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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 이후 12년... 오키우라 히로유키의 두번째 연출작.

ⓒ 2012『ももへの手紙』製作委員会



'랑(2000)'을 통해 극사실적인 작화와 스토리를 선보이며, 일약 오시이 마모루의 후계자로 일컬어지던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 인랑 이후 본업인 원화 쪽에 전념(이 기간 중 그가 연출한 씬은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2001)'의 인상적인 오프닝 영상 밖에 없었음)하던 그가 무려 12년 만에 다시 연출자로서 우리들 앞에 다시 섰습니다. 시골로 이사온 도시손녀와 사고뭉치 요괴 3인방의 이야기를 그린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모모에게 온 편지, 2012)'가 바로 그 작품입니다.

☞ 모모에게 온 편지 공식 사이트(바로가기)

도시소녀와 요괴와의 만남이라... 굳이 아니메 팬이 아니더라도 이 시놉시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1988)'와 꽤나 비슷함을 느끼실 겁니다. 이는 이 작품 역시 포스트 미야자키를 노리는 근 몇년 간의 작품들과 같은 선상에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포스터나 트레일러의 영상을 보면 이러한 추측은 더더욱 사실로 굳어지는데요. 정감어린 인물묘사와 사실적이고 서정적인 배경 등 이 영화 곳곳에서는 미야자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잔상이 깊게 베여져 있습니다.

☞ 한국어판 트레일러, 네이버 영화 (보러가기)

이러한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은 이 작품에서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은 안도 마사시(安藤雅司)가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의 애니메이터이기 때문입니다. 'On Your Mark(1995)', '원령공주(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등 미야자키의 대표작에서 작화감독을 맡아온 안도 마사시는 2003년 부터는 프리랜서로 독립하여 콘 사토시 감독의 '동경대부(2003)',  '망상대리인(2004)', '파프리카(2006)'에서도 작화감독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오키우라 감독과는 망상대리인에서 서로 작업을 한 적이 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의 스타일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감성적인 캐릭터와 매드하우스 계열의 극화적인 인물 묘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배경미술 감독인 오오노 코지(大野広司) 역시 아니메 미술계의 거장 고바야시 시치로의 제자로서 '마녀배달부 키키(1989)'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와 작업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AKIRA(1988)', 인랑 등 뛰어난 미술 디자인을 선보인 일련의 아니메 마스터피스에도 참가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미술감독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스탭들 덕분에 모모에게 온 편지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면모와 매드하우스나 프로덕션 I.G 계열의 작품들이 선보이는 극사실적인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오키우라 히로유키는 본 작품에서 감독 뿐만 아니라 원안, 각본, 스토리보드에 캐릭터 디자인에까지 참여하는 등 원맨쇼를 펼치고 있는데 오키우라의 이러한 다방면성은 미야자키 감독과 같은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반면, 그의 첫 작품인 인랑과는 너무 다른 작품의 분위기로 인해 과연 이 오키우라가 그 오키우라가 맞는가 싶은 의구심도 들 수가 있는데요. 사실, 인랑의 경우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오시이가 직접 각본을 쓰고 이를 오키우라가 연출한 케이스로, 그나마도 더 어둡고 메마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던 인랑에 남녀간의 멜로라인이 베이스로 깔린 것은 오키우라의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키우라의 첫 데뷔작이긴 했지만, 인랑은 오시이의 영향이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오시이표 아니메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포스트 미야자키를 노리는 제작의도도 있겠지만, 오키우라 감독의 성향에 좀 더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반드시 미야자키와 같은 스타일(오히려 이 스타일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의 호소다 마모루가 더 어울릴 듯)은 아니겠지만, 오키우라의 극화적인 감성은 오시이와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면 매드하우스 계열의 극화적인 작품 내지는, 다카하타 이사오 적인 감성에 좀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콘 사토시라는 거장을 잃은 일본 아니메계에 있어서 오키우라의 재등장은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몹시 반갑습니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연출계에 뛰어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다만, 몹시도 토토로스러운 본 작품이 얼마나 다른 차별점을 보여줄지는 두고 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완성도 높은 영상미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그것이 작품의 완성도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겠지요. 또한 오키우라의 진정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본 작품의 성공여하에 따라 오키우라의 차기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한국에서는 다음 달인 7월 5일 개봉 예정에 있는데요.(이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작으로도 공개된 바 있지요.) 이제까지 그랬듯 전문 성우보다는 인기 개그맨들을 캐스팅하여 더빙했습니다. 요괴들의 목소리를 맡은 김준현, 양상국, 안윤상의 목소리가 생각보다는 작품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게다가 외모까지 비슷. 이거 설마 노리고 한 것?) 모모 역을 맡은 일본의 배우 미야마 카렌은 과거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2009)'에 출연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아이유 같은 느낌(?)의 소녀네요.

ⓒ 2012『ももへの手紙』製作委員会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2『ももへの手紙』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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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마 켄지의 사이보그 009가 기대되는 이유

ⓒ Production I.G / ⓒ ISHIMORI PRODUCTION INC


년 이맘때쯤 2010 CEATEC Japana 쇼의 파나소닉 부스에서 오시이 마모루의 사이보그 009 프로모션 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오시이 감독의 사이보그 009를 위한 일종의 프로모션 영상이 아닌가하는 기대를 갖기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파나소닉 프로모션용 영상에 불과했었는데요.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사이보그 009의 최신 시리즈가 아니메 팬들에게 전모를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공각기동대 SAC' TV 시리즈와 '정령의 수호자(2007)', '동쪽의 에덴(2009)'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카미야마 켄지(神山健治) 감독의 '009 RE: CYBORG(2012)'가 바로 그것.

☞ 부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사이보그 009 3D (바로가기)

2012년 가을에 극장 아니메로 개봉 예정인 신작 사이보그 009는 2001년 TV 시리즈로 제작된 '사이보그 009 The Cyborg Soldier(2001)' 이후로 11년만의 작품이며, 동시에 '사이보그 009 초은하전설(1980)' 이후로는 32년만의 사이보그 009 시리즈의 극장 아니메가 되겠습니다. 일본 히어로물과 전대물의 방향성을 제시한 이 작품이 세월을 뛰어넘어 새로운 감성으로 리메이크 되는 모습은 올드팬들에게는 그야말로 벅찬 감동과 추억을 느끼게 하는 기회가 될 듯 싶군요.

☞ 만화영화 연대기: 사이보그 009 시리즈 (1966~2001) (바로가기)

뭐랄까,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 시리즈를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뉘앙스로 재해석했던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1995)'와 달리, 범죄수사물과 블레이드 런너 스타일의 싸이버펑크 장르를 적절히 혼합하여 인상적인 성인용 엔터테인먼트 물로 완벽하게 해석해내었던 카미야마 켄지의 감성이 고전적인 히어로물로서의 정체성이 깊이 배어있는 이번 사이보그 009의 리메이크에서도 크게 빛을 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고 한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일까요. 그만큼, 켄지 감독에게 거는 기대는 개인적으로 무척 큰 편입니다. 공각기동대 TV 시리즈에서부터 정령의 수호자, 동쪽의 에덴에 이르기까지 켄지 감독은 항상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와 엔터테인먼트의 절묘한 앙상블...이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군요.

그렇다면, 이번 사이보그 009에서도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카미야마 켄지만의 스타일, 즉 스토리가 확실히 살아있는 웰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물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에 저는 긍정적인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공각기동대와 정령의 수호자를 지나 동쪽의 에덴에서 그는 연출가로서의 자질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러로서의 자질도 범상치 않음을 우리에게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의 (스토리 텔러로서의) 첫번째 도전이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었기에 이번 새로운 사이보그 009의 이야기 역시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군요. 게다가 인간과 로봇의 경계선에 위치한 사이보그라는 설정은 그가 일류 연출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즉, 이번 사이보그 009는 원작자인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창안해낸 사이보그의 정체성에 켄지 감독이 경험했던 공각기동대의 전뇌화된 사이보그의 개념이 조합된 모습을 취할 것 같은 예감도 든다 하겠습니다. 그가 이미 한 번 경험했던 익숙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조작업이라면 좀 더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할 법하다는 추측이 드는군요. 

☞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 Production I.G / ⓒ ISHIMORI PRODUCTION INC


이번 작품의 스탭은 그의 전작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데요. 우선 캐릭터 디자인은 정령의 수호자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아소 가토우(麻生我等)가 참여하고 있으며, '강철의 연금술사 극장판(2005)'에서 3D 감독을, 그리고,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 시리즈에서 CGI 감독과, CG 감수를 맡았으며, 최신작 '타이거 & 버니(2011)'에서 CG를 맡았던 CG 전문회사 산지겐(삼차원) 출신의 스즈키 다이스케(鈴木大輔)가 작화감독을 맡아 이전과는 다른 켄지 스타일의 CG 아니메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확실히 예고편 영상으로 본 이번 사이보그 009는 켄지 감독의 작품에서 익히 볼 수 있는 극화풍의 캐릭터에 툰 쉐이딩 기법을 연상시키는 CG와 셀 애니메이션의 조화로 인해 기존의 아니메와는 다른 독특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타케다 유스케(미술감독), 카와이 켄지(음악 담당) 등 켄지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온 인물들이 그 뒤를 받쳐주고 있어 비주얼에서만큼은 이번에도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꽤나 묵직한 스타일의 실사영화에 가까운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켄지 감독의 화법이 캐주얼한 아니메 팬들에게는 어떤식으로 다가올지가 관건이라 하겠으며, 동시에 그만의 해석으로 전혀 새롭게 그려진 사이보그 009가 올드팬들에게도 어떤 형태로 받아들여질지는 본 작품의 상업적 성공을 좌우하는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쪽의 에덴의 경우에는 우미노 치카의 샤방샤방한(?) 캐릭터로 인해 켄지 감독의 무거운 화법이 다소 상쇄된 부분이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캐릭터에서도 그러한 타협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이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 극화풍의 캐릭터가 나름 맘에 드는 편입니다만, 원작의 사이보그들의 매력을 중요시 하는 분들에게는 과연 잘 먹힐까 궁금한 부분도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불고 있는 히어로 코믹스의 인기에 못지않게 일본 아니메도 작금의 이슈는 히어로 물인 듯 합니다. 선라이즈는 '타이거 & 버니'와 '세이크리드 세븐'으로 히어로 아니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본즈 또한 '히어로맨'에 이어 '토와노 쿠온'을 선보이며, 그들만의 히어로 아니메를 만들어 나가고 있죠. 여기에 전통의 제작사 매드하우스는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을 아니메 식으로 재해석한 '울버린', '엑스맨', '블레이드'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 프로덕션 I.G까지 사이보그 009를 리메이크하여 가세하게 되는군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작금의 비주얼 엔터테인먼트 이슈는 슈퍼 히어로가 아닌가 합니다.

ⓒ Production I.G / ⓒ ISHIMORI PRODUCTION INC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Production I.G / ⓒ ISHIMORI PRODUCTION INC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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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경찰 패트레이버 Early Days (1988),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 Patlabor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원작: 헤드기어, 유키 마사미(ゆうきまさみ)
◈ 감독: 오시이 마모루(押井守) - 6화까지 / 요시나가 나오유키(吉永尚之) - 7화
◈ 각본: 이토 카즈노리(伊藤和典)
◈ 콘티/연출: 오시이 마모루 / 나카무라 류타로(中村隆太郎), 사와이 코지(澤井幸次), 이타노 이치로(板野一郎)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高田明美)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黄瀬和哉), 와다 타쿠야(和田卓也), 다카하시 나오토(高橋直人)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小倉宏昌)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川井憲次) / 카사하라 히로코(笠原弘子)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8.04.25 ~ 1989.06.2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시놉시스>

하이퍼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수많은 분야에 진출한 범용 인간형 기계 레이버(Labor). 하지만 그것은 레이버 범죄라 불리는 새로운 사회적 위협을 만들어 내었다. 계속되는 레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시청은 산하에 특수차량 2과를 창설하게 된다. 통칭 특차 2과로 불리는 패트레이버 중대, 패트레이버의 탄생인 것이다.

