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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이웃집 토토로 (1988), となりのトトロ / My Neighborhood Totoro


ⓒ 二馬力 · 徳間書店


<정보>

◈ 원작/감독/각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 작화감독: 사토 요시하루(佐藤好春)
◈ 미술감독: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원화: 단나이 츠카사(丹内司), 오츠카 신지(大塚伸治), 카나다 요시노리(金田伊功), 콘도 카즈야(近藤勝也)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久石譲) / 이노우에 아즈미(井上あずみ)
◈ 기획/제작: 야마시타 타츠미(山下辰巳), 오카다 히데오(尾形英夫) / 도쿠마 야스요시(徳間康快)
◈ 프로듀서: 하라 토오루(原徹)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도쿠마 서점
◈ 저작권: ⓒ 二馬力 · 徳間書店
◈ 일자: 1988.04.16
◈ 장르: 드라마, 모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G)


<시놉시스>

때는 1950년대의 일본,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대신하여 집안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의젓한 소학교 6학년 소녀 쿠사가베 사츠키는 호기심 많은 동생 메이와 고고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곧 퇴원할 엄마를 위해 물 맑고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사짐과 함께 털털 거리며 굴러가는 작은 고물 삼륜차에 몸을 싣고 꼬불꼬불한 논길을 거쳐 다다른 시골. 나무들이 우거진 터널 같은 계단을 지나 넓은 언덕 위에 새로운 집이 사츠키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에 들떠하는 사츠키와 메이.

근처의 거대한 녹나무가 보이는 뜰과 동화속 존재인 마쿠로쿠로스케가 존재하는 듯한 시골집은 전원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정취를 풍기고 있어 사츠키와 메이에게는 따사로우면서도 왠지 모를 위화감이 으스스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사츠키가 학교에 가고, 아빠가 일을 하고 있는 어느 화창한 오후, 혼자서 집주변을 살펴보며 자연과 벗삼아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던 메이는 생전 처음보는 희한한 모양의 동물(?)을 발견하고 뒤를 쫓던 도중 녹나무 밑의 깊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고 마는데...


<소개>

스튜디오 지브리의 두번째 극장 아니메(동시 상영으로 제작된 '반딧불의 묘(1988)'가 있으니 둘 다 지브리의 두번째 극장 아니메라 보면 될 듯. 지금에서야 '바람의 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지브리 아니메로 여기지만, 원래 나우시카는 지브리가 창립하기 전 탑 크래프트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지브리의 탄생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이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네번째 극장 아니메. 이제는 지브리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이자 하나의 정체성으로 여겨지는, 일본 아니메의 대표적인 캐릭터이자 아이콘인 토토로를 주인공로 한 작품으로, 상영 당시만 하더라도 그 파급력은 미비했었다. 지브리 사상 최저 흥행성적을 거둬들인 '천공의 성 라퓨타(1986)'보다 살짝 앞선 약 5.9억엔의 수입(라퓨타는 약 5.8억엔)과 8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지금의 네임밸류에 비하면 무척 초라한 성적을 거둔 셈.

토토로의 기원은 사실 197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에이 동화를 떠나 A 프로덕션(現 신에이 동화)에 입사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A 프로덕션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도쿄무비신사의 극장 아니메를 하청받아 기획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아기 팬더와 아빠 팬더가 등장하는 작품을 생각해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토토로의 원형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당시 제작된 도쿄무비신사의 '팬더와 아기팬더(1972)'의 팬더는 생김새나 표정 등이 토토로와 무척 흡사하였으며 주인공 여자아이인 미미코는 토토로의 주인공인 사츠키와 메이를 섞어 놓은 듯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 팬더와 아기팬더(パンダコパンダ) 1972 1972 by 캅셀 (보러가기)

토토로의 초기 기획서가 미야자키에 의해 스폰서인 도쿠마 서점에 제출될 때만 하더라도 도쿠마 서점은 이 기획안을 그다지 마뜩치 않게 여겼다고 전해진다. 시대 배경도 너무 오래된 옛날인데다가 스케일이나 드라마성이 전작인 나우시카나 라퓨타에 비해 너무 소박하고 밋밋해서 흥행하기에는 뭔가 한 방이 부족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더군다나 당시 기획된 작품의 러닝타임도 6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단독 상영으로는 다소 어정쩡한 길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 물꼬는 의외의 방향에서 터졌다. 당시 지브리에서 기획 중이던 또다른 극장 아니메 반딧불의 묘 역시 60분 정도 밖에 안되는 러닝 타임이었기에 이 두 작품을 동시상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이로 인해 극적으로 토토로는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다만 후일 제작 과정 중에서 반딧불의 묘나 토토로나 모두 9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가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태어나게 된다.

반딧불의 묘에 지브리의 A급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한데다가 스튜디오마저 이들이 쓰고 있었기에 토토로의 제작은 신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으며, 스탭 역시 반딧불의 묘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재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본 작품을 통해 지브리와 첫 만남을 갖게 된 미술감독 오가 카즈오의 경우는 일본 아니메 양대 거장 미술감독으로 불리는 코바야시 시치로와 무쿠오 다카무라 둘 모두를 스승으로 모셨던 인물로서, 그 천부적인 감각으로 인해 완벽주의자인 미야자키에게마저 극찬을 받기 이른다. 실제 토토로에서 보여준 카즈오의 미술은 20여년 전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아름답고 푸르렀으며, 그때까지 지브리의 미술을 이끌고 있던 야마모토 니죠(당시에는 반딧불의 묘에서 미술감독을 역임)와 비교했을 때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반딧불의 묘에 비해 애니메이터의 진용이 다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토토로의 미술적 가치는 지브리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겠다.

50년대 일본의 농촌생활을 묘사한 작품의 디테일은 역시 미야자키답게 명불허전이다. 상당히 세심한 디테일까지 신경을 쓴 결과 도저히 아동용 만화영화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섬세한 느낌이 전달되는 것은 이제까지도 유효한 지브리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특히, 그 때까지만 해도 주로 유럽의 전원적 정취를 묘사하면서 일부 팬들로부터 백인우월주의자라는 편견을 들어왔던 미야자키가 일본의 전통적인 생활상이 물씬 풍기는 작품을 연출함으로써 그러한 일각의 편견을 일축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연출한 작품 중 일본적 배경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나 '원령공주(1997)'가 역대 극장 아니메 랭킹 1위와 3위에 올라있는 것은 미야자키가 동양적이고 일본적인 가치관의 표현에 있어서도 높은 내공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살던 주인공 소녀가 시골로 이사를 와 신비한 현상을 겪고 모험을 하는 이야기 전개는 후일 미야자키 최고의 히트작 센과 치히로...와 동일한 스타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보다 긍정적이고 밝은 사츠키와 메이, 그리고 잔잔한 극의 분위기는 다소 어둡고 괴기스러운 모습을 보여었던 센과 치히로...에 비해 낙관적이고 유아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작중에 등장하는 삼륜차나 수도 펌프 등은 과거 한국에서도 70년대까지는 볼 수 있었던 것들로, 우리의 역사 중 일부가 일본과 좋지 않은 형태로 얽혀 있던 지난 시절의 잔재를 느낄 수 있다 하겠다. 다만 동시 상영으로 방영되었던 반딧불의 묘가 태평양 전쟁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국내 팬들에게 반일 감정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토토로의 경우는 그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아이템과 소소한 생활 스타일을 제외하고는 민족주의적 편향이나 왜곡된 역사적 관점을 거의 느낄 수가 없는 소박한 작품이기에 이러한 역사적 유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느긋하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편이다.

극장에서는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TV 방영시에는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했다. 방송 때마다 시청률은 20% 안팎을 기록할 정도로, 이는 전작인 라퓨타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일어났던 현상이기도 하다. 토토로의 봉제인형도 큰 인기를 끌어 1991년 당시 판매 개수는 약 210만개에 이르기도 했는데([1], [3] 참조) 이는 지브리의 캐릭터가 시장에서 통한 최초의 사례로, 토토로에 이르러 캐릭터 사업이 지브리의 고정적인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비디오나 DVD로도 쾌조의 순항을 지속하였으며, 모 공원에서는 작품에 등장하였던 사츠키와 메이의 시골집이 실제로 재현되기에까지 이른다. 명실공히 지브리와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평단의 찬사도 줄을 이었다 방영해인 1988년 일본의 저명한 영화잡지 키네마준보 베스트 10에서 일본영화 베스트 10 1위를 차지했으며, 독자선정 일본 영화 베스트 1위, 독자선정 일본영화 감독상 등 그해의 일본 실사영화들을 모두 제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또한 마이니치 영화콩쿨 일본영화 대상, 제6회 일본 애니메이션 대상·아톰상 최우수 작품상/각본부분 최우수상/미술부문 최우수상/주제가부문최우수상, 제20회 성운상 미디어부분 수상 등 수상경력 역시 화려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계속적인 극장흥행 부진은 지브리와 미야자키의 불안요인이기도 했다. 나우시카를 통해 뭔가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건만 흥행은 계속 저조한 상황에 흐르고 있었고, 지브리에게는 무언가 결정적으로 큰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 二馬力 · 徳間書店


<참고 사이트>

[1] となりのトトロ, Wikipedia Japan
[2] となりのトトロ, allcinema.net
[3] 이웃집 토토로, 위키피디아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二馬力 · 徳間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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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988), 逆襲のシャア / Char's Counter Attack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총감독/각본: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보조연출: 카와세 토시후미(川瀬敏文), 타카마츠 신지(高松信司)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北爪宏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스즈키 마사히사(鈴木雅久), GAINAX
◈ 디자인 협력: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이나노 요시노부(稲野義信), 이소 미츠오(磯光雄)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恩田尚之), 고바야시 토시미츠(小林利充), 나카자와 카즈노리(中沢数宣), 시게타 아츠시(重田亜津史)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三枝成彰) / TM NETWORK
◈ 기획/제작/프로듀서: 야마우라 에이지(山浦栄二) / 이토 아키노리(伊藤昌典) / 우치다 켄지(内田健二)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8.03.1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하만 칸이 이끄는 네오 지온과 에우고 간의 제1차 네오 지온 항쟁(U.C0088~0089)이 에우고의 승리로 막을 내린 지 4년이 흐른 우주세기 0093년. 그리프스 전쟁 당시 종적을 감추었던 샤아 아즈나블이 돌아왔다. 그는 미네바 자비를 수령으로 받들었던 하만 칸의 네오 지온이 아닌, 지온공화국의 창시자이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지온 줌 다이쿤의 유지를 이어가는 새로운 네오 지온을 세우고, 지구 연방에게 선전포고를 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제2차 네오 지온 항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의 재발을 두려워 한 연방의 지도자들은 샤아와 협상을 원하게 되고, 실제 연방과는 전력 면에서 열세였던 네오 지온은 이를 기회 삼아 소행성 기지 액시즈를 연방에게서 인도받은 뒤 이를 지구에 낙하시켜 지구를 더 이상 사람이 살지 못하는 땅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이는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의 갈등 자체를 없애버리고, 지구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키는 인류를 벌하기 위한 샤아의 전략으로, 그로 인해 벌어질 결과는 엄청난 희생을 초래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한 것이었다.

한편, 미적지근한 연방의 태도와 달리 독립부대 론도벨에 소속된 왕년의 에이스 아무로 레이는 샤아와 네오 지온의 재등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자신이 직접 설계에 참여한 사이코뮤 프레임이 적용된 최신형 모빌슈트 ν(뉴) 건담의 개발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14년 동안 지속되어온 둘의 질긴 인연은 이제 그 최종장을 향해 접어들고 있었다.


<소개>

1987년,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를 끝으로 리얼로봇은 사실상 종언을 고했지만, 건담에게만은 예외였다. 이미 거대한 팬덤과 관련 비즈니스의 폭넓은 성장으로 인해 원작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성 항행을 계속하고 있던 건담 시리즈는 리얼로봇의 몰락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후속작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처한 것이다. 특히,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이나 중반부 이후 작품에서 모습을 감추었던 '영원한 에이스' 아무로 레이가 후속작인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6)'에서도 등장하지 않자 팬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고, 사실상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분위기를 반전하려던 토미노 감독의 시도 역시 팬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토미노 감독은 더블 제타 시리즈를 제작하는 도중 우주세기의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새로운 후속 시리즈에 착수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우주세기의 사실상의 종장이라 할 수 있는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인 것이다.

제목 역습의 샤아는 제타 건담 기획 초기 토미노 감독이 기획하던 소설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소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퍼스트 건담의 속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획 과정에서 메인 스토리의 뼈대가 바뀌면서 이 타이틀은 본작에 이르러서야 빛을 본 것이다. 당시 기획했던 역습의 샤아는 극장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아무로와 샤아가 주인공이자 같은 동료로 활약하는 이야기로 전개될 예정이었다. 사실 이러한 구도는 둘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면 제타 건담에서 그대로 적용된 것이었으나 극장판에 이르러서 우주세기의, 그리고 건담의 진정한 결말을 위해 토미노는 이를 수정하여 아무로와 샤아의 리턴 매치로 이야기 방향을 바꾸게 된다.

메카닉 디자인에 가이낙스가 참여한 것이 이채롭다. 특히, 가이낙스의 창립멤버로 건담과 토미노 감독의 열혈 팬이던 안노 히데아키의 경우는 자신이 건담에 참여하게 된 사실을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러한 기쁨과 달리 스스로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했던 뉴건담의 러프 디자인은 토미노에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러프 스케치가 발기발기 찢어지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퍼스트 건담의 그늘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토미노에게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의 디자인은 퍼스트 건담과 너무 유사한 디자인이었으니 어찌보면 욕먹을 짓을 했다고 볼 수도.

☞ 안노가 그려간 뉴건담 러프스케치. 엔하위키 '토미노 요시유키' 설명 중 12.14 항목에 링크된 MAFTY님의 포스트. (바로가기)

뉴건담의 디자인 및 등장 MS는 거의 대부분 이즈부치 유타카의 손길을 거쳐갔다. 더블제타 건담부터 건담 시리즈에 합류한 그는 본작을 통해 건담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 MS 디자인을 그려내며 일약 차세대 메카닉 디자이너로 거듭나기도. 이즈부치는 소설판인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벨토치카 칠드런'에 등장하는 주역메카 Hi-ν 건담이나 극장판의 사자비를 대신한 나이팅게일 역시 디자인하여 큰 인기를 얻는다. 그 외에 오하타 코이치나 사야마 요시노리 등 제타와 더블제타에 이어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러프 디자인을 그려내고 이를 한 두명이 클린업하는 형식으로 메카닉 디자인이 전개된다.

캐릭터 디자인은 더블제타에 이어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아 활약을 펼친다. 제타부터 역습의 샤아에 이르기까지 80년대의 후속 건담 시리즈가 모두 키타즈메의 손을 거치게 된 셈. 키타즈메 외에도 오오모리 히데토시와 온다 나오유키 등 코가와 토모노리 직계의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건담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완벽하게 걷어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역습의 샤아 이후 제작된 '기동전사 건담 F-91(1991)'의 캐릭터 디자인이 야스히코인 것은 원점으로의 회귀라고도 볼 수 있다.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아무로와 샤아의 복귀작이었지만, 그 전개는 그렇게 팬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제타 건담을 통해 라이벌인 아무로와 교감했으며 지온의 반대편에 서서 싸우던 샤아가 다시 지온의 수장으로 돌아오면서 팬들에게는 어리둥절함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아무로도 마찬가지로, 반연방 소속의 카라바에 몸담고 있던 그가 어떻게 다시 연방의 장교가 되었는지, 그리고 제타 당시 연인이었던 벨토치카의 존재는 사라진체 그 자리를 첸 아기가 차지하고 있는 등 어떤 면에서 제타와 더블제타의 이야기가 대거 삭제된 리부트의 느낌을 주고 있다. 애시당초 굉장히 많은 사전지식을 필요로 하는 이 작품에서 제타 이후 5년 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아무로와 샤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삭제되었기에 건담의 팬조차 조금은 생소한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여기에 이제까지와는 달리 악의 축으로 돌아서서 모든 인류를 말살하려 하는 샤아의 모습은 그의 아버지인 지온 줌 다이쿤의 사상과도 대치되는 것으로, 어찌보면 스스로 그 당위성을 상실하고 있는 셈이었다.

퍼스트 건담 시절 연인이었던 라라아의 환상에 사로잡힌 체 부관인 나나이 미겔이나 철모르는 뉴타입 소녀 퀘스 파라야의 마음을 이용하는 그의 모습은 샤아의 팬들에게는 큰 반감으로 다가왔다. 사실 다소 비정한 샤아의 이런 모습은 이미 복수를 위해 자신의 친우를 음모에 빠뜨려 숨지게 한 퍼스트 건담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기도 했으나 이미 샤아를 일종의 신화적인 인물로 생각해오던 당시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원치 않는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유부단한 캐릭터에서 패기와 여유로움을 가진 지휘관으로 성장한 아무로 레이는 이전의 입체적인 모습에 비해 오히려 그 개성은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작품의 히로인 격인 퀘스의 경우는 제타의 히로인 포우 만큼이나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웠는데, 그녀의 변심과 그녀를 사랑한 브라이트 노아의 아들 하사웨이의 엇갈림과 그로 인해 벌어진 여러 비극은 전형적인 토미노식 파국을 보여주고 있다.

ⓒ SOTSU · SUNRISE

우주세기의 끝을 보려는 토미노의 계획은 본 작품에서 상당히 대담하면서도 그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샤아가 지구로 추락시킨 거대한 소행성 액시즈를 무모하게도 모빌슈츠로 막아선 아무로와 아무로에게 패해 탈출포트 째 사로잡힌 샤아가 액시즈의 추락을 극적으로 막아내면서 대기권의 고열로 인해 산화해버리는 엔딩은 팬들로서는 충격 자체였다. 이야기의 엔딩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되는 우주세기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 토미노는 시리즈의 아이콘이기도 한 두 주인공을 아예 우주세기의 역사에서 완벽하게 퇴장시켜 버린 것이다. 아무로와 샤아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예상이나 매체들의 추측성 기사와 달리 토미노는 공식석상에서 둘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도. 하지만, 몰살의 토미노다운 강수에도 불구하고 건담 시리즈의 재생산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거대한 소행성의 낙하와도 같이 토미노 자신을 짓누르게 된다.

주제가인 'Beyond the Time'은 TMN이 불러 화제가 되었다. '시티 헌터(1987)'의 엔딩 테마 'Get Wild'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TMN의 13번째 싱글로 싱글 음반 판매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건담 OST로서, 아니메 OST로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한 명곡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건담 극장판이라는 네임 밸류에 걸맞는 뛰어난 작화와 훌륭한 미술,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우주세기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던 뉴건담은 건담 시리즈의 극장 애니메이션 중에서 현재까지도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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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수격투 강의 귀 (1987), 大魔獣激闘 鋼の鬼 / Demon of Steel


ⓒ AIC · 徳間書店

<정보>

◈ 원작/각본: 아이카와 쇼(會川昇)
◈ 감독: 히라노 토시키(平野俊貴)
◈ 캐릭터 디자인: 온다 나오유키(恩田尚之)
◈ 메카닉 디자인/특수효과: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
◈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 미술감독: 아라이 카즈히로(荒井和浩)
◈ 음악/노래: 가와사키 마사히로(川崎真弘) / J-WALK
◈ 기획/제작: 오가타 히데오(尾形英夫) / 미우라 토오루(三浦亨), ?(横尾道男)
◈ 제작사: AIC, 토쿠마 서점
◈ 저작권: ⓒ AIC · 徳間書店
◈ 일자: 1987.12.10
◈ 장르: SF, 괴수,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1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서기 1999년, 외딴 섬에 위치한 군사연구시설 '산사라'는 신 에너지 입자를 실험하던 도중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만다. 차원 공간을 통해 하늘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물체, 산사라 소속의 연구원인 타쿠야와 하루카는 목숨을 걸고 이 물체의 샘플을 회수하지만 연구책임자였던 가룬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의해 실망한 타쿠야는 산사라를 떠나게 된다.

그로부터 3년 뒤, 친구인 하루카의 편지를 받은 타쿠야는 다시금 산사라에 돌아온다. 하지만 하루카는 타쿠야가 알던 예전의 하루카가 아니었다. 타쿠야와 연인사이였으나 산사라를 떠난 후 하루카의 연인이 되어버린 리즈, 하루카의 옛연인이기도 한 동료 루이 역시 하루카가 변한 것을 염려하고 있었는데... 타쿠야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하루카, 도대체 3년 사이에 이곳 산사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소개>

AIC가 제작한 독특한 느낌의 OVA 괴수물. '파사대성 단가이오(1987)'과 함께 중지된 '대마징가' 기획을 활용하여 제작된 두번째 작품이다. 단, 전통적인 슈퍼로봇물의 스타일에 미소녀 SF 액션을 접목시켰던 단가이오와 달리 이 '대마수격투 강의 귀(1987)'는 차원을 넘어온 이형의 존재와 생체 병기라는 설정, 호러 괴수물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로 단가이오와는 다른 색다른 맛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세기말적, 혹은 묵시록적인 작품색을 보여주는 나가이 고와의 세계관과도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원작과 각본은 아이카와 쇼로, 단가이오에 이어 이번 강의 귀에서도 스토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그가 애초 대마징가 기획초기부터 참여한 멤버였기 때문이며, 특촬물에서 주로 활약한 아이카와 덕분인지 로봇과 생물을 혼합한 듯한 거대한 괴물들의 모습은 특촬물의 그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같은 해 그가 '三陽五郎'라는 필명으로 참여하는 '초신전설 우로츠키 동자(1987)'에 등장하는 초신이나 마신 역시 이런 면에서 유사한 모습인데, (우로츠키 동자의 원작자는 마에다 토시오지만) 아이카와가 이런 스타일의 작품과 궁합이 잘 맞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호러적인 분위기에서도 두 작품은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 AIC · 徳間書店

생체병기를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한 메카닉 디자인은 오하타 코이치의 것으로, 여기에 오바리 마사미의 터치가 더해져 기괴하면서도 육감적인 멋을 선사하고 있다. 금속을 근육질과 같은 형태로 스타일링하는 오바리의 디자인 감각이 생체병기와도 좋은 궁합을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메카 작화를 구사하는 사노 히로토시가 가세하여 환상의 원투펀치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본작에서 서로 맞대결을 펼치는 두 주인공의 메카닉을 오바리 마사미와 사노 히로토시 나누어 원화를 담당함으로써 저예산 OVA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퀄리티의 메카 작화가 라스트에 펼쳐지는 부분은 본 작의 백미라 하겠다. ("대마수 격투 강의 귀, 대마징가의 추억", CAPSULE 블로그: 총천역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애초에 같은 기획에서 출발한데다가 비슷한 스탭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단가이오와 여러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 두 작품의 이질감이 큰 이유는 호러 괴수물을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상이한 캐릭터 디자인에 있다.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온다 나오유키가 가세하면서 히라노 토시키/카기노우치 나루미로 대표되는 단가이오의 미소녀적인 취향과는 대조적인 느낌인데, '메가존 23 파트 1(1985)'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를 맡았던 히라노와 '메가존 23 파트 3(1989)'에서 작화감독 보조로 활약한 온다의 관계가 본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된 듯.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온다 나오유키의 그림체는 완성되지 않은 단계였지만 작화는 준수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호러괴수물이라는 점에서 히라노의 스타일보다는 온다의 그것이 작품에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당시 아니메에서는 그다지 보기 힘든 스타일의 작품으로, 완성도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으나 당시 AIC가 자사의 히트작인 메가존 시리즈나 버블검 크라이시스 시리즈 등 여러 작품들을 프로듀싱하고 있는 과정에서 본 작품은 단 1화만 제작된다. 애초에 4부 이상을 제작할 예정에 있었던 단가이오와는 달리 강의 귀는 소재의 마이너함으로 인해 애초부터 1화만 기획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 사이트>

[1] 大魔獣激闘 鋼の鬼, Wikipedia Japan
[2] 大魔獣激闘 鋼の鬼 (1987), allcinema.net
[3] Daimaju Gekito Hagane no Oni (OAV),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IC · 徳間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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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메 삼총사 (1987), アニメ三銃士 / Anime Sanjushi


ⓒ NHK (Italian Version DVD Box Cover)


<정보>

◈ 원작/번안: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 몽키펀치(モンキー・パンチ)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汤山邦彦)
◈ 각본: 타나미 야스오(田波靖男)
◈ 캐릭터 디자인/서브 캐릭터 디자인: 오자키 신고(尾崎真吾) / 츠지 하츠키(辻初樹)
◈ 작화감독: 츠지 하츠키, 신도 미츠오(進藤満尾), 사토 마사토(佐藤真人)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 음악/노래: 타나카 코헤이(田中公平) / 사카이 노리코(酒井法子)
◈ 프로듀서: 카네코 야스오(金子泰生)
◈ 기획사/제작사/협력사: NHK 엔터프라이즈 / 각켄, KORAD / 스튜디오 갤럽, 세영동화
◈ 저작권: ⓒ NHK
◈ 일자: 1987.10.09 ~ 1989.02.17
◈ 장르: 모험, 시대물, 액션
◈ 구분/등급: TVA (52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줄거리>

때는 17세기 전반, 부르봉 왕가 루이 13세가 통치하던 프랑스에서도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드의 남부 지방 가스코뉴. 귀족집 도련님과 한 소년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날쌔고 민첩한 이 소년의 이름은 달타냥. 둘이 다투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으로, 귀족 도련님은 자기집 소가 제일 크다고 한 반면 달타냥은 파리에 있다는 코끼리가 더 크다고 받아치면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다. 다툼 끝에 도련님은 달타냥에게 지고 말았지만, 도련님은 다름아닌 영주의 아들이었다. 용서를 구하려면 달타냥이 직접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야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은 절대 굽히기 싫어하는 달타냥은 파리에 가서 직접 코끼리를 보고 오기로 결심한다. 

한밤 중에 집을 떠나려는 달타냥에게 달타냥의 할아버지는 달타냥의 아버지가 사용하던 검을 건낸다. 아버지의 전우였던 트레빌의 얘기를 해주며 트레빌이나 리슐리외를 찾아 도움을 청하라는 할아버지. 뒤이어 나타난 할머니에게서 받은 모자와 봇짐, 그리고 할아버지가 건네준 검과 말 로시난테를 타고 달타냥은 파리로 향한다. 코끼리를 확인하기 위해 떠난 달타냥의 이 소소한 여정은 훗날 프랑스, 아니 유럽 전역을 뒤흔드는 거대한 모험의 서막이었으니...


<소개>

알렉상드르 뒤마의 고전명작 '삼총사'를 각색한 TV 시리즈 아니메. NHK 엔터프라이즈가 기획하고 출판사로 더 유명한 각켄(학연)사와 한국의 KORAD가 제작한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실제 제작 역시 스튜디오 갤럽과 세영동화가 한일합작으로 제작했다. NHK 종합 TV에서 금요일 5:30에 방송되었는데, 본작의 성공을 기점으로 NHK의 금요일 5:30 시간대가 '푸른색 링크(1989)',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 '아니메 비밀의 화원(1991)'으로 이어지는 아니메 시간대로 바뀌게 된다. 당시 아니메 삼총사의 인지도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총사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루팡 3세'의 원작만화가 몽키 펀치가 번안에 참여하면서 설정에 있어서 여러가지 변화가 가미되었다. 먼저 어린이용 만화영화로 기획되면서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령대가 대폭 낮춰졌는데, 달타냥은 10대 후반의 소년으로, 그의 파트너인 콘스탄스 역시 16살의 어린 소녀로 그려지면서 성인들의 모험극에서 어린이를 위한 모험극으로서의 눈높이를 조절했고, 이에 보조를 맞춰 삼총사인 아토스와 포르토스, 아라미스도 20대의 청년들로 연령이 조정된다. 다만, 아토스의 경우에는 콧수염으로 인해 그다지 그런 느낌이 들어보이지는 않은 듯. 원작에 등장하지는 않는 소년 쟝 역시 어린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만화영화의 활력소로서 그 역할을 100% 수행하게 된다.

모험의 시작은 고향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기어린 다툼으로 인해 달타냥이 파리로 떠난다는 것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총사가 되겠다는 출세욕을 안고 파리로 떠나는 원작의 달타냥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작의 변주가 소년 만화영화라는 작품의 색깔에 적절하게 맞춰진 변형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총사 중 한명인 미남 아라미스를 남장 여자로 변주해낸 제작진의 시도는 신선한 충격이자 센세이션 그 자체. 이로 인해 주인공인 달타냥이나 히로인 콘스탄스보다 아라미스가 더 주목 받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야기도 물론 (원작이 그랬듯이) 흥미로운 편이지만, 그보다는 아라미스라는 캐릭터의 변주가 삼총사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나 판단된다. 아라미스는 이후에도 아니메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인기 캐릭터로 기억되고 있다.


'요술 공주 밍키(1982)', '환몽전기 레다(1985)' 등 인상깊은 작품을 연출해온 유야마 쿠니히코가 감독을 맡으면서 소녀적 감성과 소년만화스러운 모험이 공존하는 인상적인 작품으로 태어났다. 당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인기 아이돌 사카이 노리코의 주제가도 큰 히트. 삼총사라는 고전 소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당시 시대 트렌드에 맞는 형태로 각색되어 고전이 갖고 있는 원래의 매력 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현대적인 인기요소를 갖춘 셈이다. 

1987년 5월에 25분짜리 파일럿 판이 방영된 뒤 약 5개월이 지나서 본방이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파일럿판 영상이 별도로 존재하는데, TV 시리즈의 내용전개와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 본 방송은 87년 10월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듬해인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시작으로 NHK가 올림픽 방송을 시작하면서 방송일정에 차질이 생겨 89년에 이르러서야 방송을 마칠 수 있게 된다. TV 시리즈가 종영된 후 약 1개월 뒤에는 인기 캐릭터 아라미스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극장판 '아라미스의 모험(1989)'이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비너스 전기(1989)'와 함께 동시 상영으로 공개되기도 하였다. 러닝타임 46분이라는 한계로 아라미스의 이야기 외에 많은 이야기를 다루지 못했는데, 아쉽게도 이후로 아니메 삼총사의 후속작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일본 내에서 종영된 뒤에는 한국에서도 KBS를 통해서 방영되었다. 방영당시 제목은 '달타냥의 모험'. 닛폰 애니메이션이 만들었던 '천하무적 멍멍기사(1981)'와 함께 삼총사의 만화영화판 중에서는 꽤 인지도가 높은 편으로, 천하무적 멍멍기사 방영당시 경쟁작이 국민적 캐릭터 '도라에몽'이었던 것처럼 아니메 삼총사는 방영 당시 경쟁작이 '호빵맨(앙팡맨)'이라는 것도 묘하게 대칭되는 부분이다.

