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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턴 호러 판타지, 전작 '리전'의 전례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 2010 Sony Pictures


민우의 코믹스로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프리스트'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실사영화로 2011년 3월에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감독은 '리전(Legion, 2010)'을 통해 이미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선보여 그닥 성공적이지 못했던 장편영화 데뷔를 마쳤던 신예 스콧 챨스 스튜어트. 주인공은 '다빈치코드(2006)'에서 사일러스 역을 맡아 우리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영국계 배우 폴 베타니가 맡았습니다. 폴 베타니는 스콧 감독의 리전에서도 주인공인 대천사 미카엘을 맡았는데요, 감독이나 주인공이나 모두 비슷한 전작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리전은 프리스트를 위한 일종의 습작물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겟썸(2008)'의 떠오르는 신예 캠 지겐뎃, '미션 임파서블3(2006)'과 '다이하드 4.0(2007)' 등에서 뇌쇄적인 매력을 선보인 매기 큐,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로한 왕국의 기마대 대장으로 활약했던 칼 어번, 관록의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 등 A급 블록버스터에 근접한 캐스팅 파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2010 Sony Pictures

아시다시피 영화 프리스트는 묵시록적인 색체를 보여주었던 코믹스의 원 줄거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등장인물도 원작의 인물들이 아닌 오리지널 캐릭터들로서, 이야기와 인물들에 있어서는 전혀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별개의 작품인 셈입니다. 상대하는 적들도 타천사들이 아닌 흡혈귀이며, 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스스로를 복수의 도구로 만들어버린 원작의 주인공 이반 아이작과는 달리 신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인물 프리스트(이름없이 그냥 프리스트로 불리는 듯)가 주인공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오히려 이런 설정은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보다는 일본 아니메 중에서 교황청 소속으로 흡혈귀들과 싸우는 신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요시다 스나오(글)/토레스 시바모토(그림)의 코믹스 '트리니티 블러드'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작사가 소니인 것으로 보아 기획단계에서 이런 컨셉의 이야기가 프리스트의 반기독교적 색체를 밀어냈을 가능성도 의심되긴 하네요.

원작 프리스트가 북미에서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에 원작의 파격적인 각색이 더 용이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적어도 주인공이라도 같은 이름과 비주얼을 사용했을 법도 한데, 철저히 새로운 비주얼과 스토리를 선보인 점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군요. 프리스트는 온라인 게임으로도 2002년 제작되었으나 큰 인기를 끌지 못해 서비스가 중단된 적이 있는데요. 영화는 원작과 전혀 다르고, 온라인 게임은 일찌감치 서비스 중단을 하는 등 여러모로 미디어 믹스 면에서는 각개 전투가 행해지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실사영화가 좀 더 빨리 진행되었거나 실사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게임기용 타이틀로 발매되었다면 보다 더 성공적인 원소스 멀티유즈가 되었을 법도 한데 말이죠.

ⓒ 2010 Sony Pictures

일단, 원작과 너무도 다른 이야기 전개는 원작 팬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줄 듯 합니다. 새로이 각색된 스토리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뱀파이어와의 결투인지라 식상한 부분도 있구요. 더군다나 스콧 감독의 전작 리전이 프리스트와 비슷한 장르로서 평단의 혹평과 관객의 싸늘한 외면을 받았던 전례 덕에 프리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반감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폴 베타니가 드라마 중심의 작품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인 반면, 액션물에서는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개인적인 감상도 있구요. 다만, 작품 스타일이 리전과는 달리 호러 판타지적인 색체를 가지고 있는지라 괴기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폴 베타니에게 리전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공존하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원래 연출을 맡을 예정이었던 샘 레이미가 빠졌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 영화의 기대치를 완벽하게 깎아내린 일등공신이 아닌가 합니다. 적어도 이야기의 얼개가 느슨한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스토리텔링에 비주얼만 화려한 작품이 될 듯한 예감이 드는데요. 예고편 영상은 분명 화려한 비주얼과 고딕풍의 암울한 비주얼로 인해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만, 과연 얼마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줄지는 여전히 물음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보러가기 (클릭)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ny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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