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윈다리아 (1986), 童話めいた戦史 ウインダリア / Windaria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원작/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藤川桂介)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湯山邦彦)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이노마타 무츠미(いのまたむつみ)
◈ 메카닉 디자인: 코하라 쇼헤이(小原渉平), 토요마스 타카히로(豊増隆寛), 사토 토모히코(佐藤智彦)
◈ 애니메이션 코디네이터: 카게야마 시게노리(影山楙倫)
◈ 미술감독: 카츠마타 게키(勝又激)
◈ 레이아웃: 하야시 타카푸미(林隆文), 모우리 카즈아키(毛利和昭)
◈ 메인 애니메이터: 이노마타 무츠미, 카게야마 시게노리, 모우리 카즈아키, 무라나카 히로미, 고바야시 토시미츠, 고다 히로아키 外
◈ 음악/노래: 유키 사토시(門倉聡) / 아라이 아키노(新居昭乃)
◈ 기획/제작: 오노데라 슈이치(小野寺脩一), 나가오 아키히로(長尾聡浩)
◈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Idol(あいどる)
◈ 저작권: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6.07.19
◈ 장르: 드라마, 로맨스,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북쪽의 왕국 파로와 남쪽의 왕국 이사의 중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윈다리아.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붉은 빛을 발하는 새가 되어 하늘로 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즈는 심성이 고운 아내 마린과 함께 윈다리아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으나, 파로와 이사의 전쟁이 발발하자 마린의 근심을 뒤로 한 체 출세를 위해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뛰어들게 된다.

한편, 파로의 왕자 지르와 이사의 공주 아사나는 서로가 깊이 사랑하는 사이. 둘은 양국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분서주하지만, 운명을 결국 둘을 전쟁터로 이끌게 된다. 전장에서 서로가 적으로 만나는 지르와 아사나. 한편, 이사의 편에서 싸우던 이즈는 출세와 탐욕에 눈이 멀어 파로의 스파이가 되고 만다. 마린은 잊어버린체 사치와 향락에 젖어버린 이즈. 그러나 그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소개>

일본을 대표하는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 이노마타 무츠미의 아름다운 캐릭터가 빛을 발한 작품으로, 카나메 프로덕션의 첫번째 극장 아니메가 되겠다. 카나메 프로덕션의 'BIRTH(1983)'는 극장 개봉작이긴 하지만, 이는 OVA로 제작된 작품을 극장에서 개봉한 사례(이런 사례 중에서는 BIRTH가 첫번째에 해당)인지라 온전한 극장용 아니메로는 윈다리아가 그들의 첫 작품인 셈이다. '환몽전기 레다(1985)'를 통해 유명세를 탄 이노마타 무츠미의 캐릭터는 윈다리아에 이르러 더더욱 세련되고 미형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전형적인 눈 크고 입 작은 일본식 미형 캐릭터지만, 무츠미의 캐릭터는 그렇고 그런 여느 아니메 캐릭터의 수준을 넘어서는 미학적인 포스가 느껴진다. 동시대에 그 정도의 아우라를 지닌 캐릭터를 그릴 수 있는 여성 디자이너는 '오렌지로드(1987)'의 다카타 아케미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둘 모두 소설 삽화와 일러스트로도큰 인지도를 얻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한다 하겠다.)

TV 시리즈 한 편과 서너 편의 OVA가 고작인 소규모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으로서 당시 극장용 아니메의 도전은 상당한 모험이 뒤따르는 것이었다. 극장 아니메 제작을 위해 카나메 프로덕션은 '마징가 Z(1972)'부터 '우주전함 야마토(1974)', '은하철도 999(1978)' 등 숱한 히트 아니메의 각본을 집필해온 소설가 겸 방송작가인 후지카와 케이스케에게 각본을 부탁했으며, 그로 인해 중세 유럽 판타지 풍의 배경 위에 스팀펑크 적인 메카닉이 등장하는 신비로운 세상과, 엇갈리는 두 쌍의 남녀 커플 간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드라마가 조합된 한 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애초에 윈다리아는 3편의 옴니버스 형태로 카나메 프로덕션 내에서 3개의 팀으로 나뉘어 각 에피소드를 담당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1] 참조), 결국에는 1편의 극장용 아니메로 완성된다. 윈다리아는 바로 이 3개의 에피소드 중 세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은 유야마 쿠니히코로 이노마타 무츠미와의 세번째 감독&작화감독 콤비작이기도 하다.(물론, 이전 아시 프로덕션 때의 몇몇 작품에서도 같이 작품에 참여한 적은 있다.) 이미 '요술 공주 밍키(1982)'를 통해 드라마틱한 결말을 보여주었던 유야마 감독은 본작에서 또 한번 드라마틱하면서도 비극적인 로맨스를 연출하게 된다. 여기에 무츠미의 아름다운 캐릭터가 더해져 감정의 이입이 더더욱 극대화되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극적인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마니아적인 색체를 갖고 있는 카나메 프로덕션의 취향은 완전히 억제되지 않아, 중간중간 등장하는 독특한 형태의 메카닉에서 이러한 욕구들이 분출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내용 전개와는 큰 상관이 없는 이러한 메카닉 소품의 등장은 역시 제작사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주인공 이즈 역은 아무로 레이의 성우 후루야 토오루가 맡았는데, 후일 이노마타 무츠미가 삽화를 맡은 후지카와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우주황자(1989)' 극장 아니메에서도 다시 한 번 주인공 역으로 캐스팅 되기도 한다. 80년대를 대표하는 완성도 높은 극장 아니메를 만들면서 위상을 드높인 카나메 프로덕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몇 년 뒤 역사 속으로 묻히고 만다.


<참고 사이트>

[1] ウインダリア, Wikipedia Japan
[2] ウインダリア, allcinema.net
[3] 윈다리아, 엔하위키 미러
[4] 윈다리아(ウインダリア)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あいどる ·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 (1986), マシンロボ クロノスの大逆襲 / Machine Robo


ⓒ 葦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감독: 요시다 히로시(吉田浩)
◈ 콘티/연출: 요시다 히로시, 후지모토 요시타카(藤本義孝)
◈ 시리즈 구성/각본: 소노다 히데키(園田英樹) / 소노다 히데키, 키시마 노부아키(岸間信明)
◈ 캐릭터 디자인: 하바라 노부요시(羽原信義)
◈ 메카닉 디자인: 하라구치 사와키요(原口沢清), 야마다 타카히로(山田高裕)
◈ 작화감독: 스가누마 에이지(菅沼栄治), 히라야마 노리오(平山則雄) 外 / 오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1화만 작감
◈ 미술감독: 東条俊寿
◈ 음악/노래: 아카노 타치오(あかのたちお) / 마틴(1기 오프닝), 시몬 마사토(2기 오프닝), 와타나베 에마(엔딩)
◈ 기획/제작: 카토 히로시(加藤博), 시마무라 카즈오(嶋村一夫) / 사토 토시히코(佐藤俊彦)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요미우리 광고사, TV 도쿄
◈ 저작권: ⓒ 葦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6.07.03 ~ 1987.05.28
◈ 장르: SF, 로봇,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47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기계생명체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별 크로노스. 하지만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에너지원 하이리비드를 노리는 우주 범죄조직 갼도라 일당이 크로노스를 침공한다. 크로노스 족장의 아들이자 천공우심권의 전수자인 롬 스톨은 갼도라 일당에 아버지 키라이를 잃은 뒤, 크로노스를 지키고 하이리비드를 수호하기 위해 제트 족의 블루제트와 배틀족의 로드 탱크, 트리플 짐, 그리고 동생 레이나 등과 함께 갼도라와 싸울 것을 결의하게 된다. 키라이가 죽기 전 롬에게 물려준 검랑은 거대한 거인 켄류와 바이캄프를 소환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검으로, 롬은 소환한 켄류와 바이캄프와 합체하여 갼도라의 기계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소개>

경영난에 빠져있던 완구회사 타카라(現 타카라 토미)가 미국의 메이저 완구회사 하스브로에게 판 완구 브랜드가 미국에서 트랜스포머로 공존의 히트를 기록한 뒤, 역수입되는 시점에서 반다이는 이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유사한 라인업인 머신로보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다. 트랜스포머의 아류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머신로보는 85년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트랜스포머와 함께 로봇완구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게 된다. 이에 자연스럽게 머신로보를 소재로하는 아니메 제작이 거론되는데, 바로 그 작품이 아시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1986)'이다. 

다만, 제작을 맡은 프로덕션이 아시 프로덕션이라는 사실은 아니메 팬들에게는 박수를, 스폰서인 반다이에게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예견하게 하는 선택이었다.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 '전국마신 고쇼군(1981)', '특장기병 돌바크(1983)', '초수기신 단쿠가(1985)'에 이르기까지 아시 프로덕션이 그동안 선보여온 로봇 아니메는 정통 거대로봇물이라는 껍데기 위에 리얼로봇에 근접하는 드라마가 담긴 마니악한 모습을 보여왔으며, 해당 작품의 완구 판매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해조기종영되는 사태가 왕왕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대에 선라이즈를 제외하고 그 정도 수준의 로봇물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덕션 역시 아시 프로덕션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도에이는 당시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하청제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완구 브랜드의 홍보를 위한 아동용 정통 로봇물을 원했던 반다이의 의도와는 달리 아시 프로덕션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아니메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무협과 히어로물을 로봇물에 결합한 것으로, 등장하는 로봇들이 전통적인 로봇 전투와는 다른 권법과 검법을 사용한 지극히 인간적인 액션을 보여주었으며, 주인공 롬 스톨이 로봇에 탑승하여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한몸이 되어 스스로 로봇인 것처럼 움직이는 합신이라는 드문 컨셉을 내세웠던 것이다. 롬 스톨-켄류-바이캄프로 이어지는 합신 컨셉은 과거 타츠노코 프로의 '투사 고디안(1979)'를 모티브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머신로보 브랜드가 아닌 별도의 메카 바이캄프와 켄류가 디자인되었으며, 머신로보의 변형로봇 컨셉을 가진 블루제트나 로드탱크는 조연급 캐릭터에 머무르게 된다. (이는 이 작품이 스폰서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속칭 스폰서를 엿먹인 작품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 葦プロダクション

멋진 대사를 읊조리며 악당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주인공 롬의 모습은 멀게는 아시 프로덕션의 오리진이라 할 수 있는 타츠노코 프로의 히어로 아니메를 연상시키는 클리셰이며, 가깝게는 당시 (리얼로봇물인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6)'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 그 영향력을 행사하던 '북두의 권'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멋과 스타일이 살아 있었다. 머신로보는 심오한 인간 드라마와 밀리터리적인 설정이 가득 담긴 리얼로봇이나 여러가지 신기한 무기와 변형합체를 선보이는 거대로봇물과는 다른, 말 그대로 폼나는 무협 액션물이라는 테마를 표방하고 있었고, 실로 이를 멋지게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히로인 레이나를 위시한 여러 여성 캐릭터들의 등장은 작품의 마니악한 멋을 더해주는 비장의 소스와도 같은 것으로, 이는 후일 2000년대 아니메 최대의 테마로 자리잡게 되는 '모에'의 선구적인 시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 프로덕션의 이러한 일련의 재치있는 시도들은 예상대로 완구판매의 실적과는 직결되지 못했다. 변신 컨셉을 가진 머신로보 자체가 작품에서 조연급 캐릭터에 머물러 있었으니 이는 당연한 일. 이로 인해 시리즈는 방영 도중 반다이에 의해 급격한 노선변경을 강요받게 되며, 중반 이후에는 시리즈가 지향하던 무협 액션물의 요소를 걷어내고 원래의 테마인 변형합체 로봇 액션물로 복귀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전개는 작품 전체적인 흐름에는 악영향을 미쳐 시리즈의 후반부는 전반부와 같은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급반전된 작품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는 47화로 조기종영 없이 종방되었으며, 이는 아시 프로덕션의 로봇물 중 최초로 4쿨을 온전히 방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 아니메 집중분석 5 [머신로보 - 크로노스의 대역습] by 바이칸 (바로가기)


머신로보 완승 배틀 해커즈 (1987)


<정보>

◈ 감독: 요시다 히로시
◈ 각본: 소노다 히데키, 키시마 노부아키
◈ 캐릭터 디자인: 츠루야마 오사무(つるやまおさむ)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原口清
◈ 미술감독: 東条俊寿
◈ 음악/노래: 아카노 타치오 / 이가라시 토시야(오프닝)
◈ 프로듀서: 사토 토시히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요미우리 광고사, 도쿄 TV
◈ 저작권: ⓒ 葦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7.06.03 ~ 1987.12.30 
◈ 장르: SF, 로봇,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 (31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머신로보 크로노스의 대역습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완구판매는 오히려 급락했다. 비록 자신들을 엿먹이기는 했지만,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어낸 아시 프로덕션의 능력을 인정했는지 반다이는 다시금 머신로보의 속편을 아시 프로덕션에게 맡기게 된다. 다만 이번에는 전작과 같은 실수가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가 된 듯 하다. 전작의 폭주(?)에 일등공신이기도 했던 하바라 노부요시가 스탭진에서 제외된 점이 주목할만하다.

다만, 시리즈의 인기가 완구판매로 직결되지 않은 점은 전작과 동일했다. 이는 어떤 면에서 보면 머신로보 브랜드 자체가 이미 상품가치를 상실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본 작품은 괜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조기종영이라는 결과를 맞게 되었으며, 머신로보 브랜드 역시 시리즈의 조기종영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재미있는 것은 아시 프로덕션은 후일 머신로보 시리즈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트랜스포머의 후속 시리즈 '비스트워즈 II 초생명체 트랜스포머(1998)'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1] 참조)

이후 반다이는 무려 17년 만에 선라이즈와 함께 머신로보 브랜드를 활용한 '출격 머신로보 레스큐(2004)'라는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스탭진 대부분은 선라이즈 출신으로 꾸려지지만 각본만큼은 원작의 시리즈 구성을 맡았던 소노다 히데키가 그대로 기용된다. 다만, 전체적인 모양새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오히려 선라이즈의 용자 시리즈에서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레이나 검랑전설 (1988)


ⓒ 葦プロダクション

<정보>

◈ 감독/콘티/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하바라 노부요시
◈ 연출: 카토 타카오(加戸誉夫), 무라야마 야스시(村山靖)
◈ 각본: 소노다 히데키
◈ 메카닉 디자인: 야마다 타카히로
◈ 미술감독: 東条俊寿
◈ 음악/노래: 와타나베 츄메이(渡辺宙明) / 와타나베 에마, 무라타 에리, 미즈타니 유우코 外
◈ 프로듀서: 타자키 히로시(田崎廣), 시모지 유키나오(下地志直)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 저작권: ⓒ 葦プロダクション
◈ 일자: 1988.02.05 / 1988.09.04 / 1989.04.26
◈ 장르: SF, 액션, 판타지, 히어로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머신로보라는 완구 브랜드는 사멸되었고, 머신로보 시리즈도 조기종영 속에 잊혀져 버렸지만, 1기 시리즈의 히로인 레이나의 인기는 여전히 아니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효했다. 이로 인해 레이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별도의 OVA 시리즈가 탄생한다. 애초의 시리즈가 표방했던 로봇 액션물과는 동떨어진 미소녀 액션을 표방한 작품으로, 이는 몇년 뒤 '자이언트 로보(1992)'의 인기 히로인 긴레이가 '맨발의 긴레이(1994)'라는 별도의 OVA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 하겠다. 다만, 팬서비스 수준의 스핀오프에서 벗어나 오빠인 롬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레이나의 홀로서기와 검랑의 후계자로 태어나는 모습을 그리면서 머신로보 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 머신로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던 제트나 블루와 같은 변신 로보 캐릭터들이 모조리 인간의 얼굴을 한 미청년으로 등장하는 등, 메카닉 액션이 아닌 원 시리즈의 특징인 무협 액션의 요소를 강조한 소녀의 성장 스토리가 되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葦プロダクション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로봇물에서 히어로 물로 방향을 전환하는 전통의 로봇 아니메 제작사

ⓒ SUNRISE · PROJECT S7


2011년 4월 예정인 선라이즈의 히어로물 '타이거 & 버니(2011)'에 이어 또 한편의 선라이즈표 오리지널 히어로 아니메가 출격대기중에 있습니다. 타츠노코의 40주년 기념 히어로물 '카라스(2005)'를 집필한 요시다 신(吉田伸)이 시리즈 구성을 담당한 이 작품의 제목은 '세이크리드 세븐(2011)'. 원안은 선라이즈의 창작팀 야다테 하지메가 맡았습니다.

☞ 세이크리드 세븐 공식 홈페이지 (클릭)

예고편의 캐릭터 디자인을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으실 텐데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라이즈의 전작 '코드기어스' 시리즈와 상당히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하겠습니다. 다만, 키무라 타카히로가 디자인한 코드기어스의 캐릭터에 비해서는 좀 얌전한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요. 세이크리드 세븐의 캐릭터 디자인은 일단 원안을 이노마타 무츠미가 맡고 있습니다. 이노마타 무츠미(いのまた むつみ)는 일본을 대표하는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로,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나 '브레인 파워드(1998)'와 같은 선라이즈 작품들의 캐릭터 디자인 원안을 맡은 적이 있으며, 게임 타이틀 '테일즈...'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이너로도 유명한 여성 디자이너죠.

이 때문에 육감적인 바디라인을 강조하던 키무라의 오덕스러운(?) 캐릭터 대신 단정하고 조숙하지만 보다 더 미형의 캐릭터로 그려졌다 하겠습니다. 대신 실제 작품에서는 무츠미의 원안을 바탕으로 치바 유리코(千羽由利子)와 나카타 에이지(中田栄治)가 캐릭터 디자인을 다시 하게 되지요. 이 둘이 모두 코드기어스 시리즈에서 작화감독을 맡았었기에 세이크리드 세븐의 캐릭터는 코드기어스와 유사한 느낌을 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슈트 디자인은 교부 잇페이(形部一平)가 맡았습니다. 아니메 업계의 인물이 아니라 그래픽 아트 등으로 광고나 일러스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로, 아니메 작업은 이번 세이크리드 세븐이 처음인 것 같군요. 감독은 코드기어스 2기에서 연출을 맡았으며, '갤럭시 엔젤(2001)', '아쿠아리안 에이지(2002)', '위치블레이드(2006)' 등의 작품을 연출한 오오하시 요시미츠(大橋 誉志光). 히어로물과 학원물이 결합된 형태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일단 트렌드를 따르는 작품이라 해야겠지요.

선라이즈의 타이거 & 버니와 세이크리드 세븐의 잇단 방영소식은 신작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코드기어스 시리즈나 건담 더블오를 통해서 여전히 로봇 아니메를 자사의 간판 작품으로 내세우던(좀 다른 전개이긴 했지만, 코드기어스도 엄연히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이죠) 선라이즈가 한 해에 잇달아 두 편의 히어로물을 내세운다는 것은 선라이즈 작품의 방향성에 뭔가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를 위해 타이거 & 버니에는 카라스의 감독 사토 케이이치와 디자이너 하야마 켄지를, 이번 세이크리드 세븐에는 카라스의 각본가 요시다 신을 영입하는 등 히어로물의 본가 타츠노코의 노하우 뿐만 아니라 특촬물의 노하우도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사토 케이이치나 요시다 신 등은 특촬물에서도 활약한 인재들이죠. 

당장 선라이즈의 주력 장르가 히어로물로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로봇 장르의 한계나 자신들 스스로의 매너리즘에 대해서 선라이즈가 인식하고 이를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보이기에 앞으로의 결과가 주목된다 하겠네요. 로봇물과 특촬물의 노하우가 접목된 선라이즈표 히어로 아니메의 행보를 지켜보아야 겠습니다.

그러고보니 근래의 일본 아니메는 히어로물 붐이 일어나고 있는 듯 하네요. 선라이즈 뿐만 아니라 매드하우스도 '울버린(2011)', '엑스맨(2011)'을 방영중이거나 방영예정에 있으며, 선라이즈에서 분사한 본즈 역시 작년에 '히어로맨(2010)'을 방영한 사례가 있습니다. 아니메에 무언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인 듯 합니다. 이것이 그저 한두번의 시도일지 아니면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할지는 앞으로의 작품들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 하겠습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 · PROJECT S7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장귀병 MD 가이스트 (1986), 装鬼兵MDガイスト / MD Geist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정보>

◈ 원안/메카닉 디자인: 오하타 코이치 (大畑晃一)
◈ 감독: 이케다 하야토 (실제 감독은 오하타 코이치)
◈ 연출: 네기시 히로시 (根岸弘)
◈ 각본: 산죠 리쿠 (三条陸)
◈ 캐릭터 디자인: 니노미야 쓰네오 (二宮常雄)
◈ 작화감독: 오오누키 켄이치 (大貫健一)
◈ 미술감독: 다카오 요시노리 (高尾義則)
◈ 원화: 사노 히로토시 (佐野浩敏), 오바리 마사미 (大張正己), 타카미 아키오 (高見明男), 하바라 노부요시 (羽原信義)
◈ 음악/노래: 타카하시 요이치 (高橋洋一) / 카게야마 히로노부 (影山ヒロノブ)
◈ 제작사: 프로덕션 웨이브 (プロダクションウェイブ), 히어로 미디어 (ヒロメディア)
◈ 저작권: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 일자: 1986.05.21
◈ 장르: SF, 액션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서기(A.D)를 사용하는 시대가 끝난지 수백년 후, 인류는 외우주에 진출하여 많은 별들을 점령하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점령된 별에서는 끊임없이 분쟁이 지속되었으며 쥬라는 그 중에서도 악명이 높은 곳으로, 지구의 지배를 반대하는 넥스럼(Nexrum)과 지구군의 전투가 끊이지 않는 말 그대로 지옥의 별이었다. 지구군 소속 특수전 부대의 지휘관 가이스트는 복제기술로 태어난 인간 살상병기로, 흉포한 작전수행 방식이 문제가 되어 쥬라 세기 843년 인공 위성에 유폐된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유폐된 인공 위성이 쥬라로 불시착 하면서 갇혀있던 가이스트가 극적으로 풀려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위험인물 1순위로 낙인 찍힌 그는 MDS(Most Dangerous Soldier) 가이스트로 불리고 있는데...


<소개>

아시 프로덕션에서 독립하여 주로 하청업무를 맡아오던 프로덕션 웨이브가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OVA. 애초에는 그룹 타크의 이케타 하야토가 감독으로 선임되었으나 실제 제작에는 그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1] 참조) 이로 인해 원안과 메카닉 디자인을 맡은 오하타 코이치, 각본의 산죠 리쿠, 연출의 네기시 히로시 3인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할 수 있겠는데, '광속전신 알베가스(1983)', '비디오전사 레자리온(1984)', '초력로보 가랏트(1984)' 등에서 메카닉 디자이너(요즘은 '일기당천 시리즈'의 감독으로 가장 유명하지만)로 활약한 오하타 코이치의 실질적인 감독 데뷔작인 동시에 산죠 리쿠가 첫번째로 아니메 각본작업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비재팬 출신의 산죠 리쿠는 국내에서도 발간된 '드래곤퀘스트 II - 다이의 대모험(1989)'로 유명하다.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인력이 부족한 제작사인지라 외부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영입되는데, 오오누키 켄이치('기갑전기 드라고나(1987)' 캐릭터 디자이너), 오바리 마사미('머신로보(1987)의 메카닉 디자이너), 사노 히로토시('기동전사 건담 0083(1991)'의 메카닉 작화감독), 야마자키 오사무('전국기담 요도전' 원안/감독), 하바라 노부요시('초수기신 단쿠가(1985)' 작화감독) 등 많은 인재들이 투입되어 뛰어난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시 프로덕션에서 독립한 카나메 프로덕션 출신들로, 전반적으로 볼 때 아시 프로덕션의 영향 아래에 있는 작품인 셈이다.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는 당시 유행하던 세계관이기도 했지만, 매드 맥스 시리즈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북두의 권(1984)'과의 접점도 찾을 수 있으며, 하드한 액션 묘사에서는 북두의 권 시리즈와 더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사노 히로토시나 오바리 마사미 등 레전드 급 메카 액션 작화가들이 참여했기에 소규모 제작사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메카 작화가 인상적이다. 다만, 제작비 한계와 같은 OVA의 물리적인 제한 요소로 인하여 전반적으로 B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구군이 착용하는 장갑복은 당시로서는 매우 센세이셔널한 디자인으로, 이 작품을 상징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로봇 메카 액션이 대세인 당시에 강화 장갑복을 입은 인간의 액션이라는 점에서 MD 가이스트는 꽤 신선한 비주얼 충격을 준 셈이다. 일본 내에서는 좋은 평가에 비해 판매가 시원치 않았기에 이야기가 체 마무리 되지 못한 상황에서 속편 제작이 중단되었지만, 북미에서의 인기는 꽤 높았고, 이로 인해 1996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추가하여 오하타 코이치 판 감독판이 다시 제작되었고, 곧이어 후속 이야기를 다룬 2편의 제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장귀병 MD 가이스트 II Death Force (1996) 


ⓒ 大畑晃一 · 三条陸 · CENTRAL PARK Media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정보>

◈ 감독/메카닉 디자인: 오하타 코이치
◈ 연출: 히로시마 히데키 (ひろしまひでき)
◈ 각본: 산죠 리쿠
◈ 캐릭터 디자인: 무라타 토시하루 (村田俊治)
◈ 작화감독: 오하타 코이치, 오오누키 켄이치
◈ 미술감독: 시부야 유키히로 (渋谷幸弘)
◈ 음악/노래: 오우치 요시아키 (大内義昭)
◈ 제작사: 제로 G룸
◈ 저작권: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
◈ 일자: 1996.03.01
◈ 장르: SF, 액션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1편으로부터 10년만에 제작된 속편. 1편에서 가이스트가 데쓰포스를 발동시키면서 지구 정규군과 넥스럼의 전쟁이 아닌 살인병기 데쓰포스와 생명체와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또다른 MDS인 크라우저가 살아있는 인간들의 구원자처럼 등장하여 가이스트와 맞대결하게 된다. 전편의 히로인이었던 바이야도 등장하는데, 전편의 강인하고 도발적인 성격과는 정반대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가련한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표현수위는 원 시리즈보다 더 높아져 상당히 잔인한 수준의 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大畑晃一 · 三条陸 · CPM · NIPPON COLUMBIA · COLUMBIA Music Publishing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아리온 (1986), アリオン / Arion


ⓒ 安彦良和 · THMS


<정보>

◈ 원작/감독/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安彦良和)
◈ 각본: 야스히코 요시카즈, 타나카 아키코 (田中晶子)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 (金子英俊)
◈ 디자인 협력: 야마기시 료코 (山岸凉子)
◈ 작화감독 보좌: 타카하시 쿠미코 (高橋久美子), 오오하시 요시미츠 (大橋誉志光)
◈ 원화: 시오야마 노리오 (塩山紀生), 카미무라 사치코 (神村幸子), 카나야마 아키히로 (金山明博), 치기라 코이치 (千明孝一), 토키테 츠카사 (土器手司) 外  
◈ 음악/노래: 히사이시 조 (久石譲) / 고토 쿄코 (後藤恭子)
◈ 구성: 카와마타 치아키 (川又千秋)
◈ 기획/제작: 토쿠마 서점 (徳間書店), 선라이즈 / 오가타 히데오 (尾形英夫), 나카가와 히로노리 (中川宏徳), 야마다 테츠히사 (山田哲久)
◈ 제작사: 선라이즈, 토호 (배급)
◈ 저작권: ⓒ 安彦良和 · THMS
◈ 일자: 1986.03.15
◈ 장르: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앞을 못보는 어머니 데메테르와 함께 살고 있는 밝고 명랑한 소년 아리온. 사실 아리온은 풍요의 여신으로 불리웠던 어머니 데메테르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모종의 이유로 두 모자는 제우스의 감시 아래 인간 세상과 떨어져 신계(神界)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 무섭게 생긴 한 사나이가 아리온과 데메테르를 찾아온다. 데메테르에게 세상으로 나올 것을 권유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데메테르는 단호하게 이를 거절하지만, 사나이는 데메테르의 눈을 낫게 해주는 약초를 찾자며 아리온을 속여 인간계로 도망친다. 이 사나이의 정체는 하데스. 제우스의 형으로 동생 제우스와 포세이돈에게 하늘과 바다를 빼앗기고 저승을 다스리는 신세로 전락한 하데스는 이에 앙심을 품고 포세이돈의 아들인 아리온을 이용해 제우스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소개>

토쿠마 서점의 만화잡지 '류'에서 연재되고 있던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크러셔 죠(1983)'에 이은 야스히코의 두번째 극장 아니메이며, TV 시리즈 '거신 고그(1984)'를 포함하면 그가 세번째로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앞선 두 작품에 이어 이번에도 원작과 감독, 각본, 캐릭터 디자인, 작화감독에 이르는 원맨쇼를 펼친 작품이다. 당시의 애니메이터, 아니 현재까지 일본의 모든 애니메이터를 통틀어 이 정도의 원맨쇼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은 야스히코 외에 미야자키 하야오와 신카이 마코토가 유일하며,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한정하면 미야자키와 야스히코가 유일하다.

당시 카도카와 서점과 극장 아니메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던 도쿠마 서점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통해 미야자키의 잠재력을 깨달은 뒤 85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해 미야자키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카도카와와 맞서기에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는지 또 한명의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가 바로 야스히코 요시카즈인 것이다. 야스히코는 83년 크러셔 죠를 통해 카도카와가 제작한 '환마대전(1983)'과 극장시장에서 맡붙은 경험이 있었다.(결과는 환마대전의 승리) 이로 인해 도쿠마 서점은 미야자키와 야스히코라는 최고의 원투펀치를 갖추게 된 셈이다. (물론, 당시 미야자키의 네임밸류는 야스히코만큼이 아니었다. 야스히코가 스타 작화가였다면 미야자키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린 중고 신인이라고나 할까)

다만 이미 선라이즈에 둥지를 튼 야스히코이기에 애니메이션 제작은 선라이즈가 담당하게 되었고, 야스히코의 대작 극장 아니메 제작을 위해 선라이즈 유수의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다. 작화감독 보좌를 맡은 타카하시 쿠미코는 '기동전사 건담 UC(2010)'의 캐릭터 디자이너 겸 작화감독으로 현재까지도 야스히코와 인연을 맺고 있으며,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과 '장갑기병 보톰즈(1983)' 등에서 총작화감독을 맡은 시오야마 노리오, '시티 헌터'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게 되는 카미무라 사치코, '무적로보 트라이더 G7(1980)', '최강로보 다이오쟈(1981)'의 총작화감독 카나야마 아키히로, 후일 '라스트 엑자일(2003)'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치기라 코이치, '더티 페어'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이너 토키테 츠카사 등 한 작품의 작화감독 급 인재들이 대거 원화맨으로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후일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를 통해 아니메 일류 캐릭터 디자이너로 성장하게 되는 카와모토 토시히로가 동화 파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3] 참조), 스탭 구성은 엄청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모두 야스히코 요시카즈라는 당대 최고의 작화가의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애니메이터들의 바람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 安彦良和 · THMS

극장 아니메의 영상미는 당대 톱클래스에 드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리온 극장판의 퀄리티는 지금의 아니메와 견주어도 크게 손색이 없으며, 일부 컷은 오히려 능가하기까지 한다. 야스히코가 직접 캐릭터 디자인에 관여했기에 원작의 캐릭터는 완벽하게 스크린에 이식되었으며, 장면구성은 부드럽고 유려하다. 이 모든 것을 혼자해낸 것 만으로도 야스히코의 필력은 당대 최고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뛰어난 영상미에 비해 스토리는 흡입력이 떨어진다. 그리스의 신화를 모티브로 한 신화적 대서사시이지만 일부 이야기 흐름은 매끄럽지 못하고 갑작스런 전개들이 눈에 띈다. 신화 속 영웅들이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영웅으로서의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특히 하데스의 경우에는 저승의 왕이라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모양새로 신화적 품격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일본 내 흥행수익은 총 5억 5천만엔으로 그해 영화랭킹 20위([3] 참조)에 위치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다.

아리온과 대적하는 아폴론은 건담 시리즈에서 브라이트 노아의 성우를 맡았던 스즈오키 히로타카가, 아폴론의 누이 아테나는 제타 건담의 레코아 론드를 맡았던 카츠키 마사코, 헤라클레스는 도즐 자비 역을 맡았던 고우리 다이스케가 캐스팅 되는 등, 건담 시리즈의 목소리와 비교되는 부분은 건담의 팬들에게는 나름의 즐거움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히사이시 조의 장엄한 음악이 멋진 비주얼과 훌륭한 앙상블을 이루는데, 히사이시 조가 미야자키의 작품의 단골 음악감독이기에 음악을 접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미야자키의 작품이 연상되는 데자뷰를 느낄 수도 있다. 일주일 먼저 개봉된 '세기말 구세주 전설 북두의 권(1986)' 극장판에는 주인공 아리온이 까메오로 출연하기도 하는데, 이는 두 작품이 같은 배급사인 토호를 통해 상영되면서 제작진의 센스가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북두의 권 극장판에는 '뱀파이어 헌터 D(1985)'의 주인공 D도 까메오로 등장한다.)

아리온은 야스히코 자신에게 있어서도 그가 직접 원작을 맡고 작화를 그린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스스로 원작 코믹스를 집필하고 이를 극장 아니메로 만들어 직접 감독에 각본과 같은 여러 주요작업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아리온은 미야자키의 나우시카와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 사이트>

[1] アリオン, Wikipedia Japan
[2] ネオ・ヒロイック・ファンタジア アリオン, allcinema.net
[3] 아리온(アリオン)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安彦良和 · THMS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 (1986),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 Mobile Suit Z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矢立肇)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富野由悠季)
◈ 각본: 엔도 아키노리 (遠藤明範), 스즈키 유미코 (鈴木裕美子)
◈ 콘티/연출: 토미노 요시유키, 타키자와 토시후미 (滝沢敏文), 요코야마 히로유키 (横山広行)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北爪宏幸)
◈ 메카닉 베이스 디자인: 고바야시 마코토 (小林誠), 이즈부치 유타카 (出渕裕)
◈ 메카닉 디자인: 신도우샤 (伸童舎), 아키타카 미카 (明貴美加)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카나야마 아키히로 (金山明博), 온다 나오유키 (恩田尚之)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内田順久)
◈ 미술감독: 이케다 시게미 (池田繁美)
◈ 디자인 협력: 야스히코 요시카즈 (安彦良和), 오카와라 쿠니오 (大河原邦男), 후지타 카즈미 (藤田一己)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三枝成章) / 아라이 마사히토 (1기 OP/ED), 히로에 쥰 (2기 OP/ED)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内田健二), 카미야 쥰이치 (神谷寿一)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6.03.01 ~ 1987.01.3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47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우주세기 0087년에 시작된 에우고와 티탄즈의 '그리프스 전쟁'은 티탄즈의 패망으로 종결되었지만, 에우고 역시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리더 격인 크와트로 바지나(샤아 아즈나블) 대위가 실종되고, 에이스 파일럿인 카미유 비단의 정신이 붕괴되었으며, 그 외에 많은 지휘관과 파일럿을 잃은 에우고 역시 큰 타격을 입고 만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지온공국의 잔당 액시즈가 섭정 하만칸의 강력한 리더쉽 아래 네오지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그리프스 전쟁 말기부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티탄즈의 몰락과 함께 그 세력이 크게 약화된 지구연방에게 그동안 세력을 비축한 네오지온은 버거운 존재였다. 