하지만 막상 창설된 특차 2과는 경시청 내부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단 세 대의 고물 레이버만이 지급된 형식상의 조직으로, 경시청 내부에서도 따돌림을 받는 허울뿐인 조직이기도 했다.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3개월 째, 마침내 최신형 레이버 3대가 특차 2과에 지급되기에 이른다. 이와 동시에 이 패트레이버의 운용을 위한 풋내기 요원들이 특차 2과에 배속되는데... (줄거리 서두는 OVA 프롤로그의 대사를 그대로 인용)


<소개>

'기동전사 건담(1979)'을 시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리얼로봇이 87년 사실상의 종언을 고한 직후 등장한, 어찌보면 이제까지의 거대로봇 아니메 중 가장 현실적인 진짜 리얼로봇물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 오시이 마모루를 위시한 창작집단 헤드기어의 첫 작품이자 헤드기어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며, 동시에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랐던 오시이 마모루를 기사회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로봇물이면서도 프라모델이나 완구 업체를 스폰서로 삼지 않고 미디어 믹스적인 비즈니스 전개를 취하여 로봇물 중 거의 유일하게 스폰서의 입김에 놀아나지(?) 않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이다.

보통 TV 시리즈로 등장하여 인기를 끌면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이후 후속편이나 스핀오프 형태의 이야기가 OVA로 제작되는 것이 거의 관행이던 당시의 아니메 제작 시스템과는 달리, OVA로 등장하여 인기를 얻은 후, 극장 아니메가 제작되고 TV 시리즈가 제작되는 보편적인 방식을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역시 특이하다 할 수 있다. 여러 면에서 패트레이버가 당대의 로봇물과는 다른 출발점과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82년, 회사원에서 전업 만화가로 전향한 유키 마사미가 친한 친구들과 설정 기획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와중 '바이돌'이라는 기획에서 인간형 로봇 레이버가 등장하게 된 것이 패트레이버의 시작이다.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가는 과정에서 몇년 뒤 건담의 메카닉 디자이너로 유명해지는 이즈부치 유타카가 가세하고, '시끌별 녀석들(1981)'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토 카즈노리가 합류하면서 초기의 아이디어는 점차 애니메이션을 위한 기획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여기에 보다 애니메이션에 알맞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시끌별 녀석들과 '마법천사 크리미 마미(1983)', 그리고 '변덕쟁이 오렌지로드(1987)'를 거쳐 80년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 중 한명으로 성장한 타카다 아케미가 참가하게 된다. 여기에 오시이 마모루까지 가세하면서 창작집단 '헤드기어'가 최초로 결성된다.

오시이 마모루는 비교적 늦은 시기에 이 기획에 동참하게 된다. 당시 그는 '달로스(1983)'와 '시끌별 녀석들 2 뷰티풀 드리머(1984)', '천사의 알(1985)'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황으로, 일감이 거의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 패트레이버는 오시이에게 있어서 기사회생의 기회이자 터닝포인트 였던 셈이다. 다만 기획이 어느 정도 잡힌 후에 참여한 본 작품에 오시이가 100% 만족하지는 않았다고 전해지며, 그중 주역 메카인 98식 잉그램의 경우에는, 슈퍼로봇에서 이어져온 인간형 로봇의 컨셉이라는 점에서 몹시나 언짢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디자이너인 이즈부치를 '메카 음치'라고 깔아내릴 정도.) 사실적인 로봇을 그리는 작품에서 인간형 로봇은 비현실적이다라는 것을 오시이는 주장한 셈인데, 결국 본 작품에는 잉그램과 같은 인간형 레이버 외에 상당수의 레이버가 오시이의 뜻에 따라 산업기계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오프닝의 서두에서 펼쳐지는 잉그램의 놀라운 액션장면을 보고 본 작품에 빠져든 로봇 마니아들도 많았는데, 사실 오프닝의 컷은 거의 떡밥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본편의 전개는 로봇들의 강렬한 메카 액션과는 거리가 먼 시트콤 수준의 코미디와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이제까지 등장한 로봇 아니메 중 가장 평범하고 소박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의 인물 설정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에 작품의 주무대이자 주인공들이 소속된 특차 2과는 개성이 강한 개그 캐릭터들로 넘실거린다. 다만, 빵 터지는 강한 개그보다는 전체적으로 잔잔한 시트콤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오시이표 개그의 특징이기도 하다. 개그에서조차 느린 호흡을 자랑하는 오시이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리얼로봇이라는 범주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패트레이버는 여타의 리얼로봇에 비해 태생이나 성격이 다른 별개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다. 거대한 세력과 세력간의 전쟁을 테마로 삼았던 여타의 로봇 아니메와는 달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부터 테러 사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범죄를 해결하는 범죄수사물에 가까우며, 주인공들 또한 천재 파일럿이나 고뇌하는 주인공이 아닌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경찰 공무원들이라는 점이 기존의 로봇물과는 다르다 하겠다. 시대 배경, 장소, 생활방식 등 모든 면에서 작품이 만들어졌던 80년대를 연상시키는데, 그저 6~8미터의 인간형 로봇이 등장한다는 것만이 다를 뿐 이러한 익숙한 배경과 평범한 이야기 전개는 패트레이버를 다른 로봇 아니메와는 다른 성격의 리얼로봇물로 그려주고 있다.

로봇의 활약이 거의 없는 독특한 형식의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애초에 6부작으로 기획했던 OVA는 이후 1편이 더 연장되었으며 연출은 오시이 마모루가 아닌 시끌별 녀석들에서 콘티와 연출을 맡았던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맡게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키사하라 히로코의 주제가 '미래파 Lover'는 일본 아이돌 여가수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싫어하던 당시의 엘로스에게 마크로스의 노래들과 더불어 그 편견을 날려준 곡으로, 톡톡 튀는 멜로디와 상큼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다. OVA 2기와 구분하기 위해 나중에 출시되는 영상 소프트에는 'Early Days'라는 부제가 붙는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he Movie (1989)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캐릭터 디자인: 타카다 아케미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河森正治),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이토 타케히코(伊東岳彦)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프로듀서: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鵜之沢伸), 마키 타로(真木太郎)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1989.07.1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레이버의 폭주를 다룬 패트레이버의 첫 극장판 아니메. 키세 카즈치카의 현실적인 극화체풍의 작화는 극장판에 와서 더더욱 두드러졌는데, 그로 인해 타카타 아케미의 터치는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후일 두번째 극장판과 세번째 극장판으로 이어지는 보다 심각한 패트레이버를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한 에피소드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참신한 설정이었는데, 무엇보다 80년대 후반은 PC의 보급률이 전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시대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개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나 앞서간 소재라 할 수 있겠다. 

극장판의 레벨에 맞게 이즈부치 유타카 외에 다수의 디자이너가 참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원작자겸 메카닉 디자이너인 거물 카와모리 쇼지의 가세라든지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으로 데뷔하여 여러 건담 시리즈에서 활약하게 되는 사야마 요시노리나 이토 타케히코 등으로 인해 한차원 더 높아진 메카닉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극장판에 어울리는 뛰어난 수준의 작화 역시 볼거리로, 이후로 계속되는 압도적 퀄리티의 오시이표 극장판 아니메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V (1989)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이토 카즈노리, 오시이 마모루, 요코테 미치코(横手美智子), 키무라 ?(木村直人)
◈ 콘티/연출: 타키자와 토시후미(滝沢敏文), 카세 미츠코(加瀬充子)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元永慶太郎), 아오키 야스나오(青木康直)
◈ 작화감독: 니시무라 노부요시(西村誠芳), 타카미 아키오(高見明男)
◈ 미술감독: 시부야 유키히로(渋谷幸弘)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카사하라 히로코
◈ 프로듀서: 호리코시 토오루(堀越徹), 이시카와 세이지(石川清司)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89.10.11~1990.09.2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TVA(47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극장판을 거치면서 인기를 입증한 패트레이버의 첫번째 TV 시리즈. 흥미로는 것은 본 작품의 제작을 선라이즈가 맡았다는 사실인데, 리얼로봇 아니메를 최초로 제작한 아니메 제작사와 리얼로봇의 개념을 다른 형태로 정립한 작품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 조우는 몹시도 흥미롭다 하겠다. 오시이 마모루가 각본 스탭으로 한발 물러나고 요시나가 나오유키가 OVA 7편에 이어 감독을 맡으면서 전반적으로 오시이 색체는 옅어졌으며, 선라이즈의 가세로 분위기도 일신하게 된다. 다만, 이토 카즈노리나 오시이가 여전히 각본을 맡고 있어 패트레이버만의 정체성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특차2과의 일상에 대한 묘사나 현실적인 에피소드 등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TV 시리즈에서는 이즈부치 유타카의 최고의 디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검은색 레이버 그리폰이 최초로 등장하고 있다. 미려하고 세련된 유선형의 검은색의 바디와 인상적인 빨간색 바이저는 산업용 기계로봇이 주로 등장하는 현실적인 패트레이버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52화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건상의 이유로 47화로 종영하게 된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OVA 2기 (1990)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요시나가 나오유키
◈ 각본: 오시이 마모루, 이토 카즈노리, 요코테 미치코 外
◈ 콘티/연출: 요시나가 나오유키, 키쿠치 카즈히토(菊池一仁) 外 / 토모나가 케이타로, 아오키 야스나오 外
◈ 작화감독: 야마다 키사라카(山田きさらか), 타카기 히로키(高木弘樹)
◈ 기획: 헤드기어
◈ 제작사: ?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일자: 1990.11.22~1992.04.23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OVA(1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TV 시리즈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제작된 두번째 OVA. 전체적으로 각각의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스토리적 연관성이 별로 없는 패러랠 월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본 OVA와 TV 시리즈는 뚜렷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이는 애초에 5화를 마저 다 채우지 못하고 종영된 TV 시리즈의 이야기를 마무리 짖자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 (1992)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 디자인 협력: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カトキハジメ), 후지시마 코스케(藤島康介)
◈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
◈ 음악: 가와이 켄지
◈ 기획/제작: 헤드기어 / 우노사와 신, 하마와다 츠요시(濱渡剛)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BANDAI VISUAL / TFC · Production I.G
◈ 일자: 1992.08.07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오시이의 정체성이 다시금 불을 뿜은 패트레이버의 두번째 극장판.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인간형 로봇의 등장이 마뜩치 않았던 오시이는 본작에 이르러 레이버의 활약을 대폭 축소시켰으며, 도쿄 시내에서 일어난 테러와 쿠데타,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에 연루된 음모를 파헤치는 서스펜스가 주를 이루는 작품으로 패트레이버를 변주하게 된다. 작품의 모티브는 첫번째 OVA의 에피소드 5, 6편인 '2과의 가장 긴하루'에 그려졌던 자위대의 쿠데타가 모티브가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패트레이버이지만 패트레이버라고 보기 힘든 작품인 셈이다. 패트레이버를 통해 이전과는 달리 좀 더 대중취향적인 작품을 만들던 오시이의 작품 세계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려준 작품이기도 하다. 

