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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07년에 발매가 되었으나, 차일피일 구입을 미루다가 잊고지내던 차, 썸머워즈 DVD 발매소식과 함께 불현듯 생각이 나, 구입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DVD(이하 시달녀, CJ 엔터테인먼트 제작)입니다. 시기상으로는 발매된지 몇년이나 지난 제품이지만, 때마침 극중 배경과 일치하는 초여름인데다가 곧 발매를 앞둔 섬머워즈 DVD의 전야제 개념으로 늦은 리뷰를 해보려 합니다.


패키지 리뷰

저, 이번에 구입한 패키지는 2007년에 초판된 스틸북과 필름컷이 포함된 디지팩 한정판이 아닌, 2009년 8월에 재판된 일반판이 되겠습니다. 일반판이라고는 하지만, CJ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기업에서 제작한 타이틀이니만큼 무판권이나 제작여건이 열악한 중소 DVD 제작사에서 출시한 일반판 DVD에 비해서는 비교적 좋은 패키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깔끔한 형태의 외장 커버입니다. 시원스러운 블루 계열 텍스트와 화이트 배경은 패키지를 더욱 깔끔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실제 DVD 케이스의 디자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대표적인 시달녀 일러슽트가 커버 전면을 시원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투명 케이스가 확실히 정답. 일반 불투명 검은 케이스였다면 에러였을 텐데 말입니다.


내부에는 3장의 디스크와 일러스트 몇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디지팩 한정판에서 필름컷과 스틸북이 빠진 구성인데, 가격차이는 2,000원이 조금 안되는군요. 필름컷과 스틸북이 날림이었나 봅니다. ;;;; 일러스트 모음이 위와 같이 케이스 내에 끼워져 있을 경우에는 케이스가 완전하게 닫히지 않고, 가운데 부분이 조금 벌어지는 것은 옥의 티로군요. 일러스트를 케이스에 넣지 않고 외장 커버에 넣으면 괜찮긴 합니다.


2번 3번 디스크의 라벨. 2번 디스크는 커멘터리, 3번 디스크는 콘티와 음성해설이 들어간 본편 영상입니다.


일러스트 모음을 뺀 케이스 내부. 투명 쥬얼 케이스이니 만큼 커버의 내측에도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


배경 일러스트 모음. 이례적으로 캐릭터 디자이너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일러스트가 아니라 시달녀의 배경미술 감독인 야마모토 니죠의 일러스트가 실려 있습니다. 의외이긴 하지만 사실 업계에서의 명성이나 경력 등은 야마모토 니죠가 사다모토를 훨씬 앞서긴 하지요.

저 유명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술감독으로서 미야자키 햐아오 감독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함께 숱한 지브리의 명작들을 만들어낸 그인데요. 이번 시달녀의 성공 역시 그의 유려한 배경미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브리의 게드전기와 맞붙었던 2006년 개봉 당시, 지브리의 걸출한 배경미술 감독들이 가세한 게드 전기의 미술적 완성도와 비교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지요. (물론, 시달녀 역시 야마모토 니죠 외에도 오구라 히로마사나 오가 카즈오 같은 톱 클래스의 배경미술 감독이 합세하여 레전드급 배경스탭 진용을 보여줬습니다만.)


일러스트의 뒷면에는 해당 일러스트에 대한 해설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이 일러스트 모음은 비록 필름컷과 스틸북의 대용으로 포함되긴 했지만 야마모토 감독의 일러스트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데요. 아쉬운 것은 이렇게 낱장 형태로 딸랑 몇 장만 제공된지라 그 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있습니다 .

일반판의 한계를 간직하고는 있지만, 고급스럽고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네요.


