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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Zack Snyder)
◈ 각본: 데이빗 S. 고이어(David S. Goyer), 크리스토퍼 놀란
◈ 제작: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챨스 로번, 에마 토마스, 데보라 스나이더


<줄거리> 

무차별적인 자원개발로 붕괴의 위기에 놓은 행성 크립톤. 크립톤 최고의 과학자 조 엘(러셀 크로우 분)은 원로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크립톤의 정수를 담은 코덱스를 자신에게 맡겨 달라 제안하지만, 원로들은 조 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마침 과격파인 조드 장군(마이클 섀논 분)이 이끄는 쿠데타 군이 원로원을 급습하고, 혼란을 틈타 조 엘은 코덱스를 탈취하여 자신의 거처로 급히 피신한다. 인공적으로 출산을 조절하는 크립톤에서 자연 출산으로 태어난 그의 갓난 아들 칼 엘(헨리 카빌 분)과 코덱스를 태양계에 위치한 행성 지구로 피신시키려는 조 엘 부부. 그러나, 칼 엘이 탄 비행선이 출발하기 직전, 조드 장군의 반란군이 조 엘의 거처를 급습하고 사투 끝에 간신히 아들을 떠나보낸 조 엘은 그만 조드에 의해 숨을 거두고 만다.

쿠데타는 실패로 끝나고 조드 장군과 쿠데타 군은 원로원에 의해 팬텀 존에 유배되는 형벌에 처해진다. 하지만, 조 엘의 예언대로 크립톤은 결국 멸망에 이르르고, 크립톤의 마지막 생존자 칼 엘은 코덱스와 함께 낯선 행성인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그를 처음 발견하는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 분)와 마사 켄트(다이안 레인 분)에 의해 칼 엘은 클라크 켄트라는 이름의 지구인으로 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지만, 태양에 의해 세포가 강화된 클라크는 평범한 지구인과는 다른 초능력을 보유하게 되고,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체 방황을 거듭하게 되는데...


SF로 풀어낸 신화적 이야기,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다.

금으로부터 약 30여년전인 80년대 초반 쯤일까, 리차드 도너의 슈퍼맨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흥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존 윌리암스의 시대를 초월하는 테마와 함께 시작하는 '슈퍼맨(1978)'은 비록 TV 브라운관에서의 시청이었지만, 당시 어린 나에게는 강렬한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엘로스에게 있어서 슈퍼맨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와 함께 이제까지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보아온 영화 시리즈이기도 한데, 슈퍼맨은 미국의 히어로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 아이들에게는 상당한 임팩트를 준 캐릭터였음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슈퍼맨의 첫 극장영화는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만 알려져 있던 슈퍼맨이라는 만화 주인공을 전세계에 깊이 각인시킨 장본인이다. 비록 다른 나라의 만화 캐릭터이지만, 영화라는 영상매체를 통해 슈퍼맨은 글로벌한 대중 문화의 아이콘으로 수십년 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되었으며, 굳이 코믹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슈퍼맨과 그를 연기한 故 크리스토퍼 리브라는 두 인물은 이제 미국인을 포함하여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신화적인, 혹은 상징적인 무언가로 자리매김했다고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신화가 되어버린 슈퍼맨과 크리스토퍼 리브에 대한 노골적인(?) 오마쥬였던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2006)'가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이것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슈퍼맨에게 걸었던 기대 심리를 관점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엘로스의 관점에서 싱어의 슈퍼맨은 꽤 잘만든 '오마쥬'였다. 물론, 많은 한국 관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하지만)로 막을 내렸을 때, 이제 DC의 간판 히어로는 슈퍼맨 보다는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새롭게 그려진 배트맨으로 바뀐 듯 보였다. 더 이상 빨갛고 파란 스판 덱스를 입은 우스꽝스런 철의 사나이가 등장할 무대는 그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히어로 장르 무비에서조차 없는 듯 싶었으며, 더군다나 2010년대에 이르러 히어로 장르의 주도권은 DC가 아닌 라이벌 마블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너 감독에 의해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던 코믹북 히어로가 미국을 대표하는 신화적인 캐릭터로 재창조된 후부터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슈퍼맨은 끝까지 잊지 않고 싶은 노스텔지어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세계화에 의해 그 미국적인 색깔이 비판받는다 할지라도 슈퍼맨은 많은 이들에게 그러한 존재이고 그러한 컨텐츠는 아닐까. 그리고 결국 그러한 사람들의 바람이 모아져 마침내 2013년 강철의 사나이가 우리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배트맨 시리즈를 완벽하게 부활시킨 각본가 데이빗 S. 고이어와 그의 단짝(?)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맨 오브 스틸(2013)'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했던 것이 사실이다. 놀란이 감독을 맡지 않더라도 고이어의 각본이라면 충분히 슈퍼맨을 매력적으로 그려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나 할까. 비록 몇 차례의 작품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잭 스나이더가 감독이었지만, 그의 영상 미학 만큼은 계속 인상적으로 여겨왔기에 스토리만 잘 받쳐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과연 맨 오브 스틸은 이 기대를 100% 충족한 영화일까.


