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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는 분은 읽지 마세요. 사실 읽은 후에도 감상에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 2014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가렛 에드워즈(Gareth Edwards)
◈ 원작/각본: 혼다 이시로(本多猪四郎) / 맥스 보렌스테인(Max Borenstein), 데이빗 칼라햄(David Callaham)
◈ 제작: 토마스 툴(Thomas Tull), 존 제시뉘(John Jashni)
◈ 기획: 패트리샤 윗쳐(Patricia Witcher), 반노 요시미츠(Banno Yoshimitsu)


<줄거리> 

비밀리에 미지의 존재를 조사하는 범지구적 단체 모나크. 모나크 소속의 세리자와 박사(와타나베 켄 분)는 필리핀의 한 광산을 방문한다. 우라늄을 채굴하는 도중 이상환 광경을 목격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듣고, 광산 안으로 들어간 세리자와는 그곳에서 거대한 생물의 뼈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두 개의 알집(?)을 발견하게 된다. 두 개 중 하나는 이미 열려 있었는데, 그곳에 있던 무언가는 이미 해변을 통해 바다로 빠져나간 상태. 세리자와 박사는 그것이 그들 모나크가 오랫동안 찾애 해메던 그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한편, 일본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잔지라, 죠 브로디(브라이언 크랜스톤 분)와 아내 산드라(줄리엣 비노쉬 분)은 이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이다. 산드라가 점검을 위해 발전소 원자로로 들어간 바로 그 때, 잔지라에서 원인모를 진동이 감지된다.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거대한 충격과 굉음이 발생하고, 곧 발전소에서 급격하게 방사능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브로디는 방사능의 누출을 막기 위해 아내가 미쳐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원자로를 폐쇄하고, 잠시후 잔지라는 산드라와 무수히 많은 인명들을 끌어안은 체 붕괴되고 만다.

그로부터 15년, 브로디와 산드라의 아들 포드(애론 테일러 존슨 분)는 그날의 트라우마를 가슴에 묻은 체 아내 엘르(엘리자베스 올슨 분)와 아들 샘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일본에서 여전히 잔지라의 사고원인을 파헤치는 아버지와는 한동안 연락을 끊고 사는 상태. 하지만, 아버지가 출입금지구역이 된 잔지라에 무단침입하려다가 체포된 것을 계기로 포드는 이제는 더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15년 전의 악몽에 다시 한 번 맞딱드리게 되는데...


블록버스터로서는 밋밋하지만 마니아에게는 만족스러운 리메이크

다 이시로가 창조해 낸 일본 괴수영화의 원전 '고질라(1954)'는 일본의 서브컬쳐의 한 축을 당당히 책임지는 마니아적인 평가 외에도 핵무기에 대한 일본인들의 트라우마를 원자력에 대한 경종과 대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의 단상으로 이끌어낸 영화적인 완성도도 제법 좋았던 작품입니다. 이후 이 장르는 특촬물과 괴수물의 원전으로서 서브컬쳐 마니아들에게만 인정되어 왔지만, 영화가 가진 주제의식에 있어서는 특촬물을 능가하는 단순한 괴수물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 셈입니다.