DVD 리뷰

끔하고 심플한 느낌의 패키지에 비하여 DVD 내부에서는 몇 가지 부분에서 아쉬움이 눈에 띕니다. 먼저 디스크 1의 DVD 메뉴의 경우는 텍스트의 색이 번지거나 흐릿하여 뭉그러지는 느낌인데요. 깔끔한 메뉴 구성에 비해서 이 부분은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위의 메뉴는 디스크 1의 구성입니다. 재생, 챕터 선택, 설정, 스페셜 피쳐, 그리고 스탭진으로 구성됩니다. 스페셜 피쳐는 예고편과 뮤직비디오, TV CF 등으로 구성되어 있구요. 스탭진 목록(캡쳐한 영상에는 없습니다.)의 경우에는 하얀색 배경에 번짐이 심하고 해상도가 떨어지는 듯한 텍스트로만 스탭들을 표시하고 있어 고급스러운 패키지에 비해서 너무 조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디스크 2와 디스크 3의 메뉴 구성. 배경 톤이 디스크 1에 비해 조금 어두워져 상대적으로 텍스트의 번짐이 심하지 않습니다. 디스크 2의 경우에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커멘터리와 시사회의 뒷 이야기 등이 실려 있는데요. 커멘터리는 시달녀의 여러가지 연출의도를 알 수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해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커멘터리가 그러하듯 지루한 감은 있습니다. 마니아나 만화영화 팬이 아니고서야 끝까지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반면, 시사회 뒷 이야기는 여러가지 생생한 모습이 담겨져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담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본 애니메이터들의 우상이기도 한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이 시사회장을 찾은 장면이었습니다. 야스히코 선생이 호소다 감독에게 사인을 요청하자 너무나 감격한 호소다 감독이 어쩔줄 몰라 하는 장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더군요. (마이클 조단을 우상으로 받들었던 소년이 NBA 최고 플레이어가 되어 마이클 조단에게 칭찬받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 2006 TOKIKAKE Film Partners


본편의 영상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훌륭하긴 하지만, 압도적인 선명도나 화질을 보여준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서정적인 미술을 보여주는 작품의 경우 반드시 선명하고 깔끔한 화질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흔히들 (불법으로) 보는 DivX 영상에 비해서도 월등한 퀄리티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요.

사운드의 경우도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고는 있습니다만, 열악한 저희집 사운드 여건상 만족스러운 리뷰를 해볼 수가 없겠습니다. 사운드 쪽은 아쉽지만 좀 더 높은 내공의 AV 전문가 분들의 글을 참고하시도록 하구요.

DVD 리뷰인지라 본편의 내용에 대한 리뷰는 여기서는 다루지 않을 생각입니다. 시달녀의 리뷰는 나중에 애니 리뷰에서 다시 다룰 예정인데요. 간략하게나마 작품에 대해 소개를 드리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로 낙점받으며 지브리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던 호소다 감독이 지브리 경영진 교체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제작도중 강판당하고 나서, 프리랜서로 전업하여 만든 작품으로, 같은 해 개봉되었던 지브리의 차세대 기대주 미야자키 고로 감독(미야자키 감독의 아들)의 '게드 전기'와의 대결에서 초기에는 개봉관 수를 적게 확보했기에 흥행에서 밀리는 듯 싶었으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어 롱런을 한 작품이지요.

비록 흥행에서는 어느 정도 선전을 했으나 평단의 혹평을 들었던 게드 전기에 비해 관객과 평단 모두의 호평 속에 게드 전기를 K.O 시키며 호소다 마모루를 극장 아니메의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를 앞세운 도쿠마 서점과 스튜디오 지브리가 오랫동안 쌓아온 극장 아니메 시장에서의 아성을 카도카와 서점과 매드하우스가 오랜만에 무너뜨린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구요.

앞서도 언급했던 지브리의 대표적인 미술감독 야마모토 니죠들의 가세로 서정적이고 깔끔해진 배경과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매력적인 캐릭터, 단순화된 선과 컬러링으로 심플함과 정갈함을 극대화시킨 작화, 호소다 만의 신선하고 재미있는 카메라 워킹과 연출 등 모든 면에서 아니메의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단한 작품소개를 끝으로 시달녀 DVD의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에 정발된 아니메 DVD 중에서는 상급의 패키지를 갖춘 타이틀이 아닐까 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일반판 (3disc) - 8점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시다 타쿠야 외 목소리/아트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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