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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th Century Fox


<스탭>

◈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Rupert Wyatt)
◈ 원작: 피에르 불의 SF 소설 '유인원들의 혹성(1963)' / 프랭클린 J. 샤프너의 영화 '유인원들의 혹성(1968)'
◈ 캐스팅: 제임스 프랑코(James Franco), 앤디 서키스(Andy Serkis), 프리다 핀토(Freida Pinto)
◈ 제작: 20세기 폭스


<시놉시스> 

제약회사 젠시스에 근무하는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랑코 분)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연구에 몰두하던 중, 손상된 뇌조직을 복구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 그는 이 약을 '큐어'라 명명하고 침팬지에게 임상실험을 하게 되는데, 큐어를 접종한 침팬치 '반짝이는 눈'이 인간의 수준에 가까운 지능을 보유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큐어와 침팬지 반짝이는 눈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당일, 반짝이는 눈이 갑자기 돌변하여 연구소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경비원에 의해 반짝이는 눈은 사살되고 크게 실망한 사장은 신약의 개발중지와 함께 임상실험 중이던 모든 침팬지들을 안락사시킬 것을 지시한다. .

그런데, 침팬지들을 안락사시키던 도중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다. 사살된 반짝이는 눈에게 아기가 있었던 것이다. 아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진 침팬지가 난동을 부린 사실을 알게된 로드만. 하지만 이미 연구는 중단된 뒤였고, 하는 수 없이 로드만은 아기 침팬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버지의 병을 보다 못해 연구실에서 몰래 빼내온 큐어를 아버지에게 접종하는 로드만, 약은 성공적이어서 아버지는 치매증상을 벗어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상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 로드만은 침팬지를 키우게 되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지능이 늘어나는 아기 침팬지에게 로드만 부자는 '시저'(앤디 서키스 분)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되는데...


고전 SF 시리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웰메이드 SF

전 명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쉬운 동시에 어려운 일이다. 분명, 히트한 작품을 소재로 하는 것은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것보다는 흥행에 있어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만큼 위험한 것은 원작의 명성에 못미치는 완성도로 그려질 경우에는 초반의 기대심리가 순식간에 혹평의 쓰나미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공한 1탄의 속편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어느새 속편과 리메이크작은 흔히 볼 수 있는 영화계의 트렌드가 되었으나 그 대부분이 원작의 명성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소재를 빌어쓴 만큼 리메이크는 언제나 전작의 완성도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사실 혹성탈출이 이번에 다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큰 흥미를 못느꼈었다. 2001년 팀 버튼의 '혹성탈출(2001)'이 등장했을 때만해도 이 전설적인 고전 SF의 부활을 몹시나 흥분된 마음으로 기대했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혹성탈출과 팀 버튼은 안타까울 정도로 상성이 맞지 않았고, 팀 버튼의 컬트적 재기는 SF 고전의 무게에 짓눌려 아무런 빛을 발휘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소리소문 없이 등장한, 게다가 장편연출은 이번이 두번째 밖에 안되는 신예 루퍼트 와이어트가 감독인 혹성탈출은 확실히 이전보다 그 파워가 많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인간 주인공을 맡은 제임스 프랑코가 비록 '127시간(2010)'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주목받는 배우로 부상하긴 했으나 아직 대형 배우는 아니라는 점, 원숭이 주인공을 맡은 앤디 서키스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과, '킹콩(2005)'의 킹콩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명성높은 CG 전문 배우이지만 (오히려 명성을 안겨준 그 CG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본 작품의 캐스팅 파워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에 비해 그리 대단치 않음을 말해준다. 9300백만달러의 제작비는 2001년 혹성탈출의 제작비 1억불에도 못미친다. 무려 10년 전의 작품보다 제작비가 적다는 것은 10년 사이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참고로 올 여름 최대의 블록버스터였던 '트랜스포머 3(2011)'의 제작비는 1억9천5백만 달러다. 개인적으로 두 배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트랜스포머3의 완성도는 이번 혹성탈출의 반만큼도 못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완벽하게 능가했다. 만약, 이 작품이 2001년 혹성탈출 만큼의 관심을 받고 시작했다 하더라도 결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는 기대 이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으며, CG는 이 영화의 많은 것들을 훌륭하게 재현해 주었다. 무려 43년전의 고전 SF는 이번 작품으로 인해 다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고 부활을 이루었다.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이 작품은 속편의 제작까지도 가능한 길을 열어주지 않았나 싶다.

