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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각본: 크리스 벅(Chris Buck), 제니퍼 리(Jennifer Lee)
◈ 원작: 한스 크리스챤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
◈ 제작 총지휘: 존 라세터(John Lasseter)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줄거리> 

아렌델 왕국의 첫째 공주 엘사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과 얼음을 다룰 수 있는 신비한 마법을 쓸 수 있다. 마법을 이용하여 동생인 둘째 공주 안나와 함께 눈 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며 즐겁게 보내던 어느날 밤, 그만 실수로 엘사의 마법이 안나를 다치게 하고 만다.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가는 안나를 구하기 위해 왕과 왕비는 숲속의 요정들인 트롤을 찾아나서게 되고, 안나를 고쳐주며 트롤은 왕에게 주의를 준다, 심장이 얼었다면 안나를 고칠 수 없었다며, 엘사가 마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조심하라고.

엘사 공주의 마법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왕은 궁 안의 시종 수를 줄이고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근 뒤 엘사를 칩거시킨다. 심지어 안나마저도 엘사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어버리자, 트롤들에 의해 언니의 마법에 대한 기억이 지워져 버린 안나는 갑자기 자신을 멀리하고 혼자 지내는 언니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데...

그렇게 세월이 흘러,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나고 엘사가 여왕에 등극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마침내 닫혀있던 아렌델의 성문이 열리고,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들떠 하는 안나와 달리 아직도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엘사는 이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엘사는 대관식을 무사히 마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그리고 안나는 그토록 바라던 운명의 사랑을 만나 답답한 아렌델을 떠날 수 있을까.


라푼젤의 뒤를 잇는 디즈니 스타일의 화려한 귀환

'어공주(1989)'를 시작으로 전세계를 강타했던 디즈니의 르네상스는 '라이온 킹(1994)'에서 정점을 찍은 뒤, '포카혼타스(1995)'부터 서서히 사그러들기 시작했습니다. 디즈니 르네상스의 쇠락과 함께 픽사가 선보인 3D 애니메이션은 점점 그 입지를 굳혀가 21세기부터는 픽사와 드림웍스의 투톱으로 디즈니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버리고 말았죠.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디즈니=픽사'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화영화 팬들에게는 이제 디즈니 스타일은 과거이고, 픽사가 창조해 낸 스타일이 현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이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3D가 셀 애니메이션이 가진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는 디즈니가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되는 일본산 셀 애니메이션의 것이 되지요. 물론 이들조차 디즈니가 해외배급을 맡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 승자는 디즈니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디즈니가 보여주었던 그들만의 만화영화는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열었던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과거의 전설로만 사람들에게 회자되어집니다.

'겨울왕국(2013)'은 과거 디즈니 만화영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린 작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 인어공주와 버금가는 위치에 오를만한 작품인 셈이죠. 오히려 근래의 폭발적인 흥행열풍은 인어공주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겨울왕국의 흥행성적은 라이온 킹에 이어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2위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지요. 그렇다면 과연 이 만화영화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명작일까요?

사실, 디즈니가 '타잔(1999)' 이후로 한동안 봉인시켜왔던 디즈니 스타일의 부활을 시도한 것은 겨울왕국이 처음은 아닙니다. 인어공주의 두 감독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를 기용하여 '공주와 개구리(2009)'를 제작한 것이 첫 번째 시도였었죠. 한국에서의 흥행은 신통치 않았지만, 공주와 개구리는 영미권에서 꽤 인상적인 성공을 거둡니다. 흑인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참신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 하나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트렌드에서 벗어난 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는 정도일까요. 하지만, 디즈니는 이 작품에서 디즈니 스타일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듯 합니다. 그리고, '라푼젤(2010)'로 다시 한 번 그 가능성을 타진하게 되지요.

사실, 라푼젤은 가능성을 타진했다기 보다는 디즈니가 승부수를 띄운 작품입니다. 2억6천만 달러의 제작비(디즈니 만화영화는 '노틀담의 꼽추(1996)'에서 처음으로 1억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투입합니다)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디즈니 역사상 기록적인 제작비였었죠. 주목할 것은 라푼젤이 디즈니의 장점인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픽사가 발전시켜온 3D 애니메이션을 조합한 작품이었다는 점입니다. 픽사의 수장 존 라세터가 프로듀싱을 맡으면서 라푼젤은 비로서 디즈니와 픽사의 장점을 제대로 융합해 냅니다. 그것은 존 라세터가 프로듀싱한 이번 겨울왕국도 마찬가지죠.


겨울왕국은 공주와 개구리, 라푼젤을 통해 자신들의 스타일, 그리고 만화영화 팬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조합점을 찾아낸 디즈니의 최종(?)결과물인 셈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이라는 트렌드를 가져오되, 디즈니가 선보였던 셀 애니메이션의 서정성을 살릴 수 있는 세심한 터치가 이루어졌으며,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코미디의 환상적인 조합이 특징인 과거 디즈니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죠. 핵심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스타일을 가미한 이 방식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겨울왕국의 흥행돌풍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오히려 개봉 시기와 음악에 더 공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겨울왕국의 이야기는 공주와 개구리나 라푼젤에 비해서 단선적이라 다소 싱거운 느낌입니다. 무언가 얘기가 진행되는 듯 하더니 그대로 결말에 이르렀다고나 할까요. 눈사람 올라프는 인어공주의 세바스찬이나 알라딘의 지니와 같은 디즈니의 대표적인 감초 캐릭터의 뒤를 이을만큼 인상적이지만, 트롤과 같은 다른 캐릭터들의 활용은 다소 아쉽습니다. 캐릭터들도 엄밀히 말해 이제가지의 디즈니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캐릭터의 입체감보다는 캐릭터들이 이끌어내는 이야기의 방향성이 이제까지 디즈니의 그것과는 다소 다르기 때문입니다. 언니와의 행복한 시간을 그리워하는 안나는 이제까지 디즈니의 여주인공처럼 밝고 건강하며 사랑스럽지만, 남자에게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나아가려 하지요. 언니인 엘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강대한 마력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워하는 소심한 여인이면서도 얼음궁전을 만들어낼 때는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강렬한 매력을 뿜어내지요. 겨울왕국은 이 두 자매의 매력과 가족애가 멋진 앙상블을 보여줍니다.

압도적인 얼음궁전의 위용과 함께 청아하게 울려퍼지는 엘사의 'Let it Go'로 대표되는 겨울왕국의 OST는 마치 마법과 같이 영화팬들을 스크린으로 빨려들게 합니다.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엘사의 이 씬은 겨울왕국 중 가장 인상적이기까지 하지요. 오리지널판의 엘사역을 맡은 이디나 멘젤의 음색도 훌륭하지만, 한국어 더빙판에서 엘사의 노래파트를 맡은 뮤지컬 배우 박혜나의 목소리도 이에 견줄만 합니다. 디즈니 측의 철저한 시스템 덕에 검증된 성우들이 기용되어 겨울왕국의 더빙판은 오리지널판 못지 않게 훌륭합니다.

크리스마스, 연말과 어우러진 개봉 역시 흥행에 큰 일조를 하지 않았나 합니다. 실제로 북미에서 11월에 개봉한 겨울왕국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등에 업고 다시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게 되지요. 한국에서는 늦게 개봉한 것이 오히려 여타 경쟁작들을 피하는 결과를 가져와 흥행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나 하는 예상도 되구요. 결국 이런 안팎의 요소들이 겨울왕국의 기록적인 흥행에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때를 잘만난 셈이죠.

