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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카니발 (1987), ロボットカーニバル / Robot Carnival


ⓒ A.P.P.P


<정보>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감독·각본·콘티: 오토모 가츠히로(大友克洋) / 캐릭터디자인·원화: 후쿠시마 아츠코(福島敦子) / 미술: 야마모토 니죠(山本二三)
◈ 에피소드1 - 프랑켄의 톱니바퀴: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모리모토 코지(森本晃司) / 미술: 이케하타 유지(池畑祐治)
◈ 에피소드2 - DEPRIVE: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 미술: 마츠모토 켄지(松本健治)
◈ 에피소드3 - PRESENCE: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우메츠 야스오미(梅津泰臣) / 작화협력: 테라사와 신스케(寺沢伸介), 후타무라 히데키(二村秀樹) / 미술: 야마카와 아키라(山川晃)
◈ 에피소드4 - STARLIGHT ANGEL: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北爪宏幸) / 미술: 시마자키 ?(島崎唯)
◈ 에피소드5 - CLOUD: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원화·미술: 오오하시 마나부(大橋学) - 감독, 각본, 캐릭터 디자인은 마오라무도라는 필명으로 참여.
◈ 에피소드6 - 메이지 꼭두각시 문명기담, 붉은 머리 사람의 습격사건:
    감독·각본: 키타쿠보 히로유키(北久保弘之) /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메카닉 디자인: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 작화협력: 모리야마 유지(森山雄治), 모우리 카즈아키(毛利和昭) / 미술: 사사키 히로시(佐々木洋)
◈ 에피소드7 - 닭 남자와 빨간 목: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나카무라 타카시(なかむらたかし) / 미술: 사와이 ?(沢井裕滋)
◈ 음악: 히사이시 조(久石譲), 후지타 ?(藤田意作), 타케이치 마사히사(武市昌久)
◈ 제작: 노무라 카즈푸미(野村和史), A.P.P.P 컴퍼니
◈ 제작사: A.P.P.P 컴퍼니
◈ 저작권: ⓒ A.P.P.P
◈ 일자: 1987.07.21
◈ 장르: 드라마, 사이버펑크, 옴니버스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소에이신샤와 함께 일본 최초의 성인용 OVA 아니메인 '크림레몬(1984~1987)' 시리즈와 OVA 시대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프로젝트 A코(1986, 1987)'를 제작했던 A.P.P.P 컴퍼니의 세번째 OVA 작품. 소위 오타쿠적인 취향이 짙게 베인 상업적인 작품을 제작하던 그들이 내놓은 세번째 작품은 공교롭게도,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작가주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작품이었다. 특히, 기존의 감독이나 연출가들이 아닌 캐릭터 디자이너나 작화감독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연출과 각본까지 담당한 단편작들이 하나로 묶인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은 본 작품 '로봇 카니발(1987)'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환마대전(1983)'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으며 아니메 업계에 데뷔한 인기만화가 오토모 가츠히로가 환마대전 이후 두번째로 참여한 애니메이션으로 오토모는 로봇 카니발에서 오프닝과 엔딩 애니메이션을 맡게 되는데, 본작을 통해 기존의 아니메와는 느낌을 달리하는 오토모 만의 독특한 비주얼의 서막을 느낄 수 있다. 오토모 외에도 환마대전의 제작을 위해 특별히 결성되었던 프로젝트 팀 '아르고스'의 멤버인 모리모토 코지, 우메츠 야스오미, 나카무라 타카시가 본 작품에서 각각 단편작을 연출하기 때문에 로봇 카니발은 이들 아르고스 멤버들의 스타일이 짙게 베여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여성 애니메이터 후쿠시마 아츠코는 모리모토 코지와 부부지간이기도.

오토모와 더불어 독특하고 컬트적인 영상미를 선사하는 모리모토 코지의 단편이 끝난 뒤에는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와 같은 선라이즈 계열의 작품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오오모리 히데토시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오오모리의 경우는 네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한 당대 최고의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 키타즈메 히로유키와 같은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로, 둘다 코가와 토모노리의 제자이기도 하다.그런 연유로 두 에피소드는 어딘지 모르게 작화적인 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으며, 실험적이고 비대중적인 다른 에피소드들에 비해 당대 주류의 느낌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하겠다. 특히, 전체적으로 템포가 느리고 난해하고 어두운 전개 속에 달콤하고 트렌디한 느낌을 선사하는 키타즈메의 단편은 본 작품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키타즈메 이전의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로봇 카니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천재 애니메이터 우메츠 야스오미의 에피소드이다. 제타 건담 오프닝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하는 그는 '메가존 23 파트 2(1986)'을 통해 업계와 팬 모두에게 강렬한 비주얼 쇼크를 안겨준 바 있는데, 10여분의 러닝타임에 불과한 이번 에피소드 '프레센스'에 와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듯한 압도적인 작화 퀄리티를 선사하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게 된 로봇을 두려워하게 된 남자의 인생사가 잔잔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본편의 비주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하겠다. 

ⓒ A.P.P.P

그외에도 중학교 졸업 직후 도에이 동화에 입사한 뒤 다양한 스튜디오를 거친 오오하시 마나부(마오라무도)의 다섯번째 에피소드는 그가 혼자서 연출과 각본, 캐릭터 디자인과 원화, 미술까지 1인 제작 시스템으로 그려낸 독특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의 작품이며, 여섯번째 에피소드의 경우는 '크림레몬 4탄 팝체이서(198?)'에서 원안과 감독, 각본, 콘티 등 1인 다역을 수행한 키타쿠보 히로유키와 90년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떠오르게 되는 당시 신예 사다모토 요시유키, 가이낙스의 설립자 중 한명이며 후일 곤조를 설립하게 되는 마에다 마히로, 프로젝트 A코에서 감독과 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으로 대활약한 모리야마 유지가 참여하는 등 에피소드 중 가장 많은 인재들이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르고스 멤버 중 한명으로 '미래경찰 우라시맨(1983)'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나카무라 타카시가 맡았다.

