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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gai Go/Dynamic Pro·Toei Animation

 

큐티 하니 (1973), キューティーハニー / Cuty Honey


<정보>

◈ 원작: 나가이 고, 다이나믹 프로
◈ 연출: 카츠마타 토모하루, 모리시타 고조, 시타라 히로시 外
◈ 각본: 쯔지 마사키, 타카쿠 스스무, 후지카와 케이스케
◈ 캐릭터 디자인: 아라키 신고
◈ 작화감독: 아라키 신고, 코마츠바라 카즈오, 다카하시 신야 外
◈ 미술디자인: 우라타 마타지
◈ 음악/주제가: 와타나베 타케오 / 마에카와 요코 (歌)
◈ 제작: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Nagai Go/Dynamic Pro·Toei Animation
◈ 일자: 1973.10.13
◈ 장르: 변신마법소녀, 액션
◈ 구분/등급: TVA (25화) /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시스터 질이 이끄는 정체불명의 조직 팬더 크로(원작명칭: 판사 크로), 그들이 노리는 것은 키사라기 박사가 발명한 공중원소 고정장치(‘Re:큐티하니’에서는 I 시스템)로, 엄청난 파워를 갖고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꿈의 장치이다. 키사라기 박사는 팬더 크로에 의해 죽기 전 공중원소 고정장치를 자신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소녀 키사라기 하니에게 장착을 시키고 숨을 거둔다. 

키사라기 박사의 원수를 갚고 팬더 크로의 야망을 분쇄하기 위해 키사라기 하니는 사랑의 전사 큐티 하니로 변신하는데...

 
<소개>

나가이 고가 '주간 소년 챔피온'에 1973년 10월부터 74년 1월까지 연재한 단행본 2권 분량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제작된 TV 애니메이션. 나가이 고의 전작 '아바시리 일족의 비밀'에 이은 또 하나의 문제작으로, 변신소녀에 폭력(나가이 고 원작의 코믹스들은 대게 액션보다는 폭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과 에로티시즘을 결부한 작품이다. 2권 분량의 코믹스보다는 거의 동시에 전개된 TV 시리즈로 인해 이름이 더 알려진 작품으로, 당시 어느 정도 고정장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마법소녀물을 남성적인 관점에서 제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코믹스의 폭력과 에로티시즘은 상당히 순화되어 히어로물적인 성격으로 변모했는데, 여자 캐릭터가 단독 주인공으로 액션장르에 등장한 아니메는 큐티 하니가 최초라 할 수 있다.  

그 표현순위가 TV 시리즈를 위해 굉장히 순화되었다고는 하지만 하니가 전라로 몸을 들어내었다가 다시 변신하는 과정(물론, 중요부위는 갖가지 사물과 배경을 동원하여 가렸다)은 당시의 일본 TV에서는 충격적인 연출이었다. 원작의 스타일은 굉장히 하드한 폭력물이었지만, TV 시리즈는 유쾌하고 코믹한 액션 활극으로 변모하면서 인기 역시 기대이상이었다. 평균 시청률 8.8%, 최대시청률 10.5%를 기록. ([1] 참조)

다만, 당시로서는 매우 선정적인, 은근하게 에로티시즘을 표방하는 작품의 성격은 시청자들(특히 부모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되고 3쿨 정도의 분량으로 예정되어있던 시리즈는 시청률 부진이 아닌, 시청자 항의로 조기 종영하게 된다. 와타나베 타케오의 주제가 '큐티 하니'는 재치가 넘치는 오프닝 영상과 함께 큰 인기를 끌게 되는데, 이후로도 수없이 리메이크 되면서 시대를 뛰어넘어 꾸준한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가 된다. 

ⓒ Nagai Go/Dynamic Pro·秋田書店

나가이 고의 원작 코믹스 표지


신 큐티 하니 (1994) 