☞ 만화영화 연대기: 천하무적 멍멍기사 (바로가기)

ⓒ NHK



<참고 사이트>

[1] アニメ三銃士, Wikipedia Japan
[2] アニメ三銃士(1987), allcinema.net
[3] 달타냥의 모험,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HK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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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대성 단가이오 (1987), 破邪大星ダンガイオー / Dangaio 


ⓒ AIC · EMOTION


<정보>

◈ 원작/감독/캐릭터디자인/총작화감독: 히라노 토시키(平野俊貴)
◈ 각본: 아이카와 쇼(會川昇)
◈ 콘티: 히라노 토시키, 오하타 코이치(大畑晃一)-1,3편 /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1편 / 니시모리 아키라(西森章)-2편
◈ 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오바리 마사미
◈ 몬스터 디자인: 와타나베 슌이치(わたなべぢゅんいち)
◈ 작화감독: 오오누키 켄이치(大貫健一), 오바리 마사미, 니시이 마사노리(西井正典)-3편
◈ 작화감독보: 카기노우치 나루미(垣野内成美)
◈ 음악: 와타나베 츄메이(渡辺宙明), 미즈타니 카오루(水谷薫)-3편
◈ 노래: 미즈키 이치로(水木一郎), 호리에 미츠코(堀江美都子)
◈ 프로듀서: 미우라 토오루(三浦亨), 아시누마 마코토(浅沼誠), 스즈키 토시미치(鈴木敏充)
◈ 제작사: AIC
◈ 저작권: ⓒ AIC · EMOTION
◈ 일자: 1987.09.28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3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뛰어난 과학자이자 무기상인인 타산 박사에 의해 초능력자로 개조된 미아 아리스, 롤 크랑, 파이 산다와 란바 노무. 과거의 기억을 잃은 그들은 현재 영문도 모른체 소행성 기지에 갇혀 있다. 기지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타산 박사의 목소리. 5분 내에 기지를 탈출하지 않으면 기지와 함께 폭사할 운명에 놓인 그들은 초능력을 사용하여 추격하는 전투 메카닉들을 물리치고 격납고로 향한다. 가까스로 격납고로 향한 네 명, 격납고에는 4기의 우주비행기가 놓여있었고 미처 탑승하기도 전에 아리스들은 수많은 전투 메카닉들이 그들을 포위당하고 만다.
 
힘을 다 써버린 3인과 달리 아직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줄 모르는 아리스는 점점 조여드는 메카닉들의 포위망에 어쩔줄 몰라한다. 메카닉들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된 절체절명의 순간, 아리스의 초능력이 마침내 발동한다. 강력한 능력으로 기지를 통체로 폭파시킨 아리스, 폭발의 한가운데서 거대한 강철 거인이 어두운 실루엣을 드러내는데...


<소개>

'싸워라 익저 1(1985)'에 이어 AIC가 제작한 오리지널 로봇물. 원래 다이나믹과 합작으로 기획 예정이던 '대마징가'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대마징가를 위해 기획되었던 아이디어의 일부를 재활용하여 AIC의 오리지널 아니메로 거듭나게 된 작품이다. '메가존 23 파트 1(1985)'의 캐릭터 디자이너에 이어 익저 1을 감독하면서 OVA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린 히라노 토시키(본명 히라노 토시히로)가 원작과 감독,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에 이르는 원맨쇼를 펼쳤으며,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 등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 메카닉 애니메이터 오바리 마사미와 베테랑 메카닉 디자이너 오하타 코이치, '마크로스(1982)'의 창조자 카와모리 쇼지가 가세하여 캐릭터 디자인 만큼이나 매력적인 메카닉들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1987년부터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게 되는 각본가 아이카와 쇼(본명 아이카와 노보루)가 각본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아이카와를 포함하여 이들 중 상당수는 대마징가의 기획에 참여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단가이오는 메카닉과 미소녀라는 아니메 마니아들의 핵심 키워드를 훌륭하게 조합했던 마크로스 시리즈의 영향으로 인해 탄생한 일련의 작품들의 계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마징가의 부활 프로젝트인 대마징가의 아이디어가 조합되어 특이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메카닉과 미소녀를 결합한 일련의 아니메들은 그 뿌리가 원래 리얼로봇물(정확히 말하면 마크로스)에 있었기에 슈퍼로봇과의 조우는 상당히 특이한 사례라 하겠다. 이는 87년도를 기점으로 사실상 종언을 고하게 된 리얼로봇 아니메의 흐름과도 어느 정도 연관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고 총작화감독까지 해낸 히라노 토시키의 열정으로 캐릭터들은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인이자 작화감독보로 참여한 카기노우치 나루미의 터치가 더해지면서 히라노 본래의 스타일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듯한 느낌이며, 개인적으로 본 작품의 히로인 미아 아리스는 히라노가 그려낸 캐릭터들 중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다만, 비주얼에 비해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밋밋하고 싱거운 느낌이다. 히로인 3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캐릭터들의 개성이 떨어지는 점도 아쉬운 점. 
 
고혹적인 캐릭터와 함께 단가이오의 눈길을 끄는 또하나의 매력은 마징가로부터 이어져온 슈퍼로봇의 혼이 오바리 마사미를 통해 세련되고 육감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미 드라고나를 위시한 몇몇 작품에서 메카닉에 육감적인 라인을 살려내는 천부적인 능력을 보여준 오바리의 단가이오야말로 마니아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감각적인 메카닉 라인과는 어울리지 않게 이루어지는 세밀하고 뛰어난 합체 메커니즘은 메카닉의 귀재 카와모리 쇼지의 작품이다. 이 두명의 합작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단가이오는 작품과는 별개로 아니메史에서 유니크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나 싶다. 리얼로봇과는 다른 박력이 넘치는 전투씬 역시 가슴을 뜨겁게 하는 매력을 보여주엇다.

멋진 메카닉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조화를 이룬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오바리가 직접 그려내 강렬한 잔상을 남겼던 드라고나의 오프닝보다는 떨어지지만, 작품의 매력을 잘 살려낸 멋진 오프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아니메 주제가의 형님 미즈키 이치로와 호리에 미츠코라는 두 레전드가 듀엣으로 부른 주제가는 열혈 슈퍼로봇 아니메의 정수를 담아낸 듯한 박력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작곡가 역시 슈퍼로봇 아니메 불멸의 작곡가 와타나베 츄메이.

뛰어난 퀄리티로 팬들의 환호 속에 야심차게 시작한 단가이오였으나, 제작과정의 난항으로 인해 초반부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한 체 3화를 끝으로 돌연 시리즈가 종료되고 만다. 이로 인해 시리즈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우주해적 벙커와의 본격적인 대결은 그려지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고 서두의 전개도 다소 엉성한 편이라 눈길을 잡아끄는 캐릭터나 메카닉 디자인에 비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던 작품이다. AIC는 단가이오 외에도 '대마수격투 강의 귀(1987)'를 연이어 선보이며, 엎어진 대마징가 기획을 멋지게 재활용하는 내공을 보여준다.

ⓒ AIC · EMOTION



파사거성 G 단가이오 (2001), 破邪巨星Gダンガイオー


ⓒ 平野事務所 / AIC · SHO-PRO · テレビ朝日 · avex

<정보>

◈ 원작/감독: 히라노 토시키
◈ 각본: 우에다케 스미오(植竹須美男)
◈ 캐릭터 디자인: 야마다 마사키(山田正樹)
◈ 메카닉 디자인: 오가와 히로시(小川浩), 무타라 고로(村田護郎)
◈ 총작화감독: 타카오카 쥰이치(高岡淳一), 야마다 마사키
◈ 메카닉 총작화감독: 카모가와 히로시(鴨川浩), 하시모토 타카시(橋本敬史), 니시이 마사노리
◈ 미술감독: ?(佐藤勝)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渡辺俊幸) / 타카하시 코우(たかはしごう), 미즈노 나나비(水野愛日)
◈ 기획/제작: 미우라 토오루, 나가사와 타카유키(長澤隆之), ?(赤羽根徳則)
◈ 제작사: AIC, 소학관 프로덕션, TV 아사히, avex
◈ 저작권: ⓒ 平野事務所 / AIC · SHO-PRO · テレビ朝日 · avex
◈ 일자: 2001.04.05 ~ 2001.07.05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1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단가이오의 속편에 해당하는 작품. 실제로 내용상의 연관은 크게 없으며, 원작의 히로인인 미아 아리스의 텔레파시를 들은 여성과학자 미야가 설계한 탄핵왕 단가이오를 타고 싸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새롭게 디자인된 단가이오는 원작의 단가이오와는 그 디자인의 거의 일치하지 않으며 오히려, 단가이오의 모티브였던 대마징가의 기획의 마징가 디자인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야마다 마시키로, '버블검 크라이시스 도쿄 2040(1998)'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26화로 기획되어 있었으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는지 13화를 끝으로 종영한다.


<참고 사이트>

[1] 破邪大星ダンガイオー, Wikipedia Japan
[2] 破邪巨星Gダンガイオー, Wikipedia Japan
[3] 破邪大星ダンガイオー (彈劾凰) (1987), allcinema.net
[4] 파사대성 단가이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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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스타 (1987), Bravestarr


ⓒ Filmation Associates (?)


<정보>

◈ 연출: 밥 아크라이트(Bob Arkwright), 로우 주코(Lou Zukor)
◈ 각본: 밥 포워드(Bob Forward), 스티브 헤이즈(Steve Hayes)
◈ 아트디렉터: 존 그러스드(John Grusd)
◈ 캐스팅: 팻 프레일리(Pat Fraley), 에드 길버트(Ed Gilbert), 챨리 애들러(Charlie Adler)
◈ 기획: 로우 슈이머(Lou Scheimer)
◈ 제작사/배급: 마텔(Mattel), 필메이션(Filmation) / 그룹 W 프로덕션(Group W. Productions)
◈ 저작권: ⓒ Filmation Associates (?)
◈ 일자: 1987.09.14 ~ 1988.02.24
◈ 장르: SF, 모험, 액션(웨스턴)
◈ 구분/등급: TVA(65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시놉시스>

행성 뉴텍사스를 수호하는 우주보안관 브레이브스타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그의 애마이자 동료인 써티 써티와 서장 퍼즈와 함께 뉴텍사스를 위협하는 스탬피드 갱의 리더 텍스 헥스의 음모에 맞서는 용감한 보안관이다. 브레이브 스타는 보통 보안관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동물들의 영혼의 힘을 자신의 몸에 빌려와 보통의 인간을 능가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영혼들의 힘을 갖게 된 브레이브 스타는 텍스 헥스를 비롯한 뉴텍사스의 악랄한 악당들과 맞서게 되는데...


<소개>

히맨 시리즈를 제작한 마텔과 필메이션이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제작한 스페이스 웨스턴 모험물. '히맨과 우주의 지배자(1983)'와 마찬가지로 액션 피규어는 마텔이, 애니메이션 제작은 필메이션이 맡았다. 마텔이 기획한 완구 브랜드를 애니메이션화한 히맨과는 달리, 브레이브스타는 필메이션의 스태프 아티스트가 창조한 악당 캐릭터 텍스 헥스에서 힌트를 얻은 프로듀서 로우 슈이머의 지시로 인해 필메이션에서 원작을 맡게 되고, 이를 마텔 측이 상품화한 케이스이다.([1] 참조) 원작이 기획된 시점에서 마텔의 완구 브랜드는 애니메이션보다 빠른 1986년에 시장에 출시된다.
 
기본적인 모양새는 필메이션이 제작했던 60년대의 슈퍼맨,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부터 히맨 시리즈에 이르는 히어로 액션물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히맨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되 고대/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히맨과는 달리, 웨스턴 장르라는 만화영화로서는 다소 신선한 시도를 도입한 것이 본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하겠다. SF와 히어로, 여기에 웨스턴 장르가 혼합된 이 색다른 시도는 지금에 이르서도 그다지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스타일이다. 

인디언의 전통문화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동물들의 영혼이 빙의되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주인공 브레이브스타는 본 작품 최고의 키포인트로, 히어로적인 요소를 갖추었으면서 동시에 인디언의 샤머니즘적인 매력, 즉 동양적인 세계관이 적용된 브레이브스타의 능력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컨셉이었다. 조악하긴 하지만 곰이나 늑대, 매의 영혼이 빙의되는 순간에는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는 참신한 연출을 선보여,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키기도 하였다. 타고 다니는 말에서 순식간에 인간형의 전투형태로 변신하여 브레이브스타와 함께 싸우는 써티 써티도 히어로물의 사이드킥으로는 꽤 색다른 설정이다.

ⓒ Filmation Associates (?)

다만, 워낙에 퀄리티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줄 수 없는 필메이션의 작품이기에 이 멋진 컨셉들이 온전히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것 같다. 필메이션의 경우는 예로부터 셀의 재사용으로 인한 반복적인 장면의 등장, 풀 프레임 애니메이션이 아닌,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기법에 따른 낮은 퀄리티의 동화 완성도 등으로 인해 악명높은(?) 제작사이기에, 애니메이션의 완성도 측면에서 본 작품 역시 좋은 점수를 주기에는 애매한 작품이기도. 시리즈는 65화를 끝으로 종영되었으며, 종영 후 약 3주 뒤인 88년 3월 18일에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공개되었는데, 예상대로 평단의 반응은 좋지 못한 편이었다.

88년 그룹 W 프로덕션에서 화장품 회사로 유명한 로레알로 필메이션의 소유권이 넘어간 뒤 1989년 3월에 스튜디오가 문을 닫게 되면서 브레이브스타는 원치 않게 필메이션의 마지막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이로 인해 제작중이던 스핀오프 시리즈 역시 무산되고 만다. 매력적인 아이디어이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시리즈는 완구판매나 애니메이션 시청률, 극장 흥행 등 모든 면에서 기대에는 못미치는 작품이 되고 만 것이다.

같은 해인 87년 10월 21일, MBC를 통해 한국에서 방영되기도 하였다. 이미 서부극의 인기가 시들해진 89년이었으나 SF 히어로물과 웨스턴 장르를 접목시킨 브레이브스타의 인기는 꽤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과거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로 토요명화 등을 통해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 '장고'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제목은 '우주보안관 장고'라는 생뚱맞은 네이밍 센스로 재탄생된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랑은 거리가 먼 인디안 태생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목은 '우주보안관 늑대와 함께 춤을'을 정도가 어땠을까나.(물론, 그때는 '늑대와 함께 춤을'이 개봉하기 전이었지만 말이다)



<참고 사이트>

[1] Bravestarr, Wikipedia
[2] Bravestarr, AndyMangels.com
[3] Bravestarr, IMD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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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카니발 (1987), ロボットカーニバル / Robot Carnival


ⓒ A.P.P.P


<정보>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감독·각본·콘티: 오토모 가츠히로(大友克洋) / 캐릭터디자인·원화: 후쿠시마 아츠코(福島敦子) / 미술: 야마모토 니죠(山本二三)
◈ 에피소드1 - 프랑켄의 톱니바퀴: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모리모토 코지(森本晃司) / 미술: 이케하타 유지(池畑祐治)
◈ 에피소드2 - DEPRIVE: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 미술: 마츠모토 켄지(松本健治)
◈ 에피소드3 - PRESENCE: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우메츠 야스오미(梅津泰臣) / 작화협력: 테라사와 신스케(寺沢伸介), 후타무라 히데키(二村秀樹) / 미술: 야마카와 아키라(山川晃)
◈ 에피소드4 - STARLIGHT ANGEL: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北爪宏幸) / 미술: 시마자키 ?(島崎唯)
◈ 에피소드5 - CLOUD: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원화·미술: 오오하시 마나부(大橋学) - 감독, 각본, 캐릭터 디자인은 마오라무도라는 필명으로 참여.
◈ 에피소드6 - 메이지 꼭두각시 문명기담, 붉은 머리 사람의 습격사건:
    감독·각본: 키타쿠보 히로유키(北久保弘之) / 캐릭터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메카닉 디자인: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 작화협력: 모리야마 유지(森山雄治), 모우리 카즈아키(毛利和昭) / 미술: 사사키 히로시(佐々木洋)
◈ 에피소드7 - 닭 남자와 빨간 목:
    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나카무라 타카시(なかむらたかし) / 미술: 사와이 ?(沢井裕滋)
◈ 음악: 히사이시 조(久石譲), 후지타 ?(藤田意作), 타케이치 마사히사(武市昌久)
◈ 제작: 노무라 카즈푸미(野村和史), A.P.P.P 컴퍼니
◈ 제작사: A.P.P.P 컴퍼니
◈ 저작권: ⓒ A.P.P.P
◈ 일자: 1987.07.21
◈ 장르: 드라마, 사이버펑크, 옴니버스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소에이신샤와 함께 일본 최초의 성인용 OVA 아니메인 '크림레몬(1984~1987)' 시리즈와 OVA 시대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프로젝트 A코(1986, 1987)'를 제작했던 A.P.P.P 컴퍼니의 세번째 OVA 작품. 소위 오타쿠적인 취향이 짙게 베인 상업적인 작품을 제작하던 그들이 내놓은 세번째 작품은 공교롭게도,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작가주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작품이었다. 특히, 기존의 감독이나 연출가들이 아닌 캐릭터 디자이너나 작화감독 출신의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연출과 각본까지 담당한 단편작들이 하나로 묶인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은 본 작품 '로봇 카니발(1987)'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환마대전(1983)'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으며 아니메 업계에 데뷔한 인기만화가 오토모 가츠히로가 환마대전 이후 두번째로 참여한 애니메이션으로 오토모는 로봇 카니발에서 오프닝과 엔딩 애니메이션을 맡게 되는데, 본작을 통해 기존의 아니메와는 느낌을 달리하는 오토모 만의 독특한 비주얼의 서막을 느낄 수 있다. 오토모 외에도 환마대전의 제작을 위해 특별히 결성되었던 프로젝트 팀 '아르고스'의 멤버인 모리모토 코지, 우메츠 야스오미, 나카무라 타카시가 본 작품에서 각각 단편작을 연출하기 때문에 로봇 카니발은 이들 아르고스 멤버들의 스타일이 짙게 베여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여성 애니메이터 후쿠시마 아츠코는 모리모토 코지와 부부지간이기도.

오토모와 더불어 독특하고 컬트적인 영상미를 선사하는 모리모토 코지의 단편이 끝난 뒤에는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와 같은 선라이즈 계열의 작품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오오모리 히데토시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오오모리의 경우는 네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한 당대 최고의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 키타즈메 히로유키와 같은 스튜디오 비보 출신의 애니메이터로, 둘다 코가와 토모노리의 제자이기도 하다.그런 연유로 두 에피소드는 어딘지 모르게 작화적인 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으며, 실험적이고 비대중적인 다른 에피소드들에 비해 당대 주류의 느낌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하겠다. 특히, 전체적으로 템포가 느리고 난해하고 어두운 전개 속에 달콤하고 트렌디한 느낌을 선사하는 키타즈메의 단편은 본 작품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키타즈메 이전의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로봇 카니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천재 애니메이터 우메츠 야스오미의 에피소드이다. 제타 건담 오프닝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하는 그는 '메가존 23 파트 2(1986)'을 통해 업계와 팬 모두에게 강렬한 비주얼 쇼크를 안겨준 바 있는데, 10여분의 러닝타임에 불과한 이번 에피소드 '프레센스'에 와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듯한 압도적인 작화 퀄리티를 선사하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게 된 로봇을 두려워하게 된 남자의 인생사가 잔잔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본편의 비주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하겠다. 

ⓒ A.P.P.P

그외에도 중학교 졸업 직후 도에이 동화에 입사한 뒤 다양한 스튜디오를 거친 오오하시 마나부(마오라무도)의 다섯번째 에피소드는 그가 혼자서 연출과 각본, 캐릭터 디자인과 원화, 미술까지 1인 제작 시스템으로 그려낸 독특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의 작품이며, 여섯번째 에피소드의 경우는 '크림레몬 4탄 팝체이서(198?)'에서 원안과 감독, 각본, 콘티 등 1인 다역을 수행한 키타쿠보 히로유키와 90년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떠오르게 되는 당시 신예 사다모토 요시유키, 가이낙스의 설립자 중 한명이며 후일 곤조를 설립하게 되는 마에다 마히로, 프로젝트 A코에서 감독과 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으로 대활약한 모리야마 유지가 참여하는 등 에피소드 중 가장 많은 인재들이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르고스 멤버 중 한명으로 '미래경찰 우라시맨(1983)'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나카무라 타카시가 맡았다.

 

로봇 카니발은 당대의 아니메의 조류를 따르지 않고 실험적인 영상미를 선보인 작가주의 정신이 가득한 작품이다. 상업적인 고려보다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본 컬트적인 성격의 작품이며, 그렇기에 여전히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숨겨진 걸작 아니메라 할 수 있다. 오토모 가츠히로나 후쿠시마 아츠코, 나카무라 타카시 등은 이후에도 매드하우스의 옴니버스 작 '미궁물어(1988)'에 참여하게 되며, 오토모 가츠히로는 모리모토 코지와 함께 '메모리즈(1995)'를 통해 세번째로 옴니버스 스타일의 컬트 작품을 선보이게 되니, 로봇 카니발은 어떻게 보면 이들 두 작품에게 일종의 모티브를 제공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1] ロボットカーニバル, Wikipedia Japan
[2] Robot Carnival, Wikipedia
[3] Robot Carnival (OAV), ANN
[4] 로봇 카니발,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A.P.P.P에게 있습니다.


로봇카니발 OVA - 8점
오오토모 카츠히로 외 8명 감독/대원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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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수도시 (1987), 妖獣都市 / Wicked City


ⓒ 菊地秀行 · 徳間書店 · ビデオアート · JAP Home Video


<정보>

◈ 원작: 키쿠치 히데유키(菊地秀行)
◈ 감독/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카와지리 요시아키(川尻善昭)
◈ 각본: 쵸우 키세이(長希星)
◈ 설정: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 미술감독: 오가 카즈오(男鹿和雄)
◈ 음악/노래: 쇼지 오사무(東海林修) / 토야마 히토미(当山ひとみ)
◈ 제작/프로듀서: 스미 즈타다오(升水惟雄), 쿠리 고스케(久里耕介) / 쿠라타 켄지(倉田研次), 세야 진(瀬谷慎)
◈ 제작사: 매드하우스, 재팬 홈비디오, 조이파크 필름(극장 배급)
◈ 저작권: ⓒ 菊地秀行 · 徳間書店 · ビデオアート · JAP Home Video
◈ 일자: 1987.04.25
◈ 장르: 고어, 성인,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시놉시스>

인간들이 사는 인간계와 마족이 사는 마계가 공존하는 세상,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고 서로가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기로 한 인간계와 마계는 500년마다 이 조약을 갱신하고 있다. 올해가 바로 그 500년의 주기가 돌아오는 해. 인간계의 A클래스 어둠의 경호원 타키 렌자부로는 오랫동안의 노력 끝에 미모의 바텐더 카나코를 유혹하여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중이다. 타키와 카나코의 정사가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갑자기 요기를 띄며 타키를 공격하는 카나코. 그녀의 정체는 카나코가 아니라 카나코의 모습을 한 마계의 암살자였다. 500년 동안의 평화를 무시하는 듯 등장한 마계의 암살자, 타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타키에게 마계와의 평화조약을 위해 바티칸에서 파견된 마도사 쥬세페를 경호하라는 임무가 내려진다. 공항으로 쥬세페를 마중 나간 타키에게 이번에도 마계의 암살자들이 기습공격을 가해오고 위기일발의 순간, 미모의 여성 경호원이 나타나 타키를 도와준다. 그녀의 이름은 마키에, 쥬세페의 경호를 위해 마계에서 파견된 어둠의 경호원이다. 타키와 마키에는 이 일련의 사건들이 평화조약의 핵심인물인 쥬세페를 해하려는 음모로 단정짓게 되는데...


<소개>

'하드 고어 아니메의 대가', '폭력미학의 귀재', '아니메의 쿠엔틴 타란티노(는 엘로스가 붙인 별명)' 카와지리 요시아키의 첫번째 히트작. 수위 높은 폭력씬과 에로티시즘이 가미된 OVA로, 극장시장이 아닌 비디오 시장을 노린 B급 호러 판타지 액션물이었지만, B급을 뛰어넘는 뛰어난 영상미와 연출력으로 인해 극장에서까지 상영되며 카와지리 요시아키를 일약 떠오르는 아니메의 신예 연출가로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시 프로덕션과 매드하우스를 중심으로 '만화일본 옛날이야기(1975)', '에니메이션 기행 마르코폴로의 모험(1979)', '유니코(1981)', '유니코 마법의 섬에(1983)', '환마대전(1982)' 등의 작품에 참여해오던 카와지리는 1984년 CG 애니메이션 'SF 신세기 렌즈맨(1984)'을 통해 연출가로 뒤늦은 신고식을 올리게 되었으나, 기대 이하의 흥행으로 인해 큰 좌절을 겪게 된다. 그것은 당시 렌즈맨이라는 작품에 애초부터 카와지리가 감독으로 내정된 것이 아니라 제작 사정으로 인해 뒤늦게 연출로 참여한데다가 공동감독의 성격을 갖고 있었기에 그만의 스타일을 발휘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하겠다.

렌즈맨으로부터 3년 뒤 카와지리는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한편의 작품에 정식 감독으로 데뷔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공포소설의 대가 키쿠치 히데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요수도시(1987)'이다. 작품의 전반적인 배경은 키쿠치 히데유키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러브 크래프트의 세계관을 토대로 한 기괴하고 요사스러운 색체를 띄고 있다. 뇌쇄적이 미녀가 일순간에 징그럽고 흉측한 거미로 변한다든지, 사람의 피부가 벗겨지며 본색을 드러내는 요괴, 잘려진 머리가 괴물로 변하는 시퀀스 등은 실로 만화영화의 상상력을 어두운 방향으로 최대한 발휘해낸 기기묘묘한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카와지리 특유의 요사스러운 캐릭터 디자인이 가해져 작품의 전반적인 느낌은 음산하고 징그러우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공포스러운 괴물들의 묘사도 그렇지만, 이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연출력도 발군이다. 그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리미티드 아니메의 대가 린 타로로부터 배운 듯한 적절한 광원효과의 사용으로, 작품의 긴장감이나 서스펜스를 배가시켰으며, 슬로우 모션과 줌인/아웃 등의 기법으로 다이나믹함을 극대화한 액션연출은 세밀한 움직임 묘사가 부족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극복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묘사를 화면에 수놓고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블랙컬러를 사용하여 어두운 작품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상황에 따라 하드한 액션이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블루톤으로, 에로티시즘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레드톤으로 분위기를 표현하는 등, 색체 설계에 있어서도 기존의 아니메와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 菊地秀行 · 徳間書店 · ビデオアート · JAP Home Video

폭력과 선정성이라는 만화영화로서는 금기사항에 가까운 두가지 요소를 사용한 B급 호러 판타지 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연출과 미술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완성도와 퀄리티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이후에도 카와지리 요시아키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며, 이후 '키쿠치 히데유키-카와지리 요시아키'라는 황금콤비의 결성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단, 이 강렬한 카와지리/키쿠치 식 호러판타지는 이후 카와지리 감독의 일종의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뛰어난 영상미에 비해 단순명료한 스토리, 폭력과 에로티시즘으로만 카와지리를 평가하게 되는 편협된 선입견의 제공 등 비슷한 연배의 오시이 마모루, 오토모 가츠히로와 함께 해외에서도 이름 높은 아니메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세계는 앞선 두 감독의 작품에 비해 아무래도 저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제5회 일본 아니메 대상OVA 부분 작품상, 연출상 수상작. 1992년에는 당시 홍콩 최고의 흥행감독이던 서극 감독에 의해 실사영화로도 제작된다.


<참고 사이트>

[1] 妖獣都市, Wikipedia Japan
[2] 妖獣都市(1987), allcinema.net
[2] 요수도시(妖獣都市) 1987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菊地秀行 · 徳間書店 · ビデオアート · JAP Home Vide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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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 (1987), シティーハンター / City Hunter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정보>

◈ 원작: 츠카사 호조(北条司)
◈ 감독: 코다마 켄지(こだま兼嗣)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 히라노 야스시(平野靖士), 타케가미 쥰키(武上純希),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北原健雄)
◈ 미술감독: 미야마에 ?(宮前光晴),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 야노 타츠미(矢野立美), 쿠니요시 료이치(国吉良一)
◈ 노래: 코히루이마키 카호루(小比類巻かほる), 오오사와 요시유키(大澤誉志幸), TM NETWORK
◈ 기획: 스와 미치히코(諏訪道彦)
◈ 제작사: 선라이즈, 요미우리 TV
◈ 저작권: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 일자: 1987.04.06 ~ 1988.03.26
◈ 장르: 액션, 모험, 코믹
◈ 구분/등급: TVA (51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거대한 빌딩의 숲이 정글처럼 펼쳐진 도시는 눈부신 겉모습 만큼이나 어두운 이면이 존재하고 있다.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네온사인이 만들어낸 그림자 저편에는 어두운 악의 세력들이 도시의 밤을 지배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폭력 앞에 힘없는 시민들은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체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도 없는 딱한 신세에 처하기도 한다.

하지만,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곤란에 처한 이들에게도 한가지 해결책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신주쿠 역 동쪽 출구 게시판에 'XYZ'라는 암호로 도움을 청하면 그들의 문제를 도와주는 해결사와 연락이 닿는다는 것이다. 해결사의 이름은 사에바 료,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전설적인 스나이퍼이자 스위퍼로 도시의 밤 속에서 법이 닿을 수 없는 곳의 사건을 해결하는, 뒷골목의 세계에서는 속칭 '시티 헌터'라 불리는 사나이이다.


<소개>

츠카사 호조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시티헌터는 1985년부터 '주간 소년점프'를 통해 연재된 작품으로, '북두의 권(1983)', '드래곤 볼(1984)'과 함께 80년대 소년 점프의 막강 아성을 구축한 전설적인 코믹스 중 하나로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다. 애초에는 호조의 첫 히트작인 '캣츠 아이(1981)' 연재 중에 단편으로 그려졌던 작품이 도화선이 되어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캣츠 아이를 능가하는 호조의 대표작으로 많은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90년대 소년 점프의 메가 히트 코믹스인 '슬램덩크(1990)'의 작가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츠카사 호조의 문하생이었다는 것. 슬램덩크는 후일 드래곤 볼, 유유백서 등과 함께 소년 점프를 대표하는 코믹스로 명성을 떨치니 청출어람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듯.)

연재 초창기만하더라도 시티헌터는 대부분의 팬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같이 요절복통하는 개그가 남발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시티헌터는 주인공 사에바 료와 그의 파트너 마키무라 히데유키의 콤비를 일컫는 코드네임으로, 하드보일드 액션이 일품인 버디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뒷골목을 주름잡는 야쿠쟈와 거대한 범죄조직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해결사 사에바 료가 보여주는 성인취향의 액션이 매력적인 작품이긴 했으나, 소년 점프의 작품으로서는 다소 어둡고 성인취향의 이야기 전개로 인해 대중적인 코드는 다소 부족한 작품인 편이었다. 

하지만, 파트너인 마키무라 히데유키의 죽음과 그의 여동생이자 본 작품의 히로인인 마키무라 카오리의 등장, 그리고 히데유키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거대한 신디게이트 유니온 데오페와의 일전이 일단락 된 후에 분위기는 서서히 하드보일드 액션에서 코믹과 개그가 섞인 작품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이는 당시 연재 중이던 북두의 권과의 차별화된 노선을 바랐던 편집부의 요구라 전해지고 있다.) 특히, 작품의 또다른 히로인이자 팜므파탈적인 분위기로 카오리를 능가하는 매력을 보여준 여형사 노가미 사에코의 등장부터 사에바 료의 과도한 성적 욕망과 변태적인 욕구가 서서히 개그 코드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더니 남자의 성기를 적극 활용(?)한 엽기적인 개그를 선보이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있다.

