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로도스 섬의 전기 (1990), ロードス島戦記 / Recorde of Lodoss War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정보>

◈ 원작: 미즈노 료(水野良), 야스다 히토시(安田均)
◈ 총감독: 나가오카 아키노리(永丘昭典)
◈ 시리즈 구성/각본: 와타나베 마미(渡辺麻実)
◈ 스토리보드/연출: 야마다 카즈히사(山田勝久)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 캐릭터 디자인/서브 캐릭터: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미노와 유타카(箕輪豊)
◈ 총 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萩田光男) / Sherry(加藤いづみ)
◈ 프로듀서: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正雄), 이케다 노리아키(池田憲章)
◈ 제작총지휘: 카도카와 츠쿠히토(角川歴彦)
◈ 제작사: 매드하우스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角川書店 · 丸紅 · テレビ東京
◈ 일자: 1990.06.30 ~ 1991.11.2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1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줄거리>

마신 전쟁으로 인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섬 로도스. 과거 마신전쟁 6 영웅 중의 한 명인 마모 왕 베르도가 마모를 통일하고 로도스 정복 전쟁을 일으키면서, 세상은 다시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에 파묻히게 된다. 성기사였던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성기사가 되고자 하는 소년 판은, 우연하게 만난 신비한 엘프 소녀 디드리트와 마법사 슬레인, 드워프 전사 김, 사제 에토, 도적 우드척 등과 함께 로도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전쟁의 원흉이라고 생각되는 회색의 마녀 카라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소개>

TRPG의 원조라 할 수 있는 'D&D(Dungeons & Dragon)'의 설정을 기반으로 일본식 TRPG를 만들기 위해 결성된 크리에이터 집단 그룹 SNE의 첫번째 TRPG 세계관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그룹 SNE의 멤버인 미즈노 료가 구상한 이 세계관은 85년 PC 잡지에 연재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소설은 총 7권으로 93년에 연재가 완료되며 2005년까지 누계 발행부수 1,000만부를 넘긴 판타지 라이트 노벨계의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로 군림하고 있다.

정통 RPG 세계관을 적절하게 일본식 테이스트로 변주해 낸 미즈노 료의 로도스 섬의 전기는 단순한 히트를 넘어서 후대의 일본산 RPG와 일본식 중세 판타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반지의 제왕'을 쓴 J.R.R 톨킨이나 D&D가 보여주었던 복잡한 판타지 세계관을 단순화하고 일본식으로 정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엘프와 같은 크리쳐들에 대한 전형적인 외모 역시 제시하게 된다.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판타지 아니메의 엘프나 다크 엘프들의 모습이 이 로도스 섬의 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작품이 후대에 미친 영향은 크다 하겠다.

88년부터 카도카와 서점을 통해 단행본으로 발간되던 로도스 섬의 전기는 90년에 이르러서 매드하우스를 통해 OVA 아니메로 등장하게 된다. 다만, 단행본의 연재 도중에 OVA가 출시되면서 실제 소설의 이야기와 OVA의 이야기 사이에는 꽤 많은 내용상의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미즈노 료가 OVA 시나리오에 관여하였기에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지만, 13화라는  길이의 제약상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OVA에 등장하지 못한 점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OVA 1화와 2화를 묶어 극장용 아니메로 공개되기도 했다.

소설이 보여준 스토리의 백미를 100% 살려내지 못한 OVA 히트의 일등공신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맹활약한 유키 노부테루이다. 80년대부터 범상치 않은 필력으로 업계에서 조금씩 주목을 받던 그는 '파이브스타 스토리(1989)'를 시점으로 서서히 캐릭터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 로도스 섬의 전기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다만, 실제 캐릭터 원안이자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메카닉 디자이너로 더 유명한 이즈부치 유타카가 담당했다는 것이 의외. 토끼 귀처럼 기다린 엘프의 귀를 가진 디드릿트나 수많은 로도스의 캐릭터들은 유키가 아닌 이즈부치가 창조해낸 것이며, 유키는 이즈부치의 원안을 바탕으로 아니메에 어울리는 미형 캐릭터로 새로이 스타일링 한 것이다. 이즈부치의 삽화는 별도의 일러스트 집으로 발매되기도 했는데, 메카닉 디자이너 출신이다보니 캐릭터는 메카닉만큼 디테일하지는 못한 편이다.

