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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 야다테 하지메(矢立肇), 토미노 요시유키(富野由悠季) -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음.
◈ 감독: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 1~7화 /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 - 8~13화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鈴木良武),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이마니시 타카시(大熊朝秀의 필명으로 참여),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스토리보드/연출: 와타나베 신이치로(渡辺信一郎), 아카네 카즈키(赤根和樹), 카세 미츠코, 이마니시 타카시
◈ 캐릭터 디자인/총작화감독: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 작화감독: 오사카 히로시(逢坂浩司), 칸노 히로키(菅野宏紀), 카와모토 토시히로
◈ 메카닉 스타일링/메카닉 디자인: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요시다 토오루(吉田徹)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東潤一)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雄) / 마츠바라 미키(松原みき), MIO, Jacob Wheeler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타카시나 미노루(高梨実)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91.05.22~1992.09.24 (OVA) / 1992.08.29 (극장판)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13화),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1년 전쟁이 종결된지 3년, 지구연방군은 1년 전쟁 당시 큰 전과를 올린 건담의 후속 개발 프로젝트인 건담 개발 계획 GP(Gundam Project)를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애너하임 사에서 개발된 두 기의 모빌슈트인 GP01(범용 모빌슈트)와 GP02(핵병기 탑재 모빌슈트)가 지상 테스트를 위해 지구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송되던 도중, 지온군의 잔당조직인 델라즈 플리트에 의해 GP02가 탈취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건의 주범은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이자 1년 전쟁 당시 '솔로몬의 악몽'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아나벨 가토 소령. 가토는 GP01을 타고 그를 쫓던 건담 테스트 파일럿 코우 우라키 소위와 연방군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GP02와 함께 우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사건이야말로 델라즈 플리트의 'Stardust(별 부스러기)'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니, 바야흐로 지온과 지구연방 간의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 열리려 하고 있다.


<소개>

'기동전사 건담 0080(1989)'를 통해 토미노가 없는 건담의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된 반다이는 용자 시리즈와 엘드란 시리즈로 인해 로봇 아니메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선라이즈에게 차기 건담 프로젝트를 다시금 의뢰하기에 이른다. 타카라는 용자 시리즈로, 토미는 엘드란 시리즈로 선라이즈에게 기대고 있던 차에 이제는 반다이까지 가세했으니 어찌보면 90년 초는 완구, 프라모델 업체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일종의 선라이즈표 재기전이었던 셈이다. 이 현실적인 로봇 전쟁(?)에 건담이 참전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순서였다고 하겠다. (물론, 각 작품의 기획시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작품의 순서 배열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선라이즈와 반다이는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오카와라 쿠니오라는 원년 3인방을 모두 불러모은 대작  극장판 '기동전사 F91(1991)'을 기획하게 되는데, 애초에 TV 시리즈로 런칭할 이 작품을 극장판으로 우선 간을 본 뒤 반응에 따라 TV 시리즈로 제작하겠다는 반다이의 자신감 없는 전략이 결국 건담 F91의 패착이 된 것은 이미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1991)'에서 전술한 바 있다. 허나, 반다이는 이러한 조심스런 전략에 한가지 우회 전술을 더 추가하게 된다.

☞ 만화영화 연대기: 기동전사 건담 F91 (바로가기)

건담 F91은 토미노와 야스히코, 오카와라까지 가세한 명실상부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정통 후속 시리즈이긴 했지만, 기존의 우주세기와 거의 연관이 없는 30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리즈를 일신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는데, 이미 다른 작품보다 월등히 팬들과 많은 것을 공유해온 건담에게 이런 식의 분위기 쇄신은 자칫 기존 팬들에게 외면을 받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미노 스스로 더이상 예전의 건담과 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반다이는 건담 F91은 토미노와 스탭들의 뜻대로 하되, 기존 팬들을 위해 우주세기의 이야기를 활용한 또다른 건담 시리즈를 기획하는 대안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1991)'이다.