 

로봇 카니발은 당대의 아니메의 조류를 따르지 않고 실험적인 영상미를 선보인 작가주의 정신이 가득한 작품이다. 상업적인 고려보다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본 컬트적인 성격의 작품이며, 그렇기에 여전히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숨겨진 걸작 아니메라 할 수 있다. 오토모 가츠히로나 후쿠시마 아츠코, 나카무라 타카시 등은 이후에도 매드하우스의 옴니버스 작 '미궁물어(1988)'에 참여하게 되며, 오토모 가츠히로는 모리모토 코지와 함께 '메모리즈(1995)'를 통해 세번째로 옴니버스 스타일의 컬트 작품을 선보이게 되니, 로봇 카니발은 어떻게 보면 이들 두 작품에게 일종의 모티브를 제공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1] ロボットカーニバル, Wikipedia Japan
[2] Robot Carnival, Wikipedia
[3] Robot Carnival (OAV), ANN
[4] 로봇 카니발,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P.P.P에게 있습니다.


로봇카니발 OVA - 8점
오오토모 카츠히로 외 8명 감독/대원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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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 23 Part I (1985), メガゾーン23 / Megazone 23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이타노 이치로, 우메츠 야스오미, 히라노 토시키
◈ 캐릭터 디자인: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감수: 아라마키 신지, 카기누마 히데키, 미야오 가쿠 / 쿠마다 마사요시
◈ 작화감독: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타노 이치로, 카기노우치 나루미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타케우치 유카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아트랜드,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5.03.09 (OVA 발매) / 1985.03.23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시놉시스>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먼 미래의 지구. 인류는 거대한 도시형 우주선을 만들어 황폐화된 지구에서 탈출, 우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다. 메가존 23이라 불리는 도시형 우주선도 그 중 하나. 메가존 23을 제어하는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하무트는 도시형 우주선의 내부에 인류가 가장 동경하던 시대인 20세기의 도시환경을 구축하고 거주하는 인류의 정신을 조작하여 자신들이 도시형 우주선이 아닌 20세기의 지구에 살고 있다는 환상을 일괄적으로 심어놓게 된다. 실제로 뉴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식과 이야기는 바하무트에 의해 가공된 것이며, 외국여행 역시 그저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으로 심어진 기억일 뿐이다. 이들 도시형 우주선은 지구관리 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지구를 떠난 지 500년이 지나 귀환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며, 재생 중인 지구에 무단으로 귀환하는 도시형 우주선을 파괴할 목적으로 달 표면에는 지구 방위 시스템 ADAM이 건설된다.

그로부터 500여년의 세월이 흘러 메가존 23의 지구귀환이 다가오던 무렵, 화성으로 이주한 인류의 후예 데쟈루구가 메가존 23을 습격하게 된다. 메가존 23의 자치군은 외계의 습격을 맞아 싸우면서 도시형 우주선과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의 진실을 깨닫게 되고, 자치군의 젊은 장교 BD는 이러한 상황 속에 바하무트를 무력화시키고 데쟈루구를 물린 뒤, 스스로가 메가존 23의 지배자가 되려 하고 있었다. 군은 대 데쟈루구용 병기로 바하무트가 가진 테크놀로지를 이용, 바이크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변형이 가능한 다목적 병기 가란드를 개발한다. 

하지만, 이 가란드에는 군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가란드에 메가존23의 아이돌 가수로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토키마츠리 이브, 즉 EVE와 소통이 가능한 7G 오퍼레이터를 위한 기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EVE는 실제 인간이 아닌 바하무트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로, 무작위로 7G 오퍼레이터로 선택된 인물에게 질문을 던져 최종적으로 인류의 지구귀환 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AI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이 가란드가 BD의 손을 떠나 민간인 소년 야하기 쇼고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소개>

'기갑창세기 모스피다(1983)'와 함께,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로 기획된 '초시공세기 오거스(1984)'와 '초시공기사단 서던크로스(1984)'는 빅히트를 기록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컨셉을 이어받은 후속작들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그 인기를 이어가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TV 시리즈의 속성상 완구/프라모델 비즈니스와 연계가 생명이었던 이 작품들은 완구/프라모델 분야에서 저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스폰서의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운 나쁘게도 동시간대에 방영된 타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을 능가할 대중적인 코드도 부족했었다. 즉,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마니악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스피다의 기획에 참여했던 아트믹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미치는 이 진일보한 SF 세계관에 큰 인상을 받는다. 그는 이 마니악한 설정이 대중성은 떨어질지라도 마니아들에게는 큰 어필을 할 수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당시 아니메 시장은 질적, 양적인 팽창으로 인하여 그 몸집이 비대해지던 시기였다. 동시기에 당대 VHS 비디오를 주도하던 빅터 음악산업(이하 음산, 후일 빅터 엔터테인먼트)과 베타 비디오를 주도하던 소니는 자사의 비디오 플레이어의 대중화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사업을 팽창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영상 컨텐츠의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기도 했다. 이러한 업계의 의지로 인해 아니메는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라는 새로운 대안시장을 탄생시키게 된다.([5] 참조) 스즈키의 기획은 바로 OVA라는 매체에 정확히 부합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에 적극 구매의사를 밝히는 마니아들에게 이 하드한 SF 로봇물은 분명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크로스나 모스피다와 같은 하드 SF 로봇물로 방향을 잡으면서 아트믹은 마크로스와 모스피다에서 활약한 젊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게 된다. OVA는 극장 아니메에 비하여 소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였기에 몸값이 비싼 중견 애니메이터보다는 커리어를 쌓고 싶은 의욕 넘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비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TV 시리즈나 극장 아니메보다 표현과 이야기의 자유도가 용이했기에 도전을 원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적합한 제작방식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다. '이타노 써커스'로 메카 액션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이타노 이치로, 마크로스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스타덤에 오른 하루히코 미키모토,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히라노 토시키, 카기노우치 나루미, 여기에 모스피다에서 인상적인 라이딩 아머를 디자인한 아라마키 신지 등이 속속 아트믹의 휘하로 모여들게 된다.