소설의 내용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OVA로서의 이야기 구성은 그런대로 준수하다. 디드릿트, 카슈, 베르도, 아슈람 등 몇몇 등장인물들은 원작 소설과 견줄 만큼 매력적이며, 특히 용병왕 카슈나 흑기사 아슈람은 유키의 필력과 어우러지며 주인공 판을 능가하는 매력과 아우라를 보여준다. 하이엘프인 디드릿트의 경우는 아니메의 엘프 캐릭터의 대명사로 현재까지도 그 자리를 어떤 캐릭터에도 내주지 않고 있는데, 사실상 로도스 전기 이후 엘프 캐릭터로서 성공한 예는 디드릿트 외에는 거의 없다시피할 정도. 다크 엘프인 필로테스의 경우도 디드릿트 만큼은 아니었으나 특유의 뇌쇄적인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로 인해 OVA의 오리지널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연재 중이던 원작 소설에까지 등장하게 된다. 반면 주인공 판의 경우 평범한 시골청년에서 로도스를 구하는 성기사로서 성장하는 입지전적인 캐릭터이지만 OVA에서는 이야기가 축약되면서 그의 성장 과정이 대거 삭제, 소설보다는 그 매력이 많이 반감되고 만다.

몽환적인 로도스의 세계를 잘 표현해낸 Sherry의 'Adesso e Fortuna ~ 불꽃과 영원'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는 오프닝 테마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의 일본산 판타지 아니메들이 가볍고 캐주얼한 내용으로 대게 흘러가게 되지만, 로도스 섬의 전기는 일본적인 재해석에도 불구하고 판타지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중후한 매력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판타지 아니메 중에서도 인상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원작 소설이 '마계마인전'이라는 희한한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후 한국 판타지 소설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OVA는 비디오로 출시된 뒤 나중에는 투니버스에서도 방영된다. 



로도스 섬의 전기 - 영웅기사전 (1998)


ⓒ 水野良 · Group SNE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テレビ東京


<정보>

◈ 감독: 타카모토 요시히로(高本宣弘)
◈ 시리즈 구성/각본: 하세가와 카츠미(長谷川勝己) / 쿠보타 마사시(久保田雅史) 외
◈ 스토리보드/연출: 마츠이 히토유키(まついひとゆき)
◈ 캐릭터 원안/캐릭터 디자인: 나츠모토 마사토(夏元雅人) / 소에다 카즈히로(そえたかずひろ)
◈ 미술감독: 코야마 토시히사(小山俊久)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사카모토 마야(坂本真綾)
◈ 프로듀서: 이와타 마키코(岩田牧子)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01~1998.09.30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2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로도스 섬의 전기를 원작으로 TV 시리즈 아니메. 미즈노 료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영웅기사전은 카도카와 코믹스 에이스에서 발간된  나츠모토 마사토의 6권짜리 코믹스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OVA에서는 미처 등장하지 못했던 원작 소설 후반부의 주인공 스파크와 니스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이지만, 판과 디드리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3권 '화룡산의 마룡' 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으며 원작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는 작품이 되었다.

다만, 기대 이하의 작화 퀄리티와 평이한 연출로 인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몹시 낮은 편. 로도스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칸노 요코-사카마토 마야 콤비의 오프닝 '기적의 바다'는 낮은 완성도의 본편과는 달리 인상적이다.


어서오세요, 로도스에 (1998)



<정보>

◈ 감독: 치기라 코이치(千明考一)
◈ 각색: 하세가와 카츠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우사미 코이치(宇佐美 皓一) / 코바야시 아케미(小林明美)
◈ 제작사: AIC
◈ 저작권: ⓒ 水野良 · Group SNE · 夏元雅人 · 百やしきれい / ロードス島戦記 Project
◈ 일자: 1998.04.25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소개>

레이 햐쿠야시키의 4컷 만화를 베이스로 만든 단편 아니메. 로도스 섬의 전기 영웅기사전 방영 중간 단편으로 방영되었으며, 극장에서도 상영된다.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내용은 원작과는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 SD 캐릭터 답게 코믹한 전개의 작품이다.


<참고 사이트>

[1] ロードス島戦記, Wikipedia Japan
[2]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Wikipedia Japan
[3] ロードス島戦記 (1990), allcinema.net
[4] ロードス島戦記-英雄騎士伝- (1998), allcinema.net
[5] ようこそロードス島へ!(1998), allcinema.net
[6] 로도스 섬의 전기,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2013년부터는 TV 시리즈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야마토.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2009년과 2010년, 각각 극장 아니메와 실사판 극장영화로 화려하게 부활을 시도한 니시자키 요시노부(西崎義展) ·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우주전함 야마토'. 생각보다는 그리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면서 2부작으로 기획되었던 극장 아니메는 후속편 제작이 불투명해졌고, 원작자이자 프로듀서였던 희대의 풍운아 니시자키 요시노부가 자신의 배 '야마토'에서 실족사하면서 2010년을 마지막으로 야마토의 시계는 멈춰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이 오래된 구식 우주전함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승무원들과 함께 우주로 향하는 또다른 항해에 오르게 되니 '우주전함 야마토 2199(2012)'가 바로 그것입니다.

