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Movie Review 2013.06.20 09:00

             

ⓒ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Zack Snyder)
◈ 각본: 데이빗 S. 고이어(David S. Goyer), 크리스토퍼 놀란
◈ 제작: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챨스 로번, 에마 토마스, 데보라 스나이더


<줄거리> 

무차별적인 자원개발로 붕괴의 위기에 놓은 행성 크립톤. 크립톤 최고의 과학자 조 엘(러셀 크로우 분)은 원로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크립톤의 정수를 담은 코덱스를 자신에게 맡겨 달라 제안하지만, 원로들은 조 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마침 과격파인 조드 장군(마이클 섀논 분)이 이끄는 쿠데타 군이 원로원을 급습하고, 혼란을 틈타 조 엘은 코덱스를 탈취하여 자신의 거처로 급히 피신한다. 인공적으로 출산을 조절하는 크립톤에서 자연 출산으로 태어난 그의 갓난 아들 칼 엘(헨리 카빌 분)과 코덱스를 태양계에 위치한 행성 지구로 피신시키려는 조 엘 부부. 그러나, 칼 엘이 탄 비행선이 출발하기 직전, 조드 장군의 반란군이 조 엘의 거처를 급습하고 사투 끝에 간신히 아들을 떠나보낸 조 엘은 그만 조드에 의해 숨을 거두고 만다.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고 조드 장군과 쿠데타 군은 원로원에 의해 팬텀 존에 유배되는 형벌에 처해진다. 하지만, 조 엘의 예언대로 크립톤은 결국 멸망에 이르르고, 크립톤의 마지막 생존자 칼 엘은 코덱스와 함께 낯선 행성인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그를 처음 발견하는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 분)와 마사 켄트(다이안 레인 분)에 의해 칼 엘은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의 지구인으로 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지만, 태양에 의해 세포가 강화된 클라크는 평범한 지구인과는 다른 초능력을 보유하게 되고,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체 방황을 거듭하게 되는데...


SF로 풀어낸 신화적 이야기,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다.

금으로부터 약 30여년전인 80년대 초반 쯤일까, 리차드 도너의 슈퍼맨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흥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존 윌리암스의 시대를 초월하는 테마와 함께 시작하는 '슈퍼맨(1978)'은 비록 TV 브라운관에서의 시청이었지만, 당시 어린 나에게는 강렬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엘로스에게 있어서 슈퍼맨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와 함께 이제까지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보아온 영화 시리즈이기도 한데, 슈퍼맨은 미국의 히어로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 아이들에게는 상당한 임팩트를 준 캐릭터였음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슈퍼맨의 첫 극장영화는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만 알려져 있던 슈퍼맨이라는 만화 주인공을 전세계에 깊이 각인시킨 장본인이다. 비록 다른 나라의 만화 캐릭터이지만, 영화라는 영상매체를 통해 슈퍼맨은 글로벌한 대중 문화의 아이콘으로 수십년 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되었으며, 굳이 코믹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슈퍼맨과 그를 연기한 故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두 인물은 이제 미국인을 포함하여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신화적인, 혹은 상징적인 무언가로 자리매김했다고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신화가 되어버린 슈퍼맨과 크리스토퍼 리브에 대한 노골적인(?) 오마쥬였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2006)'가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이것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슈퍼맨에게 걸었던 기대 심리를 관점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엘로스의 관점에서 싱어의 슈퍼맨은 꽤 잘만든 '오마쥬'였다. 물론, 많은 한국 관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하지만)로 막을 내렸을 때, 이제 DC의 간판 히어로는 슈퍼맨 보다는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새롭게 그려진 배트맨으로 바뀐 듯 보였다. 더 이상 빨갛고 파란 스판 덱스를 입은 우스꽝스런 철의 사나이가 등장할 무대는 그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히어로 장르 무비에서조차 없는 듯 싶었으며, 더군다나 2010년대에 이르러 히어로 장르의 주도권은 DC가 아닌 라이벌 마블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너 감독에 의해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던 코믹북 히어로가 미국을 대표하는 신화적인 캐릭터로 재창조된 후부터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슈퍼맨은 끝까지 잊지 않고 싶은 노스텔지어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세계화에 의해 그 미국적인 색깔이 비판받는다 할지라도 슈퍼맨은 많은 이들에게 그러한 존재이고 그러한 컨텐츠는 아닐까. 그리고 결국 그러한 사람들의 바람이 모아져 마침내 2013년 강철의 사나이가 우리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배트맨 시리즈를 완벽하게 부활시킨 각본가 데이빗 S. 고이어와 그의 단짝(?)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맨 오브 스틸(2013)'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했던 것이 사실이다. 놀란이 감독을 맡지 않더라도 고이어의 각본이라면 충분히 슈퍼맨을 매력적으로 그려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나 할까. 비록 몇 차례의 작품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잭 스나이더가 감독이었지만, 그의 영상 미학 만큼은 계속 인상적으로 여겨왔기에 스토리만 잘 받쳐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과연 맨 오브 스틸은 이 기대를 100% 충족한 영화일까.