물론, 성인취향의 하드보일드 액션물에서 화장실 개그와 성적 농담이 만발하는 작품으로 성격이 변했다고 해도 성인취향의 작품이라는 점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지만, 당시 시티헌터의 개그는 저질 개그만으로 폄하하기에는 센스 넘치는 폭발적인 웃음코드가 담겨 있었으며, 그 와중에서도 소년지에 연재하는 만화의 본분을 잊지 않고 아슬아슬한 한계선에서 표현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재미가 반감되지 않은 호조의 센스는 가히 놀라웠다고 할 수 있다. (진지함과 엽기를 왔다갔다하는 작품의 색깔은 한국의 히트코믹스 '열혈강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하겠다.) 한국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무판권의 해적코믹스로 유출되어 당시 성인만화계의 대명사 구호의 '도시의 욕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 사에바 료의 한국식 이름은 '방의표', 후일 재출간된 정식 한국어판, 아니 그림터 코믹스 해적판에서는 '우수한'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뒤, 후일 정식 한국어판을 통해 사에바 료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 (카오리는 엄화란과 사우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구호판 성인만화의 방의표, 엄화란이 더 친근한 편)

80년대 중후반에 들어 리얼로봇 아니메의 쇠퇴와 함께 SF와 로봇장르가 동반몰락할 즈음, '더티 페어(1985)'를 통해 비로봇계열 작품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선라이즈는 1987년 3월, 오오시마 야스이치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배트 앤 테리(1987)'를 극장 아니메로 개봉한 뒤 곧이어 4월 시티헌터 TV 시리즈를 방영하기에 이른다. 이제까지 SF 로봇 아니메에 주력하던 선라이즈에게 이 두 작품은 장르적으로도 첫 시도였지만, 동시에 오리지널 아니메가 아닌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아니메라는 점에서도 첫 시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도전이 성공을 거둠으로 인해 선라이즌 리얼로봇의 후퇴 속에서도 주춤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게 된다. 87년에는 사명 역시 닛폰 선라이즈에서 선라이즈로 개명하게 되는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은 선라이즈의 다양한 도전과 시도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 배트 & 테리(バツ&テリー) 1987 by 캅셀 (보러가기)

시리즈의 연출은 코다마 켄지로, 시티헌터와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루팡 3세 2기(1977)'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전례가 있는데다가 '캣츠 아이(1983)' TV 시리즈 아니메의 감독으로 활약한 도쿄무비신사 출신의 연출인지라 본작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도는 높다고 할 수 있다. 코다마 켄지 외에도 캐릭터 디자인의 카미무라 사치코나 작화감독인 키타하라 타케오 등도 모두 도쿄무비 출신. 카미무라 사치코의 경우는 켄지 감독과 부부지간이기도 하다. (시티헌터의 판권이 선라이즈로 넘어오기 전에는 도에이나 도쿄무비 측이 유력한 제작사로 거론되었다고 한다.)

ⓒ 北条司 · 集英社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모리모토 코지가 맡았다. 한달 정도 앞서 개봉된 '더티페어 극장판(1987)'에서 007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감각적이고 영화적인 오프닝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이기에 본작의 오프닝 역시 감각적인 구도와 연출이 돋보이는 오프닝이라 하겠다.(개인적으로 80년대 오프닝 중 제일 좋아하는 오프닝 애니메이션 중 하나)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수놓은 코히루이마키 카호루의 곡 '사랑이여 사라지지 말아줘'도 오리콘 TOP 10에 진입하며 인기를 끌었으며, TM Network의 엔딩 테마 'Get Wild'는 가히 폭발적인 반응으로 당시 일본의 JPOP 챠트 대부분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이 곡을 기점으로 TM Network의 인지도가 전국구로 상승하게 되었다고 봐도 될 듯.

93년에는 성룡 주연의 실사영화로 만들어지고 했으나, 시티헌터라는 타이틀만 같을 뿐, 대표적인 성룡 스타일의 액션영화로 각색되어 원작과의 접점을 찾기는 힘들다. 2011년 5월 말 방영예정으로 현재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 중에 있는데, 인기 탤런트인 이민호와 이민영이 주연을 맡은 작품에, 한류스타인 카라의 구하라도 캐스팅되어 있다고 한다. 다만, 시놉시스나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아 드라마 역시 원작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의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티헌터 2 (1988)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정보>

감독: 코다마 켄지
◈ 각본: 코다마 켄지, 호시야마 히로유키, 엔도 아키노리 外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 / 아키타카 미카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
◈ 미술감독: 미야마에 ?, 히가시 쥰이치
◈ 음악/노래: 야노 타츠미 / PSY·S, FENCE OF DEFENSE, 오카무라 야스유키(岡村靖幸), TM NETWORK
◈ 기획: 스와 미치히코
◈ 제작사: 선라이즈, 요미우리 TV
◈ 저작권: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 일자: 1988.04.02 ~ 1989.07.14
◈ 장르: 액션, 모험, 코믹
◈ 구분/등급: TVA (63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1기 종영 후 곧바로 시작된 2기 시리즈. 월요일 19:00~19:30시에 방영했던 1기와는 달리 토요일 18:00~18:30시에 방영시간이 조정되었다. 주요 스탭진의 구성은 1기와 거의 동일하다. 원작 단행본 12권부터 23권 사이의 내용에 해당되지만, 34편 정도는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리지널 에피소드의 경우는 전편과 후편으로 나뉘어져 방영되었다.


시티헌터, 사랑과 숙명의 매그넘(1989)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정보>

감독: 코다마 켄지
◈ 각본: 엔도 아키노리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 / 아키타카 미카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 코지나 히로시
◈ 음악/노래: 야노 타츠미 / 카네코 미카(金子美香), 타카하시 마리코(高橋真梨子)
◈ 제작사: 선라이즈, 요미우리 TV, JVC
◈ 저작권: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 일자: 1989.06.17
◈ 장르: 액션, 모험, 코믹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시티헌터의 첫번째 극장판 아니메. 코믹스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오리지널 스토리로, 머나먼 이국에서 온 미모의 피아니스트의 의뢰를 받아 행방불명된 그녀의 아버지를 찾는 사에바 료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시티헌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표방하는 가족애를 테마로 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리즈 자체의 스케일이나 이야기는 기존 TV 시리즈에 비해 그다지 크게 변한 부분은 없다.


시티헌터 3 (1989)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정보>

감독: 코다마 켄지
◈ 각본: 히라노 야스시, 히구라시 유이치(日暮裕一), 히라야나기 마스미(平柳益実)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 / 코하라 쇼헤이(小原渉平)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
◈ 미술감독: 미야마에 ?, 히가시 쥰이치
◈ 음악/노래: 야노 타츠미 / 코무로 테츠야(小室哲哉), 스즈키 키요미(鈴木聖美)
◈ 기획: 스와 미치히코
◈ 제작사: 선라이즈, 요미우리 TV
◈ 저작권: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 일자: 1989.10.15 ~ 1990.01.21
◈ 장르: 액션, 모험, 코믹
◈ 구분/등급: TVA (13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2기로부터 3개월 뒤에 시작된 3기 시리즈. 13개의 에피소드 중 오리지널 에피소드는 거의 없다. 방영 당시 원작의 단행본이 22~24권까지 출간되던 시기(소년점프의 연재 상으로는 좀 더 진행되었겠지만)로, 오리지널 스토리 없이 원작의 이야기만을 갖고 제작했다면 이미 2기에서 23권의 내용까지의 내용을 다루었기에 13화 이상 시리즈를 지속시키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시티헌터, 베이시티 워즈 / 백만달러의 음모 (1990)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정보>

감독: 코다마 켄지
◈ 각본: 히라노 야스시 - 베이시티 워즈, 토노이케 쇼지(外池省二) - 백만달러의 음모
◈ 캐릭터 디자인: 카미무라 사치코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 카미무라 사치코
◈ 음악/노래: 야노 타츠미 / 오기노메 요코(荻野目洋子)
◈ 제작사: 선라이즈, 요미우리 TV, JVC
◈ 저작권: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 일자: 1990.08.25
◈ 장르: 액션, 모험, 코믹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두번째 극장판은 2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백만달러의 음모편은 료를 오빠의 원수로 생각하고 접근한 에밀리의 이야기이며, 베이시티 워즈 편은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에게 점거당한 베이시티 호텔을 무대로 펼쳐지는 액션이 그려지고 있다. 베이시티 워즈의 경우는 다이하드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직감할 수 있는 부분. 카미무라 사치코가 직접 작화감독으로 나서면서 전체적인 작풍은 그녀 자신이 많은 영향을 받은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잔상을 느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다른 시리즈에 비해 고급스러운 작화를 보여주고 있다.


시티헌터 91 (1991)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정보>

감독: 에가미 키요시(江上潔)
◈ 각본: 토노이케 쇼지, 고토 진페이(後藤信平), 히라노 야스시 外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코지나 히로시(神志那弘志) / 야마우치 노리야스(山内則康)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田原優子
◈ 음악/노래: 야노 타츠미 / GWINKO, AURA
◈ 제작사: 선라이즈, 요미우리 TV
◈ 저작권: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 일자: 1991.04.28 ~ 1991.10.10
◈ 장르: 액션, 모험, 코믹
◈ 구분/등급: TVA (13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원작의 23권~31권 사이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마지막 TV 시리즈. 캐릭터 디자인이 바뀌면서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이 시기에도 아직 원작의 연재가 종료되지는 않았기에 믹 엔젤과 유니온 데오페가 등장하는 클라이막스 에피소드가 다루어지지는 못했다. 예전같지 않은 원작의 위상마냥 시리즈는 10화로 방영이 끝났으며, 나머지 3화는 1시간 반짜리 스페셜 형태로 방영된다.


시티헌터 TV 스페셜 (1996~1999)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정보>

◈ 더 시크릿 서비스 (1996.01.05)
   감독: 코다마 켄지 / 구성: 엔도 아키노리, 코다마 켄지 / 작화감독: 키타하라 타케오
◈ 굿바이 마이 스윗하트 (1997.04.25)
   감독: 야마자키 카즈오(やまざきかずお) / 구성: 히구라시 유이치 / 작화감독: 사토 케이이치
◈ 긴급생중계!? 흉악범 사에바 료의 최후 (1999.04.23)
   감독: 오쿠와키 마사하루(奥脇雅晴) / 구성: 키시마 노부아키 / 작화감독: 사쿠마 신이치(佐久間信一)
◈ 음악: 야노 타츠미, 니시다 마사라(西田マサラ)
◈ 노래: 야노KONTA, 앤 루이스, HUMMING BIRD, NAHO, SEX MACHINEGUNS, TM NETWORK
◈ 제작사: 선라이즈, 요미우리 TV / 니혼 TV (스페셜 3탄만)
◈ 저작권: ⓒ 北条司 / NSP·YOMIURI TV·SUNRISE
◈ 일자: 1996.01.05 / 1997.04.25 / 1999.04.23
◈ 장르: 액션, 모험, 코믹
◈ 구분/등급: TV 단편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TV용으로 제작된 단편 애니메이션. 1편 시크릿 서비스의 경우에는 원 시리즈의 핵심 스탭진이 참여하였지만 이후의 두 작품은 새로운 제작진들이 참여하여 작품을 끌어가고 있다. 비슷한 장르의 루팡 3세처럼 TV 스페셜이 몇 편이 제작되지만, 루팡 3세만큼의 롱런은 하지 못한체 21세기를 맞이하여 시티헌터의 시계는 정지하게 된다. 하지만 호조의 후속작 엔젤하트가 2005년 다시 TV 시리즈로 등장하면서 시티헌터 역시 부활을 맞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シティーハンター, Wikipedia Japan
[2] シティーハンター (アニメ), Wikipedia Japan
[3] シティーハンター <TV> (1987~1988), allcinema.net
[4] シティーハンター 愛と宿命のマグナム (1989), allcinema.net
[5] シティーハンター ベイシティウォーズ (1990), allcinema.net
[6] シティーハンター 百万ドルの陰謀 (1990), allcinema.net
[7] シティーハンター’91<TV>(1991), allcinema.net
[8] シティーハンター2 <TV>(1988), allcinema.net
[9] シティーハンター3<TV>(1989), allcinema.net
[10] シティーハンタースペシャル ザ・シークレット・サービス <TVM> (1996), allcinema.net
[11] シティーハンタースペシャル グッド・バイ・マイ・スイート・ハート <TVM>(1997), allcinema.net
[12] シティーハンタースペシャル 緊急生中継! 凶悪犯冴羽リョウの最期 <TVM> (1999), allcinema.net
[13] 시티헌터, 베스트 아니메
[14] 시티헌터,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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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닉 식스 (1987), Bionic Six 


ⓒ TMS · MCA/Universal


<정보>

◈ 총감독: 데자키 오사무(出崎統)
◈ 연출: 샘 니콜슨(Sam Nicholson), 존 워커(John Walker), 리 미시킨(Lee Mishkin), 존 엠(John Ahem), 마크 글래맥(Mark Glamack)
◈ 각본: 쟝 마크 로피셔(Jean-Marc Lofficier), 고든 브레섹(Gordon Bressack), 파멜라 힉키(Pamela Hickey), 크레이그 밀러(Craig Miller)
◈ 스토리보드: 마이크 보스버그(Mike Vosburg)
◈ 캐스팅: 존 스테펜슨(John Stephensen), 카롤 빌거(Carol Bilger), 할 라일(Hal Rayle), 바비 블락(Bobbie Block), 노만 버나드(Norman Bernard), 브라이언 토치(Brian Torchi)
◈ 음악: 토마스 체이스(Thomas Chase), 스티브 룩커(Steve Rucker)
◈ 제작사: 도쿄무비 신사, MCA TV (現 NBCUniversal TV)
◈ 저작권: ⓒ TMS · MCA/Universal
◈ 일자: 1987.04.19 ~ 1987.06.28 / 1987.09.08 ~ 1987.11.12
◈ 장르: SF, 모험,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22화/43화) /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근 미래의 지구, SPL의 천재 과학자 아마데우스 샤프 박사는 생체공학을 이용, 인간에게 강력한 초능력을 부여하는 연구에 성공한다. 샤프 박사의 테스트 피험자로 특수요원 잭 베넷이 선정되었으며, 투시와 망원, 에너지파를 발산하는 특수한 눈과 강력한 청력, 그리고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 그에게는 바이오닉 1이라는 코드명이 부여된다. 하지만, 베넷 가족이 스키여행 도중 불의의 사고로 바이오닉 1을 제외하고 모두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되자, 샤프 박사는 바이오닉 1에게 사용했던 생체공학기술을 사용하여 그들을 모두를 부활시키게 된다.

부인인 헬렌 베넷은 텔레파시 능력과 예지력, 그리고 환영을 보여주는 능력을 가진 마더 1으로, 장남인 에릭 베넷은 전자파를 이용하여 금속을 자유자재로 조정하거나 파괴할 수 있으며, 괴력을 발휘하는 팔을 가진 스포츠 1으로, 딸인 메그 베넷은 어깨에 달린 장치를 통해 음파 광선을 발사하며, 초인적인 스피드를 낼 수 있는 다리를 가진 록 1로, 입양된 흑인 아들인 J.D 베넷은 강력한 괴력과 엄청난 지적 능력을 소유한 IQ로, 막내이자 입양된 동양계(일본계) 아들인 분지로 베넷은 파워업된 가라데 기술을 사용하는 가라데 1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초인적인 능력을 보유하게 된 베넷가족은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요원 '바이오닉 식스'로 불리게 되는데...


<소개>

일본의 도쿄 무비신사와 미국의 MCA TV가 합작으로 만든 작품. '고르고 13(1983)' 이후 수년간 아니메를 떠나 일미 합작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던 데자키 오사무가 총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총감독이라고는 하지만, 작품 대부분의 스토리나 콘티 등이 미국 스탭진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에피소드 연출 역시 미국이 연출가 등에 의해 이루어졌기에 전반적인 모양새는 데자키의 스타일과는 상이한 작품이며, 아니메적인 느낌은 거의 묻어나지 않는 미국식 히어로물로 볼 수 있다.

다만, 오프닝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드러나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스타일리쉬한 히어로 액션은 이 작품의 어딘가가 기존의 미국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연출이나 콘티 뿐만 아니라 작화에 있어서도 미국의 아동 애니메이션이나 여타 히어로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세심한 터치와 디테일이 인상적인데, 이는 역시 공동 제작으로 참여한 도쿄무비 신사의 영향력임을 직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도쿄무비 신사가 84년에 제작했던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 '마이티 오봇트(1984)'라든지 프랑스와의 합작으로 제작했던 '우주전설 율리시즈 31(1981)'와도 스타일에서 연계가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또한 일본 스타일도 아니며, 미국 스타일도 아닌 무국적인 스타일의 작화에는 한국 출신 애니메이터들이 힘도 어느정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출동! 바이오 용사 by 송락현, TIME CAPSULE | 1991 (보러가기)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인상적이었던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비해 본편의 에피소드가 모두 이런 놀라운 움직임과 장면을 선사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야기 전개는 스캐럽 박사의 팀 스캐럽이 일으킨 소동을 바이오닉 식스가 힘을 합쳐 매회 해결하는 형태의 단편 에피소드 형태로 진행되는데, 상당 에피소드는 비교적 얌전(?)하고 비폭력적인 양상을 띄고 있었으며, 그러다가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상당히 스케일이 큰 액션씬을 선사하면서 기대에 부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각자 자신만의 독특한 초능력을 보유한 히어로 전대라는 점에서는 과거 '사이보그 009(1966)'나 '갓챠맨(1972)'에서 이어져온 일본식 히어로의 편린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베넷 가족이 바이오닉 식스로 변신하는 장면에서 손목에 찬 시계를 사용하는 장면은 갓챠맨의 오마쥬로 봐도 무방할 듯.

여기에 아프리카 계나 일본계 입양아를 가족의 일원으로 포함시켜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가족상을 보여주는 부분도 기존의 미국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히어로 가족이라는 점에서는 픽사의 '인크레더블(2004)'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가족애라는 미국 불변의 테마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두 작품은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88년 KBS2를 통해 방영되면서 기존의 미국 애니메이션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과 다이나믹한 스토리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시리즈는 시즌2의 65화를 끝으로 종영되었으며, 아쉽게도 이후에 후속작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데자키 오사무는 바이오닉 식스의 시즌 2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하스브로의 피규어 완구를 모델로 한 'Visionaries: Knights of the Magical Light(1987)'이라는 또다른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에 크리에티브 컨설턴트로 참여하기도 한다.


<참고 사이트>

[1] Bionic Six, Wikipedia
[2] バイオニックシックス, Wikipedia Japan
[3] Bionic Six (U.S. TV), ANN
[4] Bionic Six, Garn's Guide
[5] BionicSix.net
[6] 바이오닉 식스 (Bionic Six, 1987), 뿌리의 이글루스 
[7] 출동! 바이오 용사, Your Friendly Neighborhood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MS · MCA/Universal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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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1987), 王立宇宙軍 オネアミスの翼 / Wings of Honneamise


ⓒ BANDAI Visual · GAINAX


<정보>

◈ 원안/각본/감독: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
◈ 각본협력: 오오노기 히로시(大野木寛)
◈ 조감독: 아카이 타카미(赤井孝美),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마스오 쇼이치(増尾昭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
◈ 작화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 이이다 후미오(飯田史雄), 모리야마 유지(森山雄治)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스페셜 이펙트 아티스트: 안노 히데아키
◈ 프로덕션/레이아웃 디자인: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켄이치 소노다(園田健一), 후지와라 카무이(藤原カムイ)
◈ 음악/노래: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 기획: 오카다 토시오(岡田斗司夫), 와타나베 시게루(渡辺繁)
◈ 제작총지휘: 야마시나 마코토(山科誠) - 반다이 사장(1980~1999)
◈ 제작사: 가이낙스, 반다이 비주얼
◈ 저작권: ⓒ BANDAI Visual · GAINAX
◈ 일자: 1987.03.14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지구를 연상시키는 어느 행성의 오네아미스 왕국. 왕국의 우주개발을 위해 설립된 속칭 '왕립우주군'은 거창한 명칭과는 달리 열명 밖에 안되는 인원에 매번 실패만 거듭하는 명목 뿐의 군대로, 같은 군대 내에서도 따돌림과 무시를 당하는 집단이었다. 소속되어 있는 군인들 역시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무기력하고 나태한 체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으로, 어렷을 적부터 하늘을 나는 파일럿을 동경했으나 부적격자로 결정되어 낙방한 시로츠구 라닷트도 그들 중 하나.

하루하루를 아무런 목표 없이 살아가던 시로츠구는 동료들과 노닥거리던 어느날 밤 유흥가에서 헌신적인 포교활동을 하는 한 소녀를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전단지를 받아든 시로츠구, 무료한 일상에 지쳐있던 그는 흥미삼아 전단지에 적힌 그녀, 리이쿠니 논데라이코의 집을 찾아가게 되는데...


<소개>

ⓒ BANDAI Visual · GAINAX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아니메 스튜디오로 성장하게 된 가이낙스의 첫 시작을 알린 작품. 81년 일본 SF 대회 'DAICON III'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의 실행위원으로서, 아마추어 대학생들을 모아 자체 제작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오카다 토시오는 자신이 운영하는 SF 용품 전문점 제너럴 프로덕츠를 통해 이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시작된 DAICON FILM의 영상 소프트와 관련 상품을 판매하며, 전문 애니메이터가 아닌 오타쿠 기반 제작 시스템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이후 8mm 특촬물을 제작하는 등 오카다 토시오와 다이콘 필름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넓혀가게 되었으며, 84년에는 16mm 필름으로 찍은 독립영화 '八岐之大蛇の逆襲'을 반다이를 통해 판매하면서 거대 기업 반다이와도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던 중, 제너럴 프로덕츠의 멤버로 다이콘 3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던 대학생 야마가 히로유키가 모종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다. 오카다와 야마가는 이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기로 결심하고, 역시 다이콘 3 오프닝에 참여했던 안노 히데아키와 사다모토 요시유키 등이 참여하면서 초기 핵심멤버 진용이 구축된다. 그들은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OVA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다이콘 필름에서 인연을 맺은 반다이와 접촉하는데, 프라모델사업을 넘어 영상 소프트 산업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반다이는 이들의 구상을 OVA가 아닌 장편 극장 만화영화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펼치게 된다. 이로 인해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 반다이와 촌티가 풀풀나는 아마츄어 오타쿠 집단의 극적인 태그 매치가 결성된다.

반다이가 제시한 극장 만화영화의 제작을 위해 오카다 토시오는 제너럴 프로덕츠와 다이콘 필름을 모체로 1984년 12월 24일, 별도의 아니메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오타쿠 집단 가이낙스의 시작이었다. 오타쿠에 대한 좋지 않은 사회적 인식을 피부로 느끼고 있던 그들은 이 작품을 통해 정말 제대로 된 고품격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적인 의지를 품게 되는데, 기실 이것이야말로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한 정신이기도 했다. 만화영화 제작에 노하우가 전무했던 스폰서 반다이 덕에 제작은 가이낙스의 뜻대로 별 무리없이 흘러가게 되었으니 어찌보면 이 역시 상업적으로 커다란 불안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재대로 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작품의 세계관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갖고 있지만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상의 세계이기에 이 세계를 구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설정들이 필요했는데, 하드코어 오타쿠 집단답게 그들은 이 세계관을 이루는 설정들을 세심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재창조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은 하나도 빠짐없이 애니메이션에 적용되었고, 이로 인해 한컷 한컷 느껴지는 정보량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아니메 중에서 이 정도의 치밀한 장면구성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키라(1988)'로 잘 알려진 거장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작품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디테일로만 치면 근래의 CG 애니메이션을 능가하기까지 하며, 실제 이 작품에는 일부분에 CG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다만 CG로 기본 프레임을 완성하고 채색은 수작업으로 하는, 현재의 수준에서도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다고 전해진다. ([4] 참조)

NASA 견학, 자위대 체험을 통해 비행씬이나 로켓발사씬 등을 재현하기 위한 스탭들의 사전조사는 어떤 면에서는 아마추어의 그것을 뛰어넘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것이 철저히 상업적인 고려가 배재된 오타쿠적 마인드에서 출발하였다는 것도 문제. 누군가 제동을 걸어줄 사람이 없이 그저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정열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년이 넘어갈 정도로 장기 프로젝트가 되었고, 그로 인한 제작비 상승도 애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반다이로부터 받은 제작비가 모두 동나자 오카다가 직접 발로 뛰면서 여기저기서 제작비를 빌려왔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문과 인터넷 상의 각종 자료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제작비는 8억엔에 다다랐다고 한다. 다만, 이 제작비는 홍보비와 마케팅비도 포함되어 있는 금액이다.

ⓒ BANDAI Visual · GAINAX

마침내 집념으로 완성된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가 87년 3월 14일 개봉되었다. 실로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된 80년대 최대의 대작 아니메는 영상미에 있어서는 일본 아니메史를 새로 쓴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으나, 이야기에서는 대중적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니아적인 영상미로 똘똘 뭉친 이 작품에게 사실 상업적 성공을 바라는 것이 무리였다고나 할까. 로봇과 미소녀에 빠져사는 오타쿠라는 사회의 선입견을 보란 듯이 이겨보고자 했던 오타쿠들의 정공법적인 시도는 관객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사는 오타쿠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캐릭터의 묘사라든지 이야기의 흐름 등 작품의 전반적인 모습은 드라마틱함이 부족하여 지루함을 유발하고 있다. 극한의 영상미가 스토리에 있어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왕립우주군은 지루하다, 재미없다라는 몇 마디로 평가절하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의의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수작업으로 그려낸 극한의 영상미는 다소간의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마니아라면 반드시 두 눈에 담아야할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극장 개봉수익은 제작비의 반 수준에 그치며 참패하고 말았지만, 이후의 영상 소프트 판매에서는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며 아니메의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게 되었고, 제5회 일본 아니메 대상 작품상, 미술상, 촬영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에서는 그 완성도에 상응하는 평가를 얻어내게 된다.

한편, 왕립우주군의 제작과 동시에 해산할 예정이었던 가이낙스는 작품에서 발생한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오타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오타쿠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지극히 오타쿠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하지만, 특유의 오타쿠적 마인드(?) 덕분에 가이낙스의 재무상황은 이후에도 수년동안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王立宇宙軍 オネアミスの翼, Wikipedia Japan
[2] Wings of Honneamise (movie), ANN
[3]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위키피디아
[4]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엔하위키 미러
[5]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王立宇宙軍 オネアミスの翼) 1987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BANDAI Visual · GAINA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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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검 크라이시스 (1987), バブルガムクライシス / Bubblegum Crisis


ⓒ AIC · 東芝 EMI


<정보>

◈ 기획/원작: 스즈키 토시미치(鈴木敏充)
◈ 파트 1~4 감독: 아키야마 카즈히토(秋山勝仁)
◈ 파트 5~6 감독: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파트 7/8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고다 히로아키(合田浩章)
◈ 각본: 마츠자키 켄이치(松崎健一), 카키누마 히데키(柿沼秀樹), 아라마키 신지(荒牧伸志), 아키야마 카즈히토, 스즈키 토시미치, 요시다 히데토시(吉田英俊)
◈ 캐릭터 디자인: 켄이치 소노다(園田健一)
◈ 메카닉 디자인: 카키누마 히데키, 아라마키 신지, 켄이치 소노다, 유메노 레이(夢野れい), 야마네 키미토시(山根公利)
◈ 파트 1~2 작화감독: 타나카 마사히로(田中正弘), 나카 모리푸미(仲盛文)
◈ 파트 3~4 작화감독: 타나카 마사히로, 오쿠다 준(奥田淳)
◈ 파트 5~6 작화감독: 고다 히로아키, 오바리 마사미, 마츠바라 히데노리(松原秀典)
◈ 파트 7/8 작화감독: 우루시하라 사토시(うるし原智志), 요시모토 긴지(よしもときんじ) / 마츠바라 히데노리
◈ 미술감독: 아라이 카즈히로(荒井和浩), 이케다 시게미(池田繁美), 난고 유이치(南郷洋一), 히라키 노리히로(平城徳浩)
◈ 음악/노래: 마카이노 코우지(馬飼野康二) / 오오모리 키누코(大森絹子), 나이트 세이버즈 外
◈ 제작사: 아트믹, AIC, 유맥스(도시바 EMI의 자회사)
◈ 저작권: ⓒ AIC · 東芝 EMI
◈ 일자: 1987.02.25 ~ 1991.01.30
◈ 장르: SF, 액션
◈ 구분/등급: OVA (8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2025년의 관동 대지진으로 도쿄는 반으로 갈라지는 대참사를 맡게 된다. 참혹한 대지진으로부터 재건의 움직임이 일어난지 7년 후인 서기 2032년, 도쿄는 메가 도쿄로 이름이 바뀌어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거대한 부의 도시로 탈바꿈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형 안드로이드 부마(Boomer)의 개발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권력을 독점하게된 게놈(GENOM)사의 독주와 그로 인한 양극화 사회 체제가 자리잡게 된다. 특히, 산업용 로봇으로 개발된 부마 중 일부가 범죄에 악용되는 등 범죄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었으며, 대지진으로 인한 사회혼란을 막기 위해 창설된 특수 경찰조직으로 일반 경찰조직보다 강력한 화력을 겸비하고 있는 A.D 폴리스조차 부마의 막강한 힘 앞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메가 도쿄에서 경찰의 힘으로조차 어찌할 수 없는 강력한 머신들을 앞세운 범죄에 대항하는 수수께끼의 무장세력이 있었으니, 특수한 강화복으로 모습을 감춘 그들은 스스로를 나이트 세이버즈(Knight Sabers)라 칭하고 있었다. 란제리 숍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적이고 차가운 미녀 시리아 스팅레이, 라이브 가수로 바이크에도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야생마 같은 여인 프리스, 에어로빅 강사로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의 린나 야마자키, 그리고 A.D 폴리스 소속으로 특급 해커의 실력을 갖춘 네네 로마노바, 강한 개성을 가진 네 명의 여성들이 바로 수수께끼의 전사 나이트 세이버즈의 정체였으니...


<소개>

'메가존 23 파트 1(1985)'와 '메가존 23 파트 2(1986)'를 통해 OVA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스즈키 토시미치와 그가 설립한 아트믹은 술쉼틈도 없이 '갈포스 Eternal Story(1986)'을 발표하며 세번째 홈런을 터뜨리게 된다. 메카닉+미소녀라는 공식은 아트믹의 작품들을 통해 OVA에 있어서 가장 성공적인 공식 중 하나임을 입증하게 되었으며, 여기에 OVA라는 매체의 특성상 메이저 가전업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던 이 시리즈들은 스폰서 업체들이 음반시장에까지 그 영역이 미치고 있었기에 OST에 있어서도 다른 작품들을 압도하는 파워를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80년대 아니메 중 주옥같은 명곡들 상당수가 아트믹의 작품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SF, 미소녀, 노래가 결부된 아트믹의 OVA는 명실공히 젊은 아니메 세대들에게 딱 맞는 맞춤형 상품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는 이 시리즈들의 실질적인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성공 공식이기도 했다.

ⓒ AIC · 東芝 EMI

갈포스를 통해 메가존 시리즈와는 다른 새로운 미소녀 메카닉 액션 아니메를 선보인 아트믹은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미치가 직접 기획과 원작을 맡아 또다른 스타일의 미소녀 메카닉 액션물을 87년 선보인다. 갈포스에서 활약한 아키야마 카즈히토, 카기누마 히데키, 마츠자키 켄이치, 소노다 켄이치, 유메노 레이, 야마네 키미토시 등이 참여하고 여기에 메가존 시리즈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아라마키 신지까지 가세하여 또 한편의 걸작 OVA 아니메가 세상에 등장하니 그것이 바로 메가존 시리즈와 함께 아트믹이 만들어 낸 걸작 OVA 아니메로서 현재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버블검 크라이시스(1987)'이다.