ⓒ Nagai Go/Dynamic Pro·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나가오카 야스치카
◈ 각본: 시즈야 이사오, 清水東, 植村更
◈ 캐릭터 원안: 나가이 고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호리우치 오사무
◈ 메카닉 디자인: 아베 쿠니히로, 키시모토 세이지
◈ 미술감독: 사카모토 노부토 外
◈ 오프닝 영상 원화: 와타나베 케이스케, 요시다 토오루, 요시마츠 타카히로, 이치하라 미츠루
◈ 음악/주제가: 토야마 카즈히코 / les 5-4-3-2-1 (歌)
◈ 제작: 다이나믹 프로, 도에이 비디오, 스튜디오 주니오
◈ 저작권: ⓒ Nagai Go/Dynamic Pro·Toei Animation
◈ 일자: 1994.03.21
◈ 장르: 변신마법소녀, 액션
◈ 구분/등급: OVA (8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원 TV 시리즈 이후 무려 20여년 만에 리메이크 된 전 8부작의 OVA. OVA라는 매체적 특성에 힘입은 데다가 캐릭터 원안에 나가이 고가 참여하면서 4편의 큐티 하니 아니메 중에서는 가장 원작과 분위기가 가까운 큐티 하니로 태어났다. 특히, 문제의 변신장면에서는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며, 그 덕분인지 응큼남(?)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된다.

기존의 시리즈로부터 3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원작의 캐릭터들과 나가이 고 월드의 캐릭터들이 카메오로 다수 등장하는 등, 90년대 초반의 복고 분위기에 편승하여 큰 인기를 끌게 된다.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자 제작사 측에서는 4부로 예정되어 있던 OVA를 12화로 연장할 것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결과 4부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일단락 되고 5화부터는 별개의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하지만, 5화부터 인기가 급락하고 8부까지 제작이 진행된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제작사인 스튜디오 주니오마저 도산해버리면서 신 시리즈는 8화에서 그 시동을 멈추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원작과 가까우면서 가장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되어버린 셈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오프닝 영상은 '천원돌파 그렌라간(2007)', '므네모슈네의 딸들(2008)'에서 작화감독을 맡았던 이시하라 미츠루,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1985)', '풀메탈패닉(2002)', '기동전사 건담 SEED(2002)' 등에서 메카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요시다 토오루, '각오의 스스메(1996)', '성계의 문장' 시리즈에서 캐릭터 디자인으로 활약한 와타나베 케이스케, '초수기신 단쿠가(1985)', '트라이건(1998)'.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요시마츠 타카히로 등이 원화를 맡아 원작의 스타일과 신작의 세련된 작화가 어울린 육감적이고 스피디한 영상미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큐티 하니 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프닝)


큐티 하니 F (1997) 


ⓒ Dynamic Pro·Iisaka Yukako·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사사키 노리요
◈ 시리즈 구성: 야마구치 료타
◈ 캐릭터 디자인: 시모가사 미호
◈ 작화감독: 스기모토 미치아키, 키타노 요시히로, 타카시 시게루, 호소야마 마사키 外
◈ 미술디자인: 鹿野良行 外
◈ 음악/주제가: 사하시 토시히코 / SALIA (歌)
◈ 제작: 도에이 동화, TV 아사히
◈ 저작권: ⓒ Dynamic Pro·Iisaka Yukako·Toei Animation
◈ 일자: 1997.02.15
◈ 장르: 변신마법소녀, 순정, 액션
◈ 구분/등급: TVA (39화) / 초등생이상 관람가 (PG)


<소개>

OVA와 비슷한 시기에 리메이크 된 TV 시리즈는 4개의 큐티 하니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원작과 스타일이 다른 장르이다. 90년대에 인기를 끌고 있던 '세일러 문' 시리즈 스타일의 변신소녀 컨셉으로 제작되었는데, 원 시리즈나 세일러 문이나 모두 싸우는 변신소녀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전자가 폭력과 에로티시즘에 기반한 남성적 작품이었다면, 세일러 문류의 시리즈는 순정 마법소녀물에 더 가까운, 여성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시리즈는 속된 말로 상당히 말랑말랑한 전개가 되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연재를 시작했으며, TV 시리즈에 모티브가 된 이시키 유카코의 동명 코믹스가 소녀만화잡지에 연재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전개라고 할 수 있다. 하니가 연모하는 꽃미남 캐릭터들부터 다채로운 미형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90년대의 변신소녀물의 컨셉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줄거리 역시 원작과는 전혀 다른 전개로 일종의 스핀오프격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의 트렌드와 잘맞는 스타일로 원작을 모르는 저연령대의 신규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으며,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되는데, 하니가 전사 형태의 변신 외에도 다채로운 직업의 여성들로 변신하는 모습은 80년대의 변신소녀물의 명작 '요술공주 밍키(1982)'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무지개요정 하니'이라는 기막한(?) 제목으로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 TV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97년 3월에는 시리즈 최초로 극장판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74년 큐티 하니도 토에이 만화축제를 맞이하여 극장에서 상영했으나 별도의 극장판이 아닌 TV 시리즈 12화를 재방영한 것이었다.)


