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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읽지 마세요. : )

ⓒ CJ E&M


<스탭>

◈ 연출: 김병수
◈ 극본: 송재정, 김윤주
◈ 기획/제작: TvN / 초록뱀 미디어, JSPICTURES


<줄거리> 

안나푸르나 원정대 취재를 위해 네팔에 머물고 있던 CBM 기자 주민영(조윤희 분)은 5년 동안 열렬히 짝사랑 중인 선배기자 박선우(이진욱 분)가 온다는 소식에 단숨에 공항으로 달려가 그를 맞는다. 그런 민영에게 선우는 다짜고짜 진한 키스를 하고, 그동안 끊임없는 애정공세에도 꿈쩍않던 선우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민영에게 선우는 6개월만 같이 살자는 농담섞인 프로포즈를 한다.

한편, 형인 정우(전노민 분)가 1년 전 히말라야에서 동사했다는 사실은 확인한 선우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형을 만난 그날, 한눈에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던 형을 붙잡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한다. 그날 밤,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던 선우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출처: TvN 나인 공식 홈페이지)


시간여행을 다른 관점으로 묘사한 보기 드문 수작

시간여행, 혹은 타임 슬립이라 불리는 소재는 H.G 웰스의 SF 소설 '타임머신(1895)' 이전부터 그 후의 많은 영화와 소설 등에 사용되면서 우주여행과 함께 인간의 또다른 로망으로 오랫동안 자리잡아 왔다. 헐리웃에서도 상당히 많은 수의 영화들이 시간 여행을 테마로 삼아 만들어져왔지만, 아쉽게도 그 중에 우리의 뇌리에 남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새긴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여행은 시간 여행자가 과거에서 행한 어떤 행동이 현재의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제법 일리 있는 가정 덕택에 매력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험난한 창작의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말 그대로 어려운 소재인 셈이다.

몇 년전부터 한국에서도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제법 등장하기 시작했다.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이들 모두 완성도를 떠나 시간 여행을 완벽하게 드라마 속에 녹여내지는 못했다. 대게의 작품들은 주인공이 과거로 혹은 현재로 넘어와 겪는 단선적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는 시간 여행이 그저 단순한 설정에만 그쳤을 뿐 시간을 거스르는 주인공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게 했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2013)'은 이런 시간 여행을 다룬 한국의 많은 드라마와 영화 중 가장 발군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작품이다.

나인이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세심한 설정에 있다. 20년 전으로 돌아간 선우가 바꾸어 버린 과거가 시간대에 영향을 미쳐 현재가 뒤바뀐다는 가정은 이 드라마의 예상치 못한 반전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를 통해 나인은 빠른 극 전개와 맞물려 매회 시청자들에게 놀라운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는데, 덕택에 우리는 선우의 연인인 주민영이 그의 조카 박민영으로 뒤바뀌고,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마감하는 선우가 다음 순간 극적으로 부활하며, 악독한 사업가 최진철이 순식간에 비루한 의료기기 판매점 사장님으로 전락하는 것과 같은 짜릿한 반전을 여러차례 경험하게 된다.

향이 정확히 20년 전의 그 시간으로만 시간을 되돌리게 한다는 점, 그리고 과거에 머무는 시간 역시 30분으로 제한된다는 점은 나인에서 극적인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또하나의 매력적인 설정이다. 그 제한된 시간 안에서 선우는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 최진철에게 복수하며, 형인 정우를 살리고, 연인인 민영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펼쳐지는 이 긴박한 스릴과 서스펜스는 시청자들에게 영화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 탄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와 설정에 혼을 불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연기자들이다. 주연을 맡은 이진욱과 조윤희는 나인을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캐릭터와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주었다. 만약, 이 드라마가 지상파를 통해 방영되었다면, 이진욱과 조윤희(특히 이진욱)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지금의 몇 배를 상회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특히, 절제된 감정 연기를 선보인 이진욱은 (최고는 아닐지라도) 이 드라마에 가장 잘 맞는 최선의 연기였다.

