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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PPON ANIMATION Co. Ltd.

<스탭>

◈ 감독: 쿠로다 요시오
◈ 원작: 마리 루이사 드 라라메
◈ 제작: 닛폰 애니메이션, 즈이요 영상


<시놉시스> 

벨기에의 북서부 지역 플란다스에서 우유배달을 하는 할아버지와 가난하게 살아가는 소년 네로.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착한 마음씨를 잃지 않고 있는 네로의 꿈은 화가가 되는 것, 그리고 안트워프 성당에 전시된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것이다. 어느날 철물점에서 혹사 당하는 개를 본 네로는 주인이 내버린 개를 집으로 데리고 와 정성껏 간호해준다. 네로는 파트라슈라는 이름을 개에게 지어주고, 우유수레를 끌 돈도 없이 할아버지와 힘들게 우유배달을 하는 네로를 본 파트라슈는 마치 자신이 도와주겠다는 듯이 우유수레를 끌려고 한다. 가난하고 고단한 네로와 할아버지의 생활 속에 어느덧 파트라슈는 믿음직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편, 안트워프 지역의 유지 코제트의 딸인 아로아는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소년 네로와 절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엄격한 코제트는 네로와 어울리는 딸 아로아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파트라슈의 원래 주인이었던 철물점 상인이 파트라슈가 자신의 소유라며 다시 끌고 가려하고, 코제트가 영국의 기숙학교로 아로아를 보내려 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하던 네로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하는데...


기억의 서재 한켠에서 찾아낸 소박한 한 소년의 이야기

번 제5회 YES24 블로그 축제를 맞이하여 '나를 한뼘 키워준 책 영화 음악'이 주제로 선정되었을 때 의외의 고민으로 쉽사리 포스팅을 올릴 수 없었습니다. 막상 깊은 감명을 가져다 준 영화를 꼽으려 하니 좀처럼 하나를 고르기가 막막했기 때문이었는데요. 글을 쓰기 위한 소재를 쉽사리 고르지 못하는 난감함도 난감함이지만, 스스로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영화 하나를 자신있게 골라내지 못하다니 왠지 블로거(그것도 자칭 영화/만화영화 블로거)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과연 감명을 준 영화를 하나 뽑아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어린 시절 나를 성장하게 해준 멘토와도 같은 작품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으로 일주일을 보내던 어느날,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건 회사에서 일을 하던 도중에 떠오른 생각이었는데요. 바로 대상을 영화라는 범위에 한정시키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사영화 뿐만 아니라 만화영화도 엄밀히 말하면 영화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나에게 어린 시절 벅찬 감동을 선사한 만화영화를 골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의외로 문은 쉽게 열렸습니다. 만화영화로서 영화 이상의 감동과 슬픔을 주었던 추억 속의 작품, 한 소년의 고난스럽지만 밝은 삶 속에 빠져 행복한 웃음과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그 작품, 바로 '플란다스의 개(1975)'가 떠올랐던 것입니다. 마법과도 같이 시간은 과거로 거슬러 갔고, 어느새 눈 앞에는 가난하지만 착하고 소박한 꿈을 가진 소년 네로와 네로의 곁을 항상 떠나지 않았던 충견 파트라슈가 언제나 그렇듯 우유배달차를 끌고 플란다스의 아침 길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끊임없는 불행 속에서도 끝까지 고결함을 잃지 않은 네로와 파트라슈

동안 불우한 어린이와 충직한 동물의 아름다운 드라마가 영화의 단골 소재로 꽤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기에 이제 네로와 파트라슈는 옛날처럼 우리를 눈물짓게 하는 단 하나의 소년과 동물은 아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을 쭈욱 나열해도 유독 이 작품만큼은 마치 다른 색깔로 칠해진 듯 눈에 띕니다. 그 많은 작품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제목이 무엇인지 가물가물해지는 와중에도 유독 이 작품만큼은 수십년이 흘러도 여전히 기억 한켠에 고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마치 첫사랑의 기억과도 같이 아름답고 슬픈 이 소년과 개의 이야기는 잊혀지지 않는 뭉클한 낙인과도 같습니다.