고이어와 스나이더, 그리고 놀란이 그려낸 슈퍼맨은 우선, 기존의 슈퍼맨 시리즈를 다시금 리부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크립톤에서부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고 있는데, 이미 도너 감독이 거의 완벽하게 그려냈던 설정에 대한 고이어판 해석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물론,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인상적인 크립톤의 모습과 말론 블란도의 '조 엘'이 보여준 카리스마를 넘어서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퍼스트이자 베스트였던 것을 재해석해야하는 난제를 풀어낸 이번 방식은 오리지널을 능가하진 못했어도 충분히 준수한 모습이었으며, 러셀 크로우의 '조 엘'은 블란도의 그것을 넘어서지는 못해도 충분히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슈퍼맨 1편과 2편의 이야기를 한 편으로 재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맨 오브 스틸은 사실 개봉 전부터 이 거대한 이야기를 한 편 안에 다 담아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스토리에 치중하면 볼거리를 상실한 드라마가 되어버릴 것이고, 볼거리에 치중하다는 스토리의 밀도가 떨어진 그저 그런 블록버스터에 그치지 않겠는가. 그렇게 볼 때 맨 오브 스틸은 주어진 러닝타임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각본이었다고 보여진다. 특히, 시간 순에 의한 전개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클라크가 과거를 부분부분 회상(플래쉬 백)하면서 관객들에게 그의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고뇌를 풀이하는 부분은 많은 것을 담아내야 했던 이 영화에 있어서 적절한 선택이었다. 다만, 그가 방랑의 길에서 지구를 구원하는 메시아로 재탄생하기 위한 심경의 변화를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에는 아무래도 짧았던 것이 사실이고, 마찬가지로 히로인인 로이스 레인과의 유대관계가 깊어지는 부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SF 장르로 슈퍼맨이라는 히어로물을 풀어낸 모양새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럽다. 원 시리즈만큼 독창적이진 않지만 크립톤 행성의 묘사와, 조드 장군의 일행이 지구를 침략하는 부분도 인상적. 다만, 많은 SF 영화들, 특히 최근에 개봉했던 작품들('우주전쟁', '트랜스포머', '스카이라인' 등등)이 반복적으로 보여준 모습이다보니 다소 식상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는 별개로 연출 부분에서도 식상한 점들이 눈에 띄는데, 기존의 스나이더 식 슬로우 액션이 사라진 대신 급격스러운 줌 인으로 마치 핸드 헬드를 연상시키는 촬영기법은 분명 현장감을 더해주기는 했지만, 이미 '아바타(2009)'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방식이다보니 그 역시 다소 신선도가 떨어진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설정과 멋진 영상기법이 펼쳐지고 있지만, 독창적인 면이 부족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예고편을 통해 많은 이들을 열광시킨 슈퍼맨의 강렬한 액션은 확실히 압도적인 스펙타클함으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다. 이제껏 보아온 모든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 그 강력함과 스피드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비교적 최근 히어로물인 '어벤져스(2012)'와 비교하면 그 흐름이 단조롭다. 파워는 대단하지만 그 세기(디테일)가 모자란 셈이다. 상당히 몰입하며 감상한 것은 분명한데, 끝나고 나서 뭔가 알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조드 장군과 슈퍼맨의 라스트 클라이막스는 그 파괴적이고 압도적인 힘의 대결만큼은 기대를 넘어섰지만 영화 전체적인 맥락 면에서는 다소 호흡을 끊는 부분이 있다.

맨 오브 스틸은 신화적인 초인의 이야기를 상당히 고급스럽고 또한 흥미진진하게 풀이했다. 다만, 영웅의 탄생과 성장, 방황과 각성, 그리고 세상의 구원을 모두 한편의 이야기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한 캐릭터의 소비도 매우 아쉬운데, 데일리 플래닛의 편집장인 페리 화이트역의 로렌스 피쉬번과 같은 인물은 실제 캐릭터나 배우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에서는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다. 다만, 맨 오브 스틸의 성공이 확실해 보이는 지금, 1편이 성공 여부에 따라 후속편을 제작한다는 워너의 기획이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이 캐릭터들은 후속 시리즈에서 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조나단 켄트로 분한 케빈 코스트너도 마찬가지. 비록 클라크의 회상으로 계속 얼굴을 내밀지만, 인상적인 아버지의 연기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등장시간이 짧아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함은 아쉽기 그지 없다.

여러가지 인상적인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맨 오브 스틸의 완성도는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생략하고 이야기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고이어-스나이더의 투톱 시스템이 상당히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맨 오브 스틸의 완벽한 평가는 3부작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가 끝난 즈음에야 좀 더 확실해질지도 모르겠다. 완성도에서는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SF 영화로 재탄생한 슈퍼맨의 리부트는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

ⓒ Warner Bros. Pictures

덧붙임) 맨 오브 스틸은 어떤 면에서 '매트릭스'와 맞닿아 있다. 자연출생이 아닌 인공 수정란에서 태어나는 크립톤인의 설정, 지구를 테라포밍하기 위해 지표를 꿰뚫는 크립톤의 우주선 등은 매트릭스의 그것과 닮은 부분이 있으며, 심지어 로렌스 피쉬번과 함께 스완익 장군으로 등장하는 해리 레닉스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락 장군을 연기했던 인물이다.