건담 F91은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로 토미노의 작품을 주로 제작해온 선라이즈의 주력 스튜디오인 제2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건담 0083은 극장판이나 TV 시리즈가 아닌, 이미 건담 0080에서 재미를 보았던 OVA로 제작할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스튜디오는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 그리고 '시티헌터 시리즈' 등을 제작한 선라이즈의 제3스튜디오에서 제작이 이루어지게 된다. 감독에는 이 건담 0083이 첫 감독 데뷔작인 카세 미츠코와 이마니시 타카시. 보기 드문 여성 연출가인 카세 미츠코는 0083이 첫 데뷔 감독작이었지만, '투장 다이모스(1978)' 부터 선라이즈의 수많은 아니메, 특히 로봇물에서 활약해온 베테랑 연출스탭이었고, 이마니시 타카시는 '장갑기병 보톰즈 시리즈'에서 활약하면서 리얼로봇 아니메에 대한 이해력이 넓고, 각본과 프로듀서까지 가능한 만능 연출스탭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선라이즈의 신예들이 대거 건담 0083의 메인 스탭으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는 감히 신예라 칭하기 어려운 일류 애니메이터들로 가득한데, 먼저 연출 스탭에는 '카우보이 비밥(1998)'으로 후일 일본 아니메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쉬한 연출가로 각광받게 되는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아카네 카즈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는 카우보이 비밥과 '울프스 레인(2003)'으로 초특급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와 '기동전사 V 건담(1993)'과 '기동무투전 G 건담(1994)', '현란무답제 더 마즈데이브레이크(2004)' 등 선라이즈와 본즈의 대표작에서 활약하게 되는 故 오사카 히로시가 놀라운 필력을 선보이며, 이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또한, 90년대 중후반부 선라이즈의 메카 작화를 책임지는 사노 히로토시와 요시다 토오루가 건담 0083을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정교한 메카 묘사를 연출하면서 건담 0083의 놀라운 작화 퀄리티를 책임지게 된다. 캐릭터와 메카닉 작화에서 이들 신예들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활약은 0083의 흥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건담 0083을 시작으로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오카와라 쿠니오의 공백을 메울 메카닉 디자인에는 무려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이자 발키리 머신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카와모리 쇼지를 깜짝 영입하여 건담 1, 2호기의 디자인을 맡기고, '건담 센티넬'을 통해 신예 디자이너로 각광받기 시작한 카토키 하지메를 불러들여 카와모리가 디자인한 건담 1, 2호기의 리파인과 다른 MS의 디자인을 맡기게 한다. 단, 이미 정형화되어 있던 건담이라는 이미지를 베이스로 건담 1, 2호기를 디자인한 카와모리는 스스로 이것이 자신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아니기에 메카닉 디자인이 아닌 메카닉 스타일링으로 스탭 표기를 해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일화에서 카와모리의 메카닉 디자인에 대한 그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하겠다. 이 때문이지는 몰라도 건담 0083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메카닉 디자이너는 카와모리보다는 신예 카토키였으며, 이후의 건담 시리즈부터 카토키의 영향력은 눈에 띌 정도로 강해져 단순히 메카닉 디자인을 넘어 프라모델 상품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준비된 괴물 신인들의 가세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장하기는 했지만, 건담 0083의 성공동력은 그보다는 기존 건담 팬들을 만족시키는 설정과 이야기에 있지 않나 싶다. 우선 1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이야기로 삼은 점은 확실히 우주세기 팬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특히, 결말부에서 티탄즈의 결성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고 티탄즈의 주역인 자미토프 하이만과 바스크 오움을 등장시킨 부분은 우주세기 건담 팬들의 입맛에 그야말로 딱 맞는 부분. 델라즈 플리트의 에이스 아나벨 가토와 시마 가라하우와 같은 캐릭터들의 등장 또한 시리즈의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었으나, 전반적으로 연방측보다 델라즈 플리트 측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포진함으로써 건담 0083의 구도는 왠지 모르게 델라즈 플리트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가토와 멘탈과 실력 모두에서 가토에게 뒤진 코우의 대립구도도 그런데, 본래 라이벌 악역에 비해 모자라던 주인공이 차츰 성장하여 라이벌을 능가하는 인물이 되어가는 기존의 아니메 포맷과 달리 본작에서의 코우는 성장 속도가 둔하고, 품고 있는 가치관 역시 모호하여 오히려 가토를 돋보이게 하는 들러리가 되어버린 부분은 아쉽다.