겨울왕국은 디즈니를 대표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는 점만으르도 디즈니 만화영화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야기 구성이 조금만 더 밀도가 있었다면 좋았을테지만, 사랑스러운 엘사와 안나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을 3D로 성공적으로 이식한 점이나 가슴을 울리는 OST 등 겨울왕국이 보여준 여러가지 클리셰들은 과거 디즈니의 전성기를 연상시킬만큼 인상적입니다. 물론, 이 성공으로 디즈니가 두번째 르네상스에 접어들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앞으로도 계속 제작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 것은 사실입니다. 겨울왕국은 디즈니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준 오랜만의 작품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겨울왕국 (2014)

Frozen 
8.4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박지윤, 소연, 박혜나, 최원형, 윤승욱
정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가족 | 미국 | 108 분 | 2014-01-16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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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1991), Beauty and the Beast


ⓒ Walt Disney

<스탭>

◈ 원작: 쟌 마리 르 프랭스 드 보몽(Jeanne Marie Le Prince de Beaumont)의 '미녀와 야수(La Belle et la Bête)'
◈ 감독: 게리 트러스데일(Gary Trousdale), 커크 와이스(Kirk Wise)
◈ 각본/스토리: 린다 울버튼(Linda Woolverton) / 로져 알러스(Roger Allers), 브렌드 채프먼(Brenda Chapman) 외
◈ 음악/작사: 알란 멘켄(Alan Menken) / 하워드 애쉬먼(Howard Ashman)
◈ 기획: 하워드 애쉬먼
◈ 프로듀서: 돈 한(Don Hahn)
◈ 제작 프로듀서: 존 레스터(John Lasseter), 사라 맥아더(Sarah McArthur)
◈ 편집: 존 카노찬(John Carnochan)
◈ 프로덕션 디자인: 브라이언 맥엔티(Brian McEntee)
◈ 미술 스탭: 켈리 아스베리(Kelly Asbury) 외
◈ 애니메이터 스탭: 글렌 키엔(Glen Keane) 외
◈ 제작/배급: 월트 디즈니 피쳐 애니메이션 / 월트 디즈니 픽쳐스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1991.11.22 (북미) / 1991.11.13 (월드 와이드)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 (G)


<캐스팅>

◈ 벨: 페이지 오하라(Paige O'Hara)
◈ 야수: 로비 벤슨(Robby Benson)
◈ 가스통: 리차드 화이트(Richard White)
◈ 루미에: 제리 오바치(Jerry Orbach)
◈ 콕스워스: 데이빗 오그던 스타이어스(David Ogden Stiers)
◈ 폿트 부인: 안젤라 란스베리(Angela Lansbury)


<줄거리>

거지로 변신한 마녀의 구걸을 거절했던 이기적인 왕자가 마녀의 저주를 받아 흉측한 괴물로 변하고 만다. 마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자 뿐만 아니라 그의 하인들과 성까지 모두에게 저주를 걸었으니,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1살이 되기 전까지 누군가의 진정한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인간의 모습이었을 때도 이기적이고 못된 심성으로 사랑을 할 수 없던 왕자는 이제 외모까지 흉측한 괴물로 변해 과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날, 근처 작은 마을에서 괴짜 발명가 아버지를 모시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소녀 벨은 같은 마을의 청년 가스통의 끈질긴 구혼을 받고 있었다. 마을 최고의 인기남이지만, 거만하고 배려심 없는 가스통에게 관심이 없는 벨. 꿈많고 낭만적인 그녀의 시선은 작은 마을이 아닌 미지의 어느 곳을 향하고 있다. 어느 날 길을 떠났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고 타고 갔던 말만 돌아오자, 벨은 아버지를 찾아서 용감하게 길을 나선다. 말의 안내로 저주받은 성까지 다다른 벨, 벨의 아버지는 그 성에 갇혀 있었는데, 놀랍게도 말을 하는 무서운 야수가 그녀의 아버지를 강금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벨은 용감하게도 자기가 대신 야수의 죄수가 되겠다는 말을 꺼내는데...


<소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를 시작으로 해서 디즈니가 만들어온 만화영화 중 30번째 극장 만화영화이자 '인어공주(1989)'로 새로운 부흥기에 접어든 디즈니의 두번째 빅히트작. 직전년도에 '코디와 생쥐구조대(1990, The Rescuers Down Under)'가 제작되긴 했으나 흥행성적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세번째 작품이지만, 실질적으로 인어공주의 바통을 이어간 두번째 주자는 이 작품 미녀와 야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미녀와 야수의 기획 역시 인어공주와 동일하게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만들어졌던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백설공주의 후속작 중 하나로 미녀와 야수를 기획했던 창립자 월트 디즈니는 실제 스토리 작업까지 진행시키지만, 최종 제작까지는 이르지 못했었다. 세월이 지나 198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디즈니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는가(1988)'에 참여했던 리챠드 윌리암스를 영입하여 미녀와 야수의 프로젝트를 부활시켰으나 연출자가 교체되는 등, 프로젝트의 진행은 그다지 순탄치 못했던 듯 싶다.

1989년 인어공주가 성공을 거두자, 디즈니 스튜디오의 수장 제프리 카첸버그는 인어공주의 두 감독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를 이 작품의 감독으로 다시금 기용하고자 했지만, 인어공주에 온 힘을 쏟아부었던 그들은 이 제안을 거절하고 만다. 결국 미녀와 야수의 연출은 당시 신예였던 게리 트러스데일과 커크 와이스에게까지 넘어가게 되는데, 두 신예 연출자의 기용이 후일 신화로 거듭날 이 작품의 발목을 잡을 정도의 선택이 아니었음은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디즈니의 인프라는 그러한 것들을 보충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다.

미녀와 야수에서 특이한 점은 각본가의 영입이다. 일반적으로 만화영화는 스토리보드가 영화의 각본을 대신하는데, 미녀와 야수는 이런 전례를 깨뜨리고 각본을 먼저 쓴 다음,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보드가 만들어지게 된다.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에서는 인어공주와 같은 뮤지컬 드라마로 제작할 것이 결정되는데, 이로 인해 하워드 애쉬먼과 알란 멘켄이 다시금 의기투합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미녀와 야수가 인어공주의 성공방식을 이어가는 작품임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당시 AIDS에 걸려 있던 하워드는 미녀와 야수의 개봉을 미쳐 보지도 못한 체 91년 3월에 세상을 뜨고 만다. 미녀와 야수는 하워드와 알란 콤비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셈이다.

전작인 코디와 생쥐구조대에서 사용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던 CAPS(Computer Animation Production System) 기법은 이 작품에서도 당당하게 한축을 담당한다. 인어공주를 마지막으로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도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아직 3D가 등장하기 전에 디즈니가 선보인 이 CG 기법은 뛰어난 선명도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게 되는데, 특히 벨과 야수의 무도회 장면은 2D임에도 불구하고 다중 레이어와 다중 시점 등을 사용하여 3D에 가까운 비주얼을 구현해 내 영상적으로도 이전 디즈니의 작품보다 진일보한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게 된다. 단, 이 CAPS에 픽사의 기술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은 이후 북미 애니메이션 판도의 변화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기존의 동화적 스토리에 현실적인 터치를 가미하고 주변 캐릭터들을 활용하여 코믹한 상황을 연출시키며, 감동과 코미디를 오가는 맛갈스런 이야기의 향연은 인어공주를 거쳐 미녀와 야수에서도 변함이 없다. 전작의 인기 캐릭터(아니 가재) 세바스찬에 버금가는 루미에와 콕스워스 콤비부터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올드 미드팬들에게 익숙한 안젤라 란스베리가 분한 포트 부인의 포근함, 원작에 없는 캐릭터이지만 매력적인 악역으로 작품의 한쪽을 빛나게 한 가스통 등 캐릭터들의 아우라는 인어공주에 이어 이번 미녀와 야수에서도 발군이다. 인어공주보다 더 다양해진 캐릭터들의 군상은 미녀와 야수를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야수와 미녀의 사랑이라는 이야기 주제 또한 인어공주에 비해 보다 더 성인층, 특히 여성층이 공감할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사납지만 우스꽝스럽고 서툰 야수의 매력이 화면 내내 영리하고 아름다운 벨과 잘 어우러지며 멋진 화학작용을 보여주는 부분은 미녀와 야수의 코미디적인 요소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단단한 버팀목이다. 클라이막스에서 극적으로 인간 남자로 부활하는 야수의 모습 역시 극의 대미와 판타지를 완성하는 상투적이지만 감동적이고 적절한 클리셰이기도 하다. 이후 제작되는 디즈니의 르네상스 시기의 어떤 작품보다도 멜로 드라마로서의 완벽한 공식을 갖춘 작품이 바로 이 미녀와 야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미녀와 야수는 박스오피스로 무려 4억불을 상회하는 수입을 거둬들이는데, 이는 인어공주의 두 배를 뛰어넘는 성과였다. 흥행뿐만 아니라 비평에서도 찬사가 끊이지 않았으며, 만화영화로서는 사상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아쉽게도 작품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양들의 침묵'이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그 저력을 보여주었으며, 만화영화로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이 놀라운 사건은 이 픽사의 'UP(2009)'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 전까지 무려 18년 동안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게 된다. '라이온 킹 3D' 버전의 성공과 함께 미녀와 야수도 3D로 다시 제작되어 2012년 1월 북미에서 재개봉되어 큰 호평을 얻게 된다.