한편, 시로코와의 최종전으로 상처입은 아가마가 사이드 1의 샹그릴라에 입항한다. 티탄즈의 잔당인 야잔 게이블은 에우고의 상징인 제타 건담을 탈취할 계획을 세우고 샹그릴라의 고물상 하청꾼인 샹그릴라 칠드런에게 일을 의뢰한다. 쥬도 아시타를 리더로 하는 샹그릴라 칠드런은 야잔의 의뢰를 받아 제타 건담의 탈취에 성공하지만, 때마침 아가마에게 공격을 감행한 네오지온의 순양함 엔도라와 그 지휘관 마슈마로 인해 쥬도는 뜻하지 않게 후일 '1차 네오지온 항쟁'이라 불리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개>

ⓒ SOTSU · SUNRISE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이 등장했음에도 프라모델 매출은 반다이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여기에 팬들이 원했던 아무로와 샤아의 이야기가 아닌, 카미유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라는 점과 전작보다 훨씬 심각해지고 비극적인 Z 건담의 분위기는 시청률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새로운 건담 시리즈를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져온 셈이다. 물론 Z 건담이 큰 히트를 했더라도 후속 시리즈는 계속 만들어졌겠지만, 어쨋든 간에 이로 인해 Z 건담이 종영 후 곧바로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기동전사 건담 ZZ(1986)'이 그 바톤을 이어받게 된다.

중간의 휴식기간 없이 바로 다음 주 같은 방송 시간대에 시리즈가 시작된 점으로 미루어보아 이미 Z 건담 제작 중에 ZZ 건담은 기획되고 제작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Z 건담의 지나치게 어두웠던 분위기가 비판의 대상이 되자 토미노 감독은 건담의 분위기를 대폭 일신하여 보다 명랑한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이는 '무적초인 점보트(1977)' 이후 '무적강인 다이탄 3(1978)'을, '전설거신 이데온(1980)' 이후 '전투메카 자붕글(1982)', '성전사 단바인(1983)' 이후 '중전기 엘가임(1984)'을 연출하면서 비극과 희극을 오고 갔던 토미노의 전형적인 작품 패턴을 답습하는 것이었다. 

Z 건담을 통해 그 역량을 증명한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본 작에 이르러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는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그늘을 벗어난 최초의 건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전작과는 다른 명랑한(?) 작품 분위기와 새로운 캐릭터 디자이너를 내세우면서 전반적으로 ZZ 건담의 캐릭터들은 이전의 현실적인 모습의 캐릭터들에 비해 좀더 아니메 취향의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화려하고 패셔너블한 코스튬, 스타일리쉬한 캐릭터, 더 많아진 미소녀 등장인물은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Z 건담 비운의 히로인 포 무라사메의 뒤를 잇는 엘피 플은 어린 소녀로 그려지는데 이는 근래 아니메의 트렌드인 모에 취향을 연상시키며, 루루카나 캬라 슨 등 다양한 외모와 성격을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전의 건담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는 어찌보면 이전까지의 토미노 식 인물설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Z 건담에서 강판되었던 나가노 마모루가 다시금 메카닉 디자인으로 합류하지만, 또다시 반다이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체 하차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결국 ZZ 건담에서 마라사이나 디오 등을 디자인했던 고바야시 마코토가 3기의 합체변신이라는 다분히 완구적 특징이 강한 ZZ 건담을, 당시 떠오르는 신예인 이즈부치 유타가가 네오지온의 MS를 맡아 디자인하게 된다. ZZ에서 이즈부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는지 이후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1988)'에서 이즈부치는 메인 디자이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ZZ 건담은 코어 파이터 시스템을 부활시키고 합체와 변신 컨셉을 통해 과거 퍼스트 건담의 G 아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으며, 이마 부분에서 고출력의 메가 입자포(우주전함 야마토의 파동포를 연상시키는 컨셉)를 장비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거대로봇의 컨셉을 도입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는 명랑한 작품 분위기에 맞춰 리얼로봇이라는 베이스 위에 거대 로봇의 컨셉을 일부 접목시킨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일신했으나 반응은 오히려 냉담했다. 샤아의 행방불명, 카미유의 정신붕괴와도 같은 Z 건담의 충격적인 결말이 있은지 일주일 만에 이전과는 상반된 명랑한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건담 시리즈였으니 Z 건담의 팬들로서는 당연히 괴리감을 느꼈을 듯.(다만 ZZ의 1화는 본편의 시작이 아닌 Z 건담의 총집편이었다.) 쥬도 아시타는 신경질적이고 어두운 카미유에 비해 활기차고 밝은 캐릭터로 매력이 넘쳤으나 건담이라는 테마와는 동떨어진 캐릭터였고, 쥬도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마슈마 제로 역시 장미꽃과 나르시즘에 허우적대는 개그 캐릭터로서 건담이 이제껏 지향해온 테마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시청률은 Z 건담보다 더 악화되었고, 결국 마슈마는 과거 그의 선배 캐릭터인 샤아나 제리드가 그러했듯이 한동안 시리즈에서 퇴장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 SOTSU · SUNRISE

결국 중반부에 접어들어 시리즈는 종전의 테마를 다시금 답습하기에 이르른다. 히로인 엘피 플의 죽음과 같이 비극적인 에피소드가 다시 등장했으며, 전장 속에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 멸망의 삼중주는 토미노의 폭주를 다시금 연상시키는 듯 싶기도. 다만, 토미노는 20여화 정도가 제작된 시점에서 역습의 샤아 극장판의 제작을 위해 일선에서 물러났고([3] 참조), 후반부는 각본을 담당했던 엔도 아키노리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별 연출가들의 작품을 마무리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 다만 최종화까지의 콘티는 대부분 토미노의 손길이 닿아 있었기에 그의 영향력을 완벽히 부인할 수는 없었다 하겠다. 후일 토미노는 스스로 ZZ는 자신이 아닌 엔도의 작품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급전된 분위기 이후의 ZZ는 리얼로봇의 상징과도 같은 건담에 걸맞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었고, 키타즈메의 캐릭터들은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화를 보여주어 전반적으로 작품의 퀄리티는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톱 클래스에 든다 하겠다. 충격적인 전개와 파멸적인 결말로 치달았던 Z와 달리 벌려놓은 여러 이야기들을 작품 내에서 깔끔하게 정리했는데, 마지막 회에서 그려진 브라이트를 향한 쥬도의 일격은 마치 Z 건담에서 샤아에게 일격을 날린 카미유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는 어른들의 과오를 젊은이들이 바로 잡는다는 ZZ의 테마를 상징하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토미노의 작품 대부분은 이렇게 기성세대의 그릇된 가치관과 시스템에 항거하는 젊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시리즈의 평균시청률은 6.04%로 Z 건담의 6.4%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타카하시 료스케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의 조기종영에 이은 ZZ의 저조한 반응은 건담 시리즈 뿐만 아니라 리얼로봇물 전체가 이제 쇠퇴기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하는 징조였던 셈이다. 1기 오프닝 제목 '아니메가 아니야(アニメじゃない)'처럼 아니메가 아닌, 그 이상의 인간 드라마를 그리고자 했던 토미노는 자신이 창조한 건담이라는 굴레를 빠져 나오지 못한체 또다시 건담 시리즈의 진정한 종결을 위한 역습의 샤아 제작에 매진하게 된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ガンダムΖΖ, Wikipedia Japan
[2] 機動戦士ガンダムZZ (1986), allcinema.net
[3] 기동전사 건담 ZZ, 엔하위키 미러
[4] 기동전사 건담 ZZ (1986), 베스트 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천사의 알 (1985), 天使のたまご / Angel's Egg



<정보>

◈ 원안: 오시이 마모루 (押井守), 아마노 요시타카 (天野喜孝)
◈ 감독/각본: 오시이 마모루
◈ 캐릭터 디자인/미술설정 (아트 디렉션): 아마노 요시타카
◈ 작화감독: 나쿠라 야스히로 (名倉靖博)
◈ 미술감독/레이아웃 감수: 고바야시 시치로 (小林七郎)
◈ 음악: 칸노 요시히로 (菅野由弘)
◈ 기획/제작: 야마시타 타츠미 (山下辰巳), 오가타 히데오 (尾形英夫) / 도쿠마 야스요시 (徳間康快)
◈ 제작사: 스튜디오 딘
◈ 저작권: ⓒ 현재 저작권 불명
◈ 일자: 1985.12.22
◈ 장르: 컬트, 판타지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기묘한 기계구조물과 체스판처럼 생긴 대지 위에 용도를 알 수 없는 긴 기계장치를 짊어진 한 남자가 서있다. 저 멀리 거대한 구모양의 구조체가 땅으로 착지하려 한다. 요란한 기적 소리를 내뿜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상을 가진 거대한 구조체는 커다란 굉음과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땅에 내린다. 가운데에 빛나는 푸른 색의 반원이 마치 거대한 눈과도 같다.

한 소녀가 눈을 뜬다.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어가는 소녀. 소녀가 일어나자 이불 속에 감춰진 거대한 타조알 크기의 알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깥의 경치를 감상하던 소녀는 이내 옷을 챙겨입고, 침대 위의 알을 소중하게 안은 체 길을 떠난다. 소녀가 떠난 언덕 위에 거대한 방주 모양의 실루엣이 아른거린다.

소녀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그리고 소녀가 품고 있는 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소개>

후일 '아니메의 철학자'라 불리게 되는 오시이 마모루의 네번째 연출작이자 그가 연출한 최초의 OVA인 '달로스(1983)'에 이은 자신의 두번째 OVA. 아니메의 철학자라 불리는 그의 별명에 가장 걸맞는 작품 중의 하나로, 초현실적인 작품세계와 몽환적인 영상, 모호한 주제의식 등으로 지금까지도 문제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시끌별 녀석들 2 Beautiful Dreamer (1984)'에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던 오시이의 철학적 사색은 이 작품에서 폭발되었으며, 이후 다시 현실과의 접점을 찾은 듯한 모습이다.(물론, 현실과의 접점을 찾은 뒤에도 그의 작품은 여전히 난해하고 사색적이다.)

사실 천사의 알은 초현실적인 컬트 장르의 작품이 아닌, 코믹하고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천사의 알을 위해 오시이는 타츠노코 프로 시절 같이 일해왔으며, 당시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 있던 아마노 요시타카를 영입하게 되는데, 그가 그려온 캐릭터 디자인을 본 순간 오시이는 자신의 기획안을 수정하기로 맘먹게 된다. 애니메이터 시절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그의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오시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어떤 것을 꿈틀거리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스폰서인 도쿠마 서점으로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물론, 다행히도(?) 그들은 애니메이션 제작 당시에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당시 아마노는 자신이 삽화 일러스트를 했던 키쿠치 히데유키의 '뱀파이어 헌터 D(1985)' OVA 쪽도 참여하고 있었는데, 뱀파이어 헌터 D의 제작난항으로 인해 천사의 알에 올인하게 된다. 덕분에 뱀파이어 헌터 D는 영상미 쪽에서는 아쉬운 작품이 되었지만.

초현실적이고 컬트적인 오시이의 작품세계를 완성시키는 작품의 비주얼리스트들은 단연 아니메 업계 최강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되었다. 작품의 방향성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아마노 요시타카가 캐릭터 디자인을 포함한 아트 디렉션을, '고깔모자의 메모루(1984)'에서 귀여우면서도 서정적인 캐릭터들을 선보였던 나쿠라 야스히로가 작화를, 여기에 아니메 최고의 미술감독 고바야시 시치로가 미술을 담당한 천사의 알은 단연 아니메 중에서 독창적인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작품세계에 어울리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안노 히데아키 역시 이 작품에 참여했으나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량에 기겁하여 얼마 안가 뛰쳐나왔다고 전해지고 있다.([2] 참조)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대사들을 엄청나게 읊어대는 근래의 오시이 작품에 비해 성우들의 대사량은 아니메 최고 수준으로 적다. 초반부와 종반부에는 거의 대사가 없다시피하며, 소녀와 정체모를 청년 둘이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만 대사가 나오는데, 이마저도 무척 짧은 편이다. 여기에다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숨막힐 정도로 긴 일부 롱테이크 샷,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전개는 무척이나 불편하다. 관객을 고려하지 않는 오시이 감독의 작품 성향 그 극단에 다다른 작품이라 하겠다. (어제 밤에 보다가 몇 번을 졸았는지 모른다.)

노아의 방주, 타천사 루시퍼, 천사와 악마의 대화를 연상시키는 시퀀스는 기독교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나 주제의식 자체는 종교적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어려우며, 주제의식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작품이다. 애초에 오시이 감독 역시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가보다는 알 속에 무엇이 있었을까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는데([1] 참조), 그 역시 어떤 답안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관객의 상상과 사색에 맡기려한 의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라 하겠다. 

불친절하고 지나치게 사색적인 작품색깔 덕에 오시이 감독에게 한동안 감독 제의가 들어오지 않게 한 원인을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오시이 본인의 의지이기도 했지만, 캐릭터 디자인 하나로 감독의 작품 기획안을 바꿔버리게 했다는 점에서 아마노의 일러스트가 가진 포스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天使のたまご. Wikipedia Japan
[2] 押井守, Wikipedia Japan
[3] 天使のたまご (1985), allcinema.net
[4] 천사의 알(天使のたまご)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카라스의 제작진과 선라이즈의 특이한 조우

ⓒ SUNRISE/T&B PARTNERS, MBS


어로 아니메의 본가 타츠노코 프로의 40주년 기념 다크 히어로 액션물 '카라스(2005)'의 제작진과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필두로 한 메카 액션물의 본가로 이름 높은 선라이즈가 조우하여 독특한 아니메가 탄생 예정에 있습니다. 스타일리쉬하면서도 독특한 감각이 빛나는, 마치 히어로물과 SF 버디 액션물을 결합한 듯한 이 작품의 제목은 '타이거&버니(2011)'.

☞ 타이거 & 버니 공식홈페이지 (바로가기)
 
대비되는 성격과 외모를 가진 두 명의 히어로 와일드 타이거와 바나비 브룩스 쥬니어의 활약 외에도 히로인 블루 로즈, 록 바이슨, 스카이 하이, 드래곤 키드, 오리가미 사이클론, 파이어 엠블렘 등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HERO TV'라는 일종의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전달해주고 그들에게 포인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스폰서를 서고, 자신이 스폰서를 서는 히어로에게 자사의 로고까지 붙이게 하는 등, 설정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마치 모터 스포츠와 같은 프로 스포츠의 시스템을 도입한 듯 싶네요.

ⓒ SUNRISE/T&B PARTNERS, MBS

일단, 전반적으로 작품의 모양새는 카라스의 스타일에 선라이즈의 아이디어가 가미된 듯한 느낌을 풍깁니다. 기획과 원작은 선라이즈가 맡고 있으며, 감독은 카라스를 연출한 사토 케이이치, 여기에 카라스에서 호흡을 맞춘 캐릭터 디자이너 하야마 켄지와 메카닉 디자이너 안도 켄지, 역시 카라스에서 음악을 맡았던 이케 요시히로 등 카라스 주요 스탭진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으며, 본즈의 최신 히어로 아니메 '히어로맨(2010)'의 CG를 맡았던 SANZIGEN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본 작품에서 CG를 맡고 있습니다. 여기에 캐릭터 디자인 원안은 무려 전영소녀의 원작자 카츠라 마사카즈. 각본은 이번이 첫 아니메 데뷔작인 영화, 드라마 각본가 니시다 마사푸미.

전반적으로 느낌은 카라스의 어두운 면을 걷어내고 보다 밝고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변모한 세련된 히어로 아니메가 될 것 같습니다. 히어로맨과 달리 좀 더 시청 연령대도 높을 듯 싶구요. 등장 히어로 중 파이어 엠블렘과 같은 인물은 타츠노코 프로의 간판 히어로 '독수리 5형제(1972)'의 오마쥬인 듯도 싶네요.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3월 13일 예정되었던 페스티벌이 취소되고 3월 19일 방송예정이었던 사전특집 등도 취소되기는 하였습니다만, 방송은 큰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쪼록 좋은 퀄리티의 작품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음 싶군요. 방송예정일은 2011년 4월 2일. VizAnime(바로가기)를 통해 인터넷으로도 스트리밍 방송예정이라고 합니다.

☞ News: Viz Simulcasts Sunrise's Tiger & Bunny Superhero Anime (바로가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T&B PARTNERS, MBS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환몽전기 레다 (1985), 幻夢戦記 レダ / Fantastic Adventure of Yohko


ⓒ 1985 TOHO · KANAME Production


<정보>

◈ 원안: 카나메 프로덕션 (カナメプロダクション)
◈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湯山邦彦)
◈ 각본: 타케가미 쥰키 (武上純希), 유야마 쿠니히코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메인 애니메이터: 이노마타 무츠미 (いのまたむつみ)
◈ 메카닉 디자인: 토요마스 타카히로 (豊増隆寛)
◈ 미술감독: 시모카와 타다미 (下川忠海)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鷺巣詩郎), 마카이노 코지 (馬飼野康二) / 아키모토 리오 (秋本理央)
◈ 기획/프로듀서: 후지와라 마사미치 (藤原正道), 카나메 프로덕션 / 나가오 아키히로 (長尾聡浩)
◈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
◈ 저작권: ⓒ TOHO · KANAME Production
◈ 일자: 1985.12.21 (극장개봉일)
◈ 장르: SF,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평범한 여고생 아사기리 요코는 짝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피아노 곡을 완성한 그녀는 카셋트 테잎에 그 음악을 녹음하여 워크맨으로 들으면서 그에게 다가가지만, 용기가 없어 결국 그냥 그를 지나치고 만다. 그 순간, 갑작스레 이상한 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린 요코.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요코는 레다의 심장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남자의 추적을 따돌리고 가까스로 지상에 도착한다. 본적이 없는 이상한 생물들이 돌아다니는 세상. 요코는 이곳에서 말하는 개 린감을 만나 이곳이 지구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 아샨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던 요코는 순간적으로 다시 원 세계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워크맨의 음악을 듣는 것을 멈추자 다시 아샨티로 돌아온 요코.

음악이 자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레 들이닥친 기계병사들에게 워크맨을 빼앗기고 만다. 이들은 바로 일전에 레다의 심장을 노리고 그녀를 붙잡으려했던 제르의 수하들. 쫓기는 요코와 린감은 마침내 제르의 병사들에게 포위되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맡는다. 뒷걸음 치다가 우연하게도 거대한 꽃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요코. 순간 기묘한 빛이 꽃을 감싸고 요코는 비키니 갑옷을 입은 여전사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소개>

토호가 제작비를 담당하고 소규모 제작사 카나메 프로덕션이 제작한 OVA 아니메. 카나메 프로덕션은 아시 프로덕션의 젊은 애니메이터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제작사로, '프라레스 산시로(1983)', 'BIRTH(1984)' 등을 제작한 신예 제작사이다. 환몽전기 레다는 프라레스 산시로에서 함께 작업한 아시 프로덕션의 유야마 쿠니히코가 감독을 맡았고 여기에 카나메 프로덕션의 멤버 이노마타 무츠미가 산시로에 이어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담당했다. 여성 캐릭터 디자이너로서는 이례적으로 남성 아니메 마니아들의 취향에 잘 어울리는 그림체를 선보였는데, 이는 무츠미가 '우주전사 발디오스(1980)', '전국마신 고쇼군(1981)', '마경전설 아크로펀치(1982)'와 같은 일련의 로봇 아니메에서 작화를 맡아왔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순정만화스러운 크고 아름다운 눈과 미형의 얼굴, 적당히 선정적이고 세련된 의상 디자인 등, 무츠미의 캐릭터는 이후 수많은 아니메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보여주게 된다.
 
카나메 프로덕션의 전작인 BIRTH에 참여한 일본 애니메이터계의 대부 카나다 요시노리의 영향 탓인지 이 작품에서도 '카나다버스'라 불리는 카나다 특유의 역동적인 작화구도가 종종 선보인다. 다만, 전반적으로 액션의 비중의 그리 큰 작품은 아니라 몇 장면에 그치고 있다. 짧은 러닝 타임 덕에 작품의 서사는 깊이가 떨어지고, 드라마틱한 클라이막스나 강렬한 액션도 부족한 편. 다만, 미소녀, 메카, 판타지로 이어지는 오타쿠적 코드의 적절한 조합으로 인해 반응은 무척 좋았다. 초창기 OVA 중에서 손에 꼽히는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아니메 자체의 매력보다는 히로인 요코의 매력이 크게 어필한 작품이라 하겠다.

OVA 제작과 동시에 미디어 믹스의 일환으로 소설판도 동시에 등장한다. 소설은 인기 호러 소설가 키쿠치 히데유키에게 맡기게 되는데, 이 결과 키쿠치 히데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뱀파이어 헌터 D(1985)' OVA의 극장개봉시 동시 상영되기도. 소설판의 일러스트는 역시 이노마타 무츠미가 맡았다. 또한 동시기의 베스트셀러 OVA인 '메가존 23(1985)'에서 인상적인 음악을 선보인 사기쓰 시로가 이 작품에서도 음악을 맡아 초창기 양대 베스트셀러 OVA의 음악을 모두 제작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레다의 인기는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후속 아류작들의 탄생을 부추긴다. 카나메 프로 스스로도 곧바로 '꿈차원 헌터 판도라(1985)'를 제작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작품들이 나오지만 결국 레다만큼의 인지도는 얻지 못한체 조용히 잊혀져 버린다. 후속편에 대한 팬들의 염원으로 속편 제작을 발표했던 카나메 프로덕션은 OVA 시장의 포화로 인해 경영난을 겪다가 1988년 결국 부도를 냈고, 이로 인해 후속 프로젝트는 백지화되고 만다.

ⓒ TOHO · KANAME Production



<참고 사이트>

[1] 幻夢戦記レダ, Wikipedia Japan
[2] 幻夢戦記レダ (1985), allcinema.net
[3] Leda - The Fantastic Adventure Of Yohko (OAV), ANN
[4] 환몽전기 레다(幻夢戦記レダ)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TOHO · KANAME Production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뱀파이어 헌터 D (1985), 吸血鬼ハンターD / Vampire Hunter D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정보>

◈ 원작: 키쿠치 히데유키 (菊地秀行)
◈ 감독: 아시다 토요오 (芦田豊雄)
◈ 각본: 히라노 야스시 (平野靖士)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아마노 요시타카 (天野喜孝) 
◈ 캐릭터 디자인인도리 코야 (いんどり小屋, 스튜디오 라이브 공동 팬네임)
◈ 작화감독
: 마쯔시다 하루미 (松下浩美)
◈ 미술감독: 마쯔다이라 사토시 (松平聡)
◈ 음악/노래: 코무로 테쯔야 (小室哲哉) / TM Network
◈ 제작: 사토 토시히코 (佐藤俊彦)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葦プロダクション)
◈ 저작권: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일자: 1985.12.21 (극장개봉일)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OVA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먼 미래인 서기 12,090년, 핵전쟁이 휩쓸고 간 세계는 귀족이라 불리는 뱀파이어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인간들은 그저 귀족들의 먹을거리로 전락하고 수많은 괴물들과 악마들이 지상 위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불멸의 존재로, 강대한 과학력까지 손에 넣은 뱀파이어들은 나날이 번창해가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그들은 서서히 타락하고 쇠퇴하기 시작했고, 그들 밑에서 노예로 살아오던 인간들의 힘은 다시 강성해지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반격에 의해 귀족의 힘은 현저히 약해졌고, 그 세력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지닌 귀족은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귀족들을 물리치기 위해 사람들은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뱀파이어 헌터를 고용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귀족과 인간의 혼혈인 담피르(Dhampir: 뱀파이어남자와 인간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일컫는 단어.)는 귀족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 그 몸에 흐르는 귀족의 피 덕분에 같은 편인 인간들에게도 경멸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리스는 남동생과 단둘이서 국경도시 근처에서 농장일을 하며 살고 있는 강인한 소녀. 어느날 괴물을 사냥하던 도중 도시 일대를 지배하는 강력한 귀족 리 백작의 눈에 띄어 백작의 신부의 낙인이 찍히고 만다. 누구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도리스는 결국 귀족과 인간의 혼혈인 담피르 헌터를 고용하여 리 백작을 처단하기로 맘 먹는다. 그녀의 의뢰로 담피르 헌터 중 한명인 D가 도시로 찾아오게 되는데...


<소개>

1983년 1월부터 아사히 신문출판을 통해 발간된 키쿠치 히데유키의 장편 호러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현대 호러문학을 정립한 하워드 필립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후대의 작가들이 정립한 크툴후 신화(Cthulhu Mythos)를 기반으로 한 작품(키쿠치 본인도 러브크래프트의 열렬한 팬이다.)으로,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족인 담피르의 숙명을 갖고 태어난 인물 D의 활약을 소재로한 다크 히어로 판타지 액션물이다. 서기 10,000년대라는 먼 미래를 시간대로 하고 있으나 배경묘사는 20세기 초반에 가까워 보이며, 스파게티 웨스턴(비슷한 표현인 마카로니 웨스턴은 일본에서 유례한 단어)적인 묘사가 많다.

원작은 키쿠치 히데유키의 히트 소설로서도 유명하지만 동시에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로 더 큰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이기도하다. 타츠노코 프로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약하던 아마노는 82년 타츠노코를 독립하여 애니메이터가 아닌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을 시도하게 되었는데,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이 바로 이 뱀파이어 헌터 D인 것이다. 만화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마치 정통미술을 배운 미술학도의 삽화인 듯 고급스럽고 몽환적이며, 괴기스러우면서도 탐미적인 그의 일러스트는 커다란 인기를 끌며 이 작품을 베스트셀러 소설의 반열에 올리는데 큰 일조를 하게 된다.

아니메의 기획은 생각보다 난항이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아시 프로덕션이 아니메 의사를 키쿠치에게 전했지만, 로봇물과 마법소녀물 등으로 이름이 난 아시 프로덕션이 자신의 호러 판타지를 아니메로 만들기에는 적합치 않다는 생각을 가진 키쿠치가 좀처럼 제작허가를 내주지 않은 까닭이었다. 결국,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아시다 토요오가 파일럿 필름까지 만들어가는 열정을 보인 덕분에 키쿠치는 어렵사리 제작을 허락하게 되지만, 그동안 제작 스케쥴이 변경되면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을 예정이었던 아마노 요시타카가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3] 참조)

원작이 된 1권의 소설표지.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그로 인해 캐릭터 디자인은 아시다 감독의 스튜디오 라이브 작화팀에게 돌아가게 된다. 인도리 코야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스튜디오 라이브의 작화팀은 아마노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하였는데, 일부 캐릭터들은 아시다 토요오나 스튜디오 라이브가 참여했던 일련의 작품들인 '은하표류 바이팜(1983)'이나 '초수기신 단쿠가(1985)' 등의 캐릭터와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로 알려진 아시다 토요오는 84년 '북두의 권(1984)' TV 시리즈를 통해 이전까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하드하고 고어스러운 작품을 연출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직후에 감독으로 참여한 이 뱀파이어 헌터 D OVA는 많은 컷에서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호러 판타지적인 분위기에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고어 액션이 첨가되면서 본 작품은 상당히 하드한 액션이 돋보이는 다이나믹한 작품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아시다 감독은 북두의 권의 주인공인 켄시로를 엑스트라 캐릭터로 등장시키는 서비스도 선보이는데,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눈 앞에 둔 '북두의 권(1986)' 극장판에서는 반대로 D를 엑스트라 캐릭터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화끈한 액션 덕분이었는지 연말 OVA 판매랭킹에서는 2위를 차지하기도. 북미 시장에서는 일본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원작 소설과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 역시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TM Network 소속으로, 후일 일본 JPOP계의 거물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24살의 젊은 코무로 테쯔야가 처음으로 음악감독을 담당한 작품으로서도 유명하다. 이 작품을 필두로 TM Network의 아니메 히트송 행진이 이어지게 되기도.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한 호러 판타지 작품이지만, 아마노가 하차한 덕분에 생긴 캐릭터 디자인의 이질감으로 인해 아시다 토요오의 뱀파이어 헌터 D라는 인상이 더 강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2000) 

ⓒ 2001 FILMLINK International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バンパイアハンターD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각본/콘티: 카와지리 요시아키 (川尻善昭)
◈ 캐릭터 디자인: 미노와 유타카 (箕輪豊)
◈ 작화감독: 미노와 유타카, 아베 히사시 (阿部恒), 하마사키 히로츠구 (浜崎博嗣)
◈ 미술감독: 이케하타 유우지 (池畑祐治)
◈ CG 테크니컬 감독: 마에다 츠네오 (前田庸生)
◈ 음악: 마르코 드 암브로시오
◈ 제작/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 (山本又一朗) / 마루야마 마사오 (丸山正雄) 外
◈ 제작사: 매드하우스, 필름링크 인터내셔널, DR MOVIE
◈ 저작권: ⓒ 2001 FILMLINK International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 バンパイアハンターD製作委員会
◈ 일자: 2000.08.25
◈ 장르: 액션, 판타지, 호러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원작의 된 4권의 소설표지. ⓒ 菊地秀行 · 朝日ソノラマ

원작자인 키쿠치 히데유키의 절친으로, 다수의 키쿠치의 소설을 아니메로 만들었던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감독한 극장용 아니메. 당시 카와지리는 북미 시장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뱀파이어 헌터 D와, 마찬가지로 북미에서 인지도가 높은 아니메 감독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몹시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북미시장을 목표로 한 작품으로, 최초 녹음에 외국인 성우가 기용되는 등 미일 합작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작품이기도 하다.

85년도 OVA와는 달리 카와지리 요시아키 특유의 스타일과 아마노의 미학적인 감각을 잘 살려낸 캐릭터 디자인이 일품이다. 중성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미남자 D의 모습을 잘 살려낸 디자인으로, OVA의 D가 황야의 무법자에 가까운 코스튬이었다면, 극장판의 D는 미래지향적인 코스튬이 인상적이다. 이는 '수병위인풍첩(1993)'부터 카와지리 작품에 참여해온 미노와 유타카의 결과물이다. 이야기는 원작의 3부에 해당하는 妖殺行편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데,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직접 감독에 각본, 콘티까지 1인 3역을 수행하고 있다.

미학적으로는 OVA보다 한단계 상승했으며, 카와지리 요시아키 작품다운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었으나, 특유의 요사스러움이라든지 클라이막스의 스케일은 전작만 못한 편이다. 하드고어의 대가로 이름 높은 카와지리의 작품인데, 이제까지 중 가장 보기 무난한 작품이라 할까. 이는 아무래도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면서 로컬라이징을 염두에 둔 미국 제작진 측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아니메 특유의 스타일이 약화되고 북미 애니메이션의 성격이 강해진 것이다. 다만, 원작의 스파게티 웨스턴적인 배경묘사는 이러한 취지에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겠다.

☞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2000), 돌아온 전설의 뱀파이어 헌터 (클릭)


<참고 사이트>

[1] 吸血鬼ハンターD, Wikipedia Japan
[2] 뱀파이어 헌터 D, 엔하위키 미러
[3] 뱀파이어 헌터 D(吸血鬼ハンターD)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스타체이서, 오린의 전설 (1985), Starchaser, Legend of Orin 


ⓒ 1985 YOUNG SUNG International


<정보>

◈ 감독/제작: 스티브 한 (Steve Hahn)
◈ 각본: 제프리 스콧 (Jeffry Scott)
◈ 캐스팅: 조 콜리컨 (Joe Coligan), 카르멘 아르젠지아노 (Carmen Argenziano), 노엘 노쓰 (Noelle North), 안쏘니 데 론지스 (Anthony De Longis)
◈ 음악: 앤드류 벨링 (Andrew Belling)
◈ 편집: 도날드 W. 어니스트 (Donald W. Ernst), A.C.E
◈ 조감독: 존 스파레이 (John Sparey)
◈ 애니메이션 감독: 밋치 록혼 (Mitch Rochon), 김장일
◈ 제작총지휘: 토마스 콜맨 (Thomas Coleman), 마이클 로젠블랫 (Michael Rosenblatt)
◈ 제작사: 영성 프로덕션 (Young Sung Production), 한호흥업, 대원동화
◈ 배급: 아틀란틱 릴리징 (Atlantic Releasing), MGM
◈ 저작권: ⓒ 1985 YOUNG SUNG International
◈ 일자: 1985.11.24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때는 수천년 후의 미래 혹성행성 트리니아. 인간들은 마인 마스터라 불리는 로봇들의 지배를 받으며 지하 광산에서 노역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배자 자이곤(Zygon)이 통치하는 이 세상에서 인류는 오로지 이 지하 세계만이 자신들이 살 수 있는 세계이며, 지상은 지하세계보다 훨씬 끔찍하고 지옥같은 곳이라 믿고 있었다. 자이곤은 인간 노예들을 부려 광산에서 루비디마이트라는 붉은 수정을 채굴하고 있었는데, 루비디마이트를 채굴하여 제단에 바치면 자이곤이 나타나 신의 말씀을 전하고 루비디마이트를 가져간다. 루비디마이트를 회수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식량이 지급된다.

자이곤의 폭정 속에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지하 광산에서 눈먼 동생 칼리와 살고 있던 젋은 청년 오린은 채굴 도중 바위 속에 박혀 있는 보석장식이 달린 검을 발견하게 된다. 오린이 검을 쥐자 검신에서 빛이 발산되며 노인의 영상이 투영된다. 지하세계 위 지상에는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용기를 가지라는 노인. 검을 소유한자는 진실된 힘을 얻을 것이라 말하며 노인은 사라진다. 동시에 검날이 사라지고 손잡이만 남은 검. 오린은 노인의 말에 따라 지상으로 향할 것을 결심하는데...


<소개>

미국 애니메이션의 하청업을 주로 맡아오던 동서동화(現 한호흥업)와 동서동화의 창립자인 재미교포 출신의 스티브 한이 주축이 되어 제작된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컴퓨터 그래픽과 입체영상, 로토스코핑 기법 등이 동원된 애니메이션 테크놀로지의 결정체와 같은 작품이다. 평단의 호평 속에도 불구하고 배급사인 아틀란틱 릴리징의 도산으로 인해 개봉 도중 극장에서 내려지며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비운의 작품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잠재력을 보여준 동시에 뛰어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못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티브 한과 한호흥업과 같은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하고 주도한 작품이긴 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미국적인 작품이다. 스탭진의 구성에서 보면 연출과 셀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한국쪽 인재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반면, 스토리와 콘티, 사운드와 CG 등에서는 역시 미국 애니메이터들의 영향이 크다. 이는 연출과 작화에서 당대 한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와있음을 증명한 반면, 기획, 스토리, 사운드와 같은 많은 부분에서는 여전히 인재와 역량이 부족함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어차피 기획 단계에서 미국의 참여가 주도적이었던 작품이었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작품이었기에 한국적인 색체가 보이지 않음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는 약 1년 뒤에 넬슨 신과 다수의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주축이 되어 제작한 '트랜스포머더 무비(1986)'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하세계에서 통제된 삶을 살아오던 인류가 기계의 지배를 벗어나 지상으로 나와 진정한 자유를 찾는다든지, 주인공 오린이 바위 속에서 검을 찾아내고 그로 인해 영웅의 길을 걷는 전개는 아서왕의 전설과 같은 중세 판타지의 느낌을 주고 있다. 아울러, 지상으로 나온 오린 일행의 모험에서는 익숙한 미국식 모험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이런 부분은 스타워즈의 영향을 받은 아류로 인식될 수 있다 하겠다. 참신함은 비록 떨어지지만 짜임새 있는 이야기 전개로 인해 그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지하세계에서 사는 인류가 전설의 검을 발견하고 지상으로 압제자를 물리치고 지상으로 향하는 부분은 '천원돌파 그렌라간(2007)'의 스토리 컨셉과 유사하기도 하다. 물론, 둘 사이에 관계는 없다.)

