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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Marvel Studios

<스탭>

◈ 원작: 댄 애브넷(Dan Abnett), 앤디 래닝(Andy Lanning)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1969)'
◈ 감독: 제임스 건(James Gunn)
◈ 각본: 제임스 건, 니콜 펄만(Nicole Perlman)
◈ 제작: 케빈 파이기(Kevin Feige)
◈ 제작/배급: 마블 스튜디오/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줄거리> 

1988년, 백혈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어린 퀼은 슬픔을 체 가눌 사이도 없이 외계인 도적단 래비져(Ravager)에게 납치되어 우주의 고아가 된다. 그로부터 26년 후, 래비저의 일원으로 성장한 퀼(크리스 프랫 분)은 폐허가 된 모라스 행성에서 정체불명의 오브를 탈취하여 노바 군단의 행성인 쟌다라로 향한다. 래비져의 두목인 욘두(마이클 루커 분)는 혼자서 오브를 가로챈 퀼의 목에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한편, 이터널의 뮤턴트로 강력한 힘을 가진 악의 화신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의 힘을 빌어 쟌다라 행성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우던 크리 제국의 폭군 로난(리 페이스 분)은 타노스의 명령으로 오브를 찾기 위해 자신의 부하들을 모라스로 보냈지만, 눈 앞에서 퀼에게 오브를 빼앗기고 만다. 로난은 자신을 돕기 위해 타노스가 보낸 두 딸 중 가모라(조 샐다나 분)에게 오브를 되찾을 것을 명하고, 쟌다라에서 퀼과 조우하는데 성공한 가모라는 쉽게 오브를 탈취하는 듯 했으나, 퀼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타기 위해 난입한 로켓(브래들리 쿠퍼 목소리), 그루트(빈 디젤 목소리)로 인해 난전 끝에 네 명 모두 노바 군단에게 체포되고 마는데...

히어로물보다는 정통 스페이스 오페라에 충실한 작품

제는 마블산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면 쿠기 영상이 나온다는 것쯤은 많은 영화팬들도 알고 있듯이, 마블 히어로 무비는 자신들만의 특징적인 개성과 독자적인 세계관을 영화팬들에게 조금씩 각인시켜 왔습니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외에도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 코믹스의 다른 히어로들도 속속 출격할 준비를 마치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닌 당당한 주류 장르로 성장하고 있지요.

'어벤져스(2012)'의 대성공 이후 마블 영화들은 페이즈(Phase) 1,2,3으로 나뉘어져 차근차근 예정대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페이즈 2의 포문을 연 '아이언맨3(2013)'을 시작으로 페이즈 2는 어벤져스의 후광을 바탕으로 페이즈 1보다 더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데요. 페이즈 2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어벤져스 속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이 내년에 개봉되는 것이 확정된 상황에서 페이즈 2의 2014년 여름을 책임지는 마블의 다음 타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질적인 친구입니다. 우주를 무대로 활약하는 영웅들의 모험 이야기, 바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가 그들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는 거대한 세계관 중 하나의 조각으로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여타 마블 히어로 영화와는 다른 장르적 매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올 봄, 히어로 물과 첩보액션물을 크로스오버하면서 장르적 매력을 선보였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와 같이 근래의 히어로 영화들이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색다른 시너지를 내려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가오갤은 SF 액션물 그 자체로서 히어로 영화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히어로 영화가 아닌 SF 액션물인 셈입니다.

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가오갤은 스페이스 오페라로 불리는 일련의 장르 소설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오갤의 주인공들은 코믹스와는 달리 히어로적인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요. 주인공인 스타 로드를 포함, 원작의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그 능력이 너프된 드렉스 더 디스트로어이어(데이브 바티스타 분) 등, 가오갤의 멤버들은 하나 같이 초인적인 능력이 사라진 전사나 무법자들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루트가 비록 인간을 훨씬 상회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희귀한 외계종족이라는 점에서 히어로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구요. 지구인들이 아니라는 설정을 십분 활용하여 감독은 히어로 장르를 약간 비트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스페이스 오페라로 훌륭하게 변주해내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점에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노골적으로 복고적인 성향을 곳곳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나 '스타 트렉' 시리즈 등 일련의 스페이스 오페라는 70~80년대를 수놓던 장르로서 새로움과는 거리가 먼데요. 이런 장르적 매력을 극대화화면서 제작진은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가 유행하던 당시의 올드 팝들을 영화의 OST로 적극 활용하여 영화가 복고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분명히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스타트렉 시리즈를 리부트하고 스타워즈 시리즈도 리부트하려는 J.J 에이브람스와 좋은 비교거리가 될 수도 있겠군요)

개인적으로 이 포인트는 상당히 취향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가오갤에 대한 제 평가는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려 하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영화 초반 어린 스타 로드가 소니 워크맨으로 듣는 10cc의 'I'm not in love'를 비롯, 가오갤의 메인 테마라고도 할 수 있는 블루 스웨이드의 'Hooked on a feeling', 스타 로드가 모라스 행성에 도착했을 때 들리는 유쾌한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 스타 로드가 가모라를 유혹할 때 사용하는 엘빈 비숍의 'Fooled around and fell in love' 등, 영화에 등장하는 올드 팝들은 노래 모음 제목인 'Awesome mix' 뜻 그대로 엄청(awesome)납니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OST가 극에서 담당하는 역할 역시 매우 크구요.

