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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필름 · 오돌또기


<스탭>

◈ 감독: 오성윤
◈ 원작: 황선미
◈ 제작: 명필름, 오돌또기


<시놉시스> 

양계장 속에 갇혀 사는 암탉 잎싹. 양계장 밖 마당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스스로 알을 품어 병아리를 낳고 싶었던 잎싹은 양계장을 빠져나오기 위해 며칠동안 굶고 탈진상태가 되어 혼절한다. 잎싹이 죽었다고 생각한 양계장 주인은 그녀를 밖으로 내다 버리고 때마침 먹이를 찾던 족제비에게 발견되어 위기에 처한 찰나, 한 청둥오리의 도움으로 잎싹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마당으로 돌아온 잎싹이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수탉과 오리들의 차가운 냉대뿐. 결국 잎싹은 양계장을 떠나 야생에서의 생활을 결심하게 된다.

낙관적인 잎싹이었지만 숲에서의 생활은 양계장에서 자라온 암탉에게는 막막하기만 했다. 얼마전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청둥오리(잎싹은 그를 나그네라 부른다)의 도움으로 잎싹은 숲의 리빙 컨설턴트 수달(잎싹은 달수라 부른다)을 만나 거처를 얻게 되고, 나그네는 근처에서 자신의 부인과 신방을 차리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평화로운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그네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둥지를 습격한 족제비에 의해 나그네의 부인이 끌려가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족제비에게 끌려가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나그네는 필사적으로 쫓아가지만, 예전에 한쪽 날개가 부러진 그는 결국 그녀를 구하지 못한 채 오열하고 만다.

족제비가 어지럽힌 나그네의 신방. 잎싹은 그 둥지 속에서 오리알을 발견하고 알을 정성스레 품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의 평생의 소원이기도 했었는데... 과연, 잎싹은 청둥오리의 알을 잘 품어낼 수 있을까.


반세기 한국 만화영화사를 다시 쓸지도 모를 대작 애니메이션

8월 6일 현재 누적관객 78만명을 넘어선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은 이제 한국 만화영화의 역사를 새로이 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 만화영화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았던 크리에이터들의 땀과 눈물이 과연 마당을 나온 암탉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겠습니다만, 적어도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만화영화의 수준이 더 이상 2류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증명해준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확신합니다.

40년 가까이 만화영화를 사랑하고 미국와 일본의 걸작 만화영화를 부러워하면서 보아온 엘로스에게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분명 기대 이상의 완성도였고, 외국의 탑 클래스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도 손색이 없는 경쟁력을 갖춘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한 작화적 완성도를 벗어나 6년의 시간이 걸린(어쩌면 여기에는 피치 못할 지연요소도 있었겠지만) 치밀한 프리 프로덕션, 배경이 된 우포 늪에 대한 철저한 사전답사, 선녹음 후작화의 프리스코어링 방식, 이미 검증된 베스트 셀러를 기반으로 한 완성도 높은 각색, 아름다운 음악과 주연 연기자들의 맛깔나는 연기력(물론, 이 부분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등 본 작품은 단순히 재미있고 그림 좋은 만화영화를 벗어나 제작단계에서부터 한국 만화영화의 일보전진을 향한 의미있는 시도들이 행해졌다 하겠습니다.

비디오 레인져 007(1984)’이라는 희대의 셀 도용작을 극장에서 관람한 뒤 한국 극장 만화영화에 깊은 실망감을 느낀지 어언 27년 만에 처음으로 극장의 스크린을 통해서 만나게 된 이 한국 만화영화는 실로 그간의 아쉬움과 무관심을 모두 만회시킬 만큼의 역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라스트에서 힘차게 하늘을 나는 청둥오리 초록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눈부신 조화, 선녹음 후작화의 유려한 움직임

프닝부터 시작되는 유려한 수채화 풍의 배경은 이 작품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단초입니다. 동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실로 동화속의 모습을 그대로 동영상으로 옮긴 듯 서정적이고 포근합니다. CG 애니메이션과 비교하여 다소 두루뭉실한 수채화의 느낌은 CG 처리된 선명한 동물 캐릭터들로 인해 조화를 이룹니다. 부드러운 배경과 선명한 캐릭터의 조합은 확실히 이 작품을 일본의 아니메나 북미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한국 만화영화만의 독특함으로 승화시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비주얼은 대중적이라기보다는 다소 마니악한 축에 속합니다만, 대중성에 대한 고려도 어느 정도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주연급 동물 캐릭터들의 경우 캐릭터 상품화 했을 때도 나름의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까요.