ⓒ 1985 YOUNG SUNG International

스타체이서의 의의는 이야기보다는 영상미에 있다. 당시로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CG를 적극 도입한데다가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등, 현재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3D CG 기법을 무려 25년이나 먼저 애니메이션에 도입한 작품이다. 게다가 그 완성도 역시 85년도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준수한 편. 거기에 사람의 움직임에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도입하여 부드러운 동작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물론, 당시 기술의 한계나 제작비 문제 등으로 인해 모든 영상에 입체기법을 적용할 수는 없었고, 이로 인해 인물의 묘사에서는 입체기법이 재현되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테크닉의 관점에서 이 작품은 당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정수가 모두 투입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평단의 평가도 좋은 편이었고, 개봉 당시의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으나 배급사의 도산으로 인해 급박하게 상영이 중단되면서 스타체이서와 한국 애니메이션의 야심찬 첫발은 아쉽게도 불발로 끝나고 만다. 1985년 11월 24일 개봉한 스타체이서는 1985년 12월 8일까지 불과 2주 밖에 개봉하지 못했으나 3백36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만약, 제대로 개봉일자를 채웠다면 스타체이서의 평가는 지금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넬슨 신의 트랜스포머 더 무비가 약 한달 간 개봉하여 57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음을 볼 때 스타체이서는 그와 비슷하거나 그를 상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의 참패와 배급사의 도산으로 인해 국내 개봉이 무산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MGM이 2005년 6월 21일 북미에서 DVD로 발매했지만, 입체 애니메이션이라는 메리트를 느낄 수 없는 것 역시 큰 아쉬움 중 하나. 당시 흥행 참패로 인해 스티브 한은 미국으로 도미해야 했으며, 다시 한 번 창작 애니메이션을 향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희망은 열매를 맺지 못한체 시들어버리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1985 YOUNG SUNG International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1985), 蒼き流星SPTレイズナー / Layzner


ⓒ SUNRISE


<정보>

◈ 원안/원작: 야다테 하지메 / 이토 츠네히사 (伊東恒久), 타카하시 료스케 (高橋良輔)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星山博之), 스즈키 요시타케 (鈴木良武), 히라노 야스시 (平野靖士), 이토 츠네히사 (伊東恒久) 外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谷田部勝義), 아미노 테츠로 (網野哲郎), 카세 미츠코 (加瀬充子)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 (谷口守泰) / 다니구치 모리야스, 무라나카 히로미 (村中博美), 八幡正 外
◈ 메카닉 디자인/작화감독: 오카오라 쿠니오 (大河原邦男) / 요시다 토오루 (吉田徹), 오키우라 히로유키 (沖浦啓之)
◈ 미술감독: 혼다 오사무 (本田修), 아라이 카즈히로 (荒井和浩)
◈ 음악/노래: 이누이 히로키 (乾裕樹) / AIRMAIL from NAGASAKI (OP), 토미자와 미치에 (ED)
◈ 프로듀서: 우에다 마스오 (植田益朗), 銀谷精一, 木本隆彦
◈ 제작사: 선라이즈, 니혼 TV, 요미우리 광고사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5.10.03 ~ 1986.06.26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3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미소 냉전이 계속되던 1996년, 인류는 화성에까지 진출하지만 냉전구도는 광활한 우주에까지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주에 불화의 씨앗이 생길것을 우려한 그라도스 별의 그라도스인들은 미래의 불안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지구를 제압할 것을 결정하게 된다.

그즈음 UN이 주최한 우주체험교실에 선정된 소년 소녀들이 화성의 UN기지에 도착하게 된다.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그들 앞에 갑작스런 그라도스군의 인간형 병기 SPT(Super Powered Tracer)의 습격이 시작된다. 기지는 파괴당하고 체험학습단이 위기에 처한 순간, 한 대의 푸른 SPT가 나타나 그라도스군으로부터 소년소녀들을 구하게 된다. 푸른 SPT를 몰고 온 인물은 그라도스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알바트로스 날 에이지 아스카라는 소년이었는데...


<소개>

타카하시 료스케의 4번째 리얼로봇물이자 감독으로서 그의 마지막 TV 시리즈 로봇물. 그라도스라는 이성인과 지구인과의 전투가 시작되는 즈음, 그라도스의 피를 이어받은 주인공 에이지가 그라도스의 병기 레이즈너를 몰고 지구의 편에서 싸운다는, 'UFO 로봇 그렌다이저(1976)'에서부터 이어져온 거대로봇물의 테마를 이어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타카하시 료스케에 의해 독특한 스타일로 그려지면서 리얼로봇물의 쇠퇴기를 장식한 걸작 아니메로 이름을 남긴다. 

당시 선라이즈의 작화 라인은 몇 개의 부류로 나뉘어지고 있었는데, 우선 작화에 있어서 일가를 이룬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이끄는 작화라인과, '스튜디오 비보' 소속으로 '전설거신 이데온(1980)' 이후 토미노 요시유키와 호흡을 맞춰온 코가와 토모노리와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온다 나오유키, 오오모리 히데토시 등이 이끄는 작화라인, 그리고 '아니메아루' 소속의 다니구치 모리야스와 그의 제자(요시다 토오루, 오키우라 히로유키, 오사카 히로시)들이 이끄는 작화라인이 있었다. 레이즈너는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부터 참여해온 다니구치 모리야스와 그의 제자들이 참여하게 된다.

'용자 라이딘(1975)'부터 선라이즈의 다수의 작품에 참여해온 다니구치였지만 캐릭터 디자인으로서는 레이즈너가 첫 작품이었다. 다니구치가 '북두의 권(1984)' TV 시리즈에 참여했던 이력 때문인지 2기부터는 북두의 권의 영향을 받은 듯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또한, 주인공인 에이지의 모습은 북두의 권의 켄시로와 함께 그가 참여했던 '장갑기병 보톰즈(1983)'의 주인공 키리코 큐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키리코 큐비 역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켄시로와의 접점이 느껴지는데, 이는 작화를 맡은 다니구치 못지않게 타카하시 감독이 북두의 권 시리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음을 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미소냉전이 진행중인 1996년이라는 설정부분은 아직은 냉전 중에 있던 86년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부분이다. 이러한 분쟁상황이 우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그라도스인들의 지구침공은 다분히 냉전시대에 대한 타카하시 감독의 우회적인 풍자라고 볼 수 있다. 그라도스인과 지구인의 혼혈로, 화성에 견학온 학생들과 함께 그라도스의 추격군을 물리치며 지구로 귀환하는 초반부의 이야기는 '기동전사 건담(1979)'을 거쳐 '은하표류 바이팜(1983)'까지 이어져온 15소년 표류기식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 독특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가 주인공 에이지의 실종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벌어지는 2기의 이야기를 기점으로는 완벽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그라도스에 의해 점령당한, 폐허가 된 지구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이는 안나일행과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멋진 무술실력을 보여주며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에이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2기는 여러 면에서 북두의 권스러운 무협액션물의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시리즈 최고의 악역 고스테로와 그의 시귀대의 전용 SPT는 리얼로봇의 특색인 병기로서의 로봇보다는 정통 거대로봇물의 영향이 눈에 띈다. 이것은 주역 메카인 레이즈너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V-MAX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 전반적으로 볼 때 레이즈너의 2기는 리얼로봇물에 정통 거대로봇물의 스타일을 가미한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당시 리얼로봇물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시리즈는 히로인 안나의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되고 있다. 1기에서 지구인들의 편견 속에 고립된 주인공 에이지를 처음으로 믿어주던 14살의 소녀 안나는 2기에서는 에이지를 사랑하는 연인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남성 취향의 하드한 작품 스타일과 달리 연인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이야기하는 안나의 해설은 작품을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는 선라이즈의 '스크라이드(2001)'에서 카나미의 해설로 재사용되기도 한다. 바이팜에서 처음 등장했던 에피소드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미리 보여주는 아방 타이틀식 연출도 사용되는데, 오프닝 테마 중간에 사용되는 스타일리쉬한 기법이 눈에 띈며, 이 역시 선라이즈의 '사이버 포뮬러 사가(1996)' 등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SUNRISE

리얼로봇에 정통 거대로봇물과 무협액션을 가미한 크로스오버는 시청률 측면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 동시간대에 방영중이던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夕やけニャンニャン'의 공세 속에서도 10%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1] 참조),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방영중이던 선라이즈의 야심작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스폰서 중 하나였던 산요(SANYO)의 석유난로가 제조결함으로 인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여 45명이 중독되고 4명이 죽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스폰서에서 하차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제작비 수급에 난항이 발생하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시된 레이즈너 프라모델이 판매부진으로 고전을 겪자 반다이마저 스폰서에서 철수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외적인 여건이 악화되면서 레이즈너는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38화로 갑작스런 종영을 맡게 된다.

37화까지 정상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던 상황으로 보아 조기종영 결정은 상당히 급박하게 이루어 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38화는 스토리의 비약이 심해졌고 마무리 역시 확실하지 않았다. 우주로 떠난 에이지를 기다리는 안나 일행의 회상장면에서는 이전 컷을 대거 재사용하는 등, 스탭진 역시 시리즈 조기종영에 큰 실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완구/프라모델 스폰서와 TV 시리즈 아니메의 연계라는 비즈니스 시스템은 서서히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고, 리얼로봇 장르의 편중현상은 역으로 컨텐츠의 경쟁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있었다. 결국, 레이즈너의 퇴장과 함께 타카하시 료스케도 리얼로봇물에서 퇴장하게 된다.

☞ 아니메 집중분석 17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 by 바이칸 (바로가기)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 ACT 1,2,3 (1986)


ⓒ SUNRISE

<정보>

◈ 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연출/구성: 이마니시 타카시 (ACT 1), 야타베 카즈요시 (ACT 2), 카세 미츠코/야타베 카즈요시 (ACT 3)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10.21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총집편 2화와 TV 시리즈에서 완결짖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1화로 구성된 3부작 OVA. ACT 1은 1화부터 25화까지, 즉 에이지가 행방불명되고 그라도스의 지구 침략이 결말로 치닫는 무렵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ACT 2는 그라도스 지배하의 지구에 돌아온 에이지와 지구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다룬 26화부터 37화까지의 이야기를, 마지막 ACT 3에서는 TV 시리즈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숨겨진 진실을 다루고 있다. 이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만들었던 TV 시리즈의 38화는 OVA 3화로 대체된다.

비록 원래의 이야기 의도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1시간 짜리 OVA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레이즈너 팬들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는 결말로 레이즈너는 비로소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공각기동대 Solid State Society 3D 극장판과 함께 상영예정

출처: XI Avant 공식 홈페이지 ⓒ KAMIYAMA KENJI / Production I.G


번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3D' 극장개봉(개봉일은 3월 26일)에 발맞춰 카미야마 켄지가 새 애니메이션을 하나 선보인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신작 아니메가 아닌 NTT 도코모의 프로모션용 영상으로, 3분 30초짜리 단편 아니메라고 하는군요. 제목은 'XI Avant (크롯시이 아방)'.

NTT 도코모의 LTE(Long Term Evolution) 서비스인 XI 서비스의 프로모션 일환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근미래의 세계를 무대로 어떤 남자를 추적하는 임무를 받은 주인공 타카무라 카오루가 XI 휴대폰을 사용하여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LTE 서비스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면, 3세대 이동통신의 핵심기술인 HSDPA(고속 하향 패킷 접속) 방식보다 향상된 무선데이터 패킷 통신 규격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4세대 이동통신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HD급 동영상의 실시간 재생 등을 위해 4세대 이동통신이 요즘 IT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XI Avant는 바로 이런 트렌드에 맞춰 NTT 도코모가 서비스하는 4세대 이동통신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아니메인 셈입니다.

작품에서 선보이는 XI 휴대폰. ⓒ KAMIYAMA KENJI / Production I.G

아마도 이는 카미야마 감독의 전작 '동쪽의 에덴(2009)'의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동쪽의 에덴에서 카미야마 감독은 휴대폰을 사용하여 세상을 움직이는 '세레손'과 증강현실 화상검색 엔진 '동쪽의 에덴' 시스템을 선보이며, 다가올 스마트폰 시대의 모습을 아니메로 훌륭하게 묘사했던 적이 있었죠. 여기에 동쪽의 에덴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모리카와 사토코와 사사키 아츠코가 이번 XI Avant에서도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을 맡아, 영상을 접하는 순간 동쪽의 에덴의 기시감이 꽤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될 듯 합니다.

☞ XI Avant 프로젝트 페이지 (바로가기)

공식 홈페이지의 프로모션 영상은 깔끔하고 감각적인 카미야마/프로덕션 I.G 식 비주얼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각기동대 SAC부터 동쪽의 에덴에 이어 이번 작품에도 엠블렘이 등장하고 있군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의식이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작 TV 시리즈나 극장 아니메가 아니라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만, 카미야마 감독의 신작을 기대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약간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영상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접하기가 힘들 듯 합니다. XI Avant는 3월말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후, 공각기동대 SAC 3D 극장판 개봉시 선행영상으로 극장에서 상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기간은 4월 2일부터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KAMIYAMA KENJI / Production I.G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에어리어 88 (1985), エリア88 / Area 88


ⓒ DAI PRO · 小学館


<정보>

◈ 원작: 신타니 카오루(新谷かおる)
◈ 감독: 토리우미 히사유키(鳥海永行)
◈ 각본: 사카이 아키요시(酒井あきよし)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오카다 토시야스(岡田敏靖)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 음악/노래: 닛타 이치로(新田一郎) / MIO, 키타하라 시마(北原志真/오가와 미유키)
◈ 기획/프로듀서: 우사미 야스시(宇佐美廉) / 누노카와 유지(布川ゆうじ)
◈ 제작사: 스튜디오 피에로, PROJECT 88
◈ 저작권: ⓒ DAI-PRO · 小学館
◈ 일자: 1985.07.20 (극장 개봉일자)
◈ 장르: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OVA (3화),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중동의 아슬란 왕국이 내전 상태에 돌입한다. 정부군과 반정부군으로 나뉘어진 아슬란은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전투기 파일럿이 부족한 정부군은 공군력을 대부분 용병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병들이 계약을 하고 이 비행부대에 입대하면, 부대를 나가기 위해서는 3년 동안의 복무기간을 마친 뒤 살아서 전역하거나 위약금 150만 달러를 물어야 한다. 무단으로 도망친 용병은 정규군에 의해 추격 후 사살된다.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이 비행부대에서 탈출한다 하더라도 사막 한가운데서 군의 추적을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아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절친 카자마 신과 칸자키 사토루. 일본 굴지의 항공회사 야마토 항공의 견습 파일럿이 된 둘은 비행기 파일럿이 되기 위한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천부적인 조종실력을 가진 신은 그 실력을 인정받아 장래가 촉망되는 파일럿으로 성장해 갔고,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야마토 항공 사장의 딸 츠구모 료코와 사랑에 빠지며 더없이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신의 천부적인 재능과 료코와의 관계를 질투한 칸자키는 바에서 신이 만취한 틈을 타 용병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만든다. 칸자키의 음모에 의해 신은 영문도 모른체 아슬란 왕국 휘하의 용병 비행부대,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에어리어 88로 끌려가게 되는데...


<소개>

소학관의 만화잡지 '빅코믹'(79년 '만화군'에서 빅코믹으로 재창간)에서 1979년부터 1986년까지 연재된 신타니 카오루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OVA 아니메. 치밀한 항공기 묘사,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매력적인 캐릭터, 비극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동잡지에 연재되고 있던 청춘만화의 거장 아다치 미치루의 '미유키' 함께 빅코믹의 간판 코믹스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원작이 연재되는 와중에 제작된 아니메는 원작만큼이나 뛰어난 완성도로 평단과 팬들의 극찬을 받으며 제4회 일본 아니메 대상 최우수 OVA상과 음악상을 수상, 그 진가를 공인받았다. 

85년 당시에 전투기들의 공중전은 셀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몹시도 그려내기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독수리 5형제(1972)'에서 이미 아동 아니메 수준을 뛰어넘는 진지한 공중전을 묘사한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에어리어 88의 감독으로 참여한 것은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토리우미 히사유키 뿐만 아니라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타츠노코 출신들과 함께 세운 스튜디오 피에로가 제작사로 참여하며, 독수리 5형제에서 함께 작업한 사카이 아키요시도 각본에 참여한다.

현실 속의 군용기의 구현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들 군용기의 제원은 군사기밀에 속했으며, 실제로 보는 것은 더더욱 힘들었기 때문. 이로 인해 프라모델 제작에 사용된 해당 군용기의 제원을 바탕으로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각국의 퇴역한 파일럿에게 고증과 감수를 받는 형태로 모자란 부분을 보충했다고 전해진다.([5] 참조) 이 덕분인지 일부 항공기는 디테일과 설정에 있어서 실제 모델과는 차이를 보이기도. 다만, 극의 진행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하겠다.

ⓒ DAI-PRO · 小学館

전투기의 공중전은 단연 이 작품의 백미 중 하나이다. 수작업으로 셀 애니메이션을 그리던 당시의 제작환경을 비교했을 때 그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다이나믹한 컷 구성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훌륭하다. 일본 아니메에서 공중전 연출의 대가를 꼽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와 오시이 마모루, 그리고 토리우미 히사유키를 꼽는 이유를 여실히 증명한 작품인 셈이다. (토리우미 히사유키는 오시이 마모루의 스승이기도 하다.) 실제 전투기의 공중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허구적인 연출들이 다수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틱한 공중장면의 묘사로 인해 이러한 오류가 그닥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라면 과찬일까. 

멋진 공중전 연출과 함께 에어리어 88의 가치를 지금까지 빛내게 하는 요소는 역시 흡입력있는 이야기라 하겠다. 친구의 배신으로 인해 연인과 창창한 미래를 눈 앞에 두고 지옥과도 같은 전장으로 끌려간 주인공 신의 이야기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모티브로 했음을 쉽사리 느낄 수 있다. 실제 코믹스에서는 외인부대를 나온 카자마 신이 비명횡사한 밤바라 국의 대통령의 유산을 물려받아 자신을 파멸에 빠뜨린 칸자키에게 복수하는 등,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이야기 구조를 따르고 있다. 원작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아니메의 전개는 이것과 다르게 각색되는데, 외인부대를 나온 신이 평범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체 결국 료코와의 재회를 앞에 두고 괴멸 위기에 처한 에어리어 88과 그의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압도적인 반정부군의 공세 속에 차례로 무너지는 에어리어 88의 전우들과, 료코를 뒤로 한 체 사지로 날아가는 신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 라스트 씬은 꽤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허무함이 가득한 이 엔딩은 아니메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엔딩으로 팬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89년 KBS를 통해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일본 아니메를 무리하게 한국적인 설정으로 옮겨오면서 여러가지 설정상의 미스가 발생하게 되지만, 국내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된 아니메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성우의 싱크로가 완벽한 작품으로 인상이 깊게 박혀 있는 작품이다.


에어리어 88 (2004)


ⓒ 新谷かおる · 88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 이마가케 이사무(今掛勇)
◈ 연출협력: 타카하시 료스케(高橋良輔)
◈ 시리즈 구성: 오오노기 히로시(大野木寛)
◈ 캐릭터 디자인: 코우지나 히로시(神志那弘志)
◈ 메카닉 디자인: 사토 미치아키(佐藤道明)
◈ 작화감독: 코우지나 히로시, 쿠라타 아야코(倉田綾子)
◈ 미술감독: 스즈키 아키라(鈴木朗)
◈ 음악/노래: 미야케 카즈노리(三宅一徳) / Angels (OP 연주), 테라다 케이코 (ED)
◈ 제작사: 그룹 타크, 88 제작위원회, TV 아사히
◈ 저작권: ⓒ 新谷かおる · 88製作委員会
◈ 일자: 2004.01.09 ~ 2004.03.26
◈ 장르: 드라마, 전쟁
◈ 구분/등급: TVA (12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그룹 타크가 제작을 맡은 2004년판 에어리어 88은 원작에 충실한 구성을 취하는 것을 제작방향으로 삼았다. 다만, 각색 과정에서 TV 시리즈만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일부 이야기는 원작의 전개와는 차이가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기대 이하다. 원작의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것에도 실패했고, 전작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보여주었다. CG로 그려진 전투기의 묘사는 깔끔하지만 공중전의 연출 수준은 오히려 셀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OVA에 미치지 못한다. 비극적이고 허무한 OVA의 스토리에 비해 드라마틱함이 부족한 것도 큰 미스.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인해 시리즈는 더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12화에서 끝을 맺는다. 동시에 원작에서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는 신의 이야기도 더 이상 그려지지는 못한다.


<참고 사이트>

[1] エリア 88, Wikipedia
[2] 에어리어 88, 위키피디아
[3] エリア88 (1985~1986), allcinema.net
[4] 에어리어 88, 엔하위키 미러
[5] AREA 88(エリア88) 1985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테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더티 페어 (1985), ダーティペア / Dirty Pair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 ADV Films (for U.S Edition)


<정보>

◈ 원작: 타카치호 하루카
◈ 감독: 타키자와 토시후미 (1~13화), 가시마 노리오 (14화~26화)
◈ 각본: 이토 카즈노리, 호시야마 히로유키, 이노우에 토시키, 시마다 미치루, 히라노 야스시 外
◈ 연출/콘티: 카세 미츠코, 아미노 테츠로, 미즈타니 타카야, 키쿠치 카즈히토
◈ 캐릭터 디자인: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유니폼 디자인: 아쿠츠 쥰이치 / 호소노 후지히코
◈ 작화감독: 토키테 츠카사, 오오누키 켄이치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미우라 사토시
◈ 음악/노래: 키모리 토시유키 / 나카하라 메이코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요시 타카유키, 하츠카와 노리오
◈ 제작사: 선라이즈, 반다이 비주얼, 니혼 TV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5.07.15 ~ 1985.12.26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TVA (24화), OVA (25, 26화)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22세기의 우주, 크라렛타 삼중성의 사건 이후 은하계 내에서 벌어지는 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복지 연합회 WWWA 산하의 분쟁해결기관 트러블 컨설턴트 '토라콘'이 창립된다. 토라콘 소속의 해결사로 은하계 각지의 분쟁을 해결하는 임무를 맡은 케이와 유리는 속칭 '러블리 엔젤'이라는 코드 네임으로 불리고 있는 여성 2인조 해결사. 인상적인 과격하고 덜렁거리는 붉은 머리의 육감적인 톰보이 케이와,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가끔 폭주를 일삼는 호색녀 유리는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별 하나 쯤 파괴하는 것은 우습지도 않게 생각하는 무서운 아가씨들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일을 크게 만드는 그녀들은 러블리 엔젤이 아닌 속칭 '더티 페어(Dirty Pair)'라 불리며, 은하계의 골치덩어리 해결사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는데...


<소개>

스튜디오 누에의 SF 작가 타카치호 하루카가 1980년부터 연재한 SF 소설을 바탕으로, 선라이즈가 제작한 작품. 스튜디오 제도로 운영되는 선라이즈는 당시 타카하시 료스케가 제 3스튜디오에서 '푸른유성 SPT 레이즈너(1985)'를 준비 중에 있었으며, 토미노 요시유키가 제 2스튜디오에서 선라이즈의 간판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을 제작 중에 있었다. 선라이즈의 대표적인 감독들과 스탭들이 모두 투입된 와중에 여력이 있는 팀은 '거신 고그(1984)'를 제작한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제 4스튜디오 인력들이었다.

사실, 더티 페어의 소설판 일러스트를 야스히코가 작업했던 관계로 여러모로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화 한다면 당연히 야스히코가 캐릭터 디자이너의 물망에 올랐을 터이다. 실제로 야스히코는 1983년, 더티페어보다 먼저 발간되었던 타카치호의 소설 '크러셔 죠(1977)'를 아니메 감독 데뷔작으로 선택한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더티 페어의 캐릭터 디자인은 프로듀서 야스히코가 아닌 거신 고그 제작 당시 작화감독으로 야스히코 밑에서 일을 했던 토키테 츠카사에게 넘어가게 된다. 거신 고그를 통해 선라이즈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토키테 츠카사는 국제영화사에서 선라이즈로 자리를 옮긴지 두 작품 만에 캐릭터 디자인을 맡게된 것이다.

성인 취향의 극화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었던 야스히코와 달리, 토키테는 귀여운 미소녀의 얼굴과 육감적인 몸매를 매칭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였고, TV 아니메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성격을 띈 원작에 코미디가 가미된 유쾌한 버디물로 거듭나게 된다. 당시 선라이즈의 1급 애니메이터들이 기동전사 제타 건담과 레이즈너, 아리온 등으로 분산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거의 2진급이라 할 수 있는 나머지 애니메이터들로 만들어 낸 이 작품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와 호응을 이끌어 내게 된다.

단, 각본은 '시끌별 녀석들(1981)', '마법천사 크리미마미(1983)'의 이토 카즈노리, '기동전사 건담(1979)', '태양의 송곳니 다그람(1981)', '은하표류 바이팜(1983)'의 호시야마 히로유키, '가면 라이더' 시리즈로 대표되는 특촬물부터 영화, 드라마, 아니메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노우에 토시키, 시마다 미치루 등 관록의 각본진이 포진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토 카즈노리와 호시야마 히로유키, 이노에우 토시키, 시마다 미치루 등은 모두 시끌별 녀석들의 각본진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작품에서 드러나는 개그 취향은 어딘지 모르게 시끌별 녀석들의 그것과 동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더티 페어는 여성 버디물에 있어서 거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후일 수많은 여성 버디물의 이정표를 제시하게 된다. 여성 버디물 뿐만 아니라,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선라이즈표 애니메이션이라는 또 하나의 대안 역시 제시하며, 이후 '시티 헌터' 시리즈를 거쳐 '카우보이 비밥(1998)'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영향을 미치게 된다.(비밥의 히로인인 페이 발렌타인의 의상은 다분히 더티 페어의 오마쥬라 할 수 있다.) 또한 메카닉과 미소녀라는 오타쿠 적인 코드를 TV 시리즈 아니메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TV 시리즈는 마니아적인 표현이 완화되었지만 후일 OVA 등에서는 이 아쉬운(?) 부분이 대폭 만회하게 되기도.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토키테 츠카사는 이로 인해 인기 애니메이터로 순식간에 명성을 쌓게 되며, 이후 80년대를 주름잡는 캐릭터 디자이너의 한명으로 위세를 떨치게 됨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종화인 25, 26화는 TV 시리즈가 아닌 OVA '더티 페어, 러블리 엔젤보다 사랑을 담아(1987)'로 발매된다.


더티 페어의 대승부 - 놀란디아의 수수께끼(1986)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감독/콘티/연출: 오쿠와키 마사하루
◈ 각본: 이토 카즈노리
◈ 캐릭터 디자인: 토키테 츠카사
◈ 작화감독: 시미즈 케이조, 코바야시 유카리
◈ 미술감독: 후지 유우코
◈ 음악/노래: 쿠니모토 요시히로 / 마키 카나코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오루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6.08.02 (극장개봉일)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교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TV 시리즈 최종화 편집 OVA보다 먼저 제작된 단편 OVA. TV 시리즈에 비해 보다 더 오타쿠적, 성인적 취향에 근접한 작품이다. 우선 몸길이가 비교적 짧아 귀여운 소녀들로 보이던 TV 시리즈와는 달리, 실제 성인여성을 연상시키는 성숙한 체형으로 그려진 것이 그것. 이로 인해 과감한 의상 디자인이 더더욱 돋보이는 효과를 가져오며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게 된다. 올누드 씬까지 등장했으니 더티 페어의 남성팬들이라면 그야말로 환호 그 자체. OVA로 제작되어 공존의 히트를 기록한 뒤, 86년 극장판으로 공개 되기도 하였다.

다만, 빅히트를 기록한 OVA와 달리 OST는 상당히 레어 타이틀로 알려져 있는데, 별도로 앨범이 발매되지 않고 VHS 비디오로 발매시 합본으로 발매된 카세트 테잎이 유일하며, 이후 CD나 다른 매체로 발매되지 않아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희귀한 컬렉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티 페어 (1987)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원작/기획 코디네이터: 타카치호 하루카
◈ 감독: 마시모 코이치
◈ 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캐릭터 디자인: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협력: 미야타케 카즈타카 / 아키타카 미카
◈ 몬스터 디자인: 아사리 요시토
◈ 설정 감수: 모리타 시게루, 사토 미치아키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 오프닝 애니메이션: 모리모토 코지
◈ 음악/노래: 시구마 켄조 / 마츠바라 미키
◈ 기획/제작: 선라이즈 / 이토 마사노리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7.03.14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87년 개봉된 더티 페어의 극장판은 일단 달라진 더티 페, 아니 러블리 엔젤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제 4스튜디오에서 제 1스튜디오로 제작 스튜디오가 옮겨진 것이 그것.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대작 극장 아니메 아리온 이후 제 1스튜디오의 다음 극장 아니메가 바로 이 더티 페어 극장판인 것이다. 연출은 마시모 코이치. 타츠노코 프로 시절 오시이 마모루, 니시쿠보 미즈호, 우에다 히데히토와 함께 타츠노코의 4대 천왕이라 불리던 마시모 코이치는 후일 여성 버디물의 대표적인 연출가로 알려지게 되는데, 여성 버디물의 시초인 더티 페어와 여성 버디물의 대가의 만남이라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하겠다. 이외에도 스튜디오 누에의 간판 메카닉 디자이너 미야타케 카즈타카가 참여하는 등, 선라이즈의 대표작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진용을 갖추고 있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모리모토 코지의 몽환적인 오프닝 애니메이션이다. 마치 007 영화의 인트로를 보는 듯한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영상은 극장 아니메로서의 품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후일 독보적인 스타일의 아니메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며 명성을 쌓아가는 모리모토 코지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였다. 


더티 페어 (1987)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원작/다이얼로그: 타카치호 하루카
◈ 감독: 야타베 카즈요시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 이시즈 타이지
◈ 미술감독: 오카다 토모아키
◈ 음악/노래: 키모리 토시유키, 다나카 고헤이 / 모리카와 미호 (오프닝)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87.12.21 ~ 1988.04.21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10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극장판의 성공 이후 OVA로 리부트 된 더티 페어 시리즈. TV 시리즈로부터 불과 2년 사이에 단편 OVA과 극장 아니메, 그리고 다시 10화 분량의 OVA로 제작되면서 더티 페어의 인기와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는 리얼 로봇 아니메의 쇠퇴로 인해 선라이즈의 위세가 크게 위축되던 시기였기에 비로봇 아니메로서 더티 페어가 이전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당시 선라이즈는 TV에서 '시티 헌터(1987)'와 '미스터 아짓코(1987)' 등 비로봇 아니메를 히트시키고 있었는데, 더티 페어 시리즈는 그로 인해 OVA를 통해 마니아들을 공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즈음 선라이즈는 로봇 아니메 전문 제작사에서 보다 더 넓은 작품 스펙트럼을 갖는 제작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이 일련의 시도는 더티 페어가 촉발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티 페어 모략의 005편 (1990)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감독/콘티: 타키자와 토시후미
◈ 연출: 타카마츠 신지
◈ 각본: 스즈키 요시타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토키테 츠카사
◈ 메카닉 디자인: 이시즈 타이지
◈ 설정감수: 모리타 시게루
◈ 미술감독: 오카다 토모아키
◈ 음악/노래: 오카다 토오루 / 야마우치 요코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일자: 1990.01.25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1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90년에 1화로 발매된 OVA.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범죄조직 루시퍼가 아니메에서 처음 등장한다.([1] 참조)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발매된 것으로 보아 기존의 팬을 위한 서비스적 성격을 띈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더티 페어 플래쉬 (1994)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정보>

◈ 감독: 스나가 츠카사 (1기), 모치즈키 토모미 (2, 3기)
◈ 각본: 스나가 츠카사 外 (1기), 고부 후유노리, 모치즈키 토모미 (2, 3기)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키무라 타카히로
◈ 메카닉 디자인: 미야타케 카즈타카
◈ 음악: 카와자키 쥰이치, 미조구치 하지메 (2기), 미야기 준코 (3기)
◈ 노래
MANA (1기 OP/ED), 마츠모토 리카 (2기 OP/3기 ED), 코우다 리코 (3기 OP/2기 ED)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高千穂遙 · スタジオぬえ · SUNRISE
◈ 발매일자:
   - 1기: 1994.10.21 ~ 1994.06.23
   - 2기: 1995.06.01 ~ 1995.10.01
   - 3기: 1995.12.21 ~ 1996.04.25
◈ 장르: SF, 모험, 액션
◈ 구분/등급: OVA (6화/5화/5화) / 고교생 관람가 (R)


<소개>

94년에 리부트된 더티 페어 시리즈는, 그동안 원작의 설정을 사용해왔던 원 시리즈와는 달리 별도의 아니메 용으로 제작된 독립된 스토리이다. 설정과 이야기 뿐만 아니라 캐릭터 디자인 역시 토키테 츠카사에서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었다. '배리어블 지오'. '바이퍼' 시리즈와 같이 성인용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후일 '용자왕 가오가이거(1998)', '베터맨(1999)', '신혼합체 고단나(2003)' 등을 거쳐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2006)'로 유명세를 떨치는 키무라 타카히로가 캐릭터 디자인으로 참여했는데, 키무라 특유의 슬림하고 육감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원 시리즈와는 다른 이질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원작 팬들로부터는 반감을 사기도 했다. (팬들의 생각과는 달리 원작자인 타카치호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로 이 이야기를 그려가기를 원했다고 전해진다.)

원작팬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시리즈 자체의 반응은 좋았던 것 같다. 3기까지 총 16화가 제작되었으며, 2기부터는 '오렌지 로드,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1988)'와 '바다가 들린다(1993)' 등 잔잔한 드라마를 주로 연출해온 모치즈키 토모미가 감독을 맡게 된다. 감독 뿐만 아니라 坂本郷라는 필명으로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참고 사이트>

[1] ダーティペア, Wikipedia Japan
[2] ダーティペア (1985), allcinema.net
[3] ダーティペア (1987), allcinema.net
[4] ダーティペア (1987), allcinema.net 
[5] ダーティペア FLASH (1994), allcinema.net
[6] ダーティペア FLASH 2 (1995), allcinema.net
[7] ダーティペア FLASH 2 (1995), allcinema.net
[8] ダーティペアの大勝負 ノーランディアの謎 (1986), allcinema.net
[9] ダーティペア ラブリーエンジェルより愛をこめて (1987), allcinema.net
[10] ダーティペア 謀略の005便 (1990), allcinema.net
[11] 더티페어의 대승부(ダーティペアの大勝負)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12] 더티페어(ダーティペア) 1987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 WARNER BROS


<스탭>

◈ 감독: 잭 스나이더
◈ 원작: 케쓰린 래스키
◈ 제작: 워너 브라더스


<시놉시스> 

가면 올빼미(타이토)인 소렌은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 올빼미이다. 그의 아버지 녹투스가 들려준 가훌의 가디언의 전설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세상 어딘가에 있는 위대한 가훌의 나무에 사는 가디언들은 메탈비크가 이끄는 순수혈통의 올빼미들에 의해 올빼미 왕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 그들을 물리치고 올빼미 왕국을 구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올빼미 왕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예언과 함께 전설적인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가디언의 전설에 매혹당한 소렌과 여동생 에글렌틴과 달리, 맏형인 클러드는 상상력이 풍부한 소렌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어느 날 부모들이 집을 비운 사이, 나는 연습을 하던 소렌과 클러드는 익숙치 않은 날개짓으로 인해 그만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높은 나무 위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들짐승들에게 습격당할 위기에 처한 그들. 필사적으로 날개짓을 하던 소렌과 클러드에게 사나운 테즈메이니아데빌이 갑자기 덥쳐든다. 절체 절명의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온 두 마리의 칡부엉이에 의해 납치된 소렌과 클러드. 그들은 소렌과 클러드를 위협하며 어디론가 그들을 끌고 간다. 하늘에서 만난 그들의 무리들은 모두 어린 올빼미와 부엉이를 납치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고, 무리 속에서 만난 엘프 올빼미 길피와 함께 소렌과 클러드는 먼 옛날 가디언들에게 패한 메탈 비크의 왕국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성인용 액션물의 귀재와 가족용 어드벤쳐 애니메이션의 조우

쓰린 래스키의 장편 판타지 소설 '가훌의 가디언'을 모티브로 한 가디언의 전설은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올빼미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전쟁과 모험을 판타지적인 터치로 그려낸 대하 판타지 영화입니다. 총 15권에 달하는 방대한 연재분량. 이는 원작소설의 방대한 스케일과 거대한 서사를 짐작케 하는 대목인데요. 이로 인해 이번 가디언의 전설은 전체 15권 중 1권부터 3권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져와 축약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향후 영화의 흥행여부에 따라 뒤의 이야기를 속편으로 제작하겠다는 암묵적인 기획도 있었을 듯 싶군요.