미녀와 야수, 마법의 크리스마스 (1997), Beauty and the Beast, Enchanted Christmas


ⓒ Walt Disney

<스탭>

◈ 감독: 앤디 나이트(Andy Knight)
◈ 저작권: ⓒ Walt Disney
◈ 제작/배급: 디즈니툰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홈 비디오
◈ 일자: 1997.11.11
◈ 장르: 드라마, 로맨스,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OVA / 전연령가 (G)


<소개>

벨과 야수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맞이하여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비디오 애니메이션. 극장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왕자가 다시 야수로 등장하는 등, 극장판의 뒷 이야기라기보다는 스핀 오프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미녀와 야수, 벨의 마법세상 (1998), Beauty and the Beast, Belle's Magical World


ⓒ Walt Disney

<스탭>

◈ 감독: 쿨렌 블레인(Cullen Blaine), 다니엘 데 라 베가(Daniel de la Vega) 외
◈ 저작권: ⓒ Walt Disney
◈ 제작/배급: 디즈니툰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홈 비디오
◈ 일자: 1998.02.17
◈ 장르: 드라마, 로맨스,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OVA / 전연령가 (G)


<소개>

옴니버스 형식의 비디오 애니메이션. '완전한 세상', '피피의 어리석은 행동', '폿트 부인의 파티', '부러진 날개'의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 사이트>

[1] Beauty and the Beast (1991 film), Wikipedia
[2] Beauty and the Beast (1991), IMDB
[3] 미녀와 야수, 엔하위키 미러
[4] Beauty and the Beast: The Enchanted Christmas, Wikipedia
[5] Beauty and the Beast: Belle's Magical World, Wikipedia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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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각본: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 원작: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스(Edgar Rice Burroughs)의 '화성의 공주'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


<줄거리> 

지구에서는 화성이라 불리는 행성 바숨. 우리들이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곳 바숨에는 실제로 문명을 가진 외계종족들이 살고 있다. 바숨은 헬리움과 조당가 천년에 이르는 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조당가의 지배자 샙 단(도미닉 웨스트 분)이 예언자들에게 신의 무기를 받으면서 전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호전적이고 사악한 샙 단의 조당가 앞에 헬리움은 패퇴를 거듭하고, 헬리움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공주 데쟈 토리스(린 콜린스 분)을 샙 단과 혼인시키는 일 뿐인데...

한편, 화성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에는 은퇴한 군인으로 거대한 금광을 발견한 부유한 탐험가 존 카터(테일러 키취 분)가 돌연 급사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카터의 유서에는 모든 재산을 자신의 조카인 에드가에게 맡긴다고 씌여 있었고, 결국 그의 장례식에 에드가는 영문도 모른체 불려오게 된다. 카터의 유해는 개인 무덤에 안장되었는데, 그곳은 오직 안에서만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변호사에게 카터의 저널을 넘겨받는 에드가. 거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카터의 놀라운 모험 이야기가 씌여져 있었는데...


완성도와 재미에 비해 크게 기대에 못미치는 흥행성적은 왜?

드가 라이스 버로우스의 1917년작 소설 '화성의 공주'(버로우스에게는 '타잔'이라는 또다른 마스터피스가 하나 더 있다. 존 카터와 타잔에게서 어딘가 유사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를 원작으로 삼은 '존 카터(2012)'는 버로우스가 창조한 바숨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로, 앞으로 이어질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서막을 알릴 작품이기도 했다. 만약, 존 카터가 흥행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바숨 시리즈는 적어도 3부작으로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작비를 간신히 넘는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사실상 이 전설의 시리즈는 무려 100여년만의 영상화에도 불구하고 1회성 이벤트로 그치고 만다. 무엇이 이토록 이 작품을 실패작으로 만들게 했을까? 기대에 못미치는 시나리오? 부족한 연출력? 떨어지는 캐스팅 파워? 볼거리가 빈약한 특수효과? 

적어도 글쓴이가 이 작품을 감상했을 때 느꼈던 약점은 시나리오의 엉성함이나 부족한 연출력은 아니지 않나 싶다. 비록 극장에서 감상하지 못했지만 존 카터는 준수한 스토리텔링과 만족할만한 연출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니모를 찾아서(2003)'나 '월-E(2008)'를 연출했던 애니메이션 감독 앤드류 스탠튼의 첫 실사영화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은 완성도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평하고 싶다. 존 카터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는 도입부는 이제는 고전적인 모양새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편이다. 스토리의 전개도 친절하면서도 완급이 조절되어 잘 흐르는 느낌이다. 다만 카터와 데쟈, 그리고 솔라가 바숨을 여행하는 부분은 다소 안이한 흐름으로 인해 지루함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전체적인 느낌은 바숨 시리즈에게 큰 영향을 받았던 '스타워즈' 시리즈 중 타투인 행성에서의 모험을 연상시킨다. 

3D 영화로서의 효과는 2D로 감상했기에 평을 삼가하겠지만,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 중론인데, 2D 관점에서의 특수효과나 미술부분은 준수하다. 다만, 화려한 나비 행성의 장관이 돋보였던, 역시 이 바숨 시리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진 '아바타(2009)'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황량한 사막이 주 배경인 바숨은 볼거리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는 편이다. 발전된 CG로 인해 바숨의 이종족이자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대거 포진한 타르크 종족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작품에 녹아들었고, 헬리움이나 조당가의 거대한 구조물과 그들의 비행선들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진 비주얼로 무장되어 있다. 모든 스페이스 오페라의 원조답게 존 카터의 설정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여타 엉성한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이 매력적인 영화가 대중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즈니 스스로도 이 작품을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내놓지 못했을 만큼 이 영화는 자신감이 부족하다.(6월에 개봉예정이었던 존 카터는 2011년 1월 디즈니에 의해 3월로 개봉이 조정된다.) 그다지 네임밸류가 높지 않은 테일러 키취나 린 콜린스 등을 주역으로 쓴 것도 어찌보면 자신감이 부족했던 영화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캐스팅 파워가 영화의 완성도를 담보하지는 않지만, 자신감이 결여된 이 작품의 캐스팅 파워는 확실히 아쉬워 보인다. 하물며 악역인 샙 단마저도 인상적이지 못하다.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인 캐릭터는 애석하게도 화성 강아지 울라다. 그만큼 인상적인 캐릭터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는 물론 캐스팅 미스 이전에 캐릭터 설정의 문제일런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원작의 여러가지 고전적인 색체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해내기는 했지만, 스타워즈 류의 스페이스 오페라가 이제는 한물간 트렌드라는 사실을 어떻게 보면 존 카터가 증명해준 셈이기도 하다. 화성의 지배하려는 잔인한 정복자와 그와 정략결혼 해야만 하는 비운의 공주, 그리고 지구에서 우연치 않게 화성으로 온 히어로와 같은 설정은 우리보다 장르 문학에 훨씬 우호적인 미국에서도 이제는 너무 식상한 소재는 아니었을까? 새로운 스타워즈 3부작 시리즈가 오리지널 3부작의 압도적인 명성을 등에 업고도 기대만큼의 흥행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트렌드가 변했음을 알리는 전조였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존 카터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너무 늦게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스타워즈 신 3부작 시리즈가 등장할 즈음인 2000년대 초반에만 나왔어도 지금 정도의 홀대를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존 카터를 디즈니가 제작했다는 점이다. 앤드류 스탠튼의 연출력은 훌륭한 편이지만(물론, 존 카터는 니모를 찾아서나 월-E와 같은 그의 대표작에 비해서는 평이한 것도 사실이다.) 실사영화라면 디즈니에서는 무리다. 기억해야할 것은 그 오랜 세월동안 디즈니가 제대로 성공시킨 실사영화 프렌차이즈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어벤져스는 디즈니의 손길이 닿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마블의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존 카터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스타워즈와 아바타와 직접 비교해 보면 이 작품이 가진 한계가 드러난다. 거대한 제국과 맞서 싸우는 제다이 기사와 반란군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워즈는 분명 존 카터보다 큰 스케일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넘쳐난다. 반면, 아바타와 비교하면 스케일이나 캐릭터 등에서 아바타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가 밀리는데 이는 액션에서는 확실하게 액션을, 드라마에서는 확실하게 드라마를 보여준 아바타가 평이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보다 밀도가 높고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이다. 스케일과 캐릭터, 그리고 디테일과 임팩트의 차이가 존 카터를 2% 아쉬운 원조 스페이스 오페라로 만든 셈이다.

