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Movie Review 2013.11.01 09:00

             

☞ 본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 노출이 있으니 굳이 이를 원치 않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2013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알폰소 쿠아론(Alfonso Cuarón)
◈ 각본: 알폰소 쿠아론, 요나스 쿠아론(Jonás Cuarón)
◈ 제작: 데이빗 헤이맨(David Heyman), 알폰소 쿠아론


<줄거리> 

미션 스페셜 리스트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분). 그녀는 익스플로어 호에 탑승하여 지구궤도에 떠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에 올라와 있다. 베테랑 우주 비행사이자 이번이 마지막 비행이기도 한 매트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가 그녀와 함께 했는데, 시종일관 유쾌하게 수다를 떨며, 우주를 비행하는 그와 달리 이번이 첫 비행인 스톤은 다소 긴장한 듯 컨디션이 별로 좋지는 않아 보인다.

한창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면서 코왈스키의 의미없는 수다를 건성으로 흘려듣던 그 때, 컨트롤 센터인 휴스턴으로부터 다급한 무선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폐기 위성을 처리하기 위해 발사된 러시아의 미사일에 의해 파손된 위성의 파편이 근처 궤도의 위성과 충돌하면서 연쇄반응이 일어나 익스플로어 호로 다량의 잔해가 접근중이라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다급하게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려던 스톤과 코왈스키에게 위성의 잔해들이 맹렬한 속도로 접근하고, 손쓸 틈도 없이 익스플로어호는 케슬러 신드롬에 휘말려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CG미학의 결정체와 휴먼드라마의 완벽한 캐미스트리

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그래비티(2013)'는 분명 훌륭한 작품이다. 혹자는 이 영화를 2013년 최고의 영화로 꼽는다고 하는데, 그 의견에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비티가 SF 영화사의 레전더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영화냐 하면 그건 아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년 오딧세이(1968)'처럼 거대한 철학적 담론과 완벽한 영상미가 조화를 이룬 심오한 SF 레전더리도 아니며, 오딧세이와는 완벽한 대칭점에 있는 SF 판타지의 기념비적인 전설 '스타워즈(1977)'의 상상력과 기발함을 담고 있지도 않다. 프랭클린 J 샤프너의 '혹성탈출(1968)'이 보여준 충격적인 미래상,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1977)'가 선보인 포스트모더니즘과 스릴러의 절묘한 조화,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런너(1982)'에서 느꼇던 디스토피아적이고 느와르적인 컬트함도 없다.

그래비티는 특수효과 측면에서는 스필버그의 뒤를 잇는 블록버스터의 거장 제임스 카메론의 완벽함에 근접해 있지만,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는 생존과 삶을 향한 의지, 자연을 마주한 인간성의 되물음에서는 이전의 수많은 비슷한 영화(SF는 아니지만, 다른 재난영화)들과 비교하여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어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실과 가깝게 재현해낸 우주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생존을 향한 한 여성의 투쟁은 무척이나 현실감이 있고, 흡입력이 있으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 있다. 특수효과를 통해 감독이 보여준 실제와 유사한 영상적 체험으로 인해 우리는 주인공 스톤과 한자리에서 우주의 미아가 되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진다.

이 영상적 체험이 다른 여타의 영화들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영화가 조난 영화이기 때문이다. 액션, 미스테리, 스릴러, 판타지 등 SF 영화와 어울릴 수 있는 수많은 장르 중 재난 영화의 코드를 사용하여 미지의 우주에서 겪는 있을 법한 사고를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기시감으로 표현한 시각적 효과는 단순한 특수 효과 이상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파고든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스토리는 비록 단순하지만 뛰어난 CG와 맞물려 완벽한 캐미스트리를 뽐내고 있다. 만약, 이 압도적인 영상미와 어우러질 이야기의 깊이와 신선함이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온 SF 걸작들에 견줄 정도였다면 그래비티는 분명 그들과 같은 자리에 올라설 만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 2013 Warner Bros. Pictures



스톤과 코왈스키, 그리고 후반부는 거의 스톤 혼자서 이끌어가는 영화의 구도는 온전히 캐릭터와 메인 테마에게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는 이미 '127시간(2010)'이나 '베리드(2010)'에서 우리가 보아왔던 것인데, 이런 영화는 당연하게도 주연배우의 연기 내공이 영화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산드라 블록은 분명 탁월한 캐스팅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딸을 잃고 생에 대한 의지를 상실한 여성 우주인 스톤을 실로 훌륭하게 표현해냈는데, 나약한 여성에서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강인한 여성으로 일어서는 모습은 흡사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1979)'의 시고니 위버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다. (ISS의 소유즈에 극적으로 랑데뷰한 뒤 우주복을 벗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스톤의 모습은 구명정을 타고 노스트로모 호를 탈출하여 동면에 들어가기전 속옷 차림으로 잠깐 동안 여유를 취하는 리플리를 연상시킨다.)