무거운 주제와 정적인 연출, 느린 호흡으로 긴 가치관과 이념을 읊는 오시이표 스타일로 인해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정체불명의 테러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와 정치적 헤게모니, 어눌하지만 뛰어난 상황판단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특차2과의 코토 등 서스펜스 물로서는 영화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메카닉 디자인에 있어서도 비록 레이버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서두의 군사형 레이버를 비롯하여 상당히 하드한 밀리터리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다. 건프라 디자이너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카토키 하지메나 '오, 나의 여신님'의 작가로 메카닉 마니아이기도 한 후지시마 코스케 등이 참여하여 현실적인 병기와 탈 것들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시이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폐기물 13호 (2002), WXIII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 HEADGEAR · EMOTION / TFC


<정보>

◈ 감독: 타카야마 후미히코(高山文彦)
◈ 각본: 도리 미키(とり みき)
◈ 캐릭터 디자인: 타카기 히로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카와모리 쇼지, 카토키 하지메
◈ 작화감독: 키세 카즈치카, 타카기 히로키 外
◈ 미술설정: 와타베 타카시(渡部隆)
◈ 음악: 가와이 켄지
◈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시노하라 아키라(篠原昭)
◈ 제작총지휘: 와타나베 시게루(渡辺繁), 카와시로 카즈미(川城和実)
◈ 제작사: 매드하우스, 반다이, 토호쿠신사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일자: 2002.03.30
◈ 장르: SF, 괴수물, 드라마, 리얼로봇, 범죄물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10년만에 등장한 패트레이버의 신작 극장판. 오시이 마모루나 유키 마사미, 이토 카즈노리 등 패트레이버의 핵심진용이 대거 불참한 작품으로, 기존의 패트레이버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이다. 주인공 또한 특차 2과가 아닌 형사 쿠스미 타케시와 하타 신이치로이며, 특차 2과의 인물들과 레이버는 작품의 후반부에나 등장하게 된다. 그저 패트레이버의 세계관을 빌어온 스핀오프인 셈.

총 22권으로 완결된 유키 마사미의 원작 코믹스의 에피소드 '폐기물 13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나 원작과는 달리 상당히 시리어스한 성인취향의 전개가 눈길을 끈다. 이로 인해 뉘앙스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시리어스한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 같은 어두운 색체를 풍기고 있다. 다만, 정치논리라든지 이념적인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우리를 어지럽게 했던 오시이의 극장판 2편과는 달리 본작은 괴수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한 여인과 그에 얽힌 슬프고도 충격적인 진실, 이를 뒤쫓는 두 민완형사의 이야기가 담긴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부제인 패트레이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물건이 되었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으며, 몰입감도 뛰어나다. 키세 카즈치카의 극화체는 본 작품과 완벽한 싱크로를 자랑한다.

한때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에 등장한 괴물이 폐기물 13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도. 형체를 알기 힘든 그로테스크한 몸체에 크고 강한 꼬리, 인간처럼 팔 다리가 달린 부분은 일견 표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는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양서류나 어류(실제 모티브는 아구라고 전해짐)를 연상시키는 외형에, 개구리의 다리와 흡사한 네 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 반면, 폐기물 13호는 인간의 유전자가 결합되어 인간과 같은 팔다리와 여성의 가슴까지 달려있고 치아가 있다는 점에서 표절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폐기물 13호의 디자인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언급하기에는 실루엣의 일부가 비슷한 것도 사실. 이로 인해 국내 일부 네티즌과 혐한류에게 본의 아니게 여러가지 가십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다만 디자인 외에 스토리 상의 표절을 주장하는 부분은 근거가 없는 악성 루머다.(그런 식이라면 공각기동대는 블레이드런너의 표절이다.)


미니 파토 (2002)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정보>

◈ 감독: 카미야마 켄지(神山健治)
◈ 각본/연출컨셉/음향 프로듀스: 오시이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니시오 테츠야(西尾鉄也)
◈ 음악/노래: 가와이 켄지 / 히요도 마코(兵藤まこ)
◈ 제작사: 프로덕션 I.G
◈ 저작권: ⓒ HEADGEAR · EMOTION / TFC · Production I.G
◈ 일자: 2002.03.30
◈ 장르: 드라마, 코미디
◈ 구분/등급: 단편(옴니버스 3부작) / 고교생 이상 관람가(R)


<소개>

폐기물 13호와 동시에 상영된 단편 애니메이션. 여러가지 실험적 기법이 적용된 작품으로 얼핏 보기에는 종이를 오려 만든 캐릭터를 카메라로 찍은 인형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풀 CG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가분수의 귀여운 2등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런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일본에서는 '파다파다 아니메(パタパタアニメ)'라고 부르기도 한다.([5] 참조) 파닥파닥 아니메로 명명해도 좋을 듯.

각본부터 연출컨셉에 이르는 기본 얼개는 오시이 감독이 아웃라인을 잡았으며, '인랑(2000)'에서 연출을 맡았으며, 오시이가 기획자 양성을 위해 세운 오시이 학원 출신이기도 한 신예 연출가 카미야마 켄지가 감독을 맡아 범상치 않은 연출력을 선보였다. 카미야마는 본 작품에서 선보인 종이 인형극과 같은 애니메이션 기법을 후일 자신의 TV 시리즈인 '동쪽의 에덴(2009)'의 엔딩 애니메이션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이기도. 본편의 작화는 키세 카즈치카와 함께 Production I.G의 양대 작화가이자 오시이 마모루의 또다른 작화 파트너이기도 한 니시오 테츠야가 맡고 있다. 

엉뚱한 관점과 마니악한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황당한 코미디는 패트레이버 본래의 스타일을 극장판보다 더 잘 살리고 있다.


<참고 사이트>

[1]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2]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the Movie, Wikipedia Japan
[3]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2 the Movie, Wikipedia Japan
[4] WXIII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Wikipedia Japan
[5] ミニパト, Wikipedia Japan
[6] 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 (OVA 第1期) (1988), allcinema.net
[7] Patlabor, Wikipedia
[8] Patlabor The Mobile Police (OAV 1/1988), ANN
[9]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엔하위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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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각기동대 Solid State Society 3D 극장판과 함께 상영예정

출처: XI Avant 공식 홈페이지 ⓒ KAMIYAMA KENJI / Production I.G


번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3D' 극장개봉(개봉일은 3월 26일)에 발맞춰 카미야마 켄지가 새 애니메이션을 하나 선보인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신작 아니메가 아닌 NTT 도코모의 프로모션용 영상으로, 3분 30초짜리 단편 아니메라고 하는군요. 제목은 'XI Avant (크롯시이 아방)'.

NTT 도코모의 LTE(Long Term Evolution) 서비스인 XI 서비스의 프로모션 일환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근미래의 세계를 무대로 어떤 남자를 추적하는 임무를 받은 주인공 타카무라 카오루가 XI 휴대폰을 사용하여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LTE 서비스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면, 3세대 이동통신의 핵심기술인 HSDPA(고속 하향 패킷 접속) 방식보다 향상된 무선데이터 패킷 통신 규격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4세대 이동통신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HD급 동영상의 실시간 재생 등을 위해 4세대 이동통신이 요즘 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XI Avant는 바로 이런 트렌드에 맞춰 NTT 도코모가 서비스하는 4세대 이동통신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아니메인 셈입니다.

작품에서 선보이는 XI 휴대폰. ⓒ KAMIYAMA KENJI / Production I.G

아마도 이는 카미야마 감독의 전작 '동쪽의 에덴(2009)'의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동쪽의 에덴에서 카미야마 감독은 휴대폰을 사용하여 세상을 움직이는 '세레손'과 증강현실 화상검색 엔진 '동쪽의 에덴' 시스템을 선보이며, 다가올 스마트폰 시대의 모습을 아니메로 훌륭하게 묘사했던 적이 있었죠. 여기에 동쪽의 에덴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모리카와 사토코와 사사키 아츠코가 이번 XI Avant에서도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아, 영상을 접하는 순간 동쪽의 에덴의 기시감이 꽤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될 듯 합니다.

☞ XI Avant 프로젝트 페이지 (바로가기)

공식 홈페이지의 프로모션 영상은 깔끔하고 감각적인 카미야마/프로덕션 I.G 식 비주얼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각기동대 SAC부터 동쪽의 에덴에 이어 이번 작품에도 엠블렘이 등장하고 있군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의식이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작 TV 시리즈나 극장 아니메가 아니라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만, 카미야마 감독의 신작을 기대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약간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영상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접하기가 힘들 듯 합니다. XI Avant는 3월말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후, 공각기동대 SAC 3D 극장판 개봉시 선행영상으로 극장에서 상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기간은 4월 2일부터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MIYAMA KENJI / Production I.G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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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스탭>

◈ 감독: 오시이 마모루
◈ 원작: 모리 히로시
◈ 제작: 프로덕션 I.G


<시놉시스> 

번의 전쟁 후 평화가 찾아온 근 미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전쟁을 일종의 쇼로 만들어 전문기업으로 하여금 전쟁을 대행토록 한다. 이러한 가식적인 평화 속에 사람들은 TV 속에 벌어지는 전쟁을 그저 남의 일처럼 여기게 된다. 전쟁은 로스톡社과 라우테른社 간의 대결로 치닫고 있었는데, 라우테른社의 전설적인 파일럿 '티쳐'는 모든 파일럿들에게 공포이자 경외의 대상으로 여기지고 있다.

한편, 로스톡社의 유럽전선 기지 우리스로 배속된 신참 파일럿 칸나미 유이치. 이전의 기억이 없는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의 모습을 한 킬드레이다. 킬드레는 전쟁을 쇼로 만든 이 세계에서 사람들을 대신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이면서도 인간과는 다른 존재, 영원한 전쟁을 위해 늙지 않는 소년 소녀들이다. 우리스 기지에 배속되어 기지 책임자에게 전입신고를 하는 유이치. 기지 책임자이자 킬드레 출신인 쿠사나기 스이토와 칸나미 유이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노센스 이후 4년만에 돌아온 오시이 마모루의 신작

작인 공각기동대의 속편 '이노센스(2004)'를 통해 오시이 감독스러운 색체의 극단적인 절정과 그로 인한 거부감(아마 이러한 평가를 감독 자신은 즐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시이 감독은 그의 영화는 1만명 정도의 관객이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죠. 1편의 영화를 100만명이 1번씩 보든 만명이 100번씩 보든 같다고 생각하는 그인데요. 실제로 오시이 감독의 마니아들이라면 그의 작품을 대부분 몇 번씩은 감상했을 겁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든요.)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오시이 마모루. '공각기동대(1995)'를 통해 그를 알게 된, 그의 작품에 다소 생소한 팬들이라면 오시이 마모루의 이런 모습은 어김없이 불편함과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상업용 대중예술로서의 만화영화, 모든 사람이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영화라는 관점에서 오시이 감독의 작품들은 늘 규격 외의 것들이었죠. 실상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가져다 준 공각기동대도 일본 내 첫 개봉시에는 참혹할 정도로 관객의 외면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2008년, 마침내 새로운 작품을 들고 우리의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보다 늦은 2010년에 이르러서야 개봉(현재 개봉 중이지만 언제 극장가에서 내려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중이지만, 어찌되었건 마침내 4년만에 찾아온 오시이 감독의 다소 불편할지도 모르는(?) 신작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스카이 크롤러(2008)'입니다.