우선 이야기하고 넘어가야할 것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 영화개봉시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던 프리퀄이 절대 아니다. 이미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돌고 도는 세계관을 가진 원작의 성격상, 프리퀄이나 시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인다. 2001년에 제작된 팀 버튼의 작품도 프리퀄이나 시퀄이 아닌 원작의 컨셉을 갖고 새롭게 그려낸 리메이크였는데, 원작의 1편에 해당하는 시점으로 리메이크한 것이 팀 버튼의 작품이었다면, 이번 루퍼트 와이어트의 혹성탈출은 원작의 3편 정도에 해당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그 내용은 전혀 달라서 우주선을 타고 미래에서 온 지능을 가진 유인원이라는 원작의 설정과 달리 이번에는 유전자 공학으로 인해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게 된 유인원이라는 설정이 부여되고 있다. 인류의 멸망 역시 본작에서 어느 정도 암시되고 있는데, 그 역시 핵전쟁에 의한 멸망을 다루었던 냉전시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원작과는 달리 최근 SF에서 많이 묘사되고 있는 바이러스에 의한 인류 멸망으로 변주되고 있다. 이는 본 작품이 프리퀄이 아닌 새로운 해석, 즉 리부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인간 배우들이 곳곳에서 극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누가 뭐라해도 이 작품의 주인공은 침팬지인 시저다. 특히, 이제까지 실사에서 불가능한 SF 또는 환타지 세상의 크리쳐 묘사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던 CG는 배우의 감정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묘사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본 작품의 CG는 웨타 디지털이 맡고 있는데, 웨타 디지털은 아시다시피 반지의 제왕의 감독 피터 잭슨이 설립한 디지털 특수효과 회사로, 이미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을 통해 CG 캐릭터의 정교한 감정 표현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앞선 두 작품보다 이 작품은 보다 더 섬세하다. 특히, CG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이전작과 달리 작품에 등장하는 시저를 위시한 유인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감이 넘쳐 감정이입을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이는 CG도 CG이지만 유인원의 리더인 시저를 훌륭하게 연기해 낸 배우 앤디 서키스의 몫이다. 그의 섬세하고 격정적인 감정연기가 있었기에 CG로 재현된 시저는 실제 이상의 현실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 20th Century Fox

중후반부 들어 시저의 지휘하에 벌어지는 유인원들의 봉기는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블록버스터라는 작품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부분이지만, 이 영화는 서두부터 펼쳐지는 치밀한 드라마적 전개로 인해 뒤의 클라이막스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즉, 극적 구성이 탄탄하고, CG 캐릭터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깊은 감정이입을 가져왔던 것이 본작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은 혹시나 속편이 제작되면 등장할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기승전결을 보여주었다. 블록버스터와 정통 SF 영화의 가운데 즈음에 위치한 듯한 이 모양새는 '아트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창조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에 비해서 화려함은 부족하지만 제법 무게감이 있다. 올 여름 내로라하는 블록버스터보다 이 철지난 고전 SF의 리부트 영화가 훨씬 견고하고 짜임새 있는 재미를 보여주었다고 감히 말할 정도로 영화는 괜찮았다.

한국에서 방영되면서 제목이 바뀐 혹성탈출(실제로는 일본에서 쓰여진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쓴 사례. 페니웨이님 리뷰 참고)이라는 타이틀은 원작이나 팀버튼의 리메이크작은 몰라도 이번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리부트 작품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유인원들의 혹성, 이 작품은 원제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듯 싶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th Century Fo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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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리드(Buried)에 이은 또다른 형태의 공간제약 스릴러

