 리르 왕자, '반지의 제왕' 사루만과 '스타워즈 에피소드'의 두쿠 백작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리가 해거드 왕 등으로 캐스팅 되어 지금의 미국산 대작 만화영화의 스타 배우 캐스팅과 견주어도 그다지 밀릴 것 같지 않은 높은 네임밸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니콘과 숲의 장면 장면이 움직이는 동화에서 태피스트리(벽걸이용 융단) 형태로 변모하면서 마치 동화 속의 환상이 벽화로 재현되는 듯한 오프닝은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옛스럽고 엔틱합니다.(이 태피스트리는 '유니콘의 사냥'이라는 실제 작품에서 모티브를 받은 듯 싶습니다.) 배경으로 흐르던 서정적인 오프닝곡은 그룹 아메리카가 불렀는데요, 후에 케니 로긴스나 In-Mood 같은 그룹에 의해 몇 번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도 있었지요. 특히, 이 고풍스러운 벽화와 서정적인 테마로 특징 지워지는 영상은 왠지 낯설지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니메 팬들 중에서는 기억하시는 분도 많으리라 봅니다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초창기 작품이자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번째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에서는 메인 테마와 함께 화면을 장식한 고풍스러운 벽화 스타일의 오프닝이 등장합니다. 다음 작품인 '천공의 성 라퓨타(1986)'의 오프닝 또한 이 나우시카의 오프닝처럼 벽화 스타일과 유사한 고풍스러운 연출을 보여주고 있지요. 짐작하셨겠지만, 이 라스트 유니콘의 만화영화 제작진과  '스튜디오 지브리'의 제작진은 동일한 제작진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창설 당시 Topcraft의 인재들이 흡수된지라 초창기 지브리 작품의 오프닝은 우연치 않게도 라스트 유니콘의 그것과 유사한 느낌을 줍니다.  
 

Last Unicorn,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 Nausica of the Valley of Wind, © 1984 Tokuma Shoten

그림 1. Last Unicorn의 오프닝(위)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오프닝(아래) 화면.


2. 꿈의 마지막 단편을 쫓아 삐뚤어진 현실 속을 여행하는 유니콘의 이야기

라스트 유니콘의 각본은 원작자 본인인 Peter.S.Beagle이 맡았습니다. 보통은 원작자가 아닌 전문 각본가가 각본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Beagle 선생의 경우는 이미 78년에 '반지의 제왕' 만화영화의 각본을 맡았기에 (여담으로 어린시절 이 만화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던 유명인 중의 한 명이 바로 20여년 뒤 '반지의 제왕' 3부작 시리즈로 전세계적 명성을 얻은 피터 잭슨 감독이기도 합니다.) 각본가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춘 상태였고, 그로 인해 각본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자가 각본을 쓴지라 작품의 이야기 전개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만화영화를 위해 잘 안배되어졌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스토리의 뛰어난 이식성은 이 작품의 가치를 현재까지도 이어주는 중요한 포석이 되고 있습니다.
 
초반의 이야기는 환상 속의 동물인 유니콘이 어느날 자신의 동족이 한 명(아, 아니 한마리)도 없음을 인지하고는 동족을 찾기 위해 숲을 떠나 세상을 여행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녀(성우가 여성분이니까 그녀가 맞겠죠.)는 한 정신 나간 나비(말 그대로 횡설수설합니다.)와의 만남을 통해 동족의 행방이 한 붉은 황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붉은 황소를 찾아나서게 되는데요. 정신 나간 나비의 말 이외에는 정보를 얻을 곳이 없는 유니콘의 현실이 왠지 그녀, 즉 꿈과 추억이 현실과 오랫동안 단절되어 있다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 싶습니다.
 
(꿈과 동심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유니콘을 백마로 착각합니다. 현실에 익숙해져버린 이들이 순수와 꿈의 상징인 유니콘의 뿔을 보지 못하는 모습은 현대인을 빗댄 은유이기도 하지요.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유니콘을 사악한 마법사 포르투나는 한 눈에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법사에게 있어 유니콘은 순수와 꿈의 상징이 아닌 한낱 돈벌이의 도구일 뿐입니다. 마법사는 유니콘을 붙잡아 그녀에게 가짜 뿔을 씌우고 사람들에게 유니콘이라고 속여 보여줍니다. 진짜 뿔을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유니콘은 가짜 뿔이 씌워져 가짜 유니콘으로 보여지는 서글픈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 순수와 꿈을 잃어버리고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군상 역시 오버랩됩니다. 초반부의 유니콘이 처한 상황은 동화적인 표현이 돋보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을 비유적으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니콘의 고난은 한 견습 마법사의 도움으로 인해 또다른 전개를 맞게 됩니다. 이 마법사는 자신을 슈멘드릭이라고 소개하는데요, 우스운 것은 슈멘드릭이라는 이름이 이디시어(블로그지기 주: 독일어에 슬라브어와 히브리어가 섞인 말)로는 '바보'라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슈멘드릭은 제대로 된 마법은 구사할 줄 모르는데다가 상황판단력이 좀 뒤쳐지는 어리숙한 인물로 나옵니다.(물론, 동시에 정의감과 순수함 역시 갖고 있지만.) 유니콘의 본 모습을 알아본 그는 유니콘을 탈출시키기 위해 도움을 자처하게 됩니다.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

그림 2. 사계절 동안 동족을 찾아 헤매는 유니콘.

마법사에게서 탈출한 유니콘과 슈멘드릭은 정처없는 여행 도중 숲에서 한무리의 부랑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로빈 훗의 망령에 사로잡혀 사는 캡틴 컬리의 일당들이었는데요, 유니콘의 마법(그러나 슈멘드릭은 자신이 한 것인 줄로 착각)으로 로빈 훗과 메리언의 망령을 본 이들은 감격에 겨워합니다. 몽상에 빠진 체 현실을 거부하는 이들의 모습은 바로 이전 에피소드에서 유니콘의 진짜 뿔을 알아보지 못하고 가짜 뿔에 현혹된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과 함께 인간을 향한 또다른 풍자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들 속에서 유니콘은 순수와 꿈을 간직한 또다른 동료(내지는 하녀?) 몰리를 얻게 됩니다.
 
이렇게 든든한(?) 동료들을 얻은 유니콘의 여정은 어두운 현실이 맞닥뜨리면서 급반전됩니다. 세상의 모든 유니콘들 잡아 해거드 왕에게 바친 붉은 황소가 등장한 것입니다. 붉은 황소에 엄청난 위압감에 유니콘 일행은 두려움에 떨고... 숲에서의 마법(로빈 훗과 메리언의 환영을 캡틴 컬리에게 보여준 것)이 자신이 한 것이라 착각한 슈멘드릭은 당당하게 마법의 주문을 읊지만 엉뚱한 결과를 가져와 유니콘을 아리따운 아가씨로 변신시키고 맙니다.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는 유니콘(슈멘드릭의 실력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두꺼비나 생쥐가 아닌게 어디랍니까.)을 진정시키면서 우여곡절 끝에 해거드 왕을 찾아낸 유니콘 일행, 슈멘드릭은 얼떨결에 유니콘을 '아말띠아'라는 이름으로 해거드 왕에게 소개시키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아말띠아'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이름으로, 염소와 비슷한 모습으로 두 개의 뿔을 가지고 있는데, 뿔 하나에는 술이 가득 차 있고, 다른 하나에는 음식이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제우스가 뿔 하나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아말띠아는 하나의 뿔을 갖고 있게 되며, 흰 몸과 하나의 뿔 덕에 많은 이들이 유니콘으로 오인하고 있다고도 하는군요. 바로 이 유니콘으로 오인되는 아말띠아의 이름이 인간의 껍질을 쓰고 있는 유니콘의 이름으로 사용되며, 또다시 작품은 진정한 사실을 외면한 체 허상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을 비유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유니콘, 아니 유니콘의 인간 모습을 해거드 왕의 의붓아들 리르 왕자가 사랑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좀 더 미묘하게 전개되기 시작하죠.
 
유니콘은 해거드 왕에게 사로잡힌 자신의 동족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요. 리르 왕자와의 사랑은, 그리고 해거드 왕과 붉은 황소와의 결말은 어찌 될까요. 그녀는 과연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허상과 위선을 벗고 진실과 본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한가닥 희망인 순수와 꿈을 찾아내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

그림 3. 마녀 포르투나(좌측 상단), 슈멘드릭(우측 상단), 캡틴 컬리(좌측 하단), 그리고 붉은 황소(우측 하단).