인간형 사이보그 부머의 폭주와 이를 막기 위해 싸우는 나이트 세이버즈의 활약,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미래의 음침한 도시 등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SF 마니아들과 후대의 SF 영화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되는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런너(1982)'에 상당한 영감을 받았음을 느낄 수 있다. 입고 싸운다는 개념의 강화형 장갑복은 그 옛날 토미노 요시유키가 '기동전사 건담(1979)'를 통해 아니메에 도입하려 했던 파워드 슈츠의 아니메식 재해석으로, 이제까지의 일본 SF 아니메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이다. 이는 '기갑창세기 모스피다(1983)'부터 메가존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라이딩 아머와 가란드를 디자인해온 아라마키 신지의 결과물이다. 캐릭터 디자인의 소노다 켄이치는 갈포스와 버블검 크라이시스 단 두 시리즈 만으로 80년대 OVA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이 두 작품의 파급효과가 너무 커서인지 이후에는 그닥 두드러진 활약을 못보인다고 할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한 명 삽입곡과 함께 펼쳐지는 뮤직 비디오와 같은 연출은 이 작품의 백미이다. 정교한 메카닉 디자인,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펼쳐지는 스타일리쉬한 영상미는 당대의 트렌드를 반영해낸 실로 대단한 장면들로, 지금 보면 다소 디테일이나 마감의 어설픔이 느껴질지언정 장면 구성이나 연출 감각 등에 있어서는 당대 아니메의 수준을 뛰어넘는 감각과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초의 에피소드에서 타이틀롤과 함께 펼쳐지는 메가 도쿄의 음산한 정경을 지나 도시의 평범한 밤풍경과 함께 펼쳐지는 전운이 감도는 사운드가 펼쳐지고, 곧이어 메인테마 '오늘 밤은 허리케인'과 함께 시작되는 매력적인 프리스의 등장과 A.D 폴리스, 그리고 부머의 결전으로 이어지는 도입부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니메 명 시퀀스로 손색이 없다.

아키야마 감독의 주도하에 진행된 파트 1부터 파트 4 이후 시리즈는 노선의 변화를 꾀한다. 우선 당시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 오프닝을 통해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천재 애니메이터 겸 메카닉 디자이너 오바리 마사미의 등장이 그것. 오바리의 가세로 인해 메카닉 프로포션은 일대 전환을 맞이하여 오바리 특유의 육감적인 라인으로 재구성된다. 후일 '오네가이 티쳐(2002)'의 캐릭터 디자인과 '오, 나의 여신님(2005)'의 감독으로 알려진 고다 히로아키와, 역시 오, 나의 여신님과 '사쿠라 대전'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유명해지는 마츠바라 히데노리 등이 참여하여 작화의 퀄리티는 파트 1~4보다 더 정교한 느낌을 준다. 파트 7에서는 18금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유명한 우루시하라 사토시와 요시모토 긴지 등이 참여하면서 또 한 번 스타일을 일신한다. 

ⓒ AIC · 東芝 EMI

갈수록 정교해지는 작화와 달리 스토리는 에피소드를 거듭할 수록 초반부의 매력과 신선함에 못미치는 감이 있다. 아키야마 카즈히토가 맡았던 파트 1부터 3까지의 스토리는 서로가 연관이 있었던 반면 이후는 개별 에피소드로 40여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기승전결을 갖추면서 이야기의 밀도나 스케일 등에서 이전 에피소드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 듯. 이런 이유에서 였는지 몰라도 당초 1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될 예정이었던 버블검 크라이시스 시리즈는 파트 8을 끝으로 일단락 되고 만다. 비디오 소프트의 판매량 감소와 같은 직접적인 원인이 작용하지 않았나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극에 등장하는 경찰 특공대 A.D 폴리스를 소재로 한 OVA 'A.D 폴리스(1990)'가 제작되기도 했다.

4년만에 시리즈는 막을 내리게 되지만 버블검 크라이시스는 80년대 OVA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타이틀로서 후대의 여타 아니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작품 자체로서도 OST로서도 시대를 앞서간 매력을 보여주었으며 주옥같은 당시의 곡들은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스타일과 멋이 살아있는 JPOP들로 귓가에 맴돌고 있다.


버블검 크래쉬 (1991) 


ⓒ アートミック

<정보>

◈ 기획/제작/원작: 스즈키 토시미치
◈ 감독: 1,3화 - 이시오도리 히로시(石踊宏) / 2화 - 후쿠시마 히로유키(福島宏之)
◈ 감수: 이시구로 노보루(石黒昇), 아라마키 신지
◈ 각본: 오리이 에무(有井絵夢)
◈ 캐릭터 디자인: 소노다 켄이치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아쿠츠 쥰이치(阿久津潤一), 토니 타케자키(トニーたけざき), 야마네 키미토시, 유메노 레이
◈ 미술감독: 오가타 유미코(緒方由美子)
◈ 음악/노래: 1,3화 - 나카자와 타케히토(中沢武仁), 2화 - 오오타 미치히코(太田美知彦) / 타치카와 료코(立川亮子)
◈ 제작사: 아트믹, 아트랜드, Polydor
◈ 저작권: ⓒ アートミック (?)
◈ 일자: 1991.04.25 ~ 1991.12.21
◈ 장르: SF, 액션 
◈ 구분/등급: OVA (3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일단락 된 버블검 크라이시스는 도시바 EMI의 자회사인 유맥스의 손을 떠나 Polydor에서 다시 리부트된다. 제작사 역시 AIC에서 아트랜드로 교체. 시리즈의 명칭은 버블검 크라이시스에서 크래쉬로 조정된다. 전작의 시간대인 2032~2033년이 아닌 1년 뒤인 203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탭진의 무게감은 전작만 못하며 연출진이나 각본 등 전작에 비해 네임밸류가 낮은 스탭들이 대거 기용되는데, 이를 보강하기 위해서인지 감수자로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와 원 시리즈의 핵심멤버인 아라마키 신지 등이 참여하고 있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디자인 스탭의 토니 타케자키로, 토니는 후일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림을 모사한 '토니 타케자키의 건담만화'로 국내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미처 마무리 되지 못한 시리즈의 후속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시리즈의 완성도는 전작만 못했고, 3화만에 시리즈는 종영되며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만다.


버블검 크라이시스 도쿄 2040 (1998) 


ⓒ AIC · JVC

<정보>

◈ 원작: AIC
◈ 감독: 하야시 히로키(林宏樹)
◈ 각본: 코나카 치아키(小中千昭), 무라이 사다유키(村井さだゆき)
◈ 캐릭터 디자인: 야마다 마사키(山田正樹)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 작화감독: 야마다 마사키, 타카오카 쥰이치(高岡淳一)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 음악/노래: 코레나가 코이치(是永巧一) / 프리스 S 아사기리(プリス·S·アサギリ), 스도 아키라(須藤あきら)
◈ 제작사: AIC, TV 도쿄, 빅터 엔터테인먼트(JVC 자회사)
◈ 저작권: ⓒ AIC · JVC
◈ 일자: 1998.10.? ~ 1999.03.?
◈ 장르: SF, 모험
◈ 구분/등급: TVA (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7년만에 리부트된 버블검 크라이시스는 1997년 도산된 아트믹을 대신하여 AIC가 저작권을 위임받아 제작에 착수했으며, 음반 소프트는 외국계 음반사였던 EMI와 Polydor의 뒤를 이어 빅터 엔터테인먼트가 맡게 된다. 이미 OVA 시장이 상당히 약화되고 대신 TV 시장에서의 표현의 자유도가 상승한 90년대 말이니만큼 리부트된 시리즈는 TV를 매체로 택했으며, 전작의 뒤를 이은 시퀄이 아닌 시리즈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리메이크 판 스핀오프가 되었다. 여러모로 새로운 옷을 입긴 했으나 전작의 아우라를 뛰어넘을 만큼의 매력은 보여주지 못한체 전체적으로 범작의 수준에 그쳤다는 느낌이 강하다.


<참고 사이트>

[1] バブルガムクライシス, Wikipedia Japan
[2] バブルガムクライシス TOKYO 2040, Wikipedia Japan
[3] バブルガムクライシス (1987), allcinema.net
[4] バブルガムクラッシュ!(1991), allcinema.net
[5] Bubblegum Crisis, Wikipedia
[6] 버블검 크라이시스 (1987년), 베스트아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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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전기 드라고나 (1987), 機甲戦記ドラグナー / Metal Armor Dragonar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 감독: 칸다 타케유키(神田武幸)
◈ 시리즈 구성/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 호시야마 히로유키(星山博之), 마츠자키 켄이치(松崎健一), 타카하시 료스케(奇数和十八라는 필명으로 참여) 外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谷田部勝義), 이우치 슈지(井内秀治) 外 / 히다카 마사미츠(日高政光), 후쿠다 미츠오(福田己津央)
◈ 캐릭터 디자인/게스트 캐릭터 디자인: 오오누키 켄이치(大貫健一) / 아시다 토요오(芦田豊雄), 스튜디오 라이브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작화감독: 나카무라 유우이치(中村旭良),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오카다 아리아키(岡田有章)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1기 / 오오모리 히데토시 - 2기
◈ 음악/노래: 와타나베 토시유키(渡辺俊幸), 하네다 켄타로(羽田健太郎) / 아유카와 마미(鮎川麻弥) - 1기 OP/ED, 야마세 마미(山瀬まみ) - 2기 OP/ED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神谷寿一→今井慎, 稲垣光繁, 요시 타카유키(吉井孝幸)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7.02.07 ~ 1988.01.30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서기 2087년 달에 세워진 통일국가 기가노스 제국이 지구연합에 대해 일방적인 독립을 선언하며 선전포고에 들어간다. 독자개발한 2족 보행 인간형 기동병기 메탈 아머(MA)를 앞세운 기가노스의 파상공세 앞에 지구군은 후퇴를 거듭, 지구의 일부마저 기가노스에게 넘겨주고 고전에 처하게 된다. 전황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기가노스가 개발한 신형 메탈 아머를 탈취할 계획을 세운 지구군. 탈취한 세대의 메탈 아머를 피난선에 싣고 빠져나오는 순간, 이를 눈치 챈 기가노스의 공격으로 피난선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피난선에 타고 있던 3명의 젊은이 케인과 탭, 그리고 라이트는 엉겁결에 빼앗은 세대의 신형 메탈아머 드라고나에 탑승, 추격하는 기가노스의 메탈 아머를 물리치고 피난선을 구하게 되는데...


<소개>

선라이즈의 3대 리얼로봇 아니메 감독인 칸다 타케유키의 작품으로, 80년대 마지막 리얼로봇 TV 시리즈이자, 건담 시리즈를 제외한 리얼로봇 TV 시리즈로는 마지막 작품. 칸다 감독 자신에게도 마지막 리얼로봇 TV 시리즈가 되었다. (이후 '기갑엽병 메로우링크(1988)'이나 '기동전사 건담 제08MS 소대(1996)'의 감독을 맡게 되지만, 이는 모두 OVA 시리즈이다.) 포스트 건담을 목표로 사그러져가던 리얼로봇 트렌드의 부활을 노린 작품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여러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며 리얼로봇의 쇠퇴를 막지는 못하게 된다.

포스트 건담을 지향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여러가지 설정이나 디자인 등은 퍼스트 건담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달의 기가노스 제국이 지구연합을 향해 독립을 선언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이야기 전개는 퍼스트 건담의 지온공국과 지구연방의 구도와 완전하게 동일하며, 인간형 기동병기로 인해 지구연방이 수세에 몰리는 부분 역시 대동소이하다. 3인의 남자 캐릭터가 3기의 드라고나를 조종하는 설정 역시 건담, 건캐논, 건탱크로 이어지는 퍼스트 건담의 메카 라인업과 동일. 여기에 붉은 혜성 샤아 아즈나블을 연상시키는 기가노스의 푸른매 마이요 플라토 등 어떻게 보아도 시리즈는 퍼스트 건담의 설정 대부분을 조금씩만 각색하여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역메카인 드라고나는 건담과 함께 칸다 감독의 전작인 '은하표류 바이팜(1983)'의 디자인을 계승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날개 달린 비행형 부스터 백팩을 장착한다는 설정이 그것으로 이는 바이팜의 슬링 패니어의 확장된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설정이 '기동전사 건담 시드(2002)'의 백팩 시스템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세 작품의 메카닉 디자인을 모두 오카와라 쿠니오가 맡으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재사용하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칸다 감독이 전작 바이팜의 감독이라는 점과 함께 본 작품에서 연출 스탭으로 참여한 후쿠다 미츠오가 후일 시드 시리즈의 감독을 맡는다는 점에서 연출가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되었음을 유추해볼 수도 있다.

본 시리즈 최대의 이슈는 바로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있다. 당시 '초수기신 단쿠가(1985)'로 업계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예 오바리 마사미가 담당한 드라고나의 1기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압도적인 메카닉 프로포션과 세련된 스타일로 로봇들을 묘사했으며, 정교하고 세심한 작화로 콕핏 내부를 묘사하는 등, 지금 보아도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로 인해 강렬한 임팩트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게 된다. 후일 오바리 마사미의 이 오프닝 애니메이션은 우메츠 야스오미가 그린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의 2기 오프닝 애니메이션과 함께 80년대를 대표하는 걸작 오프닝 애니메이션으로 회자되기도. (오프닝 애니메이션의 드라고나는 오바리의 드라고나라는 뜻에서 특별히 '바리구나'로 불리기도 하였다. 아하, 그렇구나...)

ⓒ SOTSU · SUNRISE

다만 문제는 오바리 마사미의 매력적인 메카닉 스타일링이 본편의 메카닉 작화와는 너무나 상이하다는 점에 있었는데,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보고 앞다투어 브라운관 앞으로 달려들었던 아니메 팬들로서는 큰 특색없는 본편의 메카닉 작화에 큰 실망감을 표시했으며, 내용 역시도 그닥 새로울 것 없는 이전 퍼스트 건담 시리즈의 반복인지라 오히려 시리즈의 인기는 오프닝 애니메이션 때문에 급락하는 기현상을 맡게 된다. 다만 48화에서는 오바리 마사미 본인이 직접 메카작감으로 참여하면서 시리즈 중 유일하게 오바리식 메카닉 스타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시리즈의 초반 전개는 리얼로봇의 일반적인 전개와는 다른 가벼운 개그 터치가 더해진 모습이었다. 주인공들도 유쾌한 성격으로, 시리어스한 여타 리얼로봇과는 다른 모습. 하지만, 퍼스트 건담과 거의 비슷한 설정으로 인해 이러한 몇몇 새로운 모습들은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게다가 주인공보다 더 인기를 얻게 된 캐릭터 마이요의 경우는 후반부에는 주인공과의 대립이 아닌 독자적으로 기가노스 제국과 싸우는 사이드 킥으로 활약하며 이미 캐릭터적 매력을 상실한 세 주인공에 비해 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기도. 여러 면에서 스토리는 갈수록 밀도와 흡입력을 잃어버렸으나 시리즈는 조기 종영없이 온전히 49화로 마무리 짓는다.

포스트 건담을 표방했으면서도 건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드라고나의 실패는 리얼로봇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리얼로봇은 건담 외에는 대안을 갖추지 못한 체 TV라는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했고, 그로 인해 바톤은 다시 건담과 토미노 요시유키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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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1986), 強殖装甲ガイバ / Bio Booster Armor Guyver


ⓒ 高屋良樹 · 徳間書店


<정보>

◈ 원작: 타카야 요시키(高屋良樹)
◈ 감독: 와타나베 히로시(渡辺浩)
◈ 각본: 이부 몬타(伊武紋太) - 아시다 토요오의 필명
◈ 캐릭터 디자인: 인도리 코야(いんどり小屋)
◈ 작화감독: 마쓰시다 하루미(松下浩美)
◈ 미술감독: 아라이 토라오(新井寅雄)
◈ 음악: 난바 타다시(難波正司)
◈ 기획/제작: 반다이 / 아시다 토요오, 가토 나카테루(加藤長輝), 아사카 타카오(浅賀孝郎)
◈ 제작사: 애니메이트 필름, 스튜디오 라이브, 반다이 비주얼, 무빅
◈ 저작권: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BANDAI
◈ 일자: 1986.12.13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비밀결사 조직 크로노스에서 생체실험을 받고 있던 피험자가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피험자는 크로노스 소유의 유니트라는 물건을 탈취한 체 도주했는데, 이 유니트는 아주 먼옛날 지구에 방문했던 고도의 문명을 지닌 이성인 강림자가 남긴 유산으로 크로노스의 일급기밀이기도 했다. 크로노스의 조직원들은 유니트를 회수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한편, 평범한 고등학생인 후카마치 쇼는 소꿉친구인 미유키를 좋아하지만, 미유키의 마음은 학생회장 마키시마 아키토에게 쏠려 있었다. 섭섭한 마음에 미유키의 오빠인 테츠로와 근처의 호수를 거닐던 쇼는 크로노스의 조직원과 탈출한 피험자의 격투 중에 폭발로 멀리 날아온 유니트를 발견하게 된다. 호기심에 유니트를 만지작 거리던 쇼는 갑자기 살아있는 유기체 처럼 덤벼드는 유니트에게 삼켜져 호수에 빠져 버리고, 때마침 기괴한 괴물로 변신한 크로노스 대원과 나머지 조직원들에게 테츠로가 포위되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는 순간, 쇼는 유니트가 변화한 이상한 갑옷을 입은 체 호수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소개>

토쿠마 서점의 '월간 소년 캡틴'을 통해 1985년부터 현재까지도 연재 중인 타카야 요시키의 초장기 연재만화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27년의 장기연재도 연재지만 현재까지 발행된 단행본의 수가 겨우 27권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연재가 한참 이뤄지던 1997년, 소년 캡틴이 폐간되면서 2년에 가까운 휴식기를 갖게 되었던 이 작품은 1999년 카도카와 서점의 '월간 에이스 넥스트'를 통해 다시 연재를 시작하지만, 에이스 넥스트마저 2002년 폐간된 후에는 '월간 소년 에이스'에서 연재를 재개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에 이른다.([1],[6] 참조)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작가의 연재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느리고 더디다. 게다가 코믹스를 본 팬들이라면 알겠지만 곳곳에 재사용 컷들이 무척이나 자주 등장해주고 있다. 세밀한 생체병기를 일일이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캐릭터의 얼굴과 같은 컷도 여기저기 틈날 때마다 재사용하는 등, 엄청나게 더딘 연재 속도를 무색케 하는 효율적인(?) 작업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으시다.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BANDAI

히어로 물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그 기저에는 가면 라이더 시리즈에서 이어져온 특촬물스러운 분위기가 깔려 있으며(이는 애초에 소년 캡틴 편집자의 기획의도를 반영한 것이라 한다.), 기기묘묘한 생체병기 조아노이드들이 등장하는 점에서는 여타의 히어로물과는 다른 호러틱한 괴수영화의 뉘앙스가 느껴지고 있다. 초반부만 하더라도 큰 몰입도를 주기에는 다소 밋밋한 스토리로 진행되던 가이버는 3권의 쇼와 아버지와의 골육상잔의 비극을 기점으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더니, 4권에서 마사키가 밝히는 강림자와 크로노스의 충격적인 진실부터는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하게 된다. 

거대한 비밀결사 조직 크로노스가 이야기 진행 중에 지구를 손아귀에 넣는 부분 역시 동일한 장르의 히어로 액션물과는 성격이 다른 흥미있고 심오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마이너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지만, 큰 스케일의 흥미로운 설정(그에 비해 이야기의 밀도나 세기는 다소 떨어짐)과 다양하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등장, 정교하고 세밀한 생체병기 디자인 등 작품 곳곳에서 풍기는 매력은 기대 이상이라 하겠다. 특히, 강림자에 의한 창세기와 그 뒤에 숨겨진 미스테리와 같은 부분은 마이너한 SF 코믹스에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심오한 설정이기도.

생체병기의 설정과 디자인은 특촬물스러운 분위기를 적절히 수용하여 굉장히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매 단행본마다 설정 디자인의 일부를 공개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타카야 요시키가 그려낸 생체병기의 세심한 설정을 엿볼 수 있다. 생체병기인 조아노이드나 조아로드, 그리고 강식장갑인 가이버 외에도 강림자의 우주선이나 크로노스의 거대한 방주, 크로노스 지배의 상징 크라우드 케이트 등 작품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굵직굵직한 컨셉은 무척이나 대단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이것은 이 작품이 단편 OVA 정도로 표현하기에는 그 덩치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이버의 첫번째 영상 소프트는 최초에는 OVA로 기획되었나 결국 극장에서 상영되었다. 아시다 토요오 휘하의 스튜디오 라이브의 작화팀 인도리 코야의 가세로 캐릭터 디자인은 아시다 토요오의 스타일이 진하게 베여 있다. 본 작품은 단행본 1권의 내용을 기반으로 했기에 전반적으로 작품의 모양새는 프롤로그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겠다. 아시다 토요오는 본 작품에서 각본과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강식장갑 가이버 ACT I (1989) 


<정보>

◈ 감독: 이시구로 코이치(石黒光一)
◈ 감수: 타카야 요시키, MAX 와타나베(MAX渡辺)
◈ 구성/각본: 타카야 프로덕션 / 산조 리쿠(三条陸)
◈ 캐릭터 디자인: 오오모리 히데토시(大森英敏)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 코로쿠 레이지로(小六禮次郎)
◈ 기획/제작: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사와노바리 마사키(沢登昌樹) / 카토 나카테루
◈ 제작사: 애니메이트 필름, 반다이 비주얼, 무빅
◈ 저작권: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BANDAI
◈ 일자: 1989.09.25 ~ 1990.02.25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OVA (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극장판 이후 다시 제작된 6부작 OVA. 다소 어둡고 호러적인 성인취향의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에 당시로서는 OVA가 가장 이상적인 매체라 할 수 있겠다. 원작자인 타카야 요시키가 직접 감수를 맡고, 코가와 토모노리의 제자로 '성전사 단바인(1983)', '중전기 엘가임(1984)', '기갑전기 드라고나(1987)'과 같은 작품에서 작화감독을 맡아온 오오모리 히데토시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고 있다. 그 때문인지 캐릭터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같은 코가와의 제자이기도 한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그것과 어딘지 모르는 유사함을 보여주고 있다. 극장판의 설정을 무시한 체 다시금 원작의 1권에 해당하는 이야기부터 내용이 진행되며, OVA 맞게 일부 내용은 축약과 각색이 가해졌다. 생각 이상의 작화 퀄리티와 원작의 분위기에 가까운 시리어스함으로 인해 꽤 기억에 남는 OVA가 되었다.


강식장갑 가이버 실사판 (1991, 1994) 


<정보>

◈ 감독: 스티브 웡(Steve Wang) 外 - 1편 / 스티브 웡 - 2편
◈ 각본: 죠 우 주니어(Joe Woo Jr.) - 1편 / 스티브 웡 - 2편
◈ 1편 캐스팅: 잭 암스트롱(Jack Armstrong), 마크 해밀(Mark Hamill), 비비안 우(Vivian Wu) 外
◈ 2편 캐스팅: 데이빗 헤이터(David Hayter), 캐씨 크리스토퍼슨(Kathy Christopherson)
◈ 프로듀서: 브라이언 유즈나(Brian Yuzna) - 1편 / 스티브 웡 - 2편
◈ 배급: 뉴라인 시네마
◈ 저작권: ⓒ ?
◈ 일자: 1991.03.18 / 1994.04.20
◈ 장르: SF, 액션, 특촬, 히어로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미일 합작의 가이버 실사영화. 가이버라는 작품이 북미에서도 나름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일본식 특촬물을 미국 스탭들이 제작했다는 느낌을 주며, 중국계 연출가인 스티브 웡이 전담한 2편에 이르면 홍콩 무협액션물과의 공통분모도 느껴진다. 스토리나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그다지 뛰어나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전형적인 B급 SF 액션물이지만, 코스튬 디자인에서는 저예산 특촬물을 능가하는 리얼리티를 보여주어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물론 스토리는 병맛)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맡았던 마크 해밀이 조연급으로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로 인해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DVD 등에는 마치 주연처럼 표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사영화의 내용은 으례 대부분의 아니메 원작 북미영화가 그러하듯 원작과는 전혀 다른 미국식 액션어드벤쳐를 표방한 스토리이다.

한편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어내자 후속편도 제작되기에 이르는데, 1편만큼의 완성도는 아니라 하겠다. 한국의 경우 이 2편 DVD를 1편 DVD처럼 판매하여 1편을 기대하고 DVD를 구입했던 소수의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엘로스도 그 중 한명)

☞ 괴작열전: 가이버 by 페니웨이™ (보러가기)


강식장갑 가이버 ACT II (1992) 


<정보>

◈ 감독: 하시모토 나오토(はしもとなおと), 야마토시 야스오(山吉康夫)
◈ 감수: 타카야 요시키, MAX 와타나베(MAX渡辺)
◈ 구성/각본: 타카야 프로덕션 / 立川元教
◈ 캐릭터 디자인: 오오모리 히데토시
◈ 미술감독: 나카야마 마스오(中山益男), 原田謙一
◈ 음악: 코로쿠 레이지로, 카와무리 에이지(川村栄二)
◈ 기획/제작: 도요타 켄지(豊田賢司), 사와노보리 마사키 外 / 시미즈 오사무(清水修)
◈ 제작사: 히어로 커뮤니케이션즈, KSS, 무빅
◈ 저작권: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
◈ 일자: 1992.02.20 ~ 1992.08.21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OVA (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준 6부작 OVA에 이은 후속 OVA. 제작사가 교체되고 연출진도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다. 제작과정에서 일부 잡음도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때문인지 전반적인 완성도는 기대 이하이며 특히 작화면에서 원 OVA 시리즈에 비해 이질감도 있고, 퀄리티도 떨어진다. 로스트 넘버의 등장과 앱톰의 복수로 이어지는 단행본 5권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강식장갑 가이버 TV (2005) 


<정보>

◈ 감독: 아키야마 카즈히토(秋山勝仁)
◈ 총감수/설정: 타카야 요시키
◈ 시리즈 구성/각본: 타케가미 쥰키(武上純希) / 타케가미 쥰키, 고바야시 야스코(小林靖子)
◈ 캐릭터 디자인: 우마코시 요시히코(馬越嘉彦), 마츠바라 노리히로(松原徳弘)
◈ 작화감독: 이케다 유우지(池田裕治), 사와다 마사토(沢田正人)
◈ 미술감독/미술감수: 시미다 아키오(嶋田昭夫) / 고바야시 시치로(小林七郎)
◈ 음악/노래: 마츠오 하야토(松尾早人) / 레이리, BONNIE PINK
◈ 프로듀서: 스즈키 토모코(鈴木智子), 카타기리 다이스케(片桐大輔)
◈ 제작사: OLM, 강식장갑 가이버 제작위원회
◈ 저작권: ⓒ 高屋良樹 · 徳間書店 · 強殖装甲ガイバー 製作委員会
◈ 일자: 2005.08.06 ~ 2006.02.23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ACT 2로부터 13년만에 재시동된 가이버의 첫 TV 시리즈. ACT2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원작의 1권부터 새로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리메이크 작이 되었다. 전 26화로 원작의 10권까지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실로 오랜만의 리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기대 이하로 평가되고 있다. 만들 때마다 매번 1화부터 리부트하면 도대체 언제쯤 뒷 이야기를 그리겠냐 말이다.


<참고 사이트>

[1] 強殖装甲ガイバー, Wikipedia Japan
[2] 強殖装甲ガイバー (1986), allcinema.net
[3] 強殖装甲ガイバー (1989~1990), allcinema.net
[4] 強殖装甲ガイバー II (1992), allcinema.net
[5] 強殖装甲ガイバー GUYVER THE BIOBOOSTED ARMOR <TV> (2005), allcinema.net
[6] 강식장갑 가이버(強殖装甲ガイバー)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7] The Guyver, Wikipedia
[8] Guyver: Dark Hero,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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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이 있다! (1986), 11人いる! / They were 11


ⓒ 小学館 · KITTY FILM


<정보>

◈ 원작/구성: 하기오 모토(萩尾望都)
◈ 감독: 데자키 사토시(出崎哲), 토미나가 쓰네오(富永恒雄)
◈ 각본: 이마이즈미 토시아키(今泉俊昭), 코이데 카즈미(小出一巳)
◈ 캐릭터 디자인: 스기노 아키오(杉野昭夫)
◈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清水恵蔵)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후쿠다 야스히코(福田裕彦) / 카와카미 신이치로(川上進一郎)
◈ 기획/제작: 오치아이 시게카즈(落合茂一) / 타카 히데노리(多賀英典)
◈ 제작사: 키티 필름, 매직버스, 토호 주식회사(배급)
◈ 저작권: ⓒ 小学館 · KITTY FILM
◈ 일자: 1986.11.01
◈ 장르: SF, 드라마, 스릴러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워프로 인해 먼 은하계까지 진출하게 된 인류는 수세기 사이에 수많은 혹성국가를 형성하며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다. 사바계나 세글계와 같은 여러 이성인들과 조우하며 전쟁과 화해를 반복하던 은하계는 성간연맹의 형성과 함께 공존의 시대로 넘어갔으며, 우주시대를 짊어질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성간연맹이 창설한 코스모 아카데미도 어느덧 120년의 역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코스모 아카데미는 우주학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 그야말로 우주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코스모 아카데미의 졸업생은 우주의 엘리트로 그 어떤 은하계에서든 그 지위를 보장받게 된다. 3년마다 거행되는 코스모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는 전우주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지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테라계 시베리스 출신의 타다토스 렌(이하 타다)도 그들 중 하나.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통과한 타다는 이제 마지막 3차 시험만을 남겨놓고 있다 3차 시험은 10명씩 조를 이뤄 아카데미에서 지정한 우주선에서 치루어진다. 타다와 나머지 9명은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지정된 우주선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체 버려진 듯한 이 우주선의 이름은 에스페란자 호. 에스페란자호에 도착한 아카데미 응시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분명 10명이 이 우주선에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도착하고보니 11명의 인원이 있는 것이다. 모두 자신들이 정당한 응시자들이라 주장하는 상황. 과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누구란 말인가. 3차 시험은 이 에스페란자호에서 53일간 생활하는 것이며,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내의 붉은색 박스의 스크램블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는 외부와의 통신은 일절 불가능하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참여자 전원이 시험에서 탈락하게 된다. 타다 일행들은 53일 동안의 긴 시험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초대받지 못한 손님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소개>

순정만화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거장 하기오 모토의 중편 SF 만화를 원작으로 한 극장 아니메. 원작은 '별책 소녀코믹'에 1975년 9월부터 11월호에 걸쳐 연재된 작품으로, 친구이자 라이벌인 타케미야 케이코의 '지구로(1977)'보다 2년 먼저 순정 만화와 SF의 접목을 시도한 선구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SF적인 요소는 배경으로서의 설정일 뿐 실제로는 미스테리 스릴러의 공식을 취하고 있는 독특한 작품으로 말 그대로 미래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추리물이라는, 만화로서는 이례적이고 매력적인 설정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지구로보다 먼저 등장한 이 작품은 77년도에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으나 아니메는 오히려 지구로보다 나중인 1986년에 이르러서야 제작된다. 제작사는 키티 필름으로, 당시 자체 스튜디오를 구비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실제 제작은 매직 버스에서 이루어 졌다. 키티 필름의 대표작인 '시끌별 녀석들(1981~1986)'이나 '메존일각(1986~1988)', '란마1/2(1989~1992)' 등이 스튜디오 딘에서 제작된 것과는 다른 선택이었는데, 이로 인해 매직 버스를 설립한 데자키 사토시가 작품의 공동 감독으로 선임되었으며, 데자키 사토시의 동생인 (얼마전 세상을 떠난) 리미티드 아니메 연출의 대가 데자키 오사무의 파트너 스기노 아키오가 본작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스기노 아키오의 참여는 11인이 있다에 있어서 천군만마와도 같은 것으로, 이미 '에이스를 노려라(1973,1979)'에서 순정만화 캐릭터를 멋지게 셀로 이식한 스기노의 필체는 이 작품에서도 변함없는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

에스페란자 호에 도착한 응시생들이 10명이 아닌 11명이 승선한 사실을 알고 놀라는 장면과 함께 등장하는 타이틀롤이 인상적인 인트로는 앞으로 작품이 어떤 색체를 띌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특색있는 도입부다. 독특한 화면분할과 감각적인 광원효과 등으로 화면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꾸려가는 동생 오사무와 달리 형인 사토시는 정통파 연출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작품은 담백하면서도 이야기에 중점을 둔 정통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소 밋밋한 연출은 하기오 모토가 창안해낸 서스펜스와 미스테리스러운 이야기로 인해 상쇄되고 있으며, 말 그대로 스토리 텔링이라는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각자 하나씩의 비밀을 품고 있는 응시생들, 직관력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타다는 그 능력으로 인해 오히려 다른 이들의 의심을 사게 되며, 스스로도 에스페란자 호에 얽힌 알 수 없는 데자뷰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과 오해가 얽히고 섥히며 이야기는 상당히 좋은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프롤의 묘한 매력도 작품에서 빠져서는 안될 매력 포인트. 다만, 상당히 어두운 무언가를 보여줄 것 같았던 전개에 비해 초대받지 못한 마지막 1명의 정체가 드러나는 결말 부분은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준다. 만화영화 치고는 꽤 높은 서스펜스를 선사하고 있지만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갈등의 해소도 몹시 깔끔한 편이라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원작과는 달리 엔딩 크레딧에는 11명의 에필로그가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 로맨틱한 카와카미 신이치로의 엔딩 테마 '나의 오네스티'까지 흐르니 확실히 엔딩 부분은 오프닝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인 셈. 전체적으로 긴장감 넘치는 인트로부터 갈등과 미스테리, 그리고 적절한 드라마가 조합된 본편을 지나 모든 갈등을 완벽히 해소한 엔딩으로 흘러가는 전개는 86년도의 작품, 그리고 만화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문제는 없다. 다만, 수많은 미스테리 물들을 접해온 요즘의 관객들이게는 갈등의 여지가 남지 않는 깔끔한 엔딩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KBS를 통해 11인의 우주용사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다. 모두 입시생들인데 우주용사라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당시의 네이밍 센스는 어떤 면에서는 놀랍기까지 하다. 반면에 만화영화가 어린이들 것이라는 인식과 분위기 속에 어린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작품의 주제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제목을 선택하는 당시 방송 제작자들의 고충도 알 듯 싶다.

