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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편과 성상편의 후루하시 카즈히로가 연출하는 또 한편의 사무라이 드라마

ⓒ 和月伸宏/集英社・Fuji TV・ANIPLEX


츠키 노부히로의 대표작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코믹스 '바람의 검심'의 신작 OVA가 올 2011년 겨울 다시 한 번 아니메 팬들을 찾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시리즈의 부제는 신교토편. 원작의 교토편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의미인 듯 싶은데요. 원작의 교토편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악역의 대명사 시시오 마코토와 그 휘하의 절세고수 집단인 십본도와 벌이는 사투가 이번 신작의 메인 테마가 되겠습니다.

☞ 바람의 검심, 신교토편 웹 페이지 (보러가기)

이번 신작은 '바람의 검심, 추억편(1999)'과 '바람의 검심, 성상편(2001)'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해석을 보여주었던 후루하시 카즈히로(古橋一浩)가 감독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현재 후루하시 감독은 '기동전사 건담 UC(2010)'로도 맹활약 중인데요. 1년에 두 편 정도 출시되는 건담 UC의 스케줄 덕분에 이번 켄신의 신작에 참여할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억편에서 보여준 그의 드라마 중심의 구조를 좋게 보고 있기에 감독은 더없이 적합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루하시 감독은 추억편 외에도 '빙쵸탄(2006)', '슈발리에(2006)', 'RD 잠뇌조사실(2008)' 등에서도 완성도 높은 연출력을 보여왔었죠. 무엇보다 트렌드에 영합하지 않는 뚝심있는 전개로 인해 이번 신작 OVA도 재미와는 상관없이 분명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리라 기대됩니다.

시리즈 구성은 '트루 티어즈(2008)', '토라도라(2008)', 'CANAAN(2009)' 등으로 잘 알려진 오카다 마리(岡田麿里). 멜로 드라마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준 그녀가 어떤 형태로 켄신의 이야기를 재구성할지도 포인트가 되겠군요. '바질리스크, 코우카인법첩(2005)'이나 'Fate/Stay Night(2006)' 등에서 각본 작업을 한 경험이 있기에 이들 작품을 떠올리면서 비교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군요. 캐릭터 디자인은 하기와라 히로미츠(萩原弘光)로, '세인트 비스트 ~수천의 낮과 밤~(2005)' OVA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기 전까지는 원화와 에피소드 작화감독을 주로 맡아온 인물입니다. TV 시리즈나 OVA와는 어떻게 다른 비주얼을 보여줄지도 궁금하군요. 제작 스튜디오는 TV 시리즈와 추억편, 성상편 등을 제작해온 스튜디오 딘이 맡았으며, 기획과 제작은 ANIPLEX가 맡았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신작의 한 컷으로 추정되는 스틸샷. ⓒ 和月伸宏/集英社・Fuji TV・ANIPLEX

신작은 일단 전편과 후편의 2부작 OVA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생각보다는 러닝타임이 길지 않기에 과연 교토편을 어떻게 각색해내어 두편에 알맞은 이야기로 보여줄지가 관건이겠군요. 전편이 2011년 12월 극장에서 선행공개된 다음,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가 될 예정이구요. 원작에서 닌자조직 어정번중의 일원인 소녀닌자 마키마치 미사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고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이번 신작의 것으로 추정되는 스틸샷이 하나 올라와 있어 포스팅에 삽입해 보았습니다. 앞선 시리즈에 비해 좀 더 미형으로 디자인된 신작이 과연 진지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감독과 만나 어떤 형태의 결과를 보여줄까 기대해 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和月伸宏/集英社・Fuji TV・ANIPLEX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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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SU · SUNRISE (captured from Official Website)


마침내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와 극장을 통해 공개된 기동전사 건담 유니콘(이하 U.C) 1화.
 
(네, 사실 이 U.C 1화에 대한 감상기가 많은 블로그나 카페에 소개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이 정식적인 루트가 아닌 경로를 통해 감상을 했다는 얘기겠지요. 될 수 있으면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작품의 감상기는 자제를 하려고 했는데, 간만에 꽤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던지라 짤막하게나마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그만...)
 
일단 30주년을 터닝 포인트로 삼아 새롭게 시작된 우주세기의 건담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많은 부분에서 합격점이라고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비주얼 부분에서는 거의 A를 줘도 아깝지 않을 합격점이었습니다.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 특유의 필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나름 잘 살려낸 캐릭터 디자인은 '카드캡처 체리'와 같은 클램프의 작품들에서부터 '위치헌터 로빈'과 같은 극화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는 다카하시 쿠미코의 작품인데요. 특히, 위치헌터 로빈에서 보여주었던, 리얼한 드라마풍에 어울리는 극화적인 캐릭터 라인을 베이스로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스타일을 잘 적응시킨 모습입니다. 6화 분량의 OVA인지라 일반 TV 시리즈에 비해서는 확실히 높은 퀄리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듯 합니다. 동화적인 측면에서도 평균 이상의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구요.
 