여기에 '기동전사 건담(1979)'을 위시한 선라이즈의 다수의 로봇물에서 각본을 쓴 관록의 호시야마 히로유키와,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신진 애니메이터들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한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의 가세로 진용은 신구의 조화를 이룬 탄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보다 더 치밀해진 하드한 SF 스토리, 메카닉 마니아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메카닉, 여기에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소녀와 에로틱 코드가 결합된, 마니악하면서도 상업적인 의도가 전면에 깔린 걸작 OVA가 탄생하니 이것이 바로 '메가존 23(1985)'이다. 

황폐해진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 도시형 우주선 메가존에 탑승하여 지구를 떠도는 인류의 미래는 픽사의 최신작 '월 E(2008)'의 서사구조와도 상당히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가 인간을 양육하는 절대적인 컨트롤 타워로 등장하는 부분도 마찬가지. 물론 이 설정은 몇몇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어온 부분으로, 새롭고 혁신적이지는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월 E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가존 23은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이를 영상화한 작품이라 하겠다. 거기에 사람들의 정신을 조작하여 그들은 자신을 우주선에 사는 먼 미래의 인류가 아닌 1980년대의 사람으로 인식하고 산다는 점은 꽤 독창적인 발상이라 하겠다. 이렇게 시스템에 의해 인류가 무의식적으로 통제당하는 설정은 후일 '매트릭스' 시리즈와 매트릭스에 영향을 받은 일부 SF 영화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컴퓨터가 관리하는 통제된 사회, 실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조작된 삶을 살고 있는 인류 등, 고급스러운 SF 설정 외에도 사이버 아이돌 이브의 등장은 이 작품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이브는 마크로스의 린 민메이에 영감을 받았음이 분명하며, 히라노 토시키가 디자인한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이브는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디자인하여 다른 캐릭터들과는 틀린 가상의 캐릭터라는 정체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브는 단순한 사이버 가수가 아닌 인류의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가상 프로그램으로 작품의 중요한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후일 메가존 시리즈의 상징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사이버 아이돌이라는 컨셉은 후일 카와모리 쇼지가 연출하는 '마크로스 플러스(1994)'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이브는 린 민메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창조해낸 캐릭터로서 오랫동안 사랑받게 되며, 신인가수 미야사토 쿠미를 이브의 성우로 기용함으로써 민메이의 성우였던 이이지마 마리가 가수로서도 대성공했던 마크로스의 성공사례를 재현하게 된다. 명 작곡가 사기쓰 시로가 쓴 일련의 삽입곡들 역시 큰 사랑을 받는다.

아라마키 신지가 디자인한 바이크 변형 메카 가란드의 디자인은 전작 모스피다의 라이딩 아머 모스피다만큼 정교하며, 토시키와 나루미의 캐릭터들도 이브 못지 않은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OVA의 상업적 기획의도로 인해 삽입된 주인공 쇼고와 히로인 유이의 베드씬은 이 작품을 감상할 성인 마니아들의 좋은 눈요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에로틱 씬의 삽입은 비디오 판매 자체가 상업적 성공의 잣대인 OVA에 있어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마니아들의 성적 욕구를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아니메의 시도는 후일 수많은 성인용 포르노 아니메의 양산을 가져오는데 단초를 제공하지 않나 싶다.

당시 비디오 타이틀로서는 비교적 고가인 13,800엔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메가존 23은 2만 6천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85년도 일본 비디오 시장에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로 이름을 올린다.([5] 참조) 이러한 판매호조는 곧 극장상영으로 이어져 메가존 23은 마니악한 SF 장르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각본을 쓴 호시야마 히로유키는 제3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진일보한 작품의 SF 설정 역시 평단의 인정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메카닉과 미소녀의 결합이라는 일본 아니메 특유의 스타일은 당분간 아니메를 특히, OVA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메가존 23 Part II, 비밀을 주.세.요 (1986)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총감수: 이시구로 노보루
◈ 감독/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 구성/각본: 야마다 카츠히사 /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타노 이치로, 야마다 카츠히사, 하세가와 야스오 外
◈ 캐릭터 디자인: 우메츠 야스오미,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 작화감독: 우메츠 야스오미, 카도카미 요코 (이브 작화감독)
◈ 미술감독: 아라이 카즈히로
◈ 원화: 유키 노부테루,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 外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AIC,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6.04.26 (극장개봉) / 1986.05.30 (OVA 발매)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OVA로의 도전적인 시도가 크게 성공하자, 곧이어 두번째 메가존 프로젝트가 발동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AIC가 참여하면서 제작 규모가 전작에 비해 크게 상승하게 된다. 두번째 시리즈는 우선 전작에 비하여 여러면에서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는데, 우선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가 감독이 아닌 총감수의 직책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신, 이타노 이치로가 자신의 첫 연출데뷔를 이 작품을 통해 이루게 된다. 또한, 파트 1에서 콘티스탭으로 활약하던 신예 우메츠 야스오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파격적으로 데뷔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시리즈는 전작이 보여준 아니메 스타일을 일신, 마치 미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극화체의 스타일로 변모한다.

