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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Zack Snyder)
◈ 각본: 잭 스나이더, 스티브 시부야(Steve Shibuya)
◈ 캐스팅: 에밀리 브라우닝(Emily Browning), 애비 코니쉬(Abbie Cornish), 제나 말론(Jena Malone), 바넷사 허진스(Vanessa Hudgens), 제이미 청(Jamie Chung)
◈ 제작: 워너 브러더스 픽쳐스


<시놉시스> 

여기 방금 어머니를 여읜 두 자매가 있다. 소녀들의 아버지는 탐욕에 찬 계부, 모든 재산을 딸들에게 남긴다는 아내의 유언장에 격분한 그는 자신의 의붓딸들을 위협하려 했고, 엉겁결에 소녀는 권총을 발사하게 된다. 하지만, 두려움에 떨며 발사된 총알은 계부가 아닌 자신의 동생에게로 향하고 만다. 동생마저 잃고 마는 소녀, 이제 그녀에게 의지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계부는 소녀가 어머니를 여의고 정신착란 증세를 보여 동생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고, 소녀는 결국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 정신병원의 책임자 블루는 계부에게 뒷돈을 건네받고 소녀를 평생 정신병원에서 썩게 할 것을 약속한다. 정신병원에 보낸 것도 모자라 계부는 뇌수술을 통해 소녀의 기억을 지우게 될 것을 원하고... 뇌수술을 받게 될 동안 남은 시간은 5일, 과연 소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녀가 수술대에서 눈을 감은 순간, 그녀는 베이비돌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주류를 향한 잭 스나이더의 두번째 도전, 다시 한 번 실패로 돌아가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디언의 전설(2010)'을 통해 이제까지보다 한 레벨 더 올라간 블록버스터의 기대주가 되려 했던 잭 스나이더는 여러가지 의미있는 시도와 멋진 영상미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헐리우드는 잭 스나이더에게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싶다. 가디언의 전설이 극장에서 내려온지 반년이 못되어 잭의 또다른 야심작이 극장가를 통해 우리를 찾아왔고, 내년에도 한편의 대작 블록버스터가 대기중이니 말이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지난 4월에 개봉한 잭 스나이더 연출/각본/제작의 '써커 펀치(2011)'가 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그의 한계를 보여준 가디언의 전설에도 못미치는 실패작으로 귀결되었다. 흥행성적으로만 보아도 약 8천만 달러의 엇비슷한 제작비가 소요된 이 두 작품에서 가디언의 전설이 약 1억 4천만 달러의 글로벌 흥행수익을 거둬들이며 나름 선방한 반면, 써커 펀치는 9천만 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성적(그것도 글로벌 흥행 성적으로)을 거둬들이며 가까스로 적자를 면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PG등급으로 상영되었던 가디언의 전설에 비해 PG-13인 써커 펀치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삼았던 가디언의 전설과 달리 그가 직접 각본작업에 참여했던 써커 펀치의 이야기 완성도가 분명 전작에 못미쳤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 실제로 그가 써커 펀치 이전에 작업한 4편의 작품들은 모두 원작을 가진 이야기였다. 써커 펀치는 그런 면에서 잭에게 있어서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연출가로 거듭나기 위한 일종의 시험무대였던 셈인데, 결과적으로 첫번째 시험은 낙방에 가까운 점수가 나온 셈이다.

☞ 가디언의 전설 - 잭 스나이더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애니메이션 (바로가기)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이 작품은 흔히들 말하는 병맛이라고 불리는 영화는 적어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늘씬하고 매혹적인 미소녀가 다섯명씩이나 등장해서가 아니다.(아니라고 완벽히 부정하진 못하겠다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분명 감독이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을 했구나라는 것이었다. 다만, 그로 인해 이 작품은 음식의 시식으로 비유하자면 좋았다가 씁쓸했다가, 달콤했다가 너무 시큼하다가, 쫄깃하다가 푸석하다가를 반복하며 들쭉날쭉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은 화려한 데코레이션을 제거하고 나면 너무 빈약하고 보잘 것 없다. 하지만 부분 부분을 장식한 데코레이션에서만큼은 상당히 일류적인 감각과 재치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아마 이것이 헐리우드가 잭 스나이더를 계속 사랑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재산을 노리는 계부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소녀, 계부는 소녀에게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누명을 씌워 정신병원에 가두고 뇌물을 써서 기억을 지우는 뇌수술을 소녀에게 시키려 한다. 남은 시간은 5일, 이 이야기는 그 5일 사이에 벌어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소녀의 환상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소녀의 또다른 환상의 삼중 구조로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현실과 환상, 그리고 환상 속의 환상으로 이루어지는 삼중구조는 얼핏 작년도에 개봉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2010)'에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며, 스릴러라는 형식을 채택한 점에서는 오히려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와의 접점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두 작품과 비교해서도 써커 펀치는 확연히 내공이 부족해 보인다.