가난하고 고된 나날 속에서도 자상하고 인자한 할아버지 밑에서 화가를 꿈꾸며 묵묵히 힘든 나날을 이겨내는 소년, 그런 소년에게 어느날 찾아온 한마리의 개. 소년과 할아버지는 개를 통해 정신적인 위안과 삶의 여유를 찾고, 학대당하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개 역시 소년과 할아버지를 통해 안식처와 가족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그들의 따스하고 끈끈한 유대감은 곤궁한 삶과 집주인 한스의 인정머리 없는 처사를 견딜 수 있는 큰 힘이 되지요. 여기에 마을 유지의 딸 아로아와의 우정 역시 네로에게는 커다란 삶의 활력소이기도 합니다. 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그의 꿈을 응원하는 착한 소녀와 거칠지만 듬직한 안트워프 시의 친구들. 네로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 우리의 삶에 행복을 가져다 주는 열쇠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편견의 늪에 빠뜨리는 지도요.

사람은 사람이 만들어낸 돈과 그 돈으로 인해 쌓아올린 사회적 지위로 자신이 속해 있을 곳을 정하고 그 아래의 사람들을 배척하는 우를 종종 저지르게 됩니다. 플란다스의 유지 코제트와 그의 마름인 한스가 그런 인물이라 하겠지요. 물론, 이 문제는 말처럼 쉽게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네 삶을 돌아만 봐도 평범한 중산층의 서민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못한 극빈층의 자녀들이 자신의 자녀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려하는 것을 왕왕 볼 수 있지요.(그리고 종종 우리 자신도요) 어찌보면 사람을 구분짓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인간의 어두운 심성의 하나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편견 속에서 소외받고 있는 이들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를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다소 납득하지 못할 설정일지는 몰라도, 또 동화적이고 단순한 전개일지는 몰라도 이 작품은 네로의 슬픔을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깊이 전달시켜 줍니다. 어린이용 만화영화로서는 꽤 깊은 감정이입으로 인해 단순명료한 진리는 깊이를 가진 휴먼 스토리로 보는 이들에게 전달됩니다.

신분의 차이를 극복한 순수한 우정에 삐뚤어진 편견을 보내는 어른들. 그 속에서도 꿋꿋이 꿈과 우정을 지키던 소년은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었던 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서서히 무너져 내립니다. 마지막까지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던 소년에게는 너무도 가혹할 정도의 시련이지요. 더이상 집세를 내지 못하자 살던 집에서조차 쫓겨날 신세에 처한 소년. 다가오는 추운 겨울 날씨조차 소년의 편은 아닙니다. 이제껏 그를 지탱해주었던 일말의 등불마저 꺼져버린체 네로와 파트라슈는 춥디 추운 시련의 밑바닥으로 미끄러져 가고 맙니다.

그 와중에도 꺼지지 않고 마지막 불꽃을 피우던 그림을 향한 네로의 마지막 희망마저 사그러 드는 순간, 모든 것은 끝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른 소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로아의 아버지가 잊어버린 전재산을 찾아서 돌려주지요.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아로아의 집을 빠져 나옵니다. 스프 한숟가락, 빵 한조각이라도 얻어먹고 갈 수 있었을 텐데... 소년의 고귀함은 어떤 면에서는 고지식할 정도로 안타깝고 동시에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순례자의 그것처럼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떠나버린 소년과 소년의 진심을 이해하게 된 아로아의 아버지, 그리고 마치 이 타이밍을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온, 그의 평생의 꿈이었던 화가로의 길... 소년이 희망을 버린 순간, 그동안 소년 앞에서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희망이 얄밉게도 복권에 당첨된 것 마냥 밀려듭니다. 하지만 그 벅찬 희망의 파도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조용히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평생의 그의 동반자였던 파트라슈와 함께 말이죠.