덧붙임) 비록, 신화적인 존 윌리암스의 테마가 구축한 아성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수는 없겠지만, 한스 짐머의 테마는 맨 오브 스틸과는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그만큼 이번 슈퍼맨은 어두운 편이었고, 그것이 기존 팬들이 받아들이지 못한 측면도 있을 듯.

덧붙임) '이모탈스(2011)'에서 헨리 카빌을 보는 순간, 그전까지는 반신반의로 생각했던 그가 슈퍼맨에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른건 몰라도 슈퍼맨의 캐스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덧붙임) 다이안 레인. 매혹적인 미모의 이 여배우조차 세월의 흐름에는 어쩔 수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오히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체 마사 켄트를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록 짧은 등장이었지만 꽤 인상적이었다.

덧붙임) 조드 장군 역을 맡은 마이클 섀논을 보는 순간, 정웅인 씨가 오버랩된 것은 나뿐만이었을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맨 오브 스틸 (2013)

Man of Steel 
7.5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에이미 아담스, 마이클 섀넌, 케빈 코스트너, 다이안 레인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43 분 | 2013-06-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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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Warner Bros. Picture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Zack Snyder)
◈ 각본: 잭 스나이더, 스티브 시부야(Steve Shibuya)
◈ 캐스팅: 에밀리 브라우닝(Emily Browning), 애비 코니쉬(Abbie Cornish), 제나 말론(Jena Malone), 바넷사 허진스(Vanessa Hudgens), 제이미 청(Jamie Chung)
◈ 제작: 워너 브러더스 픽쳐스


<시놉시스> 

여기 방금 어머니를 여읜 두 자매가 있다. 소녀들의 아버지는 탐욕에 찬 계부, 모든 재산을 딸들에게 남긴다는 아내의 유언장에 격분한 그는 자신의 의붓딸들을 위협하려 했고, 엉겁결에 소녀는 권총을 발사하게 된다. 하지만, 두려움에 떨며 발사된 총알은 계부가 아닌 자신의 동생에게로 향하고 만다. 동생마저 잃고 마는 소녀, 이제 그녀에게 의지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계부는 소녀가 어머니를 여의고 정신착란 증세를 보여 동생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고, 소녀는 결국 정신병원으로 끌려간다. 정신병원의 책임자 블루는 계부에게 뒷돈을 건네받고 소녀를 평생 정신병원에서 썩게 할 것을 약속한다. 정신병원에 보낸 것도 모자라 계부는 뇌수술을 통해 소녀의 기억을 지우게 될 것을 원하고... 뇌수술을 받게 될 동안 남은 시간은 5일, 과연 소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소녀가 수술대에서 눈을 감은 순간, 그녀는 베이비돌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주류를 향한 잭 스나이더의 두번째 도전, 다시 한 번 실패로 돌아가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디언의 전설(2010)'을 통해 이제까지보다 한 레벨 더 올라간 블록버스터의 기대주가 되려 했던 잭 스나이더는 여러가지 의미있는 시도와 멋진 영상미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헐리우드는 잭 스나이더에게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싶다. 가디언의 전설이 극장에서 내려온지 반년이 못되어 잭의 또다른 야심작이 극장가를 통해 우리를 찾아왔고, 내년에도 한편의 대작 블록버스터가 대기중이니 말이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지난 4월에 개봉한 잭 스나이더 연출/각본/제작의 '써커 펀치(2011)'가 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그의 한계를 보여준 가디언의 전설에도 못미치는 실패작으로 귀결되었다. 흥행성적으로만 보아도 약 8천만 달러의 엇비슷한 제작비가 소요된 이 두 작품에서 가디언의 전설이 약 1억 4천만 달러의 글로벌 흥행수익을 거둬들이며 나름 선방한 반면, 써커 펀치는 9천만 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성적(그것도 글로벌 흥행 성적으로)을 거둬들이며 가까스로 적자를 면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PG등급으로 상영되었던 가디언의 전설에 비해 PG-13인 써커 펀치가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삼았던 가디언의 전설과 달리 그가 직접 각본작업에 참여했던 써커 펀치의 이야기 완성도가 분명 전작에 못미쳤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 실제로 그가 써커 펀치 이전에 작업한 4편의 작품들은 모두 원작을 가진 이야기였다. 써커 펀치는 그런 면에서 잭에게 있어서 한단계 더 높은 수준의 연출가로 거듭나기 위한 일종의 시험무대였던 셈인데, 결과적으로 첫번째 시험은 낙방에 가까운 점수가 나온 셈이다.