3. 세월이 흐른 지금도 사랑받는 유니콘, 그녀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3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이 작품은 서구권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국내에서는 80년대 들어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해준 적이 있었지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과 유럽, 호주 등에서 100만장 이상의 DVD 판매량을 올린 것이 그것인데요. 유니콘이 갖고 있는 특유의 깨끗하고 투명한 느낌의 환상성은 순수함이라는 테마에 가장 잘 부합하는 소재로, 어두움과 공포의 대명사 용과 함께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재생산 되는 판타지적 소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유니콘을 소재로 한 작품들 중에서는 꽤나 독특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양의 작화와 서양의 연출이 어우러져 다른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맛을 주는 이 작품은, 특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유니콘의 색다른 아름다움이 유니콘의 본 모습이 아닌 허상임에도 불구하고 본 모습 이상의 아우라를 뿜어낸 아이러니함 역시 갖고 있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명작을 만들어낸 원작자 Beagle 선생이 저작권료를 제대로 못받아 2000년대에 들어 제작사 측과 법적 분쟁까지 갔다는 사실은 꿈과 망상,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극중 인물들의 모습처럼 왠지 모를 쓸씀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작자의 아픈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화면 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유니콘의 눈부신 흰색은 인간의 영원한 동경, 노스텔지어를 연상케 하는 또다른 상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eter.S.Beagle / Granada International

그림 4. 해거드 왕(우측 상단)과 리르 왕자(좌측 상단), 그리고 인간으로 변한 유니콘 아말띠아(하단).

☞ 아,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라스트 씬에서 파도에 갇혀있던 유니콘들이 탈출하여 해변을 뒤덮는 장관은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에서 아르웬이 나즈굴을 물리치기 위해 강물에 걸었던 마법과도 오버랩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작자 Beagle 선생은 이미 78년 '반지의 제왕' 만화영화 각본을 맡은 적이 있다는 것. (물론, 톨킨 선생의 '반지의 제왕' 원작에 이미 묘사가 된 장면이지만 말입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주의 영화리뷰 2009년 7월 3주차에 선정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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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이지만, 흥행 감독은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항상 철학적인 사색, 그리고 관객들과의 고도의 지적인 대화를 즐겨하는 편인데요. 그에게 가장 큰 명성을 안겨다준 95년도 작품 '공각기동대' 역시 난해하고 논술적인 대사들, 아름답고 세밀하지만 메마른 배경, 격한 액션장면에서조차 정적감을 느끼게 하는 기묘한 긴장감 등으로 사실 편하게 보기가 힘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속편격인 '이노센스(2004)'에 와서는 이러한 사색적 표현이 실험적인 영상미와 어우러져 한편의 추상화를 접하는 듯한 기묘한 불편함을 선사하기도 했죠. 그래도 전체적인 스토리가 가는 길을 놓치지 않는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만, 여러모로 관객들에게는 어려움 역시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4년만에 새로운 작품을 들고 왔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스카이 크롤러(2008)'가 되겠습니다.

오시이 감독들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철학적이고 난해하다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한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표현이 있는데요, 그것은 '불안한 편안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할 정도로 느릿느릿한 등장인물들의 반응과 하나하나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조용하면서도 확실한 몸짓들... 그것은 대부분 침묵 속에서, 또는 느릿한 테마와 어우러져 묘한 침묵을 관객들에게 안겨줍니다. 스카이 크롤러 역시 이런 기묘한 정적감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작품입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하는 편안함 속에서 밀려오는 왠지 모를 불안감 가득한 오후... 라면 좀 어울리는 표현일까요. 탁 트인 우리스 기지와 높고 푸른 하늘의 배경조차도 주인공들의 삶의 무게가 얹혀져 왠지 모를 슬픔을 안겨주는 듯 합니다.

 

스카이 크롤러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남녀 간의 감정선이 묘하게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불안한 편안함 속에서 오시이 감독의 작품답게 격한 감정의 표현이 드러나지 않기에 수면에서 뜨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는 부표와 같은 희미한 느낌입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느낌이 십분 살아나기도 합니다. 물론, 메인 테마는 등장하는 피터팬과 같은 소년,소녀들인 킬드레의 자아 성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비행전투씬은 3D 연출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하우를 자랑하는 Production I.G와, 역시 그 난해하고 복잡한 스토리만큼이나 영상미에 있어서도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오시이 마모루의 조합으로, 과연이라는 소리를 낼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오시이 마모루의 스승으로 일찌기 '에어리어 88(1985)'에서 희대의 비행전투씬을 연출해냈던 故 토리미우미 히사유키 감독의 편린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그의 직계제자라 할 수 있는 오시이 감독이 처음으로 하늘을 무대로 한 작품을 통해 스승처럼 멋진 비행전투씬을 표현해냈다는 것도 스카이 크롤러의 하나의 의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음악들이 너무도 마음에 드는데요. 카와이 켄지의 메인 테마도 메인 테마지만, 엔딩에 흐르는 주제가, 아야카의 '오늘 밤도 별에 안겨서'는 본편 내내 막혀 있던 절제된 슬픔과 감정들이 마치 스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처럼 자막과 함께 흘러나와 개인적으로는 꽤나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듣자 마자 홀딱 반해버렸네요.)

 

글쎄요, 오시이 감독이 말했듯이 이 작품은 자신의 작품을 이해해주는 소수의 관객들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근래의 오시이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꽤 대중적인 취향에 근접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작품에는 한가지 반전이 숨어 있는데요. 사실 작품 초반부에 이미 짐작을 해버린 터라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라는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겠군요.

 

기회가 되면 스카이 크롤러는 다시 한 번 자세한 리뷰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DVD 발매가 몹시 기대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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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FOCUS Films LLC.


팀 버튼이 프로듀스하고 쉐인 에이커가 각본과 감독을 맡은 신작 애니메이션 9의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아주 독특하고 이국적인 색감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요. 감독 쉐인 에이커의 단편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다시 장편으로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입니다. 단편은 200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작품인데요. 그로테스크한 캐릭터라든지 어두운 느낌의 배경과 색감 등은 프로듀서인 팀 버튼과의 성향과도 어느 정도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 듯 싶습니다.

젊은 감독의 작품이다보니 그 느낌은 이전까지의 미국 만화영화와는 달리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원티드'에서 감각적인 홍콩 느와르식 액션 연출을 보여주었던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가 프로듀서로 참여해서 였을까요, 트레일러의 보여진 액션 연출은 무척이나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덕분에 예술적인 면에서나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에서나 나름 만족할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습니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잘 살려낸 배경미술은 단연코 압권입니다. 굉장히 풍부한 색감과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 덕에 컴퓨터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호러틱한 동화적 이미지를 비교적 잘 살려내지 않나 싶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맘에 드는 모습이네요. 인간들이 사라진 황폐한 세상에서 영혼을 가진 넝마인형인 9과 그의 동료들이 넝마 인형들을 사냥하여 영혼을 흡수하는 기계짐승과의 사투가 줄거리입니다. 주인공 9 역에는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호빗소년 프로도 역을 맡았던 일라이자 우드가 맡은 듯 하네요. 영화 제목처럼 미국에서는 2009년 9월 9일 개봉예정입니다. 

ⓒ 2009 FOCUS Films LLC.


공식 트레일러 감상하기 (유튜브)
공식 트레일러 감상하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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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시리즈 목차>


마징가 Z (1972), マジンガーZ / Tranzor Z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나가이 고, 다이나믹 프로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세리카와 유고, 카츠마타 토모하루 外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야마무라 히로야스, 타카쿠 스스무, 후세 히로카즈
◈ 캐릭터 디자인: 모리시타 케이스케, 하네 요시유키
◈ 작화감독: 하네 요시유키
◈ 미술: 시모카와 타다미, 츠지 타다나오, 카츠마타 게키 外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 미즈키 이치로 (주제가 歌)
◈ 제작: 도에이 동화, 다이나믹 프로
◈ 저작권: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2.12.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92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고대 미케네 제국의 발달된 과학문명을 발견한 헬 박사는 미케네 제국의 유적에서 발견한 부부 미이라를 기본으로 암수 한몸의 인조인간 아수라 남작을 탄생시킨다. 아수라 남작을 필두로 하여 철가면 군단을 결성한 헬 박사는 세계정복의 야망을 이루기 위하여 기계수 군단을 이끌고 본격적인 침공작전을 개시하게 된다.

한편, 헬 박사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카부토 쥬죠 박사는 초합금 Z를 기반으로 거대한 로봇 마징가 Z를 완성하여 손자인 카부토 코지(한국방영판 이름 쇠돌이)에게 맡기려 한다. 아수라 남작과 철가면 군단의 습격으로 카부토 쥬죠 박사가 살해되고, 이제 마징가 Z는 헬박사의 기계수 군단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데... 영문도 모른체 할아버지를 잃고 마징가 Z를 넘겨받은 카부토 코지는 과연 Z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침공해오는 기계수 군단을 무찌를 수 있을 것인가.