언제나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문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로 '아니메의 철학자'로 불리는 그의 이번 신작은 과도한 난해함으로 인해 '현학적이고 잘난척 하는 것 같다'라는 혹평을 들었던 이노센스 직후의 작품(물론, 그 사이 어썰트 걸이라는 실사영화가 있지만)이라는 점에서 여러가지 기대와 우려를 갖게 합니다. 과연 오시이 마모루는 전작의 비평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좀더 대중친화적인 작품으로 찾아올 것인지, 아니면 이제껏 그래왔듯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어김없이 펼쳐갈지가 말이죠. 기대 속에 베일을 벗은 스카이 크롤러는 과연 오시이 감독의 작품다움에도 불구하고 이전과는 다른, 메마름 속에 한줄기 서정적인 감성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늙지 않는 소년들인 킬드레와 티쳐가 작금의 일본시대의 젊은이와 기성세대를 비유한 것 때문일까요, 아니면 압도적인 영상미의 CG 공중전에서 느껴지는 시원해진 기분 때문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쿠사나기와 칸나기 유이치의 잔잔한 멜로라인 덕분일까요. 하늘을 수놓는 비행기들의 거친 엔진음 사이로 퍼지는 애잔한 카와이 켄지의 음악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압도적인 영상미로 그려진 쓸쓸하고 메마른 창공

입부에 펼쳐지는 장쾌하고 실감 넘치는 프로펠러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스카이 크롤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참으로 오랜 만에 느껴보는데요. 짧게는 곤조의 '전투요정 유키카제(2001)'나 '라스트 엑자일(2003)'에서부터 길게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1992)'와 '천공의 성 라퓨타(1986)', 그리고 故 토리우미 히사유키의 '에어리어 88(1985)'과 '독수리 5형제(1972)'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겠습니다. 실제로 오시이 마모루는 토리우미 감독의 제자로 독수리 5형제를 통해 연출로 데뷔했으니, 스카이 크롤러는 공중전 연출의 장인이었던 스승의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또다른 비행씬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현재 붉은 돼지 속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들리고 있지요.)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에어리어 88에서 보여주었던 실감 넘치는 공중전의 묘사는 제자인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에서도 그대로 계승 발전되었습니다. 밀리터리 마니아인 오시이 감독의 정체성에 CG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의 모습이 반영된 놀라운 퀄리티의 영상미는 좌중을 압도하는데요. 전작인 아발론이나 이노센스에서 보여준 실사와 아니메의 결합(아발론에서는 실사를 아니메처럼 촬영하고, 이노센스에서는 아니메를 실사처럼 촬영하는 시도를 함. 결국 두 번 모두 미완성에 그치지긴 하지만...)이라는 실험적 연출기법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보다 사람들이 보기 편한 CG로 대중적인 접근을 취했다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공중전 외에는 2D 작업과 셀 애니메이션의 활용으로 이노센스에서 느껴졌던 거부감을 상당부분 줄인 것으로 추측되는군요.

결국, 영상미에 있어서 전작의 실험정신과는 다른 대중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너무도 섬세하고 정확한 장면구성과 움직임 덕에 비주얼은 여전히 우리에게 압도적인 느낌을 줍니다. 즉, 기막히게 멋지지만 너무도 완벽한 나머지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말인데요. 마니아의 경우라면 몰라도 일반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그 영상만으로도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극사실주의적인 색체를 어김없이 보인다 하겠습니다. 

이런 스카이 크롤러의 완벽한 영상미학은 공중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굳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비교한다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늘이 로맨티스트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반면, 오이시 마모루의 하늘은 차가우리만치 냉정한 이성주의자의 그것이라고나 할까요. 전자와 후자의 퀄리티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 싶군요. 단지 취향의 차이일 뿐, 오시이 감독의 영상미는 확실히 그만의 정체성을 보란듯이 화면 가득 빛내고 있습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영원한 젊은 속에 시들어가는 피터팬, 킬드레

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킬드레'라고 불리는 어린 소년 소녀들입니다. 나이를 먹지않는, 정상적으로 태어났다기 보다는 무언가 인공적인 방법에 의해서 태어난 존재인 킬드레. 전쟁이라는 인류 최대의 인공적 재앙을 쇼로 만들고, 그것을 아이들의 모습을 한 킬드레가 대신한다는 스카이 크롤러의 설정은 다분히 충격적이면서도 수많은 아니메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의 심오한 변주곡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킬드레는 풍요로운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길들여져 어른이 되기를 싫어하는 현재의 젊은이들을, 그들과 맞서게 되는 정체불명의 격추왕 '티쳐'와 전쟁회사에 속한 어른들은 삐뚤어진 사회를 구축한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비유로, 확실히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을 띈 아니메에 자주 등장하는 어린 소년 소녀 전사들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고 하겠지요.

스카이 크롤러는 이러한 킬드레의 모습을 비행기를 몰고 신기의 조종술로 적군들을 쓰러뜨리는 멋진 피터팬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어린 시절 또는 부모의 기억과 같이 정상적인 인간들이 가져야할 추억을 제거당한 체 매일매일 반복되는 전쟁 쇼 속에서 매말라가는 소년들의 모습으로 묘사함으로써 보통의 아니메와는 다른 쓸쓸한 분위기를 이끌어 냅니다. 미성년자인 이들이 애연가인냥 연신 담배를 피워대거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콜걸과 잠자리에 드는 모습은 십대의 탈선이나 방황, 혹은 주인공들을 멋지게 보이기 위한 클리셰라기보다는 반복되는 전장과 잃어버린 자아라는 공허감을 메우기 위한 그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인 듯 위화감과 애처로움이 느껴지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감정이 없는 듯한 메마른 표정과 함께 시종일관 잔잔하게 묘사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는 심연 속에 어두운 무언가가 존재하는 잔잔한 바다와 같은 형상을 띄게 됩니다.

특히, 이야기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우리스 기지의 지휘관 쿠사나기 스이토의 경우는, 킬드레로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생존하며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었으며, 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마치 어른과 킬드레의 경계선 상에 위치한 인물로, 작품의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한다고 하겠는데요. 불안한 심리상태와 알 수 없는 공허감 속의 그녀는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는 킬드레가 인간다움을 갖기 시작하는 과정의 모습이며, 동시에 어른이 되기를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마침내 사회에 첫발을 들인 그 시점의 모습과도 같은 것으로, 그녀를 통해 주인공인 칸나기는 킬드레로서의 자신의 존재에 물음표를 던지게 되고, 마침내 그 운명에 맞서기 위해 티쳐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칸나기의 잊혀진 과거 역시 작품의 중요한 이야기거리입니다. 이 소재는 약간의 미스테리적인 형식을 취하면서 관객들에게 가벼운 수수께끼를 던져주게 되는데요. 이것이 그리 난해한 것은 아니지만 작품 내에서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상으로 그럴 것이다라는 모호한 답을 남긴 체 긴 여운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전부터 그래왔지만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에는 깔끔한 결말이란 없습니다. 마치 무대의 조명이 서서히 꺼지면서 페이드인 하듯, 결말은 서서히 관객의 마음 속에서 꺼져가듯 사라지죠. 이러한 이야기는 명확함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더없는 허무함과 공허감을 안겨줍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전체적으로 무겁게 깔려 있는 분위기 속에 새로온 신참 동료의 신문 접는 모습을 보며 칸나기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그리고 킬드레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 깊은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무언가가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쿠사나기와 칸나기의 인연은 현재에서 벗어나 과거와 미래를 향하기 시작합니다. 


긴 여운의 결말... 그리고 오늘 밤은 별에 안기어

라울 정도의 스펙타클한 공중전과 답답할 정도로 가슴 아프고 숨막히는 킬드레의 이야기는 묘한 부조화를 던져줍니다. 오시이 감독 스스로는 자신을 상업 만화영화 감독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실상 그가 보여준 작품들의 스펙트럼은 상업영화라는 표현이 무색한 난해한 작품들이 대부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시이표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 비주얼에서 상업적인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가 연출한 작품 중에 유일하게 비주얼에서도 상업적이지 않았던 작품은 '천사의 알(1985)'이 아닐까 싶군요. 그러나 그러한 상업적인 비주얼 위에 풀어놓는 오시이 표 이야기는 언제나 끊임없는 자아와 정체성의 되물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실로 부조화스러운 작품들 그 자체랄까요.

다만, 스카이 크롤러는 그런 오시이 특유의 현학적 이야기와 상업적 극사실주의 속에서 한줄기 로망의 빛이 스치고 지나간 듯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격정적이지는 않지만 위험한 것처럼 아슬아슬한 쿠사나기와 칸나기의 애정선은 작품의 주제, 즉 성장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정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열쇠처럼 빛난다고 할까요. 너무나 메마른 느낌의 이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둘의 관계는 오히려 뜨겁지 않기에 애잔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감정이 메마른 쿠사나기가 칸나기에게 조금씩 마음을 보이는 이런 광경은 사실 오시이 감독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구요. (공각기동대나 패트레이버에서도 그랬지만, 오시이 감독의 작품에서 러브스토리는 드라마가 아닌 팩트 그 자체로 묘사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마침내 칸나기는 티쳐에게로 기수를 돌립니다. 메마른 킬드레들의 가슴에 넓고 푸른 창공은 아름답지만 차가운 요람이자 묘지입니다. 때마침 엔딩에 흐르는 아야카의 '오늘 밤도 별에 안기어(今夜も星に抱かれて)'은 너무도 작품의 엔딩과 잘맞는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러닝타임 내내 참고 참았던 감정이 녹아내리듯 흘러나오는 음악 속에 장면은 서서히 페이드 아웃되고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아, 엔딩 스탭롤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시길. 엔딩곡이 너무도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 끝에는 또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사이트>

[1] スカイ・クロラシリーズ, Wikipedia Japan
[2] 스카이 크롤러 スカイ クロラ, 2008, 씨네 21

[3] <스카이 크롤러> 오시이 감독의 수작 애니메이션, 무비조이
[4] ‘스카이 크롤러’ 오시이 마모루 감독, 존재, 그 이상의 주제는 없다!, 무비위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달의 영화 리뷰 2010년 11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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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13화 CG 애니메이션으로 찾아올 시로 마사무네의 싸이버펑크 걸작.

ⓒ 2007 Shirow Masamune / Seishinsha · EX MACHINA Film Partners

2008년도 극장판 포스터

로 마사무네의 코믹스로 공각기동대보다 먼저 발간되어 SF 마니아들의 큰 지지를 얻었던 '애플시드(Apple Seed)'가 앞선 두 편의 극장판 아니메(2004년 2007년에 각각 개봉. 88년도의 단편 OVA도 있었음)에 이어 마침내 TV 시리즈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극장판의 스타일을 이어가듯 TV 시리즈 역시 CG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고 하는군요. 전 13화의 분량으로 2011년 봄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획은 극장판 애플시드 두 작품의 기획을 맡았던 미콧&마사라(Micott & Basara)가 맡고 있구요. 제작은 공각기동대 시리즈부터 '고스트 하운드(2007)', 'R.D 잠뇌조사실(2008)' 등을 통해 시로 마사무네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Production I.G가 제작을 맡고 Jinni's Animation Studio가 제작협력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 스튜디오는 디즈니 재팬에서 제작한 단편 3D 애니메이션 'Fireball'의 제작을 맡기도 했지요.

Jinni's Animation Studio가 제작에 참여한 Fireball. ⓒ Disney

감독은 하마나 타카유키로, '테니스의 왕자(2001~2005)'부터 '쵸콜릿 언더그라운드(2008)', '도서관 전쟁(2008)', '짐승 연주자 에린(2009)'와 같은 드라마 중심의 아니메에서 주로 활약해온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반 걱정반이군요. 각본은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의 각본부터 R.D 잠뇌조사실 등의 작품의 각본을 맡으며 시로 마사무네의 작품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는 후지사키 쥰이치가 맡았습니다. 후지사키 씨의 경우는 하마나 타카유키 감독과 짐승 연주자 에린에서 같이 작업한 전례도 있고 하니 호흡은 어느 정도 문제가 없을 듯.