그동안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 포터'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판타지 영화는 트렌드인냥 단편이 아닌 2~3부작으로 많은 작품들이 기획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1부가 막을 내린 시점에서 이미 실패작으로 판가름이 났고, 이후 후속 시리즈가 만들어지지 못하게 되지요. 판타지 영화 중, 특히 PG급 판타지 영화로서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후속 시리즈가 등장한 작품은 '나니아 연대기'시리즈가 유일하며, PG-13 등급 판타지는 반지의 제왕 이후 제대로 된 작품을 꼽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후속작들의 연이은 실패 속에 어느덧 판타지 영화는 2000년대 초반의 화려한 시간을 뒤로 한 체 침체기에 접어들게 되지요.

자, 이런 즈음에 R 등급 성인 액션물에서 주목할만한 모습을 보여준 한 인물이 PG급 판타지 영화인 이 가디언의 전설의 감독으로 낙점되니 그가 바로 '300(2006)'과 '왓치맨(2009)'를 통해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쉬하면서도 고어적이고 만화영화적인 영상 씨퀀스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비주얼리스트 잭 스나이더 입니다. 사실, 잭 스나이더가 판타지 영화의 감독으로 내정된 시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기대를 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은 아직 검증될 필요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말랑말랑한 오락영화보다는 색깔있는 성인용 오락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보다 더 세련된 판타지 영화를 기대해봄직했었기 때문인데요. (물론, 이 초반의 판단미스는 가디언의 전설이 PG 등급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 원인도 되었습니다만)

과연 R등급 성인액션물의 비주얼리스트가 만든 대중적 판타지 영화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WARNER BROS



압도적인 디테일로 다가오는 CG와 특유의 영상미학

선 언급하고 넘어가야할 점은, 이 작품이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입니다.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된 CG와 압도적인 디테일로 인해 이 작품은 접하는 순간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요. 세심하게 표현된 올빼미들의 묘사와 하늘을 가로지르는 스피디한 비행장면, 그리고 실감넘치는 배경묘사는 실제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 못하게 만드는 사실감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올빼미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아, 만화영화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라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요. 올빼미의 섬세한 묘사는 현재의 CG 수준이 어디까지 도달해 있는지를 우리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시켜주고 있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털의 세심한 변화라든지 새들끼리의 전투장면에서 사방으로 흩날리는 깃털의 묘사 등 자세한 곳에까지 현실적인 묘사를 놓치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적절한 장면에서 슬로우 비디오로 극적인 연출효과를 부여하는 잭 스나이더 특유의 CF적 연출 스타일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인 묘사, CF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세련된 연출 등, 어떤 면에서 가디언의 전설은 PG 등급의 영화에는 그닥 많이 사용되지 않는 다양한 영상 기법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전작인 300과 왓치맨에서 보여준 영상기법이 거의 그대로 사용되는 셈인데요. 다만 다른 점이라면, 전작에서 보여준 고어적이고 선정정인 표현이 거세된 것이 유일하다 하겠습니다. 말 그대로 잭 스나이더식 비주얼이 그 표현수위만 낮춘 셈이죠.

DVD로 감상을 한터라 3D로 제작된 가디언의 전설의 영상미를 직접 느낀대로 표현할 수 없음은 유감입니다. 다만, DVD의 SD급 화질로도 감탄할만한 영상미를 보여준 바, 블루레이나 3D 영상으로는 분명 그 이상의 시각적 유희를 느낄 수 있음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몇몇 지인분들에 의하면 스피디한 비행씬이 많이 등장하는데다가 디테일이 너무 세밀하여 3D 영화로 감상했을 때 오히려 시각적 피로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의 전설은 '아바타(2009)'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3D 영상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실사와 CG가 혼합된 아바타와 달리, 가디언의 전설은 오로지 CG로만 제작된 애니메이션이고, 실사에 가까울 정도로 세밀한 묘사로 인해 그 시각적인 부담감은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큰 것 역시 사실이 아닐까 싶군요.

ⓒ WARNER BROS



뻔한 서사구조, 스토리와 비주얼의 부조화

점에 가까운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사에 한획을 긋는 데는 실패한 작품입니다. 사실 북미 흥행은 제작비의 절반수준을 약간 넘기면서 사실상 참패를 하게 되었는데요. (물론, 글로벌 수익으로는 1억4천만불을 벌어들이면서 어느 정도 명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영상미를 가진 이 감탄스러운 애니메이션이 기대 이하의 호응을 얻은 것은 영상미에 미치지 못하는 이야기의 완성도가 그 원인이라 하겠습니다. 사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그동안의 필모그라피에서 보여준 스토리텔러로서의 모습은 물음표라 하겠습니다. 전작인 300이나 왓치맨이 모두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거대한 서사를 가진 가훌의 가디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스토리 구성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었거든요. 게다가 그 스케일도 작았구요.

반면, 가훌의 가디언은 비록 첫 3권까지의 내용을 가져와 이야기로 구성한다고 해도 꽤 방대한 양에 해당합니다. 적어도 2시간에 가까운 분량으로 작업이 되었어야 했을지도 모를 이 장대한 이야기는 영화로 옮겨지면서 단 96분으로 이야기가 축소되게 됩니다. 판타지 영화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평균 180분 정도의 러닝타임(확장판에서는 200분을 넘어가는 쿨럭;)을, 해리 포터 시리즈가 평균 140~150분의 러닝타임을 갖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무척 짧은 상영시간이라 할 수 있지요. 심지어 나니아 연대기 역시 2부가 110여분이고 1부와 3부는 140분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원작인 가훌의 가디언의 이야기가 결코 이들 판타지 흥행 3대 시리즈의 원작과 비교하여 떨어지지 않는 스케일과 서사를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는 명백히 스토리 구성 상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스토리텔러로서 아직 검증이 필요한 신예 감독에게 이처럼 거대한 서사를 갖고 있는 작품을 다른 판타지 영화들보다 적은 시간 안에 영화로 재구성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작업이었을 겁니다. (물론, 각본 작업은 스나이더 본인이 아닌 존 오로프와 존 콜리 등이 맡고 있습니다만) 이로 인해 원작의 이야기는 상당부분 축소되고 각색되어 특색없는 뻔한 이야기로 다시 재탄생하게 됩니다. 러닝타임의 제약을 갖게 되면서 원작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올빼미의 생태구조에 대한 뛰어나고 사실적인 묘사 역시 거의 작품에서 표현되고 있지 않지요. 결국, 영화는 그저 압도적인 영상미를 감상하는 것 외에 뚜렷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가 힘든 작품이 되고 맙니다. '놀라우리만치 먹음직스러운 데코레이션에 감명 받아 한 스푼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맛은 있으되 눈으로 보고 기대했던 그 만큼은 아니라는 실망감이 드는 요리를 먹고 있는 심정'이 어쩌면 가디언의 전설을 감상하고 난 가장 적절한 표현은 아닐까 싶군요.  

ⓒ WARNER BROS



스토리텔러로서의 한계를 보여준 잭 스나이더

PG 등급의 영화로서도 평이한 권선징악의 스토리 외에도 평이한 캐릭터 역시 이 작품의 매력을 반감시킵니다. 짧은 러닝타임으로 인해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부분도 있는데다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올빼미들을 묘사하면서 PG 등급의 영화로서는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하겠군요. 즉, 너무 사실적인 올빼미라 귀엽다거나 이쁘다거나 이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습은 R등급에 가까운 비주얼인데, 내용은 PG등급의 이야기이니 사실적인 비주얼을 기대하고 간 성인관객들은 실망하고, 가족 판타지 오락영화로 생각하고 간 가족관객들은 기막히긴 하지만, 너무 사실적이어서 징그러운 비주얼에 쉬이 감정이입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R등급 비주얼리스트로서 잭 스나이더의 첫번째 도전이 실패로 끝났음을 보여주는 아쉬운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가디언의 전설은 로버트 져메키스 감독의 '베오울프(2007)'과 비교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흥행 감독 로버트 져메키스는 자신이 세운 이미지무버스 디지털 회사의 퍼포먼스 캡쳐 기술을 활용하여 실사에 가까운 CG와 성인등급의 표현묘사를 앞세운 R 등급 판타지 애니메이션 베오울프를 선보였으나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게 되지요. 만약, 베오울프의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가 연출하고, 가디언의 전설을 로버트 져메키스가 맡았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요? 물론, 그저 추측과 상상에 불과할 뿐입니다만, 가디언의 전설은 확실히 스나이더와는 맞지 않는 궁합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디언의 전설은 올빼미판 반지의 전쟁이라고 불릴만큼 판타지로서는 높은 수준의 비주얼로 인해 어느 정도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여러분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판타지 영화의 팬이라면 가디언의 전설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장담할 수 있을 듯 싶군요. 다만, 여건이 되신다면 (블로그 이웃이신 영화 파워블로거 페니웨이님 말마따나) 블루레이급의 화질로 감상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분명 기대 이상의 감동을 얻으실 겁니다. 영화 결말 부분은 원작의 이야기 구조로 인해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모양새로 결말을 맺게 됩니다만, 속편을 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가 아닐까 싶군요.

ⓒ WARNER BROS


☞ 개인적으로 PG-13 등급에, 110분 정도만 러닝타임을 줬어도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애니메이션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쉐인 에커의 '나인(2009)'과 함께 그 스토리가 너무나 아쉬운 작품이네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RNER BROS에게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알라딘 이 달의 TTB 리뷰 2011년 3월차에 선정된 글입니다. (클릭)


가디언의 전설 - 6점
잭 스나이더 감독, 짐 스터게스 외 목소리/워너브라더스

반응형
반응형

초수기신 단쿠가 (1985), 超獣機神 ダンクーガ / Dancouga


ⓒ PRODUCTION REED


<정보>

◈ 총감독: 오쿠다 세이지
◈ 시리즈 구성/각본: 후지카와 케이스케 / 후지카와 케이스케, 테라다 켄지, 타케가미 쥰키 外
◈ 캐릭터 디자인: 인도리 코야 (いんどり 小屋)
◈ 메카닉 디자인: 히라이 히사시, 오바리 마사미 (서브메카 디자인 및 메카 작감)
◈ 작화감독: 카미조 오사무, 츠루야마 오사무, 카와수지 유타카, 타다노 카즈코 外
◈ 미술감독: 아라이 토라오
◈ 음악/노래: 이케 타케시, 토츠카 오사무 / 후이와라 리에 (1,2기 오프닝), 이케 타케시 (1기 엔딩), 토코 마사카즈 (2기 엔딩)
◈ 기획/프로듀서: 사토 토시히코, 카스가 히가시 / 카타오카 요시로, 칸토 히로시, 우메하라 마사루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旭通信社 (ADK), TBS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일자: 1985.04.05 ~ 1985.12.27
◈ 장르: SF, 드라마, 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38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전 우주를 지배하려는 야욕에 가득찬 무게 제국의 황제 졸바도스의 마수가 지구에까지 뻗친다. 압도적인 무게 제국의 군사력 앞에 패퇴를 거듭하는 지구군.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우주사관학교의 생도와 교관들도 무게 제국과의 일전을 위해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사관학교의 교관 샤피로는 야심이 가득한 인물로, 자신이 직접 입안한 작전을 군 수뇌부에게 제안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게 된다. 이에 샤피로는 기울어져 가는 지구 대신 무게제국에 투항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 한다. 샤피로의 연인으로 그를 숭배하는 사관학교의 생도 유키 사라는 샤피로의 계획을 알고 자신도 그를 따라 무게 제국으로 투항하려 하지만, 전투 도중 같은 생도인 후지와라 시노부의 제지로 인해 그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샤피로는 애타게 그를 부르는 사라를 버려둔 체 홀로 무게 제국으로 향한다.

무게제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대항하기 위해 지구군은 수전기대라는 특수 기갑부대를 창설한다. 수전기는 탑승하는 파일럿의 분노를 이용하여 야수와 같은 투쟁본능을 이끌어내는 최신병기. 시노부와 사라, 시키부 마사토와 시바료로 구성된 4인의 수전기대는 이제 압도적인 무게 제국에 맞설 수 있는 지구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오르게 되는데...

"짐승을 넘어, 인간을 넘어, 나와라, 신의 전사!"


<소개>

8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아니메 업계의 판도가 변화되기 시작했다. 우선 십수년 가까이 아니메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던 거대로봇 아니메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기동전사 건담(1979)'으로 인해 고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로봇 드라마, 속칭 리얼로봇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제작 시스템의 변화에 따른 기존 스폰서 업체의 부진에서 비롯되었다. 고연령층을 위한 로봇 아니메의 등장으로 스폰서는 완구업체에서 프라모델 업체로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완구 스폰서들이 참여한 일련의 로봇 아니메들 상당수가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스폰서들이 작품을 도중에 조기종영시키는 일이 왕왕 발생한 것이다. 이 와중에 일부 전통의 완구 스폰서들이 사업부진 속에 도산 혹은 다른 업체 흡수 합병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84년에 들어서자 로봇 아니메는 리얼로봇으로 완전히 중심이동을 했다. 로봇 아니메의 메카인 도에이 동화가 '비디오전사 레자리온(1984)'를 끝으로 로봇 아니메에서 사실상 손을 띄면서 선라이즈의 독주체제로 굳혀진 것이다. 관록의 타츠노코 프로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에서 얻은 노하우를 발판으로 일련의 후속 시리즈를 만들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마크로스와 후속인 초시공 시리즈를 주도해온 젊은 핵심 인재들은 OVA 시장의 개화와 함께 비디오 애니메이션 쪽으로 흘러가면서, 스폰서들 대부분이 선라이즈가 만들어 내는 로봇물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는 한편으로는 잠재적인 불안요소이기도 했다. 선라이즈가 실패하면 로봇 아니메도 스폰서도 위태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위기에 직면한 업계의 관심과 부담을 짊어지고 등장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1985)'이 예상 외의 부진 속에서 스타트 중이던 무렵, 한편의 정통 거대로봇물이 만들어진다. 일찌기 '우주전사 발디오스(1981)'와 '전국마신 고쇼군(1981)' 등을 통해 드라마틱한 로봇 아니메를 선보여 온 아시 프로덕션이 특촬물'울트라맨' 시리즈와 '마징가 Z(1972)'부터 '육신합체 갓마즈(1981)'에 이르는 대작 로봇 아니메를 섭렵해 온 대 각본가 후지카와 케이스케를 영입하여 전통의 거대로봇물과 리얼로봇물의 경계선에 놓인 또 하나의 드라마틱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후대 아니메 마니아들에게 걸작 로봇물로 평가받게 되는 '초수기신 단쿠가(1984)'이다.

발디오스나 고쇼군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메카닉과 주적 설정 측면에 있어서 정통 거대로봇과 리얼로봇 사이에 위치한 작품이다. 단 1기의 변신 합체 로봇이 작품의 주역메카로 등장하여 수많은 적을 상대로 하고, 주적을 외계 침략세력으로 설정한 것은 아동물에서 금기시되는 살인이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대로봇물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설정이라 하겠다. 하지만, 나가하마 타다오 낭만로봇 3부작 이후 외계인은 끔찍하게 생긴 괴물이라기 보다는 인간과 거의 유사한 생김새로 시청자의 감정이입이 가능한 형태로 묘사되기 시작했는데, 지구인과 흡사하게 생겨 감정이입이 가능한 외계인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아시 프로덕션의 로봇물들은 대체적으로 나가하마 감독이 정립해온 후기 거대로봇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거대로봇물의 흔적 외에 주목할 점은, 바로 드라마성의 강조이다. 정통 거대로봇과 리얼로봇의 차이점은 아군의 주역로봇이 절대적인 힘을 가진 초병기가 아닌, 그저 일반적인 병기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밀리터리적인 설정 외에도 아군 동료 간, 적으로 등장하는 상대세력간, 그리고 아군과 적과의 얽히고 섥히는 드라마를 차이점으로 들 수 있다. 지구인이면서도 출세와 야심 때문에 지구를 등진 샤피로와, 그를 헌신적으로 사랑했으나 버림받게 된 히로인 유키 사라, 시노부를 위시한 수전기대 사람들의 갈등과 우정 등 고연령층에 어울리는 드라마적 구도가 반영된 단쿠가는 이런 점에서 당시 트렌드인 리얼로봇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디테일한 메카닉 설정은 거대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리얼로봇다운 밀리터리 취향을 느끼게 해준다.

히라이 히사시(후일 '무한의 리바이어스(1999)', '기동전사 건담 시드(2002)' 등으로 유명한 캐릭터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단쿠가는 육감적인 메카닉 묘사의 대가 오바리 마사미에 의해 스타일이 넘치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당시 오바리 마사미의 나이가 19세(66년생)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실로 놀랍다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아시 프로덕션에서 독립하여 별도의 스튜디오를 차린 아시다 토요오 휘하 스튜디오 라이브의 작화가들이 분담한 캐릭터 디자인도 매력적. 여러명이 캐릭터 디자인을 분담함에 따라 캐릭터 각각의 독자적인 매력이 느껴지게 되었는데, 주인공인 시노부나 수전기대의 멤버 마사토를 디자인한 타다노 카츠코는 후일 '세일러 문'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샤피로를 디자인한 요시마츠 타카히로는 '슬레이어즈' 시리즈를, 루나 로사를 디자인한 야마우치 노리야스는 판치라 아니메로 유명한 '아이카' 시리즈의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등, 각자 일가를 이루게 되는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한 이 캐릭터 진용은 메카닉 디자인과 함께 단쿠가의 가치를 지금까지도 유지해주고 있는 버팀목이라 하겠다.

제트기, 전차, 장갑차의 형태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변신한 뒤, 다시 야수형 로봇으로 변신, 4대의 메카가 하나로 합체하는 단쿠가는 작품 초반부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흐름에 맞춰 16화에 이르러서나 등장한다. 이같은 부분은 곧바로 궁극의 형태가 등장하는 예전의 거대로봇물과는 차이를 보이는 점이라 하겠다. 반면, 복잡한 변신합체 메커니즘과 세심한 디테일은 결국 완구 제작에 있어서 구현하기 어려운 난제였으며, 특히 오바리 마사미의 육감적인 메카닉 프로포션은 당시 완구기술로서는 재현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 때문인지 단쿠가의 완구 비즈니스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었으며, 시리어스한 아니메의 전개 역시 보편적인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지 못하게 된다. 결국, 1쿨로 예정되어 있던 본 작품은 38화로 조기 종영을 맞게 되며, 무게 제국과 최후의 일전 역시 TV 시리즈의 전파를 타지 못하게 된다. 

리얼로봇 아니메가 정점을 찍던 85년에 등장한 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은 그로 인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체 로봇 아니메의 쇠퇴속도를 늦추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열혈 주인공의 대명사 시노부의 대사 '얏떼 야루제!(해치워 주겠어!)'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대표적인 유행어가 되기도 하였다.

ⓒ PRODUCTION REED



초수기신 단쿠가 OVA (1986~1989)


ⓒ TOHO · STUDIO JUMP · PRODUCTION REED

<정보>

◈ 잃어버린자들의 진혼 편 (1986 / 총 1화)
   - 스탭진은 TV 시리즈와 동일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旭通信社 (ADK)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GOD BLESS DANCOUGAR 편 (1987 / 총 1화)
   - 감독: 오오바 쥬타로
   - 각본: 소노다 히루키
   - 캐릭터 디자인/메카닉 디자인: 하바라 노부요시 / 오하타 코이치
   - 작화감독: 하바라 노부요시, 사노 히로토시 (메카 작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旭通信社 (ADK)
   - 저작권: ⓒ TOHO · STUDIO JUMP · PRODUCTION REED
◈ 백열의 종장 편 (1989 / 총 4화)
   - 연출/감수: 야마자키 카즈시 / 오쿠다 세이지
   - 각본: 테라다 켄지 
   - 메카닉 디자인: 히라이 히사시, 사노 히로토시
   - 작화감독: 타다노 카즈코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반다이
   - 저작권: ⓒ PRODUCTION REED
◈ 구분/등급: OVA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단쿠가와 같이 마니아성이 강한 하드 로봇아니메의 경우는 으례 그렇듯이 캐주얼한 일반 시청자들보다는 아니메를 보다 더 깊이 감상하는 고연령층 마니아에게 적합한 작품이다. 실제로 단쿠가보다 한달 정도 앞서 OVA로 출시된 '메가존 23(1985)'의 경우는 시리어스한 하드 SF 로봇물임에도 불구하고 공존의 히트를 기록하며, OVA 시장에서 하드 메카닉+미소녀의 성공공식을 세우게 된다. 단쿠가는 비록 시청률 사냥에 실패하면서 조기종영의 비운을 맛보게 되었지만, 마니아들에게 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멋진 메카닉, 하드한 SF 드라마로 무장된 작품은 큰 호평을 받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미처 마무리를 짓지 못한 TV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OVA 형태로 제작되니 이것이 바로 '잃어버린 진혼편(1986)'인 것이다. 

진혼편이 성공적으로 출시된 후, 속편 OVA가 제작된다. 진혼편 이후 1년 후의 세상을 그린 두번째 OVA는 'GOD BLESS DANCOUGA(1987)'. 특히, 이 작품은 원 시리즈에서 메카닉 디자인과 메카닉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오바리 마사미 대신, 25살의 신예 사노 히로토시가 메카 작화감독으로 활약하게 되는데, 사노는 후일 '기동전사 건담 0083(1991)'이나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 '카우보이 비밥(1998)'과 같은 작품을 통해 괴물같은 작화력을 보여주는 일류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극장버전으로 공개를 준비중이었던 이 작품은 제작 상의 이유로 인해 OVA로 출시되었다.

세번째 OVA인 '백열의 종장(1989)'편은 새로운 적이 등장하고 죽었다고 알려진 샤피로가 다시 부활하여 수전기대와 맞닥뜨리게 되는 전개를 보여준다.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수장기공 단쿠가 노바 (2007) 


ⓒ 藤原忍 / ダンクーガ ノヴァ製作委員会

<정보>

◈ 원작: 후지와라 시노부
◈ 감독/오프닝 애니메이션 콘티 및 연출: 오바리 마사미
◈ 스토리 구성/각본: 슈도 타케시, 미츠이 히데키 / 슈도 타케시, 미츠이 히데키 外
◈ 캐릭터 디자인: KAZZ (타다노 카즈코)
◈ 메카닉 디자인: 나카키타 코지
◈ 작화감독: 토쿠다 유메노스케
◈ 미술감독: 카츠마타 게키
◈ 음악/노래: 야마하라 카즈히로 / 센리 마나카
◈ 기획/제작: 사토 토시히코, 타키야마 마사오, 森和彦 / 村田淳司
◈ 제작사: 아시 프로덕션, 단쿠가 노바 제작위원회, 애니맥스
◈ 저작권: ⓒ 藤原忍 / ダンクーガ ノヴァ製作委員会
◈ 일자: 2007.02.15 ~ 2007.05.10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12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20여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러 다시 시작된 단쿠가 프로젝트. 작품의 배경은 원작으로부터 무려 200년 뒤의 세상. 이 시점에서 원작과의 연계점을 찾는 작품이 아닌, 별도의 스핀오프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원 시리즈와 같이 하드한 드라마가 아닌 모에성이 농후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코믹한 이야기가 되었는데, 그에 비해 후반부는 전반부의 미소녀/개그 풍의 스타일을 벗어나 몹시 시리어스하게 전개되면서 이질적인 모습을 주기도.

단쿠가의 정체성 중 한명이라 할 수 있는 오바리 마사미가 메카닉 디자인과 감독을 동시에 맡아 의욕을 불태우고 있으며, 타다노 카즈코까지 가세하는 등, 전작의 유지를 이어가는 듯 보였으나, 기대 이하의 완성도로 인해 명성의 재현에는 실패하게 된다. 많은 천재 애니메이터가 그러하듯 오바리 마사미 역시 연출가로서의 역량은 그다지 높이 살만하지 못하며, 이 작품은 그 사실을 증명하는 작품 중 하나인 셈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엄마가 필요한 화성인과 말하는 자동차 vs 뚱보 팬더와 느끼한 고양이

ⓒ DREAMWORKS


'이스토리3(2010)'(글로벌 수익: 약 10억6천만달러)과 '라푼젤(2010)'(글로벅 수익: 약 5억5천만달러)을 통해 작년 한해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2010)'(글로벌 수익: 약 4억9천만달러)와 '메가마인드(2010)'(글로벅 수익: 약 3억 2천만달러)에게 판정승을 거둔 디즈니/픽사. 조금씩 그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북미 애니메이션은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의 양강구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도 그들의 한판승부는 계속 이어질 듯 하네요.

일단, 작년 이들 두 제작사의 간판 애니메이션의 북미 개봉일을 살펴보면,

드래곤 길들이기: 2010년 3월 26일
토이스토리: 2010년 6월 12일
메가마인드: 2010년 10월 28일
탱글드: 2010년 11월 24일

였는데요. 드림웍스 측에서 먼저 포문을 열고 디즈니/픽사가 이에 응사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 2011년 3월 11일 (개봉예정)
쿵푸팬더 2: 2011년 5월 26일 (개봉예정)
카 2: 2011년 6월 24일 (개봉예정)
장화신은 고양이: 2011년 11월 9일 (개봉예정)

로 디즈니가 선공을 하고 드림웍스가 역습을 하는 형태의 전개가 벌어질 듯 합니다.

ⓒ WALT DISNEY Pictures

먼저 디즈니가 선보이는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2011)'(원제: Mars Needs Moms)는 이제까지 선보인 디즈니의 CG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실사에 가까운 묘사가 수반된 상당히 이질적인 작품입니다. 이는 제작에 로버트 져메키스와 그의 스튜디오 이미지무버스 디지털(ImageMovers Digital)이 참여했기 때문인데요. 져메키스와 이미지무버스 디지털은 디즈니 자회사로, '폴라 익스프레스(2004)' 등을 통해 본 작품과 비슷한 비주얼을 이미 선보인 바가 있지요. 이 기술은 퍼포먼스 캡쳐라 불리고 있는데요, 이번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는 아쉽게도 이미지무버스 디지털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하고 사실적인 비주얼과 디즈니다운 어드벤쳐가 버무려진 이 작품이 과연 어린이들에게 얼마만큼 어필할지 궁금하군요.

☞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보러가기)

이에 맞서 드림웍스는 여름철 성수기보다 약간 앞선 시기에 슈렉을 잇는 자사의 간판 캐릭터 포를 앞세운 '쿵푸 팬더 2(2011)'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선택받은 전사가 되기위해 요절복통 쿵푸 수련과정을 보여주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쿵푸 고수들의 습격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무적의 5인방과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꾸려진다 하는데요. 이미 쿵푸의 절대고수가 된만큼 전작보다는 훨씬 멀쩡해진(?) 포가 얼마만큼의 웃음을 줄지가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일단 스케일과 액션 면에서는 전작을 능가하리라는 예상을 쉽게 하게 되는군요. 네임 밸류면에서 일단 올 상반기 대결에서는 드림웍스의 우세가 점쳐집니다만, 대부분의 속편이 전편을 능가하지 못해온 관례를 상기할 때, 쿵푸 팬더가 마냥 우세하리라고는 점칠 수 없다 하겠습니다. 더군다나 두 작품은 개봉시기에 2달 이상의 갭이 있기에 직접적인 대결도 아니구요. 아, 쿵푸 팬더 2는 한국계인 제니퍼 여 감독이 연출을 맡아 한국인으로서는 기대가 크기도 합니다. 

ⓒ WALT DISNEY Pictures

☞ 쿵푸팬더 2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보러가기)

오히려 쿵푸 팬더 2는 한달 뒤 블록버스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6월말에 디즈니가 개봉하는 '카(2006)'의 속편 '카 2(2011)'와 맞대결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작인 카가 성공적인 흥행을 거두긴 했지만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관계로 그 속편 역시 임팩트는 떨어지는 느낌이 있군요. 다만,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이끄는 명장 존 라세터가 전작 카 이후 5년만에 감독으로 복귀하는 작품인지라 그 무게감은 여타 애니메이션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 하겠습니다. 라세터는 이 5년 동안 감독보다는 제작총지휘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었죠. 이번에도 감독과 제작 총지휘를 동시에 맡아 작품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듯 싶군요. 대신 브레드 루이스가 조감독으로 라세터의 뒤를 지원하게 됩니다.

☞ 카 2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보러가기)

11월에는 다시 드림웍스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놀랍게도 '슈렉' 시리즈에서 주인공 슈렉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장화신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장화신은 고양이(2011)'(원제: Puss in Boots)가 드림웍스의 히든카드가 된다고 하는군요. 느끼함과 깜찍함을 오가는 표정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번 신작은 슈렉의 스핀오프로서 그 기대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기름기 가득한 목소리에 '데스페라도(1995)',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2003)'를 통해 반데라스와 호흡을 맞춰온 히스패닉계의 섹시 여우 셀마 헤이엑도 캐스팅되었다고 하는군요. 감독인 크리스밀러는 '슈렉 3(2007)'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009)'을 감독한 인물로, 장화신은 고양이가 처음 등장하는 '슈렉 2(2004)'에서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 장화신은 고양이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보러가기)

전반적으로 디즈니/픽사의 이번 신작들은 로버트 져메키스나 존 라세터와 같은 거물들이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는 반면, 드림웍스의 작품들은 신예 연출가를 기용하는 대신, 메가히트를 친 전작의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작품으로 대결을 펼치는 형세로 보입니다. 과연 올해 두 거물 제작사의 대결에서는 누가 판정승을 거두게 될까요.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의 개봉이 얼마 안남은 지금,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의 1라운드는 이제 곧 시작됩니다.

ⓒ DREAMWORKS


☞ 제가 의도한 바대로, 이번 포스트는 다소 드림웍스의 작품들을 강조하는 형태로 흘러갔습니다. 사심 가득한 포스트, 부디 이해 바라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목차>


 블랙 코스튬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캐릭터들


랙은 심플하면서도 동시에 복잡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칠흑과 같이 한없는 어두움과 세련되고 고상한 고귀함을 동시에 표출하지요. 검은 가죽의상처럼 젊고 파격적이며, 뇌쇄적이고 퇴폐한 느낌을 풍기다가도 검은색 슈트처럼 중후하고 귀족적인 풍취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른 색들도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연출하긴 합니다만, 검은색이 보여주는 양면성은 다른 색보다 확연하게 양갈래로 나누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사악하고 어두운 절대악을 상징하기도 합니다만, 절대적인 강함으로 정의의 편에 서는 흑기사와 같은 다크 히어로로서의 컬러로도 잘 어울립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색이라 할까요.

이리하여 검은색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과 코믹스, 만화영화에 이르기까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캐릭터들의 퍼스널 컬러로서 사랑받아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엘로스 역시 무척 좋아하는 컬러이기도 한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 블랙이라는 색상을 멋지게 소화해내었던 가상의 인물들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고자 합니다. 소설, 영화, 만화영화, 드라마, 코믹스, 게임에 걸쳐 기억나는 캐릭터들 중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꼽아보았으며, 소개 순서는 캐릭터의 창작연도 순이 되겠습니다.


Character 1. 쾌걸 조로 (1919~2005) from 쾌걸 조로

1919년 존스톤 멕클레이의 소설에 등장한 조로는 검은 코스튬의 캐릭터들 중에서는 첫 번째로 엘로스에게 검은색에 대한 동경을 심어준 인물로 기억됩니다. 스페인어로 '여우'라는 뜻의 조로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캘리포니아의 귀족 돈 디에고 델라베가(혹은 돈 디에고 베가)가 부패한 관리들로부터 평민들을 구하는 의적으로 분하여 활약한다는 이야기를 다룬 활극인데요. 평상시에는 겁쟁이에 어리숙한 귀족 도련님으로 행세하는 디에고가, 위급한 상황에서는 검은 망토와 검은 복면, 그리고 검은 긴 챙모자를 눌러쓰고 현란한 펜싱기술로 관리들과 병사들을 골탕 먹이는 멋진 의적으로 분하는 모습은 후일 미국의 슈퍼 히어로와도 일치하는 점이 있지요.

능숙한 마상술, 멋진 호를 그리며 상대를 제압하는 채찍, 그리고 날카롭고 재빠른 검술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조로는 특히 순식간에 상대에게 Z자의 검상을 남기는 것으로도 인상적인데요. 수십편의 영화와 TV 드라마, 여기에 애니메이션으로도 등장하는 등, DC나 마블의 히어로들보다 더 먼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미국식 히어로라 하겠습니다. 민중의 편에서 부패한 권력자들을 응징하는 모습에서는 유럽의 의적 로빈 훗이나 한국의 고전 의적 홍길동과도 비교된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의적 중에서는 가장 세련되고 패셔너블한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렷을적 계몽사(?)의 세계명작전집 등을 통해 처음 조로를 만난 이래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조로 중 한명은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미남 배우 알랭 드롱이 주연한 1975년작 '조로(1975)'가 아닌가 싶습니다. 1960~70년대의 대표적인 미남배우인 알랭 드롱이 연기한 조로는 후일 국내 공중파 방송에서도 몇 번씩이나 명절특선 영화나 토요 명화 등으로 방영되었던 작품으로,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스파게티 웨스턴(마카로니 웨스턴)의 조류를 타고 만들어진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요. 특히, 라스트에서 선보인 조로의 촛불 자르기 신공(다섯개의 초가 일렬로 꽂혀진 촛대를 조로 십자로 베어버리자 양쪽의 네 개의 초는 수평으로 베어지고 가운데 초만 가운데로 갈라지는 황당무게한 조로의 기술)은 어린 나이에는 몹시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지금 보면 어이가 없긴 합니다만)

98년에는 당대의 인기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을 맡은 '마스크 오브 조로(1998)'로 다시 한 번 조로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조로보다는 케서린 제타 존스의 눈부신 미모에 더 마음이 가버기도 했었죠. 반데라스의 조로는 좀 더 코믹하고 서민적인(?) 캐릭터로 묘사됩니다만, 현란한 몸놀림과 검은 망토는 여전히 멋스럽다 하겠습니다.