또한, 민간인 소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건담에 우연치 않게 탑승하게 되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의 구도에서 벗어나 이미 군인인 주인공 코우 우라키 소위를 주인공으로 삼은 점이나 이미 성장한 성인들이 주역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은 건담 0083을 보다 성인취향의 드라마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즉, 이 작품은 이제 막 건담을 시청하려고 하는 소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미 건담을 어렷을 적부터 보아오고 이제는 2~30대로 성장한 오리지널 팬의 눈높이에 맞춰진 작품인 셈이다. 여러모로 본작의 방향성은 이렇듯 신규 건담팬보다는 기존 건담팬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건담의 테마였던 뉴타입을 배제함으로써 보다 더 현실적인 밀리터리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뉴타입이라는 테마가 건담의 화두인 동시에 구태의연한 테마가 되어버렸음을 생각할 때 뉴타입의 거세는 괜찮은 선택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가토와 코우 사이에서 번민하던 중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히로인 니나 퍼플톤의 경우는 극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팬들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극적인 면에서 크게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1화만 하더라도 일면식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던 가토와 니나가 극 후반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은 초반부터 계획했던 설정이 아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델라즈 플리트의 인물들이 돋보이는데다가 후반부에는 연방의 부패한 모습마저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는 미묘하게 델라즈 프리트 측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테러리즘이나 자폭공격 등이 미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또, 등장하는 메카들이 시간 순으로 바로 다음 작품이 되는 '기동전사 Z 건담(1985)'에 비해 너무 고성능의 기체들이 등장한다는 것도 문제.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거대 모빌 아머 노이에 질이나 GP-03 덴드로비움은 확실히 당시의 스펙을 뛰어넘는 기체들로서, 이러한 부분은 에필로그를 통해 GP 계획 자체가 이 시점에서 말소된다는 설정으로 어느 정도 모순점을 상쇄하려 했지만, 애초에 이러한 스펙과 디테일의 기체를 등장시킨 의도가 프라모델 판매와 무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의도적이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실제로 상품화된 프라모델에 있었는데, 당시 건담 F91과 작품이 병행되면서 반다이가 건담 F91에 집중했던 탓인지 건담 0083의 초판 키트들은 기대 이하의 프로포션과 디테일로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건담 0083의 인기가 건담 F91에 비해 더 높았고, 설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고성능의 기체들로 디자인했음을 생각할 때 이는 반다이의 실투가 아닌가 싶다. 건담 0083은 10여년이 지난 2001년에 다시 재판되면서 과거의 악명을 씻어내게 되었고, 특히 HGUC 덴드로비움은 역대 건프라 1/144 스케일 중에서 탑 클래스에 들어가는 압도적인 위용과 인기를 현재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높아진 인기로 인해 시리즈 제작 도중 극장판의 제작이 결정된다. 극장판 '지온의 잔광'은 OVA 전 13화의 내용을 편집하여 최종화인 13화가 출시되기 전 극장에 공개되었는데, 이로 인해 후반부에는 극장판의 스케일에 맞춰 작화 퀄리티가 상승하게 된다. 건담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만든 건담이, 토미노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담이 마침내 극장판으로까지 등장한 것이다. 건담 0080과 건담 0083의 잇다른 성공, 그리고 건담 F91의 실패는 분명히 건담 월드에서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례였지만, 기이하게도 반다이만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 듯 싶다.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토미노 요시유키를 다시 한 번 더 몰아부치게 된다.

ⓒ SOTSU · SUNRISE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 ガンダム0083 STARDUST MEMORY(1991),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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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전기 (1989), ヴイナス戦記 / Venus Wars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


<정보>

◈ 원작/감독/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安彦良和)
◈ 각본: 야스히코 요시카즈, 사사모토 유이치(笹本祐一)
◈ 작화감독: 카미무라 사치코(神村幸子)
◈ 메카닉 작화감독: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 작화감독 보조: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 나카 모리푸미(仲盛文)
◈ 메카닉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 요코야마 코우(横山宏)
◈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小林七郎)
◈ 음악: 히사이시 조(久石譲)
◈ 프로듀서: 쿠라타 유키오(倉田幸雄)
◈ 제작사: 반다이 비주얼, 쇼치쿠, 각켄
◈ 저작권: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
◈ 일자: 1989.03.11
◈ 장르: SF,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때는 21세기, 거대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소행성이 금성에 충돌한다. 거대한 운석의 충돌로 뜨겁던 금성의 대기는 시원해지고, 소행성을 이루고 있던 거대한 얼음이 녹아 금성에 거대한 바다를 형성하게 된다. 지축은 기울고 자전속도가 변화하면서 금성은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변하게 된다. 금성으로의 이주가 시작된지 어언 반세기, 비너스(금성)는 거대한 두 세력인 이슈탈과 아프로디아로 갈라져 전쟁과 반목을 거듭하게 된다.   

