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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Marvel Studios


<스탭>

◈ 감독: 조스 위든
◈ 원작: 스탠 리 (마블 코믹스)
◈ 제작: 파라마운트 픽쳐스, 마블 스튜디오, 디즈니 (배급)


<시놉시스> 

음모를 꾸미고 왕위를 찬탈하려다 아스가르드에서 추방당한 로키(톰 히들스톤 분). 그는 추방 중에 또다른 외계종족 치타우리와 조우하게 된다. 무한한 에너지원인 큐브를 찾고 있던 그들에게 로키는 지구에 바로 그들이 찾던 큐브가 있음을 알려준다. 큐브를 가져다 주는 대신 지구를 정복하는데 힘을 빌려달라는 로키의 제안을 치타우리는 받아들이게 되고, 로키는 큐브가 숨겨져 있는 쉴드의 비밀 연구소로 향하게 된다.

한편, 큐브의 이상현상으로 쉴드의 연구소는 현재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진 상태. 쉴드의 국장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와 암호명 '호크아이'인 에이전트 바튼(제레미 레너 분), 물리학자 셀빅 박사(스텔란 스카스가드 분)가 보는 앞에서 불안정한 큐브는 마침내 우주로의 포탈을 연다. 포탈을 통해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로키. 로키는 쉴드의 요원들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바튼과 셀빅, 그리고 요원들의 정신을 지배하여 자신의 수하로 만든다. 큐브를 탈취한 로키가 연구소를 탈출하면서 쉴드의 연구소 역시 흔적도 없이 지하로 매몰되어버린다.

로키에게 탈취당한 큐브는 지구에게 미증유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퓨리는 폐기되었던 '어벤져스' 작전을 발동시킨다. 이것은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들을 팀으로 모아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쉴드의 극비 작전이었으니...


수많은 캐릭터들을 잘 녹여낸 이야기는 수준급.

2008년 '아이언 맨(2008)'을 시작으로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 2(2010)', '토르(2011)',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로 이어지던 마블 히어로 월드의 최종장이 마침내 그 전모를 드러내었다. 이제까지 등장시켰던 4명의 주인공급 히어로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에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까지 가세한 사상초유의 6인의 히어로 물 '어벤져스(2012)'가 4월 25일부터 전세계 스크린에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무려 다섯 편의 영화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기꺼이 어벤져스를 위한 프롤로그(?)가 되었던 것은 영화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는 어벤져스에 대한 마블의 자신감과 각오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슈퍼 히어로들이 몰려온다, 시작된 마블의 거대 프로젝트 (보러가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와 이를 오마쥬한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1960)'과 같은 걸작들은 각각이 한 명의 주인공으로도 손색이 없는 다수의 영웅이 한 편에 모두 등장한다는 영화적 쾌감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지만,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한무리로 등장하는 영화가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하지 않음은 익히 잘 알려진 교훈이기도 하다. 실제로 스티븐 노링턴의 '젠틀맨 리그(2003)'를 보면 그러한 시도의 패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히어로가 모두 모여 있으되 팀워크는 엉망이고 이야기는 뒤죽박죽이다. 영화가 아닌 스포츠 게임을 봐도 스타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진 소위 '드림팀'이 항상 강팀이 아님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어벤져스는 어떨까. 과연 젠틀맨 리그와 같이 겉모습만 화려하고 속은 비어있는 여느 블록버스터와 별다를 바 없을까, 아니면 레전드들이 모두 모여 압도적인 힘과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미국 농구대표팀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까. 영화의 감상을 마친 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이 영화는 후자에 더 근접한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벤져스는 많은 공격수들이 모였음에도 멋진 팀플레이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화려한 볼거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잘 짜여진 이야기의 힘으로 어벤져스는 마블 히어로 월드의 최종장을 실로 멋지게 장식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어벤져스가 모든 히어로 무비의 완성형은 아니다. 히어로라는 만화 캐릭터를 성인들도 볼 수 있는 한편의 멋진 실사영화로 만들어냈던 리챠드 도너의 '슈퍼맨(1978)'이나, 기괴하면서도 독특하면서도 어두운 감각으로 히어로 무비를 새롭게 변주해냈던 팀 버튼의 '배트맨(1989)', 그리고 히어로물을 히어로물 이상의 현실적인 드라마로 완벽하게 바꾸어 낸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2008)' 등,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히어로 무비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명작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히어로 물의 본연의 정체성에 충실하면서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오락물로서의 완성도는 탑 클래스 수준이다. 아직 미국과 중국 등에서 개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의 개봉 성적은 놀라울 정도이며, 슈퍼 히어로에 대체적으로 인색한 편인 한국에서조차 최단기간 160만 관객 달성이라는 기록까지 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볼거리가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 2012 Marvel Studios