종교적인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마지막은 소박하지만 장엄하고, 슬프지만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소년은 가난과 고난 속에서도 고귀함을 잃지 않았고, 마지막까지도 세상과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고 떠나갔습니다. 그의 마지막이 너무도 조용하기에 관객들은 더 슬퍼하고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운 소년의 죽음 뒤로 떠오르는 아련한 작품의 주제가가 더더욱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먼 동이 터오는 아침에
길게 뻗은 가로수를 누비며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이 길을
파트라슈와 함께 걸었네.

하늘과 잇닿은 이 길을.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슬픔과 감동

제가 '새벽녘의 길(よあけのみち)'은 경쾌한 멜로디의 일본판 주제가보다 서정적인 목소리가 매력적인 한국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대모 정여진씨의 주제가(물론 주제가를 불렀을 당시는 앳띈 소녀였지요)가 원작의 뉘앙스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소녀의 앳띄고 맑은 목소리와 미들 템포의 상쾌한 느낌으로 아침을 연상시키는 주제가는 왠지 모를 슬픔의 한자락이 느껴지는데, 네로의 마지막과 함께 들으면 왜인지 슬프고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그건 어쩌면 소년의 슬픈 마지막에 너무 많은 감정이입이 되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52화의 TV 시리즈로 방영되었던 플란다스의 개는 1997년에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공개되었습니다. 과거의 향수를 거의 그대로 간직한 이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비록 흥행에서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했던 75년작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었던 같습니다. 그 옛날 기억 속의 네로와 파트라슈를 그대로 만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새로운 극장판의 네로는 이전의 네로에 비해 조금 더 성숙한 듯한 느낌이긴 합니다. 아로아도 마찬가지구요.

전원적이고 서정적이면서 가슴 시렸던 한 편의 드라마. 플란다스의 개는 당시 만화영화로서는 실사영화에 버금가는 감정이입을 보여준 작품으로,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메마른 어른들의 감성에도 촉촉한 눈물의 비를 내리게 했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젖은 자국이 오랫동안 마음 한곳에 남아 있는 것은 단지 글쓴이 만의 느낌은 아닐겁니다. 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의 이야기는 이제서야 오랜만의 회상을 마치고 다시 기억의 한구석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년과 충직한 소년의 개는 그후로도 꽤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세상의 각박함에 스스로가 너무도 익숙해졌음을 발견하게 되었을 어느날, 한번쯤은 소박하고 고귀한 삶을 살다간 소년과 개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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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IPPON ANIMATION Co. Ltd.에게 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 - 10점
쿠로다 요시오 감독/플래닛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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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 (1979), 赤毛のアン / Anne of Green Ga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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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원작: 루시 모드 몽고메리
◈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
◈ 각본/스토리보드: 타카하타 이사오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콘도 요시후미
◈ 장면설정/화면구성: 미야자키 하야오 (1~15화)
◈ 미술감독: 이오카 마사히로
◈ 음악/노래: 모우리 크루도 / 오오와다 리츠코
◈ 기획/제작: 사토 쇼지 / 모토하시 코이치
◈ 제작사: 닛폰 애니메이션, 후지 TV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79.01.07
◈ 장르: 드마라, 세계명작
◈ 구분/등급: TVA (50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매튜와 마릴라 남매는 농장일을 거들 남자 아이를 입양하려고 한다. 입양을 맡은 스펜서 부인이 일러 준데로 기차역에 나가는 매튜, 하지만 그곳에는 남자아이가 아닌 왠 빨간머리의 여자아이가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생긴 일이었지만, 매튜는 꾸밈없고 순수한 모습이 맘에 들어 소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소녀의 이름은 앤 셜리.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 누이인 마릴라는 앤에게 우리 집에는남자아이가 필요하다는 매몰찬 말을 한다. 인정많은 매튜는 앤을 그냥 기르자고 하지만, 마릴라는 앤을 돌려보내기 위해 스펜서 부인에게로 간다.