고이어와 스나이더, 그리고 놀란이 그려낸 슈퍼맨은 우선, 기존의 슈퍼맨 시리즈를 다시금 리부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크립톤에서부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고 있는데, 이미 도너 감독이 거의 완벽하게 그려냈던 설정에 대한 고이어판 해석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물론,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인상적인 크립톤의 모습과 말론 블란도의 '조 엘'이 보여준 카리스마를 넘어서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퍼스트이자 베스트였던 것을 재해석해야하는 난제를 풀어낸 이번 방식은 오리지널을 능가하진 못했어도 충분히 준수한 모습이었으며, 러셀 크로우의 '조 엘'은 블란도의 그것을 넘어서지는 못해도 충분히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슈퍼맨 1편과 2편의 이야기를 한 편으로 재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맨 오브 스틸은 사실 개봉 전부터 이 거대한 이야기를 한 편 안에 다 담아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스토리에 치중하면 볼거리를 상실한 드라마가 되어버릴 것이고, 볼거리에 치중하다는 스토리의 밀도가 떨어진 그저 그런 블록버스터에 그치지 않겠는가. 그렇게 볼 때 맨 오브 스틸은 주어진 러닝타임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각본이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시간 순에 의한 전개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클라크가 과거를 부분부분 회상(플래쉬 백)하면서 관객들에게 그의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고뇌를 풀이하는 부분은 많은 것을 담아내야 했던 이 영화에 있어서 적절한 선택이었다. 다만, 그가 방랑의 길에서 지구를 구원하는 메시아로 재탄생하기 위한 심경의 변화를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에는 아무래도 짧았던 것이 사실이고, 마찬가지로 히로인인 로이스 레인과의 유대관계가 깊어지는 부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SF 장르로 슈퍼맨이라는 히어로물을 풀어낸 모양새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럽다. 원 시리즈만큼 독창적이진 않지만 크립톤 행성의 묘사와, 조드 장군의 일행이 지구를 침략하는 부분도 인상적. 다만, 많은 SF 영화들, 특히 최근에 개봉했던 작품들('우주전쟁', '트랜스포머', '스카이라인' 등등)이 반복적으로 보여준 모습이다보니 다소 식상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는 별개로 연출 부분에서도 식상한 점들이 눈에 띄는데, 기존의 스나이더 식 슬로우 액션이 사라진 대신 급격스러운 줌 인으로 마치 핸드 헬드를 연상시키는 촬영기법은 분명 현장감을 더해주기는 했지만, 이미 '아바타(2009)'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방식이다보니 그 역시 다소 신선도가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설정과 멋진 영상기법이 펼쳐지고 있지만, 독창적인 면이 부족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고편을 통해 많은 이들을 열광시킨 슈퍼맨의 강렬한 액션은 확실히 압도적인 스펙타클함으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다. 이제껏 보아온 모든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 그 강력함과 스피드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비교적 최근 히어로물인 '어벤져스(2012)'와 비교하면 그 흐름이 단조롭다. 파워는 대단하지만 그 세기(디테일)가 모자란 셈이다. 상당히 몰입하며 감상한 것은 분명한데, 끝나고 나서 뭔가 알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조드 장군과 슈퍼맨의 라스트 클라이막스는 그 파괴적이고 압도적인 힘의 대결만큼은 기대를 넘어섰지만 영화 전체적인 맥락 면에서는 다소 호흡을 끊는 부분이 있다.