Character 2. 배트맨 (1939~계속) from 배트맨

ⓒ DC Comics

퍼맨과 함께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를 대표하는 히어로인 배트맨은,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초인적인 힘을 갖지 않은 인간적인 히어로입니다. DC의 간판 슈퍼맨과 함께 가장 많이 실사영화화된 인물이기도 하지요. 북미에서 제작된 영화로만 치자면 10편으로 9편의 슈퍼맨보다 많습니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슈퍼맨 신작이 있으나, 배트맨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새로운 속편이 등장할 예정에 있지요. 여기에 10편의 비디오 영화, 여섯번의 TV 시리즈, 이십여편의 애니메이션까지 실로 미국의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크나이트'라는 별명처럼 배트맨은 검은색에 잘 어울리는 히어로입니다. 어렷을 적 불우한 기억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갖고 있는 배트맨은 선과 혼란이 공존하는 캐릭터입니다. 백만장자라는 밝음 속에 숨겨진 외롭고 고독한 삶, 히어로라는 영광 뒤에 숨겨진 악당들을 향한 병적인 증오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블랙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배트맨의 양면적인 캐릭터는 1966년 TV 시리즈의 등장으로 인해 그 매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로빈과 짝을 맞춰 우스꽝스런 코스튬을 입고 경박한 톤으로 대사를 읊는 TV 시리즈의 배트맨은 분명 배트맨의 퍼스널 컬러인 블랙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 TV 시리즈에서 배트맨의 코스튬은 전체적으로 밝은 회색계열의 색상에 검은색 마스크와 장갑, 부츠로 마무리되어 검은색의 묘미를 살리지 못합니다. 물론, 이는 원작 코믹스에 바탕을 둔 디자인이긴 했으나, TV 시리즈로 옮겨지면서 순화된 캐릭터의 성격에 덩달아 밝은 회색의 코스튬까지 더해지면서 블랙이라는 컬러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낳았지요.

하지만, 이런 배트맨은 89년 팀 버튼의 '배트맨(1989)'으로 인해 새롭게 조명받게 됩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기괴한 고담시를 배경으로 어둠 속에서 악당들을 응징하는 배트맨은 원작과는 다소 성격의 차이는 있어도 어둠과 잘 어울리는 안티히어로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팀 버튼식 블랙의 묘미가 빛나는 순간이었죠. '가위손(1990)'이나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 '스위니토드(2007)' 등 팀 버튼의 영화에서 블랙은 어두움과 그로테스크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이는 후속편인 '배트맨 리턴즈(1992)'에서 더더욱 확연히 드러나게 되지요. 마치 마녀의 시커먼 망토와 같은 괴기스러운 검은색은 원작과는 또다른 맛을 선사해 줍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에 의해 새롭게 그려진 '배트맨 비긴즈(2005)'와 '다크나이트(2008)'에서 배트맨은 더더욱 강렬한 블랙의 느낌을 선사합니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놀란의 블랙은 다크나이트라는 부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트맨을 창조해내게 되는 것이죠. 비록 강렬한 악역 조커의 등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밀리긴 했지만, 다크나이트는 어둠과 빛 사이에서 방황하는 어두운 히어로의 면모를 실로 완벽에 가깝게 스크린에 묘사합니다. 2012년 다시 한 번 우리곁으로 돌아올 다크나이트의 발걸음은 그래서 더더욱 기대됩니다.


Character 3. 일지매 (1975~2009) from 일지매

국의 대표적인 토종 히어로(?)라 부를 수 있는 일지매는 홍길동과는 달리 정확한 기원이 전해지지 않은체 구전되어온 인물입니다. 조선 순조 당시 무인인 조수삼의 '추재집'에 짤막하게 언급되어 있기에 실존인물의 가능성도 있는데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검은 옷과 검은 두건을 한 일지매는 1975년 故 고우영 화백이 일간 스포츠에 연재했던 만화 '일지매(1975)'를 통해 구체적인 모습과 이야기를 갖추게 됩니다. 고우영 화백의 작품을 통해 탄력을 받은 일지매는 70년대 말엽 최초로 실사영화화 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현재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호 감독(화가 고흐 아니구요.)의 '날으는 소년 일지매(197x)'가 되겠습니다.
 
날으는 소년 일지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동용으로 만들어진 한국판 무술영화입니다. 당시에는 무명의 성룡이 국내에서 무술영화에 출연하는 등, 홍콩 무술영화에 영향을 받아 한국산 무술영화들도 제법 제작되던 시대였는데요. 이러한 시대의 조류에 발맞춰 만들어진 일지매는 비록 완성도에서는 아동용이라는 한계를 드러냈지만, 한국 고유의 세계관과 고유의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러 의의를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일지매는 한 때 대한민국 최고의 괴작 연출가 중 한명이라 할 수 있는 남기남 감독(대표작 '영구와 땡칠이(1989)')에 의해 '슈퍼맨 일지매(1990)'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구요.(주인공이 무려 최수종) MBC에서는 최정주의 소설 일지매를 원작으로 한 8부작 드라마 '일지매(1993)'가 장동건, 염정아 주연으로 방영된 사례도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일지매는 계속적으로 영상화되면서 그 명맥을 이어온 셈이죠. 그러다가 2008년 SBS에서 이용석 연출/이준기 주연의 '일지매(2008)'를 방영하면서 일지매는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올라서게 됩니다. 특히, SBS의 일지매는 민중의 편에서서 탐욕스러운 권력자와 대적하는 일지매의 활약을 상당히 통쾌하게 표현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하였죠. 당시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일지매는 기대 이상의 인기를 얻게 됩니다. 주조연의 감칠 맛나는 연기도 일품이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이듬해에 MBC에서 제작된 황인뢰, 김수영 연출/정일우 주연의 '돌아온 일지매(2009)'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현대 시대에 일지매를 새롭게 조명했던 고우영 화백의 원작을 기본으로 한 작품으로, 원점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동시에 책녀를 통한 독특한 나레이션 기법과 흥미로운 연출기법 등으로 다소 거친 연출을 보여주었던 SBS의 일지매에 비해 보다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은데요. 다만, 시기를 잘 탔고, 캐릭터의 묘미가 잘 살아났던 SBS의 일지매에 비해서는 대중적 호응이 미치지 못하기도 하였죠.

인기를 끈 일지매는 2009년  SBS와 초록뱀 미디어 등의 주도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기세라면 한번쯤 메이저 실사영화로 한번쯤 제작해도 어떨까 하는 기대도 드는군요.


Character 4. 다쓰 베이더 (1977~1983) from 스타워즈

ⓒ LUCASFILM Ltd.

쓰 베이더(Darth Vader)는 검은색이 상징하는 이미지 중 하나인 악, 그리고 어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캐릭터 중 한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흡장치를 통해 내뱉는 귀에 거슬리는 거친 숨소리, 왠만한 장정들을 압도하는 위압적인 체구, 얼굴을 모두 가리는 그로테스크한 검은 헬멧과 검은 갑옷으로 몸을 감싼 그는 제다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다이 중 한 명이며, 뛰어난 파일럿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름은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타투인 혹성에서 노예로 살던 도중 그 가능성을 알아본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에 의해 제다이로 키워지게 되지요.

포스에 질서를 가져올 인물로, 동시에 위험한 미래를 가진 인물로 평가받던 그는 콰이곤의 사후에는 콰이곤의 제자였던 오비완에 의해 제다이로 길러집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던 아나킨은 세속의 가치관을 모두 부질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고고한 제다이의 도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했고, 파드메를 향한 사랑과 강렬한 소유욕, 그리고 어머니를 잃고 나서의 상실감과 증오를 이겨내지 못하고 시쓰(Sith)의 군주인 팰퍼틴의 꾀임에 넘어가 어둠의 제다이인 시쓰의 군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오비완에 의해 치명상을 입고 빈사의 상태에 빠졌던 그는 팰퍼틴에 의해 생명유지 장치를 부착한 검은 갑옷을 입은 다쓰 베이더로 거듭납니다. 이후 그는 공화국의 잔족세력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제국의 병사에게까지 공포스러운 존재로 태어나게 되지요. 누구든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표정을 알 수 없는 검은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그가 다가온다면 긴장에 떨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그는 실수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부하들을 포스의 힘으로 질식사 시켜버리기도 합니다. 그가 포스로 상대방의 숨통을 죄일 때 손가락으로 마치 목줄을 잡는 듯한 시늉(포스 그립이라는 기술로도 불립니다)을 취하는데, 이 포즈는 그야말로 다쓰 베이더의 어둡고 강렬한 힘을 대표하는 포즈이기도 하지요.

특히, 에피소드 5편인 '제국의 역습(1980)'편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와의 결투 끝에 그를 궁지에 몬 그가 루크에게 자신이 바로 아버지임을 밝히는 장면은 영화사상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자주 패러디되기도 하였죠.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본연의 선함을 되찾고 팰퍼틴 황제를 쓰러뜨리며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그는 이제까지의 영화사상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검은 코스튬의 악인 중 한명일 것입니다.


Character 5. 메텔 (1978~2004) from 은하철도 999

ⓒ MATSUMOTO LEIJI · TOEI Animation

아하면서도 우아한 검은색의 긴 코트와 검은 색 샤프카(러시아식 털모자)를 쓴 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여인은 누가 뭐래도 아니메 역사상 가장 눈부신 여인 중 하나일 겁니다. 70년대 TV에서 그녀를 접한 남자아이들에게 있어서 그녀의 존재는 한마디로 여신과 같았지요. 이후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아니메에 등장하여 소년들의 이상형이 되었지만, 그녀만큼 눈부시고 그녀만큼 포근하며 동시에 그녀만큼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여인은 찾아보기 힘들 듯 싶습니다.

주인공 테츠로(철이)의 엄마를 기본으로 하여 복제된 메텔(그러나, 후일 발표된 '메텔 레전드(2000)' 등을 통해서 이러한 설정을 작가인 마츠모토 레이지 스스로 뒤엎어버립니다. 어쨋든간에)은 그 출생상의 특징으로 인해 주인공인 테츠로 뿐만 아니라 은하철도 999를 시청하는 모든 소년들에게 있어서 미래의 연인인 동시에 동경하는 누나이자 이상적인 엄마의 느낌을 주었다 하겠습니다. 엘로스도 이 메텔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어렷을 적 잠시 연상의 여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군요.

메텔이 입고 있는 검은 옷은 그녀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준다며 라메텔 혹성으로 데려가 기계인간이 되게 한 수많은 아이들을 위한 상복의 의미라고 전해지고 있으며, 그 검은색 코트에 가려진 그녀의 진짜 정체는 그녀의 미모에 홀려 그녀를 원했더 수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할 정도로 무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악한 진실을 검은색 코트 속에 감춘 체 길고 긴 시간의 여행자를 자처하는 그녀는 깊은 슬픔을 간직한 체 결코 드러내지 않는 고결한 여인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그녀의 검은색은 그래서 고귀하고 슬픈, 그리고 우울한 느낌을 줍니다.

천년여왕이었던 프로메슘(유키노 야요이)의 딸이며, 동시에 우주를 방랑하는 해적 퀸 에메랄다스의 쌍동이 여동생인 그녀는 극장판 '은하철도 999(1979)'에서 테츠로에게 '소년시절의 마음에만 남아있는 청춘의 환영'이라는 잊을 수 없는 명대사를 남깁니다. 아마도 그것은 그녀를 동경하면서 스크린 앞에 모여있던 수많은 소년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듯 합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눈부신 그녀는 이제는 그저 어쩌다 기억나는 인상적인 만화영화의 히로인 정도로 남아 있으니 말입니다.

☞ 애니메이션 인물열전: 소년시절의 연인, 청춘의 환상 메텔 (보러가기)


Character 6. 뱀파이어 헌터 D (1983~계속) from 뱀파이어 헌터 D

Illustrated by 天野喜孝 ⓒ 菊地秀行 · 朝日新聞出版

파이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 뱀파이어. 인간과 괴물, 선과 악의 경계에 서게 되는 기구한 운명의 이 창백한 미남자는 인간들의 증오와 멸시를 받으면서도 인간들을 해하는 뱀파이어들을 사냥하는 끝없는 고뇌의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공포소설의 대가 키쿠치 히데유키가 창안해 낸 소설 속의 혼혈 뱀파이어가 사람들에게 그 이름을 깊게 각인시키게 된 것은 소설의 삽화 일러스트를 맡았던 일본의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의 공이 크다고 하겠는데요. 그의 손끝에서 펼쳐진 몽환적이면서도 고귀함과 세련됨, 그리고 괴기함을 겸비한 헌터 D의 일러스트는 그때까지 타츠노코 프로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의 그림체와는 전혀 다른, 만화의 범주를 탈피한 시각적 센세이션이었다 하겠습니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애니메이터(아마노는 10대의 나이에 타츠노코에 입사해, 창립자 삼형제 중 막내인 쿠리 잇페이의 제자로 만화를 배움)의 손 끝에서 미대생들을 능가하는 환상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그림이 나오다니! 당시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를 접한 엘로스는 그 특이한 매력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뱀파이어를 상징하는 어둡디 어두운 검은색은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를 통해 귀족적인 고귀함과 뱀파이어의 어두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검은색으로 다시 채색되었고, 그런 D의 모습은 비극적인 출생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검은 옷의 미남자가 실상은 뱀파이어의 피가 섞인 어둡고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D는 키쿠치 히데유키의 소설, 그리고 아마노의 삽화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뒤, 아시도 토요오의 85년작 OVA를 통해 아니메 팬들에게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비록, 여러가지 제작일정상의 난항으로 인해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떤 아마노가 본 작품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기존의 일러스트와는 분위기가 너무도 다른 D로 그려져 개인적으로는 몹시 아쉬운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요. 후일 키쿠치 히데유키의 단짝 친구이자 하드고어 아니메의 대가인 카와지리 요시아키가 북미시장을 목표로 만든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2000)'에서는 카와지리스러운 캐릭터 스타일을 유지한 체 아마노가 그린 D를 적절히 재해석하면서 멋진 비주얼을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OVA의 D는 멋진 캐릭터이긴 했으나 디테일이 떨어지는 관계로 고급스럽고 귀족적인 하프 뱀파이어라는 느낌이 약해진 반면, 새로운 극장판의 D는 원작의 삽화에서 보여준 귀족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그려내면서도, 원작의 스타일이 아닌 카와지리 작품다운 스타일로 재해석함으로써 보다 더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각되는군요. 다만, 아쉽게도 이 작품은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면서 카와지리 특유의 작품색이 옅어져 결과적으로는 싱거운 작품이 되었다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더더욱 멋진 D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 과묵한 성격 탓인지 아니메에서 그를 만나기는 좀처럼 힘들군요.

☞ 뱀파이어 헌터 D Bloodlust (2000), 돌아온 전설의 뱀파이어 헌터 (보러가기)


Character 7. 드리즈트 도우덴 (1988~계속) from 아이스윈드데일 3부작

Illustrated by Todd Lockwood ⓒ WIZARDS OF THE COAST

가튼 렐름은 TSR사에서 출시한 TRPG 게임인 AD&D 세계관 중 하나입니다. 게임이 큰 인기를 얻게 되자, 게임 디자이너들 뿐만 아니라 게이머들 스스로가 이 매력적인 세계관에 스스로 이야기를 추가하거나 영웅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가기 시작하는데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 포가튼 렐름은 거대하고 구체적이며 온갖 영웅들과 악당들, 신과 악마, 그리고 모험과 음모, 낭만이 존재하는 신비롭고 방대한 세상으로 자리 잡아가게 됩니다. 수많은 영웅들과 악당들이 모험 속에 스스로의 무용담과 전설을 쌓아나가고 있는 이 곳에서도 드리즈트 두어덴은 특히나 눈에 띄는 명성과 실력을 갖고 있는 다크 엘프 레인져입니다.

흑요석과 같은 검은 피부, 검은 피부와 멋진 대조를 이루는 눈부신 은발머리, 이 멋진 무채색의 대비 속에서 또렷하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보라색 안광... 드리즈트의 이 강렬한 외모는 포가튼 렐름의 영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을 정도로 인상적인데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이 세계에서 가장 악랄하고 비열한 종족 중의 하나인 다크 엘프 드로우라는 사실입니다. 사악한 종족으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운명의 굴레를 벗고 어두운 지하세계(포가튼 렐름에서 드로우들은 언더다크라는 지하세계가 삶의 터전이죠.)를 벗어나 지상으로 향한 이 용감한 다크 엘프는 지상인들의 편견과 오해, 멸시와 증오 속에서도 그의 영원한 파트너인 검은 표범 구엔하이버와 함께 친구들과 안식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신분과 태생의 한계를 극복하고 운명과 싸우는 어둠의 히어로는 항상 사람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선사하게 마련이죠.

두 자루의 시미터를 현란하고 멋지게 사용하는 쌍검술의 달인이자 노련한 레인져인 그는 포가튼 렐름을 배경으로 한 R.A.Salvatore의 베스트셀러 '아이스윈드데일 3부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매력을 선사했고, 이후 '다크 엘프 3부작', '드로우의 유산 3부작', '어둠으로의 길 3부작' 등을 통해 꾸준히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먼저 소개한 헌터 D가 아마노 요시타카의 환상적인 일러스트에 의해 시각적인 매력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드리즈트 역시 소설 삽화가로 활약한 토드 락우드에 의해 인상적인 모습을 부여받았다고 하겠는데요. 살바토레가 묘사한 드리즈트의 매력을 멋지게 화폭에 담아낸 락우드의 일러스트는 금방이라도 두 자루의 시미터를 들고 악당들을 응징하는 다크 엘프의 영웅처럼 생생하다 하겠습니다.

현재 드리즈트는 계속적으로 소설과 코믹스 등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바이오웨어의 전설적인 RPG 게임 '발더스게이트'나 PS용 게임인 '데몬스톤'에서도 깜짝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D&D 마니아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 멋진 다크 엘프를 실사영화를 통해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요. 북미에서는 인기 높은 캐릭터이니 만큼 이러한 바람이 그저 헛된 망상이 아니길 마음 속으로 빌어보려 합니다.

☞ 아이스윈드데일 3부작 - 드리즈트 도어덴의 장대한 모험의 시작 (보러가기)


Character 8. 흑태자 칼 스타이너 (1995~1998) from 창세기전 I, II

ⓒ SOFTMAX Co, Ltd.

산 RPG 게임의 신기원을 열었던 소프트맥스사의 '창세기전'은 스케일 큰 서사적인 스토리라인, 만화가인 김진이 직접 일러스트한 유려한 캐릭터 디자인, 흥미진진한 게임시스템(물론, 그 흥미진진한 만큼 수많은 버그로 인해 호평에 버금가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등으로, 걸음마 수준이던 90년대 말 국산 패키지 게임시장에 신선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됩니다. 치명적인 버그를 포함하고 있던 1편을 보완하고 아직 완결되지 못한 이후의 스토리까지 모두 포함하여 다시 태어난 '창세기전 II'는 버그로 점철되었던 전작의 오명을 어느 정도 만회하면서 흥행에 성공하게 되지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버그들이 존재했지만.)

사실, 이 정도의 치명적인 버그가 있는 게임이라면 멋진 그래픽과 게임성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세기전이 지금까지도 국내 게이머들의 입에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와 강렬한 카리스마와 매력을 발휘한 주인공 흑태자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 영국왕 에드워드 3세의 장남인 흑태자 에드워드를 모델로 했다고 전해지는 흑태자 칼 스타이너는 항상 검은 갑옷과 검은 투구를 쓰고 변방의 게이시르 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대전쟁의 선봉에 서는데요. 뛰어난 무인이자 천재적인 전략가로, 사선진형이라는 신개념의 전법을 통해 적은 수의 병력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넓은 평원의 전투에서 막강한 실버애로우 연합의 대군을 궤멸시키면서 안타리아 대륙의 패자로 우뚝 서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하고 흑태자는 게임 플레이어의 플레잉 캐릭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흑태자에 의해 조국이 멸망당한 펜드레건의 왕녀 이올린과 라시드 왕자, 비프로스트 공국의 레인져 G.S로 흑태자의 게이시르 제국과 맞서는 것이 플레이어들의 미션인 것이죠. 세상을 위협하는 악마에 맞서싸운다는 전형적인 RPG 공식을 벗어난 이 멋진 스토리는 게임과 함께 게임 속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물론, 결국 플레이어는 흑태자를 플레이하게 되긴 하지요.)

세상을 지키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꿈을 버리는 흑태자의 기구한 운명과 슬픈 결말은 게임 타이틀의 수준을 넘어서는 드라마틱함을 보여줍니다. 흑태자가 사라진 후에도 창세기전 시리즈는 이 비극적인 운명과 드라마를 잘 활용하여 게임에 머물기에는 아까운 멋진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되는데요. 현재 온라인 게임으로 다시 팬들에게 돌아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 하니 그 멋진 드라마의 부활을 다시 한 번 기다려볼까 합니다.


Character 9. V (1982~2005) from 브이 포 벤데타

ⓒ WARNER BROS

은 코스튬의 히어로가 보통 선과 악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인물이라면, 브이(V)는 가장 적격인 인물이면서 동시에 그들 중 가장 특이한 히어로 중 하나일 겁니다. 영국의 유명작가 알렌 무어와 만화가 데이비드 로이드의 일러스트에 의해 탄생된 브이는 검은색 복장과 검은색 망토, 챙긴 검은 색 모자를 쓴 전형적인 다크 히어로인데요. 특히, 그는 로마 카톨릭 혁명단체의 일원으로 저 유명한 화약음모사건을 통해 영국의 국왕 제임스1세를 암살하려 했던 전설적인 테러리스트인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즉, 그에게는 선과 악의 경계라는 다크 히어로 특유의 본질 이외에, 영웅과 테러리스트라는 양면적인 정체성을 가진 인물인 것입니다.

시점에 따라 그는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는 영웅이기도 하며, 사회 혼란을 획책하는 위험한 테러리스트로도 보여집니다. 인체실험의 대상으로 상상도 못할 지옥의 나날을 살아온 그의 과거와,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는 예술적 취향, 세련된 검은색의 코스튬과 우스꽝스런 가이 포크스의 가면까지... 브이는 언제나 상반되고 모순 덩어리이며, 이중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도 그는 침착함과 광기의 모습을 오가며 광적이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휴고 위빙 특유의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와 연기는 양면적인 브이의 모습을 실로 스크린에 멋지게 묘사하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처음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러갈 때만 하더라도 그저 그런 액션영화로 잘못 알고 있던 엘로스는, 처음에는 지루한 전개에 실망을 느끼다가 중반 이후 스크린에 급격하게 빨려들게 되었는데요. 전혀 정보를 모른 체 접한 영화 중 무척 인상적인 영화 중 하나였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인상적인 브이의 모습만큼이나 나탈리 포트만의 호연도 인상적입니다. 극중 삭발투혼까지 발휘한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고 있음을 예견하고 있는데요. 정말로 이번 오스카에서 그녀는 '블랙스완(2010)'을 통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의 성공적인 변신의 마침표를 찍게 되지요.

독특한 기행만큼이나 브이의 마지막 역시 장렬하면서도 강렬합니다. 광기와 신념, 정의와 복수라는 경계 속에 선 그는 어쩌면 진정한 다크 히어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부 끝. 2부에서 계속)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메가존 23 Part I (1985), メガゾーン23 / Megazone 23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감독: 이시구로 노보루
◈ 각본: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시구로 노보루, 이타노 이치로, 우메츠 야스오미, 히라노 토시키
◈ 캐릭터 디자인: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감수: 아라마키 신지, 카기누마 히데키, 미야오 가쿠 / 쿠마다 마사요시
◈ 작화감독: 히라노 토시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타노 이치로, 카기노우치 나루미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타케우치 유카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아트랜드,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5.03.09 (OVA 발매) / 1985.03.23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시놉시스>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먼 미래의 지구. 인류는 거대한 도시형 우주선을 만들어 황폐화된 지구에서 탈출, 우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다. 메가존 23이라 불리는 도시형 우주선도 그 중 하나. 메가존 23을 제어하는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하무트는 도시형 우주선의 내부에 인류가 가장 동경하던 시대인 20세기의 도시환경을 구축하고 거주하는 인류의 정신을 조작하여 자신들이 도시형 우주선이 아닌 20세기의 지구에 살고 있다는 환상을 일괄적으로 심어놓게 된다. 실제로 뉴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식과 이야기는 바하무트에 의해 가공된 것이며, 외국여행 역시 그저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으로 심어진 기억일 뿐이다. 이들 도시형 우주선은 지구관리 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지구를 떠난 지 500년이 지나 귀환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며, 재생 중인 지구에 무단으로 귀환하는 도시형 우주선을 파괴할 목적으로 달 표면에는 지구 방위 시스템 ADAM이 건설된다.

그로부터 500여년의 세월이 흘러 메가존 23의 지구귀환이 다가오던 무렵, 화성으로 이주한 인류의 후예 데쟈루구가 메가존 23을 습격하게 된다. 메가존 23의 자치군은 외계의 습격을 맞아 싸우면서 도시형 우주선과 바하무트의 정신조작의 진실을 깨닫게 되고, 자치군의 젊은 장교 BD는 이러한 상황 속에 바하무트를 무력화시키고 데쟈루구를 물린 뒤, 스스로가 메가존 23의 지배자가 되려 하고 있었다. 군은 대 데쟈루구용 병기로 바하무트가 가진 테크놀로지를 이용, 바이크에서 인간형 로봇으로 변형이 가능한 다목적 병기 가란드를 개발한다. 

하지만, 이 가란드에는 군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가란드에 메가존23의 아이돌 가수로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토키마츠리 이브, 즉 EVE와 소통이 가능한 7G 오퍼레이터를 위한 기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EVE는 실제 인간이 아닌 바하무트가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로, 무작위로 7G 오퍼레이터로 선택된 인물에게 질문을 던져 최종적으로 인류의 지구귀환 여부를 결정하는 일종의 AI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이 가란드가 BD의 손을 떠나 민간인 소년 야하기 쇼고에게 넘어가게 되는데...

<소개>

'기갑창세기 모스피다(1983)'와 함께, 마크로스의 후속 시리즈로 기획된 '초시공세기 오거스(1984)'와 '초시공기사단 서던크로스(1984)'는 빅히트를 기록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의 컨셉을 이어받은 후속작들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그 인기를 이어가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TV 시리즈의 속성상 완구/프라모델 비즈니스와 연계가 생명이었던 이 작품들은 완구/프라모델 분야에서 저조한 실적을 거두면서 스폰서의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운 나쁘게도 동시간대에 방영된 타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을 능가할 대중적인 코드도 부족했었다. 즉,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마니악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스피다의 기획에 참여했던 아트믹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미치는 이 진일보한 SF 세계관에 큰 인상을 받는다. 그는 이 마니악한 설정이 대중성은 떨어질지라도 마니아들에게는 큰 어필을 할 수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당시 아니메 시장은 질적, 양적인 팽창으로 인하여 그 몸집이 비대해지던 시기였다. 동시기에 당대 VHS 비디오를 주도하던 빅터 음악산업(이하 음산, 후일 빅터 엔터테인먼트)과 베타 비디오를 주도하던 소니는 자사의 비디오 플레이어의 대중화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사업을 팽창하고 있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영상 컨텐츠의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기도 했다. 이러한 업계의 의지로 인해 아니메는 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OVA)라는 새로운 대안시장을 탄생시키게 된다.([5] 참조) 스즈키의 기획은 바로 OVA라는 매체에 정확히 부합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에 적극 구매의사를 밝히는 마니아들에게 이 하드한 SF 로봇물은 분명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크로스나 모스피다와 같은 하드 SF 로봇물로 방향을 잡으면서 아트믹은 마크로스와 모스피다에서 활약한 젊은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게 된다. OVA는 극장 아니메에 비하여 소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였기에 몸값이 비싼 중견 애니메이터보다는 커리어를 쌓고 싶은 의욕 넘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비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TV 시리즈나 극장 아니메보다 표현과 이야기의 자유도가 용이했기에 도전을 원하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적합한 제작방식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젊은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된다. '이타노 써커스'로 메카 액션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이타노 이치로, 마크로스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스타덤에 오른 하루히코 미키모토,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한 히라노 토시키, 카기노우치 나루미, 여기에 모스피다에서 인상적인 라이딩 아머를 디자인한 아라마키 신지 등이 속속 아트믹의 휘하로 모여들게 된다.

여기에 '기동전사 건담(1979)'을 위시한 선라이즈의 다수의 로봇물에서 각본을 쓴 관록의 호시야마 히로유키와, 마크로스 시리즈에서 신진 애니메이터들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한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의 가세로 진용은 신구의 조화를 이룬 탄탄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보다 더 치밀해진 하드한 SF 스토리, 메카닉 마니아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메카닉, 여기에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소녀와 에로틱 코드가 결합된, 마니악하면서도 상업적인 의도가 전면에 깔린 걸작 OVA가 탄생하니 이것이 바로 '메가존 23(1985)'이다. 

황폐해진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 도시형 우주선 메가존에 탑승하여 지구를 떠도는 인류의 미래는 픽사의 최신작 '월 E(2008)'의 서사구조와도 상당히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우주선의 메인 컴퓨터가 인간을 양육하는 절대적인 컨트롤 타워로 등장하는 부분도 마찬가지. 물론 이 설정은 몇몇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어온 부분으로, 새롭고 혁신적이지는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월 E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가존 23은 만화영화로서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이를 영상화한 작품이라 하겠다. 거기에 사람들의 정신을 조작하여 그들은 자신을 우주선에 사는 먼 미래의 인류가 아닌 1980년대의 사람으로 인식하고 산다는 점은 꽤 독창적인 발상이라 하겠다. 이렇게 시스템에 의해 인류가 무의식적으로 통제당하는 설정은 후일 '매트릭스' 시리즈와 매트릭스에 영향을 받은 일부 SF 영화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컴퓨터가 관리하는 통제된 사회, 실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조작된 삶을 살고 있는 인류 등, 고급스러운 SF 설정 외에도 사이버 아이돌 이브의 등장은 이 작품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이다. 아이돌 가수라는 점에서 이브는 마크로스의 린 민메이에 영감을 받았음이 분명하며, 히라노 토시키가 디자인한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이브는 하루히코 미키모토가 디자인하여 다른 캐릭터들과는 틀린 가상의 캐릭터라는 정체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브는 단순한 사이버 가수가 아닌 인류의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가상 프로그램으로 작품의 중요한 열쇠가 될 뿐만 아니라 후일 메가존 시리즈의 상징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사이버 아이돌이라는 컨셉은 후일 카와모리 쇼지가 연출하는 '마크로스 플러스(1994)'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이브는 린 민메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창조해낸 캐릭터로서 오랫동안 사랑받게 되며, 신인가수 미야사토 쿠미를 이브의 성우로 기용함으로써 민메이의 성우였던 이이지마 마리가 가수로서도 대성공했던 마크로스의 성공사례를 재현하게 된다. 명 작곡가 사기쓰 시로가 쓴 일련의 삽입곡들 역시 큰 사랑을 받는다.

아라마키 신지가 디자인한 바이크 변형 메카 가란드의 디자인은 전작 모스피다의 라이딩 아머 모스피다만큼 정교하며, 토시키와 나루미의 캐릭터들도 이브 못지 않은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OVA의 상업적 기획의도로 인해 삽입된 주인공 쇼고와 히로인 유이의 베드씬은 이 작품을 감상할 성인 마니아들의 좋은 눈요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에로틱 씬의 삽입은 비디오 판매 자체가 상업적 성공의 잣대인 OVA에 있어서 일종의 안전장치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마니아들의 성적 욕구를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아니메의 시도는 후일 수많은 성인용 포르노 아니메의 양산을 가져오는데 단초를 제공하지 않나 싶다.

당시 비디오 타이틀로서는 비교적 고가인 13,800엔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메가존 23은 2만 6천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85년도 일본 비디오 시장에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로 이름을 올린다.([5] 참조) 이러한 판매호조는 곧 극장상영으로 이어져 메가존 23은 마니악한 SF 장르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각본을 쓴 호시야마 히로유키는 제3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진일보한 작품의 SF 설정 역시 평단의 인정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메카닉과 미소녀의 결합이라는 일본 아니메 특유의 스타일은 당분간 아니메를 특히, OVA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메가존 23 Part II, 비밀을 주.세.요 (1986) 


ⓒ あいどる · AIC


<정보>

◈ 원작/총감수: 이시구로 노보루
◈ 감독/메카닉 작화감독: 이타노 이치로
◈ 구성/각본: 야마다 카츠히사 / 호시야마 히로유키
◈ 콘티: 이타노 이치로, 야마다 카츠히사, 하세가와 야스오 外
◈ 캐릭터 디자인: 우메츠 야스오미,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메카닉 디자인: 아라마키 신지
◈ 작화감독: 우메츠 야스오미, 카도카미 요코 (이브 작화감독)
◈ 미술감독: 아라이 카즈히로
◈ 원화: 유키 노부테루,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 外
◈ 음악/노래: 사기쓰 시로 / 미야사토 쿠미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 스다 히데아키, 오노데라 수이치
◈ 제작사: AIC, 아트믹, ㈜あいどる,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あいどる · AIC
◈ 일자: 1986.04.26 (극장개봉) / 1986.05.30 (OVA 발매)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OVA로의 도전적인 시도가 크게 성공하자, 곧이어 두번째 메가존 프로젝트가 발동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AIC가 참여하면서 제작 규모가 전작에 비해 크게 상승하게 된다. 두번째 시리즈는 우선 전작에 비하여 여러면에서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는데, 우선 노장 이시구로 노보루가 감독이 아닌 총감수의 직책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신, 이타노 이치로가 자신의 첫 연출데뷔를 이 작품을 통해 이루게 된다. 또한, 파트 1에서 콘티스탭으로 활약하던 신예 우메츠 야스오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감독으로 파격적으로 데뷔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시리즈는 전작이 보여준 아니메 스타일을 일신, 마치 미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극화체의 스타일로 변모한다.

애초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었기에 이러한 파격적 결단은 좋은 반응을 가져오게 된다. 실제로 메가존 23 파트 2는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까지도 우메츠 야스오미에 대한 인기는 북미 등에서 매우 높은 편이다. 이외에도 유키 노부테로, 모리모토 코지, 오오모리 히데토시, 우루시하라 사토시와 같이 젊고 유능한 작화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작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키 노부테루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 작화가 우메츠 야스오미와 비견될 정도의 작화력을 가진 대기만성형의 인재로, 훗날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디자이너이자 작화감독으로 성장하게 된다. 반면, 이번 작품을 통하여 첫 연출수업을 통과한 이타노 이치로는 이후 여러편의 OVA를 통해 감독에 도전하지만 메가존 23 파트2 이상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면서 절정의 작화력에 비해 연출부분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이는 후일 감독으로 데뷔하는 본 시리즈의 메카닉 디자이너 아라마키 신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바로 엘로스가 구입했던 지 아니메 특별부록. ⓒ あいどる · AIC / 近代映画社

우메츠 야스오미의 작화는 이 작품이 가진 마니아적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기존의 아니메 스타일과는 너무도 다른 뚜렷한 이목구비와 강렬한 명암, 사실적인 묘사는 성인취향의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하루히코가 디자인한 이브도 새로운 변화를 맡는데, 파트 1의 이브가 민메이와 유사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던 반면, 파트 2의 이브는 보다 더 관능적이고 여성적인 매력을 드러내었다. 파격적인 작화의 변화는 전작의 등장인물이었던 쇼고나 유이, 그리고 BD에도 영향을 미쳐, 너무도 다른 외모의 변화 때문에 파트 1과의 매치가 잘 안되는 현상을 가져오기도.