ⓒ 2010 20th Century Fox


'레인스포팅(1996)'을 통해 방황하는 청춘의 심리를 스피디하고 리듬감 넘치는 카메라워크로 승화시켰으며, '28일 후(2002)'와 '28주 후(2007)'를 통해 스릴러에서도 번뜩이는 감각과 재치를 선보이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를 통해 아카데미 8개 부분 석권, 골든 글로브 4개부분 석권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모두 휩쓸면서 드라마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대니 보일의 신작 '127시간(2010)'이 2010년 11월 미국개봉에 이어 2011년 2월 한국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블루 존 캐년 등반에 나섰던 아론 랠스톤이 불의의 사고로 인해 절벽 밑으로 떨어져 바위에 오른팔이 끼어 버린 체 옴짝달짝하지 못하고 절벽 아래에 갇히게 되면서, 생존을 위해 벌이는 127시간 동안의 사투를 담은 이 드라마는 제한된 공간에 갇힌 극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 아론의 몸부림을 스릴러와 서스펜스를 가미하여 긴박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여기에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극단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인간의 심리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함으로써 스릴러와 드라마의 뛰어난 조합과 완성도를 선보일 듯 합니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127시간은 그 결말에 대해 이미 관객들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실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으로 묘사함으로써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궁금증 보다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라는 궁금증으로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유도하는 작품이라 하겠네요.

이미 여러편의 작품에서 우리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탑 클래스의 연출가 대니 보일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우리에게 커다른 믿음을 심어주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의 일등공신은 역시 지옥에서 생환하는 청년 아론을 100% 완벽하게 연기해낸 제임스 프랑코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거의 1인 등장인물로 극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제임스 프랭코는 팔을 잘라내야만 탈출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속에 처한 아론의 심리를 신들린 듯 연기해냈는데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해리 오스본 역으로 우리에게 익숙할 뿐 이렇다 할 주연작이 없는 그에게 있어서 이 127시간은 연기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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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127시간을 보면 자연스럽게 얼마전 개봉한 영화 '베리드(2010)'가 연상됩니다. 테러리스트에 납치되어 관에 갇힌 체 땅속에 묻힌 한 남자의 상황을 충격적으로 표현한 베리드는 여러 면에서 127시간과 닮아 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 갇힌 인간의 극한상황을 이야기한 점이나, 그것을 드라마와 절묘하게 매치업시킨 장르적 크로스오버, 여기에 직전작까지는 대표적인 주연작이 없었던 베리드의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가 왠지 127시간의 주인공 제임스 프랭코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점, 여기에 둘 다 자신의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마련할 정도로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는 점 등등... 두 작품은 마치 형제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하겠죠. 제한된 공간 안에 갇힌 극한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두 작품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여 극한 상황이라는 서스펜스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 그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심리를 좀 더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전작들에 비해 좀 더 디테일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흥행에 있어서는 127시간이 더 나은 평가를 받을 듯 싶습니다. 베리드를 연출한 로드리고 코르테스의 연출내공이 아무래도 대니 보일에 비할 바가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의 관 속에서 모든 씬을 찍은 베리드의 정직할 정도로 우직한 연출에 비해, 블루 존 캐년의 장관과 가족들과의 회상 씬으로 보다 더 풍부한 구성의 127시간이 아무래도 관객에게는 좀 더 다가기가 쉬울 듯 싶군요. 여기에 테러나 냉혹한 현실을 우회풍자한 베리드에 비해 미국 영화의 테마인 가족애와 한 개인의 기적적인 생환사를 다룬 127시간 쪽이 아무래도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베리드보다는 관객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듯 싶습니다. 

'Box Office Mojo'의 자료에 의하면 베리드는 북미에서 약 백만 달러, 전세계적으로 천7백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여 총 천8백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러가기) 반면 127시간은 북미에서만 약 천백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였으며, 글로벌 수익은 아직 추산 중에 있는데요. 베리드의 제작비가 약 2~3백만 달러, 127시간이 천8백만 달러 정도의 제작비가 들었음을 감안할 때 둘 다 제작비 대비로서는 성공적인 수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만, 역시 규모 나 네임밸류 측면에서는 127시간이 베리드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는군요. 물론, 단순 흥행수익 수치 비교만으로 이 작품들을 평가하는 것은 단선적인 시각입니다만, 적어도 관객들의 호응면에서는 127시간이 좀 더 우위에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83회 아카데미에서 과연 제임스 프랭코와 라이언 레이놀즈가 맞붙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작품의 직접 비교를 떠나 이 두 작품으로 인해 제임스 프랭코와 라이언 레이놀즈는 연기력을 겸비한 차세대 스타로서 발돋움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제임스 프랭코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자로 선정되면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으며, 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데드풀 외에도 몇 작품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면서 상한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헐리웃은 두 명의 젊고 유능한 연기자를 발굴한 셈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20th Century Fo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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