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Movie Review 2012.07.24 09:00

             

ⓒ 2011 Warner Bros


<스탭>

◈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죠나단 놀란(Jonathan Nolan)
◈ 제작: DC 코믹스, 레전더리 픽쳐스(Legendary Pictures), 신카피 필름(Syncopy Films), 워너 브러더스(배급)


<줄거리> 

조커와의 사투, 레이첼의 죽음, 그리고 하비 덴트의 비극적인 최후로부터 8년... 고담시는 하비 덴트의 죄를 대신 짊어진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의 희생으로 덴트법을 신설, 조직폭력배들을 일망타진하고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경찰청장이자 하비 덴트의 진실, 배트맨의 희생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 고든 청장(게리 올드만 분)은 몇 번이나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평화로운 고담시의 모습을 보며 그 진실을 가슴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거짓된 고담시의 평화는 계속될 것만 같았다.

8년 동안 자신의 저택에서 세상과 담을 쌓은 체 은둔해 오던 브루스 웨인. 하비 덴트와의 사투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된 웨인은 레이첼의 죽음이라는 크나큰 상실감을 가슴에 묻고 배트맨으로서의 모습 역시 봉인한 체 자신을 질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인의 등장과 함께 이 상처뿐인 평화와 웨인의 은둔 생활은 서서히 그 종언을 고하고 있었다.


다소 아쉬운 완성도보다 더 아쉬운 것은 시리즈의 종결

트맨 시리즈 아니,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를 새로운 화법으로 풀어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2008)'는 분명 히어로 영화의 범주를 넘어선 걸작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다크나이트는 범죄 느와르라는 영화장르에 히어로 영화의 미장센이 더해진 작품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배트맨 시리즈의 본연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있는 이질적인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이야기의 중요한 설정들이 무리없이 영화 속에 녹아들어감으로써 배트맨의 팬들에게까지도 충분히 공감이 가능한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은 역시 놀란의 비범한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의 연속적인 대성공은 놀란을 좋은 감독에서 명감독의 위치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이제 그가 만드는 영화는 적어도 다크나이트와 인셉션에 버금가는 수준일거야 라거나 그정도가 아니면 곤란하지 정도의 기대가 팬들에게 각인되어 있다고나 할까. 이것은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블록버스터의 거장들이 공통적으로 짊어져야만 했던 숙명이기도 하다. 비록 그들과 출발점은 달랐다 해도 놀란 역시 스필버그나 카메론이 받아온 그 과도한 기대를 짊어져야 하는 순간이 온 셈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등장한 작품이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다크나이트라는 놀란표 배트맨 트릴로지의 최종장으로서, 그리고 이제까지 상승세로 일관해오던 놀란의 필모그라피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안고 등장한 신작으로서,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트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탄생하게 한 놀란의 그 놀라운 감각이 과연 종언을 고하는 그의 마지막 배트맨 시리즈의 대미를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다. 아니 아트 블록버스터로서의 완성도는 여전히 그대로다. 다만 다크나이트나 인셉션이 보여주었던,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놀란의 영화 최대점에 못미칠 뿐이다.

ⓒ 2011 Warner Bros


이러한 감상은 많은 평론가부터 영화 블로거, 그리고 일반 팬들에 이르기까지 제법 공통적으로 느끼고 부분 같다. '역시 놀란, 하지만 다크나이트보다는 좀...' 이 정도가 이 영화에 대한 가장 대중적이고 다수결적인 평가가 아닐까. 시리즈의 대미 역시 훌륭하게 장식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아웃라인과 스토리의 흐름, 그리고 테마의 완성도 역시 3부작으로서 모자람이 없다. 히어로 영화 연작  시리즈 중 이제까지 어떤 시리즈도 이렇게 성공적인 완결을 보여준 예는 없다. 슈퍼맨 시리즈는 리차드 도너를 버림으로써 3부에 이르러 최악의 영화가 되었고, 팀 버튼의 배트맨 연작은 결국 죠엘 슈마허로 바톤 터치 되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시리즈도 마찬가지, 3부의 연출을 고사한 싱어 덕분(?)에 엑스맨 3부작도 그 완결은 심히 미약하였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 시리즈도 3부에 이르러 결국 많은 걸 잃어야만 했다.