☞ 야마토 2199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새로운 항해라 하지만, 야마토 2199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토리는 74년 TV 시리즈를 다시 리메이크한 것인데요. 이는 키무라 타쿠야 주연의 2010년 실사영화와 동일한 전개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보다 늦게 개봉했지만 실제 이 야마토 2199는 이미 수차례의 제작시도를 거쳐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획이 진행되어 왔다고 합니다. 원작자인 니시자키와 원작 만화가인 레이지의 길고긴 법정 다툼 끝에 2009년 극장판 부활편은 니시자키가 레이지와 그의 캐릭터 디자인을 모조리 들어내고 새로운 캐릭터로 승부를 걸었었는데요. 그렇다면 이 새로운 TV 시리즈는 아마도 니시자키가 아닌 레이지의 영향 하에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야마토 2199에 그의 캐릭터 디자인이 베이스가 된 걸 보면 말이죠)

캐릭터 디자인은 레이지의 캐릭터 디자인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상당히 현대적인 컨셉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다만, 시리즈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오키타 쥬죠 함장의 경우는 원안 거의 그대로 그려지고 있구요. 이 밖에도 기관장인 토쿠가와, 군의관인 사도 선생과 같은 인물들도 원안에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묘하게도 나이를 먹은 중장년급 캐릭터들은 원안 그대로, 신세대라 할 수 있는 청년 캐릭터들은 새로운 터치로 그려지면서 신구세대 간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드팬들을 위해서 오키타 함장과 같은 캐릭터는 원안을 그대로 유지하되 신세대 팬들을 위해서 청년 캐릭터들은 요즘 추세에 맞는 터치로 그렸다고 봐야겠지요. 특히, 모리 유키 외에는 전부 남성으로 채워졌던 야마토의 남성중심적 세계관이 신 TV 시리즈에서는 변화를 맞이하여 유키 외에도 무려 4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는 근래의 미소녀 위주의 아니메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제작사가 XEBEC과 AIC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럴 것이라는 예상도 되구요)

캐릭터 디자인은 이미 '우주해적 캡틴 하록 Endless Odyssey(2003)'에서 레이지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재해석한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가 맡았는데요. 그 때와 달리 이번에는 레이지의 느낌보다는 좀 더 요즘의 취향에 맞추려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기획 단계에 그런 식의 주문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만, 그로 인해 특색은 사라진 다소 밋밋한 캐릭터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까지 유키의 필모그라피와 비교하면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유키가 그려서 이 정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다만 안타깝게도 실제 아니메에서는 작화감독이 다른 이유로 유키의 스타일이 그나마 더 반감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감독을 맡은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는 아시다시피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등으로 잘 알려진 일류 메카닉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이미 '라제폰(2002)'으로 제법 인상적인 연출 데뷔를 한 적이 있지요. 위키 재팬에 따르면 감독으로 추천받은 그는 자신보다는 안노 히데아키(이즈부치나 안노 모두 야마토의 열혈팬)를 감독으로 앉히고 자신은 그를 보조하는 역할로 머물기를 원했습니다만, 때마침 시작된 에반게리온 극장판 프로젝트 때문에 결국은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그는 총감독으로서 시리즈 구성과 메카닉 디자인에도 관여했는데요. 스토리보드와 연출 쪽은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2007)', '투러브루(2008)' 등에서 연출 스탭으로 활약한 에노모토 아키히로(榎本明弘)나 가이낙스 출신으로 특촬물과 실사영화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히구치 신지(樋口真嗣) 등이 이즈부치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메카닉 디자인은 이즈부치 외에도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카우보이 비밥(1998)' 등으로 유명한 야마네 키미토시(山根公利)가 참여하고 있으며, '기동전사 Z 건담(1985)', '기동전사 ZZ 건담(1986)'의 메카닉 디자이너 였던 코바야시 마코토(小林誠)와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도  디자인 스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함대전은 3D로 연출되고 있는데, 이 3D는 '기동전사 건담 MS IGLOO(2004)'를 연출했던 이마니시 타카시(今西隆志)가 담당하고 있군요. 음악은 오리지널 야마토의 음악을 맡았던 미야가와 히로시의 아들 미야가와 아키라(宮川彬良). 보시다시피 주요 스탭진의 면모는 꽤 비중있는 편입니다만, 이들 대부분이 야마토를 보고 자란 아니메 1세대에 해당하는 인물임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완벽히 새로운 세대에 의해 야마토가 다시 부활하는 셈인 것이죠. 아, 주제가 만큼은 사사키 이사오(ささきいさお)가 그대로 불러주시는군요. 하긴 일본의 올드팬들에게 이 부분은 꽤 크리티컬 부분일지도.

