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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아니메 시리즈>

1.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979)
2.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3. 명탐정 홈즈 (1984)
4. 천공의 성 라퓨타 (1986)
5. 이웃집 토토로 (1988)
6. 마녀 배달부 키키 (1989)
7. 붉은 돼지 (1992)
8. 원령공주 (1997)
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10. 하울의 움직이는 성 (2004)
11. 벼랑위의 포뇨 (2008)
12. 바람이 분다 (2013)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984), 風の谷のナウシカ / Nausicaa Valley of the Wind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정보>

◈ 원작/감독/각본/캐릭터 디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
◈ 음향감독: 시바 시게히루
◈ 주요 애니메이터: 카나다 요시노리, 나카무라 타카시, 카가와 메구미, 코사카 키타로, 오하라 히데카즈, 안노 히데아키, 와타나베 타카시
◈ 음악: 히사이시 조
◈ 기획: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제작위원회
◈ 프로듀서: 타카하타 이사오, 하라 토오루
◈ 제작총지휘: 토쿠마 야스요시, 콘도 미치타카
◈ 제작사: 탑 크래프트, 토쿠마 서점
◈ 저작권: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 일자: 1984.03.11
◈ 장르: SF, 드라마, 모험, 판타지
◈ 구분/등급: 극장판 / 초등생 이상 관람가 (PG)


<시놉시스>

거신병이 온 세상을 폐허로 만든 불의 7일 전쟁이 있은지 1,000년이 지난 지구, 폐허가 된 지구의 자연에는 부해라 불리는 곰팡이 숲이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한다. 부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은 좁아지게 되고, 여기에 부해를 지키는 거대한 곤충 오무의 존재는 인간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었다. 자연은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바다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부해의 독가스로부터 안전하게 살 수 있었던 바람 계곡은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부족 공동체였다. 바람 계곡의 공주 나우시카는 그 중에서도 자연과 교감이 가능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소녀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부해의 자연과 오무마저도 친구로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 군사대국 토르메키아의 거대 비행선이 거대 곤충들의 습격을 받고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비행선에서 생존자를 찾던 나우시카와 마을 사람들은 토르메키아와 전쟁 중인 페지테의 공주와 함께 거대한 알을 발견하게 된다. 1,000년전에 세상을 멸망시킨 거신병의 알이라며 이 알을 없애달라는 마지막 유언과 함께 숨지는 페지테의 공주. 평화롭게 살아가던 바람계곡의 사람들은 이로 인해 세상의 운명을 책임지는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개>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일개 애니메이터가 아닌 크리에이터로서 각인시킨 첫번째 작품이며, 스튜디오 지브리 탄생의 시초를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과 환경주의, 반전사상, 그리고 미야자키 일생의 테마인 하늘에 대한 동경 등, 후일 미야자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소재들이 이 작품에 응집되어 있다. 그가 연출가로서 첫번째 이름을 알렸던 '미래소년 코난(1978)'의 주제의식을 이어받되 보다 더 판타지적이면서도 페미니즘적인 사상(혹자는 로리타 취향이라 부르기도 한다.)이 묻어난 작품이 되었다.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 성(1979)'을 통해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도쿄무비신사 산하의 텔레콤 애니메이션으로 소속을 옮긴 미야자키 하야오는 탈일본적인 색체를 추구하는 텔레콤 애니메이션의 제작방향에 맞추어 이탈리아와 합작으로 '명탐정 홈즈(1983)'의 연출을 맡지만, 저작권 협상 문제로 제작이 지연되는 와중 텔레콤 애니메이션이 미일 합작 애니메이션 '리틀 니모(1989)'의 제작을 위해 시리즈를 하차하면서 명탐정 홈즈의 연출에서 손을 떼게 된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리틀 니모의 제작에서도 하차한 미야자키는 이후, 텔레콤 애니메이션 측에 자신의 기획하고 있는 여러가지 작품의 아이디어를 제공하지만 채택되지 않게 되자, 1982년 11월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퇴사하고 만다. (리틀 니모는 이후에도 여러 제작상의 난항에 의해 지연을 거듭하다가 1989년에 이르러서야 일본에서 개봉되었고 미국에서는 92년에 개봉되었지만, 흥행에서 참패하게 된다.)