앤을 데리고 스펜서 부인에게로 가는 마릴라는 앤의 불우한 과거를 듣게 되고, 또 상냥하고 착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스펜서 부인이 앤을 맡기기로 한 곳은 일꾼들을 험하게 부리기로 유명한 블뤼엣 부인의 집. 험한 곳에 앤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릴라는 앤을 자신이 키우기로 맘먹게 되는데... (위키피디아 빨건머리 앤 및 알라딘 빨간머리 앤 DVD 소개 참조)


<소개>

캐나다의 여성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다섯번째 세계명작극장 시리즈.(실제로 세계명작극장이라는 부제가 붙은 작품은 이 빨간머리 앤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는 '칼피스 어린이 극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감독을 맡았으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비운의 인재 콘도 요시후미가 작화감독을 맡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에서 15화까지만 설정 및 디자인에 참여한 후, '루팡 3세 -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의 참여를 위해 하차하게 된다. 이것이 미야자키 하야오와 세계명작극장의 마지막 만남이 된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직접 탐방하여 그려진 유려한 배경과 묘사는 많은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앤 때문에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도 있다고 전해진다. [4] 참조) 이야기와 연출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장면의 구성에서 일반적인 TV 시리즈를 능가하는 고증과 완성도를 추구한 것은 이제까지도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를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하겠다.

상세보기

그다지 이쁘지도 않은 주근깨와 빨간머리 외모이지만, 소녀다운 생기발랄함과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주인공 앤은, '캔디 캔디(1976)'의 캔디와 함께 순정만화를 대표(물론, 이 작품은 순정만화가 아닌 세계명작극장이지만)하는 진취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라 하겠다. 특히, 이러한 앤의 성격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춘기 소녀들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겠는데, 어린소녀다운 기발하고 다양한 상상력이라든지 자신의 외모에 하나 둘 쯤 크고 작은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그 나이 때 소녀들의 감성을 너무도 잘 표현해 내어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십대 소녀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부분 뿐만 아니라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능동적인 여성상을 표현하는 등, 전체적으로 남성 시청자들보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놀리던 얄미운 남자 아이가 자라서 연인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 역시 드라마적인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당시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으로 주인공이 작품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깡마르고 볼품없던 빨간 머리의 소녀가 어느덧 매력적인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은 팬들에게 큰 즐거움이 되었다.

평균 시청률은 16.2%로, 전 26편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중에서 8위에 해당하는 시청률이다. (위키피디아 世界名作劇場 참조) 시청률 상으로는 평균보다 약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셈이다. 한국에서는 85년 KBS를 통해 방영을 시작하여 큰 사랑을 받았는데, 한국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대모 정여진 씨가 부른 한국판 주제가 역시 오리지널 주제가에 뒤지지 않는 포스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애창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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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1] 赤毛のアン (アニメ), Wikipedia Japan
[2] Anne of Green Gables (TV), ANN
[3] 빨간머리 앤 (애니메이션), 위키피디아
[4] 빨강머리 앤,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NIPPON ANIMATION Co., Ltd.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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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찾아 삼천리 (1976), 母をたずねて三千里 / 3000 Leagues in Search of 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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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원작: 에드몬드 데 아미치스
◈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
◈ 각본: 후카자와 카즈오
◈ 스토리보드: 타카하타 이사오, 토미노 요시유키, 오쿠다 세이지, 쿠로다 요시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코타베 요이치
◈ 장면설계/레이아웃: 미야자키 하야오
◈ 미술감독: 무쿠오 타카무라
◈ 음악/주제가: 사카다 코이치 / 오오스기 쿠미코 (노래)
◈ 기획/제작: 닛폰 애니메이션 / 모토하시 코이치
◈ 제작사: 닛폰 애니메이션, 후지 TV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76.01.04
◈ 장르: 드라마, 세계명작
◈ 구분/등급: TVA (52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19세기말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제노바. 진료소를 운영하는 가난한 가족의 둘째 아들인 마르코 롯시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9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품팔이로 집안일을 돕는 성실한 소년이다. 하나 뿐인 형 토니오는 기관사가 되기 위해 철도학교에 입학하여 집을 떠나있고, 엄마인 안나마저도 돈을 벌기 위해 대서양 건너 멀리 떨어진 남미의 나라 아르헨티나로 떠가게 되었다. 언제나 어머니가 보내오는 편지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르코이지만, 왠일인지 이번에는 기다리던 어머니의 편지가 오지 않고, 매번 어머니가 보내주던 생활비마저도 끊기게 된다.