☞ 가디언의 전설 - 잭 스나이더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애니메이션 (바로가기)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이 작품은 흔히들 말하는 병맛이라고 불리는 영화는 적어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늘씬하고 매혹적인 미소녀가 다섯명씩이나 등장해서가 아니다.(아니라고 완벽히 부정하진 못하겠다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분명 감독이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실험을 했구나라는 것이었다. 다만, 그로 인해 이 작품은 음식의 시식으로 비유하자면 좋았다가 씁쓸했다가, 달콤했다가 너무 시큼하다가, 쫄깃하다가 푸석하다가를 반복하며 들쭉날쭉한 맛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은 화려한 데코레이션을 제거하고 나면 너무 빈약하고 보잘 것 없다. 하지만 부분 부분을 장식한 데코레이션에서만큼은 상당히 일류적인 감각과 재치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아마 이것이 헐리우드가 잭 스나이더를 계속 사랑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재산을 노리는 계부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소녀, 계부는 소녀에게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누명을 씌워 정신병원에 가두고 뇌물을 써서 기억을 지우는 뇌수술을 소녀에게 시키려 한다. 남은 시간은 5일, 이 이야기는 그 5일 사이에 벌어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소녀의 환상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소녀의 또다른 환상의 삼중 구조로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현실과 환상, 그리고 환상 속의 환상으로 이루어지는 삼중구조는 얼핏 작년도에 개봉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2010)'에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며, 스릴러라는 형식을 채택한 점에서는 오히려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2010)'와의 접점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두 작품과 비교해서도 써커 펀치는 확연히 내공이 부족해 보인다.

꿈에서 꿈으로, 다시 꿈으로 들어가면서 각각의 상황이 중첩되면서 긴장감을 높였던 인셉션과 달리, 써커 펀치는 환상에서 환상으로 들어가는 중에 그 어떤 긴장감도 가중되지 않는다. 현실에서 정신병원에 들어간 주인공 베이비돌이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위기상황 속에서 환상, 그리고 환상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라 그저 현실의 상황이 환상 속의 다른 상황으로 재구성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인데, 그 베이스가 되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느슨하기 때문에 긴장감이나 몰입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상 속의 환상으로 들어간 뒤 펼쳐지는 판타지와 SF, 밀리터리가 결합된 기묘한 세계에서의 액션에 잠시 몰입하다가 환상이 끝나고 나면 영화는 갑작스레 싱거워지면서 특유의 맛을 잃고 만다. 

또한, 계부에 의해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갇혀 정신적으로 크나큰 위기에 직면한 베이비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도 이 작품은 부인의 죽음이라는 과거 속에 숨겨진 트라우마를 안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속에 살아가는 수사관의 이야기를 다룬 셔터 아일랜드에 비교하면 그 드라마성과 스릴러성이 너무도 부족하다. 스릴러를 표방한 작품임에도 써커 펀치에서는 어떤 스릴러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이 작품의 또하나의 크나큰 미스이기도 하다. 실제 이야기의 짜임새가 단순하고 느슨하다 보니 환상 속의 환상에서 벌어지는 잭 스나이더만의 독특한 영상미학을 제외하고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별반 없는 셈이다. 그로 인해 음침하고 메마른 정신병원과 퇴폐적이면서 암울한 클럽을 표현한 미술과 색감은 상당히 훌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큰 빛을 발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 인셉션, 아트 블록버스터의 진수를 보여주다. (바로가기)
☞ 셔터 아일랜드, 스릴러가 아닌 한편의 싸이코 드라마 (바로가기)

결국,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환상 속의 또다른 환상인 가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미소녀들의 화끈한 액션장면에 한정된다. 사실 이 부분은 잭 스나이더의 원래 장기이기도 한데, 비주얼 노벨을 영상화하는데에서도 나름 일가견을 보인 잭은 아니메 스타일의 캐릭터들을 서구식 영화로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나름의 노하우를 가진 듯 싶다. 교복을 입고 일본도를 휘두르는 베이비돌의 스타일은 아무리봐도 일본 아니메의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물론, 이는 공동으로 각본을 작업한 스티브 시부야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아니메를 실사영화화했던 많은 실패작들과 비교해서 그 영상적 완성도는 써커 펀치가 단연코 월등하다. 다만, 이 만화적 씨퀀스들이 작품의 일부분에 한정되면서 이야기는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는 갈짓자 행보를 걷고 있다. 현실과 첫번째 환상의 이야기가 화려한 영상미의 두번째 환상만큼 매력적이었다면 이 영화의 평가는 달라졌겠지만, 아쉽게도 잭 스나이더가 그 정도의 수준에 미치려면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엔딩 스탭롤에 펼쳐지는 블루(오스카 아이삭 분)와 고스키(칼라 구기노 분)의 듀엣 퍼포먼스는 이 작품을 고풍스러운 클럽 스타일과 테크노스러운 분위기를 오가는 작품으로 꾸미고자 했던 감독의 의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만약, 작품 내에서 그러한 분위기 전환이 잘 묘사되었다면 엔딩 역시 빛났으련만, 아쉽게도 본편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엔딩은 오히려 뜬금없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재미있는 것은 클럽을 배경으로 삼았으면서도 본편에서 여배우들의 공연장면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