박선우와 대척점에 서있는 최진철 역의 정동환은 오랜 그의 연기 내공을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악역(정동환 씨는 점잖은 연기도 일품이지만, 악역에도 일가견이 있는 연기자이다)이었으며, 러블리한 캐릭터를 잘 표현하며 드라마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조윤희와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 전노민, 이진욱의 아역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박형식 등 초호화 캐스팅은 아니었어도 연기자들의 연기력은 인상적인 대본과 어울려 최상의 화학작용을 보여주었다.

물론, 나인에서 보여준 시간여행이 반드시 논리적으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연인에서 조카로 변해버린 박민영이 과거 주민영일 당시 선우에게 남겼던 레코드 판의 메시지가 뒤바뀐 현재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민영이 뒤바뀐 과거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소재로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굳이 논리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 회에서 20년 넘게 보관되어온 선우의 스마트 폰이 배터리를 교체하자 바로 동작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 하지만, 이런 사소한 오류를 무시해버릴 만큼 나인의 극적 완성도와 몰입감은 뛰어나다.

나인은 근래 들어 만들어진 한국의 드라마 중 가장 인상적이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판타지와 서스펜스를 적절하게 잘 조화해낸 장르적 완성도도 그렇지만, 시간을 되돌리며 벌어지는 인과관계를 오락물로서는 제법 근사하게 표현한 부분도 뛰어나다. 엔딩이 이렇게 아쉬웠던 한국 드라마가 근래에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지난 10주간의 시간 여행은 시청자에게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덧붙임1) 마지막 회의 과도한 PPL은 나인이니까 봐줄 수 있었다. 타임슬립이 소재이다보니 PPL 측면에서는 빈도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고.(VIPS는 아시다시피 CJ 계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이번 나인에서는 제작 지원을 겸했다) 극 중에서 CBM의 기자들과 선우와 정우가 입는 아웃도어 브랜드 EIDER 역시 제작 지원에 참여했다. 재미있는 건 선우의 스마트폰으로 주요 PPL 중 하나였던 갤럭시 노트 II는 삼성 전자의 제품. 그룹사 간의 앙금이 남아있지만, PPL은 통크게(?) 서로 상부상조하는 듯.

덧붙임2) 나는 19화에서 숨을 거둔 현재의 선우가 부활하기 위해서 과거의 어린 선우가 무언가의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결과는 반은 맞고 반을 틀린 셈?

덧붙임3) 열린 결말을 예상했는데, 이건 열린 결말이라기보다는 뫼비우스의 띄와 같은 무한으로 반복되는 결말이 아닐까. 선우는 자신의 과거를 뒤바꿈으로 인해 현재의 무언가를 잃어버렸지만, 굴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다시 과거로의 여행을 계속 택한 셈이다.

덧붙임4) 나인에서 살인청부업자 '박'으로 열연한 이는 연극배우 출신의 김원해씨. 김원해씨는 지난해 SNL 코리아에서 '여의도 텔레토비' MB와 진중건 캐릭터로 활약했다. 덕분에 초반에는 이미지가 겹치면서 몰입이 안되더라는.(물론, 그는 극중의 청부업자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CJ E&M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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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 그 모양새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듯

도쿠마서점에서 새로 출간된 시티헌터 완전판 ⓒ 北条司, 徳間書店

년부터 소문이 무성하던 이민호 주연의 '시티헌터'가 마침내 방영일자가 공개되었습니다. 2011년 5월 25일 SBS를 통해 방영되는군요. 연출은 전과 동일하게 진혁 PD가 다만 극본가는 작년에 언급되었던 이영종 작가가 아니라 황은경 작가가 맡을 것이라 하는군요. 그로 인해 작년에 언급되었던 전직 CIA라는 설정은 MIT 출신의 청와대 공무원이라는 설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일단 설정에서부터 원작과는 그 정체성이 몹시 다르다 하겠군요. 

☞ 시티헌터, 이민호와 만나다?! (보러가기)

☞ 무늬만 '시티헌터', 아이리스 짝퉁 아니겠는가 by 이문원, 뉴시스 (보러가기)

시티헌터의 드라마에 대한 제 느낌은 사실 뉴시스의 이문원 씨의 기사를 통해 잘 표현되어 있다 하겠습니다. 청와대 공무원 출신의 주인공과 청와대 경호원으로 근무하는 씩씩한 여성 주인공(박민영 양이 히로인에 캐스팅되었구요), 여기에 주인공 이민호와 삼각구도를 형성하는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의 등장, 이런 주인공 구도라면 굳이 시티헌터를 가져다 쓸 이유가 있었겠느냐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원작이 화장실 코미디와 성적인 농담이 짙은 작품이긴 하지만, 이를 없애도 꽤 흥미진진한 드라마로서의 구실이 가능할텐데, 이 정도라면 과연 원작 타이틀은 그저 얼굴마담의 역할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는 못할 듯 싶습니다.