<소개>

더이상 말이 필요치 않은 로봇 만화영화의 기린아. '철인 28호(1963)'가 슈퍼로봇 아니메의 태동을 알렸다면, 본격적인 시작은 마징가 Z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오리지널 아니메의 시대를 열었던 故 이시노모리 쇼타로 문하에서 수업을 쌓고 있던 나가이 고가 창조해낸 이 기묘한 슈퍼로봇은 로봇 아니메 역사상 최초로 로켓트 펀치, 광자력 빔, 루스트 허리케인 같은 독창적인 무기 시스템을 선보이며, 일약 70년대 초반의 아니메 역사를 뒤흔들게 된다. 당시 TV 애니메이션은 히트작의 감소로 인해 일대 위기를 맡고 있었는데, 마징가 Z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되어 버린다. 일본에서의 평균 시청률은 20%가 넘는 것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도에이 내의 저작권 수입 비율에서 만화영화가 실사영화를 누르는 신호탄이 되었고, 제과업계가 주도하던 만화영화 스폰서 시장이 완구업체로 방향을 이전하게 하는 등, 만화영화 업계 전반에 걸친 지각변동을 일으킨 작품이라 하겠다.

초창기에는 오토바이가 로봇의 등을 타고 올라가 머리 부분에 합체되어 조종석이 된다는 설정으로 당시의 명칭은 에네르가 Z라는 명칭을 갖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비행기 형태의 조종 시스템이 머리에 합체된다는 보다 더 안정적인 설정으로 바뀐다. 에네르가 Z의 설정은 후일 마징가 Z의 사이드 킥은 다이아난 A(아프로다이 A의 후계기)의 콕핏트 탑재 방식에 적용되기도. 주역로봇인 마징가 Z외에도 아프로다이 A라든지 보스보롯트 같은 사이드 킥들이 등장하면서 극의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캐릭터의 성격을 로봇에 감정이입한 형태로 이제까지 등장했던 거대 로봇물인 '철인 28호(1963)'나 '아스트로 강가(1972)' 와는 다른 형태의 접근방식이었다. 실제로 극중에서 로봇들이 공격을 받으면 탑승자 역시 같은 고통을 느끼고, 탑승자가 분노하면 로봇도 같이 분노(보스보롯트는 특별히 표정까지 변한다. 어쩌면 이쪽이 더 높은 하이테크놀로지가 적용된 놈일지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퀀스는 아이들에게 로봇에 대한 감정이입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로봇. 그것이 마징가 Z가 보여준 또다른 차별적 요소였다.

일부 캐릭터들은 나가이 고의 문제작 '파렴치 학원'의 인물들을 베이스로 하여 만들어졌다. 나가이 고의 가학적 에로티시즘과 폭력미학이 살아 있어 원작만화는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문제적인 작품이었지만, 만화영화로 제작되며 이러한 나가이 고의 색체는 상당히 배제되었다. 허나, 헬 박사나 아슈라 남작, 브로켄 백작과 같이 원작의 색체를 반영하는 광기에 찬 무시무시한 악역 캐릭터들은은 선악의 구분을 확실하게 나누는 요소가 되었다. 그들의 기괴한 외모가 마징가 Z와 주인공 카부토 코우지의 히어로적인 측면을 오히려 강화시킨 셈. 뜨거운 정의감으로 넘치는 카부토 코우지의 모습 역시 어떤 면에서는 헬 박사나 아슈라 남작의 광기와도 일치하는 점이 있지만, 이러한 악역들의 카리스마로 인해 카부토 코우지의 광기는 열혈이라는 테마로 승화되어 이후 열혈 캐릭터의 전형적인 인물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발동시킬 무기 시스템의 명칭을 외치는 카부토 코지의 독특한 연출방식은 후일 로봇 만화영화의 하나의 공식으로 오랫동안 자리잡게 된다.)

당시 특촬물의 제작 축소로 인해 상품라인업을 상실한 완구 업체에 마징가는 새로운 대안이 되었다. 특히, 스폰서인 포피의 디자이너 무라카미 카츠시에 의해 출시된 초합금 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으며, 이로 인해 추후의 만화영화 비즈니스 전개는 완구회사를 스폰서로 하여 이들이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의 구축으로 인해 로봇 만화영화는 70년대 들어 단숨에 일본 만화영화의 주력 장르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마징가 Z의 대성공은 도에이와 스폰서인 포피에게 있어서 또다른 딜레마로 다가오게 된다.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면서 마징가 Z 이후의 비즈니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계속해서 마징가 Z를 후속 시리즈의 주역 메카로 등장시키려 하는 나가이 고의 의지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탐탁치 않은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 속에 마징가 Z는 서서히 새로운 주인공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압력이 나가이 고와 제작진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제 마징가 Z는  헬박사의 기계수 군단보다 더 강력한 스폰서 군단의 위협을 받기에 이르는 것이다.


마징가 Z vs 데빌맨 (1973)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카츠마타 토모하루
◈ 각본: 타카히사 스스무
◈ 작화감독: 카츠마타 소노하루 (?)
◈ 치프 애니메이터: 츠노다 코이치
◈ 미술감독: 우라타 마타지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 제작: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3.07.1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 / 전연령가 (G)


<소개>

1972년 초반, 마징가 Z보다 먼저 방영을 시작했던 나가이 고 원작의 TV 시리즈 '데빌맨(1972)'을 등장시킨 크로스오버 작품. 이러한 형태의 크로스오버는 당시의 아니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으로, 그 시너지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데빌맨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순간 갑자기 등장한 마징가 Z의 강렬한 위용은 극장 안의 온 어린이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도에이 동화의 기획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마징가 Z vs 암흑대장군 (1974)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니시자와 노부타카
◈ 각본: 타카히사 스스무
◈ 작화감독: 츠노다 코이치
◈ 미술감독: 츠지 타다나오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
◈ 제작: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
◈ 일자: 1974.07.25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극장 / 전연령가 (G)


<소개>

마징가 Z의 TV 시리즈 완결보다 앞서 극장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미케네 제국이라는 새로운 적수의 등장과 함께 마징가 Z와 카부토 코지의 처절한 패배를 묘사하며, 일약 팬들에게 놀라운 충격을 선사한다. 그리고 마징가 Z의 몰락과 함께 클라이막스에서 등장한 그레이트 마징가! 어린이 팬들의 카타르시스는 극에 달했고, 마징가 Z를 닮았으면서도 훨씬 더 강력한 파워로 미케네 제국과 맞서 싸우는 그레이트 마징가의 위용 앞에서 부서진 마징가 Z와 카부토 코지는 쓸쓸하게 퇴장하게 된다.

이로써 도에이의 성공적인 마징가 교체작전은 완료되었던 것이다. 비록 나가이 고가 만들어낸 그레이트 마징가 였으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닌 도에이의 기획력과 스폰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점에 있어서 그레이트 마징가는 골수 마징가 팬들이나 나가이 고, 그리고 다이나믹 프로에게 있어서는 분명, 반갑지만은 않은 존재였다. 그리고, 이런 도에이의 마징가 퇴출(?) 작전은 'UFO 로봇 그렌다이져(1975)'에 이르러 절정을 맞이하며, 서서히 로봇장르에서 나가이 고 월드의 퇴장을 알리고 있었다.


<참고 사이트>

[1] Mazinger Z (TV), Anime News Network
[2] Mazinger Z, Wikipedia
[3] マジンガーZ, WIkipedia Japan
[4] 마징가 Z 극장판 시리즈 1973-1976 by 캅셀, 캡슐☺블로그: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5] 거대로봇 연구 - 마징가 Z편 by 백금기사, 백금기사의 1호 연구소
[6] 마징가 시리즈는 이렇게 탄생했다 by 잠본이, 잠보니스틱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AGAI GO·DYNAMIC Pro / TOEI Anima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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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FILMLINK International/HIDEYUKI KIKUCHI/ASAHI SONORAMA/VAMPIRE HUNTER D Production Commitee


<스탭>

◈ 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
◈ 원작: 기쿠치 히데유키
◈ 제작: 매드하우스. 필름링크 인터내셔널


<시놉시스>

핵전쟁 이후 뱀파이어들이 귀족이라 불리며 인간들 위에 군림하던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한 A.D 12,090년. 자신의 딸 샬롯을 뱀파이어에게 납치당한 대부호 앨번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이자 뱀파이어 헌터인 던필(이하 D)을 고용하여 백작 마이어로부터 그의 딸을 구해줄 것을 부탁한다. 의심 많은 대부호의 아들은 D 외에도 또다른 헌터집단 '마커스 형제'에게도 같은 의뢰를 맡기는데, 샬롯을 먼저 구출해야만 보상금을 받을 수 있기에 마커스 형제는 D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마커스 형제'의 일원인 여성헌터 레일라는 D에게 경계심과 동시에 호기심을 보이게 되고, 마이어 백작과의 첫 대면에서 D는 납치된 샬롯이 마이어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이어 백작이 암살집단인 바르바로이 일족의 3인조를 고용하게 되면서 이제 D와 마커스 형제, 바르바로이 3인조까지 얽힌 복잡한 추격전이 시작되는데... 과연 마이어가 향하는 곳은 어디이며, 샬롯과 마이어의 관계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1. 기쿠치 히데유키의 소설, 아마노 요시타카의 날개를 달고 애니메이션계에 입성하다.