이제 바톤은 내년에 잭 스나이더가 연출할 슈퍼맨 시리즈의 후속편 '맨 오브 스틸(2012)'에게로 넘어갔다. 과연 가디언의 전설에 이은 두 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잭 스나이더는 부활할 수 있을까. DC의 히어로 수퍼맨이 내년도 마블 진영의 야심작 어벤져스와의 싸움에서 패한다면 잭 스나이더는 헐리우드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DC의 모회사이기도 한 워너는 이번 써커 펀치의 실패를 통해 벌써부터 큰 고민에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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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
◈ 원작: 케쓰린 래스키
◈ 제작: 워너 브라더스


<시놉시스> 

가면 올빼미(타이토)인 소렌은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 올빼미이다. 그의 아버지 녹투스가 들려준 가훌의 가디언의 전설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세상 어딘가에 있는 위대한 가훌의 나무에 사는 가디언들은 메탈비크가 이끄는 순수혈통의 올빼미들에 의해 올빼미 왕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 그들을 물리치고 올빼미 왕국을 구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올빼미 왕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예언과 함께 전설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가디언의 전설에 매혹당한 소렌과 여동생 에글렌틴과 달리, 맏형인 클러드는 상상력이 풍부한 소렌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어느 날 부모들이 집을 비운 사이, 나는 연습을 하던 소렌과 클러드는 익숙치 않은 날개짓으로 인해 그만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높은 나무 위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들짐승들에게 습격당할 위기에 처한 그들. 필사적으로 날개짓을 하던 소렌과 클러드에게 사나운 테즈메이니아데빌이 갑자기 덥쳐든다. 절체 절명의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온 두 마리의 칡부엉이에 의해 납치된 소렌과 클러드. 그들은 소렌과 클러드를 위협하며 어디론가 그들을 끌고 간다. 하늘에서 만난 그들의 무리들은 모두 어린 올빼미와 부엉이를 납치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고, 무리 속에서 만난 엘프 올빼미 길피와 함께 소렌과 클러드는 먼 옛날 가디언들에게 패한 메탈 비크의 왕국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성인용 액션물의 귀재와 가족용 어드벤쳐 애니메이션의 조우

쓰린 래스키의 장편 판타지 소설 '가훌의 가디언'을 모티브로 한 가디언의 전설은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올빼미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전쟁과 모험을 판타지적인 터치로 그려낸 대하 판타지 영화입니다. 총 15권에 달하는 방대한 연재분량. 이는 원작소설의 방대한 스케일과 거대한 서사를 짐작케 하는 대목인데요. 이로 인해 이번 가디언의 전설은 전체 15권 중 1권부터 3권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져와 축약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향후 영화의 흥행여부에 따라 뒤의 이야기를 속편으로 제작하겠다는 암묵적인 기획도 있었을 듯 싶군요.

그동안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 포터'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판타지 영화는 트렌드인냥 단편이 아닌 2~3부작으로 많은 작품들이 기획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1부가 막을 내린 시점에서 이미 실패작으로 판가름이 났고, 이후 후속 시리즈가 만들어지지 못하게 되지요. 판타지 영화 중, 특히 PG급 판타지 영화로서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후속 시리즈가 등장한 작품은 '나니아 연대기'시리즈가 유일하며, PG-13 등급 판타지는 반지의 제왕 이후 제대로 된 작품을 꼽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후속작들의 연이은 실패 속에 어느덧 판타지 영화는 2000년대 초반의 화려한 시간을 뒤로 한 체 침체기에 접어들게 되지요.

자, 이런 즈음에 R 등급 성인 액션물에서 주목할만한 모습을 보여준 한 인물이 PG급 판타지 영화인 이 가디언의 전설의 감독으로 낙점되니 그가 바로 '300(2006)'과 '왓치맨(2009)'를 통해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하면서도 고어적이고 만화영화적인 영상 씨퀀스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비주얼리스트 잭 스나이더 입니다. 사실, 잭 스나이더가 판타지 영화의 감독으로 내정된 시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기대를 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은 아직 검증될 필요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말랑말랑한 오락영화보다는 색깔있는 성인용 오락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보다 더 세련된 판타지 영화를 기대해봄직했었기 때문인데요. (물론, 이 초반의 판단미스는 가디언의 전설이 PG 등급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 원인도 되었습니다만)

과연 R등급 성인액션물의 비주얼리스트가 만든 대중적 판타지 영화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WARNER BROS



