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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s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카토키와 함께 하는 건담UC 모빌슈트 뒷 이야기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2013년 2월에 발간한 '기동전사 건담 UC 카토키 하지메 메카니컬 아카이브스(이하 UC 아카이브스)'는 카도카와 코믹스 에서 2010년 8월에 발간된 동명의 무크지를 번역한 건담 UC MS 설정집입니다. 2010년에 시작된 건담 UC OVA와 보조를 맞추어 발간되었던 비교적 신간이라 할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무크지의 크기를 예상했다가 문고판의 크기로 발간된 이 책을 보고 다소 의외(약간의 실망을 포함)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문고판을 무색케 하는 알찬 내용과 풀 컬러라는 하이 스펙으로 무장하고 있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문고판으로 출간되다보니 UC 아카이브스는 일반 무크지보다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입니다. 물론, 같은 문고판 크기의 설정집들과 비교하면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마치 HG 크기에 MG의 디테일을 가진 RG 등급 건프라처럼 작은 크기에 훌륭한 내용과 적정한 가격을 겸비한 것이 UC 아카이브스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물론, 크기로 인해 몇몇 페이지에서는 지나치게 폰트도 작고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그런 부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볼만한 설정집이 아닌가 싶네요.

건담 UC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메카닉의 설정이 제법 꼼꼼하게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애니메이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설 연재 당시 의뢰를 받아 작업해온 것들임을 생각하면 놀라울 뿐입니다. 소설의 설정이라는 것 때문인지 디테일이 기존 MS를 상회하는 것도 인상적이지요. 물론, 후에 아니메로 제작되면서 이 디테일의 거의 대부분이 아니메로 완벽하게 이식되기는 합니다만, 어찌보면 아니메를 상정하지 않고 디자인에 들어갔기에 상당히 세심한 디테일이 가해진 MS들을 만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건담 UC에서 보여준 카토키의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참신함보다는 기존 MS를 연상시키는 익숙함 위에 극강의 디테일을 더한, 메카니컬 스타일링에 가까운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덕분에 이것을 디자인한 카토키보다는 이것을 실제 영상화하고 프라모델로 상품화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터들과 반다이의 프라모델 설계자들이 놀라워 보이더군요. 소설을 위한 디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UC 아카이브스에서 등장하는 MS들은 하나같이 상품화만 된다면 올드 팬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디자인들로 가득합니다. OVA가 출시될 때마다 잠깐 잠깐 등장하는 MS들조차도 꼬박꼬박 프라모델로 출시되는 상황을 보면 이 MS들 모두 애초에 상품화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듯.

이렇게 독창성에서 다소 아쉬울지는 몰라도 카토키의 MS들은 건담 팬들, 특히 올드 팬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카토키는 오카와라 선생을 비롯하여 건담 시리즈를 거쳐간 수많은 명 메카닉 디자이너를 통틀어서 가장 건담 MS에 해박한 디자이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존의 MS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되는데요. 독창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이러한 특색으로 인해 UC 아카이브스에서 보여지는 카토키의 MS들은 하나같이 예전 오리지널 디자인을 일신하는 멋진 스타일링으로 매력적인 아우라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76 페이지 동안 독자들은 이런 매력적인 MS들의 디자인 웨이브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푸른색 톤을 띄고 있는 컬러링. 차분하면서도 튀지 않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목차부분도 검은색 폰트로만 표시되어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데, 뭐랄까 여러모로 상당히 신경을 쓴 설정집 같다는 인상이 드는군요.



책의 소개 부분에는 건담 UC의 메카닉 디자인이 시작된 경위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범위에 대해 디자이너 겸 저자라 할 수 있는 카토키의 간단한 코멘트가 등장합니다. 



UC 아카이브스의 최초 등장시점과 함께 본서의 전개 순서를 설명한 우측의 코멘트. UC 아카이브스는 대체적으로 소설의 전개와 발맞춰 그 시점에 등장하는 MS들을 우선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몇몇 예외는 있지만 말이죠. 좌측 페이지를 보면 다음 페이지부터 소개될 MS 및 메카닉 디자인을 두개씩 짝지워서 간략하게 보여주는 다이제스트 페이지가 먼저 등장합니다. 이 부분의 경우는 번역하지 않고 원본 그대로 보여주고 있군요.



1화에 등장하면서 유니콘 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크샤트리아 코너. 이렇게 컬러 일러스트로 전면부와 후면부를 보여준 뒤 간략한 MS의 개요와 스펙 데이터를 나열하는 것으로 하나의 MS 코너가 시작됩니다.