당시 미야자키는 토쿠마 서점이 발간하는 아니메 잡지 아니메쥬에 자신의 만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82년 1월부터 연재하고 있던 중으로, 미야자키의 잠재력을 알아본 아니메쥬의 편집팀 스즈키 토시오의 권유로 토쿠마 서점의 자회사 다이에 영화에 영화 기획안을 제공하지만 간단하게 거절된 뒤 나우시카의 연재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아니메 쥬의 편집장인 오카다 히데오는 이런 미야자키에게 나우시카의 아니메화를 제안하게 되고, 단편 애니메이션, OVA와 같은 몇가지 안을 거쳐 마침내 극장 아니메로의 제작이 결정된다. 이는 자사의 영화 컨텐츠를 확보하고 싶었던 토쿠마 서점의 의지에 편집장이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끈질긴 설득으로 인해 이뤄진 일이었다.

별도의 아니메 제작사를 확보하지 못했던 토쿠마는 나우시카의 제작을 위해 외주 제작사를 물색하게 된다. 당초 미야자키는 자신이 구상한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아니메와는 다른 작화스타일을 구사하며, 자신이 몸을 담았던 적도 있는 닛폰 애니메이션이나 텔레콤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었지만, 최종적으로 제작 스튜디오는 당시 '라스트 유니콘(1982)' 등 유럽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주로 맡아오던 소규모 제작사 탑 크래프트가 맡게 된다. 비록, 탈일본적인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탑크래프트였지만, 인력구성이나 노하우는 닛폰 애니메이션이나 텔레콤 애니메이션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상황, 이 와중에 당대 최고의 작화감독 코마츠바라 카즈오와 최고의 작화가 카나다 요시노리, 일본의 3대 미술감독 중 한명인 나카무라 미츠키들이 참여하면서 제작진의 모양새는 급격히 탑 클래스의 외형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스즈키 토시오의 설득으로 인해 프로듀서로 타카하타 이사오, 후일 미야자키의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일본 최고의 작곡가 히사이시 조까지 가세하면서 든든한 체제를 구축한 나우시카는 마침내 83년 스타트라인에 들어서게 된다.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아마겟돈과 같은 인류 최후의 전쟁으로 인해 지구가 멸망의 위기에까지 직면하고 문명의 퇴보와 자연의 대변화가 발생하게 되는 묵시록적인 서두는 전작 미래소년 코난과 유사하다. 여기에 특유의 다이나믹한 장면전환과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 풀애니메이션에 근접한 세심한 움직임, 뛰어난 배경예술, 클래식한 음악 등 나우시카의 그것은 확실히 일본 아니메보다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지향하고 있다. 유럽 애니메이션 등에서 활약한 탑크래프트 스탭들의 이국적인 작화는 좀 더 고풍스럽고 고전적인 정취를 뽐내는데, 인트로씬의 고전적인 일러스트는 탑크래프가 참여했던 영·미·일 합작 애니메이션 라스트 유니콘의 인트로씬과 비슷한 느낌을 안겨준다. 이 독특한 인트로는 차기작 '천공의 성 라퓨타(1986)'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사용된다.