여타의 히어로 연작 시리즈와 비교할 때, 아니 다른 모든 장르의 연작 시리즈와 비교해도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은 분명 놀라울 정도의 평균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즉 각 시리즈간 완성도의 편차가 크지 않다. 이는 단순히 전편보다 더 스케일이 크고 더 화려한 액션장면과 특수효과가 가미되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시리즈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정합성,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충분히 공감이 가능토록 하는 개연성, 기승전결의 흐름과 극적인 전개,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에 이르기까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 시리즈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다크나이트를 넘어설 수 없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분명 좋은 완성도임을 인정하면서도 실망이라는 단어를 자신있게 내려놓을 수 없었다. 

만약,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3부와 4부로 나뉘어 졌다면, 아니 적어도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의 러닝타임만 되었다면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그렇다하더라도 다크나이트를 능가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일말의 실망감을 극복해낸 보다 더 완벽한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러닝타임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스토리의 흐름이 지나치게 빠르고 호흡이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8년간의 은둔을 깨고 돌아온 배트맨, 그리고 그의 패배,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배트맨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구도는 분명 극적이긴 하지만 2시간 45분이라는 시간 안에서는 그것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새로운 빌런인 베인, 캣우먼 셀리나 카일, 젊은 경찰 존 블레이크 등 새로운 인물들에게도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시간이 할당되면서 각 에피소드들이 다크나이트가 보여준 정밀함을 보여내지 못한 것은 러닝타임에 대한 아쉬움을 더더욱 크게 하는 부분이다.

ⓒ 2011 Warner Bros


캐릭터의 설정에도 아쉬움이 있다. 특히 히로인의 경우가 그러한데 마리온 꼬틸라르를 제대로 활용해내지 못한 점이나 앤 해서웨이의 캣우먼이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 방해가 되는 부분은 분명 놀란답지 못했다. 조커를 능가할 수는 없었지만, 톰 하디의 베인은 기대 이상의 아우라를 화면에 분출하며 강력한 빌런의 면모를 과시했음에도 이러한 베인마저 마지막에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말로를 보여준다. 조커와 하비가 얼마나 극의 흐름을 극적으로 만들었는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전반적으로 캐스팅은 다크나이트와 인셉션 등 놀란의 대표작에 얼굴을 내민 단골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놀란 소속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인 듯한 느낌도 든다. 조셉 고든 레빗의 블레이크는 마지막에서 기대했던 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안타깝게도 놀란의 다크나이트가 여기서 끝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팬 서비스 정도에 그치고 만다.

한스 짐머의 웅장하고 어두운 음률을 바탕으로 구현해낸 고담 시와 다크나이트의 세상은 삭막하고 메마른 느낌을 완벽하게 전달해주면서 히어로 영화답지 않은 현실감을 영화에 부여한다. 아이맥스로 촬영해낸 압도적인 영상미는 3D CG와는 또다른 현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놀란과 그의 스탭들이 설계한 사운드와 영상미는 작품의 품격을 완성시킨다는 것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렴풋이 느끼게 해준다. 스토리 외에도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보여준 많은 부분은 놀란표 영화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제 이 많은 것들은 배트맨 시리즈가 아닌 다른 영화에서 보여지겠지만.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히어로 영화의 스탠다드가 되지는 않겠지만, 히어로 영화가 어디까지 진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걸작 시리즈로 기억될 것이다. 놀란이 물러난 뒤에도 배트맨 시리즈가 계속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 후의 배트맨은 배트맨일 수는 있어도 다크나이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 2011 Warner Bros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1 Warner Bro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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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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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정한 의미의 '트릴로지'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이미 최고점을 보여준 이후 다시 그만큼을 보여주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배트맨 트릴로지를 라이브로 보았다' 라는 점 하나 만큼은 제 영화생활에 있어 하나의 큰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다크나이트 라이즈 감독판이 나와주길 간절히 빌어봅니다.

    2012.07.24 11: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저야 팀버튼 배트맨에서 멈춘었지만, 다들 이야기 거리가 많아 보입니다.
    들리기엔 첫 감독 편집판이 4시간 분량이었다니
    DVD 감독판도 나오지 않을까요?