아프로디아 출신의 히로키 세노오(애칭 히로)는 이민 4세 소년으로, 오토바이 경기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히로가 참가한 오토바이 경기가 한창 진행되던 도중, 이슈탈의 전면공격이 시작되면서 도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금성력 72년 3월 7일, 이슈탈의 정예 101 기갑부대의 기습으로 아프로디아의 수도 이오가 하루만에 점렴되고 만 것이다. 이슈탈의 침공으로 목적없던 히로의 삶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소개>

각켄(학연, 학습연구사의 줄임말)사의 소년만화잡지 '월간 코믹 NORA'를 통해 연재되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대작 극장 아니메. 원작자인 야스히코 본인이 직접 감독과 각본, 캐릭터 디자인에 참여하여 작품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크러셔 죠(1983)', '거신 고그(1984)', '아리온(1986)'부터 이 비너스 전기에 이르기까지 야스히코는 감독을 맡는 작품마다 원작부터 각본, 작화, 연출에 이르는 다방면에 역량을 발휘하는데, 이는 당시 그의 라이벌이라 일컬어지던 미야자키 하야오를 어느 정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야스히코 스스로도 미야자키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소외하고 있으며, 건담의 두 창조자인 토미노 요시유키와 야스히코 요시카즈 모두 미야자키에게 경외심과 라이벌 의식, 그리고 일종의 트라우마를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작화면에서는 단연 80년대 극장 아니메들 중 탑 클래스에 위치하는 작품으로, 아리온에 참가하기도 했던 카미무라 사치코가 작화감독을 맡아 야스히코의 캐릭터들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카미무라는 '시티헌터' 시리즈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적이 있으며, 계속된 야스히코의 영향 때문인지 극장 아니메 '시티헌터 베이시티 워즈 / 백만달러의 음모(1990)'에서는 야스히코의 필체가 느껴지는 캐릭터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아리온부터 애니메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카와모토 토시히로가 본 작품에서는 작화감독보조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카미무라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이지만 야스히코 휘하에서 일해온 덕분인지 '기동전사 건담 0083(1991)'이나 '카우보이 비밥(1998)' 등 카와모토의 초창기 대표작들은 알게 모르게 야스히코가 그려온 캐릭터들과의 동질감이 느껴진다.

원작과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메카닉 디자인이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 이후로 유명세를 탄 고바야시 마코토도 참여하고 있지만, 마쉬넨 크리거(Ma.K) 브랜드로 프라모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이기도 한 모델러 겸 메카닉 디자이너 요코야마 코우의 참여로 인해 극장판의 메카닉들은 밀리터리적인 감성과 SF적인 스타일이 혼재한 독특한 느낌의 메카닉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후일 선라이즈를 대표하는 메카닉 작화감독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성장하는 사노 히로토시의 메카닉 작화가 뒤를 받침하여 작화의 수준만 놓고 보면 근래의 CG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세밀함과 정밀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일본 아니메의 대표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와, 미야자키의 파트너와도 같은 히사이시 조 음악감독의 참여는 대작 극장 아니메에 어울리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히사이시 조는 아리온에 이어 두번째로 야스히코와 호흡을 맞추었다.

SF를 표방하고 있지만, 비너스 전기는 전쟁 드라마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금성의 패권을 둘러싼 전쟁과 그 소용돌이에 휩싸인 주인공과 사람들의 이야기. 어떤 면에서 이러한 부분은 야스히코의 출세작인 '기동전사 건담(1979)'과의 데자뷰가 느껴진다. 로봇이 등장하지 않을 뿐, 우연치 않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나 적대 세력간의 권모술수와 헤게모니 싸움이 그려지고 있는 부분 등은 확실히 건담의 영향 아래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듯. 다만, 원작의 흐름은 다소 건조하고 드라마틱함이 부족하여 마치 다큐멘터리 전쟁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실제 코믹스를 보면 입신의 경지에 이른 작화에 비해 이야기는 다소 흡입력이 떨어지는 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부분은 극장 아니메의 흥행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아니메 팬들만을 위하는 듯한 비너스 전기의 마니악한 스토리는 당시의 극장 아니메의 방향성과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의 아니메 시장은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일본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투자 감소라는 악재를 맞이하고 있었고, 건담 이후 10년 가까이 지속된 하드 SF 장르 역시 그 생명력을 잃어가던 시기였던 것이다. 대외적인 여건도 좋지 않았지만, 스토리텔러로서 야스히코의 능력이 그가 가진 절세의 작화력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거대한 세계관을 구성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작을 맡은 작품들은 밋밋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이 야스히코의 작품과 미야자키의 작품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했다. (다만, 신들은 공평했기에 스토리텔러로서 야스히코를 능가한 미야자키는 결코 작화에서는 야스히코를 능가할 수 없었다. 야스히코의 캐릭터/작화와 미야자키의 스토리/장면구성이 힙을 합칠 기회가 있었다면 어떤 놀라운 작품이 나올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 부분이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극장 아니메는 흥행에 참패했다. 야스히코는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고 아니메 업계를 떠나게 되고, 연재 중이던 코믹스마저 완결을 보지 못한 체 지금에 이르르고 있다. 아니메의 전성기를 이끌던 대가의 퇴장은 80년대 후반에 시작된 아니메의 침체기와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우연을 보여준다.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