☞ 11인이 있다 - 서스펜스와 스릴러, 그리고 기본이 있다. (보러가기)


<참고 사이트>

[1] 11人いる!, Wikipedia Japan
[2] 11人いる! (1986), allcinema.net
[3] They Were 11 (movie), ANN
[4] 11인이 있다!(11人いる!) 1986,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小学館 · KITTY FILM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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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더 무비 (1986), Transformer the Movie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정보>

◈ 감독/보조 프로듀서: 넬슨 신(신능균)
◈ 각본: 론 프리드맨(Ron Friedman)
◈ 오리지널 컨셉 디자인: 플로로 데리(Floro Dery)
◈ 캐릭터/배경 디자인: 가브리엘 호요스(Gabriel Hoyos)
◈ 콘티: 피터 정(Peter Cheung), 김주인, 오정환, 박시옥, 심상일, 데이비드 신, 정수영 外
◈ 총 애니메이션 감독: 모리시타 코죠(森下孝三)
◈ 애니메이션 감독: 죤 패트릭 프리맨(John Patrick Freeman)
◈ 보조  애니메이션 감독: 야마우치 시게야스(山内重保)
◈ 치프 애니메이터
: 츠노다 코이치(角田絋一)
◈ 키 애니메이터: 사사카도 노부요시(佐々門信芳), 백남열 外
◈ 음향감독: 월리 부르(Wally Burr)
◈ 음악/노래: 빈스 디콜라(Vince DiCola) / 라이온 - 주제가
◈ 제작총지휘: 마가렛 로쉬(Margaret Loesch), 리 건더(Lee Gunther)
◈ 프로듀서: 조바칼(Joe Bacal), 톰 그리핀(Tom Griffin)
◈ 제작사/애니메이션 제작
: 마블 프로덕션, 선보우 프로덕션, 하스브로 / AKOM 프로덕션,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 일자: 1986.08.08
◈ 장르: SF, 로봇,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거대한 인공행성이 평화로운 로봇 생명체들의 행성 리쏜에 다가오고 있었다. 리쏜에 그대로 충돌하여 중심부로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는 가공할 이 인공행성의 정체는 바로 유니크론이라 불리는 초거대 트랜스포머. 오토봇의 리더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매트릭스만이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물체라는 것을 알게 된 유니크론은 오토봇들의 별 사이버트론으로 진로를 바꾸어 서서히 전진하게 된다.

한편, 사이버트론을 디셉티콘에게 빼앗긴 오토봇들은 사이버트론의 위성에 전진기지를 설치하고 디셉티콘에게 반격태세를 갖추고 있는 중이었다. 반격을 위한 에너지 보급이 충분하지 않음을 파악한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디셉티콘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지구로부터 보급을 지시하지만, 첩자에 의해 이 중요한 기밀이 디셉티콘의 리더 메가트론에게 새어나가고 만다. 오토봇의 보급선이 부족함을 파악한 메가트론은 곧바로 디셉티콘에게 공격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소개>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1984년 미국에서 방영되어 커다란 인기를 끌었던 트랜스포머 TV 시리즈의 극장용 만화영화. TV 시리즈에서 실질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았던 도에이 동화와, 한국의 하청업체 AKOM 프로덕션이 주축이 되어 제작한 작품으로, TV 시리즈의 프로듀서였던 넬슨 신이 극장판의 감독을 맡는 등, 핵심 스탭진에 대거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하여 한국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초에 트랜스포머는 일본의 완구업체인 타카라가 런칭한 다이아크론과 뉴 미크로맨 브랜드에서 파생된 상품이었다. 1980년과 81년에 각각 런칭한 이 두 브랜드는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나, 리얼로봇의 붐으로 인해 프라모델이 로봇완구의 자리를 대치하고 있던 당시의 상황 속에서 타카라 역시 프라모델 사업에 뛰어들면서 아니메로는 제작되지 못했으며, 그러던 84년 타카라가 미국의 대표적 메이저 완구 브랜드인 하스브로 컴퍼니 측에 두 브랜드를 수출하게 되면서 일대 전기를 맡게 된 것이다. (80년대 중반부에 다이크론과 뉴 미크로맨 브랜드는 한국에서도 판매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중 다이아배틀스 완구는 84 태권브이 완구의 원형이 되기도 하였다.)

하스브로는 이 브랜드를 수입한 뒤, 미국 판매용 브랜드로 새로이 제품을 디자인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인간이 탑승하는 로봇이 아닌, 생명을 가진 변신 로봇으로 컨셉이 바뀌게 된다. 상품화가 완료된 후 제품 홍보를 위한 TV 애니메이션 역시 기획에 들어가게 되는데, 아동용 완구의 특성상 만화영화만한 홍보 수단이 없었기 때문으로 이는 이미 일본의 로봇 아니메 시스템에서 검증된 결과였다.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미국에서는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 자연스레 애니메이션 제작은 일본에 하청을 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을 무렵, 신동헌 감독의 제자인 한국계 애니메이터 넬슨 신에 의해 애니메이션 제작은 새로운 국면을 맡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송락현님의 포스트와 페니웨이님의 포스트를 참고하시길.

☞ 트랜스포머 시리즈 by 송락현 (보러가기)
☞ 트랜스포머 특집 #1: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의 시작과 발전 by 페니웨이 (보러가기)

TV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넬슨 신과 AKOM 프로덕션은 트랜스포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콘티를 한국계 애니메이터들이 작업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재미교포로 이제 막 애니메이션계에 발을 들인 신예 피터 정의 실력과 센스는 감독인 넬슨 신을 놀라게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극장판은 일본 로봇 아니메에서도 보기 힘든 다이나믹한 장면 설정과 카메라 워크를 보여주며 TV 시리즈의 퀄리티를 한차원 더 뛰어넘은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리시타 코죠나 츠노다 코이치, 사사카도 노부요시와 같은 일본 로봇 아니메의 베테랑들이 참여가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지시한 대로 하청작업만을 해오던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수준을 감안할 때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내용은 시즌 1과 2가 끝나고 시즌 3이 시작되기 전의 중간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일부 주역 캐릭터들이 이 극장판에서 최후를 맡는 등 당시 트랜스포머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전개가 눈길을 끈다. 특히, 주인공 격인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콘보이)의 최후는 당시 아이들에게는 꽤나 놀라운 전개이기도. 옵티머스의 뒤를 이어 핫로드가 로디머스 프라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라스트 클라이막스는 상당히 인상적인 씬이긴 했으나 옵티머스 프라임의 인기가 워낙 높은 덕에 이 전개는 후일 많은 팬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듣게 되며 결국은 추후 시리즈에서 옵티머스가 부활하는 것으로 일단락 된다. 덕분에 새로운 주인공 로디머스 프라임의 존재감은 미약해져버리기도.

오토봇의 새로운 리더 로디머스 프라임.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

극장판에서 첫 등장하는 유니크론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데쓰스타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크기의 인공행성이 초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이제까지의 로봇 아니메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로봇 아니메 메카 일본에서조차 이 정도의 거대한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은 드문 편. 거대함과 압도적인 위압감 덕분에 이후 후속 시리즈에서도 여러번 재등장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볼 때 로봇 아니메를 표방하고 있으나 생명체를 지닌 로봇이라는 점에서 미국식 히어로 애니메이션과의 교집합이 더 많은 SF 판타지 히어로물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최종 극장판 수익은 약 5백80만 달러로 기대한 만큼의 빅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평가절하 되는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오히려 마이클 베이의 실사영화보다 스토리 완성도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완성도는 높다고 판단된다. 실사영화의 이야기와 스토리보드를 그대로 86년도 극장판 퀄리티의 만화영화로 구성한다든지 혹은 역으로 86년 극장판을 실사영화 수준의 CG 영화로 만든다고 상상해보면 좋을 듯. 일본에서는 여러가지 알려지지 않은 사정에 의해 개봉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시즌 3에서 주인공인 옵티머스 프라임이 사망한 체로 시작되면서 팬들에게 혼선을 주기도.

여러모로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한 획을 그을 수도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었으나 결국 시즌 4를 끝으로 AKOM 프로덕션은 제작에서 물러나게 되고 트랜스포머에서 수확한 값진 노하우는 여전히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한 체 하청 작업에 의존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만다. 이는 애니메이터나 애니메이션 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참고 사이트>

[1] トランスフォーマー, Wikipedia Japan
[2] トランスフォーマー ザ・ムービー, Wikipedia Japan
[3] The Transformers: The Movie, Wikipedia
[4] Transformers: The Movie (U.S.), ANN
[5] 트랜스포머 더 무비, 위키피디아
[6] 트랜스포머,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CMLXXXVI SUNBOW Productions Inc · HASBRO Inc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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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天空の城ラピュタ / Castle in the Sky 


ⓒ 二馬力 · 徳間書店


<정보>

◈ 원작/감독/각본: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 작화감독: 탄나이 츠카사(丹内司)
◈ 미술감독: 야마모토 니죠(山本二三), 노자키 토시로(野崎俊郎)
◈ 원화두목: 카나다 요시노리(金田伊功)
◈ 원화: 마에다 마히로(前田真宏), 코사카 키타로(高坂希太郎), 콘도 카츠야(近藤勝也), 나쿠라 야스히로(名倉靖博)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久石譲) / 이노우에 마즈미(井上杏美)
◈ 프로듀서: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 기획/제작: 야마시타 타츠미(山下辰巳), 오가타 히데오(尾形英夫) / 토쿠마 야스요시(徳間康快)
◈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
◈ 저작권: ⓒ 二馬力 · 徳間書店
◈ 일자: 1986.08.02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어두운 밤 한 척의 비행선이 하늘을 날고 있다. 정부 비밀조사단 소속의 이 비행선에는 묘령의 소녀가 갖혀 있었는데, 조사단 소속의 한 남자에게 무언가를 말하라는 위협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한편 이 비행선을 공적(하늘의 도적) 도라 일당이 습격한다. 이들의 목적은 예의 그 소녀. 혼란을 틈타 소녀는 자신을 위협하던 그 남자의 옷주머니에서 펜던트를 빼앗은 뒤 비행선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해적과 조사단의 사이에서 위태하게 비행선 벽에 매달려 있던 소녀는 발을 헏디디는 바람에 그만 비행선에서 떨어져 지상으로 추락하고...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는 소녀는 이내 정신을 잃고 말지만,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만다. 소녀의 목에 걸린 펜던트가 강렬하도록 눈부신 푸른 빛을 내뿜자 소녀는 이내 그 빛에 감싸이면서 낙하하는 속도가 줄어들어 마치 깃털이 땅위로 내려앉듯 천천히 하강하게 된 것이다.

한편, 광산마을에서 견습기계공으로 사는 씩씩한 고아소년 파즈는 저녁 야식을 준비하러 바깥에 나오는 순간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하늘에서 왠 푸른 빛에 감싸인 무언가가 내려오는 것을 본 것이다. 푸른 빛에 다가간 파즈는 이내 그것이 한 소녀임을 알아보게 된다. 떨어지는 소녀를 붙잡은 파즈. 펜던트의 빛이 서서히 꺼지자 깃털처럼 가볍던 소녀가 갑자기 본래의 무게를 되찾고 만다. 가까스로 소녀를 구한 파즈. 과연 이 소녀는 누구이며, 펜던트가 가진 비밀은 무엇일까.


<소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에 이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번째 극장 아니메. 토쿠마 서점의 출자로, 85년 6월에 창립된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번째 극장 아니메로써, 후일 지브리의 신화의 서막을 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늘에 떠있는 신비의 도시 라퓨타를 무대로 하여 판타지와 스팀펑크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세계가 일품이며, 하늘을 향한 동경, 기술 문명주의에 대한 경고, 유럽식 목가생활의 정겨운 묘사, 페미니스트적인 캐릭터 설정 등 나우시카에 이어 미야자키식 스타일을 다시 한 번 정립한 작품이다. 다만, 메시지에 좀 더 치중했던 나우시카와 달리 라퓨타는 어드벤쳐에 중점을 둔 미야자키식 오락물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첫작품으로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는 토쿠마 서점의 기획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를 모델로 하고 있으나, 하늘을 나는 섬이라는 컨셉 외에는 걸리버 여행기와 큰 유사한 점은 없다. 오히려 캐릭터나 일부 전개는 미야자키의 전작 '미래소년 코난(1978)'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라퓨타로 가는 열쇠와 그 비밀을 간직한 소녀 시타는 태양 에너지의 비밀을 알고 있는 라오 박사의 손녀 라나를 연상시키며, 시타와 함께 험난한 모험에 뛰어든 소년 파즈는 역시 라나를 지켜주는 괴력의 소년 코난을 생각나게 한다. 여기에 라퓨타를 손에 넣으려하는 무스카는 인더스트리아의 행정국장 레프카를, 공적인 도라 일당은 다이스 선장과 바라쿠다호의 선원들과 비교된다. 라스트에 라퓨타를 손에 넣은 무스카에 대항하여 맨몸으로 싸우는 파즈의 모습은 거대 비행선 기간트를 손에 넣은 무스카와 기간트에게 맨몸으로 대적하는 코난과 유사하다.

어드벤쳐로서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스팀펑크적인 설정들이 적용된 도라 일당의 비행기와 비행선 타이거모스는 이전까지 보여준 미야자키의 메카닉과는 또다른 서민적인(?) 맛이 살아 있는데, 특히 겉으로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공적이지만 실상은 비행선 안에서 빨래하고 요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적이면서도 코믹한 매력이 있다. 타이거모스의 여자두목 도라의 경우는 미야자키의 모친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후일 이들 공적의 모습은 미야자키의 '붉은 돼지(1992)'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할 뿐만 아니라 '라스트 엑자일(2003)', '교향시편 에우레카 7(2005)', '망념의 잠드(2008)' 등을 통해 다른 형태로 여러번 오마쥬되기도 한다. 

☞ 하늘의 로망 공적, 그 흔적을 찾아서 (바로가기)

히로인인 시타는 나우시카와는 달리 좀 더 수동적이고 여성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는 전작 코난의 라나나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의 클라리스로 이어지는 미야자키식 히로인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본작에서 어린 소녀인 시타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끼는 공적들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르게 미야자키의 로리타적 취향이 느낄 수 있다고 하겠다. 이와 함께 라스트에 펼쳐지는 무차별한 인명살상 장면 역시 전 연령가 가족 만화영화로서는 다소 적절치 못한 장면이 아닌가 싶은데, 직접적인 살상장면의 묘사는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대량살상 장면은 후일 미야자키가 감독한 뮤직비디오 'On Your Mark(1995)'에서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고대 초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소녀, 그리고 그녀를 도와주는 정의감 넘치는 소년, 그들을 쫓는 비밀 조직 등 라퓨타의 일련의 테마는 안노 히데아키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1990)'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는 애초에 TV 시리즈로 제작할 목적으로 미야자키가 NHK에 제출했던 기획안이 실현되지 못하자 이를 미야자키가 라퓨타의 스토리 원안으로 가져다 쓴 것을 십수년이 흐른 뒤 자사에 남아있던 미야자키의 기획안을 바탕으로 NHK가 가이낙스에게 작품을 의뢰했기 때문이었다. 

ⓒ 二馬力 · 徳間書店

엔터테인먼트와 교훈적 측면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갖춘 수작이지만 흥행은 기대 이하로 저조했다. 라퓨타가 벌어들인 흥행수익 5.83억엔([4] 참조)는 지브리 역대 흥행성적 중 가장 낮은 것이기도. 이는 당시 미야자키나 스튜디오 지브리의 네임밸류가 그만큼 대중들에게는 생소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낮은 흥행성적과는 달리 애프터 마켓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는데, 1988년의 니혼 TV 방송에서는 12.2%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1989년의 금요 로드쇼에서는 22.6%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TV 재방송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비디오 소프트 시장에서도 선전하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 셀러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여기에 제41회 마이니치 영화 콩쿨 오후지 노부로 상, 제9회 월간 아니메쥬 아니메 그랑프리 작품상, 제4회 일본 아니메 페스티벌 아니메 대상/아톰상/미술부분 최우수 상 등 86년도의 숱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나우시카에 이어 다시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여기에 키네마 준보 86년도 베스트 10 일본 영화 8위/독자선정 일본영화 2위에 오르는 등, 저조한 흥행성적과 달리 평단과 관객은 라퓨타의 진가를 인정해준 셈이었다.([1] 참조)

일본 내에서의 극찬을 받으며 89년에는 스트림라인 픽쳐스를 통해 영국에서, 2003년에는 디즈니를 통해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미국 개봉당시에는 원제인 라퓨타가 스페인어로 창녀를 의미한다는 지적이 있어 'Castle in the Sky'로 제목이 변경된다. 2004년 4월30일에는 CJ를 통해 한국에서도 개봉되었으나 흥행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못했다. 영화의 완성도나 모든 면에서 탑클래스의 수작임에는 분명하지만 왠지 모르게 극장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참고 사이트>

[1] 天空の城ラピュタ, Wikipedia
[2] 天空の城ラピュタ(1986), allcinema.net
[3] 천공의 성 라퓨타, 엔하위키 미러
[4] 천공의 성 라퓨타(天空の城ラピュタ)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二馬力 · 徳間書店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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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다리아 (1986), 童話めいた戦史 ウインダリア / Windaria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藤川桂介)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湯山邦彦)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이노마타 무츠미(いのまたむつみ)
◈ 메카닉 디자인: 코하라 쇼헤이(小原渉平), 토요마스 타카히로(豊増隆寛), 사토 토모히코(佐藤智彦)
◈ 애니메이션 코디네이터: 카게야마 시게노리(影山楙倫)
◈ 미술감독: 카츠마타 게키(勝又激)
◈ 레이아웃: 하야시 타카푸미(林隆文), 모우리 카즈아키(毛利和昭)
◈ 메인 애니메이터: 이노마타 무츠미, 카게야마 시게노리, 모우리 카즈아키, 무라나카 히로미, 고바야시 토시미츠, 고다 히로아키 外
◈ 음악/노래: 유키 사토시(門倉聡) / 아라이 아키노(新居昭乃)
◈ 기획/제작: 오노데라 슈이치(小野寺脩一), 나가오 아키히로(長尾聡浩)
◈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Idol(あいどる)
◈ 저작권: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6.07.19
◈ 장르: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북쪽의 왕국 파로와 남쪽의 왕국 이사의 중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윈다리아.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붉은 빛을 발하는 새가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즈는 심성이 고운 아내 마린과 함께 윈다리아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으나, 파로와 이사의 전쟁이 발발하자 마린의 근심을 뒤로 한 체 출세를 위해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게 된다.

한편, 파로의 왕자 지르와 이사의 공주 아사나는 서로가 깊이 사랑하는 사이. 둘은 양국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분서주하지만, 운명을 결국 둘을 전쟁터로 이끌게 된다. 전장에서 서로가 적으로 만나는 지르와 아사나. 한편, 이사의 편에서 싸우던 이즈는 출세와 탐욕에 눈이 멀어 파로의 스파이가 되고 만다. 마린은 잊어버린체 사치와 향락에 젖어버린 이즈. 그러나 그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소개>

일본을 대표하는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 이노마타 무츠미의 아름다운 캐릭터가 빛을 발한 작품으로, 카나메 프로덕션의 첫번째 극장 아니메가 되겠다. 카나메 프로덕션의 'BIRTH(1983)'는 극장 개봉작이긴 하지만, 이는 OVA로 제작된 작품을 극장에서 개봉한 사례(이런 사례 중에서는 BIRTH가 첫번째에 해당)인지라 온전한 극장용 아니메로는 윈다리아가 그들의 첫 작품인 셈이다. '환몽전기 레다(1985)'를 통해 유명세를 탄 이노마타 무츠미의 캐릭터는 윈다리아에 이르러 더더욱 세련되고 미형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전형적인 눈 크고 입 작은 일본식 미형 캐릭터지만, 무츠미의 캐릭터는 그렇고 그런 여느 아니메 캐릭터의 수준을 넘어서는 미학적인 포스가 느껴진다. 동시대에 그 정도의 아우라를 지닌 캐릭터를 그릴 수 있는 여성 디자이너는 '오렌지로드(1987)'의 다카타 아케미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둘 모두 소설 삽화와 일러스트로도큰 인지도를 얻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한다 하겠다.)

TV 시리즈 한 편과 서너 편의 OVA가 고작인 소규모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으로서 당시 극장용 아니메의 도전은 상당한 모험이 뒤따르는 것이었다. 극장 아니메 제작을 위해 카나메 프로덕션은 '마징가 Z(1972)'부터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은하철도 999(1978)' 등 숱한 히트 아니메의 각본을 집필해온 소설가 겸 방송작가인 후지카와 케이스케에게 각본을 부탁했으며, 그로 인해 중세 유럽 판타지 풍의 배경 위에 스팀펑크 적인 메카닉이 등장하는 신비로운 세상과, 엇갈리는 두 쌍의 남녀 커플 간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드라마가 조합된 한 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애초에 윈다리아는 3편의 옴니버스 형태로 카나메 프로덕션 내에서 3개의 팀으로 나뉘어 각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1] 참조), 결국에는 1편의 극장용 아니메로 완성된다. 윈다리아는 바로 이 3개의 에피소드 중 세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은 유야마 쿠니히코로 이노마타 무츠미와의 세번째 감독&작화감독 콤비작이기도 하다.(물론, 이전 아시 프로덕션 때의 몇몇 작품에서도 같이 작품에 참여한 적은 있다.) 이미 '요술 공주 밍키(1982)'를 통해 드라마틱한 결말을 보여주었던 유야마 감독은 본작에서 또 한번 드라마틱하면서도 비극적인 로맨스를 연출하게 된다. 여기에 무츠미의 아름다운 캐릭터가 더해져 감정의 이입이 더더욱 극대화되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극적인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마니아적인 색체를 갖고 있는 카나메 프로덕션의 취향은 완전히 억제되지 않아, 중간중간 등장하는 독특한 형태의 메카닉에서 이러한 욕구들이 분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내용 전개와는 큰 상관이 없는 이러한 메카닉 소품의 등장은 역시 제작사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 이즈 역은 아무로 레이의 성우 후루야 토오루가 맡았는데, 후일 이노마타 무츠미가 삽화를 맡은 후지카와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우주황자(1989)' 극장 아니메에서도 다시 한 번 주인공 역으로 캐스팅 되기도 한다. 80년대를 대표하는 완성도 높은 극장 아니메를 만들면서 위상을 드높인 카나메 프로덕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몇 년 뒤 역사 속으로 묻히고 만다.


<참고 사이트>

[1] ウインダリア, Wikipedia Japan
[2] ウインダリア, allcinema.net
[3] 윈다리아, 엔하위키 미러
[4] 윈다리아(ウインダリア)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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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 (1986), マシンロボ クロノスの大逆襲 / Machine Robo


ⓒ 葦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감독: 요시다 히로시(吉田浩)
◈ 콘티/연출: 요시다 히로시, 후지모토 요시타카(藤本義孝)
◈ 시리즈 구성/각본: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 소노다 히데키, 키시마 노부아키(岸間信明)
◈ 캐릭터 디자인: 하바라 노부요시(羽原信義)
◈ 메카닉 디자인: 하라구치 사와키요(原口沢清), 야마다 타카히로(山田高裕)
◈ 작화감독: 스가누마 에이지(菅沼栄治), 히라야마 노리오(平山則雄) 外 / 오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1화만 작감
◈ 미술감독: 東条俊寿
◈ 음악/노래: 아카노 타치오(あかのたちお) / 마틴(1기 오프닝), 시몬 마사토(2기 오프닝), 와타나베 에마(엔딩)
◈ 기획/제작: 카토 히로시(加藤博), 시마무라 카즈오(嶋村一夫) / 사토 토시히코(佐藤俊彦)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요미우리 광고사, TV 도쿄
◈ 저작권: ⓒ 葦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6.07.03 ~ 1987.05.28
◈ 장르: SF, 로봇,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47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기계생명체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별 크로노스. 하지만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에너지원 하이리비드를 노리는 우주 범죄조직 갼도라 일당이 크로노스를 침공한다. 크로노스 족장의 아들이자 천공우심권의 전수자인 롬 스톨은 갼도라 일당에 아버지 키라이를 잃은 뒤, 크로노스를 지키고 하이리비드를 수호하기 위해 제트 족의 블루제트와 배틀족의 로드 탱크, 트리플 짐, 그리고 동생 레이나 등과 함께 갼도라와 싸울 것을 결의하게 된다. 키라이가 죽기 전 롬에게 물려준 검랑은 거대한 거인 켄류와 바이캄프를 소환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검으로, 롬은 소환한 켄류와 바이캄프와 합체하여 갼도라의 기계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소개>

경영난에 빠져있던 완구회사 타카라(現 타카라 토미)가 미국의 메이저 완구회사 하스브로에게 판 완구 브랜드가 미국에서 트랜스포머로 공존의 히트를 기록한 뒤, 역수입되는 시점에서 반다이는 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유사한 라인업인 머신로보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다. 트랜스포머의 아류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머신로보는 85년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트랜스포머와 함께 로봇완구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게 된다. 이에 자연스럽게 머신로보를 소재로하는 아니메 제작이 거론되는데, 바로 그 작품이 아시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1986)'이다. 

다만, 제작을 맡은 프로덕션이 아시 프로덕션이라는 사실은 아니메 팬들에게는 박수를, 스폰서인 반다이에게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예견하게 하는 선택이었다.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 '전국마신 고쇼군(1981)', '특장기병 돌바크(1983)', '초수기신 단쿠가(1985)'에 이르기까지 아시 프로덕션이 그동안 선보여온 로봇 아니메는 정통 거대로봇물이라는 껍데기 위에 리얼로봇에 근접하는 드라마가 담긴 마니악한 모습을 보여왔으며, 해당 작품의 완구 판매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해조기종영되는 사태가 왕왕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대에 선라이즈를 제외하고 그 정도 수준의 로봇물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덕션 역시 아시 프로덕션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도에이는 당시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하청제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완구 브랜드의 홍보를 위한 아동용 정통 로봇물을 원했던 반다이의 의도와는 달리 아시 프로덕션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아니메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무협과 히어로물을 로봇물에 결합한 것으로, 등장하는 로봇들이 전통적인 로봇 전투와는 다른 권법과 검법을 사용한 지극히 인간적인 액션을 보여주었으며, 주인공 롬 스톨이 로봇에 탑승하여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한몸이 되어 스스로 로봇인 것처럼 움직이는 합신이라는 드문 컨셉을 내세웠던 것이다. 롬 스톨-켄류-바이캄프로 이어지는 합신 컨셉은 과거 타츠노코 프로의 '투사 고디안(1979)'를 모티브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머신로보 브랜드가 아닌 별도의 메카 바이캄프와 켄류가 디자인되었으며, 머신로보의 변형로봇 컨셉을 가진 블루제트나 로드탱크는 조연급 캐릭터에 머무르게 된다. (이는 이 작품이 스폰서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속칭 스폰서를 엿먹인 작품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 葦プロダクション

멋진 대사를 읊조리며 악당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주인공 롬의 모습은 멀게는 아시 프로덕션의 오리진이라 할 수 있는 타츠노코 프로의 히어로 아니메를 연상시키는 클리셰이며, 가깝게는 당시 (리얼로봇물인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6)'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 그 영향력을 행사하던 '북두의 권'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멋과 스타일이 살아 있었다. 머신로보는 심오한 인간 드라마와 밀리터리적인 설정이 가득 담긴 리얼로봇이나 여러가지 신기한 무기와 변형합체를 선보이는 거대로봇물과는 다른, 말 그대로 폼나는 무협 액션물이라는 테마를 표방하고 있었고, 실로 이를 멋지게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히로인 레이나를 위시한 여러 여성 캐릭터들의 등장은 작품의 마니악한 멋을 더해주는 비장의 소스와도 같은 것으로, 이는 후일 2000년대 아니메 최대의 테마로 자리잡게 되는 '모에'의 선구적인 시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 프로덕션의 이러한 일련의 재치있는 시도들은 예상대로 완구판매의 실적과는 직결되지 못했다. 변신 컨셉을 가진 머신로보 자체가 작품에서 조연급 캐릭터에 머물러 있었으니 이는 당연한 일. 이로 인해 시리즈는 방영 도중 반다이에 의해 급격한 노선변경을 강요받게 되며, 중반 이후에는 시리즈가 지향하던 무협 액션물의 요소를 걷어내고 원래의 테마인 변형합체 로봇 액션물로 복귀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전개는 작품 전체적인 흐름에는 악영향을 미쳐 시리즈의 후반부는 전반부와 같은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급반전된 작품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는 47화로 조기종영 없이 종방되었으며, 이는 아시 프로덕션의 로봇물 중 최초로 4쿨을 온전히 방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 아니메 집중분석 5 [머신로보 - 크로노스의 대역습] by 바이칸 (바로가기)


머신로보 완승 배틀 해커즈 (1987)


<정보>

◈ 감독: 요시다 히로시
◈ 각본: 소노다 히데키, 키시마 노부아키
◈ 캐릭터 디자인: 츠루야마 오사무(つるやまおさむ)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原口清
◈ 미술감독: 東条俊寿
◈ 음악/노래: 아카노 타치오 / 이가라시 토시야(오프닝)
◈ 프로듀서: 사토 토시히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요미우리 광고사, 도쿄 TV
◈ 저작권: ⓒ 葦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7.06.03 ~ 1987.12.30 
◈ 장르: SF, 로봇,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3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완구판매는 오히려 급락했다. 비록 자신들을 엿먹이기는 했지만,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어낸 아시 프로덕션의 능력을 인정했는지 반다이는 다시금 머신로보의 속편을 아시 프로덕션에게 맡기게 된다. 다만 이번에는 전작과 같은 실수가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가 된 듯 하다. 전작의 폭주(?)에 일등공신이기도 했던 하바라 노부요시가 스탭진에서 제외된 점이 주목할만하다.