애초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었기에 이러한 파격적 결단은 좋은 반응을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메가존 23 파트 2는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까지도 우메츠 야스오미에 대한 인기는 북미 등에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외에도 유키 노부테로,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와 같이 젊고 유능한 작화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작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키 노부테루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 작화가 우메츠 야스오미와 비견될 정도의 작화력을 가진 대기만성형의 인재로, 훗날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작화감독으로 성장하게 된다. 반면, 이번 작품을 통하여 첫 연출수업을 통과한 이타노 이치로는 이후 여러편의 OVA를 통해 감독에 도전하지만 메가존 23 파트2 이상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면서 절정의 작화력에 비해 연출부분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이는 후일 감독으로 데뷔하는 본 시리즈의 메카닉 디자이너 아라마키 신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바로 엘로스가 구입했던 지 아니메 특별부록. ⓒ あいどる · AIC / 近代映画社

우메츠 야스오미의 작화는 이 작품이 가진 마니아적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기존의 아니메 스타일과는 너무도 다른 뚜렷한 이목구비와 강렬한 명암, 사실적인 묘사는 성인취향의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디자인한 이브도 새로운 변화를 맡는데, 파트 1의 이브가 민메이와 유사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던 반면, 파트 2의 이브는 보다 더 관능적이고 여성적인 매력을 드러내었다. 파격적인 작화의 변화는 전작의 등장인물이었던 쇼고나 유이, 그리고 BD에도 영향을 미쳐, 너무도 다른 외모의 변화 때문에 파트 1과의 매치가 잘 안되는 현상을 가져오기도.

이 작품 역시도 성인층 마니아를 공략한 OVA인 이상 필수적으로 서비스 컷이 삽입된다. 이 OVA가 특히나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서비스 컷인 쇼고와 유이의 베드씬 때문이었는데, 전작의 베드씬을 넘어서는 수준의 선정성에 우메츠 야스오미의 절정의 작화력이 더해지면서, 리미티드 아니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실사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어 당시 마니아들을 충격과 열광(?)에 빠뜨리게 된다. 그러나, 이 절정의 작화 덕에 후일 우메츠 야스오미는 성인 아니메의 대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도. 

문제의 베드씬은 북미판에서는 삭제되어 출시되었으며, 당시 국내에서 일본서적 전문 서점 등을 통해 유통된 메가존 23 설정집 '지 아니메 특별편집 메가존 23 Part II'의 경우, 베드씬을 일일이 캡쳐한 스틸 샷 페이지 통체를 검은 매직으로 칠해 판매하는 만행(?)을 벌여 국내 오덕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당시 거금 8만원을 주고 엘로스가 구입하여 애지중지 아끼던 이 서적은 책을 빌려간 뒤 자기 책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주신 죽마고우의 선행으로 인하여 현재는 행방불명되어버린 상태이다.) 


메가존 23 Part III, 이브의 각성/해방의 날 (1989) 


ⓒ VICTOR Entertainment


<정보>

◈ 원작: 아라마키 신지
◈ 감독: 아라미키 신지, 야타가이 켄이치
◈ 각본: 아리이 에무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프로덕션 디자인: 유메노 레이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기타지마 노부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仲盛文 (전편), 오바리 마사미 (후편)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 (전편), 키타지마 노부유키 (후편)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음악/노래: 우라타 케이시 / 타카오카 사키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아지미 토시오 / 스다 히데아키
◈ 제작사: AIC, 아트믹,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VICTOR Entertainment
◈ 일자: 1989.09.28 (1편 OVA 발매) / 1989.11.25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등학생 관람가 (R)


<소개>

3년 뒤에 재부팅한 메가존 23의 세번째 시리즈. 이미 지구에 성공적으로 귀환한 메가존 23, 그리고 신천지에서 새로운 운명을 시작한 쇼고와 유이의 이야기 등 전작의 종결 시점으로부터 수백년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1편의 히라노 토시키, 2편의 우메츠 야스오미에 이어 이번 3편은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7)'과 '역습의 샤아(1988)' 등을 통해 당대 최고의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로 각광받고 있는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게 된다. 적어도 작화면에서 메가존 23 시리즈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필력과 인기도를 자랑하는 아니메 캐릭터 디자이너가 참여한 작품인 셈이다. 그만큼 메가존 23이 OVA史에서 차지하는 네임밸류는 대단한 것이었다.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으며, 일부 작화 퀄리티는 현재의 수준과 비교해도 그다지 퀄리티 차이를 못느낄만큼 대단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세를 풍미하는 키타즈메의 스타일이 더해진 이브의 스타일은 사랑스러운 파트 1의 이브와, 관능적인 파트 2의 이브와는 다른, 소녀적이면서도 아이돌 스타스러운 스타일을 맘껏 뽐내고 있다. 전작과는 다른 숏컷의 머리도 매력 포인트.

다만, 이 시리즈는 앞선 두 시리즈에 비하여 작화 퀄리티가 들쭉날쭉한 아쉬움이 있다. 일부 컷은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다가도 몇몇 컷에서는 기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이는 작화감독이 키타즈메 외에 기타지마 노부유키가 참여하는 이중 작화감독 체제의 원인이 아닌가 싶으며, 1편에 비해 2편의 작화적 완성도가 다소 더 떨어져 보인다. 1편의 작화감독 보조에, 당시 키타즈메의 뒤를 이은 스튜디오 비보의 또하나의 인재 온다 나오유키가 참여했던 것은 1편과 2편의 작화적 완성도의 차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메가존 23 파트2와 파트3에 참여한 작화가들은 기묘하게 공통적인 라이프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 파트 2의 우메츠 야스오미는 20대이던 80년대 당시 절정의 작화력을 보여주다가 80년대말 이후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 다시 활동을 재개했으나 예전과 같은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반면, 당시 원화맨으로 참여하며 이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키 노부테루는 9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을 계속하여 이제는 아니메의 대표적인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파트 3의 키타즈메 또한 80년대의 절정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한체 쇠퇴를 거듭, 현재는 아니메 업계에서 그 소식을 접하기 힘든 반면, 그의 아류로 인식되던 온다 나오유키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 현재는 키타즈메를 뛰어넘은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로 그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제타 건담 원 시리즈의 작화감독이 키타즈메인 반면, 제타 건담 신역판의 작화감독은 온다라는 사실 역시 위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메가존 23은 이들 불세출의 애니메이터들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젊고 패기있던 시절에 그려진 의미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파트1의 이브(상), 파트2의 이브(중), 파트(3)의 이브.