아쉬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토의 구시대적인 내러티브는 야마토 2199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군국주의의 상징적 골동품 같은 야마토야 그렇다치더라도 민족주의적 정서가 깊게 베인 시놉시스, 과도한 비장미, 시대를 벗어난 장렬함, 카미카제식 희생에 대한 미화 등, 야마토가 간직하고 있는 부정적인 정서들은 사실 글로벌한 감성과는 거리가 멀 뿐더러 일본의 신시대들에게도 그다지 먹히지 않는 테마입니다. 과연 이러한 고정관념을 야마토가 얼마나 극복해낼지는 미지수, 아니 부정적으로 보이는군요. 오리지널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 원작이 내포하고 있던 몇가지 모순점을 조정하고 스토리 템포를 변화시킨 것이 이번 야마토 2199의 큰 구성이기에 이러한 예상은 거의 틀리지 않을 듯 합니다. (실사판 야마토에서 보여준 전혀 공감되지 않는 비장미가 아니메에서는 그나마 덜 거슬리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좋아질 것 같지도 않을 듯)

야마토 2199는 3화까지를 극장을 통해 선행방송 형태로 상영한 후, 2013년부터 TV 시리즈로 방영을 한다고 합니다. 1화가 이미 4월에 개봉을 했고, 5월에 블루레이와 DVD로 릴리즈가 되었지요. 2화는 6월 30일에 개봉예정에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2008년 극장 아니메에 비해서는 나아진 모습으로 평가도 좋은 듯 싶은데요. 근래 들어 다시금 시작되는 아니메 마스터피스들의 부활 프로젝트가 일견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소재 고갈로 인해 한계에 다다른 아니메의 현실을 대변하는 듯도 합니다. 야마토가 부활을 했고, 건담도 부활 예정이니 다음에는 또 어떤 마스터피스가 부활 티켓을 예매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 (보러가기)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宇宙戦艦ヤマト2199 製作委員会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파이브 스타 스토리 (1989), ファイブスター物語 / Five Star Stories


ⓒ 永野護 · 角川書店


<정보>

◈ 원작: 나가노 마모루(永野護)
◈ 감독: 야마사키 카즈오(やまざきかずお)
◈ 각본: 엔도 아키노리(遠藤明範)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메카닉 작감/메카닉 디자인 협력: 모토이기 히로아키(本猪木浩明) / 아키타카 미카(明貴美加)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金子英俊)
◈ 음악/노래: 아사카와 토모유키(朝川朋之) / 나가야마 요코(長山洋子)
◈ 기획/제작: 타미야 타케시(田宮武) / 카도카와 하루키(角川春樹)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植田益朗)
◈ 제작사: 카도카와 서점, 선라이즈
◈ 저작권: ⓒ 永野護 · 角川書店
◈ 일자: 1989.03.11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그리고 노오스, 4개의 태양계로 구성된 조커 태양성단에는 현재 수많은 국가들이 난립해 있다. 행성 델타베룬을 지배하는 연합국인 A.K.D(Amateras Kingdom Demesnes),  행성 쥬노의 왕정국가 콜러스, 캘러미티를 지배하는 필모어 제국, 보오스 행성의 연합국가 하스하 연합공화국 등등... 동시에 그곳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인간형 거대 전투병기 모터 헤드와 조종사인 헤드라이너,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인 파티마들이 싸움을 펼치는 무대이기도 하다. 파티마, 그것은 인공생명체로서 모터 헤드와 헤드라이너 사이에서 모터 헤드를 보다 더 쉽게 컨트롤하기 위해 태어난 여성형 컴퓨터 안드로이드이다. 그러나 그녀들의 몸 속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고, 모습 역시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성단 최고의 천재 과학자인 크롬 발란셰는 이 때까지 모두 44명의 파티마를 창조해낸 전설적인 파티마 마이트로, 그가 최후에 만들어 낸 세 명의 파티마는 후일 조커 성단의 미래를 좌우할 가공할 힘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아트로포스, 라키시스, 클로소로 알려진 이들 세자매는 운명의 3여신이라 불리웠으며, 이중 둘째인 라키시스는 조커 성단의 창조주이자 A.K.D의 지배자인 아마테라스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니, 그것은 조커 성단 전체에 있어서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자 4개의 태양계 전체를 전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할 슬픈 운명의 서막이기도 했다.