알려진 바와 같이 기쿠치 히데유키 원작의 '뱀파이어 헌터 D(1983)'는 1983년 1월 처음 소설로 등장합니다. '마계도시 신주쿠(1982)'라는 소설로 공포 소설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기쿠치 히데유키는 후일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과 황금 콤비로 호러 판타지 계열의 아니메 수작을 연이어 등장시키며, 일약 '공포소설의 대가'라는 명성을 얻기에 이르르는데요. 이 뱀파이어 헌터 D는 바로 그의 작품 중에서 1번 타자로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인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총 20권이 발표되며 30년 가까이 연재를 계속하고 있는 이 장편의 판타지 공포소설도 초창기의 기쿠치 히데유키만의 네임 밸류만으로 애니메이션화 되기에는 버거웠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이 소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면에는 당시 삽화가로서 소설에 참여한 애니메이터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 때문인 것도 있으니까요.

70년대 타츠노코 프로에 10대의 나이로 입사하여 천재적인 애니메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아마노 요시타카가 애니메이터로서의 범주에만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며, 소설 삽화에 과감히 도전했던 이 작품은 원작자인 기쿠치 히데유키보다 아마노 요시타카에게 더 큰 명성을 안겨주며, 그를 애니메이터가 아닌 특급 일러스트레이터의 반열로 격상시켜주는 중대한 모멘텀이 됩니다. 물론 이 영향은 뱀파이어 헌터 D에게도, 기쿠치 히데유키에게도 동반 상승효과를 가져옵니다. 환상적인 일러스트 덕에 책의 가치는 높아졌으며,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상을 더욱 더 배가시킨 것입니다.

ⓒ YOSHITAKA AMANO / ASAHI SONORAMA

그림 1. 아마노 요시타카의 소설 삽화 일러스트 (출처: 베스트 아니메)


그 덕분일까요, 뱀파이어 헌터 D는 85년 마침내 기쿠치 히데유키의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애니메이션화 되기에 이르릅니다. 감독은 '우주전함 야마토(1974)'의 작화감독에서부터 '요술공주 밍키모모(1982)'이나 '은하표류 바이팜(1983)' 등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진 아시다 토요오가 맡았는데요. 당시 원작자인 기쿠치 히데유키가 뱀파이어 헌터 D의 제작의사를 밝혔던 아시 프로덕션의 스타일이 자신의 작품 성향과는 너무도 달라서 수차례 거절을 했었으나, 아시다 토요오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아니메로의 제작이 가능했던 숨겨진 에피소드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1] 참조)

뱀파이어 헌터 D의 1권의 이야기를 80분짜리 OVA로 아니메화한 이 작품은 지금에 와서는 그다지 높은 작화 퀄리티의 작품이라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만, 스파게티 웨스턴 스타일의 배경과 뱀파이어라는 호러 판타지적 소재가 기묘하게 어울린 숨겨진 고전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후일 '북두의 권(1986)' 극장판을 통해 센세이셔널한 고어 액션씬을 훌륭하게 선보인 아시다 토요오 감독의 액션 연출은 이 작품에서도 그 흥미를 더하죠. 특히, 단순한 뱀파이어 헌터로만 여겨졌던 D가 클라이막스 씬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힘과 그 힘에 얽힌 출생의 비밀은 크나큰 흥미와 함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준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연말 OVA 랭킹 2위에 오를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둔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을 내놓지 못하였고,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이 연출한 기쿠치 원작의 '요수도시(1987)'가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킨 뒤, 카와지리가 키쿠치의 작품을 연달아 아니메화하는 과정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도, 북미시장에 진출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이 작품이 왜 후속 시리즈를 내지 않은 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것일까요. 의문점을 뒤로 한체 세월은 어느덧 15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HIDEYUKI KIKUCHI / ASAHI SONORAMA

그림 2. 85년도 OVA 트레일러 영상 스틸 컷. (출처: Youtube.com)


2. 동반자 카와지리 요시아키와의 만남... 예견된 D의 부활

'요수도시(1987)', '마계도시 신주쿠(1988)', '바람의 이름은 아무네지아(1990)' 등에서 연달아 호흡을 맞추면서 기쿠치 히데유키와 카와지리 요시아키는 황금 콤비이자 절친한 친구로 발전하게 됩니다. 스승 린 타로에게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기법의 정수를 물려받은 일본의 탑 클래스 애니메이션 연출가 카와지리 감독과 이제는 일본 공포소설을 대표하는 기쿠치 히데유키의 조합은 하드고어 쟝르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며 그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만약, 뱀파이어 헌터 D가 좀 더 늦게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카와지리 감독의 작품으로 등장했다면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요. 이러한 의문의 답은 비로소 2000년에 들어서야 그 해답을 보여주게 됩니다.

'수병위인풍첩(1993)'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은 카와지리는 90년대 말부터 서서히 해외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선배격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데자키 오사무 감독(데자키 오사무 감독은 카와지리의 스승인 린 타로 감독과 함께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였지요. 무협소설로 치면 사숙이라 할 수 있겠군요.)도 해외진출을 했었으나, 그것이 북미에서의 러브콜이 아닌 잇단 흥행실패로 인한 도미였던 것에 비해 카와지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북미의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이었지요. 그리고,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의 감독으로 낙점되면서 그가 선택한 작품이 바로 뱀파이어 헌터 D인 것입니다. 북미에서 인기가 높았던 원작 소설과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아니메 감독의 만남, 거기에 원작자인 키쿠치와 절친한 친구라는 점에서 뱀파이어 헌터 D는 카와지리 감독의 북미권 데뷔로서는 더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로 인해 수천년간 인간과 뱀파이어의 경계에서 고독한 방랑을 해온 사나이가 마침내 15년만에 스크린으로 부활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2000, 이하 블러드러스트)'인 것입니다.

소설 뱀파이어 헌터 D의 세번째 에피소드 '妖殺行(Demon Deathchase)'를 영화화한 블러드러스트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했기에 보통의 아니메와는 달리 외국인 스탭들이 작품에 대거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그로 인해 성우 캐스팅에 애초부터 외국인이 기용되어 연기를 펼쳤다는 것이 이색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더빙판에 비해 성우들의 연기는 작품과 좋은 매치업을 보여줍니다. 이제까지의 영어 더빙판 아니메의 경우, 아무래도 성우들의 연기력이나 동화와의 동기화 부분에 있어서 원 성우에 비해서 그닥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는데요. 그에 비해서 이 작품에서의 성우들의 연기력은 합격점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일본어로 아니메를 계속 보아온 팬들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거슬리거나 위화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북미 아니메 팬들에게는 이때까지의 더빙판에 비해서는 확실히 좋은 느낌을 주었을 듯 합니다. 다만, 일부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대사에서도 읊조리는 듯한 톤으로 연기를 하여 왠지 답답한 느낌이 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수병위인풍첩부터 카와지리의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낸 미노와 유타카가 이번에는 카와지리식 스타일에 아마노 요시타카의 몽환적이면서도 탐미적인 D의 모습을 꽤나 훌륭하게 녹여낸 점은 이 작품의 백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인 마이어나 카밀라의 귀족스러움과 괴기스러움이 혼재된 모습, 마커스 형제의 개성 넘치는 모습이나 바르바로이 일족의 흉측한 모습 등은 제각각 멋진 개성을 뽐내고 있죠. 스파게티 웨스턴과 고딕 스타일, SF와 판타지를 오가는 기묘한 크로스오버적인 배경의 묘사, OVA에 비해 격상된 퀄리티와 이를 뒷받침하는 적절한 CG들, 그리고 이런 비쥬얼을 멋지게 살려주는 음악 등이 한데 어울린 블러드러스트는 하이 퀄리티의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 2001 FILMLINK International/HIDEYUKI KIKUCHI/ASAHI SONORAMA/VAMPIRE HUNTER D Production Commitee

그림 3.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스틸 컷.