다만, 시리즈의 인기가 완구판매로 직결되지 않은 점은 전작과 동일했다. 이는 어떤 면에서 보면 머신로보 브랜드 자체가 이미 상품가치를 상실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본 작품은 괜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이라는 결과를 맞게 되었으며, 머신로보 브랜드 역시 시리즈의 조기종영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재미있는 것은 아시 프로덕션은 후일 머신로보 시리즈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트랜스포머의 후속 시리즈 '비스트워즈 II 초생명체 트랜스포머(1998)'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1] 참조)

이후 반다이는 무려 17년 만에 선라이즈와 함께 머신로보 브랜드를 활용한 '출격 머신로보 레스큐(2004)'라는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스탭진 대부분은 선라이즈 출신으로 꾸려지지만 각본만큼은 원작의 시리즈 구성을 맡았던 소노다 히데키가 그대로 기용된다. 다만, 전체적인 모양새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오히려 선라이즈의 용자 시리즈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레이나 검랑전설 (1988)


ⓒ 葦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감독/콘티/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하바라 노부요시
◈ 연출: 카토 타카오(加戸誉夫), 무라야마 야스시(村山靖)
◈ 각본: 소노다 히데키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 미술감독: 東条俊寿
◈ 음악/노래: 와타나베 츄메이(渡辺宙明) / 와타나베 에마, 무라타 에리, 미즈타니 유우코 外
◈ 프로듀서: 타자키 히로시(田崎廣), 시모지 유키나오(下地志直)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葦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8.02.05 / 1988.09.04 / 1989.04.26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히어로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머신로보라는 완구 브랜드는 사멸되었고, 머신로보 시리즈도 조기종영 속에 잊혀져 버렸지만, 1기 시리즈의 히로인 레이나의 인기는 여전히 아니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효했다. 이로 인해 레이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별도의 OVA 시리즈가 탄생한다. 애초의 시리즈가 표방했던 로봇 액션물과는 동떨어진 미소녀 액션을 표방한 작품으로, 이는 몇년 뒤 '자이언트 로보(1992)'의 인기 히로인 긴레이가 '맨발의 긴레이(1994)'라는 별도의 OVA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 하겠다. 다만, 팬서비스 수준의 스핀오프에서 벗어나 오빠인 롬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레이나의 홀로서기와 검랑의 후계자로 태어나는 모습을 그리면서 머신로보 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 머신로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던 제트나 블루와 같은 변신 로보 캐릭터들이 모조리 인간의 얼굴을 한 미청년으로 등장하는 등, 메카닉 액션이 아닌 원 시리즈의 특징인 무협 액션의 요소를 강조한 소녀의 성장 스토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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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귀병 MD 가이스트 (1986), 装鬼兵MDガイスト / MD Geist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정보>

◈ 원안/메카닉 디자인: 오하타 코이치 (大畑晃一)
◈ 감독: 이케다 하야토 (실제 감독은 오하타 코이치)
◈ 연출: 네기시 히로시 (根岸弘)
◈ 각본: 산죠 리쿠 (三条陸)
◈ 캐릭터 디자인: 니노미야 쓰네오 (二宮常雄)
◈ 작화감독: 오오누키 켄이치 (大貫健一)
◈ 미술감독: 다카오 요시노리 (高尾義則)
◈ 원화: 사노 히로토시 (佐野浩敏), 오바리 마사미 (大張正己), 타카미 아키오 (高見明男), 하바라 노부요시 (羽原信義)
◈ 음악/노래: 타카하시 요이치 (高橋洋一) / 카게야마 히로노부 (影山ヒロノブ)
◈ 제작사: 프로덕션 웨이브 (プロダクションウェイブ), 히어로 미디어 (ヒロメディア)
◈ 저작권: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 일자: 1986.05.21
◈ 장르: SF, 액션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서기(A.D)를 사용하는 시대가 끝난지 수백년 후, 인류는 외우주에 진출하여 많은 별들을 점령하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점령된 별에서는 끊임없이 분쟁이 지속되었으며 쥬라는 그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곳으로, 지구의 지배를 반대하는 넥스럼(Nexrum)과 지구군의 전투가 끊이지 않는 말 그대로 지옥의 별이었다. 지구군 소속 특수전 부대의 지휘관 가이스트는 복제기술로 태어난 인간 살상병기로, 흉포한 작전수행 방식이 문제가 되어 쥬라 세기 843년 인공 위성에 유폐된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유폐된 인공 위성이 쥬라로 불시착 하면서 갇혀있던 가이스트가 극적으로 풀려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위험인물 1순위로 낙인 찍힌 그는 MDS(Most Dangerous Soldier) 가이스트로 불리고 있는데...


<소개>

아시 프로덕션에서 독립하여 주로 하청업무를 맡아오던 프로덕션 웨이브가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OVA. 애초에는 그룹 타크의 이케타 하야토가 감독으로 선임되었으나 실제 제작에는 그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1] 참조) 이로 인해 원안과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오하타 코이치, 각본의 산죠 리쿠, 연출의 네기시 히로시 3인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겠는데, '광속전신 알베가스(1983)', '비디오전사 레자리온(1984)', '초력로보 가랏트(1984)' 등에서 메카닉 디자이너(요즘은 '일기당천 시리즈'의 감독으로 가장 유명하지만)로 활약한 오하타 코이치의 실질적인 감독 데뷔작인 동시에 산죠 리쿠가 첫번째로 아니메 각본작업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비재팬 출신의 산죠 리쿠는 국내에서도 발간된 '드래곤퀘스트 II - 다이의 대모험(1989)'로 유명하다.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인력이 부족한 제작사인지라 외부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영입되는데, 오오누키 켄이치('기갑전기 드라고나(1987)' 캐릭터 디자이너), 오바리 마사미('머신로보(1987)의 메카닉 디자이너), 사노 히로토시('기동전사 건담 0083(1991)'의 메카닉 작화감독), 야마자키 오사무('전국기담 요도전' 원안/감독), 하바라 노부요시('초수기신 단쿠가(1985)' 작화감독) 등 많은 인재들이 투입되어 뛰어난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시 프로덕션에서 독립한 카나메 프로덕션 출신들로, 전반적으로 볼 때 아시 프로덕션의 영향 아래에 있는 작품인 셈이다.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는 당시 유행하던 세계관이기도 했지만, 매드 맥스 시리즈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북두의 권(1984)'과의 접점도 찾을 수 있으며, 하드한 액션 묘사에서는 북두의 권 시리즈와 더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사노 히로토시나 오바리 마사미 등 레전드 급 메카 액션 작화가들이 참여했기에 소규모 제작사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메카 작화가 인상적이다. 다만, 제작비 한계와 같은 OVA의 물리적인 제한 요소로 인하여 전반적으로 B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구군이 착용하는 장갑복은 당시로서는 매우 센세이셔널한 디자인으로, 이 작품을 상징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로봇 메카 액션이 대세인 당시에 강화 장갑복을 입은 인간의 액션이라는 점에서 MD 가이스트는 꽤 신선한 비주얼 충격을 준 셈이다. 일본 내에서는 좋은 평가에 비해 판매가 시원치 않았기에 이야기가 체 마무리 되지 못한 상황에서 속편 제작이 중단되었지만, 북미에서의 인기는 꽤 높았고, 이로 인해 1996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추가하여 오하타 코이치 판 감독판이 다시 제작되었고, 곧이어 후속 이야기를 다룬 2편의 제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장귀병 MD 가이스트 II Death Force (1996) 


ⓒ 大畑晃一 · 三条陸 · CENTRAL PARK Media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정보>

◈ 감독/메카닉 디자인: 오하타 코이치
◈ 연출: 히로시마 히데키 (ひろしまひでき)
◈ 각본: 산죠 리쿠
◈ 캐릭터 디자인: 무라타 토시하루 (村田俊治)
◈ 작화감독: 오하타 코이치, 오오누키 켄이치
◈ 미술감독: 시부야 유키히로 (渋谷幸弘)
◈ 음악/노래: 오우치 요시아키 (大内義昭)
◈ 제작사: 제로 G룸
◈ 저작권: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 일자: 1996.03.01
◈ 장르: SF, 액션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1편으로부터 10년만에 제작된 속편. 1편에서 가이스트가 데쓰포스를 발동시키면서 지구 정규군과 넥스럼의 전쟁이 아닌 살인병기 데쓰포스와 생명체와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또다른 MDS인 크라우저가 살아있는 인간들의 구원자처럼 등장하여 가이스트와 맞대결하게 된다. 전편의 히로인이었던 바이야도 등장하는데, 전편의 강인하고 도발적인 성격과는 정반대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가련한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표현수위는 원 시리즈보다 더 높아져 상당히 잔인한 수준의 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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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온 (1986), アリオン / Arion


ⓒ 安彦良和 · THMS


<정보>

◈ 원작/감독/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安彦良和)
◈ 각본: 야스히코 요시카즈, 타나카 아키코 (田中晶子)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 (金子英俊)
◈ 디자인 협력: 야마기시 료코 (山岸凉子)
◈ 작화감독 보좌: 타카하시 쿠미코 (高橋久美子), 오오하시 요시미츠 (大橋誉志光)
◈ 원화: 시오야마 노리오 (塩山紀生), 카미무라 사치코 (神村幸子), 카나야마 아키히로 (金山明博), 치기라 코이치 (千明孝一), 토키테 츠카사 (土器手司) 外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 (久石譲) / 고토 쿄코 (後藤恭子)
◈ 구성: 카와마타 치아키 (川又千秋)
◈ 기획/제작: 토쿠마 서점 (徳間書店), 선라이즈 / 오가타 히데오 (尾形英夫), 나카가와 히로노리 (中川宏徳), 야마다 테츠히사 (山田哲久)
◈ 제작사: 선라이즈, 토호 (배급)
◈ 저작권: ⓒ 安彦良和 · THMS
◈ 일자: 1986.03.15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앞을 못보는 어머니 데메테르와 함께 살고 있는 밝고 명랑한 소년 아리온. 사실 아리온은 풍요의 여신으로 불리웠던 어머니 데메테르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모종의 이유로 두 모자는 제우스의 감시 아래 인간 세상과 떨어져 신계(神界)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 무섭게 생긴 한 사나이가 아리온과 데메테르를 찾아온다. 데메테르에게 세상으로 나올 것을 권유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데메테르는 단호하게 이를 거절하지만, 사나이는 데메테르의 눈을 낫게 해주는 약초를 찾자며 아리온을 속여 인간계로 도망친다. 이 사나이의 정체는 하데스. 제우스의 형으로 동생 제우스와 포세이돈에게 하늘과 바다를 빼앗기고 저승을 다스리는 신세로 전락한 하데스는 이에 앙심을 품고 포세이돈의 아들인 아리온을 이용해 제우스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소개>

토쿠마 서점의 만화잡지 '류'에서 연재되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크러셔 죠(1983)'에 이은 야스히코의 두번째 극장 아니메이며, TV 시리즈 '거신 고그(1984)'를 포함하면 그가 세번째로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앞선 두 작품에 이어 이번에도 원작과 감독, 각본, 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에 이르는 원맨쇼를 펼친 작품이다. 당시의 애니메이터, 아니 현재까지 일본의 모든 애니메이터를 통틀어 이 정도의 원맨쇼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은 야스히코 외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신카이 마코토가 유일하며,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한정하면 미야자키와 야스히코가 유일하다.

당시 카도카와 서점과 극장 아니메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던 도쿠마 서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통해 미야자키의 잠재력을 깨달은 뒤 85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해 미야자키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카도카와와 맞서기에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는지 또 한명의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가 바로 야스히코 요시카즈인 것이다. 야스히코는 83년 크러셔 죠를 통해 카도카와가 제작한 '환마대전(1983)'과 극장시장에서 맡붙은 경험이 있었다.(결과는 환마대전의 승리) 이로 인해 도쿠마 서점은 미야자키와 야스히코라는 최고의 원투펀치를 갖추게 된 셈이다. (물론, 당시 미야자키의 네임밸류는 야스히코만큼이 아니었다. 야스히코가 스타 작화가였다면 미야자키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린 중고 신인이라고나 할까)

다만 이미 선라이즈에 둥지를 튼 야스히코이기에 애니메이션 제작은 선라이즈가 담당하게 되었고, 야스히코의 대작 극장 아니메 제작을 위해 선라이즈 유수의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다. 작화감독 보좌를 맡은 타카하시 쿠미코는 '기동전사 건담 UC(2010)'의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감독으로 현재까지도 야스히코와 인연을 맺고 있으며,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과 '장갑기병 보톰즈(1983)' 등에서 총작화감독을 맡은 시오야마 노리오, '시티 헌터'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게 되는 카미무라 사치코,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 '최강로보 다이오쟈(1981)'의 총작화감독 카나야마 아키히로, 후일 '라스트 엑자일(2003)'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치기라 코이치, '더티 페어'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이너 토키테 츠카사 등 한 작품의 작화감독 급 인재들이 대거 원화맨으로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후일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를 통해 아니메 일류 캐릭터 디자이너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가 동화 파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3] 참조), 스탭 구성은 엄청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모두 야스히코 요시카즈라는 당대 최고의 작화가의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애니메이터들의 바람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 安彦良和 · THMS

극장 아니메의 영상미는 당대 톱클래스에 드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리온 극장판의 퀄리티는 지금의 아니메와 견주어도 크게 손색이 없으며, 일부 컷은 오히려 능가하기까지 한다. 야스히코가 직접 캐릭터 디자인에 관여했기에 원작의 캐릭터는 완벽하게 스크린에 이식되었으며, 장면구성은 부드럽고 유려하다. 이 모든 것을 혼자해낸 것 만으로도 야스히코의 필력은 당대 최고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뛰어난 영상미에 비해 스토리는 흡입력이 떨어진다. 그리스의 신화를 모티브로 한 신화적 대서사시이지만 일부 이야기 흐름은 매끄럽지 못하고 갑작스런 전개들이 눈에 띈다. 신화 속 영웅들이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영웅으로서의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특히 하데스의 경우에는 저승의 왕이라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모양새로 신화적 품격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일본 내 흥행수익은 총 5억 5천만엔으로 그해 영화랭킹 20위([3] 참조)에 위치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아리온과 대적하는 아폴론은 건담 시리즈에서 브라이트 노아의 성우를 맡았던 스즈오키 히로타카가, 아폴론의 누이 아테나는 제타 건담의 레코아 론드를 맡았던 카츠키 마사코, 헤라클레스는 도즐 자비 역을 맡았던 고우리 다이스케가 캐스팅 되는 등, 건담 시리즈의 목소리와 비교되는 부분은 건담의 팬들에게는 나름의 즐거움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히사이시 조의 장엄한 음악이 멋진 비주얼과 훌륭한 앙상블을 이루는데,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의 작품의 단골 음악감독이기에 음악을 접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미야자키의 작품이 연상되는 데자뷰를 느낄 수도 있다. 일주일 먼저 개봉된 '세기말 구세주 전설 북두의 권(1986)' 극장판에는 주인공 아리온이 까메오로 출연하기도 하는데, 이는 두 작품이 같은 배급사인 토호를 통해 상영되면서 제작진의 센스가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북두의 권 극장판에는 '뱀파이어 헌터 D(1985)'의 주인공 D도 까메오로 등장한다.)

아리온은 야스히코 자신에게 있어서도 그가 직접 원작을 맡고 작화를 그린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스스로 원작 코믹스를 집필하고 이를 극장 아니메로 만들어 직접 감독에 각본과 같은 여러 주요작업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아리온은 미야자키의 나우시카와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1] アリオン, Wikipedia Japan
[2] ネオ・ヒロイック・ファンタジア アリオン, allcinema.net
[3] 아리온(アリオン)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安彦良和 · THM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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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 (1986),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 Mobile Suit Z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矢立肇)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富野由悠季)
◈ 각본: 엔도 아키노리 (遠藤明範), 스즈키 유미코 (鈴木裕美子)
◈ 콘티/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滝沢敏文), 요코야마 히로유키 (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北爪宏幸)
◈ 메카닉 베이스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 (小林誠), 이즈부치 유타카 (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신도우샤 (伸童舎), 아키타카 미카 (明貴美加)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카나야마 아키히로 (金山明博), 온다 나오유키 (恩田尚之)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内田順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池田繁美)
◈ 디자인 협력: 야스히코 요시카즈 (安彦良和), 오카와라 쿠니오 (大河原邦男), 후지타 카즈미 (藤田一己)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三枝成章) / 아라이 마사히토 (1기 OP/ED), 히로에 쥰 (2기 OP/ED)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内田健二), 카미야 쥰이치 (神谷寿一)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6.03.01 ~ 1987.01.3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우주세기 0087년에 시작된 에우고와 티탄즈의 '그리프스 전쟁'은 티탄즈의 패망으로 종결되었지만, 에우고 역시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리더 격인 크와트로 바지나(샤아 아즈나블) 대위가 실종되고, 에이스 파일럿인 카미유 비단의 정신이 붕괴되었으며, 그 외에 많은 지휘관과 파일럿을 잃은 에우고 역시 큰 타격을 입고 만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지온공국의 잔당 액시즈가 섭정 하만칸의 강력한 리더쉽 아래 네오지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리프스 전쟁 말기부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티탄즈의 몰락과 함께 그 세력이 크게 약화된 지구연방에게 그동안 세력을 비축한 네오지온은 버거운 존재였다. 

한편, 시로코와의 최종전으로 상처입은 아가마가 사이드 1의 샹그릴라에 입항한다. 티탄즈의 잔당인 야잔 게이블은 에우고의 상징인 제타 건담을 탈취할 계획을 세우고 샹그릴라의 고물상 하청꾼인 샹그릴라 칠드런에게 일을 의뢰한다. 쥬도 아시타를 리더로 하는 샹그릴라 칠드런은 야잔의 의뢰를 받아 제타 건담의 탈취에 성공하지만, 때마침 아가마에게 공격을 감행한 네오지온의 순양함 엔도라와 그 지휘관 마슈마로 인해 쥬도는 뜻하지 않게 후일 '1차 네오지온 항쟁'이라 불리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이 등장했음에도 프라모델 매출은 반다이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여기에 팬들이 원했던 아무로와 샤아의 이야기가 아닌, 카미유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라는 점과 전작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비극적인 Z 건담의 분위기는 시청률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져온 셈이다. 물론 Z 건담이 큰 히트를 했더라도 후속 시리즈는 계속 만들어졌겠지만, 어쨋든 간에 이로 인해 Z 건담이 종영 후 곧바로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기동전사 건담 ZZ(1986)'이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된다.

중간의 휴식기간 없이 바로 다음 주 같은 방송 시간대에 시리즈가 시작된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미 Z 건담 제작 중에 ZZ 건담은 기획되고 제작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Z 건담의 지나치게 어두웠던 분위기가 비판의 대상이 되자 토미노 감독은 건담의 분위기를 대폭 일신하여 보다 명랑한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이는 '무적초인 점보트(1977)' 이후 '무적강인 다이탄 3(1978)'을, '전설거신 이데온(1980)' 이후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 '중전기 엘가임(1984)'을 연출하면서 비극과 희극을 오고 갔던 토미노의 전형적인 작품 패턴을 답습하는 것이었다. 

Z 건담을 통해 그 역량을 증명한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본 작에 이르러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는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벗어난 최초의 건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전작과는 다른 명랑한(?) 작품 분위기와 새로운 캐릭터 디자이너를 내세우면서 전반적으로 ZZ 건담의 캐릭터들은 이전의 현실적인 모습의 캐릭터들에 비해 좀더 아니메 취향의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코스튬, 스타일리쉬한 캐릭터, 더 많아진 미소녀 등장인물은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Z 건담 비운의 히로인 포 무라사메의 뒤를 잇는 엘피 플은 어린 소녀로 그려지는데 이는 근래 아니메의 트렌드인 모에 취향을 연상시키며, 루루카나 캬라 슨 등 다양한 외모와 성격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전의 건담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는 어찌보면 이전까지의 토미노 식 인물설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Z 건담에서 강판되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다시금 메카닉 디자인으로 합류하지만, 또다시 반다이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체 하차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결국 ZZ 건담에서 마라사이나 디오 등을 디자인했던 고바야시 마코토가 3기의 합체변신이라는 다분히 완구적 특징이 강한 ZZ 건담을, 당시 떠오르는 신예인 이즈부치 유타가가 네오지온의 MS를 맡아 디자인하게 된다. ZZ에서 이즈부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는지 이후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에서 이즈부치는 메인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ZZ 건담은 코어 파이터 시스템을 부활시키고 합체와 변신 컨셉을 통해 과거 퍼스트 건담의 G 아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이마 부분에서 고출력의 메가 입자포(우주전함 야마토의 파동포를 연상시키는 컨셉)를 장비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거대로봇의 컨셉을 도입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는 명랑한 작품 분위기에 맞춰 리얼로봇이라는 베이스 위에 거대 로봇의 컨셉을 일부 접목시킨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일신했으나 반응은 오히려 냉담했다. 샤아의 행방불명, 카미유의 정신붕괴와도 같은 Z 건담의 충격적인 결말이 있은지 일주일 만에 이전과는 상반된 명랑한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건담 시리즈였으니 Z 건담의 팬들로서는 당연히 괴리감을 느꼈을 듯.(다만 ZZ의 1화는 본편의 시작이 아닌 Z 건담의 총집편이었다.) 쥬도 아시타는 신경질적이고 어두운 카미유에 비해 활기차고 밝은 캐릭터로 매력이 넘쳤으나 건담이라는 테마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였고, 쥬도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마슈마 제로 역시 장미꽃과 나르시즘에 허우적대는 개그 캐릭터로서 건담이 이제껏 지향해온 테마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시청률은 Z 건담보다 더 악화되었고, 결국 마슈마는 과거 그의 선배 캐릭터인 샤아나 제리드가 그러했듯이 한동안 시리즈에서 퇴장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 SOTSU · SUNRISE

결국 중반부에 접어들어 시리즈는 종전의 테마를 다시금 답습하기에 이르른다. 히로인 엘피 플의 죽음과 같이 비극적인 에피소드가 다시 등장했으며, 전장 속에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멸망의 삼중주는 토미노의 폭주를 다시금 연상시키는 듯 싶기도. 다만, 토미노는 20여화 정도가 제작된 시점에서 역습의 샤아 극장판의 제작을 위해 일선에서 물러났고([3] 참조), 후반부는 각본을 담당했던 엔도 아키노리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별 연출가들의 작품을 마무리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 다만 최종화까지의 콘티는 대부분 토미노의 손길이 닿아 있었기에 그의 영향력을 완벽히 부인할 수는 없었다 하겠다. 후일 토미노는 스스로 ZZ는 자신이 아닌 엔도의 작품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급전된 분위기 이후의 ZZ는 리얼로봇의 상징과도 같은 건담에 걸맞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었고, 키타즈메의 캐릭터들은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화를 보여주어 전반적으로 작품의 퀄리티는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톱 클래스에 든다 하겠다. 충격적인 전개와 파멸적인 결말로 치달았던 Z와 달리 벌려놓은 여러 이야기들을 작품 내에서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마지막 회에서 그려진 브라이트를 향한 쥬도의 일격은 마치 Z 건담에서 샤아에게 일격을 날린 카미유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는 어른들의 과오를 젊은이들이 바로 잡는다는 ZZ의 테마를 상징하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토미노의 작품 대부분은 이렇게 기성세대의 그릇된 가치관과 시스템에 항거하는 젊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시리즈의 평균시청률은 6.04%로 Z 건담의 6.4%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타카하시 료스케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의 조기종영에 이은 ZZ의 저조한 반응은 건담 시리즈 뿐만 아니라 리얼로봇물 전체가 이제 쇠퇴기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하는 징조였던 셈이다. 1기 오프닝 제목 '아니메가 아니야(アニメじゃない)'처럼 아니메가 아닌, 그 이상의 인간 드라마를 그리고자 했던 토미노는 자신이 창조한 건담이라는 굴레를 빠져 나오지 못한체 또다시 건담 시리즈의 진정한 종결을 위한 역습의 샤아 제작에 매진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ZZ (1986),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ZZ, 엔하위키 미러
[4] 기동전사 건담 ZZ (1986), 베스트 아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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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알 (1985), 天使のたまご / Angel's Egg



<정보>

◈ 원안: 오시이 마모루 (押井守), 아마노 요시타카 (天野喜孝)
◈ 감독/각본: 오시이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미술설정 (아트 디렉션): 아마노 요시타카
◈ 작화감독: 나쿠라 야스히로 (名倉靖博)
◈ 미술감독/레이아웃 감수: 고바야시 시치로 (小林七郎)
◈ 음악: 칸노 요시히로 (菅野由弘)
◈ 기획/제작: 야마시타 타츠미 (山下辰巳), 오가타 히데오 (尾形英夫) / 도쿠마 야스요시 (徳間康快)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현재 저작권 불명
◈ 일자: 1985.12.22
◈ 장르: 컬트, 판타지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기묘한 기계구조물과 체스판처럼 생긴 대지 위에 용도를 알 수 없는 긴 기계장치를 짊어진 한 남자가 서있다. 저 멀리 거대한 구모양의 구조체가 땅으로 착지하려 한다. 요란한 기적 소리를 내뿜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상을 가진 거대한 구조체는 커다란 굉음과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땅에 내린다. 가운데에 빛나는 푸른 색의 반원이 마치 거대한 눈과도 같다.

한 소녀가 눈을 뜬다.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어가는 소녀. 소녀가 일어나자 이불 속에 감춰진 거대한 타조알 크기의 알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깥의 경치를 감상하던 소녀는 이내 옷을 챙겨입고, 침대 위의 알을 소중하게 안은 체 길을 떠난다. 소녀가 떠난 언덕 위에 거대한 방주 모양의 실루엣이 아른거린다.

소녀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그리고 소녀가 품고 있는 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소개>

후일 '아니메의 철학자'라 불리게 되는 오시이 마모루의 네번째 연출작이자 그가 연출한 최초의 OVA인 '달로스(1983)'에 이은 자신의 두번째 OVA. 아니메의 철학자라 불리는 그의 별명에 가장 걸맞는 작품 중의 하나로, 초현실적인 작품세계와 몽환적인 영상, 모호한 주제의식 등으로 지금까지도 문제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시끌별 녀석들 2 Beautiful Dreamer (1984)'에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던 오시이의 철학적 사색은 이 작품에서 폭발되었으며, 이후 다시 현실과의 접점을 찾은 듯한 모습이다.(물론, 현실과의 접점을 찾은 뒤에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난해하고 사색적이다.)

사실 천사의 알은 초현실적인 컬트 장르의 작품이 아닌, 코믹하고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천사의 알을 위해 오시이는 타츠노코 프로 시절 같이 일해왔으며, 당시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 있던 아마노 요시타카를 영입하게 되는데, 그가 그려온 캐릭터 디자인을 본 순간 오시이는 자신의 기획안을 수정하기로 맘먹게 된다. 애니메이터 시절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그의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오시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어떤 것을 꿈틀거리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스폰서인 도쿠마 서점으로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물론, 다행히도(?) 그들은 애니메이션 제작 당시에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당시 아마노는 자신이 삽화 일러스트를 했던 키쿠치 히데유키의 '뱀파이어 헌터 D(1985)' OVA 쪽도 참여하고 있었는데, 뱀파이어 헌터 D의 제작난항으로 인해 천사의 알에 올인하게 된다. 덕분에 뱀파이어 헌터 D는 영상미 쪽에서는 아쉬운 작품이 되었지만.

초현실적이고 컬트적인 오시이의 작품세계를 완성시키는 작품의 비주얼리스트들은 단연 아니메 업계 최강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되었다. 작품의 방향성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아마노 요시타카가 캐릭터 디자인을 포함한 아트 디렉션을, '고깔모자의 메모루(1984)'에서 귀여우면서도 서정적인 캐릭터들을 선보였던 나쿠라 야스히로가 작화를, 여기에 아니메 최고의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가 미술을 담당한 천사의 알은 단연 아니메 중에서 독창적인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작품세계에 어울리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안노 히데아키 역시 이 작품에 참여했으나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량에 기겁하여 얼마 안가 뛰쳐나왔다고 전해지고 있다.([2] 참조)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대사들을 엄청나게 읊어대는 근래의 오시이 작품에 비해 성우들의 대사량은 아니메 최고 수준으로 적다. 초반부와 종반부에는 거의 대사가 없다시피하며, 소녀와 정체모를 청년 둘이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만 대사가 나오는데, 이마저도 무척 짧은 편이다. 여기에다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숨막힐 정도로 긴 일부 롱테이크 샷,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전개는 무척이나 불편하다. 관객을 고려하지 않는 오시이 감독의 작품 성향 그 극단에 다다른 작품이라 하겠다. (어제 밤에 보다가 몇 번을 졸았는지 모른다.)

노아의 방주, 타천사 루시퍼, 천사와 악마의 대화를 연상시키는 시퀀스는 기독교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나 주제의식 자체는 종교적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우며, 주제의식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작품이다. 애초에 오시이 감독 역시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가보다는 알 속에 무엇이 있었을까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는데([1] 참조), 그 역시 어떤 답안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관객의 상상과 사색에 맡기려한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라 하겠다. 

