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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각본: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 원작: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스(Edgar Rice Burroughs)의 '화성의 공주'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


<줄거리> 

지구에서는 화성이라 불리는 행성 바숨. 우리들이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곳 바숨에는 실제로 문명을 가진 외계종족들이 살고 있다. 바숨은 헬리움과 조당가 천년에 이르는 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조당가의 지배자 샙 단(도미닉 웨스트 분)이 예언자들에게 신의 무기를 받으면서 전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호전적이고 사악한 샙 단의 조당가 앞에 헬리움은 패퇴를 거듭하고, 헬리움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주 데쟈 토리스(린 콜린스 분)을 샙 단과 혼인시키는 일 뿐인데...

한편, 화성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에는 은퇴한 군인으로 거대한 금광을 발견한 부유한 탐험가 존 카터(테일러 키취 분)가 돌연 급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카터의 유서에는 모든 재산을 자신의 조카인 에드가에게 맡긴다고 씌여 있었고, 결국 그의 장례식에 에드가는 영문도 모른체 불려오게 된다. 카터의 유해는 개인 무덤에 안장되었는데, 그곳은 오직 안에서만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변호사에게 카터의 저널을 넘겨받는 에드가. 거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카터의 놀라운 모험 이야기가 씌여져 있었는데...


완성도와 재미에 비해 크게 기대에 못미치는 흥행성적은 왜?

드가 라이스 버로우스의 1917년작 소설 '화성의 공주'(버로우스에게는 '타잔'이라는 또다른 마스터피스가 하나 더 있다. 존 카터와 타잔에게서 어딘가 유사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를 원작으로 삼은 '존 카터(2012)'는 버로우스가 창조한 바숨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로, 앞으로 이어질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막을 알릴 작품이기도 했다. 만약, 존 카터가 흥행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바숨 시리즈는 적어도 3부작으로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작비를 간신히 넘는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사실상 이 전설의 시리즈는 무려 100여년만의 영상화에도 불구하고 1회성 이벤트로 그치고 만다. 무엇이 이토록 이 작품을 실패작으로 만들게 했을까? 기대에 못미치는 시나리오? 부족한 연출력? 떨어지는 캐스팅 파워? 볼거리가 빈약한 특수효과? 

적어도 글쓴이가 이 작품을 감상했을 때 느꼈던 약점은 시나리오의 엉성함이나 부족한 연출력은 아니지 않나 싶다. 비록 극장에서 감상하지 못했지만 존 카터는 준수한 스토리텔링과 만족할만한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니모를 찾아서(2003)'나 '월-E(2008)'를 연출했던 애니메이션 감독 앤드류 스탠튼의 첫 실사영화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완성도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평하고 싶다. 존 카터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는 도입부는 이제는 고전적인 모양새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편이다. 스토리의 전개도 친절하면서도 완급이 조절되어 잘 흐르는 느낌이다. 다만 카터와 데쟈, 그리고 솔라가 바숨을 여행하는 부분은 다소 안이한 흐름으로 인해 지루함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전체적인 느낌은 바숨 시리즈에게 큰 영향을 받았던 '스타워즈' 시리즈 중 타투인 행성에서의 모험을 연상시킨다. 

3D 영화로서의 효과는 2D로 감상했기에 평을 삼가하겠지만,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 중론인데, 2D 관점에서의 특수효과나 미술부분은 준수하다. 다만, 화려한 나비 행성의 장관이 돋보였던, 역시 이 바숨 시리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진 '아바타(2009)'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황량한 사막이 주 배경인 바숨은 볼거리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는 편이다. 발전된 CG로 인해 바숨의 이종족이자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대거 포진한 타르크 종족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작품에 녹아들었고, 헬리움이나 조당가의 거대한 구조물과 그들의 비행선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진 비주얼로 무장되어 있다. 모든 스페이스 오페라의 원조답게 존 카터의 설정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여타 엉성한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이 매력적인 영화가 대중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즈니 스스로도 이 작품을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내놓지 못했을 만큼 이 영화는 자신감이 부족하다.(6월에 개봉예정이었던 존 카터는 2011년 1월 디즈니에 의해 3월로 개봉이 조정된다.) 그다지 네임밸류가 높지 않은 테일러 키취나 린 콜린스 등을 주역으로 쓴 것도 어찌보면 자신감이 부족했던 영화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캐스팅 파워가 영화의 완성도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자신감이 결여된 이 작품의 캐스팅 파워는 확실히 아쉬워 보인다. 하물며 악역인 샙 단마저도 인상적이지 못하다.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인 캐릭터는 애석하게도 화성 강아지 울라다. 그만큼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는 물론 캐스팅 미스 이전에 캐릭터 설정의 문제일런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원작의 여러가지 고전적인 색체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해내기는 했지만, 스타워즈 류의 스페이스 오페라가 이제는 한물간 트렌드라는 사실을 어떻게 보면 존 카터가 증명해준 셈이기도 하다. 화성의 지배하려는 잔인한 정복자와 그와 정략결혼 해야만 하는 비운의 공주, 그리고 지구에서 우연치 않게 화성으로 온 히어로와 같은 설정은 우리보다 장르 문학에 훨씬 우호적인 미국에서도 이제는 너무 식상한 소재는 아니었을까?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 시리즈가 오리지널 3부작의 압도적인 명성을 등에 업고도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트렌드가 변했음을 알리는 전조였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존 카터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너무 늦게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스타워즈 신 3부작 시리즈가 등장할 즈음인 2000년대 초반에만 나왔어도 지금 정도의 홀대를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존 카터를 디즈니가 제작했다는 점이다. 앤드류 스탠튼의 연출력은 훌륭한 편이지만(물론, 존 카터는 니모를 찾아서나 월-E와 같은 그의 대표작에 비해서는 평이한 것도 사실이다.) 실사영화라면 디즈니에서는 무리다. 기억해야할 것은 그 오랜 세월동안 디즈니가 제대로 성공시킨 실사영화 프렌차이즈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어벤져스는 디즈니의 손길이 닿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마블의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존 카터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스타워즈와 아바타와 직접 비교해 보면 이 작품이 가진 한계가 드러난다. 거대한 제국과 맞서 싸우는 제다이 기사와 반란군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워즈는 분명 존 카터보다 큰 스케일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넘쳐난다. 반면, 아바타와 비교하면 스케일이나 캐릭터 등에서 아바타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가 밀리는데 이는 액션에서는 확실하게 액션을, 드라마에서는 확실하게 드라마를 보여준 아바타가 평이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보다 밀도가 높고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이다. 스케일과 캐릭터, 그리고 디테일과 임팩트의 차이가 존 카터를 2% 아쉬운 원조 스페이스 오페라로 만든 셈이다.

하지만, 많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는 제법 볼만하다. 원작의 갖고 있는 매력을 이 작품은 나름대로 훌륭하게 재현해내지 않았나 싶으며, 순간적이지만 속편을 기대하기까지 했다면 너무 후한 평가일까.

ⓒ Walt Disney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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