인간이 망쳐놓은 자연을 지키는 거대 곤충 오무는 이 작품에서 이야기로서나 비주얼로서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이다. 특히, 절지동물처럼 생긴 큰 오무가 몸의 각 마디를 오무렸다 폈다하면서 이동하는 장면을 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부분은 실로 뛰어난 작화력을 뽐내고 있다. 지금처럼 CG로 손쉽게 구현이 가능한 시대가 아닌, 수작업 셀 애니메이션의 시대에 일일이 각 마디를 셀로 분할하여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한 이 씬은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셀 애니메이션의 진정한 저력이기도 하다. 라스트의 거신병씬 역시 미야자키 작품 중에서도 보기 힘든 박진감과 괴기스러움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 씬은 당시 신참 애니메이터였던 안노 히데아키의 작품으로 화제가 되기도. 단, 인물의 작화에서 안노는 취약함을 드러내 미야자키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는데, 이후에도 안노는 걸출한 메카닉 작화와는 달리 인물 작화에 있어서는 거의 낙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 안노 히데아키, 애니메이터로서의 흔적을 찾아서 (클릭)

라스트 씬에서 펼쳐지는 나우시카의 희생과 '푸른 옷의 사람의 전설'이 실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과 함께 감동적인 씬으로 기억된다. 전설 속의 인물의 재림을 확인한 바람계곡의 노파가 감격에 겨워 전설을 읊는 장면은 마치 메시아의 부활을 의미하는 듯 종교적이고 장엄하기까지 하다. 반면 이러한 종교적 전개는 작품의 감동의 대미를 장식하는데 있어서는 일품이었으되 압도적인 자연의 분노 앞에서 한 소녀의 희생으로 모든 걸 일단락 지은 낭만적인 허술함 역시 엿보인다 하겠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보다는 인간이 자연을 멸망시키는 암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이분법적인 전개 역시 다소 아쉬운 부분, 이는 원작 자체가 아니메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장대한 구조인지라, 원작의 프롤로그만을 아니메로 각색하면서 일어난 약간의 아쉬움이라 보면 어떨까 싶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종료 후에도 틈틈히 나우시카의 원작을 진행시켜 완결을 보게 되는데, 그 원작의 방대함과 깊이란 애니메이션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록, 흥행에 있어서는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한 나우시카이지만, 평단에서는 이례적인 극찬이 쏟아지게 되며, 제2회 일본 아니메 대상에서 작품상과 음악상 수상, 키네마 준보 84년 일본영화 베스트 10 중 7위, 제39회 마이니치 영화 콩쿨 오후지 노부로 상 수상, 일본 SF 대회 성운상 미디어 부분 1위, 제7회 월간 아니메쥬 애니메이션 그랑프리 작품상 등 숱한 시상식에서 작품의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 나우시카를 통해 미야자키의 작품에 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토쿠마 서점은 이를 계기로 미야자키 하야오, 타카하타 이사오, 하라 토오루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85년 설립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이후 일본 아니메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는 스튜디오 지브리인 것이다.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참고 사이트>

[1] 風の谷のナウシカ, Wikipedia Japan
[2]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엔하위키 미러
[3]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 1984 by 캅셀, CAPSULE 블로그: 총천연색 리스트 제작위원회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二馬力 · 徳間書店 · 博報堂 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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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사 테카맨 (1975), 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 / Tekkaman The Space Knight


ⓒ タツノコ プロ


<정보>

◈ 원작: 타츠노코 프로 기획실
◈ 감독: 사사가와 히로시(笹川ひろし), 토리우미 히사유키(鳥海永行)
◈ 각본: 토리우미 진조(鳥海尽三) 외
◈ 연출: 사사가와 히로시, 토리우미 히사유키, 쿠리 잇페이(九里一平) 외
◈ 캐릭터 디자인: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嘉孝)
◈ 메카닉 디자인: 오카와라 쿠니오(大河原邦男)
◈ SF 고증: 시게노 타쿠미(柴野拓美)
◈ 미술감독: 나카무라 미츠키(中村光毅)
◈ 음악/노래: 밥 사쿠마(ボブ佐久間) / 미즈키 이치로(水木一郎)
◈ 기획/제작: 토리우미 진조 / 요시다 타츠오(吉田竜夫)
◈ 프로듀서: 쿠리 잇페이, 미야자키 신이치(宮崎慎一)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NET 테레비
◈ 저작권: ⓒ タツノコ プロ
◈ 일자: 1975.07.02 ~ 1975.12.24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26화) / 초등생 이상 관람가(PG)