Re 큐티 하니 (2004) 


ⓒ Laterna·Toei Video·Gainax·Towani


<정보>

◈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 
◈ 감독: 이마이시 히로유키 (1화), 이토 나오유키 (2화), 마사유키 (3화)
◈ 각본: 나카시마 카즈키, 타키 코이치, 카사이 타케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히라마츠 타다시
◈ 키 애니메이션: 이마이시 히로유키, 히라마츠 타다시, 하마수 히데키
◈ 음악/주제가: 우에다 스스무 / 코다 쿠미
◈ 제작: 가이낙스,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Laterna·Toei Video·Gainax·Towani
◈ 일자: 2004.07.25
◈ 장르: 변신마법소녀, 액션
◈ 구분/등급: OVA (3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21세기 들어 새롭게 복귀한 큐티하니는 공교롭게도 결혼 후 오랜만에 아니메 업계로 돌아온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복귀작이 되었다. 안노 감독은 다소 과격하고 선정적인 이 작품을 복귀작으로 고르면서 한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실사영화로 큐티 하니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의 사토 에리코를 기용하고, 애니메이션적 촬영기법을 실사영화에 적용한 실험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안노 감독다운 센스를 발휘했다. 아니메는 실사영화로부터 2개월 정도 텀을 두고 OVA로 출시되었는데, 안노 감독이 실사영화 쪽에 비중을 두면서 아니메는 총감독으로 전체를 조율하고 실제 연출은 이마이시 히로유키(천원돌파 그렌라간 감독)와 같은 가이낙스의 차세대 연출진에게 바통을 넘겼다. 오프닝은 실사영화와 동일한 오프닝을 사용하였다.

가이낙스의 작품답게 아니메는 시종일관 스피디하고 다이나믹하며 만화적인 연출기법이 볼거리이다. 나가이 고의 자극적인 폭력성과 가학적 에로티시즘은 거세했으되, 다이나믹한 카메라워크와 가이낙스 특유의 오타쿠적 취향이 가미된 큐티(?)한 에로티시즘과 복고주의가 이를 대체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듯. 덕분에 느낌은 완전히 가이낙스의 스타일이었지만 전체적인 광기는 왠지 모르게 원작의 느낌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안타깝게도 실사영화의 흥행실패와 함께 OVA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작품이 되어버렸지만, 그 애니메이션적 완성도는 탁월하다고 할 수 있으며, Re 큐티 하니의 다이나믹한 작화 스타일, 즉 작고한 일본 아니메 불세출의 작화가 카나다 요시노리의 스타일을 이어받은 '카나다 流'(일본은 유파나 어떤 스타일을 총칭할 때 사무라이들의 검술유파를 칭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류'라는 단어를 종종쓰곤 한다)는 '천원돌파 그렌라간(2007)' 등에서 계속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사영화와 OVA 아니메에 모두 사용된 코다 쿠미의 주제가 '큐티 하니'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 그녀의 재기를 다지는 발판이 되었으며, 한국의 아유미가 다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한가지 더 특이할만한 일은 실사영화에서 원작자인 나가이 고 선생이 카메오로 출연했다는 것.

ⓒ GAINAX·WoWow

OVA 아니메보다 앞서 제작된 안노 히데아키의 큐티하니 실사판

ⓒ NAGAI GO·ブロ―ドマ―クス·デイ―ブサイド·ハニ―製作委員會

2007년에는 25화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참고 사이트>

[1] キューティーハニー, Wikipedia Japan
[2] Cutie Honey, Wikipedia
[3] 큐티 하니, 위키피디아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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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2007년 12월 28일, 엘로스의 네이버 블로그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에 작성된 리뷰 "큐티 하니 vs 큐티 하니 vs 큐티 하니"를 본 블로그로 옮긴 글입니다.


ⓒ LATERNA·TOEI Video·GAINAX·TOWANI


<정보>

◈ 원작: 나가이 고
◈ 감독: 사타라 히로시/카츠마타 토모하루 (큐티 하니, 973년 TV 시리즈), 나가오카 야스치카 (신 큐티 하니,1994년 OVA), 사사키 노리요 (큐티 하니 플래쉬, 1997년 TV 시리즈), 안노 히데아키 (Re:큐티 하니, 2004년 OVA)



<시놉시스>

시스터 질이 이끄는 정체불명의 조직 팬더 크로(원작명칭: 판사 크로), 그들이 노리는 것은 키사라기 박사가 발명한 공중원소 고정장치(‘Re:큐티하니’에서는 I 시스템)로, 엄청난 파워를 갖고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꿈의 장치이다. 키사라기 박사는 팬더 크로에 의해 죽기 전 공중원소 고정장치를 자신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소녀 키사라기 하니에게 장착을 시키고 숨을 거둔다. 