하지만, 많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존 카터는 제법 볼만하다. 원작의 갖고 있는 매력을 이 작품은 나름대로 훌륭하게 재현해내지 않았나 싶으며, 순간적이지만 속편을 기대하기까지 했다면 너무 후한 평가일까.

ⓒ Walt Disney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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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1989), Little Mermaid 


ⓒ WALT DISNEY


<정보>

◈ 원작: 한스 크리스챤 안델센의 '인어공주'
◈ 감독/각본: 론 클레멘츠(Ron Clements), 존 머스커(John Musker)
◈ 캐릭터 디자인/애니메이션 감독: 글렌 킨(Glen Keane) / 던칸 마저리뱅크스(Duncan Marjoribanks), 글렌 킨
◈ 아트디렉터: 마이클 A. 페라자 쥬니어(Michael A. Peraza Jr.)
◈ 음악: 알란 멘켄(Alan Menken), 하워드 애쉬먼(Howard Ashman) - 작사
◈ 기획/제작: 하워드 애쉬먼, 존 머스커
◈ 제작사/배급사: 월트 디즈니, 실버 스크린 파트너스 IV / 월트 디즈니, 부에나 비스타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1989.11.14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전연령가(G)


<캐스트>

◈ 인어공주 아리엘(Ariel): 조디 벤슨(Jodi Benson)
◈ 에릭 왕자(Eric): 크리스토퍼 다니엘 반스(Christopher Daniel Barnes)
◈ 세바스챤(Sebastian): 사무엘 E. 롸이트(Samuel E. Wright)
◈ 스커틀(Scuttle): 버디 해켓(Buddy Hacjett)
◈ 플라운더(Flounder): 제이슨 마린(Jason Marin)
◈ 우슬라(Ursula): 팻 케롤(Pat Carroll)
◈ 트리톤 왕(Triton): 케네스 마스(Kenneth Mars)


<시놉시스>

깊은 바다 속 왕국의 인어공주 에리얼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16살의 소녀로, 바다 속 세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 세상을 동경하고 있다. 에리얼의 아버지이자 바다왕국의 왕 트라이톤은 지상의 인간들과 바다 속 인어들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에리얼의 마음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어느날 밤, 친구 플라운더와 신하 세바스챤을 데리고 수면으로 나온 에리얼은 인간 왕국의 왕자 에릭을 멀리서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만다. 때마침 불어닥친 폭풍에 에릭 왕자의 배는 좌초되고,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에릭을 에리얼이 구해내게 된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왕자에게 노래를 부르는 에리얼, 그녀의 목소리에 에릭은 정신을 되찾고, 에리얼은 황급히 자리를 뜨고 만다. 에릭은 비록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을 구해준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잊지 못하게 된다.

한편, 딸의 행동을 눈치 챈 트라이톤 왕은 격노하게 되고, 에리얼은 에릭을 향한 마음으로 크게 낙담하고 만다. 이 때, 한쌍의 뱀장어가 에리얼에게 접근한다. 플롯섬과 젯섬이라 불리는 이 장어들은 그녀에게 지상의 왕자와 함께 하고 싶다면 마녀 어슐라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하게 되는데...


<소개>

1966년 디즈니의 창립자인 월트 디즈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시 공교롭게도 추락의 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회사의 정신적인 지주를 잃었으니 제 아무리 디즈니 왕국이라도 흔들렸을 수 있겠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1975)' 이래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1977)', 리챠드 도너의 '슈퍼맨(1978)', 그리고 스필버그의 'E.T(1982)'로 이어지는 일련의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의 등장은 영화계나 만화영화계나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디즈니는 그러한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뒤쳐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야 했으나 디즈니는 이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셈이다.

70년대 들어 큰 히트작을 내지 못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암흑기는 80년대 들어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새로운 시대에 맞춰 디즈니도 SF 영화 '트론(1982)'과 같은 디즈니 답지 않은(?) 실사영화(디즈니는 50년대부터 실사영화를 만들어 왔으며, 6~70년대 들어서는 그 비중이 더더욱 커지게 된다. 단, 주목할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듯. 트론의 경우 천7백만 달러의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3천3백만 달러의 괜찮은 흥행성적을 거둬들였지만, 82년 최대의 히트작인 E.T라는 거대한 벽을 넘을 수는 없었으니 안타까운 비운의 작품인 셈이다.)를 들고 승부수를 던졌지만, 디즈니의 원동력인 애니메이션의 불빛이 사그러든 상태에서 시도한 실사영화로의 도전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되는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에 충실히 하지 못한 당연한 귀결이기도 했다.(이후로도 디즈니의 실사영화는 대체적으로 범작에 그치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는 2003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계속된다.)

80년대 초반까지 만화영화보다는 실사영화에 치중하던 디즈니는 85년도부터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만화영화로의 회귀가 그것이었는데, 1984년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 그리고 제프리 카첸버그 모션 픽쳐스 그룹 책임자의 부임부터 시작된 이 디즈니의 부활 프로젝트는 비록 '블랙 칼드론(1985)'에서 천문학적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도 넘치 못하는 참패를 거두긴 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만화영화의 투자를 계속하였고, 그로부터 4년 뒤 디즈니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드는 작품을 만들어 내게 되니, 이것이 바로 디즈니 부흥의 신호탄을 알린 동시에 디즈니 제2의 황금기를 열어준 기념비적인 작품 '인어공주(1989)'인 것이다.

ⓒ WALT DISNEY



한스 크리스챤 안델센의 대표적인 동화를 각색한 인어공주는 분명 이전까지 디즈니가 선보였던 일련의 세계명작동화 스타일의 만화영화와 같은 성격을 가진, 말하자면 고전적인 테마를 공유하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인어공주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1937)' 이후 기획되었던 후속 프로젝트 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제작이 중단되었던 작품이었다. 60년대 이후로 디즈니 내에서도 거의 흔적이 사라진 이 세계명작동화 스타일은 오히려 90년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좋은 소재였던 셈이었다.  

다만, 고전적인 소재를 다시 부활시키는데 있어서 디즈니는 새로운 몇가지 시도를 행하게 되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컴퓨터 그래픽의 도입이었다. 레이아웃을 컴퓨터로 그린 뒤, 이를 셀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채색하는 작업은 지금의 Full CG와는 다른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재된 방식이었으나 셀 애니메이션이 가진 서정성과 감성을 유지하면서 CG의 부드러움과 선명함을 더하면서 기존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새로운 영상적 완성도를 이룩하게 되었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바다를 누비는 인어들과 바다생물들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으며, 생동감이 넘치는 영상미로 관객들을 사로잡게 된다.

다른 하나의 시도는 뮤지컬의 접목이었다. 이미 디즈니의 전작 '올리버와 친구들(1988)'에서 선보인 바 있는 이 뮤지컬 드라마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또다른 서정성과 감동을 부여하게 되었으니, 아름다운 색체와 미려한 움직임에 더해진 뮤지컬적 시퀀스는 때로는 한편의 로맨틱한 드라마를, 때로는 한편의 코미디를 극적으로 스크린 위에 표현하게 된다. 이를 위해 뮤지컬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던 알란 멘켄을 데려온 것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고의 선택 중 하나로, 멘켄 자신도 디즈니와의 작업을 통해 오스카 8회 수상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서로가 상부상조하게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전적인 소재의 현대적인 각색도 이야기의 흥미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해낸다. 비극적인 이야기였던 원작의 시놉시스를 밝고 희망찬 이야기로 각색한 것은 확실히 전연령가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보인다. 여기에 바닷가재 세바스챤과 같은 개그 캐릭터를 창조하여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지도 모를 이야기를 중간중간 튀어오르게 만든 것은 분명 인어공주의 최고의 선택 중 하나가 아닐까. 세바스챤은 단순한 감초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인어공주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Kiss the Girl'에서 사실상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캐릭터로 맹활약하게 된다.