어벤져스의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의 이야기지만, 이곳저곳에서 접점을 보여주면서 기존 시리즈와 연결시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벤져스 3에서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블 히어로 세계관의 가장 강력한 빌런인 타노스의 등장이나, '토르, 다크월드(2013)'의 엔딩 부분에 등장했던 컬렉터(베네치오 델 토로 분)의 재등장 등, 가오갤은 이번 페이즈 2는 아니더라도 페이즈 3부터는 뭔가 어벤져스와 세계관을 공유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즉,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로, 히어로 물과는 다른 관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오갤은 엄연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부분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멋진 OST와 함께 멤버들의 개그스러운 모습 또한 가오갤의 영화적 재미를 십분 살리고 있습니다. 로켓 라쿤과 그루트의 콤비 플레이는 더할 나위없이 훌륭하며, 스타 로드의 크리스 프랫은 정말 신의 한수가 아닌가 할 정도로 기막힌 캐스팅입니다. 그가 '레고 무비(2014)'의 덜떨어진 주인공 에밋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더욱 스타 로드로서 보여줄 그의 코믹 연기가 기대됩니다. 홍일점인 가모라의 뇌쇄적인 매력 역시 빼놓을 수 없구요. 조 샐다나는 인간으로서도 외계인으로서도 그 치명적인 매력을 가릴 수가 없군요.

결말이 너무도 뻔한 이야기 전개와 부족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가오갤은 OST와 개그라는 투톱을 활용하여 히어로 물을 스페이스 오페라로 멋지게 탈바꿈한 영리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한계를 센스있는 연출로 극복한 제임스 건의 엔터테인먼트 접근 방식은 분명 이번 가오갤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그렇기에 페이즈 3에 다시 등장할 가오갤의 속편 또한 몹시도 기대된다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어벤져스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4번 타자라면, 가오갤은 어벤져스와는 다른 모습으로 마블 시리즈의 활력을 불어넣는 멋진 테이블 세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4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014)

Guardians of the Galaxy 
8.1
감독
제임스 건
출연
크리스 프랫, 조 샐다나, 데이브 바티스타, 빈 디젤, 브래들리 쿠퍼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미국 | 121 분 | 2014-07-31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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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Marvel Studios


<스탭>

◈ 감독: 안소니 루소(Anthony Russo), 조 루소(Joe Russo)
◈ 원작: 에드 브루베이커(Ed Brubaker)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외
◈ 제작/배급: 마블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줄거리> 

아스가르드인 로키와 치타우리 종족의 뉴욕 침공이 있은지도 벌써 2년, 캡틴 아메리카로 불리는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쉴드의 일원으로 점차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알제리안 해적들에 의해 나포된 쉴드 소속의 함선의 구출임무를 맡은 로저스.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던 도중, 함께 작전에 참여한 나타샤(스칼렛 요한슨 분)가 독자적으로 함선의 컴퓨터에서 정보를 유출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별개의 임무를 나타샤에게 맡긴 것에 실망한 로저스는 닉 퓨리(사우엘 L. 잭슨 분)에게 섭섭함을 토로하고, 그런 로서스에게 퓨리는 쉴드가 극비리에 진행 중인 인사이트 프로젝트를 공개한다. 그것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세 대의 헬리케리어가 상공에 대기하면서, 위성 연결을 통해 테러 분자 또는 사회에 위협이 되는 존재를 찾아내어 미연에 제거하는 것이었으니...


캡틴, 마블 페이즈 2의 진정한 주역이 될 것인가

블 페이즈 1의 라인 업을 기억하시는지? '아이언 맨(2008)'부터 시작하여 '퍼스터 어벤져(2011)'까지 이어온 마블 히어로 영화는 마침내 '어벤져스(2012)'를 통해 압도적인 파워를 뿜어냈습니다. 그러나 '아바타(2009)', '타이타닉(1997)'에 이은 역대 흥행성적 3위라는 타이틀은 온전히 어벤져스 한 편의 영화가 이룩한 것이 아니죠. 아이언 맨부터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로 이어지는 단독 영화들의 힘이 뒷받침이 된 것입니다.

페이즈 1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대단원이 되는 어벤져스의 직전에 개봉되면서 페이즈 1에서 제법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성이나 위치에 비했을 때 1편에서의 그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죠. 그것은 어벤져스에서도 마찬가지. 어찌보면 마블 히어로 중에서 가장 극적인 과거사를 가지고 있지만, 평면적인 그의 캐릭터는 그의 제한된 능력만큼이나 많은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어벤져스의 대성공으로 인해 각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도 그 위상이나 부담감이 예전같지 않게 되었습니다. 톱 플레이어 격인 아이언 맨 시리즈야 독자적인 팬덤을 구축하고 있으니 차치하더라도, 헐크, 토르, 거기에 캡틴 아메리카는 모두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기로에 선 셈이죠. 캡틴보다 앞서 개봉한 토르의 두번째 속편은 어벤져스를 통해 달라진 토르 브랜드의 위상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모로 슈퍼히어로의 주인공으로서는 미약한 힘을 갖고 있는 캡틴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크리스토퍼 놀란이 성공적으로 해냈던, 히어로 장르와 타 장르영화의 융합은 캡틴의 두번째 속편인 윈터 솔저의 키워드입니다. SF를 적절하게 융합시킨 '맨 오브 스틸(2013)'이나 하이틴 영화의 감성을 더한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2012)' 등, 근래의 히어로 영화들은 사실 타 장르와의 융합에 적극적인 편입니다. 하지만, 마블산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는 캡틴 아메리카가 가장 그 부분에 적극적이랄까요. 전쟁물과의 접목을 시도한 퍼스트 어벤져에 이어 이번에는 첩보액션물과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럽군요.

놀라운 것은 윈터솔저를 연출하고 뒤이어 캡틴의 세번째 속편까지 연출할 것으로 알려진 감독 루소 형제가 주로 TV 시리즈 시트콤이나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온 인물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터 솔저는 웃음기가 100% 빠진(물론, 닉 퓨리와 인공지능의 대화와 같은 깨알같은 유머가 존재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진지한 첩보액션물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첩보물로서의 이야기 흐름도 물론 준수합니다만, 윈터 솔저가 인상적인 것은 적당히 개연성 있는 스토리와 함께 캡틴의 장점을 120% 활용한 정교한 액션 연출에 있습니다.