압도적인 디테일로 다가오는 CG와 특유의 영상미학

선 언급하고 넘어가야할 점은, 이 작품이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입니다.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된 CG와 압도적인 디테일로 인해 이 작품은 접하는 순간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요. 세심하게 표현된 올빼미들의 묘사와 하늘을 가로지르는 스피디한 비행장면, 그리고 실감넘치는 배경묘사는 실제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 못하게 만드는 사실감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올빼미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아, 만화영화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요. 올빼미의 섬세한 묘사는 현재의 CG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해 있는지를 우리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시켜주고 있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털의 세심한 변화라든지 새들끼리의 전투장면에서 사방으로 흩날리는 깃털의 묘사 등 자세한 곳에까지 현실적인 묘사를 놓치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적절한 장면에서 슬로우 비디오로 극적인 연출효과를 부여하는 잭 스나이더 특유의 CF적 연출 스타일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인 묘사, CF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세련된 연출 등, 어떤 면에서 가디언의 전설은 PG 등급의 영화에는 그닥 많이 사용되지 않는 다양한 영상 기법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전작인 300과 왓치맨에서 보여준 영상기법이 거의 그대로 사용되는 셈인데요. 다만 다른 점이라면, 전작에서 보여준 고어적이고 선정정인 표현이 거세된 것이 유일하다 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잭 스나이더식 비주얼이 그 표현수위만 낮춘 셈이죠.

DVD로 감상을 한터라 3D로 제작된 가디언의 전설의 영상미를 직접 느낀대로 표현할 수 없음은 유감입니다. 다만, DVD의 SD급 화질로도 감탄할만한 영상미를 보여준 바, 블루레이나 3D 영상으로는 분명 그 이상의 시각적 유희를 느낄 수 있음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몇몇 지인분들에 의하면 스피디한 비행씬이 많이 등장하는데다가 디테일이 너무 세밀하여 3D 영화로 감상했을 때 오히려 시각적 피로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의 전설은 '아바타(2009)'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3D 영상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실사와 CG가 혼합된 아바타와 달리, 가디언의 전설은 오로지 CG로만 제작된 애니메이션이고, 실사에 가까울 정도로 세밀한 묘사로 인해 그 시각적인 부담감은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큰 것 역시 사실이 아닐까 싶군요.

ⓒ WARNER BROS



뻔한 서사구조, 스토리와 비주얼의 부조화

점에 가까운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사에 한획을 긋는 데는 실패한 작품입니다. 사실 북미 흥행은 제작비의 절반수준을 약간 넘기면서 사실상 참패를 하게 되었는데요. (물론, 글로벌 수익으로는 1억4천만불을 벌어들이면서 어느 정도 명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영상미를 가진 이 감탄스러운 애니메이션이 기대 이하의 호응을 얻은 것은 영상미에 미치지 못하는 이야기의 완성도가 그 원인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그동안의 필모그라피에서 보여준 스토리텔러로서의 모습은 물음표라 하겠습니다. 전작인 300이나 왓치맨이 모두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거대한 서사를 가진 가훌의 가디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스토리 구성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었거든요. 게다가 그 스케일도 작았구요.

반면, 가훌의 가디언은 비록 첫 3권까지의 내용을 가져와 이야기로 구성한다고 해도 꽤 방대한 양에 해당합니다. 적어도 2시간에 가까운 분량으로 작업이 되었어야 했을지도 모를 이 장대한 이야기는 영화로 옮겨지면서 단 96분으로 이야기가 축소되게 됩니다. 판타지 영화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평균 180분 정도의 러닝타임(확장판에서는 200분을 넘어가는 쿨럭;)을, 해리 포터 시리즈가 평균 140~150분의 러닝타임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무척 짧은 상영시간이라 할 수 있지요. 심지어 나니아 연대기 역시 2부가 110여분이고 1부와 3부는 140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원작인 가훌의 가디언의 이야기가 결코 이들 판타지 흥행 3대 시리즈의 원작과 비교하여 떨어지지 않는 스케일과 서사를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명백히 스토리 구성 상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스토리텔러로서 아직 검증이 필요한 신예 감독에게 이처럼 거대한 서사를 갖고 있는 작품을 다른 판타지 영화들보다 적은 시간 안에 영화로 재구성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작업이었을 겁니다. (물론, 각본 작업은 스나이더 본인이 아닌 존 오로프와 존 콜리 등이 맡고 있습니다만) 이로 인해 원작의 이야기는 상당부분 축소되고 각색되어 특색없는 뻔한 이야기로 다시 재탄생하게 됩니다. 러닝타임의 제약을 갖게 되면서 원작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올빼미의 생태구조에 대한 뛰어나고 사실적인 묘사 역시 거의 작품에서 표현되고 있지 않지요. 결국, 영화는 그저 압도적인 영상미를 감상하는 것 외에 뚜렷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가 힘든 작품이 되고 맙니다. '놀라우리만치 먹음직스러운 데코레이션에 감명 받아 한 스푼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맛은 있으되 눈으로 보고 기대했던 그 만큼은 아니라는 실망감이 드는 요리를 먹고 있는 심정'이 어쩌면 가디언의 전설을 감상하고 난 가장 적절한 표현은 아닐까 싶군요.  