어머니가 그리운 소년 마르코는 마침내 머나먼 아르헨티나로 직접 어머니를 찾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때마침 마을에 공연을 온 펩피노 인형극단이 아르헨티나로 공연을 가게 된다는 소식을 들은 마르코는 펩피노 인형극단에 숨어 아르헨티나로 가는 배에 밀항을 시도하게 되는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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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1975)'에 이은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제2탄. 에드몬드 데 아미치스의 '사랑의 학교'에 삽입된 짧은 에피소드를 모티브 삼아 새로운 캐릭터들과 이야기거리를 집어넣어 오리지널리티가 강화된 새로운 명작극장 시리즈가 되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로 세계명작극장 탄생의 신호탄을 알린 타카하타 이사오가 연출을 맡았으며, 역시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에서 알프스의 느낌을 실감나게 재현해낸 미야자키 하야오가 다시금 레이아웃을 맡아 멋진 세계를 구축해내었다. 또한, 코바야시 시치로와 함께 일본 만화영화의 양대 미술감독으로 추앙받는 무쿠오 타카무라가 플란다스의 개에 이어 이번에는 미술감독으로 참여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더더욱 높여주었다.  특히, 이 작품의 콘티에는 방랑의 콘티맨으로 명성 높던 젊은 날의 토미노 요시유키도 참여하게 되는데, 그의 작품 세계가 SF 로봇물에만 한정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존재인 엄마가 멀리 떠나 그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자 주인공 소년이 스스로 어머니를 찾아 머나먼 여정에 오른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를 다시금 일깨워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애절한 주제가와 함께 매번 엄마의 흔적을 찾아 안타까운 여행길에 오르는 소년 마르코의 여정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강한 감정이입과 동질감을 주는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지중해 유럽과 중남미를 완벽하게 이식한 모습으로 서정성과 함께 이국적인 정취가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이 되었다. 클라이막스에 엄마와 재회하는 모습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에 빠지게 하였다.

극중 마르코의 고향인 제노바와 마르코의 엄마가 일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1만1천Km 정도 되는데, 이를 한국의 1리(약 400m)로 계산하면 대략 3만리에 가깝다. 하지만, 일본의 1리는 우리의 1리에 약 10배에 달하는 길이이기 때문에 삼천리가 원 제목인 것. 이것이 국내에 방영되면서 일본의 거리단위를 한국의 거리단위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삼만리가 되었다. 당시 국내에 방영된 일본 만화영화의 완벽한 한글화의 하나의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오오스기 쿠미코의 애절한 주제가는 한국에서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이지혜 양이 불렀는데, 쿠미코의 필링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정말 소녀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듯한 애절한 창법으로 인해 역시 원곡의 아우라를 뛰어넘는 번안 주제가가 되었다. 여담이지만, 확실히 창법이나 표현력에 있어서만큼은 한국 가수들이 우위가 아닌가 싶다. 이지혜 씨는 전작인 플란다스의 개의 한국방영판 주제가도 불렀다.

4년 뒤인 1980년에는 TV 시리즈를 재편집한 100여분 길이의 극장판으로 제작되어 개봉되기도 하였으며, 81년에는 정수용 감독연출, 선우 프로덕션 제작의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정수용 감독의 작품의 경우에는 전쟁통에 헤어진 엄마를 찾아나서는 소년 준호의 모험이야기로, 닛폰 애니메이션의 엄마찾아 삼만리와는 내용과 전개 등이 다른 이야기이다. 또한, 1999년에 다시 한번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극장판으로 제작되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세계명작극장 시리즈 중 하나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한국판 엄마찾아 삼만리 (ⓒ 선우프로덕션)


<참고 사이트>

[1] 母をたずねて三千里, Wikipedia Japan
[2] 엄마찾아 삼천리(母をたずねて三千里) 1980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3] From the Apennines to the Andes (TV),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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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란다스의 개 (1975), フランダースの犬 / Dog of Flanders


ⓒ NIPPON ANIMATION Co. Ltd.


