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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트는 WoW 두번째 확장팩이 시작할 즈음 제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을 세번째 확장팩에 발맞춰 재활용하는 포스트입니다. 네번째 확장팩이 나올 때는 재활용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쩝)

 다른 듯 서로 닮은 두 세계의 카리스마 악역들

ⓒ BLIZZARD Entertainment


으로 약 한달 뒤인 2010년 12월 9일이면 블리자드의 인기 MMORPG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세번째 확장팩 '대격변(Cataclysm)'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와우저들에게는 다시금 피를 끓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비록, 오픈베타 때 만렙 찍고 쉬고, 첫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십자군, 아니 성전' 때 70렙 찍고 바로 쉬고, 두번째 확장팩인 '리치왕의 분노' 때 80렙 찍고 바로 쉬어버린 레이드 경험 전무의 '어쩌다 와우저'인 엘로스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까지 와우를 계속 플레이하고 있는 까닭은,

방대하고 치밀한 세계관과 그 속에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죠. 영상 매체든 게임 타이틀이든, 소설이건 코믹스이든 간에 이 스토리텔링은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 수가 없는 것입니다. 특히, 블리자드가 창조해낸 아제로스의 이야기는 TRPG 세계관으로서 방대한 스케일과 영웅들이 즐비한 포가튼 렐름의 세계나 J.R.R 톨킨 교수가 창조해낸 모든 중세 판타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중간계의 세계관(이하 톨킨의 세계관) 만큼이나 치밀하고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한데요. 물론, 그 오랜 역사나 스케일 등에 있어서 앞선 두 세계관이 여전히 우위에 있음은 사실입니다만, 아제로스의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제로스의 이야기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게 되는 악마들과 악당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톨킨의 세계관에도 이와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떠오르게 되었는데요. 두 시리즈의 주요 악역들이 모두 서로 대칭되는 위치에 있어서 몹시도 흥미롭다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부분은 어떤 면에서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이 톨킨의 세계관에 많은 영향를 받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판타지 세계가 모두 톨킨의 세계관에 많게든 적게든 영향을 받았음을 감안할 때 이러한 악역들의 대칭은 주목할만하지 않을까 싶군요.

자, 그래서 이번 시간은 워크래프트 세계에 등장한 악역들과 톨킨의 세계관에 등장한 악역들을 서로 비교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모르고스 vs 살게라스

저, 톨킨의 세계관에서 가장 강대한 악의 원흉은 멜코르로, 후에 모르고스라 불리게 되는 한 발라(톨킨의 세계관에서는 창조주 일루바타르를 섬기는 존재들로 쉽게 기독교에서의 천사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입니다. 절대신 일루바타르를 섬기는 발라들 중에서도 가장 총명한 존재였던 그는, 일루바타르가 창조해낸 선율(이 톨킨의 세계에서 세상을 창조하는 신들의 힘은 바로 음악으로, 개인적으로 참으로 낭만적이면서도 멋진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습니다.)에 의문을 품고 발라들의 합창 중에 홀로 자신만의 음색을 만들어내려다 큰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결국 천계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천계에서 쫓겨난 그는 앙심을 품고 일루바타르가 창조해낸 새로운 세상 중간계와 중간계의 생명체인 엘프들을 증오하게 되는데요. 중간계로 숨어든 그는 때로는 감언이설로, 때로는 압도적인 폭력과 증오로 엘프들과 멘족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끝없는 전쟁을 일삼다가 결국, 중간계의 발라들과 엘프들이 힘에 의해 세계 저편으로 추방되기에 이르릅니다.

기독교 세계관의 타천사 루시퍼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모르고스는 처음에는 선량한 존재였다가 신을 의심하고 악마로 타락한다는 점에서 고귀한 청동거인에서 악마의 제왕으로 변화하는 살게라스와 비교된다고 하겠습니다.

살게라스(좌)와 모르고스 (우)



아키몬드 vs 고스모그, 킬제덴 vs 사우론

라들은 마이어라 불리는 존재들을 휘하에 두고 있습니다. 마이어들은 발라들을 보좌하는 일종의 하급천사와 같은 존재들로, 발라들에게는 못미치지만 강대한 힘을 갖고 있는데요. 타락한 발라 모르고스를 따르던 마이어들은 모르고스와 함께 사악함에 물들어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버리고 끔찍하고 흉측한 모습들로 변하게 됩니다. (모르고스를 따르던 엘프들 또한 흉측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오크들입니다.)

