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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 그 모양새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듯

도쿠마서점에서 새로 출간된 시티헌터 완전판 ⓒ 北条司, 徳間書店

년부터 소문이 무성하던 이민호 주연의 '시티헌터'가 마침내 방영일자가 공개되었습니다. 2011년 5월 25일 SBS를 통해 방영되는군요. 연출은 전과 동일하게 진혁 PD가 다만 극본가는 작년에 언급되었던 이영종 작가가 아니라 황은경 작가가 맡을 것이라 하는군요. 그로 인해 작년에 언급되었던 전직 CIA라는 설정은 MIT 출신의 청와대 공무원이라는 설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일단 설정에서부터 원작과는 그 정체성이 몹시 다르다 하겠군요. 

☞ 시티헌터, 이민호와 만나다?! (보러가기)

☞ 무늬만 '시티헌터', 아이리스 짝퉁 아니겠는가 by 이문원, 뉴시스 (보러가기)

시티헌터의 드라마에 대한 제 느낌은 사실 뉴시스의 이문원 씨의 기사를 통해 잘 표현되어 있다 하겠습니다. 청와대 공무원 출신의 주인공과 청와대 경호원으로 근무하는 씩씩한 여성 주인공(박민영 양이 히로인에 캐스팅되었구요), 여기에 주인공 이민호와 삼각구도를 형성하는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의 등장, 이런 주인공 구도라면 굳이 시티헌터를 가져다 쓸 이유가 있었겠느냐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원작이 화장실 코미디와 성적인 농담이 짙은 작품이긴 하지만, 이를 없애도 꽤 흥미진진한 드라마로서의 구실이 가능할텐데, 이 정도라면 과연 원작 타이틀은 그저 얼굴마담의 역할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는 못할 듯 싶습니다.

사실, 한국의 드라마 특성상 여성 시청층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마초적 스타일이 강한 시티 헌터의 드라마화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이문원 씨의 기사를 보면 시티 헌터는 아이리스와 도망자 플랜 B, 아테나로 이어지는 첩보액션 TV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들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첩보액션의 장르에 멜로라는 여성적 취향을 버무려, 마초적인 맛을 많이 누그러뜨린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실제로 강렬한 액션을 벌이는 남성미가 넘치는 주인공들이 여성 캐릭터에게는 한없이 순종적이고 로맨틱하지요. 물론, 비의 도망자 플랜 B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만.

원작의 시티헌터는 강렬한 마초적 매력 외에도 겉보기에는 더없이 호색한에 변태스러운 남자이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실력과 따뜻한 마음씨,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진짜 남자라는 이중성과 의외성이 매력인 캐릭터 입니다. 화장실 개그나 성적 유머가 작품을 재미를 견인하는 요소이긴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이 캐릭터적 매력이 작품에 잘 살아난 것이 시티헌터의 인기요소였다는 것이죠. 이는 겉으로는 까칠하고 차갑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따뜻하고 섬세한 인물이라는 트렌디 드라마 특유의 남성 캐릭터와 맏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남자의 매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시티헌터와 트렌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시티 헌터는 마초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춘 캐릭터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겉으로 보기에는 바람둥이에 진지함이 부족한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재로 그를 묘사하고, 원작이 보여준 출생의 비밀 역시 TV 드라마 형태로 변주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이문원 씨의 기사대로 아웃사이더의 인물을 번듯한 직장을 갖춘 사회 엘리트로 묘사하는 것이 트렌드를 반영한 어쩔 수 없는 선택(서민생활이 불안정하고, 실업률이 높아서 그런지 이번 정권 들어와서는 특히 이런 캐릭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듯 합니다.)이었다 치더라도 이런 시티 헌터의 캐릭터적 특징들이 드라마에 잘 묘사되었으면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군요.

여자 주인공을 사이에 둔 전형적인 삼각구도 역시 여성 시청층을 의식한 설정이라고 보입니다. 만약, 원작대로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에 사랑을 받는 주인공으로 묘사된다면, 아무래도 여성층의 매력을 얻기에는 어렵겠지요. 이런 부분은 남자여서 그런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에피소드별로 차갑고 도도한 의뢰인 여성이 결국은 주인공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되어가는 설정은 남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측면이 있기는 하거든요. 하긴 근래의 트렌드상 이런 설정은 조금 시대착오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반면, 남자 주연과 조역이 모두 성공한 커리어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런 캐릭터들로 인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주는 것도 좋겠지만, 화려한 과거와는 달리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성공한 커리어의 경쟁자들을 실력으로도, 마음으로도 이겨나가는 플롯이 오히려 시티헌터와도, 그리고 지금 한국의 상황과도 잘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노가미 사에코와 같이 일종의 시티헌터의 본드걸이라 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했으면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드라마의 트렌드상 분명 여자 주인공과 대치되는 여자 조역은 있으리라 예상되니 문제는 이 사에코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얼마나 잘 묘사하느냐가 관건이겠네요. 미워할 수 없는 악녀 정도의 이미지로 등장했으면 싶은데, 과연 어떨지... 원작에서 시티헌터의 양부이자 시리즈 최대의 적인 가이바라 신에는 김상중씨가 캐스팅되었다 합니다. 이 부분은 나름 믿을만한 캐스팅이 아닌가 싶군요. 김상중 씨의 캐릭터가 가이바라 신과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구요.

드라마 시티헌터는 메가톤급 인기를 끌었던 원작을 베이스로 했으면서도 원작의 설정과는 거의 다른 전개로 인해 일단 원작과는 다른 독자적인 매력으로 승부를 보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같은 스타일의 작품들인 아이리스나 도망자 플랜 B와 같은 작품들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강조하느냐가 관건이라 하겠군요.

이런거 기대하면 혼나겠죠? ^^; (Illustrated by 北条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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