이 작품 역시도 성인층 마니아를 공략한 OVA인 이상 필수적으로 서비스 컷이 삽입된다. 이 OVA가 특히나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서비스 컷인 쇼고와 유이의 베드씬 때문이었는데, 전작의 베드씬을 넘어서는 수준의 선정성에 우메츠 야스오미의 절정의 작화력이 더해지면서, 리미티드 아니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실사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어 당시 마니아들을 충격과 열광(?)에 빠뜨리게 된다. 그러나, 이 절정의 작화 덕에 후일 우메츠 야스오미는 성인 아니메의 대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도. 

문제의 베드씬은 북미판에서는 삭제되어 출시되었으며, 당시 국내에서 일본서적 전문 서점 등을 통해 유통된 메가존 23 설정집 '지 아니메 특별편집 메가존 23 Part II'의 경우, 베드씬을 일일이 캡쳐한 스틸 샷 페이지 통체를 검은 매직으로 칠해 판매하는 만행(?)을 벌여 국내 오덕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당시 거금 8만원을 주고 엘로스가 구입하여 애지중지 아끼던 이 서적은 책을 빌려간 뒤 자기 책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주신 죽마고우의 선행으로 인하여 현재는 행방불명되어버린 상태이다.) 


메가존 23 Part III, 이브의 각성/해방의 날 (1989) 


ⓒ VICTOR Entertainment


<정보>

◈ 원작: 아라마키 신지
◈ 감독: 아라미키 신지, 야타가이 켄이치
◈ 각본: 아리이 에무
◈ 캐릭터 디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 하루히코 미키모토 (이브)
◈ 프로덕션 디자인: 유메노 레이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기타지마 노부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仲盛文 (전편), 오바리 마사미 (후편)
◈ 작화감독보: 온다 나오유키 (전편), 키타지마 노부유키 (후편)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음악/노래: 우라타 케이시 / 타카오카 사키
◈ 기획/제작: 스즈키 토시미치, 아지미 토시오 / 스다 히데아키
◈ 제작사: AIC, 아트믹, 빅터 음악산업
◈ 저작권: ⓒ VICTOR Entertainment
◈ 일자: 1989.09.28 (1편 OVA 발매) / 1989.11.25 (극장개봉)
◈ 장르: SF, 드라마, 액션
◈ 구분/등급: OVA, 극장판 / 고등학생 관람가 (R)


<소개>

3년 뒤에 재부팅한 메가존 23의 세번째 시리즈. 이미 지구에 성공적으로 귀환한 메가존 23, 그리고 신천지에서 새로운 운명을 시작한 쇼고와 유이의 이야기 등 전작의 종결 시점으로부터 수백년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1편의 히라노 토시키, 2편의 우메츠 야스오미에 이어 이번 3편은 '기동전사 더블제타 건담(1987)'과 '역습의 샤아(1988)' 등을 통해 당대 최고의 인기 캐릭터 디자이너로 각광받고 있는 키타즈메 히로유키가 맡게 된다. 적어도 작화면에서 메가존 23 시리즈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필력과 인기도를 자랑하는 아니메 캐릭터 디자이너가 참여한 작품인 셈이다. 그만큼 메가존 23이 OVA史에서 차지하는 네임밸류는 대단한 것이었다.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으며, 일부 작화 퀄리티는 현재의 수준과 비교해도 그다지 퀄리티 차이를 못느낄만큼 대단하다. 특히, 당대 최고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세를 풍미하는 키타즈메의 스타일이 더해진 이브의 스타일은 사랑스러운 파트 1의 이브와, 관능적인 파트 2의 이브와는 다른, 소녀적이면서도 아이돌 스타스러운 스타일을 맘껏 뽐내고 있다. 전작과는 다른 숏컷의 머리도 매력 포인트.

다만, 이 시리즈는 앞선 두 시리즈에 비하여 작화 퀄리티가 들쭉날쭉한 아쉬움이 있다. 일부 컷은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다가도 몇몇 컷에서는 기대 이하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이는 작화감독이 키타즈메 외에 기타지마 노부유키가 참여하는 이중 작화감독 체제의 원인이 아닌가 싶으며, 1편에 비해 2편의 작화적 완성도가 다소 더 떨어져 보인다. 1편의 작화감독 보조에, 당시 키타즈메의 뒤를 이은 스튜디오 비보의 또하나의 인재 온다 나오유키가 참여했던 것은 1편과 2편의 작화적 완성도의 차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메가존 23 파트2와 파트3에 참여한 작화가들은 기묘하게 공통적인 라이프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 파트 2의 우메츠 야스오미는 20대이던 80년대 당시 절정의 작화력을 보여주다가 80년대말 이후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 다시 활동을 재개했으나 예전과 같은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반면, 당시 원화맨으로 참여하며 이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키 노부테루는 9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을 계속하여 이제는 아니메의 대표적인 작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파트 3의 키타즈메 또한 80년대의 절정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한체 쇠퇴를 거듭, 현재는 아니메 업계에서 그 소식을 접하기 힘든 반면, 그의 아류로 인식되던 온다 나오유키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 현재는 키타즈메를 뛰어넘은 미형 캐릭터 디자이너로 그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제타 건담 원 시리즈의 작화감독이 키타즈메인 반면, 제타 건담 신역판의 작화감독은 온다라는 사실 역시 위상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메가존 23은 이들 불세출의 애니메이터들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젊고 패기있던 시절에 그려진 의미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파트1의 이브(상), 파트2의 이브(중), 파트(3)의 이브.



<참고 사이트>

[1] メガゾーン23, Wikipedia Japan
[2] Megazone 23 (OAV), ANN
[3] Megazone 23 Part II (OAV), ANN
[4] Megazone 23 Part III (OAV), ANN
[5] 메가존 23(メガゾーン23) 1985,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워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토미노 감독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 목차>


기동전사 제타 건담 (1985), 機動戦士 Ζ ガンダム / Mobile Suit Z Gundam


ⓒ SOTSU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총감독: 토미노 요시유키
◈ 각본: 토미노 요시유키(필명 斧谷稔 사용), 오오노기 히로시, 스즈키 유미코, 카와사키 토모코, 마루오 미호 外
◈ 콘티/연출: 이마가와 야스히로, 세기타 오사무, 카와세 토시후미, 타키자와 토시후미, 이우치 슈지 外
◈ 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작화감독: 키타즈메 히로유키, 고바야시 토시미츠, 카나야마 아키히로, 야마다 키사라카, 온다 나오유키 外
◈ 메카닉 디자인: 나가노 마모루(중도 하차), 오카와라 쿠니오, 후지타 카즈미, 무라카미 카츠시, 고바야시 마코토 外 
◈ 메카닉 작화감독: 우치다 요리히사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 우메츠 야스오미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닐 세다카 / 아유카와 마미 (1기 오프닝, 엔딩), 모리구치 히로코 (2기 오프닝)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우치다 켄지, 오니시 쿠니아키, 森山涇
◈ 제작사: 선라이즈, 나고야 TV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1985.03.02 ~ 1986.02.22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TVA (50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지온공화국과 지구연방의 1년 전쟁이 지구연방의 승리로 끝난지 7년 뒤인 우주세기 0087년. 스페이스노이드(우주에서 태어난 인류)들의 재결집을 우려한 지구연방은 전쟁 종료 후 보다 효과적인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온군의 잔당소탕이라는 명제를 내걸고 지구연방군 출신의 자미토프 하이만의 주도로 창설된 특수부대 티탄즈는 연방 내의 엘리트 집단으로 세력을 공고히 하며 노골적으로 스페이스노이드를 탄압하기 시작한다. 지온의 불순분자를 소탕한다는 목적으로 스페이스 콜로니 사이드1의 30반치에 독가스를 살포하여 콜로니 주민 1,500만명을 학살하는 등, 티탄즈의 행위가 도를 넘어서자 연방의 뜻있는 인물들과 스페이스노이드들은 티탄즈에 대항하여 반지구연방조직 에우고를 결성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실낱처럼 이어지던 어스노이드와 스페이스노이드들의 평화는 깨지고 다시금 전란의 불길이 우주를 불태우기 시작하니 이것이 바로 후세에 그리프스 전쟁이라 알려진 전화의 서막이다.

연방군의 기술사관으로 근무하는 부모를 따라 사이드 7으로 이주한 고교생 카미유 비단은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무관심, 그리고 여자같은 자신의 이름에 강한 불만과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어느날 길에서 마주친 티탄즈의 사관 제리드 메사로부터 여자같은 이름이라는 말을 들은 카미유는 충동적으로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리드에게 일격을 가해 티탄즈의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헌병들에게 가혹한 린치를 당하며 카미유는 티탄즈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된다.

한편, 그린노아에 티탄즈가 비밀리에 제작중인 모빌슈트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에우고는 크와트로 바지나 대위를 그린노아에 침투시킨다. 티탄즈가 개발한 비밀병기 건담 MK II의 존재를 확인한 크와트로. MK II의 시운전을 하던 제리드가 조종미숙으로 지면에 불시착하며 헌병대를 덮치고 혼란한 틈을 노려 카미유는 구금장소를 빠져나와 제리드가 불시착시킨 건담 MK II에 올라탄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때린 티탄즈 헌병들에게 복수를 할 목적이었던 카미유는, 크와트로 대위와 조우하면서 엉겁결에 건담 MK II와 함께 에우고로 향하는데...


<소개>

6년만에 방영된 '기동전사 건담(1979)'의 후속작으로, 수많은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작품. 원작으로부터 7년 뒤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기동전사 제타 건담(기동전사 Z 건담/1985)'은 7년 사이 무수한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우주세기의 세계 만큼이나 6년 사이 무수한 제작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건담의 후속편은 이미 '성전사 단바인(1983)'의 방영 중에 논의가 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설거신 이데온(1980)'과 '전투메카 자붕글(1982)'을 거쳐 단바인에 이르면서 토미노는 후속 건담에 대한 팬들의 염원, 당시의 로봇물의 프라모델 사업부진에 따른 반다이의 건담 시리즈 재개 요구 등 여러가지 외부적 압력을 받고 있었으며, 그 자신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만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로 인해 83년부터 내부적으로 진행되어가던 후속 건담의 프로젝트는 마침내 84년 2월부터 본격적인 스타트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는 토미노의 '중전기 엘가임(1984)'이 방영을 시작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겹치면서 Z 건담은 다른 아니메에 비하여 상당히 긴 제작기간을 거치게 된다. 1년짜리 프로젝트였으니 과연 건담 후속작에 걸맞는 대 프로젝트라고나 할까. 게다가 퍼스트 건담을 제작했던 선라이즈의 제1스튜디오가 아닌, 자붕글 이후로 토미노가 둥지를 튼 제2스튜디오가 제작을 맡게 된다. 당시 제 2스튜디오는 엘가임을 제작하던 중으로, 이로 인해 엘가임의 제작에서 토미노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작품의 전반적 분위기가 토미노 것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Z 건담의 제작은 엘가임과의 이중 작업으로 인해 그 진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1년여의 제작 기간 중 상당기간 공을 들인 것은 바로 메카닉 디자인이었다. 오카와라 쿠니오 혼자서 전담했던 퍼스트와는 달리 Z 건담에는 10명 남짓한 스탭들이 투입되는데, 이는 명실공히 Z 건담이 비즈니스적 기획의도가 십분 반영된 작품이며, 프라모델 사업의 성패를 쥔 작품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주역메카인 Z 건담의 경우에는 한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여러명의 디자이너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만들어낸 디자인으로, 아니메의 메카닉 디자인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결코 빠지지 않는 걸작 메카닉으로 지금까지 자리하게 된다. 

다만,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에 따른 프라모델의 상품화 문제로 인해 초반부의 주역 메카는 퍼스트 건담의 디자인 컨셉을 계승한 건담 MK II가 맡게 된다. 이로 인해 Z 건담은 후반부에 MK II와 극적인 교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토미노의 전작 자붕글이나 단바인, 엘가임에 등장한 주역메카의 교체와 동일한 시퀀스이며, 단바인과 엘가임은 Z 건담과 마찬가지로 후반부의 주역기체가 변형기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타가하시 료스케 감독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갑계 가리안(1984)'에서 그는 가리안에서 합체변형이 가능한 어절트 가리안으로 주역메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건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일선에서 물러난 체 캐릭터 디자인에만 관여한 것이 그것. 총작화감독 한명이 전체 작화를 조율하지 않고 여러명의 작화감독이 로테이션 형태로 작화를 담당하게 되는데, 특히 토미노 감독의 작품에서 그동안 작화를 맡아오던 또하나의 거물 작화가 코가와 토모노리 대신 그의 제자인 키타즈메 히로유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하겠다. 스승인 코가와의 작화기법을 계승하면서, 야스히코의 미형 캐릭터들을 절묘하게 재창조해낸 그의 작화는 퍼스트 건담의 일부 팬들에게는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당시 절정의 인기를 끌던 아니메 잡지 뉴타입의 표지 일러스트의 상당수가 키타즈메의 손에 의해 그려지기도 했다. 키타즈메 외에도 온다 나오유키와 같은 코가와의 제자들이 다수 작화진에 가세하여 전체적인 Z 건담의 형세는 퍼스트의 잔영과 새로운 건담 스타일 사이에 위치하여 야스히코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혁신에 가까운 모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압도적인 퀄리티의 2기 오프닝을 그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우메츠 야스오미의 등장은 또다른 천재 애니메이터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 SOTSU · SUNRISE

이야기 역시 후속작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 많은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전 시리즈의 주인공 아무로가 한참 후에나 등장하며, 또다른 주역인 샤아 아즈나블은 주인공보다 먼저 화면을 장식하지만, 주인공과 같은 편으로 주인공을 보조하는 조역으로 전락한다. 대신 그 자리에는 전편의 아무로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소년 카미유 비단이 주인공을 맡게 된다. 전쟁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티탄즈와 에우고, 지구연방, 여기에 지온의 잔당 액시즈까지 등장하며 구도는 더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한 정치이념을 초월하여 거대기업으로 작품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의 등장까지, 세계관의 구성은 전작보다 더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로와 샤아가 주역이 아닌데다가 로봇물의 수준으로서는 과하게 복잡한 세계관과 갈등관계 등은 Z 건담의 시동에 발목을 걸었다. 평균시청률 6.4%는 퍼스트 건담 수준으로 낮았는데, 퍼스트 건담이 아무런 배경없이 등장한 것임을 감안할 때, Z 건담에 걸었던 팬과 스폰서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프라모델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다른 라인업의 제품보다는 월등한 성적을 보여주었는데, 이러한 프라모델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다이 측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다는 소리도 전해지고 있다. 이는 복잡한 변형 메커니즘의 도입과 그로 인해 복잡해진 디테일의 모빌슈트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마진감소가 원인이라 전해지고 있으며([1] 참조), Z 건담의 모빌슈트들을 원작에 가깝게 묘사하기에는 당시 프라모델 기술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주조역 캐릭터들이 죽어버리는 등, 몰살의 토미노다운 비극적인 결말은 여전하다. 주인공인 카미유가 최종화에서 시로코를 쓰러뜨린 후 자아가 붕괴되면서 폐인이 되어버린다든지,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가 하만 칸의 큐베레이에게 무참히 패배하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체, 대파된 그의 모빌슈트 백식의 잔해가 떠도는 상태에서 엔딩을 맞이하는 결말은 팬들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는 단순히 비극적인 엔딩을 추구했다기보다는 당시 건담 시리즈에 대한 회의와 스트레스를 토미노 감독이 작품을 통해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샤아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도 언급한 바, 최종회에서 생사를 알 수 없이 사라진 샤아의 모습은 건담이라는 세계에서 떠나버리고 싶은 토미노의 바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실망한 팬들의 분노, 비즈니스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반다이의 채근 속에 토미노는 결국 이 작품을 끝으로 건담을 접으려던 애초의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기동전사 Z 건담> 1부: 79년 이후 아니메의 세대교체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2부: 퍼스트의 그늘에서 벗어난 작화 Line-up by 키웰 (보러가기)
☞ <기동전사 Z 건담> 3부: 제타에 흐르는 '시대의 눈물' by 키웰 (보러가기)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을 잇는자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각본/총콘티: 토미노 요시유키
◈ 캐릭터 디자인 원안: 야스히코 요시카즈
◈ 캐릭터 작화감독: 온다 나오유키
◈ 메카닉 작화감독: 나카 모리푸미
◈ 작화감독: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나카지마 토시히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 카이 마사토시
◈ 음악/노래: 사에구사 시게아키 / Gackt (오프닝, 엔딩 작사/작곡/노래)
◈ 기획/제작: 우치다 켄지 / 요시 타카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스튜디오 지브리 (배경), 가이낙스/매드하우스 (동화)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05.28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건담 시리즈에 대한 짙은 회의와 좌절을 '턴에이 건담(1999)'를 통해 일부분 해소한 토미노는 총집편인 '극장판 턴에이 건담 I 지구광(2002)'과 '극장판 턴에이 건담 II 월광접(2002)'으로 극장까지 다시 건담을 등장시킨다.(다만, 흥행은 대참패) 이는 건담에 대한 토미노의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극복되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그의 작품세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5년 토미노는 마침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여지없이 작품 속에 표출했던 Z 건담을 달라진 감성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선보이니 그것이 바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신역이라고 대게 부르지만, 좀 일본스러운 표현인 듯 싶어 나름 고쳐보았다.) 3부작이다.

50화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레 기획은 3부작으로 흘러갔다. 그동안 지지부진 성적을 거두었던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극장판인지라 제작비는 충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 작품을 신작화로 그리지 않고 구작화를 편집하여 일부 디테일을 수정하면서 신작화를 사이사이 추가하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사실 구작화라 하더라도 당대 이름난 작화가들이 참여했기에 일부 퀄리티는 최신 TV 시리즈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지만, 열화된 필름 사정으로 인해 선명하지 못한 화질과,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퀄리티의 메카닉 작화는 당연히 깔끔하게 그려진 신작화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으며, 온다 나오유키, 무라세 슈코우, 시게타 아츠시 등으로 새롭게 꾸려진 신작화의 캐릭터 디자인이 구작화와 많은 차이를 드러내는 등 신작화와 구작화 사이의 이질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도드라졌다.

TV 시리즈의 1화부터 14화까지를 편집한 극장판은 총집편이지만 여러면에서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구작화를 사용하는 한계 때문인지 이전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저 축약하기만 하는 단조로운 전개에 그쳤고, 일부 내용 중에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생략되면서 스토리의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러닝타임이 95분에 그친 것도 제약사항으로 작용한 듯. 다만, 3부작 중에서는 1부의 이야기가 가장 무리없이 잘 편집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아우도무라를 공격하는 앗시마를 수송기로 저지하고 탈출하는 아무로 레이와, 이를 맞이하는 카미유의 MK II와 샤아의 백식, 그리고 아무로와 샤아의 극적인 재회를 신작화로 그려내면서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1부인 별을 잇는자 편은 토미노의 전작 턴에이 건담 극장판의 흥행참패의 영향으로 인해 역대 건담 극장판의 개봉관수의 반 정도에 불과한 83개의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8.6억엔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연인들 (2005)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5.10.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5개월만에 재개된 TV 시리즈의 15화~32화를 편집한 기동전사 Z 건담 신해석판의 극장판 2부. 이제와 돌이켜보면 50화나 되는, 그리고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진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Z 건담의 경우 10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의 3부작 축약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그나마 신작화로 모두 새로 그린다면 컷의 구성을 새로이 하여 보다 더 유동적인 대처가 가능했으련만, 제작비의 문제로 상당부분이 구작화로 대치되었기에 한계는 더더욱 커졌다. 이러한 이야기 구성의 문제는 신작화와 구작화간의 이질감 차이 이상으로 신해석 극장판의 완성도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연인편은 타이틀 그대로 시리즈 최고, 아니 아니메史상 가장 비극적인 히로인 중 한 명인 무라사메 포와 함께 벨토치카 일마, 사라 자비아로프, 레코아 론드, 에마 신 등 Z 건담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로맨스를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15화부터 32화까지의 내용을 98분으로 축약하면서 내용 전개에도 급급한 상황에서 이들의 로맨스를 밀도 있게 묘사하는 것은 구작화를 사용하는 제약 상황을 감안할 때 무척이나 어려운 난제라 하겠다. 연로한 토미노 감독의 나이 또한 이러한 작업들을 세심하게 구성하는데 있어서 또 하나의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쿵푸 팬더의 포와는 전혀 다르다, 잊지말자.)와 카미유의 로맨스가 밀도있게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이번 2부 최대의 오점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체 이 2부의 이야기 속에는 포우와 카미유의 비극적인 로맨스 외에 벨토치카와 아무로의 에피소드, Z 건담의 등장, 시로코의 활약, 사라 자비아로프와 카츠의 에피소드, 제리드와 마우아의 에피소드, 에우고의 지휘자 브렉스 준장의 죽음과 같은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에피소드가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제인 연인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은 사건의 나열에 그치고 있으며, 히로인인 포의 희생이 전반부에 다루어지면서 큰 임팩트를 주는 것에 비해 뒷부분의 전개는 하만과 액시즈의 등장까지 비교적 평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의 죽음에도 큰 감정적 변화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카미유의 모습에서는 오히려 연인들이라는 부제가 무색할 정도. 다만, 시리즈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하만 칸의 포스는 이번 신해석판에서도 명불허전이라 하겠다.

전작의 성공 때문이었는지 개봉관 수를 100여개로 늘려 상영했지만 흥행 수익은 6억엔에 그치며 전편보다 못한 성적을 보였다. 이는 편집된 이야기의 완성도가 기대 이하임을 반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기동전사 제타 건담 신해석판: 별의 고동은 사랑 (2006) 

ⓒ SOTSU · SUNRISE


<정보>

◈ 스탭진: 1편과 동일
◈ 저작권: ⓒ SOTSU · SUNRISE
◈ 일자: 2006.03.04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 구분/등급: 극장판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3부. 33화부터 50화까지를 편집한 내용으로 액시즈의 등장, 티탄즈 집권층의 몰락, 그리고 시로코와 하만과의 최후의 결전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신작화의 비중이 커져 비주얼 상으로는 좀 더 이질감이 덜했으며, 상당수의 주요 에피소드를 생략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였다. 다만, 포의 재등장과 카미유와의 비극적인 이별, 샤아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연설장면, 로자미아 바담의 이야기, 제리드의 최후 등, 상당히 임팩트가 강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삭제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김빠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3부의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하만 칸이 지배하는 느낌이 강하다. TV 시리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그녀지만 극장판에서는 더더욱 그 포스가 강렬해진 듯.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가장 잘 이식된 캐릭터 중 한명이 아닌가 싶다. TV 시리즈에서 강렬한 포스를 자랑하던 시로코는 그 모습이 오히려 쇠퇴된 느낌. 특히 새로운 해석을 통해 그려진 라스트 엔딩에서, 시로코는 Z 건담의 일격에 쓰러지면서 카미유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원작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시로코와 함께 샤아의 활약도 더더욱 두드러지지 못했다. 지구권에서의 연설장면도 삭제되었고, 초반부 액시즈와의 조우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체 마지막에는 하만 칸에게 고전을 거듭하다가 패퇴하는데, 백식의 잔해를 비춰주며 마무리했던 충격의 TV 시리즈와 달리 이번 극장판에서는 라스트 엔딩을 장식하지 못한다. 다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점은 TV 시리즈와 동일하다.

3부의 흥행수익은 2부보다 적은 4.9억엔에 그쳤다. 극장수익 자체로는 기대 이하였으나 신해석판 3부작의 개봉과 발맞춰 등장한 반다이의 신버전 프라모델은 높은 퀄리티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DVD 등 부가판권의 수입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TV 시리즈 역시 새롭게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말의 수정으로 인해 후속작인 ZZ 건담의 설정이 부정되었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ZZ 건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3부작은 기대에 부응하는 면모와 그 이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었다. 애초에 TV 시리즈의 종료 후 별도의 총집편 극장판으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다면 좋았으련만, 너무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등장함으로써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는 안노 감독이 에반게리온을 새롭게 재해석한 극장판을 내놓는 모습과 비교되어 더더욱 씁쓸한데, 에바는 26화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4부작으로 구성되어 내용 전개상 여유가 있으며, 전체가 신작화로 그려지면서 새로이 묘사될 이야기를 스크린에 완벽하게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만약 Z 건담도 그러했다면 비록 팬들이 납득치 못할 결말을 그렸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지는 않았을까 싶다.


<참고 사이트>

[1] 機動戦士Ζガンダム, Wikipedia Japan
[2] 기동전사 Z 건담, 엔하위키 미러
[3] Mobile Suit Zeta Gundam (TV), ANN
[4] Mobile Suit Zeta Gundam: A New Translation (movies), ANN
[5] 다시 흘린 시대의 눈물.. Z 건담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OTSU · SUNRISE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썬더 캣츠 시즌 1~4 (1985), ThunderCats 



<정보>

◈ 원작: Rankin/Bass 프로덕션, 테드 울프(Ted Wolf)
◈ 감독: 아써 랜킨 쥬니어(Arthur Rankin Jr.), 쥴스 배스(Jules Bass), 아키야마 카츠히토(秋山勝仁)
◈ 각본: 레오나드 스타(Leonard Starr), 스테픈 페리(Stephen Perry), 윌리엄 오버가드(William Overgard)
◈ 애니메이터: 다니구치 모리야스(谷口守泰)
◈ 음악: 버나드 호퍼(Bernard Hoffer)
◈ 제작총지휘: 아써 랜킨 쥬니어, 쥴스 배스
◈ 제작사: Rankin/Bass 프로덕션, Pacific Animation Corporation
◈ 저작권: ⓒ Warner Bros
◈ 일자: 1985.01.23 (선행방송) / 1985.11.11~ 1989.?.? 
◈ 장르: SF,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 (130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머나먼 외계의 행성 썬더라가 멸망을 맞이할 즈음 마지막 생존자들이 우주선을 타고 썬더라를 탈출한다. 그러나 썬더라의 적인 풀룬 다르(Plun Darr)의 뮤턴트들이 썬더라의 생존자들을 공격하고, 대부분의 우주선들이 뮤턴트들에게 격추되지만 하나만은 썬더라의 눈이 가진 힘에 의해 뮤턴트들의 추격을 뿌리치게 된다. 썬더라의 눈은 전설의 검 오멘의 검의 칼자루에 있는 것으로, 썬더라의 힘의 원천이라 전해지고 있다. 뮤턴트들의 추격은 뿌리쳤지만 우주선은 큰 데미지를 입은체 원래의 목적지에서 벗어나 제3의 지구(Third Earth; 미래의 지구)라는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추락한 우주선에는 노전사 쟈가가 이끄는 썬더라의 이성인 썬더캣들이 타고 있었다. 라이온 오(Lion-O)와 타이그라, 치타라, 팬드로와 같은 젊은 썬더캣들은 이 행성에 거점을 만들고 적응하려 하지만 뮤턴트의 소서러인 멈라(Mumm-Ra)가 뮤턴트들을 이끌고 썬더라의 눈을 찾기에 혈안이 되면서, 썬더캣과 뮤턴트들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려 하는데... ([1] 참조)

'썬더 캣츠, 호~!'


<소개>

토빈 테드 울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랜킨/배스 프로덕션이 제작한 미일 합작 TV 애니메이션. 랜킨/배스 프로덕션은 이미 '반지의 제왕(1978)'이나 '라스트 유니콘(1983)'과 같은 유수의 작품을 일본 애니메이터들과의 합작으로 제작해온 전례가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러한 랜킨/배스 프로덕션의 작품 중에서도 이례적인 스타일의 작품으로, 미국식 판타지 히어로물에 아니메식 재해석이 더해진 독특한 형태의 작품으로 태어나게 된다. 다만 참여한 일본 애니메이터나 제작사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레어한 정보가 되어 쉽게 알아낼 수가 없다.

다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연출에는 '갈포스' 시리즈나 '버블검 크라이시스' 시리즈 등으로 일본 OVA계에서 미소녀 액션물로 한 획을 그은 아키야마 카즈히토가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일본 위키피디아를 살펴보면 아키야마 카즈히토의 필모그라피에는 썬더캣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푸른 유성 SPT 레이즈너(1985)'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베테랑 작화감독 다니구치 모리야스의 필모그라피에 썬더캣에 대해 짤막한 언급이 있을 뿐이다. 정확하게 참여한 애니메이터들이나 제작사의 면면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오프닝의 역동적인 컷 구성은 분명 미국의 TV 만화영화가 아닌, 카나다 요시노리의 작풍에 영향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터들의 것이 확실해 보이며, 캐릭터 디자인 역시 아니메적인 뉘앙스가 여기저기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 Warner Bros

주인공 라이온 오에 그와 함께 싸우는 타이그라, 치타라, 팬드로, 윌리킷이나 윌리캣 등은 왠지 일본 아니메의 전대물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다. 이것은 애초에 그것을 의도했다기보다는 일본 애니메이터들의 참여로 인해 그러한 영향이 은연 중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검과 채찍, 봉과 돈파 등 각기 특색있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 모습은 검을 주무기로 여타 다른 판타지 히어로물과는 다른 색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전대물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구성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DC의 져스티스 리그나 마블의 어벤져스와도 유사한 모양새이다. 몇 년전부터 방영을 큰 인기를 끌어오던 '히맨과 우주의 지배자(1985)'나 비슷한 시기에 방영을 시작한 '쉬라, 힘의 공주(1985)'와도 유사한 스타일이지만, 만화영화적 완성도 면에서는 본작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시리즈는 시즌 4의 130화로 큰 성공을 거둔다. 다만 배급사는 잦은 교체가 이루어지는데, 먼저 시즌1에서 배급을 맡았던 랜킨/배스 프로덕션의 모회사 Telepictures사는 시즌2에서 Lorimar 프로덕션에 흡수되었고, 시즌 3에 이르르면 Lorimar 프로덕션 역시 워너 브러더스에 합병되면서 결과적으로 썬더캣의 라이센스는 워너 브러더스 측으로 돌아가게 된다. TV 시리즈의 방영과 함께 코믹스로의 발간도 같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1985년부터 1988년에는 마블 코믹스에서 관련 코믹스가 출간되었으나 워너 브러더스에게 합병된 이후로는 워너 산하 DC 코믹스의 작품으로 2003년부터 옷을 갈아입게 된다.

한국에서는 1988년 KBS를 통해 방영되면서 역시 비슷한 시기에 전파를 탄 쉬라나 히맨과 함께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썬더 캣츠 (2011)


ⓒ Warner Bros


<정보>

◈ 원작/캐릭터 원안: 테드 울프
◈ 각본: 토드 케이시(Todd Casey)
◈ 애니메이션 감독: 죠아킴 도스 산토스(Joaquim Dos Santos)
◈ 미술감독
: 단 노튼(Dan Norton)
◈ 음악: Kevin Kliesch
◈ 제작총지휘/프로듀서
: 샘 레지스터(Sam Register) / 에단 스폴딩(Ethan Spaulding), 마이클 제레닉(Michael Jelenic)
◈ 제작사: 스튜디오 4℃,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 Animation), 카툰 네트워크(방영)
◈ 저작권: ⓒ Warner Bros
◈ 일자: 2011.??.??
◈ 장르: SF, 모험, 액션, 판타지
◈ 구분/등급: TVA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소개>

워너 브러더스가 앞장서서 리부트시킨 썬더 캣츠의 새로운 시리즈. 원작 시리즈가 종결된지 무려 22년만의 리메이크이다. 이번에도 역시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이 되었는데, 일본 측 제작사가 무려 스튜디오4℃라는 것도 놀라운 점. 스튜디오 4℃는 '메모리즈(1995)'와 같은 작품으로 북미에서도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으며, 근래에는 '애니 매트릭스(2003)'이나 '배트맨: 고담 나이트(2008)' 등에서 일부 에피소드 제작을 맡는 등 북미 애니메이션에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보다 더더욱 아니메스러워진 디자인이 어느 정도 미국식 스토리와 궁합이 맞을지가 관건이라 하겠다.


<참고 사이트>

[1] Thunder Cats, Wikipedia
[2] List of ThunderCats episodes, Wikipedia
[3] ThunderCats (2011 TV series), Wikipedia
[4] Thundercats (U.S. TV), ANN
[5] Thundercats Lair
[6] Thundercats Page, Rankin/Bass Productio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rner Bros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 小学館 · KITTY FILM


<스탭>

◈ 원작: 하기오 모토
◈ 감독: 데자키 사토시, 토미나가 츠네오
◈ 제작: 키티 필름


<시놉시스> 

워프로 인해 먼 은하계까지 진출하게 된 인류는 수세기 사이에 수많은 혹성국가를 형성하며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다. 사바계나 세글계와 같은 여러 이성인들과 조우하며 전쟁과 화해를 반복하던 은하계는 성간연맹의 형성과 함께 공존의 시대로 넘어갔으며, 우주시대를 짊어질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성간연맹이 창설한 코스모 아카데미도 어느덧 120년의 역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코스모 아카데미는 우주학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 그야말로 우주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코스모 아카데미의 졸업생은 우주의 엘리트로 그 어떤 은하계에서든 그 지위를 보장받게 된다. 3년마다 거행되는 코스모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는 전우주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지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테라계 시베리스 출신의 타다토스 렌(이하 타다)도 그들 중 하나.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통과한 타다는 이제 마지막 3차 시험만을 남겨놓고 있다 3차 시험은 10명씩 조를 이뤄 아카데미에서 지정한 우주선에서 치루어진다. 타다와 나머지 9명은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지정된 우주선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체 버려진 듯한 이 우주선의 이름은 에스페란자 호. 에스페란자호에 도착한 아카데미 응시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분명 10명이 이 우주선에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도착하고보니 11명의 인원이 있는 것이다. 모두 자신들이 정당한 응시자들이라 주장하는 상황. 과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누구란 말인가. 3차 시험은 이 에스페란자호에서 53일간 생활하는 것이며,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선내의 붉은색 박스의 스크램블 버튼을 누르는 것 외에는 외부와의 통신은 일절 불가능하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참여자 전원이 시험에서 탈락하게 된다. 타다 일행들은 53일 동안의 긴 시험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초대받지 못한 손님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순정만화의 새지평을 연 거장 하기오 모토의 SF 미스테리 스릴러

'구로(1977)'로 순정소녀만화에 SF라는 소재를 접목시켰던 거장 타케미야 케이코와 함께 로맨스에 국한되어 있던 순정만화의 장르를 확대시킨 거장 하기오 모토의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11인이 있다'는 시놉시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정만화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긴장감 넘치는 서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범은하계로 삶의 영역을 확장한 인류, 그리고 이러한 은하계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명문 학교. 천문학적인 경쟁률을 뚫고 이곳에 입학하기 위해 모인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한 오래된 우주선 속에서 53일간의 생존 테스트를 받는 마지막 시험에 참여하고, 놀랍게도 이 폐쇄된 공간에 초대받지 않은 한명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동시에 타이틀이 등장하는 서두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심어줍니다. 그동안의 순정만화가 이쁘고 화사한 남녀들이 등장하여 청춘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다면 이 작품은 순정만화의 전형적인 패턴을 넘어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이 발간된지 무려 40년이 지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수많은 순정만화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1인이 있다는 그 소재의 신선함과 구성에 있어서 결코 최근의 인기 순정만화에 뒤지지 않습니다. 순정만화의 범주로 한정하기에는 작품의 그릇이 커보이기까지 하는데요. 하기오 모토를 가리켜 '소녀만화의 신'이라 가리키는 것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걸작은 스크린으로 옮겨져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감독인 데자키 사토시는 아니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인 데자키 오사무의 형으로, '거인의 별(1968)'이나 '어택 No.1(1969)', '캡틴(1980)'과 같은 스포츠 계열 작품에서 연출이나 각본을 맡아왔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는 후배인 토미나가 츠네오와 함께 공동으로 11인이 있다를 감독하게 됩니다. 비록 데자키 오사무와 같은 현란하고 실험적인 영상기법은 없습니다만, 11인이 있다는 원작의 매력을 스크린에 잘 옮겨놓은 수작입니다. 구성도 깔끔하며, 흡입력도 좋습니다. 거기에 동생 데자키 오사무의 작화 파트너인 스기노 아키오 작화감독이 참여한 작화라인은 하기오 모토의 스타일을 아니메에 성공적으로 이식하게 됩니다.