때는 성단력 2988년, 역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장판 프롤로그 해설 일부 참조)


<소개>

선라이즈의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카도카와 서점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을 통해 연재했던 코믹스 '파이브 스타 스토리(Five Star Stories, 이하 FSS)'를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아니메. 1986년 4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코믹스는 25년이 흐른 2011년 현재 단행본으로 12권까지 발간된 채 여전히 그 완결을 알 수 없는 초장기 연재 작품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그나마 1, 2년 단위로 발간되던 단행본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3년의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2006년 12권이 발간된 이후로는 5년째 연재가 멈춰선 상태로, 이는 워낙 괴팍하고 개성이 강한 원작자도 원작자이지만,(비디오 게임에 빠져 연재가 더디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수만년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와 수많은 국가, 거기에 수많은 등장인물과 파티마들, 그리고 인간형 병기 모터헤드들에 대해 일일이 세세한 설정과 디테일이 부여되고 있기에 물리적으로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괴이한 성격의 작가 덕택에 설정이 안드로메다급으로 복잡해진 부분이 있기는 하다)

나가노 마모루가 워커홀릭이라면 모를까, 대개는 이렇게 거대한 설정을 부여한 뒤에는 작가 스스로 그 무게에 짓눌려 연재가 더디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나가노는 FSS 연재 중에 종종 다른 작품들에도 손을 대었으나 대부분은 완결을 보지 못한 채 중단하게 된다.) FFS의 경우는 엄청나게 더딘 연재속도 덕에 몇 년 전의 설정이나 인물들을 나가노 본인도 잊어버린 채 작품을 연재한 뒤 이를 보충하는 별개의 설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권당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수는 대하 역사소설이나 김용의 무협소설에 비견될 만큼 많으며, 독자도 독자지만 창조해내는 작가조차 헛갈릴 정도로 많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수많은 인물들에게 일일이 설정을 부여한 작가의 디테일은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패션감각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나가노에 의해 창조된 다채로운 코스튬들은 미학적으로도 다른 만화가들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하나의 컷에 들어가는 노력 또한 다른 만화에 비해 수 배가 넘는다. 

FSS는 가상의 세계인 조커 성단을 배경으로 하여 이스터, 웨스터, 서전드, 노오스의 4개 태양계에 위치한 수많은 나라들과 각 나라들의 다채로운 등장인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모터헤드 조종사인 헤드라이너와 그들의 파트너인 여성형 안드로이드 파티마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다. 여성형 안드로이드로 작품의 주요 테마이기도 한 파티마의 경우는 보통의 여성과 다를 바 없는 외모를 갖고 있지만 영원히 늙지 않고 주인인 기사의 파트너로 봉사한다는 점에서 은연중에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로 인해 벌어지는 그녀들의 갈등과 번민을 작품 속에 그리고 있기에 단순히 흥미 위주로 그치지는 않았다.) 작품의 주인공 중 한명인 아마테라스의 경우에는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으로 본 작품에서도 역시 조커 성단의 창조주로 등장하고 있는데, 아마테라스가 원래 여신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FSS의 아마테라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자로 착각할 미모로 그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이 캐릭터들이 상당히 길고 슬림한 모델과 같은 체형으로 그려지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나가노의 여성스러운 미학관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나 파티마들의 속옷까지 디자인하고 계셨으니 뭐...)

애니메이터로서 활약하던 시절, 선라이즈의 작품에서 보여준 나가노의 메카닉적 재능은 본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메카닉 디자이너 겸 설정 디자이너로 작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중전기 엘가임(1984)'과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캐릭터는 엘가임에서 모티브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엘가임의 인간형 병기 헤비메탈(HM)은 FSS의 모터헤드(MH)와 거의 같은 컨셉을 보여주는데, HM과 MH로 양 작품의 인간형 병기의 명칭이 대칭되는 것도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으로 추측된다. 실제 나가노는 엘가임의 펜타고나 월드와 FSS의 조커 성단을 같은 세계관에 묶어서 이야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로 인해 FSS보다 나중의 시대로서 펜타고나 월드가 등장하며, 이 시기에는 파티마의 제조방법과 같은 구시대의 기술이 많이 사라졌다는 설정이 부여된다. 다만, 더딘 연재 속도로 이러한 계획이 언제쯤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며, 그나마 연재 중 잦은 설정 추가와 번복으로 원작자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FSS의 세계관이니만큼 앞으로의 방향은 미지수라 하겠다.

엘가임 뿐만이 아니라 엘가임 이후 그가 참여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에서 그가 제출한 메카닉들도 후일 상당수가 FSS에 쓰이게 된다.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그가 그려낸 메카닉들은 너무도 세밀한 디테일을 갖고 있어 당시 기술력으로는 프라모델로서의 상품화가 용이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타 건담에서 중도 강판 당하는 사건을 겪기도 하는데, 그로 인해 나가노가 제출했던 상당수의 MS 디자인들은 FSS의 모터헤드에 적용되었고, 이 모터헤드들은 후일 상품화가 불가능할 것 같던 프라모델로 등장하여 놀라운 디테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이야기적 완성도를 차치하고서라도, 캐릭터와 코스튬, 메카닉 등 작품 전반에 걸쳐 나가노가 보여준 치밀한 디테일과 설정은 범인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 하겠다.