디지털 3D IMAX는 분명 히어로들의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장면을 120% 즐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관람방법이다. 쉴드의 초대형 비행기지 '헬리케리어'의 거대한 스케일과 치타우리의 흉측한 비행괴물의 모습 등은 그야말로 3D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준다. '아바타(2009)' 이후 쏟아진 3D 영화의 홍수는 3D 컨텐츠와 디바이스 시장의 활성화를 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3D 영화들의 범람이라는 결과도 이끌어 내었다. 3D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영화들이 3D라는 타이틀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면서 3D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수준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하지만, 어벤져스는 3D IMAX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3D 영화다. 오히려 어벤져스라는 타이틀 자체가 주는 파괴력 때문인지 3D는 뒷전으로 밀리기까지 했다.(영화랑 별 상관없는 내용까지 포스터의 선전문구로 활용하는 한국의 영화관계사들조차 어벤져스 포스터에서 3D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3D IMAX가 아니라면 별볼일 없는 영화일까? 만약, 어벤져스가 '압도적인 볼거리에만 기댄 영화'라면 이 가정은 사실이 될 터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의견은 NO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분명 3D IMAX는 이 영화의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 준 수단이지만, 그것이 없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고 멋지다. 그것은 바로 잘 짜여진 이야기의 힘이다. 굉장한 현실적 드라마나 생각할만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그냥 이 영화는 히어로 액션장르에 충실한 오락 영화다.), 오락영화로서, 그리고 히어로 무비로서 어벤져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잘 짜여져 있다. 특히, 4인의 메인 히어로(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와 2인의 서브 히어로(블랙 위도우, 호크아이), 여기에 조연급 캐릭터들(닉 퓨리, 콜슨, 마리아 힐 등)의 캐릭터 안배는 뛰어나다. 물론, 메인 빌런인 로키가 클라이막스에서 대대적인 침공을 가하는 치타우리와 수많은 히어로들의 사이에 끼이면서 존재감이 미약해진 아쉬움도 있지만, 이것이 전체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의미없이 소비하지 않으려 하면서 이야기는 제법 빡빡한 편이다. 그로 인해 전개가 느슨하지는 않지만 피로한 느낌도 다소 있다 하겠다.

이야기 덕분에 히어로들의 볼거리가 줄어들지도 않았다.(사실 이 영화는 액션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다만, 그 액션과 액션을 연결하는 이야기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 앞서 등장한 일련의 마블 히어로 시리즈에서 거의 얼굴을 내밀지 못했던 호크아이는 서장을 멋지게 장식해 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고, 토르와 아이언맨, 헐크와 토르의 맞대결이 등장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마블의 팬들에게 훌륭한 팬 서비스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각본의 구성은 실로 영민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을 듯. 이는 감독이자 각본가인 조스 웨든이 오랜 코믹스 팬이자 그 스스로도 코믹북 작가(직접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 시리즈 'Astonishing X Men'의 스토리를 집필할 정도로 전문만화 작가)였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원작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설정과 이야기의 구성을 그에 맞춰 디테일하게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결국 비주얼의 화려함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뼈대가 되었고, 이는 어벤져스가 마블 히어로 월드를 집대성한 멋진 히어로 무비라는 평가를 듣는 데 있어서 별다른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물론, 히어로 무비로서의 현실적 한계는 있다. 로키가 지구를 찬탈하려는 목적이 전작인 토르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리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으며, 캐릭터 안배를 잘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너무 많은 인물들의 등장은 이야기를 깊이있게 끌고 가기에는 여전히 방해가 되고 있다. 그나마 러닝타임이 2시간 20분에 달하기 때문에 이것이 어느 정도 볼만한 수준으로 가지 않았나 싶은데, 페니웨이님에 따르면 실제로는 3시간 분량으로 제작된 영화라 하니 어쩌면 어벤져스의 진정한 참맛은 블루레이나 DVD에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부디 빨리 디렉터스 컷이 출시되길 바랄 뿐

어벤져스의 후속편은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고 전해진다. 마블이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작품을 끌어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마블의 계획이 아직까지는 큰 실패없이 착착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 싶다. 다만, 어벤져스의 대성공은 후속작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준 셈이다.(트랜스포머를 잊지 말자) 어벤져스는 이제까지 공개되었던 마블의 다섯편의 히어로 무비의 최종장이자 이제부터 시작될 마블 히어로 무비의 서장이 되었다. 어벤져스의 성공을 기점으로 한동안 헐리우드는 히어로 무비의 전성시대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2012년은 어떤 면에서 히어로 무비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여는 관문이 된 셈이다.