이러한 작화적, 동화적 완성도는 비단 캐릭터 뿐만 아니라, 건담 아니메에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MS 전투에서도 돋보입니다. MS의 전투를 360도 전방위 콕핏트 내에서의 시점과 우주공간의 관찰자 시점으로 번갈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를 빠른 시점 전환으로 묘사하여 그 박진감을 더해주고 있구요. 특히, 전반부의 크샤트리아와 제간 편대의 전투 장면은 이번 U.C의 MS전 연출이 어떤 스타일이 될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듯 합니다.
 
세련되면서도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조종석의 그래픽 디스플레이 표현, MS가 선보이는 중량감 넘치는 총격/포격신 등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묘사는 박진감 넘치는 MS끼리의 백병전 연출을 멋지게 상호보완해주고 있습니다. 과거 '바람의 검심 극장판'이나 '슈발리에' 등에서 선보였던 후루하시 감독의 액션 연출이 이번 U.C의 MS 전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듯 싶군요.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이전의 건담 시리즈의 오마쥬가 여러군데 등장하여 매니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디제님의 '기동전사 건담 UC(유니콘) - 제1화 유니콘의 날'을 보시면 좀 더 세세한 이야기들을 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구요. 특히, 이 작품의 히로인인 그녀(누군지는 머리모양을 보시면 짐작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공식 사이트에서도 그 본명을 소개하지 않고 있기에 밝히지 않겠습니다. 디제님의 블로그를 보시면 누군지는 아시겠지만.)가 가명으로 사용하는 오드리 번은 작중에서 그녀가 마주치는 극장 간판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 故 오드리 햅번의 이름을 오마쥬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게다가 '로마의 휴일(본편에서는 '런어웨이 프린세스'라는 몹시도 그녀에게 어울리는 제목으로 대체가 되었구요.)' 옆에 '4번째 비극'이라는 또다른 영화의 간판 또한, 작품의 전개를 암시하는 또다른 복선이기도 합니다. (일년 전쟁과 그리프스 전쟁, 그리고 네오지온 항쟁에 이은 4번째 전쟁을 암시하는 뜻인 듯.)
 
단, 스토리의 전개에 있어서는 일부분에 있어서 다소 심한 비약이 눈에 띄어 억지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중반부에 오드리 번의 도움이 되고 싶다며, 지금의 생활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외치는 주인공 바나지의 모습은 그가 느꼈던 소외감이 작중에서 그다지 잘 설명되지 않았기에 갑작스럽고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역시, 종반부에 유니콘 건담 앞에서 이루어지는 바나지와 비스트 재단의 당주 카디아스의 대화 역시 급작스럽게 출생의 비밀이 언급되면서 전반적으로 어리둥절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이런 부분은 러닝 타임의 제약(6부작)이라는 한계 속에서 많은 내용을 축약할 수 밖에 없었던 제작진의 현실적인 문제인 듯 싶네요.
 
또하나, 비스트 재단이 재단 자체적인 목적으로 만들어낸 유니콘 건담은 비록 재단의 모든 역량이 투입된 일급 비밀의 MS이긴 하겠지만, 당주가 직접 MS에 탑승하여 기동 테스트를 한다는 모습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빌 게이츠가 MS의 회장이 된 후에도 윈도우즈  개발을 위해 직접 코딩을 하는 모습처럼 뭔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원 소설 속에서는 어떤 설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OVA에서는 좀 어리둥절한 느낌이군요.) 어떤 면에서는 퍼스트 건담의 아무로나 제타 건담의 카미유 모두가 그 부친이 건담의 개발자였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전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 자체가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아니메로의 이식은 이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샤아를 연상시키는 풀 프론탈의 등장이라든지, 소년이 뜻하지 않게 자신에게 닥친 시련 속에서 건담을 타게 되는 시퀀스 등 우주세기의 전형적인 스토리 공식을 따르는 모습은 식상함을 주는 대목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로 인해 그동안 잠잠해졌던 우주세기의 불씨를 어느 정도 살려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도 있습니다.
 