키사라기 박사의 원수를 갚고 팬더 크로의 야망을 분쇄하기 위해 키사라기 하니는 사랑의 전사 큐티 하니로 변신하는데... (‘신 큐티하니’는 원작의 내용과는 다른 내용으로 진행되며, 다른 리메이크 작들도 원작의 내용에 각색을 가하여 조금씩 내용상의 차이가 있음.)


1. 시대를 앞서간 나가이 고의 섹시 코드, 등장하다.

큐티하니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삼십여 년 전 작품으로, '마징가Z', '그렌다이저', '겟타로보'와 같은 70년대 수퍼로봇물의 아버지인 나가이 고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가이 고, 70년대 유소년들에게 절대적 영향을 준 만화가는 전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일본 만화영화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지만, 원래 그의 작품은 유소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징가 Z와 같은 그의 인기작도 원작 자체는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잔혹하거나 성적인 코드들이 많이 등장하며(사실, 애니에서도 로봇의 입에서 피 같은 기름을 뿜어내거나 팔이 뜯겨지는 장면들은 대상이 인간이 아닐 뿐, 잔혹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데빌맨(1972)’이나 ‘바이올런스 잭(1988)’과 같은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영화들은 그야말로 잔인함과 선정적인 묘사의 극을 달리며, 그를 ‘하드고어 장르의 개척자’로 불리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게 해주고 있지요.

이번에 얘기할 작품 ‘큐티하니’는 3번의 리메이크, 1번의 실사영화화를 거쳐 일본에서 TV 드라마까지 방영되었으며, 주제가도 만화영화가 리메이크 될 때마다 리메이크 되더니 결국은 한국에서까지 가수 아유미 양이 리메이크 하는 등,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섹시 변신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원작 만화는 섹시코드가 도를 지나쳤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그의 표현방식만으로 그의 작품을 평가절하할 의도는 없으니 오해 마시길.)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이런 전설적인 큐티 하니의 최초부터 현재까지를 조금씩 살펴보면서, 나가이 고 선생이 창조한 섹시 변신물의 전설이 어떻게 변천이 되어 왔는지를 한 번 살펴보려 합니다.
 
그림 1. 좌측부터 '아바시리 일가', '파렴치 학원', '큐티 하니', '바이올런스 잭'의 코믹스 표지.


2. 성인들을 위한 변신소녀물? 70년대의 문제 소녀 큐티 하니

‘파렴치 학원(1968)’ 같은 작품(코믹스. 애니메이션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으로 사회적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마징가 Z (1972)’로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은 나가이 고의 변신소녀물 ‘큐티 하니’. 60~70년대의 변신소녀물이 ‘요술공주 샐리(1966)’ 시작으로 하여 액션성을 배제한 비폭력성과 소녀적 취향 및 감성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큐티 하니’는 최초로 변신소녀물에 액션장르를 결합한 작품입니다.(결국, 세일러 문의 할머니뻘 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큐티 하니는 꽤 기념비적이고 선구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만, 나가이 고의 작품세계는 그것을 한 차원 뛰어넘은 것이었으니, 바로 선정적인 장면이 방영된 최초의 TV 시리즈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성적인 표현수준이 매우 높은 일본이지만,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표현방식은 TV에서는 허용되기 힘든 시절이었고, 이때 등장한 나가이 고의 ‘큐티 하니’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장면, 즉 여성의 가슴을 노출하거나, 옷이 벗겨지면서 변신하는 센세이션 한 장면 등을 보여줌으로써, 일대의 혁명을 일으킨 것입니다.(덕분에 시청자의 항의로 조기 종영되었다는 군요. 그래도 25화나 방영했답니다, 볼 거 다보고 종영한 셈이군요.)

게다가 그 표현 수준은 TV 방영을 위해 원작인 코믹스(전 4화 발간)에 비해 파격적으로 낮춘 것이라니 원작의 포스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만, 반사회적이거나 세기말적 요소를 담고 있는 기존의 나가이 고의 작품에 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믹한 요소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벼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앞서간 작품 소재는 어지간한 명작 만화영화들도 두어 번 밖에 리메이크가 되지 않았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무려 5번이나 리메이크(영화, 드라마 포함) 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됩니다.(역시 선정성은 시대를 넘어서도 통용이 되는 것 일까요.)