유니콘의 경우는 유니콘 모드와 디스트로이 모드를 별도의 코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설정 페이지도 모두 올컬러 페이지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설정집도 카토키 하지메의 것이라면 이렇게 고급스럽다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 설정집 Ver. Ka라도 되는 것 같군요. :)



제 취향의 디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고급스러움과 스타일리쉬한 설정 디자인은 확실히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소설 전개 순서로 MS를 소개하고 있기에 중간중간 이렇게 소설의 커버와 간략한 내용설명이 등장하여 챕터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저 단순한 MS 설정집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내용에 대한 숙지도 가능한 구성이지요.



특히, 팔라우 공략과 같은 스토리 상 주요했던 전투에서의 양세력간 전력 배치도와 같은 부분은 꽤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확실히 건담 팬들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라고 하겠죠.



MSV를 위한 최고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UC에서는 일년전쟁부터 그리프스 전쟁을 지나 네오지온 항쟁에 이르기까지 등장한 많은 MS들이 아주 잠깐 동안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찰나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런 MS들 역시 모두 이 UC 아카이브스에서 카토키 버전으로 새로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권말에는 빠지지 않고 카토키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원작자인 후쿠이 하루토시와의 대담. UC라는 소설의 제작비화와 건담 유니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네요.



빠지지 않는 프라모델 이야기. MG 유니콘 건담과 MG 시난주 제작에 대한 뒷 이야기가 역시 카토키와 반다이의 키시야마의 대담을 통해 간략하면서도 제법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끝에는 보기드문 색인 페이지까지... 건담 설정집이지만, 이 책의 아웃라인은 다른 분야의 무크지나 디자인 잡지를 연상시키는 정형화된 고급스러움이 언듯언듯 눈에 띕니다.



UC 아카이브스는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알찬 내용으로 가득찬 설정집입니다. 소장가치를 생각한다면 좀 더 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가격적인 고려를 한다면 이런 작은 문고 크기의 고급스러운 컨텐츠를 가진 경제적인 설정집이라는 가치도 부족하다고만은 할 수 없겠죠. 부담없이 건담 UC의 멋진 설정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는 꽤 매력적인 설정집이라는 점은 확실한 듯 싶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Hajime KATOKI / SOTSU·SUNRISE / AK Communications (한국어판) 에게 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UC 카토키 하지메 메카니컬 아카이브스 - 8점
카토키 하지메 지음,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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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카토키 하지메가 디자인하는 건프라 디자인의 모든 것

내 건담 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뚝심의 출판사 AK 커뮤니케이션즈가 또 한 번 건담 팬들이 환호할만한 신간을 들고 우리를 찾아 왔습니다. 아니메를 넘어 건프라 전반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디자이너 카토키 하지메의 건프라 설정 디자인을 정리한 '카토키 하지메, 디자인&프로덕츠 어프루브드(Approved) 건담(이하 어프루브드 건담)'이 바로 그것. 이 책은 이미 2001년에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발행된 '카토키 하지메 디자인&프로덕츠'의 후속편으로서, 2003년까지 카토키가 담당했던 HGUC, MG, 건담 Fix Figuration(이하 GFF) 제품 라인업의 디자인 일러스트와 작례, 그리고 카토키 하지메를 비롯한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뒷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건담 팬들과 건프라 팬들에게는 무척이나 기대되는 서적이기도 합니다.

건담 센티넬을 통해 혜성처럼 건담 월드에 입성한 카토키 하지메는 이후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나 '기동전사 V 건담' 등에서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건담 메카닉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리파인(refine)하거나 건프라 제품을 위한 설정 및 디자인에서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며 이후 건프라 산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HGUC 전 제품과 초창기 MG 라인업, 건담 완구 브랜드인 GFF, 그리고 스스로의 이름을 건 MG Ver.Ka에 이르기까지 건프라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메카닉 디자이너로서 그의 창조적인 발상은 데뷔작인 건담 센티넬이 거의 최대치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거의 입신의 경지에 이른 건프라 디자인 능력만큼은 독보적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역량의 일부분을 바로 이 책, 어프루브드 건담에서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책은 2003년에 발간된 책을 무려 10년만에 AK에서 재발간한 것으로, 근래의 건프라 라인업이 대거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HGUC 덴드로비움이나 MG Ex-s 건담, MG 퍼스트 Ver.Ka와 같은 건프라 역사에서 길이 남을 명키트들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저 그런 건프라 무크지와는 차별성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건담 센티넬 만큼의 레전드급 무크지는 아닙니다만, 광장히 유니크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국내에 출시된 건담 관련 서적 중에서는 손꼽히는 소장가치를 지닌 서적이 아닌가 싶네요.