또한, 달라진 시대만큼 달라진 여성상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와 같이 수동적이고 고전적인 여성주인공에서 지상을 동경하여 스스로 사랑을 찾아 모험을 행하는 에리얼의 모습은 분명 고전적인 동화의 여주인공과는 사뭇 다른 현대적인 여성상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는 보수적인 가치를 대변하던 과거의 디즈니와도 역시 상반되는 부분으로, '미녀의 야수(1991)'의 벨, '알라딘(1992)'의 쟈스민, '뮬란(1998)'의 뮬란 등으로 재생산되면서 디즈니의 또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게 된다.

인어공주는 디즈니 만화영화 사상 역대 최고인 4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작품이었다. 이는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었던 85년 블랙 칼드론의 2천 5백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액수로, 지난 이십년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에서 그리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디즈니의 자존심을 건 승부사이자 회심의 일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어공주는 디즈니의 침체기를 한방에 날리는 멋진 카운터 펀치가 되었다. CG와 뮤지컬, 코미디와 신세대 여성상이 어우러진 이 한편의 드라마틱한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의 침체기를 벗어나 이후 픽사의 '토이 스토리(1995)'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전까지 디즈니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명작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인어공주2, 바다로의 귀환 (2000),Little Mermaid II, Return to the Sea


ⓒ WALT DISNEY


<정보>

◈ 감독: 짐 캐머러드(Jim Kammerud),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
◈ 각본: 엘리자베스 앤더슨(Elizabeth Anderson) 外
◈ 음악: 대니 트룹(Danny Troob)
◈ 제작: 레슬리 휴(Leslie Hough), 데이빗 러브그렌(David Lovegren)
◈ 제작사/배급사: 월트 디즈니 / 부에나 비스타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2000.09.19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비디오 / 전연령가(G)


<소개>

에리얼과 에릭의 딸 멜로디를 주인공으로 한 인어공주의 시퀄. 지상을 동경한 에리얼과 달리 딸인 멜로디는 바다를 동경하게 된다나 뭐라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아닌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은 아니다.


인어공주, 아리엘의 시작 (2008),Little Mermaid, Ariel's Beginning


ⓒ WALT DISNEY


<정보>

◈ 감독: 페기 홈스(Peggy Holmes)
◈ 각본: 로버트 리스(Robert Reece) 外
◈ 음악: 제임스 둘리(James Dooley)
◈ 제작: 켄드라 홀랜드(Kendra Halland)
◈ 제작사/배급사: 월트 디즈니
◈ 저작권: ⓒ WALT DISNEY
◈ 일자: 2008.08.26
◈ 장르: 드라마, 로맨스, 뮤지컬, 세계명작, 판타지
◈ 구분/등급: 비디오 / 전연령가(G)


<소개>

두번째 후속편은 당연스럽게도 프리퀄이 되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시점보다 이전 시점의 이야기로 트라이튼 왕이 인간들을 싫어하게 된 이유와 에리얼의 첫 모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역시 극장용이 아닌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참고 사이트>

[1] The Little Mermaid (1989 film), Wikipedia
[2] Walt Disney Pictures, Wikipedia
[3]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Wikipedia
[4] The Little Mermaid, Disney Wiki
[5] 인어공주, 네이버 영화
[6] 인어공주, 엔하위키 미러
[7] 디즈니 애니의 20세기, 그리고 21세기,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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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lt Disney


<스탭>

◈ 감독: 롭 마샬(Rob Marshall)
◈ 원작: 팀 파워스(Tim Powers)
◈ 캐스팅: 조니 뎁(Johnny Depp),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 이안 맥쉐인(Ian McShane), 제프리 러쉬(Jeoffrey Rush)
◈ 제작: 월트 디즈니 픽쳐스


<시놉시스> 

스페인의 바닷가, 어부들이 바다에서 그물을 걷어올리던 중 그물에 걸려있는 괴노인을 발견한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노인을 왕성으로 데리고 간 어부들, 노인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폰세 데 레온'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탐험가로 푸에르토리코의 첫번째 통치자이자 플로리다를 발견해 내었던 후안 폰세 데 레온은 젊음의 샘을 발견했던 인물로도 오랫동안 전해지고 있었다. 노인의 손에 들린 책에 폰세 데 레온과 젊음의 샘에 관련된 정보들이 씌여져 있음을 알아낸 스페인은 곧장 젊음의 샘을 향한 항해 준비에 들어간다.

한편, 블랙 펄의 갑판장이었던 죠샤미 깁스가 잭 스패로우라는 누명을 쓰고 런던의 재판장에 선다. 깁스는 무고함을 항변하지만, 시민들은 해적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이 때 등장한 스미스 판사, 판사는 처형 위기에 처한 깁스를 무기징역으로 감면시켜준다. 알고보니 판사는 잭 스패로우가 변장한 모습이었던 것, 잭은 매수한 마부가 모는 죄수 호송형 마차에 깁스를 태우고 의기양양하게 탈출에 성공한다. 깁스로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팔아 가짜 잭 행세를 알게 된 잭. 대화가 끝나갈 즈음 목적지에 마차가 도착한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항구가 아니라 영국의 왕 죠지 2세의 궁전 앞. 잭은 영국군들에게 체포당해 궁전으로 끌려가는데...


미드 필더가 사라진 해적팀, 잭 선장의 개인기만으로 버텨내다.

즈니랜드의 놀이테마로 사랑받던 캐리비안의 해적이 영화화되어 이제는 고사되었다고 여겨지고 있던 해적 어드벤처물에 또다른 신화를 써내려간지도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었다. 잭 스패로우라는 헐리우드 영화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한명을 만들어낸 이 유쾌하고 재기 넘치는 3부작이 다채로운 볼거리와 재미를 팬들에게 듬뿍 안겨주고 4년전 막을 내렸지만, 헐리우드의 잭 스패로우 사랑은 3부작으로는 부족했던 듯 싶다. 2011년 캐리비안의 해적의 4번째 시리즈가 다시금 우리를 찾아오게 되었으니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으리라 짐작되는(또,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으리라 짐작되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2011)'가 바로 그것이 되겠다.

이미 3부작에 걸친(물론, 실제로 1편은 별개의 이야기이고, 그후 2편과 3편이 내용상 연계가 있지만) 이야기로 사실상 잭 스패로우의 모험의 첫장은 끝난 셈. 새로이 시작될 4편은 전혀 새로운 모험거리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3부작과 같이 각 시리즈가 전체 이야기의 한부분이 되는 연속성을 가진 이야기가 아니라,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사건과 인물들이 등장하는 시리즈 물의 경우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있어서 매 시리즈마다 많은 고민이 수반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4편에 이르러서는 올랜도 볼룸의 윌 터너나 키이라 나이틀리의 엘리자베스와 같이 잭 스패로우의 든든한 사이드 킥들이 모두 시리즈에서 하차했으며, 무엇보다 3부작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캐리비안의 해적은 새로운 인물들과 새로운 감독으로 시리즈를 꾸려가야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시리즈의 각본은 캐리비안 시리즈를 창조해낸 테드 엘리엇과 테리 로지오가 그대로 맡았지만, 이야기는 팀 파워스가 1987년에 쓴 소설 '낯선 조류(1987)'라는 유명한 소설을 베이스로 삼았다. 여기에 '시카고(2002)'와 '게이샤의 추억(2005)' 등으로 잘 알려진 롭 마샬 감독이 연출가로 합류하면서 오히려 시리즈의 모양새는 이전보다 더 무게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키이라 나이틀리를 대신하는 여주인공 역에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낙점되었고, 잭 스패로우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자 가장 강력한 라이벌 바르보사 선장의 제프리 러쉬가 건재하는 등, 사실 시리즈는 시작 전에는 많은 기대감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 시리즈의 반 이상을 책임지는 매력적인 악당 잭 스패로우가 여전히 건재했다. 좋은 스토리와 좋은 감독, 좋은 캐릭터가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 네번째 시리즈는 미적지근한 평을 들어야만 했을까.