선작화 후녹음으로 제작된 일본 아니메의 영향을 받아온 그동안의 한국 만화영화와는 달리,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전통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제작방식인 선녹음 후작화 방식, 즉 프리스코어링 제작기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제작비와 제작 일정 등 제작 전반의 리소스 투입 비용은 상승했겠지만 비디오와 오디오의 조화는 매우 뛰어나며, 이것이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겁니다. 여기에 잎싹이나 나그네, 초록, 달수 등 주요 캐릭터들은 목소리 연기를 맡은 문소리, 최민식, 유승호, 박철민의 모습을 감안하여 디자인하였기에 더더욱 감정이입이 훌륭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극중 동물 캐릭터와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들과의 유사함을 느끼셨던 것은 이 때문일 겁니다.

전반적으로 북미의 풀 프레임 애니메이션 기법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군데군데 일본 리미티드 아니메의 기법 또한 절묘하게 녹아져 있습니다. 공식 블로그에서 언급한 투과광 기법은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로 리미티드 아니메 기법에 있어서 입신의 경지에 오른 린 타로 감독이 즐겨 사용하던 연출 기법이구요. 하모니 기법의 경우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역시 테즈카 오사무의 제자로 린 타로 감독과 같이 리미티드 아니메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리웠던 故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 즐겨 사용하던 연출기법입니다. 이 기법은 클라이막스에서 펼쳐지는 청둥오리들의 레이스 씬 중 결승점을 향한 두 오리의 긴박감 넘치는 역주에서 거친 펜터치를 그대로 화면에 묘사하여 역동성을 강조하게 되는데요. 이는 일본의 대표 아니메 스튜디오 매드하우스가 제작한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2003)'의 라스트에서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외에도 달수의 나그네 회상장면에서는 디지털 컷 아웃 기법이라 불리는 연출기법이 적용되었는데 이는 '쿵푸 팬더(2008)'의 서두에서 포의 꿈 속을 묘사한 연출기법과 동일한 방식이라 하겠습니다. 동서양 애니메이션 기법의 절묘한 조화, 이는 단순한 적용 이상의 의미도 담겨 있다 하겠습니다. 북미와 일본의 하청작업을 통해 얻은 다양한 노하우를 완벽하게 습득하여 우리의 오리지널 작품에 적절하게 활용할 정도로 연출 수준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을 말입니다. 

ⓒ 명필름 · 오돌또기



모성애와 독립을 테마로 한 암탉과 오리의 성장 드라마

로 놀라운 연출기법과 매력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한국 만화영화사를 다시 쓸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원동력은 비단 이 연출기법만이 아닌, 매력적이면서도 울림이 있는 이야기 구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과거 김문생 감독의 '원더풀 데이즈(2003)'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어 놀라울 만큼 멋진 영상미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완성도의 이야기와 흡입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들로 인해 재앙에 가까운 실패를 보여준 사례가 있었는데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 치밀한 준비를 통해 선배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황선미 작가의 동명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삼은 것도 그러하지만, 이를 만화영화로 옮겨오는 과정에 있어서 보여준 각색 능력은 분명 놀라운 비주얼에 버금가는 완성도라 하겠지요. 시나리오 작업에만 3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각본의 중요성을 제작진이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독립과 성장, 그리고 모성애를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양계장의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당 밖의 삶을 꿈꾸는 잎싹은 다른 닭들과 달리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뒤 주변 야생동물의 편견어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려 하지요. 이러한 그녀의 행동은 다소 주책맞은 그녀의 모습으로 인해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는 몰라도 남들의 비웃음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가 정한 길에 매진하는 우직한 노력가의 자세를 연상시킵니다. 이는 성장통을 겪은 뒤 청둥오리의 파수꾼으로 거듭나는 그녀의 오리 아들 초록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엄마가 되면서 잎싹도 성장하고, 초록도 성장합니다. 그리고 성장은 다시 독립이라는 테마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구요. 비록 동화가 원작인 작품이지만 이러한 주제의식은 상당히 깊이가 있습니다.