ⓒ WARNER BROS



스토리텔러로서의 한계를 보여준 잭 스나이더

PG 등급의 영화로서도 평이한 권선징악의 스토리 외에도 평이한 캐릭터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을 반감시킵니다. 짧은 러닝타임으로 인해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부분도 있는데다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올빼미들을 묘사하면서 PG 등급의 영화로서는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하겠군요. 즉, 너무 사실적인 올빼미라 귀엽다거나 이쁘다거나 이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습은 R등급에 가까운 비주얼인데, 내용은 PG등급의 이야기이니 사실적인 비주얼을 기대하고 간 성인관객들은 실망하고, 가족 판타지 오락영화로 생각하고 간 가족관객들은 기막히긴 하지만, 너무 사실적이어서 징그러운 비주얼에 쉬이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R등급 비주얼리스트로서 잭 스나이더의 첫번째 도전이 실패로 끝났음을 보여주는 아쉬운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가디언의 전설은 로버트 져메키스 감독의 '베오울프(2007)'과 비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흥행 감독 로버트 져메키스는 자신이 세운 이미지무버스 디지털 회사의 퍼포먼스 캡쳐 기술을 활용하여 실사에 가까운 CG와 성인등급의 표현묘사를 앞세운 R 등급 판타지 애니메이션 베오울프를 선보였으나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게 되지요. 만약, 베오울프의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가 연출하고, 가디언의 전설을 로버트 져메키스가 맡았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요? 물론, 그저 추측과 상상에 불과할 뿐입니다만, 가디언의 전설은 확실히 스나이더와는 맞지 않는 궁합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의 전설은 올빼미판 반지의 전쟁이라고 불릴만큼 판타지로서는 높은 수준의 비주얼로 인해 어느 정도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여러분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판타지 영화의 팬이라면 가디언의 전설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있을 듯 싶군요. 다만, 여건이 되신다면 (블로그 이웃이신 영화 파워블로거 페니웨이님 말마따나) 블루레이급의 화질로 감상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분명 기대 이상의 감동을 얻으실 겁니다. 영화 결말 부분은 원작의 이야기 구조로 인해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모양새로 결말을 맺게 됩니다만, 속편을 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가 아닐까 싶군요.

ⓒ WARNER BROS


☞ 개인적으로 PG-13 등급에, 110분 정도만 러닝타임을 줬어도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애니메이션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쉐인 에커의 '나인(2009)'과 함께 그 스토리가 너무나 아쉬운 작품이네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RNER BROS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 달의 TTB 리뷰 2011년 3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가디언의 전설 - 6점
잭 스나이더 감독, 짐 스터게스 외 목소리/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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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녀 액션 아니메의 잭 스나이더식 재해석 (?)

ⓒ 2010 Warner Bros. Pictures


2011년 봄에 상영이 예정되어 있는 워너 브라더스/잭 스나이더의 액션 판타지 '서커 펀치'의 두번째 트레일러가 공개되었네요.

☞ 애플의 트레일러 페이지로 가기. 단, 퀵타임 설치 필요 (클릭)
☞ 사자왕님의 포스터에 걸린 예고편으로 보기. (클릭)

이전의 트레일러에 비해 보다 더 구체적인 씬들과 압도적인 액션들이 가미되어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세라복을 입은 미소녀들, 밀리터리, 판타지, SF까지... 이건 뭐 백화점적인 구성이나 다름 없는데요. 이 상이한 비주얼을 모조리 하나의 세계에 녹여놓은 영상미는 역시 잭 스나이더답습니다.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감독이네요.

대충 트레일러로 짐작컨데 이 신비로운 세계는 아마도 주인공인 소녀들의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같습니다. 다만, 그 상상이 현실의 키워드나 해결책을 위한 요소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 같네요. 아마도 감금생활을 당하는 소녀들이 상상 속의 미션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 될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큽니다. '가디언의 전설'을 통해 자신이 가진 마니악한 감성이 전연령가 작품과는 아무래도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 잭 스니이더 인데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그의 스타일 때문에 가디언의 전설이 아동틱한 판타지가 아닌 좀 더 어른스러운 판타지가 될 것 같아 몹시도 기대했건만 기대보다는 낮은 반응을 보였던 바, 이제 다시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 만들어 낸 이 작품이 그 아쉬움을 메워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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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영상미학의 대가와 초특급 판타지 소설, 그리고 3D의 하모니.

ⓒ 2010 Warner Bros. Entertainmnet Inc


'300', '왓치맨' 등을 통해 특유의 감각적이고 고어적인 성인취향의 액션 판타지를 선보인 헐리우드의 기대주 잭 스나이더 감독. 얼마전 엘로스의 블로그에서도 2011년 봄 상영예정에 있는 그의 신작 '서커 펀치'를 소개한 바 있는데요.(서커펀치 소개 포스트 보러가기) 그보다 앞서 잭 스나이더의 특급 프로젝트가 베일을 벗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개봉되었으며, 한국에서도 10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의 신작은 3D 판타지 대서사 애니메이션 '가디언의 전설'.