극장이 아닌 PC(네이버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에서 감상했기에 그 느낌이 스크린과는 다소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이 4번째 시리즈는 킬링 타임용으로는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4편의 흥행성적은 약 10억4천만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9억6천만달러의 성적을 거둬들인 3편보다 앞서고, 10억6천만달러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둬들인 2편보다 약간 모자란 정도다. 그리고 2편과 3편의 경우 사실 비평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 왜 유독 4편은 전작에 비해 저평가되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부제인 낯선 조류처럼 이제까지와는 낯선 분위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잭 스패로우의 원맨쇼인 것 같던 시리즈가 막상 많은 조연급 배우들이 하차하고 나니 생각 외로 그들의 빈자리가 컸음을 제작진과 관객 모두 공감했다고나 할까. 역으로 말하면 새로운 캐릭터들이 그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이 시리즈는 잭이 등장하는 부분과 잭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의 편차가 몹시 크다. 특히, 새로운 악당인 검은 수염역의 이안 맥쉐인은 전 시리즈에서 강렬한 모습을 선보였던 문어선장 데비 존스역의 빌 나이와 아무래도 많은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는데, 데비 존스의 포스가 너무도 강렬했던 덕분에 검은 수염의 아우라는 상대적으로 너무 미약해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속는 왁자지껄한 구도도 본 시리즈에 와서는 너무도 점잖아진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4편은 해적 어드벤쳐를 마음껏 비틀어댔던 이전 시리즈에 비해 얌전하고, 오히려 전통적인 느낌마저 풍긴다. 이는 뮤지컬과 드라마에 일가견이 있는 롭 마샬 감독의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 실제로 코미디와 어드벤쳐가 과하리만치 빛을 발했던 전 시리즈에 비해 이번 시리즈는 잭과 바르보사, 깁스와 같은 원 캐릭터들을 빼면 몹시도 정통 해적물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런던에서 벌어지는 초반부의 모험 때만해도 괜찮을 것 같았던 이 영화는 전개가 거듭될 수록 점점 늘어지게 되는데, 이는 분명 캐리비안의 해적이 지녔던 본래의 성질이 희석되고, 롭 마샬 감독의 감성이 가미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 Walt Disney

시리즈 본래의 느낌을 잃어버린 것 외에 한가지 더 문제였던 것은 한편의 이야기에 너무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밀도가 옅어졌다는 것이다. 잭과 그의 옛 연인 안젤리카, 그리고 안젤리카의 아버지인 검은 수염, 검은 수염을 뒤쫓는 바르보사 선장, 여기에 검은 수염에 사로잡힌 신부 필립과 역시 검은 수염에게 사로잡힌 인어 시레나까지... 너무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각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매력이나 스토리를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체 오히려 전체 이야기를 산만하게 끌고 가는 악재로 작용한다. 전작에서도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 캐리비안의 해적이지만, 2편과 3편은 이야기가 연결되었기에 이 많은 캐릭터들을 소화할 여력이 있었으며, 1편의 경우에는 4편보다는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수도 적었고, 이야기도 중심이 잡혀 있었다. 이 작품에서 인어는 분명 매혹적인 소재였지만, 이미 잭과 안젤리카라는 구도에 신부와 인어의 뜬금없는(?) 로맨스까지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오히려 산만해지지 않았나 싶다. 바르보사나 안젤리카 둘 중 한명은 굳이 시리즈에 필요가 있는 캐릭터였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물론, 제 역할을 다한 바르보사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번 4편을 끝으로 시리즈가 막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시리즈는 흥행에서는 전작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는 잭 스패로우라는 희대의 캐릭터가 여전히 제 몫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이번 4편은 여전히 잭 덕분에 볼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들과 어떤 모험 이야기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잭 스패로우라는 보증수표가 건재한 이상 후속편은 여전히 가능성과 흥행성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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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필요한 화성인과 말하는 자동차 vs 뚱보 팬더와 느끼한 고양이

ⓒ DREAMWORKS


'이스토리3(2010)'(글로벌 수익: 약 10억6천만달러)과 '라푼젤(2010)'(글로벅 수익: 약 5억5천만달러)을 통해 작년 한해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2010)'(글로벌 수익: 약 4억9천만달러)와 '메가마인드(2010)'(글로벅 수익: 약 3억 2천만달러)에게 판정승을 거둔 디즈니/픽사. 조금씩 그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북미 애니메이션은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의 양강구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도 그들의 한판승부는 계속 이어질 듯 하네요.

일단, 작년 이들 두 제작사의 간판 애니메이션의 북미 개봉일을 살펴보면,

드래곤 길들이기: 2010년 3월 26일
토이스토리: 2010년 6월 12일
메가마인드: 2010년 10월 28일
탱글드: 2010년 11월 24일

였는데요. 드림웍스 측에서 먼저 포문을 열고 디즈니/픽사가 이에 응사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 2011년 3월 11일 (개봉예정)
쿵푸팬더 2: 2011년 5월 26일 (개봉예정)
카 2: 2011년 6월 24일 (개봉예정)
장화신은 고양이: 2011년 11월 9일 (개봉예정)

로 디즈니가 선공을 하고 드림웍스가 역습을 하는 형태의 전개가 벌어질 듯 합니다.

ⓒ WALT DISNEY Pictures

먼저 디즈니가 선보이는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2011)'(원제: Mars Needs Moms)는 이제까지 선보인 디즈니의 CG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실사에 가까운 묘사가 수반된 상당히 이질적인 작품입니다. 이는 제작에 로버트 져메키스와 그의 스튜디오 이미지무버스 디지털(ImageMovers Digital)이 참여했기 때문인데요. 져메키스와 이미지무버스 디지털은 디즈니 자회사로, '폴라 익스프레스(2004)' 등을 통해 본 작품과 비슷한 비주얼을 이미 선보인 바가 있지요. 이 기술은 퍼포먼스 캡쳐라 불리고 있는데요, 이번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는 아쉽게도 이미지무버스 디지털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하고 사실적인 비주얼과 디즈니다운 어드벤쳐가 버무려진 이 작품이 과연 어린이들에게 얼마만큼 어필할지 궁금하군요.

☞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보러가기)

이에 맞서 드림웍스는 여름철 성수기보다 약간 앞선 시기에 슈렉을 잇는 자사의 간판 캐릭터 포를 앞세운 '쿵푸 팬더 2(2011)'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선택받은 전사가 되기위해 요절복통 쿵푸 수련과정을 보여주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쿵푸 고수들의 습격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무적의 5인방과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꾸려진다 하는데요. 이미 쿵푸의 절대고수가 된만큼 전작보다는 훨씬 멀쩡해진(?) 포가 얼마만큼의 웃음을 줄지가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일단 스케일과 액션 면에서는 전작을 능가하리라는 예상을 쉽게 하게 되는군요. 네임 밸류면에서 일단 올 상반기 대결에서는 드림웍스의 우세가 점쳐집니다만, 대부분의 속편이 전편을 능가하지 못해온 관례를 상기할 때, 쿵푸 팬더가 마냥 우세하리라고는 점칠 수 없다 하겠습니다. 더군다나 두 작품은 개봉시기에 2달 이상의 갭이 있기에 직접적인 대결도 아니구요. 아, 쿵푸 팬더 2는 한국계인 제니퍼 여 감독이 연출을 맡아 한국인으로서는 기대가 크기도 합니다. 

ⓒ WALT DISNEY Pictures

☞ 쿵푸팬더 2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보러가기)

오히려 쿵푸 팬더 2는 한달 뒤 블록버스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6월말에 디즈니가 개봉하는 '카(2006)'의 속편 '카 2(2011)'와 맞대결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작인 카가 성공적인 흥행을 거두긴 했지만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관계로 그 속편 역시 임팩트는 떨어지는 느낌이 있군요. 다만,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이끄는 명장 존 라세터가 전작 카 이후 5년만에 감독으로 복귀하는 작품인지라 그 무게감은 여타 애니메이션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다 하겠습니다. 라세터는 이 5년 동안 감독보다는 제작총지휘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었죠. 이번에도 감독과 제작 총지휘를 동시에 맡아 작품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듯 싶군요. 대신 브레드 루이스가 조감독으로 라세터의 뒤를 지원하게 됩니다.