사실, 한국의 드라마 특성상 여성 시청층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마초적 스타일이 강한 시티 헌터의 드라마화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이문원 씨의 기사를 보면 시티 헌터는 아이리스와 도망자 플랜 B, 아테나로 이어지는 첩보액션 TV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들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첩보액션의 장르에 멜로라는 여성적 취향을 버무려, 마초적인 맛을 많이 누그러뜨린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실제로 강렬한 액션을 벌이는 남성미가 넘치는 주인공들이 여성 캐릭터에게는 한없이 순종적이고 로맨틱하지요. 물론, 비의 도망자 플랜 B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원작의 시티헌터는 강렬한 마초적 매력 외에도 겉보기에는 더없이 호색한에 변태스러운 남자이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실력과 따뜻한 마음씨,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진짜 남자라는 이중성과 의외성이 매력인 캐릭터 입니다. 화장실 개그나 성적 유머가 작품을 재미를 견인하는 요소이긴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이 캐릭터적 매력이 작품에 잘 살아난 것이 시티헌터의 인기요소였다는 것이죠. 이는 겉으로는 까칠하고 차갑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따뜻하고 섬세한 인물이라는 트렌디 드라마 특유의 남성 캐릭터와 맏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남자의 매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시티헌터와 트렌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시티 헌터는 마초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춘 캐릭터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겉으로 보기에는 바람둥이에 진지함이 부족한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재로 그를 묘사하고, 원작이 보여준 출생의 비밀 역시 TV 드라마 형태로 변주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이문원 씨의 기사대로 아웃사이더의 인물을 번듯한 직장을 갖춘 사회 엘리트로 묘사하는 것이 트렌드를 반영한 어쩔 수 없는 선택(서민생활이 불안정하고, 실업률이 높아서 그런지 이번 정권 들어와서는 특히 이런 캐릭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듯 합니다.)이었다 치더라도 이런 시티 헌터의 캐릭터적 특징들이 드라마에 잘 묘사되었으면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군요.

여자 주인공을 사이에 둔 전형적인 삼각구도 역시 여성 시청층을 의식한 설정이라고 보입니다. 만약, 원작대로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에 사랑을 받는 주인공으로 묘사된다면, 아무래도 여성층의 매력을 얻기에는 어렵겠지요. 이런 부분은 남자여서 그런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에피소드별로 차갑고 도도한 의뢰인 여성이 결국은 주인공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되어가는 설정은 남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측면이 있기는 하거든요. 하긴 근래의 트렌드상 이런 설정은 조금 시대착오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반면, 남자 주연과 조역이 모두 성공한 커리어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런 캐릭터들로 인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는 것도 좋겠지만, 화려한 과거와는 달리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성공한 커리어의 경쟁자들을 실력으로도, 마음으로도 이겨나가는 플롯이 오히려 시티헌터와도, 그리고 지금 한국의 상황과도 잘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노가미 사에코와 같이 일종의 시티헌터의 본드걸이라 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했으면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드라마의 트렌드상 분명 여자 주인공과 대치되는 여자 조역은 있으리라 예상되니 문제는 이 사에코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얼마나 잘 묘사하느냐가 관건이겠네요. 미워할 수 없는 악녀 정도의 이미지로 등장했으면 싶은데, 과연 어떨지... 원작에서 시티헌터의 양부이자 시리즈 최대의 적인 가이바라 신에는 김상중씨가 캐스팅되었다 합니다. 이 부분은 나름 믿을만한 캐스팅이 아닌가 싶군요. 김상중 씨의 캐릭터가 가이바라 신과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구요.

드라마 시티헌터는 메가톤급 인기를 끌었던 원작을 베이스로 했으면서도 원작의 설정과는 거의 다른 전개로 인해 일단 원작과는 다른 독자적인 매력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같은 스타일의 작품들인 아이리스나 도망자 플랜 B와 같은 작품들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강조하느냐가 관건이라 하겠군요.