어벤져스를 보아온 영화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다시피 캡틴의 능력은 인간을 다소 상회하는 신체적 능력과 어떤 충격이든지 반사시키는 비브라늄 방패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슈트나 천둥을 부르는 초능력, 녹색 괴물의 압도적 파워가 그에게는 없지요. 당연히 이들과 보여주는 액션의 질감이 틀릴 수 밖에 없는데요. 이것을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멋지게 맞춤 재단해 냅니다. 그로 인해 이 영화는 첩보 액션물과 다소 빈약한 능력의 히어로라는 조합으로 훌륭한 한편의 오락물을 만들어 냅니다.

팀의 일원, 국가를 위한 희생(물론 이 부분은 영화에서 변주되지만) 등, 전통적인 가치관에 충실한 로저스가 그가 믿었던 것들에 의해 배신당하는 부분은 평면적인 그의 캐릭터를 입체적인 상황에 노출시켜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하게 합니다. 그 사이사이 배치해 놓은 7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홀로 미지의 세상에 떨어진 외로운 인간으로서의 로저스를 묘사하는 점도 제법 인상적이구요. 개인적으로 미국적인 히어로라는 한계 속에서도 페이즈 1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인물이 캡틴이었는데 이번 페이즈 2에서도 그 평가는 변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액션, 스토리, 캐릭터 모든 면에서 페이즈 2의 스타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가 아닐까 합니다.

ⓒ 2014 Marvel Studios



덧붙임) 많은 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윈터 솔저에서 로버트 레드포드의 캐릭터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 정도 레벨의 배우를 그 정도로만 소비했다는 점에서 아직 루소 형제의 내공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네요. 좀 잔인하게 말하면 레드포드 옹은 영화의 홍보를 위해 희생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

덧붙임) 스칼렛 요한슨은 콜슨에 이어 이제는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는 빠져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요? 이번에는 단순한 스페셜 출연이 아니라 캡틴의 사이드킥으로서 맹활약합니다. 부족한 캡틴의 능력을 커버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이쯤되면 블랙 위도우 단독 시리즈가 나와도 될 정도.

덧붙임) 사실, 어벤져스 2 직전 페이즈 2의 마지막 타자는 캡틴이 아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입니다. 일단은 서로 활동하는 지역구가 다르니 이 친구들은 살짝 포지셔닝을 달리해도 될 것 같네요. 그래서 페이즈 2의 스타는 캡틴 아메리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만.

덧붙임) 쿠키 영상이 두 개인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남은 관람객이 저랑 와이프 둘 밖에 없다보니 조금 뻘쭘해서 하나만 보고 나와버렸습니다. 이럴 땐 좀 천연덕스럽게 버텨서 보고 그래야 하는데, 저도 그런 성격이 못되다 보니... ㅠㅠ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4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4)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8.5
감독
조 루소, 앤소니 루소
출연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사무엘 L. 잭슨, 로버트 레드포드, 세바스찬 스탠
정보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36 분 | 2014-03-26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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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Marvel Studios


<스탭>

◈ 감독: 쉐인 블랙(Shane Black)
◈ 각본: 드루 피어스(Drew Pearce), 쉐인 블랙
◈ 제작: 케빈 파이기(Kevin Feige)
◈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 DMG 엔터테인먼트, 월드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줄거리>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는 1999년 세기말 파티에 매혹적인 여과학자 마야(레베카 홀 분)와 함께 참석한다. 마침 이곳에 남루한 차림의 과학자 앨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 분)이 스타크를 찾아온다. 자신의 회사인 AIM에 대해 열띈 설명을 늘어놓는 킬리언이 귀찮았던 토니는 수 분 뒤에 옥상에서 만나자는 거짓 약속으로 그를 바람 맞힌다. 그리고 1999년의 그 밤은 그에게 완전히 잊혀져버린 옛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로부터 수년, 어벤져스와 함께 외계인 치타우리의 침공을 극적으로 막아낸 스타크는 그로 인해 심한 불면증과 불안증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불안감을 잊기 위해 더 강력한 아이언맨 수트를 만드는 것에 열중하는 토니. 그로 인해 연인인 페퍼(귀네스 팰트로 분)와도 종종 마찰을 일으키는 등, 스타크의 사생활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스타크 앞에 스스로를 만다린이라 칭하는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벤 킹슬리 분)가 등장한다. 그는 파편이 전혀 남지 않는 정체불명의 폭탄을 사용하여 미국 사회를 공포에 빠트리는데...


엔터테인먼트만으로는 3부작 중 최고의 모습.

'벤져스(2012)'는 2008년부터 시작된 마블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대단원이기도 했지만, 이후로도 계속될 마블 히어로 월드의 두번째 단계를 위한 관문이기도 했다. 어벤져스로 인해 비로소 마블의 히어로 월드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거대한 한 편의 세계관으로 영화팬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시작되는 모든 마블산 히어로 영화는 곧 마블 히어로 월드의 한 단면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지워진다.

어벤져스의 1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자연스레 이어질 마블의 두 번째 페이즈는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제 마블의 히어로 무비는 그저 한 편 한 편이 어찌되는가 보다는 그 한 편이 이후에 미칠 파급효과와 인과관계까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좀 더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바로 이 두 번째 페이즈의 첫 단추를 아이언맨이 채운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마블 히어로 월드의 첫 시작 역시 아이언맨이었으니 말이다.

