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J.J 에이브람스(J. J. Abrams)
◈ 각본: J.J 에이브람스, 로렌스 케스단(Lawrence Kasdan) 외
◈ 제작: 케슬린 케네디(Kathleen Kennedy), J.J 에이브람스 외
<줄거리>
팰퍼틴 황제와 제국의 몰락 후 30여년이 흐르고... 마지막 제다이 였던 루크 스카이워크(마크 해밀 분)가 사라진다. 제다이와 공화국의 제거를 목표로 무너진 제국의 잔재에서 새롭게 일어난 '퍼스트 오더(First Order)'는 루크를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루크의 누이인 레이아 공주(캐리 피셔 분)는 퍼스트 오더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금 저항군을 일으키게 된다.
레이아는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저항군의 에이스 파일럿 포 다메론(오스카 아이삭 분)에게 루크의 행방을 알아낼 것을 비밀리에 명하고, 포는 사막 행성 자쿠의 마을 장로 로아 산 테카(막스 폰 쉬도우 분)에게 루크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는 지도를 받게 된다. 그러나 마을을 떠나려는 순간 퍼스트 오더의 기습이 시작되고, 탈출이 불가능할 것은 깨달은 포는 파트너 드로이드 BB-8에게 지도를 맡긴 체 자신은 퍼스트 오더의 지휘관이자 어둠의 포스를 사용하는 검은 마스크의 괴한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 분)에게 잡혀가게 된다.
정처 없이 사막을 횡단하던 BB-8은 자쿠에서 폐품 팔이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청소부 소녀 레이(데이지 리들리 분)를 우연히 만나고, BB-8과 떨어져 퍼스트 오더의 혹독한 고문을 받던 포는 퍼스트 오더의 방식에 환멸을 느끼고 탈영하려는 병사 핀(존 보예가 분)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여 자쿠로 돌아가게 된다. 과연 포는 BB-8을 만나 루크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우연치 않게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의 휘말리게 된 레이와 핀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전 스페이스 오페라의 감동을 잘 살려낸 J.J식 리메이크 |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97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스타워즈 IV, 새로운 희망>이 다시금 스크린에 걸리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갔던 그때를 말입니다. 그것은 제가 혼자서 영화를 본 최초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년 뒤인 1999년 역시 기억납니다. 당시 군복무 중이던 저는 면회를 오신 부모님 덕분에 외출을 나가 이 두 노인분을 설득하여 한 영화를 보고야 맙니다. 재미 없다는 두 분의 잔소리를 꿋꿋이 견디며 보았던 그 때의 영화는 바로 <스타워즈 I, 보이지 않는 위험>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스타워즈의 오랜 팬입니다. (스덕이라기엔 다소 모자랍니다만) 어렷을 적 TV에서 방영된 스타워즈 더빙판은 비디오로 녹화하여 십수번이 넘도록 돌려봤을 정도로 어린 시절의 제게 큰 영향을 미친 대중문화 컨텐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스타워즈 팬들에게 J.J 에이브람의 <스타워즈 VII, 깨어난 포스>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재회한 첫사랑(또는 그 첫사랑과 닮은 누군가)과 같은 떨림과 기다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재회의 기대 만큼이나 걱정과 기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흔히 프리퀄 3부작이라 불리는 에피소드 1, 2, 3 역시 이번 만큼이나 많은 스타워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잠 못 이루게 했지만, 실제로 그 재회는 설레임을 실망감으로 바꿔버린 아픈 기억이었죠.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린 첫사랑의 모습(그래도, 그 옛모습이 남아 있었기에 재회를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처럼 프리퀄 3부작은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J.J가 여러 감독들의 고사 끝에 마침내 감독으로 낙점되었을 때, 이번 에피소드 7이 프리퀄 3부작의 실망감을 훌륭히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가 <스타트렉> 리메이크 시리즈에서 보여준 만큼만 해낸다면, 분명 에피소드 7은 오리지널 3부작의 명성에 흠집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할까요. 이동진 평론가의 말마따나 그는 제임스 카메론이 갖고 있는 '속편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이을 만큼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재해석이 돋보인 속편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비록 <E.T>에 대한 오마쥬였던 <Super 8>의 평가가 국내에서는 그닥 좋지 못했지만, 영화의 만듦새나 글로벌 흥행 성적은 꽤 준수한 수준이었기에 J.J의 스타워즈 역시 어느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리라 믿게 되었죠.