☞ 카 2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보러가기)

11월에는 다시 드림웍스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놀랍게도 '슈렉' 시리즈에서 주인공 슈렉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장화신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장화신은 고양이(2011)'(원제: Puss in Boots)가 드림웍스의 히든카드가 된다고 하는군요. 느끼함과 깜찍함을 오가는 표정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번 신작은 슈렉의 스핀오프로서 그 기대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기름기 가득한 목소리에 '데스페라도(1995)',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2003)'를 통해 반데라스와 호흡을 맞춰온 히스패닉계의 섹시 여우 셀마 헤이엑도 캐스팅되었다고 하는군요. 감독인 크리스밀러는 '슈렉 3(2007)'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009)'을 감독한 인물로, 장화신은 고양이가 처음 등장하는 '슈렉 2(2004)'에서 각본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 장화신은 고양이 공식 홈페이지 예고편 (보러가기)

전반적으로 디즈니/픽사의 이번 신작들은 로버트 져메키스나 존 라세터와 같은 거물들이 작품을 이끌어가고 있는 반면, 드림웍스의 작품들은 신예 연출가를 기용하는 대신, 메가히트를 친 전작의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작품으로 대결을 펼치는 형세로 보입니다. 과연 올해 두 거물 제작사의 대결에서는 누가 판정승을 거두게 될까요. 화성인은 엄마가 필요해의 개봉이 얼마 안남은 지금, 디즈니/픽사와 드림웍스의 1라운드는 이제 곧 시작됩니다.

ⓒ DREAMWORKS


☞ 제가 의도한 바대로, 이번 포스트는 다소 드림웍스의 작품들을 강조하는 형태로 흘러갔습니다. 사심 가득한 포스트, 부디 이해 바라며...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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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G와 셀 애니메이션의 조화, 푸우의 다섯번째 장편애니메이션.

ⓒ WALT DISNEY Pictures

 
1926년 발표된 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동화로서, 디즈니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더 널리 알려진 '아기곰 푸우(또는 곰돌이 푸우, 원제는 위니 더 푸우, 영어로는 Winnie the Pooh. 요즘 표현으로 하면 하의실종 종결자 푸우... 풉.)'의 다섯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 올 여름 6월 북미 개봉예정에 있습니다. 꿀을 사랑하는 아기 곰 푸우와 활기찬 아기 호랑이 티거, 작고 내성적인 꼬마 돼지 피글렛, 우울한 당나귀 이요르 등 친근한 동물 캐릭터들을 주인공 삼아 그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동화 자체의 인지도 뿐만 아니라 캐릭터 사업과 영상물로서도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스테디 셀러이기도 합니다. 특히, 디즈니가 그려낸 푸우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은 살아 있는 봉제인형의 모습으로 시각화 시켜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 시켰던 작품이죠. 이로 인해 푸우하면 으례 우리는 디즈니가 그려낸 캐릭터들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으로 대표되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캐릭터들과 함께, 푸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한축을 단단히 책임지고 있는 인기 캐릭터입니다. 같은 세계명작동화를 원작으로 한 아기사슴 밤비나 아기코끼리 덤보, 101마리의 달마시안들과 함께 수많은 어린이들의 유년시절을 함께 한 친근한 곰 푸우는 그동안 4번의 TV 시리즈와, 다섯번의 단편 극장 애니메이션, 그리고 4번의 장편 극장 애니메이션 및 수많은 TV 스페셜과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왔는데요. 가장 최근의 극장 애니메이션이었던 'Pooh's Heffalump Movie(2005)'에 이어 6년만에 신작 극장 애니메이션으로 이번에 우리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는 푸우 관련 영상 컨텐츠를 전부 통틀어서도 6년만의 신작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푸우의 다섯번째 극장 애니메이션은 2009년에 개봉했던 '공주와 개구리(2009)'에 사용되어 셀 애니메이션과 최신 CG의 조화로운 비주얼을 선보였던 Toom Boom Animation의 소프트웨어가 쓰였다고 하는데요. 이로 인해 CG의 부드럽고 세밀한 움직임과 선명한 색감, 그리고 셀 에니메이션의 서정적인 터치가 살아있는 작품이 될 듯 싶습니다. 감독은 장편 극장 애니메이션은 이 작품이 첫 연출인 스테판 앤더슨과 돈 홀이 공동으로 맡았습니다.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진두지휘하는 존 라세타가 총괄제작을 맡았으며, 한스 짐머에 헨리 잭맨이 음악을 맡는 등, 스탭진 역시 녹록치 않습니다. 적어도 셀 애니메이션에 대한 디즈니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하네요.

푸우와 그 친구들의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기에 사실 요즘의 코믹하고 다이나믹한 CG 애니메이션에 비해서는 지겨운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랜만에 순수한 아기 동물들과의 추억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듯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개봉소식을 못들었는데요. 만약 개봉하게 된다면 저도 아들 손 붙잡고 한 번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 WALT DISNEY Pictures


☞ 예고편 보러가기 (유튜브)
☞ 예고편 보러가기 (애플 트레일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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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동화의 디즈니다우면서도 픽사스러운 재해석  

ⓒ WALT DISNEY Pictures


'이 스토리(1995)'의 대성공 이후, 픽사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인어공주(1989)'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세계명작동화의 디즈니식 재해석, 그리고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두가지 테마는 한동안 세계 애니메이션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습니다. 동화적인 감성에 비해 재기발랄한 CG 애니메이션은 과거의 것들을 고리타분하고 전형적인 전개로 만들만큼 참신하고 신선했었죠. CG 애니메이션의 대성공은 북미에서 셀 애니메이션의 입지를 더더욱 좁게 했고, 디즈니/픽사의 대항마라 할 수 있는 드림웍스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북미 애니메이션하면 과거 세계명작 동화 스타일의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신세대의 감각에 맞는 CG 애니메이션으로 인식될 정도로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요즘의 세대에 있어서 과거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이거나 듣기만 했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셈이죠. 이제 3D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애니메이션은 더더욱 2차원의 세계를 벗어나 3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라 하겠습니다.

픽사와 드림웍스의 전쟁이 한참 진행중이던 2009년, 토이스토리를 통해 CG 애니메이션 시대를 열었던 존 라세터가 프로듀서를 맡고 인어공주로 디즈니의 제2의 전성기를 열었던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가 연출을 맡은 '공주와 개구리(2009)'가 준수한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디즈니만의 가정적이고 고전적인 스타일은 다시금 부활의 날개를 펴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 공주와 개구리는 픽사의 연타석 흥행 속에서도 꾸준히 '노틀담의 꼽추(1996)', '헤라클레스(1997)', '뮬란(1998)', '타잔(1999)' 등의 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며 명예회복을 노리던 디즈니가 한동안 그 의지를 접었던 셀 애니메이션으로 거둔 성적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고전적인 셀 애니메이션이 세계시장에서 의미가 있음을 증명한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리고 2010년 말, 고전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스타일과 신세기를 열어가는 3D CG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하나로 합친 작품이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탱글드(2010)', 그림 형제의 동화 '라푼젤'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의 최신작이 되겠습니다.

ⓒ WALT DISNEY Pictures

이미 북미와 유럽에서 2010년 11월에 개봉되어 현재까지 약 4억 달러, 북미에서만 2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히트를 기록했는데요. 특히, 이 작품은 이제까지의 창작 CG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세계명작동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픽사 스타일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디즈니 스타일의 감성이 보다 더 많이 녹아들어간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닌듯 싶은데요. 출구가 없는 높은 탑에 갇혀 홀로사는 긴 머리카락의 소녀는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원작의 히로인과는 달리, 호기심 많고 쾌활한 소녀 라푼젤이 되었으며, 그녀의 목소리에 반하여 위험을 무릎쓰고 탑에 오르는 원작의 왕자는 유쾌하고 넉살좋은 왕국 최고의 도둑 라이더가 되었습니다. 원작의 우울하고 비극적인 멜로물의 분위기 역시 이에 맞춰 보다 더 코믹하고 역동적인 어드벤쳐 물로 탈바꿈 한 듯 싶은데요. 전체적으로 이러한 작품의 스타일은 디즈니보다는 픽사의 스타일에 더 가까운 듯 싶습니다. 즉, 디즈니의 고전적 감성을 픽사 스타일로 재해석한 새로운 느낌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90년도 중반부터 시작된 디즈니와 픽사의 밀월관계를 감안하면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진작에 한번쯤은 나와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이 된 후에나 등장한 것을 보면 이제까지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그 만큼 디즈니의 감성을 배제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간 것이라는 증명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그러나, 이러한 픽사식 변주는 사실 이 탱글드가 처음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과거 '몬스터 주식회사(2001)'나 '인크레더블(2004)'를 통해서도 픽사는 고전적인 가치들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시도를 하고는 했었죠. 디즈니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던 드림웍스의 파격적인 시도에 비해서는 다소 얌전하긴 하지만 픽사의 스타일은 그렇기에 오히려 대중에게 더 많은 호응을 얻는 듯 싶습니다. 온건파 개혁주의자 같은 픽사의 모습으로 디즈니의 고전적인 스타일이 21세기의 입맛에도 알맞을 정도로 잘 옮겨진 듯도 싶구요.