카도카와의 만화잡지 뉴타입 부록 FSS 극장판 100% 콜렉션. ⓒ 角川書店

극장 아니메는 FSS의 단행본 1권에서 2권까지의 이야기인 '운명의 3여신 파트1, 라키시스'를 기본으로 66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중편 아니메로 제작되었다. 감독은 애니메이터 출신으로 '시끌별 녀석들 3 Remember My Love(1985)', '시끌별 녀석들 4 Rum the Forever(1986)' 등을 통해 연출파트로 자리를 옮긴 야마자키 카즈오가 맡았다. 유키 노부테루가 맡은 캐릭터는 나가노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장 아니메라는 성격에 맞게 변주한 최고의 선택으로, 유키 특유의 미적감각이 더해지면서 다소 괴기스러운 나가노의 캐릭터들은 보다 더 매력적인 생명력을 부여받기에 이른다.

카도카와 극장 아니메답게 하이 퀄리티의 영상미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특히 라스트 클라이막스에 등장하는 성단 최강의 모터헤드 나이트 오브 골드의 등장씬은 본작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는 씬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방대한 설정과 수습이 불가능한 원작의 성격상 극장 아니메는 애초부터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고 초반부의 이야기만을 갖고 작품을 구성하게 되는데, 그 결과 원작의 스토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점에서는 비약이 심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아무래도 서장에 불과한 초반부의 스토리가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 역시 가지고 있었다.



<참고 사이트>

[1] ファイブスター物語, Wikipedia Japan
[2] ファイブスター物語 (ストーリーズ) (1989), allcinema.net
[3] 파이브 스타 스토리,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永野護 · 角川書店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지구로 (1980), 地球へ… / Toward the Terra


ⓒ 竹宮惠子 · 朝日ソノラマ · TOEI


<정보>

◈ 원작: 타케미야 케이코(竹宮惠子)
◈ 감독: 온치 히데오(笠井由勝)
◈ 애니메이션 연출: 카사이 요시카즈(恩地日出夫)
◈ 각본: 온치 히데오, 시오다 치구사(塩田千種)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스다 마사미(須田正己)
◈ 메카닉 디자인: 스다 마사미, 히오 아키라(ひおあきら)
◈ 미술감독: 츠지다 이사무(土田勇)
◈ 음악/노래: 사토 마사루(佐藤勝) / 다 카포(ダ・カーポ)
◈ 기획/제작: 아리가 타케시(有賀健), 타미야 타케시(田宮武) / 이마다 치아키(今田智憲)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竹宮惠子 · 朝日ソノラマ · TOEI
◈ 일자: 1980.04.26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시놉시스>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후의 미래, 인류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을 이룩했지만, 스스로가 모성 지구를 멸망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우주로 진출하여 지구가 회생할 시간을 주기로 결정한다. 다른 혹성에 정착한 인류는 컴퓨터에 의해 자신들의 모든 생활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뒤, 자연적인 출산을 거부하고 정자와 난자를 무작위로 골라내어 컴퓨터 관리 하에 인공수정과 배양을 거친 뒤 태어난 아이들을 무작위로 선정된 양부모에게 맡기는 새로운 출산·양육 시스템을 구축한다. 양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14세가 되는 해, 각 행성을 관리하는 메인 컴퓨터 마더의 적성검사를 거쳐 성인으로 인정받게 되면 그전까지의 기억이 모두 소거되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지식을 주입받아 각자의 적성에 맞는 전문 교육을 받게 된다. 컴퓨터에 의해 완벽히 통제되는 세상, 통칭 SD(Superior Dominance)의 시대인 것이다.

허나, 모든 이들이 마더의 적성검사를 통과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태어난 아이들 중 극히 일부분은 컴퓨터의 세뇌 시스템에 저항하는 특별한 정신력과 초능력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들은 부적격자로 낙인찍혀 체제로부터 제거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제거 대상의 인간들 중 시스템의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탈옥에 성공한 이들도 있었다. '뮤'라 불리는 이들 규격외 인간들은 강대한 초능력을 지닌 최초의 뮤 솔져 블루의 지휘 아래 인류의 고향이자 그들의 안식처가 될 지구로 돌아가려는 원대한 계획을 꿈꾸게 된다. 그로부터 300여년 후,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블루는 이 원대한 계획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인 새로운 솔져를 찾고 있으니 그가 바로 죠미 마키스 신, 인간의 육체적인 능력과 뮤의 정신적인 능력을 겸비한 14세의 소년이었다.


