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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두번째 합작, 게드전기의 오명을 만회할 수 있을까.         

ⓒ 2011 高橋千鶴 · 佐山哲郎 · GNDHDDT


야마 테츠로(佐山哲郎)와 타카하시 치즈루(高橋千鶴)의 1980년작 순정만화 '코쿠리코 언덕에서(コクリコ坂から)'를 원작으로 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신작 극장 아니메 '코쿠리코 언덕에서(2011)'가 이번 7월 16일 일본 여름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감독은 '게드전기(2006)'를 통해 아니메 감독으로 데뷔한 미야자키 하야오(宮﨑駿)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宮崎吾朗). 게드전기에서 혹독한 감독 데뷔전을 치른 동시에, 팬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던 그가 다시 한 번 절치부심하여 연출한 자신의 두번째 극장 아니메입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1963년의 일본을 배경으로, 요코야마 항구 주변에 사는 평범한 여고생 코마츠자키 우미의 학창시절과 로맨스를 다룬 잔잔한 스토리의 이야기입니다. 지브리의 2010년작 '마루 밑 아리에티(2010)'처럼 잔잔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는군요. 청춘 로맨스물이라는 점에서는 '귀를 기울이면(1995)'과 같은 드라마가 되리라 보입니다. 60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기에 뭐랄까... 일본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도 꽤 있을 것 같고 순정만화가 원작이다보니 가슴을 적시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도 싶네요.

☞ 코쿠리코 언덕에서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게드전기를 통해 평단과 팬들로부터는 극악의 점수를 받았던 미야자키 고로, 첫 작품에서 감독과 각본을 겸임하여 아버지의 명성에 다가서고자 했지만, 애니메이션에 문외한인 그로서는 확실히 역량부족을 드러내며 실패하고 말았었는데요.(다만 흥행은 그럭저럭 성공... 이야말로 지브리의 네임밸류 덕이라 하겠지요.)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하야오 감독은 아들인 고로가 아니메 연출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그렇게 시킬 생각도 없었던 듯 합니다. 다만, 당시 자신을 대신하여 게드 전기를 맡을만한 인재를 발굴해내지 못했고, 스즈키 토시오 사장과 고로의 의지가 강했던 탓에 반포기상태로 고로에게 게드전기를 맡겼던 것으로 회자되고 있는데요. 그로 인해 미야자키는 만화영화 연출가로서는 초보였던 아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던 듯 싶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각본과 인물 설정 등에서 한계를 드러낸 고로는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던 셈이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무언가가 다릅니다. 일단 하야오 자신이 아들을 아니메 연출가로 인정, 혹은 연출가로 키울 것을 결심한 듯 보이는군요. 그것은 게드전기에서 원안만 던져주었던 것과 달리 이번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기획과 각본을 맡아 아들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것으로 짐작이 가능합니다. 사실 완벽주의자에 잔소리꾼인 하야오 감독의 성격상, 자신의 제자 혹은 자신이 키우는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두지는 않거든요. 과거 하야오의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던 故 콘도 요시후미의 경우도 귀를 기울이면 제작 당시 이것저것 너무 많이 간섭하다가 둘이서 의견충돌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게드전기에서 원안만 맡았다는 것은 당시 고로에게 관심을 끊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고, 이번 작품에서 기획과 각본을 맡아 아들을 지원한다는 것은 한 번 연출가로 키워볼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싶군요.

각본은 하야오와 더불어 게드전기에서 고로와 같이 각본을 맡았던 니와 케이코(丹羽圭子)가 맡았는데요. 케이코 역시 게드 전기가 첫 각본이었기에 고로의 어시스턴트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아픔이 있다 하겠습니다. 다만 아리에티에서 하야오와 공동 각본을 맡은 뒤 연타석으로 이번 코쿠리코 언덕에서도 하야오와 공동 각본을 맡는 것으로 보아 그녀 역시 하야오에게 뭔가 트레이닝을 받는 듯한 느낌을 주는군요. 하야오는 이들 젊은 세대들에게 각각 연출과 각본 수업을 시키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마녀배달부 키키(1989)', '바다가 들린다(1993)' 등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콘도 카츠야(近藤勝也)가 맡았으며, 프로듀서는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입니다. 지브리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술 부분은 여기저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미술감독이 별도로 내정되지 않고 미술팀 자체가 미술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이는군요. 상당수의 지브리 작품들이 그동안 서너명의 미술감독이 선임되어 제작되었는지라 어찌보면 이제 지브리 미술은 감독이 따로 필요치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술감독이 없어도 지브리의 미술은 여전히 훌륭하니까요. 적어도 이번 코쿠리코 언덕 역시 미술에서만큼은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일단 시사회의 반응은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6월 29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가 열렸던 것 같은데 대체적으로 호평일색인 것 같더군요. 일단,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작품이 게드전기보다는 확실히 나을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는 각본과 기획을 담당한 미야자키의 노련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풋내기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으로 볼 때 괜찮은 흐름이 아닐까 싶군요. 적어도 미야자키를 능가하지는 못하겠지만, 미야자키의 스타일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감독으로서 어쩌면 고로가 제격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앞으로 약 보름 뒤에 개봉될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직접 봐야지 판단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

☞ 유튜브 트레일러 영상 (보러가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1 高橋千鶴 · 佐山哲郎 · GNDHDDT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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