ⓒ DYNAMIC Pro·TOEI Animation

그림 2. 73년작 큐티 하니 TV 시리즈의 장면. 70년대 TV 만화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다니...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


3. 소녀의 귀환, 글래머러스한 섹시미녀에서 꽃 같은 미소녀까지

수많은 화제를 뿌리고 전설의 작품이 되어버렸던 ‘큐티 하니’는 90년대 복고주의 열풍을 타고 다시 한 번 섹시한 바람을 몰고 옵니다. OVA로 재 제작된 94년작 ‘신 큐티하니’는 원작자 나가이 고가 캐릭터 원안에 참여하고 여전히 멋진(?) 변신장면을 앞세워 한껏 기대치를 올려주긴 했으나, 제작단계에서부터의 잘못된 기획으로 이야기 전개가 무너지면서 용두사미 격으로 끝나버리고 맙니다.(4화로 기획했으나 인기가 높자, 12화로 재기획했다가 판매율이 떨어지니 8화로 급히 마무리. 베스트 아니메 참조.)

스토리 라인은 지금까지 리메이크 된 작품 중에서는 가장 엉성합니다. 원작의 스토리가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로 진행하면서, 앞부분을 급격히 생략하고 갑자기 하니가 등장하여 원작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인물구도를 알지 못한 체 작품을 감상해야 하는 불편함을 주었고, 작화 퀄리티는 높아졌으나, 디자인(메카닉, 의상, 색감 등)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준 아쉬운 작품이었죠.(물론,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 평가하다 보니 지금의 관점이 선입견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 NAGAI GO/DYNAMIC Pro·TOEI Animation

그림 3. 94년작 '신: 큐티하니'의 오프닝 스틸컷. 개인적으로 네편의 큐티 하니 오프닝 중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오프닝.

그래도 희대의 변신씬이나 나가이 고 다운 장면들, 로켓펀치를 발사하는 응큼한 할아버지(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군요.)이나 데빌맨과 닮은 조연급 캐릭터의 등장은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킬 만 했습니다. ‘복고주의의 조류 속에 원작의 포스를 등에 업고 재미 좀 보려 했던 작품’이라면 너무 혹독한 표현일까요. 오히려 전 원작의 흥행 포인트 중 하나인 선정적인 요소를 과감히 제거하고, 기존의 미소녀 변신물의 공식을 그대로 적용한 97년작 TV 시리즈 ‘큐티 하니 플래쉬’를 OVA보다는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물론, 제가 좋아라하며 본 것은 OVA 였습니다만, 쿨럭.)

물론, ‘왕자스러운 꽃미남 캐릭터와 그를 사모하는 여주인공’은 이미 너무 많이들 사용한 설정인데다가 90년대의 빅히트작 '세일러 문' 시리즈의 아류라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 등 그 발상은 참신하지 못했지만, 나가이 고 원작의 특징이었던 괴기스러운 캐릭터와 흥행 포인트였던 선정적인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주인공인 큐티 하니만을 가져와 변신소녀물의 원래 시청층이었던 소녀들의 취향에 맞는 마법소녀 스타일로 각색하여 나름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변신소녀물의 새장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못하고 결국은 아류작의 스타일로 재기하는 비운의 복귀. ‘큐티 하니’의 리메이크는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 했습니다.

ⓒ DYNAMIC Pro·IISAKA YUKAKO·TOEI Animation

그림 4. 97년작 '큐티 하니 플래쉬'의 오프닝 스틸컷. 소녀물로의 전환을 짐작할 수 있다.


4. 소녀, 패러디의 귀재 안노 히데아키와 조우하다.

‘왕년의 섹시 여가수가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복귀를 시도했으나, 복귀앨범은 볼거리만 신경을 쓴 나머지 잠깐 반짝하다가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재차 내놓은 앨범은 흥행을 고려한 나머지 그녀만의 색깔을 잃고 말았죠. 그렇게 첫 번째 복귀에서 쓴 잔을 마셨던 그녀, 이번에는 흥행의 귀재라는 모 프로듀서와 함께 다시 전성기의 그녀를 연상시키는 듯한 섹시함과 함께 나이를 잊은 듯한 발랄함으로 돌아옵니다. (중략)’

큐티 하니와 안노 히데아키 감독과의 만남을 ‘전설적인 섹시가수의 복귀 스토리’라는 소재로 바꿔서 기사를 쓴다면, 이런 전개가 될까요.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감성을 가진 안노 감독은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하니의 매력을 남김없이 모두 발산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발랄하고 정열적인 소녀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게 됩니다.