<소개>

'월간만화소년'에 타케미야 케이코가 1977년부터 1980년에 걸쳐 연재한 순정 SF 만화. 순정만화의 도식화된 공식을 버리고 장대한 SF 대하 드라마적 이야기를 도입하여 순정만화의 부드러움과 소년만화의 모험적 요소를 모두 지닌, 코믹스의 범주를 넘어서는 대작 SF로 탄생하게 된다. 지구로는 탁월한 SF 드라마로 78년 제9회 성운상(일본의 유명한 SF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순정만화가가 소년만화지에 연재한 최초의 이례적인 케이스이기도 했다. 타케미야 케이코는 친구이자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하기오 모토(萩尾望都)와 함께 오이즈미 살롱에 출입하는 순정만화가들의 모임인 '꽃의 24년조'를 이끌고 있었는데, 하기오 모토와 함께 순정만화가의 틀을 넘어서는 다양한 장르들을 시도하며 지구로 외에도 다수의 명작들을 양산, 후대의 순정만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 日本 소녀만화 잡지사 1970-80 ② 황금기를 장식한 순정만화 by 캅셀 (보러가기)

70년대 후반 순정만화계에 신선한 센세이션을 던진 이 작품은 결국 극장 만화영화로 기획된다. 제작사는 도에이 동화. 전년도에 큰 성공을 거둔 '은하철도 999(1979)' 극장판의 여세를 이어가기 위한 도에이의 대작 극장 아니메로 바로 이 지구로가 낙점되었던 것이다. 감독은 만화영화 연출가들을 제치고 이례적으로 실사영화 감독인 온치 히데오가 낙점되었다. 실사영화 감독으로서는 제법 유명한 인물이었으나 문제는 아니메 연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에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레이트 마징가(1974)', '캔디 캔디(1976)' 등에서 연출을 맡았던 카사이 요시카즈가 애니메이션 연출로서 그를 서포트하게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구도는 작품의 완성도를 낮추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캐릭터 디자인은 'SF 서유기 스타징가(1978)', '과학닌자대 갓챠맨 F(1979)'부터 '북두의 권(1984)'을 거쳐 2000년대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스다 마사미가 맡았다. 그로 인해 카리나 같은 캐릭터의 경우에는 어딘가 모르게 스타징가의 오로라 공주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며,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갓챠맨과 같은 극화풍의 터치가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원작인 순정만화풍의 터치와는 너무 다른 느낌이다보니 원작팬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부분은 원작의 캐릭터를 만화영화에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이식했던 은하철도 999와는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작 캐릭터와의 이질감 역시 작품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영향을 미친다.

캐릭터의 이질감과 더불어 단선적인 스토리 전개도 몹시 아쉽다. 인간측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키이스에게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나 키이스와 피시스와의 충격적인 관계들이 그냥 아무런 반전이나 갈등 없이 그대로 주변인물들의 상황 설명으로 넘어가는 부분은 상당히 농밀한 원작의 드라마 구도를 무미건조하게 바꾸어 버렸다. 대작 SF 드라마를 극장 아니메로 옮겨 오면서 방대한 내용을 다 담아내려 한 것도 무리수로 작용했는데, 극장 아니메로서는 무척 긴 러닝 타임인 119분이 할당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든 이야기를 다 풀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일부 장면들의 서사는 매끄럽지 못하고 뚝뚝 끊기는 느낌을 준다. 앞선 스토리의 단선적인 전개도 어찌보면 이 시간상의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원작과는 달리 주인공인 죠미와 카리나의 사이에서 나스카 칠드런의 리더인 토니가 태어나는 등, 몇몇 설정의 각색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그로 인해 나아진 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스토리나 캐릭터 묘사 등 많은 부분에서 아쉬운 결과를 남기게 된 작품이었지만, SF 드라마로서 수준급에 이르는 원작의 아우라로 인해 장대한 SF 드라마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수준급의 미술과 촬영 기법 등으로 당대의 대작 극장 아니메의 격에 맞는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 하겠다.


