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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


<스탭>

◈ 감독: 호소다 마모루
◈ 각본: 오쿠데라 사토코
◈ 제작: 매드하우스


<시놉시스> 

학 올림피아드에 나갈 뻔(?)할 정도로 발군의 수학 실력을 가지고 있는 코이소 켄지는 고교 2년생으로, 동급생인 사쿠마와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아르바이트에 한창이다. 그 아르바이트란, 요즘 일상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각광받고 있는 가상현실 시스템인 OZ의 시스템 유지보수에 관계된 일이다. 컴퓨터로 한창 작업 중이던 어느날, 같은 학교의 히로인이자 교내 남학생들의 우상인 나츠키 선배가 찾아와 한가지 아르바이를 제안한다. 그 아르바이트란 다름이 아니라 나츠키와 함께 시골에 있는 그녀의 외증조 할머니 댁에 내려갔다 오는 것.

평소에 그녀를 흠모하고 있던 켄지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하지만, 이 아르바이트에는 한가지 숨겨진 내막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켄지가 나츠키의 약혼녀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동경대 출신의 유학생으로 위장을 해야 한단다. 신랑감을 데려오라는 엄격한 외증조 할머니의 엄명을 거역할 수 없었던 나츠키가 궁여지책 끝에 생각해낸 아이디어에 켄지는 울며 겨자먹기로 남친 행세를 하게 되고... 당황한 켄지를 그녀의 가족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나츠키의 고향집에서의 정감 넘치는(?) 저녁이 끝난 어느날 밤, 잠을 못이루는 켄지에게 갑자기 문자메시지 하나가 전송된다.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엄청난 수의 배열을 본 켄지는 특유의 수학실력을 발휘하여 암호를 풀고, 답장을 날리게 된다. 뿌듯해하며 잠드는 켄지. 그러나, 그것은 거대한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는데...


호소다 마모루의 연타석 홈런, 시대가 바뀌기 시작하다

2007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 그의 등장은 단순하게 인기 감독 한명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섬세하고 감각있는 연출과 호소력 있는 드라마는 일본 아니메가 그토록 찾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그가 시달녀 연출 직전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출 중에 있었고, 도쿠마 서점의 경연진 교체와 함께 석연치 않은 강판을 당했으며, 시달녀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와 '게드 전기'에 멋지게 한방(물론, 개봉관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게드 전기'가 흥행에 있어서는 훨씬 큰 수익을 거둬들였지만, 팬과 평단은 만장일치로 호소다 감독에게 손을 들어줌)을 먹였던 터인지라 그 의의는 남달랐다고 하겠습니다. 바로 미야자키의 바톤을 이어받은 새로운 후계자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 말입니다.

이러한 팬들의 과도한 기대 속에 그로부터 2년 뒤 호소다 마모루의 두번째 작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여름 극장가에 잘 어울릴 것 같은 한여름의 전원을 배경으로 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휴대폰과 컴퓨터, 그리고 네트워크와 가상현실이 어우러진 디지털 세상 OZ를 결합한 새로운 이야기의 제목은 바로 '썸머 워즈'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썸머 워즈는 다시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연출력을 팬들에게 확인시키면서 그를 여름 극장가의 기대주이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리를 메워줄 인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섬세한 연출, 서정성과 어드벤쳐를 동시에 보여주는 다양한 재미는 확실히 미야자키의 전매특허 중 하나라고 하겠는데요. 과연 썸머워즈를 통해 그는 진정 아니메를 대표하는 연출가로 떠오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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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어린 현실과 마법같은 가상현실을 오가는 두가지 맛의 이야기

교 2년생이며, 평범한 일본의 핵가족 환경 속에 살아오던 순진한 소년 켄지가 수많은 친족들이 한 집에 모인 나츠키의 외증조 할머니 사카에 여사댁으로 들어오는 여정은 그에게 있어서 문화적 충격입니다. 켄지는 아버지가 지방출장으로 집을 비우신데다가, 어머니마저 일에 바쁜 전형적인 맞벌이 가족의 외동 아들로, 이시대 청소년들의 외로움을 대변하고 있는 소년인데요. 그런 소년에게 있어서 수많은 친척들과 아이들이 모인 왁자지껄한 나츠키의 가족은 시끄럽지만 정신없고 어색하지만 한편으로는 푸근한 느낌입니다. 즉, 사람냄새가 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푸근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켄지만이 아닙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나츠키네 식구들 역시 이 외증조 할머니 댁의 귀경을 통해 안식과 휴식을 얻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새 잊고 사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의 소중함을 이 작품은 밑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마지막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것 역시 바로 이 가족의 힘인 것이죠.

작품의 또다른 배경이자 가상현실 시스템인 OZ는 가족적인 현실의 분위기와는 또다른 세상입니다. 가상현실에 접속하여 일상생활에 관계된 모든 것을 해갈 수 있는 OZ 시스템은 미래의 편리한 세상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런 세상이 가져다 줄 몇 가지 부작용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보안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속절없이 무너지는 시스템의 취약성은 네트워크 시스템의 크나큰 약점이기도 하지요. 특히, 근래 등장한 스마트폰과 함께 우리들 역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으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만, 그와 동시에 보안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수많은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아킬레스 건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디지털/네트워크라는 신기술에 대한 부작용을 이 작품에서는 또다른 이슈로 다루고 있지요.