3. 멋진 구성과 고급스러운 연출, 하지만 2% 부족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원작의 경우에는 마커스 형제에게 스토리의 중심이 가있는 상황에서 D가 해결사로서 역할을 하는 형태로 전개가 됩니다.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인 이번 편에서는 주인공 D가 조금 뒤로 물러가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극장판으로 이식되면서 스토리는 조금 수정이 가해지게 됩니다. 그 결과 D와 마커스 형제의 이야기가 비슷한 비중으로 맞춰지게 됩니다. 2시간 남짓한 이야기 길이 속에서 이 역할 분배는 나름 좋은 비율을 보여주는 듯 싶습니다. 역시 카와지리 감독이 톱 클래스의 연출가임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전까지의 매니아적인 작품 색체(폭력미학의 대가라는 별명답게)는 북미시장을 공략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서 좀 더 대중적인 모습을 취할 수 밖에 없었기에 순화된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많은 카와지리 감독의 팬들이 상당수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군요. 거기에 무언가 2% 부족한 액션 덕에 고급스럽고 멋진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조금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실 스토리의 전체적인 균형적인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심심한 뒷맛은 카밀라와 D가 맞대결을 펼치는 클라이막스 씬까지 주욱 이어지게 됩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작품 내 액션 씬의 비중이 적었다기 보다는 액션 자체, 특히 주인공인 D의 액션 장면이 동적인 부분보다는 정적인 씬에 대부분 머물러 있던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요. D의 부족한 액션을 마커스 형제가 나누어서 담당하다보니 스토리의 균형과는 별개로 D의 역할은 더 축소되어 보이고 결과적으로 액션이 필요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액션이 부족한 작품으로 인식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한정된 셀 안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특기로 삼았던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액션 연출이 근래의 다이나믹한 액션씬에 비해 역동적인 맛을 못살리면서 생기는 아쉬움은 아닌가 합니다. 리미티드 기법의 대가답게 카와지리 감독 또한 정지영상 컷의 감각적인 배치나 광원 연출, 배경의 활용 등을 통해 멋진 액션 장면을 구현해 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고급스러운 연출 방식은 이 블러드러스트 내에서도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고 있구요. 하지만, 근래의 애니메이션 상당수가 상당히 역동적인 액션샷들을 구사하고 있기에 이러한 부분은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생각도 드는군요. 그래서인지 카와지리 감독의 신작 '하이랜더(2007)'의 경우는 블러드러스트보다 훨씬 역동적인 장면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비주얼과 이야기가 보여준 블러드러스트의 멋과 완성도는 인상적입니다. OVA의 경우 D의 진정한 활약은 클라이막스에서나 펼쳐지며, 그의 출생에 얽힌 비밀까지 살짝 드러나 드라마틱한 클라이막스를 보여줍니다. 블러드러스트 역시 카밀라와의 대결에서 D의 출생의 비밀이 살짝 선보이며 드라마틱한 결말로 향하게 되는데요. 마이어 백작과 샬롯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가 작품의 메인 테마이기에 이번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D가 주인공이 아닌 마이어와 샬롯이 주인공인 이야기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다만,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의 테마가 전반적으로 흡입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이는 소재 자체의 진부함도 있겠지만, 원체 스토리 자체가 애틋한 러브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깊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군요.

ⓒ 2001 FILMLINK International/HIDEYUKI KIKUCHI/ASAHI SONORAMA/VAMPIRE HUNTER D Production Commitee

그림 4. 뱀파이어 헌터 D 스틸 컷.


4. 속편의 가능성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D가 TV 시리즈 형태의 장편으로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극장판으로서의 완성도는 물론 훌륭했지만, D의 출생의 비밀과 같은 부분이 좀 더 심도있게 다루어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단편으로는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 단편 에피소드 중의 하나로 이 블러드러스트가 아니메화되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현재까지도 계속적인 연재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D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원작 자체의 고딕스럽고 웨스턴스러운 독특한 느낌, 그리고 아마노가 창안해낸 몽환적인 캐릭터가 기실 아니메로 제작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작품일지도 모르겠군요. 카와지리 감독 정도의 느낌을 주지 못한다면 섣부른 아니메 프로젝트는 오히려 D의 이미지를 망칠 우려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때문에 더 이상 후속 논의가 없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팬으로서 언젠가 다시 등장할 D의 속편은 꽤나 기대되는 기다림이라 하겠습니다. 그동안 만들어진 두 편의 작품이 모두 조금씩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언젠가 등장할지 모르는 다음 속편은 부디 전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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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 (1963), 鉄人28号 / Gigantor

ⓒ 横山光輝 &middot; エイケン


<정보>

◈ 원작: 요코야마 미츠테루(横山 光照)
◈ 연출: 오니시 키요시, 야마모토 이사오, 카와구치 이사오, 와타나베 요네히코 外
◈ 각본: 아시에 그룹
◈ 작화: 코무로 츠네오, 와카바야시 타다오 外
◈ 미술: 호시 슌로쿠
◈ 음악/노래: 미키 토리로, 고시베 노부요시, 아라시노 히데오 / 듀크 에이세스
◈ 제작사: 에이켄, 후지 TV
◈ 저작권: ⓒ 横山光輝 · エイケン
◈ 일자: 1963.10.20~1965.11.24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97화) / 초등생 관람가(PG)


<줄거리>

태평양 전쟁 말기, 전황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극비리에 철인병기 계획을 세우게 된다. 수많은 실패를 거쳐 28번째의 철인이 완성단계에 들어선 즈음, 원폭의 투하로 일본은 패망하고 철인병기 계획과 그 완성품인 철인 28호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체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게 된다.

그로부터 십여년 뒤, 전후의 상처가 겨우 아문 일본. 철인병기 계획의 생존자이자 철인 28호를 개발한 시키시마 박사는 사라져버린 철인의 존재를 계속 찾고 있는 중이었다. 이 일에는 그가 친아들처럼 아끼는 소년 탐정 가네다 쇼타로도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철인의 존재가 시키시마 박사와 쇼타로 말고도 국제 스파이들과 범죄조직에게까지 알려지며, 철인을 탈취하기 위한 이들의 경쟁이 시작되는데...


<소개>

1956년 월간 '소년'에 연재되었던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1963)'보다 약 10개월 정도 늦은 10월 20일에 방영을 시작함으로써 일본 만화영화의 두번째 TV 시리즈 만화영화가 되었다. 또한, 일본 만화영화에 거대로봇이라는 소재를 처음 등장시킨 작품으로서, 아톰과 함께 일본 만화와 만화영화를 대표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월간 소년에 연재 중이던 1959년에 라디오 드라마로 방영되면서 코믹스로서는 최초로 미디어로 등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60년에는 TV 드라마로 만들어지기까지 하였으니 당시 철인 28호의 인기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후로 TV 시리즈와 극장판 만화영화, 실사영화를 거쳐 3D CG 영화로까지 제작예정에 있고, 2009년에는 코베시의 와카마츠 공원에 1:1 실제모형(높이 15.6m)까지 세워지는 등, 반세기가 넘도록 변치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철인 28호는 요코야마 미츠테루 자신에게 있어서도 인기 만화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이다. 애초에 소년 탐정물로 방향을 잡았던 이 작품은 원격조종기에 의해 조종되며, 조종하는 사람에 따라 선하게 사용될 수도 있고, 악용될 수도 있다는 로봇의 한계성을 부여하여, 정의의 사도로만 싸우는 후대의 슈퍼로봇물에 비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사이버펑크적인 컨셉을 보여주었다. 소년만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펼쳐지는 긴박한 전개와 서스펜스 구조는 왜 그가 전설적인 만화가로 현재까지도 추앙을 받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시대배경은 1955년으로 실제 연재되던 시대와 동일한 시간대이며, 철인 28호는 제국주의 시절 일본군이 불리한 전황을 만회하기 위해 개발했던 비밀병기로서, 패전과 함께 그 존재가 잊혀졌다가 주인공인 소년탐정 가네다 쇼타로가 우연치 않게 철인을 손에 넣어 활약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얼개이다. SF 만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동시대에 진행되는 현실적인 설정 또한 눈에 띈다. 연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2차 대전중 개발되었던 일본의 비밀병기인 철인은 단역으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던 이 거대한 로봇이 독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게 되고, 이로 인해 철인 28호는 시리즈의 주축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전개는 단역으로 등장했다가 독자들의 인기를 얻어 주인공으로 재탄생하게 된 아톰의 탄생과 동일한 상황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시대를 넘어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는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63년에는 30화와 31화를 묶어 도에이 만화축제를 통해 극장에 상영되기도 하였다. 철완 아톰을 영어버전으로 제작한 경험이 있는 미국의 프로듀서 프레드 래드에 의해 52화만 골라 'Gigantor'라는 제목으로 뉴욕 WPIX TV에서 방영되면서 일본산 만화영화의 해외수출의 물고를 트기도 했다. 그러나 원작 코믹스는 소재고갈이라는 요코야마의 이유로 인해 같은 해인 1966년에 연재가 종료되고 만다. 테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과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사이보그 009, 그리고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철인 28호와 요술공주 샐리 등은 일본 오리지널 만화영화의 장르를 개척해낸 전설적인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평가받고 있다.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 (1980)

ⓒ 光プロダクション・TMS


<정보>

◈ 감독: 이마자와 테츠오
◈ 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아라키 요시히사, 사쿠라이 마사아키 外
◈ 콘티: 사다미츠 신야, 야마자키 카즈오 外
◈ 작화감독: 스즈키 킨이치로
◈ 메카닉디자인: 마에다 미노루
◈ 작화: 모토하시 히데유키, 카메가키 하지메, 야마시타 마사히토 外
◈ 미술감독: 이시가키 츠토무
◈ 음악/노래: 시미즈 야스아키 / 기믹
◈ 제작사: 도쿄무비 신사, NTV
◈ 저작권: ⓒ 光プロダクション・TMS
◈ 일자: 1980.10.03~1981.09.25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51화)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무려 17년 뒤에 제작된 철인 28호의 두번째 TV 시리즈. 한동안 잊혀졌던 철인 28호는 78년 라디오 드라마로 다시 부활하여 관심을 받게 된 후 1980년에 다시금 TV 시리즈로 제작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원작 리메이크는 '제트 마스(1977)'를 거쳐 2기 시리즈로 제작된 '철완 아톰(1981)'과 유사한 형태의 부활인 셈이다. 리메이크 된 철인 28호는 원작 시리즈와는 그 방향성을 달리 했는데, 우선 탐정물과 로봇물을 크로스오버시켰던 원작과는 달리 온전히 슈퍼로봇물의 공식을 적용한 작품으로 새롭게 해석되었고, 디자인 역시 과거의 뚱뚱한 체형에서 벗어나 슈퍼로봇스러운 늘씬한 외형으로 변모하게 된다.