이런 마이어들 중에는 모르고스의 총애를 받는 두 존재가 있었는데, 발록(영화 '반지의 제왕' 1편과 2편에서 회색의 간달프와 사투를 벌이던 거대한 악마)의 대장인 고스모그와 영화 '반지의 제왕'을 통해 모르고스보다 더더욱 유명해진 악의 제왕 사우론이 그들입니다. 강대한 힘을 지닌 고스모그가 모르고스의 왼팔이라면, 사악하고 교활한 사우론은 모르고스의 오른팔이라고 해야겠지요. 실제로, 누메노르 왕국을 술수로 멸망시킨 것도 사우론이며, 절대반지를 통해 중간계의 엘프와 멘족, 그리고 드워프들을 타락시킨 것도 사우론입니다.

이 둘은 그 위치와 성격에 있어서 살게라스의 군대를 이끈 총사령관 아키몬드(워크래프트 3편의 하이잘 산에서 세계수와 함께 폭사)와 책략가 킬제덴(리치왕을 만들어내고, 일리단을 수하로 부려 아제로스를 괴롭히는 악마)의 모습과 비교됩니다. 힘을 앞세워 정면공격한 아키몬드는 발록을 이끌고 수차례의 엘프와 멘족의 전쟁에서 앞장을 선 고스모그와 비슷하며, 술수와 책략을 좋아하는 킬제덴 역시 사우론의 스타일과 비슷하다 하겠지요.

킬제덴(좌측상단)과 사우론(우측상단), 아키몬드(좌측하단)와 고스모그(우측하단)



리치왕 아서스 vs 앙그마르의 마술사 왕

르고스가 발라들과 엘프들에 의해 세계저편으로 영원히 추방된 후, 조용히 숨어서 때를 기다리던 사우론은 강대한 누메노르 왕국을 술수와 책략으로 파멸시키고 중간계로 숨어듭니다. 중간계로 돌아온 그는 엘프와 멘족, 그리고 드워프들에게 환심을 산 뒤에 각 지도자들에게 마법의 반지를 선물하게 되는데요. 그 와중에 사우론은 몰래 어둠의 산에서 이 반지들을 지배할 수 있는 절대반지를 만들어내어 중간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드러냅니다. 엘프들은 사우론의 흉계를 눈치채고 반지를 버린 체 몸을 피했고, 드워프들은 보물에 대한 탐욕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반지를 끼고 있었음에도 사우론의 힘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지만, 반지를 선물받은 9명의 멘족 왕들은 절대반지의 마력에 사로잡혀 사우론의 충실한 수하들이 되지요. 이들 9명이 바로 사우론의 측근인 나즈굴들이며, 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나즈굴이 앙그마르의 마술사 왕(Witch King of Angmare)인 것입니다.

이쯤되면 눈치채셨겠지요? 이 마술사왕은 서리한(Frost Moune)에 의해 타락한 데스나이트가 되었다가, 후일 킬제덴이 만들어 낸 리치왕 넬쥴과 한 몸이 되어 새로운 리치왕으로 거듭나게 되는 비운의 인간족 왕자 아서스 메네실의 운명과 유사하다 하겠습니다. 게다가 리치 킹(Lich King)이라는 이름은 위치 킹(Witch King)이라는 이름과 발음마저 유사하기까지 하지요.

리치왕 아서스(좌)와 앙그마르의 마술사왕(우)




론, 세세한 설정과 이야기는 다릅니다만, 두 세계관에서 동일한 구도를 갖고 있는 악역들의 모습은 상당히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마침 워크래프트의 실사영화까지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과연 이런 매력적인 악당들이 영화 속에서 다시 등장할지 어떨지도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군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세번째 확장팩의 시작, 이런 숨겨진 뒷 이야기를 알고 와우를 즐긴다면 좀 더 재미있는 아제로스의 모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참, 이번 대격변의 최대 악인 데스윙은 과연 톨킨의 세계관에 무엇과 비유할 수 있을까요. 톨킨의 세계관에는 용이 모르고스의 사악한 부하들로 등장하는지라 숭고한 존재에서 타락한 악의 용이 된 데스윙의 모습과는 대비될만한 존재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비슷한 드래곤을 꼽자면,

톨킨의 세계관에서 모든 용들의 시조로, 핀로드 펠라군드의 나르고스론드 왕국을 멸망시킨 고룡 글라우룽이나 날개 달린 용으로 발라들과 에아렌딜의 군세에 맞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던 흑룡 앙칼라곤이 어떨까요. (생김새로는 앙칼라곤이 더 비슷하겠군요.)

빈킬로트에 탄 에아렌딜과 사투를 벌이는 앙칼라곤. 에아렌딜에게 패한 앙칼라곤은 모르고스의 당고르드림 위로 떨어져 탑과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Illustrated by Simone G. Des Roches)

투린의 칼에 깊은 상처를 입는 글라우룽. 여기서 글라우룽은 최후를 맞이한다. (Illustrated by Guy Gond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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