독립과 성장 못지않게 이 작품의 이야기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바로 모성애 입니다. 너무 신파적이지 않게 적절한 슬픔의 한계선을 지킨 작품 속의 모성애는 너무도 애틋하여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그것은 엔딩에서 보여진 여운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애틋한 모성애가 작품의 기저에 계속 깔려 있기에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달수의 센스 넘치는 유머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슬픔의 한자락이 계속 꼬리처럼 매달려 있는 느낌을 줍니다. 모성애는 잎싹과 초록의 평생의 적인 족제비에게도 예외는 아니지요. 약육강식이라는 비정한 동물의 세계 속에 그려진 이 모성애는 마치 비정한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듯 저릿저릿합니다. 그리고 모성애의 종결은 다시금 새로운 생명의 성장과 탄생의 밑거름이 됩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동화라는 한계 속에서도 삶의 진리를 제법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애틋한 모성애와 더불어 이 쉬우면서도 깊은 뜻이 담긴 인생의 진리 덕에 이 작품은 아동용이면서도 달콤함보다는 오랜 세월 묵혀온 깊은 풍미가 느껴집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가족애보다 좀 더 애잔한 느낌의 무엇... 그리고 그것이 이 만화영화가 한국 만화영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크나큰 힘이 되어준 원동력은 아닐까 합니다.


이 눈부신 감동을 이어갈 또다른 한국 만화영화의 탄생을 기원하며...

작품은 서두에서 말했듯이 꼭 한국 만화영화가 아니더라도 무척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물론 다소의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토리보드의 경우는 아직도 몇몇 부분에서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 눈에 띄었는데요. 마치 연극의 막이 전환되듯 갑작스레 장면 전환이 일어나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삐걱거림은 다소 이 작품의 마감이 완벽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좀 더 많은 제작경험을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성우 연기에서는 사실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지적하셨습니다. 초록이 역을 맡은 유승호 군에 대한 아쉬움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유승호 군의 팬은 아니지만, 제 감상은 거슬린 건 사실이지만 극의 흐름을 깨버릴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반면, 문소리 씨나 박철민 씨의 연기는 무척이나 훌륭했으며, 제가 아는 한 한국 연기자의 더빙 연기 중에서는 발군의 싱크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감정 표현에 익숙한 서양의 배우에 비해 한국은 배우들조차 감정의 과잉표현에 익숙치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현대극 연기는 잘하는데 사극 연기는 영 어설픈 배우마냥, 만화영화의 경우는 그 성격상 과장된 연기가 필수인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전문성우에 비해 연기자 더빙의 경우가 대부분 완성도가 좋지 못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번 두 연기자의 연기는 그 자체로도 어떤 이정표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짦은 등장이었지만 박쥐 역을 맡은 성우 홍범기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본 작품에 있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경이 된 우포 늪을 사전답사를 통해 완벽하게 화면에 재현해낸 점이었습니다. 이런 류의 프리 프로덕션이 한국 만화영화에서 이루어졌다니... 이는 이 작품이 얼마나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인지를 실감케 하는 부분이지 않나 합니다. 또한, 롯데와 같은 대기업의 투자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부분도 고무적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 만화영화의 투자여건은 분명히 전보다 나아질 테고 보다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오는 밑거름이 되리라 봅니다.

라스트에서 새로운 터전을 향해 앞장서서 날아간 초록의 힘찬 날개짓처럼 이제 한국 만화영화도 새로운 터전을 향해 날아갈 때가 왔나 봅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의 탄생을 위해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만화영화의 꿈을 버리지 않은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일겁니다.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초록을 위해 모든 것을 다바친 잎싹일지도 모르니까요. 이제 한국 만화영화는 다시 떨어진다 해도 날아오를 수 있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마당을 나온 암탉은 태권 브이를 대신하는 한국 만화영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리라 봅니다.

