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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 AK Communication에서 증정받은 서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전설의 고전, AK에 의해 한국최초 출간


'징가' 시리즈로 일본 만화와 만화영화에 한획을 그은 거장 나가이 고(永井豪)의 묵시록 호러 '데빌맨' 코믹스가 무려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한국에 정식발매되었습니다. 이전까지의 해적판과는 다른 정식발매라는 점에서 의의가 큰데요. 이번 데빌맨의 정식출간은 국내에서 건담관련 서적들을 비롯 마이너한 서브컬쳐 장르의 책들을 꾸준히 출시해주는 '용자' 출판사 AK 커뮤니케이션즈가 맡았습니다.

1972년 시작된 데빌맨은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만화책과 TV 만화영화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별개의 작품입니다.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여 TV 시리즈가 제작된 것이 아니라, 최초 기획은 TV 시리즈가 먼저였고, 이후 나가이 화백이 별도로 코믹스를 진행시킨건데요. 데빌맨보다 먼저 연재되고 있던 나가이 화백의 '마왕 단테(1971)'를 베이스로 TV 시리즈용 변신 히어로물이 기획되면서 각본가 츠지 마사키(辻真先)가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담당하게 되고, 나가이 화백은 이 아이디어를 갖고 TV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묵시록적 호러물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로 인해 코믹스와 TV 시리즈는 그 성격을 완전히 달리 하지요. 이러한 구도는 마징가 Z도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초반부부터 펼쳐지는 끔찍한 지옥도는 40년 전의 작품이다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파격적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일본 코믹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코믹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고어적인 장면들이라지만 40년 전의 세상에서는 만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시도였다 하겠지요.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가 선보인 살육의 아수라장이 거의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데(물론, 이는 베르세르크가 데빌맨에게 음으로 양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 다만 묘사의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을 뿐 상상력이나 장면 구성은 베르세르크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가히 후대의 수많은 바이올런스 호러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선구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데빌맨의 진정한 매력은 이 그로테스크한 상상력과 시대를 뛰어넘는 폭력묘사가 아닌, 악마의 힘을 손에 넣은 인간의 고뇌, 묵시록적인 파국, 압도적인 절망, 그리고 허를 찌르는 반전과 충격적인 진실 등 실로 당대의 코믹스에서는 느끼기 힘든 서스펜스와 호러, 그리고 드라마틱한 전개가 아닐까 합니다. 데빌맨이 되는 후도 아키라와 그의 친구 아스카 료 사이의 관계가 그 대표적인 것으로, 작금의 그저그런 코믹스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이런 점에서 이 둘 또한 베르세르크에게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보니 베르세르크는 데빌맨의 오마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군요.

물론, 근래의 만화들에 비해 장면과 장면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며, 다소 비약이 심한 전개가 눈에 띄긴 하지만, 그것은 데빌맨 이후 수십년에 걸쳐 발전해온 만화적 노하우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그러한 것이지 40년전에 이 코믹스를 접했다면 그러한 부분은 전혀 불편함을 느낄 요소가 아니기도 합니다. 사실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지금봐도 이야기와 장면구성은 대체적으로 매끄러운 편이며,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부분도 코믹스로서 훌륭합니다.


그로테스크한 데몬의 모습들. 디테일이 떨어질 뿐 지금의 코믹스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크리쳐들과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익숙한 나가이 고의 캐릭터들. 이런 코믹스적인 모습은 앞으로 벌어질 파괴적이고 종말론적인 이야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보입니다만, 나가이 화백의 캐릭터를 이렇게 실제 지면으로 한국에서 접할 수 있다는 반가움 만큼은 반감되지 않는군요.


1권은 총 3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코믹스 단행본으로서는 꽤 지면이 많은 편에 속합니다. 데빌맨은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아마 이번 한국어판도 다섯권으로 발매되겠군요. 반양장본에 컬러 페이지는 없으며 가격은 8,000원으로 다소 비싼 축에 속합니다만, 어차피 나가이 고의 팬이나 코믹스 마니아들로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소화할만한 가격이지 않나 싶네요. 아, 물론 인터넷 서점에서는 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실 수 있구요. 40년전 작품이라지만 꽤나 충격적인 표현과 전개가 등장하는 작품의 무삭제판인지라 될 수 있으면 고교생 이상 관람가로 나오는 것이 한국 실정에 맞지 않나 합니다. 아, 요즘 젊은 친구들에겐 이 정도는 약과려나요? : )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井豪 · ダイナミックプロ / ⓒ AK 커뮤니케이션즈 (한국어판)에게 있습니다.

데빌맨 1 - 8점
나가이 고 글 그림/에이케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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