당시의 현란한 변신합체 로봇에 비하면 철인 28호는 별다른 기믹이 탑재되지 않은 밋밋한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사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인상으로 인해 다른 로봇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매력을 보여주었으며, 철인 28호의 라이벌이자 동료인 블랙 옥스 역시 본작에서는 유려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닌 조형미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칠흑의 몸체에서 풍기는 강렬한 이미지는 철인 28호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어 이후의 시리즈에서 계속적인 라이벌 형태로 등장하게 되며, 철인 28호 뿐만 아니라 '패트레이버'의 그리폰과 같이 압도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라이벌 기체의 대명사로 자리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원작 시리즈보다 더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프라모델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각 관절부가 모두 가동되는 구조, 가슴 부위 등에 구현된 내부 메카닉 디테일 등, 높은 완성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초전동로보 철인 28호 FX (1992)

ⓒ 光プロダクション・TMS


<정보>

◈ 감독: 이마자와 테츠오
◈ 각본: 소노다 히데키, 츠기무라 료우에, 시모 후미히코 外
◈ 콘티/연출: 이마자와 테츠오, 아오야마 히로시, 모토나가 케이타로, 나가오카 야스치카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모토하시 히데유키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創一機, 무라타 고로 / 카메가키 하지메, 와타나베 케이스케
◈ 미술감독: 光元博行
◈ 음악/노래: 콘도 히로아키 / 나가사와 히로
◈ 제작사: ASATSU, 도쿄무비 신사, NTV
◈ 저작권: ⓒ 光プロダクション・TMS
◈ 일자: 1992.04.05~1993.03.30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47화)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TV 시리즈 1편의 시퀄 형태로 기획된 작품. 80년대의 TV 시리즈가 원작의 이야기와는 별도의 창작물이었다면, 이 시리즈는 원작의 주인공 가네다 쇼타로가 중년의 탐정으로 설정되고, 그의 아들인 가네다 마사토를 주인공으로 삼아 새로운 철인 28호를 등장시키고 있다. (원작의 철인 28호도 작품에 등장해주고 있다.) 90년대의 로봇 컨셉을 적극 수용하여 원작과는 다른 현란한 이미지의 철인 28호가 디자인되었는데, 이 이질적인 디자인 컨셉은 원작 팬들로부터는 외면을 받았으나 정작 당시의 시청층인 아이들로부터는 좋은 반응을 얻어 완구는 출시 1개월 만에 7만4천대를 판매하며 대히트하게 된다. 라이벌 로봇인 블랙옥스 역시 리디자인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철인 28호 (2004)

ⓒ 光プロダクション・敷島重工

<정보>

◈ 감독/시리즈 구성: 이마가와 야스히로
◈ 각본: 이마가와 야스히로, 야마구치 료타, 기타지마 히로아키 外
◈ 캐릭터 디자인: 나카무라 타카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음악/노래: 센쥬 아키라 / 롯뽄기 남성합창단
◈ 제작사: 바룸 스튜디오, GENCO, 갠지즈, 시키지마 중공업
◈ 저작권: ⓒ 光プロダクション・敷島重工
◈ 일자: 2004.04.07~2004.09.29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26화)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재해석의 달인', '폭주하는 열혈의 대가' 이마가와 야스히로가 맡은 철인 28호는 속편이나 스핀오프가 아닌 완벽한 원작의 리메이크 재해석 작품이다. TV 시리즈 1기부터 계속되어온 철인 28호의 영상물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을 주지 않았던 원작자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만약 이 작품을 평했으면 어땠을까 궁금했지만 1화가 방영되고 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자택에서 화재에 의한 화상으로 유명을 달리함으로써 그의 생각을 듣는 것은 결국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말았다.

원작자의 비극적인 죽음과 함께한 이번 작품은 그동안 로봇 철인 28호에 주안점을 두었던 과거의 작품들과는 달리 태평양 전쟁 당시에 극비리에 개발된 전쟁의 잔재 로봇 철인 28호와, 전쟁이라는 참상을 겪지 않은 소년 가네다 쇼타로의 만남이라는 다소 드라마틱한 주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작품이다. 방영 당시 철인 28호의 액션 비중이 너무 적다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있었으나, 제작비 감소를 목적으로 편당 300컷, 매수 3,000매 이내로 작품을 제작하라는 스폰서측의 요구에 의해 부득이하게 로봇 액션장면의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자이언트 로보(1992)'를 통해 요코야마의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재해석한 이마가와에게 만약 충분한 제작비가 주어졌다면, 보다 더 멋진 작품이 될 수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러한 상상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철인 28호를 용광로에 녹여버리는 결말로 해달라는 유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최종화에서 철인 28호는 용광로 속에 들어가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고 마는데, 제국주의의 잔재였던 철인 28호가 소년에 의해 세계평화를 위해 사용되다가 용광로 속에 흔적도 없이 들어가는 결말은 일제 치하에 놓여있던 동아시아의 아니메 팬들에게는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나게 해준다.


철인 28호 실사판 (2005)

ⓒ NIKKATSU Corporation

<정보>

◈ 감독: 토가시 신
◈ 각본: 사이토 히로시, 야마다 코타
◈ 촬영감독: 야먀모토 히데오
◈ 음악: 센쥬 아키라
◈ 캐스트: 이케마츠 소스케, 아오이 유우, 야케시마루 히로코 外
◈ 제작사/배급: T-28 프로젝트 / 쇼치쿠
◈ 저작권: ⓒ NIKKATSU Corporation
◈ 일자: 2005.03.19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철인 28호의 최초 오리지널 극장영화. 철인 28호는 만화영화가 아닌 실사영화로 먼저 극장을 밟은 셈이다. 64년도에 극장판이 방영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는 오리지널 극장판이 아닌, TV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합쳐서 방영한 것이기에 정식 극장판은 이 실사영화가 최초라고 해야겠다. 철인 28호와 블랙 옥스만을 CG로 구성하고, 주인공인 쇼타로의 성장이야기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보니 로봇은 그저 들러리일 뿐 일반적인 성장 드라마의 형태를 띈 다소 기묘한 모습이 되었다. 이것은 제작비 부족으로 제대로 된 액션활극을 보여주지 못한 2004년의 TV 아니메와 뭔가 비슷한 상황에서 제작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CG로 로봇을 처리한 이상 제대로 된 액션활극을 보여주려면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던 셈이다. 게다가 스크린에 구현된 CG 역시 기대에 못미치는 완성도로 극장을 찾은 팬들을 실망시키게 된다.


철인 28호, 백주의 잔월 (2007)

ⓒ 光プロ/鉄人計画2007

<정보>

◈ 감독/각본/콘티: 이마가와 야스히로
◈ 캐릭터 디자인: 나카무라 타카시, 이시카와 신고
◈ 작화감독: 사쿠라이 쿠니히코, 이시카와 신고
◈ 미술감독: 마츠모토 히로키
◈ 음악/노래: 센쥬 아키라 / 롯뽄기 남성합창단
◈ 제작사: 바룸 스튜디오, GENCO, 갠지즈
◈ 저작권: ⓒ 光プロ/鉄人計画2007
◈ 일자: 2007.03.31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이마가와 야스히로의 또다른 철인 28호 리메이크 작. 이마가와 감독의 첫번째 극장 영화로 2005년 개봉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된 이후 2007년에야 단관 개봉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자이언트 로보(1992)'의 제작지연, '진 겟타로보 - 지구 최후의 날(1998)'의 중도 강판, '철인 28호(2004)'의 제작비 삭감 등 이마가와의 연출 히스토리는 대체적으로 평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른 감독들도 이 같은 경험을 자주 겪긴 하지만, 이마가와 감독은 유독 연출한 작품들 중 난항을 겪는 작품의 비중이 높은 듯한 느낌이 든다.)