<참고 사이트>

[1] メガゾーン23, Wikipedia Japan
[2] Megazone 23 (OAV), ANN
[3] Megazone 23 Part II (OAV), ANN
[4] Megazone 23 Part III (OAV), ANN
[5] 메가존 23(メガゾーン23) 1985,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워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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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 機動戦士 Ζ ガンダム / Mobile Suit 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필명 斧谷稔 사용), 오오노기 히로시, 스즈키 유미코, 카와사키 토모코, 마루오 미호 外
◈ 콘티/연출: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기타 오사무, 카와세 토시후미, 타키자와 토시후미, 이우치 슈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고바야시 토시미츠, 카나야마 아키히로, 야마다 키사라카, 온다 나오유키 外
◈ 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중도 하차), 오카와라 쿠니오, 후지타 카즈미, 무라카미 카츠시, 고바야시 마코토 外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우메츠 야스오미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닐 세다카 / 아유카와 마미 (1기 오프닝, 엔딩), 모리구치 히로코 (2기 오프닝)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오니시 쿠니아키, 森山涇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5.03.02 ~ 1986.02.2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50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온공화국과 지구연방의 1년 전쟁이 지구연방의 승리로 끝난지 7년 뒤인 우주세기 0087년. 스페이스노이드(우주에서 태어난 인류)들의 재결집을 우려한 지구연방은 전쟁 종료 후 보다 효과적인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온군의 잔당소탕이라는 명제를 내걸고 지구연방군 출신의 자미토프 하이만의 주도로 창설된 특수부대 티탄즈는 연방 내의 엘리트 집단으로 세력을 공고히 하며 노골적으로 스페이스노이드를 탄압하기 시작한다. 지온의 불순분자를 소탕한다는 목적으로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1의 30반치에 독가스를 살포하여 콜로니 주민 1,500만명을 학살하는 등, 티탄즈의 행위가 도를 넘어서자 연방의 뜻있는 인물들과 스페이스노이드들은 티탄즈에 대항하여 반지구연방조직 에우고를 결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실낱처럼 이어지던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들의 평화는 깨지고 다시금 전란의 불길이 우주를 불태우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후세에 그리프스 전쟁이라 알려진 전화의 서막이다.

연방군의 기술사관으로 근무하는 부모를 따라 사이드 7으로 이주한 고교생 카미유 비단은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무관심, 그리고 여자같은 자신의 이름에 강한 불만과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티탄즈의 사관 제리드 메사로부터 여자같은 이름이라는 말을 들은 카미유는 충동적으로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리드에게 일격을 가해 티탄즈의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헌병들에게 가혹한 린치를 당하며 카미유는 티탄즈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된다.

한편, 그린노아에 티탄즈가 비밀리에 제작중인 모빌슈트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에우고는 크와트로 바지나 대위를 그린노아에 침투시킨다. 티탄즈가 개발한 비밀병기 건담 MK II의 존재를 확인한 크와트로. MK II의 시운전을 하던 제리드가 조종미숙으로 지면에 불시착하며 헌병대를 덮치고 혼란한 틈을 노려 카미유는 구금장소를 빠져나와 제리드가 불시착시킨 건담 MK II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때린 티탄즈 헌병들에게 복수를 할 목적이었던 카미유는, 크와트로 대위와 조우하면서 엉겁결에 건담 MK II와 함께 에우고로 향하는데...


<소개>

6년만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1979)'의 후속작으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작품. 원작으로부터 7년 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기동전사 Z 건담/1985)'은 7년 사이 무수한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우주세기의 세계 만큼이나 6년 사이 무수한 제작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건담의 후속편은 이미 '성전사 단바인(1983)'의 방영 중에 논의가 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과 '전투메카 자붕글(1982)'을 거쳐 단바인에 이르면서 토미노는 후속 건담에 대한 팬들의 염원, 당시의 로봇물의 프라모델 사업부진에 따른 반다이의 건담 시리즈 재개 요구 등 여러가지 외부적 압력을 받고 있었으며, 그 자신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만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83년부터 내부적으로 진행되어가던 후속 건담의 프로젝트는 마침내 84년 2월부터 본격적인 스타트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는 토미노의 '중전기 엘가임(1984)'이 방영을 시작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겹치면서 Z 건담은 다른 아니메에 비하여 상당히 긴 제작기간을 거치게 된다. 1년짜리 프로젝트였으니 과연 건담 후속작에 걸맞는 대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게다가 퍼스트 건담을 제작했던 선라이즈의 제1스튜디오가 아닌, 자붕글 이후로 토미노가 둥지를 튼 제2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게 된다. 당시 제 2스튜디오는 엘가임을 제작하던 중으로, 이로 인해 엘가임의 제작에서 토미노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가 토미노 것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Z 건담의 제작은 엘가임과의 이중 작업으로 인해 그 진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1년여의 제작 기간 중 상당기간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메카닉 디자인이었다. 오카와라 쿠니오 혼자서 전담했던 퍼스트와는 달리 Z 건담에는 10명 남짓한 스탭들이 투입되는데, 이는 명실공히 Z 건담이 비즈니스적 기획의도가 십분 반영된 작품이며, 프라모델 사업의 성패를 쥔 작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주역메카인 Z 건담의 경우에는 한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여러명의 디자이너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어낸 디자인으로, 아니메의 메카닉 디자인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결코 빠지지 않는 걸작 메카닉으로 지금까지 자리하게 된다. 