표지는 카토키 최고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Ex-S 건담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한 Ex-S 건담은 MG 제품을 베이스로 하여 코바야시 마코토가 작례한 것으로서, Ex-S 건담의 특징을 십분 살린 멋진 작례라 하겠습니다.



센티넬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제쿠 즈바이의 작례. 아직까지 MG나 HGUC 라인업에는 없는 제품을 스크래치 빌드로 구현해는 작례입니다. 센티넬의 팬들로서는 제품화가 몹시도 기다려지는 녀석이기도 하죠.



HGUC 희대의 제품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HGUC 덴드로비움의 자태. 설정의 거대한 덩치로 인해 HGUC 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스케일과 가격을 자랑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아니메에서의 오리지널 디자인도 카토키가 해냈지만, HGUC로 출시되면서 카토키의 세심한 설계가 반영되어 아직까지도 많은 건프라 팬들에게 명 키트로 기억되는 제품이지요.



책에 등장하는 MG S건담과 Ex-S 건담의 변형 작례는 센티넬의 그것과 거의 동일한 컷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의 우측 흑백 서적이 건담 센티넬, 좌측이 어프루브드 건담.




MG의 새로운 라인업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Ver.Ka 라인업의 첫 신호탄 퍼스트 건담 Ver.Ka. 본 서적에서는 오리지널, 프로토타입, G3의 세가지 작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Ver.Ka 라인업은 퍼스트 건담부터 얼마전 뉴건담에 이르기까지 매번 압도적인 퀄리티의 라인업으로서 팬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지요.



이번 무크지에서는 그 분량이 다소 아쉬운 개발자 대담. 최초는 PS2용 게임인 '해후의 후주'에 등장하는 모빌슈트 디자인에 대해 카토키를 위시한 업계 관계자들의 대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본 서적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카토키 디자인 웤스. 프라모델 제품화를 위한 그의 설계 디자인과 스케치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의 작업 모두가 다 소개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분량과 정보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부의 메커니즘을 놀라우리만치 세심하게 디자인한 그의 작업들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한 프라모델 디자이너가 아닌 실제 군수무기 개발자를 연상시킬 정도의 치밀함에 전율하게 되지요. 디자인의 창조성으로만 보자면 다소 처질지도 모르지만 이런 디자인 능력과 감각은 범인의 경지라 할 수 없을 만큼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카토키와 업계 관계자의 대담이 실린 또다른 페이지. HGUC 개발의 시작부터 방향성을 정하게 된 계기, HGUC 덴드로비움에 이르는 HGUC와 MG 개발의 뒷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HGUC, MG와는 또다른 완구 브랜드인 GFF에서도 카토키의 입김은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완구 브랜드로서 접근에 실패했던 건담이 카토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완구 브랜드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볼 때 참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 옛날에 GFF같은 건담 완구가 등장했다면 건담은 재방송을 하지 않고도 본방에서 사회적인 현상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건프라라는 희대의 제품 라인업도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건프라의 발전으로 GFF 같은 완구 브랜드가 성공한 것을 상기한다면 재미있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GFF 브랜드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센티넬 라인업. 비록 반다이와의 소원한 관계(?)로 인해 홀대 받는 센티넬이지만, 그래도 카토키가 있어서 몇 몇 브랜드들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제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초보 모델러들이 좋아할만한 색상표도 등장하여 깨알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 MS에 따른 데칼 페이지도 있네요. 유난히 데칼이 많은 Ver.Ka 라인업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구성입니다. :)



GFF 시리즈 대담. 대담 코너는 본 리뷰에 소개된 세 개가 전부입니다. 디자인 웤스가 주 메뉴인 본 서적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이해도 되지만, 심도 있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없어서 약간이 아쉬움도 드는군요.



GFF를 위한 카토키의 설정 디자인도 빠지지 않고 등장해줍니다. 