ⓒ 명필름 · 오돌또기



<참고 사이트>

[1]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2]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블로그 (바로가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명필름 · 오돌또기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 달의 영화 리뷰 2011년 8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블루레이] 마당을 나온 암탉 - 8점
오성윤 감독, 문소리 외 목소리/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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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만으로도 기대되는 오랜만의 한국 애니메이션

ⓒ 명필름 · 오돌또기


'속(1997)', '해피엔드(1999)', '공동경비구역 JSA(2000)',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바람난 가족(200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등 굵직굵직한 한국영화들을 제작해온 명필름의 첫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이 마침내 6년이라는 길고 긴 제작기간을 끝내고 스타트라인에 들어섰습니다. 프로듀서 출신의 오성윤 감독의 첫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감독과 제작사 모두 생소한 경험이기도 했을 텐데요. 프로듀싱은 명필름이 맡았지만,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은 소규모 제작사인 오돌또기가 맡아 기대를 넘어서는 멋진 완성도의 결과물을 보여준 듯 합니다. 오돌또기는 현재 오성윤 감독이 제작이사를, 이춘백 애니메이션 감독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군요.

☞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황선미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바깥세상을 동경한 암탉 잎싹(문소리 분)은 양계장을 탈출한 뒤 청둥오리 나그네(최민식 분)와 수달 달수(박철민 분)의 도움을 받으면서 야생 생활에 적응하게 됩니다. 우연치 않게 발견하게 된 부모없는 오리알, 잎싹은 오리알을 정성스레 품고 때마침 그녀를 공격한 애꾸눈 족제비를 막기 위해 나그네가 막아섰으나 그만 최후를 맞이하고 맙니다. 나그네가 목숨을 버리면서 지킨 오리알에서는 귀여운 아기오리가 태어나고, 초록(유승호 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아기 오리는 잎싹을 엄마로 여긴 채 자라나게 되지요.

이제까지 많은 이들과 지면을 통해 언급이 되었던 것이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취약점 중 하나였던 스토리의 문제를 이 작품은 드라마틱한 시놉시스를 가진 황선미 작가의 원작으로 극복해내게 됩니다. 동화의 레벨을 넘어선 이야기로 평가받는 원작으로 인해 이야기는 유쾌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서정적인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왜 진작 이런 멋진 이야기들을 가져다 쓰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스토리도 스토리이지만 프리프로덕션이나 제작방식에 있어서도 상당히 수준급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합니다. 우선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대기업의 스폰서를 받은 것은 6년이라는 긴 제작기간과 30억이라는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소요된 이 작품이 무사히 제작을 마무리하고 극장에 걸릴 수 있게 된 큰 원동력이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천연기념물 524호 우포늪의 철저한 사전답사와 같은, 진작에 시도되었어야 할 의미있는 사전제작 과정들이 충실히 반영된 것 역시 본 작품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드물게 선녹음 후작화 방식의 프리스코어링 기법을 도입한 것은 과거 일본 아니메의 영향을 받아온 여타 한국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전통적인 디즈니의 기법을 바탕으로 한 좋은 선택으로 판단됩니다. 이로 인해 배우들의 입모양이나 제스처 등이 캐릭터들에게 십분 반영되어 더더욱 감정이입을 높여주고 있지요. 서양화를 전공한 순수미술학도 출신의 감독이라서 그런지 비주얼은 더없이 선명하고 말끔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아름답습니다. 2D를 베이스로 여러가지 3D 기법의 합성으로 서정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느낌과 다이나믹한 CG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룬 멋진 비주얼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단연코 이는 이제까지 만들어진 유수의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탑클래스의 비주얼을 보여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마당을 나온 암탉'... 20년 인생 녹아있죠, 연합뉴스 (바로가기)
☞ 국내산 닭의 6년만의 비행, 씨네 21 (바로가기)

이제 남은 것은 대중적인 평가인데... 일단 시사회에서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던 것으로 보이는 군요. 한국에서는 7월 27일부터 상영을 시작하여 롯데 시네마와 CGV 등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많은 상영관 수를 확보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물론, 이는 롯데와 같은 대기업의 참여가 큰 힘이 되어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미 만화영화를 제외하고 이런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외국에서도 상당히 공격적인 상영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의 경우 약 1,0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하여 8월에 개봉한다고 하니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역사를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그리고 왠지 이 작품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힘차게 날개짓하는 오리들의 모습처럼 기분좋은 예감이랄까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명필름 · 오돌또기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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