<정보>

◈ 원작: 마리 루이사 드 라 라메
◈ 감독: 쿠로다 요시오
◈ 각본: 안도 토요히로, 유키무로 슌이치, 이토 츠네히사 外
◈ 스토리보드: 쿠로다 요시오, 타카하타 이사오, 요코타 카즈요시 外
◈ 캐릭터 디자인: 모리 야스지
◈ 작화감독: 모리 야스지, 하네 요시유키 外
◈ 미술감독: 이토 카즈오
◈ 음악: 와타나베 타케오
◈ 주요 애니메이터: 무쿠오 다카무라 (배경미술),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 제작: 닛폰 애니메이션, 즈이요 영상, 후지 TV (방영)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75.01.05
◈ 장르: 드라마, 세계명작
◈ 구분/등급: TVA (52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벨기에의 북서부 지역 플란다스에서 우유배달을 하는 할아버지와 가난하게 살아가는 소년 네로.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착한 마음씨를 잃지 않고 있는 네로의 꿈은 화가가 되는 것, 그리고 안트워프 성당에 전시된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것이다. 어느날 철물점에서 혹사 당하는 개를 본 네로는 주인이 내버린 개를 집으로 데리고 와 정성껏 간호해준다. 네로는 파트라슈라는 이름을 개에게 지어주고, 우유수레를 끌 돈도 없이 할아버지와 힘들게 우유배달을 하는 네로를 본 파트라슈는 마치 자신이 도와주겠다는 듯이 우유수레를 끌려고 한다. 가난하고 고단한 네로와 할아버지의 생활 속에 어느덧 파트라슈는 믿음직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편, 안트워프 지역의 유지 코제트의 딸인 아로아는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소년 네로와 절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엄격한 코제트는 네로와 어울리는 딸 아로아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파트라슈의 원래 주인이었던 철물점 상인이 파트라슈가 자신의 소유라며 다시 끌고 가려하고, 코제트가 영국의 기숙학교로 아로아를 보내려 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하던 네로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하는데...

<소개>

'칼피스 어린이 극장'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알프스 소녀 하이디(1974)'의 성공으로, 과거 도에이 A형 극장판의 유지를 이어온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가 마침내 본격적인 발돋움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명작 극장'으로 타이틀을 바꾼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자 30년을 훨씬 넘긴 지금에서도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슬픔과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 바로 이 플란다스의 개이다. 

영국의 작가 마리 루이사 드 라 라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보여주었던 전원적이고 이국적인 유럽의 정취와 생활이 여전히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가운데, 네로와 파트라슈, 그리고 아로아의 우정을 서정적인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계속되는 네로의 불행한 삶, 그리고 파트라슈와 함께하는 비극적인 결말은 지금도 아니메 사에 한 획을 그은 엔딩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는데, 당시 이 라스트 에피소드의 시청률은 30%를 넘은 것으로 기록되며,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다. 평균 시청률은 20%를 넘었었다.

라스트에 등장하는 아기 천사들의 모습은 스폰서였던 칼피스의 사장 土倉冨士雄의 아이디어로 그려진 장면이라고 한다. 그가 독실한 기독교신자라서 이런 장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4] 참조), 작품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루벤스의 그림 '성모승천'과 함께 작품의 종교적 색체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작품 내내 슬픈 오해와 불운 속에 좌절하다가 안타까운 결말을 맞게 되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이야기는 세계명작 극장 중에서 유일하게 비극적인 엔딩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올드팬들의 기억 속에 남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 어떤 리메이크 작도 능가하지 못할 것 같은 작품 중 하나.