이후로도 2000년대까지 20여편이 넘는 고질라 스핀오프가 제작되어지지만, 1954년작 고질라를 능가하는 작품은 없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만큼 오리지널 고질라는 영화적 완성도에 있어서 수십년 뒤의 후속작들을 상회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비약적인 특수 촬영기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이 갖고 있는 주제의식과 내러티브를 후속작이 계승하고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는 헐리우드의 첫 리메이크 작인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1998)'도 마찬가지로, 고질라라는 이름만 가져온 이 작품은 그럴듯한 주제의식도 없이 그저 커다란 괴물이 인간들을 위협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단순한(그리고 비싸기만한) 특수효과로 어설프게 그려내면서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제의식도, 자기만의 특색도 가지지 못한 그저그런 B급 블록버스터로 태어나고 맙니다.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2014)'는 그런 면에서 에머리히의 B급 고질라를 훨씬 상회하는 결과물이자 오리지널 시리즈에 상당히 충실한 헐리우드판 리메이크 작입니다. 괴수물에 인색한 한국 시장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고질라는 북미시장에서는 약 1억6천만 달러(14년 5월25일 기준), 글로벌 마켓에서는 약 3억9천만 달러(14년 5월25일 기준)를 벌어들이며 준수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출처: IMDb) 서브컬쳐 장르에 우호적인 외국인들의 평가라 하더라도 형제 격 영화인 길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2013)'이 최종 수익 4억달러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이것이 단순한 장르에 대한 취향 때문이 아니란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퍼시픽 림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고질라지만, 괴수들이 격돌하는 격투 장면의 압도감과 속도감은 퍼시픽 림보다 못하며, 서스펜스에 있어서는 매트 리브스의 '클로버필드(2008)'가 더 좋은 느낌입니다. 블록버스터로서 이 영화의 호흡은 다소 느린 편으로,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갑자기 중간에 맥없이 풀려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와!'라는 외마디보다는 '음...' 하면서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질라가 등의 뿔 만을 내놓은 체 바다 속을 가로지르는 장면이나 샌프란시스코에 떨어진 원폭의 해체를 위해 낙하를 감행하는 군인들이 고질라의 거대한 몸체와 조우하는 장면 등, 고질라의 압도적인 위압감을 십분 살려낸 장면들은 꽤나 인상적입니다. 속도감은 떨어지지만 고질라와 무토의 도심 속 결전도 파워와 스케일이 살아있구요. 전반적으로 이 작품은 정통(?)괴수물로서의 모습에서도 충실합니다. 단지 임팩트가 부족한 편이죠.

줄리엣 비노쉬나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네임밸류로만 봐서는 주연급이었지만, 아쉽게도 초반에 일찍 하차합니다. 괴수가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 다소 떨어지는 주연급 캐스팅 파워를 메우기 위해 사용된 카드로 보이는데요. 이는 '슈퍼맨(1978)'에서 말론 브란도의 역할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 극 중 부부로 출연하는 주인공 애론 테일러 존슨과 엘리자베스 올슨이 '어벤져스 2 - 울트론의 시대(2015)'의 퀵 실버와 스칼렛 위치 역할을 맡았다는 점은 영화와는 별개로 반가운 부분입니다.

고질라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서브컬쳐나 괴수물에 열광하는 마니아라면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는 제법 괜찮은 작품입니다. 오리지널의 주제의식을 살짝 변주하여 원자력의 위험을 일깨우고 대자연의 분노를 거대한 괴물들의 묵시록적인 대결로 표현해 낸 부분은 인상적이며, 덕분에 고질라는 단순한 괴수물 이상의 내러티브가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말마따나 고질라의 초, 중반부는 괴수물보다는 재난 영화에 가까운 모양새로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충실하죠. 이로 인해 호흡은 비록 느리지만, 스토리텔링은 여타 블록버스터보다 좋습니다.

모든 사건이 끝난 뒤 바다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고질라의 뒷모습은 오리지널 일본 시리즈들에 대한 오마쥬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후속편이 등장할 것만 같은 엔딩이었는데, 리메이크작의 성공적인 흥행성적을 볼 때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일본 서브컬쳐의 헐리우드 두드리기는 고질라로 인해 비로소 인상적인 결과를 낸 것 같네요.

ⓒ 2014 Warner Bros. Pictures


덧붙임) 본문에서는 퍼시픽 림보다 고질라를 좀 더 높게 평가햇지만, 사실 제 개인적인 평가는 고질라 별 3개, 퍼시픽 림 3개 반으로, 퍼시픽 림이 좀 더 높습니다. 서브컬쳐 오락물로서 보면 아무래도 고질라가 좀 늘어지는 느낌이... 아니 제 수준이 딱 그 정도여서요. :)


덧붙임) 예고편에서 크랜스톤의 혼신(?)의 연기 장면을 보고 왠지 이 영화가 괴수물보다는 재난영화스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얼추 예상이 맞았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4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고질라 (2014)

Godzilla 
5.6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애론 테일러-존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엘리자베스 올슨, 줄리엣 비노쉬, 와타나베 켄
정보
액션, SF | 미국 | 123 분 | 2014-05-15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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