<줄거리>

21세기를 맞이한 지구의 과학력은 태양계 저편에 우주 스테이션을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지구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태양계를 넘어서까지 우주선을 보내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 이는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는 앞으로 3년이면 죽음의 별이 될 운명에 놓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류는 지구를 떠나 다른 천체로의 이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우주 탐사에 나선 스페이스 엔젤호가 돌연 정체불명의 비행체들에게 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무차별적인 외계 비행체들의 공격으로 스페이스 엔젤호는 처참히 파괴되고 조지의 아버지인 미나미 선장도 이 습격으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우주인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던 조지는 우주 개발센터의 아마치 국장에게 이끌려 비밀 연구실로 향하게 되고, 여기서, 인간의 세포를 파워업하여 초인으로 변신시키는 테크 섹터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는 거대한 로봇 페가스를 만나게 되는데...


<소개>

'과학닌자대 갓챠맨(1972)', '신조인간 캐산(1973)', '하리켄 포리마(1974)'에 이은 타츠노코 SF 히어로물 제4탄. 갓챠맨이나 캐산에 비해 다소 가벼웠던 포리마의 분위기를 일신하여 지구의 멸망을 앞둔 상황에서 펼쳐지는 하드한 SF 액션물로 그려지고 있다. 감독은 캐산을 연출한 타츠노코의 대표 연출가인 사사가와 히로시로, 갓챠맨과 포리마를 토리우미 히사유키가 연출을 하고 캐산과 테카맨을 사사가와가 연출을 하는 등, 타츠노코의 초기 히어로물은 이 두 명의 감독이 번갈아 연출했다는 특징이 있다. 사사가와 감독은 테카맨 연출 도중 '타임 보칸(1976)'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를 토리우미 감독이 이어받게 되는데, 토리우미는 이미 연출 스탭으로 1화부터 참여하고 있었기에 신임 감독으로 자리를 이어받았다기 보다는 감독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캐릭터 디자인은 아마노 요시타카가 맡고 있는데, 캐산을 거쳐 포리마와 테카맨에 이르기까지 이 약관(24살)의 애니메이터의 캐릭터는 이미 이 때 완성 단계에 이른 듯 싶다. 타츠노코 SF 히어로물에 있어서 아마노의 극화풍 캐릭터들은 타사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타츠노코의 작품들을 보다 더 어른스럽게(?) 보이게 하는 아우라가 있다고나 할까. 메카닉 디자인은 오카와라 쿠니오의 작품으로, 테카맨은 오카와라에게 있어서 타츠노코 소속 애니메이터로서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본 작품을 끝으로 오카와라는 타츠노코를 퇴사하게 된다.(하지만, 이후에도 오카와라는 외주로 타츠노코의 작품에 계속 참여하게 된)

테카맨은 사사가와 감독의 이전작 캐산과 여러 면에서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과 주인공이 특수한 무기보다는 육탄전으로 적들과 맞서는 점, 태양 에너지를 원천으로 하기에 흐린 날에는 힘을 쓰지 못하는 캐산처럼 활동시간에 제한이 있는 부분, 캐산의 로봇 동료인 프렌다와 같은 로봇 동료 페가스가 등장하는 등 여러 설정은 확실히 캐산과 닮은 부분이 있다. 우주판 갓챠맨이라는 의도도 있었다([1] 참조)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우주판 캐산이 더 맞지 않나 싶다. 또한, 적대적인 외계군단인 와르드스타의 비행선은 바이론 하스킨 감독의 SF 영화 '우주전쟁(1953)'에 등장하는 우주선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