불친절하고 지나치게 사색적인 작품색깔 덕에 오시이 감독에게 한동안 감독 제의가 들어오지 않게 한 원인을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오시이 본인의 의지이기도 했지만, 캐릭터 디자인 하나로 감독의 작품 기획안을 바꿔버리게 했다는 점에서 아마노의 일러스트가 가진 포스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天使のたまご. Wikipedia Japan
[2] 押井守, Wikipedia Japan
[3] 天使のたまご (1985), allcinema.net
[4] 천사의 알(天使のたまご)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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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몽전기 레다 (1985), 幻夢戦記 レダ / Fantastic Adventure of Yohko


ⓒ 1985 TOHO · KANAME Production


<정보>

◈ 원안: 카나메 프로덕션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湯山邦彦)
◈ 각본: 타케가미 쥰키 (武上純希), 유야마 쿠니히코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메인 애니메이터: 이노마타 무츠미 (いのまたむつみ)
◈ 메카닉 디자인: 토요마스 타카히로 (豊増隆寛)
◈ 미술감독: 시모카와 타다미 (下川忠海)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鷺巣詩郎), 마카이노 코지 (馬飼野康二) / 아키모토 리오 (秋本理央)
◈ 기획/프로듀서: 후지와라 마사미치 (藤原正道), 카나메 프로덕션 / 나가오 아키히로 (長尾聡浩)
◈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
◈ 저작권: ⓒ TOHO · KANAME Production
◈ 일자: 1985.12.21 (극장개봉일)
◈ 장르: SF,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평범한 여고생 아사기리 요코는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피아노 곡을 완성한 그녀는 카셋트 테잎에 그 음악을 녹음하여 워크맨으로 들으면서 그에게 다가가지만, 용기가 없어 결국 그냥 그를 지나치고 만다. 그 순간, 갑작스레 이상한 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린 요코.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요코는 레다의 심장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남자의 추적을 따돌리고 가까스로 지상에 도착한다. 본적이 없는 이상한 생물들이 돌아다니는 세상. 요코는 이곳에서 말하는 개 린감을 만나 이곳이 지구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 아샨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던 요코는 순간적으로 다시 원 세계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워크맨의 음악을 듣는 것을 멈추자 다시 아샨티로 돌아온 요코.

음악이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레 들이닥친 기계병사들에게 워크맨을 빼앗기고 만다. 이들은 바로 일전에 레다의 심장을 노리고 그녀를 붙잡으려했던 제르의 수하들. 쫓기는 요코와 린감은 마침내 제르의 병사들에게 포위되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맡는다. 뒷걸음 치다가 우연하게도 거대한 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요코. 순간 기묘한 빛이 꽃을 감싸고 요코는 비키니 갑옷을 입은 여전사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소개>

토호가 제작비를 담당하고 소규모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이 제작한 OVA 아니메. 카나메 프로덕션은 아시 프로덕션의 젊은 애니메이터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제작사로, '프라레스 산시로(1983)', 'BIRTH(1984)' 등을 제작한 신예 제작사이다. 환몽전기 레다는 프라레스 산시로에서 함께 작업한 아시 프로덕션의 유야마 쿠니히코가 감독을 맡았고 여기에 카나메 프로덕션의 멤버 이노마타 무츠미가 산시로에 이어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담당했다. 여성 캐릭터 디자이너로서는 이례적으로 남성 아니메 마니아들의 취향에 잘 어울리는 그림체를 선보였는데, 이는 무츠미가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 '전국마신 고쇼군(1981)', '마경전설 아크로펀치(1982)'와 같은 일련의 로봇 아니메에서 작화를 맡아왔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순정만화스러운 크고 아름다운 눈과 미형의 얼굴, 적당히 선정적이고 세련된 의상 디자인 등, 무츠미의 캐릭터는 이후 수많은 아니메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보여주게 된다.
 
카나메 프로덕션의 전작인 BIRTH에 참여한 일본 애니메이터계의 대부 카나다 요시노리의 영향 탓인지 이 작품에서도 '카나다버스'라 불리는 카나다 특유의 역동적인 작화구도가 종종 선보인다. 다만, 전반적으로 액션의 비중의 그리 큰 작품은 아니라 몇 장면에 그치고 있다. 짧은 러닝 타임 덕에 작품의 서사는 깊이가 떨어지고, 드라마틱한 클라이막스나 강렬한 액션도 부족한 편. 다만, 미소녀, 메카, 판타지로 이어지는 오타쿠적 코드의 적절한 조합으로 인해 반응은 무척 좋았다. 초창기 OVA 중에서 손에 꼽히는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아니메 자체의 매력보다는 히로인 요코의 매력이 크게 어필한 작품이라 하겠다.

OVA 제작과 동시에 미디어 믹스의 일환으로 소설판도 동시에 등장한다. 소설은 인기 호러 소설가 키쿠치 히데유키에게 맡기게 되는데, 이 결과 키쿠치 히데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뱀파이어 헌터 D(1985)' OVA의 극장개봉시 동시 상영되기도. 소설판의 일러스트는 역시 이노마타 무츠미가 맡았다. 또한 동시기의 베스트셀러 OVA인 '메가존 23(1985)'에서 인상적인 음악을 선보인 사기쓰 시로가 이 작품에서도 음악을 맡아 초창기 양대 베스트셀러 OVA의 음악을 모두 제작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레다의 인기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후속 아류작들의 탄생을 부추긴다. 카나메 프로 스스로도 곧바로 '꿈차원 헌터 판도라(1985)'를 제작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작품들이 나오지만 결국 레다만큼의 인지도는 얻지 못한체 조용히 잊혀져 버린다. 후속편에 대한 팬들의 염원으로 속편 제작을 발표했던 카나메 프로덕션은 OVA 시장의 포화로 인해 경영난을 겪다가 1988년 결국 부도를 냈고, 이로 인해 후속 프로젝트는 백지화되고 만다.

ⓒ TOHO · KANAME Production



<참고 사이트>

[1] 幻夢戦記レダ, Wikipedia Japan
[2] 幻夢戦記レダ (1985), allcinema.net
[3] Leda - The Fantastic Adventure Of Yohko (OAV), ANN
[4] 환몽전기 레다(幻夢戦記レダ)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HO · KANAME Production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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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헌터 D (1985), 吸血鬼ハンターD / Vampire Hunter D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정보>

◈ 원작: 키쿠치 히데유키 (菊地秀行)
◈ 감독: 아시다 토요오 (芦田豊雄)
◈ 각본: 히라노 야스시 (平野靖士)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아마노 요시타카 (天野喜孝) 
◈ 캐릭터 디자인인도리 코야 (いんどり小屋, 스튜디오 라이브 공동 팬네임)
◈ 작화감독
: 마쯔시다 하루미 (松下浩美)
◈ 미술감독: 마쯔다이라 사토시 (松平聡)
◈ 음악/노래: 코무로 테쯔야 (小室哲哉) / TM Network
◈ 제작: 사토 토시히코 (佐藤俊彦)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葦プロダクション)
◈ 저작권: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일자: 1985.12.21 (극장개봉일)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먼 미래인 서기 12,090년, 핵전쟁이 휩쓸고 간 세계는 귀족이라 불리는 뱀파이어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인간들은 그저 귀족들의 먹을거리로 전락하고 수많은 괴물들과 악마들이 지상 위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불멸의 존재로, 강대한 과학력까지 손에 넣은 뱀파이어들은 나날이 번창해가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들은 서서히 타락하고 쇠퇴하기 시작했고, 그들 밑에서 노예로 살아오던 인간들의 힘은 다시 강성해지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반격에 의해 귀족의 힘은 현저히 약해졌고, 그 세력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지닌 귀족은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귀족들을 물리치기 위해 사람들은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뱀파이어 헌터를 고용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귀족과 인간의 혼혈인 담피르(Dhampir: 뱀파이어남자와 인간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일컫는 단어.)는 귀족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 그 몸에 흐르는 귀족의 피 덕분에 같은 편인 인간들에게도 경멸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리스는 남동생과 단둘이서 국경도시 근처에서 농장일을 하며 살고 있는 강인한 소녀. 어느날 괴물을 사냥하던 도중 도시 일대를 지배하는 강력한 귀족 리 백작의 눈에 띄어 백작의 신부의 낙인이 찍히고 만다. 누구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도리스는 결국 귀족과 인간의 혼혈인 담피르 헌터를 고용하여 리 백작을 처단하기로 맘 먹는다. 그녀의 의뢰로 담피르 헌터 중 한명인 D가 도시로 찾아오게 되는데...


<소개>

1983년 1월부터 아사히 신문출판을 통해 발간된 키쿠치 히데유키의 장편 호러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현대 호러문학을 정립한 하워드 필립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후대의 작가들이 정립한 크툴후 신화(Cthulhu Mythos)를 기반으로 한 작품(키쿠치 본인도 러브크래프트의 열렬한 팬이다.)으로,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족인 담피르의 숙명을 갖고 태어난 인물 D의 활약을 소재로한 다크 히어로 판타지 액션물이다. 서기 10,000년대라는 먼 미래를 시간대로 하고 있으나 배경묘사는 20세기 초반에 가까워 보이며, 스파게티 웨스턴(비슷한 표현인 마카로니 웨스턴은 일본에서 유례한 단어)적인 묘사가 많다.

원작은 키쿠치 히데유키의 히트 소설로서도 유명하지만 동시에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로 더 큰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이기도하다. 타츠노코 프로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아마노는 82년 타츠노코를 독립하여 애니메이터가 아닌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을 시도하게 되었는데,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이 바로 이 뱀파이어 헌터 D인 것이다. 만화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마치 정통미술을 배운 미술학도의 삽화인 듯 고급스럽고 몽환적이며, 괴기스러우면서도 탐미적인 그의 일러스트는 커다란 인기를 끌며 이 작품을 베스트셀러 소설의 반열에 올리는데 큰 일조를 하게 된다.

아니메의 기획은 생각보다 난항이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아시 프로덕션이 아니메 의사를 키쿠치에게 전했지만, 로봇물과 마법소녀물 등으로 이름이 난 아시 프로덕션이 자신의 호러 판타지를 아니메로 만들기에는 적합치 않다는 생각을 가진 키쿠치가 좀처럼 제작허가를 내주지 않은 까닭이었다. 결국,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아시다 토요오가 파일럿 필름까지 만들어가는 열정을 보인 덕분에 키쿠치는 어렵사리 제작을 허락하게 되지만, 그동안 제작 스케쥴이 변경되면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을 예정이었던 아마노 요시타카가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3] 참조)

원작이 된 1권의 소설표지.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그로 인해 캐릭터 디자인은 아시다 감독의 스튜디오 라이브 작화팀에게 돌아가게 된다. 인도리 코야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스튜디오 라이브의 작화팀은 아마노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하였는데, 일부 캐릭터들은 아시다 토요오나 스튜디오 라이브가 참여했던 일련의 작품들인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초수기신 단쿠가(1985)' 등의 캐릭터와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로 알려진 아시다 토요오는 84년 '북두의 권(1984)' TV 시리즈를 통해 이전까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하드하고 고어스러운 작품을 연출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직후에 감독으로 참여한 이 뱀파이어 헌터 D OVA는 많은 컷에서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호러 판타지적인 분위기에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고어 액션이 첨가되면서 본 작품은 상당히 하드한 액션이 돋보이는 다이나믹한 작품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아시다 감독은 북두의 권의 주인공인 켄시로를 엑스트라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서비스도 선보이는데,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눈 앞에 둔 '북두의 권(1986)' 극장판에서는 반대로 D를 엑스트라 캐릭터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화끈한 액션 덕분이었는지 연말 OVA 판매랭킹에서는 2위를 차지하기도. 북미 시장에서는 일본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원작 소설과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 역시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TM Network 소속으로, 후일 일본 JPOP계의 거물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24살의 젊은 코무로 테쯔야가 처음으로 음악감독을 담당한 작품으로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을 필두로 TM Network의 아니메 히트송 행진이 이어지게 되기도.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한 호러 판타지 작품이지만, 아마노가 하차한 덕분에 생긴 캐릭터 디자인의 이질감으로 인해 아시다 토요오의 뱀파이어 헌터 D라는 인상이 더 강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2000) 

ⓒ 2001 FILMLINK International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バンパイアハンターD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각본/콘티: 카와지리 요시아키 (川尻善昭)
◈ 캐릭터 디자인: 미노와 유타카 (箕輪豊)
◈ 작화감독: 미노와 유타카, 아베 히사시 (阿部恒), 하마사키 히로츠구 (浜崎博嗣)
◈ 미술감독: 이케하타 유우지 (池畑祐治)
◈ CG 테크니컬 감독: 마에다 츠네오 (前田庸生)
◈ 음악: 마르코 드 암브로시오
◈ 제작/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 (山本又一朗) / 마루야마 마사오 (丸山正雄) 外
◈ 제작사: 매드하우스, 필름링크 인터내셔널, DR MOVIE
◈ 저작권: ⓒ 2001 FILMLINK International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バンパイアハンターD製作委員会
◈ 일자: 2000.08.25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원작의 된 4권의 소설표지.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원작자인 키쿠치 히데유키의 절친으로, 다수의 키쿠치의 소설을 아니메로 만들었던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감독한 극장용 아니메. 당시 카와지리는 북미 시장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뱀파이어 헌터 D와, 마찬가지로 북미에서 인지도가 높은 아니메 감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몹시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북미시장을 목표로 한 작품으로, 최초 녹음에 외국인 성우가 기용되는 등 미일 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작품이기도 하다.

85년도 OVA와는 달리 카와지리 요시아키 특유의 스타일과 아마노의 미학적인 감각을 잘 살려낸 캐릭터 디자인이 일품이다. 중성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미남자 D의 모습을 잘 살려낸 디자인으로, OVA의 D가 황야의 무법자에 가까운 코스튬이었다면, 극장판의 D는 미래지향적인 코스튬이 인상적이다. 이는 '수병위인풍첩(1993)'부터 카와지리 작품에 참여해온 미노와 유타카의 결과물이다. 이야기는 원작의 3부에 해당하는 妖殺行편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직접 감독에 각본, 콘티까지 1인 3역을 수행하고 있다.

미학적으로는 OVA보다 한단계 상승했으며, 카와지리 요시아키 작품다운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었으나, 특유의 요사스러움이라든지 클라이막스의 스케일은 전작만 못한 편이다. 하드고어의 대가로 이름 높은 카와지리의 작품인데, 이제까지 중 가장 보기 무난한 작품이라 할까. 이는 아무래도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면서 로컬라이징을 염두에 둔 미국 제작진 측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아니메 특유의 스타일이 약화되고 북미 애니메이션의 성격이 강해진 것이다. 다만, 원작의 스파게티 웨스턴적인 배경묘사는 이러한 취지에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겠다.

☞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2000), 돌아온 전설의 뱀파이어 헌터 (클릭)


<참고 사이트>

[1] 吸血鬼ハンターD, Wikipedia Japan
[2] 뱀파이어 헌터 D, 엔하위키 미러
[3] 뱀파이어 헌터 D(吸血鬼ハンターD)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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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체이서, 오린의 전설 (1985), Starchaser, Legend of Orin 


ⓒ 1985 YOUNG SUNG International


<정보>

◈ 감독/제작: 스티브 한 (Steve Hahn)
◈ 각본: 제프리 스콧 (Jeffry Scott)
◈ 캐스팅: 조 콜리컨 (Joe Coligan), 카르멘 아르젠지아노 (Carmen Argenziano), 노엘 노쓰 (Noelle North), 안쏘니 데 론지스 (Anthony De Longis)
◈ 음악: 앤드류 벨링 (Andrew Belling)
◈ 편집: 도날드 W. 어니스트 (Donald W. Ernst), A.C.E
◈ 조감독: 존 스파레이 (John Sparey)
◈ 애니메이션 감독: 밋치 록혼 (Mitch Rochon), 김장일
◈ 제작총지휘: 토마스 콜맨 (Thomas Coleman), 마이클 로젠블랫 (Michael Rosenblatt)
◈ 제작사: 영성 프로덕션 (Young Sung Production), 한호흥업, 대원동화
◈ 배급: 아틀란틱 릴리징 (Atlantic Releasing), MGM
◈ 저작권: ⓒ 1985 YOUNG SUNG International
◈ 일자: 1985.11.24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때는 수천년 후의 미래 혹성행성 트리니아. 인간들은 마인 마스터라 불리는 로봇들의 지배를 받으며 지하 광산에서 노역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배자 자이곤(Zygon)이 통치하는 이 세상에서 인류는 오로지 이 지하 세계만이 자신들이 살 수 있는 세계이며, 지상은 지하세계보다 훨씬 끔찍하고 지옥같은 곳이라 믿고 있었다. 자이곤은 인간 노예들을 부려 광산에서 루비디마이트라는 붉은 수정을 채굴하고 있었는데, 루비디마이트를 채굴하여 제단에 바치면 자이곤이 나타나 신의 말씀을 전하고 루비디마이트를 가져간다. 루비디마이트를 회수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식량이 지급된다.

자이곤의 폭정 속에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지하 광산에서 눈먼 동생 칼리와 살고 있던 젋은 청년 오린은 채굴 도중 바위 속에 박혀 있는 보석장식이 달린 검을 발견하게 된다. 오린이 검을 쥐자 검신에서 빛이 발산되며 노인의 영상이 투영된다. 지하세계 위 지상에는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용기를 가지라는 노인. 검을 소유한자는 진실된 힘을 얻을 것이라 말하며 노인은 사라진다. 동시에 검날이 사라지고 손잡이만 남은 검. 오린은 노인의 말에 따라 지상으로 향할 것을 결심하는데...


<소개>

미국 애니메이션의 하청업을 주로 맡아오던 동서동화(現 한호흥업)와 동서동화의 창립자인 재미교포 출신의 스티브 한이 주축이 되어 제작된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컴퓨터 그래픽과 입체영상, 로토스코핑 기법 등이 동원된 애니메이션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와 같은 작품이다. 평단의 호평 속에도 불구하고 배급사인 아틀란틱 릴리징의 도산으로 인해 개봉 도중 극장에서 내려지며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비운의 작품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잠재력을 보여준 동시에 뛰어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못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티브 한과 한호흥업과 같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하고 주도한 작품이긴 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미국적인 작품이다. 스탭진의 구성에서 보면 연출과 셀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한국쪽 인재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반면, 스토리와 콘티, 사운드와 CG 등에서는 역시 미국 애니메이터들의 영향이 크다. 이는 연출과 작화에서 당대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와있음을 증명한 반면, 기획, 스토리, 사운드와 같은 많은 부분에서는 여전히 인재와 역량이 부족함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어차피 기획 단계에서 미국의 참여가 주도적이었던 작품이었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작품이었기에 한국적인 색체가 보이지 않음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는 약 1년 뒤에 넬슨 신과 다수의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주축이 되어 제작한 '트랜스포머더 무비(1986)'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하세계에서 통제된 삶을 살아오던 인류가 기계의 지배를 벗어나 지상으로 나와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든지, 주인공 오린이 바위 속에서 검을 찾아내고 그로 인해 영웅의 길을 걷는 전개는 아서왕의 전설과 같은 중세 판타지의 느낌을 주고 있다. 아울러, 지상으로 나온 오린 일행의 모험에서는 익숙한 미국식 모험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런 부분은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아류로 인식될 수 있다 하겠다. 참신함은 비록 떨어지지만 짜임새 있는 이야기 전개로 인해 그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지하세계에서 사는 인류가 전설의 검을 발견하고 지상으로 압제자를 물리치고 지상으로 향하는 부분은 '천원돌파 그렌라간(2007)'의 스토리 컨셉과 유사하기도 하다. 물론, 둘 사이에 관계는 없다.)

ⓒ 1985 YOUNG SUNG International

스타체이서의 의의는 이야기보다는 영상미에 있다. 당시로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CG를 적극 도입한데다가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등, 현재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3D CG 기법을 무려 25년이나 먼저 애니메이션에 도입한 작품이다. 게다가 그 완성도 역시 85년도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준수한 편. 거기에 사람의 움직임에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도입하여 부드러운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물론, 당시 기술의 한계나 제작비 문제 등으로 인해 모든 영상에 입체기법을 적용할 수는 없었고, 이로 인해 인물의 묘사에서는 입체기법이 재현되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테크닉의 관점에서 이 작품은 당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정수가 모두 투입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평단의 평가도 좋은 편이었고, 개봉 당시의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으나 배급사의 도산으로 인해 급박하게 상영이 중단되면서 스타체이서와 한국 애니메이션의 야심찬 첫발은 아쉽게도 불발로 끝나고 만다. 1985년 11월 24일 개봉한 스타체이서는 1985년 12월 8일까지 불과 2주 밖에 개봉하지 못했으나 3백36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만약, 제대로 개봉일자를 채웠다면 스타체이서의 평가는 지금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넬슨 신의 트랜스포머 더 무비가 약 한달 간 개봉하여 57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음을 볼 때 스타체이서는 그와 비슷하거나 그를 상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의 참패와 배급사의 도산으로 인해 국내 개봉이 무산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MGM이 2005년 6월 21일 북미에서 DVD로 발매했지만, 입체 애니메이션이라는 메리트를 느낄 수 없는 것 역시 큰 아쉬움 중 하나. 당시 흥행 참패로 인해 스티브 한은 미국으로 도미해야 했으며, 다시 한 번 창작 애니메이션을 향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은 열매를 맺지 못한체 시들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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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1985), 蒼き流星SPTレイズナー / Layzner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이토 츠네히사 (伊東恒久), 타카하시 료스케 (高橋良輔)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星山博之), 스즈키 요시타케 (鈴木良武), 히라노 야스시 (平野靖士), 이토 츠네히사 (伊東恒久) 外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谷田部勝義), 아미노 테츠로 (網野哲郎), 카세 미츠코 (加瀬充子)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谷口守泰) / 다니구치 모리야스, 무라나카 히로미 (村中博美), 八幡正 外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오카오라 쿠니오 (大河原邦男) / 요시다 토오루 (吉田徹), 오키우라 히로유키 (沖浦啓之)
◈ 미술감독: 혼다 오사무 (本田修), 아라이 카즈히로 (荒井和浩)
◈ 음악/노래: 이누이 히로키 (乾裕樹) / AIRMAIL from NAGASAKI (OP), 토미자와 미치에 (ED)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 (植田益朗), 銀谷精一, 木本隆彦
◈ 제작사: 선라이즈, 니혼 TV, 요미우리 광고사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5.10.03 ~ 1986.06.2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3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미소 냉전이 계속되던 1996년, 인류는 화성에까지 진출하지만 냉전구도는 광활한 우주에까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주에 불화의 씨앗이 생길것을 우려한 그라도스 별의 그라도스인들은 미래의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지구를 제압할 것을 결정하게 된다.

그즈음 UN이 주최한 우주체험교실에 선정된 소년 소녀들이 화성의 UN기지에 도착하게 된다.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그들 앞에 갑작스런 그라도스군의 인간형 병기 SPT(Super Powered Tracer)의 습격이 시작된다. 기지는 파괴당하고 체험학습단이 위기에 처한 순간, 한 대의 푸른 SPT가 나타나 그라도스군으로부터 소년소녀들을 구하게 된다. 푸른 SPT를 몰고 온 인물은 그라도스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알바트로스 날 에이지 아스카라는 소년이었는데...


<소개>

타카하시 료스케의 4번째 리얼로봇물이자 감독으로서 그의 마지막 TV 시리즈 로봇물. 그라도스라는 이성인과 지구인과의 전투가 시작되는 즈음, 그라도스의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 에이지가 그라도스의 병기 레이즈너를 몰고 지구의 편에서 싸운다는, 'UFO 로봇 그렌다이저(1976)'에서부터 이어져온 거대로봇물의 테마를 이어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타카하시 료스케에 의해 독특한 스타일로 그려지면서 리얼로봇물의 쇠퇴기를 장식한 걸작 아니메로 이름을 남긴다. 

당시 선라이즈의 작화 라인은 몇 개의 부류로 나뉘어지고 있었는데, 우선 작화에 있어서 일가를 이룬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이끄는 작화라인과, '스튜디오 비보' 소속으로 '전설거신 이데온(1980)' 이후 토미노 요시유키와 호흡을 맞춰온 코가와 토모노리와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온다 나오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 등이 이끄는 작화라인, 그리고 '아니메아루' 소속의 다니구치 모리야스와 그의 제자(요시다 토오루, 오키우라 히로유키, 오사카 히로시)들이 이끄는 작화라인이 있었다. 레이즈너는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부터 참여해온 다니구치 모리야스와 그의 제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용자 라이딘(1975)'부터 선라이즈의 다수의 작품에 참여해온 다니구치였지만 캐릭터 디자인으로서는 레이즈너가 첫 작품이었다. 다니구치가 '북두의 권(1984)' TV 시리즈에 참여했던 이력 때문인지 2기부터는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듯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또한, 주인공인 에이지의 모습은 북두의 권의 켄시로와 함께 그가 참여했던 '장갑기병 보톰즈(1983)'의 주인공 키리코 큐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키리코 큐비 역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켄시로와의 접점이 느껴지는데, 이는 작화를 맡은 다니구치 못지않게 타카하시 감독이 북두의 권 시리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음을 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미소냉전이 진행중인 1996년이라는 설정부분은 아직은 냉전 중에 있던 86년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부분이다. 이러한 분쟁상황이 우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그라도스인들의 지구침공은 다분히 냉전시대에 대한 타카하시 감독의 우회적인 풍자라고 볼 수 있다. 그라도스인과 지구인의 혼혈로, 화성에 견학온 학생들과 함께 그라도스의 추격군을 물리치며 지구로 귀환하는 초반부의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1979)'을 거쳐 '은하표류 바이팜(1983)'까지 이어져온 15소년 표류기식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 독특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가 주인공 에이지의 실종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벌어지는 2기의 이야기를 기점으로는 완벽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그라도스에 의해 점령당한, 폐허가 된 지구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이는 안나일행과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멋진 무술실력을 보여주며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에이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2기는 여러 면에서 북두의 권스러운 무협액션물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시리즈 최고의 악역 고스테로와 그의 시귀대의 전용 SPT는 리얼로봇의 특색인 병기로서의 로봇보다는 정통 거대로봇물의 영향이 눈에 띈다. 이것은 주역 메카인 레이즈너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V-MAX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 전반적으로 볼 때 레이즈너의 2기는 리얼로봇물에 정통 거대로봇물의 스타일을 가미한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당시 리얼로봇물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시리즈는 히로인 안나의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되고 있다. 1기에서 지구인들의 편견 속에 고립된 주인공 에이지를 처음으로 믿어주던 14살의 소녀 안나는 2기에서는 에이지를 사랑하는 연인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남성 취향의 하드한 작품 스타일과 달리 연인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안나의 해설은 작품을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는 선라이즈의 '스크라이드(2001)'에서 카나미의 해설로 재사용되기도 한다. 바이팜에서 처음 등장했던 에피소드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미리 보여주는 아방 타이틀식 연출도 사용되는데, 오프닝 테마 중간에 사용되는 스타일리쉬한 기법이 눈에 띈며, 이 역시 선라이즈의 '사이버 포뮬러 사가(1996)' 등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SUNRISE

리얼로봇에 정통 거대로봇물과 무협액션을 가미한 크로스오버는 시청률 측면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 동시간대에 방영중이던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夕やけニャンニャン'의 공세 속에서도 10%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1] 참조),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방영중이던 선라이즈의 야심작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스폰서 중 하나였던 산요(SANYO)의 석유난로가 제조결함으로 인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여 45명이 중독되고 4명이 죽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스폰서에서 하차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제작비 수급에 난항이 발생하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시된 레이즈너 프라모델이 판매부진으로 고전을 겪자 반다이마저 스폰서에서 철수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외적인 여건이 악화되면서 레이즈너는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38화로 갑작스런 종영을 맡게 된다.

37화까지 정상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던 상황으로 보아 조기종영 결정은 상당히 급박하게 이루어 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38화는 스토리의 비약이 심해졌고 마무리 역시 확실하지 않았다. 우주로 떠난 에이지를 기다리는 안나 일행의 회상장면에서는 이전 컷을 대거 재사용하는 등, 스탭진 역시 시리즈 조기종영에 큰 실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완구/프라모델 스폰서와 TV 시리즈 아니메의 연계라는 비즈니스 시스템은 서서히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고, 리얼로봇 장르의 편중현상은 역으로 컨텐츠의 경쟁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있었다. 결국, 레이즈너의 퇴장과 함께 타카하시 료스케도 리얼로봇물에서 퇴장하게 된다.

☞ 아니메 집중분석 17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 by 바이칸 (바로가기)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ACT 1,2,3 (1986)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연출/구성: 이마니시 타카시 (ACT 1), 야타베 카즈요시 (ACT 2), 카세 미츠코/야타베 카즈요시 (ACT 3)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10.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총집편 2화와 TV 시리즈에서 완결짖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1화로 구성된 3부작 OVA. ACT 1은 1화부터 25화까지, 즉 에이지가 행방불명되고 그라도스의 지구 침략이 결말로 치닫는 무렵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ACT 2는 그라도스 지배하의 지구에 돌아온 에이지와 지구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다룬 26화부터 37화까지의 이야기를, 마지막 ACT 3에서는 TV 시리즈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숨겨진 진실을 다루고 있다. 이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만들었던 TV 시리즈의 38화는 OVA 3화로 대체된다.

비록 원래의 이야기 의도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1시간 짜리 OVA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레이즈너 팬들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는 결말로 레이즈너는 비로소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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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리어 88 (1985), エリア88 / Area 88


ⓒ DAI PRO · 小学館


<정보>

◈ 원작: 신타니 카오루(新谷かおる)
◈ 감독: 토리우미 히사유키(鳥海永行)
◈ 각본: 사카이 아키요시(酒井あきよし)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오카다 토시야스(岡田敏靖)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 음악/노래: 닛타 이치로(新田一郎) / MIO, 키타하라 시마(北原志真/오가와 미유키)
◈ 기획/프로듀서: 우사미 야스시(宇佐美廉) / 누노카와 유지(布川ゆうじ)
◈ 제작사: 스튜디오 피에로, PROJECT 88
◈ 저작권: ⓒ DAI-PRO · 小学館
◈ 일자: 1985.07.20 (극장 개봉일자)
◈ 장르: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 (3화),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중동의 아슬란 왕국이 내전 상태에 돌입한다. 정부군과 반정부군으로 나뉘어진 아슬란은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전투기 파일럿이 부족한 정부군은 공군력을 대부분 용병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병들이 계약을 하고 이 비행부대에 입대하면, 부대를 나가기 위해서는 3년 동안의 복무기간을 마친 뒤 살아서 전역하거나 위약금 150만 달러를 물어야 한다. 무단으로 도망친 용병은 정규군에 의해 추격 후 사살된다.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이 비행부대에서 탈출한다 하더라도 사막 한가운데서 군의 추적을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아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절친 카자마 신과 칸자키 사토루. 일본 굴지의 항공회사 야마토 항공의 견습 파일럿이 된 둘은 비행기 파일럿이 되기 위한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천부적인 조종실력을 가진 신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장래가 촉망되는 파일럿으로 성장해 갔고,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야마토 항공 사장의 딸 츠구모 료코와 사랑에 빠지며 더없이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신의 천부적인 재능과 료코와의 관계를 질투한 칸자키는 바에서 신이 만취한 틈을 타 용병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만든다. 칸자키의 음모에 의해 신은 영문도 모른체 아슬란 왕국 휘하의 용병 비행부대,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에어리어 88로 끌려가게 되는데...


<소개>

소학관의 만화잡지 '빅코믹'(79년 '만화군'에서 빅코믹으로 재창간)에서 1979년부터 1986년까지 연재된 신타니 카오루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치밀한 항공기 묘사,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매력적인 캐릭터, 비극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동잡지에 연재되고 있던 청춘만화의 거장 아다치 미치루의 '미유키' 함께 빅코믹의 간판 코믹스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원작이 연재되는 와중에 제작된 아니메는 원작만큼이나 뛰어난 완성도로 평단과 팬들의 극찬을 받으며 제4회 일본 아니메 대상 최우수 OVA상과 음악상을 수상, 그 진가를 공인받았다. 

85년 당시에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셀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몹시도 그려내기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독수리 5형제(1972)'에서 이미 아동 아니메 수준을 뛰어넘는 진지한 공중전을 묘사한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에어리어 88의 감독으로 참여한 것은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토리우미 히사유키 뿐만 아니라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타츠노코 출신들과 함께 세운 스튜디오 피에로가 제작사로 참여하며, 독수리 5형제에서 함께 작업한 사카이 아키요시도 각본에 참여한다.