ⓒ 2012 Marvel Studios

덧붙임) 코비 스멀더스는 엘로스에게는 생소한 배우지만 영화와는 별개(?)로 맘에 쏙드는 캐스팅이었다. 왜냐구? 그건 영화를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갈 듯. 쉴드 유니폼이 그렇게 멋진 유니폼인지 그녀를 보고서야 알았다, 어흠.

덧붙임)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 위도우는 개인적으로 아이언맨 2보다 살짝 아쉽다. 그건 그녀의 연기나 역할 때문이 아니라 길고 곱슬거리는 매혹적인 빨간머리가 단정한 단발로 바뀌었기 때문. 긴머리를 휘날리며 펼치는 아이언맨 2의 액션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런 듯. 

덧붙임) 엔딩 스크롤 중간에 등장하는 2편의 메인 빌런이 될거라 예상되는 그는 어벤져스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바로 '그'이다. 그를 알아본 마블 팬들이라면 작은 탄성과 2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조되어 극장을 나왔을 듯.

덧붙임) 혹시나 하는 예상과 달리 모든 엔딩 스크롤이 올라간 뒤에는 별도의 서비스 씬이 등장하지 않는다. 새벽 1시에 상영하는 어벤져스를 감상한지라 영화가 끝나고 피로함을 참으면서 끝까지 자리를 고수했는데, 아무것도 안나오니 좀 허전...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 Marvel Studios에게 있습니다.



어벤져스 (2012)

The Avengers 
8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정보
액션 | 미국 | 142 분 | 2012-04-26
글쓴이 평점  


[블루레이] 어벤져스 - 10점
조스 웨든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월트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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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Comics

 
DC를 시샘한 마블의 영화 사랑

DC 코믹스의 대표 히어로 슈퍼맨과 배트맨이 실사영화를 통해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하는 동안, DC 코믹스와 함께 북미 코믹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마블 코믹스는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등, DC에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히어로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마블이었지만, 영화시장에서는 좀처럼 그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던 것입니다. TV 시리즈와 실사영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마블 스튜디오를 80년대에 설립했지만, 85년부터 거론되던 자사 최고의 히트 캐릭터 스파이더맨의 실사영화가 판권을 둘러싼 문제로 감독으로 선임되었던 제임스 카메론이 도중하차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블의 히어로들은 스크린에 입성하지 못한 체 21세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영화계에서는 배트맨 시리즈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히어로 영화가 예전만큼의 임팩트를 갖지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CG라는 신기술이 실사영화에 서서히 접목되면서 히어로 영화는 다시금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기 시작했고, '블레이드(1998)'를 통해 그토록 염원하던 실사영화에의 진출을 성공한 마블은 그로부터 4년 뒤인 2002년 마침내 '스파이더맨(2002)'을 개봉하여 DC 코믹스의 히어로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히트 대작을 보유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실사영화에서는 마블의 일대 반격이 시작됩니다. 블레이드 시리즈는 이후에도 3편까지 제작되면서 대표적인 R 등급 뱀파이어 히어로물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3편까지 연달아 빅히트하며 마블의 대표 히어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되지요. 여기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 엑스맨 3부작(3부는 브라이언 싱어가 연출하지 않았습니다만) 역시 이전과는 다른 고뇌하고 소외받는 히어로들을 묘사하면서 영화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게 됩니다. 실사영화의 DC 히어로들과 달리 마블의 21세기 히어로들은 보다 더 인간적이고 불완전했습니다. 그들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불행했고, 그래서 연민이 느껴지기까지 했지요. 이제 영화의 히어로 월드는 마블의 히어로들이 지배할 것 만 같았습니다.

ⓒ 20th Century Fox


ⓒ Columbia Pictures



풍요 속의 빈곤,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족 못하게 된 마블

21세기 초반 헐리우드는 심각한 소재고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실사영화로 만들 만한 소재들이 바닥이 나기 시작한 것이죠. 이즈음에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 포터 시리즈가 어마어마한 흥행에 성공하자 헐리우드의 제작사들은 앞다투어 판타지 영화에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작품은 소수에 불과했고 대안으로 풍부한 컨텐츠를 자랑하는 일본  아니메를 소재로 삼게 되지만, 원작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로컬라이징에 실패한 헐리우드식 아니메 해석은 이제까지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랜스포머의 경우는 실제 원작은 일본이지만, 완구와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북미에서 로컬라이징이 된 소재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다가 사그러들었던 히어로물은 재활용 소재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일구어내게 됩니다. 기존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히어로물은 아직 그만큼 팬층이 형성되지 않는 일본산 애니메이션보다는 더 관객에게 어필하기가 쉬운 소재였고, CG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러한 트렌드를 타고 등장한 마블의 히어로들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실사영화에 들이닥치게 됩니다.