'아이언맨 3(2013)'는 그런 면에서 마블의 두 번째 페이즈를 여는 성공적인 시작과 어벤져스의 열기를 이어가는 멋진 가교로, 그리고 삼부작으로 만들어지면서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과 같은 성공적인 시리즈 히어로 무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속편으로 유감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평가는 레전드가 되어버린 여타의 히어로 영화들과 비교하기에 부족할지는 몰라도 아이언맨 3는 마블 히어로 월드와 어벤져스의 지속적인 성공을 희망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멋진 결과물이 되었다는 것만큼은 강한 긍정을 표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감독이 1편과 2편의 존 파브로에서 쉐인 블랙으로 교체되었지만, 시리즈는 커다란 부침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블랙이 '리썰 웨폰(1987)', '리썰 웨폰 2(1989)'의 각본가라는 점을 상기하면 오히려 이번 3편은 앞선 두 편에 비해 보다 더 짜임새 있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로 변모했음을 느낄 수 있다(블랙은 아이언맨 3에서 연출 겸 공동 각본가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그가 '키스키스 뱅뱅(2005)'을 통해 이미 로다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호흡을 맞춰봤다는 것도 호재. 재미있는 것은 전편의 감독이자 경호원 호건 역의 존 파브로가 3편에도 출연하여 비교적 극 초반부에 이야기 중심에서 멀어진다는 점. 블랙으로 감독이 바뀐 부분과 어울려 이 장면은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파브로는 감독 대신 제작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한다)


어벤져스 직후에 등장한 마블의 첫 히어로 시리즈이지만, 사실 아이언맨 3의 내용 자체는 어벤져스를 위한 가교나 그 어떤 복선과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치타우리의 침공 이후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 토니 스타크만의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물론, 국내에서 아이언 맨의 인기가 여타 히어로 영화들과 비교하여 좀 더 높다는 어드밴티지가 있지만, 한국의 흥행 성과가 단순히 아이언 맨이나 로다주에 대한 충성도에 의한 결과는 아닌 것이 당연할만큼 이 영화는 재미있다.

특히,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수트를 입고 아이언맨으로 변한 토니가 아닌 토니 그 자신에 보다 더 포커스를 맞춘 영화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전작에 비해 보다 더 로다주의 매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 측면에서는 전작들을 능가하는 스펙타클함을 보여주는데, 특히 초반부 만다린의 습격으로 토니의 저택이 붕괴되는 부분은 어벤져스에서 보여주었던 스케일 큰 액션에서 이어지는 시각적 쾌감과 서스펜스를 선사하고 있다. 익스트리미스로 인해 압도적인 힘을 얻게된 병사들과의 사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액션 전개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서 스타크의 빠른 판단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아슬아슬함을 비교적 잘 묘사하고 있다.

감독이 교체되었지만 전편에서부터 이어져온 아이언맨만의 개그는 본편에서도 여전하다. 개인적으로 쉐인 블랙의 아이언맨이 존 파브로의 아이언맨보다는 좀 더 낫다는 생각이고, 이번 3편의 성공으로 인해 아이언맨 4편의 전망 역시 밝아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갈수록 커져가는 로다주의 몸값을 마블이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따라 변할 수도 있지만, 이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서 아이언맨을 띄어낸다는 것은 조니 뎁을 이야기할 때 잭 스패로우를 언급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만큼 스타크와 다우니는 동일시되고 있으며, 그것이 아이언맨의 가장 중요한 성공 포인트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수트보다는 스타크에게 중점을 두었던 이번 3편의 선택은 옳은 결정이었다 보인다.

그렇지만 제법 인상적인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히로인인 페퍼의 엔딩에서의 역할이다. 어느 정도 현실적인 부분과 적정한 타협을 이어가던 아이언맨 3편에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 또한 어벤져스에서 토르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던 아이언 맨의 수트가 3편에서는 익스트리미스를 주입한 강화인간들에 의해 맥없이 파괴되는 부분도 기존 설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엔딩 스탭롤 이후의 쿠키 영상을 기대했었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점 또한 아쉬움. 어벤져스의 쿠키 영상에서 히어로들이 슈와마를 먹는 만큼 일상적인 이야기로 꾸며진 아이언맨 3의 쿠키 영상은 페이즈 2의 시작을 여는 작품의 것으로는 다소 미흡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쉐인 블랙은 마블의 히어로 월드에 속한 아이언맨을 연출했다기보다는 스타크에 집중한 좀 더 대중적인 아이언맨을 보여준 것은 아닌가 싶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3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아이언맨 3 (2013)

Iron Man 3 
7.9
감독
쉐인 블랙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돈 치들, 가이 피어스, 벤 킹슬리
정보
액션, SF | 미국 | 130 분 | 2013-04-25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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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Marvel Studios


<스탭>

◈ 감독: 조스 위든
◈ 원작: 스탠 리 (마블 코믹스)
◈ 제작: 파라마운트 픽쳐스, 마블 스튜디오, 디즈니 (배급)


<시놉시스> 

음모를 꾸미고 왕위를 찬탈하려다 아스가르드에서 추방당한 로키(톰 히들스톤 분). 그는 추방 중에 또다른 외계종족 치타우리와 조우하게 된다. 무한한 에너지원인 큐브를 찾고 있던 그들에게 로키는 지구에 바로 그들이 찾던 큐브가 있음을 알려준다. 큐브를 가져다 주는 대신 지구를 정복하는데 힘을 빌려달라는 로키의 제안을 치타우리는 받아들이게 되고, 로키는 큐브가 숨겨져 있는 쉴드의 비밀 연구소로 향하게 된다.

한편, 큐브의 이상현상으로 쉴드의 연구소는 현재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진 상태. 쉴드의 국장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와 암호명 '호크아이'인 에이전트 바튼(제레미 레너 분), 물리학자 셀빅 박사(스텔란 스카스가드 분)가 보는 앞에서 불안정한 큐브는 마침내 우주로의 포탈을 연다. 포탈을 통해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로키. 로키는 쉴드의 요원들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바튼과 셀빅, 그리고 요원들의 정신을 지배하여 자신의 수하로 만든다. 큐브를 탈취한 로키가 연구소를 탈출하면서 쉴드의 연구소 역시 흔적도 없이 지하로 매몰되어버린다.