이외에도 Production I.G의 간판 작화감독 고코 타카유키가 캐릭터 디자인 및 작화감독을 맡아 공각기동대에서 이어지는 사실적이고 극화적인 스타일을 선보일 것 같구요.(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드는군요. 반면, 그로 인해 캐릭터적인 매력은 요즘 아니메 층에는 어필하지 못할 듯 싶다는 예상도 됩니다.) 공각기동대 극장판 'Ghost in the Shell(1995)'과 '이노센스(2004)'에서부터 애플시드 극장판에 이르기까지 시로 마사무네의 메카닉을 아니메로 재현하는데 있어서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센스를 보여준 타케우치 아츠시가 역시 이번에도 메카닉 디자인을 맡는다고 합니다. 캐릭터와 메카닉에 있어서는 큰 이견이 없을 정도로 탁월한 선택이지 않나 싶습니다.

CG 애니메이션이지만 극장판과 같은 툰쉐이딩 기법의 CG 아니메가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일반 CG 아니메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작업량도 많고 하니 비록 짧은 분량이긴 하지만, TV 시리즈로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이래저래 스탭진 구성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압도적인 CG로 멋진 영상미를 보여주었지만 스토리에 있어서는 평이한 모습을 보이며 범작에 그친 두 편의 극장판을 능가하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줄지가 관건이 아닐까 싶군요. 감독의 전작을 볼 때 과연 박진감 넘치는 싸이버펑크 액션물을 얼마나 잘 소화해낼지도 궁금하구요. 비주얼 쪽은 큰 문제가 없이 좋은 완성도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니 관건은 역시 각본과 이를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연출에 달려있지 않을까 합니다. 뭣보다 13화라는 짧은 분량이니 만큼 컴팩트하면서도 기승전결이 잘 갖춰진 이야기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내년 봄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홈페이지도 오픈되지 않은 상황인지라 자세한 진척도나 여러가지 정보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인데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애플시드의 귀환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해야겠습니다.

☞ 출처: Appleseed XIII CG Anime Series Green-Lit for Next Spring by ANN (보러가기)
☞ 원본출처: 士郎正宗の「アップルシード」が新たにアニメ化! 『アップルシード XIII』by MyCom Journal (보러가기)

덧붙임) 포스팅한지 하루만에 홈페이지에 프리뷰 페이지가 생겼군요. 아니메 공식 이미지라기보다는 그냥 홈페이지를 위한 일러스트인 듯 싶습니다.

ⓒ 2007 Shirow Masamune / Seishinsha · EX MACHINA Film Partners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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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메의 철학자와 전대물의 원조 히어로가 조우하다.

ⓒ Ishimori Productions


2010년 10월 5일부터 8일까지 일본 시바시의 전시장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리는 2010 CEATEC Japan 쇼의 파나소닉 부스에서, 파나소닉이 스폰서를 맡고, 프로덕션 I.G가 제작을 맡은 Full HD 3D 애니메이션 '사이보그 009'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연출을 맡은 이는 무려 오시이 마모루 감독.

☞「009」3D立体視アニメ公開 押井守が映像制作, AnimeAnime (보러가기)
☞ Mamoru Oshii, Production I.G Make 3D Cyborg 009 Anime, Anime News Network (보러가기)

현재 4분 45초 정도 길이의 영상으로 제작되어 전시회 내에서만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것만 보아서는 파나소닉의 3D 기술력을 홍보하기 위한 홍보영상 수준이라고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홍보영상인데도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 카와이 켄지 음악감독까지 가세했으니 스탭진의 네임밸류는 막강하네요. 오시이 감독이 이런 작업도 하나요? 의외입니다.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는 극장용 아니메의 일부분을 공개하는 줄 알고 무척 흥분했는데, 현재로서는 극장 아니메로 제작을 기획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네요. 아쉽군요.

하지만, 전시회에서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면 파나소닉이 극장 아니메 스폰서를 자처하지도 않을까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는다면, 상당히 난해난 사이보그 009가 될런지도 모르겠네요.

ⓒ Ishimori Productions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Ishimori Production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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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en of the East Production Committee / ⓒ 버즈픽쳐스 (한국판 DVD)

TV 시리즈가 DVD로 출시된지 체 얼마 되지도 않아 동쪽의 에덴 첫번째 극장판 'King of Eden'도 DVD로 6월 18일에 출시되었습니다. 오, 예상 외의 빠른 대응이로군요. TV 시리즈 출시 후 체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동쪽의 에덴은 TV 시리즈로 전 11화, 극장판으로 2부작으로 기획되어 있습니다. 별도의 스토리가 아닌, TV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극장판 2부작을 통해 비로소 완벽한 결말이 나는 작품입니다. TV 시리즈를 구하신 분이라면 당연히 같이 구비해야할 목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쉽게도 이번 극장판 DVD는 2부작이 모두 실린 DVD가 아닌, 극장판 1부만이 실린 패키지입니다. 디스크도 1장으로 구성되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셔플먼트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부족한 패키지일 것 같은데, 추후 출시될 극장판 2부 역시 디스크 1장으로 출시되겠군요. 조금 기다렸다가 1, 2부 통합 패키지로 출시해줬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아직 구입을 한 타이틀은 아닙니다만, 빠른 시일 내에 TV 시리즈와 극장판 DVD에 대한 리뷰로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지갑이 허락해준다면 말이죠, 흑.

극장판 DVD 역시 버즈 픽쳐스에서 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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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吉永裕ノ介・フレックスコミックス/「ブレイク ブレイド」製作委員会

유노스케 요시나가의 동명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한 '브레이크 블레이드'가 '공각기동대', '스카이 크롤러', '도서관 전쟁', '동쪽의 에덴' 등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명성높은 프로덕션 I.G를 통해 6부작 극장 아니메로 탄생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원제는 브레이크 블레이드이고, 공식 사이트의 일본어 명칭 역시 ブレイク ブレイド(브레이크 블레이드)로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Broken Blade가 올바른 표기입니다. 공식사이트 역시 영문표기는 Broken Blade로 표기하고 있구요. 제목처럼 몸체에 붙어 있는 칼날이 부러져 있는 고대의 골렘(거대 인간병기) 데루핀구를 의미하는 제목입니다.

석영이라는 마력의 돌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사는 1000년 후의 세계에서 희귀하게도 그런 능력이 없는 주인공인 라이가트와, 사관학교 시절의 친우이자 크리슈나 국왕인 호즈루, 같은 친구이며 호즈루 왕의 아내가 된 시균, 그리고 적국인 아테네즈 연방의 천재전사로 그들에게 칼을 뽑게 되는 또다른 친구 제스. 이야기는 이 4명의 친구들이 얽힌 세계에서 골렘이라는 거대 인간형 병기를 타고 싸우는 전쟁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마력이 없으면 다룰 수 없는 골렘 중에서도 고대의 골렘으로 그 누구도 조종이 불가능했던 골렘 데루핀구를 라이가트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는 역시 평범하거나 소외되었던 인물이 영웅으로 탄생하게 되는 전형적인 영웅탄생의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특히,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거대 인간형 병기 골렘의 경우는 건담 더블오를 통해 이미 멋진 메카닉 디자인을 선보였던 야나세 타카유키가 맡아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공식사이트에 디자인된 골렘들의 모습은 중량감과 스타일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만족스러운 느낌이네요.

그 밖에도 '마크로스 7'에서 감독을 맡았던 아미노 테츠로가 총감독을, '초수기신 단쿠가', '머신로보: 크로노스' 등에 참여했던 XEBEC의 이사 하바라 노부요시가 감독을, '풀메탈패닉 1기', '간츠', '유키카제' 등에서 스토리 작업을 했던 소고 마사시 등 로봇 아니메에서 경험을 쌓았던 스태프들의 참여로 인해 프로덕션 I.G의 오랜만의 로봇 아니메라는 불안감을 어느 정도 불식시켜주고 있습니다.

다만, 4분짜리 PV 영상에서 본 작화 퀄리티가 그동안의 프로덕션 I.G가 선보인 퀄리티에 비춰볼 때 TV 시리즈의 수준을 넘어가지는 못한다는 점(물론, I.G의 TV 시리즈 작화 수준은 몹시 높은 편입니다만)이나, 베테랑 스탭진이라고는 하지만, 캐릭터 디자인(노리타 타쿠시게)이나 메카닉 작화감독(마츠무라 타쿠야) 등 비주얼 쪽의 스탭진 일부는 큰 대표작이 없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 등, 전반적으로 프로덕션 I.G의 일류 스탭들이 참여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작에는 자회사인 프로덕션 I.G의 XEBEC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XEBEC 쪽에 스탭진의 무게가 실리지 않나 싶은 측면도 있네요.

골렘이라는 인간형 병기가 주름잡는 세상에서 1000년전에 만들어진 거대 골렘병기 데루핀구(고토부키야에서 출시된 프라모델의 영문명칭은 Delphine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일본어 발음은 데루핀구입니다. 그것을 반영해서인지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는 Dirfringe로 표기되어 있군요.)의 등장은 마치, 이 작품과 상당히 비슷한 설정을 보여줬던 다카하시 료스케 감독의 1985년작 '기갑계 가리안'을 연상시킵니다. 왕국과 같은 중세식 세계관에 마력이라는 개념과, 거대한 철거인의 등장은 판타지와 로봇아니메를 접목시킨 일련의 선라이즈 아니메에서 그 데자뷰를 찾을 수 있는데요. 이 장르를 꽤나 좋아했던 저로서는 그런 면에서 기대되는 바가 큽니다.

다만, 6부작이라는 극장용 아니메로 제작되는 것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는 높지 않았던 예고편의 퀄리티가 과연 본편에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지,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스탭진으로 과연 만족할만한 연출력과 이야기 전개를 보여줄지가 염려스러운 부분이긴 한데요.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이후로 그동안 잠잠했던 판타지와 로봇 아니메의 시도가 이번 브레이크 블레이드를 통해 다시 한 번 멋진 조합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브레이크 블레이드의 1장은 5월 29일 개봉예정입니다.

공식사이트 바로가기 (클릭)

© 吉永裕ノ介・フレックスコミックス/「ブレイク ブレイド」製作委員会

고토부키야에서 출시된 데르핀구 프라모델 from Hobby Search. (그림을 누르시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 권리는 © 吉永裕ノ介・フレックスコミックス/「ブレイク ブレイド」製作委員会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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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에덴 국내 DVD 케이스

ⓒ Eden of the East Production Committee / ⓒ 버즈픽쳐스 (한국판 DVD)


프로덕션 I.G 제작, 카미야마 켄지 감독의 2009년 화제작 '동쪽의 에덴'이 국내에 DVD 출시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YES24, 인터파크, 무비4989, 오즈DVD 등 국내 대형 인터넷서점과, 중소형 DVD 쇼핑몰 등에서 출시예정인데요. TTB를 제공하는 알라딘 쪽은 아직 출시상품으로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군요.

디스크는 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85:1의 Anamorphic 와이드 스크린과 돌비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기존의 와이드 스크린보다 더 넓은 화면비율을 제공함에 따라 라스트 씬의 미사일 격추 등과 같은 장면에서 꽤 좋은 느낌의 영상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5.1채널 지원도 그렇고 아니메 DVD로는 꽤 좋은 사양으로 출시되는군요.

카미야마 켄지 감독의 전작 공각기동대 SAC가 국내에서 제법 팔린 타이틀이라서 그런건지, 2010년도 노이타미나(NOITAMINA) 인기 프로라는 네임밸류 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무판권의 저가 DVD보다는 확실히 콜렉션으로서 좋은 가치를 할 듯 합니다.

그러나저러나, 동쪽의 에덴도 나온 마당에 카미야마 감독의 이전작인 정령의 수호자도 출시해줬으면 하는데... 일본 내에서도 (완성도가 좋았음에도) 좋지 않은 시청률을 보였던 작품인지라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동쪽의 에덴은 '슬럼독 밀리어네어', '국가대표' 등을 출시한 버즈 픽쳐스에서 출시됩니다. 5월 26일 출시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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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에 실려 있는 '정령의 수호자 (2007), 성장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동양 판타지'을 본 블로그에 옮긴 글입니다.