어프루브드 건담은 건담 월드에서 카토키의 실질적인 활약상(?)을 체감할 수 있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서적입니다. 한국의 건프라 팬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무크지인 셈인데요. AK는 이후에도 카토키 관련 서적을 또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기대가 크다 하겠습니다. 압도적인 디테일을 자랑하는 카토키의 설정 일러스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상당히 소장할만 친구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NAGOYA Broadcasting Network / AK 커뮤니케이션즈(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카토키 하지메 디자인 & 프로덕츠 어프로브드 건담 - 10점
카토키 하지메 지음, 김정규 옮김/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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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음.
◈ 감독: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 1~7화 /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 - 8~13화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이마니시 타카시(大熊朝秀의 필명으로 참여),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스토리보드/연출: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信一郎), 아카네 카즈키(赤根和樹), 카세 미츠코, 이마니시 타카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 작화감독: 오사카 히로시(逢坂浩司), 칸노 히로키(菅野宏紀), 카와모토 토시히로
◈ 메카닉 스타일링/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요시다 토오루(吉田徹)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雄) / 마츠바라 미키(松原みき), MIO, Jacob Wheeler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5.22~1992.09.24 (OVA) / 1992.08.29 (극장판)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3화),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1년 전쟁이 종결된지 3년, 지구연방군은 1년 전쟁 당시 큰 전과를 올린 건담의 후속 개발 프로젝트인 건담 개발 계획 GP(Gundam Project)를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애너하임 사에서 개발된 두 기의 모빌슈트인 GP01(범용 모빌슈트)와 GP02(핵병기 탑재 모빌슈트)가 지상 테스트를 위해 지구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송되던 도중, 지온군의 잔당조직인 델라즈 플리트에 의해 GP02가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주범은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이자 1년 전쟁 당시 '솔로몬의 악몽'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아나벨 가토 소령. 가토는 GP01을 타고 그를 쫓던 건담 테스트 파일럿 코우 우라키 소위와 연방군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GP02와 함께 우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사건이야말로 델라즈 플리트의 'Stardust(별 부스러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니, 바야흐로 지온과 지구연방 간의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 열리려 하고 있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0080(1989)'를 통해 토미노가 없는 건담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된 반다이는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로 인해 로봇 아니메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라이즈에게 차기 건담 프로젝트를 다시금 의뢰하기에 이른다. 타카라는 용자 시리즈로, 토미는 엘드란 시리즈로 선라이즈에게 기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반다이까지 가세했으니 어찌보면 90년 초는 완구, 프라모델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일종의 선라이즈표 재기전이었던 셈이다. 이 현실적인 로봇 전쟁(?)에 건담이 참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다고 하겠다. (물론, 각 작품의 기획시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작품의 순서 배열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선라이즈와 반다이는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라는 원년 3인방을 모두 불러모은 대작  극장판 '기동전사 F91(1991)'을 기획하게 되는데, 애초에 TV 시리즈로 런칭할 이 작품을 극장판으로 우선 간을 본 뒤 반응에 따라 TV 시리즈로 제작하겠다는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전략이 결국 건담 F91의 패착이 된 것은 이미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1991)'에서 전술한 바 있다. 허나, 반다이는 이러한 조심스런 전략에 한가지 우회 전술을 더 추가하게 된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 (바로가기)

건담 F91은 토미노와 야스히코, 오카와라까지 가세한 명실상부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정통 후속 시리즈이긴 했지만, 기존의 우주세기와 거의 연관이 없는 30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리즈를 일신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는데, 이미 다른 작품보다 월등히 팬들과 많은 것을 공유해온 건담에게 이런 식의 분위기 쇄신은 자칫 기존 팬들에게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스스로 더이상 예전의 건담과 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다이는 건담 F91은 토미노와 스탭들의 뜻대로 하되, 기존 팬들을 위해 우주세기의 이야기를 활용한 또다른 건담 시리즈를 기획하는 대안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이다.