캐쓰린 래스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미국에서만 500만부 이상 팔린 특급 베스트셀러로서, 올빼미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 판타지 대작입니다. 워너 브라더스가 배급을 맡아 지난 9월 24일 미국에서 개봉되어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평단과 관객에게 열렬한 찬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 아바타 이후 최고의 3D by 곽명동 기자, 데일리 포커스 (기사 보러가기

이미 앞선 여러 작품들을 통해 영상미에 있어서만큼은 A급에 올랐다고 생각되는 잭 스나이더의 연출에,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장대한 서사시가 가미되면서 그 구성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 보입니다. 하늘을 나는 올빼미들의 모험이다보니 속도감과 역동성이 비주얼의 중요한 이슈일텐데, 3D로 제작되면서 이러한 속도감과 역동성을 100% 살려주었을 듯 하구요. 게다가 이 속도감과 역동성이 3D의 묘미를 살려주면서 서로 상부상조하는 형세가 된 듯 하네요. 미국 평단에서 아바타 이후 최고의 3D라는 찬사가 나올만하다는 수긍이 갑니다. 아바타 이후 이제까지의 3D 영화들은 거의 대부분이 트렌드에 편승한 작품들로, 3D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던 작품들도 대부분이었거든요.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만, 이번 가디언의 전설은 판타지 장르에서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도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성인취향의 작품, 그것도 역동적이고 극사실주의적 영상미를 선보였던 잭 스나이더가 메가폰을 잡았기에 픽사나 드림웍스의 말랑말랑한 작품들에 비해 좀 더 파워풀하고 실사영화적인 비주얼을 선보일 것 같다는 점에서 그런데요. 마치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을 연출하면서 성인층도 충분히 공감하고 즐길만한 판타지 영화를 보여준 것처럼, 가디언의 전설 역시 잭 스나이더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보다는 보다 높은 연령대의 관객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영상과 드라마를 선보이리라 기대합니다. 

과연 가디언의 전설이 2010년 하반기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올 한해 헐리우드의 화제작이 그다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디언의 전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요. 올 여름 헐리우드 최고 히트작인 '인셉션'과의 비교는 아직 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놀랄만한 영상미와 장대한 판타지 서사시의 결합이 결코 허언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2010 Warner Bros. Entertainmnet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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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과 '왓치맨'에 이은 잭 스나이더 스타일의 영상미학

ⓒ 2010 Warner Bros. Pictures


화 '300'에서 CF와도 같은 감각적이면서도 고어적인 영상미학을 선보인(물론, 작품의 스토리는 그와는 별개로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지만) 잭 스나이더가 '왓치맨'을 통해 보다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에는 또다른 독특한 작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니메에서나 볼법한 세라복과 각종 코스튬을 입은 미소녀들의 강렬한 액션을 선사할 이 작품의 제목은 바로 '서커 펀치(Sucker Punch)'.

스티브 시부야의 단편소설을 토대로 하여 공동작업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 작품은 사실 잭 스나이더의 전작인 왓치맨보다 앞서서 기획되었던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제작은 왓치맨 이후에 시작이 된 것 같네요. 덕분에 이 작품에는 왓치맨에 참여했던 스탭진들이 상당수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라복을 입은 소녀나, 공각기동대 등에서 볼법한 메카들의 등장은 확실히 일본 아니메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듯 합니다. 아마도 원작자인 스티브 시부야가 그 성으로 미루어보아 일본계이기 때문에 그런 듯도 싶구요. 사실 전체적으로 요즘 헐리웃의 영화들이 일본 아니메에서 많은 모티브를 가져다 쓰는 관계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을 듯도 합니다. 다만, 어린 미소녀들이 액션의 주인공을 맡는다는 이 설정은 전형적인 미소녀 SF 아니메에서 등장했던 설정인지라 근래의 헐리웃의 아니메 사랑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꽤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 2010 Warner Bros. Pictures


잭 스나이더의 작품이니 만큼 CF처럼 현란하고 스타일리쉬하며 동시에 고어스러운 영상이 되리라는 기대는 어긋나지 않으리라 봅니다. 300에서는 비록 왜곡된 원작의 역사관에 기인한 유치한 민족주의와 감상주의가 가득한 영화가 되어버려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 작인 왓치맨에서 보여준 모습은 개인적으로는 300에 비해서 발전했다고 생각되는데요. 물론, 잭 스나이더의 스토리텔링은 그의 뛰어난 영상연출에 비해서는 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만, 스타일리쉬한 장르 영화 수준에서 볼 때 그 정도면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린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듯 싶구요.

그런 면에서 이번 서커 펀치도 스토리보다는 잭 스나이더만의 감각적인 영상미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큰 실망을 주지 않으리라는 믿음입니다. 특히, 현시점에서 볼 때 아니메 스타일의 영상미를 실사영화로 멋지게 살릴 수 있는 감독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 감독 자신의 '기관총을 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표현한 이 작품은 그 표현 그대로 아니메에 근접한 영상미를 자신의 스타일로 멋지게 해석해낸 또다른 멋진 팝콘무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참, 300이나 왓치맨에서 에로티시즘의 한 자락을 놓치 않았던 그이기에 미소녀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 작품에서도 므흣함을 한번 기대해 봐도 되겠네요. 어이쿠, 왠지 흐뭇해지는게...

서커펀치는 미국에서 2011년 3월 25일 개봉예정입니다.

☞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클릭)

ⓒ 2010 Warner Bros. Pictures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2010 Warner Bros.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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