ⓒ上橋菜穂子 · 偕成社 · 精靈の守り人」製作委員会

<스탭>

◈ 감독: 카미야마 켄지
◈ 원작: 우에하시 나오코
◈ 제작: Production I.G


<시놉시스>

우연히 신요고황국의 둘째 황자를 구하게 된 호위무사 바르사. 둘째 황비의 초청으로 궁에 들어간 그녀는 황비로부터 둘째 황자를 호위해 이 나라에서 도망쳐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둘째 황자의 몸에 요괴가 붙어 있고, 이것이 황제의 신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둘째 황자는 암살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8명의 목숨빚을 짊어지고 있던 바르사는 그 의뢰를 받아들여 둘째 황자와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둘째 황자의 몸에 붙어 있는 것은 요괴가 아닌 정령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넘어온 정령의 알이었는데...



등장인물



1. 십이국기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오리엔탈 판타지 대작 아니메

아시다시피 반지의 제왕에서 비롯된 서양의 판타지 세계관(편의상 유럽 판타지로 표기)은 21세기를 맞이하여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등 전반적인 문화산업 새로운 소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 판타지 세계관을 쓰는 양상이 되었습니다.) 원래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삼시 세끼를 매 번 먹다보면 질리는 법. 그런 면에서 질리도록 소비되고 있는 서양 판타지에 대안으로 동양의 판타지 세계관(편의상 오리엔탈 판타지로 표기)은 그만큼 방대하고 다양한 소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몇 몇 컨텐츠 외에는 아직까지는 이를 훌륭하게 묘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오리엔탈 판타지를 소재로 한 작품들. 좌측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십이국기(코바야시 츠네오 감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천녀유혼(서극 감독)', '후시기 유우기(카메가키 하지메 감독)'.

이런 오리엔탈 판타지 소재는 오히려 진부함을 벗기 위해 유럽 판타지에 곁들여진 양념마냥 작품에서 조금씩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TRPG의 세계관으로 유명한 '포가튼 렐름'의 세계관에는 일본의 도검을 모델로 한 카타나나 중국의 소림사 승려를 기본으로 한 몽크와 같은 소재와 캐릭터가 등장하고, 일본의 아니메나 RPG 게임에는 권법가나 사무라이와 같은 동양적이거나 일본적인 색체를 가진 캐릭터와 소재가 등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컨텐츠 전체를 오리엔탈 판타지로 구성한 작품들은 아직도 유럽 판타지에 비해 그 수가 적고, 또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판타지를 소재로 컨텐츠의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이런 배경을 전제 하에서 이번에 얘기할 작품인 '정령의 수호자'는 오리엔탈 판타지를 상당히 고급스럽고 정갈하게 묘사해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 공각기동대 SAC의 스탭진들이 다시 뭉치다

감독과 각본은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로 떠오르는, 또한 개인적으로 상당히 팬이기도 한 카미야마 켄지 감독입니다. (정령의 수호자가 방영된 시점에서) 아직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 외에는 이렇다 할 필모그라피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만들어낸 작품 대부분이 (흥행여부와는 관계없이) 높은 완성도를 지닌 작품들이기에 앞으로의 작품에 대한 기대치도 굉장히 높은 인물이라고나 할까요. 그의 데뷔작은 패트레이버의 외전격 단편인 '미니 파토(2002)'라는 작품으로 종이로 오려낸 캐릭터들을 실사로 촬영하는 독특한 영상기법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이때부터 범상치 않은 그의 연출력은 빛을 발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미니 파토의 독특한 연출 방식은 그의 최신작 '동쪽의 에덴'의 엔딩 영상에서 다시 한 번 사용되기도 하지요.)

ⓒHEADGEAR / EMOTION / TFC

켄지 감독의 데뷔작인 미니파토. 종이인형을 이용한 특이한 연출과 특유의 개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패트레이버 세번째 극장판 DVD에 부록으로 들어가 있다. 공각기동대 DVD 부록인 '타치코마의 일상'과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 士郎正宗 · Production I.G · 講談社 · 攻殻機動隊製作委員会

정령의 수호자 스텝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 공각기동대 SAC TV 시리즈. 비록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아니었지만,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이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시점에서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음에도 불구, 극장판과는 또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높은 완성도의 작품으로 새롭게 구성.

음악 역시 공각기동대 극장판 1편과 이노센스 등으로 유명한 일본 아니메의 대표적인 음악감독인 카와이 켄지씨가 만들어 작품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제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인기 락 그룹 라르크엔시엘이 맡아 작품 초반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지요. 그외에 고토 타카유키 이하 여러 작화스탭들, 다케다 유스케 미술감독 등 많은 스탭진들은 공각기동대 SAC 시리즈에 참여한 Production I.G의 베테랑 스탭진들인지라 완성도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줍니다.

캐릭터 디자인 원안을 맡은 아소 가토우씨는 18금 헨타이 코믹스 작품을 여럿 그려낸 꽤 재미있는 이력을 갖고 있는데요, 물론, 이 작품에서는 그의 이런 장기는 전혀 발휘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생각 외의 완성도를 보여준 듯 합니다. 작품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러스트가 아마 그의 일러스트가 아닐까 추정되는군요.

원작자인 소설가 우에하시 나오코씨는 정령의 수호자를 1부로 하여, 어둠의 수호자, 꿈의 수호자 등의 집필했으며, 주인공 중의 한 명인 챠그무가 주체가 되는 여행자 시리즈 또한 있다고 하니 소설로도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원작자체가 상당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베스트셀로서, 우헤하시 나오코 본인이 아니메와 공각기동대의 열렬한 팬이라고도 하는군요.


3. 판타지라는 색상으로 훌륭하게 채색된 성장 드라마

오리엔탈 판타지를 그 외관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정령의 수호자는 액션이나 어드벤처보다는 드라마에 더 집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바르사와 바르사가 호위하게 된 정령의 알을 품은 어린 황자 챠그무, 이야기는 뜻하지 않은 대자연의 숙명을 짊어지게 된 아이가 그 숙명과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하여 한 인간으로,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커다란 나무에 자그마한 에피소드들이 나뭇잎처럼 붙어서 하나의 거대한 나무로 형성화하는 듯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上橋菜穂子 · 偕成社 · 精靈の守り人」製作委員会

성장 드라마에 걸맞게 챠그무는 확실히 자라고 있다, 무럭무럭. 우리 아이가 26주만에 이렇게 컸어요.

성장 드라마는 아동과 청소년이 주시청 대상인 애니메이션, 특히나 아니메에 있어서는 거의 어느 장르에나 쓰여지는 하나의 테마입니다만, 정령의 수호자는 그 주인공을 이미 성장한, 그리고 챠그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자라난 바르사라는 인물로 상정한 다음, 그가 지켜야 하는 인물인 챠그무가 성장하는 모습을 제3자적인 입장에서 보여줌으로써, 청소년 층 뿐만 아니라, 성인층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줍니다.

거기에 판타지라면 의례 등장하는 마법이나 괴물과 같은 요소들이 이 작품에서는 주된 이야깃거리가 아닌(물론, 정령의 알이라는 작품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판타지 요소, 그 자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그리 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보조적인 역할로 사용되면서, 흥미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에서도 성숙한 전개를 원하는 고연령대의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上橋菜穂子 · 偕成社 · 精靈の守り人」製作委員会

작품 속에 등장하는 판타지 소재는 때로는 양념처럼, 때로는 메인 음식처럼 사용되어 결코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느낌이다.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그리고 작품을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러한 전개가 자칫 지루함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정령의 수호자는 지루할 수도 있는 이런 전개를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각본과 연출로 멋지게 풀어 나간다는 점에서 밀도있고 심도있는 재미를 선사하지 않나 싶습니다. 공각기동대 시리즈에 이어 켄지 감독은 상당히 영화적이고도 리얼한 연출방식으로 작품을 이끌어 나갑니다.


4. 세계관 속에 교묘하게 녹아든 일본과 중국의 문화

오리엔탈 판타지는 그리스/로마 신화, 북구신화, 이집트 신화 등으로 그 소재가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은 몇가지에 고정되어 있는 유럽 판타지와는 달리, 각 나라의 설화나 건국신화 등에 그 모티브를 두고 있어서 나라 별로 다양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일본인이 만든 정령의 수호자는 일본의 옛모습을 모티브로 판타지 세계를 창조해내고 있습니다. 챠그무의 나라이자 이야기의 주된 배경인 신 요고황국은 그 복식, 병사들의 무장, 주민들의 생활방식, 황궁의 모습 등을 일본의 옛모습에서 모티브를 받았다는 것이 눈에 뜨일 정도이고, 바르사의 고향인 칸발은 마치 중국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지만요.)

ⓒ上橋菜穂子 · 偕成社 · 精靈の守り人」製作委員会

전체적인 복식이나 건축물, 생활상은 일본의 그것을 사용하고 있으나 간간히 외국의 것들도 등장하고 있다. 스틸 샷의 좌측 하단에 보이는 의상은 중앙 아시아나 러시아의 전통의상을 기본으로 한게 아닌가 하는 싶다. (실제로 등장인물도 파란 눈에 금발이다.)

특히, 이 작품에 바르사 일행과 대척하고 있는 요고황국의 황실무사들은 일본의 사무라이와 닌자를 연상시키는 듯한 복식과 행동으로 마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전설적인 작품 '7인의 사무라이'를 그 모티브로 삼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게 합니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7명이 아닌 8명이 나오니 거기까지는 억측일지도 모르겠군요.)


5. 쿠사나기 모토코의 환생? 강인한 여성상과 모성상을 동시에 보여준 바르사

정령의 수호자는 주인공의 한 명인 챠그무의 성장을 그 주제로 한 작품이지만, 그를 보살피고 인격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게 지켜주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바르사의 절대적인 영향력이 작품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술의 달인으로 탁월한 임기응변과 대담함, 그리고 용의주도함을 갖춘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아니메 팬들은 어떤 여성 캐릭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바로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히로인 쿠사나키 모토코 소령말입니다.

물론, 쿠사나기 모토코가 바르사의 롤모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모토코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 원작이 공각기동대보다 먼저 나왔다고 하니 말이죠. (애니메이션보다 소설이 먼저 나왔다는 것이고, 실제 공각기동대 코믹스보다는 정령의 수호자 쪽이 나중에 출간됐습니다. 공각기동대 코믹스는 80년대 작품.) 아마, 감독 이하 공각기동대의 스탭진이 대거 투입되다보니 작화같은 부분에서부터 자연스레 비슷한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군요. (제 경우에는 성우가 같다는 착각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바르사는 안도 마부키씨가, 모토코는 타나카 아츠코씨가 맡았습니다.) 그러나, 바르사는 모토코와 다른 점을 하나 갖고 있는데, 그것은 어쩌면 이 작품에서 그녀를 가장 돋보이게 해줄지도 모르는 모성애가 아닐까 합니다.

ⓒ 士郎正宗 · Production I.G · 講談社 · 攻殻機動隊製作委員会 (좌) / ⓒ上橋菜穂子 · 偕成社 · 精靈の守り人」製作委員会 (우)

같은 스텝진이 그려낸지라 둘의 느낌은 외모 상으로도 상당히 비슷하다. 인조피부의 효과인가 화장술의 덕인가, 모토코 여사가 좀 더 뽀샤시 해보이는...