로키에게 탈취당한 큐브는 지구에게 미증유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퓨리는 폐기되었던 '어벤져스' 작전을 발동시킨다. 이것은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들을 팀으로 모아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쉴드의 극비 작전이었으니...


수많은 캐릭터들을 잘 녹여낸 이야기는 수준급.

2008년 '아이언 맨(2008)'을 시작으로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 2(2010)', '토르(2011)',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로 이어지던 마블 히어로 월드의 최종장이 마침내 그 전모를 드러내었다. 이제까지 등장시켰던 4명의 주인공급 히어로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에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까지 가세한 사상초유의 6인의 히어로 물 '어벤져스(2012)'가 4월 25일부터 전세계 스크린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무려 다섯 편의 영화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기꺼이 어벤져스를 위한 프롤로그(?)가 되었던 것은 영화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는 어벤져스에 대한 마블의 자신감과 각오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슈퍼 히어로들이 몰려온다, 시작된 마블의 거대 프로젝트 (보러가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와 이를 오마쥬한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1960)'과 같은 걸작들은 각각이 한 명의 주인공으로도 손색이 없는 다수의 영웅이 한 편에 모두 등장한다는 영화적 쾌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지만,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한무리로 등장하는 영화가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하지 않음은 익히 잘 알려진 교훈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티븐 노링턴의 '젠틀맨 리그(2003)'를 보면 그러한 시도의 패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히어로가 모두 모여 있으되 팀워크는 엉망이고 이야기는 뒤죽박죽이다. 영화가 아닌 스포츠 게임을 봐도 스타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소위 '드림팀'이 항상 강팀이 아님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어벤져스는 어떨까. 과연 젠틀맨 리그와 같이 겉모습만 화려하고 속은 비어있는 여느 블록버스터와 별다를 바 없을까, 아니면 레전드들이 모두 모여 압도적인 힘과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미국 농구대표팀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까. 영화의 감상을 마친 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이 영화는 후자에 더 근접한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벤져스는 많은 공격수들이 모였음에도 멋진 팀플레이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화려한 볼거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잘 짜여진 이야기의 힘으로 어벤져스는 마블 히어로 월드의 최종장을 실로 멋지게 장식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어벤져스가 모든 히어로 무비의 완성형은 아니다. 히어로라는 만화 캐릭터를 성인들도 볼 수 있는 한편의 멋진 실사영화로 만들어냈던 리챠드 도너의 '슈퍼맨(1978)'이나, 기괴하면서도 독특하면서도 어두운 감각으로 히어로 무비를 새롭게 변주해냈던 팀 버튼의 '배트맨(1989)', 그리고 히어로물을 히어로물 이상의 현실적인 드라마로 완벽하게 바꾸어 낸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2008)' 등,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히어로 무비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명작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히어로 물의 본연의 정체성에 충실하면서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오락물로서의 완성도는 탑 클래스 수준이다. 아직 미국과 중국 등에서 개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의 개봉 성적은 놀라울 정도이며, 슈퍼 히어로에 대체적으로 인색한 편인 한국에서조차 최단기간 160만 관객 달성이라는 기록까지 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볼거리가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 2012 Marvel Studios


디지털 3D IMAX는 분명 히어로들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장면을 120% 즐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관람방법이다. 쉴드의 초대형 비행기지 '헬리케리어'의 거대한 스케일과 치타우리의 흉측한 비행괴물의 모습 등은 그야말로 3D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준다. '아바타(2009)' 이후 쏟아진 3D 영화의 홍수는 3D 컨텐츠와 디바이스 시장의 활성화를 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3D 영화들의 범람이라는 결과도 이끌어 내었다. 3D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영화들이 3D라는 타이틀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면서 3D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하지만, 어벤져스는 3D IMAX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3D 영화다. 오히려 어벤져스라는 타이틀 자체가 주는 파괴력 때문인지 3D는 뒷전으로 밀리기까지 했다.(영화랑 별 상관없는 내용까지 포스터의 선전문구로 활용하는 한국의 영화관계사들조차 어벤져스 포스터에서 3D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3D IMAX가 아니라면 별볼일 없는 영화일까? 만약, 어벤져스가 '압도적인 볼거리에만 기댄 영화'라면 이 가정은 사실이 될 터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은 NO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분명 3D IMAX는 이 영화의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 준 수단이지만, 그것이 없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고 멋지다. 그것은 바로 잘 짜여진 이야기의 힘이다. 굉장한 현실적 드라마나 생각할만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그냥 이 영화는 히어로 액션장르에 충실한 오락 영화다.), 오락영화로서, 그리고 히어로 무비로서 어벤져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잘 짜여져 있다. 특히, 4인의 메인 히어로(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와 2인의 서브 히어로(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여기에 조연급 캐릭터들(닉 퓨리, 콜슨, 마리아 힐 등)의 캐릭터 안배는 뛰어나다. 물론, 메인 빌런인 로키가 클라이막스에서 대대적인 침공을 가하는 치타우리와 수많은 히어로들의 사이에 끼이면서 존재감이 미약해진 아쉬움도 있지만, 이것이 전체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의미없이 소비하지 않으려 하면서 이야기는 제법 빡빡한 편이다. 그로 인해 전개가 느슨하지는 않지만 피로한 느낌도 다소 있다 하겠다.