    2012.07.24 12: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가능성이 있죠. RGM님도 시간나실 때 다크나이트 한 번 보시길. 팀버튼의 배트맨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

      2012.07.24 22:25 신고 [ ADDR : EDIT/ DEL ]
  3. 비록 전작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라는 영화계의 징크스를 극복하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이정도라면 엘로스님 말씀처럼 나름 배트맨 트릴로지라는 시리즈에 있어 유종의 미를 거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래도 3부작으로 기획된 영화들의 경우 뒤로 갈수록 점점 이야기의 진행에서 전해져오는 무게감이 옅어지면서 화려한 특수 효과 등으로 그 결점을 벌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볼 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시각적 효과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의 완성도 및 전작과의 연계성 부분에도 내실을 기함으로써 나름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준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다만 워낙 전작인 다크나이트에서 팬들이 받은 감명이 큰 편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 당한 것은 아닌가 싶어 다소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기도 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반지의 제왕 3부작은 정말 전설급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2012.07.24 1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반지의 제왕은 레전더리죠. 가장 완벽한 3부작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젤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

      2012.07.24 22:25 신고 [ ADDR : EDIT/ DEL ]
  4. 맞아요...완결편이라는 것이 더 아쉽게 하네요..현재 사람들은..그간의 3부작 히어로물과 같이 막판에 아예 완성도가 떨어졌으면 시원하게 욕이라도 할텐데....이게 또 완성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섭섭함을 토로하는게 아닌가 싶어요..또 그런 감정을 내세우기 위해 '2탄, 다크나이트보다 못하네..'라는 일종의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 같고, 다크나이트보다 못하다는걸 객관적으로 증명해내기 위해 작중의 오류들을 이것저것 지적하지만..애초에 그 오류란 것은 배트맨 그 자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편협함이 또 여기저기 세간의 반응에서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한 작품을 완벽히 지배했던 히스레저라는 배우의 아우라가 대단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만족했습니다. 3부작 트릴로지의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선례가 적었기에 이런 완성도 높은 결말은 더욱더 희소성면에서 평가를 받아야 되지 않을까요? ^^

    2012.07.24 13: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앗, 홍자님 오랜만이세요. ^^ 파닥파닥 시사회는 혹시 갖다 오셨는지? 전 이사준비 때문에 시사회 참석을 못했네요 ㅠㅠ

      2012.07.24 22:26 신고 [ ADDR : EDIT/ DEL ]
  5. 흐...저도 어여 보러가야하는데.. 자꾸 미뤄지네요 TT

    2012.07.24 14: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애초에 닭나잇(...)이 워낙 돌연변이였던지라 그 레벨이 이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역시 그런 문제를 떠나서 영화 자체가 좀 여기저기 부실공사의 흔적이 보이는게 아쉬웠습니다. 베인의 허무한 결말과 코틸라르 캐릭터의 소화불량, 그리고 껍데기만 갖고 온 혁명 등등(...)
    그래도 숱한 영화를 괴롭혔던 '3편 징크스'에서는 가까스로 벗어난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꼽는 완성도는 토이스토리 3 > 닭나라 > 제다이의 귀환 > 스파이더맨 3...)

    2012.07.24 2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앗~ 반지의 제왕 3부 왕의 귀환도 넣어주셔요~ ^^; 조금만 더 러닝타임을 늘렸거나 조금만 더 편집할 시간이 주어졌다면 좀 더 완성도가 높게 나올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쉬워요 ^^

      2012.07.24 22:28 신고 [ ADDR : EDIT/ DEL ]
  7. 일단 감독판이 나와야죠. 어휴...

    2012.07.25 12: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요. 감독판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만... 감독판이 나올런지 어떨지...

      2012.07.26 10:06 신고 [ ADDR : EDIT/ DEL ]
  8. 히어로 영화의 스탠다드는 모름지기 [어벤져스]가 되어야 한다능..

    2012.07.25 20: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말씀에 전적으로 동감.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이번에는 어벤져스가 판정승이 아닐까 싶네요.

      2012.07.26 10:0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