챠그무를 대하는 바르사의 모습은 단순한 호위무사 이상의, 챠그무를 강인한 인간으로 키우는 데 많은 역할이 할애되어 있고, 실제 중간의 전개과정은 그러한 바르사와 챠그무의 관계와 에피소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모성애라기보다는 오히려 부성애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앞에서는 엄하게, 뒤에서 따뜻하게 지켜보는 그런 모습은 확실히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에 가까운 모습이랄까요. 그것은 그녀가 어머니없이 먼 타국에서 외롭게 자란 탓에 여성스러움을 잃어버린 것도 있겠지만, 지그로에게 맡겨져 길러져 온 탓에 지그로의 남성적인 육아방식에 많은 영향을 받은 탓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녀가 여성인 이상, 그것은 부성애보다는 모성애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듯 합니다. 다만, 그 외향적 모습이 무뚝뚝하고 남성적일 뿐이겠지요.

어떤 분들께선 첫 도입부에서 보여준 바르사의 현란한 액션씬에 매료되어 이 작품을 보셨을 수도 있겠고, (물론, 이 현란한 액션 역시 정령의 수호자의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중간 에피소드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액션 때문에 많은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바르사의 진정한 매력은 그 현란한 무예보다는 오히려 그녀의 강인한 모성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上橋菜穂子 · 偕成社 · 精靈の守り人」製作委員会

3화에 등장한 바르사와 황실 무사들의 액션장면. 이 씬 하나로 초반 이 작품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최고조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현란한 움직임을 스피디하게 표현해낸 것도 훌륭지만, 그 빠른 전개 중에 사이 사이 슬로우 모션으로 주인공의 위기 상황을 강조한 연출력은 애니메이션으로선 매우 높은 수준의 연출 중 하나일 듯. (특히 저 창의 끈이 격투 중간중간에 조금씩 풀리는 연출은 매우 감탄)


6. 수호자 시리즈의 연이은 애니화를 기대하면서...

정령의 알을 품은 탓에 나라의 재앙으로 오인받으며 죽음에 몰린 왕자를 맡아 도망길에 오르는 젊은 여자무사의 이야기는 최초에는 긴장감 넘치는 탈주극으로 우리를 이끈 연 후,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원치 않은 사명과 업을 짊어진 어린 왕자가 백성들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드라마적인 전개와 잔잔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하다가 말미에 이르러서는 왕자가 품은 정령의 알을 빼앗기 위한 정령계의 괴물과, 시시각각 왕자를 쫓아오는 황국무사들의 추격, 그리고 정령의 알을 꺼내고 왕자를 구하기 위한 바르사 일행의 실마리 찾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로 다시 늦춰진 긴장감을 팽팽히 당겨줍니다.

특히 그 중간에 등장하는 바르사의 감춰진 과거, 지그로와의 추억 등은 이 이야기의 또다른 사이드 스토리로서의 흥미를 주는 요소라고도 할 수 있지요. 사실 원작 소설의 경우는 이 에피소드의 완결 이후, 바르사가 다시금 그녀의 고향인 칸발로 돌아가 지그로 등과 얽혀진 오랜 이야기를 해결해 나가는 원톱 주인공으로서의 바르사의 모험 이야기가 다루어 집니다만, 아쉽게도 정령의 수호자의 후속작이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듯 싶습니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저조했던 시청률 덕에 이 작품의 후속이 더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무척 아쉽기도 합니다. 물론, 액션에 많은 관심을 두고 보신다면 지루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 이런 진지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은 매일 자극적인 패스트푸드와 서양식 식단으로 지친 우리의 몸에 깔끔한 웰빙음식과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글쎄요,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아니메 팬들의 입맛이 다시금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할 때는 바르사를 다시 볼 수 있지는 않을까요. 기약없는 바르사의 모험 이야기가 언제고 다시금 우리에게 들려올 날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上橋菜穂子 · 偕成社 · 精靈の守り人」製作委員会

시작은 또 다른 이야기의 결말. 끝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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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ion I.G가 제작 중인 '망각의 섬, 하루카와 마법의 거울(ホッタラケの島, 遥と魔法の鏡, 이하 망각의 섬)이 올 여름 극장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 2009 Fuji TV / Production I.G / 電通

그림 1. 망각의 섬 공식 홈페이지 (출처: 망각의 섬 공식 홈페이지)
 
보시다시피 후지 TV 개국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후지 TV에서 기획하고 Production I.G가 제작을 맡은 3D 애니메이션입니다. Production I.G는 근래 동쪽의 에덴부터 전국 바사라, 도서관 전쟁, R.D 잠뇌 조사실, 신령사냥 고스트 하운드, 정령의 수호자, 공각기동대 TV 시리즈 등, 셀화 기반의 2D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어 왔습니다만, 사실 3D를 주축으로 한 CG 분야에도 조예가 깊은 제작사입니다.(언급한 위의 작품들에도 음으로 양으로 많은 CG가 사용되었지요.) 이번 '망각의 섬'은 Production I.G의 오랜만의 Full 3D 극장판 영화로서, 그간 절제하고 있던 그들의 3D 기술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야기 구조는 공식 홈페이지의 메인과 제목만으로도 쉬이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루카라는 소녀가 망각의 섬이라는 신비로운 곳에서 벌이는 모험 이야기이죠. 아마도 중요한 키 아이템은 마법의 거울일 듯 합니다. 꼬마 돼지처럼 생긴 귀여운 생물이 그녀의 모험의 동반자가 되겠군요. 전형적인 전연령가 아동용 작품을 위한 이야기로, 큰 복선이나 갈등구조 없이 단선적이면서도 보기 편한 전개가 되리라 예상됩니다. 결국, 얼마만큼 신나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할 것이냐가 관건이 되겠군요.

감독은 특이하게도 애니메이션 연출가 출신이 아닌, CF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력을 쌓았으며, 2003년 '프린세스 블레이드'로 영화계에 데뷔한 신예 사토 신스케가 되겠습니다. 각본은 만화 고쓰(GOTH)의 원작자인 아다치 히로타카(펜네임: 오츠이치)가 사토 신스케와 공동으로 맡았으며, 연출은 '도쿄 마블 초콜릿(2007)'의 감독 시오타니 나오요시가 맡아 애니메이션적 노하우를 보태주고 있습니다. 2009년 8월 22일 일본 개봉예정.

© 2009 Fuji TV / Production I.G / 電通

그림 2. 트레일러 스틸샷. (출처: 망각의 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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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엘렌 실:라 루:멘 오멘티엘보 at NAVER'의 '슈발리에, Le Chevalier Deon (2006)'을 수정하여 옮긴 글입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스탭>

◈ 감독/스토리보드: 후루카시 카즈히로
◈ 원안/시리즈 구성/각본: 우부카타 토우
◈ 제작: 슈발리에 제작위원회 / Production I.G


<시놉시스>

격동과 혼란의 18세기 프랑스. 기밀국의 일원으로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고 있던 여기사 리아 드 보몽의 시신이 세느강가에서 발견된다. 리아의 쌍동이 동생인 데온 드 보몽은 누이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기밀국에 몸을 담게 되고, 누이의 죽음과 근래에 벌어지고 있는 여인들의 연쇄 실종사건이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진실에 다가서려는 순간, 괴물로 변한 사람들의 습격을 받게 된 데온.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절체절명의 순간, 갑작스레 그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1. 일본식 양념이 제거된 프랑스식 정통 퓨전 요리같은 작품

슈발리에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말의 유럽은 산업혁명을 통한 농업중심의 사회에서 산업주의 사회로의 이전, 신분제, 봉건제의 붕괴에 따른 계급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로의 이전 등 서구 유럽사회에서 르네상스 혁명 이후로 가장 엄청난 변화들이 있었던 시기입니다. 슈발리에는 그러한 시대의 변화의 직전에 놓여있던 프랑스 왕정의 말기를 기점으로 하여, 시편과 그에 얽힌 왕가의 미스테리,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등장인물들의 모험과 드라마를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을지는 모르지만) 프랑스라는 어감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럽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묘사해냈습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1. 주인공 데온 드 보몽의 모습(좌). 남자가 되었다가 여자가 되었다가 하는 란마...는 아니고 성정체성을 잃어버린 미청년. 데온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3인의 총사 듀란, 테라고리, 로빈(중).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력구성을 보여준다. 데옹과 그의 약혼녀 안나(우). 주인공의 약혼녀지만, 기존의 아니메와는 달리 평범한 스타일이 오히려 더 특색이 있다.

근래의 아니메에서 유럽 또는 서양의 모습이란 일반적으로 그 겉모습과 형식만 빌려왔을 뿐, 작품 속 등장인물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은 언제나 일본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겉모습만 유럽식이었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이러한 모습들은 중세시대의 세계관을 기본으로 한 일본식 판타지 아니메에서 많이 보여졌는데요, 이런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고증이 부족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베르사이유의 장미(1979), '엠마:영국식 사랑이야기(2005,2007)' 등과 같이 시대적 배경을 잘 살려낸 작품들도 있습니다만.
 
물론, 이런 현상(고증이 부족한 작품)은 아니메에서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 고증이 부족한 작품들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고증이 철저한, 즉 리얼리티가 뛰어난 작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일겁니다. 그런 면에서 슈발리에는 18세기 말의 프랑스를 만화영화치고는 정말 멋지게 재현에 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부카타 토우'라는 촉망받는 젊은 작가의 원작에, '공각기동대 SAC(2002,2004)', '정령의 수호자(2007)' 등 고품격 성인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Production I.G의 제작 매치업은 훌륭하기 그지 없는 투톱이군요.
 
마치 본고장의 프랑스 요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본고장의 맛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맛을 지닌 프랑스식 퓨전요리... 라면 그 표현이 정확할까요. 그림체 또한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형식에서 탈피한, 작화/극화와도 같은 그림체를 보여주어 더더욱 유럽 스타일의 맛을 살리고 있으며, 배경 또한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도시들을 훌륭하게 묘사해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마치 일본의 아니메가 아닌, 유럽이나 서구권의 만화영화와의 기시감을 느낀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아무래도 이러한 작화 스타일은 제작진의 의도가 십분 반영된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2. 혁명교단의 일원들인 로렌챠, 칼리오스트로, 막시밀리앙(좌), 엘리자베타 여제와 데온 (중),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그 남자, 데옹(우). 의상 디자인에 있어서도 상당히 심혈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다.


2. 리얼리티 vs 판타지, 미스테리 퓨전 시대극의 진수를 보여주다.

슈발리에의 등장인물들은 상당수 실존인물들을 포진시켜 그 리얼리티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왕인 루이 15세,16세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루이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 오를레앙 공작, 러시아의 엘리자베타 여제와 에카테리나 여제 등이 모두 실존 인물들이며, 주인공 데온 드 보몽 또한 실제 여장 기사이자 비밀공작원으로 유명했던 인물이기도 하지요.
 