<참고 사이트>

[1] ヴイナス戦記, Wikipedia Japan
[2] Venus Wars,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ヴイナス戦記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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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맨에 이은 본즈식 본격 히어로물

ⓒ BONES · トワノクオン製作委員会


'철의 연금술사(2003/2009)', '에우레카 세븐(2005)', '흑의 계약자(2007)', '망념의 잠드(2008)'로 아니메 팬들에게 웰메이드 스튜디오로 인정받고 있는 본즈(BONES)에서 6부작 극장 아니메로 기획된 '토와노 쿠온(2011)'을 올 6월 중순에 개봉예정에 있다고 합니다. 토와노 쿠온은 본즈의 전작인 '히어로 맨(2010)'이나 '스타 드라이버 빛의 타쿠토(2010)'에 이은 본즈식 히어로 액션물로서, 근래 일본 아니메의 유행코드 중 하나인 히어로 SF 액션물 중에는 첫번째로 극장 아니메로 등장하게 된 셈입니다. 본즈의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선라이즈의 '타이거 앤 버니(2011)'나 '세이크리드 세븐(2011)', 전통의 명가 매드하우스의  '울버린(2011)', '엑스맨(2011)'과 좋은 비교가 될 듯 하네요.

☞ 세이크리드 세븐(Sacred Seven), 선라이즈의 달라지는 행보 (보러가기

감독은 이이다 우마노스케(飯田馬之介)로, 안타깝게도 작품을 한참 제작하던 지난 2010년 11월 말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우마노스케 감독은 '기동전사 건담 08 MS 소대(1996)'을 연출하던 도중 세상을 떠난 칸다 다케유키 감독의 뒤를 이어 08 MS 소대를 7편부터 연출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그가 칸다 감독의 뒤를 따라 작품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아쉬운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우마노스케 감독의 자리는 '비경탐험태 팜&일(1995)', '반드레드(2000)', '스트라토스4(2003)' 등 미소녀 액션물을 섭렵해온 모리 타케시(もりたけし)가 맡게 되었는데요. 타케시 감독은 본즈의 '스컬맨(2007)'을 통해 시리어스한 히어로 애니메이션을 인상적으로 연출했던 경력이 있기에 이번 작품에서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은 본즈를 대표하는 일류 작화가인 카와모토 토시히로(川元利浩)가 맡고 있습니다. '고식(2011)'에 이어 연달아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는데, 이 두 작품은 '천보이문 아야카시 아야시(2006)' 이후로 그의 5년만의 캐릭터 디자인 복귀작이기도 합니다. 고식이나 토와노쿠논이나 이전에 비해 좀더 미소녀적 취향으로 캐릭터 터치가 변한 듯 싶군요. 시리즈 구성은 사이조 네모토(根元歳三)로, 고식에도 각본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구로(2007)', '샹그리라(2009)' 등에 각본 스탭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본작의 주인공인 쿠온은 헤어스타일이나 헤어밴드에서 지구로의 두 히어로인 블루나 죠미를 연상시키는 군요.

이 밖에 컨셉 디자인에는 히어로맨에서 크리쳐 디자인을 맡았던 타케바 신고(武半慎吾)와 일류 메카닉 디자이너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가 가세하고 있으며, 작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특수 능력이 발휘된 모습 '베스티아'의 디자인은 망념의 잠드에서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미즈하타 켄지(水畑健二)가 맡아 본즈만의 독특한 히어로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다른 본즈의 히어로 물에 비해서는 늦게 등장했지만 토와노 쿠온은 애초에 카와모토가 오리지널 아니메로 무려 4년전부터 기획했다고 전해지고 있는 바, 오히려 본즈식 히어로 아니메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6부작 극장 아니메인만큼 퀄리티는 일반 TV 시리즈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되는군요.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는 시리어스한 본즈식 히어로 아니메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망념의 잠드 이후 히어로 맨과 빛의 타쿠토에서 보여온 본즈의 제작 방향을 볼 때, 토와노 쿠온은 최신 흥행 트렌드와 본즈만의 스타일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토와노 쿠온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 토와노 쿠온 프로모션 영상 (보러가기)

ⓒ BONES · トワノクオン製作委員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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