태평양 전쟁시절 가네다 박사의 양자로 철인 28호의 원래 조종사로 길러졌던 쇼타로가 행방불명되고, 가네다 박사의 친아들인 가네다 쇼타로가 태어나 철인 28호의 주인이 된 뒤, 10년만에 다시 양자였던 쇼타로가 돌아온다는 극적인 설정은 작품이 단순한 액션활극이 아니라 복잡한 인과관계를 내포한 작품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마가와의 로봇물은 대게 복잡한 은원관계와 인과관계를 숨겨놓은체 폭주하는 열혈과 감성으로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장기인데, 이 작품도 그러한 패턴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불편한 과거를 받아들여 진정한 미래로 향하자는 형태의 주제의식은 TV 시리즈와 비슷하되 보다 더 긍정적인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다만,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같은 일본 사회나 정치권의 액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주제의식을 이야기하다보니 한국이나 중국의 만화영화 팬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심경을 줄 여지가 있다고 해야겠다. 거기에 TV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도입부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 로봇이 등장하는 의미가 자체가 오히려 무색해진 드라마적인 작품이 되어버렸다.

코베시의 와카마츠 공원에 세워진 높이 15.6m의 철인 28호 실제모형.



<참고 사이트>

[1] 鉄人28号 (テレビアニメ第1作), Wikipedia Japan
[2] 太陽の使者 鉄人28号, Wikipedia Japan
[3] 超電動ロボ 鉄人28号FX, Wikipedia Japan
[4] 鉄人28号 (2004年版アニメ), Wikipedia Japan
[5] 鉄人28号 (映画), Wikipedia Japan
[6] 鉄人28号 白昼の残月,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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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완아톰 (1963), 鉄腕 アトム / Astroboy

ⓒ手塚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총감독: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 주요 애니메이터: 사카모토 유사쿠(坂本雄作), 스기이 기사부로(杉井儀三郎), 야마모토 시게루(山本繁), 린타로(林重行) 외
◈ 작화감독: 우치노 스미오(内野純緒)
◈ 문예: 이시즈 아라시(石津嵐)
◈ 미술: 마츠모토 고(松本強), 야무라 히로야(八村博也) 외
◈ 진행: 카와하타 에이이치(川畑栄一),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외
◈ 음악: 타카이 타츠오(高井達雄)
◈ 제작사: 무시 프로덕션
◈ 저작권: ⓒ手塚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63.01.01~1966.12.31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193화) / 초등생 관람가(PG)


<줄거리>

영혼과 감정을 가진 로봇의 개발... 텐마 박사는 이 꿈의 로봇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그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 로봇의 개발에만 몰두하던 그에게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그의 어린 아들 토비오가 교통사고로 숨지고 만 것이다. 실의에 빠진 텐마 박사는 로봇 개발에 온 힘을 기울여 마침내 토비오를 대신할 수 있는 순수한 아이의 마음과 감정을 가진 로봇의 개발에 성공하고 죽은 아들의 이름을 따서 로봇의 이름을 토비오라 짓게 된다. 그러나, 아들과 닮았지만 아들과는 다른, 그리고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하는 토비오를 닮은 로봇은 결국 텐마 박사의 버림을 받고 외톨이가 되고 마는데...


<소개>

일본 만화의 신 테즈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아니메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마스코트.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야기는 카를로 로렌치니의 명작동화이자, 디즈니의 1940년 작 '피노키오의 모험'에 모티브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겉모습에서는 월트 디즈니의 간판 캐릭터이자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미키 마우스에 영감(검고 뾰족한 머리 형태나 M자형의 이마, 그리고 아래 위로 긴 타원형의 눈)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일본 만화영화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도에이 동화와 테즈카 오사무 양쪽 모두 초기에는 디즈니 영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하지만, 최초의 아톰 이야기는 피노키오의 모험이나 미키마우스가 아닌, 핵실험을 보고 떠올린 아톰이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이를 평화적 과학기술로 응용하는 이야기를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그려진 테즈카 오사무의 1950년 코믹스 '아톰 대사'가 모티브라 할 수 있다([4] 참조). 코믹스의 인기는 그다지 없었지만, 이 코믹스의 조연 캐릭터인 아톰을 주연으로 한 52년작 '철완 아톰'이 코믹스로 공개되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비로소 아톰의 전설에 불이 켜지게 되는 것이다. (미키마우스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은 아톰 대사 연재 당시부터 어느 정도 적용이 되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이 작품은 스스로 제작사 무시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소수의 인재들을 모아 만화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은 테즈카 오사무의 첫 작품이자 첫 TV 시리즈 장편 만화영화로서, 당시까지만 해도 디즈니식의 풀 애니메이션(초당 24프레임) 기법을 고수하던 일본 만화영화의 방식을 벗어나 편당 동화매수를 대폭적으로 줄이는 대신 움직임을 보조하기 위한 독특한 연출 기법을 사용하는 독창적인 제작방식인 '리미티드 기법'을 최초로 적용한 작품이다. 리미티드 기법으로 인해 제작비를 기존의 풀 애니메이션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영세 제작 스튜디오의 한계를 극복하고 193화라는 엄청난 분량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리미티드 기법은 일본을 지금의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올려놓은 대표적인 제작기법인 동시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환경을 영세화한 주원인으로 손꼽히며, 테즈카 오사무의 후대 평가를 엇갈리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추후에 하기로 하자.)

한편, 이 작품을 통해 후대 일본 아니메를 책임지는 불세출의 인재들이 귀중한 경험을 쌓게 되는데, 먼저 스기이 기사부로, 린타로, 데자키 오사무, 토미노 요시유키 등 테즈카 오사무의 직계 제자들이 모두 각본과 연출 부분에 투입되어 후일 명감독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경험을 쌓게 된다. 첫 방영시 시청률은 27.4%에 이르렀으며, 최고 시청률이 40%를 넘어서는 등 당시 아톰의 인기는 센세이션에 가까웠다 하겠다. 물론, 당시에 아톰과 경쟁할 TV 만화영화 자체가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 놀라운 시청률은 분명 아톰이 그저그런 만화영화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작품 내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소년 로봇이라는 이야기 구조가 아동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싸이버펑크적인 가치관을 품고 있으며, 10만 마력의 힘과 갖가지 비밀무기를 내장한 아톰이 적들과 맞서 벌이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는 이제껏 보아왔던 명작동화 스타일의 만화영화와는 사뭇 다른 전개라 하겠다. 시범적으로 선보인 리미티드 기법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화의 완성도도 당시로서는 준수하지 않았나 싶다.

철완 아톰은 당시 일본 만화영화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으며, 풀 애니메이션을 지향하던 도에이 동화 역시 66년 사이보그 009를 기점으로 리미티드 기법으로 제작방식을 전환하기 시작하게 된다. 원 시리즈는 64년에 TV 시리즈 에피소드 일부를 편집한 극장용 만화영화로도 제작 개봉하였다.


제타 마스(1977), ジェッターマルス / Jetter Mars

ⓒ手塚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 감독: 린타로(林重行)
◈ 시리즈 구성: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 각본: 쓰지 마사키(辻真先), 유키무로 슌이치(雪室俊一) 외
◈ 캐릭터 디자인: 스기노 아키오(杉野昭夫)
◈ 작화감독: 스기노 아키오(杉野昭夫), 아시다 토요오(芦田豊雄) 외
◈ 음악: 고시베 노부요시(越部信義)
◈ 제작: 도에이 동화, 매드하우스
◈ 저작권: ⓒ手塚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77.02.03~1977.09.15
◈ 장르: SF,모험,액션
◈ 구분/등급: TVA(27화) / 초등생 관람가(PG)


<소개>

73년 11월 무시 프로덕션의 도산 이후. 한동안 칩거(?)에 들어간 테즈카 오사무와 함께 데즈카 오사무 원작의 작품들도 한동안 아니메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 시기에는 나가이 고가 '마징가 Z 시리즈'로 만화영화계에 슈퍼로봇 열풍을 몰고 왔고, 타츠노코 프로가 '과학닌자대 갓챠맨 시리즈'와 '타임보칸 시리즈'등으로 히어로 액션물의 돌풍을 일으켰으며, 니시자키 요시노부의 '우주전함 야마토'에 이르러서는 성인층도 즐길 수 있는 컨텐츠로 아니메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타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를 필두로 한 닛폰 애니메이션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일본의 안방을 울렸으며, 나가하마 타다오의 '낭만로봇 트릴로지'는 로봇 아니메에 드라마틱한 설정을 부여하며, 70년대 후반의 로봇 아니메 전성기를 열게 된다. 한마디로 테즈카 오사무의 공백을 느낄 새가 없었던 것이다.