특히, 본 작품의 히로인(이랄까요. 왜 단정짓지 않는지는 스포일러임으로 본 리뷰에서는 밝히지 않겠습니다.)으로 등장하는 프롤베리체리 프롤은 보이시한 매력과 풍성한 금발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상큼한 미모로 이 어두운 작품에 한줄기 천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지요. 스기노의 캐릭터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화사함과 그로테스크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매력이 있는데요. 이러한 독특한 작풍은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좋은 상성을 보여주는 듯 싶습니다.   

순조롭게 우주선으로 항해하던 10명에서 갑자기 11명으로 늘어나는 장면. 하지만 이부분은 신경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된다. ⓒ 萩尾望都 · 小学館 · KITTY FILM



수수께끼의 한명, 우주선에 감추어진 미스테리, 각자의 숨겨진 사연들

관력이라는 특출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 타다, 그런 그의 직관력으로도 나머지 10명은 전혀 거짓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로 인해 스스로가 의심을 받게 되는 상황, 여기에 왠지 가면 갈수록 상황은 타다에게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거기에다가 직관력이라 하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처음 방문한 이 에스페란자 호의 이곳저곳을 소상하게 알고 있는 타다. 다른 수험생들의 의심 속에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고장난 우주선은 궤도를 이탈하여 태양으로 접근합니다. 여기에 이 우주선이 과거 치료가 불가능한 전염병이 발병했던 곳임을 타다의 기억을 통해 알게 되는 멤버들, 선내의 온도가 40도가 넘어가면 전염병의 병균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상황, 과연 이들은 시험을 포기하고 붉은색 박스의 버튼을 눌러 아카데미로부터 구조를 요청해야만 하는걸까요. 어떻게 해서든 이 난관을 극복하고, 불청객을 찾아내서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난관이 속속 그들 앞에 등장하는 급박한 상황, 뭔가 머리속을 맴도는 타다의 이상한 기시감, 하나 둘씩 뭔가를 숨기고 있는 멤버들, 그리고 점점 의심의 눈초리는 타다로 향하고... 이 모든 것들은 서스펜스와 미스테리로서 작품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최고조로 이끌어 줍니다. 별다른 엔터테인먼트적인 장치나 연출이 없이, 화려한 영상 기법이 동원되지 않고서도 11인이 있다는 순전히 이야기의 힘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흡입력을 보여줍니다. 순정만화에 SF와 미스테리를 접목시켰다는 새로운 시도도 시도지만, 하기오 모토의 이 작품은 실로 스토리에 충실한, 기본기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높은 완성도의 기본기로 인해 별다른 장치 없이도 작품은 흥미롭고 인상적입니다.

러닝타임이 다 끝나고 난 뒤에 '야, 좋은데?'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이것이 흠이면 흠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은 이야기 진행 내내 등장인물들과 관객을 조여오는 서스펜스와 미스테리에 대한 해답이 결말부분에 너무도 말끔히 정리됩니다. 여운 없이 작품의 마무리는 정말 깔끔한데요. 엔딩 크레딧과 함께 보여지는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는 그래서 그 깔끔함 속에 약간의 여운을 남겨준다 하겠습니다.

과연 이 다양한 인물들 중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은 누구일까. ⓒ 萩尾望都 · 小学館 · KITTY FILM



이야기의 힘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

록 결말이 앞선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밝고 순정만화스러워서 조금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그로 인해 엔딩곡인 '나의 오네스티'의 감미로운 멜로디와는 오히려 잘 매칭되는 느낌입니다. 너무 깔끔하긴 하지만 이야기 전체의 흐름이 흐트러지지는 않는다고 할까요. 어두운 서스펜스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각자의 꿈을 가진 건전한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 속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이들 11명은 불청객의 등장과 각종 돌발상황으로 날카로워진 상황에서도 식당에서 서로에게 음식과 소스를 던지고 뿌려대며 즐거운(?) 난동을 부리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보면서 음울한 결론과 밝은 결론의 두 가지를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결국 이야기는 제가 예상했던 두번째로 흘러가게 되어 예측이 맞은 즐거움도 함께 했던 감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만화영화치고는 꽤 잘짜여진 이야기 구조와 드라마로 인해 근래에 본 작품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라 할 수 있겠군요. 이야기의 힘, 11인이 있다는 그 기본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히로인(?)이 될지도 모르는 프롤의 눈부신 미소. ⓒ 萩尾望都 · 小学館 · KITTY FILM



<참고 사이트>

[1] 11人いる!, Wikipedia Japan
[2] 11인이 있다!(11人いる!)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萩尾望都 · 小学館 · KITTY FILM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세기말 구세주전설 북두의 권 (1984), 世紀末救世主伝説 北斗の拳 / Fist of the North Star


ⓒ 武論尊 · 原哲夫 / NSP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부론손 - 글, 하라 테츠오 - 그림
◈ 총감독: 아시다 토요오
◈ 각본: 우에하라 쇼조, 토다 히로시, 오하시 유키요시 外
◈ 연출: 우메자와 아츠토시, 이시다 마사히사 外
◈ 캐릭터 디자인: 스다 마사미
◈ 작화감독: 스다 마사미, 사이토 히로노부 外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1기, 사카모토 노부토 - 2기
◈ 음악/노래: 아오키 노조무 / 크리스탈 킹, 코도모 밴드, TOM★CAT
◈ 기획/제작: 타카미 요시오, 岡正, 中屋喜伸 / 스가와라 요시로
◈ 제작사: 도에이 동화, 후지 TV
◈ 저작권: ⓒ 武論尊 · 原哲夫 / NSP · TOEI Animation
◈ 일자: 1984.10.11 ~ 1988.02.18
◈ 장르: 무협, 액션
◈ 구분/등급: TVA (1기-109화, 2기-43화)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R)


<시놉시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199x년의 지구. 문명은 파괴되고 자연은 훼손되었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멸망의 위기에 직면하였지만, 인류는 가까스로 살아남게 된다. 황량해진 대지에는 물과 음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며, 이에 얼마남지 않은 자원을 둘러싸고 약육강식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혼돈과 약탈, 세계는 폭력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설의 암살권 북두신권의 계승자 켄시로는 암살권의 계승자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정이 많은 남자로 연인 유리아를 친구이자 라이벌인 남두성권의 고수 신에게 빼앗기고 치명상을 입고 만다. 실력으로서는 앞서는 켄시로였으나 친구라는 사실에 차마 살수를 쓰지 못한 것. 신은 켄시로의 가슴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며 유리아에게 사랑을 강요한다. 켄시로를 살리기 위해 유리아는 신에게 사랑을 맹세하고, 신에 의해 가슴에 일곱개의 치명상을 입은 켄시로는 황야에 버려지고 만다. 그로부터 수년 뒤,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복수를 위해 북두신권의 전승자가 사지에서 돌아오는데...


<소개>

슈에이샤의 만화주간지 '주간소년점프'에서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연재되면서, 주간소년점프의 신화를 열게 한 기념비적인 작품. 당시 신예였던 하라 테츠오와 부론손이 주간소년점프의 호리에 노부히코의 아이디어에 의해 그리게 된 이 만화는, 당시 인기코드였던 러브 코메디와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마초적이고 하드고어스러운 표현이 가득한 남성취향의 작품으로, 우려와는 달리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으며, 연재가 한참 진행 중이던 1984년말에는 라이벌 잡지인 '주간 소년 선데이'(당시 터치 시리즈의 아다치 미츠루나 시끌별 녀석들의 타카하시 루미코 등의 인기에 힘입어 83년도에 228만부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었다.)를 제치고 40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기록을 세우게 된다. 단행본으로 발간되어서도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게 되는데, 전세계적으로 1억부를 돌파한 코믹스는 북두의 권이 최초가 된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 볼'이 나오기 전까지 코믹스의 모든 기록을 새롭게 쓴 화제의 작품이었던 셈이다.

당시 슈에이샤와 함께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런칭했던 도에이 동화는, 빅히트를 기록하는 이 작품을 연재 중에 전격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84년 10월 마침내 이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지상최대의 암살권 북두신권의 전승자가 TV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찾아가게 된다.

인기 소년 코믹스라고는 하지만, 북두의 권은 급소를 공격하여 인체를 훼손시키거나 날카로운 공격으로 신체를 절단하는 등, 고어에 가까운 잔혹한 묘사가 난무하는 작품이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에 너그러운 일본이라 할지라도 공중파 TV로 이것을 여과없이 방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TV 시리즈의 총감독을 맡은 인물은 이례적으로 '요술공주 밍키 (1984)'의 캐릭터 디자이너 아시다 토요오였는데, 귀엽고 예쁘장한 캐릭터들을 주로 디자인했던 그는 이제까지 자신의 필모그라피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북두의 권을 연출을 맡으면서 잔혹한 장면을 실루엣으로 처리하고, 여기에 투과광 기법과 같은 효과로 단순함을 커버했으며, 원작에는 없었던 죽기전 단말마의 비명과 같은 음향효과를 애드립으로 넣게 하는 등, 독창적인 시도를 통해 성공적으로 TV 시리즈로 이식시키는 노련함을 보여주게 된다.

여러가지 표현의 순화를 거쳤지만 그래도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과도한 폭력성을 보여준 북두의 권은 목요일 19:00~19:30이라는 골든타임대에 방영되면서 최고시청률 23.4%, 평균 시청률 16.1%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다.([2] 참조) 남성적 취향의 줄거리에, 혐오스러운 캐릭터, 황량하고 메마른 세계관으로 점철된 작품이었지만, 이러한 절대악과 같은 세상에서 압도적인 무공으로 악당들을 단죄하는 켄시로와, 절대강자의 이미지로 가슴 깊이 인상을 새기는 권왕 라오우, 사랑과 우정을 위해 비극적인 희생을 받아들인 비운의 캐릭터 레이 등, 매력적인 인물들로 인해 단순하지만 강렬하고 깊은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주게 된 것이다.

멜 깁슨이 주연했던 영화 '매드맥스(1981)'의 영향을 받아 오토바이와 버기카 등이 주요 운송수단으로 사용되고, 스킨 헤드를 한 폭주족을 연상시키는 폭력집단이 약탈과 착취를 일삼는 등, 세계관은 디스토피아적이다. 각종 흉기로 무장한 괴한들을 상대로 신기의 권법을 펼치는 켄시로는 코스튬은 매드 맥스에 영향을 받았으나 전체적인 캐릭터는 이소룡의 영향을 받은 것이 한눈에도 확 느껴진다. (특히, '아다다다!'를 외치면서 북두백렬권을 상대의 몸에 난타하는 켄시로의 모습은 이소룡 그 자체) 여기에 일본의 배우 겸 가수인 마츠다 유사쿠(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의 모델이기도 한 인물)의 성격도 초창기에 모티브로 삼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외모에서는 이소룡과 실베스터 스탤론을 결합시킨 듯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던 원작 코믹스는 라오우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지으려 했으나, 이 정도의 인기작을 그대로 종료시켜줄리가 만무한 소년 점프 편집부의 압력으로 인해 연재가 계속된다. 이로 인해 TV 시리즈 역시 109화를 끝으로 1기 시리즈를 마무리 짖고 곧이어 2기를 진행하게 된다. 2기에서는 원두황권과 천제의 이야기, 그리고 수라국으로 넘어가 북두류권의 전승자들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추가로 더 연재가 되었던 라오우의 아들 류와의 여행 이야기는 만화영화화 되지 않았다.

북두의 권의 전세계적 인기는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북미에서는 실사영화로 제작되어 95년에 공개되었는데, 위키피디아 재팬에 따르면 실제 제작은 도에이와 토호쿠 신사가 공동으로 제작했다고 전해지며, 미국판 위키에 따르면 제작 스튜디오가 First Look Studio인 것으로 보아 미일 공동제작으로 보인다. 실제 유리아 역에는 일본인 배우인 와시아 이사코가 캐스팅 되기도. 이외에 B급 액션물 전문배우인 게리 다니엘스, 메이저 영화에서도 조연급으로 활약한 말콤 멕도웰이나 크리스 펜 등이 출연하고 있다. 한다미로 B급 비디오 물인 셈.

정식으로 판권을 사들인 북미 B급 액션물 외에 무판권 실사판도 존재하고 있다. 대원동화가 제작하고 왕룡 감독이 제작한 한국판 북두의 권이 바로 그것. 아동용 특촬물로 다운그레이드 된 한국판 북두의 권은 거의 괴작에 가까운 전개와 퍼포먼스로 보는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가기도. 이 비디오는 후일 일본의 모프로에서 공개되어 출연자들의 경악과 대폭소를 자아내기도 하는데, 어찌보면 참으로 씁쓸하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 하겠다. 일설에는 홍콩에서 만든 또다른 북두의 권 실사판이 존재한다고 하며, 엔하 위키에서 따르면 그 충격과 공포는 한국판 북두의 권을 능가한다고 전해진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무판권 실사영화들이 원작보다 더한 포스를 발한다고 해야할 듯.

☞ 괴작열전: 북두신권 - 양키센스로 탄생한 실사판 '북두의 권' by 페니웨이 (보러가기)
☞ 괴작열전: 북두의 권 - 한국 무협액션 영화의 결정체? by 페니웨이 (보러가기)


세기말 구세주전설 북두의 권 극장판 (1986)


ⓒ 武論尊 · 原哲夫 / NSP · TOEI Animation


<정보>

◈ 감독: 아시다 토요오
◈ 각본: 타카쿠 스스무
◈ 작화감독: 스다 마사미
◈ 미술감독: 타나카 모토유키
◈ 음악/노래: 핫토리 카츠히사 / 코도모 밴드
◈ 제작총지휘: 이마다 치아키
◈ 제작사: 도에이 동화
◈ 저작권: ⓒ 武論尊 · 原哲夫 / TOEI Animation
◈ 일자: 1986.03.08
◈ 장르: 무협, 액션
◈ 구분/등급: 극장판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TV 시리즈가 한참 연재중이던 86년에 공개된 극장용 북두의 권. TV 시리즈와는 다른 각도에서 원작을 해석한 스핀오프이다. 일부 에피소드의 창작은 있어도 원작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갔던 TV 시리즈와 달리 극장판 북두의 권은 스탭진의 독자적인 해석과 재배치에 의해 일부 인상적인 장면이 다른 곳에 사용되고, 캐릭터의 삭제 역시 눈에 띈다. 특히 켄시로의 둘째 사형으로 전체 이야기에 있어서 큰 역할을 담당하던 토키는 아예 배재되어 있다. 

전체 줄거리는 켄시로가 유리아를 신에게 빼앗기고, 라오우가 스승 류켄을 쓰러뜨리고 권왕으로 태어나는 초반부부터 켄시로가 라오우가 첫대결을 펼치는 원작의 1부 격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켄시로가 신에게 유리아를 뺏기는 에피소드를 초반부에 배치하는 등, 이야기의 진행순서는 극장판에 맞게 각색되어 있다. 특히, 이 극장판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원작에서 묘사된 타격에 의한 인체 훼손과 같은 고어적인 장면을 TV 시리즈와는 달리 적나라하게 표현한 점이라 하겠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잔혹하고 과격한 이 장면에 대해 일부 팬들이나 평단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쁘장한 캐릭터들을 그려오던 아시다 토요오의 연출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선정적이었던 것이다. 

사실, 아시다 토요오는 이보다 앞선 85년 키쿠치 히데유키의 공포소설을 원작으로 한 '뱀파이어 헌터 D(1985)'를 감독하는데, 이 작품을 보면 북두의 권에서 보여진 잔혹한 묘사와 유사한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아시다 토요오가 당시 북두의 권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뱀파이어 헌터 D에서는 지나가는 행인으로 켄시로가 잠시 등장하는 서비스를 보여주는데, 북두의 권 극장판에서도 지나가는 행인으로 D가 등장하기도 한다. 

잔인하고 과격적인 묘사로 인해 강렬한 충격을 선사했지만, 사랑하는 이를 빼앗기고 친구에게 배신당한 남자가 세상의 악을 물리치며 전진하는 이야기의 짜릿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겁고 중후한 몸짓, 과묵한 표정, 폭발적이고 살인적인 무공 등, 실로 북두의 권의 정체성을 움직이는 영상물로 기막히게 재현해낸 것. 특히, 코도모 밴드의 'Heart of Madness'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라오우와 마지막 일전을 벌이는 남두수조권의 레이의 모습과, 라오우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켄시로의 모습이 번갈아 펼쳐지는 씬은 명장면 중 하나(개인적으로 손가락안에 꼽는 명장면)이며, 라스트에 펼쳐지는 라오우와 켄시로의 일대 결전은 원작 만화의 그것에 비해 보다 더 파괴적이고 큰 스케일의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겉멋만으로는 세계최강인 셈.

개봉 당시의 극장판과 이후 영상 소프트화 되는 극장판에는 일부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잔혹한 씬들이 모두 어두운 톤으로 처리되거나 안개효과 등을 가미하여 표현을 순화시킨 것이 그것. 또한 최초 극장판의 경우, 라오우와 켄시로의 라스트 대결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켄시로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라오우가 켄시로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직전에 링이 이를 제지하는 반면, 개정된 극장판에서는 켄시로가 정신을 잃지 않고 라오우와 같이 마지막 일격을 주고 받으려는 순간 링이 이를 제지하는 씬으로 교체된다. 실제 원작에서는 켄시로가 이 대결에서 정신을 잃고 먼저 쓰러지지는 않는다.

과장된 신체비율로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기도 했으나 이것이 여성캐릭터에게까지 이전되면서 시리즈 최고의 청순가련 미녀인 유리아가 그만 덩치 좋은 보디빌더와 같은 체형으로 등장하여 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그녀의 나체씬에서 많은 오덕들이 떡 벌어진 그녀의 어깨에 그만 할말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믿거나 말거나.


신 북두의 권 (2003)


ⓒ 武論尊 · 原哲夫 / 新・北斗の拳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 와타나베 타카시
◈ 각본: 호리에 노부히코, 토다 히로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소토자키 하루오
◈ 메카닉 디자인/메카 작화감독: 카와하라 토미히로
◈ 미술감독: 히가시 쥰이치-1화, 쿠와바라 사토루-2,3화
◈ 키 애니메이터: 안도 마사히로, 하야마 쥰이치, 키노시타 유키 다니구치 모리야스
◈ 음악/노래: 타카나시 야스하루 / Gackt 
◈ 프로듀서: 福田佳与
◈ 제작사: ACGT, 新・北斗の拳製作委員会
◈ 저작권: ⓒ 武論尊 · 原哲夫 / 新・北斗の拳製作委員会
◈ 일자: 2003.07.24 ~ 2004.05.28
◈ 장르: 액션, 무협, 판타지
◈ 구분/등급: OVA (총 3화)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무려 15년만에 다시 등장한 북두의 권의 영상물(물론, 실사판 괴작영화들은 제외하고). 부론손과 하라 테츠오가 96년에 연재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OVA로서 원작의 이야기 이후 홀로 여행을 떠나는 켄시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CG 기술을 활용하여 각종 메카닉에 CG 효과를 도입하는 시도를 보였으나 개인적으로는 CG는 사족에 가깝다 하겠다. 다만, 깔끔한 신작화로 등장한 새로운 캐릭터들은 원 시리즈와는 다른 현대적 매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비현실적인 원작의 캐릭터 비율(엄청나게 발달된 상체와 가늘고 긴 하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체형)에 비해 현실적인 비율로 캐릭터를 그린 것은 좋았으나, 마치 레슬러나 보디빌더를 연상시키는 거구의 켄시로가 마냥 맘에 들지는 않는 느낌이다. 권법가라기 보다는 그냥 몸짱스러운 느낌이다.

이미 세계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로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켄시로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다보니 이야기는 맥빠지고 싱거운 느낌이다. 여기에 작위적일 정도로 비극적이거나 감상적인 씬을 등장시켜 이야기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이는 원작에서도 계속적으로 있어왔던 문제(특히, 라오우의 죽음 이후 등장하는 후반부 에피소드들은 과도한 감정씬의 남용으로 이야기의 몰입을 심하게 방해했다는 생각이다)로, 새로운 시리즈에서도 여전히 고질적인 병폐로 작용하고 있다. 새시대에 걸맞는 감성의 이야기를 쓰기에 부론손의 스타일은 이제 너무 고루한 느낌도 든다.


창천의 권 (2006)


ⓒ 武論尊 · 原哲夫 / 蒼天製作委員会


<정보>

◈ 감독: 야마구치 미히로
◈ 시리즈 구성/각본: 이마가와 야스히로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츠바타 요시아키
◈ 미술감독: 쿠와바라 사토루
◈ 음악/노래: 마르코 드 암브로시오, 코지마 히사나오, 토쿠나가 아히키토 / 아이우치 리나-오프닝, doa-엔딩
◈ 프로듀서: 호리에 노부히코
◈ 제작사: 창천 스튜디오, 창천 제작위원회, TV 아사히
◈ 저작권: ⓒ 武論尊 · 原哲夫 / 蒼天製作委員会
◈ 일자: 2006.10.04 ~ 2007.03.14
◈ 장르: 무협, 액션
◈ 구분/등급: TVA (26화)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부론손이 감수를 맡고 하라 테츠오가 독자적으로 창안해낸 북두의 권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이야기. 프리퀄이라 하지만 30~40년전의 이야기로, 실제 북두의 권 시리즈와 크게 연결이 되지는 않는다. 북두신권 62대 전승자인 카스미 켄시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켄시로는 64대 전승자이다. 

생김새는 켄시로와 동일하지만 과묵한 켄시로와는 달리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카스미 켄시로가 중국의 암흑가와 일전을 벌이는 화끈한 액션물이다. 북두신권이 세 유파인 유가권과 조가권 손가권 등이 등장하는 등, 북두신권의 이전 역사를 새롭게 조명했으며, 전반적으로 원작의 디스토피아적인 판타지 무협과는 다른, 느와르 액션물의 형세를 취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 은밀히 활약하는 카스미 켄시로의 모습에서 히어로적인 모습도 느껴진다 하겠다. 다만, 여전히 고리타분 감상주의로 인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부분은 북두의 권 시리즈와 크리에이터의 한계라 할 수 있을 듯.


진 구세주전설 북두의 권 (2006~2008)


ⓒ 1983 武論尊 · 原哲夫 / NSP, ⓒ 2006 2007 2008 NSP


<정보>

1부 라오우전, 순애의 장
    감독: 이마무라 타카히로 / 캐릭터 디자인: 아라키 신고, 카가와 히사시, 사토 치하루 / 미술감독: 사카모토 노부토
2부 유리아전
    감독: 우에다 히데히토 / 캐릭터 디자인: 이시가와 테츠야 / 미술감독: 사카모토 노부토
3부 라오우 전 격투의 장
    감독: 히라노 토시타카 / 캐릭터 디자인: 사토 마사키 / 미술감독: 요시하라 슌이치로
4부 토키전
    감독: 시즈노 코유분 / 캐릭터 디자인: 하야마 쥰이치 / 미술감독: 쿠와바라 사토루
5부 켄시로전
    감독: 히라노 토시타카 / 캐릭터 디자인: 사토 마사키 / 미술감독: 요시하라 슌이치로
◈ 각본: 호리에 노부히코, 마나베 카즈히코 外
◈ 음악/노래: 카지우라 유키 / 카미키 아야, 크리스탈 킹, B'z, FictionJunction KAORI, GARNET CROW
◈ 제작총지휘: 호리에 노부히코
◈ 제작사: 톰스 엔터테인먼트, 노쓰 스타 픽쳐스 (North Start Pictures; NSP)
◈ 저작권: ⓒ 1983 武論尊 · 原哲夫 / NSP, ⓒ 2006 2007 2008 NSP
◈ 일자: 2006.03.11 ~ 2008.10.04
◈ 장르: 액션, 무협,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총 5부작) / 미성년자 관람불가 (NC-17)


<소개>

새롭게 리부트된 북두의 권 극장판은 5부작이라는 장대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북두의 권 이야기 중 가장 밀도 있고 드라마틱한 구성을 보여준 초반부부터 라오우의 죽음까지의 이야기 중에서 남두봉황권의 전승자 성제 사우저와의 대결을 다룬 1부, 원작의 중간에 회상장면으로 등장했던 유리아와 켄시로, 라오우 등의 최초 만남을 다룬 2부, 남두오차성의 등장과 켄시로와 라오우의 마지막 대결을 이야기하는 3부, 토키의 최후를 다룬 4부, 신에게 유리아를 빼앗긴 켄시로가 링과 바토를 만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 순서는 엉클어져 있으며, 5부의 경우는 원작에서 다루지 않은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에도 라오우를 사모하는 여인 레이나나, 토키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사라 등 오리지널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메마른 남자들의 이야기에 멜로라인을 더해주고 있다.

신 북두의 권 이후로 다시 북두의 권의 오늘을 만든 인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호리에 노부히코가 각본에 참여하고 있으며, 제작총지휘까지 맡는 등,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작화나 이야기 등에서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낸 작품이라 평할 수 있으나, 원체 과도한 감상주의와 작위적인 설정이 난무하는 북두의 권의 성격상,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가 애매하다.


북두의 권 라오우 외전, 하늘의 패왕 (2008)


ⓒ 2006 長田悠幸 · 武論尊 · 原哲夫 / ⓒ 2008 天の覇王製作委員会


<정보>

◈ 원안/원작: 브론슨, 하라 테츠오 / 오사다 유오코우
◈ 감독: 아베 마사시
◈ 시리즈 구성/각본: 오노기 히로시
◈ 캐릭터 디자인: 마라푸지 히로타카
◈ 총작화감독: 코시이시 아카츠키
◈ 작화감독: 박대열, 서정덕, 우사다 요시오 外
◈ 미술감독: 이서구
◈ 음악: KAZIN, elsa / jealkb, mina☆muse
◈ 제작총지휘: 호리에 노부히코
◈ 제작사: 사테라이트, 하늘의 패왕 제작위원회
◈ 저작권: ⓒ 2006 長田悠幸 · 武論尊 · 原哲夫 / ⓒ 2008 天の覇王製作委員会
◈ 일자: 2008.10 ~ 2008.12
◈ 장르: 무협, 액션
◈ 구분/등급: TVA (13화)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R)


<소개>

북두의 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사다 유오코우가 독자적으로 진행시킨 스핀오프. 제목 그대로 켄시로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아닌 라오우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이다. 라오우가 북두신권 전승자로서의 길을 버리고 패업에 나서는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원작과 동일한 시간대를 다루고 있으나 원작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은, 권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라오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8년의 극장판 제1부 순애의 장에서 등장했던 소우가와 레이나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이어서 출현하고 있으며, 작화 스타일도 기존과는 차이가 매우 커서 원작의 팬들에게는 아무래도 괴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라 하겠다. 작화 퀄리티도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스핀오프로서 이야기 전개는 오히려 원작인 만화보다도 더 밀도가 있다는 소리가 있다. (엔하위키 참조)


<참고 사이트>

[1]  北斗の拳, Wikipedia Japan
[2]  世紀末救世主伝説 北斗の拳, Wikipedia Japan
[3]  世紀末救世主伝説 北斗の拳 (映画), Wikipedia Japan
[4]  小説・北斗の拳-呪縛の街-, Wikipedia Japan
[5]  真救世主伝説 北斗の拳, Wikipedia Japan
[6]  蒼天の拳, Wikipedia Japan
[7]  天の覇王 北斗の拳ラオウ外伝, Wikipedia Japan
[8]  Fist of the North Star (TV), ANN
[9]  북두의 권, 엔하위키 미러
[10] 진구세주전설 북두의 권, 베스트 아니메
[11] 북두의 권(北斗の拳) 1986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기갑계 가리안 (1984), 機甲界 ガリアン / Panzer World Galient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스즈키 요시타케, 요시카와 소지
◈ 콘티/연출: 야타베 카즈요시, 아미 토모부키, 카세 미츠코 外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 이즈부치 유타카
◈ 미술감독: 미야마에 미츠하루
◈ 음악/노래: 후유키 토오루 / EUROX
◈ 프로듀서: 하세가와 토오루, 하츠카와 노리오
◈ 제작사: 선라이즈, 니혼 TV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4.10.05 ~ 1985.03.29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TVA (25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크레센트 대은하에 위치한 이라스탄트 태양계의 다섯번째 혹성 아스트.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스트의 보더왕국에서 왕자 죠르디가 태어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갑병이라 불리는 철의 거인을 앞세운 정복왕 마달이 이끄는 마달군이 보더 왕국을 급습한 것이다. 거대한 기갑병 앞에 보더왕국은 힘도 써보지 못한체 멸망하고, 왕은 죽고 왕비는 마달군에 사로잡히고 만다. 갓난아기인 죠르디만이 충신 아즈베스에 의해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후일을 도모하게 된다.

12년의 세월이 흘러 왕자 죠르디가 아닌 아즈베스의 손자 조조로 자란 죠르디는, 아즈베스와 함께 전설의 철거인 가리안을 찾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이 현재 몸을 두고 있는 곳은 마달군에게 반기를 세력들이 모인 하얀 계곡. 이곳에 가리안이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아즈베스는 계곡사람들과 발굴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조조는 하얀계곡 족장의 딸 츄루루의 이야기를 따라 그녀가 이야기한 동굴로 가리안을 찾아 나서게 된다. 때마침 하얀계곡을 급습한 마달군에 의해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조조는 동굴 속에서 가리안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오랜 세월동안 잠자고 있던 철거인이 망국의 왕자 조조에 의해 부활하려 하는데...


<소개>

'태양의 송곳니 더그람(1981)', '장갑기병 보톰즈(1983)'에 이은 타카하시 료스케의 세번째 로봇물. 또한 '성전사 단바인(1983)'과 '중전기 엘가임(1984)'에 이어 SF와 판타지를 세번째 로봇물이기도 하다. 오라력과 곤충형 병기라는 독특한 컨셉을 보여주었던 단바인이나 스타워즈에 가까운 스페이스 판타지를 선보인 엘가임에 비해 가리안은 정통 중세 판타지에 보다 더 가까운 중후한 느낌의 로봇 판타지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더그람과 보톰즈를 거치면서 선보인 타카하시 작품 특유의 중후함과 시리어스함이 판타지 물에 이식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당시 선라이즈는 자사의 역량을 집결한 '기동전사 제타건담(1985)'을 제2스튜디오에서 이미 제작 중이었다. 제타 건담은 새로운 모빌슈트의 디자인을 위해 신예 나가노 마모루를 필두 수많은 메카닉 디자이너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거의 메인 디자이너라 할 수 있었던 나가노 마모루의 디자인이 스폰서인 반다이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도중에 나가노가 강판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긴급히 투입된다.

더그람과 보톰즈 등 자신의 작품에서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오던 오카와라 쿠니오가 제타 건담에 투입되면서 가리안은 메카닉 디자인에 난항을 겪게 된다. 결국 오카와라 쿠니오에게 사정을 하여 주역 메카인 가리안의 디자인만을 받아내고, 나머지 서브메카닉은 단바인에서 미야타케 카즈타카의 뒤를 보조했던 신예 이즈부치 유타카가 맡게 된다. 이즈부치가 디자인한 인마병, 기갑병, 비갑병들은 실로 중세기사의 갑옷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럽고 육중한 철거인으로 태어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주역메카인 가리안과 나머지 기갑병은 스타일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중세시대를 연상시키는 지구와는 다른 세계에서 철의 거인을 타고 정복군과 싸우는 망국의 왕자 죠르디의 이야기는 보기에는 중세로망문학을 연상시키지만, 그 이면에는 고도의 문명 세계에서 작품의 배경인 혹성 아스트로 쫓겨난 마달이 자신이 가진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기갑병과 각종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아스트를 정복하고 힘을 키워 다시 자신의 세계로 복수를 한다는 SF적 설정이 깔려있다. 이로 인해 작품의 초중반부에는 아스트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가 테마가 되고, 뒤로 가면 마달의 고향행성 렘프레이트로 이야기의 무대가 옮겨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의 부진이었다. 스폰서를 맡은 타카라의 프라모델과 완구사업이 기대이상의 부진에 허덕이자 타카라가 곧바로 시리즈의 조기종영을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1년 정도의 분량으로 예정되어 있던 가리안의 이야기는 25화를 끝으로 종료되었으며 그 결과 뒤의 5부에서는 이전까지와는 달리 이야기의 전개속도가 너무 빨라 극의 흐름을 무너뜨리게 된다. 타카하시 감독의 로봇물 중 완구판매가 저조한 기록을 보인 것은 가리안이 최초였다. 당시 로봇으로서는 독특한 컨셉과 중후한 매력을 선보였던 메카닉 디자인이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인 것은 의외이다. 당시 타카라의 프라모델은 한국에서도 금형이 건너와 발매되었는데, 디자인과 완성도는 당시 기술로서는 준수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는 당시 일본의 메카닉 트렌드가 가리안과 같은 디자인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밀리터리적 취향에 치우쳐 있던 것이 원인은 아닐까 싶다. 반면, 국내에 발매된 가리안 프라모델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으며, 작품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가리안 팬들을 양산시키게 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멸망당한 망국의 혈통, 거기에 돌로 변해버린 부모 등 가리안의 일부 설정은 후일 타카하시 료스케가 연출협력으로 참여하는 '빨간망토 챠챠(1994)'의 설정과 유사하여 영향을 받지 않았냐하는 소리도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후일 선라이즈의 작품으로 고풍스러운 가이메르프 간의 육탄 전투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판타지 로봇물 '천공의 에스카플로네(1996)'는 중세 기사를 연상시키는 철거인 가이메르프, 발달된 기술문명을 가진 자이바하 제국에 멸망당한 파넬리아 왕국의 왕자 반 파넬리아 등 여러면에서 가리안에 영향을 받았다 하겠다.

☞ <기갑계 가리안>(機甲界ガリアン)(1984) by 키웰 (보러가기)
☞ 판타지 로봇 서사시 - 단바인에서 에스카플로네까지 by 엘로스 (보러가기)

ⓒ SUNRISE



기갑계 가리안 OVA (1986), 대지의 장/하늘의 장/철의 문장


ⓒ SUNRISE


<정보>

◈ 원작/감독: 타카하시 료스케
◈ 각본: 토리우미 진죠 (철의 문장편)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시오야마 노리오
◈ 메카닉 디자인: 이즈부치 유타카
◈ 메카닉 작화감독: 요시다 토오루
◈ 음악: 후유키 토오루
◈ 기획/제작: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6.01.21 ~ 1986.08.05
◈ 장르: SF, 드라마, 리얼로봇, 액션, 전쟁, 판타지
◈ 구분/등급: OVA (3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소개>

가리안은 86년에 이르러 3부작의 OVA로 다시 제작된다. 1편인 대지의 장과 2편인 하늘의 장은 TV 시리즈의 총집편이지만, 3편에서는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우선 정복왕 마달의 양자로 TV 시리즈에서 마달의 수하였던 하이샬닷트가 첫째 왕자를, 주인공 죠르디를 마달의 둘째 왕자로 설정한 것은 이채롭니다. 마달은 TV 시리즈의 마달이 아닌 죠르디 왕자를 키운 보더 왕국의 신하 아즈베스가 마달 역을 맡고 있다. 행성 램프레이트에서 파견된 여성 에이전트 힐무카 또한 마달과 대치하는 새부족의 지휘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야기를 재구성했지만 원작의 주역 캐릭터들은 각기 역할을 바꾸어 배치한 셈이다.