현실 속의 군용기의 구현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들 군용기의 제원은 군사기밀에 속했으며, 실제로 보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기 때문. 이로 인해 프라모델 제작에 사용된 해당 군용기의 제원을 바탕으로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각국의 퇴역한 파일럿에게 고증과 감수를 받는 형태로 모자란 부분을 보충했다고 전해진다.([5] 참조) 이 덕분인지 일부 항공기는 디테일과 설정에 있어서 실제 모델과는 차이를 보이기도. 다만, 극의 진행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하겠다.

ⓒ DAI-PRO · 小学館

전투기의 공중전은 단연 이 작품의 백미 중 하나이다. 수작업으로 셀 애니메이션을 그리던 당시의 제작환경을 비교했을 때 그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다이나믹한 컷 구성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훌륭하다. 일본 아니메에서 공중전 연출의 대가를 꼽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와 오시이 마모루, 그리고 토리우미 히사유키를 꼽는 이유를 여실히 증명한 작품인 셈이다. (토리우미 히사유키는 오시이 마모루의 스승이기도 하다.) 실제 전투기의 공중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허구적인 연출들이 다수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틱한 공중장면의 묘사로 인해 이러한 오류가 그닥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라면 과찬일까. 

멋진 공중전 연출과 함께 에어리어 88의 가치를 지금까지 빛내게 하는 요소는 역시 흡입력있는 이야기라 하겠다. 친구의 배신으로 인해 연인과 창창한 미래를 눈 앞에 두고 지옥과도 같은 전장으로 끌려간 주인공 신의 이야기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했음을 쉽사리 느낄 수 있다. 실제 코믹스에서는 외인부대를 나온 카자마 신이 비명횡사한 밤바라 국의 대통령의 유산을 물려받아 자신을 파멸에 빠뜨린 칸자키에게 복수하는 등,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 원작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아니메의 전개는 이것과 다르게 각색되는데, 외인부대를 나온 신이 평범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체 결국 료코와의 재회를 앞에 두고 괴멸 위기에 처한 에어리어 88과 그의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압도적인 반정부군의 공세 속에 차례로 무너지는 에어리어 88의 전우들과, 료코를 뒤로 한 체 사지로 날아가는 신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 라스트 씬은 꽤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허무함이 가득한 이 엔딩은 아니메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엔딩으로 팬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89년 KBS를 통해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일본 아니메를 무리하게 한국적인 설정으로 옮겨오면서 여러가지 설정상의 미스가 발생하게 되지만, 국내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된 아니메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성우의 싱크로가 완벽한 작품으로 인상이 깊게 박혀 있는 작품이다.


에어리어 88 (2004)


ⓒ 新谷かおる · 88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 이마가케 이사무(今掛勇)
◈ 연출협력: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시리즈 구성: 오오노기 히로시(大野木寛)
◈ 캐릭터 디자인: 코우지나 히로시(神志那弘志)
◈ 메카닉 디자인: 사토 미치아키(佐藤道明)
◈ 작화감독: 코우지나 히로시, 쿠라타 아야코(倉田綾子)
◈ 미술감독: 스즈키 아키라(鈴木朗)
◈ 음악/노래: 미야케 카즈노리(三宅一徳) / Angels (OP 연주), 테라다 케이코 (ED)
◈ 제작사: 그룹 타크, 88 제작위원회, TV 아사히
◈ 저작권: ⓒ 新谷かおる · 88製作委員会
◈ 일자: 2004.01.09 ~ 2004.03.26
◈ 장르: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TVA (12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그룹 타크가 제작을 맡은 2004년판 에어리어 88은 원작에 충실한 구성을 취하는 것을 제작방향으로 삼았다. 다만, 각색 과정에서 TV 시리즈만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일부 이야기는 원작의 전개와는 차이가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기대 이하다. 원작의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것에도 실패했고, 전작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보여주었다. CG로 그려진 전투기의 묘사는 깔끔하지만 공중전의 연출 수준은 오히려 셀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OVA에 미치지 못한다. 비극적이고 허무한 OVA의 스토리에 비해 드라마틱함이 부족한 것도 큰 미스.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인해 시리즈는 더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12화에서 끝을 맺는다. 동시에 원작에서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는 신의 이야기도 더 이상 그려지지는 못한다.


<참고 사이트>

[1] エリア 88, Wikipedia
[2] 에어리어 88, 위키피디아
[3] エリア88 (1985~1986), allcinema.net
[4] 에어리어 88, 엔하위키 미러
[5] AREA 88(エリア88)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테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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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페어 (1985), ダーティペア / Dirty Pair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 ADV Films (for U.S Edition)


<정보>

◈ 원작: 타카치호 하루카
◈ 감독: 타키자와 토시후미 (1~13화), 가시마 노리오 (14화~26화)
◈ 각본: 이토 카즈노리, 호시야마 히로유키, 이노우에 토시키, 시마다 미치루, 히라노 야스시 外
◈ 연출/콘티: 카세 미츠코, 아미노 테츠로, 미즈타니 타카야, 키쿠치 카즈히토
◈ 캐릭터 디자인: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유니폼 디자인: 아쿠츠 쥰이치 / 호소노 후지히코
◈ 작화감독: 토키테 츠카사, 오오누키 켄이치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미우라 사토시
◈ 음악/노래: 키모리 토시유키 / 나카하라 메이코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요시 타카유키, 하츠카와 노리오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비주얼, 니혼 TV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5.07.15 ~ 1985.12.26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4화), OVA (25, 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22세기의 우주, 크라렛타 삼중성의 사건 이후 은하계 내에서 벌어지는 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복지 연합회 WWWA 산하의 분쟁해결기관 트러블 컨설턴트 '토라콘'이 창립된다. 토라콘 소속의 해결사로 은하계 각지의 분쟁을 해결하는 임무를 맡은 케이와 유리는 속칭 '러블리 엔젤'이라는 코드 네임으로 불리고 있는 여성 2인조 해결사. 인상적인 과격하고 덜렁거리는 붉은 머리의 육감적인 톰보이 케이와,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가끔 폭주를 일삼는 호색녀 유리는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별 하나 쯤 파괴하는 것은 우습지도 않게 생각하는 무서운 아가씨들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일을 크게 만드는 그녀들은 러블리 엔젤이 아닌 속칭 '더티 페어(Dirty Pair)'라 불리며, 은하계의 골치덩어리 해결사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는데...


<소개>

스튜디오 누에의 SF 작가 타카치호 하루카가 1980년부터 연재한 SF 소설을 바탕으로, 선라이즈가 제작한 작품. 스튜디오 제도로 운영되는 선라이즈는 당시 타카하시 료스케가 제 3스튜디오에서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1985)'를 준비 중에 있었으며, 토미노 요시유키가 제 2스튜디오에서 선라이즈의 간판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제작 중에 있었다. 선라이즈의 대표적인 감독들과 스탭들이 모두 투입된 와중에 여력이 있는 팀은 '거신 고그(1984)'를 제작한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제 4스튜디오 인력들이었다.

사실, 더티 페어의 소설판 일러스트를 야스히코가 작업했던 관계로 여러모로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화 한다면 당연히 야스히코가 캐릭터 디자이너의 물망에 올랐을 터이다. 실제로 야스히코는 1983년, 더티페어보다 먼저 발간되었던 타카치호의 소설 '크러셔 죠(1977)'를 아니메 감독 데뷔작으로 선택한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더티 페어의 캐릭터 디자인은 프로듀서 야스히코가 아닌 거신 고그 제작 당시 작화감독으로 야스히코 밑에서 일을 했던 토키테 츠카사에게 넘어가게 된다. 거신 고그를 통해 선라이즈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토키테 츠카사는 국제영화사에서 선라이즈로 자리를 옮긴지 두 작품 만에 캐릭터 디자인을 맡게된 것이다.

성인 취향의 극화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야스히코와 달리, 토키테는 귀여운 미소녀의 얼굴과 육감적인 몸매를 매칭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였고, TV 아니메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성격을 띈 원작에 코미디가 가미된 유쾌한 버디물로 거듭나게 된다. 당시 선라이즈의 1급 애니메이터들이 기동전사 제타 건담과 레이즈너, 아리온 등으로 분산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거의 2진급이라 할 수 있는 나머지 애니메이터들로 만들어 낸 이 작품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와 호응을 이끌어 내게 된다.

단, 각본은 '시끌별 녀석들(1981)', '마법천사 크리미마미(1983)'의 이토 카즈노리, '기동전사 건담(1979)',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 '은하표류 바이팜(1983)'의 호시야마 히로유키, '가면 라이더' 시리즈로 대표되는 특촬물부터 영화, 드라마, 아니메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노우에 토시키, 시마다 미치루 등 관록의 각본진이 포진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토 카즈노리와 호시야마 히로유키, 이노에우 토시키, 시마다 미치루 등은 모두 시끌별 녀석들의 각본진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작품에서 드러나는 개그 취향은 어딘지 모르게 시끌별 녀석들의 그것과 동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더티 페어는 여성 버디물에 있어서 거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후일 수많은 여성 버디물의 이정표를 제시하게 된다. 여성 버디물 뿐만 아니라,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선라이즈표 애니메이션이라는 또 하나의 대안 역시 제시하며, 이후 '시티 헌터' 시리즈를 거쳐 '카우보이 비밥(1998)'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영향을 미치게 된다.(비밥의 히로인인 페이 발렌타인의 의상은 다분히 더티 페어의 오마쥬라 할 수 있다.) 또한 메카닉과 미소녀라는 오타쿠 적인 코드를 TV 시리즈 아니메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TV 시리즈는 마니아적인 표현이 완화되었지만 후일 OVA 등에서는 이 아쉬운(?) 부분이 대폭 만회하게 되기도.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토키테 츠카사는 이로 인해 인기 애니메이터로 순식간에 명성을 쌓게 되며, 이후 80년대를 주름잡는 캐릭터 디자이너의 한명으로 위세를 떨치게 됨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종화인 25, 26화는 TV 시리즈가 아닌 OVA '더티 페어, 러블리 엔젤보다 사랑을 담아(1987)'로 발매된다.


더티 페어의 대승부 - 놀란디아의 수수께끼(1986)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감독/콘티/연출: 오쿠와키 마사하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캐릭터 디자인: 토키테 츠카사
◈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코바야시 유카리
◈ 미술감독: 후지 유우코
◈ 음악/노래: 쿠니모토 요시히로 / 마키 카나코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오루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6.08.02 (극장개봉일)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TV 시리즈 최종화 편집 OVA보다 먼저 제작된 단편 OVA. TV 시리즈에 비해 보다 더 오타쿠적, 성인적 취향에 근접한 작품이다. 우선 몸길이가 비교적 짧아 귀여운 소녀들로 보이던 TV 시리즈와는 달리, 실제 성인여성을 연상시키는 성숙한 체형으로 그려진 것이 그것. 이로 인해 과감한 의상 디자인이 더더욱 돋보이는 효과를 가져오며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게 된다. 올누드 씬까지 등장했으니 더티 페어의 남성팬들이라면 그야말로 환호 그 자체. OVA로 제작되어 공존의 히트를 기록한 뒤, 86년 극장판으로 공개 되기도 하였다.

다만, 빅히트를 기록한 OVA와 달리 OST는 상당히 레어 타이틀로 알려져 있는데, 별도로 앨범이 발매되지 않고 VHS 비디오로 발매시 합본으로 발매된 카세트 테잎이 유일하며, 이후 CD나 다른 매체로 발매되지 않아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희귀한 컬렉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티 페어 (1987)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원작/기획 코디네이터: 타카치호 하루카
◈ 감독: 마시모 코이치
◈ 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캐릭터 디자인: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협력: 미야타케 카즈타카 / 아키타카 미카
◈ 몬스터 디자인: 아사리 요시토
◈ 설정 감수: 모리타 시게루, 사토 미치아키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 오프닝 애니메이션: 모리모토 코지
◈ 음악/노래: 시구마 켄조 / 마츠바라 미키
◈ 기획/제작: 선라이즈 / 이토 마사노리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7.03.14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87년 개봉된 더티 페어의 극장판은 일단 달라진 더티 페, 아니 러블리 엔젤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제 4스튜디오에서 제 1스튜디오로 제작 스튜디오가 옮겨진 것이 그것.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대작 극장 아니메 아리온 이후 제 1스튜디오의 다음 극장 아니메가 바로 이 더티 페어 극장판인 것이다. 연출은 마시모 코이치. 타츠노코 프로 시절 오시이 마모루, 니시쿠보 미즈호, 우에다 히데히토와 함께 타츠노코의 4대 천왕이라 불리던 마시모 코이치는 후일 여성 버디물의 대표적인 연출가로 알려지게 되는데, 여성 버디물의 시초인 더티 페어와 여성 버디물의 대가의 만남이라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하겠다. 이외에도 스튜디오 누에의 간판 메카닉 디자이너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참여하는 등, 선라이즈의 대표작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진용을 갖추고 있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모리모토 코지의 몽환적인 오프닝 애니메이션이다. 마치 007 영화의 인트로를 보는 듯한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영상은 극장 아니메로서의 품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후일 독보적인 스타일의 아니메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며 명성을 쌓아가는 모리모토 코지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였다. 


더티 페어 (1987)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원작/다이얼로그: 타카치호 하루카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 이시즈 타이지
◈ 미술감독: 오카다 토모아키
◈ 음악/노래: 키모리 토시유키, 다나카 고헤이 / 모리카와 미호 (오프닝)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7.12.21 ~ 1988.04.21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10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극장판의 성공 이후 OVA로 리부트 된 더티 페어 시리즈. TV 시리즈로부터 불과 2년 사이에 단편 OVA과 극장 아니메, 그리고 다시 10화 분량의 OVA로 제작되면서 더티 페어의 인기와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는 리얼 로봇 아니메의 쇠퇴로 인해 선라이즈의 위세가 크게 위축되던 시기였기에 비로봇 아니메로서 더티 페어가 이전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당시 선라이즈는 TV에서 '시티 헌터(1987)'와 '미스터 아짓코(1987)' 등 비로봇 아니메를 히트시키고 있었는데, 더티 페어 시리즈는 그로 인해 OVA를 통해 마니아들을 공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즈음 선라이즈는 로봇 아니메 전문 제작사에서 보다 더 넓은 작품 스펙트럼을 갖는 제작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이 일련의 시도는 더티 페어가 촉발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티 페어 모략의 005편 (1990)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감독/콘티: 타키자와 토시후미
◈ 연출: 타카마츠 신지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 이시즈 타이지
◈ 설정감수: 모리타 시게루
◈ 미술감독: 오카다 토모아키
◈ 음악/노래: 오카다 토오루 / 야마우치 요코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90.01.25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1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90년에 1화로 발매된 OVA.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범죄조직 루시퍼가 아니메에서 처음 등장한다.([1] 참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발매된 것으로 보아 기존의 팬을 위한 서비스적 성격을 띈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더티 페어 플래쉬 (1994)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감독: 스나가 츠카사 (1기), 모치즈키 토모미 (2, 3기)
◈ 각본: 스나가 츠카사 外 (1기), 고부 후유노리, 모치즈키 토모미 (2, 3기)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키무라 타카히로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음악: 카와자키 쥰이치, 미조구치 하지메 (2기), 미야기 준코 (3기)
◈ 노래
MANA (1기 OP/ED), 마츠모토 리카 (2기 OP/3기 ED), 코우다 리코 (3기 OP/2기 ED)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발매일자:
   - 1기: 1994.10.21 ~ 1994.06.23
   - 2기: 1995.06.01 ~ 1995.10.01
   - 3기: 1995.12.21 ~ 1996.04.25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6화/5화/5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94년에 리부트된 더티 페어 시리즈는, 그동안 원작의 설정을 사용해왔던 원 시리즈와는 달리 별도의 아니메 용으로 제작된 독립된 스토리이다. 설정과 이야기 뿐만 아니라 캐릭터 디자인 역시 토키테 츠카사에서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었다. '배리어블 지오'. '바이퍼' 시리즈와 같이 성인용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후일 '용자왕 가오가이거(1998)', '베터맨(1999)', '신혼합체 고단나(2003)' 등을 거쳐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2006)'로 유명세를 떨치는 키무라 타카히로가 캐릭터 디자인으로 참여했는데, 키무라 특유의 슬림하고 육감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원 시리즈와는 다른 이질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원작 팬들로부터는 반감을 사기도 했다. (팬들의 생각과는 달리 원작자인 타카치호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로 이 이야기를 그려가기를 원했다고 전해진다.)

원작팬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시리즈 자체의 반응은 좋았던 것 같다. 3기까지 총 16화가 제작되었으며, 2기부터는 '오렌지 로드,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1988)'와 '바다가 들린다(1993)' 등 잔잔한 드라마를 주로 연출해온 모치즈키 토모미가 감독을 맡게 된다. 감독 뿐만 아니라 坂本郷라는 필명으로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참고 사이트>

[1] ダーティペア, Wikipedia Japan
[2] ダーティペア (1985), allcinema.net
[3] ダーティペア (1987), allcinema.net
[4] ダーティペア (1987), allcinema.net 
[5] ダーティペア FLASH (1994), allcinema.net
[6] ダーティペア FLASH 2 (1995), allcinema.net
[7] ダーティペア FLASH 2 (1995), allcinema.net
[8] ダーティペアの大勝負 ノーランディアの謎 (1986), allcinema.net
[9] ダーティペア ラブリーエンジェルより愛をこめて (1987), allcinema.net
[10] ダーティペア 謀略の005便 (1990), allcinema.net
[11] 더티페어의 대승부(ダーティペアの大勝負)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12] 더티페어(ダーティペア) 1987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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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수기신 단쿠가 (1985), 超獣機神 ダンクーガ / Dancouga


ⓒ PRODUCTION REED


<정보>

◈ 총감독: 오쿠다 세이지
◈ 시리즈 구성/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 후지카와 케이스케, 테라다 켄지, 타케가미 쥰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인도리 코야 (いんどり 小屋)
◈ 메카닉 디자인: 히라이 히사시, 오바리 마사미 (서브메카 디자인 및 메카 작감)
◈ 작화감독: 카미조 오사무, 츠루야마 오사무, 카와수지 유타카, 타다노 카즈코 外
◈ 미술감독: 아라이 토라오
◈ 음악/노래: 이케 타케시, 토츠카 오사무 / 후이와라 리에 (1,2기 오프닝), 이케 타케시 (1기 엔딩), 토코 마사카즈 (2기 엔딩)
◈ 기획/프로듀서: 사토 토시히코, 카스가 히가시 / 카타오카 요시로, 칸토 히로시, 우메하라 마사루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旭通信社 (ADK), TBS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일자: 1985.04.05 ~ 1985.12.27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3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전 우주를 지배하려는 야욕에 가득찬 무게 제국의 황제 졸바도스의 마수가 지구에까지 뻗친다. 압도적인 무게 제국의 군사력 앞에 패퇴를 거듭하는 지구군.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우주사관학교의 생도와 교관들도 무게 제국과의 일전을 위해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사관학교의 교관 샤피로는 야심이 가득한 인물로, 자신이 직접 입안한 작전을 군 수뇌부에게 제안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게 된다. 이에 샤피로는 기울어져 가는 지구 대신 무게제국에 투항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 한다. 샤피로의 연인으로 그를 숭배하는 사관학교의 생도 유키 사라는 샤피로의 계획을 알고 자신도 그를 따라 무게 제국으로 투항하려 하지만, 전투 도중 같은 생도인 후지와라 시노부의 제지로 인해 그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샤피로는 애타게 그를 부르는 사라를 버려둔 체 홀로 무게 제국으로 향한다.

무게제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대항하기 위해 지구군은 수전기대라는 특수 기갑부대를 창설한다. 수전기는 탑승하는 파일럿의 분노를 이용하여 야수와 같은 투쟁본능을 이끌어내는 최신병기. 시노부와 사라, 시키부 마사토와 시바료로 구성된 4인의 수전기대는 이제 압도적인 무게 제국에 맞설 수 있는 지구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게 되는데...

"짐승을 넘어, 인간을 넘어, 나와라, 신의 전사!"


<소개>

8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아니메 업계의 판도가 변화되기 시작했다. 우선 십수년 가까이 아니메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던 거대로봇 아니메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기동전사 건담(1979)'으로 인해 고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로봇 드라마, 속칭 리얼로봇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제작 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기존 스폰서 업체의 부진에서 비롯되었다. 고연령층을 위한 로봇 아니메의 등장으로 스폰서는 완구업체에서 프라모델 업체로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완구 스폰서들이 참여한 일련의 로봇 아니메들 상당수가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스폰서들이 작품을 도중에 조기종영시키는 일이 왕왕 발생한 것이다. 이 와중에 일부 전통의 완구 스폰서들이 사업부진 속에 도산 혹은 다른 업체 흡수 합병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84년에 들어서자 로봇 아니메는 리얼로봇으로 완전히 중심이동을 했다. 로봇 아니메의 메카인 도에이 동화가 '비디오전사 레자리온(1984)'를 끝으로 로봇 아니메에서 사실상 손을 띄면서 선라이즈의 독주체제로 굳혀진 것이다. 관록의 타츠노코 프로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얻은 노하우를 발판으로 일련의 후속 시리즈를 만들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마크로스와 후속인 초시공 시리즈를 주도해온 젊은 핵심 인재들은 OVA 시장의 개화와 함께 비디오 애니메이션 쪽으로 흘러가면서, 스폰서들 대부분이 선라이즈가 만들어 내는 로봇물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한편으로는 잠재적인 불안요소이기도 했다. 선라이즈가 실패하면 로봇 아니메도 스폰서도 위태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위기에 직면한 업계의 관심과 부담을 짊어지고 등장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이 예상 외의 부진 속에서 스타트 중이던 무렵, 한편의 정통 거대로봇물이 만들어진다. 일찌기 '우주전사 발디오스(1981)'와 '전국마신 고쇼군(1981)' 등을 통해 드라마틱한 로봇 아니메를 선보여 온 아시 프로덕션이 특촬물'울트라맨' 시리즈와 '마징가 Z(1972)'부터 '육신합체 갓마즈(1981)'에 이르는 대작 로봇 아니메를 섭렵해 온 대 각본가 후지카와 케이스케를 영입하여 전통의 거대로봇물과 리얼로봇물의 경계선에 놓인 또 하나의 드라마틱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후대 아니메 마니아들에게 걸작 로봇물로 평가받게 되는 '초수기신 단쿠가(1984)'이다.

발디오스나 고쇼군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메카닉과 주적 설정 측면에 있어서 정통 거대로봇과 리얼로봇 사이에 위치한 작품이다. 단 1기의 변신 합체 로봇이 작품의 주역메카로 등장하여 수많은 적을 상대로 하고, 주적을 외계 침략세력으로 설정한 것은 아동물에서 금기시되는 살인이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대로봇물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설정이라 하겠다. 하지만, 나가하마 타다오 낭만로봇 3부작 이후 외계인은 끔찍하게 생긴 괴물이라기 보다는 인간과 거의 유사한 생김새로 시청자의 감정이입이 가능한 형태로 묘사되기 시작했는데, 지구인과 흡사하게 생겨 감정이입이 가능한 외계인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아시 프로덕션의 로봇물들은 대체적으로 나가하마 감독이 정립해온 후기 거대로봇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거대로봇물의 흔적 외에 주목할 점은, 바로 드라마성의 강조이다. 정통 거대로봇과 리얼로봇의 차이점은 아군의 주역로봇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초병기가 아닌, 그저 일반적인 병기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밀리터리적인 설정 외에도 아군 동료 간, 적으로 등장하는 상대세력간, 그리고 아군과 적과의 얽히고 섥히는 드라마를 차이점으로 들 수 있다. 지구인이면서도 출세와 야심 때문에 지구를 등진 샤피로와, 그를 헌신적으로 사랑했으나 버림받게 된 히로인 유키 사라, 시노부를 위시한 수전기대 사람들의 갈등과 우정 등 고연령층에 어울리는 드라마적 구도가 반영된 단쿠가는 이런 점에서 당시 트렌드인 리얼로봇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디테일한 메카닉 설정은 거대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리얼로봇다운 밀리터리 취향을 느끼게 해준다.

히라이 히사시(후일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기동전사 건담 시드(2002)' 등으로 유명한 캐릭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단쿠가는 육감적인 메카닉 묘사의 대가 오바리 마사미에 의해 스타일이 넘치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당시 오바리 마사미의 나이가 19세(66년생)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실로 놀랍다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아시 프로덕션에서 독립하여 별도의 스튜디오를 차린 아시다 토요오 휘하 스튜디오 라이브의 작화가들이 분담한 캐릭터 디자인도 매력적. 여러명이 캐릭터 디자인을 분담함에 따라 캐릭터 각각의 독자적인 매력이 느껴지게 되었는데, 주인공인 시노부나 수전기대의 멤버 마사토를 디자인한 타다노 카츠코는 후일 '세일러 문'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샤피로를 디자인한 요시마츠 타카히로는 '슬레이어즈' 시리즈를, 루나 로사를 디자인한 야마우치 노리야스는 판치라 아니메로 유명한 '아이카' 시리즈의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등, 각자 일가를 이루게 되는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한 이 캐릭터 진용은 메카닉 디자인과 함께 단쿠가의 가치를 지금까지도 유지해주고 있는 버팀목이라 하겠다.

제트기, 전차, 장갑차의 형태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변신한 뒤, 다시 야수형 로봇으로 변신, 4대의 메카가 하나로 합체하는 단쿠가는 작품 초반부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흐름에 맞춰 16화에 이르러서나 등장한다. 이같은 부분은 곧바로 궁극의 형태가 등장하는 예전의 거대로봇물과는 차이를 보이는 점이라 하겠다. 반면, 복잡한 변신합체 메커니즘과 세심한 디테일은 결국 완구 제작에 있어서 구현하기 어려운 난제였으며, 특히 오바리 마사미의 육감적인 메카닉 프로포션은 당시 완구기술로서는 재현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 때문인지 단쿠가의 완구 비즈니스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었으며, 시리어스한 아니메의 전개 역시 보편적인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지 못하게 된다. 결국, 1쿨로 예정되어 있던 본 작품은 38화로 조기 종영을 맞게 되며, 무게 제국과 최후의 일전 역시 TV 시리즈의 전파를 타지 못하게 된다. 

리얼로봇 아니메가 정점을 찍던 85년에 등장한 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은 그로 인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체 로봇 아니메의 쇠퇴속도를 늦추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열혈 주인공의 대명사 시노부의 대사 '얏떼 야루제!(해치워 주겠어!)'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대표적인 유행어가 되기도 하였다.

ⓒ PRODUCTION REED



초수기신 단쿠가 OVA (1986~1989)


ⓒ TOHO · STUDIO JUMP · PRODUCTION REED

<정보>

◈ 잃어버린자들의 진혼 편 (1986 / 총 1화)
   -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旭通信社 (ADK)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GOD BLESS DANCOUGAR 편 (1987 / 총 1화)
   - 감독: 오오바 쥬타로
   - 각본: 소노다 히루키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하바라 노부요시 / 오하타 코이치
   - 작화감독: 하바라 노부요시, 사노 히로토시 (메카 작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旭通信社 (ADK)
   - 저작권: ⓒ TOHO · STUDIO JUMP · PRODUCTION REED
◈ 백열의 종장 편 (1989 / 총 4화)
   - 연출/감수: 야마자키 카즈시 / 오쿠다 세이지
   - 각본: 테라다 켄지 
   - 메카닉 디자인: 히라이 히사시, 사노 히로토시
   - 작화감독: 타다노 카즈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반다이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단쿠가와 같이 마니아성이 강한 하드 로봇아니메의 경우는 으례 그렇듯이 캐주얼한 일반 시청자들보다는 아니메를 보다 더 깊이 감상하는 고연령층 마니아에게 적합한 작품이다. 실제로 단쿠가보다 한달 정도 앞서 OVA로 출시된 '메가존 23(1985)'의 경우는 시리어스한 하드 SF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공존의 히트를 기록하며, OVA 시장에서 하드 메카닉+미소녀의 성공공식을 세우게 된다. 단쿠가는 비록 시청률 사냥에 실패하면서 조기종영의 비운을 맛보게 되었지만, 마니아들에게 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멋진 메카닉, 하드한 SF 드라마로 무장된 작품은 큰 호평을 받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미처 마무리를 짓지 못한 TV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OVA 형태로 제작되니 이것이 바로 '잃어버린 진혼편(1986)'인 것이다. 

진혼편이 성공적으로 출시된 후, 속편 OVA가 제작된다. 진혼편 이후 1년 후의 세상을 그린 두번째 OVA는 'GOD BLESS DANCOUGA(1987)'. 특히, 이 작품은 원 시리즈에서 메카닉 디자인과 메카닉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오바리 마사미 대신, 25살의 신예 사노 히로토시가 메카 작화감독으로 활약하게 되는데, 사노는 후일 '기동전사 건담 0083(1991)'이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카우보이 비밥(1998)'과 같은 작품을 통해 괴물같은 작화력을 보여주는 일류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극장버전으로 공개를 준비중이었던 이 작품은 제작 상의 이유로 인해 OVA로 출시되었다.

세번째 OVA인 '백열의 종장(1989)'편은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죽었다고 알려진 샤피로가 다시 부활하여 수전기대와 맞닥뜨리게 되는 전개를 보여준다.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수장기공 단쿠가 노바 (2007) 


ⓒ 藤原忍 / ダンクーガ ノヴァ製作委員会

<정보>

◈ 원작: 후지와라 시노부
◈ 감독/오프닝 애니메이션 콘티 및 연출: 오바리 마사미
◈ 스토리 구성/각본: 슈도 타케시, 미츠이 히데키 / 슈도 타케시, 미츠이 히데키 外
◈ 캐릭터 디자인: KAZZ (타다노 카즈코)
◈ 메카닉 디자인: 나카키타 코지
◈ 작화감독: 토쿠다 유메노스케
◈ 미술감독: 카츠마타 게키
◈ 음악/노래: 야마하라 카즈히로 / 센리 마나카
◈ 기획/제작: 사토 토시히코, 타키야마 마사오, 森和彦 / 村田淳司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단쿠가 노바 제작위원회, 애니맥스
◈ 저작권: ⓒ 藤原忍 / ダンクーガ ノヴァ製作委員会
◈ 일자: 2007.02.15 ~ 2007.05.1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12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20여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러 다시 시작된 단쿠가 프로젝트. 작품의 배경은 원작으로부터 무려 200년 뒤의 세상. 이 시점에서 원작과의 연계점을 찾는 작품이 아닌, 별도의 스핀오프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원 시리즈와 같이 하드한 드라마가 아닌 모에성이 농후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코믹한 이야기가 되었는데, 그에 비해 후반부는 전반부의 미소녀/개그 풍의 스타일을 벗어나 몹시 시리어스하게 전개되면서 이질적인 모습을 주기도.

단쿠가의 정체성 중 한명이라 할 수 있는 오바리 마사미가 메카닉 디자인과 감독을 동시에 맡아 의욕을 불태우고 있으며, 타다노 카즈코까지 가세하는 등, 전작의 유지를 이어가는 듯 보였으나,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인해 명성의 재현에는 실패하게 된다. 많은 천재 애니메이터가 그러하듯 오바리 마사미 역시 연출가로서의 역량은 그다지 높이 살만하지 못하며, 이 작품은 그 사실을 증명하는 작품 중 하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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