이런 저의 스타워즈 팬으로서의 입장과 J.J에 대한 나름의 (근거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의 첫 감상은 프리퀄의 실망스러운 기억을 모두 잊을 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단 한국을 제외하고 북미와 글로벌 흥행성적은 그야말로 근래의 모든 블록버스터 대작들을 압도하고 있지요. 이 기세라면 역대 최고의 흥행기록을 갖고 있는 <아바타>나 <타이타닉>, 그리고 <쥬라기 월드><어벤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그들 중 일부를 압도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스타워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미국인들의 시각도 감안해야 겠지만, 스타워즈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J.J의 스타워즈는 거부할 수 없는 감동이 있습니다. 오리지널 3부작의 미장센과 클리셰가 작품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팬들이라면 반가움을 느끼지 않고는 못 베긴다고나 할까요. 사막 행성 자쿠의 마을이나 밀레니엄 팔콘을 필두로 한 빈티지 느낌이 가득한 SF 설정은 오리지널의 감성이 잘 살아있는 재해석이 돋보입니다. 과거 프리퀄 시리즈의 만화적 느낌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하겠습니다.
백병전이나 우주선 간의 공중전은 아이맥스 스크린과 어우러져 스케일과 리얼리티가 돋보입니다. 오리지널이 보여주었던,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우주 전투씬에 무게감과 박진감, 그리고 현장감이 더해졌다고 할까요. 반면 라이트 세이버 듀엘씬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프리퀄에서 건질만한 몇 개 안되는 장점 중의 하나가 CG의 도움으로 펼쳐지는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현란한 광선검 결투에 있었는데, 깨어난 포스에서는 그 현란함이 사라진 대신 좀 더 파워가 넘치는 고전 결투로 표현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건 이대로의 맛이 있더군요.
신규 등장인물과 기존 인물의 설정은 무난한 편입니다. 특히, 한 솔로의 첫 등장은 스타워즈 팬들의 감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만큼 인상적이더군요. 다만, 너무나 모습이 변해 버린 레이아 공주는 과연 캐리 피셔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여서 조금 아쉽다 하겠습니다. 루크의 모습은 글쎄요... 그에 대한 감상은 스크린에서 직접 확인하시는게 좋을 듯 하군요. 그 외에도 츄바카나 C3PO, R2D2, 액크바 장군까지 익숙하고 반가운 특수분장 캐릭터들도 놓칠 수 없는 추억의 향연입니다.
새로운 캐릭터들은 무난합니다. 설정 파괴의 주범으로 일부에서 회자되는 주인공 레이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상당히 좋은 느낌입니다. 핀 역할을 맡은 존 보예가는 기대 이상이었고, 오스카 아이삭의 포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고 할까요. 카일로 렌의 아담 드라이버는 이번 깨어난 포스에서 가장 저평가를 받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에피소드 8과 9에서 최종 평가를 내리려 합니다. 성장하는 악역이라는 많은 분들의 평가처럼 카일로 렌은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리라 기대가 되네요.
전반적으로 이번 J.J의 스타워즈는 속편이라기보다는 리메이크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설정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흐름, 익숙한 대사의 등장 등 여러 면에서 에피소드 7은 에피소드 4의 오마쥬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에피소드 4의 리메이크가 아닌가 할 정도로 과거의 스타워즈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내는데 중점을 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 에피소드 7 자체의 특색이라든지 발전된 모습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인만큼 과학적 측면에서의 설정 오류는 차치하더라도 많이들 지적하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급작스러운 전개방식은 J.J의 영화라는 것을 고려할 때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확실히 J.J는 에피소드 7을 얼마나 스타워즈스럽게 만드냐에 더 신경을 쓴 듯 싶군요. 그런 점에서 그가 연출한 스타 트렉에 비해 하나의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아쉽습니다.
에피소드 7은 모든 팬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많은 팬들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성공적인 스타워즈 프렌차이즈 부활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문제는 깨어난 포스를 뒤이들 에피소드 8과 9의 감독이 J.J가 아니라는 점이랄까요. 대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해 앞으로 다가올 전투를 걱정하는 장수의 마음처럼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이번 에피소드 7을 보면서 들었던 또다른 감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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