다만,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에 따른 프라모델의 상품화 문제로 인해 초반부의 주역 메카는 퍼스트 건담의 디자인 컨셉을 계승한 건담 MK II가 맡게 된다. 이로 인해 Z 건담은 후반부에 MK II와 극적인 교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토미노의 전작 자붕글이나 단바인, 엘가임에 등장한 주역메카의 교체와 동일한 시퀀스이며, 단바인과 엘가임은 Z 건담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의 주역기체가 변형기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타가하시 료스케 감독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 그는 가리안에서 합체변형이 가능한 어절트 가리안으로 주역메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건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일선에서 물러난 체 캐릭터 디자인에만 관여한 것이 그것. 총작화감독 한명이 전체 작화를 조율하지 않고 여러명의 작화감독이 로테이션 형태로 작화를 담당하게 되는데, 특히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그동안 작화를 맡아오던 또하나의 거물 작화가 코가와 토모노리 대신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하겠다. 스승인 코가와의 작화기법을 계승하면서, 야스히코의 미형 캐릭터들을 절묘하게 재창조해낸 그의 작화는 퍼스트 건담의 일부 팬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당시 절정의 인기를 끌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의 표지 일러스트의 상당수가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했다. 키타즈메 외에도 온다 나오유키와 같은 코가와의 제자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전체적인 Z 건담의 형세는 퍼스트의 잔영과 새로운 건담 스타일 사이에 위치하여 야스히코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혁신에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압도적인 퀄리티의 2기 오프닝을 그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우메츠 야스오미의 등장은 또다른 천재 애니메이터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 SOTSU · SUNRISE

이야기 역시 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 많은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전 시리즈의 주인공 아무로가 한참 후에나 등장하며, 또다른 주역인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보다 먼저 화면을 장식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편으로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역으로 전락한다. 대신 그 자리에는 전편의 아무로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소년 카미유 비단이 주인공을 맡게 된다. 전쟁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티탄즈와 에우고, 지구연방, 여기에 지온의 잔당 액시즈까지 등장하며 구도는 더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한 정치이념을 초월하여 거대기업으로 작품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의 등장까지, 세계관의 구성은 전작보다 더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로와 샤아가 주역이 아닌데다가 로봇물의 수준으로서는 과하게 복잡한 세계관과 갈등관계 등은 Z 건담의 시동에 발목을 걸었다. 평균시청률 6.4%는 퍼스트 건담 수준으로 낮았는데, 퍼스트 건담이 아무런 배경없이 등장한 것임을 감안할 때, Z 건담에 걸었던 팬과 스폰서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프라모델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다른 라인업의 제품보다는 월등한 성적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프라모델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다이 측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다는 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과 그로 인해 복잡해진 디테일의 모빌슈트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마진감소가 원인이라 전해지고 있으며([1] 참조), Z 건담의 모빌슈트들을 원작에 가깝게 묘사하기에는 당시 프라모델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주조역 캐릭터들이 죽어버리는 등, 몰살의 토미노다운 비극적인 결말은 여전하다. 주인공인 카미유가 최종화에서 시로코를 쓰러뜨린 후 자아가 붕괴되면서 폐인이 되어버린다든지,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가 하만 칸의 큐베레이에게 무참히 패배하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체, 대파된 그의 모빌슈트 백식의 잔해가 떠도는 상태에서 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은 팬들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는 단순히 비극적인 엔딩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당시 건담 시리즈에 대한 회의와 스트레스를 토미노 감독이 작품을 통해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샤아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도 언급한 바, 최종회에서 생사를 알 수 없이 사라진 샤아의 모습은 건담이라는 세계에서 떠나버리고 싶은 토미노의 바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실망한 팬들의 분노, 비즈니스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반다이의 채근 속에 토미노는 결국 이 작품을 끝으로 건담을 접으려던 애초의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기동전사 Z 건담> 1부: 79년 이후 아니메의 세대교체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2부: 퍼스트의 그늘에서 벗어난 작화 Line-up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3부: 제타에 흐르는 '시대의 눈물' by 키웰 (보러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을 잇는자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각본/총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야스히코 요시카즈
◈ 캐릭터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나카 모리푸미
◈ 작화감독: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나카지마 토시히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카이 마사토시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 Gackt (오프닝, 엔딩 작사/작곡/노래)
◈ 기획/제작: 우치다 켄지 / 요시 타카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스튜디오 지브리 (배경), 가이낙스/매드하우스 (동화)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05.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건담 시리즈에 대한 짙은 회의와 좌절을 '턴에이 건담(1999)'를 통해 일부분 해소한 토미노는 총집편인 '극장판 턴에이 건담 I 지구광(2002)'과 '극장판 턴에이 건담 II 월광접(2002)'으로 극장까지 다시 건담을 등장시킨다.(다만, 흥행은 대참패) 이는 건담에 대한 토미노의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극복되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그의 작품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5년 토미노는 마침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여지없이 작품 속에 표출했던 Z 건담을 달라진 감성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선보이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신역이라고 대게 부르지만, 좀 일본스러운 표현인 듯 싶어 나름 고쳐보았다.) 3부작이다.

50화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레 기획은 3부작으로 흘러갔다. 그동안 지지부진 성적을 거두었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극장판인지라 제작비는 충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 작품을 신작화로 그리지 않고 구작화를 편집하여 일부 디테일을 수정하면서 신작화를 사이사이 추가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구작화라 하더라도 당대 이름난 작화가들이 참여했기에 일부 퀄리티는 최신 TV 시리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지만, 열화된 필름 사정으로 인해 선명하지 못한 화질과,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퀄리티의 메카닉 작화는 당연히 깔끔하게 그려진 신작화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으며, 온다 나오유키,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등으로 새롭게 꾸려진 신작화의 캐릭터 디자인이 구작화와 많은 차이를 드러내는 등 신작화와 구작화 사이의 이질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도드라졌다.