이야기는 전작의 SF 설정을 모두 버린체 중세 판타지적인 이야기에 충실하고 있다. 사신병의 요기에 홀린 첫째 왕자 하이샬닷트의 폭주와 이를 막기 위해 등장한 수호신 철거인을 탄 죠르디의 대결이 작품의 클라이막스. 가리안이라는 이름은 본작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그저 철거인으로 불릴 뿐이다. 러닝타임의 한계상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보다 더 멋지게 변모한 기갑병들의 디자인이다. 이즈부치 유타카가 새롭게 스타일링한 기갑병은 원작의 기갑병에는 없는 세련미와 스타일링을 부여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이즈부치는 이후 선라이즈 메카닉 디자인의 일익을 담당하게 되며 88년에는 단바인 OVA의 메카닉 디자인을 맡아 철의 문장편에서 보여준 세련된 메카닉 스타일링을 또 한번 보여주게 된다.

ⓒ SUNRISE (from Galient Official Website)



<참고 사이트>

[1] 機甲界ガリアン, Wikipedia
[2] 機甲界ガリアン 鉄の紋章, Wikipedia Japan
[3] 기갑계 가리안, 베스트아니메
[4] Kikou Kai Galient (OAV), ANN
[5] 機甲界ガリアン 公式Web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거신 고그 (1984), 巨神 ゴーグ / Giant Gorg


ⓒ SUNRISE


<정보>

◈ 원안: 야다테 하지메
◈ 원작/감독/캐릭터 디자인: 야스히코 요시카즈
◈ 각본: 츠지 마사키, 츠카모토 유미코
◈ 연출/콘티: 코지카 에이키지, 키쿠치 카즈히토, 하마츠 마모루 外
◈ 메카닉 디자인: 사토 겐, 나가노 마모루
◈ 작화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도키테 츠카사
◈ 미술감독: 카네코 히데토시
◈ 음악/노래: 하기타 미츠오 / TAKU (오프닝), STEAVE (엔딩)
◈ 기획/프로듀서: 선라이즈 / 요시 타카유키
◈ 제작사: 선라이즈
◈ 저작권: ⓒ SUNRISE
◈ 일자: 1984.04.05 ~ 1984.09.27
◈ 장르: SF, 로봇, 모험
◈ 구분/등급: TVA (2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 (PG-13)


<시놉시스>

남태평양의 사모아제도에서 동남쪽으로 2,000Km에 위치한 신비의 섬 오스트랄 섬. 오스트랄 섬을 탐사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타카미 유우는 오스트랄 섬의 탐사에 나선다. 유우는 아버지의 조수로 오스트랄 섬을 같이 연구했던 웨이브 박사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찾아가지만, 웨이브 박사의 집에 도착하는 순간,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해 습격을 당해 집은 대파되고 웨이브 박사와 웨이브 박사의 여동생 도리스와 함께 가까스로 탈출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글로버 거대기업인 GAIL이 왠일인지 그들을 쫓고 있었던 것으로, 이 일련의 사건에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깨달은 유우 일행은 오스트랄 섬으로 떠날 것을 결심하게 되는데...


<소개>

80년대 애니메이터로서는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던 불세출의 작화가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연출한 두번째 아니메이자 첫번째 TV 시리즈. 전작인 '크러셔 죠(1983)'에 이어 이번에도 야스히코 요시카즈가 원작/감독/콘티/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에 이르는 원맨쇼를 펼친 작품이다. 당시 애니메이터 중에 이정도의 원맨쇼를 펼칠 수 있는 인물은 야스히코 요시카즈 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유일하다 하겠다. 토미노 요시유키와 호흡을 맞춰오던 2인자(?) 야스히코는 당시 대중적인 인기와 그 인기에 부합하는 걸출한 실력으로 인해 스스로도, 주변에 의해서도 일개 애니메이터로서 만족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스튜디오와 스폰서의 지원에 의해 야스히코는 이후 토미노 요시유키의 그늘을 벗어나 크리에이터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보이지만 작품은 실제 로봇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멀다. 엄밀히 말하면 어드벤쳐 물에 가깝다고 할까. 로봇이 매회 등장하지도 않으며, 로봇 액션의 비중도 현저히 작다. 주역 메카인 고그는 무려 4화에서야 겨우 등장하며, 유우 일행이 오스트랄 섬의 비밀을 캐는 와중에 거대기업 GAIL과 레이디 링크스의 마피아 조직과의 쫓고 쫓기는 모험이 작품의 이야기의 주가 되고 있다. 이것은 야스히코가 로봇물보다는 사람 중심의 드라마를 그리고 싶어했음을 의미한다 하겠으며, 실제로 그가 연출한 네 개의 작품 중에서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은 고그가 유일하다. 이는 TV 시리즈의 특성상 완구 스폰서가 필요했던 당시의 상황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정도로 로봇의 활약상이 줄어들 경우 스폰서의 간섭이 뒤따르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음을 감안하면 고그는 이례적으로 스폰서의 간섭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작품으로 풀이된다. 그것은 무언가의 이유로 83년도에 방영을 예정했던 이 작품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스폰서가 작품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고 (실제로 스폰서인 타카라는 제작진에게 그다지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제작진들이 묵묵히 작업을 하면서 생긴 결과인데, 이로 인해 거신 고그의 작화 퀄리티는 당시 TV 시리즈로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스케쥴에 여유가 생기면서 야스히코가 일일이 작화체크를 한 결과 84년 방영 시점에서 작품은 이미 대부분의 작업량을 체운 뒤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청률 문제로 작품이 조기종영되면서 작품의 이야기 밀도가 떨어지는 여타 작품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되었다. 한마디로 고그는 작화 퀄리티나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당대 TV 시리즈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로봇 액션의 비중이 현저히 줄어든 이야기 중심의 이 작품은 재미 면에서는 다른 작품에 비해 밀리는 감이 있다. 완성도는 높으나 임팩트는 없는 셈이다. 사실 이는 야스히코 작품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뛰어난 퀄리티의 작품들을 만들어내면서도 야스히코의 작품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미야자키의 그것과 같은 임팩트가 부족하다. 작화가로서는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으되 너무 많은 것을 그에게 기대하면서 오히려 그의 한계를 보여준 셈이라 하겠다.

주역메카 고그는 별도의 무기를 갖추지 않은 그저 거대한 로봇에 불과하다. 인간에 의한 수동조작이 아닌, 스스로 인공지능을 갖추고 주인공의 조력자로 싸우는 고그의 모습은 초창기 슈퍼로봇물의 잔재가 느껴지기도. 고그는 80년대 한국에서도 프라모델로 발매되었는데, 당시 프라모델로서는 뛰어난 프로포션을 보여준 제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작품이 국내에서 소개되지 않았으면서도 그 인지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로봇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별도의 무기 시스템이나 변형 메커니즘을 갖지 않는 싱거운 메카닉 컨셉으로 인해 실제 일본 내에서는 그다지 실적이 좋지 않았다. 관련 서브메카도 마논 타입 외에는 상품화할만한 것들이 거의 없다보니 결과적으로 완구/프라모델 비즈니스에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던 셈이다. 

ⓒ SUNRISE



<참고 사이트>

[1] 巨神ゴーグ, Wikipedia Japan
[2] 巨神ゴーグ, Nico Nico Pedia
[3] 거신 고그, 엔하위키 미러
[4] 거신 고그, 베스트 아니메
[5] Giant Gorg (TV), ANN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SUNRISE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명탐정 홈즈 (1984), 名探偵ホームズ / Sherlock Hound 


ⓒ RAI · TMS


<정보>

◈ 원작/원안: 아서 코난 도일, 마르코 파곳, 지 파곳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1~6화) / 미쿠리아 쿄스케 (7~26화)
◈ 연출/콘티: 미야자키 하야오, 하야카와 케이지, 오쿠다 세이지
◈ 시리즈 구성/각본: 야마자키 케이지, 시마자키 마유미 / 아라키 요시히사, 카타부치 스나오, 이토 츠네히사 外
◈ 캐릭터 디자인: 콘도 요시후미
◈ 작화감독: 콘도 요시후미, 키타하라 타케오, 타나카 헤이하치로, 코사카 키타로 外
◈ 미술감독: 야마모토 니죠, 카게야마 진
◈ 음악/노래: 하네다 켄타로 / 다 카포
◈ 프로듀서: 타카하시 요시미츠
◈ 제작사: 도쿄무비신사, RAI, REVER
◈ 저작권: ⓒ RAI · TMS
◈ 일자: 1984.03.04 (극장판) / 1984.11.06 ~ 1985.05.20 (TVA)
◈ 장르: 모험, 세계명작, 스팀펑크, 우화, 코미디
◈ 구분/등급: 극장판, TVA (26화) / 전연령가 (G)


<시놉시스>

날카로운 추리력과 관찰력을 지닌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절친한 친구인 의학박사 왓슨은 베이커가의 허드슨 부인의 하숙집에 기거하면서 사건의 의뢰를 받고 있다. 기발한 발명품으로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모리어티 교수와 그의 두 어벙한 조수 토드, 스마일리가 사건을 벌일 때마다 홈즈와 왓슨은 항상 그들의 음모와 범죄를 막아내지만, 모리어티 일당은 항상 아슬아슬하게 체포되지 않고 탈출한다. 홈즈와 왓슨이 TV 시리즈를 위해 제작사 측으로부터 모리어티 교수를 체포하지 말라는 암묵적 요청을 받은 것으로 추정... 어흠.


<소개>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가 기획한 홈즈의 이야기를 일본의 아니메 제작사 도쿄무비신사와 합작하여 만든 작품. 실제 제작은 이탈리아의 경우 RAI의 하청을 받은 REVER사가, 일본 측은 도쿄무비신사 산하의 텔레콤 애니메이션이 맡았다. 도쿄무비신사는 81년도에 프랑스의 DIC 엔터테인먼트와의 합작으로 '우주전설 율리시즈 31(1981)'을 제작한 바가 있는데, 이들 사례를 보듯 다른 제작사에 비해 외국 합작 애니메이션의 사례가 많은 편이라 하겠다. 

이탈리아 측 스탭으로는 파곳 형제가 참여하여 시리즈의 얼개를 만들어 냈으며,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 성(1979)'를 통해 도쿄무비신사로 이적한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을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에 후일 미야자키의 후계자로 지목받기도 했던 비운의 애니메이터 콘도 요시후미가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를 맡고, '미래소년 코난(1978)' 이후 미야자키와 호흡을 자주 맞춰온 야마모토 니죠(후일 지브리 대표 미술감독 중 한명),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의 음악감독 하네다 켄타로 등 일류급 인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홈즈의 영상미는 현재의 애니메이션의 그것과 비교해도 그다지 뒤지지 않는 뛰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를 개로 만들도록 제안한 것은 이탈리아 측의 요청이었다고 전해지며, 이것에 대해 미야자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지는데, 이미 도에이 동화시절부터 자주 동물의인화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그의 이력을 생각해보면 이같은 그의 반대는 작품을 접근하는 그의 의식변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미야자키는 동물 캐릭터들이 출현하는 유아용 작품이 아닌 명탐정의 유쾌한 모험이 가득한 전연령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을까.

6화까지 진척중이던 명탐정 홈즈는 돌연 이탈리아 측 사정으로 인해 제작이 무기한 지연되게 된다. 일본판 위키피디아에는 제작 중에 코난 도일 유족과의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측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당시 '리틀 니모(1989)'의 제작 의뢰를 받게 된 텔레콤 애니메이션 측이 제작을 중단했기 때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명탐정 홈즈는 82년도에 전면 제작이 중단되고 만다. 이대로 묻혀질 작품이었지만 사태는 의외의 곳에서 해결조짐을 보였다.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퇴사한 미야자키가 토쿠마 서점의 지원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개봉하는 와중에 토쿠마 서점이 발간한 잡지 아니메쥬에서 명탐정 홈즈의 소식을 간간히 소개하던 인연으로 인해 그제까지 제작되었던 에피소드를 극장용으로 편집하여 나우시카와 동시 개봉하는 형태로 84년 3월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작품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던 듯 싶다. 이로 인해 홈즈가 다시 제작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당시 텔레콤 애니메이션 측 역시 리틀 니모의 지지부진한 제작지연의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다시금 명탐정 홈즈의 제작으로 스탭들이 복귀하게 된다. 다만, 미야자키는 이미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퇴사한 관계로 후임 연출가에는 도쿄무비신사가 제작했던 '루팡 2기(1977)'에서 연출과 콘티를 맡았던 미쿠리야 쿄스케가 맡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탭진을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9화와 10화에서 연출과 콘티를 맡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작품에 대해 미야자키도 나름의 애착을 갖고 있었기에 퇴사 후에도 잠시 도움을 주었던 것은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특히, 미야자키가 연출과 콘티를 맡은 4화와 10화는 명탐정 홈즈의 에피소드 중에서도 완성도 높은 에피소드로 회자되고 있다.

모리어티 교수와 두 명의 어벙한 조수가 기발한 발명기계로 사건을 벌일 때마다 홈즈와 왓슨이 이를 해결하는 구도는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어드벤쳐물이라 할 수 있다. 전설적인 추리물을 유쾌한 어드벤쳐물로 변주한 미야자키의 감각은 최근에 개봉된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2009)'보다 오히려 뛰어나지 않나 싶다. 특히, 매번 홈즈에게 패퇴한 체 다음을 기약하며 초라하게 도망가는 모리어티 일당의 모습은 흡사 타츠노코의 '얏타맨(1977)'에 등장하는 도론보 3인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모리어티 교수가 사용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기계들에서는 스팀펑크적인 메카닉 취향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모두 미야자키의 다른 작품들에서 그 편린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제작 당시 미야자키는 다른 캐릭터는 모두 개로 의인화 해도 허드슨 부인만은 인간으로 그리길 희망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그녀의 활약상도 단순한 하숙집 여주인으로서의 주변인물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미야자키의 페미니즘 적인 색깔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 <명탐정 홈즈>(1984년): 전설의 멍멍이 홈즈, 혹은 번개 by 키웰 (보러가기)


ⓒ RAI · TMS



<참고 사이트>

[1] 名探偵ホームズ, Wikipedia Japan
[2] Sherlock Hound (TV), ANN
[3] 명탐정 홈즈, 베스트아니메
[4] 박창선의 애니산책 <명탐정 홈즈>, 씨네 21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RAI · TMS 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風の谷のナウシカ / Nausicaa Valley of the Wind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정보>

◈ 원작/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향감독: 시바 시게히루
◈ 주요 애니메이터: 카나다 요시노리, 나카무라 타카시, 카가와 메구미, 코사카 키타로, 오하라 히데카즈, 안노 히데아키, 와타나베 타카시
◈ 음악: 히사이시 조
◈ 기획: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제작위원회
◈ 프로듀서: 타카하타 이사오, 하라 토오루
◈ 제작총지휘: 토쿠마 야스요시, 콘도 미치타카
◈ 제작사: 탑 크래프트, 토쿠마 서점
◈ 저작권: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 일자: 1984.03.11
◈ 장르: SF, 드라마, 모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거신병이 온 세상을 폐허로 만든 불의 7일 전쟁이 있은지 1,000년이 지난 지구, 폐허가 된 지구의 자연에는 부해라 불리는 곰팡이 숲이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한다. 부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은 좁아지게 되고, 여기에 부해를 지키는 거대한 곤충 오무의 존재는 인간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었다. 자연은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바다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부해의 독가스로부터 안전하게 살 수 있었던 바람 계곡은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부족 공동체였다. 바람 계곡의 공주 나우시카는 그 중에서도 자연과 교감이 가능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소녀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부해의 자연과 오무마저도 친구로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 군사대국 토르메키아의 거대 비행선이 거대 곤충들의 습격을 받고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비행선에서 생존자를 찾던 나우시카와 마을 사람들은 토르메키아와 전쟁 중인 페지테의 공주와 함께 거대한 알을 발견하게 된다. 1,000년전에 세상을 멸망시킨 거신병의 알이라며 이 알을 없애달라는 마지막 유언과 함께 숨지는 페지테의 공주. 평화롭게 살아가던 바람계곡의 사람들은 이로 인해 세상의 운명을 책임지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일개 애니메이터가 아닌 크리에이터로서 각인시킨 첫번째 작품이며, 스튜디오 지브리 탄생의 시초를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과 환경주의, 반전사상, 그리고 미야자키 일생의 테마인 하늘에 대한 동경 등, 후일 미야자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소재들이 이 작품에 응집되어 있다. 그가 연출가로서 첫번째 이름을 알렸던 '미래소년 코난(1978)'의 주제의식을 이어받되 보다 더 판타지적이면서도 페미니즘적인 사상(혹자는 로리타 취향이라 부르기도 한다.)이 묻어난 작품이 되었다.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 성(1979)'을 통해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도쿄무비신사 산하의 텔레콤 애니메이션으로 소속을 옮긴 미야자키 하야오는 탈일본적인 색체를 추구하는 텔레콤 애니메이션의 제작방향에 맞추어 이탈리아와 합작으로 '명탐정 홈즈(1983)'의 연출을 맡지만, 저작권 협상 문제로 제작이 지연되는 와중 텔레콤 애니메이션이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 '리틀 니모(1989)'의 제작을 위해 시리즈를 하차하면서 명탐정 홈즈의 연출에서 손을 떼게 된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리틀 니모의 제작에서도 하차한 미야자키는 이후, 텔레콤 애니메이션 측에 자신의 기획하고 있는 여러가지 작품의 아이디어를 제공하지만 채택되지 않게 되자, 1982년 11월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퇴사하고 만다. (리틀 니모는 이후에도 여러 제작상의 난항에 의해 지연을 거듭하다가 1989년에 이르러서야 일본에서 개봉되었고 미국에서는 92년에 개봉되었지만, 흥행에서 참패하게 된다.)

당시 미야자키는 토쿠마 서점이 발간하는 아니메 잡지 아니메쥬에 자신의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82년 1월부터 연재하고 있던 중으로, 미야자키의 잠재력을 알아본 아니메쥬의 편집팀 스즈키 토시오의 권유로 토쿠마 서점의 자회사 다이에 영화에 영화 기획안을 제공하지만 간단하게 거절된 뒤 나우시카의 연재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아니메 쥬의 편집장인 오카다 히데오는 이런 미야자키에게 나우시카의 아니메화를 제안하게 되고, 단편 애니메이션, OVA와 같은 몇가지 안을 거쳐 마침내 극장 아니메로의 제작이 결정된다. 이는 자사의 영화 컨텐츠를 확보하고 싶었던 토쿠마 서점의 의지에 편집장이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끈질긴 설득으로 인해 이뤄진 일이었다.

별도의 아니메 제작사를 확보하지 못했던 토쿠마는 나우시카의 제작을 위해 외주 제작사를 물색하게 된다. 당초 미야자키는 자신이 구상한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아니메와는 다른 작화스타일을 구사하며, 자신이 몸을 담았던 적도 있는 닛폰 애니메이션이나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었지만, 최종적으로 제작 스튜디오는 당시 '라스트 유니콘(1982)' 등 유럽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주로 맡아오던 소규모 제작사 탑 크래프트가 맡게 된다. 비록, 탈일본적인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탑크래프트였지만, 인력구성이나 노하우는 닛폰 애니메이션이나 텔레콤 애니메이션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상황, 이 와중에 당대 최고의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와 최고의 작화가 카나다 요시노리, 일본의 3대 미술감독 중 한명인 나카무라 미츠키들이 참여하면서 제작진의 모양새는 급격히 탑 클래스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스즈키 토시오의 설득으로 인해 프로듀서로 타카하타 이사오, 후일 미야자키의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일본 최고의 작곡가 히사이시 조까지 가세하면서 든든한 체제를 구축한 나우시카는 마침내 83년 스타트라인에 들어서게 된다.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아마겟돈과 같은 인류 최후의 전쟁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의 위기에까지 직면하고 문명의 퇴보와 자연의 대변화가 발생하게 되는 묵시록적인 서두는 전작 미래소년 코난과 유사하다. 여기에 특유의 다이나믹한 장면전환과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풀애니메이션에 근접한 세심한 움직임, 뛰어난 배경예술, 클래식한 음악 등 나우시카의 그것은 확실히 일본 아니메보다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지향하고 있다. 유럽 애니메이션 등에서 활약한 탑크래프트 스탭들의 이국적인 작화는 좀 더 고풍스럽고 고전적인 정취를 뽐내는데, 인트로씬의 고전적인 일러스트는 탑크래프가 참여했던 영·미·일 합작 애니메이션 라스트 유니콘의 인트로씬과 비슷한 느낌을 안겨준다. 이 독특한 인트로는 차기작 '천공의 성 라퓨타(1986)'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사용된다.

인간이 망쳐놓은 자연을 지키는 거대 곤충 오무는 이 작품에서 이야기로서나 비주얼로서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이다. 특히, 절지동물처럼 생긴 큰 오무가 몸의 각 마디를 오무렸다 폈다하면서 이동하는 장면을 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부분은 실로 뛰어난 작화력을 뽐내고 있다. 지금처럼 CG로 손쉽게 구현이 가능한 시대가 아닌, 수작업 셀 애니메이션의 시대에 일일이 각 마디를 셀로 분할하여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한 이 씬은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셀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저력이기도 하다. 라스트의 거신병씬 역시 미야자키 작품 중에서도 보기 힘든 박진감과 괴기스러움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 씬은 당시 신참 애니메이터였던 안노 히데아키의 작품으로 화제가 되기도. 단, 인물의 작화에서 안노는 취약함을 드러내 미야자키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는데, 이후에도 안노는 걸출한 메카닉 작화와는 달리 인물 작화에 있어서는 거의 낙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 안노 히데아키, 애니메이터로서의 흔적을 찾아서 (클릭)

라스트 씬에서 펼쳐지는 나우시카의 희생과 '푸른 옷의 사람의 전설'이 실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함께 감동적인 씬으로 기억된다. 전설 속의 인물의 재림을 확인한 바람계곡의 노파가 감격에 겨워 전설을 읊는 장면은 마치 메시아의 부활을 의미하는 듯 종교적이고 장엄하기까지 하다. 반면 이러한 종교적 전개는 작품의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는데 있어서는 일품이었으되 압도적인 자연의 분노 앞에서 한 소녀의 희생으로 모든 걸 일단락 지은 낭만적인 허술함 역시 엿보인다 하겠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보다는 인간이 자연을 멸망시키는 암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이분법적인 전개 역시 다소 아쉬운 부분, 이는 원작 자체가 아니메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장대한 구조인지라, 원작의 프롤로그만을 아니메로 각색하면서 일어난 약간의 아쉬움이라 보면 어떨까 싶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종료 후에도 틈틈히 나우시카의 원작을 진행시켜 완결을 보게 되는데, 그 원작의 방대함과 깊이란 애니메이션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록, 흥행에 있어서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한 나우시카이지만, 평단에서는 이례적인 극찬이 쏟아지게 되며, 제2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작품상과 음악상 수상, 키네마 준보 84년 일본영화 베스트 10 중 7위, 제39회 마이니치 영화 콩쿨 오후지 노부로 상 수상, 일본 SF 대회 성운상 미디어 부분 1위, 제7회 월간 아니메쥬 애니메이션 그랑프리 작품상 등 숱한 시상식에서 작품의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 나우시카를 통해 미야자키의 작품에 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토쿠마 서점은 이를 계기로 미야자키 하야오, 타카하타 이사오, 하라 토오루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85년 설립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이후 일본 아니메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는 스튜디오 지브리인 것이다.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참고 사이트>

[1] 風の谷のナウシカ, Wikipedia Japan
[2]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엔하위키 미러
[3]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 1984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비디오전사 레자리온 (1984), ビデオ戦士 レザリオン / Video Warrior Laserion


ⓒ TOEI Animation


<정보>

◈ 원작: 얏테 사부로
◈ 감독: 모리시타 코죠
◈ 각본: 사카이 아키요시, 슈도 타케시, 우에하라 쇼죠 外
◈ 캐릭터 원안/디자인: 이무라 신지 / 모토하시 히데유키
◈ 메카닉 디자인: 무라카미 카츠시, 오하타 코이치, 히오 아키라
◈ 작화감독: 모토하시 히데유키 (1화), 오치 카즈히로
◈ 미술설정: 우치카와 후미히로
◈ 음악/노래: 와타나베 츄메이 / 미야우치 타카유키 (오프닝), 카오리 쿠미코 (엔딩)
◈ 기획: 오리타 이타루, 요시카와 스스무
◈ 제작사/협력사: 도에이 동화, ADK / 대원동화, 세영동화
◈ 저작권: ⓒ TOEI Animation
◈ 일자: 1984.03.04 ~ 1985.02.03
◈ 장르: SF, 로봇, 액션
◈ 구분/등급: TVA (45화) / 초등생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구 클린화 정책'의 일환으로, 산업폐기물과 불순분자들이 화성과 달로 폐기되거나 추방된다. 달로 추방된 과학자 고드하이드는 지구에 앙심을 품고 불순분자들을 모아 반란군을 결성한 뒤 지구를 향한 반격을 개시하기 시작한다. 지구군 역시 달의 반란군을 맞아 싸우기 위해 블루하임 박사의 주도로 먼 달까지 순식간에 무기를 이동할 수 있는 물질전송 시스템을 개발한 뒤 역사적인 기동실험을 전세계에 중계하기 시작한다.

한편, 컴퓨터 마니아인 카토리 타카시는 미국에 있는 친구와 네트워크(전화기로 네트워크가 되는 걸 보니 모뎀통신인가! 아, 대용량 데이터가 전송되니 vDSL?)를 통하여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게임을 위하여 타카시는 자신이 직접 프로그래밍한 로봇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그만 물질전송 시스템의 네트워크와 혼선되면서, 물질전송에 사용되어야할 비행기 대신 타카시가 디자인한 컴퓨터 상의 로봇이 실체화 되고 만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실체화된 환상의 로봇. 레자리온, 이것이 꿈의 로봇이다.


<소개>

'마징가 Z(1972)' 이후 12년을 지속해오던 도에이 로봇 신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이다. 아울러, '초전자로보 콤배틀러 V(1976)'를 통해 특촬물을 넘어 로봇 아니메까지 진출했던 도에이의 프로듀서 필명 얏테 사부로의 마지막 로봇 아니메 참가작이기도 하다. 컴퓨터로 디자인한 로봇이 실체화 된다는 점에서, 요즘 흔히들 의미하는 가상현실의 컨셉이 도입된 선구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동시기에 디즈니에서 제작된 영화 '트론(1982)'과도 비교된다고 하겠는데, 실제 인간이 컴퓨터 세계로 들어가 벌이는 트론의 이야기가 가상현실을 모티브로 했다면, 컴퓨터 속의 로봇이 현실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레자리온은 엄밀히 말하면 증강현실에 보다 더 가까운 모습이라 하겠다. 이는 레자리온보다 1년 앞서 ABC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오토맨(1983)'의 컨셉과 상당히 비슷하다. 어쩌면 레자리온의 스토리 컨셉은 오토맨의 그것에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레자리온은 그 설정에 있어서 몇가지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눈에 띄는데, 우선 인터넷이나 데이터 통신은 커녕 컴퓨터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84년에 네트워크를 통해 멀리 떨어진 미국의 친구와 게임을 하는 타카시의 모습이라든지, 일상 생활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등의 모습은 분명 당시보다 십수년 뒤의 세상을 정확히 예측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통신이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레자리온의 무기가 전송되지 않는 등, 일부 설정에서는 여러모로 현실적인 면을 고려한 점이 눈에 띈다. 스토리 역시 달로 추방된 지구인들이 지구를 위협하는 반란군으로 등장하는 등, 기존의 도에이 슈퍼로봇 아니메에 비해서는 성숙한 설정으로 무장하고 있다.

여러가지 성숙한 설정에 비하여 실제 이야기 구조는 당시의 리얼로봇에 비해서는 드라마적인 성격이 부족한 저연령대의 작품이 되었다. 시청률의 문제였는지 혹은 다른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고드하이드 박사를 주축으로 했던 반란군들의 이야기는 1부를 끝으로 퇴장하고 2부부터는 외계인 세력인 쟈크 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도에이 동화가 지향하는 시청층이 리얼로봇 드라마를 보는 고연령대의 청소년보다는 저연령대의 아동에 한정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상당수 작화에서 당시 수많은 도에이 동화의 애니메이션을 하청 받아오던 한국의 대원동화(現 대원씨아이)가 맡아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초중반부에는 아예 작화감독에도 일본 스탭이 참여하지 않고 한국 스탭만으로 해결해 나가는 등 그 비중이 이전의 참여작보다 더 컸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당시 한국의 작화수준이 이미 일본 아니메의 평균 수준에 근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반면, 도에이 동화의 마지막 로봇 아니메에 이토록 한국 하청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아 작품의 제작 초반만 하더라도 도에이는 로봇 아니메에서 손을 뗄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추정해 본다. 로봇 아니메에서서 손을 떼기로 결정된 중후반부부터는 다시 일본 스탭들과 작화감독들이 투입되어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 대원씨아이... 그런데, 도용작도 저작권을 줘야하는건가?

메카닉 디자인은 초합금 시리즈 등으로 일세를 풍미한 전설적인 완구 디자이너 무라카미 카츠시가 담당하였다. 무라카미 외에 오오하타 코이치, 히오 아키라 등 도에이의 전작 '광속전신 알베가스(1983)'의 스탭들도 메카닉 디자인으로 참여했는데, 여기에 무라카미가 참여했던 '우주대제 갓시그마(1980)', '기갑함대 다이라가XV(1982)'와 함께 알베가스의 복잡하고 세밀한 디자인 컨셉은 레자리온에게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프닝이나 등장 씬 등 일부분에서는 CG를 활용한 뱅크샷이 사용되어 참신함을 주었고, 일반적인 기계식 조종이 아닌 컴퓨터 키보드를 활용한 전자식 조종과 같이 메카닉적 측면에서 다른 작품들을 두세발 앞선 미래지향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설정에 있어서는 지금까지도 회자 될만한 이슈를 가진 작품이라 하겠다.

반면, 레자리온의 경우는 한국과는 잊지 못할 악연을 갖고 있는데, 만화영화 팬들이라면 이제는 많이들 알고 있을 하청업체 대원동화의 셀 도용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대원동화는 원작의 컷으로 사용되던 일부 셀을 무단으로 빼돌린 뒤 이를 독자적으로 편집하여 '비디오레인져 007(1984)'이라는 제목으로 극장에 상영하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을 저지르고, 한국 극장만화영화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작화 퀄리티로 이 작품은 당시 어린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결국 뒤늦게 사실을 눈치 챈 도에이 동화의 항의로 인해 소리 소문도 없이 그 자취를 감춰버린 이 희대의 사건(관련인물들이 사법처리를 받았던 것으로 들려오고 있음)은, 디자인과 설정을 일본 아니메에서 무단 도용하던 당시의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현실을 감안해도 그 죄질이 상당히 나쁜 것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계와 당시 어린 만화영화 팬들에게 끼친 악역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당시 엘로스도 이 작품을 끝으로 한국 극장애니메이션을 더이상 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이유는 이것 하나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괴작열전: 비디오레인져 007 by 페니웨이™,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클릭)

한편, 레자리온을 끝으로 로봇 아니메에서 완전히 손을 뗀 도에이 동화는 자신들의 성장동력을 로봇 만화영화가 아닌 다른 장르에서 찾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80년대 출판만화계를 뒤흔들던 두 작품 '북두의 권'과 '드래곤 볼'이었다. 도에이가 손을 뗀 로봇 만화계에서는 선라이즈의 독주가 시작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84년을 즈음으로 로봇 만화영화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게 된다.

☞ 레저리온 시리즈 by Gackd, Gackd의 고전만화 연구소 (클릭)

레자리온의 스페인판(?) VHS 커버. 스페인에서 자체적으로 그려진 일러스트라 원작과는 달리 슈퍼히어로적인 일러스트가 이채롭다.



<참고 사이트>

[1] ビデオ戦士レザリオン, Wikipedia Japan
[2] 비디오전사 레자리온, 베스트아니메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CG와 셀 애니메이션의 조화, 푸우의 다섯번째 장편애니메이션.

ⓒ WALT DISNEY Pictures

 
1926년 발표된 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동화로서, 디즈니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더 널리 알려진 '아기곰 푸우(또는 곰돌이 푸우, 원제는 위니 더 푸우, 영어로는 Winnie the Pooh. 요즘 표현으로 하면 하의실종 종결자 푸우... 풉.)'의 다섯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 올 여름 6월 북미 개봉예정에 있습니다. 꿀을 사랑하는 아기 곰 푸우와 활기찬 아기 호랑이 티거, 작고 내성적인 꼬마 돼지 피글렛, 우울한 당나귀 이요르 등 친근한 동물 캐릭터들을 주인공 삼아 그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동화 자체의 인지도 뿐만 아니라 캐릭터 사업과 영상물로서도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스테디 셀러이기도 합니다. 특히, 디즈니가 그려낸 푸우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은 살아 있는 봉제인형의 모습으로 시각화 시켜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 시켰던 작품이죠. 이로 인해 푸우하면 으례 우리는 디즈니가 그려낸 캐릭터들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으로 대표되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캐릭터들과 함께, 푸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한축을 단단히 책임지고 있는 인기 캐릭터입니다. 같은 세계명작동화를 원작으로 한 아기사슴 밤비나 아기코끼리 덤보, 101마리의 달마시안들과 함께 수많은 어린이들의 유년시절을 함께 한 친근한 곰 푸우는 그동안 4번의 TV 시리즈와, 다섯번의 단편 극장 애니메이션, 그리고 4번의 장편 극장 애니메이션 및 수많은 TV 스페셜과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왔는데요. 가장 최근의 극장 애니메이션이었던 'Pooh's Heffalump Movie(2005)'에 이어 6년만에 신작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이번에 우리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는 푸우 관련 영상 컨텐츠를 전부 통틀어서도 6년만의 신작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푸우의 다섯번째 극장 애니메이션은 2009년에 개봉했던 '공주와 개구리(2009)'에 사용되어 셀 애니메이션과 최신 CG의 조화로운 비주얼을 선보였던 Toom Boom Animation의 소프트웨어가 쓰였다고 하는데요. 이로 인해 CG의 부드럽고 세밀한 움직임과 선명한 색감, 그리고 셀 에니메이션의 서정적인 터치가 살아있는 작품이 될 듯 싶습니다. 감독은 장편 극장 애니메이션은 이 작품이 첫 연출인 스테판 앤더슨과 돈 홀이 공동으로 맡았습니다.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진두지휘하는 존 라세타가 총괄제작을 맡았으며, 한스 짐머에 헨리 잭맨이 음악을 맡는 등, 스탭진 역시 녹록치 않습니다. 적어도 셀 애니메이션에 대한 디즈니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하네요.

푸우와 그 친구들의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기에 사실 요즘의 코믹하고 다이나믹한 CG 애니메이션에 비해서는 지겨운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랜만에 순수한 아기 동물들과의 추억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듯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개봉소식을 못들었는데요. 만약 개봉하게 된다면 저도 아들 손 붙잡고 한 번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 WALT DISNEY Pictures


☞ 예고편 보러가기 (유튜브)
☞ 예고편 보러가기 (애플 트레일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 Pictures에게 있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