건담 F91은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로 토미노의 작품을 주로 제작해온 선라이즈의 주력 스튜디오인 제2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담 0083은 극장판이나 TV 시리즈가 아닌, 이미 건담 0080에서 재미를 보았던 OVA로 제작할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스튜디오는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 그리고 '시티헌터 시리즈' 등을 제작한 선라이즈의 제3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이루어지게 된다. 감독에는 이 건담 0083이 첫 감독 데뷔작인 카세 미츠코와 이마니시 타카시. 보기 드문 여성 연출가인 카세 미츠코는 0083이 첫 데뷔 감독작이었지만, '투장 다이모스(1978)' 부터 선라이즈의 수많은 아니메, 특히 로봇물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연출스탭이었고, 이마니시 타카시는 '장갑기병 보톰즈 시리즈'에서 활약하면서 리얼로봇 아니메에 대한 이해력이 넓고, 각본과 프로듀서까지 가능한 만능 연출스탭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선라이즈의 신예들이 대거 건담 0083의 메인 스탭으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감히 신예라 칭하기 어려운 일류 애니메이터들로 가득한데, 먼저 연출 스탭에는 '카우보이 비밥(1998)'으로 후일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쉬한 연출가로 각광받게 되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아카네 카즈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우보이 비밥과 '울프스 레인(2003)'으로 초특급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와 '기동전사 V 건담(1993)'과 '기동무투전 G 건담(1994)', '현란무답제 더 마즈데이브레이크(2004)' 등 선라이즈와 본즈의 대표작에서 활약하게 되는 故 오사카 히로시가 놀라운 필력을 선보이며,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또한, 90년대 중후반부 선라이즈의 메카 작화를 책임지는 사노 히로토시와 요시다 토오루가 건담 0083을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한 메카 묘사를 연출하면서 건담 0083의 놀라운 작화 퀄리티를 책임지게 된다. 캐릭터와 메카닉 작화에서 이들 신예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은 0083의 흥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건담 0083을 시작으로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오카와라 쿠니오의 공백을 메울 메카닉 디자인에는 무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이자 발키리 머신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카와모리 쇼지를 깜짝 영입하여 건담 1, 2호기의 디자인을 맡기고, '건담 센티넬'을 통해 신예 디자이너로 각광받기 시작한 카토키 하지메를 불러들여 카와모리가 디자인한 건담 1, 2호기의 리파인과 다른 MS의 디자인을 맡기게 한다. 단,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건담이라는 이미지를 베이스로 건담 1, 2호기를 디자인한 카와모리는 스스로 이것이 자신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니기에 메카닉 디자인이 아닌 메카닉 스타일링으로 스탭 표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일화에서 카와모리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이 때문이지는 몰라도 건담 0083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메카닉 디자이너는 카와모리보다는 신예 카토키였으며, 이후의 건담 시리즈부터 카토키의 영향력은 눈에 띌 정도로 강해져 단순히 메카닉 디자인을 넘어 프라모델 상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준비된 괴물 신인들의 가세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기는 했지만, 건담 0083의 성공동력은 그보다는 기존 건담 팬들을 만족시키는 설정과 이야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선 1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로 삼은 점은 확실히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결말부에서 티탄즈의 결성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티탄즈의 주역인 자미토프 하이만과 바스크 오움을 등장시킨 부분은 우주세기 건담 팬들의 입맛에 그야말로 딱 맞는 부분.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 아나벨 가토와 시마 가라하우와 같은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연방측보다 델라즈 플리트 측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포진함으로써 건담 0083의 구도는 왠지 모르게 델라즈 플리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가토와 멘탈과 실력 모두에서 가토에게 뒤진 코우의 대립구도도 그런데, 본래 라이벌 악역에 비해 모자라던 주인공이 차츰 성장하여 라이벌을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가는 기존의 아니메 포맷과 달리 본작에서의 코우는 성장 속도가 둔하고, 품고 있는 가치관 역시 모호하여 오히려 가토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되어버린 부분은 아쉽다.

또한, 민간인 소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건담에 우연치 않게 탑승하게 되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의 구도에서 벗어나 이미 군인인 주인공 코우 우라키 소위를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나 이미 성장한 성인들이 주역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은 건담 0083을 보다 성인취향의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즉, 이 작품은 이제 막 건담을 시청하려고 하는 소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미 건담을 어렷을 적부터 보아오고 이제는 2~30대로 성장한 오리지널 팬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인 셈이다. 여러모로 본작의 방향성은 이렇듯 신규 건담팬보다는 기존 건담팬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을 배제함으로써 보다 더 현실적인 밀리터리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뉴타입이라는 테마가 건담의 화두인 동시에 구태의연한 테마가 되어버렸음을 생각할 때 뉴타입의 거세는 괜찮은 선택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가토와 코우 사이에서 번민하던 중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히로인 니나 퍼플톤의 경우는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팬들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극적인 면에서 크게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1화만 하더라도 일면식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던 가토와 니나가 극 후반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초반부터 계획했던 설정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델라즈 플리트의 인물들이 돋보이는데다가 후반부에는 연방의 부패한 모습마저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는 미묘하게 델라즈 프리트 측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테러리즘이나 자폭공격 등이 미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 등장하는 메카들이 시간 순으로 바로 다음 작품이 되는 '기동전사 Z 건담(1985)'에 비해 너무 고성능의 기체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문제.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모빌 아머 노이에 질이나 GP-03 덴드로비움은 확실히 당시의 스펙을 뛰어넘는 기체들로서, 이러한 부분은 에필로그를 통해 GP 계획 자체가 이 시점에서 말소된다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모순점을 상쇄하려 했지만, 애초에 이러한 스펙과 디테일의 기체를 등장시킨 의도가 프라모델 판매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의도적이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실제로 상품화된 프라모델에 있었는데, 당시 건담 F91과 작품이 병행되면서 반다이가 건담 F91에 집중했던 탓인지 건담 0083의 초판 키트들은 기대 이하의 프로포션과 디테일로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건담 0083의 인기가 건담 F91에 비해 더 높았고, 설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고성능의 기체들로 디자인했음을 생각할 때 이는 반다이의 실투가 아닌가 싶다. 건담 0083은 10여년이 지난 2001년에 다시 재판되면서 과거의 악명을 씻어내게 되었고, 특히 HGUC 덴드로비움은 역대 건프라 1/144 스케일 중에서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압도적인 위용과 인기를 현재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높아진 인기로 인해 시리즈 제작 도중 극장판의 제작이 결정된다. 극장판 '지온의 잔광'은 OVA 전 13화의 내용을 편집하여 최종화인 13화가 출시되기 전 극장에 공개되었는데, 이로 인해 후반부에는 극장판의 스케일에 맞춰 작화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다. 건담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만든 건담이, 토미노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담이 마침내 극장판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건담 0080과 건담 0083의 잇다른 성공, 그리고 건담 F91의 실패는 분명히 건담 월드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례였지만, 기이하게도 반다이만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듯 싶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토미노 요시유키를 다시 한 번 더 몰아부치게 된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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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전설의 건담 무크지, 무려 23년만에 한국어판으로 정발되다.

