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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리드(Buried)에 이은 또다른 형태의 공간제약 스릴러

ⓒ 2010 20th Century Fox


'레인스포팅(1996)'을 통해 방황하는 청춘의 심리를 스피디하고 리듬감 넘치는 카메라워크로 승화시켰으며, '28일 후(2002)'와 '28주 후(2007)'를 통해 스릴러에서도 번뜩이는 감각과 재치를 선보이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를 통해 아카데미 8개 부분 석권, 골든 글로브 4개부분 석권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모두 휩쓸면서 드라마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대니 보일의 신작 '127시간(2010)'이 2010년 11월 미국개봉에 이어 2011년 2월 한국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블루 존 캐년 등반에 나섰던 아론 랠스톤이 불의의 사고로 인해 절벽 밑으로 떨어져 바위에 오른팔이 끼어 버린 체 옴짝달짝하지 못하고 절벽 아래에 갇히게 되면서, 생존을 위해 벌이는 127시간 동안의 사투를 담은 이 드라마는 제한된 공간에 갇힌 극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 아론의 몸부림을 스릴러와 서스펜스를 가미하여 긴박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여기에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극단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인간의 심리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함으로써 스릴러와 드라마의 뛰어난 조합과 완성도를 선보일 듯 합니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127시간은 그 결말에 대해 이미 관객들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실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으로 묘사함으로써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궁금증 보다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라는 궁금증으로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유도하는 작품이라 하겠네요.

이미 여러편의 작품에서 우리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탑 클래스의 연출가 대니 보일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우리에게 커다른 믿음을 심어주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의 일등공신은 역시 지옥에서 생환하는 청년 아론을 100% 완벽하게 연기해낸 제임스 프랑코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거의 1인 등장인물로 극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제임스 프랭코는 팔을 잘라내야만 탈출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속에 처한 아론의 심리를 신들린 듯 연기해냈는데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해리 오스본 역으로 우리에게 익숙할 뿐 이렇다 할 주연작이 없는 그에게 있어서 이 127시간은 연기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 2010 20th Century Fox

사실, 이 127시간을 보면 자연스럽게 얼마전 개봉한 영화 '베리드(2010)'가 연상됩니다. 테러리스트에 납치되어 관에 갇힌 체 땅속에 묻힌 한 남자의 상황을 충격적으로 표현한 베리드는 여러 면에서 127시간과 닮아 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 갇힌 인간의 극한상황을 이야기한 점이나, 그것을 드라마와 절묘하게 매치업시킨 장르적 크로스오버, 여기에 직전작까지는 대표적인 주연작이 없었던 베리드의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가 왠지 127시간의 주인공 제임스 프랭코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점, 여기에 둘 다 자신의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마련할 정도로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는 점 등등... 두 작품은 마치 형제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하겠죠. 제한된 공간 안에 갇힌 극한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두 작품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여 극한 상황이라는 서스펜스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 그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심리를 좀 더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전작들에 비해 좀 더 디테일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흥행에 있어서는 127시간이 더 나은 평가를 받을 듯 싶습니다. 베리드를 연출한 로드리고 코르테스의 연출내공이 아무래도 대니 보일에 비할 바가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의 관 속에서 모든 씬을 찍은 베리드의 정직할 정도로 우직한 연출에 비해, 블루 존 캐년의 장관과 가족들과의 회상 씬으로 보다 더 풍부한 구성의 127시간이 아무래도 관객에게는 좀 더 다가기가 쉬울 듯 싶군요. 여기에 테러나 냉혹한 현실을 우회풍자한 베리드에 비해 미국 영화의 테마인 가족애와 한 개인의 기적적인 생환사를 다룬 127시간 쪽이 아무래도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베리드보다는 관객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듯 싶습니다. 

'Box Office Mojo'의 자료에 의하면 베리드는 북미에서 약 백만 달러, 전세계적으로 천7백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여 총 천8백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러가기) 반면 127시간은 북미에서만 약 천백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였으며, 글로벌 수익은 아직 추산 중에 있는데요. 베리드의 제작비가 약 2~3백만 달러, 127시간이 천8백만 달러 정도의 제작비가 들었음을 감안할 때 둘 다 제작비 대비로서는 성공적인 수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만, 역시 규모 나 네임밸류 측면에서는 127시간이 베리드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는군요. 물론, 단순 흥행수익 수치 비교만으로 이 작품들을 평가하는 것은 단선적인 시각입니다만, 적어도 관객들의 호응면에서는 127시간이 좀 더 우위에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83회 아카데미에서 과연 제임스 프랭코와 라이언 레이놀즈가 맞붙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작품의 직접 비교를 떠나 이 두 작품으로 인해 제임스 프랭코와 라이언 레이놀즈는 연기력을 겸비한 차세대 스타로서 발돋움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제임스 프랭코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자로 선정되면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으며, 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데드풀 외에도 몇 작품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면서 상한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헐리웃은 두 명의 젊고 유능한 연기자를 발굴한 셈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20th Century Fo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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