이런거 기대하면 혼나겠죠? ^^; (Illustrated by 北条司)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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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보일드 성인 개그 액션물이 트렌디 드라마물로 변신할 것인가         

ⓒ 北条司, 集英社


어이쿠, 이건 갑자기 왠 뜬금없는 소식이랍니까, 츠카사 호죠의 초히트 코믹스 '시티 헌터(1985~1990)'가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을 통해 작년 한 해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진혁 PD가 연출을, 이영종 작가가 극본을 맡아 한국식 시티 헌터를 새로이 탄생시킬 모양입니다. 게다가 주연은 요즘 트렌디 드라마계의 블루칩인 이민호 군. 

☞ 이민호, 세계 최초 안방극장 '시티헌터' 된다 from OSEN (클릭)

시티 헌터는 하드보일드한 건(Gun)액션과, 남성의 성기를 이용한 낯 뜨거운 개그, 츠카사 호죠의 환상적인(80년대 당시에는 정말 환상적이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 듯. 그의 밑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타케히코 이노우에는 후일 '슬램덩크'를 통해 초특급 만화가로 대접받게 됨) 데생력에 힘입은 매력적이고 섹시한 여성 캐릭터들로 인해 당대 최고의 코믹스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엘로스의 십대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코믹스 중 하나이죠. (그 덕분에 밝힘증이 생기고 말았다는... 쿨럭쿨럭)

특히, 이 작품의 경우에는 진지함과 개그스러움을 자유자재로 소화해 내는 시티헌터 사에바 료의 매력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인공의 매력이 도드라지는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주인공이 거의 모드 에피소드를 웃고 울리고 하는 셈인데요.

일단 이민호 군은 비주얼에 있어서는 원작의 시티헌터와는 그닥 맞지는 않습니다. 전직 용병 출신으로, 연령은 불명이지만 30대에 가까운 완숙한 남성인 사에바 료는 태생 자체가 마초적인 캐릭터인지라 꽃미남과에 속하는 이민호와는 이미지 차이가 크죠. 체격도 근육질의 체형으로 슬림하고 여려보이는 이민호의 체격과도 맞지 않구요. 체격이야 앞으로 몸 만들기를 통해 어느 정도 만회는 되겠습니다만, 시티헌터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산전수전 다겪은 남자인지라 역시 젊고 싱싱한(?) 이민호와는 아무래도 틀릴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원작과 가까운 이미지라면 큰 키 정도일까나요. 개인적으로는 김남길 군 같은 캐릭터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네요. 살기와 코믹함을 동시에 지닌, 보기에는 가벼워 보이지만 속에는 여러가지를 가진 캐릭터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결국, 시티헌터는 이민호의 캐릭터와 연출/극본가의 성향상 트렌디 드라마의 형태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원작의 성적인 코드는 모조리 거세되겠죠. 이건 뭐 공중파에서는 도저히 나와줄 수 없는 설정들이니 당연하구요. 결국, 원작의 매력 대부분을 트렌디 드라마의 스타일로 변주해낸 작품이 될 듯 합니다. 아마 시티 헌터의 정체성이 거의 사라진 모습이겠죠.

시티헌터 드라마는 분명 아니메나 일본 코믹스 팬들로서는 흥미로운 소식임은 분명할테지만, 시청 타깃층이 그들이 아니기에 원작 팬들에게는 큰 반응을 얻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시티헌터의 매력을 드라마로 잘 변형하여 대중적인 형태로 가공해내는 것이 관건이겠죠. 다만, 트렌디 드라마의 속성인 가벼움에 너무 치우친 작품이 되기보다는 좀 더 시리어스한 전개가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엇보다 마초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남성적인 작품이 과연 여성 시청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TV 드라메에서 어떤 형태로 가공될지가 궁금하네요.

덧붙임) 아, 그러고보니 시티 헌터 드라마는 애초에 정우성 씨가 캐스팅된다는 설이 몇 년전부터 돌기도 했었죠. 이미지 상으로는 정우성 씨도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데뷔부터 거의 늘지 않는 연기력이 걸림돌이긴 하지만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北条司, 集英社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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