이야기 덕분에 히어로들의 볼거리가 줄어들지도 않았다.(사실 이 영화는 액션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다만, 그 액션과 액션을 연결하는 이야기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 앞서 등장한 일련의 마블 히어로 시리즈에서 거의 얼굴을 내밀지 못했던 호크아이는 서장을 멋지게 장식해 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고, 토르와 아이언맨, 헐크와 토르의 맞대결이 등장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마블의 팬들에게 훌륭한 팬 서비스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각본의 구성은 실로 영민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을 듯. 이는 감독이자 각본가인 조스 웨든이 오랜 코믹스 팬이자 그 스스로도 코믹북 작가(직접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 시리즈 'Astonishing X Men'의 스토리를 집필할 정도로 전문만화 작가)였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원작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설정과 이야기의 구성을 그에 맞춰 디테일하게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결국 비주얼의 화려함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뼈대가 되었고, 이는 어벤져스가 마블 히어로 월드를 집대성한 멋진 히어로 무비라는 평가를 듣는 데 있어서 별다른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물론, 히어로 무비로서의 현실적 한계는 있다. 로키가 지구를 찬탈하려는 목적이 전작인 토르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리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으며, 캐릭터 안배를 잘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너무 많은 인물들의 등장은 이야기를 깊이있게 끌고 가기에는 여전히 방해가 되고 있다. 그나마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에 달하기 때문에 이것이 어느 정도 볼만한 수준으로 가지 않았나 싶은데, 페니웨이님에 따르면 실제로는 3시간 분량으로 제작된 영화라 하니 어쩌면 어벤져스의 진정한 참맛은 블루레이나 DVD에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부디 빨리 디렉터스 컷이 출시되길 바랄 뿐

어벤져스의 후속편은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고 전해진다. 마블이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작품을 끌어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마블의 계획이 아직까지는 큰 실패없이 착착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 싶다. 다만, 어벤져스의 대성공은 후속작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준 셈이다.(트랜스포머를 잊지 말자) 어벤져스는 이제까지 공개되었던 마블의 다섯편의 히어로 무비의 최종장이자 이제부터 시작될 마블 히어로 무비의 서장이 되었다. 어벤져스의 성공을 기점으로 한동안 헐리우드는 히어로 무비의 전성시대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2012년은 어떤 면에서 히어로 무비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여는 관문이 된 셈이다.

ⓒ 2012 Marvel Studios

덧붙임) 코비 스멀더스는 엘로스에게는 생소한 배우지만 영화와는 별개(?)로 맘에 쏙드는 캐스팅이었다. 왜냐구? 그건 영화를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갈 듯. 쉴드 유니폼이 그렇게 멋진 유니폼인지 그녀를 보고서야 알았다, 어흠.

덧붙임)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는 개인적으로 아이언맨 2보다 살짝 아쉽다. 그건 그녀의 연기나 역할 때문이 아니라 길고 곱슬거리는 매혹적인 빨간머리가 단정한 단발로 바뀌었기 때문. 긴머리를 휘날리며 펼치는 아이언맨 2의 액션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런 듯. 

덧붙임) 엔딩 스크롤 중간에 등장하는 2편의 메인 빌런이 될거라 예상되는 그는 어벤져스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바로 '그'이다. 그를 알아본 마블 팬들이라면 작은 탄성과 2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조되어 극장을 나왔을 듯.

덧붙임) 혹시나 하는 예상과 달리 모든 엔딩 스크롤이 올라간 뒤에는 별도의 서비스 씬이 등장하지 않는다. 새벽 1시에 상영하는 어벤져스를 감상한지라 영화가 끝나고 피로함을 참으면서 끝까지 자리를 고수했는데, 아무것도 안나오니 좀 허전...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어벤져스 (2012)

The Avengers 
8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정보
액션 | 미국 | 142 분 | 2012-04-26
글쓴이 평점  


[블루레이] 어벤져스 - 10점
조스 웨든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월트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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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Studios · Paramount Pictures


<스탭>

◈ 감독: 조 존스톤
◈ 원작: 조 사이먼, 잭 커비
◈ 제작: 마블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시놉시스> 

2차 세계대전이 한참 진행 중이던 시절, 한 왜소한 청년이 입대지원소에서 퇴짜를 맞는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 어려서부터 병약한 체질로 천식과 각종 질병을 안고 살아온 그는 체격도 건장한 일반 남자에 못미칠 정도로 작고 깡마른 청년이었다.  하지만 스티브는 어느 누구보다도 강한 신념과 불굴의 의지, 그리고 투철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다. 둘도 없는 친구인 버키(세바스찬 스탠 분)가 육군 병장으로 참전하게 되자 그의 낙담은 더욱 커져만 가고... 함께 한 만국 박람회에서 입대를 만류하는 버키에게 스티브는 입대를 향한 자신의 강한 신념과 의지를 들려준다.

한편, 만국 박람회에는 독일에서 망명한 유대인 과학자 아브라함 어스킨(스탠리 투치 분)도 있었다. 스티브 로저스의 강한 신념과 정의로움을 목격한 그는 그의 비밀 프로젝트를 위한 병사로 스티브 로저스를 지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수퍼 솔저 프로젝트. 히틀러 휘하의 특수 부대 레드스컬의 초인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한 미군의 극비 프로젝트였는데... 


어벤저스를 향한 마지막 단추, 준수한 완성도와 아쉬운 메시지로 마무리하다.

'켓티어(1991)', '쥬만지(1995)', '쥬라기 공원3(2001)', '울프맨(2010)' 등을 연출한 조 존스톤의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 이하 퍼스트 어벤져)'는 2012년 개봉 예정인 마블 히어로 무비의 결정판 '어벤져스(2012)'의 마지막 퍼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어벤져스는 캡틴 아메리카를 리더로 하는 마블 코믹스 출신 히어로 팀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번 캡틴 아메리카를 끝으로 헐크, 아이언맨, 토르 등 내년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어벤져스 팀의 진용이 갖추어진 셈이다. 물론, 스파이더 맨이나 울버린 등은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지만 말이다.(판권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현재 스파이더맨은 소니, 엑스맨과 울버린은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화 판권을 가지고 있다.)