제타 마스는 바로 테즈카 오사무가 78년 '불새-여명편'이라는 만화영화와 실사의 합성영화로 돌아오기 전에 유일하게 제작된 테즈카 오사무 원작의 TV 시리즈 아니메로, 테즈카의 제자인 린 타로의 지휘 아래 제작된 아톰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아톰의 이야기를 이어가기보다는 아톰의 컨셉을 이어받아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작품인데, 린 타로부터 마루야마 마사오와 스기노 아키오, 무쿠오 다카무라 등 매드 하우스의 핵심멤버들이 대거 참여하여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무시 프로덕션의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무시 프로덕션의 출신의 후학들이 뭉쳐 스승인 테즈카 오사무를 대신하여 만든 후속작이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높지 못했다고 회고되며, 시리즈 자체의 인기도 그리 크지 않았는지 당시로서는 상당히 짧은 분량인 27화를 끝으로 종영하게 된다.


철완 아톰 (1981)

ⓒ手塚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총감독: 데자키 사토시
◈ 시리즈 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스토리보드: 데자키 사토시, 이시구로 노보루, 타카하시 료스케 外
◈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우다가와 카즈히코, 니시무라 히로시 外
◈ 미술감독: 마키노 미츠나리
◈ 음악: 사에구사 나리아키
◈ 제작: 테즈카 프로덕션, 니혼 TV
◈ 저작권: ⓒ Tezuka Productions
◈ 일자: 1980.10.01~1981.12.23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52화) / 전연령가(G)

<소개>

'제타 마스(1977)'가 기대에 못미친 완성도를 보인체 종영된 후,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스 존(1980)'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테즈카 오사무의 진두지휘하에 제작된 진정한 아톰의 속편. 리메이크 자체는 6년전 부터 기획되었다고 알려지고 있으니, 무시 프로덕션이 도산하지 않았다면 보다 일찍 속편이 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뒤늦게 등장하면서 작화나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다.

원 시리즈의 인간성에 대한 물음은 역시 이번 시리즈에서도 유효하다. 인간의 마음을 갖고 로봇으로 태어난 토비오(아톰)의 고통이 초반부에 잘 나타나 있으며 후일 숙명의 라이벌이 되는 아틀라스의 만남과 결투, 그리고 오챠노미즈 박사의 보살핌 아래 인간아이들과 한 학교에 다니게 되지만 로봇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서 느끼는 아톰의 고독감 등, 아동 만화영화로서는 수준 이상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아톰의 진정한 매력이 스토리에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대목.

특히, 이 시리즈의 백미는 죽은 줄만 알았던 숙적 아틀라스가 성장한 어른의 모습을 한 로봇으로 다시 돌아와 아톰과 대결을 벌이는 에피소드에 있다고 하겠는데, 매력적인 아틀라스의 모습과 아톰과의 긴박한 대결은 기동전사 건담의 숙명의 라이벌 아무로와 샤아의 대결에 버금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이 에피소드의 매력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43화를 끝으로 아틀라스가 퇴장한 후 최종화인 52화까지는 그 반작용으로 인해 상당히 싱거운 이야기가 되었다. 원작의 명성에 어울리는 완성도로 만들어졌지만, 6개월 후인 81년 4월 18일에 방송을 시작한 후지 TV의 '닥터 슬럼프 아라레 짱(1981)'의 대히트로 인해 후반부에는 시청률에서 극히 고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 아톰 vs 아틀라스, 순수함을 지키려는 아이와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이의 대결 by 엘로스 (보러가기)

아스트로 보이, 철완 아톰 (2003)

ⓒ 2003 Tezuka Productions/SPEJ

<정보>

◈ 감독: 코나카 카즈야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세야 신지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타카쿠라 타케시
◈ 미술감독: 가토 히로시
◈ 음악: 요시마츠 타카시
◈ 제작: 테즈카 프로덕션, 덴츠,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 저작권: ⓒ 2003 Tezuka Production
◈ 일자: 2003.04.06~2004.03.28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50화) / 전연령가 (G)

<소개>

20여년만에 부활한 아톰의 세번째 TV 시리즈. 새시대에 맡게 스탭진도 전면 새로운 인재들로 교체되었으며, CG를 사용하여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깔끔한 영상으로 재탄생하였다. 단, 캐릭터 디자인에 있어서는 거의 옛날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 각본 스탭에 미국 스탭들이 참여한 것이 이례적인데, 스토리나 비주얼 두 가지 모두 전체적으로 탈 일본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인 듯.
상당부분이 신진 스탭으로 꾸려져 있지만 연출과 작화에서 과거 무시 프로덕션의 인재들도 눈에 띈다. 9화의 스토리보드를 맡았던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나 19화, 39화, 45화 등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스기노 아키오 등이 그들. 그 외에도 도에이를 거쳐 무시 프로덕션에서 활약한 히라타 토시오 감독이나 야마자키 카즈오, 모치즈키 토모미 등 노련한 연출가 등이 각 에피소드의 연출로 참여하고 있다.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 (2009)

ⓒ Imagi Crystal Limited / Tezuka Productions

<정보>

◈ 감독: 데이빗 보워스
◈ 각본: 데이빗 보워스, 티모시 해리스
◈ 음악: 존 오트만
◈ 캐스팅: 프레디 하이모어(아톰), 니콜라스 케이지(텐마 박사), 도널드 서덜랜드(스톤 총리)
◈ 제작: IMAGE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SUMMIT 엔터테인먼트

<소개>

철완 아톰의 영화화는 상당히 오랜 옛날부터 거론되어 왔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64년 당시 디즈니와 테즈카의 만남에서도 디즈니가 '아톰과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인사를 건네기도(물론, 이는 예의상 해본 멘트일 수도 있지만). 1999년부터 거론되던 영화화에 대한 논의는 큰 진전이 없이 지지부진하다가 홍콩의 다국적 제작사인 IMAGI 스튜디오에 의해 보더 적극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다. IMAGI는 당시 갓챠맨과 함께 아스트로 보이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먼저 영상화가 된 것은 아톰이었다. 
애니메이터 출신의 감독 데이빗 보워스는 이것이 자신의 두번째 연출작이었다. 프레디 하이모어, 니콜라스 케이지, 도널드 서덜랜드, 빌 나이, 사무엘 L 잭슨, 샤를리즈 테론 등 캐스팅은 꽤나 중후한 편. 총 6천5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된 이 작품은 월드와이드 수익이 불과 4천4백만 달러에 그치며 사실상 참패로 막을 내린다. 하는 작품마다 성적이 신통치 않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캐스팅되었기 때문일까. 어찌되었던 아톰의 실패로 IMAGI가 기획하던 또다른 프로젝트인 갓챠맨 역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된다. 2010년 1월까지도 IMAGI는 갓챠맨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2010년 2월 결국 파산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鉄腕アトム (アニメ第1作), Wikipedia Japan
[2] 鉄腕アトム(1963), Tezuka Osamu Official
[3] 철완아톰/애니메이션, 나무위키
[4] 철완 아톰(鉄腕アトム) 1964,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5] ジェッターマルス, Wikipedia Japan
[6] ジェッターマルス, Tezuka Osamu Official
[7] 鉄腕アトム (アニメ第2作), Wikipedia Japan
[8] 鉄腕アトム(1980), Tezuka Osamu Official
[9] アストロボーイ・鉄腕アトム, Wikipedia Japan
[10] ASTROBOY鉄腕アトム, Tezuka Osamu Official
[11]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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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밧드의 모험 (1962), シンドバッドの冒険 / Sinbad's Adventures

<정보>

◈ 원작: 아라비안 나이트
◈ 감독: 야부시타 타이지(藪下泰司), 쿠로다 요시오(黒田昌郎)
◈ 각색: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기타 모리오(北杜夫)
◈ 주요 애니메이터: 오오츠카 야스오(大塚康生), 오쿠야마 레이코(奥山玲子)
◈ 음악: 토미타 이사오(冨田勲), 요네야마 마사오(米山正夫)
◈ 제작: 오카와 히로시(大川博)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62.07.21
◈ 장르: 세계명작, 모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 / 전연령가(G)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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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라비안 나이트'를 원작으로 데즈카 오사무가 각색을 한 작품. '미래소년 코난', '루팡 3세' 등을 통해 후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호흡을 맞추게 되는 작화감독 오츠카 야스오가 캐릭터 디자이너를 역임. 국내에서도 명절 때마다 TV를 통해 몇 차례 방영했던 작퓸으로, 지금 봐도 그 퀄리티의 비범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미려한 배경과 인물, 풀애니메이션의 유연한 움직임, 동서양의 느낌이 절묘하게 섞인 고전 명작 판타지. 베니스 아동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참고 사이트>

[1] Sinbad No Boken (movie), Anime News Network
[2] アラビアンナイト・シンドバッドの冒険 (映画),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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