꿈에서 꿈으로, 다시 꿈으로 들어가면서 각각의 상황이 중첩되면서 긴장감을 높였던 인셉션과 달리, 써커 펀치는 환상에서 환상으로 들어가는 중에 그 어떤 긴장감도 가중되지 않는다. 현실에서 정신병원에 들어간 주인공 베이비돌이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위기상황 속에서 환상, 그리고 환상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그저 현실의 상황이 환상 속의 다른 상황으로 재구성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인데, 그 베이스가 되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느슨하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상 속의 환상으로 들어간 뒤 펼쳐지는 판타지와 SF, 밀리터리가 결합된 기묘한 세계에서의 액션에 잠시 몰입하다가 환상이 끝나고 나면 영화는 갑작스레 싱거워지면서 특유의 맛을 잃고 만다. 

또한, 계부에 의해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갇혀 정신적으로 크나큰 위기에 직면한 베이비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도 이 작품은 부인의 죽음이라는 과거 속에 숨겨진 트라우마를 안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속에 살아가는 수사관의 이야기를 다룬 셔터 아일랜드에 비교하면 그 드라마성과 스릴러성이 너무도 부족하다. 스릴러를 표방한 작품임에도 써커 펀치에서는 어떤 스릴러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이 작품의 또하나의 크나큰 미스이기도 하다. 실제 이야기의 짜임새가 단순하고 느슨하다 보니 환상 속의 환상에서 벌어지는 잭 스나이더만의 독특한 영상미학을 제외하고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별반 없는 셈이다. 그로 인해 음침하고 메마른 정신병원과 퇴폐적이면서 암울한 클럽을 표현한 미술과 색감은 상당히 훌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큰 빛을 발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 인셉션, 아트 블록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주다. (바로가기)
☞ 셔터 아일랜드, 스릴러가 아닌 한편의 싸이코 드라마 (바로가기)

결국,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환상 속의 또다른 환상인 가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미소녀들의 화끈한 액션장면에 한정된다. 사실 이 부분은 잭 스나이더의 원래 장기이기도 한데, 비주얼 노벨을 영상화하는데에서도 나름 일가견을 보인 잭은 아니메 스타일의 캐릭터들을 서구식 영화로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나름의 노하우를 가진 듯 싶다. 교복을 입고 일본도를 휘두르는 베이비돌의 스타일은 아무리봐도 일본 아니메의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물론, 이는 공동으로 각본을 작업한 스티브 시부야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아니메를 실사영화화했던 많은 실패작들과 비교해서 그 영상적 완성도는 써커 펀치가 단연코 월등하다. 다만, 이 만화적 씨퀀스들이 작품의 일부분에 한정되면서 이야기는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는 갈짓자 행보를 걷고 있다. 현실과 첫번째 환상의 이야기가 화려한 영상미의 두번째 환상만큼 매력적이었다면 이 영화의 평가는 달라졌겠지만, 아쉽게도 잭 스나이더가 그 정도의 수준에 미치려면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엔딩 스탭롤에 펼쳐지는 블루(오스카 아이삭 분)와 고스키(칼라 구기노 분)의 듀엣 퍼포먼스는 이 작품을 고풍스러운 클럽 스타일과 테크노스러운 분위기를 오가는 작품으로 꾸미고자 했던 감독의 의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만약, 작품 내에서 그러한 분위기 전환이 잘 묘사되었다면 엔딩 역시 빛났으련만, 아쉽게도 본편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엔딩은 오히려 뜬금없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재미있는 것은 클럽을 배경으로 삼았으면서도 본편에서 여배우들의 공연장면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이제 바톤은 내년에 잭 스나이더가 연출할 슈퍼맨 시리즈의 후속편 '맨 오브 스틸(2012)'에게로 넘어갔다. 과연 가디언의 전설에 이은 두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잭 스나이더는 부활할 수 있을까. DC의 히어로 수퍼맨이 내년도 마블 진영의 야심작 어벤져스와의 싸움에서 패한다면 잭 스나이더는 헐리우드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DC의 모회사이기도 한 워너는 이번 써커 펀치의 실패를 통해 벌써부터 큰 고민에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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