하지만 풍요 속에 빈곤은 존재하는 법, 우선 수많은 히어로 무비들의 양산으로 인해 일부 작품들은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으로 인해 기대치가 높아진 탓에 그 뒤에 등장한 '헐크(2003)'나 '데어데블(2003)', '일렉트라(2005)', '판타스틱 포(2005)' 등은 그 완성도가 앞선 히트작들과 비교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흥행 역시 앞선 작품들에 비해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안았구요. 여기에 실사영화를 위해 캐릭터 사용료 만을 받고 판권을 영화사에 넘겨버린 마블로서는 자신의 히어로들이 등장한 영화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그저 손가락만 빨며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2003년 라이벌인 DC 코믹스가 워너브러더즈 계열사인 DC 엔터테인먼트로 편입되면서, 마침내 DC의 히어로들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이 새롭게 리부트시킨 배트맨 2부작 '배트맨 비긴즈(2005)'와 '다크나이트(2008)'는 히어로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단의 극찬 속에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게 되며, 엑스맨 시리즈로 마블의 히어로들을 성공적으로 실사로 이식했던 브라이언 싱어가 슈퍼맨 리부트 프로젝트로 자리를 옮겨 '슈퍼맨 리턴즈(2006)'을 제작하는 등 DC의 공세는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마블로서는 이제 결단의 시기를 내릴 때가 온 것이었습니다.

ⓒ Paramount Picture



어벤져스, 마침내 전모를 드러낸 마블의 히어로 월드

2008년 드디어 마블 자신이 독자적으로 제작한 '아이언맨(2008)'과 '인크레더블 헐크(2008)'가 스크린으로 찾아오게 됩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비록 같은 해에 개봉한 DC의 다크나이트에는 못미쳤지만, 아이언맨은 기록적인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었으며, 인크레더블 헐크 역시 준수한 결과를 남기게 되었던 겁니다. 이에 자신을 얻은 마블은 원대한 계획을 꿈꾸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어벤져스'의 시동이었습니다.

아이언맨을 보시면 크레딧이 끝나고 영화 마지막에 비밀조직 쉴드의 국장 닉퓨리가 등장하여 토니 스타크에게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깁니다. '당신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나?' 바로 이것이 어벤져스의 시동을 암시하는 대사였던 것입니다. 어벤져스는 마블의 대표 히어로들이 결성한 조직으로, 1963년 코믹스로 발표되기 시작한 작품인데요. 그로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며 마블의 방대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마블은 몇몇 대표 히어로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세계관 그 자체를 영화로 옮기는 방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를 한 두편의 영화로 영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코믹스처럼 각각의 히어로들을 주제로 한 영화를 차례로 선보인 다음, 이후에 그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별도의 영화로 공개한다는 것인데요. '아이언맨2(2010)'를 선보인 뒤 마블은 지속적으로 대표 히어로인 '토르(2011)'와 '캡틴 아메리카(2011)'를 자체 제작하여 개봉할 예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에는 이들 히어로 영화들을 한자리에 묶을 '어벤져스(2012)'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딱히 마블의 팬이 아니지만 이러한 마블의 프로젝트는 몹시도 흥미롭고 기대된다 하겠습니다. 방대한 세계관을 하나의 작품에 무리하게 집어넣지 않고 독립적인 작품들로 그 단편들을 보여주어 종래에는 하나의 완성된 월드를 보여주는 이러한 방식은 영화의 속편 제작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가 아닌가 싶군요. 특히, 마블 엔터테엔먼트가 2009년부로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이러한 마블의 장대한 프로젝트는 더더욱 무게가 실려 보입니다.

여기에 마블이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마블의 히어로들을 소재로 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역시 개봉 예정에 있으며, 소니가 별도로 시동하고 있는 스파이더맨의 4번째 작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도 제작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20세기 폭스사에서 제작하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의 속편 '더 울버린(2012)' 역시 2011년 4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에 있습니다. 그야말로 마블의 파상공세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자, 이렇게 되면 역시 DC의 반격 역시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DC 쪽도 올해 '그린 랜턴(2011)'을 필두로, 놀란 감독이 다시 배트맨 속편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를 제작중에 있으며, 슈퍼맨의 속편인 '슈퍼맨: 맨 오브 스틸(2012)'은 '왓치맨(2009)'을 통해 R등급 성인 히어로물의 진수를 보여준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을 예정에 있죠. 거대한 베일을 벗은 마블의 어벤져스 프로젝트에 비견될 DC의 져스티스 리그가 과연 시동될지 역시 관심거리라 하겠습니다. 세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히어로들의 전쟁이 이제 스크린에까지 그 전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 Paramount Pictures


ⓒ Paramount Pictures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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