TV 시리즈의 1화부터 14화까지를 편집한 극장판은 총집편이지만 여러면에서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구작화를 사용하는 한계 때문인지 이전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저 축약하기만 하는 단조로운 전개에 그쳤고, 일부 내용 중에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생략되면서 스토리의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러닝타임이 95분에 그친 것도 제약사항으로 작용한 듯. 다만, 3부작 중에서는 1부의 이야기가 가장 무리없이 잘 편집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아우도무라를 공격하는 앗시마를 수송기로 저지하고 탈출하는 아무로 레이와, 이를 맞이하는 카미유의 MK II와 샤아의 백식, 그리고 아무로와 샤아의 극적인 재회를 신작화로 그려내면서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1부인 별을 잇는자 편은 토미노의 전작 턴에이 건담 극장판의 흥행참패의 영향으로 인해 역대 건담 극장판의 개봉관수의 반 정도에 불과한 83개의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8.6억엔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연인들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10.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5개월만에 재개된 TV 시리즈의 15화~32화를 편집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판의 극장판 2부. 이제와 돌이켜보면 50화나 되는, 그리고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Z 건담의 경우 10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의 3부작 축약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나마 신작화로 모두 새로 그린다면 컷의 구성을 새로이 하여 보다 더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했으련만, 제작비의 문제로 상당부분이 구작화로 대치되었기에 한계는 더더욱 커졌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의 문제는 신작화와 구작화간의 이질감 차이 이상으로 신해석 극장판의 완성도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연인편은 타이틀 그대로 시리즈 최고, 아니 아니메史상 가장 비극적인 히로인 중 한 명인 무라사메 포와 함께 벨토치카 일마, 사라 자비아로프, 레코아 론드, 에마 신 등 Z 건담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로맨스를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15화부터 32화까지의 내용을 98분으로 축약하면서 내용 전개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로맨스를 밀도 있게 묘사하는 것은 구작화를 사용하는 제약 상황을 감안할 때 무척이나 어려운 난제라 하겠다. 연로한 토미노 감독의 나이 또한 이러한 작업들을 세심하게 구성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쿵푸 팬더의 포와는 전혀 다르다, 잊지말자.)와 카미유의 로맨스가 밀도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이번 2부 최대의 오점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체 이 2부의 이야기 속에는 포우와 카미유의 비극적인 로맨스 외에 벨토치카와 아무로의 에피소드, Z 건담의 등장, 시로코의 활약, 사라 자비아로프와 카츠의 에피소드, 제리드와 마우아의 에피소드, 에우고의 지휘자 브렉스 준장의 죽음과 같은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에피소드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제인 연인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은 사건의 나열에 그치고 있으며, 히로인인 포의 희생이 전반부에 다루어지면서 큰 임팩트를 주는 것에 비해 뒷부분의 전개는 하만과 액시즈의 등장까지 비교적 평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의 죽음에도 큰 감정적 변화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카미유의 모습에서는 오히려 연인들이라는 부제가 무색할 정도. 다만, 시리즈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하만 칸의 포스는 이번 신해석판에서도 명불허전이라 하겠다.

전작의 성공 때문이었는지 개봉관 수를 100여개로 늘려 상영했지만 흥행 수익은 6억엔에 그치며 전편보다 못한 성적을 보였다. 이는 편집된 이야기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임을 반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의 고동은 사랑 (2006)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6.03.0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3부. 33화부터 50화까지를 편집한 내용으로 액시즈의 등장, 티탄즈 집권층의 몰락, 그리고 시로코와 하만과의 최후의 결전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신작화의 비중이 커져 비주얼 상으로는 좀 더 이질감이 덜했으며, 상당수의 주요 에피소드를 생략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였다. 다만, 포의 재등장과 카미유와의 비극적인 이별, 샤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연설장면, 로자미아 바담의 이야기, 제리드의 최후 등, 상당히 임팩트가 강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삭제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김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3부의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하만 칸이 지배하는 느낌이 강하다. TV 시리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그녀지만 극장판에서는 더더욱 그 포스가 강렬해진 듯.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가장 잘 이식된 캐릭터 중 한명이 아닌가 싶다. TV 시리즈에서 강렬한 포스를 자랑하던 시로코는 그 모습이 오히려 쇠퇴된 느낌. 특히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려진 라스트 엔딩에서, 시로코는 Z 건담의 일격에 쓰러지면서 카미유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원작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시로코와 함께 샤아의 활약도 더더욱 두드러지지 못했다. 지구권에서의 연설장면도 삭제되었고, 초반부 액시즈와의 조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체 마지막에는 하만 칸에게 고전을 거듭하다가 패퇴하는데, 백식의 잔해를 비춰주며 마무리했던 충격의 TV 시리즈와 달리 이번 극장판에서는 라스트 엔딩을 장식하지 못한다. 다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점은 TV 시리즈와 동일하다.

3부의 흥행수익은 2부보다 적은 4.9억엔에 그쳤다. 극장수익 자체로는 기대 이하였으나 신해석판 3부작의 개봉과 발맞춰 등장한 반다이의 신버전 프라모델은 높은 퀄리티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DVD 등 부가판권의 수입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TV 시리즈 역시 새롭게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말의 수정으로 인해 후속작인 ZZ 건담의 설정이 부정되었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ZZ 건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3부작은 기대에 부응하는 면모와 그 이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었다. 애초에 TV 시리즈의 종료 후 별도의 총집편 극장판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다면 좋았으련만, 너무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등장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는 안노 감독이 에반게리온을 새롭게 재해석한 극장판을 내놓는 모습과 비교되어 더더욱 씁쓸한데, 에바는 26화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4부작으로 구성되어 내용 전개상 여유가 있으며, 전체가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새로이 묘사될 이야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Z 건담도 그러했다면 비록 팬들이 납득치 못할 결말을 그렸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Ζ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Z 건담, 엔하위키 미러
[3] Mobile Suit Zeta Gundam (TV), ANN
[4] Mobile Suit Zeta Gundam: A New Translation (movies), ANN
[5] 다시 흘린 시대의 눈물.. Z 건담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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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Yasuomi Umetsu, Kite Liberator Production Committee, Fever Dreams LLC.