데온 드 보몽은 실제로 여장했을 때의 이름이 리아 드 보몽이었는데요, 이 이름은 작품에서 데온의 친누이이자, 사건의 모든 시작을 알려주는 리아에게 그대로 쓰여집니다. 실존 인물들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실제 역사와는 많이 틀리지만, 사치와 향락을 좋아하는 루이 15세나,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퐁파두르 백작 부인 등 그 성격적 배경은 실존인물에서 상당한 모티브를 가져온 듯도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존인물의 등장은 자칫 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는 실존인물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소지도 있습니다. 작품 방영시 자막 정도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의 모습은 작품을 위하여 가공되거나 지어진 것입니다.' 정도의 문구가 들어갔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드는군요. (근자의 한국 사극들의 경우도 이러한 부분에서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리얼리티에 충실한 드라마적인 전개는 24화로 구성된 이 TV 시리즈, 특히나 만화영화로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지루함을 주기도 합니다. 실제, 이야기가 전개되는 5화 부터 10화 정도까지는 지루한 전개로 인해 저 또한 1년 가까이 감상을 중지했다가 나중에 보았을 정도이니까요.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3. 과거 기밀국의 동료들이었던 막시밀리앙, 듀란, 리아(좌). 샤프한 모습의 듀란이 여기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리아와 영국의 메어리 왕비의 다정한 모습(중)이 막시밀리앙과 데쉬우드 주교의 어색한 모습(우)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일단 그 전개가 끝나는 순간 이 작품은 엄청난 흡인력으로 시청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개, 끝까지 그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잘 짜여진 미스테리, 그리고 반전.... 기존의 만화영화에서와 같은 해피엔딩이 아닌, 그렇다고 슬픈 엔딩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긴 여운을 남기는 엔딩은 지루하고 긴 산책로를 지나 아름다운 정원으로 우리를 이끄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거대한 음모와 야망과 배신으로 얽힌 미스테리에 가미된 판타지적 요소들은 이 작품의 미스테리를 좀 더 미스테리답게 하는 소스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성서의 인용구를 사용한 마법의 영창은 시를 외우듯이 주문을 외움으로써, 기존의 판타지에서 보여주는 주문 영창과는 다른 좀 더 고급스럽고 우아한, 그러면서도 박진감이 넘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주인공 데온의 몸에 빙의된 누이의 영혼은 단순히 주인공이 강력한 힘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로 변신한다는 개념이 아닌 주인공의 비극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시의 힘으로 가고일로 변한 사람들의 모습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납의 피를 흩뿌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에서 섬뜩함과 함께 애절함이 느껴지기까지 하지요.
 
흔히 봐왔던 아니메였다면, 끔찍한 괴물로 변한 사람들을 주인공이 멋진 여성 전사로 변신하여 무찌른다...는 지독히 아니메스럽고 유치한 설정이었을테지만, 슈발리에에서는 이런 전형적인 설정을 적절히 변형하여 전혀 다른 느낌의 고급스러운 장식으로 인테리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기존과 다른 성인 아니메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

슈발리에는 액션물이나 코믹물이 아닌지라, 재미나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닥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엔딩 또한 그리 상쾌한 편은 아닌지라, 끝나고 나서의 찜찜함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클 수도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전개 부분이 지루하고, 그림체가 기존 아니메의 귀엽고 에쁜 스타일과는 상반되는 극화풍인지라,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서구권의 애니메이션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시라면 더 하시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련됨과 미스테리한 이야기는 아니메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함과 고급스러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마치, 중세나 중세 말을 배경으로 한 기존의 미스테리 영화들에서는 느꼈을 법한 전개라고 할까요. 숀 코네리 주연의 "장미의 이름"이나, 사무엘 르 비앙, 뱅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한 "늑대의 후예들" 등이 비슷한 느낌의 영화일 수도 있겠군요. 이런 영화들의 스타일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슈발리에는 꽤나 좋은 느낌을 선사해주리라 봅니다.

© TOW UBUKATA • Production I.G/Project Chevalier 2006

그림 4. 4명의 총사들 로빈, 데온, 테라고리, 듀란 (좌). 그들의 운명은 처음은 함께였으나 끝으로 갈수록 궤적을 달리한다. 마리 왕비, 루이 15세 그리고 루이 15세의 정부인 퐁퐈두르 부인(중). 셋의 기묘한 관계가 왠지 잘 표현된 일러스트인 듯 싶다. 막시밀리앙와 리아(우). 리아는 이 작품의 열쇠이자 모든 사건의 교집합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모아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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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이지만, 흥행 감독은 결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항상 철학적인 사색, 그리고 관객들과의 고도의 지적인 대화를 즐겨하는 편인데요. 그에게 가장 큰 명성을 안겨다준 95년도 작품 '공각기동대' 역시 난해하고 논술적인 대사들, 아름답고 세밀하지만 메마른 배경, 격한 액션장면에서조차 정적감을 느끼게 하는 기묘한 긴장감 등으로 사실 편하게 보기가 힘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속편격인 '이노센스(2004)'에 와서는 이러한 사색적 표현이 실험적인 영상미와 어우러져 한편의 추상화를 접하는 듯한 기묘한 불편함을 선사하기도 했죠. 그래도 전체적인 스토리가 가는 길을 놓치지 않는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만, 여러모로 관객들에게는 어려움 역시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4년만에 새로운 작품을 들고 왔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 소개해드릴 '스카이 크롤러(2008)'가 되겠습니다.

오시이 감독들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철학적이고 난해하다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겠지만, 저로서는 한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표현이 있는데요, 그것은 '불안한 편안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할 정도로 느릿느릿한 등장인물들의 반응과 하나하나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조용하면서도 확실한 몸짓들... 그것은 대부분 침묵 속에서, 또는 느릿한 테마와 어우러져 묘한 침묵을 관객들에게 안겨줍니다. 스카이 크롤러 역시 이런 기묘한 정적감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작품입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하는 편안함 속에서 밀려오는 왠지 모를 불안감 가득한 오후... 라면 좀 어울리는 표현일까요. 탁 트인 우리스 기지와 높고 푸른 하늘의 배경조차도 주인공들의 삶의 무게가 얹혀져 왠지 모를 슬픔을 안겨주는 듯 합니다.

 

스카이 크롤러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남녀 간의 감정선이 묘하게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전체적인 불안한 편안함 속에서 오시이 감독의 작품답게 격한 감정의 표현이 드러나지 않기에 수면에서 뜨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는 부표와 같은 희미한 느낌입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느낌이 십분 살아나기도 합니다. 물론, 메인 테마는 등장하는 피터팬과 같은 소년,소녀들인 킬드레의 자아 성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 MORI HIROSHI/SKY CRAWLERS Committee

                

비행전투씬은 3D 연출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하우를 자랑하는 Production I.G와, 역시 그 난해하고 복잡한 스토리만큼이나 영상미에 있어서도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오시이 마모루의 조합으로, 과연이라는 소리를 낼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오시이 마모루의 스승으로 일찌기 '에어리어 88(1985)'에서 희대의 비행전투씬을 연출해냈던 故 토리미우미 히사유키 감독의 편린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그의 직계제자라 할 수 있는 오시이 감독이 처음으로 하늘을 무대로 한 작품을 통해 스승처럼 멋진 비행전투씬을 표현해냈다는 것도 스카이 크롤러의 하나의 의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음악들이 너무도 마음에 드는데요. 카와이 켄지의 메인 테마도 메인 테마지만, 엔딩에 흐르는 주제가, 아야카의 '오늘 밤도 별에 안겨서'는 본편 내내 막혀 있던 절제된 슬픔과 감정들이 마치 스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처럼 자막과 함께 흘러나와 개인적으로는 꽤나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듣자 마자 홀딱 반해버렸네요.)

 

글쎄요, 오시이 감독이 말했듯이 이 작품은 자신의 작품을 이해해주는 소수의 관객들을 위한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근래의 오시이 감독의 작품 중에서는 꽤 대중적인 취향에 근접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작품에는 한가지 반전이 숨어 있는데요. 사실 작품 초반부에 이미 짐작을 해버린 터라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라는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겠군요.

 

기회가 되면 스카이 크롤러는 다시 한 번 자세한 리뷰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DVD 발매가 몹시 기대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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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ed by Chika Umino


2002년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가 방영을 시작했을 때, 엘로스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시이 마모루에 의해 이미 완벽한 재해석이 이루어졌던 극장판이 TV 시리즈로 방영된다면, 그 난해했던 전작을 계승하면서 TV 시리즈로의 매력은 분명 반감되리라는 예상을 했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섣불리 가벼운 액션물로 바꾸는 것도 너무 큰 이질감을 줄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극장판에서 선보였던 그 절정의 영상미가 장편의 TV 시리즈로 이식된다면 퀄리티의 하강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우려 속에 시작한 첫 화의 감상에서 제가 느낀 것은 놀라움이었습니다. 가벼움으로 빠지지 않고, 그렇다고 난해한 철학의 천작하지도 않는 적정선의 깊이, 그것을 수사 드라마 형태로 풀어가면서 시청자들에게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이야기 전개의 묘미, 비록 극장판보다야 낮을지언정 일반적인 TV 시리즈의 퀄리티를 몇 단계 상회하는 디테일함, 이 모든 것이 너무도 강렬하게 와닿았던 것이죠.

초반의 단 몇 화만의 감상으로 이미 엘로스는 공각기동대 TV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오시이 마모루가 연출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작품의 스탭롤에서 처음 보는 낯선 이름의 감독을 발견하는 순간, 단번에 그의 팬이 되기를 결심하게 됩니다.

'카미야마 켄지'

40년대생의 아니메 명장(미야자키 하야오, 린 타로, 토미노 요시유키, 데자키 오사무 등)들의 공력이 서서히 쇠하기 시작하고, 50년대생의 기수들인 오시이 마모루, 카와지리 요시아키, 오토모 가츠히로마저 주춤하는 와중에 60년대생 감독들의 활약이 기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60년대생 감독으로 주목할만한 이들은) 안노 히데아키와 카와모리 쇼지 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등장한 이 낯선 이름은 아니메의 미래가 아직 밝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싶어 몹시나 반갑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물론, 퍼펙트 블루의 콘 사토시나, 울프스 레인의 오카무라 텐사이, 에스카플로네의 아카네 카즈키 등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만 말입니다.)

'정령의 수호자(2007)'를 통해 이미 또 한 번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그(물론, 시청률 면에서야 참패를 면치 못했지만, 그것은 작금의 아니메 조류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충분한 것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가 2년만에 들고온 또다른 작품이 바로 이 에덴의 동... 아 아니, '동쪽의 에덴(2009)'입니다.

시작부터 무슨 장르인지 정의를 내리기가 애매모호함으로 출발하는 작품이지만, 초반부터 카미야마 식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1류 감독의 필수 덕목으로 꼽히는 각본작업에 있어서도 카미야마는 원작/각본/감독의 1인 3역을 해내고 있기에, 역시 차세대를 짊어질 아니메 감독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더더욱 공고하게 하는군요.

ⓒ Eden of the East Production Committee

그림 1. 에덴의 동쪼.., 아 아니 동쪽의 에덴 스틸샷 (출처: 베스트 아니메)


일단, 요즘의 추세에 맞춰 치카 우미노(캐릭터 원안)/모리카와 사토코(본편 캐릭터 디자인)의 예쁘장한 캐릭터와, 자타가 공인하는 초일류의 비쥬얼을 선보이는 Production I.G의 정예들이 선보이는 깔끔한 비쥬얼도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켜 줍니다. 카와이 켄지 음악감독은 이젠 뭐, 거의 Producion I.G의 전속 음악감독인 듯 싶구요. 한마디로 웰메이드 아니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에덴의 도, 험험... 동쪽의 에덴의 힘은 바로 이야기의 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이전작들에서 보여준 카미야마 켄지의 스토리 텔링은 믿음이 가기에 충분하지만, 앞선 두 작품들이 모두 원작이 있었다는 점에서 그가 직접 원작을 담당한 이 작품의 완성도(흥행보다는 그 완성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군요.)의 향방이 그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가려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일본만화의 신 故 데즈카 오사무가 말한 '만화영화의 중요한 요소는 첫째도 이야기, 둘째도 이야기, 셋째도 이야기'라는 이 스토리텔링의 힘을 이번 작품을 통해 카미야마 감독이 다시 한 번 증명해주었으면 합니다. 라이트 노벨의 가벼움과 모에스러움에게 둘러쌓인 지금의 아니메는 이제 지나치게 단맛만 강하니까요.

☞ 아 참, 이 작품은 얼마전 종방한 송승헌 주연의 '에덴의 동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헛갈리지 마세요.  저도 쓰면서 자꾸 에덴의 동쪽으로 오타가 나와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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