지구로 (2007)


ⓒ 竹宮惠子 · MBS · SKY Perfect Well Think · ANIPLEX


<정보>

◈ 감독: 야마사키 오사무(ヤマサキオサム)
◈ 각본: 네모토 토시죠(根元歳三), 모리타 시게루(森田繁), 오오노기 히로시(大野木寛),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外
◈ 캐릭터 디자인: 유키 노부테루(結城信輝)
◈ 컨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메카닉 디자인: 마츠모토 히데유키(松本秀幸), 야나세 타카유키(柳瀬敬之), 이시즈 ?(石津泰志)
◈ 작화감독: 미야마에 신이치(宮前真一), 와타나베 노부히로(渡辺伸弘), 타케노리 요코(高乗陽子) 外
◈ 미술감독: 요시하라 쥰이치로(吉原俊一郎)
◈ SF 고증: 사카이 미츠야스(堺三保)
◈ 음악: 타카나시 야스하루(高梨康治)
◈ 음악: UVERworld, 타카하시 히토미(高橋瞳), 가토 미리야(加藤ミリヤ), CHEMISTRY
◈ 제작사: 마이니치 방송, 스카이 퍼펙트 커뮤니케이션 Wellthink, ANIPLEX, 미나미마치 부교소(南町奉行所), 도쿄 키즈
◈ 저작권: ⓒ 竹宮惠子 · MBS · SKY Perfect Well Think · ANIPLEX
◈ 일자: 2007.04.07 ~ 2007.09.22
◈ 장르: SF, 드라마,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24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 竹宮惠子 · MBS · SKY Perfect Well Think · ANIPLEX

무려 27년만에 다시 만들어진 지구로의 리메이크는 TV 시리즈로 제작이 결정되었다. '전국기담 요도전(1988~1989)', '박앵귀(2010~2011)' 등을 연출한 야마사키 오사무가 감독을 맡고 유키 노부테루가 캐릭터 디자인을, 이즈부치 유타카가 컨셉 디자인을 맡아 고전 SF 명작을 멋진 신감각의 SF 드라마로 재단장했다. 특히, 순정만화의 미형 주인공을 재해석하여 그려낸 유키의 캐릭터 디자인은 이 시리즈의 가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부분으로, 그가 그려낸 솔져 블루나 키이스 어니언, 토니 등은 원작 이상의 아우라를 가진 캐릭터로 거듭나게 된다.
 
원작과 극장판에서만 하더라도 민간복장을 한 유랑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뮤들은 TV 판에 이르러서는 흡사 '스타 트렉(1966)'에 등장하는 엔터프라이즈 호의 승무원들과 같은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캐릭터 디자인 뿐만 아니라 코스튬에 있어서도 확실히 80년대 극장판에 비해서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CG로 그려진 우주항모의 디자인 역시 미려하고 아름다우며, 뮤의 모선은 '샹그릴라(신비롭고 아름다운 산골짜기라는 뜻으로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1933)'에서 사용)'라는 명칭이 별도로 부여되는데, 이는 모선의 아름답고 거대한 형상과 무척 잘 어울리는 네이밍 센스라 하겠다.

기본적으로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갔으나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각색이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솔져 블루의 최후로, 원작이나 극장판에서는 비교적 일찍 시리즈를 퇴장했지만 TV 시리즈에서 죠미를 능가하는 인기 캐릭터로 거듭남에 따라 그 최후 역시 훨씬 나중으로 미뤄지며 보다 더 장렬하게 묘사된다. 물론 이러한 전개는 역으로 시리즈의 주인공인 죠미와 키이스의 아우라를 약화시키는 약점이 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극의 구성은 무난하며 흐름도 괜찮은 편이다. 특히, 극장판에서 단선적인 전개로 흘러갔던 많은 이야기들이 보다 입체적인 구조로 바뀐 부분은 환영할만 하다.

이밖에도 인간에 비하여 허약 체질로 태어난 뮤들이 TV 시리즈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게 그려졌다거나, 블루의 상징이기도 한 보청기가 보청기라기보다는 그저 솔져의 증표로만 그려진 점 등은, 인간과 뮤의 차별점이 초능력 외에는 없지 않나 싶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또한 혹성 나스카에서 수많은 동족들을 잃은 뒤 보고 듣고 말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죠미는 TV 시리즈에서는 그 사건 후에도 아무런 장애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전반적으로 인간에 비해 많은 약점을 드러냈던 뮤들이 TV 시리즈에 와서는 오히려 인간보다 월등한 존재로 묘사되는 듯한 뉘앙스가 풍기고 있다 하겠다. 라스트에 죠미에게서 인류의 미래를 부탁받는 토니의 모습에서는 흡사 뮤가 인류를 이끄는 새로운 리더들로 부상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원작의 뛰어난 주제와 스토리 텔링을 비교적 잘 살려낸 작품으로 매력적인 디자인과 함께 기대 이상의 완성도로 태어난 작품이라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地球へ…, Wikipedia Japan
[2] 地球(テラ)へ…(1980), allcinema.net
[3] 地球へ…(2007), allcinema.net
[4] Toward the Terra (movie), ANN
[5] 지구로, 엔하위키 미러
[6] 지구로...(地球へ…) 1980,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