2008년 3월, 오랜만에 자신의 신작 '카이트 리버레이터(Kite Liberator)'를 내놓았던 우메츠 야스오미. 최근 일기당천 시리즈나 퀸즈 블레이드 등의 원화나 오프닝/엔딩 등의 스탭등으로 이름을 올리고는 있지만, 1년 반이 지나도록 신작 소식이 없던 그가 최근 새로이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단, 현재는 '도쿄 매그니튜드 8.0'의 파이널 에피소드의 키 애니메이션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군요. 도쿄 매그니튜드 8.0의 캐릭터 디자이너인 노자키 아츠코가 그의 작품 카이트 리버레이터에 참여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고마움의 표시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역시 카이트 리버레이터에 참여했던 코지마 히로카즈가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하는 (현재 제작중으로 타이틀이 알려지지 않은)모 작품에도 참여하여 키 애니메이터로서 도움을 주는 중이라고 합니다. 알게 모르게 여러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었군요.

 

이런 그가 이번에는 그의 이름을 제대로 걸고 새 작품을 내놓을 요량인데요, 먼저 첫번째로는 EA사의 신작게임인 단테스 인페르노(Dante's Inferno)의 애니메이션 판에 그 모습을 드러낼 듯 합니다. 아직 캐릭터 디자이너일지 연출가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메츠 외에도 '위치헌터 로빈', '에르고 프록시'의 감독이었던 무라세 슈코도 참여하고, '세이버 마리오넷 J'의 캐릭터 디자이너였던 코토부키 츠카사 등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Production I.G 제작의 옴니버스 형식 아니메가 될 것 같습니다. (Production I.G 외에도 사무라이 참프루의 Manglobe나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동우 애니메이션 등도 참여예정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이 작품 외에 그는 이번에 별도로 그의 이름을 건 오리지널 작품을 하나 기획 중인 듯 합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황인데요, 과연 2008년 이후 소식이 없는 카이트 리버레이터의 신작일지, 아니면 별도의 다른 작품일지는 좀 더 두고보아야할 듯 합니다. 카이트 리버레이터의 신작이라면, 굳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듯 하니 새로운 신작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릴 듯 하군요.

 

아니메의 전설적 애니메이터로 추앙받던 카나다 요시노리 씨가 돌아가신 지금, 그와 비견될 만한 애니메이터로 불릴 이는 이제 이타노 이치로와 바로 이 우메츠 야스오미가 아닐까 하는데요. 모쪼록 이번에 새로운 신작을 통해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신들린 작화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굳이 환상적인 베드씬이 빠져도 괜찮습니다. 정말입니다, 정말입니...

 

Kite, Mezzo's Umetsu Plans His Next Original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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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ed by RIN SIN ⓒ 2009 HOBBY JAPAN / QUEEN'S BLADE Partners


뭐, 이 정도면 거의 아니메의 '아내의 유혹'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흔히들 일컫는 막장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판치라(여성의 속옷 노출을 극대화시킨 매니악, 아니 변태스러운 장르의 아니메)'의 수준을 넘어선 노출은 성애 묘사만 없을 뿐 거의 그에 준하지 않을까 싶군요. 여기서 조금만 선을 더 넘으면 흔히들 말하는 '18금 야애니'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비록 성인용 TV 시리즈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수준의 과격함은 예상을 뛰어넘는 듯 합니다.

사실, 이미 '일기당천'과 같은 작품에서 이 수준에 준하는 노출씬이 선보였기에 어찌보면 그닥 놀라울 것도 없지 않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만, 1화에서 보여준 놀라운 작화 퀄리티와 맞물려 일기당천의 응큼함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킨 표현력이 아닌가 합니다. 캐릭터 디자이너겸 총작화감독은 '일기당천'에 이어 여전히 18금 아니메나 18금 게임에서 명성이 자자한 린신이 맡아 그 음흉함에 어쩔 수 없는 수긍이 가는데요. 이 퀸즈 블레이드의 진정한 놀라움은 엔딩 스탭롤의 원화스탭진을 보면서 였던 것입니다!

우메츠 야스오미, 우루시하라 사토시... 털썩.

Illustrated by Umetsu Yasuomi (left) and Satoshi Urushihara (right)

그림. 고품격 성인물의 진수를 보여준 '카이트(좌)'와 환상적인 바스트 모핑(?)을 선보인 '레므니아의 전설(우)'



이미 일기당천 2기 오프닝에서 린 신과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우루시하라 사토시나, 일기당천 3기 엔딩에서 역시 예의 초절정 작화를 보여준 우메즈 야스오미... 이 둘이 무려 이 퀸즈 블레이드의 원화진으로 참여하고 있었다는 것, 어쩐지 그 퀄리티가 심히 의심이 갈 정도로 놀랍더라니...

18금 쪽에 있어서는 모두 입신의 작화력을 보여주는 우루시하라 사토시나 우메츠 야스오미(물론, 이 양반은 그 수준을 한단계 더 상회하는 고수라고 할 수 있지만)가 모두 원화진에 참여하여 역시 동급 레벨의 린 신과 함께 작업을 했으니 그 엄청난 작화 퀄리티는 수긍이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만, 과연 이 양반들이 2화부터도 계속 퀸즈 블레이드의 작업에 참여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군요. 

일기당천 3기의 엔딩에서 우메츠 야스오미의 등장을 보고 '이 양반이 일기당천에 참여했으면, 진정한 일기당천의 팬이 될거야.'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어쩌면 퀸즈 블레이드, 눈여겨 봐야할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내용이 아니라 이 3인방의 작화 때문이지만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정상적인 전개를 기대한다면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 아, 참고로 하나 더, 감독/총 콘티/색체 설계를 맡은 요시모토 긴지는 이미 '레전드 오브 레무니아(1989)'와 '플라스틱 리틀(1994)'을 통해 우루시하라 사토시와 함께 응큼한(?) OVA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뭐, 다들 이미 서로들 잘 아는 사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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