자, 한국에서는 2010년 2월에 개봉 예정에 있는데요. 전통적인 한국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그리고 세계적인 추세로 미루어 볼 때 탱글드(한국 개봉명은 원작의 이름은 라푼젤 그대로입니다.)의 성공은 거의 확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탱글드의 음악은 돌아온 애니메이션 음악의 거장 알란 맨킨이 맡았는데요. 과거 인어공주부터 포카 혼타스까지 이어졌던 그의 마법이 이번에도 또 한 번 인정을 받을지 역시 기대된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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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도 인정한 애니메이션의 전설을 만나다.

ⓒ WALT DISNEY



월트 디즈니의 저주받은 걸작 '환타지아(1940)'과 전설의 리메이크 '환타지아 2000(2000)'이 한국에서 블루레이와 DVD로 곧 출시예정에 있습니다.

바하,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베토벤과 같은 클래식 거장의 음악을 테마로 하여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클래식 음악의 느낌을 표현해 낸 환타지아는 1940년도 당시 228만 달러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든 디즈키의 모든 영상 노하우의 정수가 담겨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어찌보면 최초의 애니메이션 뮤직 비디오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시대를 앞서간 클래식과 애니메이션의 앙상블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받으며 잊혀져 버렸던 비운의 작품이었으나,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 후대로부터 애니메이션의 마스터피스로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된 걸작이기도 합니다. 테즈카 오사무나 미야자키 하야오 등 일본의 전설적인 거장들이 그토록 도달하고 싶은 목표점이기도 하였다죠.

환타지아 2000는 이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환타지아의 후속편으로 아이맥스용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일반 영화가 아닌 아이맥스로 용으로 만들어 전세계에 개봉시킨 것만 보아도 작품에 대한 디즈니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죠. 21세기를 맞이한 작품답게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CG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특유의 유려함과 아름다운 미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블루레이와 DVD로 모두 정발되는데, 가격차이도 생각만큼 크지 않은지라 블루레이로 구입해도 좋을 듯 싶군요. 아직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없는지라 어찌해야하나 싶은데, 소장용으로서, 그리고 나중에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구입하게 된다는 전제조건에 이번에는 한 번 블루레이로 질러볼까 고민중입니다.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 WALT DISNEY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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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7일, 환상의 디지털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되다.

ⓒ WALT DISNEY Pictures


1982년 개봉되어 시대를 앞서간, 아니 앞서도 너무 앞서간 영상미로 SF 마니아들에게는 찬사를, 대중에게는 싸늘한 냉대를 받았던 월트 디즈니의 저주받은 SF 고전 트론(스티븐 리스버거 감독).

1990년대 말부터 이 트론의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가 소문처럼 오고가기 시작하더니 2008년 마침내 티져 필름을 통해 트론 레거시의 실체가 공개가 되며, 트론의 올드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고, 마침내 2010년 12월 17일 실로 28년만에 그 속편이 극장가에서 관객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흑, 살아생전에 트론의 속편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비록, 80년대의 조악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의해 괴작에 가까운 작품이 되어버린 트론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만큼 강인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입니다. 비슷한 시기의 TV 시리즈 '오토맨(1983)'과 함께 컴퓨터와 전자세계, 그리고 그래픽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갖게 했구요. 1992년 브랫 레너드 감독의 '론머맨'이 등장했을 때는 그 때의 트론에서 느꼈던 혁신적인 영상미를 만족시키는 작품이 나오는가 싶어 내심 기대하기도 했지만, 이런 바람은 아쉽게도 불발로 끝났고 말았습니다.

ⓒ 1982 WALT DISNEY Pictures

1982년 트론 포스터

이번 트론 레거시는 전편의 감독이었던 스티브 리스버거가 제작자로 나서고, 컴퓨터 그래픽에 조예가 깊은 신예 죠셉 코진스키가 감독을 맡아 디즈니의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 되리라 봅니다. 전편에서 컴퓨터 천재였던 플린 역할의 제프 브리지스가 여전히 나이든 플린으로 등장하여 속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시켜주고 있으시구요. 트론 역할의 부르스 윌리엄 복스레이트너도 캐스팅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저를 비롯한 트론의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상미는 뭐,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전편의 설정 자체가 수십년이나 앞서간 설정이니만큼 지금의 시대에 정말 잘 들어맞는 듯 싶구요. 훨씬 세련되어진 컴퓨터 세계의 모습도 그렇고, 컴퓨터 세계라는 설정이니만큼 이보다 더 CG가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을 수 있을까도 싶습니다. CG로 만들어진 티가 나야되는 컴퓨터 세상이니 뭐...

다만, 역시 이번에도 관건은 스토리텔링의 완성도, 그리고 스토리텔링과 비주얼의 적절한 균형미가 아닐까 싶은데, 이 점에서는 역시 판단을 유보해야할 듯 싶구요. 참고로 각본은 로스트 에피소드를 다수 집필했던 아담 호로윗츠, 에드워크 킷시스 콤비가 맡았다고 합니다.

자, 과연 트론 레거시가 과거의 불명예(최악의 흥행참패로 월트 디즈니를 도산직전까지 몰고갔으며, 그로 인해 경영진까지 교체)를 뒤엎고 성공적인 부활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참 그러고보면 이 작품이 이런 아픔이 있기는 하지만 그 가치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디즈니도 인정하나 봅니다. 자신들을 망가뜨릴 뻔한 괴작을 다시 리메이크해서 당당히 내놓는 걸 보면 말이죠. 시대를 앞서갔던 과거의 흥행실패를 딛고 새로운 재평가를 받을지 기대가 됩니다. 이 작품이 그저그렇게 사람들에 뇌리에서 잊혀져 버린 작품이지만, 이렇게 다시 리메이크하는 걸 보면 이 작품에 대해 당사자인 디즈니도 나름의 애착을 갖고 있는가 봅니다. (흥행참패로 디즈니를 도산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소문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정정했습니다. 페니웨이님 포스트 참고)

ⓒ WALT DISNEY Pictures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WALT DISNEY Pictures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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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최신작 '벼랑 위의 포뇨'가 북미에서 개봉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비록, 이전에 비해 기력이 쇠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8년작인 이 작품의 이번 북미 개봉은 남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거의 디지털 3D로 넘어가버린 북미의 만화영화 시장에 아날로그식 셀 애니메이션에 기반한 미야자키 하야오식 스타일이 과연 어떤 반응을 얻어낼까 하는 것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군요.
 
또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2002년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과연 이번에도 포뇨로 또다시 만화영화 왕국의 심장부에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릴지도 역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 포뇨의 북미 배급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토록 추구해오던 풀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자랑했던 월트 디즈니라는 것인데요. 픽사와 드림웍스 등에 의해 이미 만화영화 시장에서 상당한 입지를 잃어버린 디즈니가 자신들이 버렸던 셀 애니메이션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이번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들고 온 사실은 꽤나 관객으로서도 남다른 느낌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아래의 영상은 공식 트레일러를 캡쳐한 것인데요. 트레일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어 더빙이 의외로 어색하지 않고 좋은 싱크로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미야자키의 스타일에는 옛 디즈니의 흔적들이 조금씩 묻어나 있기에 그런 것일까요. 더불어 성우 캐스팅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데요. '반지의 제왕'의 갈라드리엘 역부터 'I'm Not There'의 쥬드 퀸, '인디아나 존스 4편'의 이리나 스팔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데이시까지 블록버스터와 작가주의 작품을 아우르며 현재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케이트 블랑쉐, '제이슨 본' 시리즈로 역시 흥행과 연기력을 모두 겸비한 배우 매트 데이먼, 쉰들러 리스트'의 리암 니슨 등 흥행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압도적인 캐스팅 파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2009년 8월 14일 개봉 예정.

ⓒ 2009 NIBARIKI - GNDHDDT


공식 트레일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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