1987년 일본의 월간 모형잡지 모델 그래픽스의 9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건담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건담 센티넬의 집대성인 무크지 '건담 센티넬, 리얼 건담의 전쟁(이하 센티넬)'이 23년만에 한국어판으로 한국서점가에 등장했습니다. 아마 그동안 한국어판으로 등장했던 건담 관련 서적 중에서는 손가락 안에 꼽을 레전드급 서적이 아닌가 합니다. 건담의 오랜 팬들이라면 많이들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센티넬은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과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사이의 비어있는 기간 동안 프라모델 라인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반다이가 모델 그래픽스에게 외주를 주었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태생 자체가 그제까지의 건담과는 다른 셈이지요.

하지만 센티넬이 한창 기획에 들어가고 있던 중간에 역습의 샤아의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빨리 진척되면서 반다이의 프라모델 라인은 모두 역습의 샤아 쪽으로 집중하게 되고, 애초에 더블 제타와 역습의 샤아 사이의 공백을 메우려 했던 센티넬의 프라모델 기획은 잠시 뒤로 미루어지게 됩니다. 역습의 샤아 편 프라모델 런칭이 끝나자 반다이는 다시 센티넬의 상품화를 타진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S 건담을 비롯하여 몇 종의 MS가 상품화에 성공하게 됩니다. 다만, 이 즈음 센티넬의 프로젝트 팀은 센티넬의 프라모델 상품화에 있어서 자신들의 권리를 반다이에게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사항이 당시 서면이 아닌 구두로만 오고 갔었다는 것이고, 이후 반다이 내부 인사이동으로 인해 이러한 구두 약속은 반다이 내에서 지켜지지 않게 됩니다. 즉, 제대로 된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죠. 그로 인해 이후 반다이는 센티넬의 판권이 소츠 에이전시와 선라이즈의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센티넬의 후속 상품화는 난항을 겪게 됩니다. 말할 것도 없이 모델 그래픽스와 반다이의 사이는 소원하게 되었고, 이 와중에 센티넬의 핵심 멤버라 할 수 있는 메카닉 디자이너 카토키 하지메가 모델 그래픽스를 떠나 반다이에 합류하여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에 참여하는 등 상황이 변하게 되었죠. 이로 인해 센티넬의 상품화는 한동안 요원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자쿠러님의 포스트를 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 <건담 센티넬> 관련 상품화가 미진한(?) 이유 (보러가기)


하여간에 이렇게 판권 문제가 얽혀 있었던 전설의 무크지가 한국에 발매되었다는 것은 건담팬들로서는 몹시나 놀랍고도 반가운 소식이 아니랄 수 없겠습니다. 그 옛날 거금을 들여가면서 읽지도 못하는 원서로 구입하여 읽어온 아저씨 팬들에게도, 시드 혹은 더블오 시리즈에 익숙해져 있는 신세대 건담 팬들에게도 센티넬은 여러가지 면에서 가치있는 서적이 아닐까 싶군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마도 국내에 발간된 건담 관련 서적 중에서는 단연코 레전드 급 서적이라 하겠습니다.