갓챠맨이나 캐산 등과 비교하여 히어로와 사이드킥의 디자인은 다소 투박하고 거칠다. 호리호리했던 이전 타츠노코의 히어로들에 비해 프로 레슬러를 연상시키는 우람한 몸매의 테카맨은 의외이긴 하지만 오히려 본작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하드 SF액션 장르에는 잘 어울리는 모양새인 듯 싶다. 창을 들고 페가스 위에 올라타서 수많은 와르드스타의 우주선과 대치하는 테카맨의 모습은 흡사 'SF 서유기 스타징가(1978)'의 손오공과 같은 느낌이며(하얀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룬 코스튬 역시 미약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변신시 전해지는 극한의 고통을 견뎌내며 제한 시간 안에 아슬아슬하게 우주인들을 물리치는 모습은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남성미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설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인상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테카맨은 26화라는 짧은 방영횟수로 엔딩을 맞게 된다. 그것도 와르드스타의 대군에 홀로 맞선 테카맨의 마지막 모습을 뒤로 한 체 다소 석연치 않는 결말을 맞이하는데, 이런 상황을 미루어 보아 스탭진에게도 이것은 갑작스러웠던 엔딩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4쿨까지 예정되어 있던 스토리의 대부분을 전하지 못한 체 황급히 마무리 되는데, 테카맨이 보여준 처절하고 드라마적인 구조가 당시의 아이들에게는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싶다.

전년도에 방영되어 역시 조기종영되었던 '우주전함 야마토(1974)' 역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하드한 SF 드라마로 그 진지함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조기종영을 겪게 되는데, '기동전사 건담(1979)'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진지한 SF 드라마가 TV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당시 징크스를 테카맨도 결국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이후 사회적 현상으로 발전하는 야마토나 건담과는 달리 테카맨은 26화를 끝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만다.

다만, 오프닝에서 사용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스캐니메이트(Scanimate: 아날로그 컴퓨터 애니메이션 시스템을 이용한 첨단 영상기법)는 타츠노코의 차기작 타임 보칸에서 시간여행시 보여지는 특수기법으로 다시 한 번 사용되며 주목을 얻게 되며, 테카맨이 보여주었던 여러 매력적인 설정은 이후의 타츠노코 아니메에 음으로 양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주의 기사 테카맨 블레이드 (1992), 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ブレード / Tekkaman Blade


ⓒ 創通エージェンシー · タツノコ プロ


<정보>

◈ 감독: 네기시 히로시(根岸ひろし)
◈ 시리즈 구성: 세키지마 마요리(関島眞頼), 아카호리 사토루(あかほりさとる)
◈ 연출: 토노카츠 히데키(殿勝秀樹) 외
◈ 스토리보드: 네기시 히로시, 토노카츠 히데키, 사카타 쥰이치(坂田純一), 나카무라 류우타로(中村隆太郎) 외
◈ 캐릭터 디자인: 코가와 토모노리(TOIIIO, 湖川友謙), 사노 히로토시(佐野浩敏) - 원안 협력
◈ 메카닉 디자인: 사야마 요시노리(佐山善則), 나카하라 레이(中原れい)
◈ 작화 코디네이터: 코가와 토모노리
◈ 오프닝 애니메이션: 오바리 마사미(大張正己)
◈ 설정협력: 이즈부치 유타카(出渕裕), 키쿠타 히로키(結城二十六)
◈ 미술감독: 우미노 요시미(海野よしみ)
◈ 음악/노래: 와다 카오루(和田薫) / 코사카 유미코(小坂由美子)
◈ 제작 총지휘: 쿠리 잇페이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TV 도쿄, 소츠 에이전시
◈ 저작권: ⓒ 創通エージェンシー · タツノコ プロ
◈ 일자: 1992.02.18 ~ 1993.02.02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TVA(49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1991년 카키누마 히데키의 원작을 바탕으로 오바리 마사미의 3부작 OVA '데터네이터 오간(1991)' 1부가 비디오 시장에 출시된다. 지구를 침략하는 전투종족 이바류더 중에서도 이바류더의 돌격대장이기도 한 오간이 이바류더에 반기를 들고 단신으로 싸우다가 사망한 뒤, 그의 의지를 받아 지구에서 만들어낸 전투용 아머와 주인공 토모루가 합체하여 이바류더와 전투를 계속한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인간형 아머를 장착한 주인공이 외계의 전투종족과 싸운다는 점과 오간의 디자인적인 측면(페이스 마스크와 채찍과 창을 쓰는 부분 등)에서 테카맨과 상당부분 유사한 점을 갖고 있다.