플란다스의 개, 나의 파트라슈 (1992)


ⓒ TMS · NTV

<정보>

◈ 감독: 코다마 켄지
◈ 각본: 시마다 미치루, 야마자키 하루야
◈ 캐릭터 디자인: 세키 준이치, 히라야마 사토시
◈ 미술감독: 오노 히로시
◈ 음악: 마루야 하루히코
◈ 제작: 도쿄 무비 신사
◈ 저작권: ⓒ TMS · NTV
◈ 일자: 1992.10.10
◈ 장르: 드라마, 세계명작
◈ 구분/등급: TVA (24화) / 전연령가 (G)

<소개>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와는 별개로 도쿄 무비 신사에서 기획한 작품. 명탐정 코난 시리즈로 유명한 코다마 켄지가 감독을 맡았다. 오랜 인지도를 가진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에 비교하여 낮은 지명도와 홍보부족 등으로 인해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의 파트라슈(세인트 버나드 종)와는 다른 견종으로 이질감을 주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이 파트라슈가 원작의 견종과 같은 부비에 데 플랑데르라고 한다.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세인트 버나드로 견종을 교체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털이 북실북실한 개를 그닥 안좋아하는지라. 물론, 파트라슈의 세인트 버나드는 실제 모델에 비해 너무 미형화된 측면이 있다. 그 때부터 이미 캐릭터의 미형화가 동물에게도 시도되고 있었단 말인가.

 플란다스의 개 (1997)


ⓒ NIPPON ANIMATION Co. Ltd.

<정보>

◈ 감독: 쿠로다 요시오
◈ 각본: 마루오 미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사토 요시하루
◈ 미술감독: 이시바시 켄이치
◈ 미술설정: 이토 카즈오
◈ 제작: 닛폰 애니메이션, 쇼치쿠 필름
◈ 저작권: ⓒ NIPPON ANIMATION Co. Ltd.
◈ 일자: 1997.03.15
◈ 장르: 드라마, 세계명작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소개>

22년만에 극장판으로 제작된 리메이크 버전. 아로아가 성인이 된 후,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전작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새로운 작화로 그려졌지만, 작화 퀄리티 자체는 이전작과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96년 '명견 래시'와 '집 없는 아이 래미'의 연이은 실패와 그에 따른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의 종결에 따른 영향 때문이었는지 극장판 역시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조용하게 막을 내린다.

ⓒ NIPPON ANIMATION Co. Ltd.


<참고 사이트>

[1] Dog of Flanders (TV), Anime News Network
[2] Flanders no Inu, Boku no Patrasche (TV), Anime News Network
[3] Dog of Flanders (movie), Anime News Network
[4] フランダースの犬_(アニメ), Wikipedia Japan
[5] フランダースの犬_ぼくのパトラッシュ, Wikipedia Japa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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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소녀 하이디 (1974), アルプスの少女ハイジ / Heidi, Girl of the Alps


알프스 소녀 하이디 DVD 커버

ⓒ ZUIYO

<정보>

◈ 원작: 요한나 슈피리
◈ 감독: 타카하타 이사오
◈ 시리즈 구성: 마츠키 이사오
◈ 스토리보드: 타카하타 이사오, 오쿠다 세이지 , 쿠로다 요시오,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코타베 요이치
◈ 작화감독: 모리 야스지, 코타베 요이치
◈ 미술감독: 이오카 마사히로
◈ 음악: 와타나베 타케오
◈ 장면설계 및 레이아웃: 미야자키 하야오
◈ 제작: 즈이요 영상
◈ 저작권: ⓒ ZUIYO
◈ 방영일자: 1974.01.06
◈ 장르: 드라마, 세계명작
◈ 구분/등급: TVA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고모 밑에서 자란 소녀 하이디, 비록 고아지만 밝고 상냥하고 구김살 없는 하이디는 고모의 생활형편이 여의치 않아 알프스 산 중턱의 친할아버지에게로 보내지게 된다. 친할아버지지만 자식들과의 왕래를 끊고 살았던 하이디의 친할아버지는 손녀인 하이디를 반가와 하기는 커녕 무뚝뚝하게 대한다.