샤아나 아무로 같은 건담의 아이콘들이 거의 다 사라진 우주세기가 과연 어느 정도의 관심을 이끌지, 그리고 신세대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을 할지 역시 앞으로의 우주세기 시리즈의 연이은 제작을 위한 척도가 될 듯도 싶구요. 제목인 U.C가 우주세기와 유니콘을 모두 의미하는 이니셜이라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 합니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1편의 전개를 어느 정도 후속편들이 잘 이끌어 갈지, U.C의 앞으로의 전개에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덧붙임) 작품 초반부에 소데츠키 소속의 수송선 '가란쉐르'에 몰래 탑승한 히로인 오드리가 우주복을 갈아 입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만약, 요즘 아니메였다면 저 부분에서 분명 속옷 바람으로 옷을 갈아 입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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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의 '슈발리에, Le Chevalier Deon (2006)'을 수정하여 옮긴 글입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스탭>

◈ 감독/스토리보드: 후루카시 카즈히로
◈ 원안/시리즈 구성/각본: 우부카타 토우
◈ 제작: 슈발리에 제작위원회 / Production I.G


<시놉시스>

격동과 혼란의 18세기 프랑스. 기밀국의 일원으로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고 있던 여기사 리아 드 보몽의 시신이 세느강가에서 발견된다. 리아의 쌍동이 동생인 데온 드 보몽은 누이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기밀국에 몸을 담게 되고, 누이의 죽음과 근래에 벌어지고 있는 여인들의 연쇄 실종사건이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진실에 다가서려는 순간, 괴물로 변한 사람들의 습격을 받게 된 데온.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절체절명의 순간, 갑작스레 그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1. 일본식 양념이 제거된 프랑스식 정통 퓨전 요리같은 작품

슈발리에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말의 유럽은 산업혁명을 통한 농업중심의 사회에서 산업주의 사회로의 이전, 신분제, 봉건제의 붕괴에 따른 계급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로의 이전 등 서구 유럽사회에서 르네상스 혁명 이후로 가장 엄청난 변화들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슈발리에는 그러한 시대의 변화의 직전에 놓여있던 프랑스 왕정의 말기를 기점으로 하여, 시편과 그에 얽힌 왕가의 미스테리,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등장인물들의 모험과 드라마를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을지는 모르지만) 프랑스라는 어감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럽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묘사해냈습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1. 주인공 데온 드 보몽의 모습(좌). 남자가 되었다가 여자가 되었다가 하는 란마...는 아니고 성정체성을 잃어버린 미청년. 데온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3인의 총사 듀란, 테라고리, 로빈(중).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력구성을 보여준다. 데옹과 그의 약혼녀 안나(우). 주인공의 약혼녀지만, 기존의 아니메와는 달리 평범한 스타일이 오히려 더 특색이 있다.

근래의 아니메에서 유럽 또는 서양의 모습이란 일반적으로 그 겉모습과 형식만 빌려왔을 뿐, 작품 속 등장인물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은 언제나 일본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겉모습만 유럽식이었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모습들은 중세시대의 세계관을 기본으로 한 일본식 판타지 아니메에서 많이 보여졌는데요, 이런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증이 부족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베르사이유의 장미(1979), '엠마:영국식 사랑이야기(2005,2007)' 등과 같이 시대적 배경을 잘 살려낸 작품들도 있습니다만.
 
물론, 이런 현상(고증이 부족한 작품)은 아니메에서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 고증이 부족한 작품들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고증이 철저한, 즉 리얼리티가 뛰어난 작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일겁니다. 그런 면에서 슈발리에는 18세기 말의 프랑스를 만화영화치고는 정말 멋지게 재현에 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부카타 토우'라는 촉망받는 젊은 작가의 원작에, '공각기동대 SAC(2002,2004)', '정령의 수호자(2007)' 등 고품격 성인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Production I.G의 제작 매치업은 훌륭하기 그지 없는 투톱이군요.
 
마치 본고장의 프랑스 요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본고장의 맛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맛을 지닌 프랑스식 퓨전요리... 라면 그 표현이 정확할까요. 그림체 또한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형식에서 탈피한, 작화/극화와도 같은 그림체를 보여주어 더더욱 유럽 스타일의 맛을 살리고 있으며, 배경 또한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도시들을 훌륭하게 묘사해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마치 일본의 아니메가 아닌, 유럽이나 서구권의 만화영화와의 기시감을 느낀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아무래도 이러한 작화 스타일은 제작진의 의도가 십분 반영된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2. 혁명교단의 일원들인 로렌챠, 칼리오스트로, 막시밀리앙(좌), 엘리자베타 여제와 데온 (중),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그 남자, 데옹(우). 의상 디자인에 있어서도 상당히 심혈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다.


2. 리얼리티 vs 판타지, 미스테리 퓨전 시대극의 진수를 보여주다.