이번 퍼스트 어벤져가 지향하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지 않나 한다. 우선은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차기작 어벤져스를 위한 등장 히어로들의 프롤로그 성격의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미국적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의 글로벌한 재해석이라는 것. 캡틴 아메리카는 조 사이먼과 잭 커비의 1941년작 코믹스가 시작으로, 당시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무렵에 발간된 작품이다. 전시라는 당시의 시대상에 맞게 캡틴 아메리카는 국가적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히어로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이로 인해 코스튬에서부터 미국의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가미되었다. 당연히 빌런 측도 나치의 인물들이 설정이 되었는데 이러한 고전적 설정들이 지금에 와서는 상당히 미국 중심적인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캡틴 아메리카의 맹점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불과 십수년 전, 미국이 세계의 꺼지지 않는 중심으로 정치, 경제, 문화를 모두 독식하고 있을 즈음에는 이러한 것들은 굳이 신경을 쓸 이유가 없는 것들이기도 했다. 냉전시대의 영향도 있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는 미국 위주의 가치관을 가진 영화들을 만들어 내었고 우리는 그것을 역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감상하고 즐거워 하곤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어 이런 미국적 캐릭터들을 리메이크 하는데 있어서 만드는 미국도 조심스럽고, 보는 우리들도 그저 관성적으로 감상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변해버린 시대를 맞이하여 퍼스트 어벤져도 많은 고심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분명 원작의 그 히어로와는 다소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인간병기로 다시 탄생한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의 사기 진작과 군수자금 마련을 위한 국채 홍보 캐릭터로 전락하면서 미국 성조기를 모티브로 한 코스튬을 입고 위문공연을 다닌다는 시놉시스는, 노골적으로 미국적인 이 히어로를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감을 가져줄만한 캐릭터로 무난하게 그려낸 부분이 아닌가 한다.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초인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으나 막상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의 역할에 만족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며, 처음에는 어색함으로 어쩔줄 몰라하던 캡틴 아메리카가 공연을 거듭할 수록 능숙해지고 나름 그런 삶에서 반쯤 보람을 찾는 모습을 캡틴 아메리카의 뮤지컬 공연과 오버래핑시킨 초반부의 전개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 중 하나이다.
 
액션 히어로물로서 본 작품 역시 토르와 마찬가지로 볼거리 위주의 전개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비중을 두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만, 이로 인해 액션물로서의 매력은 다소 희석된 편인데, 사실 많은 액션 장면이 등장하긴 하지만 서사에 치중하다보니 액션 묘사는 디테일하다기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자체에 너무 많은 부분이 할애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이야기나 다른 캐릭터 구축은 소홀한 부분이 있다. 워낙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있겠지만, 토미 리 존스나 휴고 위빙과 같은 매력적인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할애된 시간은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이 둘이 굳이 이 작품에 필요했나 싶을 정도로 두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들은 매력이 부족하다.

그외에도 사이드킥이라 할 수 있는 죽마고우 버키가 소속된 캡틴 아메리카의 특수부대원들까지 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이런 인물들의 캐릭터 구축에는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다 하겠다. 재미있는 것은 캡틴 아메리카의 팀은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인, 흑인, 아시아인 등 다국적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부분은 분명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헐리우드식 캐릭터 설정으로 보이며, 개인적으로 다소 작위적인 설정은 아닌가 한다.

전반적으로 캡틴 아메리카는 준수한 느낌이다. 엄청난 스케일의 압도적인 액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지는 못했고, 캡틴 아메리카에 너무 많은 부분이 할애되면서 상대적으로 주변인물들이 소홀해지는 부분은 있었지만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액션 블록버스터보다는 좋은 느낌이었다. 근래 들어 등장하는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들이 액션보다는 서사에 치중하고 있고, 그로 인해 갈수록 고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형태로 변주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환영할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가 지닌 한계가 완벽히 극복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2차 세계대전에 그 시점을 맞춘 이 영화로서는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내년에 개봉될 어벤져스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2012년 줄줄이 개봉예정되어 있는 히어로 무비들. 바야흐로 헐리우드는 지금 히어로들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arvel Studios · Paramount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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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Comics

 
DC를 시샘한 마블의 영화 사랑

DC 코믹스의 대표 히어로 슈퍼맨과 배트맨이 실사영화를 통해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하는 동안, DC 코믹스와 함께 북미 코믹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마블 코믹스는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등, DC에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히어로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마블이었지만, 영화시장에서는 좀처럼 그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던 것입니다. TV 시리즈와 실사영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마블 스튜디오를 80년대에 설립했지만, 85년부터 거론되던 자사 최고의 히트 캐릭터 스파이더맨의 실사영화가 판권을 둘러싼 문제로 감독으로 선임되었던 제임스 카메론이 도중하차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블의 히어로들은 스크린에 입성하지 못한 체 21세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영화계에서는 배트맨 시리즈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히어로 영화가 예전만큼의 임팩트를 갖지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CG라는 신기술이 실사영화에 서서히 접목되면서 히어로 영화는 다시금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기 시작했고, '블레이드(1998)'를 통해 그토록 염원하던 실사영화에의 진출을 성공한 마블은 그로부터 4년 뒤인 2002년 마침내 '스파이더맨(2002)'을 개봉하여 DC 코믹스의 히어로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히트 대작을 보유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실사영화에서는 마블의 일대 반격이 시작됩니다. 블레이드 시리즈는 이후에도 3편까지 제작되면서 대표적인 R 등급 뱀파이어 히어로물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3편까지 연달아 빅히트하며 마블의 대표 히어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되지요. 여기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 엑스맨 3부작(3부는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하지 않았습니다만) 역시 이전과는 다른 고뇌하고 소외받는 히어로들을 묘사하면서 영화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게 됩니다. 실사영화의 DC 히어로들과 달리 마블의 21세기 히어로들은 보다 더 인간적이고 불완전했습니다. 그들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불행했고, 그래서 연민이 느껴지기까지 했지요. 이제 영화의 히어로 월드는 마블의 히어로들이 지배할 것 만 같았습니다.