센티넬은 모델 그래픽스에서 연재하던 당시, 원작자인 타카하시 마사야의 소설과, 카토키 하지메의 메카닉 디자인과 SF 설정, 여기에 관련 프라모델 작례가 합쳐진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게 됩니다. 여기에 제타 건담과 더블제타 건담에서 메카닉 디자인 스탭으로 활약한 아키타카 미카의 모빌슈트 걸까지 등장하는 등, 건프라 팬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컨텐츠가 포함되어 있던 코너였었죠. 여기에 신규 설정과 디자인 등이 추가되어 320 페이지의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무크지로 탄생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더블제타 건담과 역습의 샤아 사이에 시작된 기획이지만, 센티넬의 시대배경은 우주세기 0088년으로, 제타 건담의 시대배경인 그리프스 전쟁 말기입니다. 그리프스 전쟁 당시 MS 전투기술을 연구하는 지구연방군 소속의 지구연방군 교도단 중 티탄즈의 사상에 동조한 장교들을 주축으로 한 일부 집단이 반란을 일으켜 뉴 디사이즈라는 조직을 만들고 친 에우고로 돌아선 연방 정부에 반기를 들게 되지요. 센티넬은 이 시기의 뉴 디사이즈와 연방군의 진압부대인 알파 임무부대의 국지전을 주요 에피소드로 삼고 있습니다. 제타 건담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트를 한 번 참고해보시구요.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2006) (보러가기)

무크지의 첫장을 펴면 다소 고풍스런 프라모델 합성 사진(당시로서는 상당한 테크닉을 요했던 사진으로 SFX스러운 느낌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음)과 함께 센티넬의 이야기가 14장 64페이지 동안 펼쳐지게 됩니다. 소설로서는 짧은 분량이지만 이러한 무크지에서는 제법 많은 분량의 이야기인데요. 센티넬의 소설 완전판은 이 89년판 무크지와 별도로 1990년에 소설로 발간되기도 합니다. 본 무크지의 스토리를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작고 흐린 폰트로 인해 가독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어지간한 센티넬의 팬이 아니고서야 읽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듯 하군요. 아 참, 당시 서적으로서는 독특하게도 좌철방식의 서양식 편집방식을 따르고 있는 센티넬입니다.


66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센티넬의 목차가 등장하게 됩니다. 7페이지에 걸친 센티넬의 개요에 이어 캐릭터 챕터에서는 등장인물이 아닌 센티넬에 등장하는 모빌슈트와 메카닉의 설정자료가 소개됩니다. 모델 챕터는 캐릭터 챕터에 바로 이어 프라모델 작례 사진과 작례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으로, 이 두 챕터가 센티넬의 메인 컨텐츠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할애되는 페이지 수도 가장 많지요. 그래픽스 챕터에는 본 무크지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일러스트와 커멘트가 실려 있습니다. 캐릭터 챕터와 모델 챕터의 분량이 워낙 많다보니 후반부인 237페이지부터 등장하게 됩니다.

텍스트 챕터에는 당신도 만들 수 있는 완벽 키트 공략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제목과는 달리 초심자들이 한번에 해내기에는 다소 어려운 프라모델 기법들이지만요. 마지막은 기타 챕터로 센티넬의 개요나 용어 정리, 작례 해설, 편집진 인터뷰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목차는 페이지 번호 순이라기보다는 컨텐츠 내용별로 정리되어 있으며, 일부는 다른 챕터 중간 중간 보너스 챕터처럼 끼워져 있는 구성이라 하겠습니다.


애초 센티넬의 주역 기체인 S 건담은 이오타 건담이라는 명칭으로 카토키 하지메에 의해 탄생하게 됩니다. 다만, 카토키의 디자인 이후, 이오타 건담은 후지타 카즈미에 의해 최종적으로 클린업 되고, 나중에는 S 건담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이 변경되지요. 후지타 카즈미는 아시다시피 약관의 나이에 제타 건담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하여 제타 건담의 클린업 디자인 및 등장 MS의 상당수 클린업 디자인을 맡았던 인물인데요. 카토키(1963년생)의 리파인 디자인에 후지타(1964년생)의 클린업 등, S 건담은 당시 약관의 천재 메카닉 디자이너들이 창조해 낸 획기적인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건담은 이오타 건담으로, 카토키의 러프 디자인입니다.