오간이 테카맨의 오마쥬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은 듯 싶다. 다만, 오간의 시놉시스가 테카맨의 정통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 '테카맨 블레이드(1992)'와 유사하다는 점은 특기할만 하다. 후속편이라고는 하지만 테카맨 블레이드의 상당 부분 설정은 오간의 그것과 비슷한데, 이를 통해 세 작품(테카맨→오간→테카맨 블레이드)이 어느 정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듯 싶다.

오간에서 감독을 맡았던 오바리 마사미가 본작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맡은 점은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NG 기사 라무네&40(1990)'의 네기시 히로시와 아카호리 사토루의 참여 역시 의외인데, 보통 유쾌한 작품들을 연출하던 이 둘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는 상당히 암울하고 시리어스한 전개의 SF 액션 드라마로 그려지고 있다. 메카닉 디자인은 '패트레이버' 시리즈에 참여했던 사야마 요시노리. 이런 연유에서인지 테카맨들의 디자인은 어딘가 모르게 패트레이버의 레이버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설정에 이즈부치 유타카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패트레이버와의 연관성을 더 높이고 있다.

테카맨의 정식 후속이라고는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접점을 찾아볼 수 없다. 주역인 테카맨 역시 테크 섹터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외계 생명체라는 점은 오히려 오간과 유사한 부분. 비극의 히어로와 육탄전으로 적들과 맞서 싸우는 하드보일드 액션,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 등 많은 부분에서 원작의 장점을 계승발전시켰으나 작화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은 본작의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특히 코가와 토모노리라는 걸출한 작화가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디자인은 일관성이 떨어져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뛰어난 퀄리티의 작화와 수준낮은 작화가 병행되는 것으로 보아 제작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주의 기사 테카맨 블레이드 II (1994)


ⓒ 創通エージェンシー · タツノコ プロ


<정보>

◈ 감독: 토노카츠 히데키
◈ 각본: 카와사키 히로유키(川崎ヒロユキ)
◈ 캐릭터 디자인: 사노 히로토시
◈ 메카닉 디자인: 사야마 요시노리, 나카하라 레이
◈ 작화감독: 카노 아키라(加野晃), 나카무라 유타카(中村豊)
◈ 음악/노래: 쿠도 타카시 / 오쿠이 마사미(奥井雅美)
◈ 제작사: 타츠노코 프로, 소추 에이전시
◈ 저작권: ⓒ 創通エージェンシー · タツノコ プロ
◈ 일자: 1994.07.21 ~ 1995.04.21
◈ 장르: SF, 액션, 히어로
◈ 구분/등급: OVA(6화) / 중학생 이상 관람가(PG-13)


<소개>

테카맨 블레이드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OVA. 전작의 남성적인 분위기를 일신하여 본 시리즈에서는 여자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고 있다.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면서 호불호도 갈리긴 했지만, 미소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주효한 듯 3부작으로 예정되었던 OVA는 6부까지 출시된다.


<참고 사이트>

[1] 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 Wikipedia Japan 
[5] 宇宙の騎士テッカマンブレード, allcinema.net
[6] 우주의 기사 테카맨, 엔하위키 미러

※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당권리는 ⓒ 각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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