슈발리에의 등장인물들은 상당수 실존인물들을 포진시켜 그 리얼리티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왕인 루이 15세,16세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루이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 오를레앙 공작, 러시아의 엘리자베타 여제와 에카테리나 여제 등이 모두 실존 인물들이며, 주인공 데온 드 보몽 또한 실제 여장 기사이자 비밀공작원으로 유명했던 인물이기도 하지요.
 
데온 드 보몽은 실제로 여장했을 때의 이름이 리아 드 보몽이었는데요, 이 이름은 작품에서 데온의 친누이이자, 사건의 모든 시작을 알려주는 리아에게 그대로 쓰여집니다. 실존 인물들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실제 역사와는 많이 틀리지만, 사치와 향락을 좋아하는 루이 15세나,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퐁파두르 백작 부인 등 그 성격적 배경은 실존인물에서 상당한 모티브를 가져온 듯도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존인물의 등장은 자칫 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는 실존인물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소지도 있습니다. 작품 방영시 자막 정도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의 모습은 작품을 위하여 가공되거나 지어진 것입니다.' 정도의 문구가 들어갔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드는군요. (근자의 한국 사극들의 경우도 이러한 부분에서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리얼리티에 충실한 드라마적인 전개는 24화로 구성된 이 TV 시리즈, 특히나 만화영화로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지루함을 주기도 합니다. 실제, 이야기가 전개되는 5화 부터 10화 정도까지는 지루한 전개로 인해 저 또한 1년 가까이 감상을 중지했다가 나중에 보았을 정도이니까요.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3. 과거 기밀국의 동료들이었던 막시밀리앙, 듀란, 리아(좌). 샤프한 모습의 듀란이 여기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리아와 영국의 메어리 왕비의 다정한 모습(중)이 막시밀리앙과 데쉬우드 주교의 어색한 모습(우)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일단 그 전개가 끝나는 순간 이 작품은 엄청난 흡인력으로 시청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개, 끝까지 그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잘 짜여진 미스테리, 그리고 반전.... 기존의 만화영화에서와 같은 해피엔딩이 아닌, 그렇다고 슬픈 엔딩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긴 여운을 남기는 엔딩은 지루하고 긴 산책로를 지나 아름다운 정원으로 우리를 이끄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거대한 음모와 야망과 배신으로 얽힌 미스테리에 가미된 판타지적 요소들은 이 작품의 미스테리를 좀 더 미스테리답게 하는 소스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성서의 인용구를 사용한 마법의 영창은 시를 외우듯이 주문을 외움으로써, 기존의 판타지에서 보여주는 주문 영창과는 다른 좀 더 고급스럽고 우아한, 그러면서도 박진감이 넘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주인공 데온의 몸에 빙의된 누이의 영혼은 단순히 주인공이 강력한 힘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로 변신한다는 개념이 아닌 주인공의 비극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시의 힘으로 가고일로 변한 사람들의 모습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납의 피를 흩뿌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에서 섬뜩함과 함께 애절함이 느껴지기까지 하지요.
 
흔히 봐왔던 아니메였다면, 끔찍한 괴물로 변한 사람들을 주인공이 멋진 여성 전사로 변신하여 무찌른다...는 지독히 아니메스럽고 유치한 설정이었을테지만, 슈발리에에서는 이런 전형적인 설정을 적절히 변형하여 전혀 다른 느낌의 고급스러운 장식으로 인테리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기존과 다른 성인 아니메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슈발리에는 액션물이나 코믹물이 아닌지라, 재미나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닥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엔딩 또한 그리 상쾌한 편은 아닌지라, 끝나고 나서의 찜찜함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클 수도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전개 부분이 지루하고, 그림체가 기존 아니메의 귀엽고 에쁜 스타일과는 상반되는 극화풍인지라,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서구권의 애니메이션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시라면 더 하시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련됨과 미스테리한 이야기는 아니메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함과 고급스러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마치, 중세나 중세 말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미스테리 영화들에서는 느꼈을 법한 전개라고 할까요. 숀 코네리 주연의 "장미의 이름"이나, 사무엘 르 비앙,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한 "늑대의 후예들" 등이 비슷한 느낌의 영화일 수도 있겠군요. 이런 영화들의 스타일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슈발리에는 꽤나 좋은 느낌을 선사해주리라 봅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4. 4명의 총사들 로빈, 데온, 테라고리, 듀란 (좌). 그들의 운명은 처음은 함께였으나 끝으로 갈수록 궤적을 달리한다. 마리 왕비, 루이 15세 그리고 루이 15세의 정부인 퐁퐈두르 부인(중). 셋의 기묘한 관계가 왠지 잘 표현된 일러스트인 듯 싶다. 막시밀리앙와 리아(우). 리아는 이 작품의 열쇠이자 모든 사건의 교집합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모아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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