초기 명칭인 이오타 건담은 릭 디아스를 의미하는 감마(γ) 건담부터 델타(δ) 건담인 백식, 제타(ζ) 건담에 이르는 일련의 그리스 로마자 표기 명칭의 라인 상에 위치함을 의미합니다. 이 그리스 로마자 표기는 건담 월드에서 MS 개발사로 설정된 아나하임의 개발코드를 의미하고 있는데요. 9번째를 의미하는 이오타는 8번째 건담인 세타(θ) 건담, 즉 더블 제타에 이어 아나하임 사에서 개발된 건담이라는 설정이 부여되지요. 13을 의미하는 뉴(ν) 건담은 아나하임의 11번째 건담입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이 아나하임의 건담을 개발 코드 명칭별로 분류한 표이구요.


카토키의 S 건담은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벽한 설정과 메커니즘이 부여됩니다. 물론, 당시에도 일본의 메카닉 디자인은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디자인하는 세심함과 꼼꼼함이 특징이기는 했으나 프레임을 일일이 다 분해하여 하나하나 부품까지 메커니즘을 구현해낸 위의 설정 자료는 당시 건담팬들과 메카닉 마니아들에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생각됩니다.  


또한 건담 계열 중 가장 난해한 변형 구조를 가진 S 건담의 변형 메커니즘을 구현한 설정자료는 지금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포스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지금의 카토키 디자인 스타일은 그리 좋아라 하지 않습니다만, 이 때의 카토키 디자인은 상당한 공감과 함께 좀 과장해서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하겠습니다.


MS 설정자료에 이어 공개되는 작례 사진들. 1:144의 EX-S 건담의 작례는 1:144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일이 무척 큰 느낌인데요. 전반적으로 20여년전의 작례들이라 지금의 작례에 비해서는 디테일이 떨어지긴 합니다만, 작금의 MG나 HG 같은 훌륭한 베이스가 없었던 당시 풀 스크래치 빌드로 보여준 저 디테일은 분명 놀라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커버를 장식한 1:20 스케일의 S 건담 상반신 모델은 지금의 수준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레전드급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군요.


에반게리온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의 러프 디자인을 베이스로 태어난 제쿠아인 츠바이의 작례도 인상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안노는 건담 시리즈의 열혈팬으로 역습의 샤아에서는 메카닉 디자인으로 참여하기도 하지요.


센티넬 시리즈에서 최초로 소개되었던 더블제타 건담의 강화형 FAZZ(Full Armor ZZ Gundam)의 작례는 2001년에 발매되어 센티넬 시리즈의 첫 MG화를 알렸던 MG FAZZ 보다도 훨씬 나은 프로포션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244 페이지에는 단편 만화도 등장합니다. 카토키 하지메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보아 카토키 하지메 본인이 직접 그린 만화인 듯 하군요,


이제까지의 하드코어 SF 스타일과는 그 분위기를 달리하는 모빌슈트 걸들도 빠지지 않고 이 무크지에 모습을 내밀고 있습니다. 미소녀와 SF라는 당시 아니메 마니아들의 양대 코드를 실로 절묘하게 매칭시킨 창조물이라 하겠는데요. 이러한 개념들은 근래의 작품에까지 이어져오게 됩니다. 모두 아키타카 미카의 일러스트들.


S 건담의 강화형 계획 중 하나인 S 건담 딥 스트라이커의 압도적인 위용. 대빔 방어용 병기인 I 필드를 비롯, 전합급 메가입자포, 다량의 부스터 등 일반 MS를 능가하는 전투력을 가진 머신이라 하겠는데요. 이는 후일 카토키가 디자이너로 참가하게 되는 건담 0083 시리즈에서 건담 3호기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덴드로비움에 영향을 준 기체라 하겠습니다.


위의 사진은 S 건담의 가변형태인 G 크루저의 부품 전개도입니다. 모듈별로 분리되는 이 놀라운 전개도는 내부 메커니즘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한 디자이너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데요. 오히려 근래 카토키 디자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일부 페이지의 가독성 문제나 눈에 띄는 몇몇 오타들이 오점이긴 합니다만, 이번 센티넬 한국어판은 분명 이제까지의 한국어판 건담 서적과는 다른 레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분량에 가격도 이제까지의 건담류 서적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녀석(물론, 320 페이지라는 분량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편도 아니지만)입니다만, 그 오랜 세월 동안 숙성되어온 깊이와 풍미는 소장용으로서 더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당신이 건담 팬이라면, 그리고 특히나 예전의 건담 시리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거나 갖을 예정이라면, 이 센티넬 무크지는 분명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리라 생각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 / ⓒ 大日本絵画 / 한국어판 ⓒ AK 커뮤니케이션즈 에게 있습니다.

건담 센티넬 - 8점
아사노 마사히코 엮음/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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