초반부에 펼쳐지는 20여분에 달하는 롱테이크 씬은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다. 마치 우주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이 인트로는 아마도 21세기 들어 만들어진 영화들 중 가장 인상적인 인트로 중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이 외에도 계속적으로 영화에는 긴 롱테이크가 사용되는데, 뛰어난 3D CG와 함께 롱테이크 촬영기법은 관객들에게 실제와 같은 체험을 전달하는 그래비티만의 백미이기도 하다. 3D 역시 이 영화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실제로 케슬러 신드롬에 의해 위성의 파편들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는 장면들은 입체 영상에서 더 빛을 발한다. 우주공간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리얼리티를 영화에 부여함으로써 영화는 시각적인 체험에 관객들을 더더욱 집중시킨다.

날카로운 과학적 고증의 잣대를 들었을 때, 그래비티 역시 많은 부분에서 그 점을 피해갈 수는 없다. 케슬러 신드롬이 발생하게 되는 과정과 조건, 제트팩만을 이용하여 ISS의 소유즈로 이동하는 여정, 소화기를 이용해 중국의 우주정거장 텐궁으로 이동하는 설정 등은 분명 극적인 상황을 위해 현실감을 무시한 부분이기도. 그러나, 우주공간에서 관성으로 인해 계속 빙글빙글 도는 우주인들의 모습, 우주 정거장의 해치를 열 때 기압 차이로 폭발하듯 열리는 장면, 극적으로 지구에 귀환한 스톤이 우주공간에서의 생활 덕분에 근육이 풀어져 한참동안 대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부분들은 분명 많은 SF 영화들이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비티는 2013년을 수놓은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고 놀라운 작품이다. 특히, 관객들이 우주 한복판에 있는 듯한 시각적인 체험을 통해 우주의 미아가 된 여주인공이 극적으로 지구로 귀환하는 여정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 점은 이제껏 다른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한 부분이다. 경이적인 영상효과를 이토록 이야기와 완벽하게 융합시킨 작품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영화를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에 올려놓는 일부의 성급한 평가도 그런 점에서 그다지 과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 2013 Warner Bros. Pictures


덧붙임) 이제까지의 SF 영화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그래비티지만, 많은 부분에서 선배 SF 영화들의 클리셰를 등장시키고 있다. 본문에서 언급한 스톤의 탈의 장면도 그렇고, 'I've Got bad feelings about this'라는 코왈스키의 대사는 스타워즈의 한 솔로가 자주 말하던 대사. 여기에 미션 컨트롤 센터에서 스톤들과 교신하는 목소리는 이 영화와 유사한 장르라 할 수 있는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 13(1995)'에서 컨트롤 센터 팀장으로 등장했던 에드 해리스.

덧붙임) 삶의 의지를 포기했던 스톤이 지구의 아마추어 무선 통신사 아닌강과 대화하는 장면은 쿠아론의 아들로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요나스 쿠아론의 단편작 '아닌강'에서 아닌강의 시점으로 다시 그려진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라비티 DVD, 블루레이 타이틀에 포함될 듯. 아닌감?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3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그래비티 (2013)

Gravity 
8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폴 샤마
정보
SF,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3-10-17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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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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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른건 모르겠고... 유부의 입장으로 영화보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용케 보셨군요 ㅠㅠ

    2013.11.01 11: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들이 유치원 들어가면서부터는 조금 여유가 생겼어요. 페니님도 조금만 기다리심 좀 나아지실 겁니다. 한 3~4년쯤? 아하하;;;

      2013.11.01 13:02 신고 [ ADDR : EDIT/ DEL ]
    • 볼쇼이

      일종의 딜을 하시는 쪽이 좋을지도요. 전 결혼할 때부터 '아내가 바라지 않는 한 혼자 두지 않는다'라는 개인적인 원칙을 마련해서, 아무리 재밌어 보이는 영화도 아내가 시큰둥하거나 시간이없으면 그냥 포기합니다. 영화야 나중에 봐도 그만이지만,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

      2013.11.10 11:30 신고 [ ADDR : EDIT/ DEL ]
    • 지금 이순간의 평화... 볼쇼이님 짠~ 합니다. ^^;;;

      2013.11.11 10:17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