가이낙스만의 화려하고 현란한 비주얼은 특히나 ‘Re: 큐티 하니(2004)’에서는 원색적인 색감과 극단적인 만화적 연출력까지 곁들여져, 혹자가 말하듯 키치적인 요소를 화면 가득 페로몬처럼 뿌리고 다닙니다. 게다가, 나가이 고만의 괴기스러운 캐릭터는 이러한 키치적인 요소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찰떡 궁합을 선보였던 것이죠. 70년대의 문제작을 90년대의 문제아 감독이 복귀작으로 골라 21세기에 연출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을까요. 오타쿠의 정점에 올라 오타쿠의 문화를 정면으로 부정했던 안노 감독의 복귀작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오타쿠적인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나 ‘톱을 노려라, 건 버스터’ 등에서 익히 보여준 그의 절묘한 패러디 연출력은 아예 리메이크 임을 대놓고 표명한 이 작품에서는 마치 물을 만난 고기 마냥 생동감 넘치는 꿈틀거림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안노 감독의 힘으로 인해 그녀는 30여 년이 지나 다시금 화려한 부활의 서곡을 알리게 됩니다.
 

ⓒ LATERNA·TOEI Video·GAINAX·TOWANI

그림 5. 2004년작 'Re:큐티 하니'의 오프닝 컷. 복고와 미국식 코믹스, 그리고 가이낙스 스타일의 집대성. 과장과 함축이라는 만화적 표현이 잘 살아 있는 스피디하고 경쾌한 오프닝.


5. 실사영화를 거쳐 TV 드라마까지... 그녀는 계속 변신한다.

하니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욕심 많은 안노감독은 그녀를 실사영화에까지 등장시키게 되죠. 그라비아 모델 출신의 사토 에리코를 주연으로 기용한 실사판 ‘큐티 하니’를 애니메이션과 함께 동시 제작하는 괴력을 보여준 안노 감독, 게다가 90년대 작품에서는 그저 그렇게 리메이크 되었던 주제가 ‘큐티 하니’ 역시 일본의 대표 섹시 여가수 ‘코다 쿠미’에 의해 멋지게 재탄생 하게 됩니다.(코다 쿠미의 리메이크 곡은 실사판과 애니메이션에 모두 사용됩니다.)

실사판에 대한 평가는 제가 앞머리 5분만 본 다음 후다닥 꺼버린 관계로 본문에서는 평을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만, 극도의 키치적인 설정이 실사판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유치한 아동용 특촬물을 보는 듯한, 어떤 면에서는 괴작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주인공의 속옷씬이 자주 나오니 아동용은 물론 아니겠지만.) 마찬가지로 키치적인 느낌이 강렬했던 할리우드 영화 ‘오스틴 파워’ 시리즈와 비교해도 좋을 듯 하구요.

☞ 큐티 하니 실사판 리뷰: 괴작열전 No.55 큐티 하니 by 페니웨이, 페니웨이(TM)의 In This Film

그녀의 복귀는 이 정도로만 끝나지 않고 TV 드라마로까지 부활하며, 새로운 ‘큐티 하니’의 전성시대를 예고합니다. 이 기세라면 헐리우드의 러브 콜도 한 번 기대해봄직 하군요.(‘드래곤 볼’까지 실사영화로 리메이크되는 이 마당에 ‘큐티 하니’는 꽤나 구미가 당기는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만.)

물론, 그녀의 계속적인 등장이 반드시 좋은 모습만을 보여 준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녀는 분명 좋은 의미보다는 안 좋은 의미에서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캐릭터임은 분명하니까요. 그러나, 그녀가 30여 년 동안 등장한 오프닝에서 항상 읊어대던 그 대사 ‘かわるわよ(카와루와요: 바뀔 거예요)’처럼 앞으로도 계속 변신하는 그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임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겁니다.

ⓒ GAINAX·WoWow (좌) / ⓒ NAGAI GO·ブロ―ドマ―クス·デイ―ブサイド·ハニ―製作委員會 (우)

그림 6. 큐티 하니 실사판(좌) 과 큐티 하니 드라마 DVD 커버(우)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모아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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