맨 오브 스틸은 신화적인 초인의 이야기를 상당히 고급스럽고 또한 흥미진진하게 풀이했다. 다만, 영웅의 탄생과 성장, 방황과 각성, 그리고 세상의 구원을 모두 한편의 이야기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한 캐릭터의 소비도 매우 아쉬운데, 데일리 플래닛의 편집장인 페리 화이트역의 로렌스 피쉬번과 같은 인물은 실제 캐릭터나 배우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에서는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다. 다만, 맨 오브 스틸의 성공이 확실해 보이는 지금, 1편이 성공 여부에 따라 후속편을 제작한다는 워너의 기획이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이 캐릭터들은 후속 시리즈에서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조나단 켄트로 분한 케빈 코스트너도 마찬가지. 비록 클라크의 회상으로 계속 얼굴을 내밀지만, 인상적인 아버지의 연기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등장시간이 짧아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함은 아쉽기 그지 없다.

여러가지 인상적인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맨 오브 스틸의 완성도는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생략하고 이야기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고이어-스나이더의 투톱 시스템이 상당히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맨 오브 스틸의 완벽한 평가는 3부작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가 끝난 즈음에야 좀 더 확실해질지도 모르겠다. 완성도에서는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SF 영화로 재탄생한 슈퍼맨의 리부트는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 Warner Bros. Pictures

덧붙임) 맨 오브 스틸은 어떤 면에서 '매트릭스'와 맞닿아 있다. 자연출생이 아닌 인공 수정란에서 태어나는 크립톤인의 설정, 지구를 테라포밍하기 위해 지표를 꿰뚫는 크립톤의 우주선 등은 매트릭스의 그것과 닮은 부분이 있으며, 심지어 로렌스 피쉬번과 함께 스완익 장군으로 등장하는 해리 레닉스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락 장군을 연기했던 인물이다.

덧붙임) 비록, 신화적인 존 윌리암스의 테마가 구축한 아성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수는 없겠지만, 한스 짐머의 테마는 맨 오브 스틸과는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그만큼 이번 슈퍼맨은 어두운 편이었고, 그것이 기존 팬들이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도 있을 듯.

덧붙임) '이모탈스(2011)'에서 헨리 카빌을 보는 순간, 그전까지는 반신반의로 생각했던 그가 슈퍼맨에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른건 몰라도 슈퍼맨의 캐스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덧붙임) 다이안 레인. 매혹적인 미모의 이 여배우조차 세월의 흐름에는 어쩔 수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오히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체 마사 켄트를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록 짧은 등장이었지만 꽤 인상적이었다.

덧붙임) 조드 장군 역을 맡은 마이클 섀논을 보는 순간, 정웅인 씨가 오버랩된 것은 나뿐만이었을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맨 오브 스틸 (2013)

Man of Steel 
7.5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에이미 아담스, 마이클 섀넌, 케빈 코스트너, 다이안 레인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43 분 | 2013-06-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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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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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이스와 같이 몇번 사선을 넘나들었다고는 해도 마지막의 키스는 참 갑작스러웠죠.

    2013.07.05 15: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차라리 로이스는 다음 편의 히로인으로 기약해도 어땠을까 싶어요. 그녀가 없어도 이야기가 충분히 돌아가고 있으니.

      2013.07.05 16:44 신고 [ ADDR : EDIT/ DEL ]
  2. 이영화 아직못봤는데 매우 기대됩니다 ^^

    2013.08.05 00: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이 글을 이제서야 보네요. 로이스와의 러브 라인에 대해선 거의 다 뜬금없다는 의견인 것 같더군요. 그래도 로이스가 클락이 입사하기 전에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부분과 슈퍼맨 수트 가슴의 S가 클립톤의 심볼 중 하나라는 설정은 마음에 들더군요. 원래 S가 슈퍼맨의 머리글자임에도 그가 알려지기 전에 복장에 박혀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습니까? 슈퍼맨이라는 명칭도 로이스가 기사를 쓰면서 만든 말이었고요.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이라는 말이 세 번 정도인가밖에 안 나오는데 그것도 좋았어요. 그리고 역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더군요.

    그리고 로이스의 마지막 대사 "Welcome to the planet." 일단은 데일리 플래닛을 말한 것이었겠지만 지구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도 있지 않나요? 짜릿하더군요.

    2013.11.27 10: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오랜만이시네요. 나이트세이버님 잘 지내시구요? ^^
      말씀하신 중의적 표현들은 확실히 놀란과 고이어 다운 발상인 것 같아요. 다만 뭐랄까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들이 있어서 상당히 뛰어난 부분과 엉성한 부분이 묘하게 공존하는 영화였다라는 생각입니다. ^^

      2013.11.27 22:2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