외톨이로 자란 하이디와 외톨이로 살아온 할아버지의 알프스 산 아래 생활은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소개>

일본 아니메사에 '세계명작 극장'이라 불리는 장르를 정립시킨 명실공히 세계명작 극장의 1번 타자(실제로 하이디는 칼피스 어린이 극장이라는 명칭으로 방영되었으나, 후일 많은 팬들이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와 동일시 하게 된다. [4] 참조)으로, '플란다스의 개(1975)'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세계명작 극장 시리즈에서 사랑 받아온 스테디 셀러이자 베스트 셀러. 타카하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의 황금 콤비가 힘을 합친 작품으로, 코타베 요이치, 모리 야스지, 쿠로다 요시오와 같은 도에이 A 스튜디오 출신의 베테랑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하여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이 스탭진들은 도에이 동화에서 이전까지 세계명작을 원작으로 한 대작 극장 애니메이션들을 제작해왔으며, 도에이 동화가 60년대 후반부터 일본내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에 매진하자 이에 반대하여 도에이를 나온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소위 당대의 무시 프로덕션 출신 애니메이터들에 비견될 만큼의 엄청난 인재들의 집합이었던 셈이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즈이요 영상은 이 작품의 기획을 위하여 핵심 스탭들인 코타베 요이치, 미야자키 하야오 등과 스위스의 알프스 등을 방문하는 아니메 최초의 현지 답사를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남다른 시도와 노력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데, 알프스의 빼어난 정경과 유럽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마을과 사람들의 모습은 흡사 외국의 만화영화인 것 마냥 이국적이고 신선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도에이가 이전에 선보였던, 그리고 하이디의 스탭들이 참여해 왔던 A 스튜디오의 극장 애니메이션과는 많이 다른 형태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전의 작품보다 훨씬 덜 일본적이지만 그렇다고 유럽이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도 뭔가 다른, 색다른 스타일의 서양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실제, 이 작품이 일본의 작품이라는 것을 못믿었던 외국인들도 꽤 많았다고 한다. 글쓴이 역시도 어렸을 적에는 세계 명작극장이 유럽 만화영화라고 생각하고 자랐다.)

하이디에서 보여진 이러한 스타일 - 혹자는 무국적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 은 후일 세계명작 극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잡으며, 동시에 타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스타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세계에까지 이어지는 일본 아니메 사상 가장 특별하고 유니크한 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갈등과 이를 통해 깨우치게 되는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 그리고 휴머니즘적인 이야기는 한참 슈퍼로봇의 열풍이 휘몰아치던 당시의 아니메 시류와는 전혀 다른 편안함을 주었으며, 동시에 감성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요즘 흔히들 일컬어 지는 '치유계 애니'의 진정한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작품. 하이디로 대성공을 거둔 즈이요 영상은 얼마 안가 닛폰 애니메이션과 합병되면서 명실공히 세계 명작극장의 본격적인 태동을 알리기 시작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는 기동전사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가 다수의 콘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한참 프리랜서로서, 초스피드 콘티맨(퀄리티는...)으로 이름을 날리던 당시였다.

하이디 메모리얼 DVD 박스 커버

ⓒ ZUIYO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DVD 메모리얼 박스는 현재 한국에도 발매가 되었다. 예스24 단독판매로 불행히도 한국어 더빙은 지원되지 않아 그 옛날 한국 성우들의 정겨운 목소리를 접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참고 사이트>

[1] Alps no Shojo Heidi (TV), Anime News Network
[2] アルプスの少女ハイジ_(アニメ), Wikipedia Japan
[3] Heidi, Girl of the Alps, Wikipedia
[4]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アルプスの少女ハイジ,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5] 1년짜리 감동의 릴레이 '세계명작극장', by 송락현, CAPSULE 블로그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ZUIYO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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