ⓒ 20th Century Fox


ⓒ Columbia Pictures



풍요 속의 빈곤,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족 못하게 된 마블

21세기 초반 헐리우드는 심각한 소재고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실사영화로 만들 만한 소재들이 바닥이 나기 시작한 것이죠. 이즈음에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 포터 시리즈가 어마어마한 흥행에 성공하자 헐리우드의 제작사들은 앞다투어 판타지 영화에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작품은 소수에 불과했고 대안으로 풍부한 컨텐츠를 자랑하는 일본  아니메를 소재로 삼게 되지만, 원작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로컬라이징에 실패한 헐리우드식 아니메 해석은 이제까지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랜스포머의 경우는 실제 원작은 일본이지만, 완구와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북미에서 로컬라이징이 된 소재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다가 사그러들었던 히어로물은 재활용 소재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일구어내게 됩니다. 기존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히어로물은 아직 그만큼 팬층이 형성되지 않는 일본산 애니메이션보다는 더 관객에게 어필하기가 쉬운 소재였고, CG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러한 트렌드를 타고 등장한 마블의 히어로들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실사영화에 들이닥치게 됩니다.

하지만 풍요 속에 빈곤은 존재하는 법, 우선 수많은 히어로 무비들의 양산으로 인해 일부 작품들은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으로 인해 기대치가 높아진 탓에 그 뒤에 등장한 '헐크(2003)'나 '데어데블(2003)', '일렉트라(2005)', '판타스틱 포(2005)' 등은 그 완성도가 앞선 히트작들과 비교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흥행 역시 앞선 작품들에 비해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안았구요. 여기에 실사영화를 위해 캐릭터 사용료 만을 받고 판권을 영화사에 넘겨버린 마블로서는 자신의 히어로들이 등장한 영화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그저 손가락만 빨며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2003년 라이벌인 DC 코믹스가 워너브러더즈 계열사인 DC 엔터테인먼트로 편입되면서, 마침내 DC의 히어로들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이 새롭게 리부트시킨 배트맨 2부작 '배트맨 비긴즈(2005)'와 '다크나이트(2008)'는 히어로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단의 극찬 속에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게 되며, 엑스맨 시리즈로 마블의 히어로들을 성공적으로 실사로 이식했던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맨 리부트 프로젝트로 자리를 옮겨 '슈퍼맨 리턴즈(2006)'을 제작하는 등 DC의 공세는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마블로서는 이제 결단의 시기를 내릴 때가 온 것이었습니다.

ⓒ Paramount Picture



어벤져스, 마침내 전모를 드러낸 마블의 히어로 월드

2008년 드디어 마블 자신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아이언맨(2008)'과 '인크레더블 헐크(2008)'가 스크린으로 찾아오게 됩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비록 같은 해에 개봉한 DC의 다크나이트에는 못미쳤지만, 아이언맨은 기록적인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었으며, 인크레더블 헐크 역시 준수한 결과를 남기게 되었던 겁니다. 이에 자신을 얻은 마블은 원대한 계획을 꿈꾸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어벤져스'의 시동이었습니다.

아이언맨을 보시면 크레딧이 끝나고 영화 마지막에 비밀조직 쉴드의 국장 닉퓨리가 등장하여 토니 스타크에게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깁니다. '당신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나?' 바로 이것이 어벤져스의 시동을 암시하는 대사였던 것입니다. 어벤져스는 마블의 대표 히어로들이 결성한 조직으로, 1963년 코믹스로 발표되기 시작한 작품인데요. 그로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며 마블의 방대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마블은 몇몇 대표 히어로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세계관 그 자체를 영화로 옮기는 방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를 한 두편의 영화로 영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코믹스처럼 각각의 히어로들을 주제로 한 영화를 차례로 선보인 다음, 이후에 그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별도의 영화로 공개한다는 것인데요. '아이언맨2(2010)'를 선보인 뒤 마블은 지속적으로 대표 히어로인 '토르(2011)'와 '캡틴 아메리카(2011)'를 자체 제작하여 개봉할 예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에는 이들 히어로 영화들을 한자리에 묶을 '어벤져스(2012)'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딱히 마블의 팬이 아니지만 이러한 마블의 프로젝트는 몹시도 흥미롭고 기대된다 하겠습니다. 방대한 세계관을 하나의 작품에 무리하게 집어넣지 않고 독립적인 작품들로 그 단편들을 보여주어 종래에는 하나의 완성된 월드를 보여주는 이러한 방식은 영화의 속편 제작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가 아닌가 싶군요. 특히, 마블 엔터테엔먼트가 2009년부로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이러한 마블의 장대한 프로젝트는 더더욱 무게가 실려 보입니다.

여기에 마블이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마블의 히어로들을 소재로 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역시 개봉 예정에 있으며, 소니가 별도로 시동하고 있는 스파이더맨의 4번째 작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도 제작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20세기 폭스사에서 제작하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의 속편 '더 울버린(2012)' 역시 2011년 4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에 있습니다. 그야말로 마블의 파상공세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자, 이렇게 되면 역시 DC의 반격 역시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DC 쪽도 올해 '그린 랜턴(2011)'을 필두로, 놀란 감독이 다시 배트맨 속편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를 제작중에 있으며, 슈퍼맨의 속편인 '슈퍼맨: 맨 오브 스틸(2012)'은 '왓치맨(2009)'을 통해 R등급 성인 히어로물의 진수를 보여준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을 예정에 있죠. 거대한 베일을 벗은 마블의 어벤져스 프로젝트에 비견될 DC의 져스티스 리그가 과연 시동될지 역시 관심거리라 하겠습니다. 세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히어로들의 전쟁이 이제 스크린에까지 그 전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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