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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동화의 디즈니다우면서도 픽사스러운 재해석  

ⓒ WALT DISNEY Pictures


'이 스토리(1995)'의 대성공 이후, 픽사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인어공주(1989)'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세계명작동화의 디즈니식 재해석, 그리고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두가지 테마는 한동안 세계 애니메이션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습니다. 동화적인 감성에 비해 재기발랄한 CG 애니메이션은 과거의 것들을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인 전개로 만들만큼 참신하고 신선했었죠. CG 애니메이션의 대성공은 북미에서 셀 애니메이션의 입지를 더더욱 좁게 했고, 디즈니/픽사의 대항마라 할 수 있는 드림웍스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북미 애니메이션하면 과거 세계명작 동화 스타일의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신세대의 감각에 맞는 CG 애니메이션으로 인식될 정도로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요즘의 세대에 있어서 과거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이거나 듣기만 했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셈이죠. 이제 3D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애니메이션은 더더욱 2차원의 세계를 벗어나 3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라 하겠습니다.

픽사와 드림웍스의 전쟁이 한참 진행중이던 2009년, 토이스토리를 통해 CG 애니메이션 시대를 열었던 존 라세터가 프로듀서를 맡고 인어공주로 디즈니의 제2의 전성기를 열었던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가 연출을 맡은 '공주와 개구리(2009)'가 준수한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디즈니만의 가정적이고 고전적인 스타일은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펴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 공주와 개구리는 픽사의 연타석 흥행 속에서도 꾸준히 '노틀담의 꼽추(1996)', '헤라클레스(1997)', '뮬란(1998)', '타잔(1999)' 등의 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며 명예회복을 노리던 디즈니가 한동안 그 의지를 접었던 셀 애니메이션으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고전적인 셀 애니메이션이 세계시장에서 의미가 있음을 증명한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리고 2010년 말, 고전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스타일과 신세기를 열어가는 3D CG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하나로 합친 작품이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탱글드(2010)', 그림 형제의 동화 '라푼젤'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의 최신작이 되겠습니다.

ⓒ WALT DISNEY Pictures

이미 북미와 유럽에서 2010년 11월에 개봉되어 현재까지 약 4억 달러, 북미에서만 2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히트를 기록했는데요. 특히, 이 작품은 이제까지의 창작 CG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세계명작동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픽사 스타일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디즈니 스타일의 감성이 보다 더 많이 녹아들어간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닌듯 싶은데요. 출구가 없는 높은 탑에 갇혀 홀로사는 긴 머리카락의 소녀는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원작의 히로인과는 달리, 호기심 많고 쾌활한 소녀 라푼젤이 되었으며, 그녀의 목소리에 반하여 위험을 무릎쓰고 탑에 오르는 원작의 왕자는 유쾌하고 넉살좋은 왕국 최고의 도둑 라이더가 되었습니다. 원작의 우울하고 비극적인 멜로물의 분위기 역시 이에 맞춰 보다 더 코믹하고 역동적인 어드벤쳐 물로 탈바꿈 한 듯 싶은데요. 전체적으로 이러한 작품의 스타일은 디즈니보다는 픽사의 스타일에 더 가까운 듯 싶습니다. 즉, 디즈니의 고전적 감성을 픽사 스타일로 재해석한 새로운 느낌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90년도 중반부터 시작된 디즈니와 픽사의 밀월관계를 감안하면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진작에 한번쯤은 나와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이 된 후에나 등장한 것을 보면 이제까지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그 만큼 디즈니의 감성을 배제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간 것이라는 증명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그러나, 이러한 픽사식 변주는 사실 이 탱글드가 처음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과거 '몬스터 주식회사(2001)'나 '인크레더블(2004)'를 통해서도 픽사는 고전적인 가치들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시도를 하고는 했었죠. 디즈니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던 드림웍스의 파격적인 시도에 비해서는 다소 얌전하긴 하지만 픽사의 스타일은 그렇기에 오히려 대중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는 듯 싶습니다. 온건파 개혁주의자 같은 픽사의 모습으로 디즈니의 고전적인 스타일이 21세기의 입맛에도 알맞을 정도로 잘 옮겨진 듯도 싶구요.

자, 한국에서는 2010년 2월에 개봉 예정에 있는데요. 전통적인 한국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그리고 세계적인 추세로 미루어 볼 때 탱글드(한국 개봉명은 원작의 이름은 라푼젤 그대로입니다.)의 성공은 거의 확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탱글드의 음악은 돌아온 애니메이션 음악의 거장 알란 맨킨이 맡았는데요. 과거 인어공주부터 포카 혼타스까지 이어졌던 그의 마법이 이번에도 또 한 번 인정을 받을지 역시 기대된다 하겠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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