이 작품은 이처럼 현대인에게 너무도 익숙한 생활패턴과 생활아이템이 자칫 위기에 닥쳤을 경우, 이것을 고전적인 가족간의 단합과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을 현실과 가상현실의 두 갈래 이야기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별개였던 두 이야기는 조금씩 같은 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현실 속의 대가족은 마침내 가상현실에서도 서로 힘을 합치게 됩니다. 마치 팀 플레이를 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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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드라마스러운 전개, 맛깔스럽되 특별하지는 않은 이야기

지의 실수로 인해 뚫린 보안시스템과 속칭 '러브머신'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해킹 프로그램이 전 세계의 시스템을 마비시키자, 이것은 곧 현실상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더불어 사카에 여사의 90세 생신을 준비하고 있는 나츠키 네 식구들에게는 또다른 문제가 닥치죠. 90세 생신 축하를 위해 많은 이벤트를 준비했건만 가문의 남자들이 OZ에서 기인한 각종 사회 기반 시설의 오동작으로 인해 회사를 뜨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 시스템이 마비되고, 곳곳에 교통 정체가 시작되며, 거짓 화제경보가 여기저기 발생합니다. 시스템의 거의 모든 것을 OZ에 맡기고 있는 작품의 세계에서 OZ의 이상은 곧 세계의 이상입니다.

게다가 이 '러브머신'이라 불리는 해킹 AI가 다름 아닌 나츠키네 가족들의 일원이면서도 식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불청객 와비스케란 인물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유서깊은 '진노우치 가문'인 나츠키의 가족들은 할머니의 생신잔치가 잘못되는 것 이상의 위기에 닥치게 됩니다. 할머니의 장녀이자 집안의 안주인이기도 한 마리코 여사만이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카에 여사의 생신 준비가 차질이 생기는 것에 대한 걱정만 할 뿐이지요. 그러나, 할머니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OZ에 연결한 건강상태 전송 시스템이 OZ의 고장과 더불어 이상 상황을 발생시키면서 할머니의 신변에도 위협이 닥치게 됩니다. 이제 OZ의 문제는 나츠키들에게도 커다란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죠.

OZ에서 벌어진 전 세계적인 위협과, 진노우치 가문에 닥친 가족적인 갈등은 결국 온 가족과 이방인이었던 켄지가 힘을 합쳐 해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묘사되는 가상현실의 방대한 모습과 컴퓨터 아바타 간의 힘있는 액션씬은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흥미로움을 보여줍니다. 스케일 큰 가상세계와 아바타들간의 격투 외에도 현실에서 나츠키 가족들이 보여주는 일상의 디테일도 역시 압권이죠. 이러한 것들이 아무래도 호소다 감독을 미야자키의 후계자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하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호소다 감독의 그것은 좀 더 코믹하고 젊은 세대다운 생명력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인공위성 궤도 수정하기 씬은 상당한 긴박감을 선사하는데요. 이런 수준의 연출은 확실히 범상한 연출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갈등을 풀어나가는 모습과 결과는 시달녀에 비해 구태의연하고 여운이 없어 평범한 느낌을 줍니다. 가족 드라마로서 멋진 전개와 깔끔한 결말을 보여주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전형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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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작품

실 속의 이야기와 가상현실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가며 가족의 힘, 그리고 가치를 보여준 썸머워즈는 확실히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호소다 감독 역시 그저 그런 범재라고 할 수 없음은 확실한 것 같구요. 분명 앞으로의 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차세대 주자인 동시에, 아니메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주 중 하나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듯 합니다. 능숙하고 세심한 디테일과 그 속에서 보여지는 개그는 몹시 만화적이면서도 인간적입니다. 그와 함께 CG를 통해 보여준 발군의 액션감각 역시 앞으로 연출할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구요.

반면, 이번 썸머워즈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 자체가 상당히 익숙한 전개인데다가 캐릭터의 매력 또한 시달녀만 못하여 전반적으로 임팩트가 그리 크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히로인인 나츠키의 경우는 클라이막스 이전까지 그닥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구요. 켄지 역시 워낙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개성 넘치는 다양한 가족에게 둘러 쌓이면서 주인공임에도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대가족 덕분에 캐릭터 별로 비중을 두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일까요. 비중을 떠나 주연급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 부족은 다소 진부한 극의 스토리를 더 평면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썸머워즈는 호소다 감독의 장기와 범상치 않은 연출가로서의 자질을 보여준 작품인 동시에 호소다 감독의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연출가로서는 훌륭한 실력과 감각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토리 텔링에서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고 할까나요. 하지만 아직 호소다 감독의 성장은 진행중이기에 여전히 우리는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다음에는 얼마만큼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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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 이번 썸머워즈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인 OZ는 공교롭게도 현재 LG 텔레콤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인 OZ와 같은 이름입니다. 둘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사용하여 현실에서 하던 여러가지 일을 대신해주는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군요.

근래 많은 아니메가 그러하듯 이번 썸머워즈에서도 다수의 한글이 작 중에 등장합니다. OZ의 시스템에서 등장하는 세계의 각종 언어에 한글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예전에 비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아진 것일까요. 적어도 요즘의 아니메가 과거와는 달리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분명한 듯 해보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09 SUMMER WARS FILM PARTNERS.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주의 TTB 리뷰 2010년 8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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